속꽃
Writer. 얌
이대로면 학교가 떠내려갈지도 몰라. 같은 기간제 신세인 Y코가 말했을 때 키요시는 웃었다. 그런 일이 있기야 하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그로부터 서너 시간이 지난 지금 키요시는 그저 웃음으로 천명을 거슬러보려 한 죄를 심문당하고 있었다.
오후 8시, 누구도 남아 있지 않을 학교에서. 창문을 열 엄두도 나지 않게 비가 쏟아졌다. 불과 몇 시간 만에 강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모든 게 엉망이었다. 하늘과 땅은 구분되지 않음을 넘어 뒤집힌 것처럼 보였다. 또 얼마간 지나니 시야랄 것도 없이 사위가 어두웠다. 키요시는 창문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서야 겨우 운동장의 형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물이 미친 것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배수로에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인터넷은 먹통이었고 휴대전화도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았다. 당장 누군가 와서 키요시를 구출해줘도 이상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슬프게도 누군가 온다 한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키요시는 막 1층 중앙 계단까지 범람한 물을 내려다보고 오는 참이었다. 내려가는 건 글렀군. 그 판단이 내려지기 무섭게 그는 당직실을 포기했다. 내키진 않았지만, 빈 교실이나 교무실에서 쪽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었다. 비 예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있었더라. 잘하면 내일이나 모레도 나가지 못하겠는데. 키요시는 이런 날 하필이면 당직을 맡게 되었음에도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일을 어쩌겠는가. 키요시가 창문에서 물러났다. 폭풍과 같은 빗소리를 너무 오래 듣고 있어서인지 귀가 먹먹했다.
“하아…….” 사실, 한숨밖에는 내보일 수 있는 반응이 없기도 했다. 말한다고 누가 듣는 것도 아니고. 처량한 짓은 시도도 말아야지. 키요시는 목 뒤쪽에 두 손을 겹쳐 대고는 천천히 걸었다. 2층까지는 비가 들이닥치지 않으리라는 낙천이 그의 가슴 속에 은근히 깃들어 있었다.
그의 목적지는 교실이었다. 가장 익숙한 곳이 편한 곳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학교는 검게 물들어 잠잠했다. 어둠 속에서 보자니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키요시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물론 그땐 자발적으로 남은 것이었지만. 그는 한 작달막한 여자애와 함께 있었다. 얼굴은 예쁜데 허리가 굵었다. 거기까지 보기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어쨌건 키요시가 창밖을 내다보며 “굉장하네…….”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여자애가
다가왔다. 우산이 있느냐고 묻고, 키요시가 고개를 젓자 옆자리에 앉는 장면까지만이 선명했다. 키요시는 교실 문을 열어젖혔다.
“…… …….” 그러자 어둠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인영이 서서히 일어나 꼿꼿해졌다.
번개가 내리쳤다. 창으로 들어온 강한 빛에 키요시가 눈을 잠깐 찌푸렸다. 서서히 시야가 돌아오며,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그 주인공을 읽어내렸다. 키요시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 바로 다음 순간 목소리까지 들려왔을 땐 손으로 낯을 짚었다. 속에서 무언가 끓어올랐다. 답답함과 뜨거움 그 어느 사이의 감정이. “선생님…….” 그건 세이지의 목소리였다. 키요시는 도무지 담담히 자신의 미래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애. 한 자리에 갇히게 되었을 때, 그다음으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사이가 되었는지는 불분명했다. 키요시는 그런 것에 마음을 두는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이지의 존재를 확신하는 순간 어느 한 방향으로 바늘이 정확히 기울었다. “……왜 여기 있을까, 세이지 양이. 착한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을 시간인데.” 키요시가 손을 내리며 웃음을 머금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선 세이지는 그가 보았던 그 어느 때보다 창백했다.
내리는 비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는지도 몰랐다. 젖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쩐지 눈 닿는 곳마다 반쯤은 투명해진 듯했다. “전 착한 아이가 아닌걸요.” 세이지가 조그맣게 말하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분명히 바라는 게 있는 동작이었다. 함의가 너무 짙어서 물컥물컥 퍼진 비 냄새 사이로 날카로웠다. 키요시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주었다. 그녀는 키요시의 체취가 듬뿍 스몄을 옷깃에 고개를 묻고 잠시 말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랫배가 당기는 광경이었다. 한두 번 배를 맞춘 사이도 아니거니와, 그녀가 공격적으로 발산하는 의도는 키요시에게 치명적이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 씁쓸히 웃던 밤을 잊었나. 이러지 말자 사에키 키요시. 그는 발군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양 입꼬리를 조금 더 끌어 올렸다. “그래? 세이지 양은 착한 아이가 아니야?” 키요시가 세이지에게 손을 대지 않으려 노력하며 교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키요시를 뒤따랐다.
“착한 아이는 밤에도 돌아다니지 않고, 있으면 안 될 시간에도 학교에 남지 않으니까요.” 조곤조곤하고 느리게 뱉어지는 말은 들을수록 기가 찼다. 그걸 아는 놈이 그러느냐는 질문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키요시는 돌아보는 대신 창문을 점검하는 척했다. 슬프게도 교실의 창문은 전부 잘닫혀 있었다. 비가 하도 사나워 창틀이 살짝 젖은 것만 빼면 모든 게 완벽했다. 여전히 바깥은 검었고, 간헐적으로 번개가 쳤다. 화단에 심어둔 수국들이 불안하게 휘청거리는 푸른 그림자가 언뜻 보였다. “그럼 들어나 보자.” 마침내 할 일이 전혀 없어진 키요시가 세이지를 돌아보았다. 두 손은 창틀에 짚은 채 몸이 비스듬히 기울었다.
“왜 여기 있어?” 키요시는 자신이 꽤 권위적으로 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가? 바야흐로 교권 추락의 시대. 세이지는 말하자면 그 중앙에 서 있는 여학생이었고, 키요시는 오늘 밤만은 바로잡을 생각이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약간은. 음…… 아주 약간에서 그 절반 정도는.
세이지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키요시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어둠에 잠기자 한층 묘한 빛이 된 눈동자가 차분했다. 이 애가 오늘 내 일정을 알고 있었던가? 키요시는 머릿속을 더듬었다. 은연중에 그녀에게 당직 일정을 흘렸을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짚이는 데가 없었다. 오늘 같은 날은 길거리를 떠돌아다녔다면 다음날 신문에 날 가능성도 있었으니 다행인가. 생각은 이어질수록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키요시를 절벽으로 몰아갔다. “……말씀드려요? 오늘 오기로 한 사람이 있었는데.” 세이지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뺨으로 엷은 그림자가 졌다. 어찌나 말랐는지 광대가 그렇게 가팔랐다. 키요시는 자신의 팔에 가두어졌던 몸을 떠올리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복기는 좋지 않은 신호였다.
“데리러온 사람이 안 와서 꼼짝없이 갇혔어요.” 세이지가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위험을 감수하는 유형이 아니었다. 밤거리를 거닐면서도 먼저 말을 붙이는 법이 없었고, 누군가와 감정적으로 혹은 금전적으로 얽히지 않았다. 일단 키요시가 알기론 그랬다. 거기에 그녀는…… 경험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키요시는 알았다. “그래, 어떤 위험한 아저씨를 학교로 불렀다고 자백하는 거구나?” 키요시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정말이에요. 그게 특별한 일인지 시험해보고 싶었거든요.” 세이지가 도발적으로 받아쳤다.
그것? 키요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이제 창틀로부터 손을 떼고 앞으로 팔짱을 꼈다.
“세이지 양, 말 빙빙 돌리지 말자. 어차피 이 학교엔 우리 둘뿐이야. 내가 확인했거든.” 키요시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세이지의 입술이 오물거렸다. “심야 영화를 본다든가.” 말끝을 흐린 그녀는 곧 한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치맛단이 말려 올라가며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실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그녀의 살갗은 더욱이 도드라졌다. 어찌나 흰빛인지 거의 발광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키요시는 티 나지 않게 그 안쪽을 곁눈질했다. 깡말라서는 만질 것도 없는 몸이다만 키요시는 언제나 정직하게 반응했다. 그녀도 그것을 알 것이었다. “드라이브라든가 하는 거요.”
키요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가리키는 건 정확히 키요시와의 기억이었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 뻔한 로맨스 영화를 본 것도, 그녀를 조수석에 태우고 밤거리를 한없이 돌아다닌 것도 전부 키요시였다. 또 그뿐인가? 그는 그녀를 집에 데려가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둘 사이에서 일어난 것으로 족했다. 그런데도 세이지는 태연하게 다른 나이 많은 남자와 같은 짓을 저질러보겠다는 말을 해대고 있었다. 키요시는 아랫입술을 혀로 축였다. 불쾌와 분노와는 전혀
다른 결의 감정이 잡힐 듯 말 듯하게 아른거렸다.
“거짓말인 거 알아.” 그러니 그렇게 말하기로 대답을 갈음할 수밖엔 없었다.
세이지는 더 부연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두 다리를 하느작거렸다. 치맛단은 자꾸만 발랑거리며 뒤집혔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빗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마구 헤집어놓았다. 한참의 인내 끝에 키요시가 한숨을 내뱉었다. “당직실에도 물이 찼을 거라, 정말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해… 세이지 양. 무슨 말인지 알겠어? 어쩌자고 남은 거야.” 그 말은 언뜻 훈계의 꼴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 말 기저에 깔린 진심을 알았다.
“그럼, 메일 보여줄게요.” 세이지가 갑작스럽게 말했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는 사이 키요시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 위로 사내의 그림자가 졌다. 휴대전화의 인공적인 불빛을 받으며 한참 조작하던 그녀가 키요시 쪽으로 화면을 돌려주었다. 통화권을 이탈했다는 알림 표시가 가장 먼저 보였다. 그리고 가운데 떠오른 글자는…… 그녀의 말과 같았다. 세 쨩, 얼른 보고 싶어. 금방 데리러 갈게. 이모티콘까지 야무지게 붙인 메일을 읽고 있자니 헛웃음이 터졌
다. 이 맹랑한 여자애가. 키요시가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이제 그들은 거의 이마를 맞댈 지경이 되었다. “밤놀이는 적당히 하라고 보낸 메일은 못 보고, 이런 메일은 꼬박꼬박 읽었지 세이지 양.” 키요시는 부드럽게 말하며 세이지가 앉은 곳 옆을 손바닥으로 지그시 짚었다. “선생님 것도 읽었어요. 답장을 바라신 것도 아니잖아요….” 세이지는 말하고는 고개를 살짝 틀었다. 키요시의 정면에 위치했던 그녀의 입술이 살짝 틀어졌다.
키요시는 확신했다. 성가시다거나 하는 마음 위로 새로운 자극이 덮이는 순간이라는 것을. 그녀가 통제 바깥의 존재라는 사실은 키요시를 긁어내기는커녕 부추기고 있었다.
힐끗, 세이지가눈만 굴려 키요시를 곁눈질했다.
“아아.” 이번에도 실패네. 키요시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그녀의 입술 위로 자신의 것을 눌렀다. “솔직히 말해. 여자애들 보는 잡지에서 본 방법이지?”
타이틀은 <남자를 질투에 미치게 하는 방법>쯤이려나. 세이지는 완전 잘못 짚고 있었다. 그런 방식은 키요시에게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질투하고 말고를 따져 물을 사이도 아니잖은가. 교과서적으로 굴어봐야 키요시에게는 고양이가 앞발질하는 광경을 목격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키요시를 자극하는 건 늘 세이지가 자각하지 못하는… 완전히 비어 있는 영역을 내보일 때였다. 방금처럼. 전부 저질러놓고 키요시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굴렸던 때처럼. 그런 걸 보면 참을 수 없어졌다. 키요시는 그녀의 입술을 핥아주었다.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고개를 뒤로 물리며 세이지가 중얼거렸다. “선생님은 아직 내 전부를 모르잖아요.”
“전부를 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 키요시는 그녀의 뒷덜미를 손으로 감쌌다. 그녀의 몸이 움찔 떨렸다. 처음 생각이 났다. 처음, 그녀의 몸을 건드렸을 때, “차가워서요….”하고 조그맣게 변명하던 그때가. 그래. 바로 그런 것들 말이지. 키요시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질문은 아니었다. 키요시는 그녀가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혀끝으로 입술을 가르고 들어가 질척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빨아대면, 세이지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졌다. 흔들거리던 그녀의 두 다리가 서서히 느려지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키요시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몸을 들였다.
입술을 떼었을 때 세이지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어느새 흘린 땀으로 젖은 머리칼이 그녀의 이마에 살짝 들러붙어 있었다. 노골적인 성적 욕망이 눈가에 어른거렸다. 이미 그것의 맛을 알아버려선. 키요시는 난감함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그녀의 블라우스 깃을 어루만졌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있었지.” 키요시가 끈질기게 굴자 세이지가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혔다. 목선이 드러났다. 점이 몇 개인가 콕콕 박혀 있었다. 입 다물고 하던 걸 해요. 그녀가 조금만 더 대범했더라면 바로 그런 말을 했으리라.
“정말 곤란해, 세이지 양. 나 잘린다고. 돌아가지도 못하게 되어버린다고?” 키요시가 웅얼거렸다.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채였다. 손은 서서히 내려가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키요시가 기껏 입혀 주었던 재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둘 중 누구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세이지가 몸을 떨었다. 얇은 어깨끈이 달린 민소매가 드러났다. 입술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목선을 타고 미끄러졌다. 허리춤을 확 움켜쥐면 세이지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그러면 선생님도…….” 밤놀이를 해요. 같이. 그러면 되잖아요. 나처럼. 돌아갈 곳이 없어진 사람끼리.
키요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라면 집에서처럼 굴 수 없었다. 자칫 스위치가 눌리면 아주 난감해지리라. 교실에서 몸을 섞은 적도 여럿이었다만, 전부 빠르게 끝내는 데에 그치지 않았나. 주체할 수 없을 지경으로 그녀를 몰아붙이고 몸을 섞고 또 울리거나 흠뻑 뿌리게 된다면……. 그 뒷정리며 뭐며 키요시는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기에 수중에는 콘돔이 없었다. 그가 늘 갖고 다니는 것은 지금쯤 교무실의 옷걸이, 그의 외출용 재킷 주머니에 든 지갑,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으리라.
그래도 괜찮았다. 그게 멈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언제나. 키요시는 꽤 자신이 있었다.
키요시가 좀 더 밀어붙이자 세이지의 엉덩이가 책상 가장자리에까지 가닿았다. “떨어질 것 같아요.” 세이지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책상 주인이 불쌍하지 않아?” 키요시는 느긋하게 말머리를 돌리며 시선을 내렸다. 시미즈 코타로. 우측 상단에 붙은 이름은 물론 키요시에게도 익숙했다. “잘 모르겠어요.” 세이지가 말하곤 손바닥을 그 위로 짚어 가려버렸다.
“왜. 코타로 군은 늘 세이지를 보고 있잖아.” 키요시가 일부러 말했다. 세이지는 눈을 느리게 두 번 깜빡거렸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콧날은 무딘 칼끝 같았다. 몰이해의 붉은빛이 눈동자 위에서 춤췄다. “하하.” 키요시는 그만 소리 내어 웃어버리고는 말았다. 그런 점이 끝내주는 여자…… 였다, 세이지는.
그는 먼저 세이지의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 자국이 오래 남지는 않으면서, 교묘하게 요철이 만져질 만큼만 씹고 무는 건 그의 특기였다. 판판한 앞가슴에는 뼈가 돋아나 있었다. 그 결을 따라 혀를 미끄러트리면 세이지의 다리가 조금 더 벌어졌다. “서비스도 좋지.” 키요시가 낮게 웃었다. 그는 세이지를 달래듯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다가, 한쪽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했다. 그녀의 살갗에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민소매를 다 벗기지 않고도 마른 가슴에 유두가 빳빳하게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키요시는 입맛을 다시며 가슴 쪽의 옷깃을 살짝 당겼다.
“하, 하아….” 세이지가 할딱거렸다. 키요시는 정수리로 그녀의 숨이 쏟아지도록 두었다. 가슴을 오래간 바라보던 그가 거리낌 없이 그 위로 입을 댄 것은 순전한 충동이었다. “으응…….” 세이지가 두 팔로 키요시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코가 가슴뼈가 만들어낸 오목한 굴곡에 비벼졌다. 키요시는 유두를 혀로 굴리며, 얼마 없는 살을 입안으로 끌어모아 빨기 시작했다. 세이지의 몸이 안달로 달싹거렸다. 그녀는 자꾸만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키요시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거나 들쳐댔다. 무언가 나올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키요시는 집요했다. 다른 손으로는 놀고 있는 가슴을 천 위로 움켜쥐었다. “후으…….” 키요시가 뜨거운 숨을 코로 내뿜었다.
부드럽게, 느리고 여유롭게. 처음 할 땐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은데. 키요시는 바지 아래에서 터질 것처럼 고개를 든 성기를 느꼈다. 당장에 꺼내 세이지의 몸에 비비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걸 만끽할 차례였다. 침이 잔뜩 고이면 고이는 대로 목울대를 움직였다. “선생님, 좀… 아기, 도 아니구….” 세이지가 끙끙거렸다. 이마를 미는 힘 때문에 가까스로 고개를 뒤로 물리면 퉁퉁 부어 발갛게 달아오른 유두가 드러났다. 그럼 다른 쪽도 똑같이 만들어주는 것이 키요시의 일이었다.
집요한 애무에 세이지는 본 방송으로 들어가기 전부터도 기진맥진했다. 유두를 꼬집고 주물러대는 손길은 고통과 쾌락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결국 날카로운 신음이 뱉어질 때에서야 키요시가 고개를 완전히 떼어놓았다. 젖혀졌던 고개를 바로 하며, 세이지가 숨을 몰아쉬었다. 입가가 타액으로 흥건한 걸 보니 이미 그녀 혼자서 재미를 잔뜩 본 모양이었다. “점점 예민해지는 것 같아. 세이지 양은.” 키요시가 짓궂게 말했다.
사실이었으므로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으리라. 세이지는 입을 꼭 다물곤 키요시의 허리를 안은 다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발뒤꿈치가 그의 등허리 한가운데를 콩, 찍었다.
“왜? 어차피 세이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인데, 흘려들으면 되잖아.” 키요시의 진득한 시선이 세이지의 낯을 향했다. 세이지의 입술이 잔뜩 떨렸다. “……알아볼 생각도 없잖아요.” 가히 앙칼진 말이었지만 키요시는 웃어넘겼다. “빨간불이야.” 그는 늘 그렇듯 그럴듯하게 넘어가고는 치맛단을 휙 뒤집었다. 미색의 면 팬티는 세이지의 납작한 배 위에서 야릇한 꼴로 드러났다. 키요시는 그것보다는 줄곧 세이지의 얼굴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눈을 굴리는 세이지, 조금 짜증이 나 칭얼거리는 세이지, 빨리 다음 행동을 보여주길 기다리는 세이지…… 의 얼굴을. 키요시의 빤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키요시의 어깨에 뺨을 묻곤 가볍게 비비적거렸다. 이 또한 계산되지 않은 행동일 것이 분명했다. “그래, 그래.” 키요시가 손등으로 속옷 위를 쓸었다. 세이지의 몸이 바짝 긴장했다. 가운데가 확실하게 젖은 천이 손등에 들러붙었다가 떨어졌다.
“아니면 말해줄래? 세이지 양, 이건 뭐 때문에 젖은 거야? 오지 않을 웬 아저씨?” 키요시가 손가락을 구부려 속옷 위에서 세이지의 입구를 자극했다. “누군가 오길 기다리면서 야한 상상이라도?”
세이지가 숨을 짧게 삼켰다. 또 금방 고개를 바짝 치켜든 그녀의 뺨이 엷은 붉은색이었다.
“네, 혼자 했어요….” 억지로 짜내듯 말하는 꼴이 가엾고도 또…… 귀여웠다. 키요시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지는 게 싫어? 선생님이랑 키스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하면 될 텐데.” 키요시는 그녀의 대답을 듣지 않고 속옷을 옆으로 젖혔다. 손가락에 늘어진 애액이 감겨왔다. 여자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이제 교실 안의 공기는 밀도를 더해갔고, 그래서 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키요시가 세이지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음핵을 가볍게 건드리면 세이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이에 맞지 않게 요염한 기운을 풍기는 표정이었다. 키요시는 블라우스가 내려가며 드러난 그녀의 어깨에도 입을 맞추었다. 점이 박혀 있는 곳을 노려서였다. “아, 응…… 으읏…….” 다리를 오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가 보기에 좋았다. 어른의 손가락이 음핵을 아무렇게나 건드리고, 그 밑에 갈라진 틈과 음순을 비벼대는 데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분명 화들짝 놀라는 토끼 같았는데. 아니지, 그때는 마치 기절한 생쥐처럼 몸을 딱 움츠리고 있었던가. 키요시는 집요하게 그녀의 눈동자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검지와 중지가 안쪽으로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꿈틀거리는 내벽은 아직 긴장 상태였다. 세이지를 아프게 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므로, 키요시는 꽤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입술은 세이지의 귀나 뺨 언저리를 맴돌았다. 혀를 내어 핥기도 하는 둥 그녀를 달래기 위해 꽤 진심을 쏟았다. 이런 걸 좋아했으니까. 세이지는 티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키요시로서는 발견한 것을 무시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두 손가락을 위쪽으로 살짝 구부리면 세이지의 몸이 크게 떨렸다. “아흐, 응……!” 작게 새된 교성을 내뱉는가 싶더니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열이 오른 세이지의 안경 가장자리로 하얗게 김이 서렸다가 투명해졌다.
“다리 더 감아.” 키요시가 낮게 말했다.
얼떨떨하게 눈치만 보던 세이지가 그의 허리에 두 다리를 전부 감았다. 약간 헐거운가 싶은 힘으로. 자신의 어깨에 다시 고개를 기대게까지 한 키요시가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찐득하게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점막이 점점 젖어갔다. 특히 위쪽을 후비듯이 짓눌러주면, 세이지는 참지 못하고 허리를 들었다. 책상과 엉덩이가 떨어지면서 몸이 앞으로 쏠리자, 키요시는 “어이쿠.”하고 작은 탄성을 내뱉으며 그녀를 받쳐 안았다. “힉, 그만, 그만요….” 세이지가 웅얼거렸다. 손가락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허리를 빼보는 것이 퍽 귀여웠다. “왜애, 세이지 양.” 키요시는 물론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손바닥에 절절 차오르도록 애액을 뱉고 있으면서. 그가 콧잔등을 찌푸리며 웃었다.
“그만, 그만….” 계속해서 한계를 호소하던 세이지의 몸이 경직됐다. 흠칫, 떠는가 싶더니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몇 초 뒤에야 몸에서 힘이 빠진 듯 주저앉자 키요시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빠졌다. 이제는 키요시도 한계였다. 책상이 흥건해지도록 싸지른 것을 감상하듯이 세이지의 다리를 벌려 한 번 살펴보고는, 살이 조글조글하게 불은 손가락을 핥았다. “그걸, 왜…….” 세이지의 눈이 좁아졌다. “응? 달리 손수건도 없으니까.” 내일까지 네 교복 입고 있어야 하는 거 잊지 마. 키요시가 덧붙이고는 바지춤을 짚었다.
그러나 세이지가 앞섰다. 그녀는 힘이 다 빠져 후들거리는 손으로 키요시의 허리띠를 풀었다. 몇 번 해봤다고 버벅거리는 법이 없었다. 키요시는 그 광경에 바지 아래에서 꺼덕거리며 고개를 더 높이 드는 성기에 찌푸리듯 웃었다. 마침내 키요시의 것이 바깥으로 드러나자, 세이지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두 손을 자신의 납작한 배 위에 얹었다.
치마는 이제 완전히 말려 올라가 하반신을 다 드러냈고, 애액으로 젖은 속옷은 반투명해져 뒤쪽의 발그스름한 점막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숨은 쌔근쌔근 뱉어졌다.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그녀가 어떤 흥분 상태에 몰려 있는지를 알렸다. 키요시는 그녀의 것으로 젖은 손을 이용해 제 성기를 몇 번 쓸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귀두가 움찔거렸다. “정말 대답 안 해줄 거야, 세이지 양?” 흥분으로 늘어진 음성이 끈적끈적하게 세이지에게 쏟아졌다. 세이지가 눈을 홉떴다. 뺨이 붉고 입술은 벌어져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으므로 그다지 위협이 되지는 못하는 표정이었다.
“무슨…….” 세이지가 웅얼거렸다.
“알아주세요, 알려주고 싶어요.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좀 봐요.” 키요시가 진득한 문장을 속삭이며, 귀두를 그녀의 하반신에 바짝 붙였다. 젖은 천을 옆으로 밀어내면 바로 뜨겁게 풀어진 점막이 맞닿아 왔다. 찌르르하게 허리를 관통하는 쾌감에 키요시가 잠시 멈칫했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거 아냐?” 키요시가 허리를 아주 살살 움직였다. 귀두 끝만 입구를 벌리고 드나드는 생생한 감각에 세이지가 힉, 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선생님은, 선생님은.” 그녀의 눈가가 흐려졌다. 발갛게 달아오른 여린 살갗이 곧 습기에 짓물렀다. 키요시는 그것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응, 나는.” 키요시가 앞으로 조금씩 체중을 싣자,그녀가 벌어졌다. 그녀가 열렸다. 그녀는…….
느릿한 삽입이 길었다. 주름 하나하나를 펼 듯이 파고드는 압박감에 세이지가 진저리쳤다. 상황이 상황이어서인지, 평소보다 빠듯하게 조여오는 듯했다. 기둥을 촘촘하게 압박하는 질벽의 힘에 키요시도 조금은 여유를 벗어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이지가 뿌리 끝까지 삼킬 수 있도록 인내를 발휘했다. 배 위에 얹어진 그녀의 손이 아주 살짝 융기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선생님은…….” 세이지가 학학거렸다. 그녀는 몇 번이고 키요시의 허리를 다시 안으려다가 실패했다. 대신 동아줄처럼 그의 상체, 등을 끌어안고는 끙끙거렸다.
“선생님은 몰라요…….” 문장의 끝이 간드러지게 휘어졌다.
“뭘 몰라, 또 내가.” 키요시가 바람 빠지듯 웃음을 흘리고는, 천천히 왕복 운동에 임했다. 뒤로 빼면 쭉 딸려오는 안쪽의 압박이 좋았다. 소름이 끼치도록. 다시 밀고 들어가면 세이지는 어떠한 저항도 없이 안쪽을 내어주었다. 푹푹거리는 마찰음이 점점 빨라졌다. 키요시의 손은 이제 세이지의 허리춤이나 가슴 위를 자유롭게 배회하고 또 주물렀다. 살집을 그러모아 끈질기게 애무하자 세이지가 고개를 저었다.
더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이 그녀의 입술 위에서 반들거렸다. 뭘 그리 감추고 싶어 하는 건지. 키요시가 그녀의 입술을 물고 늘어졌다. 헤 벌어진 입술 틈으로 작은 혀가 빼꼼히 내어졌다. 안으로 깊이 쑤셔 박자 세이지의 고개가 젖혀지며 맞물림이 떨어졌다. 그녀가 책상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은 키요시가 절정을 향해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어딜 짓눌러도 세이지의 반응은 정직했다. “흐으, 아, 아……! 흐, 익… 힉, 거, 으읏, 싫어….” 솔직하지 못한 말들이 풀린 발음으로 줄줄 새어 나왔다. “윽…!” 키요시가 어깨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증에 멈칫했다. 그가 제 의사를 도저히 들어줄 것 같지 않자, 세이지가 어깨를 물어뜯은 것이었다. 키요시가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여 잔뜩 봐주는 힘으로 이를 세웠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세이지 양.” 키요시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 떨어져 그녀의 뺨을 적셨다. “……으응.” 세이지가 시선을 굴렸다.
“내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해? 아는 걸 전부 말하면, 우리는….” 키요시가 읊조리며 다시 그녀의 몸을 바투 안았다. 반쯤 빠져 있던 기둥이 안으로 쑥 밀고 들어가자, 세이지의 몸이 경련했다. 불시에 짧은 절정으로 급격하게 끌어올려진 몸이 통제를 벗어난 것이었다. “꺄, 아, 으응!” 반사적으로 그녀의 두 다리가 키요시의 허리를 다시 감았다.
내가 모르긴 뭘 몰라. 네가 이렇게 잘 익은 것도 아는데. 키요시는 그녀가 달아나지 않도록 그런말을 꿀꺽 삼켰다. 대신 허리를 더 재게 놀리며 그녀를 끝으로, 끝의 끝으로 몰아갔다. 세이지가 고개를 뒤로 확 젖히면서 부들거렸다. “갔, 가… 갔어, 갔어요.” 애원조의 말이 흩어졌다. “그래?” 키요시가 그녀의 뺨을 장난스럽게 물었다 놓아주었다. “알아.” 입안 가득 단맛이 넘실거렸다. 또 겉으로 봐선 절대 모르는 진정이, 그 화려함이 이 안에 있다는 것도 아는데. 키요시는 자지러지는 세이지의 몸을 계속해서 제 가슴쪽으로 당겼다.
쉴 틈 없이 맞물렸다 떨어지는 아랫도리가 이제 흥건했다. 세이지가 고개를 흔들며 절정을 거듭했다. 그럴수록 키요시는 더 깊은 곳을 노련하게 후벼댔다. 귀두의 갓과 주름이 비벼지는 감촉이 미치도록 좋았다. 열어, 더 열어서……. “또 내가 뭘 모르는 것 같아?” 키요시가 눈에 힘을 주었다. 절정이 곧이었다. 그러나 대답하지 못한 세이지가 다시 한번 극에 달해 몸서리쳤다. 키요시는 아랫도리에 몰리는 열기를 감지하고는 급히 뒤로 몸을 물렸다.
“아아, 으으응……!” 세이지가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유린당한 성기가 참지 못하고 조수를 확내뿜으며, 키요시의 바지를 적셨다. “응?” 키요시가 그녀의 허벅지에 대고 정액을 흘렸다. 사정은 짧았고, 발기는 또 빨랐다. 새롭게. “난 세이지 양이 쌀 것도 알았는데.” 키요시가 귀두를 그녀의 허벅지에 슥슥 문질러 닦았다. 진득하게 흰 액체가 늘어졌다. 대충 마무리한 그가 다시 한번, 경련하고 있는 벌어진 속살에 귀두를 들이밀었다. “흐윽, 선생님!” 세이지가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응, 세이지.” 키요시는 멈추지 않았다. 제대로 들어왔다. 이 안에 있는 게 뭔지,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줘야겠어. 그는 무어라 어물어물 변명하려는 세이지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세이지의 몸이 발작적으로 튀어 올랐다. “읏….” 깊이 처박은 키요시가 넘치는 타액을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비는 여전히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날엔 아침이 늦을 것이다. 어쩌면 학교는 내일 봉쇄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정도는 괜찮았다. 키요시가 다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맹랑한 마른 몸, 그 속에 그다지도 감추려 드는 게 무엇인지, 그 핵과 같은 꽃을 찾아 들쑤시기 위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