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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전학생
역시 전학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2023-01-10
KPC. 최치승 · PC. 성유찬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건
당신뿐인 것 같습니다.

역시 전학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다시 전학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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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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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찬이가 이 낯선 3학년 1반 교실로 전학을 온 지
 
오늘로 딱 2주일 정도가 흘렀습니다.
 
반의 분위기,
 
새 친구,
 
전에 살던 곳보다 유독 더운 여름 날씨,
 
필연적으로 수업에 집중이 안 되는 창가 끝자리 등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건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괜찮아요.
 
진짜 문제는 그쪽이 아니라,
 
최치승:저기요. 저 보이죠? 보이는 거 맞잖아요.
 
이쪽입니다.
 
분명 지금은 수업 시간인데,
 
누군가가 유찬이의 옆자리에 앉아 계속 말을 걸고 있습니다.
 
딱히 조용한 소리로 말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도 그를 쳐다본다거나 신경 쓰는 기색이 없습니다.
 
수업 중인 선생님은 물론
 
유찬이의 주변 자리에 앉은 친구들도요.
 
왜냐고요?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건
 
유찬이뿐인 것 같습니다.
 
전학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귀찮은 일에 말려들고 싶지는 않아
 
며칠 전부터 꾸준히 무시하고는 있지만…
 
유령의 질문은 끊이지 않습니다.
 
교복을 입고 자연스레 유찬이의 옆에 앉아 있기에
 
당연히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친구이자 옆자리 짝일 거라 생각하고
 
말을 건 것뿐이었는데.
 
유령이었다니.
 
유령은 아주 끈질기게,
 
시도 때도 없이,
 
수업 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나발이고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오는데…
 
역시 전학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다시 전학 가야겠어요.
 
성유찬:(다시 전학 가야겠다.)
 
최치승:괴롭힐 생각 없어요. (떡하니 네 자리 앞에 서서 칠판을 다 가리며) 저 보이는지만 말해 달라고요.
 
성유찬:... (이건 또 무슨 미친 짓이야? 여기서 일부러 칠판 보려고 몸을 틀면... 내가 얘를 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니까... 걍 안 보이는 척해야겠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교복 셔츠만 멍하니 보고 있다. 열심히 수업 듣는 척...)
 
최치승:안 보이는 연기 잘하시네요. (눈 앞에 대고 손 흔들)
 
성유찬:
정신
기준치: 85/42/17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분명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유령에게 홀린 걸까요?
 
자신도 모르게 앞의 유령에게 대답을 했나 봅니다.
 
그것도 큰소리로요.
 
성유찬:oO(좆됐다...)
 
그리곤…
 
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유찬이의 큰 목소리에 반응한 모든 친구들의 이목이
 
유찬이 쪽으로 집중되고,
 
칠판 앞 선생님의 표정이 싸하게 굳더니,
 
선생님:성유찬. 수업시간에 무슨 소란이냐.
 
성유찬:...죄송합니다. (전학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찍혀도 되는 건가? 난 분명 무시하려고 했다고...) 짝이 괴롭혀서요. (=최치승)
 
선생님:떼잉. 요즘 느이들 고삼이라고 서로 예민한 거 알지? (가자미눈...) 복도로 가서 서있다 들어와라.
 
성유찬:(...이런 미친.. 내가 떠들고 싶어서 떠든 게 아니라니까... 앞에 있는 관종을 잠시 째려보고는 말 없이 조용히 교실 밖을 나간다. 보는 눈 없는 복도에서 한 대 팰 생각인 듯...)
 
유령에게도 주먹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억울한데 시도는 해봐야겠죠.
 
유찬이는 복도로 쫓겨납니다.
 
복도 벽에 기대서서 얌전히 벌을 받고 있으면,
 
유령은 복도로 쫓겨난 유찬이의 뒤를 유유히 따라옵니다.
 
그리곤 신기한 것을 구경하듯
 
아주 대놓고 유찬이를 쳐다보기까지 하는데…
 
가까운 거리에 유찬이 역시…
 
성유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령이 입은 교복이
 
어딘가 새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명찰에 새겨진 유령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치승?
 
명찰이 노란색인 걸 보니…
 
이 성가신 유령놈은 무려 한 학년 아래 후배인 것 같습니다.
 
성유찬:야, 너 말이야... (계속 무시하려고 했는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됐네. 후배면 후배답게 3학년 눈에 안 띄는 게 정상 아냐? -사고회로 이상함- 아까부터 구겨진 인상이 펴질 줄을 무른 채 입을 열었다.) 장난해? 왜 자꾸 나타나서 성가시게 구는 거야 줘 패고 싶게.
 
최치승:여기는 사람 없다고 대답해주는 거예요? 철저하시네. (살짝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가) 그야 이 학교에서 저를 볼 수 있는게... (네 명찰을 흘끔 보더니) 형밖에 없으니까요. 성가셨으면 진작 대답해줬으면 좋았잖아요. (적반하장!)
 
성유찬:(싸가지...) 방금 나 허공 보고 말했다가 관종된 거 못 봤냐? 귀신이랑 엮여서 무슨 좋은 꼴을 본다고. (이쪽도 똑같이 못마땅한 얼굴이다. 괜히 전학와서 귀신이나 보고 자빠졌고. 역시 다시 전학 가는 게...) 굿이라도 해줘? 성불해 좋은 말로 할 때.
 
최치승:...저도 모두에게 무시당하는게 답답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글자로 적어주든가, 고개를 흔들던가... 말하지 않고 대답하는 방법도 많잖아요. (절레절레)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성불할 수 있겠냐고요. 전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학교 교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거거든요.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곰곰히 생각해보니,
 
유찬이는 이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들어봤는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성유찬:왜 하필 난데? 나 말고 다른 놈 찾아봐. 귀신에 관심 많은 이상한 애들 있잖아. (걔네라면 도와주겠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솔직히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지만 그걸 하필 고삼한테? 무당짓은 관심없어. 여전히 흥미없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흘려보냈다.)
유령이면 발도 없겠다, 그냥 교문 밖으로 날아가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자기 일 아니라고 생각없이 뱉는 모습!)
 
최치승:그게 안되니까 그렇죠.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는데... 전 아마 지박령인가 봐요. (정말 관심이라곤 1g도 안보이는 얼굴을 들여다보다... 목을 긁적인다.) 그게, 안 그래도 방법을 찾으려고 오컬트부 부실에 갔는데... .... (이걸 말해? 말아? 뜸을 들이다가 멋쩍게 입을 뗀다.) ...거기 부장이 좀 또라이같아서, 악령 취급 받고 제령당할 뻔했어요. ...설마 이런 말 했다고 저 부장한테 팔아넘기시는 건 아니죠?
 
성유찬:...야, 박령아, 내가 그래도 양심이 있지. (당연히! 팔아넘길 생각이다. 그런 좋은 방법이! 굳이 내가 힘쓰지 않아도 알아서 없애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 없지. 여차하면 갖다 팔아야지. 기억에 잘 새겨두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튼 원하는 건 그게 다야? 교문 밖으로 나가는 거? 방법은 알고? 힘 닿는 데까진 돕겠는데, 대신 귀찮아지면 오컬트부인지 뭔지 거기다 팔아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최치승:박령이... ...치승이거든요. 이게 정말 제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양심이라곤 한 톨도 없게 생겼는데... 그동안 지박령으로 네 주위를 맴돌며 봐온 몇몇 상황들을 돌이켜보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여차하면 잘 튀면 되지.) 대충은 알고 있어요. 안 도와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귀찮게 굴거니까 도와주시는게 형한테도 이득일걸요. ...팔아넘기면 진짜 악령이 돼서 형한테 돌아올 거예요. (ㅡㅡ)
 
성유찬:악령 같은 소리하네. 나이도 어린 게 선배한테 그렇게 저주 퍼부어도 되냐? (그래도 딱히 기분 나빠하는 얼굴은 아닌 듯. 자칫 잘못되면 돈 써서 굿판이라도 열면 되니까. 나름 진지하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듯하다.) 읊어봐 그럼. 터무니없는 내용이면 죽는다. 나도 니 앞에 귀신으로 나타나서 스파링 뜨면 되니까.
 
최치승:...정말 팔아넘기려고 했어요? 저주 걱정부터 하시고. 뭐, 제 나이도 그래요. 이 나이가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알고보면 제가 형보다 나이 많을 수도 있잖아요. 꼰대... (중얼) 얼마전에 교내를 떠돌다가 괜찮은 책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걸 찾아야 해요. ...이미 죽은 유령한테 죽는다고 협박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
 
성유찬:
정신
기준치: 84/42/16
굴림: 8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최치승:
(To GM)rolling 1d100<85
 
(
26
 
)
 
 
=
1 Success
 
정신력이 3 감소합니다.
 
마지못해 부탁은 들어주겠지만,
 
벌써 유령에게 시달릴 생각에 피곤해지는 느낌입니다.
 
어딘가 현기증이 올라오는 것도 같은데…
 
착각이겠죠?
 
성유찬:당연한 거 아냐? (즉답) 그리고 뭐, 명찰은 2학년이니까 일단은 후배인 거지.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입고 있으래? (...) (꼰대라는 말에 표정이 좀 더 어두워진다. 이걸 죽여 말아...<하는 얼굴; 이새낀 이미 뒤진 애니까 참자. 속으로 화를 식히고는 책이라는 말에 기대있던 창틀에서 몸을 떼었다.) 또 협박 당하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안내해. (어쩐지 머리가 울리는 느낌에 괜히 손으로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사람이었으면 시원하게 한 대 후려쳤을 텐데. 그런 생각이나 하며...)
 
때마침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교내에 울려 퍼집니다.
 
복도는 들뜬 학생들의 목소리와
 
책상을 정리하는 소리로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집니다.
 
최치승:네네, 선배님이 도와주신다는데 제대로 모셔야죠. 마침 수업도 끝났네요. (건성으로 대답하며 네 등을 교실 쪽으로 떠민다.) 이번이 마지막 교시였죠? 가방부터 챙겨서 나와요.
 
성유찬:(이게 어디서 명령질을...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댔는데, 이건 이미 죽어서 내가 또 죽일 수가 없다. 살아있었으면 이거보다 더 싸가지없었을 것이라며 혼자 단정짓고는 얌전히 교실에 들어가 가방을 챙겨 나온다. 어차피 든 것도 별로 없어서 그냥 들고 나오면 끝...)
(됐냐? 하고 물어보려다가 귀신은 다른 애들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을 인지, 휴대폰 메모장에 무언가 적어서 슬쩍 내민다.)
[ㄱ]
 
최치승:(옆에다가 'ㅇ')
 
성유찬:싸가지없는 새끼.. (결국 육성으로 뱉음)
 
치승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벽을 통과해가며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유령인 건 알겠는데,
 
눈에 적응되지 않는 생소한 풍경이긴 합니다.
 
본인이 도와달라느니 따라오라느니
 
먼저 부탁한 주제에
 
유찬이와 동선을 맞춰 줄 생각도 없어 보이고요.
 
어쨌든 치승이를 따라가면
 
도착한 곳은 1층의 도서실입니다.
 
금요일의 방과 후라 다들 놀러 가기 바빠서일까요,
 
책을 빌리러 온 학생들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안에 있는 건 사서 선생님 한 분과 성유찬,
 
그리고 최치승뿐입니다.
 
학교 도서실치고는 꽤 큰 편이라
 
내부는 가운데를 기준으로
 
크게 왼쪽 구역의 책장들과
 
오른쪽 구역의 책장들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최치승:제목이 뭐더라. 오컬트 주문... 뭐였는데요. (긁적)
 
성유찬:(열심히 또 폰에 뭔가를 적어 보여준다.) [기억력ㅉㅉ] (근데 슬슬 귀찮아 보이는 듯?-벌써-)
(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입구쪽을 쳐다보며) 야 아메바. 그냥 사서쌤한테 물어보면 되지.
(하고는 사근사근 언제 얼굴을 구겼냐는 듯이 사서 선생님에게 다가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쌤. 제가 찾고 있는 책이 있는데,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선생님:무슨 책을 찾고 있니? (컴퓨터 탁탁 두드리다가 고개를 들며)
 
성유찬:책 제목이 오컬트 주문... 어쩌구였는데요. 이런 책 있나요?
 
선생님:오컬트 주문?... 오컬트부 부장이 신청해둬서 몇 개 들어왔을 거야. (손가락으로 오른쪽 4번째 책장을 가리키며) 저쪽이 종교, 오컬트 분야니까 저쪽부터 찾아보렴. 그나저나, 유찬이 너도 이런데 관심이 있었니? (의외라는듯...)
 
성유찬:어... 그냥 조금 관심이 생겨서요~ 재밌잖아요. (대꾸하기 귀찮지만 최선을 다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 감사합니다 쌤. (더 말 걸기 전에 네 번째 책장으로 슬금슬금 걸어들어가 책등을 하나씩 살펴본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현타 온 듯)
 
유찬이가 오컬트 분야의 책장에서
 
치승이가 말한 '어떤 책'을 찾기 시작하면,
 
시야에 닿는 곳에서
 
기묘한 느낌이 드는 책 하나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책등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저 책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성유찬:아, 이건가? (자기 눈에 제일 구려보이는 책 집어들며) 야 빡대가리. 이거 맞아?
 
빼낸 틈 사이로…
 
누군가의 과 마주칩니다.
 
흰자 위로 군데군데 선홍색 핏줄이 돋아난
 
누군가의 한쪽 눈과 말이에요.
 
악의가 가득한 눈은
 
주변을 탐색하듯
 
눈동자를 좌우로 한번 굴립니다.
 
그러나 유찬이가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보면,
 
반대편은 책으로 막혀있습니다.
 
성유찬: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명 사람의 눈을 봤는데,
 
잘못 본 걸까요?
 
막무가내인 유령에게 시달려
 
오늘따라 더 피곤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최치승:뭐라도 찾은 거예요? (네 목소리를 들었는지 뒤쪽 책장을 통과해 나타난다.)
 
성유찬:(이거 봐. 귀신이랑 엮이니까 이제 책 틈에서 사람 눈깔도 보이고. 오늘은 체육관 가지 말고 바로 집에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하는 찰나 벽을 통과하는 귀신이 보인다. 저렇게 나타나는 거 진짜 적응 안 되네... 혀를 차고는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거 맞아?
 
최치승:(뭐지? 그새 인상이 더 더러워졌는데... 시선으로 얼굴을 한번 훑다 네가 내민 책표지를 내려다본다.) 빨간색... 맞는 것 같아요.
 
유찬이가 꺼낸 책의 표지는 빨간 바탕에,
 
제목 하나만 쓰여있는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그런데도 쳐다보고 있으면
 
어딘가 불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의 이름은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 1>입니다.
 
성유찬: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
 
6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만
 
쓸만한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 읽은 직후 오컬트 기능치가 1 증가합니다.
 
성유찬:너 때문에 시간낭비 오진다 치승아. (오늘 처음으로 이름 말함)
 
최치승:영광이네요. (ㅋㅋ)
 
해당하는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유찬:(주먹으로 허공 때림)
 
성유찬:이런 책이 진짜 존재하긴 하는구나. (성유찬에게는 그다지 관심도 없던 내용들이라... 불이라는 것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의 눈으로 책을 몇 번 훑어본다.) 상상력 봐라. 말이 돼 이게? 마력 어쩌구를 소모한대. 게임도 아니고... (이상한 거 보는 눈;)
아무튼 대충 이렇게 하면 성불시킬 수 있다는데. 지금 한번 뒤져볼래?
 
최치승:뒤져... (주문 흘깃... 네 얼굴 흘깃..) 손등으로 가볍게 라는데요?
 
성유찬:(사람 좋아보이는 웃음) 당연히 손등으로 가볍게 쳐야지. 가볍게.
 
최치승:.................. (미심쩍은 얼굴..................) ...해봐요...... (미적미적 뒤를 돈다...)
 
성유찬:내가 세게 치면 얼마나 친다고. 너 어차피 귀신이라 아프지도 않잖아? (손 뚜둑 뚝 풀며...)
 
성유찬:(있는 힘껏 등짝을 후려칩니다. 아무리 손등이라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어쩐지 실체가 있었으면 퍽 소리가 났을 것 같아요.
 
마력 3, 이성 1을 소모해 지박령을 해방시킵니다.
 
성유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디선가 미약하게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최치승:(등 문질...) 저 처음으로 유령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성유찬:안 아팠어? ...당연한가? 좀 아쉽네. (진심인 듯) 근데 너 왜 성불 안 하냐? 때리면 해방된다며.
 
최치승:때리면 성불한다는 소리는 아니었잖아요. 아니, 이 형이 무당이나 퇴마사가 되려고 그러시나...
 
성유찬:아니 뭐... 해방이나 성불이나 그게 그거 아냐? (관심없다) ...어쨌든. 뭐 바뀐 게 없잖아 이거. 다 구라 아냐?
 
일단…어쨌든.
 
눈으로 확인 가능한 변화가 전혀 없네요,
 
주문의 성공 여부는 직접 교문 밖을 나가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치승이는 교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했으니
 
치승이와 함께 교문으로 나가
 
확인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빨리 풀어주고 이 유령한테서 해방되는 게 이로울 것 같으니까요.
 
성유찬:아참... 교문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었나. 사람 진짜 귀찮게 하네 너. (대놓고!) 안 오고 뭐 해? 나가봐야지. 느려터져가지고.(...?)
 
최치승:...형도 어차피 하교하려면 교문으로 나가야 하잖아요. (네 뒤를 둥둥 떠서 쫓아간다.)
 
.
 
.
 
.
 
두 사람이 교문 앞에 도착하면
 
치승이는 멈춰 서서 미간을 한껏 찌푸립니다.
 
약간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더는 걸음을 떼지 않고 망설이네요.
 
성유찬:(옆에서 같이 것던 인영보다 반 발자국 더 앞에서 저 역시 멈춘다.) 안 나가? 해방인지 뭔지 시켜줬잖아.
 
최치승:아니, 안 나가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마음의 준비 중이에요. (쭈뼛...) 교문만 나서려고 하면 전신이 불타는 기분이 들었어서.
 
성유찬:... (답답하네. 성유찬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유령이니 뭐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만히 선 채 허공을 응시하다가 이내 혀를 차고는, 먼저 교문 밖으로 두어 발자국 떨어져 섰다.) 자. 봤지? 방금 내가 한 것처럼 똑같이 하면 돼. 해봐.
 
최치승:지금 되게 걸음마 가르치는 것 같네요... (여기서 머뭇거리면 또 답답하다고 승질 내겠지...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 너를 따라 교문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치승이의 몸이 가볍게 교문을 통과합니다.
 
의외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요.
 
아무래도 주문은 성공적이었나 봅니다.
 
최치승:어... (자기 몸 더듬더듬...) 저 아직 보여요?
 
성유찬:별 거 없지? 넌 열여덟에 걸음마를 배우냐 한심하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 대충 잘 보인다는 뜻이다.)
 
최치승:(이 형 은근 의리있네) 아니, 전에는 진짜 아팠다고요. 내가 설마 화재 사고로 죽었나? 싶었다니까요. (억울한듯 중얼거리며 교문에서 몇 발자국 더 떨어져본다.) 이상하게 교문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이 한을 풀면 진짜 성불하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성유찬:그러니까. 밖으로 나가면 해결되는 거 아니었어? 새끼 뭐 아는 게 없네. (물론 죽은 놈이 뭘 알겠냐만. 모르겠으니 그냥 무작정 남 탓으로 돌리고 있는 거다.) 이제 어떡하게? 진짜 굿이라도 해줄까. 허공에 대고 말할 때마다 주변에서 미친놈 보듯 하는 거 이제 지겨운데.
 
그때,
 
어디선가 치승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학생:최치승!
 
유찬이가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면,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같은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반가운 표정으로 치승이에게 달려옵니다.
 
…치승이요?
 
방금 유령의 이름을 불렀나요?
 
아니,
 
그가 달려온 곳은 유찬이의 앞입니다.
 
그리곤 굉장히 친한 척,
 
유찬이의 어깨를 툭 치며 이야기합니다.
 
학생:야, 최치승. 뭐 하다가 지금 집 가냐?
 
성유찬:... (상황 파악 중) ...뭐냐? (치승이랑 웬 초면인 애를 번갈아 쳐다보며) 너 나 알아? 사람 잘못봤어.
 
학생:어? (너와 눈을 마주하더니 금세 화들짝 놀라서는) 아... 잘못 봤다, 미안!!
 
한마디를 남기고
 
학생은 급히 어딘가로 뛰어갑니다.
 
뛰어가면서도 의아한 듯
 
잠깐 뒤를 돌아보는데,
 
역시 착각한 게 민망했던 건지
 
금세 시야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성유찬:...뭐야 방금. (치승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너랑 나랑 착각할 수 있는 외모가 아니...지 않나. 방금 걔 아는 애냐?
 
최치승:네? 완전 초면인데요... (멀어지는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형 친구 아니었어요?
 
성유찬:방금 내 이름이 아니라 니 이름을 불렀잖아. (이름표를 손등으로 툭 치고는) 착각할 게 따로 있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튼, 이제 어떡할 거냐고. 집은 어딘지 알아?
 
최치승:그래요? (멋쩍게 뺨을 긁적이다) 몰라요. 사실 기억나는 사람도 없고... 이름도, 나이도 제대로 아는게 없는데 친구라고 기억하겠어요. (교문에서 점점 떨어지며) 글쎄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해볼까요? 형은 이제 집에 가야하죠?
 
성유찬:(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나보네. 이렇게 보고 있으니 좀 불쌍한 것 같기도 하고. 같잖은 동정심 따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처지가 불쌍해서 그런다. 하지만 나랑은 이제 상관없는 일이니까. 알아서 성불을 하든 집에 가든 하겠지.) 어쨌든간에 나는 교문 밖으로 데려다줬다. 이제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 (매정한 투로 뱉고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등을 돌렸다.)
 
유령이 교문을 나와
 
어디를 어떻게 떠돌던 간에,
 
살아있는 유찬이에게는 돌아가야 할 집이 있습니다.
 
슬슬 하교를 해야겠죠.
 
유찬이가 타야 할 버스는 168번으로,
 
교문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정류장이 보입니다.
 
조금 전 버스가 떠난 탓에
 
정류장은 텅 빈 상태로,
 
전광판은 n분 후 버스 도착을 안내하며
 
빨간 불빛을 깜빡입니다.
 
유찬이는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치승이가 은근슬쩍 유찬이를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조금 더 간다면…
 
그냥 기분 탓만은 아니었는지,
 
치승이는 진짜 유찬이를 따라오며
 
어딘가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성유찬:...아, 진짜. (기분탓인 줄 알았는데 시발. 아까부터 계속 뭐 하는 거야 답답하게? 계속 무시하려다 결국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남들 눈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미친놈처럼 보이겠지만 어차피 다들 하교해서 보는 눈도 없을 거고. 대놓고 역정을 내기 시작...) 야, 그만 좀 쫓아와 너. 집 없어?!
 
최치승:...아니, 딱히 따라가려던 건 아닌데. (라고는 말하지만... 스스로도 민망한지 헛기침을 작게 한다.) 지금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중이라니까요. 사실 지금까진 교문 밖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해서 앞으로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겸사겸사 동네구경 하는 거예요. ...이젠 말도 안 걸잖아요?
 
성유찬:말만 안 걸면 뭐해 뒤에서 자꾸 따라오는데. 여기 말고 다른 방향으로 가면 되잖아. (이놈의 버스는 언제 오는 거야... 전광판을 한번 쳐다보고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숫자에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단 하나도? 답답하네 진짜. (결국 대놓고 말 막 뱉는 중... 어차피 죽은 놈인데 무슨 상관이겠냐 싶어서.)
 
최치승:집까지 따라가진 않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차라리 뻔뻔해지기로 했는지 정류장 의자에 당당하게 걸터앉는다.) 저도 답답해요. 지난 2주 동안 아무랑도 말 못하고 혼자였거든요. 솔직히, 이제는 형이 저한테 말 걸기만 해도 좀 재미있어요. 왜 귀신들이 애꿎은 사람괴롭히는지 알 것 같고...
 
성유찬:따라오면 한 번 더 죽일 거니까 걱정 마. (미간을 구긴 채 뻔뻔하게 앉는 꼴을 쳐다보다가 의자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넌 귀신에 공감하면 어쩌자는... 아냐. 됐다. 내일 오컬트 부장이라도 찾아가보든지. 그럼 적어도 여기서 찌질이마냥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잖아.
 
최치승:제가 유령이긴 해도 악령은 아니거든요, 진짜. 그렇게까지 귀신같은 짓은 안 해요. (무릎에 턱을 괴고 한산한 횡단보도 너머를 바라보다가 미간을 살짝 구긴다.) 아니, 걔는... 미안한데 진짜 무서워요. 오히려 도망다니고 있는데, 무슨... 학교 곳곳에 저 잡으려고 이상한 트릭같은 것도 설치해놨다고요. 고양이한테 도망다니는 쥐 꼴이에요 지금. 형이 같이 만나주기라도 할 거예요?
 
성유찬:그럼 다행이고. (조금 지루한 듯 느리게 하품을 했다. 어쩌다 이런 일에 엮여서 귀신이나 도와주고 있는 건지. 역시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 평생 이러고 사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낫지 않나 싶은데.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눈에 담다가, 옆에 있는 귀신도 슬쩍 쳐다보다가, 전광판에도 한번 눈길을 주고) 그리고, 내가 미쳤다고 걜 같이 만나주냐 시간 아깝게. 딱 들어보니 미친놈 같구만... 이제 귀찮은 건 질색이거든.
 
뭐라 대꾸하기도 귀찮은 더운 여름입니다.
 
유령과 단둘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니,
 
만화인지 영화인지도 모를 기이한 풍경입니다.
 
유령도 더위를 타는 걸까요,
 
문득 그런 실없는 생각이 듭니다.
 
치승이를 한 번 쳐다보면
 
딱히 더위를 타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요.
 
그런데,
 
전에도 이런 풍경을 눈에 담았던 적이 있던가요?
 
기이한 데자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꺼져버립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버스 두 대 정도를 떠나보내고 나면
 
유찬이가 기다리고 있던 168번 버스가
 
정류장 근처로 느릿하게 다가옵니다.
 
낡은 버스라 그런지
 
차체가 멈추는 모습조차 요란하게도 보입니다.
 
버스에 오를까요?
 
성유찬:[가라]
(버스가 정류장 앞까지 오기 전, 이번에도 역시 휴대폰에 무언가를 적더니 네게 보여준다. 역시 사람들 앞에서 허공과 얘기하는 미친놈으로 보이기는 싫었는지.)
... (문이 열리고 천천히, 말 없이 계단을 오르며 카드를 찍고선 반대편 창가에 앉는다. 전혀 뒤돌아 보지도 않고. 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최치승:거 칼같으시네. (휴대폰 메모를 들여다보더니 피식 바람 새는 웃음을 흘리곤) 그거 알아요? 유령은 버스비 공짜에요. (징글맞게도 너를 따라 버스에 오른다...)
 
성유찬:이 개... 내가 분명 꺼지라고 했는데? (결국 못 참고 폭발; 버스 기사님이 의아하게 쳐다보시겠지만 아랑곳 않고 화낸다.)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씹... (중얼중얼... 열심히 욕하면서 1인용 좌석에 앉음. 제발 여기서 사라지라는 눈빛을 노골적으로 보내며...)
 
최치승:어, 괜찮아요? 다 쳐다보는데. (어차피 못 맞으니까 깐죽거리기...) 말 안해도 꺼져주려고 했는데, 형이 괜히 섭섭하게 하잖아요. (1인용 좌석 옆에 당당하게 버스손잡이를 잡고 서며ㅋㅋ) 하... 여자애도 이렇게 열심히 따라다녀본 적 없을 것 같은데. 저도 제 처지가 슬퍼요.
 
성유찬:죽어 좀. (이자식한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지만 가장 타격 없을 그 단어!! 경멸스러운 눈으로 옆을 쳐다보다가 그냥 창밖으로 눈을 돌려버린다.) 미친놈.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긴 지었나보다. 웬 시커먼 게 자꾸... (버스가 덜컹거리는 내내 중얼중얼 욕을 씹고 있다.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설마 우리 집까지 쫓아오는 건 아니지?
 
어디든 유찬이가 자리를 잡는다면
 
버스는 덜컹거리며 출발합니다.
 
치승이는 당당하게 유찬이의 주변에 서서
 
창밖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피곤한 일도 많았고,
 
열받는 일도 많고,
 
화를 식히다보면
 
해가 큰 건물들을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에
 
유찬이는 조금 나른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
 
...
 
서서히 졸음이 쏟아져
 
눈이 감깁니다.
 
좁아진 시야 틈 사이로 보이는 치승이의 얼굴이
 
노을 진 햇빛을 투과해
 
투명하게 일렁입니다.
 
성유찬:
정신
기준치: 81/40/16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최치승:
(To GM)rolling 1d100<80
 
(
42
 
)
 
 
=
1 Success
 
유찬이는 눈앞에 일렁이는
 
이 기묘한 감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아, 그래요.
 
나는 어디선가 당신의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왜 이런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
 
그때,
 
유찬이의 몸이 급격한 반동에 의해 앞으로 쏠립니다.
 
몸에 가해지는 큰 충격으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금 늦게 인식하게 됩니다.
 
성유찬: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재빨리 무언가를 붙잡은 덕분에 넘어지진 않았지만,
 
유찬이는 주변이 소름 돋게 공허해졌음을 느낍니다.
 
고개를 돌리면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버스에 있던 모든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최치승조차 말이에요.
 
주변이 온통 새까맣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버스의 창밖이 온통 새까맣습니다.
 
이것은 평소에 볼 수 있던 밤의 어둠과는 조금 다릅니다.
 
'무언가'가 버스의 외벽을 덮고 있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치승이는?
 
그리고 …저건 대체 뭐죠?
 
성유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라고,
 
어딘가에서 무너져가는 노이즈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버스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에요.
 
아마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성유찬:꿈 한번 드럽게 실감나네... (살갗에 소름끼치게 닿는 공허함을 애써 무시하고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곧 망설임 없이 버스 밖으로 나가본다. 최치승한테 꺼지랬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한 게 아니었는데. 이 기이한 상황을 애써 꿈으로 치부하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문틈,
 
창문의 틈,
 
바닥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검은 무언가가
 
유찬이의 발목을 세게 붙듭니다.
 
그것들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불경한 소리를 내며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고,
 
증식하며,
 
유찬이를 빠르게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성유찬:
SAN Roll
기준치: 84/42/16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유찬:1
 
.
 
.
 
.
 
.
 
.
 
.
 
유찬이가 눈을 뜨면
 
가까운 거리에서 치승이의 얼굴이 보입니다.
 
성유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치승이가 입은 교복이
 
어딘가 새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명찰에 새겨진 치승이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최치승:여기는 사람 없으니까 대답해봐요.
이 학교에서 저를 볼 수 있는게… 형밖에 없거든요.
 
어쩐지 익숙한 대사가 아닌가요?
 
성유찬:...분명 버스에 타고 있었는데... (꿈치고는 너무... 대체 몇 개를 꾸고 있는 거야?) 장난 그만 쳐라 너. 재미없으니까.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분명 눈 앞의 치승이는
 
고작 몇 시간 전에 유찬이에게 했던 말을 읊어냈습니다.
 
최치승:...네?, 그게 무슨... 형.
 
그런데,
 
마냥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만 같았던 치승이의 표정이
 
천천히 어두워집니다.
 
곧 낙심한 기색까지 보이더니,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깊은 한숨을 푹 내쉽니다.
 
잘만 말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말이에요.
 
치승이는 전에 하지 않았던 혼잣말을 합니다.
 
최치승:아니, 왜 또 여기야.
 
결국엔 어딘가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성유찬:...뭔데 또. 재미없다니까. (꿈이 아니라고 하기엔 이상한 일들투성이지 않나? 의아한 눈빛을 하고는 네가 입을 열길 기다리다가, 결국 못 참겠는지 한 번 더 되물었다.) 뭐냐고 이거. 설명 좀 해봐.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리는 복도에 서 있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선생님의 목소리와
 
학생들이 의미없이 의자를 끄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옵니다.
 
지금은 여전히 수업 시간입니다.
 
여전히라는 표현이 어울릴까요?
 
정정하자면,
 
지금은 다시 수업 시간입니다.
 
최치승:무리하게 나가면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고 얘기했잖아요. 아, 안했었나...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곤 조금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든다.) ...적어도 이번엔 성공한 줄 알았는데.
 
성유찬:... ... (열심히 상황 파악 중. 그래서 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죽은 건 너고, 난 살아있다고. 지금은 다시 수업 시간이지만, 이쪽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너만 돌아오면 되지 왜 나까지 끌어들여?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야, 이제 너 안 도와줄란다. 나는 무슨 죄냐고. 알아서 해 죽든 살든.
 
최치승:...저도 잘 몰라요. 아는게 별로 없다고 했잖아요, 누군가 같이 돌아온 것도 처음이고. 원래 저 혼자만 교문 밖으로 나갔으니까... (벽에 기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싶더니) 나가는 건 소용없는 것 같네요. 포기할래요, 저도.
...이렇게 된 건 미안해요. 딱 하나만 더 들어주면 이제 더 귀찮게 안 할게요. 살든 죽든 하죠 뭐.
 
성유찬:내가 들어줘야 할 게 하나 더 있어? (진심으로 당혹스러운 얼굴) 뒤질 때 양심도 갖고 뒤졌나봐. (이걸 들어줘 말아, 그렇게 한참을 고민한다. 시선은 낡은 칠판에 고정되어 있지만 사실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올 리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흰색 글자들을 찬찬히 훑다가 의자 등받이에 조금 더 기댄다.) 일단 들어보긴 해줄게. 뭔데.
 
최치승:말마따나 죽은 사람이 양심이 어디있어요. 저도 원래 누구 이렇게까지 귀찮게 하는 사람... 유령 아니거든요. 죽었어도 의식은 있는데 어떻게 해요? 살길은 찾아야지. ...이렇게 어설프게 유령일거면 차라리 악령이면 나을 뻔했죠. (어두운 낯으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 어차피 못 나갈거라면 이 안에서라도 좀... 편하게 있고 싶거든요. 오컬트부 부장이 만들어 놓은 트랩만 같이 좀 찾아주세요. 그럼 이번엔 진짜로 형 눈 앞에서 꺼져줄게요.
 
성유찬:(사실 성유찬은 상대가 무엇을 말하든 들어줄 생각 따위 없었다. 피곤하고, 재미없고, 본인한테 이득될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 메모장에는 ㅗ 하나가 띄워진 채 커서만 깜빡대고 있었다.)
... ...이번이 마지막이야. (눈은 여전히 칠판에 고정한 채 홀드 버튼을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꺼지고, 주변을 슬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탁 들어주면 진짜 내 앞에서 사라지는 거다.
 
최치승:(멍하니 'ㅗ' 바라본다. 앞으로 한 삼일은 귀찮게 굴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형 은근... (쉽네요...? 하려다가 마음이 바뀔라 얼른 입을 다물고 다시 앞장을 선다.) 그렇다니까요. 언젠가 염라대왕한테 가면 형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도 해놓을게요.
 
성유찬:(이새끼 방금 뭐 말하려고 하지 않았나? 욕이나 박아주고 다시 앉으려다가 그냥, 아마도 네 발이 있을 것 같은 부분을 힘주어 밟고 조금 앞서서 교실 뒷문을 열고 나왔다. 수업 시간이지만 뭐... 알 반가.) 너 앞으로 한 번만 더 개소리하면 반으로 다시 들어갈 거야. 평생 니 얼굴 안 보게 셀프로 눈알 파기 전에 그냥 다물고 있어.
 
치승이가 처음으로 유찬이를 데려가는 곳은
 
음악실입니다.
 
여기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걸까요?
 
별다른 기척이나 기운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유찬이가 음악실 내부를 제대로 둘러보기도 전,
 
치승이는 뜬금없이 피아노 앞으로 걸어가
 
건반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딱히 연주하는 건 아니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피아노 자체에서는 별 느낌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거에요,
 
유찬이처럼 치승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어딘가에서 느껴진다는 겁니다.
 
심지어 하나가 아닙니다.
 
대여섯 개는 되는 시선이
 
치승이에게로 꽂히는 게 느껴집니다.
 
최치승:저거 봐요.
 
치승이는 칠판의 위를 가리킵니다.
 
유찬이가 그곳을 쳐다보면,
 
칠판의 위에 고전 음악가의 초상화가
 
두 점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성유찬: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데요...
 
평소에 음악과 거리가 멀었나요?
 
성유찬:(아무리 음악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이건 에바지)
 
에바니까 한번만 더 해봅시다
 
성유찬:(12년동안 배운 음악 지식을 모조리 꺼내본다)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동안... 음악수업을 졸았나봅니다...
 
성유찬:(습... 누구더라 ㅎㅎ)
 
그래도 한명은 알 것 같네요.
 
그 중 하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초상화임을 겨우 알아봅니다.
 
성유찬: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멀끔해진 얼굴)
 
성유찬:
기준치: 50/25/10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마도 왼쪽의 초상화가 말이에요.
 
그런데,
 
프린팅된 초상화니까
 
원래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들의 시선은 정확히
 
왼쪽 아래에 위치한 치승이에게 꽂혀있습니다.
 
칠판 위의 초상화뿐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면
 
벽면에 걸린 네 점의 초상화 역시
 
전부 치승이를 향해있습니다.
 
성유찬: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최치승:저거 밤마다 밖으로 나와서 저 쫓아다녀요. (피아노에서 슬금슬금 떨어져 유찬이 팔 툭툭...)
 
밖으로 나온다니…
 
그림이 액자 밖으로요?
 
제령'술'치고 꽤 물리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성유찬:말이 되냐 그게? (여전히 못 믿는 눈빛+자기 일 아니라고 막말) 던져서 깨버리면 되지. 새끼가 약해빠져가지고. (뭐가 어렵냐는 듯 의자 하나를 가져와 액자 밑에 세워두더니 그대로 올라가 액자 하나를 건드려본다. 초상화의 눈이 아직 치승이를 향해 있나...?)
 
최치승:아니, 영화같은 데서 저런거 함부로 건드렸다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요? 저주에 걸리거나 잡아먹히거나 암튼 큰일 나던데... (입 떠억 벌림) ......저기요?
 
초상화의 눈이 도륵 구르더니
 
유찬이를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마치 소리에 반응하듯이요.
 
성유찬:이게 영화냐? 너 그런 거 제발 그만 좀 봐. (진짜 한심하다는 투...) 그림이 사람 잡아먹는 거 봤냐? 넌 이미 뒤진 애니까 그렇다 쳐도. (이거 봐라... 재밌네. 툭툭 건드리던 초상화를 결국 하나 가지고 내려온다. 누가 이기나 보자... 가까이 있는 책상 위에 띡 엎어둠) 자. 이러면 못 꼬라보지.
 
액자를 건드리면,
 
초상화의 인물은
 
당장이라도 유찬이의 손가락을 씹어먹을듯
 
제 아가리를 쩌억 벌립니다.
 
성유찬: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ㅋㅋ복싱선수한테 덤비네
 
성유찬:ㅋㅋ복싱선수한테 덤비네
 
아무일도 없습니다^^
 
성유찬:납작한 게 까불어 (ㅋㅋ)
 
액자는 힘없이 책상 위에 엎어지는 ENDING
 
성유찬:넌 이런 놈들한테 발렸냐? (이딴 소리나)
 
최치승:(진짜 어이없다...)
초상화가 그 밖으로 나오는 것도 충분히 영화같은 상황이거든요. 솔직히 저는 제가 유령인 것도 아직 안 믿기는데...
아무튼, 주문을 찾아야죠. 무작정 찾으려고 하면 쟤네가 귀찮게 구니까, 제가 피아노로 시선 끌고 있을게요. (다시 피아노쪽으로 어슬렁 걸어감...)
 
성유찬:또 뭔 주문을 찾아야 돼? 진짜 별... 같잖은 걸 다 시킨다 형한테 그치. (정말 귀찮은 얼굴로 주변을 한번 휭 둘러보고는 칠판에 시선을 고정한다. 뭐라도 써 있는지...)
 
수업 이후 칠판을 제대로 지우지 않았는지,
 
필기체로 쓰여있는 글은 대부분 흐릿하게 남아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찬이는 피아노/벽면의 초상화/책상을 조사해 볼 수 있습니다.
 
성유찬:(피아노...는 저 귀신이 끔찍한 연주 중이니까 굳이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책상들부터 열심히 살펴보기로...)
 
최치승:(떴다떴다 비행기 치는중)
 
성유찬:너는 예술쪽은 안 되겠다. (이럼)
 
최치승:형은 피아노 잘쳐요? ㅡㅡ
 
성유찬:너보단 나을 듯.
 
최치승:비슷할 듯?
 
성유찬:(결국 피아노까지 가서 치승이를 한 대 칩니다)
 
최치승:(슉~ 통과)
 
성유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빡쳐)
 
성유찬:죽으면 그만이야... 죽어서 스파링 뜨면 되는 거야... (열심히 무시하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아노 아래에 떨어져 있는 포스트잇 메모를 발견합니다.
 
메모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악보가 있는 위치에'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성유찬:악보가 있는 위치에, 뭐. 말을 끝까지 해야지 최치승도 아니고. (그냥 시비)
(헤헤 보고 싶었던 책상도 훑어봅니다요^^)
(책상 보기 전에 혹시... 피아노에 악보 같은 게 올려져 있나? 부터 살펴봅니다 와리가리 레전드)
 
피아노 위는 깔끔합니다.
 
음악 선생님이 모두 잘 정리하셨나봐요.
 
성유찬:(아쉽..)
 
'어느쪽' 책상을 먼저 확인하나요?
 
성유찬:(8개 다 살펴볼 수 있나요?!)
 
책상은 지정해주셔야 합니다!
 
성유찬:(뒷문쪽... 책상...??!)
 
뒷문과 가장 가까운 책상에게 다가갑니다.
 
그때,
 
벽면 세 번째 초상화에서
 
끼긱,
 
하고 뭔가가 긁히는 소리가 납니다.
 
다른 초상화는 전부 치승이를 쳐다보고 있지만
 
검은 초상화만은 명백히 유찬이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형체가 점점 액자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책상은 신중해서 선택해야 할 것 같네요.
 
최치승:뭐, 뭐야? (갑자기 당황해서 피아노 아무렇게나 두들김) 뭐 건드렸어요?
 
성유찬:아니 나는 책상 본 것밖에 없는데 괜히 지랄이야... (식은땀)
 
다른곳부터 볼까요?
 
성유찬:(싸가지없이 이쪽을 쳐다본 게 빡치니까 책상 보던 걸 중단하고 초상화를 보러 갈래요)
(혹시 벽면의 초상화도 몇 번째 초상화인지 지정해야 하는가요!?)
 
아니요!
 
성유찬: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그 중 둘이 브람스, 베토벤의 초상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성유찬: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습.
 
한 번더?
 
성유찬:(심한 욕)
(손에 네잎클로버 모양 그리며)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거지)
 
민간신앙 짱이네
 
성유찬:(뿌듯)
 
그 중 두번재가 브람스, 네번째가 베토벤인 것 같네요.
 
세 번째 초상화는 누구를 그린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런 게,
 
그림자처럼 검은 형체에
 
눈만 백색으로 칠해진 이상한 초상화니까요.
 
음악실에 원래부터 저런 괴기한 초상화가 붙어있었나요?
 
성유찬:사실 저주받은 학교였다든가... (혼자 무언가 열심히 중얼거리다가 베토벤 초상화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악보... 같은 게 있으려나?)
 
베토벤의 초상화를 살펴보면,
 
칠판에 적힌대로 악보를 들고 있는 베토벤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성유찬:(이 액자를... 열심히 꼬라본다.)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쪽지는 '악보가 있는 위치에' 라고 했죠.
 
그 악보는 혹시 초상화에 그려진 악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성유찬:(음... 눌러보라는 건가? 악보가 그려진 곳을 어떻게... 뭐... 주먹으로 퍽 쳐본다)
 
어라... 죄 없는 초상화가 얻어맞습니다.
 
성유찬:(사과는 안 함)
 
악보가 있는 초상화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위치에 따른 책상을 확인하는 건 어떨까요?
 
성유찬:(악보에 있는 멜로디를 치면 되나? 라고 할 뻔~ 베토벤이 첫 번째에 있으니까... 1번 책상을 확인해 보도록 하궜어요)
 
아마... 본다 해도 치승이는 그 악보를 칠 수 없을 것입니다.
 
성유찬:(ㅋ)
(뒤에서 살짝 비웃는다)
 
책상 밑을 만져본다거나
 
고개를 숙여서 본다면,
 
책상 밑에 직사각형의 종이가
 
지저분하게 붙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면밀하게 쳐다본다면
 
종이 안에는 빨간 글씨로
 
한자가 기묘하게 쓰여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성유찬:
오컬트
기준치: 6/3/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아무래도 부적인 것 같습니다.
 
최치승:찾았어요? (피아노 뚱땅뚱땅 치며)
 
성유찬:이런 걸 내가 알아볼 수 있을 리가... 무슨 부적 같은 걸 찾긴 했는데. (공중에 팔랑팔랑 흔들며) 이마에 붙여볼래?
 
최치승:보통 부적은 유령 쫓으라고 있는 거 아니에요? 형 또 저 제령시킬 생각이죠. (뒷걸음질...) 딱 봐도 불길한데. 빨리 그거 찢어요.
 
성유찬:친히 성불시켜주려는 거잖아. 뭘 모르네. (어깨를 으쓱이고는 부적을 반으로 주욱 찢었다.) 별 짓을 다 해놨다 진짜. 아저씨는 거기서 계속 비행기나 치세요.
 
최치승:보통 퇴마...라고 하잖아요, 성불이 아니라.
 
유찬이가 부적을 찢자
 
초상화들의 시선도 정면으로 돌아가고,
 
액자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 나오던 검은 형체 역시 사라집니다.
 
성유찬:
정신
기준치: 81/40/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부적을 찢었지만 유찬이 본인에게는 특별한 일이 없네요.
 
당연한 일이겠죠.
 
이렇게 음악실에서 한바탕 소란을 떨고 나오면
 
치승이는 굉장히 만족한 얼굴로,
 
두 사람이 다음으로 가야 할 행선지를 말합니다.
 
최치승:다음은 컴퓨터실…아.
 
아니,
 
성유찬:oO(또 있어...?!)
 
말을 하려고는 했는데
 
끝까지 잇지 못하고 표정이 굳습니다.
 
시선이 앞에 고정된 걸 보면
 
무언가를 보고 저러는 것 같은데,
 
유찬이가 주변을 돌아보면
 
이번에도 딱히 특별한 무언가는 없습니다.
 
그냥 여러 특별실과 동아리 부실들이 있는 빈 복도인데
 
뭘 보고 저러는 건지….
 
성유찬:이 새끼 또 어줍잖은 연기하네. 왜 이러는데? (못마땅...)
 
최치승:...잠깐 볼일이 생겼어요. 형, 컴퓨터실 좀 보고 있어봐요.
 
라는 말만 남기고
 
벽을 통과해서 어디론가 빠르게 사라져 버립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요.
 
성유찬:... ...지 혼자 영화찍고 드라마찍고 지랄났다니까. (내가 왜 얘 말을 듣고 있지? 쫓아가고 싶어도 벽을 뚫고 다니니 잡으러 갈 수도 없다. 그래서 혀를 차며 얌전히 컴퓨터실로 들어갔다.)
 
치승이가 말한 의문의 컴퓨터실입니다.
 
앞문은 교사용 전자록으로 잠겨있고,
 
유찬이는 열려있는 뒷문으로 들어갑니다.
 
전등은 꺼져있지만,
 
창문의 블라인드가 전부 걷혀있어 밝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도 뭔가 찾으려면 아무래도 전등을 켜는 게 낫겠죠.
 
전등 스위치는 앞쪽 벽에 있습니다.
 
성유찬:(앞으로 걸어가 스위치를 눌러 켠다. 탁...!)
 
그러나
 
유찬이가 컴퓨터실 안으로 완전히 몸을 옮기면,
 
쾅.
 
하고 뒷문이 세게 닫힌 채 열리지 않습니다.
 
문고리를 잡고 돌려도 역시 돌아가지 않네요.
 
이 문…
 
안에서 잠그는 구조인데 말이에요.
 
환하게 걷혀있던 창문의 블라인드 역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부 쳐져,
 
컴퓨터실 내부는 삽시간에 어두워집니다.
 
전등은 이상하게 켜지질 않아요.
 
블라인드를 다시 걷어보려고 해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유찬이는 이 어두운 컴퓨터실 안에 홀로 갇히게 됩니다.
 
…정말 홀로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성유찬: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유찬이가 컴퓨터실에 갇히기 무섭게,
 
꺼진 모니터들이 갑자기 불규칙적으로 켜지기 시작합니다.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기계음이
 
어딘가 괴랄하게도 들립니다.
 
앞면의 커다란 스크린 역시 갑자기 밝은 빛을 내며,
 
화면 위로 어떠한 문자가 떠오릅니다.
 
q l 3 H
 
ql3H ?
 
저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기도 전,
 
스크린 위의 커다란 스피커에서는
 
맑은 소녀의 음성이 출력됩니다.
 
성유찬:뭐 어쩌라는 거야 그래서... (성유찬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사람들 겁주려고 공포의 집 같은 데서 인위적으로 만든 어설픈 시설같이 보여서 흥미가 없다... 최치승이 있었으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조금 궁금하긴 한데.)
 
컴퓨터실 내에서 볼거라고는...
 
저 켜진 모니터들밖에 없겠죠.
 
성유찬:일단은 음. 스크린에 써 있는 알파벳부터 볼까? 뭔 말인진 모르겠는데. (H가 끌리니까 H 컴퓨터를 볼래용)
 
컴퓨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지 않고,
 
바탕화면에 눈에 띄는 메모장 폴더가 있습니다.
 
H 컴퓨터의 메모장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C
 
B
 
성유찬:누가 여기다 욕을 써놨어... (이 컴퓨터들을 보라는 건가? 누구 똥개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일단 B컴퓨터를 볼래여)
 
아 이런, 낭패입니다.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조작할 수 없네요...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금 전 들은 소녀의 음성이 생각납니다.
 
반복되는 단어가 하나 있었죠.
 
성유찬:아... 거울?
 
거울 속에 q13H를 비춰보면 무언가 나오는 걸까요?
 
성유찬:HElp... 그래서 뭐! 지금 이렇게 도와주고 있잖아! (슬슬 화남)
 
방금 H 컴퓨터를 봤었죠.
 
다음은 어느 컴퓨터를 볼까요?
 
성유찬:다음은... (갑자기 침착해지며) C를 봐야겠다
 
C 컴퓨터를 조작해보자
 
역시 비밀번호가 걸려있습니다.
 
성유찬: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 최치승이 옆에 있었음 알았으려나? (하고 생각하다가... 어림도 없지. E 컴퓨터도 한번 봅니다요)
 
E 컴퓨터 역시 비밀번호가 걸려있네요.
 
뭔가를 입력해볼까요?
 
성유찬:(HElp... 적어본다. 설마 이렇게 쉽게 해놨겠어? 에이 설마.)
 
이게 아닌가봅니다...
 
성유찬:(그러면... pl3H도 적어본다...)
(잘못 적음. p가 아니라 q)
 
성유찬:다행이다... (진짜 이거였으면 너무 슬펐을 듯...)
 
왜 슬퍼하는거야
 
성유찬:이렇게 쉬운 게 답이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허공에 대고 말함)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분명 방금 전의 H 컴퓨터는 열려있었는데요.
 
만약 그 컴퓨터가 유일하게 열려있는 컴퓨터라면,
 
어떠한 단서가 그곳에 남아있지 않을까요?
 
성유찬:C B 말고는 없던데... (일단 다시 H 컴퓨터로 가본다. 메모장 말고 더 볼 게 있나?)
 
(바로 그거에요 그거)
 
성유찬:(어................... 그러면... ㅋㅋㅋㅋ B 컴퓨터에... HElp를 입력한다...?)
 
이게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성유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탈출을 다 최치승한테 시키는 이유가 있습니다.
(E 컴퓨터에 CB를 입력해본다...........^^) 씨발...
 
정말 CB입니다...
 
E 컴퓨터의 잠금이 허무하게 풀리고,
 
바탕화면에는 역시나 메모장이 있습니다.
 
메모장 안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O
 
A
 
성유찬:(그러면... 이제 L 컴퓨터에 가서 OA를 쳐본다...)
 
이제는 패턴을 알았습니다.
 
L 컴퓨터 역시 메모장이 있네요.
 
M
 
C
 
라고 적혀있습니다.
 
성유찬:이거 메모장 하나하나 만들어서 알파벳 적고 저장버튼 툴러서 컴퓨터 하나하나 비밀번호까지 설정해 둔 노력이 참 대단들하다. (P컴퓨터에 M C를 입력합니다^^)
 
…철컥,
 
하고,
 
앞문의 도어락이 자동으로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성유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컴퓨터실의 안,
 
어떠한 모니터에서
 
노이즈 낀 무너져가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어딜 살펴보아도,
 
어디에 귀를 기울여도
 
이 이상은 들리지 않습니다.
 
컴퓨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부 꺼져버렸는데,
 
대체 어디에서 소리가 들려온 걸까요.
 
곱씹어보면 비밀번호만 해제했을 뿐
 
딱히 주문에 관련한 특징적인 것을 찾지 못하긴 했습니다.
 
아직 컴퓨터실에 유령이라도 남아있는 걸까요.
 
근데,
 
아니,
 
애초에 컴퓨터실에서 뭘 해야 하는지
 
치승이에게서 들은 것이 없는 유찬이입니다.
 
컴퓨터실은 내버려두고
 
우선 치승이를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유찬:방탈출 씹... (심한 욕) 내가 학교에서 이런 짓까지 해야 돼? (개열받은 얼굴로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찾으면 뒤졌어... (왜...?)
 
유찬이가 다시 복도로 나오면…
 
이제 치승이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주변을 둘러보면
 
음악실,
 
방금의 컴퓨터실,
 
여러 동아리 부실,
 
등등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치승이가 오컬트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네요.
 
성유찬:(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는 오컬트부실로 향합니다...)
 
오컬트부의 부실은
 
그것의 아이덴티티를 증명이라도 하듯
 
밖에서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귀신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찬이가 부실 가까이 가면,
 
열린 문틈 사이로
 
뼈마디가 돋보이는 가는 팔이 튀어나와
 
유찬이의 팔목을 세게 붙잡습니다.
 
???:너, 악귀, 악귀에 씌였어. 악귀라구. 그건 악귀야!!
 
팔의 주인은 문의 안쪽으로 유찬이를 끌어당기며,
 
음침하고도 불길한 이야기를 반복해 중얼거립니다.
 
성유찬: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유찬: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근력
기준치: 30/15/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
 
분명 끌어당기고 있는데…
 
되려 팔의 주인공이 종잇장처럼 끌려 나옵니다.
 
힘이… 그리 센 것 같지는 않네요.
 
성유찬:(웬 뼈다귀가...)
 
정리되지 않은 검은색 지저분한 곱슬머리.
 
다크서클,
 
음산한 분위기.
 
유찬이는 이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 같은 반인데,
 
명찰을 살펴보면
 
이름은 '나현아'라고 적혀있습니다.
 
설마 치승이가 말했던 그 오컬트 부의 부장일까요?
 
나현아:나, 나, 나는 그냥 너를 도와주려고 헀을 뿐이야!!
 
성유찬:도와준다는 사람이 다짜고짜 반 친구한테 악귀에 씌었다느니 어쩌니 그런 말을 해? (이쪽이나 저쪽이나 못마땅한 건 매한가지...)
 
나현아: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네가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주변을 살피며 부실 쪽으로 주춤주춤 움직인다.) 잠깐 들어와 봐...
 
성유찬:(어안이 벙벙;) 아니 어이가 없... 아 뭔데? (정말 안 들어가고 싶게 생긴 부실인데... 일단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들어가본다.)
 
부실 안은 암막 커튼이 쳐져 있어
 
아까의 컴퓨터실만큼 어둡지만,
 
해골모양의 빛나는 장식품들과
 
작은 스탠드등을 곳곳에 배치해두어
 
전체적으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대비가 크다는 인상입니다.
 
부실의 중간에는 검은 천으로 덮인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보라색 투명구슬이
 
두 사람을 비추며 빛나고 있습니다.
 
나현아:너!!!! 곧 먹힐 거야. 악귀한테! 살고 싶으면 당장 제령해!! (너를 투명구슬 앞에 앉혀두곤 꽤나 흉흉한 표정으로 말한다.)
 
성유찬:... ... ...
...나 간다. (드르륵)
 
나현아:아니, 아니, 아니! 어디가?!?! (덥썩)
 
성유찬:악귀가 먹긴 뭘 먹어... 니가 최치승이냐?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약간 신천지 보는 듯한 얼굴)
 
나현아:최치승이 누군데?! (약간 억울한 얼굴...) 네 옆에 따라다니는 그게 그렇게 말해? 뭐든 악귀가 스스로 악귀라고 말하는 거 봤어?
 
성유찬:(음. 듣고 보니 얘 말도 일리가 있다. 어떤 멍청한 악귀가 지 스스로 악귀라고 말하겠... ... ...)
...야 잠만. 나 여기 있으니까 너한테 옮는 거 같다. 먼저 가볼게. 혹시 최치승 보면 내가 찾고 있다고 말해줘 고마워.
 
나현아:중요한 건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자꾸 어딜 가, 간다고 하는거야? (주섬주섬 가방에서 두툼한 책을 한 권 꺼내 네 앞에 펼쳐놓는다.)
 
나현아:교실로 가. 교실에 있어, 내 주술책이랑 거울.
그걸로 악귀를 제령해야 해! 제령하지 않으면 너는 곧 먹혀!
 
성유찬:...근데 걘 그닥 악귀처럼 굴지 않던데? (아닌가? 행동거지 보면 악귀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 그럼 음악실이랑 컴퓨터실에 장난쳐둔 것도 다 너야? 그렇게 없애고 싶으면 직접 하지?
 
나현아:네가 악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악귀는 원래 친근하게 다가온다고...! 그게 다 네 몸을 노려서 그러는 거야. (자기 머리카락을 베베 꼬다가) 그, 그건... 걔는 나만 보면 도망 가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나, 나는 노력했어......
 
성유찬:그런가? (점점 설득 당하는 팔랑귀.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알았으니까 일단 여기 있어 내가 교실에 가볼 테니까. (이게 맞아...? 교실로 향하면서도 어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눈치)
 
나현아:조심해야해..! 악귀에게 속으면 안돼. (거듭 당부하며 음산하게 혼자 무언가를 중얼중얼거린다.)
 
성유찬:(내가 봤을 땐 쟤가 더 악귀 같은데...)
 
매미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창 너머의 운동장에는
 
뒤늦게 하교하는 몇몇 학생들과
 
운동장을 뛰는 야구부 부원들이 보입니다.
 
유찬이는 다시 3학년 1반 교실에 돌아왔습니다.
 
나현아가 말한 제령에 사용되는 물건들은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교실에 무언가 찾아볼 만한 곳이라고 해도…
 
교탁,사물함,책상 뿐인 것 같습니다.
 
성유찬:(주술책이랑 거울 같은 게 교탁...에 있을 리가. 사물함을 먼저 뒤져본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유찬이는 분명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었던 사물함의 이름표가
 
치승이의 이름으로 변해버린 것을 눈치챕니다.
 
존재가 먹힌다는 게 역시 이런 의미일까요.
 
나현아의 사물함은 상당히 알아보기 쉬운 편입니다.
 
딱 봐도 오컬트 느낌이 나는 여러 스티커가
 
한 사물함에 붙여져 있습니다.
 
성유찬:(진짜 먹히고 있는 거라고? 이 배은망덕한 새끼 그렇게 열심히 도와줬는데 은혜 갚진 못할망정... 일단 바뀐 이름표를 뒤로 하고 이상하게 생긴 사물함을 열어본다. 본인 취향에 안 맞아서 꽤나 구려 보이는 스티커들...)
 
나현아의 사물함을 열어본다면,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손거울을 발견합니다.
 
이걸 사용하라고 했었죠?
 
성유찬:(살짝 빼온 뒤 사물함을 닫고 이번엔 책상도 뒤져본다. 어딘가 도둑놈 같다)
 
나현아의 책상 역시…
 
상당히 알아보기 쉽습니다.
 
이것저것 이상한 주문들을
 
다채로운 색깔로 책상 위에 낙서해뒀거든요.
 
아래의 책상서랍을 살펴본다면,
 
유찬이는 또 어딘가 익숙한 표지의 책을 한 권 찾습니다.
 
제목은 <오컬트 주문의 시전법 -2> 입니다.
 
성유찬: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이런 책들을 써내는 거야 종이 아깝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니 펼쳐봅니다...)
 
성유찬:
자료조사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찬이는 나현아가 설명해줬던 두 가지의 주문을 쉽게 찾습니다.
 
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유찬:어찌됐든 최치승을 찾아야 하는 건 마찬가진데. 대체 어딜 간 거야? (한 손에는 작은 손거울...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이상해 보이는 책... 지금 제 꼴이 굉장히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제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놓고... 치승이 찾으러 갈 생각)
 
최치승:그거 나한테 쓰려고요?
 
유찬이가 책을 막 덮으면
 
누군가가 유찬이의 옆에 끼어듭니다.
 
볼 것도 없이 최치승입니다.
 
최치승:(눈을 가늘게 뜨고 유찬이를 흘깃 쳐다보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지금껏 같이 다닌 정이 있죠. (유찬이의 책상에 올려진 책을 가져간다.)
 
성유찬:(같이 다닌 지 얼마나 됐다고...) 뭐 하다가 이제 기어와? 아까 어딜 갔었던 거야. 너 때문에 나 혼자 컴퓨터실에서 이상한 일 겪었잖아. (또 남 탓...)
그리고 성불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그냥 그 책 내용대로 하는 게 어때. 그럼 적어도 평생 여기서 썩진 않을 텐데.
 
최치승:아까는... 그 오컬트 부장이 이쪽을 뚫어져라 보고있길래, 잠깐 피한 거였어요. (책장을 몇 장 슬렁슬렁 넘겨보다 고개를 들어 네 눈을 바라본다.) 진정하고 들어봐요, 되게 뜬금없는데 기억났어요.
내가 여기서 나가려고 했던 이유 말인데요…
 
치승이는 주문이 적힌 책을 경계하는 듯
 
몸을 뒤로 뺐다가,
 
무언가 고민하는 얼굴로 유찬이와 시선을 맞춥니다.
 
고작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을 뿐인데
 
왜 이토록 불안한 기시감이 드는 것일까요.
 
치승이의 옆얼굴로 쏟아지는 노을 진 햇빛이
 
그것을 투과해 투명하게 일렁입니다.
 
자꾸만 밀려오는 이 기묘한 감각에
 
호흡이 멎을 것만 같습니다.
 
성유찬:
정신
기준치: 81/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언젠가의 기억입니다.
 
흰 천장과 낡은 벽,
 
침대 하나 놓여있는 것 외에는 텅 빈 넓은 방.
 
유찬이는 침대 위에 앉아있고,
 
치승이는 그런 유찬이를 옆에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불편한 공기와 긴 적막이 감돕니다.
 
먼저 운을 뗀 건 누구였을까요,
 
두 사람 사이에 몇 번의 대화가 오갑니다.
 
너무도 정적이고,
 
우울하고,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치승이의 시선을
 
당신은 끝끝내 피합니다.
 
치승이의 마지막 말로 대화는 끝이 납니다.
 
이 기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몽롱하고 불확실한 기억의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확실한 것 하나는,
 
언젠가의 네가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한 것.
 
그리고…
 
최치승:집에 돌아가요. 데리러 왔으니까.
 
네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것.
 
.
 
.
 
.
 
.
 
.
 
.
 
온종일 보고 들었던
 
'돌아가자'는 메세지입니다.
 
어디로?
 
왜?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뇌리에 감돕니다.
 
알고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텅 빈 정보입니다.
 
누군가 억지로 삭제한 것만 같은 공간에서
 
유찬이는 스스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치익-
 
그런 빈 공간을 메꾸기라도 하듯,
 
노이즈 섞인 불쾌한 기계음이
 
직접적으로 유찬이의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뇌에 전극을 심어둔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토기를 간신히 눌러 담습니다.
 
 
노이즈가 멎습니다.
 
울렁거림과 메스꺼운 감각의 끝에,
 
유찬이는 몇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여기는 가상현실이고,
 
치승이는 유찬이를 꺼내기 위해
 
이 가상현실에 함께 발을 들였다는 사실이요.
 
프로그램의 오류로 기억을 잃게 된 치승이는
 
라는 사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애초에 우리가 나가야 할 곳은
 
교문이 아닌
 
이 가상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거나,
 
아예 나가거나…
 
둘 중 하나인 거네요.
 
아마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버그라는 건,
 
성유찬: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아마 이걸 의미하는 거겠죠,
 
'돌아가야 할 곳' 말이에요.
 
차원을 넘어온 괴물은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곳이 없는 악령이라면 누군가의 육신으로.
 
…우리는 우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우리에겐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돌아가야 할
 
온전한 장소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그것은 유찬이 스스로 피하고자 했던 현실이고,
 
외면하고자 했던 장소니까요.
 
만약 돌아가 또다시 후회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 모든 것은 광기에서 비롯된 착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누군가의 장난일지도 모르죠.
 
유찬이는 이미 악귀에 씐 상태고,
 
정말 치승이를 제령해야 모든 것이 끝나는 일이라면?
 
당신은 어쩌고 싶나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승이는 유찬이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성유찬:(사실 이것도 다 누가 꾸며낸 장난 같은 거라면? ... ...장난이 아니라 진짜라면. 난 여기에 왜 들어온 거지? 슬슬 머리가 복잡해진다.) ...너한테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넌 왜 왔냐 여기까지? 웬 처음 본 후배놈이 싸가지없게 굴길래 미쳤나 싶었는데 구면이었네. 데리러 오기는 개뿔 쓸데없이... ... 거기선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거기나 여기나 미련한 건 똑같은 것 같다.
 
최치승:거기나 여기나, 미련한 건 똑같아서 왔나보죠. (비스듬히 시선을 돌려 창 너머를 바라본다. 파란 하늘. 익숙한 운동장과 눈에 익은 빌딩들. 현실과는 다를 바 없는 이 세상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예상하신 대로, 기억나는 건 별로 없어요. 형에 대해서도 잘 기억 안나요, 형도 그렇겠지만. 눈을 감고 있는 형의 얼굴을 봤던 것 같은데, 그게 어색해서 좀 짜증났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나야말로 묻고 싶네요. 왜 여기에 왔어요? 돌아가면 대답은 해줄 수 있나.
 
성유찬: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분명 거기서 사는 것보다 여기로 오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들어왔을 거란 말이지. (하고는 책상 위에 걸터앉아 너와 똑같이 창밖에 시선을 던졌다. 온통 노을빛으로 가득 찬 모습에, 오히려 이곳이 현실처럼 느껴질 만큼 찬란해서, 아마 넋을 놓고 한참 쳐다봤던 것 같다.)
(굳이 더 생각할 필요가 있나? 내 결정은 틀린 적이 없다. 틀린 결정도 억지로 비틀어 옳은 선택지로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오기로 마음먹었다는 건 그것이 옳은 선택지였다는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속이 좀 후련해졌다. 아까보다 조금은 편해진 얼굴로) 됐으니까 가라 넌. 굳이 여기로 친히 행차하지 않으셨어도 됐는데.
 
최치승:안 돌아갈 거예요? (아예 네 앞 책상에 걸터 앉으며 되물었다.) 저곳에 뭐가 있었는지는 제대로 기억도 못 하면서,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뭐, 가상현실이라는 도피처를 찾은 게 좋은 이유는 아니었겠지. 하지만 네가 이곳에 오기로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이런 곳까지 들어와서 너를 데려오기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 조종당하듯 하나의 의지만이 남았던 지난 2주의 방황은 모두 이걸 위해서였다는데, 참 쉽게도 가라 하네. 한숨을 짧게 뱉고는 턱을 괴었다.) 이곳에 뭐가 있는데요?
 
성유찬:어. (잠시의 고민도 없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겁먹었냐는 말에 눈썹이 조금 꿈틀거리긴 했지만 굳이 더 반응하진 않았다. 어차피 곧 떠날 녀석인데, 대꾸해봤자 이득되는 것이 없다, 가 결론.) ...적어도 여기에 걱정거린 없나보지. 현실에서 부족한 것들을 채울 수 있으니까 넘어온 것 같은데, 괜히 다시 돌아가서 귀찮아지고 싶지 않아. 만약 간다고 해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될걸. (아마도. 아마 나라면 그럴 테지. 그러니까 무의미한 일들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렇게 정리했다.)
...그리고 너였어도 나처럼 행동했을걸.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여기에 온 거고, 내가 친히 데리러 왔어도 나가려고 하지 않았을 거야. 내 말 틀려?
 
최치승:(모호한 눈으로 눈 앞의 사람을 바라본다. 투명하게 일렁이는 제 손을 내려다보다 꾹 쥐었다. 이런 사람이었나? 그래, 이렇게 완고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럼 자신은 왜 굳이 이곳에 들어온 거지? 저 고집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여기 있는 것들은 다 가짜에요. 형이 여기서 어떤 길을 걷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삶을 살든. 뭐... 알고 있겠지만요. 그냥 궁금해요, 지금 밖의 형의 진짜 몸이 어떤 상태인지 몰라도 여기에 머물고 싶은 거예요? 귀찮다는 말로 타협할 수 있을 정도로 목숨은 형한테 가볍냐고요. (말하다보니 어쩐지 따지는 듯한 투가 됐나. 크게 억울할 것도 없는데 좀 억울한 것도 같았다. 이대로 얌전히 등 돌리기엔 응어리가 남아있듯이.)
몰라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저는 현실에서도 사는 게 별로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그런데도 가상 현실로 들어오지 않았던 걸 보면, 나는 형과 다르다는 거겠죠.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입을 꾹 다물자 정적이 찾아왔다.) 적어도 형은 밖에 이런 곳까지 행차할 후배가 하나쯤은 있는 거잖아요. 바란 적은 없었겠지만, 나는 좀 부럽네요.
 
성유찬:... (가지런한 잇새에서 발음되는 단어들이 귓가를 때리고 지나간다. 가상세계. 집, 학교, 친구, 심지어 내가 앉아 있는 책상마저도 가짜라는 건 저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긴 거슬리는 게 없잖아.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진 나그네가 오아시스를 찾다가, 죽기 직전 발견한 신기루에 목매는 격이다. 없는 걸 찾을 바에야 차라리 신기루에 갇혀 행복하게 눈 감는 게 그 사람에게는 이득 아닌가?) ... (그러나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작은 돌덩어리 하나가 자꾸만 신경쓰여서, 언제 펴졌냐는 듯 미간이 다시 좁혀졌다.) 최치승.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여기까지 따라 들어와서 내내 개고생했는데 내가 순순히 니 말대로 따라주지 않아서?
이대로 돌아가도 네 탓할 새끼 아무도 없으니까 좋게 말할 때 얌전히 나가. 네 말대로 난 바란 적 없었으니까. 넌 귀찮은 일을 사서 하는 경향이 있어. (물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대충 그런 녀석같이 느껴진다.)
 
최치승:네, 불만이에요. 지난 2주 내내 짜증났거든요.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움직일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고, 나는 유령이라 아무도 나를 못 보고. 거지같은 트랩은 자꾸 귀찮게 하지, 해야할 것도 하나밖에는 모르지... 미치는 줄 알았다고요. (모두가 자신의 선택이 맞다고 믿고 살아갈 텐데. 그러니 네 선택에 대해 자신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복잡한 마음에 거칠게 마른 세수를 한다.) 그래서 살고싶다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형은 모를걸요.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죽겠다는 생각같은 건 앞으로 생각으로도 안 할테니까 그냥 좀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고요. 근데 형은 뭐예요? 안 그럴것같이 생겨선, 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누가 뭐로 상처를 주던 좆도 신경 안 쓸것처럼 생겨서 이딴 곳에 눌러앉아 있겠다고나 하는데.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아요.
(화를 식히듯 숨을 들이킨다. 천천히 내쉴 때쯤에는 조금 가라앉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귀찮은 일을 해야 뭔가 바뀌니까요. 가만히 있으면 뭣도 안되니까 이곳에 온 거예요. 형만큼 저도 고집 있고, 끈기는 형보다 있어요.
 
성유찬:(모르는 놈 사정까지 내가 하나하나 봐줘야 하는 건지 싶다. 거기선 좀 친하게 지냈나 본데, 어차피 여기선 초면인걸. 누군가는 이기적이라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까지 쭉 이렇게 살아왔다. 이게 내 성격인 걸 어쩌라고. 그러니까 누가 데리러 오래? 시키지도 않았는데 굳이 덤비다가 삽질한 것까지 내가 배려해 줘야 하나? 온갖 매정한 것들이 머릿속을 그득 채운다. 그러나 이 수많은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단 한 문장도 입 밖으로 읊지 못한 이유가 뭘까, 하고, 아무도 답해주지 않을 물음을 던졌다.) ...이건 끝까지 말대꾸하네 열받게... (귀찮아. 거슬려. 이새낀 여기서나 저기서나 거슬리는 짓만 골라서 하는 것 같다. 과연 이런 놈이랑 친해질 수나 있을까? 유령이라 창밖으로 던져버릴 수도 없고 이 시꺼먼 걸 어떻게 할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둥글게 굴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 없는 표정을 띤 채로, 올곧은 금색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따위를 보기도 하고, 폐 안에 공기를 가득 채우기도 하다가.) 그럼 내 이 다음에 할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으면 한번 생각은 해볼게. 나간다는 게 아니라, 생각만 해보겠다는 거야.
...내가 만약 여기 온 이유가, 정말 어디가 다쳤거나 해서, 차라리 죽는 것보다 이런 데서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들어온 거라면 어떻게 할래. (정말 그런 거라면 넌 내 손에 죽어.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기꺼이 여기까지 와줬지만, 난 절대 바란 적 없었을 테니까. 심드렁한 낯으로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모래로 가득 찬 운동장, 그 한가운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눈이 멀 지경이다.)
 
최치승:(피하지 않고 무심한 눈동자를 그대로 계속, 들여다본다. 어색하게 숨을 쉬는 것을 따라했다. 비록 모방하는 것 뿐이지만 계속하다 보니 좀 진정이 되는 착각이 들었다. 그러게, 난 뭘 이렇게까지 열을 내지. 좋은 말 하나 못들을 거 다 알면서. 지난 시간이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니 기댈 수 있는 거라곤 한 번 정도 반복된 오늘 하루일 뿐인데. 밖에서도 너나 나나, 이 관계는 이렇게 미적지근 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시험당하고, 욕 먹고, 어쩌면 정제되지 않은 원망의 대상이 되면서까지 너를 데려가야 하는 이유가 정말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뒤를 잇다가,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해서 뭐하나 싶어서 피식 웃었다. 이미 자신은 이곳에 들어와 있고, 유령으로서 이곳에 서있었다. 아마도 제 앞의 무표정인 인간 하나 때문에. 이대로 뒤로 갈 생각이 없으니 남은 것은 앞으로 가는 것 뿐인데, 이런 고민을 해서 어쩌나 싶은 거다.) 글쎄요. 그렇게 여기서 저랑 같이 나가기로 마음 먹어서, 다시 돌아간다 하면... 결국 그것도 형의 선택 아니에요? 형이 그렇게 믿는다는. 내가 억지로 끌고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 고집 좀 부리는 건데. (좋은 건 다 자기가 가져가고, 나쁜 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겠다는 의미잖아, 그거. 밖의 삶이 생각보다 괜찮으면 아,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지. 돌아오길 잘했다. 할 거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끔찍하면 역시 너 때문이라고 하며 아주 잡아 먹으려 들겠지. 편하겠네. 어느 정도의 부러움과 비아냥은 속에 감춰둔 채 눈을 천천히 감았다.)
내가 선택의 결과를 책임져줬으면 좋겠어요? 뭐, 거기서는 이렇게 몸이 통과하지도 않을텐데... 빡치면 멱살이라도 잡고 패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안하겠다고 했는데, 죽고 싶다는 말 나올 정도로. 형 성격에 시원하게 패면 정신도 좀 들고, 기분도 좀 풀리겠죠. 말 안해도 그럴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저는 부자도 아니고, 가진 것도 몸 하나뿐이라 그 이상의 보상은 못해줘요. ...이 정도면 저도 목숨 거는 거 아닌가. 때리는 거 보니까 손 존나 매울 것 같던데...
 
성유찬:... (어디 뭐라고 지껄이는지 한번 들어나 보자. 산 뒤로 떨어져가는 노을에 어쩐지 금색 눈동자가 더 짙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까만 머리통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중간중간 피식 웃는다거나, 살며시 감기는 눈꺼풀 같은 것들을 눈에 담으며 끝까지 경청했다. 그리고 네 말이 끝나면 카세트테이프처럼 반복되는 문장들을 여러 번 곱씹는다. 질리도록 씹어서 단물이 다 빠져나가 잔뜩 뭉치고 찐득해질 때까지 씹어댔다. '책임져줬으면 좋겠다'고... 보이지 않으려 감춰둔 속내가 훤히 들킨 것만 같아 어쩐지 속이 뒤틀린다. 정말 당연하게도, 옳은 선택지였다면 내 탓, 잘못된 선택지였다면 네 탓이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나는 이게 편하니까. 나만 편하면 되는 거다. 그래서 더더욱 눈앞의 인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따라온 건데? 무슨 이득이 있어서? 슬슬 이쪽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멍청해 보이진 않는데, 나를 다시 데려갔을 때 어떤 결과일지 뻔히 보이는데 이런 놈이 그거 하나 예상 못 했을까. 그럼에도 일부러 데리러 왔다고... 그러니까 무슨 이득이 있어서? 물음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성유찬은 아마 백 년이 지나도 최치승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미친새끼. 싸패냐? 결론은 그냥 처맞고 끝내시겠다 이거네? 내가 병상에 누워있든 말든 책임 못 지겠으니 대충 맷집으로 때우겠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지난 며칠 동안 내가 아무리 무시하고 쳐내도 자꾸만 돌아오는 게, 끈기있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 아니었나보다. ...이래서 현실세계에서의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보고. 순순히 끄덕여주고 싶진 않지만 나름 괜찮은 대답이라, 어깨를 으쓱였다.) 너 말이야, 차라리 제발 죽여달라 애원할 때까지 팰 테니까 알아서 해. 그때 가서 무섭다고 빼면 진짜 귀신되는 거야. 이해했어?
 
최치승:(뭐, 이런 인간이 있으면 저런 인간이 있는 거겠지. 네가 오직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서 누군가의 말이나, 생각, 행동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어떠한 노력이 그저 한심한 짓으로 보일 뿐이라면 '이런' 인간도 있는 법이다. 딱히 곱씹을만한 기억이랄게 없어도 아닌 건 죽어도 아닌거고, 해야 하는 건 끝까지 한다. 돌아갔으면 좋겠는 건 그냥 돌아가자고 끝까지 우겨야 직성이 풀리겠다. 누군가의 말, 생각, 행동을 아득바득 끄집어내서 물고 늘어지는, 아주 진절머리 나고 질리는 부류라고 단순히 생각한다.)
...그런 소리, 형한테는 진짜 듣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 그 싸패새끼 말에 넘어온 것만 봐도 그래요. 진짜 싸패가 누군데... (어이없다는 듯 다시금 감았던 눈을 뜨면, 아직까지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건지 노골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마주했다. 붉은 눈동자가 말한다. 이제 정말 돌아볼 수 있는 뒤같은 건 없다고. 네가 선택했듯이 나도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는 아마 너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걷기로 하였다고 해서 앞을 알 수 없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우습게도 장담하며 말할 만한 미래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굽혔던 허리를 펴고 책상에서 내려왔다. 정말 길었는데, 돌아가는 것이 간절한 것은 어쩌면 자기였는데. 이렇게 발을 떼자니 수업이 끝나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평범하게 하교를 하는 기분이다.) 이해했어요. 뭐, 제가 살든 죽든... 그럼 그때는 정말 꺼져줄게요. 이제는 안 믿으실 것 같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가요, 형.
 
성유찬:(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는 참 어렵다. 올바르게 쓴 것 같다가도 막상 정답이 아닐 때가 많고 모든 게 애매모호하다. 마치 지금 이 상황처럼. 이게 맞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리송한 기분도 든다. 직접 부딪쳐야만 정답을 알 수 있는 문제는 거슬리기 짝이 없다. 문득, 애초에 이런 문제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한다. 지금 와서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개념없게 형한테 싸패라니 치승아. (살벌한 대화임에도 어쩐지 입꼬리가 슬 올라갔다. 돌아갔는데 막상 마음에 안 들면 패면 되지. 내가 편해질 때까지. 이번에는 이쪽에서 너를 모방하듯 걸터앉은 책상에서 따라 내려왔다. 이런 새끼랑은 공통점 따위 없을 줄 알았는데, 구석구석 끝까지 파헤쳐 보면 아마 두어 개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거 말고는 전부 반대되는 것들이겠지만. ... ...아. 재밌었다. 이제 집에 가야지.)
송환인가 뭔가... 주문 쓰면 되는 거지? 시스템 존나 구식이네. (책상에 올려두었던 거울을 쥐고 얼굴을 비추는 면을 들어올렸다.) 자. 그 개같은 얼굴 들이밀어.
 
최치승:(대충 네 옆을 가서 섰다. 작은 손거울에 두 사람이 얼굴을 비추자니 좀 비좁았다. 아마 우리의 표정은 두말할 것 없겠고. 거울에 반쯤 투명한 얼굴이 제대로 비춰지자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쉰다. 벽이랑 사물을 통과하는 능력은 좀 아쉽지만, 아무튼 안녕이다. 만약 옆의 싸패 선배 손에 다시 죽는대도 유령은 되지 않기만을 빌어야지. 깨끗히 성불했으면 좋겠다... 따위의 시덥잖은 생각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닫혔다.)
 
두 사람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뒤집어 내려두자
 
마력 8, 정신력 10을 소모해 송환이 시작됩니다.
 
오래 감았던 눈을 뜰 시간이에요.
 
이제 그만 우리의 세계로 돌아갑시다.
 
.
 
.
 
.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를 이명이 메웁니다.
 
유찬이가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물때가 낀 천장과
 
페인트칠이 대부분 벗겨진 벽,
 
그리고 주위를 가득 채운 기계장치입니다.
 
꿈꾸는 내내 지겹게도 들었던
 
매미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의 밖은 어떤 풍경일까요.
 
창문 밖을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유찬이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것.
 
잊고 싶었던 현실.
 
가상으로 도망치고자 했었던 이유가 보입니다.
 
무너진 건물,
 
폐허,
 
그것들의 잔재.
 
그 위로 부유하는 먼지,
 
쏟아지는 빛의 조각.
 
아름다울 정도로 덧없는 세계의 멸망이 보입니다.
 
수십, 수백,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문명은
 
이렇게 단 한 줄로 정리되었습니다.
 
인류는 멸망했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라곤
 
성유찬 당신과
 
최치승,
 
단 두 사람뿐입니다.
 
홀린 듯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시야에
 
익숙한 인영이 들어옵니다.
 
이곳이 현실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창밖으로 내리쬐는 빛을 온몸으로 받고있어도
 
그의 몸은 투명하게 일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 최치승 생환, 성유찬 생환 ]
 
※ 2부 [수상한 여행자]로 이어집니다.
 
※ 거울세계에서 일어났던 일이므로 이성치 및 정신력은 원상태로 회복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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