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로는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담하고도 비슷하게 생긴 집들이 같은 간격으로 이 들판을 메웁니다.
그제서야 당신은 도로 위에 자신이 누워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샤: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찔하게 덮쳐오는 깊은 감각을 견뎌내기에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노을을 등지고서 당신을 부릅니다.
여행을 시작할 시간이에요.
아샤: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역광 탓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경계심이 들지는 않습니다.
아샤:(까슬한 도로의 지면에 손바닥을 짚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을 안다는 듯 친근하게 불러오는 네 목소리에 고개를 느릿하게 돌려 제게 뻗어오는 손을 응시하다, 맞잡고 몸을 일으킨다.) ...너는...
???:(맞잡은 손을 가만히 움켜쥔다. 이 손을 놓지 않겠다는 듯, 따뜻한 온기가 네게도 전해질 무렵.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연다.) ...궁금한게 많아 보이는 얼굴이네요.
내 이름은... 르네, 르네 보니타. 당신의 여행 가이드에요.
아샤:여행...? (안개가 낀 듯 머릿속이 하얗다. 이런 제 상태와 어울리지 않는 태평한 단어에 의아한 듯 눈을 가늘게 뜬다.) 미안, 르네...라고 했지. 내가 지금 기억나는 별로 없어서. 나는, (제 소개를 돌려주기에는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는) ...나를 알고 있어?
르네:응, 여행. 궁금한 게 많죠? 우린 지금부터 그걸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거에요.(지평선 너머의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네게로 시선을 옮긴다. 당신의 상황을 알고 있는듯, 덤덤한 목소리로.)
괜찮아, 누구보다 내가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아샤, 아샤 체르니. 나의 ......(이어지는 말은 끝을 맺지 못한채 허공으로 흩날린다. 잠시 말을 끊고 가만히 웃었다가.) 그럼 찾으러 가볼까요.
아샤:(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타인에 대해 이 정도로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네가 기억을 잃기 전의 아샤 체르니와 제법 가까운 관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네 웃는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기억이 나든, 기억이 나지 않든 사람의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샤 체르니는 손에 잡히는 것을 의심하고 밀어내는 것 대신, 잡은 손을 따라가기로 한다.) 그래, 다행이네. 그럼 나 대신 알려줘. 아샤 체르니가 누군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는 있는 여행이야?
르네:(그래. 기억을 잃었다 한들 당신은 변함없이 아샤 체르니. 그렇기에 지금 이순간마저도 변함없이 다정한 온기를 품은 채 이 손을 맞잡아주는 것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게 당신이라는 사람이니까.) (맞잡은 손을, 네 얼굴을 한동안 응시하는듯 하다 주위를 둘러보라는듯 고개를 돌린다.) 여기는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지역이에요. 잘보면 시골 같기도 하죠? 이제, 도시로 갈거에요.
아샤:우리는 어쩌다 이곳에 있는 거야? (네 말대로 아담한 집들을, 작은 지붕들을 시야에 담다 그 위에 드리운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행의 시작이 아름답네. 첫 기억이 이런 곳이라 다행이야.
르네의 말대로 이곳은 시골 같은 풍경이 펼쳐진 마을 같기도 합니다.
르네:그건... 이 여행을 통해 알게 되겠죠. 모든 해답은 당신이 찾게될 기억 속에 있을테니까. (모호한 대답으로 답변을 끝마친채 맞잡은 손을 살짝 이끈다.)
그럼 슬슬 출발할까요? 이대로는 날이 저물거에요.
아샤:(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사람이 적은 시골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 손을 잡아 끄는 힘에 이어지는 상념이 끊기고, 너를 따라 한걸음을 떼었다.)
아샤:
건강
| 기준치: |
20/10/4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다시 한 번 누군가가 당신의 머리를 치고 간 것처럼 아찔해옵니다.
르네:이대로는 계속 걷기 힘들어 보이는데.... (덤덤한 목소리와 달리 네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맞잡은 손에 재차 힘을 주고.) 우선은 쉴만한 곳을 찾아서 쉬어야겠어요.
아샤:...미안. 어쩐지 몸이 좀 이상하네. (기억은 몸에도 이상을 주는 것일까? 천천히 마른 세수를 하다) 오늘은 이 근처에서 묵자. 그나저나, 조용한 마을 같은데... 사람은 있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던 르네가 한 집으로 들어갑니다.
뒤따라 들어가면 시골집과 같이 안락한 분위기입니다.
집 안에는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샤:음... (다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며) 보통 이런 걸... 주거침입이라고 하지 않아?
르네:(투다닫가서 아샤 붙잡음) 그 몸으로 어딜 더 돌아다니려고요. 어차피 사람사는 집 같지도 않은데..
아샤:(비틀..) 잠깐 외출한 걸 수도 있잖아. 버려진 집이라고 말하는 거야?..
르네:여긴 대부분이 그럴걸요. 그러니 걱정마요. 진짜라니까...
아샤:대부분... 조용하다 했더니, 사람이 떠난 마을이 맞구나. (그렇다고 이렇게 아무 곳이나 들어와도 되는 건가..? 집 안으로 끌려들어온다. 기억을 잃은 사이에 세상이 변한건가?) 왜 이런 곳을 두고 떠난 걸까?
르네:글쎄... 제각각 이유가 있는 법이죠. (너를 적당히 쇼파에 앉혀두고선 몸을 일으킨다.) 저는 창고 좀 뒤져보고 올게요. 그러니까 제가 올때까지 절.대.로 밖에 나가면 안돼요. 알았죠?
아샤:내가 그렇게 불안해? (강조하는 말에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다) 물론 지금은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다녀와.
르네는 불안한듯 뒤를 힐끔거리더니, 자리를 비웁니다.
좁지만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할 것만 같은, 낡았으나 아늑한 내부입니다.
방과 방의 구분이 따로 되어 있지 않은 구조네요.
천장에는 형광등이 달려있으나 켜지지 않습니다.
[ 스토브 / 테이블 / 침대 / 화장실 / 창고 ]
스토브를 작동시키려고 하면. 반응하지 않고 가스가 헛돌기만 합니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무언가를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더듬거리는 손끝에 액체가 든 유리병과 동그란 무언가가 닿습니다.
이 현기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삼켜야만 할 것 같습니다.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습니다.
아샤:(화장실......................)
아샤:(.........뱉는다...................)
수도가 잠긴 건 지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아샤: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거울이 뿌옇게 김이 끼인 것처럼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나와 침대를 보러간다...)
아샤:(집을 떠난 것 치고 많은 것을 남겨두고 갔네..) 스패너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창고로 간다.)
르네:어. 아샤. 마침 잘왔어요. 좋은걸 찾았거든요.
[빵 두개, 생수 한 병, 휴대용 라디오]
르네:그냥 가방 안에 다 들어있던데요? (빵 하나를 꺼내서 손에 쥐어줘요.)
아샤:...난 됐어. (아까 이상한 걸 입에 댄 충격 때문에 뭔가를 먹기 싫은 듯...네 입가에 대준다.) 여행 가방을 챙겨둔 것 같네.
르네:(우... 그럼 물이라도 마시라는 듯 손에 생수 쥐어줌.)
아샤:(물을 열어서 마신다...) 아, 여기 물 안 나오더라.
르네:(빵을 반쯤 먹다가 남기고서 꼬깃꼬깃 가방에 전부 챙겨넣습니다.) 필요한건 다 챙긴 것 같고.. 다시 가볼까요.
아샤:(네가 배낭을 다 챙기자 어깨에 매며 일어난다.) 도시까지는 얼마나 걸려?
르네:꽤 멀긴한데... 빨리갈 방법이 없어서 걸어야해요.
아샤:그럼 이제부터 열심히 걸어야겠네. ...물을 마시니 좀 나아졌어. (현관을 나서며 새삼 궁금해진 듯 너를 돌아본다.) 르네, 너는 내가 기억을 찾는 걸 왜 도와줘?
르네:그래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면 뭐라도 빌릴 수 있을테니까요. (바가 있는 곳으로 가봐야하나.. 작게 중얼거리다가 너의 질문에 고개를 든다.)
아샤는... 내게 있어, 없어서는 안될 존재니까요.
아샤:여행 가이드라더니... 이 마을에 대해 꽤 잘 아는 것 같네. (제게는 모든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풍경 뿐이다. 너를 포함해서.) 기억이 없으면 내가 네 곁에 있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야?
르네:조금은? 저도 그렇게 잘 아는건 아니에요. (다시 네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다가.) 그럴지도요. 난... 아주 나쁜 악당이였거든요. 어쩌면 아샤가 도망칠지도 몰라요.
아샤:그래? 내가 보기엔 아주 나쁜 악당보다 여행 가이드가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네 말에도 별다른 것을 떠올릴 수 없는 듯 희미하게 웃고는)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건 아니었구나.
르네:글쎄.. 아샤가 아니라면 딱히 해줄가치도 못느끼겠는데도요? (생긋 웃고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다.) 일단은 마을이니까요. 어디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기 마련이죠.
아샤:음... 아주 나쁜 악당의 일도 가치가 있는 건 아닐 거 아니야. 그대로 아주 나쁜 일일 테니까. (너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빌리려고?
르네:지금은 안해요.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으니까.
(불빛이 켜져있는 작은 집을 보더니 저곳이라는듯 망설임 없이 발길을 옮긴다. 문을 열기전,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필요하면 정보라도 얻어야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경쾌한 풍등 소리가 들립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이라고는 없던 곳이라 생각했는데
당신과 르네가 들어오는 소리에 사람들은 일제히 이쪽을 쳐다봅니다.
아샤: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샤:(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 (다시 감는다...)
르네:? (아샤 멀뚱멀뚱 봄.) 저 다녀올게요.
르네는 질문이라도 하려는 듯 바텐더에게 갑니다.
잠시 앉아 르네를 기다려볼까요, 아니면 따라갈까요?
르네를 뒤따라가면, 바텐더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르네:저희가 도시까지 가야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바텐더: 당신은 그렇다 쳐도..(아샤를 힐긋 보더니) 이 자도 데려가는거야? 쓸모 없을텐데.
르네:(뒤 따라온 아샤를 보더니) 그 부분은 신경끄세요. 뭔가 탈 것은 없고요?
바텐더: 이봐, 여기는 그런 걸 빌려주는 곳이 아냐. 애초에 여기를 나가려하는 사람이 적다고.
아, 그러고 보니 누가 며칠 전에 이 근처에서 큰 소리를 들었다더군. 사고라도 난 것 같은데, 손님들 말에 의하면 요즘도 가끔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고. 자네들에게 도움이 될지는모르겠네.
르네:...감사해요. (건성으로 고개만 꾸벅합니다.)
르네:운이 좋으면 탈 것을 찾을 수도 있겠는데요? (주변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네 손을 꼭 잡아.)
아샤:생각보다 폐쇄적인 마을 같은데... 교외라 그런가. 자동차같은 것도 많이 안 다니나봐. 빌려주는 사람이 있을까?
르네:없으면 걸어가야하니까요. 어떻게든 구해보는 수밖에요. ...갈까요?
아샤:그래. 그런데 르네, 저 사람들 얼굴... 아무 생각 안 들어?
아샤:...얼굴이... 아니야, 내가 피곤한가 봐. (사람들의 뒷모습을 한번 더 돌아보곤) 가자.
르네:(잘 모르겠다는 너를 힐끔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에서 나와 두 사람은 바텐더가 알려준 곳으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시간이 그렇게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마치 이것은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 같습니다.
아샤: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르네:(묵묵히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린다.) 아샤는, 저에게 더 궁금한거 없어요?
아샤:아무거나 물어봐도 돼? (앳된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며) 몇 살이야?
르네:뭐든지. 어차피 지금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얼마 없잖아요. (생각도 못한 질문이였는지 눈만 몇번 깜박이다가) ...스물 둘.
아샤:혹시 했는데, 학생은 아니구나... (끄덕..) 그럼 나는 몇 살인지 알고 있어?
르네:제가 그렇게 어려 보여요? 음... 아샤는 스물 여덟이에요. (끄덕끄덕) 또 궁금한건?
아샤:(스물 여덟... 대충 예상한 나이 언저리인지 큰 반응 없이 질문을 이어간다.) 우리는 어떻게 아는 사이야?
르네:좀 어려운 질문이네. (말을 고르는 듯 잠시 침묵했다가) 아샤가 제 손을 잡아줬거든요. 그래서, 나는 그 손을 놓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아샤:고마운 일이네. 기억을 잃어도 손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건... (허전하지 않은 손을 내려다보곤) 르네. 내가 왜 기억을 잃게 됐는지 물어도 돼?
르네:그건... (말없이 네 손을 가만히 쥐었다. 맞잡은 손에 따뜻한 온기가 머물러 있는 것이 얼마나 안심되던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 아샤가 기억을 찾는다면 떠올릴 수 있겠죠.
아샤는, 아샤가 어떤 사람이였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아샤:...그래. (잃어버린 스물 여덟 해의 기억. 긴 시간을 잊은 것 치고 큰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자신은 원래 스스로에게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알려주고 있잖아. 소중한 사람이었다고... 지금은 그거면 충분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까.
르네:(그래, 당신은 이런 사람이지. 기억을 잃었음에도 덤덤하고, 잔잔한 목소리가 불안에 일렁이는 마음을 잠재운다.) 내가 하는 말, 다 믿어주는 건가요? 아샤답네. 모든 기억을 잃었음에도, 당신은 변함없어요.
아샤:믿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지금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나이기도 하고... (기억이 없는 것도 마냥 나쁜 일은 아니다. 이전에 안고 있던 근심도, 아픔도 나의 것이 아닐 테니까. 비어있는 속은 아주 조용하고, 편하다.)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몰라도 될까? ...어디까지 알았으면 좋겠어?
르네:(그래서 당신은 나를 믿는걸까? 바보같아. 내가 이전과 같았다면 어쩔려고 그러는거야. 책망하는 눈빛으로 너를 보았다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뱉는다.) 나는 당신을 존중해요. 그러니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잊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하지만 나에 대한 모든 기억만은 안돼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니까, 잃어버려선 안돼.
아샤:나는 뭐를 잊고 싶었는지조차 모르겠어. (고개를 들어 책망 섞인 눈빛을 마주한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선이 제법 익숙했다. 질타를 들어도, 손가락질을 받아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래도, 잊고싶은 것과 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면 나는 잊으면 안되는 쪽을 선택할 거야.
너를 찾아볼게, 르네. 걱정하지 마.
르네:(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머릿결이 휘날린다. 잠시 시선이 마주쳤을까, 방황하던 눈동자가 너를 보고 살풋 접힌다.) ...그때까지 계속, 곁에 있을테니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렇게 걷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3명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처럼 보이는 이들이 자동차 주변에 모여 있습니다.
바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모두 얼굴이 뿌옇게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소년들은 르네를 보고는 호들갑을 떱니다.
소년3: 그야, 여기마을 사람들은 다들 얼굴이 없는걸.
소년1: 얼굴이 없는건 자신에 대해 잊어버려서 그런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그랬어.
소년2: 여길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기억해 내는 수밖에 없대.
소년3: 아! 저기 바깥 도시에는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랬어!
소년1: 우리, 얼굴이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차를 타고 도시에 가보려고 했거든.
이렇게 보게 될줄은 몰랐지만...
아샤:...(르네 흘끔) 우리도 도시로 가려던 길이야.
소년2: 에엥?? 설마 도시까지 걸어가려고 한건 아니지?
아샤:이곳엔 마땅히 탈만한 게 없길래... 너희 운전은 할 줄 아니.
소년3: 당연하지!! 근데... 지금.. 차가 고장나서 가지를 못하고 있어.
형이랑 누나가 이 차 좀 고쳐줘! 그럼 차를 빌려줄게.
아샤:(그런 재주가... 있을까? 일단 차를 본다...)
아샤: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샤:
기계수리
| 기준치: |
10/5/2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실패 |
아샤:
운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아샤: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달달거리는 엔진소리를 내며 차에 시동이 걸립니다.
아샤:...찾으면 너희에게 보여주러 올게. (차가 생겼다...)
르네가 운전대를 쥐고, 옆에선 얼굴 없는 소년들이 배웅합니다.
노을을 풍경으로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습니다.
눈앞에 섬광이 이는 것처럼 갑자기 시야가 흐려집니다.
아샤: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이 차를 운전하며 도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서려있고, 옆을 한번 바라보고…
도시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아지랑이 속에서 일렁이는 큰 건물들이 모인 곳이 보입니다.
르네:(옆을 힐끔 보더니) ...라디오나 들을래요?
르네:앞으로 조금 더 가야하는데, 아샤가 심심할까봐요.
《최근 ■■■기 위하여 얼굴이 있는 자들을 노리는 ■■■들이 늘어났습니다….》
아샤:
듣기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을 ■■■■■으로 착각한다면 진정한 자신은 영원히 소멸됨을 상기하여야 합니다.》
《기억 사냥꾼들은 주로 도심지의 사람들을 노린다고 하니, 얼굴이 있는 자들은 조심해주시길 바랍니다.》
뉴스가 끝났는지 이윽고 노래 하나가 흘러나옵니다.
뉴스가 나오는 동안 아무 말이 없던 르네는 가만히 중얼거립니다.
르네:분명 공통점이 없어서 그럴 테니까. ....괜찮아요.
르네:괜찮아요, 오히려 이 곳에서는... (자신과 달리 얼굴이 없는 너를 물끄러미 본다.)
하늘로 높게 뻗은 건물들, 어수선하고도 바빠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때 르네가 당신의 머리에 모자를 푹 씌웁니다.
르네:여기서 눈에 띄면 곤란할테니까요. ..괜찮죠?
아샤:...아이들 말이 사실이네. (새삼 차의 유리창에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냥 이게 보통의 풍경같은데 말이야.
르네:괜찮아요. ...아샤가 찾겠다고 했잖아요. 분명 찾을 수 있어요.
아샤:그래야지... 그래도 조심하자. 너도, 나도. (창에서 시선을 떼어내곤) 드디어 도시긴 하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 중앙광장 / 뒷골목 / 상실보호센터 / 도서관 ]
주변에는 여러
상가가 앙증맞게 있고, 상가 사이에는 다양한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 분수 안으로 동전을 던져 넣으면 포춘쿠키를 드립니다. >
(ㅎㅎ)
르네:그냥... 재밌잖아요. 고작 포춘쿠키 따위가 얼마나 제 운명을 결정지을려고.
아샤:(전혀 흥미 없어보이는데..?)(일단 던져봄)
아샤:
운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맑은 소리를 내며 동전은 분수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때로는 잊고 사는 것이 더 나은 결과일지도.’
아샤:글쎄... 네가 좋아할만한 결과는 아닌데. 르네도 한번 던져봐.
운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르네:(아샤랑 똑같은 내용 봄...) ...이런건 종이쪼가리일 뿐이니까요. 그쵸?
아샤:같은 거네... (..) 상가나 둘러볼까.
상가에선 맛있는 냄새가 나는 음식들을 팔고 있습니다.
아샤:너도 빵 조금밖에 안 먹었잖아. (눈으로 음식들을 훑는다.) 배 안 고파?
르네:그거 아샤가 먹으래서 먹은건데. (멀뚱)
르네:전에는 아샤가 해준 요리를 먹었어요. 대충 먹는게 습관이였는데.. (잠시 회상하듯 작게 미소를 지었다가) 음식은 가져온걸로도 충분해요. 왜, 더 먹었으면 좋겠어요?
아샤:그런 빵쪼가리는 크게 맛도, 영양가도 없어보이니까... 안 그래도 마른 것 같은데. (네 얼굴을 바라보다) 기억을 되찾지 않아도 음식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어. ...네가 아는대로의 맛이겠지만.
르네:그럼 다음에 아샤가 직접 만들어주는 걸로 해요. 나는 그게 더 먹고 싶으니까. ( 어떠냐는 듯 너를 본다.)
여기는 그냥 지나가요.
아샤:(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지나가면서 포스터를 확인한다.)
광고부터, 찌라시, 경고문 등이 적힌 포스터가 다양하게 붙어있습니다.
《최근 기억 사냥꾼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안전을 위해 얼굴 있는 자들은 귀가 시, 반드시 운송수단을 이용해주세요.》
아샤: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차에서 들은 라디오에도 기억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 됐었죠.
기억 사냥꾼, 소위 ‘얼굴 있는 자’들을 노리는 이들을 일컫는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르네를 위해서라도... 조심해야겠네요.
아샤:기억도 사냥할 수 있는 거야? (흘긋..)
르네:얼굴을 물어뜯는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기억을 훔쳐간다네요.
아샤:(충격.....................) 남의 기억을 훔쳐가서 어쩌겠다고...?
르네: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도 얼굴이 생기고,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겠죠.바보같죠? 그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게 아닐텐데.
아샤:...좀 섬뜩하네. 하긴,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아니더라도... 얼굴이 생길 확실한 길이긴 하니까. (주변을 둘러보다) 상실보호센터는 뭐하는 곳이야?
르네:가본 곳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요. (깜빡..) 이 도시는 처음이여서.
아샤:...그럼 한번 가볼까. (상실보호센터로 걸음을 옮긴다.)
새하얀 벽, 새 하얀 가구의 이질적이면서도 어딘가 병원과 비슷한 공간입니다.
안에는
데스크와 대기실, ‘직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문이 있습니다.
잃어버리신 기억이 있으신가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나요?
그럴 때에는 망설임 없이 상실보호센터에 방문해주세요!
센터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기억을 좀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기억촉진제
36 만원
아샤:(음....) 기억을 찾는 걸... 제품을 통해 도와주시는 건가요?
직원: 어머어머!!
^^ 손님께서는 유난히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손님과 같으신 분들께는 특별서비스로 샘플을 드린답니다. 기억촉진제의 샘플을 사용해보시겠어요?
직원: 당연하죠! 저희 제품으로 말할것 같으면 특허청에서 특허도 받았고, xxxx년 인기 제품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어요! 제가 장담할게요!
아샤:...그럼, 혹시 사람들이 어쩌다 기억과 얼굴을 잃게 된건지... 밝혀진 게 있을까요.
직원: 그으.. 부분은 저희도 잘 모르겠네요. 저희는 기억을 떠올리고, 지워주는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서요.
거참 손님~ 샘플 쓰실거에요? 말거에요?
직원이 건넨 것은 안약처럼 생긴 기억촉진제입니다.
앳된 얼굴로 다 구겨진 교복을 입은 당신이 서있습니다.
흐려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당신의 얼굴입니다.
망설임없이 다가오는 걸음이, 내미는 손이 다정하네요.
뿌옇게 번진 시야로 무언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과 손이 겹쳐져, 타인의 온도를 느끼는 순간
아샤:.............이 약... 제 기억을 보여주는게 맞아요?
직원: 당연하죠, 손님. 혹시 저희 제품의 성능을 의심하는 건 아니겠죠?!
아샤:...뭔가가 떠오르긴 했는데, 좀 이상해서요. 약 없이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직원: 그건.. 손님분의 재량에 달려있을거에요. 저희는 보조 제품을 판매하는 것 뿐이라..
르네:(아샤에게 속삭인다.) 왜.. 뭔가 이상해요?
아샤:내가 보이긴 하는데... 내 시점은 아니었어. (볼을 긁적이곤 직원에게 인사한다.) 알겠습니다. 약 복용은 고려해볼게요. (뒷골목으로 간다..)
르네:(아샤를 졸졸졸 따라가며..) 무슨 기억이였는데요?
아샤:무너진 상가 같은 곳에 있었어.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학생 때였나봐... 꽤 오래된 일인 거겠지.
르네:....그렇네요.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래된 일...이죠.
르네:뭐어... (고개를 작게 끄덕이다가) 이대로는 다른 기억들도 금방 찾아낼 수 있겠어요. 가요.
아샤:
듣기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서너명 남짓한 무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피가 튀겨지고, 바닥에는 남자라고 추정되는 자가 쓰러져있습니다.
아샤: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쓰러진 남자의 얼굴은 짐승이 뜯은 것 마냥 너덜해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아샤: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77 |
| 판정결과: |
실패 |
입자국에 피가 묻은 사람 하나가 두 사람을 발견합니다.
아샤:
회피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헛손질을 한 사람은 뒤이어 빠르게 르네를 공격합니다.
소란스런 이쪽의 소리 때문인지 골목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뛰어오는 발자국소리가 커지자 놀란 이들은 도망갑니다.
재빨리 지혈하지만 흐르는 피는 어쩔 수 없겠죠.
아샤:...다쳤어? 봐. (눈을 가늘게 뜨곤 네 상처를 확인한다.)
르네:이 정도는 뭐... 스친거에요. (손으로 상처부위를 꾹.. 누른다.)
르네가 다친 것을 보자 일순 현기증이 찾아옵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벽에 지탱하여 정신을 가다듬다 보면,
시야를 조금만 돌려도 눈앞에는 광활한 도시가 펼쳐집니다.
그 광경에 정신을, 시선을 빼앗기다 보면 옆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듯, 그 목소리엔 한 치의 떨림조차 담겨있지 않습니다.
“네가 무사히 이곳을 사랑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나는 세계를 저버리지 않을게.”
그날의 어린 아이가 따뜻한 품에서 찾은 안도감이었습니다.
고개를 들면 당신은 기억 속, 웃고 있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며 정신이 듭니다.
다시 고개를 들면, 되려 당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르네가 있습니다.
아샤:...(이것은 나의 기억이자, 나의 기억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감정이 아니고, 나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개를 들면 보이는 얼굴은... 이 기억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얼굴일까.) ......괜찮아, 르네. 샘플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 모양이야.
르네:(덤덤한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작게 웃고 만다.) ...다행이네요. 시간이 지나서 그러는 걸까요, 점점 하나 둘식 돌아오는 기분이에요. (남은 끈으로 팔을 돌돌 동여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저 둘러볼까요?
아샤:(내가 잃어버린, 네가 기억하고 있던 얼굴은 그런 것이었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을 제 얼굴을 한번 쓸어보더니, 자세를 바로 했다.) 응. 도서관에 가보자.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서가에 여러 가지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르네:천천히 둘러봐요. 저도 저쪽에서 기억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고 있을게요.
서가1, 서가2, 서가3, 문헌자료실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문학작품이 모여 있는 서가인 것 같습니다.
아샤:
자료조사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7 |
| 판정결과: |
실패 |
시집 한 권 사이에서 쪽지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네요.
아샤:(기억 얘기인가..? 책을 다 살펴보면 서가 2로 간다.)
아샤:
자료조사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샤:
SAN Roll
| 기준치: |
68/34/13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샤는 스스로 차를 운전하며 직선의 도로를 달립니다.
작게 웃고는 기억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하고 큰소리와 함께 아샤가 탄 차가 트럭에 부딪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집니다.
정신을 잃고 핸들 사이에 머리를 박고 경적이 계속해서 울립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백미러에는 다른 이의 얼굴이 보입니다.
아샤:
SAN Roll
| 기준치: |
68/34/13 |
| 굴림: |
4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갑자기 쿵하고 큰 소리가 서가 건너편에서 들립니다.
다가가면 서가에서 난잡하게 떨어진 책들 사이로,
아샤:르네. (책들 사이의 너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르네:...그냥 책을 찾다가 넘어진 것 뿐이에요. (너를 마주하자 덤덤한 목소리엔 조금의 떨림이 남는다.) 괜찮..아요.
아샤:...다치진 않았어? 소리가 크게 나던데. (네 상태를 살피며 일으켜 세운다.) 괜찮은 목소리도 아니고.
아샤: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르네:깜짝 놀라서 그래요.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 너를 바라보다.. 도로 고개를 살짝 돌린다.) 전 괜찮으니까, 더 살펴보고 오는건 어때요? 아직 안 둘러본 곳도 있을테고.
아샤:...괜찮다는 말은 습관이야?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해주곤, 떨어진 책들을 주워 책꽂이에 다시 꽂아넣었다.) 무리하지 말고 쉬고 있어. ...뭘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서가랑 자료실만 보고 올게.
르네:(네 손을 꼭 쥐었다가 작게 웃으며 놓아준다.) 정말로 괜찮아서 하는 말인데. ...다녀와요, 아샤.
아샤:(웃는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서가 3으로 향한다.)
아샤:
자료조사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이 책은 나의 일기가 아닌 메모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친애하는 나의 사랑, 망자가 되어버린 클라라에게 쓰는 편지이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나에게 괜찮다 말하며 클라라는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완전히 얼굴이 없는 자인 나에게 그녀는 다정했다.
금발의 긴 머리, 내가 투영되어 보일 정도로 새까만 눈, 웃는 모습이 예쁘던.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망자― 즉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
그들은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생의 기억이 없는 자들은 얼굴조차 안개가 끼인 것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얼굴이 있는 자들뿐이다.
몇 가지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나의 얼굴도 점차 윤곽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럴수록 점점 클라라의 얼굴이 사라져갔다.
클라라의 얼굴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살아생전 나와 클라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내가 먼저 사고로 죽었었고 클라라는 뒤따라 자살했다.
그러나 죽었다고 생각한 클라라의 눈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것.
그 자는 이생으로 가는 배를 탈 때 뱃 값으로 그녀의 기억을 내고,
그녀가 되살아날 기회를 나에게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도시 밖으로 나간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지만
당신은 당신을 잊어버렸지만, 나는 끝까지 기억할 것이다.
아샤: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1 |
| 판정결과: |
실패 |
문서다발 사이에서 연구문서 하나를 발견합니다.
갑자기 당신이 가지고 있던 라디오가 지직거리기 시작합니다.
전파를 맞추지 않아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을 도시 밖까지 배웅해주는 게 나의 목표였는데.
지금은 아샤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내 기억을 뱃 값으로 치러, 당신을 살리려 했는데...
다행이죠, 마지막에 다다르기 전엔 당신이 모든 기억을 떠올렸으니.
당신은 누구길래 내가 이렇게 보고싶어 하는 거야?
..와 같은 말을 끝으로 라디오는 끊겨버립니다.
아샤는 르네를 찾거나, 바로 나갈 수 있습니다.
아까 전 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과 같았던 이들이.
쇼윈도에 비춰지는 당신의 얼굴은, 뚜렷합니다.
아샤:(뒷골목을 뒤로 하고 중앙광장으로 향한다.)
안개처럼 뿌옇게 흐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들 사이,
손을 잡힌 르네는 얼굴이 이미 모두 사라져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아샤. 당신 뿐이에요.
나는 너의 여행자야.
......어딜 가고 있었어?
하늘을 보고 있었어요.
꼭 누군가가 나를 저 높이 데려다 줄 것만 같아서.
아샤:...하늘, 좋아해? (네가 바라보는 너른 하늘을 올려다본다. 넓은 창공이 기억 속에 훤하다. 그 곳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너와 함께. 아니. 네가, 너의 기억 속에서 나와 함께.)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구나.
르네:(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허공에 뻗어본다.) 저 곳은 자유롭고 .. 따뜻하니까. 언제든지 나를 받아줄 것 같아서. (이윽고 뻗은 손을 거두고 몸을 돌린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하는 일이 하나 있어요. 데려다 줄게요, 이 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아샤:...내가 누군지 모르잖아. 르네 보니타. (데려다 준다는 말에 손을 말아 쥐었다. 나는 네가 바라던 대로 너의 모든 기억을 가져가서, 너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억하게 됐어.) 너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배웅해주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나를 모르면서, 왜 이곳에서 내보내고 싶어 하는 거야.
르네:몰라도 알 수 있어요, 왜냐면 이렇게.. (고개를 들어 너를 본다, 비록 네게는 제 얼굴이 보이지 않았겠지만. 자신은 담을 수 있었다. 제비꽃을 닮은 부드러운 눈동자를.) 눈만 마주해도 그립고, 아픈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거든요.
맞아,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하지만.. '내'가 그것을 바라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당신이 무사히 이곳을 나갈 수 있도록.
아샤:(흐린 인상 속에서 자신이 아는 네 얼굴을 찾으려 했다. 해가 질 적을 닮은 눈을, 가끔 책망이 어려있던 그 시선을. 자유를 꿈꾸던 나비의 희망과, 바람을 향해 보이던 애정을. 그러한 것들은 형태가 보이지 않아도 눈에 밟히곤 했다.) ......아샤 체르니. 너의 히어로이자, 자유를 주고 싶었던 바람. 나를 다시 기억해 내, 르네. 그리고 이 기억을 가져가. 네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었잖아. ...왜 포기했어?
르네:그렇구나, 나는 르네. 당신은.. 아샤구나. (몇번 입에 낯익고도 어색한 이름을 담아본다. 너의 자줏빛 눈동자 너머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뿌옇게 일그러진 사람이 하나.)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요. 겨우 이제서야 돌아갈 수 있게 되어그러게, 왜 그랬을까요. 혼자 남는 게 싫어서? 그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했어서?
그렇구나, 나는 르네. 당신은.. 아샤구나. (몇번 입에 낯익고도 어색한 이름을 담아본다. 너의 자줏빛 눈동자 너머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온통 뿌옇게 일그러진 사람이 하나.)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요. 겨우 이제서야 돌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네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웃음이 담긴 목소리였다.) 그러게, 왜 그랬을까. 혼자 남는 게 싫어서? 그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했어서? 세상에 기억되고 싶어서...광활한 하늘을 나는 새를 다시 보고 싶어서...
아샤:언제나 지키는 건 내 몫이었어. 구하는 것도, 살리는 것도...
이런 걸 네가 할 필요 없었다는 말이야. 르네. (네 손을 잡기로 결심한 그 날부터 너를 이끌어주고자 했다. 그 방향이 어째서 지금 바뀌어버렸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무능한 히어로라서? 그래서 결국은 누군가를 끝까지 지킬 힘이 되지 못해서?) 나는... 나는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해. 누군가의 유지를 잇고, 세상에 남아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누군가 뒤로 한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 말이야. 그래서 너에게만은...... 직접 알려주고 싶었어.
너를 대신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르네:늘 당신의 몫이였으니 마지막으로 .. 한번쯤은 괜찮잖아요. (말없이 네 얼굴을 바라보다가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꼭 잃어버린 것을 다시 손에 쥔 아이처럼 간절하고, 소중한 것을 잡는다.) ...당신은 무능한 사람이 아냐. 이미 많은 것을 바꿨어. 왜냐면, 나는 지금 무척이나 가볍거든. 금방이라도 저 곳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리고 다시금 하늘을 눈에 담는다.)
이전의 나였다면, 결코 댈 수 없는 이유들을 아마도 당신이 만들어 주었겠지. 당신이 평생 누군가를 지키고, 구하고 살아왔다면.. 그 많은 사람 중에 나 하나는 당신을 지킬 수 있는 거잖아. (손을 내밀어 숨이, 온기가 도는 뺨을 어뤄 만진다. 이것이 살아있는 자의 온기. 이제는 결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존재임을 느낀다.) 하지만 당신에게 짐이 된다면 내가 말한 것들은 잊어버리고 돌아가도 괜찮아.
아샤:(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적을 생각한다. 불과 몇 분, 몇 시간 전의 편안하고 가벼웠던 몸을. 기억은 삶의 무게와 마찬가지라 짊어지는 순간 마음은 무거워지고 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짓누르던 모든 것을 잃고 비로소 자유를 찾은 듯한 네 모습은 더없이 가벼워서, 스치는 바람에도 나부낄 것만 같았다.)
...언제나 이 기억이 너를 이 세상에 붙잡아 놓을 추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었구나 르네. (뺨에 닿는 손길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기억이 사라진 너는 더 이상 땅에 발을 디디려 하지 않아.)
기억해? 너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하고, 안쓰러운 것을 보고 비웃었지. 아픈 걸 모르고 괜찮다고 하고,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헤맸었잖아. ......그런 네가 이제서야 돌아가고 싶은 하늘이 생기고, 지키고 싶은 게 생겼다는데, ...나는 좀 속상하네. (창백한 손끝을 감싸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짐이 아니야. 거창한 이유 없이 나는 그냥 네가 사는 게 보고 싶어서 그렇게 아등바등 널 감쌌거든. 불행하든, 행복하든 넌 내가 가장 처음 구한 목숨이었으니까......
평생을 지켜오기만 한 내가 안쓰러워, 르네? 혼자 남고 싶지 않았어? 나를 통해 세상에 기억되었으면 좋겠어? 늘 그래왔듯, 내가 너 대신 세상을 사랑했으면 좋겠어? 아니면......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뭐든 좋으니 내가 그냥 살았으면 했어?
르네:(타인의 이야기처럼 생소하고, 또 생소한 과거다.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에 지금의 나는 이토록 가벼울 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이 발목은 왜 이리 무거운 건데?) ... 저 곳에 가고 싶은 이유를 알려줄까. 하늘을 보면, 당신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 느껴지거든. 이상해. 내가 저 하늘을 날았던 것만 같아. 그게 '나'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했던 기억이었으면 모든 것을 잃은 나조차도 자꾸 그 흔적을 더듬게 되는 건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당신이 속상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꼼꼼히 네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이 마치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싶었다.) '나'도 당신과 다를게 없거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샤, 그녀만큼 당신에게 미련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을거라 생각해? '내'가 무슨 마음으로, 무슨 생각으로 이 곳까지 당신을 데려왔을지 모든 것을 잃은 나는 정확한 답을 내어줄 수 없어.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지.
나열된 수 많은 이유 중에서 변치 않을 단 하나. 분명 그녀도 마찬가지로 거창한 이유는 없었을 거야. 그저 단순해. 당신의 부드러운 자줏빛 눈동자가, 다정하게 웃어주는 미소가, 맞잡아주는 손의 온기가 그리웠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순간의 '내'가 행복해 보여?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르네:당신이 '나'를 바꿨잖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줬잖아. 그렇다면 묻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나'는 단 한 순간도 당신을 동정한 적이 없을거야. 나 자신조차도 동정하지 않았으니. 그러니 당신은 안쓰러운 사람이 아니야. 끝내, 일어날 사람이지. 그런 당신을 '나'는 동경했어. 수많은 시간들을 걸쳐 당신을 , 오롯 당신으로써 누구보다 사랑했어.
그러니까 이건.. 외로워서,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 그게 더 나으니까- 같은 이유들이 아니라는 거야. 마지막이 되어도 좋으니 다시 한 번 푸르른 하늘 아래에 서 있는 당신이 보고 싶어서.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어서. .....이것이 내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이자, 떨칠 수 없는 당신에 대한 미련.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놨어요. 남은 건 당신의 선택 뿐이야.
아샤:르네 보니타, 너를 바꾼 건 나야. 그러니까 그런 마음이 아니라는 건 묻지 않아도 잘 알아. 그리고 우리가 나열한 모든 것이 이유라는 것도… (유독 네 시선이 향하는 곳. 네가 그리는 그날의 파란 하늘을 잊지 못하는 것은 너뿐이 아니었다. 그날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풍경은 죽음에서 도망치던 한 아이에게만 자유를 주었던가.) 르네, 내가 속상한 이유는… 네가 이전처럼 이 세상에 미련이 없어 보여서 그런 게 아니야. 네가 나에게 모든 기억을 주고, 희생하려고 해서도 아니야. 그냥, 너와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으니까... 우리는 다시 그런 시간을 함께 할 수 없을 테니까.
(뺨에 닿은 손을 잡아 내려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미약한 힘으로 잡아당겨도 금방 따라오는 너를 보며, 쓴 숨을 입 새로 뱉었다.) 나는 다 기억해. 나는 요리를 썩 잘 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너는 곧잘 먹어 줬잖아. 많이 먹는 편도 아니었으면서. …함께 산책을 가고, 네가 모르는 꽃의 이름을 알려주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시간이 좋았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가 이렇게 된 그날도 분명 네게 그런 장소를 보여주러 갔던 거였겠지. ...그래서 나는 슬픈 거야. 나라고 네 눈동자가, 어설픈 미소가. 이 온기가 그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
(마른 어깨를 끌어안으며 손으로 네 등을 감싸 안았다. 너무 작아서 거센 풍파에 휘말려 버린. 그럼에도 질기고 아름다웠던 나의 나비다. 이제는 끝내 지키지 못해 멀리 날려보낼 수밖에 없는 것을 알겠다.) 네가 이렇게 되기까지 많이 참고 노력했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르네, 나와 같은 마음을 나는 무시하고 싶지 않아.
나는 여전히 가장 높은 곳의 바람으로, 너의 이름을 기억하는 오딘으로. 네가 사랑한 세상의 일부인 인간 아샤 체르니로 남을게. 아무리 험난하고, 잔인한 면이 있는 세계더라도…
(제게서 네 몸을 떼어내, 최대한 부드럽게 너를 밀어냈다. 그렇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얼굴을 오랫동안 응시한다. 나는 너를 볼 수 없지만, 너는 나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번 네 기억을 받으니 알 수 있었다. 이 웃음이 너에게 있어 큰 위안이었다는 것을.)
다만 너는 너의 이름을 잊지 마. 르네 보니타. 그 이름을 안고 그리워하는 곳으로 날아가도 좋아. ......이제 그만 등을 밀어줄게. 너를 사랑하는 바람으로서.
르네:(따뜻한 온기가 천천히 멀어진다. 이 것은 당신의 대답.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당신이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나는 알 수 있다. 그래, '내'가 그리고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그러니 이걸로 충분하다. 남은 것은 나의 바람이 밀어주는 곳까지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가는 것.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르네 보니타. 지금 너는 어때, 행복하니? 어색하고도 낯선 자신이자,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아본다.) 멀리가진 않을거에요. 아마도, 이 바람이 휘날리는 대로 날아간다면 돌고 돌아 도달하는 곳은 또다시 당신의 곁일 수도 있겠죠. 나의 시작과, 끝은 모두 아샤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작별하는 걸로 할까요. 여행은 여기서 끝이에요.
걱정하지 마요. 당신이 나를 기억하는 한, 나는 사라지지 않은채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을거야. 그렇게 흐르고 흘러서.. 언젠가 바람이 멈추는 날엔 나를 찾아와요. 그때까지 ...안녕, 나의 여행자.
끝내 르네 보니타, 당신이 바라던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샤는 도시 밖의 물가에서 나룻배 위로 오릅니다.
뒤돌아서면 누구인지 인식할 수 없는 누군가가 당신을 바라보며 배웅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점점 지평선 너머로 점처럼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집니다.
섬광과도 같은 것으로 인해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그래야만 합니다, 이 기억은 르네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