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10월의 반딧불이
이 빛을 따라가자.
2022-02-25
KPC. 요시나가 산 · PC. 카와자키 요루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어.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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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요우는 무엇을 하고 있나요?
 
카와자키 요우:(검도 연습하러 가고싶어..)
(턱 괸 채 창 밖만 멍하게 보고있음)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카와자키 요우는 마츠바야시 고등학교 2학년 A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요우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카와자키 요우:..응?
(종이를 주으려 끄응)
 
줍기 위해 몸을 숙인다면
 
요우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카와자키 요우:oO(..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요우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요우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카와자키 요우:oO(..나도 모르게 잠이라도 든건가..?)
 
카와자키 요우:
교육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딧불이입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
 
보통 한여름, 특히 6월경 밤에 활동합니다.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요우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카와자키 요우:..!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카와자키 요우:(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카와자키 요우:딱히 벌레가 생길만한 건 넣지 않았는..
아..!
그건가..?
 
머지? 머지?
 
카와자키 요우:방과후 가기 전에 먹으려고 사둔 우마이봉..?
 
요우가 무엇을 넣어두었던 간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내 우마이봉..!)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감소 없습니다.
 
문학 선생님:카와자키!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카와자키 요우:(퍼뜩!)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요우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것은 요우뿐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눈만 끔뻑..)
 
문학 선생님:자습시간에 졸기나 하고, 잘하는 짓이다~.. (끔벅거리는 눈에 졸았다고 확신했는지 혀를 쯧쯧 찬다.) 어딜 그렇게 보고 있어?
 
카와자키 요우:그치만..그치만 선생님 저기...
(검지를 뻗어 자신의 사물함 쪽을 가르키며 콕콕)
 
문학 선생님:(사물함 쪽을 휙 돌아보며) 으이? 저 열려있는 사물함 네 꺼냐?
 
카와자키 요우:(끄덕끄덕끄덕!)
 
문학 선생님:뭐야. 그럼 조용히 닫고 얼른 제자리에 앉아라! (안에 있는 빛은 보이지 않는지... 태평하게 손짓한다.)
 
카와자키 요우:네?
 
문학 선생님:응?
 
카와자키 요우:저기..고쳐줄 사람이라도 아무나..
...아니..아닙니다.
(역시 꿈을 꾸고 있나..고개를 갸웃하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한발짝씩 천천히 사물함 앞으로 다가갑니다)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요우에게 집중됩니다.
 
요우는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요우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현실감 없는 교실 풍경과 주위의 반딧불이를 눈으로 쫓으며 다시 한발짝씩)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선생님의 재촉에 요우는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요우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카와자키 요우,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
 
.
 
.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요우는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카와자키 요우:읏..?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카와자키 요우:(내 몸에서만은 아니길...)
 
그리고 요우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얼굴을 더듬어보면,
 
요우는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요우의 얼굴은 네모난, 긴...
 
쓰레기통입니다.
 
카와자키 요우:(갑자기 왜 이런게?!)
(얼른 쓰레기통을 번쩍 들어 벗어냅니다...)
 
쓰레기통을 걷어낸 요우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요우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카와자키 요우:(파다닥 머리 털기)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우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요우의 가방,
 
요우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카와자키 요우:..어라?
아직도 꿈을 꾸는걸까..
 
..............우마이봉...
 
카와자키 요우:(우마이봉!)
 
그리고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카와자키 요우:?
(두 눈 부비..)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요우,
 
카와자키 요우:(같이 고개 갸웃갸웃..)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그런 요우를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서, 서, 설마…….
인간이다!!!!!!!!!!!!!!!!
 
카와자키 요우:(깜짝)
 
아하!
 
요우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그러나 요우가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카와자키 요우:아니..저...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카와자키 요우:(어쩔 줄 모르는 손과 시선..)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
 
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문득 요우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봅니다.
 
요괴들이 입은 옷이 약간은…….
 
교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요우를 살펴봅니다.
 
도깨비불:정말 인간이잖아.
 
늑대요괴: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뿔이 달린 여자: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카와자키 요우:(쓰레기통....)
 
뿔이 달린 여자:(요우 머리카락 만지작..)
 
도깨비불: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카와자키 요우:힉...!
(어깨를 흠칫 떨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도깨비불:말은 할 줄 아는 건가?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으며)
 
카와자키 요우:..!!
(순간적으로 주변을 더듬어 막대같은 것을 찾곤)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막대기가 다소... 짧습니다
 
하지만 막대를 든 것을 본 요괴들은 순간적으로 방심한 듯 주춤합니다.
 
뿔이 달린 여자:와하하, 화낸다! 신기해~
 
카와자키 요우:(더욱 혼란스러워진 눈동자...)
저..저기..!
미안한데, 꿈이라도 이건..너무..
(목소리도 내기 힘들어지는 듯한 기분에 고개를 힘차게 한번 젓고는)
나 좀 그만 깨게 해줘!
 
미호:힉..! 듣던 대로 정말 말을 하잖아?
 
늑대요괴:이봐, 뭔가 더 말해봐.
 
카와자키 요우:(내 말을 듣기는 한거야?)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늑대요괴: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미호: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뿔이 달린 여자: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늑대요괴: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카와자키 요우:..?
(불안해지는 대화...)
 
도깨비불:나는 다리를 먹을래. 인간의 다리는 토끼다리보다 훨씬 먹을만 할 것 같은데?
 
뿔이 달린 여자:그럼 나는 팔을 줘.
 
카와자키 요우:(저거..어떻게 들어도 내 이야기..아닌가..?)
 
몇 분 후,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요우를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카와자키 요우:(흠칫..)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요우를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늑대요괴: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카와자키 요우:지금 무슨 말을..
(조금 어이가 없어져 눈썹을 찌푸렸다가, 잠시 이대로 먹히고나면 꿈에서 깨는 건 아닌가 싶어 고민하는 얼굴..)
...꿈이라면, 아프지 않으려나?
하지만 꿈이라도 겪고싶지 않은 일이..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요우가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정말 이곳이 꿈 같나요?
 
카와자키 요우:(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다)
으음..하지만 확실히 이렇게까지 생생한 꿈은 한번도..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요우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요우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카와자키 요우:방울..소리?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요우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요우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요우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산:다들 철칙은 잊은 거야?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과 약속했을텐데.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도깨비불:으,응... 산이 마음대로 해.
 
늑대요괴: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요우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산이라고 불린 요괴가 요우를 향해 돌아봅니다.
 
어깨 위로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하얀 머리카락,
 
녹음을 담은 눈동자,
 
복슬해보이는 귀와 꼬리…
 
어쩐지 여우를 닮은 외양입니다.
 
카와자키 요우:(귀..? 꼬리...?)
(다시한번 다가오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멍하게 산이를 올려다보다 문득)
아, 고마..워?
고맙습니다..(꾸벅)
 
산:하하, 천만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 네게 한 걸음 다가가며 고개를 기울인다.) 인간은 오랜만인데. 내가 다른 녀석들을 제치고 너를 잡아먹으려고 다 쫓아버린 거면 어쩌려고 그래?
 
카와자키 요우:(네 꼬리의 끝을 따라 깜빡거리던 눈동자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제자리로 돌아오면, 네 눈과 시선이 맞춰진다. 아까 다급하게 쥐었던 짧은..나뭇가지라도 손에 꾹 쥐어 네 앞에 세워보이곤 다시 경계하는 눈')
역시 먹히고 싶진 않으니까..그런거라면 가만히 있진 않겠어.
 
산:당돌한 건 좋은데... (네 손에 들린 짧은... 나뭇가지를 힐끔 보곤 제 옆의 기다란 나뭇가지를 주워들어 네게 받으라는 듯 쑥 내민다.) 하나도 안 무서워.
방금은 그냥 가벼운 농담이었으니까 안심해. 나는 인간을 싫어하지 않거든. (너를 빤히 바라보며) 아무래도 비슷한 외형이라 그런가? 딱히 먹고 싶지도 않고.
 
카와자키 요우:(아직 조심스러운지 긴장한 채 느릿하게 손을 뻗어 네가 건네어 준 긴 나뭇가지를 손에 쥐면, 조금 더 안정감이 생긴건지 이젠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생긴건지 표정이 한결 편해진다. 잘가, 짧은... 나뭇가지.)
정말이야? 물론.. (아직 내가 살아있긴 하니까..믿어도 되려나? 하는 뒷말을 삼키다보면 다시 눈동자가 네 머리 위로 가 빠안)
그럼 역시, 그것도 진짜인거야?
 
산:이제 좀 무섭네. (고개 끄덕끄덕..) 못 믿겠으면 그걸 휘두르면 되잖아? 물론 난 억울하니까 최선을 다해 피할 거지만. (어깨를 으쓱하다 네 시선이 자신의 머리 위를 향하는 것을 알곤 귀를 쫑긋거린다.) 응. 요괴는 처음이야? 인계에도 동물 쯤은 있을 텐데.
 
카와자키 요우:(억울하단 말에 조금 미안해져 나뭇가지를 쥔 손에 힘을 조금 풀고는) 요괴라니. 인계라니...그런 말을 해도 사실 아직까지 잘 모르겠는걸, 현실감같은거..
(마치 여우에게 홀렸다는 말처럼 저도 모르게 쫑긋 세워진 귀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을 간지럽히는 털이 어쩐지 등굣길에 가끔 만나던 길고양이를 떠올리게 해 묘하게 마음이 진정되어 살짝이 웃고는)
아, 신기해. 살랑거렸어.
 
산:(네 손바닥 아래서 복슬복슬한 귀가 움찔거린다. 예상치 못한 손길에 당황한 듯 입술을 달싹이다) 간지러워...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만지는 거 아니야? 요괴라니까? (눈을 가늘게 흘기지만 웃음기를 찾은 얼굴을 보고선 됐다며 한숨을 푹 내쉰다.) 나는 산. 이곳의 신목을 수호하는 일을 하고 있어. 넌 이름이 뭐야?
 
카와자키 요우:아. (그러고 보니..이름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 귀를 만지는 데에 열중하고 말았다는 사실에 자신이 부끄러워져 얼른 손을 떼고는 괜히 제 옆머리만 비비적)
...요우. 카와자키 요우.
 
산:oO(인간의 이름은 정말 길구나.) 음~.. 그래, 카키! (멋대로 줄여 부르곤) 아까 봤지? 이곳은 인간이 있을만한 곳이 못 돼. (제 뒤의 거대한 신목을 한번 돌아보곤) 하지만 당장은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 돌려보내줄 수도 없어. 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는 날이거든.
 
카와자키 요우:..카키? (낯선 호칭에 조금 어색해할 틈도 없이 이어지는 뒷말에 퍼뜩 고개를 들어 너를 보고)
뭐? 보내줄 수 없다니..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부터 문은 또 뭐고..그럼 난 어떻게 해? (조급해진 마음에 제 눈앞의 이 마저 사라질까 손을 뻗어 네 옷깃을 잡아버리고, 불안감이 담긴 눈동자처럼 떨리는 손끝이 말끔하던 옷에 주름을 낸다)
 
산:네가 타고 넘어온 신목 말이야, 이계와 인계를 이어주는 문이거든. 가끔 이렇게 깜짝 손님을 데려오기도 해. (불안이 가득한 눈동자를 응시하다 장난스러운 손길로 네 머리카락을 파드득 흐트러뜨린다.) 왜 그래, 카키~ 그런 얼굴 하지 마. 못 돌아간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축제도 내일이면 시작이고.
그래! 그때까지 나랑 어울려주는 건 어때? 그 대가로 네가 돌아가는 날까지 보호해줄게.
 
카와자키 요우:신목..? 타고 넘어왔다고.. (거대하게 자라있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리다 제 머리에 닿는 손길에 두 눈을 꾸욱 감는다. 그리곤 들려오는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한 다정한 말에 천천히 시선을 올려 흐트러진 머리칼 틈새로 너와 눈을 마주하면, 다시한번 홀린 듯 고개를 끄덕)
...축제는 언제까지야?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산:삼 일 정도? 백 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라, 의미가 크거든. 후야제가 끝나면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주 본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 겨우 눈을 돌린다.) 딱히 뭘 할 필요 없어. 굳이 따지자면 최선을 다해 나를 놀아주기~?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요우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시야에 요괴들이 보이자 아까의 상황이 떠올랐는지 주먹을 힘주어 꾹 쥔다)
(결심한 듯한 얼굴로 산이를 올려다보며) 열심히..할게..!
 
산:oO(열심히 놀겠다는 뜻이겠지?)(네 앞의 건물을 슬쩍 몸으로 가리며) 아, 저건 영월호야. 이계의 교육기관같은 건데, 아까 도망친 놈들이고 나고 이곳 소속이야.
(대뜸 네게 바닥에 굴러다니는 방금의 쓰레기통을 주워 내밀더니) 그래도 영월호 학생들은 착한 편이지~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훨씬 난폭한 녀석들이 많거든. 인간인 게 들키면 또 그 사단이 날 텐데, 당분간 쓰레기통 요괴 흉내를 내는 건? (장난 가득한 목소리!)
 
카와자키 요우:(코를 막으며 찌풀..! 세차게 고개를 젓더니 그건 싫다며 코맹맹이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이내 자신에게도 아직 냄새가 나려나 싶어 네게서 한발짝 멀어지곤)
그렇구나, 영월호..아, 그럼 이건 정말 교복같은거였구나. (옆에 자리하던 네 팔 아래의 긴 옷자락을 쭉 펴보기도 하고, 제 것과는 또 다른 신선한 느낌에 옷 이곳저곳을 유심히 바라보다 보니 시선이 가슴 께에 닿은 것도 깨닫지 못했다)
 
산:아잇, 너무 노골적으로 보면 부끄러워>< (능글맞게 웃다 포기했는지 쓰레기통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카키~ 카키는 무슨 동물이 제일 좋아? 너 구리? 개? 고양이?
 
카와자키 요우:(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이를 조금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다 네 물음에 흐음) 동물? 당장 떠오르는 건...고양이?
 
산:역시?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요우의 머리 위로 고양이 귀가 뿅 솟아납니다!
 
산:잘 어울리네~ (히죽히죽)
 
카와자키 요우:(네 웃음도 제 머리 위에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도 모두 불안해지고, 무언가를 확인해 보려 손을 머리 위로 가져가면..커다란 눈이 더욱 커지며) 히익..! 지, 지금, 뭘 한거야? 나..나..! (말을 잇지 못한 채 손에 귀가 더 닿을까 이상한 자세로 굳어버렸다)
 
산:(손가락을 한번 더 튕기면 꼬리도 뿅!) 내 귀를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길래. 싫어? (여우같이 제 꼬리를 살랑살랑) 하지만 쓰레기통 요괴 흉내가 싫다며~ 그럼 고양이 요괴 흉내라도 내는 수밖에.
 
카와자키 요우:(딱.하는 소리와 함께 제 팔에 닿는 간지러운 느낌에 한번, 반사적으로 잡아버린 자신의 꼬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다시 한번 히익! 하고 놀랐다가 금세 진정한다)
그, 그렇지..요괴 흉내..요괴 흉내...? (고양이 요괴라..? 흐음..턱에 손을 가져다 대어 고민을 하나 싶더니 그대로 양 손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곤)
..야옹? (진지)
 
산:.............................................. (귀여워서 잠깐 멈칫..................) 잘하네. 고양이 요괴보다는 그냥 고양이 같지만. (여우는 어떻게 울더라)(어둑해지려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곤) 변장도 했고, 곧 있으면 해가 질 텐데. 그만 우리 집으로 갈래?
 
카와자키 요우:(보다보니 신기해서 제 꼬리를 톡톡 치며 장난치다 끄덕끄덕) 집에 다른 사...람? 요괴? 는 같이 안 사는 거야? 내가 가도 될까? (선택지가 없긴 하지만...)
 
산:인간들처럼 가족이 있는지 묻는 거야? 나는 혼자 지내니까 네가 밤 사이에 다른 요괴한테 잡아먹힐 일은 없어.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곤 영월호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가자.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산이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산은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산은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련된 검도부)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요우는 한층 더 빠르게 산을 쫓아 올라갑니다.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산이 멈춰서 요우를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요우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살폿..)
그나저나 잘도 올라가네..
 
산:산 잘 타네? (신기한 듯..)
나야 맨날 다니는 길이니까...
 
카와자키 요우:(동시에 뱉은 말에 조금 멈칫 하곤 산이를 빤 보다가 으쓱)
나도..부활동 때문에 종종 운동 겸 산에 올라
 
산:부활동? 그게 뭔데?
 
카와자키 요우:음..여긴 그런게 없나? 수업이 다 끝나고나면 각자 원하는 활동을 하는거?
난 검도부였고..야구부라던가 조리부라던가? 종류는 많아
 
산:인간들은 재미있게 노네~ (검도.. 야구... 모르는 이름들에 눈을 천천히 끔벅인다.) 이곳은 글쎄, 무료하니까. 그래서 다들 고작 백 년에 한 번 오는 축제를 기대하는 거겠지.
 
카와자키 요우:뭐어..그러니까, 운동 이라던가? 그런 취미생활을 하는..! (무언가 설명해 보려 하지만 말도 머리도 꼬여버린 듯 해 자신에게 답답한듯 끙..) ..그래? 고작 백년이라니, 꽤나 요괴 다운 말이네. 그럼 산은..백년이 돌아오는 동안 뭘 하는데?
 
산:그래? 그러니까 카키는 수업이 끝나면 운동을 했다는 거지? (곧잘 따라 올라오는 너를 돌아보곤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야... 백년이 돌아오는 동안 신목을 지켜야지.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 되니까.
 
산이 요우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카와자키 요우:oO(그렇구나.. ... 근데 그럼 난? 오늘은 뭘 했던거야?)
(입술을 삐죽이며 잠깐 못마땅하게 산이 바라봄..)
 
산:하하, 금붕어 같다~ (불만인 표정을 보곤 크게 웃는다.) 미안하지만 인계에서 신목이 문을 열어주는 건 나도 어쩔 수 없어.
옛날에는 신목을 이용해서 인계로 넘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놈들이 있었어. 내가 막는 건 그런 놈들이고, 인계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구. (으쓱)
 
카와자키 요우:...산은 생각도 읽을 수 있어? (속마음이 들켜 부끄러운 건지 경계를 하는 건지 산을 따라 쫑긋 솟아있던 귀가 조금 뒤로 젖혀지더니 빠안..)
그럼..그런거면 난 왜 여기로 넘어온걸까. 난 그저.. (당연하게도 궁금했어야 할 것인데도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물음이 불현듯 제 머릿속을 지나친다)
반딧불이를 쫓아 왔어..
 
산:글쎄, 어떨까? (태연한 얼굴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네 시선을 받더니 이내 천진하게 웃어 넘긴다. 다시금 길을 찾기 위해 등을 돌리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다.) 어쩌면 인연일지도 모르겠네.
 
싫어하지 않는다면, 요우를 좋아하는 걸까요?
 
산이 대체 왜?
 
우연히라도 요우가 비 맞은 여우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요우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산을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산은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산은 요우를 향해 돌아봅니다.
 
산:혹시, 여길 알고 있어?
 
산은 그렇게 말하며,
 
요우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요우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예뻐..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산은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요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산은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카와자키 요우: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봐.. (시선을 풍경에 빼앗긴 채 계속해서 빠져드며) ..아름답다...
(호박색의 노란 눈동자에 반딧불이의 빛을 가득 담은채 산이를 돌아보곤 고맙다며 살풋 웃어보이곤)
고마워, 여걸 보여주고 싶었던거야?
 
산:...그래, 아름다운 곳이야. 인계에는 이런 장소가 좀처럼 없을 테니까... 처음이겠지.
 
카와자키 요우: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요우의 대답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어느덧 다다른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산은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산:반딧불이를 따라 이곳에 왔다고 했지? (네게 타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카키, 반딧불이의 전설은 알고 있어?
 
카와자키 요우:(산이의 손 위로 제 손을 포개어 잡고, 조심스레 배 위로 올라타는 순간까지 반딧불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전설? 아니. 못들어본 것 같아.
 
요우가 산을 따라 조각배에 탄다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산: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야.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언제나 반딧불이가 함께한대. (천천히 노를 저으며 수면 위로 떠오르는 반딧불이의 빛을 내려다본다.)
 
카와자키 요우:정말? 그래서 여름이 아닌데도 반딧불이가 이렇게나.. (산이의 시선을 따라 반짝이는 호수 위를 보다보면 비추어진 빛을 손안에 담으려는 듯 물을 참방인다.)
(이내 몇 번 물장난을 치다 반쯤 농담 섞인 투로) 그 전설이 진짜라면..오늘의 우리도 맺어진 걸까?
 
산:말했잖아, 인연일지도 모른다고. (제 쪽으로 튀기는 물방울에 차갑다고 투덜거리며 꼬리로 네 무릎을 톡톡 친다.)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 여행객을 안내하는 길잡이고,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도와주는 불빛이야. 그래서 이계의 연인들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 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지. 그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으니까... 어때? 인간인 너도 이 전설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카와자키 요우:(투덜거리는 산의 모습에 장난기가 생긴다. 가만히 산을 응시하나 싶더니 검지와 엄지를 통 튕겨 얼굴에 물 튀기기! 기분이 좋은지 장난을 치며 키득 거리다 물기가 담긴 살랑 바람을 맞으면, 이내 눈을 감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 취하듯 대답한다) 응, 그러네..이런 빛을 봐버리면..믿고 싶지 않아도 무심코 믿어버리겠어.
그럼, 산은? 쭉 여기 있었던거지? 해본 적 있어? 반딧불이 아래에서..연인과의 약속.
 
산:해본 적 없어. 하지만... (무언가를 망설이다) 그럴 걸 그랬네. 잃어버리기 전에. (얼굴에 튄 물기를 손등으로 느릿하게 닦아내곤 고개를 들어 너를 응시한다.) 믿어준다면 전설처럼 약속할래? 뭐, 우린 연인은 아니지만, 인연일 순 있잖아. 나는 실수라도 널 잃어버리긴 싫거든~
카키, 만약 길을 잃는다면... 이 빛을 따라가자.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이 약속되어 있어.
 
카와자키 요우:(좋지 않은 걸 물은 걸까 싶어 조용히 눈만 깜빡이다 작게 끄덕이곤) ..좋아. 나도 산을 잃어버리면 큰일인 걸. (저를 바라보는 네 눈동자에도 빛이 가득해 마치 따라가듯 시선이 너에게 가 닿는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 자신도 쉽게 답 내리지 못하는 것인데..너는 어떻게 확신하는 걸까)
...그럼..자, 약속. (서로를 응시하던 시간도 잠시. 불쑥, 네 앞에 새끼손가락을 세워 내민다) 여기선 어떻게 하는 지 몰라도..내가 있던 곳에서 하던 약속이야. 여기, 이렇게..손가락을 걸어봐.
 
산:(제 앞에 내밀어진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보다 마찬가지로 새끼 손가락을 걸어본다.) 이게 무슨 의미야? 엮는다는 의미인 건가~ 여기는 약속을 지키는 녀석이 좀처럼 없으니 이런 귀여운 방법도 따로 없어. 이렇게 하면 끝이야?
 
카와자키 요우:글쎄, 그냥 어릴 때 부터 이렇게 했는데.. (또 다시 답이 어려운 질문에 잠시 고민해보다 포기한 듯 엮어진 새끼 손가락만 힘주어 꼬옥) 무슨 이유로 하는진 몰라도..약속하겠다는 뜻 인걸. 그러니까..이게 나의 반딧불이 인거야.
잃지 않을게. 잃어버리지 않게 꼭 붙어있을게, 산. (다시 한번 약속한 손가락을 꼬옥)
 
이야기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산은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산은 요우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oO(또..방울 소리..)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요우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요우가 쉽사리 꽃밭을 건너지 못하면,
 
어서 오라는 듯 산이 손짓합니다.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산:카키, 배는 안 고파? (책장 쪽을 가리키며) 심심하면 저어기 책이나 몇 권 읽고 있어. 요깃거리를 좀 찾아올게.
 
카와자키 요우:배.. (실례합니다. 작게 말하며 집 안으로 들어와 구경을 하다, 듣고 보니 조금 배가 고파져 한번 쓸어 내리고는 산이 가리킨 방향으로 총총 걸어갑니다)
 
카와자키 요우: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요우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요우는 책을 고르며 걷다가
 
나무판자를 잘못 밟고 넘어져 버립니다.
 
카와자키 요우:(으악..)
 
덕분에 책 몇 권이 우르르 쏟아졌…….
 
아야!
 
머리 위로 두툼한 책 한 권이 떨어집니다.
 
<이계탐험록>이라는 서적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이계탐험록..?
(호기심이 생겨 펼쳐봅니다!)
 
카와자키 요우:(요괴 5철칙부터..팔락팔락)
 
핸드아웃 지급
 
문득 요우를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카와자키 요우:(쭉쭉 읽어보다..5번 문항을 보곤 멈칫)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카와자키 요우:oO(여기도 인간 세상이랑 다를 건 없구나)
(다음 영월호의 역사..팔락팔락)
 
핸드아웃 지급
 
요우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흐음..
근데..산은 그럼..몇살 인거지...?
내 또래 같아 보였는데?
(이따 물어봐야지..생각하며 신목의 규칙 팔락팔락)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그 외에 특별한 내용은 찾을 수 없네요.
 
다음 기록을 볼까요?
 
카와자키 요우:(본다!팔락팔락!)
 
카와자키 요우:
언어(모국어)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핸드아웃 지급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요우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요우가 모든 부분을 읽고나면,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요우가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카와자키 요우:(책을 읽다말고 떠올려보려 끄으응..)
(잘 생각이 나지 않아 짜증이 났는지 꼬리만 탁탁)
 
책을 다 읽을 무렵
 
산이 쟁반을 요우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산:책은 재미있어? (끙차 자신도 네 옆에 앉으며 네가 보던 책을 들여다본다.)
 
카와자키 요우:...아, 응. 재미있었어. 이 책..누군가한테서 받은거야?
(여전히 눈은 산이가 가져온 쟁반을 경계하며..)
 
산:이계탐험록이네? 예전에 선생이 쓴 거야. (대수롭지 않은 듯 도마뱀꼬치를 덥썩 집어들더니 네게 내민다...) 교과서도 전부 직접 집필했거든. 거기 있는 요괴 5철칙도 교과서 앞장마다 붙여뒀는데, 반드시 새겨두라면서... 자.
 
카와자키 요우:(내게 불쑥 다가온 도마뱀꼬치..를 먹을 수 도, 준비해준 산에게 미안하니 먹지 않을 수도 없어 열심히 속으로 갈등하다 순간 번뜩!) 그, 러고보니 산. 산은 몇살이야? 여기 보니까 영월호는 500살부터 입학하는 것 같던데..아무리 봐도 산은 나랑 비슷해 보이는걸.
 
산:흐음~ 알고 싶어? 카키가 알면 놀랄텐데. (얼굴을 훑다) 비슷해보인다니, 뭐... 인계의 시간과 이계의 시간이 조금 다르게 흐르긴 해도 말이야. 너는 한 백 살은... 됐나? (도마뱀이 마음에 안 들어한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개구리를 집어주며...)
 
카와자키 요우:...뭐? 난 이제 18살..인데. (백살..조금 충격받기..) ..그렇게 말하면 조금 궁금하긴 해. 나이가 많은 가봐? (어라, 그럼 존댓말을 써야 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잠깐의 침묵 후) ..요.
(동시에 개구리 꼬치를 보면서도 다시 열심히 갈등 중..그러다 정성스럽게 구워져 예쁘게 담겨진 음식..들을 보곤 결심한 듯 개구리를 받아들었다..!)
 
산:18살.....?(충격) 존댓말..................? (충격......) 역시 말 안 할래. 그냥 이전처럼 대해. 또래...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양심 없는 발언인 듯 싶으나 어쩐지 억울해졌다... 요괴나이로 치면 900살은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표정이 비장해?
 
카와자키 요우:산만 괜찮다면......요. (역시 저도 어색한지 끝에 존댓말을 붙일 때마다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 약간은 웃긴 모양새가 된다. 어쩐지 안 좋아 보이는 산의 얼굴을 살피다 물음에 깜짝!) ...어, 음..잘먹겠습니다를 안 했네..고마워. 잘..먹겠습니다.
(개구리 뒷다리는 치킨 맛이 난다던, 어딘가에서 들은 속설을 떠올리며 개구리의 뒷다리를 작게 앙..)
 
산:...그거 계속 쓸 거야? (그나저나 존댓말 정말 못하는구나... 뻣뻣하게 굳은 얼굴에 피식 웃으며) 맛은 어때? 선생은 그게 그나마 제일 먹을만하다고 했는데. 선생이면서 편식이 심해서, 저런 풍뎅이 같은 건 입에도 안 댔거든. (도마뱀 꼬리 한입에 냠)
 
카와자키 요우:... (끄덕끄덕.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오히려 충격이다. 하지만 윗부분은 아직 먹기가 힘들어 뒷다리 부분만 작게 냠냠) 그, 선생이라는 건..사람 이었던거지? 아까 저 책을 썼던.. 잘 알았던 사이야? 혹시..최근에도 봤어? 지금은 어디에 있어?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 때문일까, 어쩐지 만나고 싶어져 다급하게 묻다보니 질문이 끝날 쯤엔 산이의 코앞까지 다가간 상태였다)
 
산:응. 선생은 인간이야. 잘 알던 사이지, 지금의 이계는 선생이 있었기 때문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우리 요괴들한테는 은인이었는데. (도마뱀을 우물거리다가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에 꿀떡 삼키고는) 이제는 없어. 모른다고 해야 맞으려나? 어디로 간 건지, 왜 가버린 건지 이유조차 듣지 못했으니까.
(그대로 고개를 살짝 틀며 화제를 돌리듯 목소리를 높인다.) 카키, 내일은 축제에 갈 거지?
 
카와자키 요우:...그래? (대책 없이 기대했기 때문일까, 실망감 또한 뒤숭숭하게 다가 와 조금 풀이 죽어선 먹던 개구리 꼬치만 빙글빙글 돌려댄다. 그러나 이내 힘없이 축 처져있던 귀가 네 목소리에 반응하듯 쫑긋 세워져 움찔움찔) ..축제? 요괴들의 축제...가보고싶어. 하지만..안 들킬 수 있을까? 나와 노는 걸 들키면 어떻게 해, 산.
 
산:들키면 잽싸게 도망가자~ 어차피 내일이면 다들 들떠서, 네가 인간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할 걸? 지금처럼 변장도 할 거고. (잘만 움직이는 귀를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며) 축제에 가면 다른 먹을만한 것도 많아.
 
카와자키 요우:(먹을게 많다는 말에 눈이 반짝이더니 침을 삼키는 듯 꿀꺽. 그러다 눈에 밟히는 각종 도마뱀 및 곤충 주전부리에 다시금 미묘한 얼굴이 된다..)
그래도..궁금해. 산과 열심히 놀아주기로 했고 말이지. 그러니까, 산. (다시금 길을 잃은 아이처럼 네 옷 소매를 살짝 끌어당겨 꼬옥 쥐고는) 나랑 떨어지면 안돼. 약속했지?
 
산:국수라던가... 왜 그런 표정이야? (겉으로 다 드러나는 모습에 작게 키득거리며 네 손에 남은 개구리를 뺏어 쟁반에 내려놓는다.) 카키는 정말 얼굴에 다 티가 나네~
(제 옷소매를 잡는 손에 턱을 괴곤 고개를 끄덕인다.) 약속했지. 나는 인계의 축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계의 축제도 엄청 재미있다는 걸 보여줄게. 분명 네가 좋아할 거야.
 
식사를 마치면, 산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합니다.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산:카키~~ 나 혼자 사는 집이라 이불이랑 베개가 하나씩밖에 없는데 어쩌지? (놀리듯 네 이름을 부르며) 우리 둘이 꼬옥 안고 자야겠는데?
 
카와자키 요우:(옛날의 오빠가 생각이 나 조금 질색하는 얼굴이 드러났다가..이내 끄덕) 난 괜찮아. 내가 갑자기 찾아왔는걸. 어쩔 수 없다면야...(으쓱) 오랜만이긴 해도, 익숙하고. (덤덤)
 
산:나 방금 좀 상처받을 뻔 했는데... (잘못 봤나? 눈 부빗..) 카키~ 진담이라고 생각해? 아무리 내가 요괴여도... 성별 정도는 있거든. (작은 방의 불을 켜고 들어가 네게 베개를 꾹 밀어 안겨준다.) 네가 여기서 자.
 
카와자키 요우:그치만 그럼..산은? (넘겨받은 베개를 다시 앞으로 쭉- 서로의 팔 사이에 낀 베개만이 처량하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면 내가 미안해.
 
산:나는 평소에 신목 위에서도 잘만 자걸랑? (한쪽 팔을 붙잡힌 채로 난감한 듯 다른 팔은 뒷목을 긁었다.) 손님이니까, 당연하잖아? (잡힌 팔 힐끔.. 요우 힐끔...) .....좋아. 알겠다구. 그럼 이불 반만 빌려줘.
 
카와자키 요우:(그제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이불을 편 후. 마치 저가 주인인 양 산을 보며 누우라는 듯 이불을 토닥토닥)
걱정 마. 잠버릇은 없는 편이니까. 산이 불편하지 않게 할게.
 
산:(꾸물..꾸물.. 제 이불이 아닌 양 어색하게 누워서 양 팔을 머리 뒤에 끼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누군가랑 같이 자는 건 오랜만이네...
그럼 잘 자, 카키.
 
카와자키 요우:(양 손을 잘 모아 얌전히 배 위에 얹고는 산을 보며 끄덕끄덕) 오늘 고마웠어, 내일도 잘 부탁할게. 잘 자, 산
 
잠자리에 겨우 타협을 보면,
 
둘은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요우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이미지 설명
 
그리고 요우는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요우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요우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요우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
 
.
 
.
 
.
 
.
 
.
 
방울 소리와 함께 요우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산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응..(찬찬이 눈 부비며 일어나더니 기지개애애애애-)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산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방울..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조금 부은 눈으로 멍하게 바라보며 중얼)
 
산:깼어? (인기척을 알아챈 귀가 쫑긋거리더니 작은 방 쪽을 돌아본다.) 간밤에 완전 푹 자던데~ 좋은 꿈이라도 꿨나 봐.
 
카와자키 요우:어쩐지 옛날 생각도 나고..나쁘지 않아. 잘 잔 것 같아. (작게 하품을 하다 다리에 스치는 꼬리의 감촉에 놀랐는지 어깨를 크게 들썩인다. 이내 기억이 났는지 다시 차분..꼬리 톡톡)
산은 일찍 일어났네. ...혹시 나 때문? 같이 자는 건 익숙하지 않아?
 
산:뭐, 그것도 그렇고~.. 누구누구가 엄청 깔아뭉개서 말이지. 어느 쪽이든 너 때문이긴 하네. (물에 적신 수건을 네게 내밀며 고양이 귀와 꼬리를 툭툭 건드려본다.) 변장 상태는 완벽하고~ 준비 되면 바로 나가자. 곧 축제가 시작할 시간이야.
 
카와자키 요우:(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이 비대칭하게 찌푸러지더니 갸웃) 깔아뭉개? ..나?
...나 잠버릇 있었어?!! (여태 낸 것 중 가장 큰 목소리가 울리고 어느 정도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얼굴도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니, 아닌데...하고 중얼이며 네게서 건네받은 수건에 얼굴을 푹 묻고 귀와 꼬리가 건드려지면 한번 파드득 떨곤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얼굴이 조금 식었나 싶으면 빼꼼 눈을 들곤) ..미안해, 산.
 
산:와아..정말 몰랐던 거야? (움찔거리는 귀와 꼬리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곤 놀리듯 ) 나는 진짜로 꼬옥 껴안고 자지 않아서 카키가 많이 아쉬운가 했지. 덕분에 반쪽짜리 이불로도 따뜻했다고? 잠은 좀 설쳤지만~ (뺀질뺀질한 얼굴로)
 
카와자키 요우: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염치란 게 있지... (다시 한번 달아오르는 얼굴에 두 눈을 꼭 감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이미 저질러 버린 주제에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인가 싶어 뒷말이 흐려진다.) 잠은..더 자지 않아도 되는 거야?
 
산:네네, 멀쩡하니까 걱정 마세요~ (네 반응을 즐기는 듯 꼬리를 살살 흔들다가) 알겠어? 백 년 만에 가는 축제라구. 방금은 그냥 놀린 거니까 신경쓰지 말고 축제에서 재미있게 놀 생각만 해, 카키!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요우와 산은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요우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산은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요우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산:짜잔~ 미아 방지책.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고, 매듭짓습니다.
 
보기에는 무척 가느다란 실인데,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카와자키 요우:(손목을 들어올리며 빠안..)
oO(마치 그거 같네..운명의 빨간 실)
 
산:원래는 어린 요괴와 산책할 때나 쓰는데, 카키는 위험하니까~ (한번 당겨보다가) 내 요력을 불어넣어서 생각보다 튼튼하거든, 끊길 일은 없을 걸?
 
카와자키 요우:(어쩐지 어린애 취급인 것 같아 삐죽 거리려다, 어제의 상황을 떠올리곤 소중하게 실을 꼬옥) 응. 그래도 확실히 산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이젠 조금 익숙한 듯 네 소매을 손 끝으로 붙잡고는 깜빡 너를 올려다본다) ..이렇게 다녀도 될까? 불편하면 안할게.
 
산:(동그란 눈을 보자 다시 장난기가 도진 듯) 나야 괜찮지만, 이왕 잡을 거면 소매보다는 손이 좋은데? (실실 웃으며 서슴없이 반대쪽 손을 네게 내민다.)
 
카와자키 요우:확실히.. (네가 내민 손을 빤 바라보다 알았다는 듯 끄덕이곤 그 위에 제 손을 겹쳤다.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듯 힘주어 꾹 쥐고는) 이제 걱정 없겠어.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요우와 산은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산:어디부터 갈래?
 
카와자키 요우:(신기한지 계속 두리번 거리다 한 곳을 콕.) 사격장..재밌어 보여. 아직 한번도 해본 적 없거든.
 
요우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요우와 산을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점원: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카와자키 요우:참가비..!
(당연하지만 참가비가 들텐데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안절부절)
 
산:? (네가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를 눈치채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점원에게 엽전같이 생긴 동전을 건넨다.) 뭐해 카키, 활 뭐 고를지 모르겠어? (눈대중으로 주변을 살펴보더니 하나를 골라 네게 쥐여준다.) 이 정도면 얼추 맞을 것 같은데~
 
카와자키 요우:(네가 건네주는 활을 어쩐지 비장하게 받아들고서) ..산. 가지고 싶은 상품이라던가. 있어? ..무조건 뽑아줄게. (비장한 얼굴! 비장한 눈!)
 
산:어라, 뽑으면 나 주는 거야? (두근두근) 그럼 난 저거~ (늑대 인형 가리킴) 하하, 그러고 있으니까 명사수 같네.
 
카와자키 요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에궁~
 
카와자키 요우:.... (어릴 적 보았던 이O야샤의 가O이에게 빙의하여..)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소 애매한 점수긴 하지만,
 
과녁에 화살을 맞추긴 했습니다.
 
화살은 네 방이 남았습니다!
 
다시 한번,
 
카와자키 요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까비~~~
 
거의 왔어요
 
가0이 거의 왔어요
 
카와자키 요우:(늑대인형....)
 
한번 더,
 
카와자키 요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
 
카와자키 요우:(산이 돌아보며 반짝한 눈으로 귀 쫑긋쫑긋!)
 
죽어라 이누ㅇ...
 
앗! 이 이상은 안 돼!
 
산:카키~!!~!!~ (손뼉 짝!) 대단한데!
 
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산과 무척 닮은 늑대 인형을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남은 두 방 도 쏴볼까요?
 
카와자키 요우:(일단은 늑대 인형을 산의 품에 안겨주고는) 또, 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조금 신났는지 꼬리 끝이 살랑살랑)
 
산:(진짜 이걸 안게 되다니)(늑대 인형을 멀뚱히 껴안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카키카키, 저기 저 노리개도 갖고싶어~ (아방)
 
카와자키 요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평균회귀
 
카와자키 요우:(우...)
 
하지만 괜찮습니다
 
대망의 한 방이 남아있어요
 
카운터 ㄱㅂㅈㄱ
 
카와자키 요우:(크리ㄱㅂㅈㄱ)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 바로...............
 
카와자키 요우:(됐나!!?)
 
막트의 기적이다
 
멋져요! 완벽하게 과녁 중앙에 화살을 맞췄습니다!
 
요우는 녹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산:카키는 혹시... 검도부가 아니라 양궁부였던 거야?
 
카와자키 요우:재밌었어. 돌아가면 한번 쯤 해봐도 좋을 정도로 (덤덤하게 말하지만 꼬리를 보면 역시 신난 것 같다. 노리개까지 산이 품에 폭)
이것도 산을 닮은 것 같아. 예쁜 녹색이네
 
산:(흐흥~) 잘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나까지 으쓱해지는데. 고마워, 카키. (받은 노리개를 네 주머니 속에 쏘옥 넣어주며) 나를 닮았으니까 네가 가지고 있는 게 더 좋지 않아? 인계의 옷에 달만한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계에 온 기념으로.
 
카와자키 요우:(노리개를 꺼내 들어 보더니 좋은지 끄덕끄덕) 보면서 산을 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뽑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소중히 간직할게 (꼬옥)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요?
 
카와자키 요우:(힘을 썼더니 조금 배고픈 것 같기도..)
(식당가!!)
 
아무래도 어제 먹은게 없기는 했어요
 
개구리...조금?
 
카와자키 요우:(도마뱀..만은 없기를..)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요우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카와자키 요우:(뒤도 안보고 돌아섭니다)
 
아아 가지마요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카와자키 요우:(맛있는 냄새..!)
 
산:가서 국수를 좀 가져올테니까 카키는 자리를 좀 잡아줄래? 요괴가 많아서 엄청 붐비네~
 
카와자키 요우:(끄덕이며 자리로 가려는데 어쩐지 손을 놓기가 조금 망설여져 머뭇거린다)
 
산:? (놓지 못하는 손 빤..)(고개 들어 요우 빤...)
 
카와자키 요우:(시선에 퍼뜩 정신 차리고 손을 놓고는) 아, 응. 다녀와. 저기 있을게.
(자리로 총총..)
 
산은 요우에게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카와자키 요우:(누가 앉을까 호다닥)
 
요우가 빈 자리에 앉는다면,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선생님?
 
카와자키 요우:..?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요우를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카와자키 요우:(...설마.들켰나?)
 
타타: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카와자키 요우:(고개 절레절레절레)
아마도..? 아닐텐데.. (오늘 처음보니까)
 
타타: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네 얼굴은 찬찬히 뜯어보다가 퍼뜩..!) 앗,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너무 닮으셔서 그만!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카와자키 요우:(그렇구나..인사에 살짝 고개를 숙여 같이 인사를 하더니 이쪽도 퍼뜩!) 아..! 영월호의 선생님..! 혹시 최근에도 봤어? 어디 있는 지 알아?
 
타타:그게, 저... 저도 몰라요. (우물쭈물) 선생님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셨거든요.. (시무룩........ 축 처지는 꼬리와 귀) 음, 인간이시죠? 선생님을 아시는 것 같은데... 보호해주는 분이 계시나 봐요?
 
카와자키 요우:..그래? (산과 같은 대답이네..조금 김 빠진 듯 작게 한숨 쉬다가 타타의 말에 멈칫. .......들켰다......!!!)
어, 아니. 나 요괸데..야, 야옹..고양이. 고양이 요괴다..냥..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산을 찾느라 바쁜 눈동자)
 
타타:(조금 웃음을 참는 눈치...) 걱정 마세요, 저는 인간에게 전혀 악감정이 없어서.. 오히려 선생님이 생각나서 어딘가 그리운 느낌마저 드는 걸요.
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서 그렇지, 다른 요괴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괜찮으실 거예요. 야옹씨를 보호해주시는 분은 같이 안 오셨나요? (두리번두리번)
 
카와자키 요우:(경계하는 듯 눈을 두어번 깜빡이다 이내 끄덕) 같이 왔는데..국수 사러 갔어. 곧 올거야. 괜찮아, 아마..미아 방지도 제대로 했고 (손목을 보여주며) 그러고 보니, 선생님을 닮았다는 건..내가 그렇게 닮았어? 착각할 정도야..?
 
타타:(붉은 실이 이어진 국수 계산대 쪽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얼굴에 깜짝!) 산..?!?!?!? (큰 소리를 내곤 흡, 혼자 입을 막더니) 산이랑 같이 오신 거예요? 몇백 년 째 졸업 시험도 거르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아, 네... 사실 지금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신기한 걸요. 선생님 본인이신 것만 같구...
 
카와자키 요우:(꾸닥꾸닥. 졸업 시험을 거르다니..? ) 산을 알아? 오랜만에 본 거면 인사라도 할래? 금방 올 거야. 그 선생님이란 사람도 궁금하고..사라진 지는 얼마나 됐는데?
 
타타:앗, 아니에요... 괜찮아요..! 산은 동문을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니까.. (우물쭈물) 사라지신지는 꽤 됐어요. 이제 셀 수 있는 시간은 지났죠. 산은 아직도 선생님을 기다린다고 학교에 남아있는 것 같은데, 말을 해도 통 듣지를 않아서요. 사라지기 전에 산이 선물을 하나 했다고 들었는데......
 
카와자키 요우:(얼마나 오래길래? 나랑 그렇게 닮았다면..조상님 같은 거려나..따위의 생각을 하며 흥미로운지 타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랬구나. 선물은? 어떤 선물인데?
 
타타:그건 저도 잘... 산한테 선생님은 각별했으니까요. 무언가 소중한 걸 드리지 않았을까요? (볼을 긁적이다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며..!) 헉, 산이다...! 저, 저 이만 가볼게요! 멋대로 선생님 얘기를 말한 걸 알면 절 더 미워할 거예요!
(꾸벅!) 즐거웠어요, 인간부우우우운! (도도도돗)
 
산이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요우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산은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산:(국수 그릇을 네 앞에 내려 놓으며) 타타..?
 
카와자키 요우:(인사도 못했는데..손만 타타가 사라진 방향으로 흔들)
응, 나를..음...선생님으로 착각했다고 하네. (산이 힐끔)
 
산:아.... 음...... 그래? (별 말 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여전히 사교성이 좋은 녀석이네. 그래서 저렇게 찔린 듯 도망갔구나?
 
카와자키 요우:(숨기지 못하고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얼굴로 산이를 빠안 보다 풍겨오는 국수 냄새에 곧바로 국수 빠아아아안...침 꼴깍. 당장이라도 배에서 천둥이 칠 것만 같다)
..먹어도 돼?
 
산:(끄덕끄덕!) 개구리는 역시 별로였지? (반응이 다르네...) 먹고 노점상도 가자. 간식거리가 될 만한 게 있을 거야.
 
카와자키 요우:아야 나음..(이미 입안 가득 국수인 채..말하려다 얼른 꼭꼭 씹어먹고는) 아냐, 나름 맛있었어. 개구리..사실 잘 먹지 않는 거라 낯설어서 그랬어. 기껏 준비 해 줬는데. 미안.
 
산:인간들은 개구리를 안 먹어? 도마뱀도? (면 후루룹) 그럼 뭘 먹는데?
 
카와자키 요우:(새삼..요괴구나 싶다) 먹는 곳도 있긴 한데 난 아니었어. 보통은..밥? 이런 국수라던가..빵이라던가.....우마이봉?
 
산:(빵도 어감이 이상하긴 한데 우마이봉은 정체가 뭘까) 다음에는 인계에 한 번 가보고 싶네~ 이것저것 재미있는 게 많을 것 같아.
 
카와자키 요우:산은 넘어올 수 없어? (그러고보니 안챙겼던가..? 안주머니를 뒤적이다보면 뽀시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말했더니 기억났어. 어제 깜빡하고 안먹었었네. 이걸 먹어도 됐을텐데..자.
(기다란 봉지에 요상한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있다. 우마이봉이다) 옥수수 스프맛.(들이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들이댐!)
 
산:글쎄~? 원래 요괴는 인계로 넘어가면 안돼, 특별한 일이나 명목이 없는 이상... 전에 말했잖아. 옛날에 요괴들은 인간을 잡아먹으러 다녔다고. (제쪽으로 불쑥 들이밀어지는 우마이봉을 내려다본다...) 이게 그거야? 우마이봉..?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뒤로 빼다가 한번 더 들이밀어지자 포기하고 봉지 째 앙 문다...) 으므믓드은느...즐그.. (아무맛도 안 나... 질겨)
 
카와자키 요우:그랬지 참..그치만 산은 잡아먹지 않았는데. 이렇게 착한데도. (점점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눈 앞의 요괴가 우마이봉을 먹는(?) 모습을 본다) 푸후..(올라간 눈을 더욱 크게 뜨나 싶더니 이내 입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몇 번 정도 어깨를 들썩이더니 아직 웃음기가 남은 얼굴이 보이고, 네 입 안에서 과자를 빼낸 뒤 윗부분의 봉지를 잡고 뜯는다. 가루가 날리며 노란 과자가 드러나면 다시 한번 네 앞에 척.) 자, 아-
 
산:(날리는 가루...에 기침 쿨럭) 껍질이었어?! (배신당한 기분... 다시 한번 네가 내미는 노란 과자를 한 입 물어본다. 우물우물...) 짭쪼름하고... 고소해. 이런 쬐끄만 과자에서 옥수수 맛이 나다니. (신기한 듯 냄새를 킁킁 맡아본다.) 맛있네~ 쿠라마 할멈이 좋아할 것 같아.
 
카와자키 요우:(아까의 모습이 또 떠올랐는지 쿡쿡) 맛있어? 다행이네. 더 가져올걸 그랬어. (산의 입가에 묻은 가루를 톡톡 털어주며 다 먹으라는 듯 쥐여줌) 쿠라마..할멈? 그 사...요괴는 누구인데?
 
산:(냠냠 잘 먹는당) 쿠라마 할멈? 아~ 저쪽에서 점집하는 점쟁인데, 인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워낙 인계에 호기심이 많은 할멈이거든. 궁금하면 이따 가봐도 되고... 점괘 자체는 꽤 믿을만 해. 크게 신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그런거 좋아해?
 
카와자키 요우:(잘 먹는다..사물함에 우마이봉을 잔뜩 넣어두면 언젠가 또 우마이봉이 이곳에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재밌을 것 같네. 가보면 좋겠지만..들키진 않을까? 사실. 아까도 들켰었는데..그, 타타라는 애한테
 
산:확실히, 쿠라마 할멈한테 숨기기 어렵긴 하지~ 점쟁이라 그런가, 감이 좋아. (가볍게 웃으며) 그래도 너한테 해를 끼치진 않을 걸? 좋아하면 좋아했지. 타타는... 겁이 많은 녀석이라 뭐. 동문과 대화하지 않은지는 꽤 됐지만, 다른 녀석도 아니고 걔 정도라면 믿을만 해.
 
카와자키 요우:(짧게 고민하는 듯 하더니 네 말에 가보고 싶다 말하곤 또 뭔가가 궁금한 듯 눈을 깜빡깜빡) ..왜? 잘 안 지내? 산은 아직까지 영월호에 있는거지? 교복..입고있고. 이 축제도 시험이 끝나면 열린다던데..산은? (시험을 본거냐 묻고싶은듯)
 
산:그렇게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냥... 졸업이 늦어지니까 재촉이 심해졌기도 하고, 놀리는 놈들도 있고. 난 아직 졸업시험을 칠 생각이 없거든. 오지랖이 넓은 녀석이니... 이것도 타타한테 들었으려나? (머쓱한듯 뒷목을 쓸어내리다) 원래 신경 안 썼는데~ 왠지 너한테 말하려니 쪽팔리네. 자격 미달이라 졸업 못하는 건 아니야.
 
카와자키 요우:(끄덕끄덕) 응, 별로. 부끄러워 할 만한 일도 아닌 걸. 여기는 제법 자유로워 보이고...산이 원하는 게 있다면야. 하고싶은 대로 해도 좋잖아 (그리고... 뭔가 할 말이 있는지 고민하는 듯 하다 기다리는 널 보곤 점집으로 가자며 일어난다)
 
 점집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산이 멈춰섭니다.
 
그리고 요우와 산이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쿠라마 할멈: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와아..)
(그나저나..할멈이라니. 산은 조금 짓궂은 면이 있나?)
(딴생각을 하며 산을 힐끔 봤다가) 씌여요..? 저요?
 
쿠라마 할멈: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짓궂게 웃으며 갓을 벗는다.)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산은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산:쿠라마 할멈은 늘 이래~
 
하고 덧붙이면서요.
 
카와자키 요우:(역시 바로 들켰다..괜찮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쩐지 조금씩 산의 뒤로 숨는 모양새가 된다. 그러다 네 말을 듣고는 허리를 콕) ..실례잖아. 산..할멈이라니. 이렇게 젊은 사..요괴한테
 
산:(아야) 젊다니...... 설마 지금 겉모습 보고 그러는 거야? 천살도 애저녁에 훨씬 넘은 사람한테? (풉..) 할멈~~ 좋겠네? 인간 아이 덕분에 회춘해서~
 
쿠라마 할멈:(쯧쯔) 하여간... 네놈 버르장머리는 900년이 지나도 어쩔 수 없는 게냐? (요우를 보더니) 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자자, 앉거라. 점이라도 봐주마.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산과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900...살...?(충격)
 
산:엣, 충격먹은 건 그쪽?
 
카와자키 요우:음. 그럼..운세..한 번 볼까? ...요? (다시 시작 된 멸망의 존대)
 
쿠라마 할멈:운세...운세라~.. (요우에게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 등을 물어보더니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한다.) 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카와자키 요우:(빠져들 듯 천칭과 쿠라마 할멈의 손길을 바라보곤) 운명적인 만남.. (산이 힐끔..) 한 둘이 아니라는 건..무슨 뜻 이에요?
 
쿠라마 할멈:이곳에서 좋은 만남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란다. (그저 빙그레 웃고는...) 요우,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하렴. 흐음~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카와자키 요우:그치만..어제 처음 왔는걸요. 좋은 만남이라고 해봤자..(산이랑, 타타랑, 할머니정도? 손가락으로 세더니 으쓱. 많다면 많은 것도 같아 납득한 듯 끄덕끄덕) 물론 산 덕분에 여기도 좋아졌지만..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건 싫어요.
 
쿠라마 할멈:(깔깔) 애는 애가 맞구나! 그럼 다음으로 미래 예지를 봐주도록 할까? (다시 천칭을 바쁘게 조정하더니) 어디 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아가,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빙글 웃으며)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카와자키 요우:..네? (이해할 순 없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다는 건 알 수 있어 눈동자에 불안한 빛이 돈다) 이변이라니..그럼, 산은요? 산도 목숨에 지장이 없나요?
(산이 둘러준 붉은 실을 꾹..)
 
산:그러니까, 쿠라마 할멈이 하는 말을 다 믿지는 말라니까.. (토닥)
 
쿠라마 할멈:많이 걱정되니? 어쩌나~ 인계에 가지 말고 옆에서 꼭 지켜주면 되겠네! (이 사람은 그냥.. 요우를 이계에 붙잡고 싶은 듯) 얘, 산과의 궁합은 궁금하지 않니? (꺄르르)
 
카와자키 요우:(대답도 못하고 산의 옷깃만 붙잡고 있다 보면 할멈의 다음 말이 들린다) ..궁합? 저랑, 산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산을 올려다 보면 궁금하긴 한 듯. 봐도 되는 지 묻는 듯한 눈이다)
 
산:(또 무슨 헛소리를 할까 불안하지만... 궁금해 하는 요우를 보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쿠라마 할멈:후후... 궁합 자체는 제법 잘 맞는구나. 하지만... (뜸을 들이다가)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천칭을 살짝 밀어내며)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카와자키 요우:(찾는 상대가 있는데, 찾아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니..? 오묘한 말에 잘 정리가 안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못 본 걸로 한다는 할멈의 말에 그래도 되는 건가 생각하며 다시 산을 올려다 보고) 산은? 궁금한 거 없어?
 
산:궁금한 건 그때그때 해소하는 편이라서~ (으쓱!)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카와자키 요우:복채...!
 
쿠라마 할멈:(요우 빤........)
 
카와자키 요우:(다시 안절부절. 몸을 더듬더듬)
 
산:음... 말 안 했었나? 쿠라마 할멈은 복채를 돈으로 받지 않거든. (난감한 듯 즐거운 얼굴)
 
카와자키 요우:(그렇다면 가진건 노리개 뿐인데.....노리개를 손에 꼭 쥐고는..) ..하지만 이건 안돼요. 산이라서..
 
쿠라마 할멈:뭐어~? 그런 이계 물건따위에는 관심도 없단다! (손 휘휘~) 정 가진 게 없다면, 재롱이라도 부려보지 그러니?
 
카와자키 요우:(재롱...?)
 
쿠라마 할멈:재롱.
 
카와자키 요우:(흐음...할 줄 아는 것이라곤 검도밖에...)
 
검도 시범과 함께...
 
카와자키 요우: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37
판정결과: 실패
 
쿠라마 할멈:(떼잉...) 난 좀 더 귀여운 걸 원한단다.
 
카와자키 요우:귀, 귀여운거요..
(어쩜 좋지? 어쩜 좋아? 산을 바라보며 발동동)
 
산:할멈~ 얘 고양이 요괴 흉내 잘 내던데~ (ㅎㅎ)
 
쿠라마 할멈:뭣이?
 
카와자키 요우:그치만 귀여운 걸 원하신다는 걸.
 
산:귀여웠는데?
 
쿠라마 할멈:(기대 중)
 
카와자키 요우:(혼신의 연기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냔 얼굴)
(일단은 하라고 하니..괜찮을까? 이런걸로)
(또 다시 양 손을 동그랗게 말아 한쪽 손을 까딱까딱) 야옹. 야옹?
정말..이런 걸로 되는거야? 냥? (산이 힐끔거리며 할멈 눈치보기..)
 
카와자키 요우:
외모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쿠라마 할멈:(깔깔깔!) 그래, 이거지! 거 누구냐, 하는 모양이 타타를 닮았구나!
 
카와자키 요우:(다행이다. 요괴를 닮았다니..역시 소질 있을지도)
 
쿠라마 할멈:복채는 이걸로 받도록 하마. 정 재주가 없으면 그거라도 받을까 했지만... (요우 목에 있는 리본을 가리키며)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카와자키 요우:(깨달은 얼굴과 약간 허망해진 얼굴,,)
(리본을 만지작 거리다 톡 떼더니 쿠라마 할멈에게 건네곤 꾸벅 인사를 한다)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이건..선물이니까 받아주세요.
 
쿠라마 할멈:어머, 어머! (눈에 띄게 좋아함!!) 인간의 의복은 어쩌면 이렇게 얇고 간소한지...... 소장 가치가 있거든. 정말 고맙구나. (손을 흔들어 주며)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카와자키 요우:(마주 손 흔들흔들..)
 
산:할멈도~ (손 휘적...) 이제 어디 갈래?
 
카와자키 요우:아까 산이 말했던 곳. 거기 갈까?
 
산:어디? 노점상?
 
카와자키 요우:(끄덕끄덕) 간식거리도 궁금해졌어.
인간 세상이랑 비슷하면서도..새로운 곳이라 즐겁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산은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요우가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요우에게 말합니다.
 
점원: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요우의 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이거?
(검지와 엄지로 방울을 집어 쳐다보다 이내 절레절레)
 
점원:(쳇)(까마귀라 그런지 반짝이는 방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다..)
 
문득 요우는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목걸이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산:갖고싶은 거라도 있어? (고개를 불쑥 디밀며) 에이, 까마귀 씨~ 깐깐하게 그러지 말고 예쁜 물건 좀 더 보여줘봐. 돈 벌어야지~?
 
점원:(큼큼...) 가면이라도 보겠수? (요우를 힐끔거리며 다른 여러 가면들을 보여준다!)
 
카와자키 요우:(점원이 보여주는 가면들을 찬찬히 살펴보다..하얀 여우가면이 눈에 꽂히듯 들어온다!) 산, 이거 봐. 너랑 같다. 그치? (가면을 들어 제 앞에 가져와 산을 바라보곤 가면 뒤로 너와 닮게 작게 웃어 본다)
 
산:그게 마음에 들어? (빤히 보다 가면을 네 머리에 제대로 씌워주곤 점원에게 동전 한 닢을 던져준다.) 잘 어울리네. 여우 귀를 달아줄 걸 그랬나?
 
카와자키 요우:(또 뭔가 받아버렸지만..조금이라도 추억 할 게 늘어나는 것 같아 욕심이 났기에 입 꾹..) 그것도 좋았겠네. 산의 꼬리, 폭신폭신 해보여서 만지고 싶거든. (선물 받은 가면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귀 쪽에 작은 구멍을 내어 아까 받았던 노리개까지 예쁘게 달아본다!) 짜잔. 산이랑 더 닮게 됐지?
 
산:나랑 판박이네, 판박이야. 그래도 카키는 고양이가 딱이야. (팔짱을 끼곤 가면에 노리개까지 다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흠, 예쁜 가면도 샀으니 슬슬 간식을 먹어볼까~?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요우와 산에게 손짓합니다.
 
노인: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카와자키 요우:....
 
기다려보라는 산은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요우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계산을 마친 후,
 
산이 요우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요우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산이 주는 건데...싶어 마음의 준비를 하느라 긴장했다가 약과를 보곤 풀리는 얼굴)
아..고마워. (약과를 하나 집어선 냠냠.) ..맛있어.
 
요우가 한 입 베어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산:카키, 솔직히 저거 보고 긴장했지? (볼 꾹 찌르며) 이계 꼬맹이들 사이에서는 나름 인기 음식인데 말이야~ (잘 먹는 것을 확인하곤 연달아 약과를 내민다.) 맛있어?
 
카와자키 요우:(익숙한 음식임에도 주위의 모습이, 눈 앞의 네가 신비한 분위기를 가졌기 때문일까. 먹어도 먹어도 새로운 느낌이 들어 조금 들뜬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곤 네가 내민 약과를 곧장 제 입으로 물었다. 단것의 힘으로 기운이 넘친 탓인지 거리감 조절에 실패하여 입술이 산의 손에 조금 닿은 것도 같지만..입안에 퍼지는 약과의 단맛에 금세 잊어버린다) 산도 먹어야지. (네게 똑같이 약과 하나를 내밀며)
 
산:oO(말랑말랑..)(약과를 냉큼 입으로 받아먹는다!) 우마이봉같이 독특한 간식은 없지만 나쁘진 않지? (어디선가 시원한 물도 가져와 네게 내밀고는) 약과는 인간인 선생도 가장 즐겨 먹는 간식이었거든.
 
카와자키 요우:(입 안이 달아질 쯤, 딱 좋은 타이밍에 가져와준 물도 시원하게 쭉 마시고는 편안한 바람을 즐겼다. 눈을 감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고 있노라면 이따금 들려오던 그 호칭이 유독 제 귀에 콕 박혀온다) 그..선생님이라는 사람, 나랑 많이 닮았다며? ..산이 보기에도 그래?
 
산:(잘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다 네게서 나온 질문에 잠시 말이 멎는다. 네 손에 남은 물로 입을 적시고는 미묘한 웃음을 짓은 채) 조금? 사실 선생님 얼굴이 어땠는지 이제는 잘 기억이 안 나~ 너무 오래됐으니까.
 
카와자키 요우:혹시, 산은...(내가 그 사람을 닮아서 이렇게나 잘해주는 걸까. 타타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한켠에 자리했던 일렁이던 마음이 형태를 가져버린 듯 불쑥 튀어나온다. 결국 다 뱉지도 못한 채 고개를 저어내고, 네 웃음에 모른 척 말을 돌리며 다시 약과를 입에 물었다) 그래? 산한테도 오래된 거면 얼마나 긴 시간인거야. (쿡쿡) 나이를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구나.
 
산:흐응~ 카키, 그러고보니 아까 내 나이 듣고 깜짝 놀랐지? (뒷말을 기다리다 눈을 가늘게 뜨곤 고개를 기울인다.) 솔직하게 어떤 생각했어? ......아냐, 나한테 너무 불리한 질문인가. 취소, 취소. (끙, 앓는 소리를 한번 내더니 손을 휘휘 저으며 걸음을 옮긴다.) 간이낚시터나 가볼까? 금붕어낚기는 잘 해?
 
카와자키 요우:(피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재밌는 듯. 네 얼굴을 살피기 위해 몸을 조금 기울여 어땠냐면- 하고 장난치듯 요리조리 바라보다 쿡쿡 웃고는) 900살이라고 해봤자..처음이야 들어본 적도 없으니 놀랐지만, 사실 실감도 안 나는 걸. 산은 그냥 나한테 쭉- 똑같은 산 이었어. 걱정 마.
(이내 낚시터라는 말에 또 흥미가 생긴 듯 귀가 쫑긋 선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렸을 때 오빠가 데려가 준 축제 말고는..그때는 어렸으니 요령도 없어서 한 마리도 잡아보지 못했어.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카와자키 요우:(....금붕어..?)
 
그럼에도 요우가 바란다면!
 
금붕어 뜨기를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이거...금붕어? 라고 말하는 듯한 손짓)
 
산:귀엽지? (해맑게 웃으며 네게 작은 그물을 내민다ㅋㅋ) 한 마리도 잡아보지 못했다며. 이참에 시도해 보는 건? 잡은 금붕어는 데려갈 수도 있어. 음... 인계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카와자키 요우:(..요괴들이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제 안에서 누군가 이렇게 외치는 것만 같다..그래도 확실히 예쁜 색의 금붕어들이라 한번 해보고 싶어졌기에 네가 주는 그물을 받고는 쪼그려 앉았다) 그럼..잡으면 산이 키워줄거야?
 
산: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지내서... 굶어 죽지 않으려나. (흠... 잠시 고민하다가) 이건 어때? 잡아서 여기 못 잡은 꼬맹이들한테 선물하면 열심히 키워 줄 거야. 나도 어릴 적엔 꽤 열심히 키웠거든. 주먹만해졌다니까?
 
카와자키 요우:(주먹만한..금붕어..? 매 순간마다 새롭게 충격 받는 중..아무튼 그것도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팔을 걷어붙인다) 열심히 할게..!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건져 올린다고 생각했는데…….
 
카와자키 요우:....
 
그물은 어느덧 비어있습니다.
 
잽싼 금붕어들이 요우의 그물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닙니다.
 
한번 더?
 
카와자키 요우:(나는 요령 없지 않아!)
(한번 더!)
 
카와자키 요우:(승부욕이 생긴다..검도부의 민첩함을 끌어올려서...!)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오 살았다
 
카와자키 요우:(가오 살았다)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금붕어는 뻐끔거리며 작은 이빨을 벌려봅니다.
 
좀 더 큰 걸 노려볼까요?
 
카와자키 요우:(자신감이 조금 붙은 듯! 기세 좋게 다음!)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랑 비교해보면..
 
도토리 키재기가 이런 걸까요?
 
카와자키 요우:....
 
포기하지맛
 
여자가 그물을 뽑았으면 금붕어를 건져야 하는 법
 
카와자키 요우:(여자가 그물을 뽑았으면 금붕어를 건져야 하는 법..)
(어쩐지? 자아가 혼란스러운 기분..아무튼 한번 더!)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그물은 나의 길이 아니다. 나는..검만 뽑는다.)
 
산:(...) 카키... 느리구나. (ㅋㅋ)
 
카와자키 요우:읏..아니거든..
 
찐막?
 
카와자키 요우:(막트의 기적..또 보여주나?)
 
가보자고
 
카와자키 요우:(ㄱㅂㅈㄱ)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짜잔~
 
이렇게 작고 귀여운 금붕어가
 
세마리~
 
카와자키 요우:..귀여우면 더 좋은 거 아냐?
아직 새끼니까..더 오래 키울 수 있을거야. 응.
...응.
 
산:...그치? 괜찮아, 카키. 쟤는 아직 한 마리도 못 잡은 것 같은데. (삿대질)
 
산이 가리키는 곳을 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카와자키 요우:(놀라서 다시 고영 요괴폼 장착했음)
 
미호:익..! 이익!!! (산과 요우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크왕) 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카와자키 요우:..그러면 안되지 않아? ..냥? (주위 힐끔힐끔) 규칙이라며. ..냥.
 
미호:뭐, 뭐냐 그 말투는?? (빳빳하게 털을 세우며 경계한다.) 흥, 규칙 따위 알게 뭐....야? (산이 눈치 흘끔)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조금 부러운 듯...)
 
카와자키 요우:(..이게 아닌가?) 응, 뭐..거의 비슷해. (미호를 한번, 제 금붕어를 한번 쳐다보고는 미호에게 척. 금붕어를 내민다) 괜찮다면 이 금붕어들 줄게. 그러니까 안 잡아먹으면 안돼? 친하게 지내자.
 
미호:이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자기가 물어보곤 괜히 씅낸다... 네가 내미는 금붕어는 탐나는지 흘끔... 흘끔 보다가) 인간이 주는 걸 받을까보냐?! (완전 받고 싶은 눈치)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카와자키 요우:(미호를 빤 보다 금붕어를 산의 손바닥 위에 얹어주며) ...그럼 이 금붕어들은 산에게 줘야겠네..아, 하지만 산은 집에 잘 없어서 금붕어를 죽이고 말거라고 했는데. 그치, 산?
불쌍한 금붕어드을... (미호에게 들리도록 괜히 길게 늘여 말하며)
 
산:미호~ 정말 안 받아? 세 마리나 있는데. 불쌍해~ 내가 죽여버리면 어떡하지~~ (쿵짝) 그럼 이렇게 하자. 나도 신당은 들러야 하는데, 네 말대로 영월호는 인간이 출입 금지니까. (짓궂게 웃으며 미호에게 금붕어를 쑥 내민다.) 이걸 가져가는 대신 미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인간이 주는 걸 받는 게 아니라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 어때?
 
카와자키 요우:(쿵짝) 어때?
 
미호:웃.....우웃.... (갈등....!) 흥, 이런 금붕어 따위 필요 없지만! 너희가 그렇게까지 주고 싶다면 받아주지. (금붕어를 휙 낚아채간다!)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공간의 주인님께 미움을 받았을 거야, 산! (요우 찌리릿 보다가) 그럼 인간 너는 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카와자키 요우:응. 고마워. (어린아이 같아서 귀엽다..작게 웃음 지으며 고맙다고 말을 하다 끝 말에 고개를 갸웃) 세계의 끝이..평평해? 유리 돔? (무슨 말이냐는 듯 산을 올려다 본다)
 
산:응?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
 
미호:허얼, 진짜 모르다니!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같이 다니는 거냐, 산!!!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이내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산:앗, 가버렸네... (미호가 떠난 자리를 보다 머리를 긁적인다.) 이제 기도를 드리러 영월호를 갈 건데... 같이 갈 거지? 원래 영월호 요괴만 들어갈 수 있지만, 교복이라면 구할 수 있으니까.
 
카와자키 요우:(궁금한게 또 한가득 생기긴 했지만 요괴들의 세계니까..라고 넘기며 떠나버리는 미호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다시 산을 바라본다) 그래도 되는 거야? 축제를 즐기는 것 같이 가벼운게 아닌 것 같은데.. 아까..음..무슨 주인님? 한테 미움을 받으면 어떡해.
 
산:인간을 데려가는 것 보다 기도를 드리지 않는 게 더 미움을 사는 길일 걸?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잠깐 쟤한테 교복 좀 빌려올게.
 
그렇게 말하며,
 
산은 한 요괴에게 가 교복을 갈취해옵니다...
 
산:(당당하게 내밈!) 잠깐 빌린 거야.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카와자키 요우:(..빌렸다고....)
..응. 어디서 입으면 돼? 갈아 입을 만한 곳이..(두리번)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산이 손가락을 튕기자,
 
요우는 어느새 영월호의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교복은 조금 헐렁하게 맞네요.
 
카와자키 요우:와아..(신기한 듯 팔을 뻗어 교복을 구경한다. 팔을 흔들면 손을 덮어버리는 소매가 팔락팔락) 예쁘다. 이런 옷은 처음 입어봐.
 
산이 만든 귀와 꼬리가 건재하므로,
 
교복을 맞춰 입은 요우는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요우와 산은 나란히 교복을 입고 영월호로 향합니다.
 
도중 5 마리의 영월호 요괴들과 마주치지만,
 
생소한 요우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카와자키 요우:(혼자 겁먹고는 산에게 바짝..)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꼭 폐교 담력체험을 하는 기분이네요.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산은 처음으로 사람을 데려온 것처럼,
 
어색하게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산:인계의 학교도 이렇게 생겼어? (겁 먹었나..? 힐끔 쳐다보며)
 
카와자키 요우:(바짝바짝) 음..시골 어느 곳에 있을 것 같아. 내가 있던 도시엔 다 딱딱한 벽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본 적은 없지만.
 
산:무서운 거야? (지나가는 요괴를 보며 너를 제 뒤로 끌어당긴다.) 그래도 이렇게 있으니까 너도 영월호를 같이 다니는 것 같네~
 
정신없이 영월호 내부를 구경하던 요우와 산은 별관에 도착합니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눈이 마주쳤다..꾸벅 숙이곤 다시 산이의 뒤로 숨어 눈만 데굴) ..와아. 저건 뭐야? (손가락으로 벽화를 가리키며)
 
산:누군가 이 세계를 그린 그림이 아닐까?
 
수많은 돔을 그린 벽화입니다.
 
돔 내부엔 각양각색의 세계가 자리 잡아,
 
기묘한 상상화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벽화는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문득, 요우는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눈을 가늘게 뜨곤 자세히 보기..)
 
요우의 모국어로 작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어라..?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산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문구를 가리킨다)
 
산:...? 누가 감히 여기에 낙서를 해놓은 거야? (읽지 못한다...)
 
카와자키 요우:..산, 여기에 누가 사냥개를 조심하라고 써놨어. 무슨 말이야? 사냥개?
 
산:사냥개..?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 개 요괴는 없는 것 같은데. 저기 그려진 저 개들을 말하는 거 아냐? (대수롭지 않은 듯 벽화에 그려진 새까만 개들을 가리킨다.)
 
카와자키 요우:으음..(어쩐지 찝찝한 기분) 그런데 혹시, 나처럼 이곳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아? 이 글.. 일본어를 쓰는 걸 보면 나랑 같은 곳에서 온 사람일텐데. ..그 선생님 처럼.
 
산:(곰곰...) 많지는 않아. 아무래도 문은 백 년에 한 번 열리니까. 영월호까지 들어온 사람은 더더욱 드물고... (손으로 글씨를 문질문질.. 해본다... 안지워진다..) 괜히 신관한테 들키면 우리가 했다고 오해받을지도 몰라. (요우를 데리고 슬슬 석상쪽으로 간다...)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기괴하고 영문 모를 형상을 본뜬 석상입니다.
 
분명 완전하게 굳은 석상인데,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무슨 석상이야? (잠시 바라보는 듯 하더니 이내 주춤하며 눈을 떨군다)
 
산:그분인가..? (볼 긁적...) 좀 기묘하지만... 아마 저기 신관한테 물어보면 잘 알려줄 거야. (등을 톡 밀어준다.)
 
카와자키 요우:(밀어주는 손길에 흠칫 놀랜다. 아까 눈 마주쳤던 요괴..! 산을 돌아보며 도리도리) 떨어지지 않기로 했으면서..!
 
산:(한 걸음 뒤면 있는데.. 눈을 끔벅거리다) 이것저것 궁금한 거 아니었어? 그럼... (네 손을 잡고 신관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신관:안녕하세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겉보기엔 다정한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요우가 다가오면 살갑게 인사합니다.
 
카와자키 요우:안녕하세요.. (꾸벅..)
 
산:궁금한거 물어봐. (속닥속닥..)
 
카와자키 요우:..저기, 저 석상은 뭘 본 뜬 건가요?
 
신관:석상이요? 아~ 그분은 감히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화적 존재입니다. 이 세계를 창조하고 굽어살피시죠. (존경하는 눈길로 석상을 아련하게 바라보다가...) 저건 말이죠, 그 분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으니, 이 세계 최고의 조각가가 경건한 마음을 담아 추상적으로 표현한 석상입랍니다. 정말 멋지죠? (동의를 구하듯 요우 쳐다봄...)
 
카와자키 요우:(눈이 마주치면 얼른 끄덕끄덕끄덕) ..아, 그리고 혹시..사냥개가 뭔지 아세요? 그냥, 어..음. 지나가다 들은건데..
 
신관:사냥개... 그건 그분의 번견입니다. 뜻에 따라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앞장선다고 하죠. (끄덕끄덕...) 실제로 사냥개를 본 자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으니, 단순히 전해지는 이야기지만요.
 
카와자키 요우:(잘못된 것..그 말이 어쩐지 저를 찌르는 듯 해 신관의 눈을 피했다) 음..그리고, 혹시 영월호의 선생님도..(산이 힐끔) 아세요? 영월호를 다시 복구 시켰다던 분이에요.
 
신관:음? (예상치 못한 인물에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아아, 그 인간이요? 알고 있죠~ 얼마나 대단했으면, 전쟁 후 사나운 요괴가 득실거렸던 이곳에서 영월호를 바로 세우셨겠습니까? 하지만 그분은 꽤 오래 전에 사라지셨다고 들었는데요.
 
카와자키 요우:그렇..구나.. (역시 다들 비슷한 대답뿐이네..얼굴에 약간 실망한 듯한 빛이 잠깐 돌았다가 금세 제 표정이 된다. 대단한 분이네요. 라며 말을 잇고는 벽화 쪽을 바라본다) 그럼 저 벽화는 이 세계를 표현한 건가요? ..정말 하늘의 끝엔 유리 돔이 있고? 세계의 끝은 평평한?
 
신관:맞습니다! 비록 화가의 상상이 많이 가미되긴 했지만요. (어두운 듯한 얼굴을 보곤 품에서 붉은색의 작은 종이 조각을 주섬주섬 꺼낸다.) 이 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오신 김에 소원을 적어 끈에 매달아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당신이 원하는 것을 기원하는 의미에서요.
 
카와자키 요우:제가..원하는 거요? (붉은 종이를 받아 들고는 주저하듯 매만진다) 감사합니다. 저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이계로 넘어오는 인간들이 왜 넘어오는지..아세요?
 
신관:인간 말입니까? 인간 선생도 그렇고, 인간에게 관심이 많으신 분이로군요. (눈을 가늘게 뜨곤) 글쎄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넘어오는 인간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영월호에 있는 신목이 인계와 이어져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끄덕끄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박) 산은? 궁금한거 없어?
 
산:(그렇게 신실한 편은 아닌듯... 삐딱한 자세로 서있다가) 오랜만에 뱀이 먹고싶다 정도...(중얼...) 아, 아니야. 딱히 없는데? 그거, 쓰러 갈거야? (소원종이 가리킨다.)
 
카와자키 요우:(머뭇) 아직 뭘 쓸지 잘 모르겠어서.. 산은? 안 써?
 
산:많이 써봤는데, 그냥. (으쓱) 나는 신한테 예쁨받지는 못하나 봐. 어디보자~ 갖고 싶은 걸 적는 건 어때?
 
카와자키 요우:갖고 싶은 거..(또 잠시 고민하다 결정한 듯 산에게 뒤돌아 보라 말한다)
 
산:(섭섭...............)
 
카와자키 요우:? (뭔가 풀 죽은 것 같네.. 뒤돌아 선 산의 등에다 종이를 대곤 열심히 소원을 끄적인다. 붉은 종이 위로 '산과 다시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 하고 작게 한 글자씩 눌러 담아 쓰고는 종이 위로 산의 등을 한번 팡!)
좋아, 됐어.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종이를 잘 접고는 손에 꼬옥)
 
산:(흘끔..흘끔.. 보려고 하다가 예전에 보여주면 효력을 잃는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아 아쉬운 표정으로 오색 실을 잡아당긴다.) 여기에 매달면 돼.
 
카와자키 요우:(종이를 실에 꼼꼼히 매달고는 톡톡) 사실..이런 건 언제나 원하는 대로 안됐어서. 잘 믿지 않는 편이야. 그치만..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눈을 감아 오랫동안 무언가를 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천천히 눈을 떠 산을 바라보곤 약간은 상기된 듯 한 얼굴이 눈을 접어 살풋 웃음 짓는다)
어쩐지 이번엔 이뤄지지 않을까? 제대로 요력도 불어 넣었거든.
 
산:(무엇을 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적어넣은 것 같은 모습에 삐죽 내밀었던 입이 서서히 들어간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면 무엇인지조차 듣지 못한 너의 소원까지 응원해주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자신을 예뻐하지 않는 신은 제 곁의 이 아이를 대신 어여뻐해, 그 소원이라도 이루어주기를.) 꼭 이루어질 거야.
 
소원을 빈 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영월호 밖으로 나오면,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요우에게 옷을 빌려준 요괴였네요.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카와자키 요우:(미안해..하지만 잘 입었어...)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요우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밀려 점점 산이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요우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아,
 
아무리 산을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쯤 부모님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요우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요우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요우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요우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카와자키 요우:아..!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산:요우,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요우 앞에 서 있는 산은,
 
인파를 헤치고 요우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한순간, 울렁이며 저를 조여 오던 불안한 생각들이 팍 하고 터지듯 사라진다. 귀를 울리던 까만 소음 사이로 저를 불러준 목소리는 어쩐지 붙잡고 싶어져서, 그 손을 있는 힘껏 다시 그러 쥐었다. 일렁이는 붉은 불빛에 주위의 모든 것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오롯이 네 모습만 눈에 비췄기 때문일까. 그 빛을 놓칠 수 없어 너에게로 달려간다. 마치 이 순간 만큼은 너를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이 너무나도 느리게 흘러가서. 더욱 네가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그 짧고도 까마득한 시간을 넘어 간신히 네게 닿으면, 그 품에 얼굴을 묻고 다시는 놓을 수 없게 두 팔로 단단히 너를 끌어 안으면, 저 북소리가 축제의 것인지 제 안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면..참아둔 감정들이 터져 나와 목이 막혀버려 눌린 목소리로 간신히 네 이름을 불렀다)
...산!
 
산:(인파 너머 요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너를 보았다. 길을 잃은 듯 헤매는 시선과 갈 곳을 몰라 멈춘 발 걸음. 네 앞을 오고 가며 너를 가리는 수많은 그림자들이나 주변을 가득 채운 시끄러운 소음이 그 순간 참을 수 없이 거슬렸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낯선 세계, 그 한가운데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너를 보았을 때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길을 잃은 너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보기라도 했기 때문일까. 울렁이는 마음을 억누르고 걸음을 빨리 해 겨우 네가 알아듣도록 제대로 너의 이름을 토해내면, 영영 그 그림으로 멈춰있을 것 같은 인영이 고개를 돌렸다. 정면으로 마주한 그 눈에서 본 찰나의 마음은 자신이 일생을 품어온 것이어서,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제 품으로 뛰어드는 너를 있는 힘껏 끌어 안는 것 뿐이었다. 아마 이 마음의 이름은 그리움이겠지.)
미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게 낫잖아. 괜찮아?
 
카와자키 요우:(안아주는 온기가 저를 달래고, 걱정이 담긴 다정한 목소리가 꿈이 아니라고 말해 주는 듯 해. 잠시 이 따뜻한 품에 어리광을 피운다. 대답 대신, 네게 안긴 채 얼굴을 부벼 끄덕이면 헝클어진 머리칼이 산의 가슴께를 간지럽힐테고. 온갖 감정이 뒤섞였다가 찬찬히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풀려버린 긴장과 함께 뜨거운 물기가 안긴 품의 옷감을 적실 것이다. 주위를 지나다니는 요괴들의 존재도 잊은 채 둘만 멈춰버린 시간처럼 한참을 그리 위로 받다가. 어찌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네 품으로 다 먹혀들어가는 목소리가 웅얼대며 삐져나온다.)
..손.
(잡아 달라 말하는 것이면서, 너를 끌어안은 손을 풀어야 잡을 수 있다는 것도 까먹은 듯이)
 
산:(너를 안으면 느껴지는 생명의 온기나, 마음을 간지럽히는 작은 움직임이 모두 네 실체를 실감하게 한다. 이번에는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가느다란 숨을 길게 뱉어내었다. 이내 폭 파묻은 품 속에서 투정같이 비집고 새어 나오는 목소리에 옅은 웃음이 섞여 든다. 어깨를 끌어안았던 손을 내려 제 허리를 꾹 끌어안은 손을 떼어 잡고는, 눈물에 젖어 울상일 얼굴을 되려 웃는 낯으로 내려다봤다.) 하하, 얼굴이 엉망이야, 카키. (기다란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눌러 닦아주며 느슨한 손을 고쳐 잡았다.) 내가 눈물이 뚝 그칠 만큼 아름다운 광경을 알고 있는데~.. 보러 갈까? 응? ......보러 가자.
 
카와자키 요우:(진정이 된 건지 그 와중에도 울지 않았다며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본다. 저를 달래준 소매가 마르지도 않았건만. 분명 저 속을 간지럽히는 웃음 소리나, 녹색 눈을 닮아 나른하고 다정한 손길이 자신의 어리광을 부추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잡힌 손에 함께 힘을 준다. 감았던 눈을 깜빡 떠 보였을 때, 젖은 눈이 축제의 빛에 섞여 반짝거렸고. 그 반짝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너를 향하고 있었다) 데려가줘. 너만 따라갈게, 산.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산,
 
이 사람만은 지금 요우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요우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산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요우를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요우와 산이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요우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요우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산은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요우를 잃어버릴까,
 
손을 꼭 잡은 채로요.
 
산:이계에서 주는 작별 선물이네, 카키. (처음 만날 그날 네게 약속했다. 그러니 이 불꽃이 저물고, 축제의 열기가 가실 때쯤 너는 너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겠지.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 천지라 길을 잃어 울 일이 없는 그곳으로. 달조차 없는 까만 하늘에서 하늘을 밝히는 불꽃은 이별의 예고이자, 이 기묘하고 이상한 기억의 끝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말미나 다름없다.) 마음에 들어?
 
카와자키 요우:(어쩐지 작별이라는 말이 싫어서. 네 말에 대답해버리면 이별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아서. 그렇게 전부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부러 입을 꾹 다물었다. 고요하게 침묵이 이어지고 그 틈에 폭죽이 터지는 소리만 울리다가. 이내 겹쳐진 손이 너를 잃어버릴까, 더욱 힘을 준다.
 
산:(이어지는 침묵의 대답을 알 것만 같았다. 대답하지 않아도 손에 실리는 힘이 얼마나 네가 이 결속을 원하는지 알려주었으니까.) ...카키, 이 곳을 아쉬워하고 있어? (그래도 굳이 물었다. 너를 해치려는 요괴들이 있는 이곳을, 입맛에 맞는 음식 하나 찾기 어려운 이 세계를. 손을 놓치면 막막함이 차오르는 이계(異界)를 그럼에도 네가 좋아했으면 했다.) 나는 네가 아쉬워. 너랑 노는 시간은 정말 재미있었거든... (누군가를 끝없이 그리워하는 것이 혼자만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기에 허무하고 외로웠다. 비록 다른 세계에 있더라도 그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때는 마냥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그래?
 
카와자키 요우:(너의 물음에 이 감정을 모두 꺼내 들어 대답하고 싶다. 저가 이 손을 얼마나 놓고 싶지 않은지 말하고 싶다. 너와 함께 할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나도 네가 아쉽다고.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엔, 이곳의 전부를 감당하기엔 가족의 품과 친구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 또한 포기할 자신이 없어 쉬이 입을 떼지 못한다. 이 말을 가볍게 뱉어내 너를 안심 시킬 수도 있지만 이 감정이 가볍지가 않아서. 너를 향한 친애, 애정, 그리움. 고마운 감정까지 그 어느 것도 가볍지가 않아서 꺼내기가 힘이 든다. 한쪽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는 사실이 무섭고. 아직 성인조차 되지 못한 아이가 감당하기엔 그 깊이가 무거워, 짓누르는 괴로움이 조급한만큼 가슴을 찔러댄다, 그렇게 이번엔 목 안쪽이 따끔거려 와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 ...
(한참을 입술만 달싹이며 네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래도 이 물음 만은. 마지막 말 만큼은 너에게 자신있게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너의 목소리는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어 버리는 요술이 걸려있는지, 자신 있게 뱉고 싶었던 그 짧은 한마디 마저 겨우 그쳤던 눈물 방울이 삼켜버려 형편없이 튀어나갔다)
읏, 흑, ... ...응.
응..!
 
산:(겨우 그치게 했는데. 네 눈이 반짝이는 것이 저 불꽃의 파편이 반사되었기 때문인지, 눈물이 하염 없이 눈을 적시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목소리를 낼 여유조차 없어 형편 없이 겨우 내뱉는 짧은 한마디가 제게는 어떤 대답보다 특별했다. 너무 소중해서, 너무 무거워서 감히 속에 있는 말을 꺼낼 수 없는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니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티가 나는 너의 솔직한 반응을 보고 있자면 늘, 속에 엉켜있던 바람이 새어나가듯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리해서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나는 다 알았을 텐데.) 그렇구나~ 고마워, 카키.
(잡은 손을 앞뒤로 장난스레 흔들며 고개를 비스듬히 눕혔다. 이제 더는 너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야지.)
왜 또 울어? 처음에는 당돌한 줄만 알았는데, 너는 정말 눈물이 많네!
 
카와자키 요우:나, 그런 말 처음 듣는데. (말과 함께 너를 올려다보며 도리도리) ..모르겠어. 어쩐지 너를 만나고 나선 자꾸 눈물이 나버려.
 
산:그건 아마... 네가 정이 많아서일 거야. (네가 이 정도로 제게 정을 주는 것을 바랬던가? 모르겠다. 삼 일 후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흐트러진 이불이나, 옷깃에 말라붙은 눈물 따위의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갈 아이인데, 그런 아이한테 정을 받는 것도 이렇게나 두려운데. 그녀는 어떻게 자신에게 그 정도의 마음을 쏟을 수 있었는지. 남기지 못할 온기를 나누어주는 것이 그녀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자신은 네게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작 나같은 요괴한테도 나누어줄 마음이 차고 넘치니까...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산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산은 요우를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요우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요우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요우가 주변을 돌아보거나,
 
연기의 출처를 확인하려고 하면,
 
산이 다급하게 제지합니다.
 
산:보지마.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산은 멍하니 서 있던 요우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요우와 산은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요우,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또 놓칠세라 산의 손을 꽈악..)
기준치: 40/20/8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우와 산은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산은 묵묵히 요우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제서야 산은 요우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요우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요우와 산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산: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산?
 
산:...응. 나 여기 있잖아.
 
카와자키 요우:대체 어떻게 된거야? 가, 갑자기 땅이. 마을이, 다른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말을 할 수록 혼란스러워져 점점 말소리가 다급하게 격양된다)
 
산:(불안한 듯 시선을 뒤집어진 지반에 고정한 채,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은 얼핏 보면 눈을 피하는 것과도 같았다.) 지금은 잠시 지진이 멈추었을 뿐이야. 아까의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거고. 설명할 시간이 많이 없어, 카키. 봤지? ...지금의 이곳은 네게 너무 위험해.
 
카와자키 요우:(자신이 위험하다는 말 위로,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겠다는 방금의 네 말이 겹치는 순간, 불길한 감각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곧장 네 팔을 움켜쥐곤) 너는? 그럼 너는. 산에게도 위험하지 않을 리 없잖아!
...같이 가자. 내가 있던 곳으로. 나랑 가, 산..!
 
산:물론 나에게도 위험하겠지. 사람을 가려 내리는 재해는 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네게 붙잡힌 팔을 난감한 듯 바라보다, 살짝 웃어보인다.) 미안, 못 가. 여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세계인 걸. 이런 때에 타타도, 미호도, 쿠라마 할멈도... 어디 있는지, 무사한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는 갈 수 없어.
인계로 갈 수 있는 건 그 세계에서 온 인간이야. 이곳에서는 너 뿐이야, 카키.
 
카와자키 요우:(들리지 않는 건지, 듣고 싶지 않은 건지 마구 고개를 저으며 네 웃음마저 모른 척 하고) 그럼 찾아. 같이 찾아! 다 같이 가면 되는 거잖아. 내가 숨겨줄게, 아무도 모를 거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내가 꼭 너희를, 너희를...!
(말을 뱉을 수록 억지라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까의 저가 했던 다짐과 마음은 어찌 한건지. 그저 이 상황을 부정하고픈 말만 흘러나온다. 어느 때 보다 가볍게. 어느 때 보다 넘치도록 많이)
 
산:...카키.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밀려오는 멸망에 매 초마다 초조함만이 더해져 그것을 고려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전에 사냥개가 뭔지 물었지. ...사실 알고 있어. 사냥개는 이계의 번견이야. 그 개한테 한 번 인식 당하면 물려서 숨통이 끊길 때까지 끊기지 않는 추적이 시작돼. 어느 세계를 가도, 어느 시간에 있어도 말이야. (차라리 겁을 먹어라. 자신은 비겁하게 네게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차라리 겁을 먹고 도망치기를, 그렇게라도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기를 바라기 때문에.) 왜 돌아가지 않는 거야? 내키지 않았지만, 내 능력을 쓴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돌려 보내줄 수 있어.
 
카와자키 요우:무슨.. (혼란과 두려움이 덮쳐 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데도 네 말이 계속 되면 가슴 속에 자리 한 응어리 같은 것은 커져만 가 갑갑한 기분 또한 이어진다. 이것은 그저 두려움인가, 그것이 아니면 때 아닌 사춘기처럼 네 말에 드는 반항심 같은걸까) ..왜 돌아가지 않냐고..? 그 말을 네가 하는 거야? 왜 인 것 같은데? ... (지금 이 순간에도 답답한 감정이 꾸역꾸역 제 안에 차오르나 싶더니, 다시 한번 들려오는 돌려보내겠다는 네 말에 터져버리고 만다)
산이 여기에 있잖아!!!
...네가 여기에 있어, 꿈 같은 게 아니잖아. 너는 따뜻하고, 타타는 친절했고, 쿠라마 할머니는 기뻐했어. 미호는 사랑스러웠단 말이야..그리고, (이곳에 홀로 떨어진 이후 스쳐지나온 것을, 내가 겪어보고 놓칠 수 없게 된 것들을 떠올리고 떠올려보려 했는데. 어느 샌가 머릿속은 온통 너의 생각으로 가득 차버리고 만다. 지금 만큼은 이 곳의 누구보다도 미운 네가.) 네가...산, 네가 상냥했단 말이야...네가. 날 찾아줬단 말이야.
 
산:꿈이야, 대체 꿈과 내가 뭐가 달라?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네 발 아래 땅이 당장에 불완전했다. 이곳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면. 이 모든 세계가 오늘을 통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운명이라면 차라리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할지도 모른다.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리며 손 틈 사이로 처음으로 제게 큰 소리를 내는 너를 응시한다.) 원래도 내일이면 돌려보낼 생각이었어. 이곳의 기억은 그냥 특별했던 꿈처럼 간직하고, 너무 자주 꺼내보지는 말라고. 가끔은 나를 생각해주되, 많이 보고싶어하지는 말라고. 그러면 외로워지니까!
...이대로 무사히 작별 해서 힘들 때 위안이 되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 하지만 봐, 목숨이 위험해. 이곳이 꿈이 아니라면 더욱 도망갈 생각을 해야지, 카키. 너는...
(답답한 마음을 거침 없이 네게 쏟아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무너진 아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너와 실랑이 하는 시간조차 너를 위험하게 만드는 거라면, 난... 허망한 듯 힘을 잃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위험하다 해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인 거야. 그렇지?
 
산은 화난 듯 입을 꾹 다뭅니다.
 
의견이 충돌하고,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요우를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산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요우는, 혼자 살겠다고 산을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요우의 대답을 들은 산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산:...하다 못해 집에 들어가자. 이곳은 안돼.
 
그렇게 말한 산은 요우를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요우와 산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요우가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산은 이렇게 말합니다.
 
산: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카와자키 요우:(반사적으로 너를 돌아보며 같이 가겠다고 말하려는 듯 입을 뻥끗)
 
그러나 산은 요우가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요우뿐입니다.
 
요우는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완전한 밤,
 
요우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그 날,
 
산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요우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요우를 깨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산입니다.
 
산:카키, 일어나 봐. (네 어깨를 흔든다.)
 
카와자키 요우:(언제 잠든 건지도 기억나지 않다가 네 목소리에 곧바로 놀라듯 잠에서 깨어나면 눈앞에 있는 너를 향해 손을 뻗는다. 어느 곳이든, 붙잡기 위해) ..산!!
 
산:(어느 곳이든 붙잡히고 나면, 어제와 다름없이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인지, 제법 밝아진 표정으로 제 옷깃을 잡은 손을 붙잡고 일으킨다.) 있지, 그래도 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 타타도, 쿠라마 할멈도, 미호도 찾았고. 소식을 알려주려고 달려왔는데...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도 계속된대.
 
카와자키 요우:..정말? 다들 괜찮아? 정말...? (네가 전해준 소식에, 너의 웃음에, 무엇보다도 그저 네가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쁨이 차올라 저도 모르게 와락 너에게 안겨 든다. 함께 있었던 시간보다도 더 짧은 시간을 떨어졌을 뿐인데도. 껴안으면 제 코 끝을 간지럽힐 너의 체향은 어째서 이토록 그리웠을까)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럼 다들 어디에 있는데? 나도, 가봐도 돼?
 
산:응. 사냥개가 바로 사라져서... 인명 피해 자체는 크지 않아. 상태가 괜찮은 요괴들은 아마 다들 복구 된 축제에 올 거야. 좀 이르긴 하지만, 그래도 백 년에 한 번 겨우 열리는 축제잖아.다들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겠지. (네 등을 몇 번 토닥여주곤 얼굴을 마주본다.) 그래. 보러 가자.
 
요우가 준비를 끝내면,
 
산은 요우를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요우가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영월호부터 산의 집까지,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산의 집까지…….
 
총 두 갈래의 산길을 지나왔지만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카와자키 요우:...산? 여기로 가는 게 맞아? 하지만 어제는..
(불안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면서도 산의 손 만은 꼬옥..)
 
산:어제 축제 장소는 쑥대밭이 되었으니까... (불안한 듯 힘이 들어 오는 손을 마주 잡아 보인다.) 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 어쩔 수 없지.
 
카와자키 요우:(그렇구나, 그렇겠네 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열심히 네 뒤를 따라 산길을 걷는다)
 
산은 묵묵히 더 깊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요우와 산은 산속,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산:...이전부터 이계에 예언이 하나 내려왔어. 다들 해결책을 찾지 못해 묵인하고 있었지만,하필이면 그게 오늘이 될 거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던 거겠지.
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을 거야.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산:축제는 이제 끝이야.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워.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산: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야.
 
산은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요우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산은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산: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아무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
 
카와자키 요우:...거짓말쟁이.
 
아,
 
그렇습니다.
 
산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요우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요우의 몸이 붕 뜹니다.
 
[왜?
 
산:응, 나는 거짓말쟁이야.
하지만... 더는 널 이런 곳에 둘 수 없어.
미안. 나를 믿어줬는데......
 
카와자키 요우:싫어, 싫어!!
산!!!
 
산:안녕, 요우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요우는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산은
 
요우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요우가 산을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산은,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산 역시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산은 요우를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요우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산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산:……기뻤으니까.
 
산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요우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요우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요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요우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요우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요우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산이 기다리던 선생님은 요우의 혈연이었던 모양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타타:사안… 돌아가자.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산:선생을 기다려야 해.
많이 아파 보였는데, 내가 부축해줘야 한단 말이야.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산입니다.
 
산은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산은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산이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산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도깨비불: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뿔이 달린 여자: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산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요우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요우는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나 산이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요우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
 
.
 
.
 
정신을 차려보니,
 
요우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요우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요우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요우가 아무리 신목을 두드려도,
 
발로 걷어차거나 소리를 질러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요우를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요우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산을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도디: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우 말구
 
도디:미친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요우를 괴롭힙니다.
 
산은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계의 시간은 인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했죠.
 
요우가 어떻게든 이계로 되돌아가더라도,
 
그때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나요, 요우?
 
카와자키 요우:(지친 채 절망하고 있을 쯤, 저와 함께 이곳에 던져진 산의 선물이 바닥에 널부러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산을 꼭 닮았던 여우 가면이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내가 널 거짓말쟁이라고 기억해도 좋은거야?
(이계에선 받지 못했던 달빛에 그 눈을 닮았던 녹색 보석이 푸르게 빛나면, 그것을 손에 꼭 그러쥔다)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으면서..약속했으면서..!
(다시 한번 일어나 신목을 주먹으로, 발을 휘둘러가며 때린다)
돌아가게 해 달란 말이야, 산에게!!
산에게 날 보내줘!!
 
무너지는 이계와 산이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요우에게는 산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우는 조금 더 그를 생각하며 신목 앞에 머무르기로 합니다.
 
그가 한 평생을 해온 것처럼요.
 
평소라면 으스스하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산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요우를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요우는 산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반딧불이 한 마리가 요우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요우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카와자키 요우:(이젠 달빛마저 반사하지 못하고 빛을 잃어가던 눈동자에 그 반딧불이의 희미한 빛이 비집고 들어오면, '카키, 만약 길을 잃는다면..' 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듯 했다. 그 아름답던 호수 위에서 내게 건네주었던 그 목소리가 '이 빛을 따라가자.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이 약속되어 있어.' )
...
(가라앉았던 두 눈이 그 작고 희미한 빛을 시작으로, 다시 한번 그 생기를 찾아간다) ...데려가 줄거야..? 산에게로?
 
문득,
 
호수에서 들었던 산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요우가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요우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건강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앞으로의 민첩 판정에 패널티 다이스가 부여됩니다.
 
요우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요우는
 
이계의 산에서는 늘 산이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산은 줄곧,
 
요우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산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요우의 시야를 가립니다.
 
카와자키 요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그런 생각이 들자,
 
발이 무척이나 무거워집니다.
 
균열 속으로 추락하는 산의 모습을 생각하자
 
비틀비틀 뛰어가던 다리는 점점 느려지고,
 
반딧불이의 빛은 작아져 갑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요우와 마찬가지로,
 
산 역시 지금 혼자일 테니까요.
 
요우가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교와 반딧불이를 보자
 
스치듯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인계에는,
 
아직 열렸는지 닫혔는지 확인해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요우가 이계로 넘어가는 데 사용한 사물함이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2-A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요우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8375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실패
-2: 실패
 
반딧불이는 어느새 요우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요우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요우는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요우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요우를 안내한 반딧불이는,
 
요우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카와자키 요우:(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끌며, 한걸음씩 걸어간다.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은데 그것이 안되어 답답한 마음이 들고. 너에게 가는 길이 또 느리게만 느껴져서 이 짧은 거리 동안 머릿속은 또 생각으로 가득 찬다. 모든 것이 거꾸로야, 산. 자습시간에 교실을 가득 채웠던 아이들과 선생님은 이제 없고, 나를 이끌어 주었던 작은 반딧불이들도 이젠 없어. 그리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던 나도.
이젠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 산.
(어쩐지 네가 들어주는 것만 같아 희미하게 입가에 웃음이 피었다)
 
요우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요우를 집어삼킵니다.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요우는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
 
.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산:……선생?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산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산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요우를 속인 사실에 이제서야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요우가 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산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산은,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1d3 굴려주세요
 
카와자키 요우:1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산이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요우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요우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산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산과 요우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산은
 
요우를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산:......하여간 정이 많다니까.
 
카와자키 요우:(보고 싶었던 웃음인데, 듣고 싶었던 목소리인데. 자꾸만 고개가 떨구어져 볼 수가 없다. 두 볼의 말라버린 자국 위로는 또 다시 몇 번이고 흘려 댔던 눈물이 방울방울 새어 나와 너와 마주 웃어 보일 수도 없다. 그렇게 어찌 할 줄도 몰라 어깨만 들썩이며 네 앞에 꿇어 앉은 채로 목소리만 끄집어 내어서는)
...어쩔 수 없어. 산이 나한테 줬으니까.
 
산:하하... 왜 우는 거야. (제 손으로 너를 밀어버렸을 때, 떨어지는 네 얼굴을 보며 가장 먼저 안심했다. 그렇게 이기적인 방법으로 너를 보냈는데, 너는 끝까지 이기적이지 못해서 제 발로 이런 곳을 다시 오다니. 폐허에 기댄 몸을 힘겹게 일으켜 눈물만 뚝뚝 흘리는 네 얼굴을 바라본다.) 나한테 화 안 났어?
이미지 설명
 
카와자키 요우:화..! (그 말에 반응하듯 고개를 쳐들고 그제야 네게 하려 했던 말들이 떠올라 터지듯 뱉어낸다) ..화났어. 산이 미워. 거짓말하고, 날 밀어버려선, 날..!
..너 혼자..이 곳에 남겨두게..
(분명 나쁜 건 네 쪽인데. 섭섭했던 감정을 네게 전해야만 하는데, 너와 마주해버린 눈동자는 그리움을 외친다. 밉다 말하는 목소리도 누군가를 원망하는 그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이제는 뱉을 수록 되려 제 속이 다 해져버리는 것만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너를 찾고 싶었어. 산이 걱정돼서 죽을 것만 같았어.
산을 더 이상..만나지 못 할 까봐...!
(결국 네게 전하게 되는 것은 이런 말들 뿐이다)
 
산:미안. 네가 미워할 줄 알면서 했어, 그래야 네가 날 찾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적어도 한 명은 살 테니까. (차라리 원망을 하려고 돌아온 것이면 좋으련만, 눈 앞의 너는 그저 순수하게 나를 보고 싶어 한 것 같다.)
...돌아가, 카키. 지금 열린 문이 닫힌다면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아. (제 앞에 무릎 꿇은 너와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네가 제 피 냄새를 맡을까 몸을 틀었다.) 신목의 문을 열 수 있는 요괴도 이제 없을 테니까.
 
카와자키 요우:(네가 바라던 대로 나는 너를 미워하게 된 걸까. 그럼 이 마음은 미워하는 감정이 너무 커져서. 탓할 곳이 필요 해 자꾸 미운 사람을 떠올렸던 걸까)
미워하지 않아, 미안해. 산을 미워한 적 없어. (생각을 끝맺기도 전에 몸이 반응해버린다. 필사적으로 도리질 쳐 너를 싫어할 리 없지 않느냐 전한다) 혼자 살고 싶단 생각도..한 적 없어. 할 리가 없잖아. 산은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아무것도 모르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겨우 너를 찾아낸 참인데도 너는 내게 또 다시 돌아가라 한다. 눈물과 함께 울컥 무언가 외치려다, 몸을 트는 모습을 보곤 통증이 심해진 거라 생각한건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모든 행동이 멈췄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끔찍하게 당해버린 산의 모습이 성큼 현실로 다가온다. 순간, 마비되었던 감각이 풀리듯 주위의 공기가 느껴지고 강렬한 비린내에 머리를 어지럽게 하면, 붉은 웅덩이 위에서 너는 나를 위해 힘겹게 목소리를 내주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대로면 정말 영영 너를 놓치겠단 생각에 서둘러) 이, 이제 말하지 마! 네가 뭐라고 하든 지금은 안들어. 그러니까..이제 그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급하게 재킷이라도 벗어 네 몸에 둘러 팔을 압박하여 묶는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까 싶어서)
 
산:(네 손을 놓아도,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겨도, 아무 말 없이 밀어버린다 해도 미워하지 않는다. 네 한결같은 애정은 언제나 제 것과 닮아있어서 주저를 낳고, 지금은 그 주저가 같은 결말을 낳을까 두려웠다.) ...카키 네 말대로, 사실 정이 많은 건 나일지도 몰라. 한 번 좋아하면 좀처럼 정을 뗄 수가 없어서, 그래서 오래 기다려온 사람이 있어.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인 듯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거야. (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흐려지는 숨을 붙잡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정이 많으면 힘들어, 카키. 전에 나를 만나면 괜히 눈물이 나온다고 했지? 지금도... 울고만 있잖아. (재킷으로 다른 팔을 지혈하자 무뎌졌던 고통이 실감나는 듯 이를 악물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응? 너는 나처럼 없는 사람을 기다리지 말아줘.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문득,
 
목가의 방울 목걸이가 미끄러집니다.
 
이 방울은…….
 
카와자키 요우:산은, 산은 정말 말 안 듣는 학생 이었을 거야. (필사적으로 말을 돌리고, 억지로 농담 같은 말을 하며 너를 바로 기대어 눕히려던 그 때. '딸랑' 하는 소리가 들리며 방울이 모습을 보이면 퍼뜩 기억이 떠오른다. 인계로 떨어지기 전에 보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
산..! 이거, 이 방울..!
(아마 네가 오래 기다렸던 것은 나의 조상이 맞을 테고. 그리고 그 사람은 이 방울 목걸이로 지병을 치료해 건강해 졌다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적힌 이야기까지. 조금 횡설수설하게 말을 전한다)
어쩌면, 어쩌면 이걸로 산도..! (고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눈에 피어오른다)
 
산:......그 방울은, (네 목에 걸린 방울에 흐릿한 시선이 멈춘다. 아무리 오랜 시간 몸에서 떨어져있다 한들, 제 생명의 일부 정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소 빛이 바랜, 그럼에도 맑은 소리를 내는 아홉 개의 방울을 고요하게 내려다 보았다.) 내가 선생한테 준 방울이 맞아. 방울은 요력을 담는 매개고, 요력은 곧 생명력과 같으니까 부적 겸 준 거였지. 선생은 원래 좀 허약했거든.
카키는 똑똑하네~.. 그 방울을 돌려준다면 목숨 정도는 겨우 부지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돌려받고 싶지 않아.
얼마나 오래 그 방울을 가지고 있었어? (제 생명의 일부는 어디에선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오늘로서 확인 받았다. 선생에게서 그 자손으로, 그 자손의 자손에게 이르러 오늘날 너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라면 분명 네 짧은 생애 전부를 그 방울과 함께했겠지.) 방울은 너와 나의 인연이나 다름 없어서, 그걸 가진 너는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하고, 나를 만났지.
그건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고, 그걸 줘버리면 우리는 아마 다시는... 이번 생은 물론 그 다음 생에도,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을 다시 살아도만날 수 없어. (나직한 목소리에 마지막 힘이 들어간다.) 카키, 그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자격이나 마찬가지인 거야.
 
카와자키 요우:(네 말이 끝나기도 전 이었다. 툭, 구슬을 쥔 주먹에 힘을 주자 가느다란 끈이 끊어져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그 손은 그대로 뻗어가 너의 가슴에 가 닿았고. 이 모든 것에서 망설임은 볼 수 없었다)
자격이 있어봤자, 네가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인데?
산이 그랬지 없는 사람을 기다리지 말라고.. (네게 밀어 보내는 주먹엔 자꾸만 힘이 들어가선, 이 떨림까지 알리고 만다. 답은 명확했지만 그렇다 해서 쉽게 정한 것이 아니라는 걸, 너는 알까.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 없기에 단호한 눈은 이 순간에도 물기가 차올라 너를 보는 것을 방해했지만 흐리다 해도 똑바로 너를 응시했다)
그렇다면 너는 살아남아야지. 살아서..
살아남아서 내가 널 그리워 하게 해 달란 말이야..!
산을 간직할 수 있게...떠올려도 그리울지언정 슬픔을 갖지는 않게..(무슨 말이라도 해 너를 설득하고 싶어서 떼를 써보고, 화를 내보고. 그도 안될까 싶어 이제는 우리의 추억에 애원도 해보려 한다)
 
카와자키 요우:산의 말을 들을테니까..응? 가끔만 생각할게. 많이 그리워하지 않을게. 외롭지..않을 거야. 즐거웠던 기억만... (너를 거짓말쟁이라 비난 할 자격따윈 내게 없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 외치는 말들 중 진실을 없을테니)
 
산:(한 번 받아들이면 그 뿐인 죽음을 자꾸 뒤흔들어 놓는다. 너의 애원은 제 말문을 막히게 했다. 제 목숨에 이토록 간절한 것은, 자신보다 더 매달리는 것은 지난 구백 년의 시간을 네가 짐작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오랜 세월을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너는 나에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 작은 방울 하나에 매달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인식당했어. (차가운 손끝으로 네가 애써 묶어 놓은 재킷을 풀어내었다. 피로 엉망이 된 재킷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지면, 드러나는 것은 있어야 할 것이 없는 흔적 뿐이다.) 사냥개가 나를 발견해버렸거든. ...산다면, 이대로 살아남는다면... 숨통이 끊길 때까지 나를 놔주지 않겠지. 네가 지금 나를 살려 놓는다 해도 말이야.
(형편 없이 목소리가 떨려오는 이유는 죽음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어쩌면 이 죽음으로 인해 자의로는 끊을 수 없던 기나긴 기다림은 끊기고, 새 생명과 함께 자신은 이어지는 너와의 인연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신은 어쩌면 삶의 끝에서 터무니 없는 기대감을 품고있는지도 몰랐다.) ...요우, 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거야. 네가 그 방울을 가지고 있는다면, ...빛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또 다시 만날 수 있잖아.
내가 각오한 건 너와의 이별만은 아니야. ...그건 너와 마주할 내일이야.
 
카와자키 요우:(이전에 네게 들었던 이야기. 실은 기회가 없다는 것을 자신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을테다. 그럼에도 비굴하고 비참하게 매달려보았는데 잔인한 현실을 제게 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산, 너구나. 이미 알고 있던 사실에서 더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되면, 피하고 싶었던 엔딩을 맞이 할 시간이다)
..내가 산을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지? 산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 산이 너무 멀리 있으면, 산이...지금처럼 나를 불러주지 않으면...
(바보같은 입을 다문다. 부족한 시간을 이렇게 쓰고 싶진 않아 다짐하듯 두 눈을 꾹 감았다. 싫은 생각이 꼬리를 물어가지 못하게. 감았던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네가 있었기 때문일까? 비어버린 마음 안쪽으로 불투명한 자신감이 밀려들었다)
..그럼, 그래도 내가 찾아갈게. 너를 만날게. 방울을, 빛을...
산을 따라갈테니까.
(코 앞에 있는 이가 그리워지는 감정이란, 모순적이면서도 온전한 지금의 제 감정이다. 늘 말해 왔듯이, 네 손을 잡은 것 처럼. 놓치지 않기 위해 이 두 눈에 너를 새긴다. 너와 처음 만난 신목 아래, 그 포근한 푸르름을 닮은 이 눈동자를, 제 머리와 꼭 같아선 새하얗게 개구져 사랑스러웠던 이 웃음을. 언제나 나를 찾아주고 붙잡아주었던 따뜻한, 이제는 차가워져 가는 네 손을. 산, 너의 모든 것을 꼼꼼히 모두 제 안에 담고 나면 천천히 고개를 숙여 네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어 기댄다. 가만히, 고요하게 이 마음을 전해 본다.)
 
카와자키 요우:걱정마.. (네게 닿아서일까, 어쩐지 불투명했던 마음이 단단하게 자신을 갖는다. 이것은 저의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될테니 너는 나를 믿어달라는 듯 이마를 부벼대면, 둘의 머리칼이 부드럽게 엮여들었다)
 
산:(부드럽게 이마를 맞댈 때, 가물하게 감기는 시야 사이로 먹먹하게 번져드는 빛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네 눈동자일 것이다. 만약 이계의 밤하늘에도 한낮의 태양과 같은 존재를 찾으면, 그건 꼭 너의 눈동자 색을 닮지 않았을까. 제 가슴팍 언저리까지 맥없이 밀려난 방울은 마지막 힘을 끌어내 끊기기 전의 형태를 되찾는다. 그것을 다시금 소중하게 감싸고, 네 목에 둘러주면 방울은 다시 주인을 찾은 듯 은은한 빛을 반사했다.)
카와자키 요우, 나는 너와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 이건 해묵은 미련같은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아쉬워서야. 너와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하게 됐으니까... 꿈으로 남고싶지 않아졌어.
이계를 기억해 줘. 인계의 이면에는 아름다운 이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타타를, 미호를, 쿠라마 할멈의 이름을 종종 불러주라. 그리고...... 나를 생각해. 보고싶다고 맨날 울고, 떼쓰고, 외로워하면서라도.
(방울 목걸이를 걸어준 한 팔로 네 작은 어깨를 감싸면, 불규칙했던 숨이 점차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너를 끌어안은 채, 마지막으로 개구진 웃음을 짓도록 한다.)
카키~.. 너한테는 내 생명 한 줌이 남아있잖아. 나는 그날까지 분명 같은 빛을 찾아 헤매고 있을 테니까...
기다릴게. 네가 나를 찾아줄 때까지.
 
카와자키 요우:...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싶은데, 그래야지 네가 날 믿고 기다려 줄 텐데. 네 품 안에서의 나는 자꾸만 어깨를 떨어대 애써 보이지 않게 된 이 울음을 고자질한다. 하염없는 이 눈물의 끝은 어디일까. 너를 그리는 이 기다림의 끝은 어디일까. 적어도 한 가지, 너와 이어진 이 인연 만큼은 미어지는 제 마음 만큼이나 그 끝이 없을 테니 나는 너와 함께 빛을 찾아 헤매야지)
응, 내일 다시 만나...산.
(저 또한 너와 마주할 내일을 기대하며. 각오를 담아 이 품을 끌어안고, 네게 다음을 고하는 인사를 전한다.)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산은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산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요우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산을 잇습니다.
 
엔딩
이미지 설명
 
산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요우를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산이 요우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요우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요우가 산을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요우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요우가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요우 생환, 산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
 
.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습니다.
 
10월의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조차 잊을 때도 있습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이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으며,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낡고 스러져가지만,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드디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 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은 하나하나 창틀 위로 쌓입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입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분명히 듣겠죠.
 
익숙한 방울 소리를,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우산조차 쓰지 않은 사람을.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 사람의 이름 외에는.
 
그는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산:...길을 잃었어.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
 
아,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눈감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제목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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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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