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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실의 유령
이 세계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2021-05-10
KPC. 마나베 치호 · PC. 사토 에이지

이 세계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나는 그 때 눈치채고 만 거야.
손가락의 미약한 열기는 악보에도 번질 수 있었어.

 

210510
 
음악실의 유령
 
W. 서라
 
KPC. 마나베 치호
 
PC. 사토 에이지
 
당신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지하여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실은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던 그 날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오전이었음이라고.
 
그러니까…
 
환기를 위해 열어두었던 베란다 창문 너머로,
 
통상 '여름 냄새'로 취급되곤 하는 오존 냄새가 조금 짙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요.
 
-
 
삐이이이익.
 
주전자의 주둥이에서 수증기 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틀어두었던 뉴스의 주제가 전환된 것은 그 때였습니다.
 
에이지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며,
 
이른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앉아
 
낡은 TV속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한 달 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따로 다루기 위해 금주중 신설 편성된 채널입니다.
 
아나운서의 표정은 짐짓 심각합니다.
 
편성된 채널의 인트로격인 멘트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본격적인 보도가 시작됩니다.
 
그러고보니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문득 TV의 볼륨을 낮춰두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사토 에이지:(TV의 버튼을 깔짝거리며 낮춰두었던 볼륨을 올린다.)
 
한 달 전 A시에서 시작된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입자가 기이하게도 단백질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DNA나 RNA등의 유전체 또한 실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환자의 체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입자가 오존 분자와 유사한 형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입자를 과연 바이러스 입자라고 일컬을 수 있겠느냐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울러 전염성이 강하다고는하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동물에게서 동물에게로,
 
곤충 내지는 공기나 물을 통해서 감염이 이루어지는 병이 아니므로
 
전염병이라 칭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일부 학자들이 지구온난화의 가속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한편,
 
당국을 포함한 WHO에서는 계속해서 질병의 감염 경로를 연구중에 있습니다.
 
정형화된 톤의 아나운서 멘트가 마무리 되면
 
화면이 뒤바뀌며 블러처리된 대형 병원들의 외관이 연이어 흘러나옵니다.
 
이번 전염병에 감염되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피부가 트는 등
 
사람에 따라 각종 면역력 결핍 증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서서히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하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라는
 
기자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전세계를 강타한 이번 유행성 전염병의 병명이
 
아직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음을 떠올립니다.
 
증상이라 부를 것도 각기 다 다른 것이어서,
 
그나마 공통적인 증세라고는 고열을 앓게된다는 점 말고는 밝혀지지 않았다니까요.
 
환자들은 해열제 섭취시 효과를 보였지만
 
일시적인 호전세를 보인뒤 다시 펄펄 끓는 열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항간에서는 유행성 독감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던데….
 
참 기묘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토 에이지:(이상한 병이네..)
 
뉴스는 차치하고, 아침을 마저 먹어볼까요?ㅎㅎ
 
에이지의 아침 메뉴는?
 
사토 에이지:(끓인 물을 컵에 따라 녹차 팩을 넣는다. 막 데운 토스트.. 맛있게 됐다. 뿌듯.)
 
따끈따끈한 토스트로 배를 채웁니다.
 
문득 날씨를 확인하면
 
아침 기온 26 ℃에 미세먼지 수치 11㎍/㎥입니다.
 
시간당 강수량은 0mm로
 
오존지수가 다른 날보다 조금 높기는 하지만
 
아주 맑고 화창한 하루가 될 거예요.
 
밥을 다 먹었다면 등교 준비를 하도록 합시다.
 
사토 에이지:(마야 깨우고는 토스트도 덮어두고 등교 준비를 마친다. 영어 단어장을 필수로 들고 나선다.)
 
신발끈을 묶고 있으면,
 
뒤에서 잠에 덜 깬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토 마야:...이제 가?
 
사토 에이지:응, 빨리 씻고 너도 학교 가. (신발 끝 툭툭)
 
사토 마야:(하아품...) 천천히 가도 안 늦어.. (졸린 눈으로 너를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네 가슴팍을 가리킨다.) 명찰.
 
그제서야 현관에 기울어진 거울을 확인하면
 
가슴팍에 간신히 달려 있는 교복 명찰에 눈이 갑니다.
 
곧 떨어질 것처럼 덜렁거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토 에이지:아. (거울로 보이는 명찰에 다시 제대로 달고는 다시 마야를 쳐다보곤) 식탁 위에 토스트 해놨으니까 먹고. (알겠냐는 듯 대답을 기다리는)
 
사토 마야:아침 안 먹어도 된다니까...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시선은 계속 덜렁거리는 명찰을 향해있다...) 다시 떨어질 것 같은데... 괜히 잃어버리지 말고 어디 넣어놔, 나중에 다시 달면 되지. (느릿하게 손을 흔들어)
 
사토 에이지:... (떨어질 것 같은 명찰을 다시 내려보다 살짝 표정을 찌푸리고는 그냥 떼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여튼, 진짜 간다. (손 인사를 보곤 그제야 몸을 다시 돌려 문을 나서)
 
마야와 인사를 나누곤 현관을 나섭니다.
 
에이지는 어떤 방법으로 등교하나요?
 
사토 에이지:(영단어장을 보며 걸어간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날이 맑아도 에이지의 시선은 영단어장에 향해 있습니다.
 
늘 다니던 길목에서
 
화창하고 잔잔한 풍의 피아노 협주곡이 들려옵니다.
 
<정신력> 판정
 
사토 에이지: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맑은 하늘에 가벼운 공기.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영어단어를 공부하던 기분이
 
노골적으로 가라앉습니다.
 
왜일까요?
 
피아노를 그만둔 뒤로 건반에 더 손을 댄 적은 없어도
 
곡을 듣는 것까지 거북했던 적은 없는데….
 
사토 에이지:...
 
평소에 다니지 않던 다른 루트를 이용해서라도
 
노래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길로 등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사토 에이지:(영단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기분이다. 거북한 느낌에 안쪽 골목으로 방향을 틀어 걸었다.)
 
이미 한 번 음악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탓인지
 
청각과 마음이 전같지 않습니다.
 
방금 느꼈던 메스꺼움도
 
그만둬버린 음악에 대한 내면의 거부감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시멘트 길의 인도를 따라,
 
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등교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씁쓸한 입맛을 돋굽니다.
 
여름이니까요.
 
-
 
돌아서 간 탓인지,
 
아슬하게 정문을 통과합니다.
 
에이지는 3학년 A반의 학생으로,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례 직전 출석이 막 진행되려던 참입니다.
 
선생님:빨리빨리 앉아라.
 
C반 선생님의 불같은 호령이…
 
잠깐만, C반 선생님이요?
 
여긴 A반인데요?
 
사토 에이지:...?
 
그러고보니 자리 배치도 어제와 묘하게 다른 것 같은 기분이?
 
에이지가 허둥대고 있으면 선생님은 도끼눈을 뜹니다.
 
분필이 날아오기 전에 얼른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 이롭습니다.
 
사토 에이지:(...?.....일단 빈 자리로 가 앉는다. 뭐지.)
 
자리에 앉은 에이지,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급한대로 빈 책상에 앉아 책가방을 내려둔 뒤 교실을 쭉 둘러보자
 
한달전부터 시작된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텅텅 비어있던 열댓 개의 책걸상이 모르는 아이들의 머리통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 있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분명 본 적 없거나…
 
아니면 복도에서 한 번쯤 보았던 얼굴입니다.
 
역시 반을 잘못 들어온걸까요?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도 교탁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평소에 벌점을 남용하기로 유명한 그 C반의 담임 선생님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A반 아이들의 모습 또한 가득 찬 교실 속 틈바구니에 끼어 있군요.
 
이게 무슨 일이지….
 
다시금 교탁으로 눈을 돌리면 출석체크 진행이 한창입니다.
 
앞자리나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살피거든 A반 학생,
 
에이지의 반 친구가 맞습니다.
 
아무래도 C반 아이들과 한데 섞여 있는 모양인데,
 
어떡할까요?
 
주변 친구에게 물어보는게 좋을까요?
 
사토 에이지:(짝궁인 A반 친구를 툭툭 건드리곤 이름을 부른다.) 왜 저 선생님이 여기에 있어?
 
<은밀행동> 판정!
 
사토 에이지:
은밀행동
기준치: 20/10/4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선생님:거기, 누구야? (귀신같음)
 
사토 에이지:(아닌척)
 
선생님:...다 봤다, 사토 에이지.
 
사토 에이지:...
 
선생님:조례시간부터 떠들 생각을 하다니… 너는 벌점 3점이다.
 
사토 에이지:...............
(안돼..)
 
동급생:(안쓰럽게 쳐다봄...) 우리반 쌤이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려서 병가 내셨대잖아. 그때까지 C반 호랑이가 통합 담임 맡는다는데? (개미만하게 속닥속닥)
 
사토 에이지:...왜 하필 호랑이야. (중얼.. 벌점 3점...아련.. 앞머리칼 헤집으며 입 다물고 종이에 끄적임) [계속 통합되는거야?]
 
동급생:어. 요즘 애들 전부 열난다고 병결 장난 아니잖아. (종이 힐끔보곤 자신도 몇 글자 끄적여) [유독 결석생 많은 반은 오늘부터 이렇게 묶어서 수업 할 걸. 아무리 끼리끼리 감염 안되는 병이라지만 이 시국에 학교를 나오라니 미친거 아냐?ㅡㅡ]
 
사토 에이지:...(물끄럼..) [넌 그냥 나오기 싫은거 아니고.] (됐다.. 여기까지 끄적이고선 1교시 교과서나 꺼내놓는다.)
 
친구는 대꾸해주면서도 아침부터 있었던 책상과의 씨름으로 무척 고단한 참인지 하품을 합니다.
 
쩍 벌어지는 입 너머로 피로함이 다 느껴질 정돕니다.
 
에이지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쩐지 아까부터 얼굴 언저리가 따갑습니다.
 
이건 마치,
 
누군가 이 자리를 쭉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사토 에이지:...(시선이 느껴지는 쪽을 쳐다본다.)
 
고개를 휙휙 돌려봐도 짚이는 구석이 없습니다.
 
다들 하품을 하고 있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조례 풍경이네요.
 
이내 모든 학생의 출석체크가 종료됩니다.
 
임시 통합 담임을 맡게된 C반의 선생님이
 
교탁 위로 출석부를 탕탕, 두어번 두드린 뒤 말합니다.
 
선생님:아까도 말했지만 뒤늦게 등교해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테니 다시 한 번 공지한다.
갑작스럽겠지만 오늘부터 결석생 수가 많은 반을 임의로 묶어 합반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A반 C반은 미술, 음악중에 음악 과목을 선택한 반이지?
비슷하게, 미술을 선택한 B반은 D반과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A반 선생님이 유행성 질병으로 병가를 내게 되셔서, 오늘부터 내가 A반과 C반의 통합 임시 담임을 맡게 됐고.
참고로 우리 반은 지금부터 A-1반이다.
 
선생님:이상, 조례 끝. 다들 조용히 1교시 준비하도록.
 
성황리에 황당한 공지를 일단락한 임시 담임 선생님이
 
안내를 끝마친 직후 교실 앞문 너머로 사라집니다.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내비쳐지는 한편,
 
원래 알던 사이인지 옆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이들도 눈에 띕니다.
 
바뀐 임시 시간표에 따르면 1교시는 수학이라고 하네요.
 
비어있던 자리가 에이지의 책상이었던 모양인지
 
책상 사물함에 손을 넣어보면 에이지 이름이 적힌 교과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후 지루한 수업시간들을 착실히 견디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입니다!
 
에이지는 무엇을 먹을까요?
 
사토 에이지:(한껏 지루한 수업에 기지개를 켜곤 급식실로 어슬렁 향한다.)
 
급식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면 점심시간이 20분이 남습니다.
 
교실로 돌아와 바뀐 시간표를 재차 확인하면,
 
5교시는 음악 수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실 칠판에 노란색 분필로 작성된 커다란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5교시 음악이래~! 교과서 챙겨서 음악실로 이동할 것!'
 
하필이면 음악 수업이라니… 내키지 않습니다.
 
책상 사물함이든 교실 사물함이든,
 
어쨌든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내부를 뒤적이면 쉽사리 음악 책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사용감이 영 낯익지 못합니다.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교과서를 뒤집어 살핀 에이지는
 
책 모서리에 적혀 있는 낯선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정갈하지 못한 글씨체로
 
'3학년 C반 마나베 치호'라고 적혀 있네요.
 
아침부터 합반 수업을 위해 책걸상을 옮겼다더니
 
아무래도 그 소란스런 틈에 교과서가 뒤섞였나 봅니다.
 
마나베 치호?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에요.
 
사토 에이지:(찌풀..) 누구야..
 
오늘부터 전체 합반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으니,
 
이 교과서의 주인도 5교시의 음악실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갖다줘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사토 에이지:(내건 어딨지. ...일단 음악실로 간다.)
 
어쩐지 에이지 본인의 음악책 행방은 묘연합니다...
 
3학년 A반은 3층,
 
음악실은 5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엘리베이터 고장 문제로 여지껏 수리가 미뤄지고 있으니
 
하는수 없이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도록 합시다.
 
수업 시작 종울림을 목전에 둔 시간인지라 복도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주욱 시원하게 뻗은 복도 창 너머로
 
초록이 우거지고 청음이 기승을 부립니다.
 
여름이 불시에 목구멍에 들이닥친 듯한 기분.
 
그 막연함을 가르고 어디선가 나지막한 악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
 
사토 에이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끊길듯 가냘픈 소리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연주를 재개합니다.
 
당연하게도 저 복도 끝에 자리하고 있는 음악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태엽을 감듯 부드럽고 유연한 악상이 여운처럼 귓전을 맴돕니다.
 
흡사 굳어버린 고목나무처럼 못 박힌 듯 서서,
 
이어지는 곡조를 관청하다 보면…
 
꼭 본능처럼 되새겨지는 감상이랄 것이 남는 법입니다.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연주 실력이 아주 훌륭합니다.
 
이 학교에 이만큼이나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이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사토 에이지:(..잘치네. 선율에 따라 눌러지는 건반이 머릿속을 생생히 차지한다. 페달을 절제하듯 밟고, 느릿하게 손목을 유연히 늘리고.. 잠시 참아진 숨을 뱉어낸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언젠가 그만두었던 피아노,
 
이번에는 반대로 '언젠가 시작했던 피아노'에 대해 떠올립니다.
 
새로운 시도에 기뻤거나,
 
벅찼거나,
 
혹은 자신만만했을 지도 모를 과거입니다.
 
막연한 감상은 그곳에서 흩어집니다.
 
세상에 용기만큼이나 덧없는 기개가 또 있을까요.
 
사토 에이지:(일렁이는 파도에 흐트러지는 모래알을 갈무리하고 소리가 들리는 음악실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음악실 문을 엶과 동시에
 
점심을 해결하고 뒤늦게 몰려온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며
 
피아노 연주자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도 피아노 연주는 끊긴지 오래입니다.
 
뒤늦게 피아노 의자를 살피더라도
 
아이들의 무리에 섞인 모양인지
 
연주자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음악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A: 근데 누가 피아노 연주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B: 그러게? 아니면 그거 아냐? 이 학교 원래 음악실에 귀신 나온대.
 
A: 뭔 소리야… 너 귀신 같은 거 믿냐?
 
B: 너야말로 못 들었어? 요즘 애들 없는 시간에 간간이 5층 음악실에서 피아노 연주 소리 난다는 거…
왜, 나 작년에 클래식 동아리에 아는 선배 있었잖아. 그 선배가 그러는데 축제 기간에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적이 있더래.
달밤에 피아노 소리가 나서 눈 딱 감고 음악실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A: 야, 헛소리 그만하고 앉아. 벌건 대낮부터 웬 귀신 얘기야?
 
B: 아 진짜라니까?
 
사토 에이지:(무섭게 쾅쾅 쳐대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무서운지. 조용히 자리로 가선 앉는다. 그나저나 마나베 치호..? 는 어떻게 찾지. 떠들던 애들 빤히 봄)
 
때마침 수업 종이 울립니다.
 
마흔 명에 육박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음악실을 서성이다 각자 자리를 찾아 착석합니다.
 
에이지 또한 적당히 빈 자리에 몸을 앉히고
 
선생님을 기다리다보면…
 
톡톡.
 
누군가 어깨를 두드립니다.
 
사토 에이지:? (뒤돌아 봄)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따뜻한 밤색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엷은 머리카락과 흰 얼굴에 반짝이는 햇살이 녹아들어
 
어딘가 투명한 인상을 남깁니다.
 
눈이 마주치는 것은 몇 초 남짓.
 
다음 순간 아이는 묻습니다.
 
마나베 치호:옆자리 비었어?
 
사토 에이지:어. (살짝 비켜주며)
 
마나베 치호:(의자를 끌어당겨 얼른 네 옆자리에 앉는다.) 사토 에이지! (대뜸 네게 책 한권을 건네더니) 맞지?
 
꼼꼼히 살피지 않아도 그 책이 사라졌던 음악 교과서임을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선이 얇은 손목의 둘레를 따라 채워진 팔찌의 구슬이 단정하게 빛을 반사합니다.
 
시중에 저런 디자인의 팔찌를 팔던가?
 
꼭 처음 접해 생소한 이계의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사토 에이지:..내건줄 어떻게 알았어? (건네오는 교과서를 받고는 처음 보는 팔찌와 얼굴에 눈썹만 살짝 찌푸려)
 
문득 상대의 가슴팍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명찰에 시선이 붙었습니다.
 
광택 없이 매끈한 명찰 위로 새겨진 이름은,
 
'마나베 치호'.
 
문득 헛헛한 당신의 셔츠 옷감을 떠올립니다.
 
그래요.
 
당신은 오늘 아침 곧 떨어질 것처럼 달랑거리던 명찰을 발견해 주머니에 넣은 이래인지라,
 
하루종일 명찰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분명 오늘 처음 만나는 C반의 학생.
 
당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마나베 치호:너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 (네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끝에 웃으며 대꾸한다.) 교과서는 아까 아침에 책상을 옮기느라 섞인거 같애. 아, 내 이름은 마나베 치호!
 
사토 에이지:(명찰을 잠깐 쳐다보다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이 들고 온 교과서를 네 쪽으로 밀어 건넨다.) ...미안, 난 널 처음 보는데. (이전에 만난적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올려지지 않는 얼굴과 이름에 여전히 딱딱한 표정만을 지어보인다.)
 
마나베 치호:어?! 내 교과서! (교과서에 적힌 이름을 보더니 표정이 밝아진다...!) 내꺼는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네 딱딱한 얼굴에 대비되는 말랑한 얼굴로 얼른 교과서를 끌어안고는) 그야 다른 반이니까~ 그래도 이제 제대로 알았지?
 
사토 에이지:(난 어떻게 아는건데..? 더 묻고 싶은게 생각 났지만, 수업시간인 것도 있고.. 아직은 할말도 없고해선 짧은 대답과 함께 칠판 쪽으로 고갤 돌려.) 응.
 
음악실의 출입구가 열리며 음악 선생님이 들어서고
 
에이지의 대답을 듣자,
 
치호 역시 턱을 괸 채 칠판을 응시합니다.
 
선생님:자, 오늘 78p 바로크 시대 작곡가 파트 진도 나갈 차례지?
내가 알기로 A반 C반 진도가 비슷했거든? 모두 책 펼치자.
유럽 문명사에서 지칭되는 바로크 시대란 보통 17세기를 가리킨다는 거, 저번 시간에 먼저 이야기 했었지?
17세기의 예술을 가리킨다고….
 
점심시간 종료 이후,
 
선생님이 음악실에 등판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됩니다.
 
점심 식사 직후인지라 어마어마한 식곤증이 밀려옵니다.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등
 
시동을 걸고 있는 아이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78p를 펼치기 위해 교과서 페이지를 넘기던 에이지는…
 
어라?
 
60p쯤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작곡가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소제목은 'A에 대하여'.
 
원래 음악책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었던가요?
 
A라는 작곡가가 존재했던가요?
 
과거에 나름 오래간 피아노를 전공했던 자신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모를리 없는데…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듭니다.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손 놓고 지내는 동안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건가?
 
교과서를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 자세히 읽어본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A의 곡에 대한 기사 내용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핸드아웃 지급
 
<관찰/자료조사>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박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새겨진 메모를 추가로 발견합니다.
 
실제로 <겨울이 흘린 눈물>의 원본을 보았다는 예술가의 증언에 따르면
 
악보 <겨울이 흘린 눈물>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특이한 인장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형태가 무척 조악했으며 세월에 바래 누렇게 떠있었다고요.
 
달리 흥미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아마 작곡가 A의 자필 사인이었을 겁니다.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침 몇년 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A에 대한 기사를 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음악에 문외한인 인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악보였다는 뜬소문이 내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런데 그게 도둑을 맞았었나봅니다.
 
심지어 나머지 한 곡은 분실되었고요.
 
더 많은 정보가 궁금하다면, 핸드폰을 이용하거나 옆의 치호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토 에이지:(수업에나 집중하자.. 오늘따라 집중이 안돼.)
 
옆의 치호는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버립니다.
 
말랑한 목덜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에 시선이 갔다가도 쉬이 흩어집니다.
 
음악실의 에어컨이 고장난 걸까요…
 
너무나 덥습니다.
 
바깥에서는 매미가 울고 풀벌레가 나무를 깁니다.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던 나비 하나가 창틀을 타고 오르다
 
이내 나뭇잎 너머로 자취를 감춥니다.
 
영락없는 여름이네요.
 
-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염증이 날만큼 물러 터졌는데
 
시간은 너무나도 착실히 흐릅니다.
 
책가방을 싸거나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며 종례를 맞이하고 있는데…
 
선생님:사토 에이지.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레 에이지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각자 떠들던 아이들의 시선이 당신의 자리에 고였다가도 빠르게 흩어집니다.
 
사토 에이지:? 네.
 
선생님:아무래도 임시 출석부가 음악실에 있는 것 같거든? 근데 A,C반 반장이 모두 결석이란 말이지... (빤...) 출석부 좀 교무실에 가져다 놔라.
 
사토 에이지:..(그걸 왜 나한테..) 네.
 
반문하고 싶어도 선생님은 에이지의 책상 위에 음악실 열쇠를 내려두고
 
종례 선언을 끝마친 뒤 교무실로 사라집니다.
 
하는 수 없이 음악실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네요.
 
사토 에이지:(가방을 다 챙기고선 음악실 열쇠를 들고 다시 음악실로 향한다.)
 
열쇠를 들고 5층으로 발걸음하면
 
음악실의 방음 문이 좁은 틈을 벌리고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로 오후 다섯 시의 비산하는 빛줄기가 묘연히 바닥을 적시고 있고요.
 
누군가 음악실에 잔류해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음악실을 사용했던 다른 반의 주번이 잠그는 일을 깜빡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유추하고 있노라면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작달만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곡은…
 
익히 들어왔기에 잘 알 수밖에 없는 곡입니다.
 
드뷔시의 달빛.
 
누구인지 모를 연주자의 손끝에 의거하여
 
피아노 독주가 막 시작되는 찰나입니다.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며칠 전부터…
 
이 시간 즈음 계단에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문득 음악 시간 시작 전에
 
문 너머로부터 새어나오던 피아노 소리를 떠올립니다.
 
어쩌면?
 
사토 에이지:... (첫 음이 귀에 박히듯 부드럽게 쏟아진다. 듣기만 해도 흰 건반위에 손이 올려진듯한 기분이 들어, 고동소리가 옅게 온 몸을 울린다. 가까워질수록 느릿하게 퍼지는 피아노 소리를 뒤쫓았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늘 환청같은 피아노 곡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내려가던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연주는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편으로 방과후에 마음대로 음악실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할테고요.
 
선생님께 하달받은 심부름도 있으니
 
에이지는 음악실로 들어서기로 합니다.
 
.
 
문을 가르고
 
접어든 공간의 꼭 닫혀있던 커튼이 말갛게 걷힌 가운데,
 
잠시 눈 앞이 하얗게 정전했습니다.
 
산발하는 태양 빛은
 
이따금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구석이 있습니다.
 
눈부신 빛에 적응한 시야 너머로 들어오는 것은
 
예의 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
 
투명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
 
고아한 빛을 뿜는 악기 너머 건반을 다루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오늘 음악 시간에 함께 수업을 듣던
 
C반의 마나베 치호입니다.
 
막연히 듣기에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입니다.
 
청명한 수풀이 푸르른 가운데
 
녹색으로 물든 빛이 등 뒤를 적시고 있습니다.
 
순간 넋이 나갈 뻔했습니다.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만 두어버린 피아노를,
 
정성껏 연주하는 치호를 바라보는
 
에이지의 심정은 어떤가요?
 
사토 에이지:..마나베. (빛이 스며드는 공간을 눈에 담는다. 시야가 환해져 사라졌던 인영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여 나타나면, 은연중 보았던 네 성을 저도 모르게 중얼였다. 피아노를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 막연하게 떠올려진 선명하면서도 점멸할 것 같은 기억이 추억을 실어 나르듯 바람처럼 스쳐간다. 숨 막히도록 지독한 여름처럼, 피해갈 수 없는 건반 위의 춤에 이끌려 그 걸음을 가까이 옮겼다.)
 
마나베 치호:(가늘게 내려앉는 음을 끝으로 건반에서 손가락을 내려놓는다. 음악실 내에 흩어지는 중얼거림을 들으면 놀란듯 눈이 커지고,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흰 얼굴에 맑은 웃음이 나왔다.) 아~ 들켰다... (쑥쓰러운지 옆에 세워두었던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누르곤 네게 몸을 돌린다.) 사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To GM)rolling 10+1d20
 
10+
(
14
 
)
 
 
=
24
 
사토 에이지:(멈춰진 음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에 아득했던 정신이 부여잡혔다. 그저 두 눈만 깜빡이며 널 빤히 바라보다 녹음기로 눈동자를 굴려.) 방금 왔어. 뭐하고 있었어? (제 뒷목을 괜히 쓸어내리며 숨을 길게 내쉰다.)
 
마나베 치호:으~음... (뜸을 들이며 눈을 몇번 끔벅이다) 며칠 뒤에 피아노 콩쿨이 있어서 연습 중인거야. (아무 건반이나 장난스레 눌러보더니) 사토는?
 
사토 에이지:..피아노 하는구나. (어쩐지 복잡한 감정이 들어 검은 그랜드 피아노에서 시선을 떼곤 선생님이 두고 왔다던 출석부를 찾으려 교탁으로 다가섰다.) 선생님이 부탁한게 있어서.
 
마나베 치호:응. 너도 쳤었지? 피아노.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스레 묻고는 출석부를 집어드는 모습에 고개를 기울인다.) 사토, 반장이었어? 어쩐지 그런 이미지긴 하지만~!
 
사토 에이지:(흠칫..) ...? ....??? ....??? ...누가 그래. (아무한테도 말한적 없는데, 순간 삐그덕 거리다가 출석부를 팔에 끼고는 찌푸려진 인상으로 널 쳐다봐.) 반장 아니야.
 
마나베 치호:(헤헹~) 예전에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거든~ 나는 너를 이미 알고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아무한테도 말 안해? 잘은 모르지만, 꽤 오래 했으면서... (손가락이 심심한지 도레미파솔라시도 타고 올라가며...) 좋아하는 거 아니야?
 
사토 에이지:..몰라도 돼. (어디서 이름을 들은건지, 출처를 모를 자신의 신상이 떠돈다거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 이네 제 머리를 흐트리며 지워낸다.)
 
마나베 치호:보통 그런 말 하는 애들은 여전히 좋아하던데. (멀뚱히 바라보다) 비밀이야? 지금은 왜 안쳐? 설마 아예 그만둔거야?! (관심이 넘치는지 물음표 우다다다)
 
사토 에이지:말한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잖아. (계속 되는 질문에 아예 인상을 팍! 찌푸리고는 조금 짜증이섞인 목소리로 대충 대답해.) 그만 물어봐, 실례야.
 
마나베 치호:앗, 실례. (사나운 얼굴에 입을 합 다물더니) 미안미안~ 그치만 너랑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피아노 치는 애를 만나니까 반가워서. (빤빤한 얼굴로 네 손에 출석부를 잽싸게 뺏어든다.) 출석부 갖다 놓으러 갈거지?
 
사토 에이지:..어. (겨우 그친 질문 폭탄에 한시름 놓듯 약간 풀어진 인상으로 대답한다.) ..넌 언제부터 피아노 쳤는데? ... ...잘치던데.
 
마나베 치호:그럼... 혼자 심부름 떠맡은 사토가 불쌍하니까 내가 같이 가줘야겠다. (선심쓰듯 앞장서 음악실 문을 연다.) 한... 중학교 때부턴가? 친구랑 젓가락 행진곡 치다가 관심이 생겨서~ (즐거운 기억인지 가볍게 웃음소리를 흘리며) 나 잘 쳐? 콩쿨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애?!
 
사토 에이지:어차피 가는 길이였어. (불쌍하다는 말에 지지 않으려는 듯 말을 툭 내뱉고는 네 뒤를 따라 걸었다.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밝은 표정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어진 물음엔 고개를 살짝 돌려) 글쎄.
 
마나베 치호:방금 잘친다며?! (팔꿈치로 네 옆구리를 장난스레 치고는) 그래서 말인데~~ (뜸...) 사실 부탁이 있어.
 
사토 에이지:(어느새 네 옆에서 걸음을 같이하다 다시 널 쳐다봐) ..부탁?
 
마나베 치호:내일 조례 전 아침에, 오늘처럼 음악실 들러주면 안돼? (힐끔힐끔... 답지 않게 눈치를 보듯 네 옆얼굴을 올려보다) 콩쿨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피드백이 필요한데, 레슨 선생님은 유행성 독감에 걸려버리셔서~ (암튼 무지무지 곤란하다는 사족이 긴 부탁)
 
사토 에이지:... (안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수험이 생각나는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안돼, 공부해야돼.
 
마나베 치호:엑, 아침 7시부터 공부할 생각이야? (...) 그럼 들으면서 공부해도 되니까! 응?? (억지를 부리다시피 조르며 네 셔츠자락을 끈질기게 잡아늘려) 나는 사토 심심할까봐 출석부도 같이 갖다주러 가는데! 진짜 안돼?!
 
사토 에이지:아침 7시부터 공부할 생각이야. (꽤 단호하게 말하다가 셔츠 자락을 잡아 늘리는 것에 조금 당황한 듯 널 빨히 쳐다봐) 이거 놔, 놓으라고, ... ... 알겠으니까-..! (울그락 붉으락..)
 
마나베 치호:(끝끝까지 붙잡고 있다가 알겠다는 말에 냉큼 놓아버림!) .....!! 약속이다?!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내일 아침 7시, 음악실이야. 대신 이건 내가 마저 갖다 놓을테니까~ (3층에 다다르자 출석부를 흔들며 앞으로 두어걸음 뛰어나간다.) 사토는 집에 가서 얼른 좋아하는 공부나 하셔!
 
사토 에이지:...(혼미)
 
사토는 어쩐지 정신이 혼미해져선 집으로 돌아갑니다...
 
-
 
전날 한 약속을 잊지는 않았나요?
 
오전 7시,
 
음악실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위해 에이지는 이른 시간 등교합니다.
 
나뭇잎 사이를 걸러 들어온 햇빛이 묘하게 어슴푸레하게 느껴지는 오전,
 
공기는 제법 서늘하고 묶어놓지 않은 커튼을 바람이 나부낍니다.
 
암막 커튼과 그 위에 이중으로 쳐놓은 쉬폰 커튼이 펄럭일 때마다
 
텅 빈 사각형의 교실 위로 유령의 몸짓같은 그림자가 일렁이길 반복합니다.
 
오늘은 내가 가장 빨리 등교한 건가?
 
그런 생각과 함께 책가방을 내려놓고 교실을 둘러보면…
 
텅 빈 서른 대여섯 개의 책상중 유일하게 [책가방]이 올라와 있는 [책상]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토 에이지:.. (책상을 본다.)
 
책가방이 올라와 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 모서리에 임시 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왼쪽 상단에는 반과 번호를 묶어놓은 학번과
 
자리 주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군요.
 
이름을 확인하면 치호의 성명이 적혀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그 아이의 자리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책가방...겉으로만 봄)
 
책가방을 내려 놓은 직후 이곳에서 무언가를 꺼내 갔는지
 
가방 지퍼가 살짝 열려 있습니다.
 
가볍게 살피기만 하면 눈에 띄는 것들은 죄 평범합니다.
 
네다섯권 정도의 얇은 악보집들과 필기 노트,
 
새것 같은 교과서 몇 권,
 
필통따위의 동물이 그려진 학용품들,
 
자세히 봐볼까요?
 
사토 에이지:(...본다.)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켜켜이 쌓여 있는 악보집들 사이로
 
표지가 누렇게 떠있는 악보집 하나를 발견합니다.
 
꽤 오래 된 악보집인 모양인지
 
표지만 들여다보아도 꼬질꼬질한데다 기스가 잔뜩 나있습니다.
 
<감정>판정
 
사토 에이지:
감정
기준치: 5/2/1
굴림: 13
판정결과: 실패
55
감정
기준치: 5/2/1
굴림: 22
판정결과: 실패
 
악보를 볼까요?
 
사토 에이지:(본다)
 
음표가 수놓인 모양을 미루어 생초면의 작품입니다.
 
치호는 작곡도 겸하고 있는 걸까요?
 
아울러 1p 상단에 뉴스 헤드라인처럼 자필로 작성되어 있는 곡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적혀 있습니다.
 
<외국어/교육>판정
 
사토 에이지:
외국어(영어)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곡명을 읽어보니
 
곡명은 <여름의 유령>입니다.
 
<정신력> 판정
 
사토 에이지: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런데, 어라?
 
단언할 수 없으나 이 장면은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혹은 경험했거나요.
 
데자뷰란 본디 뜬금없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쾌하다기보다는,
 
지금 이 장소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어쩐지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더위를 먹은 걸까요?...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아,
 
교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7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립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시침과 분침은 7을 가리키고 있고
 
초침은 막 숫자 5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약속 시간인 오전 7시입니다.
 
찜찜하다기보단 의뭉스러운 상태가 이어집니다.
 
약속을 어길 것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음악실로 올라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사토 에이지:(셔츠를 몇번 펄럭이다가 음악실로 향한다.)
 
.
 
마치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음악실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보지만
 
오늘은 이 너머에서 달리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는군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면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열려 있으므로 어렵지 않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네요.
 
음악실로 들어서면
 
어제와 같이 환하고 눈부신 여름의 햇살이
 
에이지의 전신을 덮칩니다.
 
이름난 과거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음벽 어귀에 붙어 있고,
 
교탁 너머의 칠판에는 분필 가루가 얕게 묻어나긴 했으나
 
그 나름대로 깨끗하고 푸르기만 합니다.
 
오래된 악기만이 머금은 특유의 냄새는 익숙한 종류여서,
 
늘 이 냄새를 기억하고 있던 심장만이 조용히 두방망이질 칩니다.
 
창틀 너머로 풀잎의 싱그럽고도 비릿한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콧잔등을 건드리면
 
그제야 정신이 드는 것입니다.
 
그 단정하고 고요한 음악실 가운데
 
그랜드피아노 앞에는,
 
약속처럼 치호가 앉아 있습니다.
 
치호는 뚜껑이 닫힌 피아노에
 
팔꿈치를 기댄 채 눈가를 짚고 있습니다.
 
에이지가 들어온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듯 안색이 창백합니다.
 
비단 오전의 하얀 백색광선 탓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에이지의 머리를 스칩니다.
 
사토 에이지:(피아노 쪽에 가까이 다가서선 널 빤히 내려다보더니) 어디 아파? 안색이 창백하네.
 
마나베 치호:(피아노에 기대어있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눈만 데룩 굴려 너를 올려본다.) 안 아파~ 근데 너무 더운 것 같기도 하고... 여름이라 그런가. 힘이 없어~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더니 널널한 옷깃을 연신 펄럭이며) 사토~~ 안 늦었네?
 
사토 에이지:더워? (여름이라 당연하면서도, 그에비해 열이 뺏긴듯 창백한 안색에 널 지나쳐 창문을 열었다.) 너가 늦지 말라며, 피아노 칠 수는 있는거야? 아파보이는데..
 
마나베 치호:늦거나 안오거나~ 둘 중 하나면 졸업할때까지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려고 그랬는데. (아쉬워~ 농담조로 가볍게 웃으며 햇빛이 쏟아지는 창문과, 그 앞에 선 네 인영을 바라본다.) 그으럼, 더위를 좀 먹어서 그렇지, 손가락은 멀쩡하다구. 악보도 엄~청 챙겨왔는데! (악보 여러개를 네게 보여주며) 사토가 좋아하는 곡 있어?
 
사토 에이지:(부서지는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도 빛을 등져 서선 악보로 시선을 옮긴다.) 너가 어제 쳤던 곡, 내가 좋아하던거야. (너와 눈을 마주하곤 창가에 팔을 뒤로 해 기대.) 콩쿨에서 뭐 칠지는 정했어?
 
마나베 치호:어제? 아, 드뷔시의 달빛? (창문 새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흩날리는 잔머리를 정리하며 악보들을 간이 책상에 올려둔다.) 아직 못 정했어~ 역시 쇼팽 곡을 칠까 싶기도 하구.
 
에이지, <행운> 대항!
 
사토 에이지: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마나베 치호: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덜컹!
 
일말의 소음과 함께
 
간이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악보집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져 섞입니다.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지자
 
치호는 흩어진 악보집들을 주섬주섬 줍기 시작합니다.
 
낱장의 악보가 발치에 채입니다.
 
바닥에 엉망으로 흩어진 내용물들을 살피니
 
치호가 보여준 악보를 제외하고 나서도 그 수가 꽤 많았네요.
 
훑어보면 치호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만
 
구매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악보집도 더러 보입니다.
 
사토 에이지:(쭈그려 앉아 같이 줍기 시작해.) ..엄청 많네. 악보라도 수집해? (나름의 농담)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그 틈에 거꾸로 뒤집혀 있던 낡은 악보집 한 권을
 
치호가 얼른 주워 정리합니다.
 
뒤집혀 있던 탓에 곡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에이지는 악보집의 어귀에 자리하고 있던 어떤 인장을 보았던 것만 같습니다.
 
아주 찰나였지만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마나베 치호:에구구~ 다 떨어졌네. (얼른 낡은 악보집을 뒤짚어 덮어버린다. 묘하게 불안해보이는 움직임으로.) 그치만 이것저것 쳐보고 싶은걸! 사토는 치고싶은 곡 없어?
 
사토 에이지:...? (딱히 신경쓰지는 않는지 낡은 악보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떼고는) ..없어. 그만 둔건 너도 알잖아. (남은 종이들을 줍고선 몸을 금방 일으켜 피아노 위에 올려둔다.)
 
마나베 치호:이건~~ 연주하면 안되는 곡이야. (악보를 향하는 시선에 괜히 혼자 찔리는지... 변명하듯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는다.) 왜, 아무도 없는 음악실에서 연주되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네번 연속해서 들으면 죽는다든지! 그런거야. (피아노 위에 차곡차곡 쌓아진 종이 위에 자신이 정리한 악보들을 모아, 피아노 의자 아래 수납공간에 넣는다.) 그만둬도 좋아하는 곡 하나쯤은 있잖아? 치고싶은 곡은 있으면 안돼?
 
사토 에이지:그런게 어딨어. (귀신이야기는 전혀 믿지 않듯이 네 말을 우스갯으로 받아넘기고는 네 말에 잠시 생각해) 치고 싶은게 있으면 쳐야하니까 생각하지 않으려는거지. 계속 생각나잖아. (그 음율이, 건반의 위치들이. 생각을 거두려는 듯 피아노에서 조금 떨어져 제 가방을 뒤적였다. 공부할 문제집들을 꺼내며) 그리고.. 좋아하는 곡은 말했어. 드뷔시의.. (늘어지는 말을 끊어내곤) 그거로 된거야.
 
마나베 치호:난 여전히 음악실에서 엘리제를 위하여만 들리면 도망친다구. (툴툴...) 좋아하니까 치고싶은게 당연한 거야! 좋아하니까 계속 생각하는 거잖아? 생각을 안 하려 해도. 그럴거면 나는... (볼을 어색하게 긁적이고는) 네가 좋아하는 걸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피아노 의자를 닫고는, 그 위에 앉아 문제집을 펼치는 너를 바라본다.) 네가 좋아하는 거면 한번이든 두번이든 다시 칠래, 사토. 자꾸 생각나버리게.
 
사토 에이지:(남은 책상 위에 펼쳐 앉아 샤프 꽁지만을 여러번 딸깍인다. 작은 입구 사이로 샤프심이 삐죽 나오면, 종이 위에 톡톡 두드렸다. 음악실 특유의 햇빛에 물든 먼지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건조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하고는) ...하고 싶은걸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는거야, 마나베. 네가 그러면 음악실에 오는 일은 적어질거고. 그래도 괜찮아? 피드백은 내가 아니여도 상관없다면 마음대로 해.
 
마나베 치호:(가라앉은 공기에도 꿋꿋하게 녹음버튼을 누르고는, 피아노 위에 올려둔다. 잿빛 눈동자를 마주한 밝은 갈색의 눈동자는 한결 온도를 머금을 뿐이다.) 나는 하고 싶은건 절대 포기 안해, 사토. 얼마나 끈질긴지 너는 몰라. (고집스레 말을 끝맺고는, 다시금 손가락을 건반 위에 두었다. 서툰 손끝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같은 건 할 수 없을지도 몰라도, 마음을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토 에이지:(능숙한 피아노의 음을 들으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내려앉는 페달과 음을 따라 흔들거리는 네 고개에 시선이 옮겨진다. 욕심을 가져서는 안되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너는 겨우 도달한 막장에서 도돌임표를 찍는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9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 마음이 울렁였습니다.
 
한참 좋아하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던 지난 날을 상기해냅니다.
 
어떤 작은 오류도 실수도 없이 연주를 끝마쳤던 순간에 꽤 기뻐했던 것도 같은데…
 
잘 생각나지는 않네요.
 
다만 당신에게도 분명 무던히 노력하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요.
 
마나베 치호:
(To GM)rolling 10+1d20
 
10+
(
17
 
)
 
 
=
27
 
마나베 치호:(완고하고도 집요한 곡의 끝에서 페달을 눌러 밟던 발을 떼었다. 어쩐지 아까보다 더욱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선, 녹음기의 버튼을 눌러 끈 후 주머니에 넣는다.) 사토... 있지, 들어줘서 고마워. 아마 슬슬 조례가 시작할 거야. (있던 자리를 정리하듯 활짝 열린 창을 닫고, 커튼을 친 후 장난스레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거지만~ 해가 지고 나서 학교의 음악실은 오면 안돼!
 
사토 에이지:(피아노의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고 한 문제의 답도 내리적지 못한 빈 공간을 보며 옅게 인상을 찌푸려냈다. 샤프의 꽁지로 제 미간을 꾹꾹 누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제집을 가방 안에 넣었다.) ..왜?
 
마나베 치호:(곰곰...) 너는 안 믿을지 몰라도... 음악실에는 정말 유령이 나오니까~ 마주치면 큰일이 날지도 몰라.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가는 표정으로 웃는다.) 진짜로!
 
사토 에이지:...수업시간 말고는 올 일 없으니까 걱정마. (대충 가방을 메고는) 넌 교실 안갈거야? 합반이니까 같이 가면 되잖아.
 
마나베 치호:아 가야지, 가야지~ (조금 감동받은 듯한 얼굴...) ...사토... 나도 챙겨 가주는거야? (너를 따라 쪼르르 음악실 문을 나선다!)
 
사토 에이지:글쎄. (고개를 다른 곳으로 보내며 건성으로 대답하며 교실로 향한다.) 안색이 그렇게 창백해서야.
 
음악실의 문이 채 닫히기 전에,
 
<정신력> 판정
 
사토 에이지: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악실의 문을 단속하고, 교실로 향합니다.
 
어쩐지 하루의 시작부터 길게 느껴지네요.
 
-
 
어느덧 점심 시간이 종료되고
 
또 다시 식곤증이 학생들의 수면욕을 지배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오후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5교시.
 
물리 시간입니다.
 
해가 중천에 떠있고 불어오는 바람의 빛은 투명합니다.
 
미지근한 공기가 뺨을 건드릴 때마다
 
어떻게 된 게 졸음만 쏟아집니다.
 
선생님:자자,
거시 세계를 다루는 이론을 뭐라고 한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 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나 광원의 속도에 관계 없이 진행중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설명 해줬었지?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어허, 왜 다들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에이지, <정신력>판정
 
사토 에이지: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유일하게 졸지 않고,
 
혼을 거의 빼고 있는 아이들을 쭉 둘러보던 차에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치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열은 조금 내린 걸까요?
 
얼마 있지 않아 활짝 펼쳐진 교과서 위에
 
뜯어진 메모지 조각이 올라옵니다.
 
사토 에이지:..? (메모 조각을 본다.)
 
[오늘 방과후에 뭐해? -치호-]
 
선생님:...적어도 강한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
블랙홀은 시공간에 구멍을 뚫는다고 별표까지 달아줬을 거야. 교과서 확인해 봐.
다들 졸고 있는 것 같으니 잠깐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볼까?
다들 어렸을 적에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지?
실제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의 경우 광속에 가까워질 수록 시간이 느려지니까, 빛보다 빨리 나아가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
 
쪽지에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쪽지의 귀퉁이가 엉성하게 찢겨져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 들킬까봐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죠.
 
치호는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에이지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사토 에이지:(그렇게 대놓고 쳐다보면 들키는거 아닌가..싶지만 메모지 글씨 아래에 작게 [집 가야지.] 라고 써선 책상 위에 다시 올려준다.)
 
마나베 치호:(돌아온 쪽지 뚫어져라 보다 얼른 글씨를 끄적인다...!)[그럼 끝나고 나랑 시내 나가자!]
 
사토 에이지:... (한참 턱을 괴곤 쪽지를 뚫어져라보며 고민하다가) [왜?]
 
마나베 치호:(힐끔...)[서점도 들려야 하고, 새로 나온 영화도 궁금하고, 가고싶은 곳도 있어!]
 
사토 에이지:[늦게까진 못 있어.] (다른 친구들이랑 가면 되는거 아닌가... 일단 써서 줌)
 
선생님:하지만 빛보다 빠른 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지?
2011년에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 CERN에서 초광속입자 해프닝이 있기도 했는데, 궁금한 녀석은 학교 끝나고 찾아보도록 해라.
공부를 제대로 한 녀석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시간과 공간이 속도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나아갈 경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라 허수의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즉,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위해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리지.
 
마나베 치호:간다는 거지?! (속닥속닥...)
 
사토 에이지:(끄덕)
 
선생님:우주 끈이나 웜홀을 사용한다거나. 하지만 웜홀이 그저 가상의 이론 상태일 뿐인 지금, 시간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어딘가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미지의 구멍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말이야.
자, 과연 미래에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할까?
혹여나 그렇게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은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나?
거기… 수업시간에 연애질이나 하고 있는 사토 에이지.
 
선생님:네가 대답해봐라~
 
사토 에이지:...!
(... ... ...)
 
선생님:ㅡㅡ?
 
사토 에이지:..... 바꿀 순 있겠죠. 바뀐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지만. (...)
 
선생님:그래? (흥미롭다는 듯 턱을 매만지며) 들었지, 다들?
아마 개인마다 의견이 다르겠지. 그러니까 다음 시간까지 시간여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제출하도록. 숙제다!
 
뒤늦게 파격적인 숙제의 내용을 공개하자,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한껏 야유합니다.
 
5교시 수업은 다시 본래의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
 
에이지와 치호는 함께 하교길에 접어듭니다.
 
해 지는 속도가 느린 여름인지라
 
오후 다섯 시가 넘어가는 이릇임에도 쨍한 햇빛이 어깨를 데웁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배경을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연기처럼 자리합니다.
 
마나베 치호:아까는 미안~! 설마 선생님이 다 보고 있었을 줄은! (입을 떼자마자 두손을 겹치며 사과부터 늘어놓는다...!)
 
사토 에이지:... ...괜찮아. (앞만 보고는 텅 빈 눈으로 걷기만 하는...) 집중해야 하는데...(미간 짚)
 
마나베 치호:엑,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물끄러미 보다가 텅 빈 눈 앞에 손을 슬슬 흔들어본다...) 그래도 뒤끝없는 쌤이니까... 괜찮을 거야. 숙제만 잘 해가면? (확신 없음)
 
사토 에이지:..그렇겠지. (한숨 크게 쉬고는 금방 털어냈는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옴) 그나저나, 우리 어디 가는거야.
 
마나베 치호:상가 있잖아~ 들러야 할 곳은 대부분 거기에 다 몰려 있으니까 그 주변에서 놀거야.
 
한참을 걸은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상가 거리는 이 근방에서 가장 훌륭한 발전이 이루어진 곳으로
 
특히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유동객의 수는 눈에 띌 만큼 줄었지만,
 
그런대로 여전히 붐비는 장소네요.
 
사거리에 접어들자 때마침 초록불이 점등합니다.
 
간만에 나온 거리의 풍경이지만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흐릿하나마 기억을 되살려 근처 상점가별 위치를 도식화시켜봅니다.
 
왼쪽 인도로 접어들면 뭐가 있더라….
 
에이지와 치호는 [식당], [카페], [영화관], [서점]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마나베 치호:사토, 안 더워? (손가락으로 인근 카페를 가리키며) 저기가 자주 가던 카페인데, 뭐라도 마실래?
 
사토 에이지:난 더위 잘 안타서. (습관적으로 들고 있던 단어장으로 부채질 해주며 고개를 끄덕여)
 
마나베 치호:그냥 덥다구 해, 빨리ㅡㅡ 미안해서 음료수라도 사주려고 했단 말야. (단어장을 팔락이던 네 팔목을 끌어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코너 한구석에 외따로 세워져 있는 작은 카페.
 
건물 외벽을 장식한 벽돌 무늬와
 
입구의 난간 곁에 일렬로 도열된 동물 모양 피규어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메뉴판에는 하나같이 여느 카페의 메뉴판에서든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것들 뿐입니다.
 
그밖에도 계산대 아래 놓인 쇼케이스에 갖가지 베이커리와 케이크가 진열 되어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비싸보이는데. 눈길로 메뉴판을 살피다가 무난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보여선) 난 아메리카노.
 
마나베 치호:...그거 안써? (가늘어진 눈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레몬에이드를 주문한다.) 들고 영화 보러 가자! 새로 개봉한 판타지 영화가 재미있어 보이던데~ 아니면 여름이니까 공포물?
 
사토 에이지:뭐, 먹다보면 괜찮아. (대충 넘겨짚고는) 공포물 좋아해? 왜 돈주고 그런걸 보는지 모르겠는데..
 
마나베 치호:먹다보면?... (...) 이왕이면 안 먹다봐도 맛있는게 좋잖아. (잠시 생각하다) 좋아한다기보다~ 괜히 궁금한 거야, 얼마나 무서울지 기대도 좀 되구. 그렇다고 잘 보는건 아니지만!
 
사토 에이지:음.. 그럼 그냥 판타지 영화나 보자. (가게 안에서 틀어진 냉방기가 추운지 팔짱을 끼고는 커피가 나오기만을 기다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음료가 나옵니다!
 
음료를 들고 영화관을 찾아가면,
 
영화관은 대형 상가건물 5층에 입점해 있습니다.
 
인테리어 리뉴얼이 진행되며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던 곳인데
 
때마침 저번 주에 정상 개관되었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공사중이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네온 조명이 은은하게 유리바닥을 적시는 5층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달콤하고 짭쪼름한 팝콘 냄새가 풍깁니다.
 
티켓을 소지한 사람들이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아 영화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운터 직원에게 문의하거나 자동 발권 기계를 이용해 티켓을 발권할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영화 이름이 뭐야 ? (달달한 팝콘 냄새를 맡으며 자동 발권 기계로 가서는 널 빤히 쳐다봐)
 
상영표를 확인하면…
 
여름 특집 테마의 납량 괴담 공포물과 로맨스 코미디,
 
평론가의 리뷰가 후하다는 액션 영화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풍 판타지 영화도 눈에 띄네요.
 
동심이 필요한 어른들을 겨냥한 3D 애니메이션 영화 포스터도 붙어 있습니다.
 
마나베 치호:저거, 저거! (시간여행을 소재로 했다는 판타지 영화를 가리킨다.)
 
그때 불쑥,
 
티켓 발권을 돕던 직원이 불쑥 나타납니다.
 
점원:고등학생 커플이신가요?
저희 SR시네마에서는 리뉴얼 개관을 기념하며 학생 커플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할인율을 듣자하니 무려... 67%라는군요!
 
사토 에이지:(?)
(치호 한번, 직원 한번..쳐다봄. 철판깐 얼굴로) 네.
 
마나베 치호:(입 떠억) 엥?
 
점원:커플... 이신거 맞죠? (치호 흘끔... 에이지 흘끔)
 
사토 에이지:네. (철판)(치호 툭)
 
마나베 치호:(퍼뜩) 그게... 당,당, 당...당당연하죠...!!!!!!!!(빽)
 
점원은... 고장난 치호와 철판 깐 에이지를 한번 더 쳐다보더니
 
할인을 진행해줍니다ㅎㅎ
 
사토 에이지:^-^
 
그나저나 정말 엄청난 할인율이네요.
 
티켓을 발권하면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이 남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두 사람은
 
영화관 게임 코너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스티커 사진 기계를 발견합니다.
 
기계에 천 원 짜리 세 장을 투입하면 사진 세 장이 찍히는 시스템이네요.
 
치호의 눈이 빛나는 건 기분탓이겠죠?
 
마나베 치호:(반짝...반짝...)
 
사토 에이지:찍고 싶어? ...
 
마나베 치호:커플은 원래 저런거 찍는거야! (핑계 삼아 점원 돌아봄...)
 
사토 에이지:아, 그치. 우리 커플이니까. (치호 손목잡곤 기계 안으로 들어감)
 
마나베 치호:사토~~ 이런거 찍어봤어? (짓궂은 얼굴...) 순식간에 찍히니까 이상하게 안나오게 조심해야 한다구?
 
사토 에이지:안찍어봤는데... (어딜 봐야 하는거지? 시선 이리저리..)
 
마나베 치호:(카메라 렌즈 가리킴!) 포즈는 뭐할거야? (기대)
 
사토 에이지:..음.. (렌즈 겨우 빤히 쳐다보고는 어색한 브이)
 
귀엽다
 
사토 에이지:(?)
 
<행운> 판정!!
 
사토 에이지: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나베 치호: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모도 판정ㅠㅠㅋ
 
사토 에이지: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마나베 치호:
외모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우
 
포즈는 에이지가 잘 잡았는데...
 
이상하게 잘나온건 치호네요ㅋㅋ
 
다음 사진!
 
어떤 포즈를 할까요?!
 
사토 에이지:(계속 브이함)
 
마나베 치호:(브이하던 손 풀어서 꽃받침 만들어줌)
 
사토 에이지:...
(뭔가 부끄럽)
 
마나베 치호:귀엽다 귀여워~
 
<행운> 판정!
 
사토 에이지:....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마나베 치호: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어서 <외모> 판정!
 
사토 에이지: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마나베 치호:
외모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게 무슨일이고
 
어째 사진이 좀 흔들린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마지막 사진이 남아있으니까요!
 
마지막은 어떤 포즈?
 
사토 에이지:... 뭐할거야? (치호 힐끔)
 
마나베 치호:손가락 하트 알아?
 
사토 에이지:(손가락 하트 함..) 응.
 
마나베 치호:(착하다 착하다~)(쌍하트!)
 
<행운> 판정!
 
사토 에이지:
행운
기준치: 55/27/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마나베 치호: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슨일인대
 
<외모> 판정
 
마나베 치호:
외모
기준치: 55/27/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토 에이지:
외모
기준치: 60/30/12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금까지 나왔던 것중 그나마 제일 예쁘네요ㅎㅎ!
 
사진은 세 장면 묶음으로 딱 한 장만 출력됩니다.
 
치호가 잽싸게 챙기네요
 
사토 에이지:(가질 생각은 없음..) 후.. 힘드네 생각보다.
 
마나베 치호:우리 손이랑 얼굴밖에 안 움직였거든~ (만족스러운 얼굴...) 팝콘 먹을래?
 
사토 에이지:...(끄덕) 먹을래.
 
마나베 치호:카라멜???
 
사토 에이지:응. (끄덕끄덕)
 
마나베 치호:(하이파이브~)
 
달달한 카라멜 팝콘까지 사서 영화관을 들어서면,
 
영화는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어느새 어두웠던 화면이 밝아지면,
 
치호는 재미있게 관람했는지, 영화에 대한 얘기가 끊이질 않네요.
 
마나베 치호:시간여행은 역시 재미있는 소재지~ (텅 빈 팝콘 곽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너를 돌아본다.) 사토는 미래에 시간여행이 가능할 거랬나? (물리 수업시간을 생각하는지 눈을 끔벅이다) 그럼 너는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어?
 
사토 에이지:가능하다면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한거지. 시간 여행이 가능할리가 없잖아. (판타지 영화는 영화일뿐, 뽑았던 표를 함께 버리고선 널 쳐다봐) 굳이 돌아가면.. (문득 자연스레 떠올리는 피아노에 입을 금세 다물어.) ..역시 없어. 너는?
 
마나베 치호:왜애~ 선생님이 하는 말은 어려워서 사실 하나도 모르겠지만... 미래 일은 모르는 거잖아! (너와는 달리 봤던 영화표를 가방에 집어넣고는)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았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을거야. 그게 지금일 수도 있고~
 
사토 에이지:미래엔 지금으로 돌아오고 싶을수도 있겠지. (뒤에서 가방 지퍼를 닫아주며 꾹 밀고는) 서점 가야한다고 그랬나.
 
마나베 치호:그럴 생각이 안 들만큼 행복한 미래를 원하기도 해~ (힘에 의해 앞으로 밀리다가 자세를 바로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관 밖으로 나간다.)
 
자동문 너머로 들어서니
 
새 책들이 모이고 고여 있는 장소 특유의 결좋은 나무 냄새와
 
약간의 곰팡내가 섞인 에어컨 냄새가 느껴집니다.
 
햇빛에 푹 절어 있던 몸이 조금은 되살아 나는 기분이네요.
 
치호는 무더위에 지친 기색을 하고서 서점에 들어서더니
 
악보집 코너 내지는 문제집 코너 근처를 서성입니다.
 
미리 찾아두었던 책이 있는지 검색대를 이용하는가 하면,
 
비슷한 출판사의 책 두어 권을 뽑아 펼쳐보기도 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가집니다.
 
마나베 치호:(검색대 뒤적...)
 
사토 에이지:(재밌는게 있나 둘러봄)
 
서점이 꽤 넓은 탓에
 
잠시라도 다른 공간이나 책에 시선을 빼앗기거든,
 
에이지는 금세 치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마치 운동장처럼 펼쳐진 서점을 휘 둘러보면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가지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는 출입객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 사이엔 책 정리로 분주한 직원들 또한 섞여있고요.
 
치호가 있을만한 코너를 유추해봅니다.
 
역시 [음악 코너]? 아니면 [문제집 코너]?
 
오늘 새로 생긴 과학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 코너]에 들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토 에이지:(음악 코너로 자연스레 향한다.)
 
음악 코너에 들어서니 자연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과거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절의 에이지에게는 익숙한 장소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음악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다른 악보집이나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사이즈의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잘못 꽂아두었는지 삐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제목은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재미있는 상대성 이론!>… 이네요.
 
과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음악 코너에?
 
사토 에이지:(빼서 촤라락 훑어본다)
 
핸드아웃 지급
 
그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여러가지 타임 패러독스에 관련된 내용들이 줄글 형식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자료조사>판정
 
사토 에이지: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할아버지 패러독스>와 <타임 리프>에 관련된 대목을 발견합니다.
 
핸드아웃 지급
 
사토 에이지:(머리를 한 손가락으로 짧게 긁적이다 책을 카트에 넣어두곤 문제집 코너로 향한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새 문제집을 보러 온 학생들이 각 책장마다 두셋 즐비합니다.
 
과목별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디를 살펴도 치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문제집 코너를 살피던 당신은
 
역시나 빽빽이 꽂혀있는 문제집들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게으른 누군가 구매를 재고하며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책일지도 모르죠.
 
빼내어 살필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빼서 읽어본다.)
 
제목은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음악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이 뜬금없이 문제집 코너에?
 
핸드아웃 지급
 
사토 에이지:(오염된 음악..? 책을 덮어내고는 과학코너로 가본다.)
 
과학 코너에는 다른 코너에 비해 상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에어컨의 냉기가 속속이 섞여든 책장 틈을 둘러보면,
 
마찬가지로 치호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군요.
 
좀처럼 구미가 당기거나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대로 스쳐 지나가려던 에이지는
 
사토 에이지:어디간거야..
 
부자연스럽게 삐죽 튀어나온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살펴보면 제목은 <전염의 역사>…
 
질병학 코너에나 있을 법한 책입니다.
 
사토 에이지:(삐져나온 것을 빼내선 훑어본다.)
 
페이지를 넘기면 가름끈이 끼워져 있습니다.
 
핸드아웃 지급
 
음악, 문제집, 과학 코너를 모두 살핀 직후
 
누군가 에이지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사토 에이지:(두드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상대는 당연하게도 치호입니다.
 
책을 구매한 모양인지 악보와 문제집 몇 권을 들고 있습니다.
 
뒤섞인 각종 서적의 이름 사이에서는 <의지가 꺾인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라는 책도 보이네요.
 
마나베 치호:(고개를 빼서 네가 다녀온 과학 코너를 바라보더니) 나 찾고 있었어?
 
사토 에이지:갑자기 사라져서. 어디에 있었어?
 
마나베 치호:그야, 이것들 사느라 이곳저곳 돌아다녔지~ (구매한 책들을 자랑하듯 보여주며) 사토는 뭐 안 골랐어?
 
사토 에이지:구경만 했어. (문제집은 이미 있고.. 악보는, 필요없으니..) 나갈까?
 
마나베 치호:그으래~ (책가방에 책들을 꾸역꾸역 밀어넣고는, 서점의 문을 밀어 나간다.)
 
시계를 살피면 대략 7~8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여름이 농익어가며
 
하늘에 해가 떠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교연한 노을이 상공과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마나베 치호:있지,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할 장소가 있는데~ (앞으로 걸어가다가 너를 천천히 뒤돌아본다.) 같이 가줄거지?
 
사토 에이지:(손목 시계를 잠깐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서 가는 널 마주보며 걷는다.) 아직 시간있어.
 
치호는 에이지와 함께 어느 외진 골목길에 접어듭니다.
 
주변을 살피면 양옆으로 붉은 벽돌이 고루 쌓여 있고
 
그 표면을 담쟁이 넝쿨과 장미꽃이 똬리 틀고 있습니다.
 
요 근처에 이런 길이 있었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변화하는 도시입니다.
 
도로 위에는 어제 보지 못했던 차량이
 
오늘의 배기음을 터뜨리며 지나다니고,
 
몇 달 새에 하늘을 찌를듯
 
드높게 건축된 신설 빌딩이 세워지는 것이 예사인 곳.
 
으레 생기는 변화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만
 
내일에 적응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니까요.
 
번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소 하나가
 
고스란히 남겨진 듯한 풍경은
 
꽤 낯설지도 모릅니다.
 
마나베 치호: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야. (눈을 감고서도 갈 수 있다는 듯이, 망설임 없이 길을 찾아 어디론가 끊임없이 걸음을 옮기며) 멋지지!
 
사토 에이지:(담벼락을 시선으로만 돌려 보며 꽤 편한 표정으로 네 신발 끝을 쳐다봐.) 어. 괜찮네.
 
마나베 치호:싱거워~~ 앞으로 갈 곳은 더 멋진 곳이라구. 거긴 네 마음에 쏙 들걸?
 
사토 에이지:... 그런데, 왜 나랑 왔어?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같은 학교의 학생. 딱 그정도였을텐데. 자연스럽게 너와 함께 걷는 길이 익숙치 않은듯 뒷모습을 향해 물었다.)
 
마나베 치호:너랑 친해지고 싶다구 한거 완전 진심이었는데, 아직 안 믿는거지? (큰 고민 없이 대꾸하고는 자꾸만 느려지는 네 손목을 잡아 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사토는 이미 나랑 좋아하는게 하나 겹치잖아. 여기도 나만큼 좋아할거라고 생각했어.
 
사토 에이지:(고정하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어 머리 위로 보이는 길을 쳐다본다.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마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한 것 마냥 말하는 것에 그저 걸음을 바삐했다.)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을 나아가다 보면
 
머지 않아 그 끝에 당도합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귀퉁이에 세워진 다 낡은 악기상 앞에 머무릅니다.
 
쿰쿰한 나무썩은내,
 
비릿한 풀냄새와
 
한층 짙어진 여름의 오존 냄새가 머리맡을 맴돕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흰 울타리가 빙 둘러쳐진 악기상,
 
기스 투성이 전면유리창 너머로
 
갖가지 악기들이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에이지가 무어라고 입을 열 새도 없이
 
치호는 악기상의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딸랑.
 
계절의 구색을 맞추듯
 
청명한 현관벨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
 
빛이 바랜 [카운터] 좌석에 앉아 있던 악기상의 주인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흘끗 확인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교복 차림새의 학생 두 명이 무언가를 살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나봐요.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흐릿하나마 찝찔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살피기에는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이 인상적이고,
 
악기상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갖가지 [악기들]은 진열대 위에 놓여 있거나,
 
벽에 걸려있거나 합니다.
 
악기만큼은 애지중지 관리했는지
 
하나같이 먼지가 쌓이지 않은데다 광택이 돕니다.
 
치호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눈치입니다.
 
악기들 사이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어제부터 부린다는 고집이 이런건지, 겨우 다잡아 놓은 마음과 달리 시선이 끌리는 악기들을 쳐다본다.)
 
현악기, 금관악기, 목관악기, 타악기…
 
타현악기인 피아노까지.
 
이 허름한 악기상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반짝이는 악기들이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자리합니다.
 
창측 한켠에는 들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진열된 다른 악기들보다도 아름답고 깨끗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피아노 힐끗..)
 
척 봐도 잘 관리된 것이 분명하지만,
 
어쩐지 치호는 이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다른 찾는게 있는 것인지...
 
사토 에이지:...
(책장으로 가서 서성여)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어깨과 어깨를 맞댄 채 꽂혀 있습니다.
 
어느 한 권 빠짐 없이 세월의 흔적이 누렇게 껴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가 얕게 쌓여 있기도 하고,
 
모서리가 찢어진 악보집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종이는 관리하기 힘드니까요.
 
사토 에이지:(카운터로 어슬렁..)
 
팔꿈치를 올린채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악기상 주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언가 물어보면 대답은 해줍니다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카운터 위에는 낡아빠진 [아날로그 시계]와 [라디오]가 올라와 있고,
 
그 옆에 읽다만 [신문]이 놓여 있네요.
 
사토 에이지:(시계를 슬 쳐다본다.)
 
골동품 가게에서 주워올 법한 연식의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
 
시계약은 꼬박꼬박 잘 갈아주고 있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은 별 무리없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라디오를 본다.)
 
척 보기에도 만들어진지 기십 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라디오.
 
노이즈 낀 저음질의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신문을 훑어본다.)
 
잘 알려진 신문사의 주간 신문입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최신호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발행된 신문입니다.
 
핸드아웃 지급
 
신문 내용을 확인한 뒤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사 날짜를 재차 살피니 이 신문은 3주 전에 인쇄된 호입니다.
 
'지난주'가 덧붙어 있는 것을 미루어 유추하건대
 
그 매혹적이라는 B씨의 연주는 대략 한 달 전에 콘서트로 진행되었던 모양이에요.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혹은 위화감이거나 어떤 감이 작용하며 드는 느낌일 지도 모르고요.
 
한 달 전이라면…
 
지금 유행 중인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최초로 전파되었던 시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사토 에이지:(치호를 흘끔 본다.) 뭐 찾아?
 
마나베 치호:으음... 찾는 악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지금은 없나봐. (악기상을 마지막으로 한번 빙 둘러보다가 네 곁으로 다가간다.) 어때? 이곳은 마음에 들어?
 
사토 에이지:..조금. (제 볼만 긁적이이다가) 의외네. 다른 악기도 할 줄 아는지는 몰랐는데.
 
마나베 치호:사토식 화법, 조금은 알 것 같기도~ (무슨 말인지 생각하듯 눈을 천천히 끔벅이다가 작게 웃는다.) 내가 찾는 악기도 피아노야. 저 피아노가 아닐 뿐이지~ (전시되어 있는 피아노를 흘끔 돌아보곤) 돌아갈까?
 
사토 에이지:뭐가, 그보다 ...피아노면 눈에 바로 보이잖아. (그렇게 뒤적일 필요가 있나, 뒷말은 꺼내지 않고 눈으로만 의문을 표한다. 악기상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
 
악기상의 문을 열고 나오면
 
짙은 땅거미가 아스팔트와 돌바닥을 기기 시작한 저녁과 밤,
 
그 사이의 애매한 시간입니다.
 
소등되어 있던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씩 점등하며
 
온전히 어두워지진 않은 길을 비춥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이후
 
도시는 저녁시간대 특유의 활기를 잃은지 오랩니다.
 
악기상에서 나온 두 사람은
 
귀갓길에 광장에 놓인 낡은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하게 됩니다.
 
치호는 마치 홀린 사람처럼 피아노를 향해 다가섭니다.
 
낡디 낡아 의자에 앉는 사람도,
 
건반에 손을 대는 사람도,
 
하다못해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이
 
분수대 맞은 편에 그저 장식물처럼 배치되어 있는 나무 피아노입니다.
 
치호는 손끝으로 건반을 쓸어내리며 말합니다.
 
마나베 치호:...여기 있었구나......
 
<정신력> 판정
 
사토 에이지: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원인 모를 친근감이 듭니다.
 
사토 에이지:... (네 옆에 서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 이내 입을 열어.) 찾던게 이거야?
 
마나베 치호:...응. 아마 여기 와 있어서 안 보였나봐~ (자연스럽게 낡은 피아노 의자를 끌어내, 자리에 앉으며 손으로 옆자리를 앉으라는 듯 툭툭 친다.) 정말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 사토? 이 피아노는 어떤 소리를 낼지.
 
사토 에이지:(옅게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결국 네 옆자리에 앉아서는 오랜만에 마주하는 건반을 바라본다.) ...네가 쳐.
 
마나베 치호:(입꼬리를 올린채로 네 볼을 장난스레 찔러본다.) 울상하고 있으면 안 쳐줄 거야. 좋아하는 곡 생각을 하면 웃어야지! (언제나 그렇듯, 주머니에서 익숙한 녹음기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른다.)
 
치호가 연주를 시작하자
 
잰걸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광장의 피아노와 치호에게 집중됩니다.
 
휴대폰을 들어 치호가 연주하는 것을 촬영하거나
 
동영상으로 남기는 행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런 치호의 연주를 바라보는 에이지의 심정은 어떤가요?
 
에이지도 언젠가 박수 갈채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던 적이 있을 터입니다.
 
해가 온전히 졌는데도
 
목구멍은 뜨겁고
 
살갗은 익어버릴듯 따갑습니다.
 
가로등의 적적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광장을 밝힙니다.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허름하고 볼품 없던
 
낡아 빠진 피아노일지라도
 
그 정도의 연약한 빛을 반사할 수는 있는 모양입니다….
 
사토 에이지:(갇혀있는 먹먹한 공기를 가르고 소리를 울리는 피아노의 목소리에 손가락을 따라 눌리는 건반을 눈으로 훑는다. 저도 모르게 손을 건반 위에 올려두곤 뼈마디를 움찔여. 어째서 처음보는 피아노가 익숙한건지, 그리움과 함께 몰려오는 두려움이 계속해서 울대를 건드린다. 건반 하나를 누르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아릿합니다.
 
줄곧 느껴왔기에 금세 깨달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세상에 축적된 많은 문장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전조도 없이 가슴이 뛰었습니다.
 
마나베 치호:
(To GM)rolling 10+1d20
 
10+
(
17
 
)
 
 
=
27
 
마나베 치호:(곡 하나가 끝나고 저답지 않게 긴장을 한 듯 손을 무릎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슬며시 옆을 바라보면, 짧았던 이틀 새에 눈에 익은 네 얼굴에 번진 동요를 마치 악보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사토! (건반 위에서 움찔이는 손 위에 제 손을 가만히 덮고는 숨을 한번 삼킨 채,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피아노를 치고 싶지 않아?
 
사토 에이지:(손 위에 덮어진 온기에 잠시 움찔이다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치고 싶지만.. 지금은 안돼. 조금 더 안정적이게 되면.. 그땐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긴 정적이 흐른다. 대중은 들고 있던 폰을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옮기고, 우리의 주변엔 지나가는 사람만이 가득차서야 입을 열었다.) 지금 치면,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
 
마나베 치호:(어쩌면 처음으로 들은 네 솔직한 대답에, 그것만으로도 안심한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긴 정적이 지나고, 날은 점차 어두워지고, 피아노가 반사하는 빛조차 어둠에 먹혀 희미해질 쯤, 어쩌면 뜨겁게 느껴지는 손을 떼었다.) ...치고 싶은 마음 하나면 됐어! 피아노를 치는데에 시간여행같이 비현실적이구... 거창한건 필요없잖아? 다행이지.. (말간 얼굴로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켜) 필요한 건 네 손이랑~ 피아노랑~ 네 연주를 들어줄 사람 하나면 되는 거라구. 마지막 준비물은 내가 해줄 테니까!
 
사토 에이지:...그건 고맙네. (손이 떼어지자 건반아래로 손을 내리곤 의자에서 일어나 피아노를 짧게 바라보다 눈을 떼었다. 여름의 밤은 뜨겁지 않았기에 열을 식히기에 충분했는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네게 시선을 옮겼다.) 이만 가자. 늦었어. 집 어디야? 데려다줄게.
 
마나베 치호:(피아노를 치느라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주워들고는, 어느새 깜깜해진 하늘을 올려본다.) 분명 오래는 못 있는다고 했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두어걸음 앞에 나서서 크게 손을 흔든다.) 이 시간까지 나랑 놀아준 걸로 충분해!
 
사토 에이지:...(한번도 이 시간에 들어간적이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빠르게 두어걸음 앞으로 나서서 손을 흔드는 것에 얼떨결에 따라 손을 흔들고는) 조심히 가.
 
마나베 치호:내일 봐, 사토! (손붕붕)
 
-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침.
 
숨통을 불사르는 듯한 무더위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휴대폰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에이지를 보채고 있습니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정신사나운 벨소리는 한참이고 이어집니다.
 
오전 댓바람부터 머리가 띵한 것이…
 
밤새 열대야에 시달렸는지도 모릅니다.
 
등교 준비를 끝마치고 집 바깥으로 나서기 직전
 
에이지는 끄지 않은 채로 잊고 있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를 듣습니다.
 
퍽 익숙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네요.
 
정체불명의 전염성 질병에 대한 속보를 다루기 위해
 
신설 편성되었다던 그 코너임이 분명합니다.
 
<듣기> 판정
 
사토 에이지: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전염성 열병에 감염된 환자의 수가 전세계 인구의 2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달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기현상이 발생, 목격되고 있습니다.
 
증언은 일체 미열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는데요,
 
환자들은 하나같이 여름철의 짙은 오존 냄새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밤 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많이 떠있는 것이 기이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 대학병원 의료진은 질병 감염에 따른 환각 증세의 가능성을… 다음 속보입니다….
 
사토 에이지:(텔레비전을 끄곤 집을 나선다.)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면,
 
늘 들려오는 클래식 음악이 오늘도 들려옵니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하면
 
치호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등교하려나?
 
안일하게 앉아있어보지만…
 
조례 시간이 끝날 때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조금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묘연해진 치호의 행방은 친구들에게 묻거나 선생님께 여쭤볼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뒷자리 친구를 슬 쳐다보며) 마나베, 오늘 안와?
 
동급생:모르겠는데? 별로 안 친해서... 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봐.
 
사토 에이지:...(턱 괴고 선생님 빤히보다가 교탁으로 가선) 쌤. 마나베 무슨 일 있어요?
 
선생님:마나베? (출석부를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곤) 아~ 마나베 치호는 오늘 병결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전염성 열병 때문인 것 같은데... 걔 말고도 서넛은 더 병결 처리 됐어. 너도 몸 조심해라.
 
사토 에이지:...열병이요? 어제까지만해도 멀쩡해보였는데.
 
선생님:워낙 수수께끼의 병이라 나도 자세한 건 모르고... 요 며칠 새에 너희 둘이 지겹도록 붙어다녔잖아. 걱정되면 한번 연락해봐라. (손 휘휘~)
 
메꿔두었던 책상은 다시금 주인을 잃고 방치되길 반복합니다.
 
선생님께 치호의 병결 이유를 듣게된 에이지는 어떤가요?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가슴이 조일듯 답답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선생님의 말대로 지난 며칠간 당신과 치호는 질릴만치 붙어 다니며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그래서일지도 몰라요.
 
사토 에이지:..전화번호도 없어요. 집도 모르고. (선생님 빠안)
 
선생님:...너희 친한거 맞냐? (미심쩍...) 하여간... 선생님이 나중에 연락해볼테니 자리로 돌아가서 수업 준비나 해.
 
사토 에이지:..네. (꾸벅.. 자리로 가서 앉는다.)
 
-
 
시간은 빠르게 지납니다.
 
하교를 알리는 묵직한 종례음과 함께,
 
번쩍!
 
마치 스위치를 올리듯
 
분산되어 있던 정신이 한 자리에서 맞붙었습니다.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면
 
책가방을 싼 아이들이 교실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어느틈에 종례가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생각을 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거나요.
 
학교가 파했으니 집으로 귀가해야겠죠.
 
늑장을 부리고 있노라면,
 
동급생:빨리 나가, 문 잠글 거야!
 
오늘의 주번인 동급생이 톡 쏘아붙입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에이지는 교실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어쩐지 모를 기묘한 이끌림에 힘입어 치호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기울입니다.
 
때마침 덜 닫힌 창문 가장자리에 불어온 오후의 설익은 바람에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은 건조한 1인용의 책걸상.
 
비어 있는 가방 걸이,
 
사물함 아래 가지런히 모여있는 교과서…
 
가장자리에 [C반, 마나베 치호]라고 적혀있는 코팅된 시간표까지.
 
기스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책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전에 없던 기이한 감각마저 솟아나는 것입니다.
 
어제는 분명 이 자리에 책상 주인이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비어 있었습니다.
 
그 덧없는 사실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그 때.
 
<관찰> 판정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널빤지처럼 납작하고 어두운 책상 사물함 속,
 
켜켜이 정돈된 교과서 흐트러진 노트가 거슬립니다.
 
정돈하다보면 찢어진 작은 종잇조각을 입수합니다.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잘 닦인 도자기처럼 맨질거리는 종이를 손에 쥔 에이지는
 
전에 없던 확신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이 종이는 마치 단서처럼,
 
단조롭고 평화롭기 짝이 없는 교실의 풍경 속 우뚝 솟아난 돌부리처럼
 
당신의 눈에 걸리고 말았으니까.
 
마치 결국에는 이 쪽지를 발견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기꺼이 걸려 넘어져버리고 말았으니까.
 
쪽지를 펼쳐볼까요?
 
사토 에이지:(펼쳐본다.)
 
어떤 위치를 가리키는 주소입니다.
 
혹은 약도거나.
 
눈에 익은 글씨체만으로도 머리통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이 장소는 의심할 여지 없이
 
며칠 전 치호와 함께 방문했던 그 악기상이 틀림 없습니다.
 
쪽지의 귀퉁이를 살펴보면,
 
쪽지의 귀퉁이에는 추가적인 글귀가 보입니다.
 
핸드아웃 지급
 
시간은 학교가 끝난 오후 남짓.
 
에이지는 어디로 가나요?
 
사토 에이지:...(악기상으로 향한다.)
 
.
 
끊임없이 기억을 더듬거나 헤매다보면
 
에이지는 일전에 함께 방문했던 악기상 앞에 도달합니다.
 
악기상 출입구에는 희끄무레하게 바래어
 
페인트칠이 벗겨진 '임시 휴업'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에이지는 새파란 싹이 이름 모를 들꽃이나 잡초들과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울타리 근처를 서성입니다.
 
여전히 치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이라도 살펴볼까요.
 
사토 에이지:(둘러본다.)
 
미련을 떨치지 못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악기상 바깥쪽의 자그맣게 무너진 울타리입니다.
 
그 사이로 어떤 계절의 매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좁다란 공간은 마치,
 
언젠가의 비밀스러운 길이 닦였다가 무산된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토 에이지:(울타리에 가까이 가선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본다.)
 
몸을 구겨본다면 간신히 이동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비밀의 장소로 인도하는양 샛길을 타고,
 
악기상 건물 외벽의 바깥 쪽을 타고 둘러 이동하다 보면,
 
에이지는 나무가 부자연스럽게 우거진 공터를 발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풀벌레 우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이곳에 사람의 흔적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메마른 흙바닥의 정가운데 뻥 뚫린 싱크홀이 나있는 것만큼은 예삿 일이 아닌 것 같군요.
 
구멍의 가장자리는 마치 녹은 것처럼 보이며,
 
비정상적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웜홀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발치 아래 투영된 듯 합니다.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
 
38도를 웃도는 축축한 여름임에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에이지는 유사 이전의 세상에 인간이 최초로 빚어졌을 당시
 
하나의 재료처럼 장기 곳곳에 새겨져 있었던 본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메시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어쩌면 결국 이곳에 다다르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사이 오래도록 방황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구덩이를 살피면
 
마치 하늘을 반사한 물이라도 투영하듯 희미한 빛이 텅 빈 공간을 떠돌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깊어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근방에선 강렬한 여름의 오존 냄새가 풍깁니다.
 
비릿하기도 하면서 싱그럽기도 한 특유의….
 
사토 에이지, 어떻게 할까요.
 
사토 에이지:... (꿈이라도 꾸는건지, 제 눈을 한번 부벼봤다가 여전히 있는 구덩이에 식은땀을 흘린다. 그리곤, 홀린듯이 들렸던 목소리를 따라 구덩이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치호가 남겨둔 메모가 생각이 납니다.
 
당신은 어떤 물건을 가지고 구멍에 뛰어들 건가요?
 
사토 에이지:(손목시계를 가지고 뛰어들었다.)
 
왜곡에 뛰어들기를 결정했다면
 
더 지체할 이유는 없습니다.
 
언젠가의 과거에서 치호가 그러했듯,
 
모든 준비를 끝마친 에이지가 구멍 속으로 몸을 내던집니다.
 
찰나에 당신은 온 몸을 거스를듯 피부를 긁어대는
 
어떤 비인간적인 손길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던 외계의 에너지가
 
강압적으로 몸을 잡아 당기는 듯한 감각이었습니다.
 
-
 
…깜빡. 깜빡, 깜빡.
 
소용돌이치는 왜곡 속을 맨발로 건너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맞게 도착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은 꽤 깊은 구덩이 안에 있습니다.
 
깊은 구멍 안에 머물고 있는 탓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꼭 천장같은 푸른 색의 하늘이 원형으로 오려져 있습니다.
 
<오르기> 판정
 
사토 에이지: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손톱 밑을 자잘한 흙이 파고드는 감촉과 함께
 
다시 구멍 속으로 내동댕이 쳐집니다.
 
<근력> 판정
 
사토 에이지: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HP-1
 
에이지는 사방이 꽉 막혀있던 구멍을 아래에서 위로 기어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근처를 살피면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그 공터입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이리저리 우거져있던 나무가 바싹 말라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바닥을 장악하고 있고,
 
맞은 편에 보이는 악기상의 벽면은 부식되어 이질적인 감상을 더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군요.
 
공터에서 빠져나오면 악기상 입구에 다다릅니다.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나 굴곡진 모퉁이를 돌아보아도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발견할 수 없습니다.
 
공간 자체가 마치 노이즈낀 흑백 필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길로, 어떤 장소로 향하든
 
일말의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전깃줄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의 목소리나
 
나무에 달라붙어 노래하는 매미의 우짖음만이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흑백 필름이 낀 듯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상황정리가 전혀 안되는 탓인지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꾹 쥐었다 풀고는 작게 몇걸음을 빙 둘러 걸었다.)
 
아무리 주변을 걸어도
 
눈에 보이는 것은 메마른 대지 뿐입니다.
 
악기상을 들어가볼까요?
 
사토 에이지:(들어가본다.)
 
악기상은 녹슨 초인종이 달린 문은 걸쇠가 고장나 살짝 열려 있습니다.
 
직전에 보았던 '임시 휴업'팻말은 문간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임시', '휴업', 하고 반으로 쪼개져 덜렁거리는 탓에
 
다소 음산한 기운을 더하고 있습니다.
 
닦지 않아 희뿌연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악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다 낡아가는 [피아노]한 대만이 전시되어 있을 따름입니다.
 
<지능/관찰>
 
사토 에이지: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쩐지 눈에 익은 피아노에 마음을 사로잡혔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아' 싶은 구석이 있는 모양새인 겁니다.
 
이 피아노는…
 
며칠 전 치호와 함께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보았던 예의 그 피아노입니다.
 
다 낡아 볼품 없어진 악기에,
 
싸구려 페인트 칠을 해 디스플레이용 구색만을 갖추고 있었던 그 피아노.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는 [카운터]입니다.
 
좌석에 앉아 악기상을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목재 구조의 악기상 내부는 텁텁하고 간지러운 먼지 냄새가 납니다.
 
어디에서도 악기는 찾아볼 수 없지만
 
벽면 가득 들어찬 거대한 [책장]은 그대로네요.
 
사토 에이지:(카운터로 다가선다.)
 
쓸쓸한 카운터 위에는
 
다소 눈에 익은 물건들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와 [라디오]에 먼지가 그득 쌓여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시계를 살펴봐.)
 
먼지 쌓인 아날로그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약이 거의 다 되어가는 모양인지
 
세 개의 침이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그러모아 간신히 뜀박질 하고 있습니다.
 
하나 부자연스러운 점은
 
바늘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래 공전해야 할 궤도를 떠나지 못한 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련의 반복된 패턴에 기이한 느낌이 드는 에이지,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사토 에이지:(라디오로 시선을 옮겨)
 
치직… 치지지직…
 
완전히 고장나버렸는지 탁한 백색소음을 흩뿌리고 있습니다.
 
주파를 맞춰보고 툭툭 두드려도 보지만
 
고쳐질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계수리> 판정
 
사토 에이지:
기계수리
기준치: 10/5/2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칙, 치지직… …사망한 인구가 전체 인류의 70%에 육박했습니다.
 
…… 치직, …그 누구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인류는 역사에서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한편 …가설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들은…전염병이 사실은 어떤 저주이며,
 
감염 경로가 특이하게도 …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주를 세상에 퍼뜨린 원인이 되는 곡의 악보를 태우는 방법만이…… 치직…
 
그렇게 소리가 끊깁니다.
 
사토 에이지:.. (책장으로 다가선다.)
 
도둑 맞았는지 듬성듬성 비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악보집들이 책장 가득 꽂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한 먼지는 더욱 무거워졌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절반쯤 튀어나와 있는 책자도 여럿 보입니다.
 
불현듯 떠올립니다.
 
피아노를 그만둔 뒤 악보를 어떻게 관리해왔더라, 하고.
 
그래서 더 살필 만한 건 없나?
 
책장 모서리에 전에 보지 못했던 [달력]하나가
 
박힌 못 위로 장식물처럼 걸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사토 에이지:(달력을 본다.)
 
달력은 6월에 펼쳐져 있습니다.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몸통만한 달력을 쳐다보던 당신은
 
달력 어귀에 적혀있던 올해의 년도를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큼지막한 네 개의 숫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2024년.
 
<지능>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세상의 오류를 알리듯 거꾸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시계와,
 
당신이 살던 현재로부터 조금 동떨어진 세월의 흐름을 가리키는 달력.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오가지 않고
 
시야는 마치 흑백필름을 끼워 넣은 것처럼 생기 없었습니다.
 
미지의 구멍,
 
그곳에 마치 운명같은 이끌림을 얻어 겁없이 뛰어든 당신.
 
눈치챕니다.
 
이곳은 전에 살던 2021년의 시간선이 아닙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은 에이지,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악기상은 모두 본 것 같습니다.
 
사토 에이지:(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던 구덩이 속,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모양인가.. 현실감각처럼 느껴지지 않는 기분을 대충 떠넘기곤 악기상 밖을 나왔다.)
 
.
 
악기상을 열고 나오면,
 
끝없는 열기에 데워진 아스팔트가 일렁이는 건너편 골목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에이지를 반깁니다.
 
마나베 치호:한참 찾았어. 몸은 어때?
 
마나베 치호입니다.
 
대답을 바라고 건넨 말은 아니었는지
 
마나베 치호:역시 과거로 가서 너를 만나고 올게.
...생각해봤는데, 문제 없을 것 같아!
네가 정말 피아노 치는 것을 싫어했더라면, 이 악기상에 찾아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혼잣말을 덧붙입니다.
 
치호의 품에는 악보가 들려 있습니다.
 
이른 아침의 교실,
 
책상 위에 올라와있던 치호의 가방 사이에서 보았던 그 악보집이 틀림 없습니다.
 
악보집을 들고 있는 치호의 손목 둘레로 익숙한 구슬 팔찌가 보입니다.
 
사토 에이지:마나베. ...(묻고 싶은게 많은지 앞서 나오지 못하는 질문들을 삼킨채 널 빤히 쳐다봐) 넌 왜 여기에 있어?..
 
치호는 대답없이 당신을 바라보다
 
마치 모든 결정과 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에이지를 한번 꾹 끌어안고는
 
미련 없이 당신을 지나쳐
 
악보를 들고 깊고 커다란 구멍에 뛰어듭니다.
 
오로지 이 순간.
 
에이지는 구멍으로 향하는 치호에게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과거의 당신을 찾기 위해 과거로의 리프를 앞둔 치호에게,
 
실제 '과거'의 에이지가 되는 당신은 어떤 말을 던질 건가요?
 
건넬 말이 없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합니다.
 
사토 에이지:...(솔직해져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시간선이 온통 흑백인 세계에서 이렇게 재미없이 끝나게 될 줄은 몰랐다. 서슴없이 구멍으로 뛰어드는 널 향해 주춤이는 한 걸음을 내딛곤.) ..너랑 함께 연주하고싶었어.
 
.
 
.
 
.
 
치호를 따라 다시 구멍으로 뛰어들든 뛰어들지 않든,
 
에이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2024년에 묶여있던 몸은 다시금 2021년의 악기상 앞에 서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치호는 보이지 않고,
 
한가로운 골목길을 누비는 어린 아이들이 종종 눈에 들어옵니다.
 
구멍에 뛰어들기 전, 소지하고 있던 시계는
 
화면에 금이 가 있어 더이상 시간을 알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악기상 유리창 너머의 아날로그 시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정갈하게 돌아갑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펼쳐 살펴도 달력은 올바른 날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꿈이라도 꾼 걸까요?
 
단지 꿈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하기에
 
보고 듣고 겪었던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에이지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요?
 
사토 에이지:(음악실로 향한다.)
 
.
 
어느덧 저녁이 쏟아지고 밤으로 물들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내내 무거운 습기가 발목을 잡는듯 합니다.
 
한밤중의 여름은 습하니까요.
 
매년 이맘때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는 했으니,
 
시간이 부지런히 흐른다면 며칠 안 있어 많은 비가 쏟아질 터입니다.
 
에이지는 목적지로 향하던 도중
 
몇가지 기현상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전봇대를 붙잡은채 119에 고열의 두통을 호소하다
 
잠들듯 바닥에 쓰러진 환자의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이 일으켜 세우는 한편,
 
급히 출동하던 앰뷸런스가
 
어느 사거리에서 승용차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불가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면 소름끼칠만큼 많은 별의 형상이 아른거립니다.
 
학교에 도착해 음악실로 향하면
 
정해져 있는 수순처럼 열려 있는 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닫히지 않은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의 유영에
 
빼곡히 덮인 커튼이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하늘댑니다.
 
이제 무엇을 하나요?
 
사토 에이지:(의자 안에 있던 악보를 꺼내 펼치곤 피아노 앞에 앉는다. 턱 막혀오는 숨을 겨우 느릿하게 내뱉고 나서야 눈으로 훑어내.)
 
그랜드 피아노 앞에 놓여있는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면
 
수납서랍 한구석에 보관되어 있는 오래된 낡은 악보집 하나가 눈에 띕니다.
 
<외국어(이탈리아/영어)>판정
 
사토 에이지:
외국어(영어)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외국어(영어)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교육/어려운 성공> 판정
 
사토 에이지: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외국어(영어)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곡명은...
 
<겨울이 흘린 눈물>
 
악보집을 습득함과 동시에
 
에이지는 낡아빠진 악보집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징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신력> 판정
 
사토 에이지: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그래요,
 
그 때,
 
에이지가 쏟았던 악보집들 사이에
 
미운오리새끼처럼 섞여있던 그 악보집에도 이런 그림이 박혀 있었습니다.
 
조악하게 본떠 넣은 듯 형편 없는 문양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일견 누군가의 자필 사인처럼 보이는 문양은 꼭 도는 것 같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기이한 홀로그램같은 형상에 어쩐지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46/23/9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1d3 굴려주세요.
 
사토 에이지:2
 
이성이 2 감소합니다.
 
사토 에이지:(기이한 느낌이 드는 악보를 집어 들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학교 뒷편 소각장으로 향한다.)
 
악보를 태우기 위해 음악실을 벗어나려던 에이지는
 
눈 앞이 하얗게 아른대는 듯한 잔상을 보았습니다.
 
과연 잔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물에서 올라오는 듯한 인광의 기둥은
 
평범한 사람의 의식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영상도 초월하는 재앙과
 
비정상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단지 빛은 이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색깔의 형체 없는 흐름은
 
구덩이에서 곧장 천장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듯합니다.
 
순수한 색채의 형태로 나타난 이계의 지성체,
 
세상에 알려진 어떤 스펙트럼과도 닮지 않은 희미한 색을 내는 비실체.
 
우주에서 온 색채입니다!
 
이성 판정.
 
사토 에이지: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1d4 굴려주세요
 
사토 에이지:3
 
이성이 3 감소합니다.
 
아른거리던 색채는 곧 작은 개미지옥을 만들어낼듯 당신의 육신을 에워쌉니다.
 
순간, 머리가 반으로 쪼개질 듯한 역겨운 오존 냄새를 맡았습니다.
 
올 여름 내내 맡아왔던 비리고도 싱그러운 냄새입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가까이에 있는 지성체의 마음을 약화시킵니다.
 
색채의 정신공격이 이어집니다.
 
<지능> 대항 판정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우주의 색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사토 에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우주의 색채: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끈적하고 불쾌한 비실체가 몸 곳곳에 들러붙는 감각을 뿌리치고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음악실 바깥으로 대피하거나 음악실의 전등을 켜서 색채를 쫓아낼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음악실의 불을 켠다.)
 
한순간에 어두웠던 교실이 환해지자,
 
우주의 색체는 점차 희미해지다가
 
이내 사그라듭니다.
 
...그때,
 
강한 힘이 에이지의 팔을 잡아당겨 음악실 바깥으로 끌어냅니다.
 
마나베 치호:내가 밤에는 음악실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얼굴을 확인하면 아니나다를까 결석했던 치호입니다.
 
답지 않게 매서운 목소리입니다만,
 
그조차도 에이지가 들고 있는 악보집을 확인하거든 빠르게 누그러듭니다.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붙잡힌 통에 팔 전체에 전해지는 체온이
 
36.5 ℃를 훌쩍 넘어 섰음을
 
...눈치 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치호의 몸은 불 위에 올려둔 물처럼 펄펄 끓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쭉 당신을 찾아 헤매고 있던 걸까요?
 
사토 에이지:...마나베. (놀란 눈을 두어번 꿈뻑이며 널 쳐다보고, 뜨거운 몸의 열감에 네 이마 위에 손등을 대봐.) 너 괜찮은거 맞아?
 
마나베 치호:(베어난 식은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괜찮은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 듯이.) ...사토, 그걸 어쩔 생각이야?
 
사토 에이지:태우려고.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에 손수건을 꺼내 턱 아래에 대주고는) 넌 이거에 대해 알고 있었지.
 
마나베 치호:(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로 몸에 밴듯한 네 배려를 순순히 건네받았다.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듯이, 더운 여름밤의 온도에 적셔진 것만 같은 손을 내민다.) 심심할 테니까 같이 가줄게. 내려가자.
 
사토 에이지:마나베. (꾹 다문 입에 힘을 준 목소리로 널 부른다. 이 상황이 되어서까지 숨겨야하는게 있는지, 흑백세계에서 보았던 모습 탓에 널 더이상 타이르지 못하고 결국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하아..
 
5층에서부터 계단 하나하나를 걸어 내려오다 보면,
 
다다른 곳은 학교의 구석에 자리한 소각장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나요?
 
결심한 것을 이행할 때입니다.
 
사토 에이지:(소각장의 불씨가 튀는 구멍 안으로 악보를 넣어 태운다.)
 
타닥타닥.
 
불꽃이 튀는 소리를 내며 오랜 세월을 머금은 악보가 천천히 타들어가고,
 
치호는 에이지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악보가 재가 되는 것을 바라봅니다.
 
그 손은 마치 눈앞의 불이 옮겨 붙은 듯 뜨겁기만 합니다.
 
마나베 치호:...뜬금없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이 내주셨던 과학 숙제 이야기야. (악보의 마지막 한 조각마저 불에 집어삼켜지는 것을 지켜보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미래에서 건너온 사람이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물었잖아~ ...이제는 어떻게 생각해? 여전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애?
 
사토 에이지:너랑 지냈던 며칠동안이, 그 모든 순간이 변화였어. 네가 보여주고 있잖아. (네게는 차가울지도 모를 손의 온기를 전하듯 잡은 손을 약하게 쥐었다. 재로 변해가는 악보를 바라보다 고개를 작게 돌린다.) 이미 많은걸 바꿔놨어.
 
마나베 치호:...응. (안도를 하듯, 길게 숨을 뱉었다. 차가운 손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왜일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주고 싶은건 나였는데, 정작 용기를 받는 것은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만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 생각에 변화는 없어. (그렇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더없이 확신에 차있어서, 꼭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 세상의 진리를 설파하는 것만 같았다.) 너무 끈질겨서 귀찮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라도 너도 나로 인해 변했다면, 에이지. 나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
 
사토 에이지:(확신에 찬 말투는 항상 좋게만 느껴져 뜨겁고도 아픈 여름이 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읽지 않아도 겉으로 드러나는 생각에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보나마나 연주해달라는 부탁이지.
 
마나베 치호:부탁도 하기 전에 알아버리면 어떡해? (아무래도 마나베 치호가 가장 서툰 것은 표정을 숨기는 것이다. 지나치게 솔직한 것이 제 단점이라지만, 그것은 나름대로 솔직하지 못한 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변하지 못했다면 그 상태로도 좋아. (이기적으로 들릴 걸 알지만, 나는 서툰 연주도 많이 좋아하니까. 잡은 손을 한번 내려다보곤, 미약한 힘을 담아 꾹 쥐었다.)
사토 에이지!
우리를 위해 연주해줄래?
 
사토 에이지:(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안다. 피아노에 대한 미련을 접어 평범하고도 평범한 학생을 살던 사토 에이지는, 어느날 만난 마나베 치호에게 바뀔 미래를 맡겼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만 했다. 불이 비춰져 더욱 따뜻한 색을 내는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본다. 미약하지만 진심을 담은 손의 힘에 제 볼을 긁적였다. 솔직하지 못한 시선은 한참 동 떨어진 곳에 남겨졌지만, 목소리만은 너에게 닿았다.)
마나베 치호,
...내 연주를 들어줘.
 
치호는 에이지에게 악보집 하나를 건네줍니다.
 
낡고,
 
오래 되었고,
 
허름하며,
 
손때 묻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건네받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치호는 곧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안색을 하고서
 
끊길 것 같은 목소리를 쥐어 짜내 한 가지 부탁을 남깁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계에 다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마나베 치호:고마워, 에이지.
나로 인해 변해줘서.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 오후 6시에 피아노가 놓여 있는 광장에서 그 악보를 연주해 줘.
사람은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죽어가는 존재라지만
꼭 그 광장이어야 해.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너와 내가 이렇게 무사히 만날 수 있었을 리 없어.
 
마나베 치호: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을 시간에,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지 않을까.
반드시 이 곡을 연주 해줘.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거야.
...꼭이야.
몇 달 몇 년을 웅크리고서 오래도록.
 
그 말을 남긴 치호는 등을 돌려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치호를 잡아 세울 수 없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입니다.
 
무지개를 손으로 잡을 수 없고
 
햇빛의 뜨거움을 유리병 속에 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
 
혹여나 에이지가 그런 말을 하거든
 
치호는 이 한마디를 겨우내 덧붙일 지도 모릅니다.
 
.
 
.
 
.
 
비가 퍼부을듯
 
빽빽한 수증기가 마른 길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입니다.
 
날씨 탓일까요?
 
오늘의 해는 일찍이 시들 요량인가봅니다.
 
하늘을 켜켜이 감싼 먹구름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적은 수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이 광장은 요 근방에서 유동객이 많은 장소로 손꼽히는 장소입니다.
 
중앙에 마련된 분수대 앞에 놓여 있는 낡아빠진 피아노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페인트 칠을 해두었지만
 
좀처럼 눈길을 사로잡지는 못하는 낡고 오래된 악기가 꼭 고물처럼 보입니다.
 
점점 더 무채색해지며,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모순적인 세계에 도태되어 있습니다.
 
그 허름한 피아노에 다가서는 것은 오로지 에이지,
 
당신 뿐이겠죠.
 
에이지가 연주를 감행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피아노 의자에 앉을 차례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지만 치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시간은 점점 6시에 가까워지는 이릇입니다.
 
사토 에이지:(피아노 의자에 앉아 낡은 악보를 올려놓는다.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걱정이 되는건지, 오랜만에 치는 피아노에 떨려오는 건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처음 피아노를 쳤을 때도 분명, 이런 떨림이었겠죠.
 
시간은 어느덧 6시를 가리킵니다.
 
사토 에이지, 약속을 지킬 시간입니다.
 
사토 에이지:(광장의 시계의 분침과 시침이 서로 정반대를 가리킬때, 흰 건반 위에 천천히 손을 올린다. 묵직한 페달 위를 밟고 나서야, 첫 음을 떼어 연주를 시작했다. 심장의 떨림과 같이 공기를 울려 소리를 퍼트린다. 흑백의 길 위를 춤추고, 오직 두 사람을 위한 연주를.)
 
당신은
 
시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간직한 악보대 위에
 
셀 수 없이 많은 나이를 먹고 자란 곡을 올려둡니다.
 
음표를 빼곡히 채워 넣은 악보는
 
종이가 어찌나 얇고 덧없는지
 
바람 한 점에도 부서질 것처럼 가녀립니다.
 
이 악보의 어느 구석이 그렇게나 특별한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치호는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했었죠.
 
언젠가 당신이 최초로 건반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처럼 어깨 끝을 살짝 떨면서.
 
.
 
차가운 공기 한 품 찾아볼 수 없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의 정가운데서,
 
마침내 건반에 손을 올려둡니다.
 
잊고 살던 서늘한 냉기가 백건과 흑건 위에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깨를 익힐듯 강렬하던 더위가 한풀 꺾입니다.
 
추억으로 남길 뻔했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낀 것은 그 때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나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 번 연주를 그만 두었던 당신이
 
과연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든 의지를 잃고 주저앉아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망치듯 반대로 뛰어 가능한 먼 곳으로 숨었던 당신은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춰 세울만한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세상에 절망과 꺾인 의지만이 잔재한다면
 
한 번 좌절했던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피아노 앞에 앉게 될 수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눈 앞에 놓인 골목의 폭이 서로 다를 뿐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주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언젠가 좌절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선택을 번복하고 버텨내는 겁니다!
 
사토 에이지, <피아노> 판정
 
사토 에이지:
예술/공예(피아노) Roll
기준치: 108/54/2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떨리는 손 끝,
 
떨리는 첫 음.
 
연주가 시작되면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고,
 
때로는 흐릿한 풍경에서 벗어날듯 지나치던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광장에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이하게 물들었던 별빛 하늘이
 
풍향을 따라 꽃가루처럼 걷히고
 
가슴 위에 얹힌 듯 반죽되어 있던 아픔과 좌절이
 
단 하나의 점이 되어 흔적을 달리합니다.
 
곡이 끝맺음과 동시에
 
건반에서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날립니다.
 
뉘엿뉘엿 져가던 하늘에 수놓였던 수억 개의 별들이,
 
세계를 숙주삼아 성장하던 색채의 무리가
 
모두 걷혔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인파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지만
 
그 어느 구석에서도 치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은 자리에 앉아 기다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
 
치호의 전학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돌아온 월요일의 아침에서였습니다.
 
에이지는 어쩌면 묘연히 사라져버린 치호를 수소문 했을 수도 있고,
 
치호를 만나기 전의 평범했던 하루처럼
 
모든 사건을 잊은 채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을 괴롭히던 고열의 전염병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고,
 
혼란했던 세계는 평화를 되찾습니다.
 
고열에 시달려 병결했던 아이들도 모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울다 지친 매미가 늦여름의 끝에서 기나긴 생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흐르고 계절이 순환합니다.
 
10대의 끝,
 
졸업식을 하루 앞둔 당신은 책상 사물함 깊숙한 곳에서
 
반과 반으로 접힌 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눈에 익은 글씨를 확인하면 틀림 없이 치호의 글씨체입니다.
 
접힌 자국만이 선명하고 흐릿하게 번진 연필 자국은….
 
[ 2024년 여름의 악기상에서 다시 만나자. ]
 
반짝, 하고.
 
마치 빛을 받은 유령의 신호처럼.
 
현재를 살아가던 에이지의 개입과 선택으로 인해 모든 미래가 바뀌었습니다.
 
치호와의 두번째 첫만남이 2024년에 이루어집니다.
 
손실되었던 모든 이성치와 체력을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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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 소식이 들려오던
 
여느 2024년의 여름.
 
세간에 알려진 '정체불명의 전염병'사태가 종식된 날로부터
 
약 3년이 흘렀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돌아
 
울타리 어귀에 멈춰선 당신은,
 
영업 종료 팻말이 걸려 있는 악기상 건물을 바라봅니다.
 
관리 되지 않아 썩어가는 나무벽은 꼭 악기상이 아닌,
 
잊혀진 어딘가의 골동품 가게를 연상케 합니다.
 
그나마 빨갛게 돋아난 덩쿨장미가 건물 외벽을 타고 자라난 풍경만이
 
음산함을 닦아낼 뿐입니다.
 
에이지는 걸쇠가 앞길을 가로막은 악기상 처마 아래서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발견합니다.
 
3년 전의 그 피아노임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간 이미 여러 차례 이 악기상을 방문했던 에이지라면,
 
전에는 이 피아노가 이 자리에 위치해 있지 않았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던 피아노의 재등장입니다.
 
칠이 더욱 벗겨진 피아노를 살필 수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피아노를 살펴본다.)
 
악보대 위에는 반듯하게 펼쳐진 [악보] 하나와
 
더불어 사용감이 남아 있는 [녹음기] 하나를 발견합니다.
 
녹음기는 피아노만큼이나 눈에 익는 종류입니다.
 
3년 전의 치호가 늘 가지고 다니던 그 녹음기니까요.
 
사토 에이지:(악보를 천천히 훑어본다.)
 
악보를 확인하면
 
드뷔시의 아라베스크가 담겨 있습니다.
 
분명 당신이 가장 좋아하던 곡이었죠.
 
사토 에이지:... (녹음기를 살핀다.)
 
녹음기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들어옵니다.
 
텅 비어있는 폴더 속에서 음성메시지 한 건과
 
피아노 연주 녹음 파일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사토 에이지:(음성메시지를 틀어본다.)
 
음성메시지를 재생하면 3년 전에 녹음된 파일로,
 
다소 음질이 좋지 않습니다.
 
노이즈낀 음질 틈을 파고든 치호의 목소리가
 
새파란 여름의 골목길에 흩뿌려집니다.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면
 
어디선가 비릿하고 싱그러운 풀냄새가 불어옵니다.
 
멍하니 녹음기를 든 채
 
피아노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당신의 어깨를
 
톡톡, 누군가 두드리겠죠.
 
사토 에이지:... (언제나 그렇듯, 향은 바람을 타고내린다. 익숙한 상황을 알듯이 고개를 돌렸다.)
 
불현듯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면
 
엷은 머리카락과 흰 얼굴에 한번 시선을 빼앗길 것이고,
 
반짝이는 햇살이 녹아든
 
같은 온도를 가진 밤색 눈동자를 마주할 것입니다.
 
알고 있나요?
 
두 사람은 괴멸해가던 일전의 미래에서도
 
2024년에 이 피아노 앞에서 마주쳤습니다.
 
어떤 악보와 함께.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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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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