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5. 16
무슨 꿈이었는지 떠올려보려고 해도 기억은 나지 않고 기분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습니다.
아샤 체르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때의 자신이 나왔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아샤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 막지 못했던 끔찍한 사고들……
잠이 깼다면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나가볼까요?
아샤 체르니:(잠시 눈을 뜬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나가본다.)
바로 앞에 얇은 편지봉투와 검은 튤립 몇 송이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편지도 튤립 꽃다발도 일곱 번째라는 뜻이죠.
오늘도 꿈에서 히어로 시절의 당신을 만났어요. 그때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샤가 사는 곳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졌습니다.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갔는지는 몰라도 기분이 썩 좋진 않네요.
히어로 기관 본부와 상의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고작 팬레터 몇 장으로 호들갑을 떨 수는 없죠.
SNS로 온갖 정보가 공유되고 찾아내려고 하면 뭔들 못 찾아낼까요.
그러니 지금까지는 그냥 집요한 열성팬의 짓일 거라고 치부해 왔는데.
본문의 공들여 쓴 글씨체가 아니라 급하게 휘갈겨 써서 추가한 느낌입니다.
일주일간 집요하게 편지를 보낸 열성팬의 선물이라니 걱정이 앞서네요.
히어로 현역 시절에도 본부를 통해 이런저런 선물이 많이 들어왔었으니 아마 그런 것들 중 하나겠죠.
아샤 체르니:(묘하게 찝찝한 기분에 편지를 살펴본다.)
편지지와 봉투는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단순한 형태네요.
아샤 체르니:(뭔가 더 적혀있는 것이 없다면...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곤 꽃다발을 집어든다.)(왜 하필 검은 튤립이지...)
편지는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지만 검은 튤립이라면 단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네요.
검은 튤립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검은 튤립 두세 송이를 리본으로 묶은 꽃다발입니다.
꽃다발 자체를 관찰한다면 [관찰] 판정, 검은 튤립에 대해 조사하려면 [자료 조사] 판정
아샤 체르니:
자료조사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디에선 ‘나는 사랑에 불타오른다’라고 하고,
또 어디에서는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했었죠.
‘당신을 저주합니다’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아샤 체르니:(마냥 애절한 팬심만은 아닌 것 같은 기분에 뒷목을 매만지다, 꽃다발을 살펴본다. 원망을 받을만한 곳이 많아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제까지만 해도 흰 리본으로 소박하게 묶어놓았었는데 오늘은 연한 베이지색 리본에 검은 글씨로 로고가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로고에는 ‘dayspring’이라고 쓰여 있네요.
기억을 되살려보면... 교회 근처에 이런 이름의 꽃집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후임 히어로, 아토믹 스톰에게서 온 메시지네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히어로 기관 본부에서 은퇴한 히어로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세미나가 열리는 날입니다.
사회 적응 프로그램에서는 정기 세미나의 출석 점수도 꽤 따지는 편이죠.
물론 필수 참여는 아니기 때문에 불참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매일 전해져 오는 편지와 검은 튤립이 신경 쓰인다면 이것들의 출처를 추적해볼 수도 있고, 본부에 정기 세미나를 들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집에서 느긋하게 쉬어도 좋고 바깥바람을 쐬러가도 좋겠죠.
아샤 체르니:(말마따나 은퇴한 히어로들인데. 별로 내키지는 않아도 후배에게 답장을 보낸다.) [갈게.]
초창기 히어로들은 각성했더라도 그 사실을 숨기며 사는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히어로들을 고용해 서포트하는 기관이 출범하고 히어로 산업이 국가적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자금과 인력도 많이 늘어 지금은 노른자위 땅에 세워진 고층 빌딩 한 채를 본부로 쓸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일반 회사원과 달리 히어로는 출퇴근이 따로 없기 때문에 본부에는 대부분 사무직 직원들만 남아 있습니다.
로비에서 임시 출입 허가증을 발급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미나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볼까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튀어나옵니다.
아침에 아샤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던 후임 히어로, 아토믹 스톰이네요.
아토믹 스톰:어휴~ 선배 진짜 오랜만에 보네. 그간 잘 지내셨어요?
아샤 체르니:편하게 지냈지.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어깨를 툭툭 가볍게 치고는) 일은 할만 해?
아토믹 스톰:말도 마요.. 요즘도 숨 좀 돌릴려고 하면 일이 펑펑 터진다니까요? (씨익 웃고서) 그래도 제가 누구겠습니까?
오딘의 후임 히어로!!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야죠.
아샤 체르니:은퇴하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험악한 세상이네... (기운 넘치는 모습을 보자니 옅게 웃음이 나온다.) 어련하겠어. 오늘 세미나는 무슨 내용이래?
아토믹 스톰:게다가... 선배도 기억하죠?
감비노 패밀리. 옛날에야 성황이었지만 요새는 세가 좀 죽었잖아요. 그런데 요즘 할렘가에 감비노 패밀리 일원들만 골라서 죽이는 놈이 돌아다닌다는 것 같아요. 본부에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요.
이거때문에 엄청 골치 아프다니까요?
아. 그리고 오늘 뭐더라? 그.. 집단 상담을 하려고 교수를 초빙했다고 들었어요. (잘 떠오르지 않는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맞다! 트라우마가 주제라고 했었나?
물론 그들이 지은 죄가 있으니 이건 억울하다고도 할 수 없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단정할 수는……
이미 아샤는 은퇴를 했고 이런 건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지 않습니까.
아샤 체르니:민간인한테 너무 많은걸 알려주는 거 아니야? (오랜만에 듣는 이쪽 이야기에 농담조로 받아친다.) 열심히 일해야겠네, 내 몫까지.
아토믹 스톰:그래도 선배라면... 왠지 알려드려야 할것 같았어요.
9년 전 그 일도 있었고. (묵묵히 너를 바라보다가 핸드폰 알림음에 정신을 차린듯) 아, 세미나실은 어디있는지 아시죠? 저는 이만 가볼께요. 선배님 몫까지! (힘차게 주먹을 쥐어보이고 웃으며 자리를 떠나.)
자, 어쨌든 정기 세미나를 들으러 왔으니 가볼까요.
아샤는 아토믹 스톰과 헤어지고 세미나실로 향합니다.
오늘 세미나는 집단 상담 형식으로 진행되며 저명한 교수를 초빙했다고 하네요.
은퇴한 히어로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트라우마 하나씩은 키우기 마련이죠.
세미나를 진행하는 중년의 교수는 부드러운 말씨로 말합니다.
브라우드 교수: 학계에서는 초능력과 시전자의 정신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히어로 열 명 중 일곱 명은 과도한 초능력 사용 후 두통을 겪는다고 해요. 경력 5년 이상의 히어로들이 환청이나 환각을 빈번하게 경험했다는 것도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초능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시전자의 정신력을 소모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정설입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세미나가 끝날 무렵 교수는 참석한 모두에게 명함을 나누어줍니다.
명함에는 소속 대학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메리 브라우드 교수’라는 직함이 쓰여 있습니다.
브라우드 교수: 만약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으시다면 주저 없이 상담과 진료를 받아보세요.
교수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세미나가 끝이 납니다.
시간이 남아도는 듯 싶은데... 다른 곳도 가볼까요?
아샤 체르니:(낮의 꽃다발에 적혀있던 꽃집으로 향해본다.)
가게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세련된 느낌이 드는 꽃집입니다.
문 앞에서 젊은 사장님이 바깥에 진열해둔 꽃에 물을 주고 있고,
아샤 체르니:(진열된 꽃들을 천천히 눈으로 훑다 물을 주고 있는 사장님에게 다가가) ...혹시 검은색 튤립도 있을까요.
사장: 어서오세요~ (부드러운 눈매로 너를 바라보다가 조금 놀란듯) 아뇨. 검은 튤립을 취급하는 꽃집은 거의 없을 거예요. 구근이라면 구해드릴 수도 있겠지만, 찾는 손님이 거의 없죠. 예쁘긴 해도 꽃말이 좀 뒤숭숭하거든요. 상대를 저주한다는 뜻도 있고……
아샤 체르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 곳에서 판매한 튤립이 아니라면... 어째서 꽃다발엔 꽃집 이름이 쓰여져 있었던걸까요? 혹시 다른 꽃을 사간걸까요?
가져온 꽃다발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하네요.
아샤 체르니:그러면... (가져온 꽃다발을 꺼내 사장님에게 보여준다.) 이 꽃다발은 여기에서 구한 것이 아닌가요?
사장: 어디보자... (유심히 꽃다발을 쳐다보다가) 이 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 오늘 아침에 흰 튤립 꽃다발을 산 손님이 리본을 좀 얻어갈 수 없겠냐고 하셔서 넉넉히 잘라드리긴 했어요. 혹시 그분이신가?
아샤 체르니:(산 것은 흰 튤립이면서 정작 보낸 것은 검은 튤립이라면, 역시 아무 의미 없는 것은 아니겠지. 검은 튤립을 내려다보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나요?
사장: 어떻게 생기셨더라? 머리카락이 긴 여성분이었어요. 그다지 큰 편도 아니셨고.. 꽃다발을 사서
교회로 가시는 건 본 것 같아요.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무덤에 놓을 용도로 많이들 사시거든요.
아샤 체르니:...그런 용도의 꽃을 사는 표정이었나요? (얼추 다음 목적지는 정해졌다는 듯, 다시 꽃다발을 집어 넣으며) 감사합니다.
교회는 본건물과 건물 뒤의 묘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까 몽. (GM):# 흰 튤립 꽃다발이 놓인 묘비를 찾아볼까요?
아샤 체르니:(어디서 고구마가 보인 것 같은데)(뒤의 묘비를 둘러본다.)
아샤 체르니: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스쳐 지나가기전, 당신의 눈길을 끄는 묘비가 하나 있었습니다.
흰 튤립이 대여섯 송이 엮여있고 아샤가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꽃집 로고가 박힌 베이지색 리본으로 묶인 꽃다발이 놓여있는 묘비에요.
묘비의 주인을 확인해보면 이름은 낯설어도 사망 날짜만은 낯이 익습니다.
처음 히어로로서 현장에 투입되었던 그 날이니까요.
대형 쇼핑몰에 강도가 침입해 건물을 반파시키면서 생존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았던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아샤 체르니:(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만은 어제와 같이 선명했다. 꽃이 놓인 묘비 앞에 바르게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잠시간 눈을 감는다.)
....더는 교회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네요.
집에 돌아갈까요? 아니면...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죠.
그렇게 발이 닿는대로 걸어가다보면, 어느새 광장입니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넓은 광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커다란 분수도 물론 유명하지만,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을 꼽으라면 [히어로 기념비] 를 빼놓을 수 없죠.
아샤 체르니:(눈에 들어오는 기념비를 바라본다.)
히어로 기관이 출범하면서 광장에 히어로를 기념하는 기하학적인 모양의 조각상이 세워졌습니다.
크기만 3m에 달하는 대형 조각상으로, 유명한 작가를 초빙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술세계란 본디 심오한 것이라 아샤에겐 그저 커다란 조각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든 여성 한 명이 아샤에게 다가옵니다.
그녀는 “길거리 마술 영상을 찍고 있는데 혹시 이 중에 카드 한 장만 뽑아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녀가 내미는 카드 덱은 특이하게도 타로 카드처럼 보이고 똑같은 카드 덱이 그녀의 손에도 들려 있네요.
아샤 체르니:(멀뚱...)(어색하게 맨 오른쪽의 카드를 뽑아본다.)
여성은 카드덱 가장 위에 아샤가 뽑은 카드를 올려두고, 자신의 카드덱을 섞어 똑같이 한 장을 뽑아 듭니다.
“이제 맨 윗장의 카드를 열어볼게요. 방금 뽑으신 카드가 이 카드죠? 「매달린 사람」.”
아샤가 뽑은 카드와 여성이 뽑은 카드는 둘 다 「매달린 사람」 카드입니다.
마술이 성공적이었는지 상대는 무척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사라집니다.
아샤 체르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인내, 봉사, 시련 등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광장에서 지루한듯 지루하지 않은 지루한것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요.
갑자기 사람들의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경보 소리로 주변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이 경보 소리는.. 근처에 빌런이 나타났을 때 보내는 것이었죠.
사람들은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가까운 TV 앞으로 달려갑니다.
각종 포털 사이트는 한 가지 뉴스로 시끌벅적하고 TV 화면에는 긴급 속보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별안간 큰소리와 함께 우뚝 서 있던 히어로 기념비가 큰소리를 내며 반파되고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릅니다.
기념비가 무너지며 생겨난 먼지섞인 연기 속에 누군가 서 있습니다.
그 사람은 부서진 기념비에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고 순식간에 자리를 빠져나갑니다.
플래카드에는 색색의 도료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방영하던 모든 프로그램이 일시 정지되고 뉴스 속보가 이어집니다.
근처의 시민이 찍은 듯한 동영상이 커다란 화면에 송출되고 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속보를 읽어줍니다.
"……전에 들어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방금 오후 1시경 광장의 히어로 기념비가 정체불명의 빌런에 의해 반파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조사 결과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범인이 두고 간 플래카드의 내용이 논란에 휩싸이며……"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옵니다.
발신인은 옛 상사이자 현 히어로 기관의 본부장입니다.
“당장 본부, 내 사무실로 와! 한시가 위급한 일이니 서둘러!”
아샤 체르니:(은퇴한 이후 이어졌던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에 불현듯 끼어든 것은 선물의 껍데기를 쓴 무언가. 복잡한 얼굴로 전화를 끊곤 본부로 향한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관은 비상상태입니다.
벌써 몇몇 고위급 히어로와 간부들이 모여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부장: 다행스럽게도 이번 사건에서 부상자는 없었지만, 히어로 기념비를 파괴한 것은 우리 기관과 히어로를 향한 선전포고이자 끔찍한 테러 행위다.
간부1: 사건의 범인은 지금 도주 중이며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죠. 하지만 최근 감비노 패밀리에서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본부장: 하... 범인이 무엇을 노리고 이번 일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딘.. 아니, 아샤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일 수 있으므로 섣부르게 대응하지 말자고. (진중한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며) 혹시 짚이는 거라도 있어?
아샤 체르니:...일주일 째, 수신인 불명의 꽃다발과 편지가 집 앞으로 발송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오후 쯤 선물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메세지가 적혀있었고, 아마 이 사건을 말하는 거겠죠. (검은 꽃다발을 앞에 꺼내놓고는) 과거 오딘이 연루되었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 같습니다.
본부장: ...우선 편지와 꽃은 중요 증거로 쓰일 수 있으니 바로 제출해.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범인의 진의는 아무도 몰라. 벌써 주소가 발각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호텔을 수배할 테니 그쪽에서 머무르게.
절대 단독 행동은 하지 마. 자네의 투철한 정의감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은퇴한 지금 자네는 민간인 신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우선 연락이 갈 때까지 호텔에서 대기해주길 바라네.
답답한 심정이겠지만 본부장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는 히어로 기관 담당의 사건에 참가할 수 없으며 지금은 당신이 타겟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지요.
인사를 나눈 후 본부장 사무실에서 나오면 후임 히어로, 아토믹 스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토믹 스톰:지금부터는 저, 아토믹 스톰이 선배님을 경호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아샤 체르니:...잘부탁해. (네 등을 두어번 토닥인다.)
두 사람이 향한 호텔은, 아샤도 잘 알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아토믹 스톰:방은 트윈룸으로 예약해뒀어요. 범인이 잡힐 때까지는 제가 계속 선배 옆에 붙어있어야 하고요.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아샤 체르니:민간인을 지키는 히어로가 얼마나 번거로운지, 내가 그걸 모르겠어. (괜찮다는 듯 옅게 웃어보이곤) 조금만 수고해줘.
두사람은 호텔 룸서비스로 식사를 마치고 아토믹 스톰은 TV를 켭니다.
오늘은 어느 채널을 틀더라도 광장의 히어로 기념비 파괴 사건의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범인이 아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며 플래카드를 남긴 덕분에 당신의 이름도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고요.
아토믹 스톰:...뭐지? 저 잠시 다녀올게요.
전화를 받으러 나간 아토믹 스톰은 한참 후에야 다시 돌아옵니다.
아샤 체르니:...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거야?
아토믹 스톰:범인의 신상이 밝혀졌대요. 죄송해요. ...자세한 건 알려드릴 수 없어요.
범인의 신상은 현재 기관에서도 기밀로 부치고 있나봅니다.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서는 협박을 제외한 [설득] [말재주] 등의 대인 기능으로 판정
아샤 체르니:누구인지 아는 편이 조심하기도 쉬울 것 같은데. 네가 곤란한 건 알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조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내가 민간인 신분이란 것도 알고, 증언 이상의 단독행동을 할 생각은 없어.
설득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설득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맑은 눈빛.....)
아샤 체르니:
설득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토믹 스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엽니다.
아토믹 스톰:휴, 좋아요. ... 이름은 르네 보니타. 나이는 21세로 현재 특별한 직업은 없다고 해요.
아토믹 스톰:범인의 신상이 밝혀졌더라도 지금 당장 공개할 순 없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기관 측에서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선배가 이 일에 연루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건 해결을 위해서 다들 애쓰고 있으니까 곧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다짐하듯 네 손을 꼭 잡아)
아샤 체르니:...그래. 들어도 아는 바가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너처럼 능력 좋은 히어로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 안해, 스톰. 괜히 미안하네.
아토믹 스톰:걱정마세요, 선배. 선배님의 후임 히어로답게 이 정도는 거뜬합니다!
몸과 정신이 아무리 피로해도 쉽사리 잠들 수 없는 밤이었겠지요.
어슴푸레한 새벽에야 겨우 잠에 빠졌던 당신은 평소보다도 좀 더 이르게 눈을 떴습니다.
트윈룸이라 아토믹 스톰도 같은 객실에서 잠들었을 텐데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그런데 아까부터 당신의 핸드폰이 웅웅 울리고 있네요.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흘러 나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샤씨 핸드폰이죠? 저는 ■■신문의 ■■■기자라고 하는데요. 오늘 아침 속보 보셨습니까? 히어로 기념비를 부순 범인의 신상이 밝혀졌는데……”
어제 분명히 범인의 신상은 기밀로 부쳐졌고 당장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는데.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으로 속보를 확인해보면..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에 다시금 당신의 히어로 닉네임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히어로 기념비 파괴사건 비뚤어진 팬심이 부른 비극]
지난 모월 모일 광장의 히어로 기념비가 파괴되는 사건이 벌어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르네 보니타는 현재 은퇴한 히어로, 아샤 체르니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으며…… n년 전 쇼핑몰 강도 사건에서 그에게 구해진 것을 계기로……
당신이 구했던 사람이 빌런이 되어 당신 앞에 나타났습니다.
오래된 악몽이 으레 그렇듯 흐릿하게 지워졌어도 언제나 희미한 발자국을 남기며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이렇게 눈이 마주치면 잊지 않았지, 하며 말을 걸어오는데.
다급하게 어깨를 흔드는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열린 문을 닫는 것도 잊고 달려 들어온 아토믹 스톰이 당신을 붙잡고 있습니다.
아토믹 스톰:상부에서 이 일이 알려지면 매스컴은 물론 선배에게도 악영향이 갈 거라고 판단해서 범인이 잡힐 때까지 반드시 기밀로 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옛날부터 르네의 뒤를 밟던 기자가 있어서 조간신문에 특종을…… 선배. 선배, 절대 반응하시면 안 돼요. 선배는 지금 민간인이에요. 범인이 선배를 노리고 있을 수도 있고, 지금 다들 선배 어딨냐고 난리예요. 집 앞에도 기자들 쫙 깔렸다고요.
언제까지고 당신은 그 날일을 외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샤 체르니:(맞는 말이다. 자신은 사건에 나설 어떠한 권리도, 권한도 없는 민간인이고, 범인의 목적은 아샤 체르니가 분명하며,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어 허투로 행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사람이 붐비는 광장에서도 나 하나 보라고 석상을 터뜨렸어. 다음에는 뭘 터뜨릴 줄 알고 그래. (생명에는 경중이 없고, 그 어떤 생명도 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자신이 구한 사람이 빌런이 되어 제 앞에 나타났다면, 오딘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만 했다.) ...르네 보니타의 행방은?
전성기 시절 능력의 3분의 1밖에 못 쓰게 되었더라도,
아토믹 스톰:...선배 뜻, 잘 알겠어요. 어차피 제가 말려도 안 들으실 거고. 기관에는 제가 잘 둘러대 볼 테니까, 이왕 하시는거 절대 들키시면 안 돼요!
그리고 조심하세요. 위험한 일에는 끼지 마시고요. 그리고.. 제가 아는건 범인의 프로필이에요.
얇은 파일 안에 사진 몇 장과 프로필이 들어있습니다.
파일 겉에는 ‘TOP SECRET’ 도장이 찍혀 있네요.
사진은 어렸을 때부터 최근에 찍힌 것까지 다양합니다.
최근 사진은 정말 낯설게 느껴지지만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낯이 익습니다.
아샤 체르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공포심에 잡혀 울고 있던 어린 소녀가 떠올랐습니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당신이 붙잡았던 작은 손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그리고…… 막연하게 무언가 더 기억이 날 것도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프로필에는 이름과 나이, 학교는 어디를 나왔고 직업은 무엇인지 등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주소지도 쓰여 있지만, 그쪽은 벌써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니 들러볼 수는 없네요.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데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의사의 소견서입니다.
n년 전 쇼핑몰 강도 사건 이후 PTSD로 인한 상담 치료를 받은 내역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저명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전문의... 저번 세미나에서 마주했었죠.
그렇게다면 이제부터 아샤가 향할 곳은 어디인가요?
아샤 체르니:(세미나에서 받은 명함을 꺼내 훑어보고, 메리 브라우드 교수에게로 간다.)
근방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병원으로 인근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료실 앞은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로 북적북적하고, 접수처에 서 있는 간호사는 바삐 손을 움직이다 조금 피곤한 얼굴로 응대합니다.
간호사: 예약하셨나요? 오늘은 대기 환자가 많아서 예약이 없으면 오래 기다리셔야 해요.
아샤 체르니:...급하게 메리 브라우드 교수님을 뵙고 싶은데요. 전에 강연하셨던 히어로 기관의 아샤 체르니라고 전해주세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선 교수님께 여쭤보겠다며 진료실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교수님께서 잠깐이라도 괜찮다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시니, 진료실로 들어오시라며 안내합니다.
메리 브라우드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명망 있는 사람으로 빌런의 범죄행각으로 인한 집단 PTSD에 관한 논문을 써서 유명해졌습니다.
아샤 체르니:...낮의 속보를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히어로 기념비 폭파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의 상담을 맡으셨다고요. (네가 건네었던 명함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르네 보니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브라우드 교수: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종일 그 이야기로 소란스러우니까요. 마침 기관에서도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르네 씨의 상담 기록을 요청했었죠.
(이어 르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입술을 꼭 깨물면서 시선을 피한채)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담당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저의 의견은 소견서에 모두 쓰여 있습니다.
아샤 체르니:...소견서는 저도 봤습니다. (끝까지 시선을 맞추려는 듯 얼굴을 바라보며) 뉴스를 보셨다면 알고 계시겠네요. 르네 보니타의 타겟이 된 것이 저라는 것도요. ...알고 있는 걸 말해주세요, 교수님.
설득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브라우드 교수: ...저는 여전히 아샤씨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 일과 깊게 연관되어 있으시죠. 좋습니다. 제가 아는 것을 말씀드릴게요.
사건 이후 르네는 약 2년간 저에게 PTSD 치료를 받았어요. 그때 르네의 상태는 정말로 좋지 못했죠. 아샤씨가 자신을 구해선 안 되었다고, 자꾸 밉고 원망하게 된다며 힘들어했거든요.
…… 그래서 치료의 일환으로 당신께 보낼 편지를 써보자고 했어요. 르네는 보름이 넘도록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고요. 솔직하게 쓰면 된다고 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순식간에 편지를 썼답니다. ‘당신에게 무척 감사하고 있으며 또 당신은 세상 최고의 히어로다’ 라는 내용이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감사 편지라기보다는 아주 열렬한 팬레터에 가까웠어요. 우리는 그 편지를 당신에게 보냈고 그 후로 르네의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좋아졌습니다. 그때는 오랜 인지 치료와 상담이 빛을 발했다고 여겼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글쎄요. 그게 정말로 잘된 일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이게 르네를 치료하는 과정의 전부였어요.
아샤 체르니:......그런가요. (드문드문 오던 편지의 내용을 생각해보다) 그럼 그 아이가 어쩌다 빌런이 됐는지는, 교수님도 모르시겠네요. 이번 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요...
브라우드 교수: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는 저희조차 멋대로 짐작하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다만.. 이렇게까지 하는데에는, 당신에게 하고싶었던 말이 있었던거 아닐까...싶네요.
긴 이야기가 끝나면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밉니다.
브라우드 교수는 꼭 긴 이야기와 거기에 달라붙는 감정들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가볍게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브라우드 교수: 제가 이 이야기를 해드렸다는 건 꼭 비밀로 부탁드려요.
아샤 체르니:...그럼요.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직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건... 르네에 대한 정보를 터트린 조간신문사나, 몇일전부터 르네를 찾고있다는 돈 감비노의 패밀리가 머무는 할렘가가 남아 있겠죠.
삼류 타블로이드지였던 어제와 달리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서 터트린 특종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문사입니다.
오래된 신문사인 만큼 도심 외곽의 낡고 허름한 건물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르네의 기사를 쓴 사람은 루비 라이트라고 했었죠.
억척스럽고 집요한 성격으로 이전에도 몇 번인가 히어로들의 사생활을 폭로한다며 날조 기사를 써댄 전적이 있습니다.
신문사에 들어가 아무나 붙잡고 루비 라이트가 자리에 있는지 물어볼까요?
직원1: 그..글쎄요? 방금까지는 자리에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여서... 잠깐 나간 것 같아요..!
잠깐 자리를 비운 게 아니라 아샤가 오는 것을 눈치채고 도망친 게 분명합니다.
루비 라이트가 그토록 여러 사람을 애먹였음에도 지금까지 무사한 것도 전부 눈치 덕분이었으니까요.
곧바로 신문사 밖으로 나가면 건물 뒤편 골목으로 도망치는 그의 뒷모습을 발견합니다.
아샤 체르니:
민첩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가뿐하게 그의 뒷목덜미를 잡아 챕니다.
루비 라이트는 뻔뻔하게 소리를 내지르며 발버둥 칩니다.
루비 라이트: 이, 이거 놔! 이거 놓지 못해!? 난 잘못 없어. 당신 뭐야! 경찰 불러!
최대한 빨리 그의 입을 막지 않으면 불필요한 이목을 끌게 될지도 몰라요.
아샤 체르니:(입을 텁 막는다...) 당신이 르네 보니타를 오랫동안 조사했다고 들었어요.
아샤 체르니:아, 목청이 좋으시길래 깜짝 놀라서 그만... (손에 힘을 풀어주며...) ...나를 알고 있죠?
루비 라이트: (짧게 혀를 차고서) 쯧, 그쪽이 오딘이고 아샤 체르니인걸 내가 모를것 같나?
아샤 체르니:역시 잘 아시네. 그래서 말인데, 이제 민간인일 뿐인 저를 노린다니까 무서워서요. (하나도 안 무서운듯한 목소리와 얼굴로 너를 바라보며) 협조해주실 생각은 없을까요?
루비 라이트: 참나... 설마 거저 얻어갈려고 하는건 아니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고선) 이게 있어야 나도 좀 도와줄 마음이 생기고...어?
아샤 체르니:(현실적인 사람이네...) 아무렴요. 이 바닥에서 정보가 가장 값지다는 것쯤은 저도 알아요. 르네 보니타에 대해 알려주시면, 당연히 그에 맞는 값을 지불할 거예요.
아샤 체르니:
행운
| 기준치: |
59/29/11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실패 |
(후불후불)
루비 라이트는 미심쩍은 눈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루비 라이트: 진짜... 지불할 수 있는거 맞아?
아샤 체르니:전직 히어로를 뭘로 보시고. (뻔뻔)
루비 라이트: ...그러니까, n년 전에 있었던 쇼핑몰 강도 사건, 당신이 더 잘 알 거야. 그 당시에는 최대, 최악의 사건이라고 매스컴에서 난리였잖아.
히어로는 물론 생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기사로 팔려나갔지.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거라도 팔아서 입에 풀칠하고 산다고? 나도 그때 제법 많은 기사를 건졌는데, 로티의 기사가 잘 팔렸지. 당신이 직접 구한 그 애 말이야.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갔던가 이름도 바꾸고.... 그러다 어느 순간 보니 당신의 엄청난 팬이 되어 있더군.
당신의 기사는 전부 스크랩하고 포스터니 피규어니 하는 것들을 죄 사 모았어. 당신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야. (즐거운지 히죽하고 웃다가) 뭐, 그런 것 치고는 팬레터 한 번 안 보내고 뒤에서 조용히 쫓아다니기만 했지만. 그러다가 1년 전인가? 갑자기 실종 신고가 들어갔어. 집도 뭣도 다 그대로 있는데 사람만 쏙 사라졌다고. …… 이번 일도 그런 거 아니겠어? 원래 광적인 팬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완전 시한폭탄이라니까. 그래서 무서운 거라고.
아샤 체르니:...실종됐다고요? 그럼 실종된 이후 처음 나타난게 이번 사건이라는 건가요?
루비 라이트: 그렇지. 한동안 찾아다녀도 머리카락 한올도 안보이더니? 이젠 보란듯이 활기치고 다니잖아, 그 녀석.
제멋대로 지껄이던 루비 라이트는 저를 놔주자 옷을 툭툭 털면서 일어납니다.
뒤를 쫓아서 잡으러 갈 수는 있겠으나 이제 더 이상의 유의미한 정보는 얻지 못할 것 같네요.
돈 감비노와 그의 패밀리가 지배하고 있는 할렘가입니다.
빌런은 물론 초능력이 없는 범죄자들도 숨어드는 곳이지만
함부로 할렘가를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돈 감비노의 영향력 때문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이 멋모르고 들어갔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도 부지기수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다가는 시비 걸리기 딱 좋겠네요.
아샤 체르니:
은밀행동
| 기준치: |
40/20/8 |
| 굴림: |
61 |
| 판정결과: |
실패 |
아샤를 알아본 양아치같이 생긴 남성 두 명이 똑바로 다가와 시비를 겁니다.
아샤 체르니:...지나가던 행인...(이란 말은 안 통하겠지?...)
양아치1: 딱봐도 너, 오딘아니냐? 우릴 뭘로 보고!
양아치2: 우리랑 진득하게 이야기 좀 나눠줘야겠는데. (건들건들..)
아샤 체르니:아, 오딘 아닌데요. (은퇴했으니까) 바빠서 그런데 좀 비켜주실래요?
양아치1: 아앙? 비켜???? (다짜고짜 주먹 날려요.)
아샤 체르니:
민첩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삐그덕...)
건들먹거리는 양아치의 주먹이 아샤의 어깨를 칩니다.
방법은 본때를 보여주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 같습니다.
아샤 체르니:
민첩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샤 체르니:
민첩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양아치들은 아샤를 따라잡지 못한채 멀어져갑니다.
그 뒤 할렘가의 좀 더 깊은 곳으로 진입하면...
평소에도 음습하게 가라앉아 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해요.
아샤 체르니:
듣기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담배를 피우며 전화를 받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꼬질꼬질한 겉옷을 입고 발아래에는 꽁초가 수북한 것으로 보아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남자: 네. 흥신소입니다. ……왜 또 전화해서 독촉질이야? 아니, 돈을 얼마를 주든 감비노 놈들도 못 잡은 걸 고작 흥신소나 하는
우리가 어떻게 잡아? 그놈이라며? 요즘 감비노 패밀리 똘마니들 족족 다 죽이고 다닌다는 미친놈이. 게다가 히어로 기념비도 부쉈지, 신상도 다 털렸는데 목격 증언 한 마디 없어. 그런데 그런 놈을 어떻게 찾아?
그 전직 히어로라는 놈도 그래. 기관에서 벌써 빼돌렸겠지 지금까지 바깥을 나돌아다니겠어? 그쪽 정보 뚫는 건 뭐 누르면 띡하고 나오는 줄 알아? 하여튼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지, 더러운 놈들. 뭐 어때. 오늘은 아침부터 쥐죽은 마냥 조용하다고. 누가 알아. 그 미친놈한테 진짜로 다 죽었을지……
뒷말은 소곤대는 작은 목소리라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전화를 끊은 남자는 반쯤 타버린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다시 한 개비를 꺼내듭니다.
아직 떠날 기미가 없어 보이니 이틈에 그에게 접촉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샤 체르니:(담배를 피우는 남자 곁으로 다가가) 실례합니다. (멀쩡하게 인사한다...)
남자: 뭐야?! (팽하고 고개를 돌리다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서..설마 오...오딘? (당황스러운듯 뒷걸음질 쳐)
아샤 체르니:(나 언제 이렇게 얼굴이 팔려버린거지?...) 괜히 도망가지 마세요, 그쪽 잡으러 온것도 아니니까.
남자: 그..그래, 넌 히어로였으니까, 나같은 민간인을 다치게 만들진.... 않겠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다 담배를 뻑뻑 물어대고는) ....무슨 볼일인데?
아샤 체르니:아까 통화를 조금 들었는데... 재미있는 정보를 꽤 많이 알고 계시던 걸요. 그쪽이 찾는 사람이 저랑 같은 것 같던데.
남자: 쳇... 귀는 좋아서. 정확히 말하면 내가 찾는게 아니야. 나에게 돈을 준 놈들이 찾고 있는거지. 내가 아는 건, 감비노 조직원들이 요 며칠 사이
어떤 미친놈한테 당해서 떼죽음을 당했고, 돈 감비노가 꼭지가 돌아 그놈을 잡으려고 현상금까지 걸었다는 거야. 그러더니 이번엔 너까지 잡아오라고 하더군. 인질로 써먹어서 그놈을 유인하려나본데.
아샤 체르니:그렇구나. 그 아이가 감비노 조직원들을 노리는 이유는... 역시 복수일까요? (잠시 생각하다) 그런데 저 안 잡아요?
남자: 이런 상황에서 감비노 놈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무슨 불똥이 튀려고. 그 놈도 어지간한 또라이가 아닌 것 같던데. ....게다가 아침부터 감비노 쪽이 조용해. 만약에 가볼 생각이면 조심하는 게 좋을걸.
아샤 체르니:눈치가 빠르시네. 그래도 아직 정보가 부족해서요... 잡을 생각도 없으시다니 먼저 가볼게요.
아샤 체르니:여기까지 들어왔는데, 감비노 쪽에 가봐야죠.
남자는 접선지의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네줍니다.
남자: 그렇다면 저걸 보고 찾아가봐. 나는 무서워서 손털련다.
주소지는 어느 회원제 고급 클럽으로, 아샤도 이 클럽이 감비노 패밀리 쪽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문이 열려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문이라도 두드려 봐야죠.
클럽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갑니다.
그런데 중간부터 계단에 누군가 쓰러져 있습니다.
황급하게 내려가 보면 덩치가 큰 남성이 계단에 엎어진 채 쓰러져 있고
그에게서 흘러내려온 피가 계단에 스며들어 끈적하게 말라 붙어가고 있습니다.
그를 기점으로, 입구 쪽에도 또 한 명, 그를 스쳐지나가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고 클럽 안으로 들어가면 온곳에 사람들이 죽어 있습니다.
흘러넘친 피와 부서진 의자와 테이블, 바닥의 피웅덩이에 처박힌 칼이나 각목 같은 무기들……
아샤 체르니: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직 피가 완전히 굳지 않았고, 시체의 상태를 봐서도 이 참극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죽은 사람은 모두 감비노 패밀리의 일원들입니다.
아샤 체르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구석진 스태프 룸에 CCTV가 연결된 컴퓨터가 있네요.
CCTV의 작은 화면에서도 르네의 모습은 선명합니다.
그녀는 클럽 안에 모인 조직원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리한 뒤,
마치 CCTV를 확인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요.
피가 묻은 손으로 카메라를 붙잡고 환히 웃는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고는,
입술을 맞대 립스틱 자국을 남긴 뒤 카메라를 쥐어 터트리듯 부숴버립니다.
.....클럽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게 전부 같네요.
아샤 체르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현장을 신고할수도.. 혹은 아토믹 스톰에게 전해줄 수 있겠죠. 다만 분명한건 아샤가 자유롭게 활동한다는 것을 기관이 알아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또... 하루가 지났으니 혹시 몰라요? 그녀가 교회에 들렀을지.
아샤 체르니:(스톰에게 감비노 패밀리에 관해 연락을 넣어두고, 교회로 향한다.)
저번에 보았던 그 묘비 앞에 흰 튤립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꽃다발의 상태가 꽃집에서 바로 산 것을 오늘 아침에 막 가져다 놓은 것처럼 싱싱합니다.
오늘도 누군가, 어쩌면 르네가 다녀갔던 걸까요?
묘지 쪽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으나 예배당 안에는 신부 한 사람이 남아 예배당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샤 체르니:(묘비 앞에서 어제와 같이 잠시 목례의 시간을 가진 뒤, 신부에게 다가간다.)
인자한 신부님은 당신을 마주하자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아샤 체르니:혹시 어제 오늘, 저 묘비 앞에 흰 튤립을 두고 간 사람을 보셨나요?
신부: 그럼요. 요즘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라 자주 뵙는 분이세요. 항상 흰 튤립 꽃다발을 가져오셔서 그 묘비 앞에 놓아두고 오랫동안 서 있다 가시죠. 일주일쯤 됐을 겁니다.
그리고는 아샤를 붙잡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성경 뒤에 꽂아둔 편지를 꺼내 건네줍니다.
신부: 오늘 아침에 인사를 드렸더니 이 편지를 주시면서 혹시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 전해주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만, 너무 슬픈 표정으로 부탁하시기에 받아두었습니다.
신부가 건네준 편지는 아샤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양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받아온 그 팬레터와 똑같이 생겼어요.
편지를 열자 바닥으로 검은 튤립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꽃잎이 붙은 카드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봉투 안에는 잘 닦아두었는지 반짝반짝 새것처럼 빛나는 열쇠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열쇠 겉에는 ‘보물창고’라고 쓰인 네임택과 아샤의 히어로 시절 굿즈 열쇠고리가 걸려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아토믹 스톰이 보낸 텍스트 메시지가 한 개 도착해 있네요.
[실종 전에 르네가 어디에 살았는지 찾았어요 아직 본부에는 보고하지 않았으니까 가보시려면 지금 갔다 오셔야 해요.]
도시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빌라로 몇 호실인지도 함께 쓰여 있습니다.
이곳이 본부나 매스컴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의 말대로 그쪽을 확인해보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해요.
르네가 실종되기 전에 지냈다는 빌라는 인적이 드문 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변은 비슷비슷한 빌라들이 줄지어 서 있고 지나는 사람이 없어 조용합니다.
빌라의 좁은 계단을 올라 그녀가 살았던 집으로 향합니다.
문패는 없고 문 옆에 달린 우편함에는 읽지 않은 편지가 한가득 들어있어 오랫동안 집을 비운 티가 납니다.
대부분 다양한 곳에서 온 고지서나 홍보 전단 등이지만 딱 하나,
흰 봉투에 받는 이의 이름만 쓰인 수상한 편지를 찾아냅니다.
발신인은 없고 수신인에 르네의 이름만 쓰여 있는 흰 봉투입니다.
한 번 열어봤던 것인지 봉투 위쪽이 뜯어져 있는데 편지를 확인하고 다시 편지함에 욱여넣은 것 같습니다.
봉투 안에 든 것은 편지라기보다는 건강 검진 결과지와 비슷합니다.
다만 첨부된 표에는 익숙한 글자 대신 알 수 없는 글자로 쓰인 항목들이 늘어서 있고 맨 아래에 짤막하게 두어 마디가 쓰여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르네님의 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입소 예정일은 X월 X일입니다.]
편지함이 이만큼 쌓이도록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나 의외로 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스르륵 열린 문 너머로 드러난 현관, 그리고 집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작은 부엌과 연결된 거실, 반쯤 열린 침실과 굳게 닫힌 방, 화장실 정도로 이루어진 구조인 것 같네요.
스위치를 올려 전등을 켜봐도 이미 전기가 끊긴 뒤인지 반응이 없습니다.
아샤 체르니: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샤 체르니:(편지에 들어있던 열쇠를 맞춰본다.)
열쇠는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가볍게 돌아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 방은 창이 없어 다른 곳보다 어둡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디보다 환하게 밝습니다.
어느 한 곳 어둡지 않도록 곳곳에 촛불을 켜둔 탓이네요.
문이 열린 동시에 어디선가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책상 위에 오디오가 놓여 있어 그곳에서 언젠가 짧게 지나치듯 흘러갔던, 히어로였던 당신의 인터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벽에 빼곡하게 붙어 있는 당신의 사진들.
대형 브로마이드나 잡지에서 찍은 화보, 히어로 팬들이 카메라를 들고 와서 찍은 사진들도 가득 붙어 있습니다.
책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유리장 안에 당신의의 피규어나 아크릴 스탠드, 키링 등 굿즈가 전시되어 있고, 왼쪽에는 스크랩북이 꽂힌 책장이 있습니다.
스크랩북을 펼쳐보면... 당신조차 몰랐던 당신의 기사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수집되어 있습니다.
당신도 차마 몰랐던 히어로로서의 당신이 전부 이곳에 있습니다.
이곳은…… 아샤가 히어로였던 그 시절의 케케묵은 유령이 곳곳에 새겨진 한 평의 박물관과 같습니다.
아샤 체르니: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반으로 찢어진 당신의 은퇴 기사와 구겨진 편지들이 흩어져 있고,
편지지에는 수신인의 자리에 하나같이 당신의 히어로 닉네임이 쓰여 있습니다.
당신의 팬으로서 간청하나니 은퇴를 번복해달라는 간절한 부탁……
마치 제사장이 신께 올리는 기도 같은 문장들의 나열이 어지럽습니다.
그 사이에서 아샤는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찬가지로 구겨진 편지지만, 다른 편지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심하게 구겨지고 심지어 찢어져 있으며 종이 자체가 낡은 느낌이 듭니다.
편지를 펼쳐보면 지금까지 본 어른스러운 글씨체가 아니라 혼란스럽고 삐뚤빼뚤합니다.
중간중간 펜으로 검은 칠을 해둔 곳이 많아 상당 부분이 끊어져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에 쇼핑몰에서 당신이 구해주었던 ■■■■■■■■■■■■■■■■
장례식장에 온 당신을 봤어요. 나는 그때 당신에게 왜 날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은 구하지 못하고 왜 나만 구했는지 물었죠.
기억하세요? 그때 당신은 괴로운 표정으로 내게 ■■■■■■■■■■■■■■■
의사 선생님은 당신을 미워하는 내 감정이 큰 사고를 겪은 후유증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
당신이 원망스러워요... 미워서 견딜 수
뒷부분은 찢어져 읽을 수 없습니다
편지를 읽은 순간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샤는 장례식에서 자신이 구할 수 있었던 단 한 명의 사람에게 “어째서 나를 구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말은 히어로로서 첫발을 내딛던 당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만인에게 인정받는 슈퍼히어로가 되었음에도 그 말은 머릿속에 파묻힌 돌멩이가 되어 종종 방심한 당신을 넘어뜨리곤 했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깊게 파묻혀 희미해졌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사라질 수 없는 기억입니다.
또다시 아샤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한 통 도착합니다.
아토믹 스톰이 평소 장난스러운 성격이긴 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눈치 없이 행동할 성격은 아닌데 말입니다.
어쨌든.. 해가 져서 밖도 깜깜하니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샤 체르니:(방을 한참동안 쳐다보다 발걸음을 뗀다.)
뉴스가 한창이라 듣기 좋은 톤의 단정한 앵커 목소리네요.
그러나 정작 아토믹 스톰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토믹 스톰을 부르며 방으로 한 걸음 들어갑니다.
문을 환하게 열어두어 바람이 들어오는 발코니 앞에 의자를 끌어와 놓고 앉아 있네요.
살랑살랑 커튼이 움직여 귀찮을 법도 한데...
사인은 교살인 듯 목 주변에 상흔이 남아 있습니다.
친한 후배의 시신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샤, 이성판정
아샤 체르니: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그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틀어놓은 TV의 뉴스에서는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 나옵니다.
“소, 속보입니다. 지금 방송국으로 히어로 기념비를 파괴하고 도망친 유력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낸 비디오 테이프가 도착해 있습니다. "
" 지금부터 이 테이프를 방송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곧 화면이 바뀌고 르네가 보냈다는 테이프가 전국에 송출됩니다.
그녀는 가면을 썼다거나 변장도 하지 않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조금의 두려움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어쩌면 조금은 즐겁고 또 조금은 지루한 듯이……
르네 보니타:내가 보낸 선물은 마음에 들었어요?
아무래도 하나론 부족한 것 같아서 이번엔 다른 걸로 준비했어요. 히어로였을 때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도 일깨워 줄 겸, 당신이 여전히 내가 사랑하던 히어로가 맞는지도 궁금해서.
아. 바닥에 보면 초대장이 있을 거예요. 내 초대 거절하지 말아줘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의 오딘.
싱긋 웃는 미소를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납니다.
뉴스에 르네의 비디오 테이프가 방송될 때부터 아샤의 핸드폰은 불이 붙은 듯 시끄럽게 울어댔고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본부나 방송국, 신문사, 당신을 아는 모든 사람이 보내는 텍스트 메시지와 전화 그리고 메일들이 쏟아집니다.
그녀의 말대로 아토믹 스톰의 발치에 무언가 놓여 있습니다.
검은 튤립 한 송이와 함께 놓여 있는 긴 봉투 한 장.
안에는 이제 곧 떠나는 심야 기차표와 간략한 지도가 그려진 메모가 들어 있습니다.
표에 쓰인 도착지는 이름도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작은 간이역입니다.
주소 아래에 르네가 휘갈겨 쓴 것이 분명한 한 마디가 있습니다.
이 호텔로 본부에서 보낸 히어로가 들이닥치는 것은 시간문제.
르네의 초대를 수락해 심야 기차에 몸을 실을 것인지 아니면 본부에 복귀하여 그들의 보호를 받을 것인지.
아샤 체르니:(시끄러운 휴대폰의 알림소리와 TV에서 흘러나오는 방송만이 깜깜한 방의 적막을 채웠다. 인기척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열린 창밖으로 스며드는 달빛에 창백하게 식어있는 후임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차가운 뺨을 쓸어본다.) ......미안하다. 아마 너의 죽음에 이유는 없을 거야. (하지만 어디까지 돌아보건, 만약 원흉을 찾거든 그것은 ..... 때문일 것이다. 허무한 죽음이다.)
...후배가 최전선에서 싸웠는데, 선배가 뒤에서 지켜지는 건 너무 꼴사나우니까... ...최선을 다할게. (손에 기차표를 쥔 채 쓰게 웃었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잠들어 기차가 달리는 덜컹덜컹 소리만 연달아 들려옵니다.
이 순간만은 아샤도 눈을 붙이고 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죠.
오랫동안 알아온 후배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세상은 눈에 불을 켜고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 호텔에서 나가지 않았더라면, 좀 더 일찍 돌아왔더라면 뭔가 달랐을까요.
자정이 조금 지났을 무렵 아샤는 자신 외에 아무도 내리지 않는 외딴 간이역에 내립니다.
역에서 조금만 나와도 가로등이 띄엄띄엄 서 있어 먼 곳은 분간하기도 어렵습니다.
간단한 지도가 그려진 편지를 들고 20분가량 걷다 보면...
어느새 길을 따라 세워둔 가로등도 끊기고 달빛에 의지하여 걸음을 옮깁니다.
길도 벗어나 황량하기만 한 땅 위에 커다란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높은 울타리 너머로 석조 건물 몇 채의 끄트머리가 보여요.
울타리는 높고 단단하지만 들어가는 입구에는 반쯤 접혀 휘어진 철문이 훤히 벌어져 있어 누구든지 쉽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양옆으로 낮은 건물이 두 채 있고 가장 안쪽 중앙에 높고 커다란 건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건물 두 채는 입구든 벽이든 성한 곳이 없어 건물이라기보다는 잔해에 가깝고, 중앙의 건물만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니, 출입구 위에 어두운 곳에서도 부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무지개색 종이를 세모 모양으로 자르고, 각각 종이에 한 글자씩 ‘WELCOME’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전기가 끊겨 불이 꺼진 건물 안은 벽이 거의 다 허물어져 공간의 구분조차 느껴지지 않네요.
잔해가 곳곳에 깔린 바닥에 망가진 가구와 물건들이 굴러다니는게, 마치 거대한 폐허를 보는 듯합니다.
겨우 모양만 알아볼 수 있는 복도에 화살표가 삐뚤삐뚤한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손으로 붙인 게 확실한 야광 화살표 스티커는 이리로 오라고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건물 안은 형태를 유지하고 서 있는 게 더 신기할 정도로 부서진 잔해로 엉망진창이라 화살표를 따라가는 것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아샤 체르니:(화살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화살표를 따라가다보면 잔해 곳곳에 묻은 기분 나쁜 얼룩이 보입니다.
넓게 펼쳐진 얼룩부터 질질 끌고 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곳, 벽이나 천장에까지 점점이 흩뿌려진 것도 눈에 띕니다.
이것들은... 시간이 오래 지나 썩은 혈흔이네요.
하지만 개중에는 굳지 않고 미끌미끌한 질감의 얼룩들도 보입니다.
발로 밟으면 소름 끼치는 감각에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것 같습니다.
도저히 혈흔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고 비슷한 질감과 느낌의 얼룩을 떠올릴 수도 없어 이게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복도를 따라 쭉 이어지던 화살표는 복도 끝에 덕지덕지 붙어 한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직 전력이 완벽하게 끊긴 것은 아닌지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가리키는 계기판과 안쪽의 전등에서 깜빡깜빡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누군가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있습니다.
먼 곳에서 봤을 때는 쓰러진 부상자인가 싶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부패 상태가 굉장히 심한 시신입니다.
아샤 체르니:
SAN Roll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신의 무릎 위에는 두꺼운 서류철이 놓여 있습니다.
겉에는 [Black Tulip Project]라고 쓰여 있습니다.
막상 펼쳐보면 불에 그을리고 곳곳이 뜯어져 있어 읽을 수 있는 페이지는 몇 장 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한 장을 펼쳐 읽어봅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층수가 새겨진 버튼 위에도 야광 화살표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고 화살표 끝은 하나같이 ‘B4’층을 가리킵니다.
B4층의 버튼을 누르면 덜컹거리며 문이 닫히고 위태롭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러다 떨어지는 게 아닐까 불안할 정도로 흔들리는 엘리베이터는 심지어 지독할 정도로 느리기까지 합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정적 끝에 엘리베이터가 지하 4층에 도착합니다.
깔끔하다 못해 무너진 천장과 벽, 가구들의 잔해가 전부 한쪽에 치워져 있습니다.
그렇게 비워진 공간 중앙에 커다란 유리온실이 있습니다.
유리온실은 푸른 빛을 내는 형광등을 가득 매달아 밝게 빛납니다.
온실로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검은 튤립이 가득 핀 꽃밭이 있습니다.
튤립을 들여다보는 당신의 등 뒤로, 유리창에 누군가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칩니다.
르네 보니타:옛날에는 검은 튤립을 밤의 여왕이라고 부르면서 아주 귀하게 쳤대요. 검은 튤립을 피워내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부와 명예가 주어졌죠. 한 송이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나…… 그래 봤자 꽃 한 송이일 뿐인데.
목소리에 휙 뒤를 돌아보면 르네가 두어 걸음 뒤에 서 있습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합니다.
아샤 체르니:...르네 보니타. (있었던 것은 좀 더 앳된 너와의 몇 번의 마주침과, 화면 너머의 영상 몇 개 뿐이었지만 어느덧 익숙해진 어감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한참 찾았어.
르네 보니타:영광이에요. (제 이름을 불러주는 네 목소리의 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슬쩍 올라간 미소는 더욱 진해졌고.) ...르네 보니타. 분명 이전에 만났을땐 로티였었죠.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바꿔보았는데, 잘 어울려요?
아샤 체르니:새로운 출발이 이거야? (자신을 영웅화하는 듯한 저 영광이라는 한 마디도, 지금까지 보였던 '히어로인 자신'에 대한 집요한 관심도 너의 행동과는 좀처럼 맞물리지 않았다.) 히어로였던 나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거?
르네 보니타:...이상하네. 오딘은 지금의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구나? (짐짓 속상한 목소리였으나 여전히 그 얼굴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너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당신이 먼저 사라졌잖아요. 내 눈 앞에서. 그래서 내가 어둠이 되어 다시 당신을 불러냈어요.
아샤 체르니:너는, ...나를 빛으로 생각하기는 했어? (미소를 머금은 네 얼굴과는 달리, 좀처럼 굳은 얼굴을 풀지 못한 채 너를 바라본다. ...그때 네 말이 맞아.) 나의 무능함은 너밖에 구하지 못했잖아. (입을 달싹이다, 허무한 죽음이 생각나 허탈하게 웃었다.) 그날의 일로 나를 원망하는 거라면, 복수 정도는 나한테 직접 하지 그랬어.
르네 보니타:(진한 미소로 휘어진 눈꼬리가 조금 더 가늘어졌나. 고개를 슬 기울이며 이해가 안간다는듯 네게 되물어) 원망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어떻게 감히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미워할 수 있겠어요? (이윽고 가슴 위에 손을 얹고서 살짝 눈을 내리 감았나. 그 얼굴은 마치 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해하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진심이에요.
이 모든 게 당신을 위한, 당신이라는 ‘히어로’를 위해 준비한 내 사랑의 선물이라는걸 알아줘요, 오딘. 응?
아샤 체르니:(잠자코 들려오는 말은 더없이 잔잔한데, 그 고해를 듣는 제 마음은 왜 이렇게 울렁이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죄다 새어나가 허탈한 웃음마저 사그라든다.) 네가 왜 아직까지 오딘을 찾는지 모르겠어. ...네 앞에 있는 건 아샤 체르니 뿐인데.
르네. 네가 사랑하건 원망하건, 그 마음이 진심이건 아니건...
오딘은 더 이상 없다는 말이야.
(제게 사형선고라도 내려진듯 언제까지고 웃음을 잃지 않던 얼굴이 차차 서늘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분노, 증오, 애증...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낯이 너를 마주했나.) ...나는 당신이라는 히어로를 사랑해요. 내가 사는 이유는 오직 그거 하나였어요. 당신이 내게 삶을 주었으니까 내 삶은 오로지 당신을 사랑하는 데에 쓰여야 하는데, 그런 당신이 히어로가 아니라면 나는 어떡해?
(귓가에 울렸던 너의 한마디, 한마디를 부정하듯 머리가 헝크러질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안돼. ...안돼. 그것만은 절대 안돼.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나의 히어로를 돌려받아야해요.
아샤 체르니:... (종잡을 수 없는 것은 너의 행동, 마음,
오딘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 그저 르네 보니타라는 존재이다. 엉망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에 침착하게 숨을 삼킨다.) 나를 사랑하라고 너를 구한게 아니야. 이렇게 될 줄 알았어도, 네가 앞으로 몇십, 몇백의 사람을 더 죽인대도 나는 너를 구했을 거야.
(네 어깨를 잡고, 충동이 어린 연한 눈동자를 마주한다.) ...지금처럼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네가 있었잖아. 그것 뿐이었어.
네가 여전히 위험에 빠져있다면, 내가 더이상 히어로가 아니어도... 나는 너를 구하겠지.
르네,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서류를 하나 봤어. ...너도 그 프로젝트에 연루되어 있어?
르네 보니타:아니라한들 그건 결국 내 평생이 되었어요. 틀렸다고 해도, 그게 내 삶의 목적이었고 유일한 이유였다고요. 그러니까... (툭. 제 어깨에 올려진 따스함에 문득 고개를 들어 갈피를 잡지 못한 눈길로 너를 마주했고, 비틀린 미소를 지어보였나.) 그런 소리 말아요. 실은 내게 복수하고 싶죠? 난 이 손으로 아토믹 스톰을 죽였어요. 지금 당신이 막지 않으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죽일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나를 구한다고요? ....그건 히어로의 자격이 없는 거잖아.
(비틀린 입꼬리가 흔들리고 주먹을 쥔 손이 가볍게 떨려왔을까. 작게 숨을 뱉어내고서) .... 튤립은 참 특이한 꽃이에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튤립이 건강한 튤립보다 더 가치가 높거든요. 바이러스에 걸린 튤립은 다른 모양, 색, 무늬 같은 걸 가질 수 있어요. 여기 소장님은 초능력자를 바이러스에 걸린 튤립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에게 고의로 바이러스를 주입해서 희귀한 초능력자를 만들려고 한 거예요. 소장님은 검은 튤립을 찾는다고 했죠. 밤의 여왕…… 그게 바로 나였어요.
아샤 체르니:왜 아니겠어? 너를 원망해. 네 손으로 죽인 그 아이는... 많은 사람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는데. (그의 밝은 웃음이 생각날 때마다 때때로 마음 한켠이 허전해져, 차마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있어. 내가 해야 하는 것과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선이 맞는지, 그런 의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주었잖아. (누구보다 불완전한 것이 인간이고, 알고 보면 오히려 모르겠는 것들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완벽한 선을 실현할 수 있겠어. 어깨에 올려놓은 손은 더 이상의 힘을 싣지 않은 채, 온기만을 전한다.) 그러니까 나는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의 선을 지킬 뿐이야. 그래, 빌런을 구한다니...... 히어로의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너는... 이렇게나 불완전한 히어로를 사랑했던 거구나.
검을 튤립, 밤의 여왕... 르네 보니타. 너는 그런 초능력을 손에 넣고야 말았어?
르네 보니타:(네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스스로 마음을 굳힌 듯 제 어깨에 느껴지는 온기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나.) ...실험에 참가한 건 제 의지였어요. 당신이 은퇴하고 나서 오랫동안 힘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소장님을 만났을 뿐이에요. 잘 풀려서 나도 초능력을 얻으면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어. 아니, 적어도 당신에게 다가갈 기회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모호하다-라고 했죠. 그렇다면 제가 다시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나는 그런 히어로, 용납할 수 없거든요. 불완전해도 괜찮아, 내가 다시 온전한 당신으로 돌려놔줄게. (마치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몇 번이고 같을 말을 중얼거리다가, 이전과 같은 미소는 아니었으나 흐릿해진 미소를 머금은채 고개를 들어.)
그러니 사랑하는 오딘, 당신은 히어로답게 지구 끝까지라도 빌런을 쫓고,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목숨 바쳐서라도 지켜줘. 당신은 완전한 히어로여야만 해.
그 말과 동시에, 두 사람의 발밑으로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합니다.
가스가 공기 중에 스며들고 순식간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듭니다.
아무리 이성을 붙잡으려 노력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안개 같은 수마 너머로 휘청거리는 순간.
르네 보니타:이제 곧 준비가 끝날 거예요. 잠시 여기서 쉬고 계세요. 아, 당신은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모를 거야. 내가 사랑하는 히어로는 아직 당신 안에 있어요. 내가 꺼내줄게요.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날 실망시키면 안 돼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깊게 잠들었으나 몸은 밤을 샌 것보다 훨씬 더 피로하고 무겁습니다.
딱딱하고 먼지 쌓인 바닥 위에 아샤는 누워 있었습니다.
그 몸 위로 르네가 덮어준 듯한 담요가 덮여 있네요.
아샤는 윙윙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히어로 기관의 본부장입니다.
아샤 체르니:...(느릿하게 전화를 받는다.)
본부장: 자네 제정신인가? 지금 상황을 알고도 이런 행동을 해?
지금 자네 찾는다고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는지는 아나? 한시가 급한 긴급 상황이야. 르네 보니타가 쇼핑몰을 점거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았네. 자네 혼자 쇼핑몰로 들어오지 않으면 인질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협박 중이야! 위치만 말하게. 당장 사람 보낼 테니까!
그 말이 귓전을 울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립니다.
당신이 그녀를 구했던 그 쇼핑몰에서, 그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샤 체르니:(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감는다. 귓가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목소리도, 살결에 느껴지는 냉기도 마지막 온기를 지킨 채 무릎에서 흘러내리는 담요와 이마에 남은 감각에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기어코 너는 내게 있어 최악의 빌런이 될 생각인가 보다. 그날 이후 죄책감에 한번을 발걸음하지 않은, 구한 것 보다 놓친 것이 많은 그 장소에서 너는 다시 내가 히어로가 되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같은 과오를 반복하기를 바라는지.) ...제가 가야합니다.
본부장: ...자네, 지금 위치가 어딘가? 바로 헬기를 보내도록 하지.
아샤 체르니:(위치를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헬기에서 내린 요원 몇 명이 연구소를 조사하기로 하고, 아샤는 헬기를 타고 쇼핑몰로 향합니다.
쇼핑몰 주변에는 히어로와 경찰 관련자들이 포진해 있어 평소와 다른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아샤가 등장하자 쇼핑몰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은 홍해가 갈라지듯 비켜섭니다.
본부장: 다들 밤새 자네만 찾았어. 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온 건가? 이 일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지금은…… 이쪽 상황이 더 급하네.
본부장은 아샤에게 르네가 쇼핑몰을 점거한 상황을 짤막하게 브리핑해 줍니다.
본부장: 르네 보니타가 오픈 전의 쇼핑몰을 점거하고 약 10명 남짓한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어. 자네 외의 인물이 쇼핑몰 안에 들어온다면 인질을 한 명씩 죽일 것이고, 인질들을 해방하는 조건으로 자네 혼자 쇼핑몰로 들어올 것을 요구하고 있네.
아샤가 전직 히어로임을 고려하더라도 그를 혼자 쇼핑몰에 들여보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측과
르네의 요구 조건에 따라야 한다는 측이 팽팽하게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을 굳혔죠.
아샤 체르니:허튼 말을 할 인물이 아닙니다. ...제가 갈 거예요.
본부장은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직접 쇼핑몰의 도면을 보여줍니다.
본부장: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압해야 해. 르네 보니타를 자극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고 침착함을 잃어선 안 되네.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당신의 어깨를 두드려 줍니다.
아샤 체르니:(본부장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한번 숙이고, 쇼핑몰 내부로 들어간다.)
사람들의 걱정과 격려 속에서 당신은 안으로 진입합니다.
항상 많은 사람의 발길로 북적거렸던 쇼핑몰이 오늘은 너무나 조용해요.
쇼핑몰에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부서진 벽이나 타일들을 보입니다.
2, 3층의 난간 쪽에서 깨진 부분도 보입니다.
부서진 곳곳에서 당신은 과거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아샤 체르니:
SAN Roll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르네는 어딘가에 숨어 있는지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샤 체르니:
관찰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5층 천장의 샹들리에에 무언가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샹들리에에 밧줄을 걸고 늘어진 끝에 꽁꽁 묶인 세 명의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그들의 인상이나 차림새가 어쩐지 평범한 사람처럼은 보이진 않습니다.
밧줄의 반대쪽 끝은 5층의 난간으로 이어지지만 난간에 묶인 게 아니라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인질은 총 10명 이상이라고 했으니 다른 인질들도 어딘가 있을 텐데,
1층을 살펴봐도 인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현재로썬 무사히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겐 오르기, 도약, 근력 혹은.... 초능력이 있지 않을까요?
아샤 체르니:
초능력 Roll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용한 능력은 전성기 시절의 절반만큼이지만 결코 그 위력은 약하지 않았습니다.
아샤는 휘몰아치는 바람을 이용하여 5층까지 단숨에 올라가는데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능력을 쓰자마자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것은....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 당신이 겪은 무고한 희생이 스쳐지나갑니다.
샹들리에에 걸린 밧줄의 또 다른 끝에는 대략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의 쓰러진 채 손목과 발목을 밧줄로 결박당해 있습니다.
밧줄은 하나로 엮여 샹들리에의 밧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샹들리에에 걸린 사람들은 묶인 사람들로 지탱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침 샹들리에에 걸려 있는 인물들의 얼굴도 자세히 보입니다.
피가 군데군데 묻은 양복을 입은 세 명의 남자입니다.
나이는 지긋하지만 온몸이 흉악할 정도로 우락부락합니다.
이들은 감비노 패밀리의 보스인 돈 감비노와 그의 측근들이네요.
순간, 1층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사나운 진동이 여기까지 밀려듭니다.
1층의 분수가 성대하게 폭발해 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여 있고 바닥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잔해가 튀어 흩어져 있습니다.
르네 보니타:안녕, 잠꾸러기 영웅님. ... 별로 못 잔 얼굴이긴 하지만.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나도 진부한, 빨간 버튼 하나가 꾹 눌려진 네모난 리모컨을요.
르네 보니타:(지긋지긋한 미소는 여전했을려나.) 이거 타이머예요. 분수대의 폭탄이 터지고 10분 후에 다른 곳에 설치한 폭탄들도 한꺼번에 터지도록 세팅해뒀거든요. 쇼핑몰이 폭삭 무너지기에는 충분한 양이죠.
그 전에 이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야 하지 않아요? 아무 잘못 없이 휘말린 무고한 시민들인데.
그녀의 말대로, 10분 후에 폭탄이 잇따라 터진다면 시간이 없습니다.
인질들의 손과 발을 묶은 밧줄을 하나하나 풀어줄 시간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저 밧줄을 바로 끊어버릴 수밖에 없는데.
르네 보니타:...아. 샹들리에에 매달린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요. 잔악한 살인자, 강도이며 사기꾼, 사람의 인생을 진창으로 빠뜨린 악인들이니까. (더욱 진해진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잠시, 샹들리에 너머 짧게 던져진 시선은 어느 순간보다 차가웠고.) 감히 무고한 시민의 목숨과 악인의 목숨을 같은 저울에 올릴 수는 없잖아요?
자, 시간은 지금도 가고 있어요. 똑딱, 똑딱, 똑딱……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밧줄을 끊는다면 샹들리에에 매달린 돈 감비노와 그의 측근들은 잔해 위로 머리부터 처박혀 즉사할 것입니다.
하지만 밧줄을 끊지 않고 인질들을 구할 방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샤 체르니:(선과 악의 경계. 이제는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 무력하게 샹들리에를 올려다 본다. 그 시선 끝에 걸린 것은 인질로 잡힌 사람들인지, 끝끝까지 제 숨을 막는, 미처 잡지 못한 목숨들인지.)
(목숨 하나를 구했다지만 그로써 뒤집어쓰는 것은 여럿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는 오명. 세상의 선악은 이분법적이고, 세간의 시선은 언제나 잔인하다. 선을 추구하는 주제에 악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질책 받을 일이고, 히어로의 자격을 저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게 있어 완전한 히어로가 사람 목숨을 가려 구하는 오만한 히어로라면, 말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르네. ......세상에 히어로를 위한 빌런이 존재하는 게. 그게 하필이면 내가 구한 너라는 게.)
나는 완전한 히어로가 아니야.
너는 정말... 내가 그런 히어로가 되길 바래?
르네 보니타:(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나. 자신과 눈을 마주한 자는 오딘이었는가, 아샤 체르니였는가. 네 앞에 서있는 나는 르네인가 로티인가. 무엇 하나 확신이 서는 것이 없었다. 자신이 밟고 있는 이 땅마저도.)
(나는 이렇게 비틀릴대로 비틀려서 서있는 것 같은데, 당신은 왜 그리도 올곧아 보이는지. 알 수 없는 감각이 치밀어올라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당장이라도 눈을 뜨면 그 날 울고있던 자신을 따스하게 안아주었던 그가 보일 것만 같아서. ...나의 히어로가.)
나의 히어로. 완전한 히어로.
....과연 내가 당신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 것 같아요?
나는 이 이상 답해주지 않을거에요. 전부 알려주면... 내가 불쌍해지잖아.
아샤 체르니:(자신이 일으켜 세운 수많은 손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해도, 그들이 어딘가에서 행복을 찾았을 거라 믿고 싶었다. 아무리 큰 것을 잃었다 해도, 구해진 것을 후회한다 하여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 오딘으로서의 유일한 오만은 그것 하나 뿐이었다.)
(너의 웃음은 언제나 나를 향하지만, 나는 그 웃음이 나를 순수하게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이번에도 네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선택을 의심하게 만들고, 나를 불안하게 하지. 네가 진정한 악인 이유는 그런 이유에서야, 르네 보니타. 너는 나의 예외였으니까. 선이라고 믿는 것들을 흔들리게 했으니까.)
그때의 나는 미숙하고 무능했지만, 정말 사람을 구하고자 한 마음밖에 없었어. ...네가 이제서라도 그때의 나를 히어로라고 기억한다면, 나는 아마 틀리지 않았던 거겠지.
내가 구하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 없어.
(인질의 손에 묶인 밧줄을 끊어낸다. 그와 함께 곧장 추락하는 사람들을 태울만큼 무거운 바람을 불어온다.)
그리고 이기적이게도, 내가 구한 목숨들의 행복을 바래. 내가 주고싶었던 건 그런 기회인가 봐.
고심 끝에 밧줄을 끊어냈지만 밧줄이 떨어지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당신은 있는 힘껏 능력을 사용해 밧줄을 붙잡았습니다.
그들이 한 번 법망을 피해 도망쳤던 천하의 악인이라고는 하나 이대로 죽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르네의 복수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할 사람은 누구도 없겠지만, 당신은 히어로입니다.
르네 보니타:...지금 뭐 하는거에요. 구할 시간도 없는데다가, 저들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니까요?
아샤 체르니:...나는 히어로잖아. 네가 원하던.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내가 죽였으니까.
르네 보니타:...내가 저들을 살려뒀을 리 없잖아요. 그것도 감비노의 보스를. 이미 죽였고, 매달아둔 거예요.
됐어요. 이제 그만해요.
...당신은 내게 충분히 증명했어요.
내가 사랑한 히어로는…… 여전히 당신의 안에 있다고.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이 너무 멀리 와버렸는데.
르네 보니타:이제 됐어요. 그만…… 날 죽여요.
당신의 손으로 끝내요.
아샤 체르니:...잔인하구나. 너는 내가 처음으로 구한 목숨이었는데.
르네, 죽음은 가장 비겁한 도망이야.
내가 널 도망가게 둘 리가 없잖아.
아샤는 르네의 바람에 따라 악인을 죽여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야 했고,
끝내 악인이 되어버린 자신을 죽였어야 했는데.
그녀는 못박힌 듯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이내 당신이 부른 지원으로 바깥의 히어로와 경찰들이 밀어닥쳤습니다.
도망치거나 반항할 거라 생각했던 르네는 묵묵히 수갑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열린 조사와 재판에서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했고,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 애쓰지도 않았으며 담담하게 재판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99년 형을 선고받아 빌런들을 위해 지어진 특수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사실 은퇴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름만 올린 복귀입니다.
여전히 은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유로운 당신은 성당의 무덤을 돌보거나,
일주일에 한 번 면회가 허락될 때마다 르네를 만나러 갑니다.
투명한 벽 너머의 그녀는 대체로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