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27
문학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시우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줍기 위해 몸을 숙인다면 시우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잠깐! 이전 수업이 체육이었으므로 전부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시우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시우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시우:
교육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4 |
| 판정결과: |
실패 |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7 |
| 판정결과: |
실패 |
문학 선생님:윤시우!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시우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것은 시우뿐입니다.
윤시우:네에에~ (태연하게 대답은 했지만 이내 신경쓰이는지) 근데 쌤! 사물함에 이상한 거 있는데요!
문학 선생님:네 사물함에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 (...) 뭐가 있는데?
윤시우:반딧불이랑 엄청 큰 구멍이요! 보실래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사물함을 향해 시선을 뒀다.) 진짠데~
문학 선생님:반딧불이이? (눈썹 꿈틀...) 개똥벌레의 개똥같은 소리 하네. 전자기기 숨겨둔거 자진신고 하는 거냐? (교탁 팡팡)
윤시우:아! 아닌데! 저 폰 냈거든요~! (조금 뜨끔해서 괜히 시선을 피한다...)
문학 선생님:(의심하는 듯한 눈으로... 너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구멍은 무슨, ...사물함이 열려있긴 하네. (흠) 저거 네꺼였냐? 조용히 닫고 얼른 제자리에 앉아라.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시우에게 집중됩니다.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시우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윤시우:네에... (열심히 자습중이던 친구들한테까지 방해가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결국 순순히 대답하고는 사물함을 닫으러 향했다.)
시우는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시우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시우는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시우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실패 |
평생 앞을 보지 못하며 썩은 냄새를 맡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문득 얼굴을 만지면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촉만이 느껴집니다.
윤시우:엥?! (더듬더듬 제 머리에 씌워진 걸 만져보더니 급하게 벗어던진다!)
쓰레기통을 걷어낸 시우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우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우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시우, 이성 판정.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9/29/11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인간이다!!!!!!!!!!!!!!!!
시우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이성 판정.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8/29/11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윤시우:
관찰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시우를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늑대 요괴: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뿔이 달린 여자: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도깨비불: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윤시우:(놀라서 비명을 지를 타이밍도 놓쳤고, 뭔가 말을 걸어볼 타이밍도 놓친 것 같아 눈치만 보다 슬쩍) 저, 저기... 여기가 어디야? 도깨비? 요괴? 도대체 무슨 소릴... 하하...
뿔이 달린 여자:듣던 대로 정말 말을 하잖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이봐, 뭔가 더 말해봐. (머리카락 꾹꾹 잡아당겨보기)
윤시우:으악, 야! 사람 머리를, 아, 아! (손등 찰싹찰싹!)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늑대 요괴: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뿔이 달린 여자: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윤시우:잡아먹어?! (어버버.) 마, 맞아, 이른다!! 선생님 모셔와!!! 너희 다 죽었어!!!
시우가 대화에 끼어들거나 말을 걸면 몇 초 정도 입을 다물고
하지만 그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시우를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시우를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늑대 요괴: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시우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시우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시우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시우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늑대 요괴: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시우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그제야 무오라고 불린 요괴가 시우를 향해 돌아봅니다.
한무오:......네가 문을 넘어온 인간이지?
윤시우:문... 이라고 해야하나? 으응, 뭐, 어쨌든... 아마도...? ... ...요? (조금 경계하는 듯한 눈으로 째려보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한무오:(경계하는 듯한 모습에 더는 다가가지 않은채 자리에 멈춰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건 분명, 다른 요괴들이 보내던 호기심 어린 시선은 아니었다.) 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하마터면..... 다치진 않았어?
윤시우:(하마터면 잡아먹힐뻔 했다, 그런 말이겠지, 따위의 생각과 함께 여전히 네게 시선을 둔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네가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 걸 보며 조금은 경계심이 누그러트려졌다.) 다치진... 않았네요. 아직은... 그보다 여기가 어디예요? 아까 걔넨 대답도 안해주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질 않나, 잡아먹겠다 하질 않나!
한무오:......아무래도 인간이 좀처럼 올 수 없는 곳이니까, 걔네도 신기해서... (끙...) 아니다. 잡아먹힐 뻔한 애한테 이런 얘기해서 뭐하냐. (볼을 멋쩍게 긁적이곤) 여기는 이계고, 너는 아마... 신목을 통해 넘어왔겠지. (자신이 앉아있던 커다란 나무를 흘깃 바라본다.) ...미안. 당장은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 돌려보내줄 수 없어.
윤시우:이계...? 신목?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너를 따라 나무를 올려보다 다시 네게 시선을 두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이어진 네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급하게 입을 열었다.) 집에 못가요?! 그럼 난 어떡해요! 당장 학교도 가야하고, 집에서도 걱정할텐데...! 헉, 내 생기부! 무단결석 찍히는 건 싫다구요!!
한무오:......생기부?... 무단결석? 그게 무슨... (생전 처음듣는 단어들인 것마냥 혼란스러운 얼굴...) ...유감이지만 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는 날이야. 내일 시작이니, 오래 기다려야겠네.
윤시우:(어쨌든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세계인 것 같으니, 설명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한숨만 푹 내쉬었다.) 오래걸려요?! 아, 큰일났네... 얼마나? 일주일정도? 아니 그럼, 그 축제동안 난 어디서 뭐해요?! 집에 돌아가기도 전에 굶어죽든 잡아먹히든 하겠구만! (영 답답한 것 투성이인지 투덜대는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한무오:...삼일쯤이려나. (한숨을 쉬는 소리에 귀가 움찔한다. 조금 고민하는 듯한 낯으로 신목을 바라보다 다시 네게 고개를 돌려) 정 갈데가 없다면 삼일 정도는 맡아줄게. 원한다면 머무는 기간 동안 축제를 구경해도 좋고, ...대강 임시보호자쯤이라고 생각해. (아직 어려보이는데... 아무래도 인간에게는 위험하겠지.) ...이름이 뭐야?
윤시우:삼일쯤이면, 뭐... (제 예상보다는 짧은 기간에 성질을 낸 게 머쓱해졌는지 말 끝을 흐렸다.) 정말요? 그럼 적어도 노숙은 안하겠네! 학교랑 집에는 적당히 둘러대면 될테고, 공부도 안하고 놀러다닐 수 있는거면 환영이죠! (그새 기분이 풀렸는지 찡그린 얼굴을 피며 말했다.) 윤시우라고 해요! 그쪽은, 음... 무오? 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맞아요?
한무오:한무오야. (어쩐지 누그러진듯한 반응을 보곤 안심한듯...)oO(인간아이는 생각보다 단순하구나...)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시우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시우:한무오! 어어, 그럼... (몇살이냐고 물어보기엔... 요괴도 인간 나이로 세나? 그보다 요괴니까 나보다 훨씬 오래 살지 않았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시 고민하다) ...무오 아저씨?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한무오:.............(한참 말이 없음...) ............... (긍정도 부정도 못하지만 조금 충격받은 얼굴... 요괴 나이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인간인 너에 비하면.. 할아버지라 불려도 할말은 없다...) ...그냥 편하게 네 또래라고 생각해.
윤시우:(헉, 실수했나보다. 네 표정을 살피고는 머쓱해져선 눈치를 보다 웃어넘기려는 듯 급하게 덧붙였다.) 그, 그쵸? 농담이었어요~! 절대 나이들어보인다는 소리는 아녜요!! 나이에 비해서 젊어보여요!! 나이는 모르지만요!! 그럼, 무오... 씨? 오빠? (어느 호칭이든 어색한지 한참 고개를 갸우뚱하다) ... 여우님! 대충 이걸로 해요! 아, 여우 맞죠?
한무오:......나이는... 말 안 하는게 낫겠다. (들으면 더 어려워하겠지...)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어, ...아저씨는 빼고. (여우님이라는 호칭에 네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그래. 말 나온 김에... 좋아하는 동물 있어?
윤시우:좋아하는 동물이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두어번 눈을 깜빡이다) 음... 강아지? 고양이도 좋고! 아, 그치만 굳이 하나만 고르자면... 으음... 으으으...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미간까지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토끼요! (어이없게도 선택지에 없던 답을 꺼냈다.)
한무오:그래? 곧 해가 질테니 슬슬 집에 가야하는데... 지나가다 다른 요괴들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네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내일 축제에 오는 요괴들 중에는 생각보다 난폭한 녀석들도 꽤 많고, ..이편이 낫겠지.
윤시우:엥? 엥!!! (놀란 눈으로 귀를 더듬거린다...) 뭐야! 이게 뭐예요! 여우님같아졌어!! (좋은건지 싫은건지, 미묘한 반응과 함께 너를 바라보며 외쳤다.)
한무오:......너도 아까같은 상황은 싫잖아? (팔짱을 끼곤 혼자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여) 이만하면 됐겠지. 갈까.
윤시우:그건 싫지만! 그치만...!! (끙, 앓는 소리를 내더니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아, 어디 가요? 여우님네 집?
한무오:(끄덕...) 적어도 날이 완전히 저물기 전에 가야지. 인간한테 어두운 산길은 더 험하잖아. (먼저 앞장서 걸음을 옮긴다.)
무오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무오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윤시우:
민첩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우는 한층 더 빠르게 무오를 쫓아 올라갑니다.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무오가 멈춰서 시우를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시우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윤시우:고, 고마워요... (착한 사람이네! 아니, 착한 요괴?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는 네 손을 잡고 발걸음을 뗐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우연히라도 시우가 비 맞은 여우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시우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무오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시우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지금 시우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무오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시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윤시우:우와... (짧은 탄성을 흘리며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빛들을 따라 시선을 바쁘게 옮기다, 문득 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던 것을 그제야 생각해냈다.) 아뇨! 이렇게 예쁜 곳은 처음이에요...! 반딧불이도 실제로 본 건 처음인데... 진짜 예쁘다... (여전히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답했다.)
한무오:...그래? (제게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인 풍경을 눈을 빛내며 보는 네가 자신에게는 더 새로웠다.) ...인계에는 반딧불이가 없어?
윤시우:
심리학
| 기준치: |
40/20/8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윤시우:없는 건 아니지만요! 아무래도 요즘엔 도시에서 반딧불이 보긴 어렵죠~ 반딧불이 빛 보는 것보단 야경 보는게 훨씬 빠를걸요? (환해진 표정으로 너를 돌아보았다.) 진짜 예뻐요! 매일 보고싶을 정도로! 언제 또 못오려나~?
한무오:...보통 돌아갈 생각을 먼저 해야 하지 않나?... (아까까지는 분명 울상이었던 것 같은데... 그 표정보다 훨씬 낫기는 하지만.)
윤시우:그거야 당연하죠! 돌아갈 생각이니까 또 오고싶다~ 하고 생각하는거라구요~ (웃음 섞인 목소리로 툴툴대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어느덧 다다른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한무오:...타. 우리 집은 저 건너에 있어.
윤시우:우와, 이런 배 처음 타봐요... 뒤집어지진 않겠지? (조심조심 조각배에 올라탄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한무오:...고작 두명으로는 안 뒤집어질 걸. (익숙한 듯 노를 천천히 저으며 대꾸한다.) 헤엄 못 쳐서 걱정하는거야?
윤시우:아예 못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갑자기 빠지는건 무섭잖아요! 여우님은 안그래요? 아, 여우는 물을 좋아하나?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한무오:...빠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걱정은... 딱히 안해본 것 같네. (일렁이는 수면에 비춰지는 불빛을 내려다보다) 반딧불이를 보는게 처음이라고 했던가... 그러면 반딧불이 전설은 들어봤어?
윤시우:그럼 한 번도 빠져본 적 없는거니까~ 안전하겠죠, 뭐! 믿어볼게요! (활짝 웃어보이고는 네 시선을 따라 반짝이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반딧불이 전설요? 들어본 적은 없는데... 재미있는 거면 얘기해줘요!
한무오:(...인간아이에게 과연 재미있으려나? 네 눈치를 슬쩍 살피다) ...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야. 인계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한다고 하지.
윤시우:(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네 이야기를 듣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럼 우리도 인연이네요! 아까도 그렇고, 여기도 반딧불이 잔뜩 있잖아요! 길조의 상징이라니까 뭔가 좋은 일도 생기려나? 그럼 좋겠다~ (반짝임에 닿아보고 싶은 듯 반딧불을 향해 손을 뻗어보기도 하며 말했다.)
한무오: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문을 넘어온다는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네 손 끝에 닿을듯 닿지 않는 반딧불이를 지켜보다 자신도 꼬리로 반딧불이를 쫒아본다.) 반딧불이는 길잡이어서, 어두운 밤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거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네가 길을 잃게 된다면, 반딧불이를 따라가. 네가 바라는 것에게 이끌어줄 테니까.
윤시우:그쵸?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인연이라고 하면 일단 어감은 좋으니까! 나쁘지 않네요~! (살랑이는 꼬리에 반딧불이가 흩어지는 걸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진 네 말을 기억해두겠다는 듯 이번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멋지네요~ 전설도 그렇고, 길잡이라는 것도 그렇고!
한무오:인계에도 이런 전설 한둘 쯤 있을거 아니야. (웃는 모습에 꼬리 멈칫...) ...그래도 최대한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게 해줄게. 신목을 관리하는건 내 몫이니까.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무오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시우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8/29/11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윤시우:아, 그러고보니... (네 물음에 그제야 허기짐을 느낀 듯 머쓱하게 웃었다.) 배고파요! 엄청!
한무오:(깜깜해진 바깥을 흘끔 내다보다) 책이라도 읽으며 앉아있어. 뭐라도 가져올 테니까.
무오는 먹을 것을 준비해주겠다고 말하며 잠시 주방으로 갑니다.
윤시우:
자료조사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벽면에 꽂힌 책들은, 시우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교과서나 소설, 철학서나 역사서들이 대부분이며,
소설 중에는 시우가 익히 아는 책도 있습니다.
개중에서 시우는 <이계탐험록>이라는 두툼한 책을 발견합니다.
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윤시우:('요괴 5 철칙' 페이지를 펼쳐본다.)
[옳은 요괴가 되기 위한 수칙 5가지]
1. 자신을 소중히 여기되 남을 인정하여라.
다름은 죄가 되지 않는다.
2. 싸움과 전쟁은 양측을 갉아먹을 뿐이다.
평화를 지키며 양보를 소양으로 삼아라.
3.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라.
지식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창과 방패가 되므로.
4.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이는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
이웃 된 자로서 책임을 다하여라.
5. 신목을 수호하라.
정해진 때가 되면, 신목을 넘어 인간 손님이 찾아온다.
문을 열고 찾아온 손님에게 해를 가하지 말고 예의를 갖춰 대하라.
문득 시우를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윤시우:(그러고보니 처음 봤을 때도 철칙이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이 소리인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로 페이지를 넘긴다.)
영월호(映月湖)는 무영국(無影國) 국경 부근에 존재하는 고등 교육 기관이었다. 500살~ 800살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학년 구분이 없으며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졸업할 수 있다. 영월호의 뜰에는 신목(神木)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기나긴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요괴들 사이에서 있었던 거대한 전쟁으로, 수많은 요괴가 이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고 이계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몸살을 앓았다. 이에 나는 무너진 영월호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즐거운 축제를 열도록 하겠다.
시우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시우:(여기도 학교가 있나보네... 하긴 선생님 얘기도 했으니까. 어느정도 훑어본 뒤 '신목의 규칙'으로 페이지를 넘긴다.)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그러나 내가 넘어왔을 때는 전쟁이 끝날 무렵으로, 축제후야제가 아니었다.
'신목은 요괴들의 요력을 먹고 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요괴가 근처에 모였을 때 한 번, 이들이 일제히 사라질 때 한 번.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뒤에 문이 열린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이 근방은 수많은 요괴가 목숨을 잃은 곳이므로…….
윤시우:
관찰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시우는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는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윤시우:...? (뭐지? 누가 손댔나? 뭐, 책의 주인은 내가 아니니까 상관 없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페이지를 넘겨 '어떤 기록'을 본다.)
시우, <모국어> 판정 성공 시 읽을 수 있습니다.
윤시우:
언어(모국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부분은 나의 모국어로 적어둔다. 읽을 수 있다면 당신 역시 인계에서 이계로 온 인간이겠지. 어느덧 내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흘렀다. 요괴들은 생김새보다 사악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요괴들에겐 보살핌이 필요하다.
나는 이들이 사랑스럽다. 이계를 재건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고 싶다. 그러나 내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게 한탄스럽다. 이곳에 온 당신 역시 그들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믿을만한 요괴에게 이 책을 맡기며, X월 X일. ■■■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시우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7/28/11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윤시우:
관찰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책을 다 읽을 무렵 무오가 쟁반을 시우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윤시우:...이, 이걸 먹어요? (조금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쟁반에 담긴 것들과 너를 한참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한무오:(왜 그러냐는 듯 물끄러미...)(네게 잘 익은 도마뱀을 하나 건넨다!)
윤시우:(우와...)(일단 받아보지만 입에 넣는 건 영 망설여진다......) ... 마... 맛있어요......?
한무오:(끄덕...) 선생님은 그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한번 먹어보라는 눈)
윤시우:...잘먹겠습니다... (배는 고프고, 아무리 그래도 반찬투정까지 할 처지는 아니고...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한입 먹는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미묘한 표정으로 우물거렸다.)
한무오:......어때? (미묘한 표정을 보자... 초조한듯 꼬리로 바닥을 툭툭 치며 눈치 슬 살핌) 역시 인간 입맛에는 별론가? 당장은 다른게 없긴 한데. (자신도 도마뱀 구이를 한입 먹으며...) 내일 축제에 간다면 먹을만한게 있을거야.
윤시우:맛, 맛있어요! 먹을만 해요! (꿀꺽 삼키고는 급하게 말했다. 챙겨준 사람 앞에서 싫은 티를 내면 안되지, 그럼. 그리고 정말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축제니까 이것저것 있나봐요... 아, 그나저나 난 여우님이 선생님일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에요? 아, 요괴라고 해야하나?
한무오:......나? (네 눈에는 그렇게 보였나... 선생님 얘기에 조금 당황한듯 뒷목을 매만지며) 나는 학생이야. 아까 우리가 있던 곳이 영월호인데, 교육기관이라고 보면 돼. (음) 선생님은...... 요괴가 아니라 너같은 인간이셨어.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지금은 안 계시지만... (말끝을 흐린다.)
윤시우:다른 요괴들이 한번에 깨갱- 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 선생님같은 분위기였잖아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죠! 아, 책에서 읽었어요! 학교같은 거죠? (아는 얘기가 나와 신이 나 재잘거렸다.) 어, 정말요? 음... 원래 살던 쪽으로 돌아가셨다거나? 아, 아니면 그냥 휴가?
한무오:... ... (말을 꺼내려다 나이 먹은건 자랑이 아니므로 입을 다문다...)(네가 읽은 듯한 책을 흘끔 쳐다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둬) 그건 나도 모르겠네. 아마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인사도 없었고, 소식도 없으니까. (말을 돌리려는 듯 구석에서 강정을 꺼내 네 입에 물려준다...) 그건 먹을만 하지?
윤시우:얘기도 없이 사라진 거예요? 너무하네~ 다들 정들었을텐데! 나같으면 엄청 서운할 것 같은데, 여우님도 그렇죠? 나중에 돌아오면 엄청 투덜대요! 나 그런거 진짜 잘하는데! (간간이 웃음을 섞어가며 수다를 떨다 입에 쏙 들어온 강정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물거렸다.) 으음... 아, 정말요! 이건 맛있다!
한무오:듣고 보니 섭섭했던 것도 같고... (네 반응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 먹은 그릇을 쟁반에 담는다.) 나중에 돌아오면... 그래. (난 그런거 진짜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 전이니까 군것질은 많이 하면 안돼. (강정 두개를 네 양손에 하나씩 쥐여준다!)
윤시우:다시는 말없이 못도망가게 맨날맨날 징징대면 나중엔 지겨워서라도 얘기해줄걸요! (헤헤 웃으며 말하고는 쥐여진 강정에 표정이 환해지다 이어지는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제가 한두살 먹은 애도 아니고~ ...여우님 기준으로 치면 한두살먹은 애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중얼거리다 야금야금 강정을 입에 넣었다.)
한무오:oO(내 나이에 징징대면 조금 징그럽지 않나?.. 싶지만 토 안달고 눈만 끔뻑이며) 인간은 백살도 채 못산다고 들었는데. 애가 아니면 뭐... 어른이야? (턱도 없다는 듯 가늘게 쳐다보다 쟁반을 도로 주방으로 가져다놓는다.) 네가 작은 방을 써. 아마 거기가 좀 더 따뜻할 거야.
윤시우:어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는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고는 네 뒷모습에 대고 혀를 삐죽 내밀었다.) 어, 그래도 돼요? 손님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불청객인데... 저야 좋지만요! 따뜻한 방 최고!
한무오:어른이 아니면 애지. (단호...) 내가 데려왔으니까 결국 손님이야. 저 책에도 써져 있었을 걸? 문을 열고 찾아온 손님에게는 예의를 갖춰 대하라고. (네게 작은방 문을 열어준다.) 이계의 밤은 꽤 쌀쌀해서, 인간은 감기에 들지도 모르니까. 여기에는 너에게 맞는 약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윤시우:치- 그렇다고 쳐요! (투덜대듯 말하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야~ 감사히 쓰겠습니다! 아, 철칙 얘기죠? 좋네요~ 다들 그대로 지키면 착한 요괴들일텐데! 그것도 그 선생님이 만든 규칙이에요? 아니면 전설처럼 내려오는건가? (쫄래쫄래 너를 따라 방에 들어서며 말했다.)
한무오:선생님이 세운 철칙이야. 교과서도 전부 집필하시면서 가장 앞장에 붙여두셨지. 반드시 새겨 두라면서... (방 한 켠에 접혀 있는 도톰한 이불을 펼쳐 정리한다.) 안 지키는 녀석들이 이상한거야. (이내 허리를 펴 문가로 다가서며 마지막으로 너를 뒤돌아봐) ...잘자, 윤시우.
윤시우:교과서까지요? 대단하네요, 그 선생님! 요괴도 아니고 사람이라면서! 멋있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네 이야기를 듣다 펼쳐진 이불에 폭 누웠다. 그제야 피곤이 몰려왔다. 네게 히 웃어보이고는) 잘자요, 여우님!
시우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시우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시우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시우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시우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윤시우:
관찰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오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윤시우:(부스스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온다. 물끄러미 방울소리가 나는 네 발목을 바라보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슨 방울을 그렇게 많이 달고 다녀요...?
한무오:......일어났어? (방울소리 때문에 깬건가. 익숙해서 의식하지 못했던 제 발목을 내려다보며) 내 요력이 담긴 방울이야. (어떻게 설명하지...) 요력은 생명력이나 마찬가지여서, 늘 가까운 곳에 둬야 하거든. (아직 졸려보이는 네게 물에 적신 수건을 건네준다.) 준비하고 나가자, 이르긴 해도... 축제가 시작할 시간이야.
윤시우:음... 중요한 거라는 거죠...? (잠결이라 그런건지,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라 그런건지 영 머릿속에 안들어온다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이내 네게 수건을 받아들고는) 벌써요...? 밤 늦게나 시작할 줄 알았는데...~ (금방 준비할테니까 잠시만요, 하고 덧붙이고는 다시 방으로 쏙 들어갔다.)
윤시우:(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해진 모습으로 후다닥 나온다!) 끝났어요! 이불은 어디 넣어둬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개어놓긴 했어요! 수건은 어디 놔요? (수건을 흔들흔들 들어보인다.)
한무오:(네가 흔들던 수건을 받아서 빨랫감으로 보이는 바구니에 넣어둬) ...변장도 아직 멀쩡한 것 같고. (팔짱을 끼고 토끼귀를 살펴본다.) 된 것 같으니 가자.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시우와 무오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시우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무오는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시우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한무오:미아 방지책이야. 축제에는 요괴가 많으니까,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이런거라도 해두는게 좋겠지.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고, 매듭짓습니다.
보기에는 무척 가느다란 실인데,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윤시우:제가 애도 아니고... (아, 이 얘기는 어제 했던가? 손목에 묶인 붉은 실을 이리저리 돌려보다) 오가다보면 금방 끊길 것 같은데요?
한무오:...이래봬도 내 요력을 흘려넣은 끈이라 그렇게 쉽게 안 끊어져. (손을 뒤로 당기자 끈 역시 길게 늘어난다.) 길이도 자동으로 조절되는 편이고...
설명을 들으면, 어쩐지 어린아이 취급을 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죠.
뭐, 몇백 살 이상 먹은 무오의 입장에서 시우가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시우와 무오는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윤시우:우와~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저기 한번 가봐요! 네? 봐도 되죠? (노점상을 가리키며 네게 말했다.)
한무오:(네가 홀린듯 가는 쪽으로 군말없이 따라간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시우에게 말합니다.
점원: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윤시우:목에? 아, 이거요? (걸고 있는 것도 깜빡했던 목걸이에 손을 댔다.) 음... 그래도 이건 조금 그런데... 여우님, 돈 있어요? (뻔뻔!)
한무오:......뭐가 갖고 싶어서 그러는데? (흘깃...)
윤시우:갖고싶은게 있는 건 아니지만요~ 돈이 없으면 구경도 하면 안되는 것처럼 말하니까, 왠지 오기가 생겨서?
한무오:...노점상이라 얼마 안해. (가판대를 훑어보더니) 이게 얼굴 가리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려나. (여우가면 집어듬...)
윤시우:에이, 변장 했으니까 상관 없지 않아요? 헉, 아니면 여우님의 요력은 금방 들통나는 정도의 실력? (장난스럽게 흘겨보았다.)
한무오:(흠...) 스치듯 보면 모르겠지만... 있어서 나쁠건 없지. 요괴랑 정면으로 마주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쓰고 있어. (굳이굳이 여우가면 씌워줌)
윤시우:(우.) 토끼에 여우라니, 이상한 조합인데~ 아, 어차피 가면이 없어도 토끼에 여우구나? (잠시 툴툴대는듯 하더니 금새 표정을 풀었다.) 이거 살 돈은 있는거죠? 여우님 최고~ 역시 물주가 있어야 놀러다닐 맛이 나네요!
한무오:(점원에게 엽전같이 생긴 걸 쥐여주며) 축제 때는 다들 그러고 다녀서 별로 이상하지도 않아. (주변 가리킴...) 그러고보니, 넌 어제 저녁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 (두리번) 주전부리나 찾아볼까.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시우와 무오에게 손짓합니다.
노인: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기다려보라는 무오는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시우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7/28/11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무오가 시우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시우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윤시우:아! 아무것도요! (서둘러 웃어보이고는 약과를 받았다.) 맛있겠다~ 여기, 멀쩡한 것도 파네요! (그렇게 말하며 약과를 한입 물었다.)
시우가 한 입 베어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한무오:저쪽에 가면 국수도 있어.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뿌듯한 얼굴로 비슷한 모양의 약과를 연달아 내민다. 약간... 토끼 먹이 주는 느낌...)
윤시우:(맛있는 모양인지 네게 건네받는대로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다! 네 말에 고개를 들고는 파앗) 아, 정말요? 그럼 밥먹어요, 밥! 구경도 밥을 먹어둬야 힘이 난다구요~!
시우의 말에 무오는 식당가로 걸음을 옮깁니다.
시우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윤시우:(못본척 슬금슬금 지나간다... 국수! 국수 먹을거야!)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무오는 시우에게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윤시우:(자리를 뺏길새라 후다닥 달려가 앉는다!)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시우를 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윤시우:응? 선생님? (그 말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확인하듯 자신을 가리키고는) 나?
타타:아... (자신을 모른다는듯한 네 반응에 귀를 움찔하곤) 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윤시우:어... 사람, 아니... 요괴라고해야하나... (잠시 중얼거리더니) 아무튼, 잘못보셨어요! (혹시 변장이 들킨건가? 그 선생님을 말하는거라면 인간이라고 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급하게 말했다.)
타타:앗, 죄송합니다...!! (허겁지겁 사과하며 꾸벅 인사한다.) 저는 타타고,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은사님과 너무 닮으셔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재잘재잘)
윤시우:아... 그래요? 그거 신기하네요~! (요괴 눈에는 사람이 다 비슷해보이나? 일단 웃어보인다!) 아, 영월호면 그 학교! 그럼 여우님, 아니. 한무오라고 알아요? 졸업생이면 여우님이 후배려나?
타타:아~ 한무오요? 알죠! 영월호 동문이니까요! (반가운 이름에 더더 반가워하는 얼굴...!) 무오 녀석... 몇백년 째 졸업시험도 거르고...... 슬슬 정말 걱정되던 참이었어요.
윤시우:유급한거였어요? (생각도 못해본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왜 그런대요? 졸업시험 볼 실력이 안되나?
타타:아, 모르셨나요? 유급이라기보단... 졸업시험을 미루는 거죠. 무오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볼 긁적)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윤시우:(그게 그거 아닌가? 바보같은 생각을 하다 이어진 말에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기다리는 사람? 뭐야뭐야, 그런 거 할 사람처럼 안보였는데~! 누군데요, 누군데요? (재미있는 걸 들었다는 듯 들뜬 목소리로 재촉했다.)
타타:누구긴, 선생님이죠! (가벼운 입~)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주시고... 전쟁 직후에는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꾸다닥)
윤시우: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중간중간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얘기, 그사람은 절대로 안해줄 것 같으니까! 엄청 흥미롭고 재미있다!) 대단하네요, 그 선생님이란 사람은~ 갑자기 사라졌다면서요? 그게 몇백년이나 됐을 줄은 몰랐네...
타타:그렇죠? (좋은 반응에 신이 났다!) 무오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는데...... 그래도 사라지시기 전에 선물을 하나 했다고 들었거든요, 뭔지는 몰라도.
아 헉, 무오다. (깜짝) 축제에 같이 오신 거였어요?! 함부로 떠벌린걸 알면 화낼테니까 저는 먼저 가볼게요...!! (호다닥 일어남)
윤시우:어, 잠깐만요! 당연히 비밀로 할 건데, 인사라도 하고 가지...! (타타가 살핀 쪽을 흘깃 바라보다 다시 올려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무오가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시우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무오는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윤시우:(역시 들켰나~ 어쩐지 쿡쿡 찔리는 것 같은 마음에 시선을 돌렸다. 아니, 잘못한 건 없지만!) 어쩌다보니 쪼-끔 얘기를... 으음, 둘이 친해요?
한무오:(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타타가 떠난 자리와 너를 번갈아 바라본다.) 한소리 듣기라도 했어...? 그럴 녀석은 아닌데. (쟁반을 내려놓으며) 친한 편이었지. 동문과 대화하지 않은지는 꽤 됐지만... 왜?
윤시우:아! 아니, 그냥요! 그리고 한소리 들은 것도 아니구! (허둥지둥 둘러대고는) 어어, 연락 안하고 지내요? 친한 편이라면서요! 졸업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구요~... 헉. (무심코 말해버렸다! 급하게 손으로 입을 막고는 네 눈치를 살폈다.)
한무오:......(같이 있는 모양이 불안하다 싶었다...) 타타가 쓸데없는 소리를... (국수그릇을 네 앞에 놔주며 빤히 쳐다본다...)그래서,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어? 나도 좀 알자.
윤시우:...그, 그 사람이 잘못한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말해달라고 조른 것도 아녜요!! (변명 아닌 변명을 덧붙이고는 너와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눈을 피했다.) 벼- 별 얘기 안했어요... 그냥... 왜 졸업 안하고 남아있는지~ 정도...~?
한무오:.....둘다 먼저 말한게 아니면 누가... (네가 슬금슬금 눈을 피하자 한숨을 내쉬며) 괜찮아, 별로 신경 안써. (틀린 얘기는 아니었겠지. 하며 네게 수저를 쥐여준다...)
윤시우:(아, 혼내지 않는건가? 그제야 피했던 시선을 마주하고는) 헤헤... 멋대로 들어서 미안해요~ 캐물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까...~ 저어, 그럼 딱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국수를 뒤적거리다 눈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한무오:...(국수를 먹으려고 면을 집었다가 멈칫) 뭔데?
윤시우:선생님한테 선물했다는거! 그게 뭐예요? 아, 역시 프라이버시인가? 신경쓰이면 말 안해줘도 돼요! (궁금했던 걸 물어보고는 국수를 한입 먹었다. 맛있다!)
한무오:...말 안 해줄래. 어쩐지 나만 죄다 알려지는 기분이네. (국수를 얌전히 먹으며) 다 먹고는 어디 가고싶어?
윤시우:뭐야, 알려줘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주제에 곧바로 억지를 부렸다. 네가 꿋꿋하게 입을 열지 않는 듯 하자 이내 포기하고는 따라 얌전히 국수를 먹었다.) 음~ 다음은... 사격장 가요! 저 그런거 완전 잘하거든요!
한무오:그걸 알아서 뭐하게? (꿋꿋하게 입 다물고 국수 먹기) 사격... (의외라고 생각하는중) 하긴, 밥 먹었으면 소화도 시켜야지. (국물 후룹...)
윤시우:그쵸? 여기도 막, 경품같은거 있어요? 그런게 있어야 승부욕이 나는데~! (신나서 재잘대며 중간중간 국수도 열심히 먹는다!)
한무오:물론 있을걸. 큰건 아니겠지만...인계에서는 어떤 경품을 주길래, 승부욕이 나? (조금 궁금한 듯 국수그릇을 내려놓고는 묻는다.)
윤시우:음~ 보통은 인형같은거죠? 사실 경품이 갖고싶어서라기보단, 그냥 뭔가 걸려있으면 괜히 승부욕이 나잖아요~ 여우님은 안그래요? (벌써부터 들떠 수저를 내려놓은 채 재잘거린다.)
한무오:oO(별다르지 않군...) 뭐... 당연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야 있는게 낫지. (자신도 수저를 내려놓고는)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윤시우:네에~! 얼른 가요, 사격장! (네 말에 기다렸다는듯 벌떡 일어난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시우와 무오를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한무오:(대충 주인에게 참가비를 건네곤, 네 키에 맞는 활을 골라준다.) 잘한다고 했지?
윤시우:(당연히 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황한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 말을 무르기는 싫었는지) 그, 그럼요! 여우님보다 훨씬 잘할걸요-?
윤시우:
정신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윤시우: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사격장 주인 옆에 꽂혀 부러집니다.......
윤시우:(뺏김...) 화, 활이 이상하네...~ 아하하~
점원:(쿨한척 허허 웃음...) 아직 화살은 네개 남았으니깝쇼. 한번 더 해보쇼!
윤시우:(화 안내시는구나! 다행이다...!!) 좋아, 이번엔 진짜 제대로 실력발휘 할테니까요...!
윤시우:
정신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다소 애매한 점수긴 하지만, 과녁에 화살을 맞추긴 했습니다.
윤시우:(뿌듯한 얼굴로 무오 봄!!) 봤죠! 봤죠~?!
한무오:(아직도 부서진 화살에 시선 꽂혀있음...) 힘은 좋네............
윤시우:(크흠...) 나머지 화살도 명중시킬거니까 잘 봐요~!
정신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윤시우:(아싸!! 엄청나게 뿌듯한 표정으로 무오 봄!!!)
한무오:...처음에는 손 빗나간거지?......
윤시우:당연하죠!! 이게 제 실력이라구요~! (엣헴!)
윤시우:
정신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정신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윤시우:봤죠!!! 봤죠~!!! (폴짝폴짝!!)
첫발 빼고는 나름 휼륭한 성적을 낸 시우...
무오와 무척 닮은 여우 인형과, 제비꽃 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한무오:(신난 모습이 정말 애같아서 피식 웃음...) 주인 아저씨한테 감사합니다... 해...
윤시우:헤헤~ 감사합니다!! 처음엔 죄송했어요!! (꾸벅 고개를 숙인다!)
윤시우:(만족스러운 듯 따낸 인형과 노리개를 들고 흥얼거리다 낚시터를 가리켰다.) 저기도 경품같은 거 있어요? 저쪽도 가봐요!!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윤시우:(소매를 걷어올리고는) 완전 쉬워보이네! 제가 백마리 건져올게요~!
윤시우:
민첩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잽싼 금붕어들이 시우의 그물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닙니다.
윤시우:(나는 포기를 모르는 여자!! 간다!!)
윤시우:
민첩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윤시우:아싸!!! 이거봐요~!! (무오에게 그물 흔들흔들!!)
한무오:(이빨 딱딱거리는 금붕어들 불안하게 쳐다봄...) 그걸... 키우게?
윤시우:어... 저는 어차피 돌아가니까- 여우님이 키울래요? (살벌해보이는 금붕어를 그물째 내밀어보인다!)
한무오:................아니... (고개를 뒤로 뺀다...) 역시 놔줄까?...
윤시우:열심히 건졌는데! 그대로 놔줘요~? 아까운데! (투덜투덜)
한무오:다른 애들이 너처럼 열심히 건져주겠지... 저기 쟤같은.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무오가 주둥이를 틀어막았습니다.)
미호: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윤시우:뭐어? (어이없다는 듯 보다) 언제는 선생님한테 이르겠다고 했으면서, 오늘은 의기양양하다-?
미호:......흐, 흥! (고개 홱)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윤시우:당연하지! 그리고 방금 그거 인계 차별 발언이거든? (장난스럽게 노려보며 제멋대로 지어내 말한다.)
미호:인계 차별? 헹,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자기가 물어봤으면서 되려 틱틱대며)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윤시우:(웃기는 녀석이네!) 흥, 나도 하나도 안궁금하거든~! ...그런데, 무슨 기도? 꼭 해야하는거야? (바로 직전에 안궁금하다고 했지만, 호기심은 드는지 슬쩍...)
미호:무슨 기도냐니. 당연히 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님'이시지, 바보야! (흠...) 인간 너 그러면 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정말 모르냐는듯 쳐다봄)
윤시우:...지구평면설? (정말 모르겠다는듯 멍하게 쳐다봄...)
미호:허얼, 진짜 모르다니!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는 거냐 한무오!
윤시우:안멍청하거든!! 저 안멍청하거든요!!? (미호와 무오를 차례로 보며 외친다!)
한무오:......인계에서 왔는데, 그것 좀 모를수도 있지... (시선 회피...)
윤시우:거봐!! 그럴 수도 있지!! (의기양양!!)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이내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한무오:......미호는 아직 애라... (너를 쳐다봄) 너도 아직 애지만......
윤시우:(발끈!) 아니거든요~!! 저런 유치한 애보다는 훨씬 다 컸다구요!!
한무오:(끙...) ......미호가 약올린게 많이 분하면.. (고민...) 몰래 갈까, 영월호.
윤시우:어, 갈 수 있어요? 못가는거 아녜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파앗) 갈래요! 갈래요 갈래요~! 요괴 학교!!
한무오:가봤자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하진 않겠지만. (볼 긁적...)
윤시우:그래도! 이런 기회 별로 없잖아요~!! 가보고 싶어!! 아, 저기 하나만 들렸다가 가봐요~! (벌떡 일어나 너를 이끌고 점집으로 향했다.)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무오가 멈춰섭니다.
한무오: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믿을 만 한데……. 크게 신용하지는 마. (커튼을 걷고 들어서며)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윤시우:에이, 당연히 재미로 보는거죠~! 이런거 믿으면 안된댔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꽤 기대하는 듯 들뜬 표정이었다.)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쿠라마 할멈: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윤시우:(놀래라...) 아, 안녕하세요...!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으려 하진 않거든. (호탕하게 웃으며) 자자, 점이라도 봐주마.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무오와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윤시우:우와, 사실 저 이런거 처음 해봐요! 진짜 해보고 싶었는데~! 어디보자... 운세! 운세부터 봐주세요~!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시우에게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 등을 받으면
쿠라마 할멈은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 할멈: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시우야,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윤시우:(두근거리는 얼굴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가족들도 걱정할테고, 생기부도 걱정된다구요!
쿠라마 할멈:생기부? 그건 인계의 말인게냐? (무오와 같은 생전 처음 듣는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자, 다음은 미래 예지를 봐주마.
쿠라마 할멈:어디 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시우,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윤시우:오... (눈을 꿈뻑이다 무오를 바라보고는) 죽을만큼 위험해지나봐요!!
한무오:무슨 그런 소리를...... (.....) 그럴 일 없어. 그러게 너무 믿지 말라니까...
윤시우:알아요, 알아요~ 재미로 하는 소리죠, 뭐! (웃음소리를 내며 너를 툭 밀었다.) 아, 할머니! 그럼 이번엔 궁합도 봐주세요! 여우님이랑 저랑!
쿠라마 할멈:여우랑 너랑 말이냐? (이리저리 천칭을 만지작거리더니) 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윤시우:엥~?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지 할멈과 무오를 번갈아가며 보다) 그래도 역시 재밌네요! 여우님은 안봐도 돼요? 타로 보는 것 같고 재밌는데!
한무오:......지금은 별로 궁금한 것도 없으니까. (애한테 괜한 소리 하지 말라는 얼굴로 째릿...)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시우 빤...)
윤시우:어, 복채요? (생각도 못한듯 벙찐다. 생각해보니 당연하지만...! 제 옆의 무오를 쿡쿡 찌르고는) 여우님, 돈 얼마나 남았어요...?
쿠라마 할멈:나는 복채를 돈으로 받지 않는단다. (빤......)(시우의 넥타이........빤...........)
윤시우:어어? 엥? (어쩐지 넥타이로 쏠리는 시선을 눈치챈다...!) 이, 이거 드릴까요? 비싼건 아닌데...
쿠라마 할멈:(화아아...!) 복채를 그걸로 내게? (화색!)
윤시우:(정답인가보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넥타이를 풀어 건네준다.) 여기요! 근데 정말 이걸로 내도 괜찮아요...?
쿠라마 할멈:이거면 충분해. (만족스러운 얼굴) 인간의 의복은 어쩌면 이렇게 얇고 간소한지...... 소장 가치가 있거든.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윤시우:헤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기회가 되는대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손을 붕붕 흔들며 그렇게 말하고는 점집을 나왔다.)
윤시우:(대충 다 둘러본 것 같아 뿌듯한 표정!) 여우님, 이제 거기 가요! 학교!
한무오:원래 영월호 요괴만 들어갈 수 있는데... 교복만이라면 구할 수 있으니까. (그새 어디선가 구해온 교복을 네게 내민다.) 잠깐 빌린 거야.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윤시우:
행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교복을 맞춰 입은 시우는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한무오:제법... 요괴같네. (칭찬임...) 아무도 몰라보겠어.
윤시우:으음... 그거 칭찬 맞죠? (미묘...) 아무튼! 이제 얼른 가요! 요괴 학교~! 재밌겠다~
시우와 무오는 나란히 교복을 입고 영월호로 향합니다.
생소한 시우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무오는 처음으로 사람을 데려온 것처럼, 어색하게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윤시우:(두리번두리번~) 나름 근현대 드라마 세트장같고 재밌어요! 여우님 없이 혼자 왔으면 조금 무서웠을지도 모르지만~
한무오:드라마 세트장...? (갸우뚱...) 미호가 말하는... 기도를 하는 신당은 별관에 있어.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다 다른 건물로 걸음을 옮긴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윤시우:우와... 생각보다 화려하네요~ (주변을 훑어보다 벽화 쪽으로 다가간다.)
돔 내부엔 각양각색의 세계가 자리 잡아, 기묘한 상상화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벽화는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시우의 모국어로 작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윤시우:(빠안...) 여우님 ,이 주변에 사냥개같은거 있어요?
한무오:...? 개요괴를 말하는 거라면... 아까 축제에서도 몇몇 보였지.
윤시우:그래요-? (그걸 얘기하는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석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이성 판정입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7/28/11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윤시우:(왠지 기분이 나빠 주춤주춤 물러난다... 총총 신관에게로 향한다!)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윤시우:안녕하세요~! 으음... 그 기도는 어떻게 하나요? (이런걸 물어봐도 되나?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환하게 웃으며 묻는다.)
신관:(하하, 작게 마주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기도에 정해진 양식은 없답니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당신에게도 소원이 있나요?
윤시우:아하...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진 물음에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소원? 대학 합격, 복권 당첨... 이런거?) 없진... 않죠! 그냥 소원만 빌면 되는거예요? 뭘 해야한다거나, 손모양을 어떻게 해야한다거나, 하는거 없이?
신관:네, 그런것 없이. (그렇게 말하곤, 네게 붉은 색의 작은 종이를 내민다.) 소원 종이를 아시나요?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다실 수 어요. 다만, 소원은 입 밖으로 내거나 남에게 보이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 명심해주세요.
윤시우:오... (종이를 건네받고는 끄덕끄덕!) 네에! 명심할게요! 참, 석상 말인데... 저건 뭐예요? 뭔가... 방울? 거품? 같은게 계속 나오는데... (힐끔, 석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관:석상말인가요? 그분은... 감히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신화적 존재입니다. (이 세계를 창조하고 굽어살피시죠. 석상 쪽을 바라본다.) 저건 말이죠, 그분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으니, 이 세계 최고의 조각가가 경건한 마음을 담아 추상적으로 표현한 석상이랍니다. 근사하죠?
윤시우:아...~ (무슨 소리지? 싶은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떠오르는 듯 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멋, 멋있어요! 저어, 그럼 전 기도하고, 소원종이도 쓰러 가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시우가 바란다면 무오와 함께 소원을 적어 매달 수 있습니다.
윤시우:여우님~ (손을 붕붕 흔들며 무오를 부르고는) 이거봐요, 소원종이래요! 여우님도 같이 쓸래요-?
한무오:(그러고보니 매 축제마다 그런걸 했었지. 어쩐지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에 네게서 소원종이를 받아든다.) 쓸 소원은 있고?
윤시우:소원이야 많죠~! 뭘 적을지 고민 될 정도라구요! 여우님도 있어요? 참, 아까 소원은 말하면 안된댔지... 그치만 궁금한데...!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한무오:말하면 안되니까 비밀이지. 너도 말 안 해줄거잖아...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듯) 그리고 한 종이당 소원 하나일걸? 이왕 쓰는거... 신중하게 써.
윤시우:에, 하나밖에 안돼요~? 기왕이면 통 크게 열 개 정도는 쓰게 해주지~! (미간을 찌푸려가며 고민하는 듯 하더니, 소원종이에 무언가 적어내려갔다.) 좋아, 저는 다 썼어요! 신중하고 신중하게 하나만 골라서!
윤시우:(남에게 보여주면 효력을 잃는댔다!!)
영월호 밖으로 나오면,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윤시우:(후다닥 갈아입어 돌려주고는 무오에게 돌아온다!) 짠! 다녀왔어요! 우리 이제 뭐해요?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시우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시우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윤시우:
민첩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시우의 실종을 걱정하며, 울고 계시진 않을까요…….
혼자 남겨지자, 시우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시우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시우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인파를 헤치고 시우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무오는 시우의 표정을 확인하자 조금 걱정스러운 투로 말합니다.
윤시우:(순식간에 혼자 남겨져 느낀 불안함과 몰려들었던 걱정들이 탁 풀리는 기분에 눈가가 시큰해졌다. 속으로 꾹 삼키고는 괜히 옷소매로 눈가를 비볐다.) 쉽게 안끊어진다면서요!
한무오:......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풀었어. 그 사이 네가 사라질 줄은... (옷소매로 눈가를 비비는 모습에 허리를 숙여 너를 살핀다.) ...왜 그래. 넘어졌어?
윤시우:(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영문을 모르겠는 세계에서 저를 챙겨주는 네게 그새 의지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자신을 찾아내주었을 때 그렇게 마음이 놓일 수 없는 일이다.) ...몰라요! 이렇게 북적이는데 혼자 풀고 가버리고! 이 나이에 미아가 될 뻔 했다구요! (그 사실이 들킬 것 같아 너에게 괜한 심술을 부렸다.)
한무오:(아무래도 너무 안일했던 모양이다. 낯선 곳에 홀로 떨어져도 씩씩한 모습 탓에 마냥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무리 잘 웃는다 해도 이곳은 결국 너에게 있어서 이계였다.) ...미안. 이 나이에 사람 하나도 못 챙길 뻔했네. (심술을 받아주듯 사과를 전하며, 주변을 에워싼 인파 사이로 너에게 잡으라는 듯 손을 내민다.)
윤시우:(순순히 제 심술을 받아주는 네 모습에 튀어나오려던 모난 말들이 맥없이 풀려버렸다. 다시 눈가가 시큰해지는 것 같아 코를 훌쩍였다.) ... ...이번에는 놓치면 안돼요. 다음번에는 진짜 화낼거니까! (여전히 툴툴대는 말투로 말하고는 네 손을 꾹 쥐었다.)
무오, 이 사람만은 지금 시우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시우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한무오:...곧 불꽃놀이가 시작한대. 명당자리를 알고 있으니까 올라가서 보자. (곧 울것만 같은 너를 달래듯, 부드럽게 손을 잡아당긴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시우를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시우와 무오가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분명 이계는 시우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시우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무오는 홀린듯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시우를 잃어버릴까, 손을 꼭 잡은 채로요.
한무오:윤시우. (한참을 말없이 터지는 불꽃을 눈에 담다가, 네게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지? 이계도, 이계의 축제도... 요괴들도.
윤시우:(말없이 너를 바라보다 마주친 시선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진 너의 말과 뒷편에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에 잠시 입을 달싹였다. 당황스러운 일도, 불안했던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즐거운 기억도 생겼기에.) ...여우님 말대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마주잡은 손을 꼭 쥔 채 환하게 웃었다.)
한무오:그래. (불꽃과 함께 밝아오는 네 얼굴과 대답에 안심한 듯한 낯이 되어 희미하게 웃었다.) 넌 그냥... 지금을 간직했다가, 꿈을 꾼 것처럼 네 세계로 돌아가게 될 거야. ......무서워 할 거 없다고. (축제가 끝나기까지는 앞으로 조금.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괜찮을 것이라 믿었다. 설령 길을 잃더라도, 반딧불이가 밝혀준 길이 우리를 인도해 줄 것이다.)
윤시우:(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짝이는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자신은 곧 돌아갈 것이고, 아름다운 풍경 속의 네가 조금은 그리워지겠지만, 네 말대로 꿈을 꾼 것처럼 흐릿한 기억 속에 남게 되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 눈부신 불꽃보다도, 네가 제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반딧불이 속에서, 일렁이는 축제의 빛 속에서, 밤하늘에 수놓인 반짝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네 모습이.) 돌아가면... 어쩌면 여우님이 보고싶어질지도 몰라요. ...여우님은요? 저보다 훨씬 오래 살았으니까, 별로 그러진 않으려나?
한무오:......수십, 수백 해를 살아도... 못 잊는것 정도는 있어. (네 위로 내려앉는 빛의 잔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나는 너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았고, 숱한 이별을 겪어왔지만... ... 지날수록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 윤시우, 설령 보고싶어져도, 그래서 이곳이, 내가 조금은 그리워져도... ...기다리지는 마. (기약 없는 기다림만큼 지치는 것도 없으니까. 그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것들은, 그렇기에 아름다운 것들은 되려 꿈같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네가 딱 그정도로만 이 만남을 받아들였으면 했다.)
윤시우:(불꽃이 터지는 소음 속에서 너의 중얼거림이 귀에 닿았다. 너에게 있어 수십, 수백 해를 살아도 못잊는 건, 네가 기다리고 있다는 그 선생님일까. 나는 고작 열여덟이라, 너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마음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은 할 수 있었다.) ... ... (기다리는 것은 자신 있었다. 너만큼은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 한에서는 끝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네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그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럼... 기다리는 대신, 찾아가는 건요? 정해진 때가 되어서 제가 온 거잖아요. 그럼 다음 때에도 여우님을 찾아올게요. 여우님을 보러.
한무오:......정해진 때가 되면, 그때는 늦을지도 몰라. (신목의 문이 열리는 기간은 백년에 한번. 제아무리 이계와 인계의 시간에는 간극이 있다 해도, 그 시간을 넘어 인간이 다시 이계로 넘어올 수 있을까. 차마 그러자고 말할 자신이 없어 입을 달싹였다.) ......내가 갈게. (덜컥 입을 열어 충동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도, 허다한 이별을 겪어도 자신은 늘 기다리는 역만을 자처해왔기 때문일까. 언젠가... 인계에서도 같은 하늘을, 그 하늘을 수놓는 오색의 불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지 말고 있어.
윤시우:늦으면 늦는대로도 좋지 않아요? 그만큼 더 반가울 수도 있고! (복잡한 사정같은 걸 모르는 제게서나 나올 수 있는 소리일 것이다. 다시 만나자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적어도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라도. 그러나 네게서 들린 말은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꽤 다른 것이라,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떠버렸다. 그 짧은 말이 이렇게나 기쁠 줄은 몰라서. 바보같은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안기다릴게요. 그대신, 종종 여우님을 생각할게요. 기다리는 건 아니니까- 떠올리는 것 정도는 괜찮죠? (마주잡은 손의 반대쪽 새끼손가락을 네게 내밀었다.) 기다리지 않겠다고 약속할테니까, 약속해줘요. 여우님이 와주겠다는거!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무오는 시우를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시우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시우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윤시우:...인식, 당해요? 그게 무슨... (불안한 시선이 네게 향했다.)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무오는 멍하니 서 있던 시우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윤시우, 이성 판정.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7/28/11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윤시우:
행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우와 무오는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무오는 묵묵히 시우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시우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시우와 무오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윤시우:...지금요? 이, 이렇게 갑자기... 여우님은요? 그리고 다른 요괴들이랑, 여긴... (떨려오는 목소리에 말 끝을 흐렸다.)
한무오:...잠시 지진이 멈추긴 했지만, 아까의 그 짐승은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거야. (자신과 다른 요괴들의 안위까지는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당장 자신이 딛고 서있는 땅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초조한 듯 주먹을 쥘 뿐이다.) 윤시우, ...너한테는 너무 위험해.
윤시우:... ... (입술을 꾹 깨물었다. 처음 보는 네 초조한 모습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럼, 그럼 여우님도 같이 가요, 네? 위험하다면서요! 여우님한테도 위험할 거 아녜요!
한무오:...미안하다. 나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네 말대로... 다른 녀석들은 어쩌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네 머리에 툭 손을 얹었다.) 학생들을 두고갈 순 없잖아. (몇 차례 머리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괜찮아, 윤시우. ...적어도 나한테는 요력이 있잖아.
윤시우:(제 머리에 얹어진 손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속에 쌓인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울컥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한참동안 입을 달싹이다, 충동적으로 내뱉었다.) 안갈래요. 어차피 지금은 못가잖아요! 축제가 끝나는 날에 돌아갈 수 있다면서요...! 안갈 거예요. 저도 여기 여우님이랑 있을래요!
한무오:(한참을 말이 없다, 겨우 입을 떼었다.) ...내키진 않았지만, 내 요력을 쓴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어. (쓴 웃음을 지으며 손을 네 머리에서 천천히 떼어낸다. 모르겠어?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집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윤시우:그렇게 바로 보내줄 방법이 있는데도 바로 안보내준 거 보면,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 아녜요... (울상이 될 것 같았다. 울고 싶진 않았는데, 바보같은 자신은 이럴 때 눈물부터 나오고는 했다.) 지금 돌아가면... 여우님을 기다리게 되잖아요. 걱정되고, 불안하고, 무서운 생각이 계속 들어서... 계속 기다리게 될 거란 말예요... (고개를 푹 숙였다. 네 얼굴을 보면 결국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아서.)
한무오:......아무 이유 없어. 그냥,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지만, 마치 말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냥, 그런거야. (표현도, 행동도 언제나 솔직한 네 앞에서 자신만은 왜 이렇게 솔직해지기가 어려운지. 더이상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도, 손을 잡아주지도 못한 채 한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네 작은 어깨를 그저 지친 눈으로 응시했다. 네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을 덜어줄 그 어떤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지.
의견이 충돌하고,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시우를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무오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시우는, 혼자 살겠다고 무오를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시우의 대답을 들은 무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시우와 무오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시우가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무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게.
무오는 시우가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시우뿐입니다.
시우는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시우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신경쓰지 않는지, 꽤 밝아진 표정입니다.
윤시우:(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너를 확인하고는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구조는 어떻게 됐어요...? 다친 곳은 없는거죠...!
한무오:...괜찮아. 멀쩡해. (급하게 몸을 일으키는 모습에 조금 당황한듯 몸을 움찔하곤) 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도 계속된대. (일어나라는 듯 손을 내민다.) 보러가자, 윤시우.
윤시우:(네 말에 놀란듯 눈이 커졌다. 아무리 잘 끝나도, 이렇게 벌써? 그래도 네가 거짓말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네 손을 맞잡았다.) 정말 괜찮아요...? 지진도 있었고, 하룻밤만에 복구가 될 정도가 아닌 것 같았는데...
한무오:......사냥개가 바로 사라져서, 인명 피해 자체는 크지 않았어. (네 손을 잡고 위로 끌어당겼다.) 아무래도 백년만의 축제니... 이대로 접기는 아쉽지.
무오는 시우를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시우가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그리고 축제가 열리는 시내에서 무오의 집까지…….
총 두 갈래의 산길을 지나왔지만 두 사람이 지금 걷는 길은 여태까지와는 다릅니다.
윤시우:저, 여우님... 이쪽 길 맞아요? 처음 보는 길인 것 같은데.
한무오:아무래도 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
짧게 말을 끝마친 무오는 묵묵히 더 깊은 곳으로 향할 뿐입니다.
한무오:......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지. (둘만이 존재하는, 아무것도 없는 산 속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와서 진실을 털어놓는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겠지.) 밤새 몇번의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거야.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시우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무오는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한무오: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무오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이만하면 됐어.
나를 기다리지 마, 윤시우.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무오는 시우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시우가 무오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윤시우:
듣기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렇게 말하며, 무오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시우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시우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시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6/28/11 |
| 굴림: |
1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시우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제 아가리를 벌려 시우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무오가 기다리던 선생님은 시우의 혈연이었던 모양입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실패 |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내가 부축해드려야...
무오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무오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무오가 듣지 못했을까 봐,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무오의 몫이었지만,
도깨비불: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뿔이 달린 여자: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무오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시우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4/27/10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실패 |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미호나 무오가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2/26/10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시우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정신을 차려보니, 시우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윤시우는,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그리고 윤시우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한무오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1/25/10 |
| 굴림: |
10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시우를 괴롭힙니다.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계의 시간은 인계보다 빠르게 흐른다고 했죠.
무너지는 이계와 한무오가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시우에게는 무오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안온한 일상으로, 당신의 집으로 이만 돌아갈까요?
윤시우:... ...제발, 딱 한 번만이라도... 제발... (울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신목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그는 분명 당신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했는데도요.
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윤시우:(눈물에 흐리게 번진 시야 속으로 빛이 들어왔다. ...분명 그사람이, 반딧불이는 길잡이라고. 긿을 잃게 된다면... 바라는 것에게 이끌어 줄 거라고 했어. 시선을 반딧불이에 고정한 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겨우 옮겨 빛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혹시라도 네가 길을 잃게 된다면, 반딧불이를 따라가.
문득, 호수에서 들었던 무오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윤시우:
건강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시우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이계의 산에서는 늘 무오가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시우의 시야를 가립니다.
윤시우:
정신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7 |
| 판정결과: |
실패 |
그런 생각이 들자, 발이 무척이나 무거워집니다.
시우와 마찬가지로, 무오 역시 지금 혼자일 테니까요.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학교와 반딧불이를 보자 스치듯 무언가가 생각납니다.
인계에는, 아직 열렸는지 닫혔는지 확인해보지 않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시우가 이계로 넘어가는 데 사용한 사물함이죠.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시우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시우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윤시우:
근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우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시우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윤시우:(잠시 머뭇했지만, 이내 결심한 듯 사물함으로 다가간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시우를 집어삼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시우가 무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무오가 보입니다.
윤시우:
SAN Roll
| 기준치: |
51/25/10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우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한무오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무오는 시우를 보고…….
윤시우:여... 여우님, 팔이... (떨리는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네 모습인데,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간신히 발걸음을 떼어내 네게 다가갔지만, 이내 힘이 풀려 네 앞에 주저앉았다.) 어, 어떡해... 어떡해......
한무오:(그저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시끌벅적한 축제와, 찬란한 불꽃놀이. 네 나이대에 어울리는, 그런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이었다. 어쩔 줄을 모르는 네 모습에 몸을 힘겹게 틀어, 최대한 네게 팔이 보이지 않도록 제 모습을 가렸다.) ......왜 돌아왔어. 찾아오지도... 기다리지도 말라고 했는데.
윤시우:(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소리도 내지 못한 울음이 터져 멈추지 않았다. 아플텐데, 괴롭고 고통스러울텐데, 자신에게 보이지 않게 상처를 가리는 네 모습에 더욱 울음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약속, 안해줬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기다렸어요. 찾아왔어요... 그런데, 왜... 어쩌다 이렇게...... (반딧불이와, 축제와, 불꽃놀이의 빛들이 너와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너를 삼킬 것 같은 붉은 피가 아닌, 그런 반짝임 속에서 너를 붙잡고 싶었다.)
한무오:기껏 잘 참아놓고... 왜 울고 그래. (인파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도, 하다못해 요괴들에게 잡아먹힐 뻔 했을 때도 기어코 눈물은 보이지 않던 너인데. 차마 팔을 들어올릴 힘조차 들지 않아, 잠긴 목소리로 너를 달래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약속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미안하다. (이 상태로는 인계는커녕, 어디로도 갈 수 없었을 테니까. 적어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누구도 구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가지 못한 채 힘없이 죽어가는 꼴이 되어서야 제 무력함을 실감했다.) 여전히... 약속할 수 없을 것 같아.
윤시우:(갈라져가는 듯한 너의 목소리가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저보다는 네가 훨씬 아플텐데. 견디지 못할 건 분명 너일텐데도. 삼켜내지 못한 울음을 토해내면서도 너에게 손을 뻗을 수 없었다. 혹여나 네 손길에 네가 더 아플까봐. 섬세하지 못한 제 손이 네 상처를 더 건드리게 될까봐 겁이 났다. 너에게 닿지 못한 채 그러쥐어 떨리는 손을 숨길 뿐이었다.) 시, 싫어요. 약속해줘요... 괜찮을거라고, 금방 괜찮아질거라고 해줘요... 그러고 나서, 저번처럼... 기- 기다리지 말라고, 여우님이 와주겠다고... 그렇게 약속해줘요... (너를 바라보지 못한 채 말했다. 네게서 이어질 말이 무서워서, 너를 바라보지 못했다.)
한무오:(안될 것을 알면서도 기어코 고집을 부리는 모습이, 정말 네가 애인 것만 같아서. 그래서 좋았다. 아주 어릴 적의 자신은 한번도 소리내어 누군가를 붙잡지 못했으니까. 설령 붙잡지 못한다 해도... 마지막까지 후회로 남지는 않을 테니까.) 나는... 너한테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 (그러니까 더는 하기 싫다, 시우야. 앓는듯한 숨소리와 섞여 목소리가 허공에서 사그라든다. 아. 그 때문일까. 손을 숨기고, 시선을 피하고. 무엇 하나 저와 닿으려 하질 않는 이유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잔해에 등을 기대었다. 가물한 시선은 사그라들다가도, 차츰 무너져가는 신목을 향했다.) ......기다리지 마. 그리고 돌아가, 윤시우. ...(지금 열린 문이 닫히면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너에게 지금 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남아 눈조차 감을 수 없었다.) 문을 열 수 있는 그 누구도... 이제는 없을거야.
윤시우:거짓말이어도 괜찮았어요, 제가 괜찮단말예요! 제발 말해줘요... 두고 가지 마요... 우리 축제도 가고, 반딧불이도 또 보러 가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죽지 말아요. 그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무섭고, 또 무서워서. 그 말을 꺼내면 애써 외면하는 이 모든 상황이 제 위로 쏟아질 것 같아서. 이어진 너의 목소리는, 기어코 제가 듣고 싶은 문장은 말해주지 않았다. 쥐어짜내듯 목소리를 냈다. 차마 너를 붙잡을 수 없어서, 네 옷자락만 겨우 붙잡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안돌아갈 거예요...! 여우님 혼자 두고 못가요, 안갈 거예요... (울음에 찬 숨을 버겁게 몰아쉬었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물에 번진 시야에 너를 담았다.) 전부 상관 없어요... 제발, 제발... (더이상 무엇을 바라며 중얼거리고 있는지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네 곁에 남고 싶었고, 네가 제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
윤시우:
지능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방울을 돌려줬을 때 무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시우:(문득 든 생각에 제 목에 걸린 방울을 급하게 쥐었다. 이거라면, 어쩌면 이거라면.) 그때, 분명 방울에 요력이 있다고 했죠...! 요력은 생명력이나 마찬가지라고...! 이거, 돌려줄게요. 애초에 내 것도 아니었으니까, 여우님한테 줄게요...! 그럼 다 괜찮아질 거예요, 네? 그쵸...! (목걸이의 실만큼이나 얇은, 겨우 보인 희망 한가닥에 매달렸다. 목걸이를 풀어 네 손에 쥐여보았다.)
한무오:(익숙한 울림이었다. 네가 손에 쥐어주려는 방울을 꺼져가는 시선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선생님에게, 무엇을 드렸는지 궁금하다고 했지. (바람이 빠지는 것 만치 힘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건 내 방울이야. 선생님께 드렸던... 아마 네가 긴긴 시간 동안 가지고 있었을 테니, 이제 그 방울은 너와, ......나의 인연의 결정체나 다름 없겠지. (오른팔로 제게 방울을 쥐여주려는 네 손을 마지막 힘을 담아 꾹 감싸쥐었다. 가지고 있으라는 듯이.) 네가 신목의 문을 보는 것, 반딧불이를 보는 것, 나의 말을 알아듣고, ......하다못해 나를 만난 것까지, 모두 이 방울이 하나로 시작된 거야. 이거를 잃는다면... ... 정말 다시는 만날 수 없겠지. (무슨 뜻인지 알겠어, 윤시우? 엷은 빛의 눈동자로 실낱같은 희망이 번져 반짝이는 네 눈을 마주했다. 네 마지막 희망은...... 우리의 단절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야.) ......나는 이미 번견에게 [인식] 당했어. 이대로 방울을 얻어 살아남아도 평생을 쫓기며... 다시 수십, 수백년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
윤시우:(신목을 통해 보았던 것과, 어렴풋이 제 안에 떠올랐던 생각들이 너의 말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럼 역시 네가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런 생각과 함께 겨우 표정이 밝아지려던 참이었다. 네가 안된다고 해도, 쥐여주려고 했었다. 입을 열려고 했지만, 네게서 들려온 이야기에 목이 턱 막혀왔다. 방울을 네게 돌려준다면 너는 살 수 있다. 반딧불이를 따라 너를 찾아 오는 것도, 이곳에 도착하는 것도, 너를 만나는 것도. 방울이 없다면 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제게는 너무나 버거운 선택이었다. 제 희망은 목걸이의 실만큼이나 얇아서, 끊어지는 것도 그만큼 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살아있으면,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말도 안되는 것들 투성이인데, 그런 기적 하나쯤은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치만, 여우님이 죽, 죽으면, 문을 볼 수 있어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어도... 정말 소용 없는 거잖아요... (다시 눈물이 차올라 네 모습이 흐려졌다. 제 손을 덮은 온기가 점점 식어가는 것 같았다. 그게 착각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슴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한무오:(살아있으면, 살아있는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삶이란 유한하기에 어긋나고야 말며, 그 자격이란 것을 잃었기에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시우야. 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거야. (순리가 그래. 한 생명이 꺼질 때면, 새 생명이 태어나고, 비록 완전히 같지는 못할지라도...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계속되겠지. 흐릿한 시야로도 네가 울고있다는 것만큼은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너를 다시 웃게 만들 수는 없겠지.) ......그래도, 지금까지 거짓말만 하고, ...그 가벼운 약속 하나 못해줬어도. 그래도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방울이 흐르는 소리는 제 생명력의 소리일 터인데, 마치 네 울음소리처럼 느껴졌다.)
윤시우:(고작 열여덟 해밖에 살지 않은 나에게, 나의 선택으로 그새 소중해진 너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너의 기다림의 깊이를 자신은 알 리 없었고, 그렇기에 그 기다림이 너무나 간절했다.) ...그치만, 그건 여우님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여우님이 아닌데도, 그래도 인연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여우님은 내가 다른 존재로 찾아와도, 그걸 나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난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너를 곤란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억지를 부리고 싶지 않은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억지 뿐이었다.) ......여우님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면, 그땐 나를 찾아와주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요......
한무오:......다시 태어나서, 다른 이름을 가지고,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더래도... 나는 나야. (설령 너마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너를 찾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시 마주하고야 마는 것. 운명처럼, 서로를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인연인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언젠가는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겠지. 언제까지나 한결같은 사람도, 한결같은 요괴도...... 결국엔 없는 거야. 윤시우. ...정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문득 숨이 막혀 고개를 들어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지 않을 나를, 평생을 기다려야 하겠지. 그저 목숨이 붙어있다는 것만을 위안 삼아.
윤시우:... ... (네가 해주는 이야기들은, 지금의 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벅찼다. 어쩌면 이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당장 눈앞의 너를 살리고 싶어 자신에게도 억지를 부리며 밀어내고 있는 걸지도. 네 손을 붙잡은 채 한참을 복잡한 울음만 쏟아냈다. 그렇게 얼마동안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을까, 겨우 바싹 마른 입을 열어 갈라지는 목소리로 네게 말을 건넸다.) ...이번엔, 약속해주면 안돼요? 찾아와 주겠다고, 인연의 끈을 따라서... 어떤 모습이어도, 여우님이 와주겠다고... (거짓말이라도 좋아요. 꺼질듯한 목소리로 덧붙이고는, 여전히 눈물이 고인 눈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한무오:(몸이 굳어, 남은 열이 식어가는 와중에도 잡은 손만은 따스하다고 여겼다. 이것은 네 손 안에 남아있는 내 마지막 생명력 한 줌의 탓일까, 아니면 붙잡고 놓지 못한 네 손의 온기 탓일까.) ...당장의 이별을 견디기 어려워, 길을 잃게 되더라도...... (끝내 네 어깨에 기울어지는 몸을 기대었다. 더는 남은 시간이 없음을 알았다. 네게도, 내게도.) ...무서워 하지마, 윤시우. 약속해,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
......나를, 기다려줘.
내가 선생님을 기다렸던 것처럼...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돌아갈게. 너한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한무오를 잇습니다.
무오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꼭 무오가 시우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시우가 무오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우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조차 잊을 때도 있습니다.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 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