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습니다.
류이페이와 젠은 새하얗게 얼은 바닥을 딛고 섭니다.
맞은 편에는
21마리의 크리쳐가 버티고 있습니다.
안전지대 탈환 작전으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습니다.
최강이지
가자.
젠:
대크리쳐용살상탄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피해: |
14 |
대크리쳐용살상탄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16 |
류이페이:
대크리쳐살상용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7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15 |
젠:
대크리쳐용살상탄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20 |
컨디션 좋고~
류이페이:
대크리쳐살상용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6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10 |
잘하자고
(뻔뻔해지기)
젠:
대크리쳐용살상탄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피해: |
17 |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금속들이 나무를 긁고 땅을 파헤치며 산산이 조각나
고통도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우는 대신 윤활유 따위를 흘리며 바닥을 더럽힐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별다를 바 없는 일상입니다.
날카롭고 흉흉한 금속 테두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젠:
SAN Roll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실패 |
류이페이:
SAN Roll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실패 |
아니면 당신과 류이페이의 솜씨가 엉망진창으로 퇴화한 건가요?
구로 이루어진 금속형 크리쳐는 날카로운 가시를 표면에 두르고 있습니다.
젠:
사격(라/산)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누가 더 끈질긴지 해보자고
폭탄이 터지는 듯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크리쳐가 나가떨어집니다.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여태 당신이 알던 것과 달리 긴 바늘과 둥근 태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계처럼 보이는 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일전의 핵은 하나의 구로 이루어져 있어 바로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것은 정교한 부품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파괴하더라도 한 번에 박살 내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젠:
지능
| 기준치: |
40/20/8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실패 |
(긁적...)
젠:
지능
| 기준치: |
40/20/8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실패 |
(벅벅...)
젠:아앙? (마침 잘됐다는 눈빛!) 야, 크리쳐가 뭐 저렇게 생겼냐? (앞의 크리쳐를 삿대질한다...)
젠:
지능
| 기준치: |
40/20/8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쩝)
될때까지 때린다? 해체한다? 작살낸다?
개체에 따라 월등히 빠른 예도 있으니 여유롭지는 않군요.
흰 눈은 진흙이 섞여 온통 더러운 색으로 물듭니다.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불쾌한 기분에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본다면, 전부 멀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젠:(별다른 이상이 없음에도 어딘가 불쾌한 기분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대충 훑어본다.)
나무 한 그루는커녕 시야를 들고, 들어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이 전부입니다.
아까 그곳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죠?
바람의 냄새가 전혀 다릅니다.
더 건조하고, 차갑습니다.
젠:뭐냐? 어디까지 날라온건데. (자신이 뱉은 덩어리를 발로 툭 차본다.)
시계입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복잡다단한 태엽들입니다.
크리쳐의 핵과 똑같이 생겼군요. 작동하지 않습니다.
젠:아무리 먹을게 없어도 누가 시계를 삼키겠냐고; (시계를 옷에 벅벅 문대 닦다가) 기계는 맞으면 고쳐진다던데... (시계 빤...)
젠:
건강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귀는 먹먹하고 심장은 쿵쿵 뛰는 데다 머리는 조금 어지럽습니다. 속은 메슥거리고요.
추위가 얇은 옷매무시 사이로 스며들어서 오한과 소름이 오스스 돋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까지 고프네요.
옷..?
당신의 옷을 살펴볼까요?
젠:? (오랜만인데 이런 찝찝한 기분... 옷을 내려다본다.)
:여태 입고 있던 군복은 어쩌고 이런 차림인지 모르겠습니다.
낡은 후드티와 운동화, 어쩐지 낯익은 복장이기도 한데...
날이 춥네요.
AOC의 요원이 된 후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며 이런 감각에는 무척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심지어 최강의 크리쳐가 되어버린 후로는 더더욱이요.
이상함을 느껴도 딱히 짐작 가는 구석은 없습니다.
젠:인간이라도 된 것 같네. (피식 웃음을 흘리곤, 뭐든 찾으려면 일단 걸어야지 싶은 생각에 넓은 설원에 발을 내딛는다.)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잘 보이진 않지만 저 아래에 얼어붙은 호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젠:(뻐근한 고개를 한번 돌리더니 우다다 뛰어가본다!)
얼어붙은 호수까지 내려가는 동안 세상은 고요하고 희디흽니다.
젠:(귀 떨어져나가겠네)(냉큼 후드 뒤집어쓰기)
그것들을 해치고 걷자니 유난히 사지가 무겁고 축축 늘어집니다.
바지와 운동화도 축축하게 젖어버려서 불편하고요.
표면은 단단하게 얼어 물을 마실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검은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젠:이정도로 얼었는데 설마 깨지겠냐~ (안전불감증~)
그리고 젠은 얼음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봅니다.
지금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낯익은 기침 소리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내려오던 반대 방향으로 둥글게 솟은
눈무덤이 있습니다.
젠:(와... 뭐냐 왜 저렇게 불길하고 찝찝하고 파헤쳐야 될 것 같이 생겼냐)(발로 부숴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류이페이지만 류이페이가 아닙니다.
AOC의 군복을 입고 있는 류이페이는
대 크리쳐용 살상 무기를 쥔 채 눈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젠:...야. 야. (인간은 얼어 죽는다고~ 네 앞에 쭈그려 앉으며 뺨을 툭툭 건드린다. 류이페이의 차갑게 식은 얼굴에서 꾹 쥐고있는 살상 무기로 시선이 내려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눈 속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걸까요?
아무리 흔들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체처럼 차갑네요. 우선 몸을 데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살상 무기를 본다면..
전직 군인인 젠은 그것을 보는 순간 직감합니다.
이건 현재 보급되는 무기가 아닙니다.
:몸체에 쓰인 모델 넘버는 A-O19_C1015.
...약 4년 전에 사용하던 구형입니다.
앳된 얼굴의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조금 전과는 다르고,
젠:
SAN Roll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6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4년 전 일이기에 기억이 완전하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은 기억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이 다음의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커다란 동굴이 있습니다.
겨울에 먹을거리가 모자라 사냥을 나오게 되면 사용하던 쉼터이기도 했었죠.
그때 분명히, 류이페이를 이고 져서 그 동굴로 향했습니다.
다른 AOC요원들과 합류해서 Z시의 피난민을 보호, 이송했었습니다.
X시에 무사히 도착하며 터지던 안도의 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당신이 AOC에 입대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였을 수도 있겠죠.
당신은 AOC를 동경하던, 4년 전의 순진한 이가 아닙니다.
얼음송곳 같은 눈발이 흩날리고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몸은 당신이 구하지 않는다면 얼어붙은 설원에 버려진 채 시체가 되겠지요.
무덤 하나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최강의 크리쳐니 뭐니 하는 끔찍한 실험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젠:아오... 아는 길 걷는 건 딱 질색인데. (가물했던 기억을 되새겨보다 몸을 일으켜 류이페이를 내려다본다.) 평범한 인간은 이러다 얼어죽는다니까. (진짜 얘는 나 없으면 어뜨카냐... 쯧쯧 혀를 차곤 너를 질질 끌고 기억이 이끄는 동굴로 향한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피부가 갈라지는 것처럼 고통스럽습니다.
최강의 크리쳐도 되지 못한 신체는 연약하기 짝이 없군요.
들춰 맨 류이페이의 무게가 자꾸만 무릎을 꺾습니다.
젠:
건강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신을 잃은 류이페이는 갈수록 무겁고 걸리적거리기만 합니다.
바닥이 좀 딱딱하겠지만 설원에 눕는 것 보단 훨씬 호사스럽겠죠.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어둑하고 서늘합니다.
짐승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높은 곳에 선반이 설치돼 있습니다.
모포,
난로와
비상식량 따위를 구할 수 있습니다.
:봉지라면과 동결 건조 수프, 하이라이스, 육포와 초콜릿 바 조금이 남아있습니다.
낡고 더러운 양은 냄비도 하나 굴러다닙니다.
젠:(라면 보고 좋아하다 아 맞다 저러다 얼어죽지 하는 생각에 모포 툭툭 털어서 류이페이 위에 얹어줌)
:낡고 얇은 모포 몇 장. 케케묵은 냄새도 조금 납니다.
:기름을 넣어 불을 때는 구식 간이 난로. 기름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대신 한쪽에 쌓인 마른 장작더미를 발견합니다.
젠:(마른 장작더미로 열심히 불을 붙여본다...)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실패 |
(마른 장작더미에 성냥으로 불을 붙인다!)
류이페이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은 꽁꽁 얼어 체온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동결 건조 식품을 끓이면 좁은 동굴 내부에는 음식 냄새가 자욱하게 퍼집니다.
류이페이가 눈을 뜨기 전에 한 번 상황을 정리해보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핵을 부숴도 되살아나는 변종이 생겨났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핵의 부품을 흩어 놓기 위해 손에 쥐는 순간....
핵을 쥐는 순간 신체 내부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었던 것으로 보아,
크리쳐 간의 무언가가 공명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눈보라와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얌전한 효과음이 동굴 안을 채웁니다.
당신은 여러 가지 의문 중 하나의 답을 얻습니다.
전혀 모르는 눈으로, 낯설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젠:(귀신같이 먹을거 먹을 때 일어나서는...) 젠. (여전히 끓고 있는 음식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짧게 대꾸한다.) 이제 일어났냐? 얼어죽지는 않았네, 물론 내 덕분이지.
류이페이:... (귀신같이 먹을거 냄새 맡는다.. 스르륵 일어나서는) 젠? (네 복장을 슬 보더니) Z시 시민인가, 왜 여기에...
젠:(와... 시민 취급받는 것도 오랜만이다) 이거 어쩐지 존심 상하네... (머리 벅벅 긁다가) 조난 당했는데? (구구절절 말해봤자 쟤 성격상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으려나. 너를 빤히 보다가 냄비를 고갯짓한다.) 쬐끔만 먹어라? 쬐끔만.
류이페이:..AOC가 무사히 이송했을텐데? (이게 영 무슨 상황인지.. 어지러운 정신을 가다듬고는 냄비 앞에 앉는다. 제 주린 배를 쓱쓱 쓰담으며) 많이 배고픈데..
젠:그 덜떨어진 놈들을 믿냐... (저걸 언제 다시 콜라로 만들어놔... 환장하겠다는 눈으로 보다가) 말해두지만 그놈들은 별로 믿을게 못된다고. 알겠냐? 자고로 니가 춥고 배고플 때 밥주는 놈이 제일 좋은 놈이다. (건더기를 퍼먹으며 뻔뻔하게 말한다.)
류이페이:... 넌 군인을 별로 안좋아하는구나. (모든 이들이 AOC를 동경했던건 아니었지.. 익숙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찬가지로 냄비에 든 음식을 덜어 먹는다. 뜨거운 것이 입안을 채우자 입 밖으론 희뿌연 연기가 후욱 밀려나와.) 그래도 Z시는 이미 크리쳐에게 점령당했으니.. 널 이곳에 둘수도 없고, X시로 데려가는게 제일 안전하겠지.
물론 일단은 너에게 구해졌다지만.. 그래도 회복은 금방하니까, 안전하게 데려다줄게.
젠:아오, 그런게 아니라... (답답함에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이걸 뭐라고 설명하냐.) 아니다... (하...) 그래... 됐다... 난 AOC놈들이 조온나 괘씸하다고. (어느 정도 체념한듯한 얼굴로 너를 뚫어져라 본다.) 누가 누굴 지키는데? 니가? 나를? (세상에서 제일 못미더운 듯...)
류이페이:... (...) 그 얼굴은 뭐야? 물론 첫인상이 매우 허약.. 해보였을진 몰라도. 이래뵈도 정예 요원이야. (허리 어깨 쫙 피며 헛기침 해) 그나저나.. 여기에 오래 머물지는 못하겠어. (고개를 돌려 동굴 밖 너머에 시선을 둔다. 눈보라가 거세게 치는 날씨에 옅게 인상일 찌푸려)
젠:내가 그걸 모르겠냐. (그래봤자 지금 인간인 주제에. 답답해 죽겠지만 최대한 말을 삼키며 마찬가지로 동굴 밖을 응시한다.) 새파랗게 질려가지고는 피부랑 눈색이랑 가릴수가 없겠더만. 이제 꽤 살만한가보다? (후루룹) 그러면 다 먹고 이동하든가.
류이페이:그랬겠지.. 어쨌든 구해준건 고마워. (마침 제 그릇을 다 비웠는지 그릇을 내려둔다.) AOC를 싫어한다면 날 버리고 갔을수도 있었을텐데. (농담같은 말을 던지는 목소리는 옅게 장난기가 담겨 있어.)
동결 건조 식품이란 그저 그런 푸석푸석한 맛입니다만
눈이 쌓인 풍경을 두고 4년 전의 어느 날에서 먹노라면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최강의 인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류이페이의 회복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꽁꽁 얼어서 괴사를 걱정해야 했던 피부는 금세 핏기가 돌고 뻣뻣하던 손끝은 부드럽게 짐을 움켜쥡니다.
허기를 대충 해결하자마자 류이페이는 동굴 가에 섭니다.
블리자드는 지나갔지만 바람은 여전히 흉흉해서, 눈이 내리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인 수준입니다.
류이페이의 입장에서 당신은 민간인이나 다름없으므로 평소보다 과보호하는 듯이 느껴지네요.
눈보라와 온통 평평한 설원이라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류이페이:그런데, 어쩌다 넌 어쩌다 혼자 낙오 됐어? (눈을 푹푹 밟으며 걸어가선 네 쪽을 살짝 돌아본다.)
젠:뭐였더라... Z시가 터져서 이동하던 중에 눈보라에 한방에 날라갔었던가... 대충 그런 거였던 것 같은데. (애매한 대답...) 그러는 너는 왜 눈밭에 파묻혀 있었냐? (어쩐지 옛날에도 이유를 물어본 기억은 없다.)
류이페이:..Z시 피난민들을 이송하다가 블리자드에 휩쓸려서. (너도냐는 얼굴) 방심했어. 제대로 수행했어야 했는데, AOC의 얼굴에 먹칠을 해버렸네.
젠:(햄버거나 콜라나 가지가지...) 걔넨 그냥 존재 자체가 먹물... 꽤 자부심이 있나보다? 니네 조직에. (훈련되지 않은 인간의 몸은 지나치게 성가시다. 제 몸이 눈에 묻힌 채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양이 마음에 안 드는지 한층 더 걸음에 힘을 싣는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데?
류이페이:...음, 그냥.. 보상을 원하고 군에 입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동료들은 대부분 크리쳐에 가족을 잃거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하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그들의 선의가 멋있잖아.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해보는지 제 볼을 긁적이며 옅은 웃음을 뱉어) 그러는 넌 왜 싫어하는데?
젠:그놈들이 니들의 선의를 이용해먹으니까. (그거 말고도 이유야 많지. 죽어라 부려먹으면서 휴가를 주기를 하냐, 뭘하냐. 맨날 임무랍시고 같잖은 심부름만 죽도록 시키고. 윗대가리들은 하나같이 겁쟁이에, 비겁하기 짝이 없다고. 장황하게 투덜거리며 네 뒤를 쫓는다.) 말해두지만, AOC 놈들이 싫다고 했지 니들의 그... 알량한 정의감이 싫다고는 안했다?
류이페이:이용? 민간인들에겐 그렇게 알려졌나.. 그래도 다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니까. (여전히 무릎까지 오는 눈을 푹푹 밟으며 앞장 서 걸어간다. 투덜거리는 소리에도 다른 반응은 없이.)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실패 |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눈에 파묻힌 나뭇가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부자연스럽게 꺾여있습니다.
류이페이:...? (네 말에 꺾인 나뭇가지를 슬 보고는)
사람의 손이 닿을 법한 위치의 나뭇가지 하나만 왼쪽으로 꺾여있습니다.
류이페이:동료들이야. 후발 부대를 위해서 길을 표시할 때 이런 식으로 하거든.
서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될 것 같아. (옅은 한숨을 뱉어낸다.) 멀리 떨어진 건 아니라 다행이네.
갈까?
젠:(이 앞이 어떻게 됐더라. 뭐, 무사히 합류해서 대충 이 지겨운 눈밭을 빠져나갔으려나.) 뭐... 가보자고.
신호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은 절벽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꺾인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눈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선발 부대가 어떤 길을 가로질러 갔는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최강의 인류 집단에겐 막다른 곳조차 또 다른 길이 되는 법입니다.
젠:(제 허리에 둘러지는 버클을 어색한 듯 바라본다.) 그거 아냐? (절벽 앞으로 한걸음 다가서서 밑을 내려다보곤) 이렇게 안전장치 있는 번지점프는... 꽤 오랜만이다?
류이페이:...? 자주 험하게 놀았나봐? (네 눈가의 흉터에 잠시동안 시선을 두다가 슬 웃으며) 그래, 이렇게 안전장치도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이 시절의 류이페이는 최강의 인류지만 최강의 크리쳐는 아닙니다.
벨트를 다 장착하고 나면 류이페이와 당신은 무척 가깝게 밀착합니다.
류이페이의 등에 달라붙은 모양새가 새끼 원숭이 같기도 하고..
최강의 인류이자 최강의 크리쳐였던 젠에겐 낯선 자세입니다.
당신을 짐짝처럼 매단 류이페이는 거침없이 절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책의 펼쳐진 면처럼 매끈한 코너를 온전히 팔 힘으로 딛고 기어오릅니다.
뒤에 매달린 당신은 이리저리 흔들리느라 멀미에 시달릴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이보다 높은 곳에서도 류이페이를 믿고 훌쩍 뛰어내릴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젠:
행운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류이페이가 붙잡았던 크랙이 갈라지면서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집니다.
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드디어 정상입니다.
평평한 땅에 몸을 올린 류이페이가 당신을 풀어주지도 않고 드러눕습니다.
4년 전이고 4년 후이고 조금도 다르지 않은 풍경.
처음 만났던 류이페이는 이런 얼굴로 웃고 있었죠.
그 정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계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젠:여어~ 역시 최강의 인류. (눈 맞고 녹슬진 않았나보다? 장난스레 툭 치며 답답한 버클을 풀려고 몸을 일으킨다. 빤빤한 얼굴은 네 웃는 얼굴만큼이나,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것도 없다.)
류이페이:녹슬긴. 지금이 전성긴데. (네 의미모를 말을 장난으로 넘겨내며 네 허리에 두른 벨트를 풀어준다.) 다시 갈까.
젠:(자유의 몸!) 몸이 굳기 전에 후딱 움직여보자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이 빠질 정도로 켜켜이 쌓인 눈은 차고 단단합니다.
벨트를 풀고 두 사람이 떨어져서 그 간격을 따라 걸으면,
술렁거리는 공기는 꼭 짐승의 울음소리 같습니다.
젠:
자연
| 기준치: |
10/5/2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실패 |
거센 눈보라가 밀려오고 시계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온통 순백 일색이라 원근감이 사라집니다.
흰 세상에 오점처럼 남은 것은 류이페이와 당신 뿐.
주위로 두르고 섰던 나무들이 갑자기 창살처럼 당신의 주위를 둘러쌌다가,
손을 뻗으면 또 저 멀리 사라져버려 허공만 움켜쥡니다.
아까부터 점차 멀어지더니 완전히 사라진 걸까요?
당신을 놓치고 홀로 나아가거나,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보라를 가르며 나아가고 나아가도 보이는 이가 없습니다.
Z시의 안전지대까지는 크리쳐가 득시글할 텐데...
젠:
SAN Roll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젠:어~이! 최~강의 인~류~!! 류-이-페-이~!!!!!!!!!!!
목소리마저 먹히는 대자연의 백색은 이토록 깨끗하고 순수합니다.
젠:
듣기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1 |
| 판정결과: |
실패 |
폭주와 죽음 후 깨어날 때마다 자리를 지키던 파트너.
당신이 그의 소생을 지켜보듯 그 또한 소생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다시 만났던 그 얼굴입니다.
비록 4년 전이라 조금 앳되고 다른 느낌이지만요...
류이페이는 당신의 손목을 잡곤 이 상황을 설명합니다.
류이페이:화이트아웃이야. 안개가 가라앉으면 괜찮을 거야.
흩어지지 않게 잘 붙잡고 있어.
그리고 감각에 의존해 근처의 커다란 나무 근처로 이동합니다.
새하얀 시야를 앞에 두고 유일하게 새까만 나무.
빛이 들지 않아 거무죽죽한 뿌리 근처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영하의 날씨에 새삼스레 체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가까이 붙어 앉거나 온기를 나누면서 흰 시련이 지나가길 기다리세요.
젠:(이러다 내가 얼어죽겠네... 아까 절벽의 원숭이처럼 류이페이 등에 매달림) 아까 내 목소리 진짜 못 들었냐? 완전 크게 불렀는데 다 묻히더라.
류이페이:..날 불렀어? (앞으로 몸이 기울면서 고개만 네쪽으로 살짝 돌리곤) 안들렸어. 바람 소리가 워낙 거세서.
(널 물끄러미 보다가) ...많이 추워?
젠:(거의 짓누르다시피 찰딱 붙어서는) 지금 고작 후드 한겹인거 안 보이냐? 보통 인간이었으면 진작에 쓰러졌다고. (물론 나도 지금은 보통 축에 속하겠지만... 중얼거리곤) 뭐 됐다. 어차피 니가 혼자 갈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고... 찾았으면 된 거잖냐?
류이페이:당연히 혼자 안가지.. ..음, 추우면 이거라도 쓰고 있어. (제 장갑을 빼서 뒤로 휙 건네줘) 화이트아웃, 곧 끝날테니까 조금만 버티자. (몸이 거의 반으로 접혀서는 끄응 거리며 일어나)
젠:(마다 않고 네 장갑을 차가운 손에 끼운다.) 온통 새하얘서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도 도무지 구분이 안 간단 말이지. (네가 몸을 일으키자 뒤로 젖혀지며) 최강의 인류 주제에 힘들어하지 말라고~ (정신 차리라는 듯 뒤에서 네 머리칼을 몇가닥 잡아당긴다.)
류이페이:..(어린애 돌보는건 힘든거구나..) 네가 씩씩해서 다행이야. ...보통은 이런 상황에 울기부터 하는데.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것도 가만히 놔두다가 소음이 사라진 주변의 공기에 눈을 돌린다.) 슬슬 이동해도 괜찮겠어. 아직은 체력, 괜찮지?
젠:대체 날 얼마나 애새끼로 보는 거냐? (눈을 가늘게 뜬다... 은근히 자존심 상함) 화이트아웃? 그건 이제 끝이고? (네 등에서 떨어져 몸을 툭툭 털고 일어서서는 피식 웃어) 아무리 지금이 약해빠졌어도, 벌써 지칠 정도는 아니라고. 한 4년만 지나봐라, 난 너보다 훨씬 강해질 걸?
류이페이:애 ..맞잖아? (누가봐도 중학생 정도로만 보이는...널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어지는 뒷 말에 자연스레 웃음지어) 그래그래, 나보다 강애질 수 있지. 기대하고 있을게. (머리쓰담담) 그럼 이제.. 이동할까. (짐을 쥐어들고는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젠:아 진짜라고ㅡㅡ!! (신경질 부리며 길도 모르면서 앞서 나가려고 한다...)
류이페이:(앞서 나가는 네 모자를 뒤에서 끌어당겨선) 이쪽이야.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저 멀리 도시가 보입니다.
크리쳐에게 쫓겨 이만큼이나 멀리 떨어졌던 거네요.
류이페이:가자. Z시 17번 게이트 근처에 작전 본부를 꾸리기로 했어.
다행히도 절벽을 다시 내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두 사람이 부지런히 걸으면 곧 Z시 외곽에 도착합니다.
뼈대를 드러낸 건물의 잔해 사이로는 크리쳐가 돌아다닙니다.
류이페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일지도 모르겠어요.
민간인인 당신을 달고 무리할 수는 없으니 조심해야 할 텐데요.
외곽에서 17번 게이트로 향하는 길은 3갈래로 나뉩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길,
학교를 가로지르는 길,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길.
류이페이:여기 시민이라고 했지, 어느 길이 제일 안전한지도 잘 알겠네. (대답을 바라듯 널 빤히 쳐다봐)
젠:(가물...) 내 감이 말하고 있어... 놀이터다. (애매!)
류이페이:감..? 그런거로 장난칠 상황이 아니지만... ...일단 그렇다니까...(한숨)
금속형 크리쳐의 잔해와 무너진 핵이 놀이기구와 함께 반파된 채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그 흔적을 보던 류이페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류이페이:그래도 여긴 금속형 크리쳐 밖에 없었나 봐. 다행이네.
요즘 들어 감자기 새로운 형태의 크리쳐가 등장하기 시작했거든...
일단 생체형 크리쳐라고 부르고는 있는데, 핵의 위치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고 능력도 제각각이라 상대하기가 까다로워.
아직 정보도 충분하지 않고..
Z시의 AOC 요원이 사망한 것도 예상치 못한 생체형 크리쳐의 개체 수가 증가해서야. (약간의 씁쓸한 표정이 묻어나오며 놀이터의 모래를 발로 툭툭 건드린다.)
내 동료들도 몇이나 사망했어.
류이페이의 얼굴에는 죽음을 슬피 여기는 감정이 드리웁니다.
그도 그럴게, 몇 번이고 죽어도 되살아나는 최강의 크리쳐가 아니니까요.
이때의 류이페이에게 죽음이란 절대적인 끝이었을 겁니다.
류이페이:생체형 크리쳐의 발생 원인으론 진화설이 유력해.
금속형이었던 것들이 인간을 먹거나, 관찰하면서 형태를 바꾼다는 거지.
골치 아픈 상대야.
젠:(모래와 눈이 섞인 질척한 바닥을 밟으며 네 얘기를 듣는다. 무기를 그렇게 구린 걸 쓰니까 죽어나가는게 당연하지. 여튼,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귀찮고, 짜증나고... 저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진화설같은 소리 하고있네. (속이 다 뒤틀린다고.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든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놀아나는게 제일 싫고,) 생체형 크리쳐는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이야. (그건 너도 그렇지 않냐? 믿을지 말지는 내가 정하는게 아니라고. 씁쓸함을 띄는 네 눈을 똑바로 마주한다.)
류이페이:(이따금 제 나이에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일때면 마치 널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인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든다. 마치 이 세상을 전면 부인하는 듯한 네 헛웃음에 눈을 꿈뻑이다 들려오는 말에 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이 된다.) ..인간이? 그럴리가 없잖아. 그런 조직이 있었다면 AOC가 진작에 잡았겠지. 애초에 우리의 적은 크리쳐니까. (어린아이가 할 법한 발상이라 생각하는듯 여전히 힘없는 웃음을 지어보인다. 동료들이 눈앞에서 찢겨나가던 모습을 한순간에 떨쳐낼 수는 없는지. 하지만 최강의 인류인 만큼, 누구보다 앞서 나아가야 하기에, 책임을 지게된 널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하기에 진실로 솔직함을 담은 듯한 눈을 피해 네 손을 잡아 끌어당긴다.) 이만 가자. 정말 거의 다 도착했어.
젠:아, 그래? (그렇겠지. 갑자기 나타난 애새끼가 이런 말을 해봤자 믿을 이유도, 받아들일 여유도 없겠지. 처음부터 납득은 딱히 기대하지도 않았다. 손을 잡아끄는 힘에 그대로 눈을 돌려 온통 부서지고 깨어진 주변의 잔해를 훑다가, 발 뒤꿈치를 질질 끌며 걸음을 옮긴다. 그래도 난 거짓말은 안 했다고.) 야, 이왕 헛소리라 치부하는 김에, 하나만 더 말하자. (들으라는 듯 네 손을 뒤로 휙 잡아당긴다.) 언젠가 예상치 못한 크리쳐가 나와도,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죽어도 죽지 않을만큼 질기고 강한 동료가 생길거다. 기대해도 좋아.
류이페이:(확 당겨진 손의 힘에 자연스레 시선은 너에게로 향했다. 네가 하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겠어도, 막연히 떠들어대는 어린애의 큰소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멍하니 널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이런 상황에 위로도 받아보네. (아무렇지 않은듯 픽 웃음 뱉으며 걸음을 계속해서 옮긴다.)
몇 개의 텐트와 바쁘게 오가며 무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들은 모두 AOC 앰블럼을 달고 있습니다.
류이페이는 그들을 발견하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렇게 믿는 류이페이의 눈동자는 의심 한 점 없이 반짝거리겠죠.
살아있었구나!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가 류이페이라면 살아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거리가 이렇게 먼데도 용케 알아본 사람들이 반가운 얼굴로 다가옵니다.
당신이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류이페이의 생환을 두고 내기를 했는지 동전을 던지고 받기도 합니다.
류이페이를 둘러싸고 웃고 환영하고 안도하는 사람들...
최강의 인류라는 녀석이 민간인에게 역으로 구조 당하다니,
Z시의 생존자는 이미 진작 차량에 탑승, X시로 이송했어.
지금 남은 인원은 전투에 투입될 소수 정예랑 정찰 담당뿐이라...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곤란한 얼굴로 턱을 굅니다.
당신을 배제하고 몇 마디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대화를 마치고 흩어집니다.
류이페이:본부를 경비하기 위해 소수 인원이 남아있을거야.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릴 수 있지? (널 끌고는 가까운 텐트에 데려다준다.)
텐트는 두꺼운 천막을 사용했는지 바깥의 횡횡한 겨울바람도 제법 훌륭하게 차단합니다.
내부에는 의자와 침낭, 몇 가지 식량과 조리 도구 등이 있습니다.
가운데 놓인 이동식 난로에서는 훈훈한 김이 피어올라 퍽 따뜻합니다.
위에 올라간 주전자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끓어오릅니다.
(담요를 어깨에 덮어주곤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담는다. 널 잠시 바라보다가 코코아가루를 넣어서 건네줘.)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매번 하는 일이거든.
젠:(누굴 애로 보냐고 다시 왁왁대려다가 코코아가루를 타주는 걸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문다...) 심심해지기 전에 와라? (킁) 텐트 안에 있다가 심심해지면 나도 뭘 할지 모르걸랑.
류이페이:알겠어.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다녀올게. (픽 웃으며 핫팩도 손에 꾹 쥐어준다. 짧은 손인사와 함께.)
저 밖에선 류이페이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기와 군복의 상태를 점검한 AOC 요원들이 하나, 둘 헬기에 탑승합니다.
투두두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돌아갑니다.
귀를 때리는 굉음이지만 익숙해서 안정감이 들 지경이네요.
마지막으로 헬기에 타던 류이페이는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태운 헬기는 금세 하늘 위로 비상해선 저 멀리 온점보다 작은 구멍이 됩니다.
AOC 작전 본부에는 당신을 비롯해
4명 남짓의
정찰 담당만 남았습니다.
임시로 세운 본부는 여러 개의 텐트가 듬성듬성 배치된 형태입니다.
가장 안쪽의 텐트는 리더의 것인지 AOC의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 있습니다.
끄트머리에
헬기와 자동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고요.
젠:(그새 바깥을 기웃거리다 정찰 담당과 눈이 딱 마주친다...)
:최전선에 배제된 정찰 담당 요원들. 대부분 신입으로 당신을 크게 경계하지 않습니다.
그야, 민간인인 걸요.
당신이 지나치게 당황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작전 본부를 돌아다니거나, 대화를 거는 것 정도는 묵인할 겁니다.
:AOC 마크가 크게 새겨진 텐트. 앞에선 정찰 담당 한 명이 지키고 있습니다. 리더의 공간이자 회의실로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외부인인 당신에겐 접근을 불허합니다.
젠:
은밀행동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이 맡겨진 텐트의 내부와 비슷한 구조입니다.
회의 시에 사용한 건지 화이트보드에는 지도와 몇 장의 보고서, 휘갈긴 메모가 남아있습니다.
젠:쩝... 대빵도 별건 없구만? (지도와 보고서를 대충 들춰본다.)
외곽에 AOC 작전 본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광장, 병원, 백화점에 각각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1차 전투 예상 지역일까요?
보고서는, 생체형 크리쳐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4년 전 정보이니 당신이 아는 것보다 낙후되었습니다. 생체형 크리쳐의 발생 원인이 인간의 시체를 섭취한 거로 예상된다거나, A시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거나...
자료조사
| 기준치: |
20/10/4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실패 |
(보기전에~ 보고서를 좀 더 읽어본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정보들을 곧이곧대로 믿던 때가 있었죠.
이젠 다 지나간 이야기지만요.
당신은 생체형 크리쳐의 특성에 관한 내용을 봅니다.
(맞구나)
휘갈긴 메모를 본다면..
몇 개의 단어가 보이지만, 필기체고 원체 휘갈긴 탓에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젠:
언어(모국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00 |
| 판정결과: |
대실패 |
:제일 처음에 쓰인 건 류이페이의 이름이네요.
그 아래에 적힌 것들도 이름 같은데... ...
어떤 사람을 분류한 건진 모르겠습니다.
젠:(텐트에서 나와서 헬기와 자동차를 기웃거린다.)
:당신에게도 익숙한 모델입니다. 헬기와 자동차 운전쯤이야 AOC 훈련 튜토리얼 항목인 걸요.
진작 때웠죠. 그리운 기분이 드네요.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91 |
| 판정결과: |
실패 |
(눈이 침침하다... 가까이 다가가본다.)
:헬기와 자동차는 모두 시동이 걸린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사시에 언제든 출발하기 위해서겠죠.
지나가는 요원의 주머니에서부터 거친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사람이 없는 텐트 사이로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403.....니다. 안심...시오, 국민...."
당신과 류이페이는 언제나 인류 최강이었는 걸요.
안온한 본부 한복판에 안주했다간 류이페이가 다양한 사인 중 하나로 죽어버리고 말 테니.
4년 후를 살다 온 당신이 그 증거일 텐데도.
아득하게 휘몰아치는 흰 눈보라 너머로 저 멀리 도시의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드문드문 땅거미가 잠식한 풍경은 어쩐지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여...기는 광장, 광.....이다. 생체 ....알파가 출몰."
고요하던 AOC 작전 본부는 금세 들썩거립니다.
자신의 숨이 굉장히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단 한 사람을 태운 헬기는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창 아래로 펼쳐진 설원은 눈이 시리도록 희디흽니다.
류이페이의 안위가 이토록 불안하긴 처음입니다.
당신이 떠난 지 오래된 동네지만 지도의 구조는 이미 머릿속에 저장됐습니다.
광장 근처 건물, 백화점의 옥상에는 헬기 주차장이 있습니다.
거대한 프로펠러가 멈추는 진동이 온몸을 울립니다.
젠:
관찰력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똑같은 AOC 군복을 입은 사람들은 주위에 무수히 쓰러진 가운데,
류이페이는 몇 명과 함께 제법 잘 싸우고 있습니다.
맞은편에 선 생체형 크리쳐는 이리저리 형체를 바꾸며 몇 번이고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합니다.
류이페이의 생존을 확인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조차 작동하지 않아 멈춘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옵니다.
당신이 착지한 대리석 바닥에 길게 기스가 나고,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신발 자국이 남습니다.
엉망진창으로 구르다시피 착지한 당신이 백화점의 문을 열면,
불길한 피 냄새와 지독한 악취가 피어오르는 전투의 현장.
'그어그어'하고 우는, 클리셰 SF 세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쳐의 눈동자.
짐승처럼 가느다란 동공은 어느 생명체를 합성한 흔적일까요?
그 교활하고 자아를 잃은 결과물이 초승달처럼 가늘게 휘어집니다.
:〈생존자의 진술을 대조해본 결과, Z시에 출현한 생체형 크리쳐 α는 한 번 본 상대의 외형을 복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 각별히 주의 요망.〉
탄환의 장전을 위해 잠시 시선을 뗐던 젠이 고개를 들면 무척 놀란 얼굴입니다.
크리쳐를 보는 순간 망설이지 말고 쏴 갈길 것.
당신의 형태를 가지고 있던 크리쳐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그 타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은 류이페이의 배가 꿰뚫립니다.
크리쳐가 쓰레기를 버리듯 류이페이를 내팽개치면,
텅 빈 동공을 가진 몸이 광장의 경계에 버려집니다.
상처 부위에선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피가 샘솟습니다.
고작 몇 발자국만 다가가면 류이페이에게 닿을 거리입니다.
젠:
지능
| 기준치: |
40/20/8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그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할 리가 없던 걸 몰랐던 거예요.
최강의 인류지만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 이가 색색, 밭은 숨을 몰아쉽니다.
멈추지 않는 피는 바닥마저 같은 색으로 적십니다.
전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류이페이는 흐물흐물 반쯤 녹은 입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우물거립니다.
젠:
SAN Roll
| 기준치: |
64/32/12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실패 |
젠:뭐야? 이게 대체... 뭔 꼴이냐고. (익숙하리만치 코를 찌르는 혈향, 발에 밟히는, 조각조각 부서진 잔해들, ...그 사이로 유일하면서도, 이 순간 무엇보다 낯설게 느껴지는, 숨이 꺼질 듯한 최강의 인류를 얼이 빠진듯 멍하니 바라본다. 확신이 된 불길한 예감과, 그럴리 없다는, 수습할 수 없는 안일함이 한데 뒤섞여 머리를 어지럽힌다.) 웃기지말라고... 니가 날 그렇게 모를 리가 없잖냐. (틀어막으려 해도 피가 새어나오는 부위가 어디인지조차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겠다.) 일어나.
그는 천천히 팔을 뻗어 당신의 손을 붙잡습니다.
공교롭게도 류이페이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더는 말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너덜너덜한 머리는 축 늘어지며 바닥에 엎어집니다.
이내 거센 기침 소리와 함께 어떤 덩어리가 목구멍을 열고 왈칵 쏟아집니다.
금속 재질로 은색을 띠고 있으며 내부에 든 것은 새파랗게 빛나는 점액질과
당신의 이야기의 시작에서 파괴했던 바로 그것.
상급으로 각성한 생체형 크리쳐 알파와의 고전,
그럴싸하게 민간인을 흉내 낸 접근 방식에 넘어가 늑골이 박살 나고
그러나 류이페이는 분명히 4년 후에도 살아있습니다.
단 한 번의 삶과 죽음만을 부여받은 류이페이가 어떻게 이 일을 겪고도 살아있던 걸까요?
어째서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가 됐을까요?
클리셰 SF 세계관에 단순히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류이페이가 C.V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체여야 했던 이유,
당신이 류이페이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류이페이가 크리쳐의 핵을 주입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을 되돌려 산산이 조각 난 크리쳐의 살점과 부품을 몽땅 끌어모을 정도로 강력한 재생력을 지닌 핵!
사지가 멀쩡한 류이페이의 신체를 수복하고 되살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겁니다.
빈 구멍은 딱 적당한 자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류이페이의 소생은 C.V 실험의 완성을 이루는 열쇠가 되는 장면.
멸망하는 세계에서 당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창조할,
젠:(Z시 탈환 작전, 생체형 크리쳐 알파와의 고전, 민간인을 흉내 낸 접근 방식……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해진 미래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알량한 정의감을 뽐내는 놈들한테만 이 모양이다. 제 손에 쥐어진 크리쳐의 핵과, 곧 죽을것처럼 붉은 피를 울컥 쏟아내는 네 심장부근을 시리도록 파란 눈에 담으며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안일할 수 있을 때까지 안일한 것이 제 성격이고, 닥치면 해결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야, 류이페이. 나는 놀아나는게 제일 싫고, ……그건 아마 너도 마찬가지겠지.
(뭐를 수습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하냐? 지금 난 네 목숨을 수습해야 할지, …이 뭣 같은 운명을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걸 집어넣으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모든 기억이 흐려지고, 한심할 정도로 정의와 선의를 추구하던 너는 수십, 수백번을 죽어서 그 흔한 헛된 바람 하나 품지 않은 채, 사는게 사는 것 같지도 않는 재미없는 삶을 연명할 것을 알았다.)
……아니, 그래.
그래도 너는 멋대로 못 죽지.
너는 살아서, 언젠가 예상치 못한 크리쳐가 나와도,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죽어도 죽지 않을만큼 끈질기고 강한 동료를 만나야 한다고.
젠:(그때의 넌 한낱 크리쳐가 날 따라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의리는 있을거다. 지금은 고작 살려달란 말 한마디에 목숨을 던질 만큼 나를 몰라도, 지겹도록 알게 될 때까지 붙어다니니까.)
(망설임 없이 손에 쥔 크리쳐의 핵을 콱 움켜쥐고, 있어야 할게 없는 빈 자리에 우겨넣는다. 끈적한 피가 손을 적셔도, 차가운 고체가 뜨거운 인간의 몸뚱아리에 제대로 박혀들어갈 때까지 밀어넣어 미미하게 남아있는 고동을 느꼈다.)
앞으로의 재미 따위는 내가 찾아주면 돼. (난 크리쳐가 될 너를 죽일 자신이 있고, 크리쳐가 된 너에게 죽지 않을 자신도 있지만,)
그러니까 일어나.
최강의 인류 주제에… 짜증나게 바닥에 누워있지 말라고.
(인간으로 죽은 너를 볼 자신 같은 건 모르겠다고.)
심장의 잔해를 가르고 이 세계를 점령한 괴물의 중심이 뿌리를 내립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카운트다운처럼 순식간에 영점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류이페이:...젠.., 어떻게.. 난 방금...
인류의 멸망을 저지할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기계로 구성된 심장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증거라곤 무엇 하나 남지 않았는데도...
류이페이:...또 너에게 살려졌네. 고마워, 젠.
정신을 차리면 다시 씨라기눈이 흩날리는 음울한 검은 숲으로 돌아옵니다.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당신은 새하얗게 얼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류이페이:너가 직접 만지자마자 가속하더니 폭파했어.
너도 폭발에 휘말리더니, 한동안 소생이 늦어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류이페이의 속눈썹 끝에는 눈송이가 매달렸습니다.
젠:죽어도 죽지 않고, 끈질길만큼 강한...... 동료를 만날거라고, 했잖냐?
당신의 목소리가 눈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는지,
커튼보다 두껍고, 오래도록 거둬지지 않을 종류의 막이 내립니다.
가까운 곳에서 오래된 라디오의 잡음 섞인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크리쳐 발생 사...으로부터 1016...니다. 안심...시오, 국민...."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당신은 일어나야 합니다.
새로운 크리쳐를 물리치기 위해선 핵을 파괴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 핵이 가속할 수 있도록 같은 알파의 접촉이 필요합니다.
AOC에 희생당한 실험체들만이 할 수 있는...
물론, 당신의 파트너는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크리쳐는 진화하고, 외계의 위험은 끊임없습니다.
인류는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용하고, 해치고, 분열하죠.
상황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세계를 위한 최강의 클리셰니까.
END 2. 최강의 클리셰,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시간은 정방향으로 흐르고 사건은 순리대로 이루어집니다.
당신의 선택으로 류이페이는 핵을 이식받아 부활, 4년 전의 사건에서 몇 번이고 죽고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며 첫 생체형 크리쳐 알파를 물리쳤습니다.
당신은 원래의 시간 선으로 복귀 후 기절합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4년 전의 당신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류이페이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기억해주길 기다렸을지도 모릅니다만,
동료들의 증언과 CCTV의 확보, 신체검사의 수치 이상으로 첫 번째 C.V 프로젝트의 대상자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모든 기억은 말소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