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해체된 완벽주의 · 선 밖의 관조자 · 체념적 유연함
명중(命中). 겨냥한 곳에 바로 맞는 것. 그런 이름의 앨리스에게 있어
오차는 오점의 동의어이고, 탈선은 탈락이나 다름없다. …고 완벽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다. 줄곧 애매한 형태로 유지되던 강박을 고등부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완전히 놓아버리고 편해졌다. 목에 건 타이는 늘 삐뚜름하며, 셔츠의 밑단은 좋을 대로 구겨진 모양새... 더는 책상도 열 맞춰 정렬하지 않지만, 쿠로(지난 앨리스제에서 아키라에게서 분양받은 까다로운 고양이 로봇)가 알아서 정리해 주곤 한다. 때문에 예의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보다는
느슨하고 풀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애초에 게으르게 살기 위해 확립했던 요령만이 우뚝하다. 하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을 것. 둘, 굳~이 귀찮은 일에 끼지 않을 것. 셋, 그럼에도 휘말린다면 진심으로 임하지 않을 것.
사람을 멀리하지는 않았지만 아세이의 인간관계는 과녁과 비슷하게 켜켜이 형성되었다. 그건 동심원을 나누듯 선을 그어두고 넘지 않는 식이었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관심과 간섭도 옅어졌다. 특히나 요즘의
아세이는 무관심했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하다못해 앨리스에게도 흥미를 잘 보이지 않았으며 언뜻 무료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이었다. 겉핥기식 생각과 가벼운 어투, 미련 없는 듯한 태도는 다가오는 타인의 관심까지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가지고 있던 것 중 진보한 것은 능청스러움과 뻔뻔함뿐이라
스기오 아세이는 얄밉다! …는 인식이 바뀌었을지는 모르겠다. 간혹 궁금한 것을 단숨에, 깊게 찔러보는 듯한 버릇만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으나… 이 역시도 어떤 순간의 충동일 뿐 딱히 고의성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전까지 아세이의 여유로움이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양분으로 삼았다면, 지금
아세이의 느긋함은 단순한 방목에서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은 머리를 은근하게 뽐내는 일은 진작 관뒀고, 주변의 평판과 기대도 이제서는 완전히 벗어던진 듯 했다. 효율과 최소한의 노력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점이었으며 이외에는 아무래도 좋은 태도. 존중인지 귀찮음인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들기보다 남에게 굽혀주는 일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지나친 비약과 무논리는… 견디지 못할 것.) 이유 모를 찝찝함은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 정확히 맞추려고 하지 않으니까!
세상에는 시작점조차 알 수 없는 난제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이해했고, 불확실성은 모든 일에 잠재했으며, 자신은 2%를 채우려고 노력할 만큼 성실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한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