綿貫 穂織
와타누키 호오리
호오리한테는 없는 걸..~
✶ <그 여름의 서표>
✶ 하늘에 닿은 파도
✶ 떠나간 아이
✶ 소원: 기쁨을 선물하기
✶ 25세 女
✶ 156cm/52kg
App.
한때 토모가사키의 명물이었던 꼬질꼬질하고 빨간 해파리… (같은 머리통.) 허리께까지 정신없이 뻗친 머리카락은 이제 해파리보다는 산호에 가까운 모양새였다. 여기저기에 붙은 나뭇잎들, 네로가 할퀴어서 생긴 눈가의 생채기, 돌조각과 조개껍질에 쓸린 상처들, 굳어진 흉들과 맨발… 더 이상 다치거나 때 타지 않을 텐데도 이런 모습인 것은 모두의 기억 속에 와타누키 호오리가 그렇게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자란 머리카락과 체구 외에는 열다섯 적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형이다.
Profile.
둥실둥실~|산들산들~|느릿느릿~
와타누키 호오리는 대부분 그대로였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빗겨간 것처럼 여전히 엉뚱하고 자유롭다. 예전과는 달리 배가 고프지도, 졸리지도 않았으니 자신이 죽은 것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씩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까먹은 것 같긴 해도.) 그저 복잡한 일은 단순하게 생각하는 면마저 변함이 없어 자신의 죽음을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생각이나 감상은 굳이 입 밖으로 남기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자신보다도 주변의 변화가 낯설고 이상했는지 그런 지점을 곧잘 찾아 짚어내고, 궁금해하곤 했으나… 부족한 섬세함과 미숙함은 누군가를 의도 없이 상처입힐 수도 있겠다. 말과 행동은 생전보다도 한참 늦어졌다. 다른 속도로 흐르다 못해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유유자적 느긋하기만 했고, 맹한 얼굴은 여전히 생각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감각이 둔해진 탓인지 좋아하던 것들에게 예전만큼의 관심이나 애정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반가운 얼굴들에게만은 늘 예외였다. 변화라면 곧잘 장난을 치고 귀찮게 굴다가도 가끔 곁에 있는 이의 눈치를 보게 된 점 정도. 그럼에도 터무니없는 욕심과 고집은 여전해서 좀처럼 쉽게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다만 아무리 제멋대로 행동한다 해도 호오리가 물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었으니, 그런 점에 있어서는 답답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바라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집요함은 남아있었으므로, 호오리에게 잘못 걸린 사람은 (물론 볼 수 있는 사람 한정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 유령에게 온종일 호되게 시달려야 할 것이다….
etc.
ଳ 綿貫 穂織
✿ 7월 6일생, 탄생화 해바라기, RH+O형, 마을에서 나 마을에 잠긴 토모가사키 마을 토박이. ✿ 1인칭은 私(와타시), 혹은 호오리. 여전히 혼자만의 이상한 애칭으로 모두를 부른다. ✿ 말을 하는 동시에 생각하는 것인지 말 사이 뜸이 답답할 정도로 길다. 늘어지는 듯한 말투와 가끔씩 튀어나오는 존댓말. ✿ ‘와타누키 폼포코’. 상점가의 작은 빵집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예전만큼의 활기는 느껴지지 않고, 그 해 여름 이후로는 엉뚱한 컨셉의 신메뉴도 나오지 않는다. 부모님을 대신하여 가끔은 호오리의 남동생인 히로시가 빵을 굽고, 가게를 보고 있다. 이제는 거동에 큰 문제가 없을 만큼 건강해져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때만 도시로 나간다고…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 ✿ 더이상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면 늘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 있던 예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멍하니 있는 때가 많아졌다. 쓸데없는 물건이나 벌레를 주워 친구들에게 내미는 것을 그만뒀다는 점만은 모두에게 희소식일지도… ✿ 파일럿이라는 꿈은 이룰 수 없게 되었지만 하늘을 보는 것은 여전히 좋아한다.
ଳ ETC
L/H: 초평화 버스타즈 / … ✿ 취미는 하늘 구경, 예전과 달라진 것 찾기. ✿ 특기는 귀찮게 하기.
와타누키 히로시.
5년 늦게 태어난 남동생은 출산 예정일보다 3달 빠르게 세상에 나와, 호흡기와 수액 라인에 의지한 채 투명한 인큐베이터 너머로 호오리와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말 한마디조차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누구도 아기가 무사히 첫 돌을 넘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겨우 목숨을 연명한 동생은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에, 만성 폐질환을 앓아 약소한 운동은 커녕 야외활동이라고는 도무지 조금도 버틸 수 없었고, 매 환절기마다 폐렴으로 고생해야 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 마을은 분명 현상유지를 위한 최선의 장소였지만 그 이상의 차도는 없었다. 히로시만큼은 언제나 자유롭지 못했다.
와타누키 호오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강체질에, 달팽이관까지 튼튼한 신체기관, 남들은 한 번씩 다 걸린다는 열병도 피해 가는 강철 면역력을 자랑하는 아이는 이런 것을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어느 눈이 오는 날,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턱대고 히로시를 데리고 나갔다가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던 밤에, 동생과 한 침대에 누워 느릿하게 뛰는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이며 호오리는 누군가를 대신해 처음으로 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히로시를 바깥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 대신, 바깥 세상을 히로시에게 가져왔다. 작게 만든 눈사람,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예쁜 조개껍질들, 가장 크고 힘이 센 사슴벌레……. 그러니 호오리의 꿈은 파일럿이다. 폐가 약해 높은 고도에서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상황도, 급격한 압력의 변화도 견디지 못할 어린 동생이 동경하고 있는 것. 하루종일 창 너머로 바라보고 있는 하늘. 언젠가는 그것을 가져다 주고 싶다고 호오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오봉을 맞이하기 한 달 전, 영문도 모르고 등대로 돌아온 뒤로 무사히 스물을 넘긴 동생을 보게 되었다. 그가 예전만큼 자신의 도움이나 선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생전 하던 일방적인 강요가 줄어들었다. 혼자만의 꿈에 이어 호오리에게 새로운 소원이 생긴 것은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