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누키 히로시.
5년 늦게 태어난 남동생은 출산 예정일보다 3달 빠르게 세상에 나와, 호흡기와 수액 라인에 의지한 채 투명한 인큐베이터 너머로 호오리와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말 한마디조차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누구도 아기가 무사히 첫 돌을 넘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겨우 목숨을 연명한 동생은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에, 만성 폐질환을 앓아 약소한 운동은 커녕 야외활동이라고는 도무지 조금도 버틸 수 없었고, 매 환절기마다 폐렴으로 고생해야 했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 마을은 분명 현상유지를 위한 최선의 장소였지만 그 이상의 차도는 없었다. 히로시만큼은 언제나 자유롭지 못했다.
와타누키 호오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강체질에, 달팽이관까지 튼튼한 신체기관, 남들은 한 번씩 다 걸린다는 열병도 피해 가는 강철 면역력을 자랑하는 아이는 이런 것을 다 이해할 순 없었다. 어느 눈이 오는 날,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턱대고 히로시를 데리고 나갔다가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던 밤에, 동생과 한 침대에 누워 느릿하게 뛰는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이며 호오리는 누군가를 대신해 처음으로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히로시를 바깥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 대신, 바깥 세상을 히로시에게 가져왔다. 작게 만든 눈사람,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예쁜 조개껍질들, 가장 크고 힘이 센 사슴벌레……. 그러니 호오리의 꿈은 파일럿이다. 폐가 약해 높은 고도에서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상황도, 급격한 압력의 변화도 견디지 못할 어린 동생이 동경하고 있는 것. 하루종일 창 너머로 바라보고 있는 하늘. 언젠가는 그것을 가져다 주고 싶다고 호오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오봉을 맞이하기 한 달 전, 영문도 모르고 등대로 돌아온 뒤로 무사히 스물을 넘긴 동생을 보게 되었다. 그가 예전만큼 자신의 도움이나 선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생전 하던 일방적인 강요가 줄어들었다. 혼자만의 꿈에 이어 호오리에게
새로운 소원이 생긴 것은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