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3화: 여름의 눈 후기
제가 다소 여유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어 저번에도 후기를 따로 드리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역시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ㅠ ㅠ) 긴 작업을 하면 반드시 남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많아지는 터라 한 번씩 이렇게 물어봐주시고 궁금해해주시는 분이 귀한데 (TMI:제가 말이 많습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그 시기를 놓쳐버려서 너무 아쉬웠어요! 오늘 전달드리는 후기는 이전에 보내드렸던 것보다는 가벼운 톤으로 살짝만 건드리듯이 진행이 될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막 집에 들어와서… 다소 정신이 없는데도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 많네요 >///< 보내주신 정성스러운 후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늘 제 작업물 진심으로 좋아해주시고, 하나하나 어떤 의미가 있을지 염려해주시는 섬세한 독서에 감동을 받고 있어요. 여러 번 이야기 드렸지만 빈말이 아니라 제가 다소 빡빡한 일정에도 글을 계속 쓰는 이유 중 큰 지분을 차지하고 계시는 두 분입니다. 감사 인사는 이정도로 하고, 아래는 가벼운 코멘트 형식으로 써보는 <여름의 눈> 후기입니다! 여름의 눈? 표지 디자인 관련으로 말씀 드렸듯이 ‘태풍의 눈’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원래는 ‘태풍의 눈’ 그리고 ‘눈보라 뉘앙스’로 2부작을 계획했었는데요! 오프레 AU도 맡겨주신다는 덧붙임이 있어서 좀 더 확장된 세계관(ㅋㅋ)을 생각하게 됐고, 계절을 테마로 하는 게 좋겠다! 마침 그렇게 신청해주셨으니 딱 좋군… 까지 생각이 미쳐서 ‘여름 청춘 어쩌구~’ 같은 시시한 제목을 떠올리다가, 플룻이 구체화되면서 정해졌습니다. (오프레인 3부는 그래서 계절 바깥의 계절) 뜻은 예상하신 것처럼 소란 가운데 가장 고요한 가운데, 여름의 한가운데인 맹점을 나타냅니다. 글과 소리 <여름의 눈>의 중심 키워드가 소리/고요인 건 꽤 초창기에 잡았던 컨셉이에요. 보통 프로필을 받으면 각 캐릭터의 특성이랄까 가장 두드러지는 키워드랄까를 먼저 확인하는 편인데, 정훈이는 <영화>를 보운이는 <음악>을 꼽을 수 있겠더라고요. 이 두 키워드가 겹치는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와중(서사, 흐름, 파동 뭐 이런 여러가지를 생각했는데요) 퍼뜩 떠오른 게 ‘소리’였습니다. 제가 영화 감상보다는 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꽤 좋아하는데요, 영화에서 OST가 쓰이는 부분도 정말 아름다울 때가 많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부분은 정적이 자리하는 때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에서 정적이란 소리로 도약하기 위한 전단계(감정의 고조)라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로 쉬어주는 구간이 없으면 엉망으로 들리겠지? 하는 생각을… 여담인데 저는 악기 천재인 적이 없어서 작업하는 내내 임윤찬이라거나 조성진의 연주 영상을 자주 돌려봤답니다 (ㅋㅋ) 이렇게 공통분모를 잡고 나니 나머지는 술술 따라오게 되었어요. 정훈, 어떤 인물인가? 엄~~~청 복잡한 인물입니다. (일단 제게는요)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텐션이 높지만 한없이 올라가는 건 아닌. 덜 자란 티가 나지만 중심은 분명히 존재하는… 신청서에 적어주신 그대로 낙천적이면서 “독립적”인 인물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정훈이랑 소통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왜냐면 저는 인싸인 적이 없어서(ㅋㅋㅋㅋㅋㅋㅋ) 정훈의 속성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독립적인, 내 사유의 공간이 확실한…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이걸 뚜렷하게 보여주면 정훈의 가벼우면서도~ 어 가볍지만은 않네~ 하는 느낌이 잘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적중이었고 기뻤습니다 ㅎㅎ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어떤 남자애의 분위기도 담고 싶었어요. 정훈은 뭐랄까 확 튀어오르는 면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튀어오르려면 도약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늘 일상에서 그런 준비를 하고 혼자만의 놀이 규칙을 세우고, 혼자 외딴 도시에 와서 살아도 즐겁고… 뭐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놀이 규칙이 있는 남자아이는 귀여운 것 같아요. 문을 짜잔 열면서 그 전과 후의 과정을 따지는…. 보운, 어떤 인물인가? 보운이에게는 우선 “이 아기는 왜 이렇게 예민한가”에 대한 타당성을 먼저 부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찬찬히 보니까 재밌는 속성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우위를 점하는 화법을 좋아하고, 줄이어폰을 선호하고,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재벌집이고! 이런 것들…. 제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설정은 재벌/예민함이겠죠?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질려버린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이러면 뭔가 심심하더라고요! 그런 납작 재벌 2세가 아니야 우리 보운이는! 그래서 좀 더 추가해보려고 한 설정이 “소리에 예민함”이었습니다. 항상 주변에 우글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줄 이어폰을 끼는 보운이를 상상하게 됐는데, 애틋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또 소리에 예민하기 때문에 무선 이어폰보다 확실히 음질이 좋은 줄 이어폰(아마 엄청 비싼 거 쓰겠쬬…)을 쓴다는 설정과도 개연성 있게 맞물릴 것 같았어요. 결과적으로 캐릭터성이 잘 드러나면서도 귀엽게 표현된 부분들이 많아서 즐거웠답니다. 소연?! 제가 쓰면서 정말 정말 소모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 캐릭터예요. 정훈과 보운만으로 이야기를 이끌기에는 학교라는 장소가 너무 거대해서 사이사이 많이 비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소연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만들게 된 계기는 정훈의 설정(^^)이었습니다. 다만 소연이라는 인물이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기 위해 굉장히 쿨한 캐릭터임을 여러 번 드러내야 했어요. 사실 소연이 정훈을 좋아한 마음은 정말 정말 풋사랑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다룰 문제는 아니지만, 만들어 낸 인물이 소모적으로 쓰인다고 여겨지면 어쩔 수 없이 슬퍼져서요 (ㅠ ㅠ) 키가 훤칠하니 크고 무용을 하는 여자애~ 정말 좋아요. 정적, 적막, 고요, 그리고… 정훈은 이 요소들을 “도약 이전 준비 단계”라고 느낍니다. 무언가 응축된 그 상태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고, 뭔가 지글지글 끓고 있는 상태예요. 좀 더 장면적으로 묘사해보자면 락 페스티벌 같은 곳에서 음악의 클라이맥스 직전에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갑자기 연주를 멈추는 세션들! 숨이 막힐 것처럼 짜릿한 정적 다음 팡 터지는 커다란 음악! 이런 느낌이네요. (글에서는 영화로 비유) 이건 정훈이 보운을 보는 시선과도 같습니다. 보운과의 첫만남이 일단 그랬고, 그땐 인지하지 못했지만, 입을 맞추면서 그 방향성이 더 또렷해져요. 반대로 보운에게 이 요소들은 “바라 마지않는 이상향”입니다. 항상 소리에 둘러싸인 생활을 했던 보운에게 진짜 소리로부터 도피,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은 아무런 소리도 없는 거예요. 집착적으로 이어폰을 이용해 없는 소리라도 채워 넣어야 했던 보운을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이 이해가 될까요? 또 보운이 정훈을 보는 시선과도 같아요. 보운에게 정훈은 일탈이자 유일한 해방,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을 가져다주는 존재입니다. 정훈과 입을 맞췄을 때 비로소 완전한 적막을 느끼면서 과거에 찾아 누르지 못했던 건반을 누르듯이 정훈의 등을 짚는 보운의 모습을 통해서 PTSD를 약간이나마 해소하는 보운이를 그리고 싶었어요. 어쨌든 둘 모두에게 정적이 오는 순간은 정말로 중요하고, 이게 바로 이 글에서 말하는 여름의 눈이기도 합니다 ^-^ 겨울 편의 진행? 아직 구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마 보운이 “왜” 천재적인 인물인지를 다루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걸 앗아가야 한다니 너무 잔혹하고 슬프지만, 여름 편에서 정훈이가 어떻게 영화를 사랑하는지 보여주었듯이 보운에게도 그런 장면을 헌정하고 싶네요. 다른 요소들은 작업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 아쉬웠던 컷 별건 아니고 자른 컷이 몇 개 있는데 언젠가 써 보고 싶기도 하네요! 이를테면 ‘부평’에서의 장면이라든가. 근데 보운이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송도가 더 잘 어울리나요…? 부평은 부평만의 느낌이 있어서 부평으로 설정했는데, 약간 레트로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이제 보니…. 어쨌든 부평 시내를 누비면서 약~간 더 현실감 있는 장면을 집어넣고 싶었는데 분량상 덜어내다보니 아쉬움이 남아요! 보운의 콩쿨이라거나 연주 장면, 같이 음악을 듣는 장면도 다른 글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힘내보겠습니다. 소연 말고도 생각해본 인물이 많은데 얘네가 생각보다 쓰면서… 그사세더라고요? 서로를 너무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대거 설정 폐기를 했는데(ㅋㅋㅋㅋ)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궁금하고, 수업을 듣는 모습이라거나, 소소하게 일상적인 모습들을 많이 상상했어요. 잘라내서 아쉽다! 본편에 곁들여 쓰는 사람이 이런저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겨울 편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없어지도록 더 열심히 작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지 전체 제목은 뭔가 이거다! 하는 게 떠오를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허투루 지어드리고 싶진 않아서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_ _) 중한 자리 믿고 맡겨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30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