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돌아가기
2화: 꿈 안의 너와 꿈 바깥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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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또 이렇게 부랴부랴 후기를 쓰러 가겠다고 해놓고 사라졌던 대역죄인이 돌아왔습니다… (ㅠ ㅠ) 이번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의 AU격으로 맡겨 주셨는데, 이걸 한국적으로 풀어내려다 보니까 기존 설정과 달라진 것도 보이고… 그래서 유난히 황연 님의 만족도(?)가 가늠이 잘 되지 않았던 작업이에요. 초조함도 있고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한 찌릿찌릿한 즐거움 또한 있었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제가 무언가 잘못 표현한 것이 있거나, 더 묘사하길 원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ㅎ///ㅎ 늘 더 담아드리지 못한 게 있을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제가 이만큼이나 타인의 페어를 사랑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놀랍습니다……. (정녕 저의 2차가 맞는 듯하여…) 또 후기 작성하는 사이에 커플홈 문의를 주셨는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영광이고 너무 행복했어요 ㅠ_ㅠ… 이런 발췌 문의는 처음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문장들이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들어갈지 상상해보는 시간도 가졌네요. 정말… 분에 넘치는 것들을 받는 것 같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답니다!!! 글을 작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 작업물이 이런저런 사랑을 받는 여러 형태를 마주하게 되는데… 정말 늘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에요.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뭐든 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새로운 슬로건이나 캐프가 필요하시다거나, 뭔가 글 쓰이는 부분이 필요하시다거나…) 언제든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앞선 말들이 조금 길었는데, 후기 들어가 보겠습니다! 겹몽 놀랍게도…. 이번 제목은 제가 꿈에서 정훈을 만나고(!) 메모해둔 단어였습니다. 첨부 이미지 (꿀낮잠 이후 급하게 나와의 채팅에…) 이날 이전에는 Spotless Goodbye 라는 제목을 달아두고 작업 중이었어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포프의 시 구절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 따 왔고, 무고한 안녕… 이라는 뉘앙스가 좋아서! 였어요 (결국 둘은 둘 인생에 남은 점을 인정하고 돌아가게 되지만) 그런데 제 꿈에 정훈이 나오게 됩니다…. 제가 평소에도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타인의 자캐가 나오는 건 정말 처음이라서 놀랐네요 (TMI) 꿈에서 정훈은 영화에 대해 사랑스러운 말을 늘어놓는 아름다운 청년이었어요. 지금은 정확한 문장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를 보는 건 겹겹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상영관에 들어서는 순간 첫 꿈을, 영사기가 빛을 쏘는 순간 두 번째 꿈을…> 요런 내용이었어요. 이 문장이 깬 직후에도 기억에 남아 ‘겹몽’이라는 제목을 만들어 보았고, 이는 소설의 구조 전체에 적용되었습니다. 풀어 쓰자면 겹쳐진 꿈, 겹친 꿈, 복수의 꿈이겠어요. (1) 정훈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보운의 기억이 지워진 상태이기에 꿈을 꾸는 듯한 상태 (2) 보운은 정훈이 꾸는 꿈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라쿠나’를 방문 (3) 그러나 현실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기억 삭제를 중단 (4) 이 과정에서 보운을 스치고 지나가는 과거-꿈들 / 과거의 정훈과 겹치는 현재의 보운 (5) ‘현실’의 보운이 ‘꿈’에 사는 정훈과 재회 라는 구성으로 글을 다시 뒤집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더 소요가 되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양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제목과 관련한 궁금증이 있으셨다면 충족이 되셨길…. 영화와 사랑 정훈과의 꿈 이후로 힘을 주어 작성한 문단이 있다면 요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릇… 본인 장르의 언어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백미 아니겠어요?! (아닐 시: 죄송합니다. 저는 예술충인가 봅니다.) 이건 정훈이 과거의 그 어느 순간 보운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휘갈겼던 문장들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에 대한 고백이면서, 보운을 투사하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운의 기억을 지운 정훈은 이것을 기억하지 못해요. 다만 영화에 대한 나의 감정이 이랬구나, 하는 생각에 <영화론>을 발표하는 수업에서 이용하게 됩니다. 초반에 나오는 엑스트라 ‘수빈’은 이 문장을 듣고 사랑 같다고 말하는데, 그 순간부터 정훈은 자신이 현실과 어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기실 정훈의 예술은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나 사랑과 떼어놓을 수 없고, 그 사랑의 가장 큰 파트는 보운이기 때문에, 보운을 잃은 정훈이 영화에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해석을 앞세웠습니다. (죄송합니다. 또 날조를.) 그리고 또한 정훈에게 보운과의 사랑은 저렇게나 어려운! 운석의 무덤을 잇고! 존재할 리 없는 무결점의 하늘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난하고 복잡한 일이 아닐까 싶었어요. 정훈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랑한 상대인데, 지난 연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자꾸 불협화음이 새고 정말 모르겠어… 상태가 되어버린 게 정훈의 사랑이 아닐까 하고요. 그리하여 정훈은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정제된 언어들로 사랑을 고백했고, 영화와 보운에 대한 경애이고, 결국 그 고백들이 ‘라쿠나’에서 보운이 기억 삭제를 그만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 사랑이 너무 좋습니다. 회복과 사랑 영화와 사랑이 정훈이라면, 회복과 사랑은 보운이겠어요. 보운의 사랑은 늘 회복의 욕구와 직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재활을 하면서 찾았던 얼굴이 정훈인 것도, 재활로의 회귀를 바랐던 것도 전부 사랑 때문이었지요. 정훈의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사랑. 보운은 좌절하고 무너져도, 세상의 규칙과 자신의 가치관, 예민한 성정이 잘 맞물리지 않아도, 늘 회복이라는 키워드로 강함을 드러내며 사랑할 수 있던 아이 같아요. 그래서 <겹몽>에서는 보운이 먼저 찾아가게 됩니다. 정훈과의 관계를 맺으러, 혹은 회복하러. ‘라쿠나’로 향한 일은 분노가 컸지만 결국 그곳에서 일련의 과거를 마주하며 회복의 의지를 다지고 정훈이 있는 기억을 선택한 것도 보운이지요. 저는 이것도 관계의 ‘회복’에 대한 욕구, 정훈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위라고 여기고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보운의 사랑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이 있다면,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요기, 가운데 정렬로 드러낸 부분입니다. 꿈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제가 가장! 가장 사랑하는 부분인데요, 영화였다면 정말 밝은 화면에 두 사람의 대화가 자막으로만 뜨는 연출이 아니었을까요? ‘너 아니면’ 이럴 일 없었다는 보운의 불완전한 고백, 그리고 ‘너 아니면’ 이라는 가정이 불필요한 세계로 가지 않고, ‘너 때문에’ 내가 달라졌지만, ‘너 아니면’ 이라고 투덜거릴 수 있는 우리에게 돌아가는 순간입니다. 가을의 분기점에서 첨부 이미지 사랑의 예외성을 비웃던 보운이 진짜로! 사랑의 예외성을 받아들이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의 은근슬쩍 복선 넣기였습니다. 그런 재회 그리고 둘은 재회합니다. 이 글은 영화의 AU이니까, 정말로 영화 같은 마지막을 원했어요. 조금 유치하고 뻔하지만 크래딧이 올라가고도 뻔하게 행복한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는 이어지고 두 주인공은 회복할 것이라는 예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시 교차로에서 만납니다. <여름의 눈>의 반전… 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정훈이 보운을 잡습니다. 첨부 이미지 요 첫 만남 장면을… 첨부 이미지 조금 더 부드럽게, 재회와 극적인 오버랩에 잘 어울리도록 오마주했습니다. 첫사랑의 톡톡 튀는 느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빛과 ‘잡는다’는 행위가 가장 앞에 오도록 써 보았습니다. 꿈 안의 너와 꿈 바깥의 너 나이가 좀 더 든 정훈은 ‘네가 궁금해’라고 행동보다는 말로 직접적으로 뱉을 수 있는 남자가 되었고, 그 모든 일을 지나온 보운은 ‘감정에 이끌려 찾으러 나온 마음 하나만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정훈을 따라 걸어갑니다. 꿈 안의 너와 꿈 바깥의 너를 아울러 사랑함을 인정하고, 꿈 안의 나와 꿈 바깥의 나는 전부 너를 사랑함을 인정하고……. 꿈이 겹쳐 현실이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행복한 다시, 사랑을… 새로운 영화를 찍게 되겠지요? 이후의 일 또한 상상하는 게 무척 즐겁습니다……. 보운이가 얼마나 속이 터질지 (ㅠ) 정훈이 얼마나 보운의 신경질을 황당해할지 (ㅠ) 그러면서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이 얼마나 귀엽고 예쁠지요!! ……. 이렇게 오래 기다리시게 한 것에 비해서 제 글을 설명하는 장이 된 것 같아 약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네요?! 하지만 저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했고,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맞추어 배경이라든지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해서, 꼭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ㅎ///ㅎ 혹시나 글에 대해 더 궁금하신 점이 있거나,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정말 적극적으로… 이 아이들의 토론에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불끈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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