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차창에 빛이 닿아 미끄러진다. 잔상을
남기며 반전된 색으로 깜빡거린다. 말해……. 세
이지는 입술을 조금씩 움직인다. “있잖아, 세이
지?” 그보다 앞선 음성에 모든 동작은 무효해진
다. 세이지는 얼른 앞서갈 뻔한 마음을 갈무리한
다. “이곳 환하지. 빛이 잔뜩이고.” 차는 얌전히
선 채 버틴다. 취객이 많은 동네는 곤란하다, 고
세이지는 생각한다. “그렇게 보다가 눈 나빠진
다.” 그러고 보니 시력이 어떻게 돼? 키요시는
끊임없이 말한다.
“…….” 말해. 세이지가 입술을 움찔거린다.
몸이 무겁고, 의식은 자꾸만 흐릿해진다. 쨍한
빛이 눈동자 너무 깊은 곳까지를 찌른다. 붉고,
노랗고, 푸른 빛들. “티브이는 가까이서 보지 말
라는 말 몰라?” 키요시가 손을 뻗는다.
기어를 넘어온 손이 무릎 위를 가볍게 건드린
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듯하다, 여인을 대하
듯 농담을 품기도 한다. 세이지는 전부 안다. 횟
집 테이블 아래에서 움직이는 손들은 그런 농염
한 기색을 띠기도 했다는 것을, 안다. 스커트 아
래 두 다리를 움츠리면서 손을 허벅지 위로 끌
어오던 모습을 보았으므로, 안다.
여인처럼 굴 자신이 없다. 그럴 수 있었더라
면 이미 많은 게 달라져 있을 테다. 몸은 이제
하나의 두껍고 부드러운 껍질이 되어 영혼과 의
식을 칭칭 동여맨다. 세이지의 눈꺼풀이 자연스
럽게 내려간다. “눈이 나빠지고 말 거야…….” 음
을 붙인 문장을 키요시가 흥얼거린다.
그러라지. 세이지는 생각한다.
무엇이든 나빠질 수 있다면. 또한 생각한다.
“나빠지는 거, 좋아하잖아요…?”
“…… ……."
달아날 수 없다.
그의 세단 안에서 그와 네 사이의 거리는
고작 12cm 남짓…….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그에게 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