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응?” 키요시의 움직임이 멎는다. 분명히
들은 듯하던 문장이 오간 곳 없다. 키요시는 귓
등을 문지르며 세이지를 바라본다.
정적이 흐른다.
비가 올 것 같네. 멋쩍어진 그는 정말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끌어온다. 그래도 젖은 듯한 입
술은 도무지 열릴 줄을 모른다. 얼룩덜룩한 빛이
차창을 타고 들어와 그 입술 위에도 얹혀 있는
데, 이상하다. 도무지 나쁜 것을 먹고 주워섬길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깨끗하고 정연하게 보
이는 선이다. 키요시의 눈에 당혹이 어린다. “비
가 올 것 같아…….” 키요시가 말하고, 키요시가
듣는다.
세이지는 미동이 없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
는 것도 같다. 동시에 그럴 정도로 간교하고 악
마적인 아이가 아니다. 말갛고 흰 낯에는 창백과
피곤, 순수가 혼란스럽게 뒤섞여 덮인 채다. 키
요시는 그쪽으로 기울던 상체를 돌려 앞을 본다.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신호를 무시하는
사람들. 웃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나쁘게 보이는
길거리의 악마들. 취해서 즐거운 종자들. 어리석
지만 행복해 보인다. 타락과 오염이라는 것은 그
렇다.
“아니야, 세이지.” 키요시가 뒤늦게 답한다.
그러나 그 질문은 정말로 도달한 적 있는가?
“세이지, 아니야….” 키요시는 핸들 위에 두
손을 교차로 올린다. “이제 나쁜 아이 놀이는 둘
다 끝내기로 했잖아.”
역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키요시가 느긋
함을 가장하기 위해 웃음을 낯 위로 밀어 올린
다. 알코올 냄새가 차 내부를 잠식한다. 그러기
시작한다. 더 늦기 전에 키요시는 창문을 내린
다. 운전석과 조수석 바깥에서부터 중앙으로 맞
바람이 몰아친다. “좀 낫네.” 순환이 느껴진다.
“그렇지?” 의식이 없는 세이지를, 키요시가 힐끗
본다. 그때에서야 약간 붉어진 눈 밑이 보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함구는 곧 동의.
“다 세이지 군의 선택이야. 잠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 키요시가 핸들을 솜씨 좋게 잡아 쥔
다. 오른발을 위로 뗐다가 서서히 짓누르듯 한
다. 차가 앞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차가 움직이자 머물러 있던 빛이 흔들린다.
중력을 따라 흘러내린다. 눈꺼풀 위에 맺혔던 것
이 진동한다. 세이지는 가늘게 눈을 뜬다. 차 안
은 그림자, 빛, 잔영의 집합이다. 안전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리게 깨닫는다. 그래도 차는 움
직인다. 휘청거리는 사람에 대고 이따금 클랙슨
을 울려 가면서. 세이지는 조심히 시트 옆면을
만져본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면 벨트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이 움찔거린다.
키요시의 옆얼굴은 빛이 스치는 궤적, 그 흔
적으로 뒤덮인다. 식별할 수 없다. 세이지는 모
르는 척 눈을 감는다. 나빠지는 거, 좋아하잖아
요, 역시. 입천장에 매달린 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