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가 몸을 웅크린다. 속이 덥고 머리가
아프고 또 속이 메슥거린다…… 는 이유다. 숨을
끊어 내뱉으며 낑낑거리는 꼴을 내보인다. 세이
지는 자신이 이토록 타락한 듯이 구는 백아흔
가지 이유를 안다. 발생은 각기 달랐으나 귀결은
한 갈래로 모인다. 뺨이 뜨겁다. 들킬 것이다.
“자는 거야?” 키요시가 묻는다.
그가 거짓과 그 손을 내밀고 있다, 고 세이지
는 인식한다. 그는 기민하다. 모를 사람이 아니
다, 라고 또한 인식한다. 그러자 심장이 거칠게
뛴다. “자는 거지…….” 그러나 비겁한 사내가 저
홀로 마침표를 찍게 둔다. “뭐, 좋아.” 키요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이지는 자신에게 드리우는 그림자를, 저 창
너머의 나쁘고 예리하고 선명한 빛들을 물리치는
어둠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아주 뒤덮
기를 갈망한다.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어디 하나
밝고 깨끗한 빛을 발하지 않기를. 내게 오는 많
은 이야기, 이를테면 “후지세키 씨는 착한 남
자… 아니, 착한 사람이에요.”하고 건네지던 말
따위가 영원히 뒤안길로 걷어차여 사라지기를.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멋쩍게 뱉던 거
절이 다시는 없기를. 당당히 담대히 악행을 저지
르고 조그마한 쾌감을 얻는 이로,
오염된 땅에서 발아한 무엇인가로 살아가기
를. 그리하여 키요시에게 분명히 선언하기를……
……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 당신이 오염한 땅,
더는 여지없이 직시해야만 하는 존재. 피할 길
없이 마주 봐야만 하는 때. 이것이 나의 욕망.
이마에 숨결이 닿는다. 키요시의 것이다.
세이지는 그를 안을 수 없다. 가슴팍에 파묻
힐 수 없다. 나쁜 냄새를 맡고 너와 같음에 기뻐
할 수 없다.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없음을 없음
으로만 두어야 한다. 세이지가 다시 몸의 껍질
안에 갇힌다. 영혼이 몸의 모양을 따라 웅크린
다. 없음으로 무한히 빠르게 수축한다. 키요시가
물러간다. 무엇도 없는 자리, 갈망이 남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