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arance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반듯한 가르마를 탄 머리와 새로 맞춘 안경. 먼지 한 톨 없는 구두에 바투 깎은 손톱. 한여름의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목까지 잠궈 입은 검은 가쿠란. (물론 보는 이들마저 덥게 만드니 좀 벗으라는 주변인들의 성화가 들끓었으나 그는 결코 굴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분명 완벽한 중학교 데뷔라고, 오가 마사노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바닷가 촌구석에 거주하는 사춘기 남중생의 일이라고 뜻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형에게 물려받은 탓에 몸에 비해 한참은 커 보이는 교복에선 멋이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고, 다시 형에게 물려받아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스포츠백은 누가 봐도 제 것 같지가 않아 아침마다 등교하는 그 꼴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매사 뚱하고 심기 불편한 낯짝이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끼친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고지식한|군소리 많은|소인배
오가 마사노리의 삶은 시작부터 어딘가 잘못되어 있었다. 프로야구 구단 닛폰햄의 광적인 팬인 아버지와 골든이글스의 열성적인 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까진 잘못된 우연으로 치겠지만, 유년 시절부터 모든 종류의 스포츠를 섭렵한 걸로도 모자라 이 손바닥만 한 마을에서도 야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토모하마 고등학교에서 야구부에 들어간 형, 소우타颯太의 동생으로 자란 것이나 부모님과 형의 등살에 떠밀리면서도 어찌저찌 살아내나 싶었더니 갑작스레 태어난 여동생, 히마리日葵가 돌연 어린이 배구 교실에 들어가면서는 더는 부정도 하지 못할 정도로 깨달았다. 이건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오가 마사노리라는 인물은 운동장보다는 교실이 좋았고, 학교보다는 집이 좋았으며 결론적으로 밖보다는 안이 좋은 전형적인 실내형 인간에, 교내 100미터 달리기 19.8초라는 기록을 가진 희대의 몸치,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고 공을 차거나 운동장을 뛰노는 학우들을 산짐승이라도 보듯이 보는 작자 (본인은 상식인이라고 주장한다.) 였으므로, 아무렴, 저런 가족 밑에서의 생활이 평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실제로 오가 일가가 거주 중인 고민가의 거실에 붙은 가족사진만 봐도, 강렬한 태양 빛 아래에서 태어난 것 같은 일가족 사이에서 저 혼자 쭉정이 마냥 시허연 피부에 시꺼먼 머리, 비쩍 마른 체구를 가지고 태어난 오가 마사노리는 그런 자신이 삐딱해지는 건 어떤 맥락에서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긋지긋했다. 네 살이 될 무렵, 어쩌다 찰나의 실수로 이불에 실례를 한 사건을 열네 살이 된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하는 마을 어른들이나, 발렌타인 데이만 되면 온갖 분홍빨강하트로 치장된 상자를 제게 건네며 ‘형에게 좀 전해줄래?’ 라고 하는 볼 붉힌 학우들이나, 이름부터 창피한 초평화 버스터즈니 뭐니 하는 파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를 자꾸만 꺼내오는 문제의 집단 역시도.
그러므로 질풍과 노도의 시기라고 불리는 14세의 한 가운데서 오가 마사노리는 오늘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되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용히 살고 싶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