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12시의 도밍게즈
Chapter1. 시계 바늘의 방향
2025-04-27 ~ 2025-04-28
KPC. 므넬 코시엘니 · PC. 에트 모시네

날선 바늘의 끝은
정확히 우리를 가리켰다.

 
 
이미지
 
 
에트는 DOT의 14회의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구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살면서 무수히 많이 들어 보았을 이름의 주인.
 
도밍게즈의 구원자,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시간이 선택한……
 
타이머,
 
오늘부터 당신의 파트너가 될 므넬을.
 
이름을 곱씹는 것만으로 미묘하게 기분이 들뜹니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에트의 삶에는 이상한 일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니까,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크기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뭘굴린거야
 
봄처럼 소리소문없이 드러난
 
시간의 각인을 발견했을 때부터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12살의 생일과 달리,
 
시간, 운명……
 
혹은 이름 모를 무언가가 당신을 붙잡는 것처럼
 
각인을 따라 희미한 열감이 두드러졌습니다.
 
에트가 거울을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는 유일한 구원자,
 
타이머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의 각인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눈을 몇 번이고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았죠.
 
::에트는 시간의 각인을 발견하였을 때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DOT에 당장 알렸을까요? 아니면 감추려고 했을까요?
 
에트:(아무 생각도 없었다. 며칠 동안 세수해봤는데 안 지워지길래 전화로 알렸다. 저 카운터인 것 같아요. 입대해야 해요? 네...)
 
::며칠 동안 세수해봤는데 안지워짐< 아
아 둔감해
 
에트:(낙서한 줄 알았어 누가...)
 
처음엔 누가 낙서한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안지워진거 있죠.
 
에트:(너무 슬펐어.)
 
너무 슬펐어
 
결국 그대로 DOT에 연락을 취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덜그럭덜그럭,
 
기묘한 소리를 내며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날부터였습니다.
 
::에트는 각인을 처음 발견했을 때 어떤 상황이였을까요?
 
에트:(세수를 하고 있었다.ㅠㅠ)
(거울을 봤다.)
 
::
능력은 어떤 방식으로 처음 발현되었을까요?
 
에트:(각인이 생기기 전날, 하루 먼저 발현되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여느때와 같았던 아침 식사 자리에서. 평소와 다른 것은 크게 없었지만...... 어머니는 한번도 에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DOT에 오기까지 무슨일이 있었고, 어떤생각과 기분이 들었을까요?
 
에트:(자기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도밍게즈의 구원자니 뭐니, 수업시간에도 딴 생각 뿐이었고 그닥 집중해서 듣지 않았으니까. 지금조차 어딘가 의식과 사고가 현실에서 한 발자국 뒤처진 기분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무척 걱정하는 기색이었지만... 그건 딱히 나를 향한 걱정은 아니겠지.)
 
그렇게 이유, 방식을 불문하고
 
에트가 DOT에 도착했을 때,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자를 보는 양 황망하고,
 
황당함을 가득 담아 깜빡이던 눈꺼풀과
 
다물지 못하던 입술 사이로 새던 신음성…….
 
하인리히 장교 : 세계를 구원할, 새로운 구원자가 깨어났군.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과
 
흐릿한 남색 제복을 입은 사무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하인리히 장교가 감탄을 흘렸습니다.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DOT의 장교, 실질적인 책임자로
 
종종 TV에도 얼굴을 비추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장교를 비롯한 그 누구도 에트의 자격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에트의 두 눈 아래에 새겨진 두 자리의 숫자란
 
도밍게즈에서 그토록 절대적이거든요.
 
에트는 세계를 구원할 새로운 구원자라는 명분하에
 
DOT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집보다 나았을 수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도밍게즈는 세계 멸망의 소문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DOT가 당신을 놓아주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일컬어 므넬,
 
타이머의 짝이라 불렀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은 흐르고,
 
DOT에서의 생활은 평이했습니다.
 
에트의 존재는 므넬에게도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타이머를 혼란케 하지 않으려는 조치라더군요.
 
에트는 연구원들이 머무는 동관에서,
 
사무원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연구원의 신체검사 따위에 응하는 것을 제외하면 쭉 홀로였습니다.
 
긴 밤 내내 에트가 운명의 짝,
 
자신의 파트너,
 
자신과 같은 시간의 타이머인
 
므넬을 떠올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도 그럴 게,
 
아주 가까이,
 
바로 너머에 머물고 있었는걸요.
 
하인리히 장교:곧 도착한다는군.
 
기나긴 회상을 깨고,
 
하인리히 장교가 타이머들의 도착을 예고합니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타닥타닥,
 
바닥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복도를 가르고,
 
직원: 왔어요? 저쪽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안내데스크에 앉은 직원이
 
상냥하게 건네는 안내가 문턱 너머로 들립니다.
 
므넬이 그 복도를 건너 당신에게 오는 동안,
 
당신은 그를 기다리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요.
 
세계가 예비한……
 
운명을 마주하기 직전에!
 
똑똑.
 
형식적인 노크와 함께 14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섰습니다.

 
어떻게 그의 얼굴을 모를 수 있겠어요?
 
그러나 에트가 그를 알아본 것은 눈에 익은 얼굴이라는,
 
그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깜빡, 깜빡.
 
에트가 눈을 깜빡이자
 
므넬 또한 같은 속도로 눈을 깜빡입니다.
 
그래요, 분명히 낯익은 얼굴이에요.
 
낯익기 짝이 없어요.
 
도밍게즈의 국민으로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본 얼굴이었으니까.
 
TV도, 신문도,
 
휴대폰 속 무수히 많은 게시글마저 그를 주목했는걸요.
 
그러니, 하나도 특별한 것 없는 대면이건만.
 
어째서일까요?
 
이토록 그 ‘존재’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누군가 그러라고 명령한 것도 아닌데,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과 기분,
 
생각과 언어,
 
감정과 본능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까이 가고 싶다는,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아, 그래요.
 
에트는 운명이 안배한 일련의 사건을 따라
 
새로운 구원자가 되었고,
 
DOT에 도착해,
 
기어코 눈앞의……
 
므넬을 만나고 만 것입니다.
 
얼굴을 보자 새삼스럽게 사람들이 어째서 ‘운명’이니 ‘파트너’라느니
 
거창한 칭호를 붙여댄 건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묘한 이끌림 사이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웃음소리가 가볍게 새어 나옵니다.
 
웃음소리는 방아쇠를 당기고,
 
지나간 기억을 꿰뚫습니다.
 
무척 익숙한 웃음입니다.
 
그야, 에트를 처음 만났을 때도 하인리히 장교는 비슷하게 웃었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에트와 므넬은 들이닥치는 서로의 존재감에 휘둘리고 있었을 겁니다.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혹은 이끌리거나, 밀어내거나,
 
도망가고 싶어지는 기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쓸려가길 반복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타이머에게 홀린 듯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므넬의 각인이 눈에 띕니다.
 
에트의 각인과 꼭 같은 곳에 있는,
 
똑같은 두 자리의 숫자.
 
그가 에트의 운명이자 단 하나뿐인 파트너라는 증명.
 
고작 숫자에 불과하건만……
 
하인리히 장교:인사하게. 자네의 짝이 될 사람일세.
어쩜 이리,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지.
 
하인리히 장교는 익숙하게
 
타이머들에게 카운터들을,
 
카운터들에게 타이머들을 소개합니다.
 
미리 설명을 들었던 에트와 달리,
 
므넬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놀란 기미를 숨기지 못합니다.
 
설명이 지나치게 단출하군요.
 
군인이란 되묻지 않는 법이지만,
 
므넬은 기어코 되묻고 말았습니다.
 
므넬:저의, .... 저의, 뭐라고요?
 
하인리히 장교:다시 말해줘야겠나?
인사하게. 자네의 짝이 될 사람일세.
 
뻐꾸기처럼 반복되는 대사가,
 
친절하게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다시금 짚어줄 뿐이었지만.
 
하인리히 장교는 타이머의 당황한 얼굴을 한껏 즐기고 난 후에야
 
제대로 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에트라면 각인이 드러난 후,
 
DOT로부터 익히 들어왔던 설명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세계 멸망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으리라고 생각하네.
물론,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지.
하지만 예언의 탑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야.
이미 세간에서는 반쯤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무슨 뜻인지 알겠나?
이건…… 아주 좋지 못한 조짐일세.
멸망이 실재한다고 해도 문제지만,
 
하인리히 장교:실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더 문제거든.
멸망이 예정된 세계의 법과 도덕, 규칙 따위를 누가 지키겠냔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세계는 무너질 테고, 점차 아수라장이 될 테지.
처리하기 곤란한 쓰레기가 넘쳐날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이전부터 세계 멸망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네.
 
하인리히 장교: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자신의 수염을 가다듬은 하인리히 장교가
 
드디어 본론을 꺼내 들곤,
 
하인리히 장교:결론부터 말하지.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을 거야.
그리고…… 눈앞의 이가 그 증거일세.
 
에트의 어깨를 붙잡아, 끌어당깁니다.
 
하인리히 장교:지난 예언의 타이머는 매우 훌륭한 이였어.
눈과 귀가 밝고 입이 무거운 데다……
미래를 바꾸는 방법을 함께 점지받곤 했거든.
많은 이들이 세계 멸망의 예언이 예언의 탑으로부터 시작한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DOT는, 타이머는 이미 그 미래를 알고 있었네.
 
하인리히 장교:그 예언이 퍼질 것도, 세계가 혼란스러워질 것도, 그리고……
새로운 구원자가 나타날 것마저도!
반년 전쯤부터, 예언을 따라 새로운 능력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네.
바로 이들이지.
정확히 열네 명, 자네들과 같은 각인이 새겨져 있어.
우리는 이들을…… ‘카운터’ 라고 부르기로 했네.
 
이미 예비 된 만남이었다니.
 
이것은 에트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세계 멸망의 초읽기를 앞둔 작금의 상황에,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세계를 구원하는 역할에 도취한 것인지,
 
예언의 탑을 한 방 먹일 즐거움에 심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핸드아웃: 카운터, 새로운 구원자]를 공개합니다.
다 읽었다면 헛기침 한번,
 
에트:(큼큼..)
 
하인리히 장교는 하나씩,
 
카운터의 시간과 이름을 소개했습니다.
 
제0시의 ■■, 제1시의 ■,
 
제2시의 ■■■과 제3시의 ■,
 
제4시의 ■■과 제5시의 ■■■,
 
제6시의 ■■■■, 제7시의 ■■,
 
제8시의 토마시, 제9시의 ■■■,
 
제10시의 ■■■와 제11시의 시에라 카터,
 
제12시의 에트 모시네와 제13시의 ■■■…….
 
모두 열넷이었지만,
 
므넬은 오직 에트의 이름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연구 결과, 카운터가 타이머와 똑같은 능력, 자질이 있으며 시간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됐어.
그뿐만 아니라 타이머의 능력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있을 거란 가설이 등장했지.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야.
오늘부터 서관에서 함께 지내게 될 거야.
수업부터 시작해서 모든 타이머의 활동과 역할을 부여받아, 자네들과 동행할 걸세.
그러니 인사들 나누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라고.
 
하인리히 장교는 웃는 얼굴로 통보합니다.
 
에트:... (어깨에 올라와 있는 장교의 손이 부담스럽다. 강제로 네 앞에 내세워져서는 멍하니 얘기를 듣다가) ...안녕. (일단 착실하게 인사해본다.)
 
모든 것은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고.
 
어떤 재난이 닥쳐와도,
 
어떤 재해가 밀려와도
 
타이머와 카운터가 함께라면
 
세계 멸망을 막을 수 있노라고.
 
즉, 이것은……
 
대의이자 명령.
 
개인의 의견은 묵살하기 딱 좋은 명분이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전달 사항은 이걸로 끝이라네.
서관으로 데려가서, 건물 소개도 좀 해주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친해지도록 해.
다음 달쯤, 건국 축제에서 정식으로 카운터의 존재를 발표할 예정이니 외부에 유출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일방적으로 명령한 장교가 절도있게,
 
그러나 한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섭니다.
 
회의실에는 침묵과 함께 타이머와 카운터,
 
두 개의 시간이 남았을 뿐이고요.
 
…….
 
14명의 타이머 중 누구도,
 
시간이 데려온 운명의 상대에게
 
표정 관리를 하는 법은 훈련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desc 이러니저러니 해도
 
타이머와 카운터가 각기 짝을 지어 흩어지고,
 
에트의 앞에는 여전히 므넬이 서 있습니다.
 
므넬은 에트의 인사를 가만히 듣고있다가...
 
므넬:.... 이렇게 흐리멍덩하게 생긴 게 카운터라고?
 
... 라고 말했습니다.
 
에트:일단 그렇대... (흐리멍덩...) 너는 뾰족하네. (느낌이.)
 
므넬:(뾰족.) ... 그거 칭찬이야? (본인은 험담했으면서,)
... 난 므넬 코시엘니야. 편하게 므넬이라고 불러.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민다.)
 
에트:음... 그냥 그렇다는 건데... (욕도 칭찬도 아니다.) ...아, 에트 모시네. 12구역에서 왔어. (자기도 모르는 새 손에 땀이 배어 있었다. 축축하게 맞잡는다...)
 
므넬:에트라고 부를게.
난 9구역에서 왔... (손 맞잡는데... 장갑이 축축해짐...) 잠깐, 뭐야?! 너 지금 손에서 땀나...?!
 
에트:사람이니까 일단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더니) 조금 긴장했을지도. 아까 그 아저씨가 자꾸 부담스러운 말만 해서...
 
므넬:무표정 하길래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였나보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에트의 손을 닦아준다.) 적당히 무시해. 저 아저씨는 허구한 날 우리한테 저런 소릴 하니까.
 
에트:그런가. 너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손이 뽀득뽀득 닦인다. 손수건 부드럽다... 이런 생각이나 하는 중) 내가 올 줄 정말 몰랐어?
 
므넬:뭐? 나 때문에? (멈칫, 하고 에트 바라보다가 갑자기 에트 얼굴에 민망해졌는지 고개 다시 숙이고 빢빡빡빡 닦아줌.) .... 그렇다고 나 볼때마다 손에 매번 땀나면 곤란해. 다음부턴 조절 좀 해봐 (?)
... 응. 장관님도, 여기 어른들도 그 누구도 너나, 너희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거든. 넌... 언제부터 DOT에 왔던거야? 진짜로 능력이 있다고? (안믿기는 듯)
 
에트:아까 너 보니까 신기한 기분이 들어서... 넌 별로 그런 거 없었나보네... (중얼중얼...) 원래 긴장 잘 안 해. 손에 땀도 잘 안 나.
......나 네 앞 방에 있었는데. 계속. (끔뻑) 능력은... 한 번밖에 안 써봤지만.
 
므넬:아니... 아니야! 그냥... ... 널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자꾸,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살짝 비틀어 힐끔거리는 채 에트를 바라본다. 얼굴을 똑바로 잘 못보겠다는 듯.)
앞 건물? 여기에? ... 왜 몰랐지.. (중얼중얼)
한 번 밖에? 발현 이후로 안 써본거야? (똑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줄 알고있어서 그러는 듯)
그럼 DOT는 아직 안둘러본거지?
(여기에x 동관에...)
 
에트:신기하다, 나도 그래. 좀 간질간질하고. 너랑 나랑 운명의 상대라던데, 이런 거 보면 맞을지도...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나는 대로 뱉는다.)
동관 밖으로는 딱히 나갈 일이 없어서... 내 능력은 기억조작이라는데. 사이코매트리랑은 달리 아직 쓸 일이 없어서... 연구원 누나들이 가끔 검사나 하고. 응.
 
므넬:.......... 너, .... (낯간지러운 말을 그렇게 잘도.) 아니야. (목끝까지 올라왔으나 도로 삼켰다.)
내 능력을 알아? 아... 당연히 알겠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맨날맨날 티비에서 떠들어 댔을테니. 어딘가 못마땅한듯 콧방구를 뀌고는) 나랑 같은게 아니라고? 카운터라서 그런가? 기억 조작이라고 하면... 능력을 보여 달라고 하는 건 좀 위험하겠네.
나머지는 DOT 돌아다니면서 얘기하자. 괜찮지?
 
에트:(탐탁치 않아하는 듯한 반응에 그저 멀뚱히 바라본다.) 응. 난 티비를 잘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주 본 것 같아. (볼을 작게 긁적이다) 능력... 쓰라고 부른 걸 테니까. 같이 있다보면 보게 되겠지. (이어지는 제안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므넬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딱히 무언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는 여전히 기묘한 이끌림에 시달리고,
 
파트너로 낙인찍힌 이상
 
따로 행동하기도 그른 것 같습니다.
 
므넬도 그걸 깨달았는지,
 
DOT 내부를 안내시켜주려는 듯 합니다.
 
14회의실을 빠져나오면,
 
DOT 본관의 복도입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붓의 흐름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DOT의 본관은 언제나 그렇듯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므넬에게는 낯익은 풍경이었고,
 
에트, 당신에게는……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쩐지 무척 그리운 풍경이었죠.
 
낯익기 짝이 없어서,
 
꼭 제자리를 찾아온 듯했습니다.
 
처음 발을 들였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공기마저 친숙했어요.
 
에트는 어떤 감각을 느낍니다.
 
기시감일 수도, 괴리감일 수도 있습니다.
 
DOT은 본관 / 동관 / 서관으로 나뉩니다.
 
대부분 흰색과 남색, 짙은 원목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바닥은 대리석을 깔아 반지르르 윤이 나고,
 
천장은 남색 페인트 위로 희게 별자리를 각인한 탓에
 
밤하늘 아래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DOT란 도밍게즈를 위해 존재하는 곳.
 
까닭에 정문을 제외한 모든 건물의 입구는 열어둡니다.
 
청동으로 빚은 단단한 문들은 활짝 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구원의 상징이자 존재의 의의입니다.
 
므넬:어디 먼저 가볼래?
 
에트:...서관? (앞건물이었으니까..)
 
므넬:따라와. (빠른걸음으로 척척척 걸어감)
 
에트:(느릿..느릿... 걸어서 한 `5걸음 정도 뒤쳐짐)
 
므넬:(멈칫.)
 
에트:(멈칫.)
 
므넬:... 원래 그렇게 걸음걸이가 느려?
 
에트:...므넬은 원래 그렇게 빨라?
 
므넬:(ㅋ)
... 난 원래 걷는 속도가 이런데.
 
에트:나도 원래 이래. ...조금 빨리 걸을게. 너도 느리게 걸어.
 
므넬:.... 알았어. (대뜸 손 척, 내밀음. 손잡고 걷자는 듯.)
 
에트:(순순히 잡음...) 가자...
 
타이머가 지내는 곳입니다.
 
앞으로는 카운터도 함께 지내게 될테지요.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하 1층 : 식당, 카페테리아
 
1층 : 로비, 안내데스크, 도서관
 
2층 : 교실
 
3층 : 훈련실
 
4층 : 숙소
 
옥상 : 출입 금지
 
에트:...어디로 가? (...)
 
므넬:가고싶은데 없어?
 
에트:옥상...
 
므넬:옥상? 막혀있을텐데...
(두리번 두리번) 어른도 없는데 괜찮겠지.
 
에트:왜 출입금지야?...
 
므넬:보통의 학교들과 같은 이유로 막아놓지 않았을까? 안전상의 이유라던가.
근데 갈 놈들은 다 가더라도.
(가더라고.)
 
에트:우리는 갈 놈이구나... (끄덕...)
 
므넬:... 나, 난 평소에는 잘 안가거든?!
 
에트:나는 옥상 좋아해.. (핀트가 그게 아님)
 
므넬:... 나도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하긴 해. (핀트가 그게 아님)
 
::므넬은 서관의 엘레베이터를 잡고 맨 꼭대기층을 누릅니다.
옥상문은 굳게 닫혀져있지만..
힘으로 어떻게 하면 열릴 것 같네요.
한 번 시도해보나요?
 
에트:(철컹철컹.. 맥없이 시도해본다...)
 
::근력 판정.
 
에트: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철컹철컹
문도 맥없이 열린다
 
에트:와..~
 
므넬:... 기뻐하는거야?
 
에트:잘했지.
 
므넬:... 그래. 잘했어. (한쪽 눈썹 들썩임)
 
에트:므넬... 표정 이상해. (문밖으로 쏙 나감)
 
므넬:뭐?! 내가 무슨표정을 지었다고.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스팔트 바닥과 견고한 난간이 전부지만,
DOT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초봄의 서늘한 바람이 우리의 뺨을 쓸고 지나갑니다.
 
에트:...시원하다.
 
므넬:몇몇 타이머 애들이 여기 위로 올라와서 피크닉을 즐기더라고.
너가 다니던 학교에는 그런 애들있었어?
 
에트:피크닉?... 낮잠은 종종 잤는데. (그런 애)
 
므넬:.... 그거 네 얘기아니야?
 
에트:응... 시원해서 잠이 잘 와.
다음에는 피크닉 하자..
 
므넬:(어휴...) 넌 맨날 옥상 올라와서 낮잠잔다 이말이지... (지이이..)
... 그럴까.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맛있는 것도 파니까.
 
에트:... (마주 빤...) 므넬은 왜 안 했어? 피크닉..
 
므넬:피크닉 안 했다고는 안했어. (뭘 봐?) 내가 주도해서 연적이 없었다는 거지...
 
에트:(보길래...) 그럼 경험자가 주도해서 열어줘. (하아품)
 
므넬:... ... 그럼 넌 피크닉 해본 적 있어?
설마 올라와서 정말 낮잠만 잔건..아니지?
 
에트:...음... ... 우리 구역은 바다가 있었어서 피크닉보다는... 해수욕...? (...)
하지만 할 게 없었어... 므넬도 없고.
 
므넬:그럼 친구들이랑 해수욕 자주 간거야? (흥미로운 듯 에트를 봄)
(뭔가 이상함) .... 잠깐. 나, 난 당연히 거기에 없지?!
 
에트:응.. 애들이 모래 이불 덮어줬어. (괴롭힘 아니다.)
그런가?... 그렇지...
 
므넬:거기서 또 낮잠잤지? 이거 완전 잠꾸러기네... 솔직히 넌 수영해도 해파리같을 것 같아... (욕아님)
순간 내가 같이 안가준줄알았잖아. (째릿!) 그래도 다음 해수욕땐 같이 가겠다.
 
에트:물에 떠있는 건 좋아해서... 너무 멀리 떠내려갈 뻔한 적도 있어. (대충 네 상상과 비슷할 것이다.)
다음... 여기 밖으로 나가도 돼?
 
므넬:(이거... 왠지 내가 안보고있으면 지상에서도 멀리 떠내려갈거같아있어서 식은땀흘림...)
응. 내려가볼래?
 
에트:음... DOT 밖으로 나가도 되냐고 물은 건데. (기웃) 하지만 내려가볼래. 숙소도 궁금하고...
 
므넬:
(크흠... 헛기침) 축제 이후로 가능할것 같은데. 그때까지 네 존재는 비밀이라고 했으니까.
 
에트:그래.. 평생 갇혀있는 줄 알았어. (뭘 생각한 거지?) 그럼 같이 해수욕도 가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므넬:아마 카운터의 존재를 그때 빵, 하고 알려줄지도...
(얼굴 둥둥 에트를 잠깐 생각함, 잠깐 피식 웃음) ... 그래. 다른 애들도 다같이 불러서 같이 가보자.
 
::므넬은 에트를 데리고 한층 내려옵니다.
숙소는 총 14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대 타이머의 수에 맞춰 최적화된 형태입니다.
본관의 숙소보다 조금 작습니다.
책상, 옷장, 소파, 침대와 욕실이 하나씩 딸려 있습니다.
가벼운 샤워 시설을 갖춘 욕실이고,
 
::작게나마 거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주방은 없습니다.
침실이 좁지만 따로 구비 되어있는 형태입니다.
기본적인 생필품은 지급되고 위험하지 않은 개인 물품은 추가로 소지해도 무관합니다.
므넬의 성격 답게 깔끔... 하지만 현관 입구에 커다란 박스들이 쌓여있습니다.
 
므넬:... 잠깐.
이 짐들... 뭐지?
난 이런 택배 시킨적 없는데...
 
에트:...음. (뭔가 예상이 가는 것 같기도. 부스럭 열어본다.)
 
::박스를 열어보면....
예상하셨나요? (ㅋㅋ
에트의 옷가지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에트:나 동관에서 쫒겨났나봐. (태연하게)
 
므넬:........
같이 지낸다는거, 숙소에서까지 같이 지내라는 말이였어...? (에트 짐 봄)
 
에트:... ...안돼? (상자에서 애착이불 발견.)
 
므넬:잠깐... 받아 들일 시간이 필요해... (잠깐 머리짚음)
넌... 괜찮은거야?
 
에트:시간... 얼마나? (기다려주겠다는 듯)
난 요즘... 하도 여기저기 끌려다녀서. 익숙해...
 
므넬:.... .... 아니, 나도 그, 너랑 같이 있는 거, 괜찮은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깐 허공봄...)
... ... DOT 내부를 돌아 다닐 동안만의 시간만. (ㅋㅋ)
 
에트:싫지 않으면 됐어.. (다시 상자를 닫았다.) 그럼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구경시켜 줘. (저벅저벅 아래층으로)
 
므넬:(아 어이없어 너무 쿨하다고해야할지 너무 둔감해야한다고 해야할지) 얘, 잠깐. 같이가!!
 
에트:(아무 생각또 없다.)
 
::밑으로 내려가면 훈련실 입니다.
훈련실은 방의 형태로 숫자가 클수록 더 큰 규모이며,
총 14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1~14번 훈련실이라고 부릅니다.
능력 운용, 실험을 위해 쓸 수 있는 곳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준비되어 있습니다.
훈련실을 사용한 내역은 모두 기록됩니다.
 
::CCTV가 작동 중입니다. (부수지 마세요!)
입장 시 홍채 인식합니다.
 
므넬:여기선 주로 능력에 대한 훈련이 라던가, 앞으로 군인이 될테니까 체술이나 무기 관련된 훈련을 받고 있어.
 
에트:체술... 무기... (다른 세상 이야기같다.) 므넬은 싸움 잘해?
 
므넬:난... 싸움 잘 못해. 배워 본 적도 없고... 그래서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좀 힘들어.
너는.... (에트 위아래로 봄) 싸움 잘해? (예의 상 물어봄)
 
에트:해본 적... 없는데. (둔...)
우리는 여차하면 도망가야겠다.
 
므넬:아마 우리는 후방 지원을 하게 될거야. 집적 싸우는 능력에는 크게 도움이 안될테니까.
 
에트:그건 다행이네.. 아픈 건 싫으니까...
 
므넬:그래도 호신술이라던가, 무기 수업 게을리하면 안된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지. (어쩐지 잔소리..)
여기서 더 궁금한 거 있어?
 
에트:내 몸이 따라줄지는 모르겠지만. (끄덕..) 므넬이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면 별로.. (관심 없다.)
 
므넬:...내 능력 보고싶어?
 
에트:조금?..
 
므넬:.... 네 기억을 읽는 건... 첫날부터 좀 실례지? (머뭇...)
이 훈련방에 있었던 일의 기억, 읽을까?
 
에트:상관은 없지만... 므넬이 보면 난처해 할 것 같아. (훈련방을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읽어줘.
 
므넬:... 응. 나도 내가 읽는 것 보단.. 에트 네가 집적 말해주는 쪽이 좋으니까.
(장갑을 벗어 훈련실 바닥에 맨손을 갖다댄다.)
초능력(사이코메트리)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 이 방을 제3과 제6의 타이머가 훈련하러 들어왔구나. 두사람이 장난 치는 게 보여...
.... 앗, 뜨거워! (갑자기 방바닥에서 손바닥을 떼더니) ... 여기서 먹을걸 들고와서 먹었구만?!
 
에트:(빤히 응시한다.............) 감각도 느껴져?...
 
므넬:공간의 기억을 읽을 때는 가끔. 너무 오래된 기억은 잘 안느껴지지만, 내 능력은 대충 이래.
나중에 제3시와 6시에게 가서 따져야겠어. (훈련실은 취식 금지니까.)
 
에트:그건 몰랐어... 그럼 사람의 기억을 읽을 때는 감정도 느껴져? (고개를 천천히 기울이며) 다른 애들이랑도 친하구나.
 
므넬:응. 감정이 강렬하면 느껴졌던 것 같아. (다시 착착 장갑을 낌.) 그래서 좀 ... (잠깐 머뭇거렸다.) 꺼려진달까... (나지막이 말했다.)
좋든 싫든 타이머들은 여기서 다 같이 5년동안 함께 해왔으니까. 친해질 수 밖에.
 
에트:그런 게 다 느껴지는 거면 불편하겠네. 므넬의 기억도 아닌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타이머들은 12살 때부터 여기서 지낸다고 했던가... 그럼 가족들은? 연락하고 있어?
 
므넬:.... 응.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에트 너는? 기억을 조작할 때, 다른사람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읽혀 진다거나 해? 기억을 조작하려면 상대의 기억을 알고 있긴 해야하지 않아?
응. 다른 애들은 다들 연락하는 것 같더라. 나는... ... 안하고 있지만. 너는? 가족하고 연락하고 있어?
아. DOT에서 너무 자주는 못하게 하고, 종종?
 
에트:글쎄. ...아. (뭔가 생각난 듯 한 박자 느린 반응) 그때는 그게 내 기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을지도. 응... 대충은 읽혀지는 것 같아. 뭔가 이렇게... 주마등처럼. (손가락으로 긴 선을 긋는 시늉을 한다.)
5년이나 여기 있었으면서 단 한 번도? ...나도 가끔 정도는 해. 별 말은 안 하지만.
 
므넬:그때는? 능력을 사용했을 때? (궁금한지 고개를 기울인다.) 흐음... 세세하게는 안읽히는거야?
... ... 응. 사이가 안좋다거나, 는 아니고... 여기 오기 전까지는 할머니랑 둘이 지내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치매가 오셔서 ...
 
에트:나는 가족한테 사용했으니까. 위화감이 들긴 했어도 누구의 기억인지 분간할 생각은 안 했거든. 음... 좀 더 집중하면 가능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 ... (흐려지는 말끝에 눈동자를 굴리고선) 기억... 많이 잃으셨어? 므넬은 기억해?
 
므넬:... ... 가족에게? (눈이 저절로 크게 떠졌다. 그간 말을 종합하면 처음이자 마지막을 가족에게 사용했다는 사실로 정리되었으니까.) ... 무슨 일 때문에?
...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내가 기억을 읽을 수 있게 됐을 땐 할머니의 어린 시절만 읽혀지더라. 그래서 할머니 대신이라고 해야할까... 할머니를 돌봐주시는 분들이 종종 편지 해주셔.
 
에트:쓰려고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 (그 말대로 능력을 쓸 당시에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었다.) 몇 년 전에 사고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했어. 난 없애주고 싶었나 봐. 그 기억을.
그런데 쓰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들 기억을 뒤바꾸어 놓는 거니까.
(너를 가만히 응시하다) 므넬은... 나랑 꽤 닮았네. (사족은 붙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므넬:그럼 어머니의 기억을 지운채로 여기에 온거고? ... ... 에트, 넌 괜찮은거야? (에트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 나쁜 마음에서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은 거 아닐까? (장갑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 당한 당사자에게는 더이상 물어볼 수 없겠지만.
... 응. 그러게. 외관만 꽤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 장관님 말씀대로 정말 운명일지도 몰라. (본인 역시 자질구레한 말은 더 않기로했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일 외에는.)
... 내려갈까? 아직 볼 데가 많으니까.
 
에트:글쎄...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듯 한참 말이 없다가) 나는 어머니 옆에서 멀어지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여전히 걱정은 조금 되지만. 짧게 덧붙인다.) ...잘된 걸까. (답을 구할 수 없는 물음을 혼잣말처럼 남기고는)
하지만 너와 내가 만난 게 운명이라면, 그것도 내 운명이었겠지 싶어. 그 많은 이능력 중에 하필 기억이라는 능력이 나한테 온 것도. (훈련실의 문을 열고 나가며 미미하게 웃었다.) 선별적인 운명같은 건 이상하잖아.
 
므넬:... ... 난 네가 네 어머니에게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 지, 어떤 기억에 손을 댔는지는 '지금은' 몰라. 그러니까... 이곳에 지내면서 생각해 봐. 어머니께서 기억을 되돌려 받았을 때 너를 완전히 원망하기 전까지 말이야. 적어도 넌 네손에 어머니의 기억이 쥐어져있으니까...
... ... 운명이니 뭐라느니, 타이머가 되기 전까진... 아니, 너를 만나기 전까지 별나라 얘기같았는데. 세삼 체감하니 무서워지긴 하네. (이게 전부 선별되고 꾸며진 이야기들이라면 말이다.)
 
::므넬은 에트를 데리고 2층에 옵니다.
2층은 교실로, 에트가 다녔던 학교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술실, 음악실, 체육관 같은 특수 교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수업이 없어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다른 고등학교와 똑같이 일반적인 교과목을 배웁니다.
 
므넬:흐음... 에트, 수업시간때도 졸았어?
 
에트:...반쯤은? (부정하진 않는다...)
 
므넬:너가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야? (기가막혀)
 
에트:원래 잠이 많았어. 그래서 아기 때는 엄청 편했다고 했는데.
므넬은 모범생이야?..
 
므넬:완전 잠꾸러기네...
나? 모범생까지는 아니지만... 수업은 열심히 들어. (아마도.) 14명 밖에 없는 교실이긴하지만 성적도 나쁜편은 아니야.
 
에트:(끔뻑..) 몇 등?
 
므넬:... ... ... 한... 5~6등? (애매하다...)
 
에트:잘하잖아..
 
므넬:(크흠...) 넌, 공잘해?
 
에트:문제 푸는 것보다는 교과서 읽는 게 재미있어...
 
므넬:흐음~ 문과쪽? 그럼 책읽는건? 이 바로밑에 도서관도 있는데.
 
에트:...교과서보다는 책이 재미있지. 여기 도서관에는 재미있는 책 많아?.. (조금 솔깃한다.)
 
므넬:응. 시에서 주관하는 도서관 만큼이나 괜찮더라. 여기서 더 궁금한게 없으면 가볼래?
 
에트:좋아.. (터덜터덜)
 
므넬:(타박타박)
 
::에트와 므넬은 로비로 내려옵니다.
로비에는 자판기와 간단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쇼파,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1층에 도서관이 딸려 있는데, 꽤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원하는 자료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소설, 동화, 만화, 논문, 신문, 수필, 사전, 에세이······ 종류를 가리지 않습니다.
타이머의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안내데스크에는 직원이 상시 대기 중입니다.
 
므넬:책읽는거 좋아하는 애들은 보통 여기에 상주해 있더라.
 
에트:흐음..~ (꽤 넓은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다가) 그럼 므넬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해?
 
므넬:뭣...? 나는 갑자기 왜...? 지금 앞에 있잖아? (그런 말이 아닐텐데...)
 
에트:안 보이면 어디로 갈까 하고..
 
므넬:... 아~ ... 난 여기 도서관이나 스카이 라운지에 주로 있어. 아, 스카이 라운지는 본관쪽. (본관쪽으로 고개를 까딱인다.)
뭐... 이제 파트너니까 대부분은 너랑 시간을 주로 보낼 것 같긴 하지만.
 
에트:스카이 라운지? 옥상이랑 비슷하려나. (조금 관심을 기울이는 듯 하다) 응.. 그래도 므넬이 귀찮으면 안 따라다닐게.
 
므넬:옥상보다 백배 좋지. (엣헴.) 이용객이 좀 많은 것만 빼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 왜. 계속 따라다니려고? 상관은 없는데.
 
에트:방도 같이 주는 걸 보면 계속 붙어있길 원하는 것 같아서. (순순하다...) 그럼 다음은 본관 가볼까..
 
므넬:... 그런 이유로?! (뭔가 기대했다가 쫌 아쉬워함)
그럴까. 따라와. (척척척 걸어감)
 
타이머와 카운터가 정식 임관을 받으면
 
거처를 이곳으로 옮깁니다.
 
내부 구조는 서관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교실 대신 훈련실의 수가 대폭 증가하고,
 
보다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엘리베이터로 이동합니다.
 
연구원, 사무원들을 비롯한 모든 직원은 본관의 지하에서 식사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는 정식 임관을 받기 전까지 서관에서 아이들끼리 먹고, 마시고, 지냅니다.
 
본관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하 1층 : 식당, 바(Bar)
 
1층 : 로비, 안내데스크, 제1~14회의실
 
2층 : 훈련실
 
3층 : 훈련실
 
4층 : 숙소
 
옥상 : 스카이라운지
 
에트:(멀뚱...) 구조는 서관이랑 비슷하네.
 
므넬:맞아, 서관과 별 다를게 없지.
다만 우리가 여기 시설을 사용하려면 정식 임관을 받은 뒤에서야 가능하단 점만 빼고.
 
에트:정식 임관은 언제 해?..
 
므넬:우리가 성인이 되었을때. 2년 뒤 쯤이려나?
 
에트:그렇게 멀진 않네... (자연스럽게 옥상으로 가는 버튼 꾸욱)
 
므넬:(제일 궁금했나보군...)
 
::에트와 므넬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도착합니다.
옥상은 개방되어 있습니다.
공원과 비슷한 환경의 스카이라운지로,
벤치와 자판기가 놓여 있어 휴식을 취하기 적당합니다.
미성년자는 낮에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에트:백 배?... (므넬 돌아봄)
 
므넬:.... ..... 서, 서관 옥상보다는 뭐가 있잖아!
어, 거기는 텅텅 비어있기만하고!
(괜히 변명을)
 
에트:그런가.. (에트 눈에서는 거기서 거기같다.) 사람이 많아서 잠자기엔 별로...
 
므넬:아니, 누가 스카이 라운지에서 낮잠을 자! 서관에 푹신한 침대도있고, 따, 따뜻하고! (괜히 뭐라함)
 
::ㅋㅋ 실제로도 DOT의 몇몇 직원이 휴식을 취하러 온게 보이긴 합니다.
 
에트:므넬이 여기가 좋다면야... 저쪽 옥상이랑 이쪽 옥상에서 인사하자. (ㅋㅋ)
 
므넬:(ㅋ) 뭐라고???????
저기까지 인사가 들리긴 해?!!
 
에트:손 흔드는 건 보이지 않을까.. (영혼 없이 흔들거려봄)
 
므넬:(이마 턱, 붙잡음 오 주여....) 이걸 바보라고해야할지....
 
에트:나 바보야?... (이걸 또 물어본다)
 
므넬:... 그래! 너 완전 바보 멍청이야. (그걸 또 대답해준다.)
 
에트:그렇구나... 미안. (고분고분)
 
므넬:어휴... 됐어. 내려가볼래? 아니면 동관으로 가볼래?
 
에트:동관... (쫓겨났지만..) 다른 데는 2년 후에 구경하면 되니까. (느긋하다.)
 
므넬:느긋하네...
(빠릿하게 척척척 가다가 앗차, 척.척.척. 걸음걸이 늦춤)
 
에트:어차피 지금은 못 쓴다고 했으니까. (느릿..느릿... 가다가 거리가 또 벌어지자 동시에 의식한 듯 끝에만 약간 빨라진다.)
 
연구동,
 
연구소라고 불리는 동관은
 
타이머와 카운터의 입장이 제한됩니다.
 
일반인 연구원과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곳이므로
 
미리 위험을 방지하고자 함입니다.
 
종종 연구에 필요한 경우 불려가기도 한다던데……
 
이번 기수의 타이머는 방문해본 적이 없습니다.
 
카운터는 시간의 각인을 받아,
 
DOT에 출석한 후부터 개요 전까지
 
동관의 직원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내부 구조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언제나 연구원, 직원의 동행하에 돌아다녔기 때문일까요?
 
므넬:그러니까 계속 여기있었다는 거지? (동관 한번 올려다봄)
 
에트:여기 안도 별로 돌아다녀 본 적은 없지만.
 
므넬:그래? 하기사 타이머들 조차도 출입 제한을 했으니...
 
에트:타이머들은 왜?
 
므넬:연구에 종종 불려가긴 한다고는 들었는데, 우리 기수들은 아직은 불려간 적 없어.
내부가 위험해서 그런가?
 
에트:들어가도 되는 거야? (기웃)
 
::들어가려고하면...
입구컷을 당합니다 (ㅋㅋ
 
에트:....
(므넬 봄)
 
므넬:.....
(에트 봄)
 
에트:므넬..
마음의 준비는 다 됐어?...
 
므넬:(ㅋ)
....... 그래... 이제 가서 짐정리 해야겠지, 응...
아니, 그것보다 침대 하나밖에 없는데 ....
... 어떻게 할래?
 
에트:같이 자려면 마음의 준비는 얼마나 필요해....?
 
므넬:(ㅋ)
..... 한 침대에서 자는것도 괜찮은거야 너는....?
 
에트:난 어디서든 잘 자. (그런 문제인가?)
 
므넬:(그런 문제야?)
 
에트:싫으면 바닥에서 잘게... (애착이불도 가져왔고...)
 
므넬:(애착 이불)
......... 잠버릇 심해?
 
에트:가만히 잘 수 있어... (무언가 어필)
 
므넬:그래, 그럼.... 침대 꽤 넓으니까, 괜찮겠지........ (머리긁적긁적...)
 
에트:와..~~ (여태 본 것 중 가장 기뻐보인다.)
 
므넬:허... (여태 본 것 중 가장 황당해보인다.)
 
::그렇게 므넬과 에트는 서관으로 돌아와
에트의 짐정리를 도와줍니다.
에트의 카운터로써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갑니다.
 
.
 
.
 
.
 
우여곡절로 가득 찬 첫날 밤이 무사히 지났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는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정식 임관을 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임무보단 수업과 훈련이 주 일과를 이룹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서관 2층의 교실로 들어오면
 
14개뿐이던 책상과 의자는 28개가 되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타이머와 카운터는
 
서로의 옆자리를 꿰차고 있고요.
 
므넬과 에트를 발견한 교사가
 
교사:어서 자리에 앉아요.
 
재촉합니다.
 
자리는 나란히,
 
딱 두 개가 남아있습니다.
 
에트:네... (느릿... 느릿....)
 
므넬:(빠릿빠릿 에트보다 빠르게 자리에 앉음)
 
두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 수업이 시작됩니다.
 
창틀 너머로 아침 햇살이 쏟아집니다.
 
꽃샘추위도 누그러진 초봄은
 
앉아서 수업을 듣기엔 아까울 정도로
 
완벽한 날씨입니다.
 
교사는 칠판 위로 분필을 움직입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부드럽게 흔들리는 커튼,
 
책상 위의 그림자…….
 
평소와 똑같지만,
 
단 하나,
 
옆에 앉은 사람만이 어제와 다르군요.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졸려..
 
::보이지 않아.
졸려.
 
에트의 책상은 휑하니 깨끗하기만 합니다.
 
새것 같습니다.
 
첫 수업은 일반 교과목이 아니라,
 
DOT의 자체 과목인 ‘시간’입니다.
 
보통 DOT에 입학하면 초반에 듣는 수업인데,
 
능력의 정의를 비롯한 다루는 방법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능력을 사용해도 되는 상황과
 
사용해선 안 되는 상황 따위를 배웁니다.
 
따라서 딱히 교과서랄 것도 없습니다.
 
므넬:(자기 노트랑 필기구 슬쩍 꺼내서 필기 해두라고 에트 책상으로 슥 밀어줌)
 
에트:절대기억력이면 좋았을 텐데.. (기억조작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멍...하니 봄)
 
므넬:.... !!! (생각해보니 기억 능력들중 그런것도...!!!! 무언가 깨달은 표정)
 
분필이 다각다각 글씨를 새깁니다.
 
교사가 적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은 무엇인가?
 
2. 타이머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 것인가?
 
3. 도밍게즈의 건국 신화를 읽고, 시간과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자.
 
교사:자, 새로운 친구들이 왔으니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 볼까요.
 
운을 뗀 교사는 첫 번째 문장을 읽습니다.
 
교사:타이머와 카운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은 무엇인가?
별 것 아닌 문제 같지만, 도밍게즈에서 타이머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죠.
카운터 또한 건국 축제를 기점으로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될 거 테니, 중요한 문제죠.
자 그럼, 에트 군이 생각 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에트:... ...
뭐야?... (므넬 봄)
 
므넬:스스로 생각해봐. (속닥속닥)
 
에트:음... ... (모르겠는 얼굴) 책임감?...
 
교사:책임감, 그렇죠. 힘을 가진 자인 만큼 그 힘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니까요.
그 외에도 강한 능력, 자비로운 마음씨, 단호한 결단력……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저는 적어도 ‘타이머가 아닌 나와 타이머인 나를 분리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싸한 대답인가요?
 
혹은 의외의 대답인가요?
 
에트:(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있음)
 
교사는 에트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교사: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구원자라고 하더라도 결국 개인이에요.
언제나 구원자, 타이머, 카운터라는 이름에 휘둘렸다간 오래 버틸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힘들어진다면 ‘구원’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사회적인 껍질을 뒤집어쓰고, 개인으로서의 일은 잠시 차치해두는 거죠.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 되려고 기를 쓰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는 것보단 쉬울 겁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주변의 압박감 때문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를테니 다들 항상 가슴속에 생각해두길 바랍니다.
 
가볍게 조언한 그는 이윽고 2번째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교사:자, 그럼 생각해보죠.
타이머가, 그리고 나아가서 카운터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까요?
이번에도 에트 군이 대답해 보실래요?
정답이 없는 얘기니 편하게 말해주세요.
 
에트:(선생님이 나 괴롭혀...)
 
교사:(ㅋㅋ 신입생은 괴롭혀야지.)
 
에트:... ...아니지 않을까...요. (일단 나 얼마전까지는 카운터도 아니었고.) 꼭 타이머랑 카운터가 아니어도 대단한 사람들은 많으니까...
 
교사:그렇죠. 세상에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직업은 다양하니까요.
사실 이건, 도밍게즈가 생겨난 이래,
타이머와 카운터가 존재하지 않았던 적이 없으므로 명확히 기다, 아니다를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로 여겨지고 있어요.
 
::[핸드아웃: 타이머 가설] 을 공개합니다.
다읽엇다면 헛기침을.
 
에트:(엣취)
 
교사:사람들은 시간이 있기에 타이머가 태어난다고 믿지만,
실상은 반대예요.
타이머가 있기에 시간이 존재하는 거죠.
인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지 않는 법이죠.
 
교사는 덤덤히 설명하다가
 
이것은 모두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섭리를
 
인간이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하지만,
 
교사:타이머가 둘이라면 시간은 더 안정적으로 존재하며 흘러갈 거예요.
끝은 멀어질 겁니다.
영원히 미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초읽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테죠.
 
마지막 문장만큼은 단호했습니다.
 
교사: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여러분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요.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트는 멀리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정체불명의 소리입니다.
 
에트:(멍...)
 
므넬:... 에트 무슨 소리 안들렸어? (속닥속닥)
 
에트:...들었어?..
 
므넬:응.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에트:어디에서 들린 건진 모르겠어..
 
::바닥을 보아도 떨어진 물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이 부산스러운게, 우리들 뿐아니라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도 들은 모양입니다.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거나,
 
교사의 기분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유인물이 배부됩니다.
 
회색의 종이에는 익숙한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도밍게즈 신화입니다.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보았을.
 
::[핸드아웃: 도밍게즈 신화] 를 공개합니다.
다읽으셧다면 이번에도 언질을.
 
에트:(큼큼)
 
교사:도밍게즈의 건국 신화를 읽고, 시간과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자.
이 부분은 다음 시간까지 생각해오는 걸로 숙제를 내겠습니다.
유인물 뒷장에 적어서 내면 됩니다.
오늘은 첫 수업이니 조금 일찍 마치도록 할까요?
친해지라는 의미로 주는 휴식이니까, 되도록 타이머와 카운터는 함께 다니세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건국 축제까지는 바깥에 나가지 않도록 하고요.
 
당부와 함께 교사가 먼저 교실을 떠납니다.
 
교실에는 타이머와 카운터,
 
그리고 유인물이……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어라,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었네요?
 
::[핸드아웃: 연구 보고서] 를 공개합니다.
 
심지어 제일 마지막 줄에,
 
필수 제출하라고 쓰여있습니다.
 
꼼짝없이 함께 붙어 있을 수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에트:숙제다... (책상에 드러누움)
 
언제까지 하라는 거지?
 
소리없이 의문을 표했을 때,
 
타이밍 좋게 문자가 도착합니다.

 
에트와 므넬의 다음 일정이 정해졌네요.
 
연구 보고에 협조하기 위해,
 
서관의 훈련실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12시 페어 10번 훈련실 사용 가능입니다...
 
에트:수업 일찍 끝났는데..
 
므넬:시간은 좀 남았는데...
숙제하고 갈래? 아니면 바로 훈련실로 갈래?
 
에트:숙제.. (그게 더 귀찮다.) 갈까.. (털레털레)
 
므넬:(ㅋ) 숙제 언제하려고? 훈련실 갔다오면 할거지? (빤히...)
 
에트:필수제출이랬으니까... (아니면 안 할 생각이었던 듯)
 
므넬:....... 어쩐지 네가 여기 오기 전의 생활, 어떻게 했는지 알 것 같아... 너 숙제 잘안해오고, 준비물도 대충대충 챙겨오고. 그랬지?!
 
에트:...어떻게 알았어?... (눈을 조금 크게 뜸. 그래봤자지만.)
 
므넬:방금 숙제 미루려고했잖아. 엄청 귀찮아 했고 (ㅍㅍ...) 갔다오면 숙제 하는거다? (약속을 따내려고 하는듯...)
 
에트:(팔랑팔랑~..) 훈련하러 가자.. 훈련..~
 
므넬:에트, 내 말 들은거 맞지?? 숙제 하는거지??
 
에트:끈질겨 므넬........... (끝까지 대답 안 하는 고집.)
 
::ㅋㅋ
 
시간은 두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흐릅니다.
 
어쩌면, 함께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지루했을 수업이 눈 깜짝할 새 끝났다면,
 
역시 착각일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흐를수록……
 
이끌림은 짙어집니다.
 
호출을 따라 훈련실로 걸음을 옮기면,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페어 별로 진행할 모양입니다.
 
문 앞에서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애쉬:왔어?
 
가장 친숙하게 구는 사람은
 
므넬이 막 입대한 12살 시절부터 알고 지낸,
 
연구원 애쉬입니다.
 
애쉬는 일지에
 
‘제12시 페어, 타이머 므넬, 카운터 에트’
 
라고 적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연구 방식에 관해 설명합니다.
 
애쉬:보고서로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별로 어려운 건 아냐.
첫 만남의 소감은 되도록 진솔하게 적어주고,
지금부턴 타이머와 카운터 간의 상관관계나 영향력을 검사해볼 거거든.
몇 가지 단계에 맞춰 진행 가이드를 띄워놨으니까 보고 따라가면 되고,
힘들거나 불편하다 싶으면 너무 무리하지 마.
어쨌건 오늘은 처음이니까.
 
애쉬:둘 다 연구에 협조해 줄거지?
 
에트:(끄덕...)
 
애쉬:뭐, 사실 선택지가 협조해 주는 것 밖에 없겠지만.
 
므넬과 에트가 연구에 협조하겠노라고 하면,
 
애쉬가 므넬에게 작은 패드를 부착합니다.
 
에트에게도 다른 연구원이 같은 위치에 패드를 붙입니다.
 
뺨, 귀 뒤,
 
목덜미와 손목 안쪽…….
 
피부색과 엇비슷한 그것은 눈에 띄지 않지만,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애쉬:므넬양. 한 번 봐봐, 잘 됐어?
 
저 두 사람은 왜 이렇게……
 
다정한 거죠?
 
유난히 거리가 가까운 것 같습니다.
 
비정상적으로 가까운 거리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므넬도 에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네요.
 
::꽤나 눈빛이 뜨겁네요.
 
에트:...?
 
애쉬: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영향을 주지만,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좋은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유력해.
실제로…… 다른 페어들의 결과도 좋았고.
자리를 비켜줄 테니까, 테스트해봐.
수치는 전부 기록될 거야.
뭘 하고, 얼마큼 편차가 있었는지 보고서로 작성하면 끝.
 
애쉬:어렵지 않지?
 
애쉬는 상당히 경쾌하게 설명합니다.
 
설명만 듣자면 별로 어려울 것은 없어 보입니다.
 
세상만사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는 게 주의점이지만요.
 
애쉬:크크크. 자자~ 빨리 연구 시작해야지.
진행 가이드는 안쪽에 있어~
 
애쉬와 연구원들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에트와 므넬의 등을 떠밉니다.
 
연구 보고를 돕는 일이라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에트가 여태까지,
 
므넬과 만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카운터라는 이름을 부여받기 위해서
 
몇 번이고 거쳤던 과정이잖아요.
 
심장박동과 능력의 효율을 확인하는 패드를 부착하고,
 
능력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한 후의 신체 변화를 검사하기도 했었죠.
 
건강 검진이랑 비슷해서 조금도 여상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에트는 문득 소독약 냄새를 맡습니다.
 
짭조름하고, 화한……
 
약물 특유의 그 냄새.
 
바람도 불지 않는데 머리카락이 조금 흔들리고,
 
거세게 뛰지도 않는데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를 막습니다.
 
긴장인지 설렘인지 모를 애매한 감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인이 위치한 곳까지
 
패드를 부착하면 훈련실의 문이 열립니다.
 
훈련실 내부는 깨끗하기 짝이 없습니다.
 
천장도 바닥도 반지르르하니 윤이 납니다.
 
필요한 것을 요구하면 충분히 채워주지만,
 
평소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자리를 비운 지 오래된 건지,
 
스크린만 바닷속 풍경을 비춥니다.
 
거품이 일다가 흩어지고,
 
다시 일다가 부서지고……
 
달칵,
 
문이 완전히 닫히면 스크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립니다.
 
::스크린에 진행 가이드 가 띄워집니다,
 
아무리 읽어보아도 저 한 줄이 전부입니다.
 
손깍지, 포옹, 이마 맞대기, 비쥬, 입맞춤.
 
다시 읽어도 내용은 바뀌지 않습니다.
 
네, 그러니까……
 
연구 보고라는 게……
 
지금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에트:......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므넬도 마찬가지인지
 
한참이나 침묵을 일굽니다.
 
므넬:..... ......
 
에트:(눈치 봄..ㅠ)
 
므넬:애, 애들한테 뭘시키는거야....
(ㅋㅋ 이쪽도 좀 삐걱거림)
 
::심리학이 가능하긴한데... 해보나요 (ㅋ
 
에트:(네ㅋㅋ)
 
::레쓰고
 
에트: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니 ㅁㅊ 이게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므넬을 보면.... 그래도 싫어 하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민망하고, 부끄러워 하는 듯 싶습니다.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행깎
하시나요?
 
에트:(네..!)
 
::행운1 차감하고 성공으로 판정합니다.
 
애쉬 : 힘들거나 불편하다 싶으면 너무 무리하지 마.
 
애쉬 : 어쨌건 오늘은 처음이니까.
 
불현듯 애쉬의 당부가 생각납니다.
 
그래요, 이대로 돌아나간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무어라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게,
 
만난 지 이제 고작 하루인걸?
 
::이어서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황망히 헤매던 시선이 스크린의 반대편 모서리에 닿습니다.
 
온통 하얘서 눈에 띄지 않았는데,
 
검은 점이 반질반질 빛나며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
 
동관의 실험실,
 
연구소도 비슷한 장치가 있었죠.
 
아무리 봐도……
 
CCTV입니다.
 
잊지 마세요.
 
‘CCTV는 DOT의 기물이기 때문에 부수면 안 된다’는 것을요!
 
에트:(이건... 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는데.) ...자. (일단 손 내밀어 본다.)
 
므넬:.... .... (가만히 내밀어진 손을 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덥썩, 에트의 손을 꼭 잡는다.)
 
에트:(깜짝이야...) 므넬. 깍지랬어..
 
므넬:... 아! 미, 미안... (긴장하긴 했는지 시작부터 실수다. 맞잡은 손을 풀어 한 손가락씩 꿰 차 깍지를 낀다.)
CCTV... 있는데, 괜찮아?
 
에트:음... 연구니까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야?.. (CCTV 쪽을 흘긋 본다.) 정말 이러고 있기만 해도 되는 걸까...
 
므넬:그래도 그렇지. 패드 붙이고 있으면 수치 같은 거 저쪽 모니터에 다 뜨고 있는 거 아니야? (괜히 툴툴 불평하곤) ... 그럼 에트 너는? ... 괜찮아?
 
에트:응. 손은 어제도 잡았고... (손가락이 뻣뻣한 것을 의식한 듯 앞뒤로 살짝 흔들었다.) 오늘도 마음의 준비같은 거 필요해?
 
므넬:(손이 따라 앞뒤로 흔들리면, 어째 제 의식도 흔들흔들, 흔들리는 기분이였다.) 그, 그런건 아까 손잡기 전에 다 했으니까.... 넌 이런 거, 안부끄러워? 왠지 나만 손해보는 기분인데...
 
::에트, 이성과 초능력 판정 둘다 해주세요!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손깍지를 끼면 어쩐지 심장이 간질간질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초능력 1d10 상승
 
에트:6
 
::초능력 기능치가 6만큼 올라갑니다.
 
에트:므넬도 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타고나길 둔감하다... 일정하게 뛰는 심장에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손가락을 풀어내고는) 손해보는 것 같다면 좀 더 해볼까? ...얼마나 해야 부끄러워질지는 나도 몰라.. (스스럼 없이 팔을 벌린다.)
 
므넬:어제 아무렇지도 않지 않았거든?! 갑자기 파트너랑 한방쓴다는거... 부, 부끄러웠다고. 엄청 신경쓰이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 끝까지 나만 부끄럽기만 해봐. (따라 팔을 벌려 조심스럽게 에트를 껴안는다.) ... 다른친구들이랑도 자주 손잡고, 그래?
 
에트:불편했어?... (충격이다. 쿨쿨 자느라 몰랐다.) ...아니. 어릴 때라면 몰라도 커서는 딱히 그럴 일 없으니까. (어설프게 어깨 너머로 팔을 감았다. 너는 보지 못하겠지만 어딘가 미묘해진 표정...)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으니까... 딱히 상관 없어. 므넬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구나.
 
::에트, 이성과 초능력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안락하기 짝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완벽하게,
편안하지?
 
에트:oO(노곤노곤...)
 
::초능력 1d10+10 상승
 
에트:16
 
::초능력 수치 16 상승
 
므넬:... 그래. 어제밤에 몰래 얼굴봤는데, 곤히 잠만 잘 자더라. (난 밤잠 설쳤는데.)
...그래? (어쩐지 입꼬리가 위쪽을 향해 조금 꿈틀거렸다. 마찬가지로 에트는 보지 못했지만.) 부끄러운 게 당연하지. 난... 친구랑도 잘 안이러는데.
.. 에트, 생각보다 따끈따끈하네. 이제 이마 맞댈까?
 
에트:...다음에는 좀 더 못 자볼게. (이걸 말이라고.)
그거 잘 됐네... 따뜻한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좀 덜 부끄럽지 않을까. 아니면... 눈을 감는다던가. (제 딴엔 나름대로 도와주려는 듯... 이쪽은 어느새 편하게 무게까지 기대고 있었지만.) 좀 더 있자. 따뜻해서 기분 좋아. ... (고개만 조금 들어 이마를 살짝 맞댄다.)
 
므넬:... 에트는 반응이 느리니까 좀 인형같을지도... (조금 무거웠지만 되려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 에트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턱을 다시 들어올린다.) .. 응. (에트를 따라 포옹은 풀지 않은 채 이마를 맞닿았다. 체온이 나눠진 탓에 얼굴에 열이 오른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 ... (눈을 감자고 제안 받았지만, 가까이에서 에트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었다.)
 
::에트, 이성과 초능력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시야에 닿는 모든 곳이 애틋하고,
완벽하고,
더할 나위 없어서……
놓기 싫어.
떨어지기 싫어.
욕심은 계속 커져만 갑니다.
 
::아, 어쩌면 이 충동은……
■■과 닮아있어요.
초능력 1d10 상승
 
에트:6
 
::초능력 수치 6 상승합니다.
 
에트:어... 눈동자, (그 제안에 스스로를 포함시키지는 않았던 건지, 마찬가지로 눈을 감지는 않았다.) 색이 약간 다르네. 몰랐어.. (어딘가 불온한 기분. 출처 모를 생각들에 고개를 비스듬히 눕히자 맞추던 시선이 빗겨간다.)
 
므넬:... 아. 맞아. 나, 한쪽 눈이 좀 더 남색이더라. 너는... 멀리서봐도 보였지만, 역시 다르네. (따라서 에트의 눈동자의 담긴 자신을 바라본다.) .... 어디 보는거야? 나한테 집중해야지. (포옹하던 팔을 풀어 에트의 양뺨을 감싸 고개를 다시 세운다.)
 
에트:밝은 곳에서 보지 않으면 모르겠어. 나야 뭐... 눈에 띄지. (익숙하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따뜻한 손바닥이 뺨을 덮자 다시 차분한 시선으로 너를 바라본다.) 음... 조금 무서워서. (그 생각 그대로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아무리 에트여도 조금 그런지 멋쩍게 웃고는) 미안. 집중할게. (온순하게 손에 뺨을 기댄다.)
 
므넬:(눈을 한번 꿈뻑였다.) 뭐가? ... ... 지금 나랑 이러고 있는 거? (장갑 너머로 에트의 뺨의 온기가 전달되는 것 같았다. 손가락 끝으로 에트의 뺨을 쓸어만져 본다.)
(맞붙어 있던 이마를 떼어내 천천히 에트의 양 뺨에 번갈아 천천히 쪽,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떨어진다. 낯간지러운 소리가 귓가를 제 귀를 맴돈다.) ... 비쥬는 이렇게 하는 거랬어. .... 알고있어?
 
에트:몰라. 그냥 기분이.. 나는 말로 설명하는 거 잘 못해. (부드러운 재질의 장갑이 뺨을 건드리자 눈꼬리가 약간 떨린다.)
...어느 나라에서는 이런 걸 인사로 한다는 것 정도는.. (아는 것은 거기까지다. 귓전을 간지럽게 울리는 소리가 생소한 듯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므넬. 어디까지 할 거야, 정말 내가 부끄러워질 때까지?
 
므넬:... 싫은 느낌인거야? (속삭이듯이 네게 물었다.)
... ... 어, 스크린에서는 입맞춤까지 적혀있었는데. (에트의 질문에 멈칫. 하고 고개를 떨어트린다.) ... ... 아, 혹시... 싫었으면, 미안. 부담스러우면 그, 여기까지 할까? (민망함에 고개를 휙, 튼다.)
 
에트:그건 아닌데... ...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짧게 대답했다. 거리가 벌어지자 뭔가 아쉬운 듯 옆얼굴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물어본 거야. ...방금 네가 생각한 것처럼 싫을 수도 있잖아. (담담한 목소리로) 그리고 처음이면 신경 쓸 것 같았어.
 
므넬:그... 그런! (처음이라는 이야기에 얼굴이 울긋불긋해진다.) 나 지금 놀리는거야? 너.... 넌 처음이 아닌거야...? (상당히 신경쓰였는지 결국...) 너 만나고 나서 싫다는 거... 그런 거 한번도 느낀적 없어. (괜히 오기라도 생겼는지 고개를 쭉 빼, 제 뺨을 에트 가까이에 가져다 대었다.) ... 네 차례야.
 
에트:...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건 아니었는데... ... 나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니까. 일단은 공평하게 처음이야. (그럼 됐지? 하는 듯한 태연한 얼굴.) ...진짜?... 나중에 기억조작 해달라고 하면 안돼..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다가)
... (답지 않게 머뭇거리던 숨결이 가까이 와 닿는다. 네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 채 몇 초 동안 가만히 있는다.)
 
::에트, 이성과 초능력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78/39/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낯간지러운 소리가 떨어지자,
괜히 뺨이 달아오릅니다.
초능력 1d10 상승
 
에트:4
 
::초능력 수치 4 상승
 
므넬:.... 그럼 됐어. (어쩐지 안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 부끄러워 하는건 못 보더라도 네 처음은 내가 갖고 싶어. 그래야만해. ... 라는 ...생각이 자꾸 치솟아올라서. (내뱉고나서야 민망해졌는지) .... 흘려들어.
......... 뭐? 그런 걱정 걱정을 하고있었다고? (푸훗, 하고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 생각을 전혀 안하고있었기에 제법 귀여운 고민처럼 느껴졌다.) 너한테 그런거... 절대 부탁안해. 기억을 지운다는 건, ... 슬픈 일이잖아.
(뺨에 간질간질, 에트의 숨결이 닿는다. 이제 남은건 ... ....) .... .... 입맞춤만 남았네.
 
에트:이번에는 손해라는 생각은 안 들어?... 그러려면 네 처음도 반납해야 하는데. (선선히 대꾸하고는) ...응. 하지만 바란다면.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아무리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도? (그렇게 물으며 얼굴을 다시 가까이 했다.) 아니면... 너무 기억하고 싶다거나.
 
므넬:... ... 네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싶다고만 하지 않는다면? ... 뭐... 그렇다고 한다면 난 결국 보내줘야겠지만. ... 이러면 좀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되려나.
... ... 글쎄. 아무리 지우고 싶다 하더라도 그거까지 지워버리면... 나한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 지금 당장은 말이야.
(에트가 가까이 다가오면, 고개를 틀어 에트의 입에 제 입을 도장을 찍듯이 가볍게, 혹은 짓누르듯 붙였다 떨어졌다.)
 
::에트, 이성과 초능력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마저도 길고 긴 찰나처럼 느껴집니다.
므넬을 다시 잡아당기고 맙니다.
가지 마.
나를 떠나지 마,
이 ■■ ■■에 나만 두고 가면 안 돼…….
절박한 심정이 되어 매달리고,
 
::매달리고,
매달리게 됩니다.
……왜 그렇게 외롭고,
두렵지?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초능력 1d10+10 상승
 
에트:16
 
::초능력 수치 16 상승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충분했는데도 불구하고,
 
에트와 닿을 때마다,
 
므넬과 닿을 때마다
 
빈 구석이 있었던 것처럼
 
능력은 계속해서 몸집을 부풀립니다.
 
더욱 광범위한 기억과,
 
정교하게 기억을 조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로의 능력이 제 몸에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에요.
 
완벽해지는 과정을 스스로 느낍니다.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92/46/18
굴림: 8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므넬과 에트는 서로 똑같은 방식으로 능력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므넬:... ... 다 한거, 맞겠지? (어쩐지 상기된 듯한 얼굴로 에트를 바라보았다.)
 
에트:....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피가 빨리 도는 것 같은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열감이 남은 뒷목을 어색하게 매만지다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부끄러웠다는 말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부끄러운 일이구나. 해서 말끝을 흐려버렸다.) 나가자.
 
진행을 끝 마치면,
 
훈련실의 문이 부드럽게 열립니다.
 
애쉬:고생했어~
 
에트:.........(빤.............)
 
애쉬:(^^)
 
두 사람을 다독인 애쉬는
 
점심 식사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
 
쉬고 오라며 상냥하게 배웅합니다.
 
어떻게 변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아마 연결된 모니터로 다 보고 있었을 테니,
 
구태여 물을 필요가 없었던 거겠죠.
 
축하해요, 에트.
 
이로써 구원자가 되는 한 걸음을 훌륭히 내디뎠군요!
 
 
바야흐로 두 번째 밤이 찾아왔습니다!
 
DOT의 흰 건물 위로도 어김없이 밤을 내려앉습니다.
 
12개라기엔 터무니없이 많은 수의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선선한 봄바람이 운동장의 잔디를 부드럽게 훑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므넬과 보낸 시간은 특별했나요?
 
잠시 회상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종소리가 들립니다.
 
‘저녁 식사’를 알리는 특별한 종소리입니다.
 
므넬과 에트는 어디에 있었건,
 
서관의 지하로 향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건,
 
기분이 어떻건 간에 사람이 끼니는 챙겨야 하지 않겠어요.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걸요.
 
::행운 판정
 
에트:
기준치: 49/24/9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기다리고 기다려도 엘리베이터가 도통 도착하지 않습니다.
 
아니, 고작 28명이 다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휴, 모든 층을 거친 뒤 겨우 멈춰 섭니다.
 
식당은 28명,
 
아니,
 
어제까진 14명을 위한 곳이라기엔
 
지나치게 호화롭습니다.
 
남색 천장, 깨끗한 벽에 걸린 고풍스러운 액자 들,
 
푹신푹신한 흰색 양탄자(식당에 배치하기엔 정말 호화스럽지 않나요?)와
 
56명은 앉을 수 있을 만큼 길고 커다란 테이블 .
 
음식은 이미 차려져 있고,
 
개인의 앞접시가 있어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미 도착한 몇 명은 식사 중이군요.
 
::식사전 가볍게 조사가 가능합니다.
 
에트:(므넬과 함께 자리로 다가가며 걸려있는 액자를 힐끔 본다.)
 
 액자
 
알록달록한 하늘 , 푸른 장미 아치 , 검은 호수 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에트:(알록달록한 하늘부터 사진들을 차례로 본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대조적입니다.
 
창틀 따위에 단단히 매인 긴 줄에는 우산과 깃발,
 
손수건과 종이학 같은 것이 걸려 있습니다.
 
꽃이 핀 것처럼 화려하기 짝이 없는 풍경입니다.
 
도밍게즈 건국 축제의 장면이에요.
 
은색 아치문을 따라 피어난 푸른 장미가 유난히 화려합니다.
 
공원에 설치된 조형물인데,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그 아래를 거닐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더군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수도의 연인에게는 꽤 명소입니다.
 
새까맣게 물든 호수에는 흰 종이꽃이 떠다닙니다.
 
수도의 유명한 관광지, 코마니 호수입니다.
 
건국 축제, 단 이틀간 호수의 수면이 검게 물드는 특이한 습성을 가지고 있죠.
 
축제 때면 타이머의 이른 죽음을 기리고자
 
많은 사람이 손수 접은 종이꽃을 띄워 보내곤 합니다.
 
사진 속 호수를 바라보던 에트는 문득 불안함과 불쾌감을 느낍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이유를 생각할수록,
 
원인을 찾을수록 두통이 밀려옵니다.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처럼 불안해집니다.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므넬:... 괜찮아? (불쑥)
 
에트:머리 아파.. (멍...)
 
므넬:머리? (이마에 손 대봄) 갑자기? 빨리 밥먹고 들어가서 쉬자.
 
::이상하게도 므넬의 목소리를 들으면, 치솟던 감정들이 누그러집니다.
 
에트:..응... (고분고분 자리에 앉아 테이블을 본다.)
 
테이블마다 배치된 네임 카드와 은식기.
 
므넬과 에트의 이름은 서로 마주 보고 놓여 있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가까운 곳에 배치한 의도가 훤히 보입니다.
 
냅킨은 토끼 모양으로 접혀 있고,
 
음식 사이사이 푸른 장미 가 꽂힌 화병이 있어서,
 
꼭 비싼 레스토랑에 온 기분입니다.
 
에트:(생화인가? 손끝으로 살짝 건드려봄...)
 
도밍게즈의 국화입니다.
 
불가능을 넘어선 기적의 상징이죠.
 
건드려보면 생화인 것 같습니다.
 
에트:(그렇다면 손이 닿아봤자 좋지는 않겠지.. 다시 손을 거둔다.)
 
테이블 위로 보면 휘황찬란한 식사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토마토 두부 카프리제,
 
잘 녹은 치즈를 얹은 스테이크 정식,
 
흰 소스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와
 
색색의 과일 스프링롤.
 
참치를 깍둑깍둑 썰어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
 
콩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나는 두유 스무디……
 
디저트로는 바싹 구운 무화과 쿠키가 나왔습니다.
 
그들이 일컫는 구원자라는 이름이,
 
얼마나 진실하고 진솔한지는 풍성하고,
 
호화로운 DOT의 식단이 증거합니다.
 
집에 가고 싶다니, 함께 있기 싫다니,
 
옥신각신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도 식사 때가 되면
 
재깍재깍 테이블 앞에 앉곤 했으니 말 다 했죠.
 
(조용히 식사만 하지는 않았어도)
 
맛있게 식사합시다!
 
밥을 먹는 동안은 개도, 애도 건드리지 않는 법이므로
 
식사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갑니다.
 
에트:(너무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눈 앞의 접시에만 거의 손을 댔다...)
 
므넬:(익숙하다는 듯 음식 이거저거 엄청 덜어옴. 접시에 수북히 쌓여있음) ... 그거밖에 안먹어?
 
에트:응... (므넬 접시에 맨 꼭대기에 있는 연어스테이크 한 점 뺏어감)
아, 그거 내껀데...!! 저기 스테이크 많잖아! (째릿.)
 
에트:므넬이 잘 잘라놨길래... (뻔뻔하다.)
 
므넬:으으... (스테이크 두덩이 더 받옴, 그리고 에트 접시 위에 한덩이올려줌) 많이 좀먹어. 비실비실해갖고.
 
에트:그러게. 넌 보기보다 많이 먹네... (올려준 몫을 느릿느릿하게 썰더니 다시 한 점을 므넬 접시 위에 올려둔다.)
 
므넬:아 다시 돌려줬다... (다시 돌아온 연어 봄) 맛있걸 이렇게 맨날맨날 주는데 안먹으면 손해잖아. (스테이크 한덩이 입에 쏙)
 
에트:맨날맨날 이렇게 나와..? (조금 놀랐다.)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므넬:응. 맨날 거의 이런 수준으로 나오던데? 기념일때는 이거보다 더 화려하게 나와. (당연하다는 듯...)
 
에트:화려..? (잠시 상상해봤다. 초콜렛 분수라도 나오는 걸까? 느릿하게 연어를 씹는다.)
 
므넬:응. 디저트라던가, 칵테일잔 같은 것들이 층층이 탑을 쌓고있지. (에트 접시위에 샐러드도 올려놓음. 편식하나?ㅋㅋ) 좋아하는 음식 있어?
 
에트:(올려주는 대로 자아 없이 입에 넣는다. 다만 씹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소가 여물 씹는 정도로...) ... ...마시멜로 샌드.. 므넬은?
 
므넬:... 맛이 없어? (편식을안하는것 같긴한데.. 이게 소인지 염소인지. 디저트도 본인 닮은 거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난 몽블랑이 좋아.
 
에트:...? (잘 먹고 있는데 왜? 하는 눈빛으로 우물우물...) 몽블랑... 므넬 닮았어. (똑같은 생각을 했다.)
 
므넬:.... 아니야. (아까보다 씹는 속도가 느려진건 기분탓이겠거니.. 하기로.) ... 말도 안되는 소리말고 밥이나 먹어.
 
그리고 디저트를 먹을 무렵에……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11시의 타이머: 그 내용이 진짜야?
 
11시의 카운터: 응, 좀 불길한 예연이긴 하지만... 이렇게 들렸어.
 
11시의 타이머: 내가 들은 건 그게 아니였는데.
 
11시의 카운터: 뭐...? 무슨 내용이였는데?
 
근처에 앉은 11시의 타이머와 카운터가 수군수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에트:(멍하니 듣고 있음) 저 애들.. 예언이었나..
 
므넬:응 맞아. 뭔갈 들은 모양인데. (무화과 쿠키 입에 넣고있음)
물어보러가볼래?
 
에트:(우물우물 입 안의 음식을 마저 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11시의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다가간다. 그쯤에야 삼켰다.) 무슨 얘기해?...
 
11시의 타이머: 음? 12시의 페어들이구나.
그게... 우리 둘 다 동시에 예언을 들었는데, 서로 다른 내용이여서 얘기중이였어.
궁금한가?
 
에트:그럴 수도 있어?.. (기웃)
 
11시의 타이머: 그게... 예언이란 게 수많은 경로 같은 거라서. 비슷한 건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이렇게 까지 다를 수 있나 싶네.
 
11시의 카운터: 내가 들은 예언은 멸망의 예언이였어.
세계가 무너지고, 하늘이 찢어지며, 건물이 붕괴하고, 별이 떨어지는... 그런 요란하고 끔찍한 소리중에......
“멸망이 신속히 임하리니, 아무도 멸망의 때인 줄 알지 못하리라······”
 
11시의 타이머: 난 저 예언과 완전히 달라.
새순이 돋고, 꽃이 피고, 꽃샘추위가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봄이 오는 소리였지.
녹은 눈이 아스팔트 도로를 적시고 스며드는, 딱 겨울이 지난 후의 봄이라고 할까.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을 거야. 그리고······”
그게 내가 들은 예언이야.
 
에트:... ...누가 더 잘 맞아?
 
11시의 타이머: 그건... 우리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의 차가 있는건지,
 
둘 중 한 명이 틀린건지,
 
서로 다른 경우의 수를 예언한건지,
 
두 가지 모두 결국 같은 이야기일지…….

 
에트:어느 쪽일까?.. (므넬 보며)
 
므넬:... ... 11시의 카운터가 말한 내용은 너무 터무니 없어보여.
순식간에 갑자기 그렇게 세계가 멸망할리 없잖아.
에트 너는? 어느쪽일것같아?
 
에트:하지만... 그런 가능성도 있는 거겠지. (목께를 매만지다) 음... 반반?.. 이왕이면 후자가 좋겠어..
 
므넬:... 무섭지 않아? 갑자기 세계가 저렇게 멸망한다는 게 정말이라면. (그저 자리에 우뚝 선 채로 제 신발코를 바라보았다.)
 
에트:도밍게즈는 타이머와 카운터가 있으면 멸망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 오늘처럼 같이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단순한 답을 내놓고는 손을 내민다.) 우리는 이래서 필요한 걸지도.
 
므넬:그저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만으로 멸망이 막아질리 없잖아... (내민 손을 잡는 일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 책임이 무겁다는거. ... 원해서 타이머라던가, 카운터가 된건 아니잖아 우리는.
 
에트:하지만 나는 므넬이랑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이전보다는 훨씬 강해진 기분이 드는 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음... 그렇네. 먹고 힘내라고 매일 이런 식사를 챙겨주는 거겠지. ... ...므넬은 무거워? 도망가고 싶어?..
 
므넬:(드르륵, 의자가 뒤로 빼지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에트쪽으로 돌렸다.) 도망가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막중한 임무를 내가 해낼수 있을까 싶어. 내가 그런 그릇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결국 똑같은 말인가... 싶어졌다.) ... 에트는 여러모로 치사하네. 혼자 강해지고.
.... 그래도 네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에트:...있잖아, 난 딱히 우리가 무언가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봤자 우린 아직 애고... (사실 어른이라고 해서 대단한 차이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능력은 기억을 조작한다거나 읽는다거나 하는 것 뿐이잖아. 누구처럼 불을 쏘거나 얼음비를 내리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눈높이는 늘 일정했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가 세상의 축 중 하나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된다면, 그 자리 그대로 있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므넬:.... 그렇게 말하면 그저, 우리는 그냥 가장 꼭대기에 서서 인사나 해주는 인형 같잖아. 나는... (어쩌면 다른 능력들처럼 실질적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무것도 못했던 고향에 있을 때와 달리 다르게 적어도 여기서는.) ... 그래도, 그 정도라면 해줄 수 있겠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에트의 말에 크게 위로 받은 기분이였다.) .... .... 생각보다 성숙했네. (에트를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틀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갈까.
 
에트는 세계 멸망을 저지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DOT는 분명히 그리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째서,
 
에트가 이곳에 존재함에도 불길한 예언은 끝나지 않는 걸까요?
 
예언이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야기하는 것.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DOT에서의 두번째 날도 저물어갑니다.
 
.
 
.
 
.
 
시간은 끊임없이 흐릅니다.
 
사건은 고장 난 폭탄처럼 순식간에 터집니다.
 
그래, 사건이라고 불러 마땅한 ‘그 일’은 갑자기 일어났어요.
 
음, 언제냐면,
 
므넬과 에트가 막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쳤을 때였습니다.
 
저녁 식사 후 평온한 시간을 맘껏 누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때쯤이요.
 
그러니까······
 
카운터의 능력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DOT의 지시로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된 탓에,
 
므넬과 에트는 좋아도 싫어도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트를 시선으로 좇던 므넬이 문득 묻습니다.
 
므넬:... ...
좀 흐릿해지지 않았어?
 
에트:...?
 
좇던 시선은 결국 에트의 두 눈 아래에 닿습니다.
 
므넬의 말마따나 다소 옅어진 것 같습니다.
 
한 번 새겨지면 죽을 때까지 평생 지울 수 없는,
 
각인이자 낙인인 바로 그것이요.
 
아, 물론 착각일 수도 있어요.
 
잘못 본 걸지도 몰라요.
 
눈을 깜빡이면 어제와 다를 바 없었거든요.
 
하지만……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능력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도망칩니다.
 
사람은 호흡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누구도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았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숨을 들이켜고 내쉬기 마련입니다.
 
능력자가 능력을 다루는 꼴이 딱 그렇습니다.
 
시간의 선택을 받으면,
 
능력은 존재의 증명이 됩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죽음에 이를 때까지 타이머와 함께합니다.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삶에서 유일하게.
 
그래서 타이머는, 어떻게 여기냐와 별개로
 
단 한 번도, 능력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싫건, 좋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간에……
 
사라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카운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각인이 새겨진 순간부터 능력은 온전히 에트의 것이었고,
 
에트의 것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능력을 사용해도, 사용하지 않아도
 
카운터는 자신의 변화를 기민하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얌전하던 능력이 무언가 이상하게 새고 있습니다.
 
에트에게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자꾸만 어디론가 뛰쳐나갑니다.
 
그 종착지는……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알 수 있습니다.
 
므넬, 나의 타이머라고.
 
능력은 순식간에 에트의 몸을 빠져나갑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순식간에!
 
므넬:.............
 
타이머 또한 그 과정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느낄 수 있었냐고요?
 
글쎄……
 
에트의 표정에 드러나서?
 
카운터의 행동이 이상해서?
 
아니면,
 
능력자 대 능력자로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서?
 
아뇨,
 
그저, 스스로가 증거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다루기 쉬운,
 
당장이라도 넘칠 것처럼 넘실거리는 므넬의 능력은……
 
이례적일 정도로, 완전하게 차 있었습니다.
 
카운터와 함께 있으면 능력의 효율이 오를 거라고 했지.
 
누군가는 그 설명을 두고,
 
타이머를 위한 배터리,
 
소모품이라고 불렀고.
 
그 표현이 꼭 맞아요.
 
그래, 이건 단순히 효율이 오르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저 안에 있던 것이 내게로 넘어온 것처럼·…….
 
뒤섞인 능력은 물과 기름처럼 모호한 경계를 긋고 있습니다.
 
므넬은 자신의 안에 내 것이 아닌 능력이 들어차 있음을,
 
분명히 느낍니다.
 
::에트, 므넬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0/0/0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므넬:
초능력(사이코메트리) Roll
기준치: 152/76/30
굴림: 6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능력이, 사라졌습니다.
 
고작 하루아침에.
 
이부자리를 사이에 두고 므넬과 에트는 서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사라진 것이 저기 있었고,
 
잃어버린 것이 여기 있었습니다.
 
불을 끄는 것처럼,
 
그리고 불을 켜는 것처럼.
 
해가 지는 것처럼,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네가 ■■ ■ 것처럼,
 
그리고 내가 ■■■ 것처럼.
 
오롯이 타이머와 카운터만 숨쉬는 작은 방.
 
믿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어떤 얼굴로 보고 있었던가요?
 
불현듯 스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계가 무너지고, 하늘이 찢어지며,
 
건물이 붕괴하고, 별이 떨어지는······
 
요란하고 끔찍한 소리와
 
“멸망이 신속히 임하리니, 아무도 멸망의 때인 줄 알지 못하리라······”
 
평온하기 짝이 없던 눈앞의 세계와
 
새순이 돋고, 꽃이 피며,
 
꽃샘추위가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봄이 오는 소리.
 
녹은 눈이 아스팔트 도로를 적시고 스며듭니다.
 
겨울이 지난 후의 봄.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을 거야. 그리고······”
 
다정하던 그 문장.
 
카운터를 소개할 때,
 
하인리히 장교는 분명히 세계 멸망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세계 멸망과 엮인 사건인 걸까요?
 
어느 쪽의 예언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길하고 불길한 예언이 공평하게 저울 위에 놓여 있습니다.
 
어두운 밤, 사위가 고요하고,
 
창 너머의 달만 밝습니다.
 
므넬:....... 에트, 괜찮아? ...
 
에트:(아마도 표정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잔잔한 수면과 같은 얼굴. 마주 앉은 너를 고요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입을 달싹였다.) ...네 안에 있어.
 
므넬:(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무언가 흘러넘치는 기운이다. 일렁이는 파도처럼,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표정에서 시시각각 드러난다.) .... 응. 나도... 느껴져. 뭔가 엄청난 게...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에트:아무것도 없어. (제 가슴께를 손끝으로 눌러본다. 비어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공백감. 그러나 어쩐지 빼앗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과 마찬가지로, 불시에...) ......돌아갔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기분은 좀 어때.. 므넬.
 
므넬:돌아갔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네 능력은 네가 타고난거잖아! (불안감에 괜스레 에트를 향해 꾸짖는다. 진정 주어진 능력의 주인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면서.)
평소보다도 훨씬 컨디션이 좋아. 태초에 기록된 기억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에트, 너는?
 
에트:그래. 넘치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그거 하나만은 걱정이 되는 듯 입매를 긁듯이 매만지다가) 어떠냐니... 평범해, 그냥.. 므넬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눈을 천천히 깜빡인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므넬:넘치는... 느낌은 아닌 것 같은데.
능력 빼고는 괜찮은거지? ....
... ... 다른 카운터들도 이렇게된건 아니겠지?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간의 각인이 아직 선명하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거란 확신이 듭니다.
 
일시적인,
 
일시적인,
 
일시적인 현상일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 돌이키지?
 
DOT에 보고해야 하나?
 
아니면 조금 더 두고 봐야 하려나?
 
DOT가 꾸민 짓인가?
 
아냐, 아닙니다.
 
에트와 므넬에게 이상한 짓을 했을 리가 없습니다.
 
에트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세계를 구원할 유력한 방법인걸요.
 
고민에 휩쓸립니다.
 
절묘하게도······
 
내일은 시간표상 이론 수업으로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침묵한다면 하루, 이틀 정도는 무마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습니다.
 
건국 축제는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거든요.
 
하인리히 장교는 카운터의 존재만이 세계 멸망을 막고,
 
사회의 평안을 불러올 일인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건국 축제에서는 무조건 등장시키려 들 테니,
 
그날이 온다면 얄팍한 거짓말은 결국 드러나고 말겠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일까요?
 
이 상황을 묻어두고, 해결하거나,
 
정직하게 보고하고, 해결책을 받아 내거나.
 
우선 커다란 선택지는 그뿐인 것 같습니다.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소등한 서관과 달리 창 너머의 본관은 아직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하필 이럴 때 눈에 띄다니.
 
이마저도 퍽 교묘한 배치입니다.
 
므넬:.... 어떻게 할래? 에트.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능력이 돌아올때까지 비밀로 지내는 일 둘 중 하나야.
 
에트:...숨겨봤자 금방 들통날 텐데. (소매를 매만지다가) 건국 축제가 곧이잖아.
 
므넬:역시... 그렇겠지? 능력에 대해선 우리보다 어른들이 더 잘 알테니까.
문제는... 어느 누구에게 알려야하느냐... 이건데.
 
에트:음... ... (하인리히 장교의 얼굴도 잠깐 머리를 스쳐갔지만... 어쩐지 거북하다... 수 틀리는 걸 용납하지 못할 것 같은 엄격한 관상이.) 그 연구원은. 므넬이랑 친하지 않아?
 
므넬:애쉬씨? 지금 연구원분들은 퇴근 하셨을 것 같은데... 일단 본관으로 한번 가볼까?
 
에트:(끄덕...)
 
DOT에 보고하는 게 좋겠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린 아직 어렸고,
 
지고 있는 책임과 무게는 너무 무거우니까요.
 
때론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있는 법이에요.
 
바로 지금과 같은 일들.
 
어른의 도움이,
 
조언이,
 
결정이 필요한 순간.
 
창 너머로 아직 환한 본관을 보았죠.
 
운명이 배치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서관을 나서,
 
인조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지납니다.
 
하늘은 어둑해지기 시작해선,
 
흰 별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세계 멸망과는 어울리지 않게 수 많은 별들은 떨어질 기미라곤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반짝반짝하니 내일 날씨도 좋겠거니,
 
한가로운 감상만 일깨웁니다.
 
빠르고 느리게,
 
서두르고 미적거리며,
 
두 사람 몫의 발자국이 운동장을 가로지릅니다.
 
허리가 꺾인 잔디는 채 비명도 지르지 못했습니다.
 
본관 안내 데스크에는 퇴근하지 않은 직원이 앉아 있습니다.
 
직원: 어서오세요.
 
그는 그렇게 인사해주면서도,
 
의외란 얼굴로 눈을 깜빡였습니다.
 
하긴, 이 시간에 본관에 방문하는 경우가 워낙 드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직원: 찾는 사람 있어요? 누구 불러줄까요?
 
에트:애쉬 연구원님... 자리에 있나요.
 
직원: 애쉬씨요? 잠시만요...
 
::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직원: 지금 자리를 비우셨네요.
 
므넬:... ... 아니면 장교님 이라도.
 
직원: ... 아
 
잠시 곤란한 기색을 보인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힐끔 바라봤습니다.
 
지하 2층.
 
층수를 나타내는 파란 글씨가 점등합니다.
 
곧 지하 1층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갈하게 웃은 직원이 설명했습니다.
 
직원: 마침 올라오시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전히 상냥하지만,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트: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빨..
빨갛다...
 
에트:...
 
이직원... 우리를 귀찮아 하고있을지도....
 
얼른 퇴근하고싶었는데 우리가 방해했나봐요...
 
므넬과 에트가 직원의 얼굴을 살피는 동안에도 웃음은 여전하고,
 
엘리베이터는 올라옵니다.
 
에트:... (시무룩)
 
므넬:(토닥토닥)
 
지하 2층,
 
지하 1층,
 
그리고…… 1층.
 
띵.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익숙한 남자가 내렸습니다.
 
칼같이 다린 군복을 입은 하인리히 장교였습니다.
 
식사하거나, 술을 마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음식 냄새도, 술 냄새도 묻지 않았거든요.
 
두 사람과 마주친 하인리히 장교는
 
의외란 듯 눈을 크게 뜨면서도, 기꺼이 반깁니다.
 
하인리히 장교:이런, 며칠 전에도 본 것 같은데. 하룻밤 새 많이들 컸군.
아직 청소년들이라 그런가? 하하!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는 사이,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은 완전히 점멸합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나저나, 무슨일이지?
 
그는 두 사람의 얼굴을 하나씩 훑어봅니다.
 
지난밤 사이좋게 지냈나,
 
지내지 않았나 감시하는 것 같은 눈초리입니다.
 
에트:... (여기서 말해도 되나?)
 
므넬:(말...해도될 것 같은데.)
 
::직원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 눈치네요.
 
에트:능력이 사라졌어요. (다짜고짜)
 
::다짜고짜
 
에트:...정확히 말하면 므넬에게 넘어간 것 같은데..
 
하인리히 장교:에트 군의 능력이 므넬 양에게 넘어간 것 같다는 말인가?
그래서 지금 에트 군은 능력이 사라진거고.
 
에트:(끄덕..)
 
두 사람에게 일련의 상황을 듣더라도
 
하인리히 장교의 눈초리는 그다지 심각해지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엄숙하고,
 
얼핏 보면 거만한 얼굴로 웃은 그는
 
에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립니다.
 
하인리히 장교:어린 사람들이 걱정도 많긴.
걱정하지 말게, 이미 들어둔 바가 있어.
환경이 낯설어서 그럴 거라고, 마음을 편안히 갖는 게 중요하다더군.
또래라 함께 있으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나 보지?
 
에트:oO(잘 먹고 잘 잤는데...)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나요?..
 
하인리히 장교:글쎄...
 
웃던 그가 툭 묻습니다.
 
하인리히 장교:혹시 므넬 양이 텃세라도 부리는건 아니지?
 
에트:oO(잘 못자는 건 므넬이라고 그랬는데...) 그건 아니에요.. (숙제하라고 괴롭히긴 해도.)
 
하인리히 장교:(숙제하라고 괴롭히긴 해도.)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로군. 하하하! 계속 그렇게 쭉 사이좋게 지내게.
자네들의 존재가 세계의 평화를 좌지우지해.
그래서 우리는 작은 문제도 괄시하지 않고 방비한다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 말을 명심하게.
그러면……
 
에트:(뭔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고민이 된 것 같다. 멍...)
 
밤하늘 같은 남색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납니다.
 
그는 수염이 없는 제 턱을 쓸고,
 
당부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걸세.
도밍게즈는 언제나 평화로울 거야.
 
::심리학 판정
 
에트: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하인리히 장교의 시선은 집요하게 에트를 향합니다.
 
도밍게즈의 평화를 노려보는 것처럼!
 
에트를 바라보는 눈빛,
 
대하는 태도,
 
은근한 목소리에서 집착이 묻어납니다.
 
에트를 절대적인 구원자로 맹신하는 신도처럼,
 
절대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아까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거라 물었던가?
그래. 자연히 돌아올걸세.
그러니까, 더 가까이 있도록 해.
기왕이면 한 침대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아니... 오히려 그게 좋겠어.
 
에트:oO(이미 쓰고 있는데... 침대 두 개 안 준건 일부러?)
 
하인리히 장교:더 가까이 있을수록, 가까워질수록, 완벽하게 적응할 테니까.
 
하인리히 장교는 타이머와 카운터가 더더욱 가까워지기를,
 
완벽히 하나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시간마저도 자네들을 갈라놓을 수 없을 만큼, 꼭 그렇게 굴면 돼.
어렵지 않은 일이잖나?
어차피 자네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서로밖에 없어.
 
세계에는 충성을,
 
명령에는 복종을.
 
군인에게나 딱 어울리는 요구사항을 목에 걸어주는 꼴이었습니다.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뭐지
오늘주운왜이러지
 
그나저나,
 
하인리히 장교가 이 늦은 시간까지 왜 본관에 머물렀지?
 
하인리히 장교:알았으면 이만 돌아들 가보게.
성장이때 애들은 많이자둬야 키가 크잖나. 하하하!
(성장기)
 
그렇게 장교의 말대로 서관으로 돌아가던 도중...
 
므넬이 말을 겁니다.
 
므넬:... ... 본관은 지하 1층 밖에 없을 텐데.
혹시 너도 봤어?
 
에트:...지하 2층에서 올라오던데..
 
므넬:그렇지? 내가 잘못본 게 아니지?
... 다음에 한 번 확인하러 가보자.
 
에트:(끄덕...)
(가까이 있으랬지.. 므넬한테 거의 매달려서 어기적 어기적 움직인다...)
 
므넬:(ㅋ)
.... 저기 에트. 좀 무거운데.
 
에트:므넬이 할래?... (팔 풀어줌..)
 
므넬:............ 아니.
(에트 똑바로 세우고는 팔짱을 낀다.) ... 이정도면 충분 할 것 같아.
 
에트:면적은 중요하지 않은 건가?... (그런대로 납득함. 덕분에 걸음 속도는 잘 맞는다...)
 
므넬:(아까보다 한결 편해진 걸음으로 므벅므벅 걸어감)
 
에트:(트벅트벅)
 
::우리는 그렇게 다시 서관으로 돌아옵니다.
 
.
 
.
 
.
 
하루,
 
이틀.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능력은 딱히 차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닌가?
 
어제보다 나아졌나?
 
싶으면 다시 한 움큼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타이머와 가까이 있었건,
 
멀리 있었건 비슷했지만……
 
적어도 가까이 있는 쪽이
 
기분, 마음, 상태, 무엇이든
 
더 안정적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감각이었을지언정!
 
시간이 흐릅니다.
 
꺾인 손가락의 주위를 맴도는 그림자는 바닥을 천천히 기어 다녔습니다.
 
시간이 얼마만큼 흘렀는가를 문득 깨달으면,
 
뱀의 비늘이 스치는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전부 기분 탓이겠죠.
 
일상은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일어나고, 아침을 먹고,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시시껄렁한 시간을 죽이고,
 
농담을 따먹고, TV를 보거나,
 
훈련하는 평범한 하루의 반복입니다.
 
능력이 사라진 적 따위, 없었던 것처럼.
 
기다리는 것은 초조했지만,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축제를 이틀 앞둔 날,
 
똑똑.
 
손님은 그때 찾아왔습니다.
 
교실에 앉아서 교사를 기다리던 타이머와 카운터의 시선이
 
모두 앞문으로 쏠렸습니다.
 
수업을 위해 드나드는 이들은 노크하지 않았으므로,
 
상당히 낯선 소리가 아닐 수 없었어요.
 
문가에는……
 
리슬러 부관:리슬러입니다.
 
정중한 목소리와 함께
 
하인리히 장교의 부관이 서 있었습니다.
 
타이머에게는 낯익고,
 
카운터에게는 낯선 남자였습니다.
 
옅은 색깔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넘긴 남자는
 
정장 차림새로 누런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습니다.
 
에트:(끔뻑끔뻑..)
 
리슬러 부관: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뱀처럼 얇은 눈꼬리가 새로운 얼굴들을 훑곤,
 
리슬러 부관:아시겠지만, 건국 축제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리슬러 부관:도밍게즈 건국 축제의 마지막 순서는 타이머가 등장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능력을 선보여 시간이 건재함을 알리고, 세계가 평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맨십이죠.
실제로 이 시기면 타이머의 얼굴을 보겠다고 수도로 향하는 관광객의 수가 대폭 늘어나곤 합니다.
보여주기식이지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이벤트죠.
더군다나 이번에는 카운터……
 
그는 아직 그 이름이 낯선 것처럼
 
느릿느릿하게 뱉습니다.
 
리슬러 부관:...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자리이니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겁니다.
예년보다 화려하게, 완벽하게, 차질 없이 준비되어야겠죠.
 
리슬러 부관은 서류 봉투를 뒤적이며 물었습니다.
 
리슬러 부관: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장교님께서도 기대가 크십니다.
능력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카운터…의 존재.
즉, 새로운 능력자의 등장입니다.
친밀하게, 다정하게, 모쪼록 완벽한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고 하시더군요.
서로 간에 사이좋은 모습 을 보여주십시오.
 
결국, 본론은 그거군요.
 
리슬러 부관:기왕지사 능력을 ‘함께’ 선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그는 진지한 얼굴로 ‘함께’에 악센트를 강조했습니다.
 
::[핸드아웃: 사명] 을 공개합니다.
 
축제는 어떻게 하지.
 
그때까진...능력이 돌아올까?
 
리슬러 부관:아, 그리고 축제 때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첫날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아침을 먹고 외출할 수 있을 거예요.
대신, 반드시 사복을 착용하고 타이머와 카운터는 동행한다 는 조건입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발각되어선 안 된다며
 
DOT 지부 밖으론 한 걸음도 못 내밀게 했으면서.
 
상당히 파격적인 ‘허가’입니다.
 
축제이니만큼 어린 것들을 묶어두기가 안타까웠던 걸까요.
 
리슬러 부관:만약 누군가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이야기를 걸어도 되도록 답변하지 마십시오.
공식적인 발언은 언제나 DOT와 사전 협의 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카운터에 대해서는 더더욱이요.
 
당부를 마친 리슬러 부관은 서류 봉투의 입구를 엽니다.
 
우르르, 안에서 쏟아지는 것은 팸플릿입니다.
 
리슬러 부관:저녁에는 전원 전시회에 참여할 겁니다.
 
전시회?
 
건국 축제와 전시회라니,
 
상당히 동떨어진,
 
그러니까, 개연성 없는 조합입니다.
 
1시의 타이머: 부관님, 축제날인데도 전시회를 가야하나요?
 
웬 전시회냐고 묻는 우리에게,
 
리슬러 부관은 팸플릿을 나눠줍니다.
 
표지에는 타이머 展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구원자에 미친 이 작은 행성은,
 
굿즈와 장난감,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기타 여러 창작물을 넘어서……
 
이젠 전시회마저 열 모양입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알려지면 에트도 이런 창작물에 등장하게 되는걸까요...
 
‘시간의 흐름과 세계의 섭리를 담았습니다.’
 
그럴싸한 홍보 문구는 지나치게 유치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니 세계의 섭리니 알 게 뭐람.
 
거창하게 구원자라고 부를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
 
리슬러 부관:도밍게즈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타이머 전시회인 만큼 첫 번째로 관람하고, 이후 DOT로 복귀할 겁니다.
둘째 날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세팅하고, 리허설에 참여하게 될 거예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테니 첫째 날 실컷 쉬거나, 하고 싶은 걸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설명을 마친 리슬러 부관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리슬러 부관:무언가, 문제라던가, 할 이야기가 있나요?
 
에트:능력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요? (둔...)
 
에트가 질문을 하면 교실은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가...
 
웅성웅성... 부산스러워집니다.
 
리슬러 부관:괜찮을 겁니다.
 
.... 라는 대답이 전부네요.
 
에트:(괜찮나보다.. 다시 손 내림)
 
리슬러 부관:다른 질문 더 없습니까?
 
에트:저만 이런 건가요? (다시 손 올림)
 
므넬:(아니;;; 얘가 미쳤나;;; 옆에서 ㅈㄴ 말림)
 
에트:(므넬에 의해 손 끌어내려짐...)
 
리슬러 부관:... ... '본인만' 그럴까봐 걱정되시는 거라면. (카운터들을 한번씩 쓱 훑어보다가...)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다른 질문 더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그는 의례적으로 물었다는 것처럼
 
리슬러 부관:그럼 다음에 뵙죠.
 
형식적인 인사만 남기고 교실을 떠났습니다.
 
몇몇 카운터들이 에트를 쳐다본 것만도 같네요.
 
에트:oO(그래서 나만 이렇다고?..)
 
::카운터들의 눈빛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약간...
야 너도?
야 나도.
 
에트:oO(그렇구나.)
 
달칵, 문이 닫히고……
 
수업을 알리는 종이 커다랗게 울립니다.
 
수학 시간이에요.
 
수학 교사는 늘 종이 치면 움직이니까,
 
한 10분의 여유가 남았군요.
 
::[핸드아웃: 도밍게즈 건국 축제] 를 공개합니다.
 
므넬:하아.... 난 이때가 제일 싫어... (한숨 푹푹....)
 
에트:...왜?.. 사람들 앞에 서야 해서?
 
므넬:...... 응. 그것도 그렇고. 솔직히 기억으로 무슨 퍼포먼스를 보여줘야해. (펜으로 애꿎은 종이를 마구 괴롭히면서)
... 어떤 방식으로 선보이고싶은지 떠오르는 거 있어?
 
에트:(백지같은 얼굴..)
 
므넬:(같은 얼굴 하고있음...)
막 타이머가 되었을때도,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었거든? 장관님께서는 워낙 보여주기 식을 좋아하니까.
그때는 본 적 없는 두꺼운 책을 능력으로 책의 내용을 파악한다던가.. 그랬었어. 차라리 완전 기억 능력이라던가 있으면 좀 보여줄만 하려나...
일단 에트 네 능력이 돌아왔을 때의 전제 하지만.
 
에트:...적당히 소지품의 기억을 읽는다던가. 그 정도면 내 능력 없이도 가능할 테니까.
 
므넬:네 능력이 없다고 해도... 이번엔 카운터가 데뷔하는거잖아? 네가 집적 보여주는게 중요한거라고.
 
에트:(멍...) 정말 돌아오면 뭐라도 할 수 있겠지.
 
므넬:일단 관객 소지품 읽는다는 거, 괜찮을 것 같네. 응. 수업끝나면 좀 더 얘기해보자.
 
수학 교사가 뒤늦게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수학 교사: 늦어서 미안해요. 모두 자리에 앉았나요?
 
수학 교사가 뒤늦게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그는 교탁에 프린트의 모서리를 툭툭 쳐서 정리하곤
 
수업을 시작합니다.
 
수학 교사: 오늘은 3단원을 할 차례였던가요?
 
::에트는 수학 수업을 열심히 들을까요?
 
에트:(문제 풀이 싫어... 지우개 가지고 놀고 있다.)
 
::문제 풀이 따위 재미없다
 
수학 수업은 유난히 지루하고,
 
점심시간 직전이기 때문에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교사가 무어라고 떠드는데,
 
아, 이런……
 
::정신력 판정
 
에트: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슨 이상한 주문이라도 외는 것 같아요.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수업따위 듣지 않아 하고 지우개를 갖고 놀고있으면...
 
툭, 하고 그만 손에서 지우개를 놓칩니다.
 
지우개가 바닥에 떨어졌네요.
 
에트:(느릿하게 허리를 숙여 지우개를 줍는다.)
 
므넬역시 떨어진 지우개를 보고
 
주워주려고 했는지 같이 허리를 숙입니다.
 
둘은 같이 지우개를 주우려다,
 
우연히 손가락을 스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어딘가가 겹쳤을 때,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0/0/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므넬:
초능력(사이코메트리) Roll
기준치: 152/76/30
굴림: 9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따끔!
 
스파크가 튀더니 시간의 각인이 화끈화끈 달아오릅니다.
 
그리고, 에트를 떠나갔던 무언가가
 
다시금 에트에게 돌아옵니다.
 
텅 비었던 어딘가 가득 차는 것을 느낍니다.
 
므넬 또한 같은 것을 느꼈는지 놀란 눈으로 에트를 바라봅니다.
 
착각이 아니에요.
 
방금, 정말로,
 
능력이 돌아왔습니다.
 
불을 끄는 것처럼, 그리고 불을 켜는 것처럼.
 
해가 지는 것처럼,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네가 ■■ ■ 것처럼, 그리고 내가 ■■■ 것처럼!
 
::에트, 초능력 수치 2 만큼 돌아옵니다.
응?
 
므넬:....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에트를 바라본다.) 방금...
 
에트:어... (드물게 당황한 눈)
 
지금은 수업시간이니...
 
시끄럽게 떠들 순 없겠죠.
 
수업이 끝날 때까지 잔뜩 초조해져선 종이 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돌아온 것이 맞는지,
 
정말 사실인지 알고 싶어,
 
확신 받고 싶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란히 앉은 어깨가 유난히 가까워집니다.
 
비로소 완전하게 충족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존재의 가치를 증명받은 것처럼.
 
오늘 처럼 수업시간이 길게 느껴진 적은 없을 겁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면 므넬이 에트를 부릅니다.
 
므넬:아까 수업때 분명히 네 능력, 돌아갔었지? 맞지?
 
에트:응... 엄청 조금이었지만, 아마도.
 
므넬:도대체 뭐때문에 돌아간거지?
뭐 짐작가는 거 있어?
 
에트:......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당연히 확신은 없다..)
 
므넬:시간.. 이 지났다고 하기엔 벌써 축제를 코 앞에 두고 있는데.
... 에트, 손줘 봐봐.
 
에트:(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므넬:(내민 손을 꽈악, 잡아본다.)
 
::므넬과 손을 잡으면,
잡은 손을 통해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옵니다.
무언가 차오르는 기분입니다.
에트 1d10 다이스
 
에트:7
 
::에트, 초능력 수치 7 상승
 
에트:...돌아오기 시작했나 봐.
 
므넬:.... 나도 뭔가 빠져나간게 느껴져.
설마 했는데... ... 훈련실때 했던 그거, ... 를 통해야만 능력이 되돌아오나봐.
 
에트:계속 붙어있었는데. (들쑥날쑥한 능력이 불만인지 눈을 가늘게 뜬다.)
 
므넬:표정. (눈 예쁘게 떠야지.) ... 그것도 그래. 평소보다도 더 붙어다니지 않았나? 그래도 일단 돌아가는 방법을 찾았으니까...
... 계속... 해야할 것 같네.
 
에트:... (다시 온순하게 뜬다...) 얼마나 해야 돌아오려나. (기억을 되살리듯 마디 사이에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므넬:(만족. 스럽단 표정으로 같이 깍지를 끼면서) 네 능력이 완전히 되돌아갔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해야 될 것 같네...
 
::에트 1d10 다이스
 
에트:8
 
::초능력 수치 8 상승
 
므넬:일단... 오늘은 수업도 더 없으니까 어떻게 할래? 축제때 보일 퍼포먼스에 대해 좀 더 얘기할까?
 
에트:효과가 있는 것 같아. (깍지 낀 손을 바라본다.) 이대로 능력이 돌아온다면 간단한 기억 조작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지도.
 
므넬:(물끄럼히... 에트를 바라보다가 팔을 벌린다. 허그를 시도해보자는 듯.) 기억 조작이라... ... 궁금한 게 있는데, 기억을 조작 했다면, 다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해?
 
에트:(꾸물꾸물... 안겼다. 어깨에 턱을 기대고는) 안 해봐서 몰라. ...되돌린다는 개념보다는, 그런 기억으로 다시 조작하는 거에 가깝겠지만.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순 없겠지...
 
므넬:그건... 뭐랄까. 테세우스의 배? 같은 거겠네. (에트가 제 어깨에 턱을 올리면 고개를 기울여 에트머리와 맞붙어 살며시 부비적거린다.) ... 그렇다면 다시 원래 기억대로 조작한다고 했을 때, 이전 기억과는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거지?
 
::에트 1d20 다이스
 
에트:20
 
::우와
초능력 1d20 상승
 
에트:테세우스의 배?... (처음 듣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아마 그럴 거야. 왜?... 축제 때 조작한 기억도 다시 돌려놓으려고?
 
므넬:아. 음... 결이 좀 다르긴 한데... 배가 하나 있다고 하자. 그 배를 똑같지만 다른 부품으로 배의 전부를 뜯어 고쳤다고 하였을 때, 그 배는 이전의 배와 똑같느냐... 고 묻는거야. (적당히 넘기라는 듯...)
(초능력이 갑작스레 빠져나갔으니 어딘가 허전한듯 에트를 좀더 안고있다가 놓아준다.) 응. 관객의 기억을 조작했으면 다시 되돌려 놔야지. 넌 안되돌려놓으려고 했어?
 
에트:...어려워.. (다시금 맴돌기 시작하는 따뜻한 기운에 손을 몇 번 쥐었다 펴본다.) 그렇다기보단... 애초에 바라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했으니까. ...굳이 돌려놔야 하나, 하고.
 
므넬:.... 잠깐만. 관객의 기억 조작 얘기 말인데. 혹시 관객의 잊고싶은 기억을 지운다는 쪽을 생각하고 있었어?
 
에트:다른 건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안돼?
 
므넬:그게 아니고 난 가벼운 걸 생각 하고 있었거든. 그냥 오늘 입은 옷차림 같은 걸 가볍게.
음... 우리는 어짜피 관객 참여형으로 밖에 진행 못하니까. 희망자면 군말이 없겠지. 그걸로 결정한거야?
(+가볍게 다른옷을 입고있었다는 기억으로...)
 
에트:응. 대신 살아있는 사람을 지우는 짓은 안 해. (단호한 어조. 조금 먼 곳에 시선을 두다가) ...아직 조금 모자란 것 같은데. 이것까지만 협조해줘. (네 팔을 약하게 끌어당겨 가벼이 이마를 맞댄다.)
 
므넬:그래. 그게 옳은 일이니까. (자연스럽게 몸이 에트 쪽으로 숙여진다.) ... 네가 원한다면 다른 것도 괜찮아.
 
::에트 1d20 다이스
 
에트:18
 
::에트 초능력 18 상승
 
에트:(고마워. 내리 깔았던 눈을 맞추며 작게 말을 건네곤, 금방 떨어진다.) 난 괜찮아.
 
므넬:그럼 우리가 축제때 선보일 퍼포먼스는... 내가 관객의 기억을 읽은 뒤, 그것을 바탕으로 네가 기억을 조작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걸로. 수정사항 있어?
그게... 음... 뭐랄까. 평소보다도 힘을 더 갖고있는 기분이여서.
 
에트:(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원한다면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데. (...)
 
므넬:내 힘이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좀 더 가져가. (그렇게 말하고는 에트의 이마에 제 입을 잠깐 붙였다 뗀다.)
 
::에트 1d20 다이스
 
에트:13
 
::에트 초능력 13 상승
 
므넬:그래서, 퍼포먼스는 아까 말한대로 할거지?
 
에트:응... 다 정해진 것 같네.
 
므넬:그래, 그럼...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점심밥 다 식었겠어.
 
에트:(꾸물꾸물 일어난다...) 배부른 기분인데... (능력이 돌아와서.)
 
므넬:난 엄청 배고프거든? (능력이 빠져나가서.)
(에트 질질끌고감)
 
에트:(끌려감................)
 
::므넬과 에트는 그 길로 바로 점심을 먹으러갑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을 듣고...
또다시 날이 저물어갑니다.
그렇게 건국 축제 날이 훌쩍 다가옵니다.
에트가 이 세상에 선보일 날이.
 
.
 
.
 
.
 
아침이 밝아옵니다.
 
매해 봄의 가운데,
 
4월 19일이면 도밍게즈의 건국 축제가 열립니다.
 
이튿날 동안 사람들은 꽃을 달고,
 
등을 띄우고,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냅니다.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지독하게 깨끗한 하늘 위로,
 
매달릴 곳을 잃은 우산이 홀로 떠다닙니다.
 
창 너머가 왁자지껄합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건물 사이 엮인 긴 줄마다 색색의 것들은 매달려 있습니다.
 
깃발, 손수건, 우산……
 
다 나름의 소원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해와 달의 장막을 비유하는 깃발.
 
바람의 결을 따라 흔들리는 손수건.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며 활짝 펴둔 우산.
 
건국 축제가 끝날 때까지 화창하기를 비는 거예요.
 
정말로 효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도 날은 화창합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축제 때문일까요?
 
가벼운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치아바타와
 
세 종류의 치즈, 구운 햄,
 
부드러운 스크램블드에그.
 
우유와 시리얼은 상비되어 있으니
 
배가 고프다면 그릇에 따라 먹으면 됩니다.
 
오늘의 아침 주스는 사과와 케일, 당근을 갈아 넣은 건강 주스입니다.
 
므넬:(오늘은 생각보다 접시에 음식을 쪼금만 덜어옴)
 
에트:...축제에서 군것질 하려고?.. (스크램블 에그를 휘적거림)
 
므넬:당연하지. 오랜만에 DOT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바깥에서 먹는 음식인 걸!
에트 넌 오늘도 식욕이 별로 없니?
 
에트:부드러워서... (콕콕콕... 포크로 계란 찔러봄. 음식으로 장난치는 중.)
 
므넬:(너 아기야? 음식갖고 장난치게?) ... 너 몇살이야? 음식갖고 장난치는거 아니야.
 
에트: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면 똑같은데... (소심한 변명)
 
므넬:자, 자 빨리먹어. (치아바타위에 햄이랑 에트가 장난치던 계란 올려서 에트 입에 넣어줌) 다른 애들은 벌써 다 먹었다고.
 
에트:...오늘따라 들떠보이네, 다들. (냠...)
 
므넬:다들 계속 DOT 내부에서만 지냈으니까 심심한거지.
넌 축제 안궁금해?
 
에트:이렇게 규모가 큰 축제는 처음이긴 해. (우물우물) 므넬은 뭐가 제일 기대되?..
 
므넬:흠.. 이번 기수 타이머들 소개할 때 이후로는 그렇게 큰 축제는 안열렸으니까... 그때 참여 안했어?
난 길거리에서 파는 타... (코야끼.라고 말할려다가 멈칫함... 너무 음식을 밝히나? 싶어가지고...) 타... ... 타로점 보기라던가.. (급히 노선변경)
 
에트:그때는 이 쪽에 없었고... (볼 긁적... 네가 뭔가 망설인 것은 눈치 챘지만 그러려니..~ 한다.) ...그런 거에도 관심이 있구나. 하긴 우리는 과거밖에 못 보니까.
 
므넬:그래도 12구역에서도 축제라던가, 했었을텐데...
그... 그렇지? (헛기침 크흠) 아니면 물건들도 좀 사고싶긴 한데...
 
식사가 끝날 즈음,
 
아침부터 반듯한 차림새의 리슬러 부관이 식당에 들어옵니다.
 
리슬러 부관:다들, 오늘 나가볼 건가요?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외출할지, 외출하지 않을지 확인하러 온 모양입니다.
 
에트:...나갈 거지? (므넬 봄...)
 
므넬:당연하지!
제 12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는 외출할 예정입니다.
 
모처럼의 외출입니다.
 
게다가, 건국 축제는 매년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아요.
 
축제에 다녀오겠노라 대답하면 리슬러 부관은 별다른 반응 없이, 당부합니다.
 
리슬러 부관:잊지 마세요. 군들은 타이머와 카운터고, 세계의 구원자지만, 동시에 개인입니다.
공과 사는 구별해야 하는 법이에요.
개인적인 행동을 할 때마저 ‘구원자처럼’ 굴 필요는 없습니다.
 
타이머가 어딘가를 나갈 때마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따라오는 이야기였습니다.
 
부담을 갖지 말라는 건지,
 
오히려 부담을 갖게 하려고 이러는 건지
 
저의가 헷갈릴 정도로 집요한 충고였지만,
 
그는 올해도,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타이머가 본인이 개인임을 이해하고,
 
행동해야 사회 또한 받아들인다는 것’을요.
 
세계의 구원자라며 추켜 올리는
 
하인리히 장교의 언행과는 상당히 반대되는 행보였습니다.
 
그러나 하인리히 장교도 말리는 대신
 
하인리히 장교:그래, 그래. 내 훌륭한 부관께서 그렇다고 하시는군.
 
싱거운 농담이나 덧붙일 뿐이었습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눈치챘는지,
 
리슬러 부관이 다시 묻습니다.
 
리슬러 부관:누군가 바깥에서, 군들에게 무언갈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거죠?
 
어깨를 반듯하게 편 리슬러 부관이
 
에트와 므넬, 두 사람을 내려다 봅니다.
 
상당히 고지식한 얼굴입니다.
 
에트:...모르는 척 한다?.. (멀뚱..)
 
::에트가 먼저 대답하면, 뒤따라 므넬이 답지를 알려주듯 말합니다.
 
므넬:첫째, 침묵하고 무시로 일관할 것.
둘째, 어떤 이야깃거리도 흘리지 말 것.
셋째,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날 것.
 
::자주 들어온 모양입니다.
 
정말 우리를 위한 조언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문제가 될 상황에서
 
‘그것은 타이머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발을 빼기 위한 수작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리슬러 부관이라면
 
후자를 의도했을 것 같단 의심이 들지만……
 
그래도 상관없죠.
 
나가서까지 체통을 지키라고 요구받는 것보단 낫잖아요?
 
두 사람을 내려다보는 시선에는
 
별다른 동경도, 애정도, 호의와 영광,
 
감사마저도 깃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좋아했고, 싫어했고,
 
편히 여겼고,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므넬:그렇게 행동하겠습니다.
 
바라는 대답은 그것뿐입니다.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했는지,
 
그가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외출증’입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외출증도 받았다면
 
두 사람은 모든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축제를 만끽하러 DOT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경비실에 외출증을 제출하고,
 
DOT의 정문을 나서,
 
긴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수도 외곽이기 때문에 축제가 열리는 중심지까지 가려면
 
약 20분을 걸어야 합니다.
 
입구를 벗어나는 순간 화한 향기가 밀려듭니다.
 
때 이른 장미 향기가 은은하게 밴 탓입니다.
 
아파트 베란다며 학교의 창문마다
 
수놓은 새파란 장미가 시선을 훔칩니다.
 
누군가 장미 다발을 한 아름 안고 지나가면,
 
미처 챙기지 못한 눈물처럼 꽃잎 몇 장이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어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마주친 몇몇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도심의 풍경은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건물 사이로 엮은 긴 줄마다
 
색색의 깃발, 손수건, 혹은 우산 따위가 걸려
 
화려하게 하늘을 수 놓습니다.
 
도밍게즈의 국화인 새파란 장미가 창틀과 문지방마다 걸려 있고,
 
꽤 많은 사람이 품에 안고 있기도 합니다.
 
늘 이맘때쯤이면 날씨가 좋아요.
 
하늘은 깨끗하고, 바람은 살랑이고,
 
때 이른 장미 향기가 향긋합니다.
 
운이 좋다면 누군가에게 흰 리본을 묶은 새파란 장미라던가,
 
풍선을 선물 받을 거예요.
 
::거리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광장  골목 , 공원 으로 흩어집니다.
 
므넬:수도는 이번이 처음이야? 제일 먼저 가고싶은 데 있어?
 
에트:...사람 많아.. (두리번...) 저쪽에 제일 많은데. (광장 쪽을 가리킨다.)
 
므넬:사람 많은데로 가보려고?
 
에트:왜 많은지 궁금하니까... (끔뻑..)
 
므넬:의외로 사람 많은데는 피할 줄 알았는데. (손잡고 가자는듯 손을 내민다.)
 
에트:잘 것도 아니고... 축제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잖아. (묵묵히 손을 잡는다.)
 
므넬:그렇긴..하지만 조용한 장소를 좋아할줄 알았지.. (크흠..)
 
::에트, 1d20 다이스
 
에트:11
 
::초능력 수치 8 상승
에트는 체내에서 안정감과 함께 완벽해짐을 느낍니다.
초능력이 모두 돌아왔음을 직감합니다.
 
흰 돌이 깔린 광장의 정중앙에는 커다란 시계탑과 분수가 있습니다.
 
시계탑은 분침과 초침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침만 존재합니다.
 
타이머의 존재를 기념하는 시계입니다.
 
정각이 될 때마다 긴 종소리가 울립니다.
 
분수에 새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며,
 
어떤 소원을 비는 것은 도밍게즈의 흔한 의식입니다.
 
광장에는 장미를 파는 사람과 가족 나들이,
 
데이트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에트:(분수에 둥둥 떠다니는 장미를 본다...) 므넬은 빌고싶은 소원 없어?..
 
므넬:나? ... 당연히 있지. 너는? 빌고 싶은 소원 있어?
 
에트:어떤 건데? (끔뻑...) 난... 글쎄. 세계가 멸망하지 않게 해주세요?...
 
므넬:... 너무 구원자의 입장에서 비는 소원 아니야?
난....... 우리할머니 기억이 되돌아오게 해달라고... (고개를 사선으로 틀어 나지막히 말한다.)
 
에트:...므넬을 위한 건데... ... 네가 불안해 하니까. (...)
...소원은 누가 들어주지?...
 
므넬:뭐? .........
........ 아니... .... 그... 그런거면 빨리말해! (괜히 에트 퍽 때림;;)
 
에트:(아야..)
 
므넬:... 그래도 널 위한 소원 하나쯤은 생각해둬.
소원은 아마... 신님이 들어주지 않을까? 이 땅을 창조해내신 신님.
 
에트:...생각해볼게. 네 소원이라도 빌어볼래?..
 
므넬:그래야겠네... 그런데 장미가... (없는데.)
 
::에트는 행운판정 한번 해볼까
 
에트:
기준치: 49/24/9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침 운좋게 장미를 파는 사람이 축제 기념이라고
공짜로 장미 두송이를 건네줍니다.
이걸로 소원을 빌면 될 것 같아요.
 
에트:...자. (받아온 장미 한 송이를 네게 건넨다.)
 
므넬:고마워. (장미를 손에 쥔다.) .... .... (에트 빤히 바라봄... 같이 던지고싶어서...) 정했어?
 
에트:... ... (별 생각 없었다.) 그럼 능력이 또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손에 쥔 장미를 빙그르르 돌려본다.)
 
므넬:넌... ... 애가 왜 그렇게 원하는 게 없어? 잠만 잘자면 장땡이야? (갑자기 또 불만스러운지 또 뭐라함 ㅠㅠ) 소원 그걸로 할거야?
 
에트:...원하는 게 많으면 힘들잖아. (뭐가 문제냐는 얼굴) 응. 이제 없으면 뭔가 허전한 것 같아서. 카운터면 므넬이랑도 계속 있을 수 있고...
 
므넬:원하는 게 있어야 사람 다운 삶이잖아. (가만히 있다가 분수대를 향해 장미를 꺾어 던진다.) ... 나랑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거야?
 
에트:......잘 먹고 잘 자는 걸로는 부족해?... (동시에 분수대에 장미를 던졌다.) 당장은... 그런 거지. 다음 축제 때는 다른 소원을 빌지도.
 
므넬:잘 먹고 잘 자는 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고. 우린.. 타이머랑 카운터잖아. 바라는 것 없이 지내면 인간의 삶이 아니라 구원자의 삶이지. (어쩐지 잔소리...) 그럼 다음 축제 때까지 원하는 거 생각해놔. 숙제야.
 
에트:......므넬은 숙제를 너무 좋아해... (투덜투덜...)
 
므넬:너가 숙제를 안하는거 겠지! (갈!)
 
에트:숙제는 내가 원하는 게 아닌 걸. (드물게 말대답...)
 
므넬:(어쭈...) 원하지 않는 게 있긴 하네.. (한쪽 눈썹 들썩임)
 
에트:일단은 인간이니까... (골목 쪽으로 트벅트벅.)
 
므넬:(므벅므벅....가려다가 멈춰섬)
잠시만 기다려봐.
 
::므넬은 잠깐 에트를 세워두고 어딘가로 빠져나갔다가....
금새 남색 풍선을 하나 들고 나타나 에트에게 쥐어줍니다.
 
에트:...풍선?
 
므넬:응. 이런 거 좋아할 것 같아서. (에트를 애로보고 있는듯..)
 
에트:(흔들흔들...) 나... 풍선이 있어도 한번도 집까지 가져가본 적이 없어.
 
므넬:............. (산만하다...) 그럼 이번엔 DOT 돌아갈 때까지 계속 들고 있어봐.
 
에트:...노력해볼게...... (보통 정신 차리면 날아가 있었다.)
 
::에트와 므넬은 골목으로 이동합니다.
 
수도의 골목 곳곳에는 노점상이 열렸습니다.
 
온갖 축제 음식은 다 접할 수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소스를 바른 꼬치구이라거나,
 
과일을 정교한 모양으로 깎아 설탕물을 입힌 사탕,
 
바람에 흔들리는 색색의 솜사탕,
 
캐러멜을 입혀 튀겨낸 과자들.
 
수도에서 장사하는 이들은 전부 가게를 접고 노점을 냅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념품이나 액세서리,
 
수공예품을 팔기도 합니다.
 
가장 인기인 것은 이번 세대의 타이머를 본떠 만든 봉제 인형이에요.
 
골목은 내내 시끌벅적하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에트:(므넬 봄...)
 
므넬:...... (안봄. 일부로. 애써서. 온갖힘을.다해서.)
 
에트:(기웃?..)
 
므넬:배.. 배고프니까 타....... 타코야키를 먹어야겠어. (타코야키 노점상 없나 봄)
 
에트:(타.............로가 아닌 타코야키.)
 
므넬:(사실 타로따위 관심 없어) 넌... 뭐 안먹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에트봄)
 
에트:음... ... (어딘가로 걸어가는 듯 하더니 구름같은 솜사탕을 들고 온다.)
 
므넬:................
그거면 돼?
 
에트:아까 밥 먹었으니까.
 
므넬:아까 그건 밥도 아니잖아...?!
(일단 본인도 타코야키 24알짜리 받아옴)
 
에트:(타코야키 24알 봄) ...
혼자 다 먹을 수 있어?
 
므넬:당연하지. (이미 입에 2알 넣었음) 머글래? (타코야키 내밀음)
 
에트:(텁 받아먹음... 나름 단짠 조합) 사고 싶은 것도 있다며?..
 
므넬:음. (사고싶다는 얘기에 에트를 빤히 바라 봄.. 특히 귀나 목덜미 쪽을 유심히 바라 보았다.) 귀 뚫어봤어?
 
에트:므넬, 귀걸이 사려고?.. (그런데 왜 나를...) 뚫어본 적 없어. 할 일이 없으니까.
 
므넬:그럼 목걸이가 나으려나... (노점상에 진열된 목걸이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하나 사주려는 듯.)
 
에트:...네 물건을 사려는 거 아니었어? (그러고보니 므넬은 귀를 뚫었던가... 흘끔)
 
므넬:겸사겸사. 옷이라던가 살까..했는데 짐이 무거워 질 것같아서. (므넬은 귀가 뚫려있다.) .... 흐음.... (파란장미 악세사리가 달린 목걸이를 에트 목에 갖다대면서) 장미는 너무 뻔한가.
 
에트:...한다면 므넬이랑 같은 게 좋은데. (탄자나이트를 깎은 듯한 귀걸이를 슬쩍 보고는) 많이 아파? 귀 뚫는 거..
 
므넬:얘가.... 약간 따끔한 느낌? (목걸이를 내려놓는다.) 지금 뚫어볼래?
흐음... (장난삼아 어린애 장난감같은 구름모양 귀걸이를 들었다가 에트 귀에 갖다댄다. 약간 웃긴지 혼자 피식피식 웃는다.)
 
에트:그걸로?... (장난감같은 구름모양 귀걸이 쳐다봄...) 므넬은 므넬 닮은 걸 좋아하는구나.. (몽블랑도 그렇고.)
 
므넬:아니.... 이건.... (누가봐도 장난이잖아.) ....... 어휴. 바보야. (오히려 자기가 바보가 된것같달지. 귀걸이를 다시 내려놓는다.)
너한테 어울릴만한 게 뭐가 있을까.... (머리가 하얀색이다보니, 색깔있는 보석쪽이 낫겠지 싶어 사파이어 큐빅 귀걸이를 갖다 대본다.) 어때? (마음에 드는지를 물어보는 듯)
 
에트:아마 괜찮은 것 같아... (거울 너머로 파란 보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아 1% 정도 함유) 므넬한테 잘 어울려.
 
므넬:.............
(이번엔 뭔 해괴망측한 붕어 귀걸이 들어서 에트귀에 갖다댐) 이거는?
 
에트:응... 나쁘지 않아... ... (ㅋㅋ)
 
므넬:(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트:맛있어 보이네...
 
므넬:넌 내가 뭘 주던 다 괜찮은거야?
 
에트:중요한 건... 형태는 아니니까?..
 
므넬:............... 너가 그렇게 말하면. (뭐라 말할려다가 약간 얼굴이 빨갛게 상기됨)
 
에트:지금은 루비가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무 생각 X)
 
므넬:(아 속터져 아 에트 귀 잡아서 좍좍 잡아당김)
 
에트:아야 아 (ㅠㅠ)
 
므넬:이 바보야... 난... 나는... (그래도 네가 마음에 들어하는걸 주려고했는데.)
........ 그럼 이걸로 해. (결국 사파이어 귀걸이를 결제 하더니 에트에게 쥐어준다.) ... 니선물이였다고.
 
에트:... ...왜 나한테 줘? 생일도 아닌데... (얌전히 받았다.)
 
므넬:그냥..... 축제 기념으로 선물교환 하면 좋을것 같아서. 너와 내가 파트너가 된 기념으로.
그래서 넌 나한테 뭐줄거야? (그냥 거의 선물을 뜯고있음)
 
------------
 
에트:파트너가 된 기념이니까, 이왕이면 비슷한 거 할까... (아까 봐두었던 탄자나이트 귀걸이를 네 귓가에 대본다.)
 
므넬:... ... (그대로 노점상에 구비 된 거울을 들고 와 이리저리 비춰보기도, 옆머리를 그대로 귀 뒤로 쓸어넘겨 보기도 한다. 꽤 마음에 는 듯...) ... 걱정했는데, 꽤 안목이 있네.
 
에트:저게 마음에 드나 하다가... (구름모양 귀걸이 가리킴) 너랑 비슷하니까 머리카락에 가리면 잘 안 보일 것 같아서. (대충 색깔을 맞췄더니 칭찬 받았다! 묘하게 뿌듯한 얼굴...)
 
므넬:.... 에트 너, 바보지. 저건... (잠깐 머뭇거렸다. 스스로도 순진한 애를 놀리려고 했다는 게 좀 민망하긴 했는지) ... 누가 봐도 너 놀리려고 너한테 보여준 거 였잖아. (눈 가느다랗게 뜬 채로 봄. 바보 맞네.) 이제 그거 계속 끼고다녀야 해. (귀걸이.)
 
에트:...하지만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았는데. 귀여운 모양이고. (단순하다.) 응, 므넬도... 다음 축제 때까지는 끼고 있어. (그때 새로운 걸로 바꾸면 되겠지...)
 
므넬:... 그래도 17살이 끼고 다닐만한 건 아니었잖아. (에트 귓볼 툭툭 건드리다가...) 나온 김에 귀 뚫고 돌아가는 게 좋으려나. 어떡할래?
 
에트:따끔 정도면... (끄덕) 선물을 계속 상자에 넣어둘 수만은 없으니까.
 
므넬:저기요! 이 친구 귀 좀 뚫어줄 수 있나요? (노점상 주인을 부른다.)
 
::곧 노점상 주인은 도구를 들고 오더니,
에트의 귀를 뚫어줍니다.
흠... 건강판정 한번 해보자
 
에트: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
 
에트:
 
::따끔이라더니...
꽤 아프다...
 
에트:(진짜 개배신당한 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트:..................................................
 
므넬:왜.... 왜그렇게 봐....
.... 아팠어?
 
에트:따끔이라며... (귀가 빨개졌다.)
 
므넬:(헉....웃으면 안되는데 좀 웃긴지 아랫입술 잠깐 꽉 깨물음) 이... 이거 이대로 귀걸이 해도...되는건가?
 
에트:뚫렸어... 뚫렸다고... (중얼중얼...) 뚫으니까 아픈거야... (충격받았다.)
 
므넬:참나... 아프면 얼머나 아팠다고. (못됐음) 이리와 봐. 소독해야하니까. (구비되었 던 소독약으로 에트 귀 박박 소독해 줌)
 
에트:악 (여태까지 중 가장 컸던 목소리) ...........살살해줘...
 
므넬:.... 아픔에 너무 약한 거 아니야? ... 이 정도 살살? (이번엔 거의 닿을랑말랑할 정도로.... 극단적이다...)
 
에트:...사람은 원래 아픈 걸 싫어해. (얌전해졌다.)
 
므넬:... 엄살 같은데. (아까 구매했던 사파이어를 에트 귀에 걸어주었다.) 맨날 소독하는 거 까먹지 말고, 아물 때까지 절~대로 빼면 안 되고.
 
에트:(감정이 덤덤충인 대신 통각이 예민한 편..) ...응... (홧홧한 귀를 느끼며 공원으로 터덜터덜..)
 
므넬:... 삐진거 아니지? (옆에서 같이 걸어가요)
 
광장에서 조금 걸으면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나옵니다.
 
꽃과 나무를 잘 가다듬어 조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공원의 한편에 설치된,
 
파란 장미로 장식한 아치 모양의 터널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있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어요.
 
조건은 반드시,
 
손을 잡고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원의 구석에는 낡은 교회가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 드나드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떨어지는 색색의 빛은 꽤 장관입니다.
 
먼지 냄새가 묻어나지만,
 
기도를 올리는데, 장소는 중요치 않죠.
 
므넬:(아치를 바라보다가...) 넌 저런 미신 믿는 편이야?
 
에트:어.. 해보고 되면 믿는 편...일 걸. 그게 정말이라면 꼭 믿어야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므넬:흐음... 될 녀석은 될거라는 말이야? ... 꽤 슬프네. 기껏 좋아하는 애 꼬셔서 여기까지 걸었는데 잘 안된다면.
 
에트:그런가... 같이 걸는 것만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여기 예쁘니까. ...어차피 미래의 일은 11시 애들이 아니면 모르잖아. 므넬은 이런 거 믿어?
 
므넬:그래? 그럼 여기 걸어볼까? (장미 아치 아래 우뚝 서본다.) ... 짝사랑하는 애랑 잘되는지 11시 애들에게? (잠깐 상상했다가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 절대 싫어.
... 지금 당장은 그닥?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믿고 싶어질 것 같아.
 
에트:응. 왠지... 기분 좋잖아. 미래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느릿느릿 따라가 아치 밑에 선다.) 왜?... 제대로 안 알려줘?... (이해 못하는 얼굴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나중에 그런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손을 천천히 내민다.) 연습이라도 같이 해줄게.
 
므넬:... ... 그렇네. (문득 고개를 들어 활짝 핀 장미를 바라보았다. 새삼 미신에 눈 앞이 가려져 이러한 장소를 제대로 못보고 있는건 내쪽이였구나.) 바보야, 사생활이잖아 그런 건. 연애사정 따위 남한테 알려주고 싶지도,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미리 알고싶지 않거든.
.... 넌 가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아... 연습이 뭐야? 연습이. (에트의 손을 맞잡는다.)
 
에트:으음..~... 나한테도 안 알려줄 거야?... 조금 섭섭할지도. (실없는 말이나 한다.) 미래는... 나도 별로 안 궁금해 할래. 알아 버리면 움직이기 귀찮아질 것 같거든.
나는... 보통 대신하는 쪽이니까. 짝수가 안 맞거나 하면. (덤덤하게 중얼거리고는 만개한 꽃 사이로 걸음을 옮긴다.)
 
므넬:뭐... 뭘 알려달라는거야? 사생활은 몰라도... 연애사정은 안알려줄거야 (답지않게 당황했는지 한쪽 눈썹이 꿈틀거린다.) 넌 알려달라고하면 알려주게?
그게 무슨소리야? 원래 사람은 대신한다거나, 그러면 안돼. 너도 예외는 아니야. (에트의 말은 어딘가 거슬리게 하는게 있었다.)
 
에트:oO(사생활..은 괜찮은 거구나) ...난 파트너인데도?.. (어딘가 아쉬운 기색...) 므넬이 궁금하다면... 별로 재미는 없겠지만.
...왜? 사람을 대신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데. 기계도 그렇고. (잠시 고민한다.) 나도 므넬을 대신할 수 있고, 므넬도 나를 대신할 수 있을 걸. 우리는 능력이 같으니까.
 
므넬:파트너라고 연애사정까지 다 연애사정까지 보고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너도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아보이는데. (본인은 에트의 연애가 좀 궁금하긴 했다만.)
... 일이면 몰라도 인간 관계에 있어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어. (얼굴에 한껏 힘을 쓴 채로 에트를 바라보았다.) .... 그럼 넌 내 파트너도 너를 대신 할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에트:사생활이든 연애사정이든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그게 너에 대한 거라면. ...하지만 안 알려준다니까 좀 궁금한 것 같기도.
...므넬, 얼굴이 무서워...... (자유로운 반대쪽 손으로 미간을 꾹 눌러준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틀린 말인 것 같기도 해. 애정에 비례하는 게 아닐까? (느릿하게 손을 거둔다.) 네 옆에 있는 건 카운터니까, 나밖에는 없겠지. ...응. 그건 다행이네.
 
므넬:..... 솔직히, 연애사정이니 뭐니 했지만... 지금 당장으로는 너랑 있는 것 만으로 충분해. 그리고 연인한테 카운터랑 붙어있는 꼴 보여주는 것도 힘들 것 같고... (어쩐지 현실적인? 대답을. 결론은 예정 없음. 인 모양...)
(미간이 꾹 눌리면 반사적으로 눈을 찡그려 감았다가 뜬다.) 애정이 별로 없으니까 대체되어도 된다는 건... 너무 슬프잖아. 못됐어. (영 시원찮은 반응이였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해줬는지 순순히 표정이 풀린다.) ... 알면 됐어.
 
에트:...내가 므넬의 혼삿길을 막.. ... (이런 소리나) 나도 당장은 생각 없어. 사실 옆에 사람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므넬이랑 지내는 건 꽤 즐거우니까.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
글쎄, 슬프게 들리는 것도 므넬이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긴 아치를 빠져나온 채다.) 저쪽에 교회가 있던데. 가본 적 있어?...
 
므넬:.... 결혼 못하면 너가 책임져. (농담이다.)
(속상하지 않아?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흘깃흘깃 바라보았던 에트의 옆얼굴은 어딘가 태연해 보여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처음 와보는데. 누가봐도 수상하게 생긴 교회잖아. 다무너져가고... (어쩐지 에트 뒤로 샤샥...)
 
에트:... ...책임질게. (진담이다. 어쩐지 책임은 네가 지는 모양새일 것 같지만.)
들어가볼까? (의외로 이런 데에는 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는 걸지도.. 척척..)
 
므넬:........... 그. 그래... (뭐지? 책임져야할게 생긴 기분은....?)
뭐... 나오면 어떡해... 자..잠깐.. (날두고가지마. 끼긱거리면서 따라가요)
 
::교회 내부는 생김새 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의자에는 이끼가 피어있거나, 망가져있거나...
먼지가 풀풀 날립니다.
에트,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이리로 오세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선 ■■■■ 해요…….”
 
::어쩐지 애절한 목소리가 에트에게 속삭입니다.
 
에트:...? 사람이 있나? (섬뜩한 소리를)
 
므넬:뭣, 뭣. 뭐. 뭐....?? 뭐가 잇.있.있어??
 
에트:방금 목소리... 못 들었어?
 
므넬:...? 응. 아...무것도 못들었는데. 뭐 들었어...? (약간.... 유령이라도 들렸나? 싶어서 에트한테서도 좀 멀어짐...)
 
에트:... ...이리로 오세요... ... (목소리 따라하면서 므넬한테 슬슬 손 뻗음...)
 
므넬:.....!!!!!!!! 에.... 에트가아아아아아아 (새하얗게 질린채로 교회밖으로 뛰어나감)
 
에트:앗.. (도망가버렸다... 당황하다 따라나감)
 
므넬:오... 오지마!!!!! (쫓아오는거보고 또 뛰어감)
 
에트:유령 들렸다고 바로 버리는 거야?... (덩그러니)
 
므넬:(우뚝.) .... 이제 돌아왔어...?
 
에트:.....므넬은 겁쟁이... (가자미 눈)
 
므넬:안, 아니야. 너.....가 방금 유령들렸잖아.... (같이 가자미 눈)
 
에트:장난친 건데...
 
므넬:........ 장난이였어?
 
에트:응. 목소리가 들린 건 진짜지만.
 
므넬:그런 장난 하지마. (에트 이마에 딱밤 백대 때리다가...) ...진짜로?
 
에트:아. 아야.. 아야야. (딱밤 백대 맞다가) 누가 숨어있었을지도 모르잖아.
 
므넬:....
..........
그게 더 무서운데...........?
 
에트:...그런가?
 
므넬:생각해봐... 빙의 밖에 못하는 유령. 뭘할지도 모르는 사람.
뭐가더 무서워.
 
에트:......사람?... (내 몸에 빙의해봤자 엄청난 걸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므넬:그렇지? .... 빨리 다른데로 가자. (어지간히도 무서운지 에트 잡고 질질 끌음)
 
에트:(질질 끌려감)
 
::므넬은 에트를 질질 이끌고 코마니 호수로 이동합니다.
 
축제가 아니라도 유명한 관광지로 꼽히는 코마니 호수입니다.
 
바닷물이 드나드는 호수라서 물에서 짠맛이 나고,
 
물살이 둥글게 돌아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호수의 바닥은 반짝입니다.
 
자갈과 모래 사이에 묻은 소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바닥이 비칠 정도로 투명한데,
 
보기보다 수심이 깊어 성인도 발을 딛지 못합니다.
 
그런 탓에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빠져 죽는 경우가 왕왕 생기곤 했습니다.
 
호수에 들어가려고 하면 보안관에게 즉시 제재당합니다.
 
::교육, 지능, 혹은 자료조사 판정
 
에트:
자료조사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
코마니 호수.... 유명하단 것만 들어봤습니다.
그이유는 건국 축제 시즈닝 될때마다 수면의 색이 변하기 때문이라고요.
코마니 호수는 1년 365일 중 단 이틀동안 물이 새까맣게 변한다고 합니다.
바닥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색을 띠는 호수는, 무엇을 탄 것도 섞은 것도 아닌데그저 그렇게 어둠에 물듭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신의 섭리라고 여깁니다.
 
::제13구역을 연상시켜서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므넬:... ... ... 건국 축제 쯤에, 코마니 호수 와봤어?
 
에트:아니. ...물 색이 변한다며? 밤바다처럼.
 
므넬:맞아. 지금처럼 말이야.
그것도 있고.... 축제 전야때마다 추모식을 하고있어.
역대 타이머들의 이른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
타이머들의 수명은 고작 해봐야 50세 안팎이니까.
 
에트:(타이머의 생일은 누군가의 기일이었지. 물끄러미 너를 보다가) 추모식, 참여했어?
 
므넬:.... (도리도리) 한 번도. 앞으로 겪게 될 일이니까.
... 그래서 궁금했어. 역시 카운터의 수명도 50세 뿐인걸까...하고.
 
에트:...정말 운명공동체라면 그게 맞지 않을까. (일렁이는 검은 물에 시선을 두었다가) 어쩐지 혼자 남고 싶진 않은 걸.
 
므넬:.... 응. (끝까지 함께 할게. 그 대답은 손을 내미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네가 잡아 준다면말이다.)
 
에트:...조금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네가 내민 손을 당연한 듯 겹쳐 잡는다.) 벌써 절반 가까이 써버렸네.
 
므넬:그래도... 절반 넘게 함께 있을 수 있잖아. 아깝지 않게 ... 같이 이땅에서 힘껏 살자.
아무튼... 다들 추모식 때 여기다가 종이 꽃을 접어 띄운대 나봐.
 
므넬의 말대로 호수는 온통 검고,
 
그 위에 종이꽃이 여러 송이 떠다닙니다.
 
호숫가에는 옅은 색의 잔디가 자랐습니다.
 
봄이 찾아오는 시기,
 
희고 노란 들꽃이 바람을 따라 고개를 흔드는군요.
 
호수에 들어갈 수 없도록 세워둔 울타리에는
 
매달리지 마세요.
 
삭막한 글귀가 붙어 있습니다.
 
이 무렵 호수에 들리는 사람들의 목적은 ‘타이머의 추모’입니다.
 
감히 도밍게즈의 모든 국민,
 
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꽃을 띄웁니다.
 
그러나 타이머와 카운터는 추모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죽음이 아니니까요.
 
이것은 그저,
 
므넬과 에트 또한 겪게 될,
 
우리가 공유하는 미래입니다.
 
죽은 후에 기리는 일이 무에 중요할까요?
 
일평생 세계를 위해 살고,
 
사람을 구원하고,
 
죽은 후에도 결국 구원자로 추모받는 삶.
 
누군가는 명예롭고, 영광되며,
 
훌륭하다 칭송할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미묘한 감상을 남깁니다
 
::둘레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종이를 파는 노인 이 보입니다.
함께 종이꽃을 접는 연인  난간에 매달려 있는 아이 도 보입니다.
 
에트:(종이를 파는 노인을 물끄러미...)
 
::노인은 얇고 흰 종이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사람들에게 꽃접기를 권유하고있네요.
에트가 물끄럼히... 노인을 바라보고있으면 눈이 마주칩니다.
 
노인: 어이! 자네들도 꽃을 접고 가게!
 
::나이가 많은 탓인지 므넬을 못 알아 보네요.
 
에트:(므넬을 돌아본다...)
 
므넬:.... 해볼래?
 
에트:(끄덕...) 접는 법은 모르지만.
 
므넬:저... 그럼... (에트 데리고 노인 앞에 쭈뼛쭈뼛 서요)
 
노인: 자자자, 한장씩들 받으시고.
 
::요즘 젊은 이들이 말이지 쯧쯧... 추모식 때 접을 꽃을 접을 줄도 모르고....
잘보고 따라하그라잉?
따~악 한번만 보여줄걸세
 
에트:(순둥...)
 
노인: 우선 반으로 접고펴. 핀다음에 모서리를 어? 삭삭 접어주고. (혼자 유창하게 와다다다다다 접음, 그럼 눈 깜짝할사이에 꽃이 완성되어있어요, 참쉽죠?)
 
에트:(어버버?)
 
::ㅋㅋ
 
에트:(멀뚱멀뚱)
 
::노인을 따라 꽃을 접으려면...
손놀림 판정이다.
 
에트: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한번 접었는데 시범이 끝나있어요)
 
::
한번접고 ....
고개를 슥 들면...
어라... 벌써 끝나있네요....
 
므넬:
손놀림
기준치: 40/20/8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응?
 
에트:(응?)
 
므넬:(삭삭삭삭착착착착.)
 
::와중에 므넬은 노인의 수업을 착실하게 따라꽃을 접습니다..
 
에트:... (자기 종이도 므넬한테 슬쩍 밀어줌)
 
::저 진도를 따라잡을수 있는거였다고?
 
므넬:뭐야? 네건 너가 접어야지.
 
에트:...호수에 쓰레기 버려도 돼? (반 접은 종이 팔랑)
 
므넬:......................
(받아 들어서 예쁘게 접어줌............. 갑자기 혼자 미묘해짐......... 어짜피 띄울거면.....이꽃도 쓰레기...아니야?......삭....삭....)
손놀림
기준치: 40/20/8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트:... ... (예쁜 쓰레기...)
 
므넬:(약간 고뇌하면서 접느라 덜예쁘게 접어졌지만 어쨌든 잘 접힌 걸 건네줍니다.) 자. .... ..... 꽃 (인지 예쁜 쓰레기인지.)
 
에트:므넬 잘 접는다. (팔랑팔랑..)
 
므넬:종이 접기쯤이야 기본이지. (으쓱으쓱)
 
노인: 하이고~ 요즘 젊은 것들은 아이고~
타이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해~ 쯧쯧쯧...
꽃 접을줄 모르는 것만 봐도 알겠구먼.
자네들은 타이머를 본 적 있나?
 
에트:(여기서는 내가 매국노가 되는 게 맞겠지?) ...아니요......
...아, TV에서만...
 
::아어떡해
 
노인: 떼잉, 그래. 타이머를 만나는게 어디 쉽겠어.
하지만 난 만나봤다~ 이 말이야.
내가말이여~ 어? 젊었을 적에 말이여.
그래그래... 딱 자네들 만 했을 때구만.
그때 우리 마을에 큰 홍수가 났었거든?
그 홍수 때문에 막~ 동네가 난리가 아니였어.
 
노인: 나도 물을 잔~뜩 무꼬 판자에 매달려 정처 없이 쓸려 다니고 있었지.
하~ 그때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딱. 눈을 감고 있었거든?
그러던 그때 제 1시의 타이머가 나를 구해주는거 아녀?
그분이 아니였으면 그날 나는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그 뒤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으이!
 
에트:(끄덕끄덕...)
 
노인: 내가 이렇게 코마니 호수에 축제 때마다 와서! 추모의 꽃을 띄우러 온다네.
 
::심리학 판정이 가능한데.. 해보나요?
 
에트: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 할아버지...
타이머를 향한 감사는 분명 진심이지만...
그것보다는 타이머에게 구원받은 순간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유별나게 여기고 있어요.
 
노인: 그러니까 너희들도 타이머께 감사하면서 살아!
어? 너희가 먹는 파스타도. 타이머가 비벼주는거야! 알간?
 
에트:...?(갸웃)
므넬이 비벼줄 거야...? (속닥)
 
므넬:(상당히 부담스러운 얼굴로) 아... 네. 알겠습니다...
하?
내가 파스타를 왜비벼줘! (에트 볼 꼬집음)
 
에트:하지만 할아버지가아아야야..
 
므넬:쉿! 빨리 꽃이나 띄우러 가자.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해줘)
 
에트:(꽃 들고 주섬주섬...)
 
므넬:(호수 위로 꽃을 띄우면서) ... 카운터의 존재가 알려지면 카운터도 저렇게 떠받드시겠지?
 
에트:카운터는 아직 안 구해줬으니까 조금 덜할지도...
 
므넬:그런가? 그럼 정식 임관 이후로.
 
에트:응... 역시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므넬은 나중에 사람들이 이렇게... 호수에 띄워줬으면 좋겠어?
 
므넬:....... (잠깐 고민을 하는 듯 고개를 들어 호수 위에 띄여진 꽃들을 눈에 담는다.) .... 응. 어찌되었든, 날 기억해준다는 거잖아.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안해주면... 솔직히 화날지도. 에트는?
 
에트:난... 모두가 이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호수에 가까이 다가가 손 안에 든 꽃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 ...그래도 누군가는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한 명이라도 괜찮으니까.
 
므넬:그렇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잃어버리는 거니까. (따라 에트 손 위에 올려진 꽃을 바라본다.) 걱정마. 반드시 누군가가 띄워줄거야. 너에게 구원 받은 사람이라면.
 
에트:하지만 이것도 우리의 이름이 기억되는 건 아니겠지... 기억되는 건 타이머와 카운터라는 존재일 뿐. (그대로 허리를 숙여 물에 천천히 띄워보낸다.) ... ...어딘가에 글자로는 남을지도.
 
므넬:(고개를 들어 에트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에서 우리의 존재는 타이머와 카운터에 덧씌워져 사라지는 거겠지. 호수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말을 흘렸다.) 가족 만큼은 나를 온전히 기억해줬으면 했었는데...
(물에 천천히 녹아가는 종이 꽃을 바라보았다.) 혹여라도 누군가 먼저 수명이 다하게 된다면, 다른 한쪽이 어떻게든 기억하게 해주기로. 어때?
 
에트:(결국 완전히 잊힐 수도, 완전히 기억될 수도 없다. 물에 잠겨가는 종이 꽃을 바라보던 시선이 잠깐 부유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남겨줄게. 여기에 이렇게 새겨서. (팔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더니) 귀를 뚫는 것보다는 훨씬 아프겠지만.
 
므넬:바보가. 그러면 진짜 결혼 못하게 되잖아.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 응. 나도 그럴까. 남은 시간동안 네가 어디에 있든 함께할 수 있겠네. (따라 제 팔 안쪽을 만지작 거린다.)
 
에트:그러게. 그럼 책임도 못 지고 어떡하지... ... (시선 끝에 종이꽃을 접는 연인이 걸린다.)
 
::데이트 중인 연인 같습니다.
종이꽃을 접고, 검은 호수에 띄워 보내는 동안 사이좋게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
 
여자: 예쁘지?
 
남자: 우리 자기는 손재주도 좋아. 그래도 자기가 더 예뻐.
 
여자: 아이, 참.
 
::따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입니다.
아, 그래요...
타이머의 죽음을 추모한다니 뭐니,
다 그럴싸한 명분인 거죠.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도 꽃을 띄우며 진심으로 슬퍼하거나 울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트:... ... (그래도 행복해 보이네. 생각하며 난간 근처의 아이를 바라본다.)
 
::아슬아슬하게 난간에 매달려 있는 아이는,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눈이 마주쳤나?
의심했을 때, 아이가 먼저 말을 겁니다.
 
아이:아빠를 만나러 왔어요. 수도에서 일하시거든요.
 
::앳된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는 므넬과 에트에게 퍽 친밀하게 굽니다.
 
에트:...지금은 혼자야?
 
아이:엄마랑 같이 왔어요.
언니는 타이머죠? (므넬을 보면서)
그리고... 언니 옆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나 알고 있어요.
태어나서는 안 될... ...
 
::말을 채 마치기 전에
 
엄마: 아리아! 위험하다고 했잖아. 어서 이리 와!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챙겨서 끌고 갑니다.
아이는 그저 멀뚱히 에트와 므넬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흔들며 사라질 뿐입니다.
 
축제 곳곳을 둘러보면,
 
하늘이 슬금슬금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댕, 댕, 댕……
 
광장의 시계탑이 울어댑니다.
 
시계를 확인하면,
 
벌써 저녁 8시입니다.
 
즐거웠나요?
 
행복했나요?
 
혹은, 설렜나요?
 
어떤 시간을 보냈건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저 멀리 DOT의 꼭짓점이 보입니다.
 
우리가 떠나온,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자, 손을 잡고 돌아갑시다.
 
에트:이만 돌아갈까? (익숙하게 손을 내밀었다.)
 
므넬:응. 다음 일정도 있으니까. (익숙하게 손을 맞잡았다.)
 
시곗바늘이 아래로 비스듬하게 고개를 기울이자,
 
모두 로비에 모였습니다.
 
눈대중으로 인원을 헤아린 리슬러 부관은 서류철에 무어라고 적었습니다.
 
아마 전원 출석했다거나,
 
문제없음, 이런 걸 쓴 거겠죠.
 
리슬러 부관:타이머 展은 내일, 축제 마지막 날에 정식 개장합니다.
오늘 군들에게 먼저 시간을 내준 것은, 정식 개장 후 방문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죠.
꽤 많은 사람이 몰려오리라고 예상 중인데……
이런 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분에게’ 위험하잖습니까.
 
무해한 국민이라도,
 
타이머에게 집요한 팬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곳을 놓칠 턱이 없죠.
 
카운터의 존재가 소개된 후에는 훨씬 더 유난스럽게 들끓을 거라고,
 
무미건조한 우려가 덧붙었습니다.
 
리슬러 부관:공식 일정이라곤 했지만, 견학에 지나지 않으니 가볍게 다녀오면 됩니다.
 
개인으로서!
 
무슨 말인지 아느냐고 묻는 시선이 뺨에 달라붙습니다.
 
설명을 끝낸 리슬러 부관이 자리를 비킵니다.
 
서관의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너머에선 하인리히 장교가 몇몇 연구원이나 일반 군인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슬러 부관이 앞서 걷자,
 
곧 어른들이 먼저 DOT를 벗어났습니다.
 
전시관은 DO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립되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기도 우스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입니다.
 
검은 철창을 넘어,
 
아침에 걸었던 야트막한 내리막길을 다시 걷자면,
 
::“타이머다.”
“하인리히 장교도 있어.”
 
누군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말이
 
도화선이 되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아침보다 선명한 시선이 따라옵니다.
 
호감, 호의,
 
온갖 곱고 귀한 것들을 모아 가루를 낸 것처럼 부드러운 시선들이…….
 
::“그런데, 쟤네는 누구야?”
 
채 떨어지기도 전에, 누군가 묻습니다.
 
행인1: 그러게. 저런 교복도 있었나?
 
행인2: 본 적 없는데. 다음 기수의 타이머 아냐?
 
행인1: 그럴 리가 있어? 타이머는 한 세대에 하나뿐이잖아.
 
행인2: 그럼...... 타이머의 부관이라던가?
 
질문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꼬리가 꼬리를 잘라,
 
계속해서 새로운 꼬리가 돋아납니다.
 
타이머의 근처에서 걷는 카운터의 존재가 퍽 이질적이었던 모양이에요.
 
하긴,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하죠.
 
시선은 어느새 호기심이 점철되고,
 
::"어, 어, 언니, 오, 오빠!"
 
소란 사이로 톡 튀어나온 것은 어린 목소리였습니다
 
어딘가 낯익은 여자아이 둘이 앞을 막고
 
두 사람을, 아니,
 
정확히는 므넬을 물끄러미 올려다봅니다.
 
쌍둥이처럼 차려입은 아이들은
 
처음 보는 상대였지만 낯이 익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하얀 머리를 돌돌 말은 헤어 스타일이,
 
척 봐도 므넬을 흉내 낸 꼴이었으니까.
 
다른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므넬처럼 꾸며 달라며 부모를 신나게 닦달했겠지,
 
싶을 정도로 쏙 빼닮았습니다.
 
무려 타이머의 시선이 향하자
 
두 뺨을 발갛게 붉힌 아이들이
 
잔뜩 긴장한 채로 장미 다발을 내밀었습니다.
 
꽃송이가 활짝 만개한 푸른 장미입니다.
 
므넬의 근처에 섰던 에트에게도 성큼, 장미 향기가 다가옵니다.
 
므넬과 에트에게 각각, 장미를 건넨 어린 눈동자들은
 
오직 두 사람이 그것을 받아주기를 바라며
 
간절함으로 반짝거립니다.
 
어떻게 할까요?
 
에트:미니 므넬이다.. (소근)
 
므넬:그게 무슨소리야 (소근소근) 꽃.. 받을거야?
 
에트:응... 나까지 줄 줄은 몰랐는데.
 
므넬:같이 있어서 그런가봐. 그럼 나도...
 
므넬과 에트가 그것을 받아주면,
 
누군가 총성을 울린 것처럼
 
하나둘 선물과 이야기를 안겨주기 시작합니다.
 
아직 따뜻한 애플파이, 빨간 풍선,
 
손수 엮은 사탕 목걸이와
 
흰 리본을 묶은 파란 장미 수십 송이.
 
구름보다 커다란 솜사탕이라거나
 
갓 짠 우유와 치즈까지!
 
누군가 에트의 목에 사탕 목걸이를 걸어주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고,
 
또 다른 누군가가 므넬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구먼!”
 
꺄악, 꺄아악. 환호성도 끊이지 않습니다.
 
인산인해.
 
그야말로 사람으로 이루어진 바다에서
 
낱말과 단어로 구성된 파도가 몰아쳤습니다.
 
“올해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더 평온한 내년이 찾아오기를!”
 
누군가 예언의 타이머를 끈질기게 쫓아오며 소리칩니다.
 
“세계 멸망이란 게, 진짜인가? 무언가 신의 계시를 받지 못 했냐고?”
 
“자네들만 믿고 있어. 우리는 언제나 그래.”
 
언니, 오빠, 형, 누나!
 
저기요! 타이머!
 
온갖 호칭이 물거품처럼 귓가에 스칩니다.
 
대답을 바라지 않는 일방적인 질문과 호의가
 
꽃가루처럼 허공을 떠다녔습니다.
 
그 사이를 헤치고 나가는 것은
 
꽃다발에 얼굴을 파묻는 것처럼 향기로웠어요.
 
향기로웠지만,
 
숨을 쉬기 어렵단 점에서도.
 
“그런데, 옆에는 누군가?”
 
순간, 바람이 불었습니다.
 
희고 고운 바람과 함께
 
쏴아아, 파도 소리 같은 것이 일렁이고
 
줄에 매달린 것들이 일제히 몸을 흔듭니다.
 
꽃향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것처럼
 
시선의 일부가 카운터를 향합니다.
 
::“처음 보는데, 역시 부관을 들이기로 한 건가?”
 
곤란한 질문이 당도합니다.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을까요?
 
아니면 주의받은 대로 입을 딱 다물었을까요?
 
혹은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했나요?
 
잠깐의 틈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파고듭니다.
 
리슬러 부관:잠시만요.
 
리슬러였습니다.
 
리슬러 부관:지금 다음 장소로 이동 중이라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기계적으로 모든 질문에 대응한 그는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던 사람들을 물리치고 눈짓했습니다.
 
1. 침묵하고 무시로 일관할 것,
 
2. 어떤 이야깃거리도 흘리지 말 것,
 
3.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날 것.
 
지금 필요한 것은 3번이겠군요.
 
흰 돌이 깔린 바닥을 밟습니다.
 
건물 사이사이로 난 골목과 도로는 아주 깨끗했습니다.
 
캐러멜 냄새가 설탕 냄새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시끌벅적한 인파를 물리치며 걷는 사이 점점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도
 
하인리히 장교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거리가 꽤 벌어졌던 걸까요.
 
리슬러 부관:받아주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라고 했잖습니까.
 
한 발 뒤에서 쫓아온 리슬러 부관이 한숨을 섞어 책망합니다.
 
하지만 그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아는지 크게 탓하진 않습니다.
 
골목을 완전히 내려간 후에는,
 
광장을 가로지르는 대신
 
옆의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리슬러 부관이 덧붙입니다.
 
리슬러 부관:세계가 군들에게 바라는 것은 모두 이상입니다.
그러니 가끔은 깨트릴 필요가 있어요.
현실을 보여주는 거죠.
그건 나쁜 일도, 잘못된 일도 아닙니다.
그저……
필요한 일일 뿐.
 
의외로 도로에는 사람들이 없어 한적합니다.
 
술에 취한 이들이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떠들긴 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았어요.
 
드물게 지나가는 차량의 창문이 열리고,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손을 흔들곤 했습니다.
 
타이머를 알아본 거겠죠.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곳곳에서 타이머를 부르고, 외치고,
 
눈짓하고, 손짓하며,
 
끌어 당깁니다.
 
단순히 개인을 향해 쏟아지는 호의와 호감이라기엔
 
지나치게 두터운 것입니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본 일련의 광경은……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어라...
아 당황스럽네 ...
 
너무나도 낯선 풍경입니다.
 
이 풍경이 약간 무서울 지경이에요.
 
당연한 일입니다.
 
처음 와보는 곳이잖아요.
 
에트는 어떤 감각을 느낍니다.
 
기시감일 수도, 괴리감일 수도 있습니다.
 
손목시계를 확인한 리슬러가
 
딱 맞춰 도착하겠다며 앞서 걷습니다.
 
도밍게즈의 달은 휘영청 밝기만 합니다.
 
하늘에 뜬 달이 너무 밝아서,
 
전시관이 아니라 달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검은 하늘에는 소원 대신 별이 떠서,
 
흰 별이 촘촘하게 달려 있었고요.
 
그 밤,
 
걷는 길은 왜 그렇게 길게만 느껴졌던가요.
 
감상과 달리,
 
실제로는 도로를 따라 오 분 정도 걸었을 뿐입니다.
 
전시관은 금세 모습을 드러냈는데,
 
지나치게 익숙한 생김새였습니다.
 
DOT의 본관을 본떠 지은 것처럼,
 
똑같이 생겼거든요.
 
마중을 나온 전시관의 담당자가
 
::“일부러 그렇게 지었습니다.”
 
간결한 설명과 함께 하인리히 장교의 옆에 섰습니다.
 
본관의,
 
아니, 전시관의 문을 넘기 위해
 
얕은 계단을 오르려던 하인리히 장교가 문득 멈춰섭니다.
 
하인리히 장교:이런, 주인공들이 먼저 들어가도록 양보를 해야겠군.
 
그가 옆으로 비켜서자,
 
아까 나섰던 문과 꼭 닮은 문이 보입니다.
 
좌우로 나뉜 문은 청동으로 빚고 남색으로 덧칠했는데
 
무척 크고 두꺼웠습니다.
 
상당한 무게를 자랑했지만,
 
누구도 문을 여느라 씨름을 할 필요는 없었어요.
 
언제나 열린 문이었으니까.
 
DOT의 모든 건물은 현관을 닫지 않습니다.
 
그것이 전통입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공간은 단절되지 않는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전시관은 생각보다 더 정교하게 베껴다 둔 것 같군요.
 
열린 문 너머로 들어서면
 
마찬가지로 익숙한 로비가 펼쳐집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붓의 흐름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DOT의 본관처럼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합니다.
 
타닥타닥, 바닥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립니다.
 
다른 점이라면……
 
안내 데스크에 아무도 없단 걸까요.
 
그야, 전시관의 근무시간은 DOT보다 훨씬 짧고, 일찍 끝날 테고.
 
뒤에서 어른들이 느긋하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리히 장교:잘 만들었군.
 
::“장교님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저희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둘씩 나란히, 복도를 거닙니다.
 
이렇게 걷자니 첫 만남이 떠오릅니다.
 
영문도 모른 채 걸었던 복도,
 
괜스레 뛰던 심장,
 
수런거리던 목소리,
 
그리고…….
 
문 너머의 상대.
 
그러나 이곳은 DOT가 아니고,
 
두 사람은 이미 만났습니다.
 
벽 좌우에는 섬세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해와 달이 뜬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바다,
 
희고 고운 모래사막,
 
얼어붙은 땅과 바람이 머무는 들판.
 
곳곳마다 열네 개의 기둥이 서 있습니다.
 
신의 손가락이건, 최초의 시곗바늘이건,
 
혹은 그 둘 다일 기둥들이.
 
기둥 아래에 진 그림자가 유난히 캄캄합니다.
 
섬세하게 신경을 쓴 티가 났습니다.
 
왼쪽을 보아도, 오른쪽을 보아도
 
그림은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해가 떴는가,
 
달이 떴는가의 차이입니다.
 
왼쪽 복도는 아침을 맞은 세계였고
 
오른쪽 복도는 저녁을 맞은 세계였거든요.
 
하인리히 장교:이 그림은 세계를 상징하기에 앞서 하루를 상징한다네.
아침과 저녁, 하루는 둘로 나뉘어 있지 않은가.
 
뒤따라오던 하인리히 장교가 아는 체를 합니다.
 
열네 개의 구역을 따라 그린,
 
(정확히 말하자면 구역의 최초, 첫 모습을 그렸을)
 
벽화가 끝나자 전시관의 입구가 펼쳐졌습니다.
 
::문은 세 개입니다.
전시관Ⅰ. 구원의 시간
전시관Ⅱ. 쌓여온 역사
전시관Ⅲ. 지나간 생애
문에는 각각 패널이 붙어 있습니다.
원하는 곳부터 둘러보면 됩니다.
 
에트:...너무 넓은데.. (전시관 1부터 들어가본다.)
 
천장과 벽을 모두 남색으로 칠한 곳에는
 
흰 석고로 빚은 조각상들이 서 있습니다.
 
조각상의 수는 스물두 개입니다.
 
두 명의 사람이 한 쌍을 이루는 구조입니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조각한 것으로
 
유려한 곡선이 진짜 사람 같습니다.
 
전시관 곳곳에 배치된 구조로 시곗바늘의 방향을 따라 걸으면
 
차례대로 살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중앙에는 높은 탑이 서 있습니다.
 
::교육, 지능, 예술, 역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행운1 차감하고 성공으로 판정합니다.
높은 탑은 하나의 거대한 석고를 깎아 만든 탑으로 그저 새하얗습니다.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꼴입니다.
그러고보니 수업시간에 저 탑을 ‘오벨리스크’ 라고 불렀었죠.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바닥으로 드리우면,
 
꼭 시침 같습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조각상들은
 
각자의 시간에 맞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습니다.
 
제1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유리구슬이 쏟아진 바다에 선 조각상.
 
제2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불붙지 않은 성화에 화살을 겨눈 조각상.
 
제3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세계수라 부를 법한 커다란 고목 아래 선 조각상과
 
제4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번개를 쥐고 휘두르는 조각상.
 
제5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얼음처럼 투명한 유리 속에 갇힌 조각상이라든가,
 
제6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발아래 온갖 동물을 거느린 조각상.
 
제7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유일하게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흩날리는 조각상도 있었고,
 
제8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꿈을 꾸듯 눈을 감은 조각상도 있었으며,
 
제9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발아래 해골을 쌓은 조각상.
 
제10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각각 허공과 구덩이 안에 서 있는 조각상과
 
제11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은 조각상,
 
제12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차마 잊지 못한 무언가를 돌아보는 조각상……
 
정확히 열두 개.
 
시작과 끝이 없는 불완전한 조각상들이 서 있습니다.
 
석고로 빚었다지만 온전히 하얀 것을 제외하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동감이 넘칩니다.
 
그것의 얼굴은,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어렴풋이 므넬과 에트를 닮았습니다.
 
카운터라면 에트가 처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죠.
 
다른 모형이 없잖아요?
 
이곳에 이렇게 전시된 기분은 어떤가요?
 
므넬:(박제당했어...)
 
에트:(무서워...)
...나 이렇게 생겼어?...
 
므넬:(조각상 봄)
(에트봄)
아니, 넌 좀더...
두부처럼 생겼어.
 
에트:두부...
얘도 하얀데. ...
 
므넬:얘는 뭔가 좀 근엄하게 생겼잖아.
넌 좀 바보같고, 두부닮았어.
 
에트:...욕하는 거지
 
므넬:... 아.. 아니야. 두부 귀엽잖아. 새하얗고. 네모낳고.
 
에트:oO(내가 네모낳다고?)
 
므넬:(ㅋ)
(모르쇠 하고 나감)
 
에트:(종종 따라감..)
 
::행운 판정
 
에트:
기준치: 48/24/9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에트는 므넬을 따라가다가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강하게 이마를 부딪치고 맙니다.
 
에트:(얼얼...)
 
므넬:(바보.)
 
부딪힌게 무엇인가... 하고보면
 
나가는 문쪽에서 조각상이 나란히 서있었네요.
 
각각 태양과 달을 끌어안은 조각상입니다.
 
어찌나 반질반질하게 닦아두었는지, 지독하게 투명해서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지경이었던 것입니다.
 
제0시와 제13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분명합니다.
 
0과 13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수.
 
그럴싸한 연출이네요.
 
에트:...그렇다고 부딪힐 정도로...? (머리 문질...)
 
므넬:괜찮아? 안그래도 머리 나쁜데... (나쁜가?)
 
에트:...나 머리 나빠? (몰 랐 어)
 
므넬:... ... 너 이번에 쪽지시험 몇등나왔어. (너가 모르면 누가 알아)
 
에트:...몰라. 결과 안 봤는데. (이게 더 심하다)
 
므넬:(머리 나쁜것같은데... ...) .... 가자. (진실을 알려주지 않기로)
 
에트:(전시관 2로...)
 
전시관Ⅱ의 내부는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습니다.
 
암실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요!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고,
 
전면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흘러 내렸습니다.
 
때마침 스크린에는 어떤 영상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에트:..? (멀뚱히 서서 영상을 본다.)
 
직원: 시청각실이에요.
타이머와 관련된 뉴스 영상이나, 애니메이션 따위를 볼 수 있죠.
시간이 없으니 우리는 생략할 겁니다.
원한다면 수업 시간 중 여유가 있을 때 틀어달라고 요청해두죠.
 
얼핏 스쳐본 영상에는
 
낯익은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므넬과 에트입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뉴스, 애니메이션 따위라고 했는데,
 
저건 진짜 우리잖아요?
 
때마침 영상 속 에트가 입을 엽니다.
 
에트 : ... ... 안녕.
 
맙소사!
 
므넬과 에트가 처음 만났을 때예요.
 
언제 촬영한 거야?!
 
DOT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의 첫 만남을 담은 영상도
 
회의실의 CCTV가 담은 것입니다.
 
인권, 초상권 침해 아니냐고요?
 
그런 말을 해봐야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귓등으로 듣지 않습니다.
 
하인리히 장교:타이머와 카운터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을 끌지.
문제가 없는 수위로 편집해서 내보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새삼스럽단 식입니다.
 
::영상은 계속해서 흘러나옵니다.
 
므넬 : .... 이렇게 흐리멍덩하게 생긴 게 카운터라고?
 
::다시봐도 첫만남인데 엄청 뭐라하네요...
 
에트:한결같구나.. (?)
 
므넬:하? 그거 내가 할소리야.
어떻게 한결같이 흐리멍텅한 두부일수있지. (괜히 볼찔러봄)
 
에트:므넬은 생각보다 뾰족하진 않던데. (네 볼도 쿡..)
 
므넬:당연하지. 난 좀 더 곡선이 많잖아. (증명이라도 하듯 옆머리 찰랑~ 넘김...)
... 그나저나 이거... 평생 여기서 상영되는건 아니겠지?
 
에트:...다음 대가 나오면, 바꾸겠지. (이렇게까지 남고 싶진 않아)
 
므넬:.............제발 바뀌었음 좋겠다. 3전시관으로 갈까?
 
에트:...응... (어쩐지 구경할수록 낡는 기분. 터덜터덜..)
 
::터덜터덜...
낡아지는 발걸음으로 다음 전시관에 갑니다.
 
턱없는 문을 넘어서자 전시관Ⅲ의 내부가 훤히 보입니다.
 
복도가 없고, 벽도 없는 전시관Ⅲ은
 
한눈에 모든 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천장이 무척 높아서
 
고개를 다 들어도 위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그중에 제일 눈에 띄는 것이라면……
 
전면의 액자들일까요.
 
흰 액자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어찌나 개수가 많은지 한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습니다.
 
눈을 들어 세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였어요
 
수백, 수천 개는 되어 보였으니까.
 
그리고 액자 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걸려 있습니다.
 
역대 타이머.
 
여태까지 우리가 나고 자라며,
 
혹은 책과 영상을 통해 보았던 이들의 사진이
 
액자 속에 갇혀 있습니다.
 
까마득하게 기억나지 않는 얼굴도,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얼굴도 있습니다.
 
장교를 비롯한 어른들은 짧게 묵념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이곳에는 타이머의 사진이 걸릴 예정일세. 죽은 이들을 잊지 않도록.
 
천장이 유난히 높더라니.
 
1대, 2대쯤 되는 이들의 얼굴은 까마득해서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사진 속에 갇힌 얼굴들은 하나 같이 비슷해 보였습니다.
 
서로 간에 닮아서가 아니라 모두 타이머라서.
 
사진이란 피사체를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담는 법이니까.
 
……조각상과 마찬가지예요.
 
아래쪽의 빈 액자들에 시선이 닿습니다.
 
아마 저 중에는 우리의 액자가 될 것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니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었습니다.
 
언제가 될까?
 
평균 연령이 반백 살이라지만,
 
어디까지나 통계입니다.
 
사진 속에는 상당히 앳된……
 
또래의 얼굴도 여럿 보였습니다.
 
그래요.
 
우리 인생이라는 건 결국……
 
당장 내일,
 
새로운 부품으로 갈아 치워질지도 모르는 운명인 거였죠.
 
::에트는 초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에트:(사람은 대체될 수 없는가? 이 명제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너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세계도 우리가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하지만... ... 지난 내 과거도, 미래도 이렇게 나를 지워내고 있어. 까마득한 액자를 올려다보다 목을 가볍게 긁적였다. 새삼스러운 기분이다.)
 
므넬:(아득하게 타이머의 탑처럼 쌓아놓은 액자들의 꼭대기를 바라보았다. 결국 우리의 존재는 이 수많은 타이머들중 지나가는 타이머일 뿐일테지.)
... ... 그래도 넌 초대 카운터니까, 널리널리 기억될지도. (위로인건지 농담인건지... 차라리 안내뱉었으면 나았을 말이였을지도.)
 
에트:음.. ... 역시 부담스러운데. 그럼 므넬도 초대 카운터랑 짝인 타이머로 오래 기억될지도... (끌어들이기?)
 
므넬:.......... (아니라고 부정하고싶었으나...) 그럴법해.... 왠지 역사 시험에 초대 카운터의 파트너로 올바른 타이머의 이름을 적으시오... 이런 문제가 있을 것 같아...(부담...)
 
에트:......어쩐지 애들한테 미안해지는 문제네. (우리의 이름에 그 정도의 가치 씩이나...)
 
므넬:.....그러게. 사고 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올바르게 행동해야하는 타이머와 카운터가 되었잖아. (이렇게 된다면 말이다.)
 
에트:사고뭉치 타이머랑 카운터로 적히면 곤란할까?... ...
 
므넬:당연히 곤란하지! 에트 너도 네 이름이 부끄럽게 기억되는건 좀 그렇지않아?
 
에트:하지만 길게도 못 사는데(?)
 
므넬:............... 그래도 안돼. 구원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아야지.
 
에트:적어도 타이머의 이름은 멋지게 적히겠네, 므넬...
 
므넬:사고 칠거라고 잘도 돌려말하는군. (게슴츠레...)
 
에트:사고까지는 아닐... 걸. 그 정도의 용기도 없고. (외면함...)
 
므넬:지켜볼거야. (째릿.)
이제 여기서 나갈까?
 
에트:응. 다 본 것 같으니...
 
사진 속에 죽은 이들에게 묵념했을까.
 
혹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고개를 돌리자,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자리를 비켰습니다.
 
전시관을 모두 살피고 돌아 나오면,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문이 있습니다.
 
안내 데스크 옆에 딸린 문은
 
특이하게도 아치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철제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게 장미가 덮여 있습니다.
 
장미 향기가 전시관의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죽음을 추모하는 것처럼.
 
지치고, 돌아가고 싶습니다.
 
숙소건, 집이건,
 
어디든 좋으니 이곳을 나가고 싶어요.
 
그러나 어른들은 이미 보여주기식의 묵념을 마치고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습니다.
 
남아있는 것은 미래를 목격한 아이들뿐입니다.
 
돌아가겠다고 고집부린다 한들 통하지 않을 겁니다.
 
목적을 빨리 해치우는 것이야말로 휴식으로의 지름길이겠죠.
 
얼른 보고, 돌아가자.
 
체념과 비슷한 생각에 이끌려
 
아치문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장미는 활짝 만개한 탓에 내일이면 시들기 시작할 것 같았습니다.
 
밤 내내 화려하게 피어있다가,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꽃잎을 떨구겠죠.
 
지금, 우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게, 아치문 아래에 섰을 때였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자네들, 거기서 뭐 하는 건가?
 
하인리히 장교가 우리를 부른 것은.
 
목소리는 분명히,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
 
그 외 일행들은 입구 근처에 서 있었습니다.
 
마치……
 
그곳으로 나가려는 것처럼.
 
이쪽은 보지 않는 건가?
 
아치문을 돌아보자,
 
귀신에 홀린 것처럼.
 
하인리히 장교:거긴 아무것도 없어. 뭣들 하나. 돌아가야지.
 
흰 벽이 시야를 가립니다.
 
새파란 장미도,
 
은색 아치도 없는 평범한 흰 벽.
 
이상한 일입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없는데…….
 
환각인가?
 
싶지만 제8시의 타이머와 카운터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도 모두 이 광경을 목격한 거예요.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 걸까요?
 
바깥에선 어른들이 “빨리 나오라”며 우리를 재촉합니다.
 
::에트,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정신을 바짝 차린 에트
이성 감소 없음
 
관람은 끝났고,
 
조각에 불과한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이별을 고할 때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돌아갈 시간입니다.
 
걸음을 옮기는 내내,
 
잊을 수 없는 장미 향기가 발목을 붙잡습니다.
 
타이머의 상징은 그저 시간일 텐데,
 
이곳의 시간은 멈춘 듯했고
 
오히려 때 이른 장미만 만개했습니다.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름도 뭣도 아닌 계절에 핀 장미는 그야말로 불가능한, 기적의 상징이었어요.
 
전시회를 벗어나, 도로를 걸어,
 
달에서 멀어지는 동안
 
때마침 광장의 시계탑이 정각을 알리며 울어댔습니다.
 
밤이 깊어 하늘은 어두컴컴합니다.
 
우연일까?
 
혹은 이 또한 어떤 운명인가?
 
그런 생각에 빠진 두 사람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따위 알지 못했습니다.
 
내일의 ‘그 일’이
 
훗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도 알 수 없었어요.
 
만약 알았더라면……
 
오늘의 우리는,
 
결단코 그 문을 열어젖혔을 테니까.
 
::숙소로 돌아오자, 므넬은 에트를 부릅니다.
 
므넬:... 그 아치문, 에트 너도 분명히 본거지.
 
에트:...응. 금방 사라졌지만.
 
므넬:그 아치문... 대체 뭐였을까? 어른들은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짐작가는 거 있어?
 
에트:모르겠어. 그냥 그 쪽으로 나가고 싶었던 것 같은데...
 
므넬:흠.... 다시 나타나려나, 그 아치문.
들어가보고싶었는데...
 
에트:우리 둘 다 봤으니까, 아예 없는 건 아닐 거야. ...또 나오지 않을까. 어디로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므넬:또 나오기만을 기다려야겠네...(고민하는 듯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다가...)
그러고보니 내일, 알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날인거.
능력 잘 쓸 수 있겠어?
 
에트:그러고보니 그렇네. 저번처럼 갑자기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아마 괜찮을 거야. (손을 쥐락펴락 해본다.) 므넬은?
 
므넬:나는 늘 괜찮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 (턱을 괴고있던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투둑, 건드린다.)
사라지지 않게 초능력좀 잘 붙들어봐. (말이되는 소리를)
 
에트:사라지는 건 아니고... 너한테 가겠지, 아마. 임시방편이라면 이 정도일까... (손이나 잡고 있는다...)
 
므넬:(맞잡힌 손을 본다...) ....... 지금 고민해봤자 다 쓸데없는 걱정이겠지?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에트의 손을 힘주어 잡는다.)
... ... 자러가는게 낫겠어. (하아...) 더 의논하고싶은 거 있어?
 
에트:...글쎄. 므넬이 뭘 고민하고 있는지?... ... 내일이 걱정되는 거야?
 
므넬:그냥.... 이거저거. 실수한다거나, 잘못된 기억을 읽는다거나... 네 능력이 사라진다거나.. 내 능력이 사라진다거나. 내쪽은 사실 사라져도 너만 보여주면 되긴 할 것 같아서...
 
에트:내가 보기에 므넬은... ... 잠을 자야해. (등을 밀었다.)
 
므넬:내발로 스스로 침대에 갈수 있거든? (누가봐도 오늘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얼굴)
 
에트:...푹 자야 능력도 실수 없이 잘 나올 거야. (밤에 덩달아 2번은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므넬:... 알았어. 푹자도록 해볼게..
 
::과연 므넬은 오늘밤 일어나서 에트를 몇번이나 깨울지...
같이 푸데슨하면서 잠에듭니다.
내일 있을 축제를 위해서.
 
 
축제가 한창입니다.
 
거리는 떠들썩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늘은 구름과 흰 새,
 
손수건과 종이 가루 따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타이머의 교복, 제복과 비슷한 흰옷을 입은 사람이 유난히 많습니다.
 
희고 고운 색으로 점철된 세계란 어찌나 완벽한지.
 
땅거미가 건물을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하늘은 딱 좋은 색으로 물듭니다.
 
오렌지 마멀레이드처럼 윤기가 도는 주황색이었습니다.
 
갈기갈기 찢어진 구름은 어렴풋하게 사라졌다 드러나기를 반복합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래, 날이 저물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꼭 그랬어요.
 
수도의 광장에는 커다란 무대가 설치됐습니다.
 
매해 이맘때쯤이면 설치하고 철거하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오르내리는 흰 차양이 비스듬하게 하늘을 가립니다.
 
가장 어두운 밤이 찾아오는 시간.
 
세상 모든 것들이 가라앉는 시간을 기다리며.
 
시민1: 언제 시작한대?
 
시민2: 곧 시작할걸. 이제 10시잖아.
 
시민1: 나 너무 기대돼.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야.
 
객석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습니다.
 
어느 곳이랄 것 없이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무대 뒤편에 서 있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귀에도
 
그들의 소리가 확연히 들릴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존재가……
 
이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네, 오늘은 바야흐로 축제의 마지막 밤.
 
타이머의 존재를 드러내고,
 
카운터의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사이좋은 파트너’의 모습을 연출하라고 내내 요구받은,
 
그 순간이에요.
 
인이어를 귀에 걸고,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이런저런 상황을 살핀 스태프 하나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스태프: 준비됐나요?
 
준비되지 않았다고 한들 물릴 수도 없었지만.
 
스태프: 신호하면 제 0시부터 순서대로 나오면 돼요.
두 사람이 함께 나와야 하고, 되도록 친한 티가 나게. 친밀~하게.
무슨 뜻인지 알겠죠?
 
손이라도 잡으면 더 좋다고 스태프가 조언합니다.
 
카메라는 정중앙의 2번을 보라던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사회자의 지시를 잘 따르기만 하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에게 한참 무언가를 떠들던 그는 곧
 
스태프: 네, 네. 준비 다 됐습니다.
 
누군가의 호출이 떨어졌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당부한 뒤 사라졌습니다.
 
무대 뒤편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두가 하나 같이,
 
이 화려한 쇼를 완벽하게 성공시키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거든요.
 
이곳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위한 자리인데,
 
우스울 뿐입니다.
 
시곗바늘도 평소처럼 움직입니다.
 
하나, 둘, 셋…….
 
공연 시작인 10시까지는 채 3분이 남지 않았습니다.
 
무대로 올라가는 문을 통해 환한 조명이 떨어집니다.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옆에 선 사람의 존재감만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므넬:후우... (긴장되는지 손에 장갑을 벗었다가 손밖밖닦았다가 꼈다가를 계속 반복함...)
 
에트:oO(사람 많다..) 긴장 돼?...
 
므넬:...... 엄청. (에트 손 봄.) 넌 긴장 안돼?
 
에트:음... 나가면 조금 놀랄지도. (둔하다.) 그보다 엄청 친한 척 하라던데.
 
므넬:(안놀 랄 것 같은데...) 맨날 듣던 소리잖아. 여기서 어떻게 더 친한 척 하라는 건지.
 
에트:......단순히 사람이 많은 거랑 많은 사람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보는 건 조금 다르니까... (네 표정에서 불신을 읽었다...) 안 친한 타이머랑 카운터도 있을까?..
 
므넬:(에트가 해명을 늘어놓으면 애써 모르는 척...) 가끔 티격태격 하는 애들도 있긴 하더라. 걔네는 좀 고생하겠네. ... ... 우리정도면 친해보이려나? 똑 닮았고. (에트 옆에 착. 붙어 서봄.)
 
에트:키도 비슷하고. (작게 끄덕인다.) 닮았으니까 별거 안 해도 친해보일지도. 므넬은... 이런 자리 종종 있지 않았어?
 
므넬:이번 기수 타이머가 된 이후로 매번 축제 때마다 올라왔지. ... ... 다른 애들에 비해서 반응이 호불호가 갈렸지만. (잠시 괴로워졌는지 눈을 질끈 감는다.)
 
에트:왜?..(기웃) 화려한 능력이 아니라?
 
므넬:그것도 있지만. 그... 남의 기억을 읽기만 할 뿐인 능력이라. .... ..... 너가 집적 경험해보면 알겠지. (에트에게 손을 내민다. 마치 능력을 공유하겠다는 듯.)
 
에트:...? (영문 모르는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들뜨기 시작한,
 
혹은 긴장하기 시작한 호흡을 간신히 가다듬었을 때,
 
스태프: 자, 이제 시작합니다. 제 0시 페어부터 올라오세요.
 
스태프가 손짓했습니다.
 
제0시부터 순서대로 타이머와 카운터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찬양하고, 기뻐합니다.
 
익숙하게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팔려나간다면,
 
이 순간 또한 온갖 곳에서 부티나게 팔리리라고.
 
스태프: 제 12시 페어 올라가세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므넬과 에트의 순서입니다.
 
지시를 따라 무대 위로 걸음을 옮지가,
 
숨 막힐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발아래에 선 사람들의 수는 도저히 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너무 많았고, 골목에서 겪었던 인산인해는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보일 수준이었습니다.
 
므넬!
 
므넬! 므넬! 므넬!
 
환호성이 터지고 마치,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은 므넬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그중에는 종종 에트를 향한 시선이 섞여 있기도 했습니다.
 
타이머를 위한 자리에 등장한 새로운 사람이라니!
 
이상히 여길 만도 하죠.
 
타이머가 부관을 들였다더라.
 
그런 입소문이 돈 탓인지 그다지 부정적인 시선은 아니었지만……
 
의문이 가득했습니다.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다리가 떨리고,
 
손안이 축축해지지만,
 
그래도 참을만 합니다.
 
괜찮아요.
 
그때, 므넬이 에트의 손을 끌어당깁니다.
 
잡은 손은 조명 탓인지 홧홧했습니다.
 
손을 맞잡고,
 
한 걸음, 두 걸음,
 
무대의 중앙으로 나아갑니다.
 
가장 완벽한 중앙에 섰을 때,
 
므넬:안녕하십니까, 도밍게즈의 시민 여러분들!
제 12시 기억의 타이머, 므넬 코시엘니입니다.
그리고 함께 인사드립니다. (에트를 살짝 앞으로 끌어당긴다.)
 
에트:(앞으로 한 걸음 나가 네 옆에 나란히 선다.)
 
므넬:자기소개. (귀에 속닥속닥거린다.)
 
에트:(네 옆얼굴을 잠시 돌아보다 고개를 바로 했다. 인산인해를 이루어 하나의 얼굴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그 앞에서 입을 떼는 것이 생각보다도 어려워 몇 초간 가만히 바라보다,) ... ...제 12시 기억의 카운터, 에트 모시네... 입니다.
 
에트가 잠시 머뭇거리다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자
 
그 답에 화답하듯 와ㅡ 와ㅡ 에트를 크게 반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에트! 에트! 에트!
 
므넬:저, 기억의 타이머는 먼 곳에서부터 저희를 보러 와주신 오신 분들을 위해, 이곳 광장에 있는 사람들 중 희망자를 선별하여 기억을 읽어 저의 능력을 증명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새로이 등장한, 여러분이 앞으로 사랑하게 될, 12시의 카운터인 에트 모시네의 또다른 능력을 선보여드릴 차례입니다.
잘 모르는 타인이 기억을 읽는다는 일은 꺼려지는 일 임을 압니다. 그러니 부디 희망자분께서는 잘 고려해주시고 손을 들어주세요.
 
므넬의 말에 광장은 잠시 부산스러워 집니다.
 
어느누가 이 앞에서 자신의 기억을 함부로 공유할 수 있겠나요.
 
그 때, 무대앞쪽에서 누군가가 번쩍, 하고 손을 듭니다.
 
어느 오만한 남자가 콧방구를 뀝니다.
 
오만한 남자: 푸헹. 아무리 타이머라도 내 기억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다고.
 
므넬은 그 남자를 지명하여 무대 위로 올려 세웁니다.
 
한 번 이 남자의 기억을 읽어볼까요.
 
::에트,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트는 팔을 뻗어 남자의 이마에 손을 짚습니다.
 
에트의 손끝, 핏줄마다 그의 기억이 타고 전해지는 것을 봅니다.
 
어라, 가장 강렬한 기억이 느껴집니다.
 
그 남자는 거울 앞에서 있어요.
 
자신의 모습을 보고있습니다.
 
..... ..... 만 입은 옷이 상당히 흉측합니다.
 
............. 섹시 란제리를 입고있네요.
 
.......남자의 알고싶지 않은 비밀을 봐버린 기분입니다.
 
남자는 그 옷을 입고 상당히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 취향일까요....
 
에트:(아... 모를 권리는?)
 
므넬:(뭔가 봤냐는 듯 옆에서 봄)
 
에트:...... (도리도리 고개 저음... 모르는 게 나아.)
 
므넬:......... 그렇게 심각한거면 대중 전부에게보단, 남자에게만 작게 말해줘. (에트에게 속닥속닥 말해준다.)
 
에트:... ...속옷이... (뜸..................) 독특하시네요... (남자에게만 말해준다...)
 
오만한 남자: ........... !!!!!!!!
너, 너, 너.... 그걸 어떻게!!!!!!!!!!!!
이, 이...... 진, 진짜 같은 능력을 가진 구원자라는거냐?!!!!!!!
 
남자는 얼굴이 새빨게져서는 고함을 칩니다.
 
에트:이런 걸로 증명이 되는 거야?.. (너무 현타와...)
 
관객석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집니다.
 
정말로 또다른 구원자가 나타난거냐는 둥, 카운터가 존재해서 다행이라는 둥...
 
남자가 도망치듯이 무대를 내려가자
 
므넬:12시의 카운터의 능력인 이 뿐만이 아닙니다.
(능력은.)
괴로운 기억, 잊고싶은 기억을 조작하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능력역시 갖고있습니다.
 
므넬이 에트의 기억 조작 능력을 설명합니다.
 
그러자 구석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무대로 올라옵니다.
 
그사람은 상당히 지쳐있고, 슬픈 얼굴을 짓고있습니다.
 
시민: 저.... 정말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나요?
... ... 저, 기르던 토끼가 있었는데...
떠오를 때마다 너무 괴로워서....
.... 그만 그 토끼를 놓아주고싶어요.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에트:...정말 괜찮아요? 기억할 수 없어도.
 
시민: .... 네. 저희 집 토끼를 기억 할때마다 슬퍼지고 외로워져요. 차라리 잊어버리고싶어요.
 
에트:...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요.
 
::에트,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슬픈 시민의 기억이 손끝을 타고 올라옵니다.
 
... .... 손에서 작고 따스한 체온이 느껴집니다.
 
이 시민과 토끼가 함께 하고 있는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어요.
 
처음 이 집에 데려왔을때, 함께 밥을 먹을때, 토끼가 아파서 밤늦게 병원을 찾아다닐때, 토끼의 병을 고칠수 없는 슬픔과 떠나보낸 기억까지.
 
전부 에트의 눈에 보여집니다.
 
이 기억에 손을 대면 되는 걸까요.
 
어떻게 기억을 조작할까요?
 
에트:(기억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것은 이것으로 두번째인가.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껏해야 몇 년... 조금의 기시감과 잔여물이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통째로 들어내면 될 뿐이니까. 아직 기억은 이렇게 따뜻한데, 결국은 기억되지 못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마를 꾹 눌렀다. 어쩐지 입맛이 썼다.)
 
에트는 시민의 기억을 조각내어 토끼가 존재했던 기억 조각들을 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곳에 새로운 기억을 퍼즐 맞추 듯 끼워 맞춰냅니다.
 
기억을 조작하였을 때 시민은 어딘가 아픈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편안해진 표정을 짓습니다.
 
곧이어 자신이 왜 이곳에 올라와 있는지 의아해 하네요.
 
시민: ... ... 어라? 제가 왜 여기에...
...아! 세상에, 타이머와 이번에 새로 온 카운터들이 바로 내 눈앞에....!! 어떡해!
 
토끼 일은 말한 적도 없다는 듯 우리의 존재를 보고 들떠있기 만 하네요.
 
시민이 무대에서 내려갔을 때 본, 눈동자에 고여있던 눈물은 잘못 본거겠죠.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
 
타이머와 카운터.
 
그 이름을 증명하는 능력의 존재에,
 
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므넬과 에트가 모든 것을 끝낸 후에도 잠시간 침묵이 맴돌았습니다.
 
긴 침묵을 깬 것은,
 
무대 한 편에 비켜 서 있던 어떤 사람이었습니다.
 
?: 도밍게즈가 가장 사랑하는 타이머가 드디어 이 자리에 섰군요.
오, 그리고 가장 사랑하게 될 카운터도요.
 
매해, 이 쇼맨십의 사회를 맡은 여자입니다.
 
그는 자연스럽게 므넬과 인사를 나누곤 에트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사회자: 이 자리에서 소개될, 타이머의 새로운 파트너를 오매불망 기다렸어요.
 
사회자는 그들이 카운터이며,
 
타이머의 곁에서 세상을 함께 구원할 자라는,
 
DOT의 진부한 대본을 아주 그럴싸하게 연기합니다.
 
새로운 구원자.
 
타이머의 파트너.
 
시간이 선택한……
 
또 다른 증명.
 
에트의 능력을 두 눈으로 보고,
 
카운터의 존재를 실감한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청하게 입을 벌린 채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객석이 술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구원자라는 말에 눈을 홉뜨고,
 
숨을 들이켜기도 했어요.
 
세계 멸망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으니까.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고,
 
무시하려 해도 무시할 수 없으며……
 
빼내기엔 너무 두려운.
 
그런 세계 멸망의 징조를,
 
정확하게 깨부수는 존재의 등장인 걸요.
 
므넬을 연호하던 외침 사이에 에트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었습니다.
 
태초부터 두 사람이 짝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누구도 그 존재에 의문을 표하거나 반감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카운터의 존재를 실감하는 것도 잠시,
 
사회자는 익숙하게 다음의 순서를 진행합니다.
 
사회자: 자, 그럼 에트군.
이렇게나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는데, 다들 궁금증이 아~~주 많은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에트군을 향해 몇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DOT의 말로는 타이머와 카운터는 서로 선택받은 운명이라던데, 처음 만났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졌나요?
 
에트:음... ... 손에 땀이 났어요. (담백한 대답) 원래는 잘 안 나거든요...
 
사회자: 하하하~ 엄청 긴장했나봐요?
역시 타이머와 카운터 사이에는 어떤 인력이 작용하나봐요.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에트 군, 카운터가 됐을 때 상당히 놀랐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에트:(끄덕...) 그림이... 안 지워져서.
 
사회자: 그림이 안 지워지는 것만~?!
기억의 카운터는 상당히 담담한 성격인가봐요. 아니면 카운터라서 운명을 벌써 받아들였다던가?!
 
에트:흐리멍덩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요. (므넬 돌아봄...)
 
므넬:(화들짝!!! 얘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무슨 소릴하는거야!!) 아.. 아니 그... ....
그런적 없어요! (기어코 거짓말을 하는 선택을)
 
에트:(빠아안...)
 
사회자: 하하하~ 언제 시민들 몰래이렇게 빨리 사이가 좋아진거죠~?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또 하나 생기죠!
어떻게 능력을 자각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모두 궁금합니다!
짧게라도 이야기를 들려주겠어요?
 
에트:...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이 몰랐으면 하니까.
 
사회자: 그 사람? 이런이런~ 타이머를 눈 앞에 두고 비밀을 갖고 있었다니~
므넬양 오늘 밤 잠은 다 잤겠어요~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하면서)
아주 쪼~끔이라도 말해줄 수 없는거겠죠?
 
에트:(도리도리... 뚝심 있다.)
 
사회자: 에트군~ 뭔가 말해달라면 전부 말해줄 것같은 순진함이 있었는데. 의외로 신비주의였군요?
앞으로 어떤 매력을 저희에게 선사해줄지 기대가됩니다!
자 그럼 다음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이번 기수부터 타이머와 카운터가 파트너로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파트너로서 므넬은 몇 점인가요?
점수는 백점 만점입니다!
 
에트:음... ... (므넬 봄) 90점?... ...
 
므넬:... ! 그... 그렇게 많이? (꽤 기쁜듯 귓가가 빨게짐..)
 
사회자: 오오... 므넬양과 에트군은 파트너로써 합이 꽤 좋은가봐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말해줄 수 있나요?
 
에트:10점은... 숙제를 너무 열심히 해서 깎았어요. (단순하다.) 므넬은 노력파니까.
 
므넬:뭐?
숙제는 열심히 해야지!
 
사회자: 하하하~ 카운터도 역시 숙제는 하기 싫은 법이죠~
어쩐지 에트군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네요.
그럼그럼~ 애인으로서 므넬은 몇 점일까~요?
 
::꽤 짖궂은 질문도 던지네요...
 
에트:...? 므넬은 파트너예요. (일반인의 순수한 대답같이)
 
사회자: 네?
 
에트:(멀뚱.)
 
사회자: 아~ 하하 (당황하면서 웃음) 객관적으로 봤을때~ 이말이죠. 생각해본 적 없나요?
 
에트:(끄덕...) 그건 파트너랑은 많이 다를까요? (사회자에게 역질문)
 
사회자: 이야이야... 에트군... 사실은 어리숙한 친구였었군요?! 귀여워라~
므넬양. 같이 다니는 재미가 있겠어요~ (^^)
파트너는 이제 일을 같이하지만... 애인은 미래를 약속 하는거죠.
겸사겸사 러브러브~ 하기도 하고요.
 
::므넬은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답하고있네요..
 
에트:므넬이랑은 이미 약속했어요. (폭탄발언)
 
므넬:대답하기 곤란하면 대충 웃어넘겨도 돼. (귓속말로 속담ㅁㄴㄿㅋㅌㅊㅍㅋㅌ
에트!!!!!!!!!!!!!!!!!!!!!!!!!!!!!!!!!!!!
 
에트:응...?
 
사회자: 어머어머어머!!!! 낮뜨거워라!!!!!
 
::무대는 순식간에 핫해집니다.......
 
에트:(멍..하게 서있음. 난 틀린 말 안했어)
 
사회자: 에트군, 반전매력이 얼마나 되는거죠?!
아하하하~ 므넬양이 완전 홍당무가 되어버렸네요.
이 이상 괴롭히면 큰일나겠죠?
더 많은 궁금증이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이어서 인터뷰해보겠습니다!
만나서 영광이었어요. 므넬 코시엘니, 에트 모시네!
 
탈탈 소리가 날 정도로 털리고 난 후 무대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째 탈탈 털린 쪽은 에트쪽이 아닌 것 같긴합니다.....
 
이제는 남은 순서를 기다릴 뿐입니다.
 
무대 뒤편에 내려오자 스태프가 의자와 마실 것을 갖다 줍니다.
 
스태프: 수고하셨어요.
 
의례적인 인사말과 함께.
 
다음 순서도 무탈하게 흘러갑니다.
 
누군가 내려오면 누군가 올라가고,
 
능력이 무대 위를 환하게 장식하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연신 쏟아지는 익숙한 이름들을 듣다가,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와 QNA가 이어지는 식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차례입니다.
 
제13시, 어둠의 타이머와 카운터의 순서예요.
 
두 사람은 오래 기다린 것이 지루했는지,
 
금세 계단을 오릅니다.
 
그들이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무대의 조명이 먹히고,
 
어둠이 가득해집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제0시 페어가 띄운 빛이 희미하게 별처럼 반짝입니다.
 
밤보다 안온하고,
 
검정보다 진한 어둠이 완벽히 무대에 내려앉았을 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대 뒤편의 조명이 꺼집니다.
 
정전이라도 온 것처럼,
 
혹은 능력에 잡아 먹힌 것처럼
 
사방이 어두컴컴합니다.
 
므넬과 에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가까이 있던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도 놀랐는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리고……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위가 온통 조용합니다.
 
사위가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라,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사회자는 더 말을 하지 않았고,
 
무대 뒤편에서 바삐 소리치던 사람들도 모조리 조용해졌습니다.
 
똑딱똑딱,
 
끊임없이 흘러가던 시계 소리도 멈춰버렸어요.
 
제13시 페어가 어둠을 거두자,
 
인공적인 태양도 조명도 없는 온전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희미하게 보라색이 섞인 하늘에는 불온한 별들이 총총 떠 있습니다.
 
붉은색 별이에요.
 
달도 어쩐지 붉은 듯했어요.
 
그리고 달빛 아래 드러난 광경은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산 사람도,
 
죽은 것들도,
 
움직이지 않고,
 
살아있지 않은 모든 것들마저……
 
모두 멈춰버린 것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구름도 흘러가지 않았고,
 
달도 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꽁꽁 얼어버린 것처럼 멈춰 서 있습니다.
 
12시를 알려야 하는 광장의 시계탑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세계의 종말이라기에도,
 
축제의 마무리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이었습니다.
 
이 순간이 소설이라면,
 
아마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을 겁니다.
 
4월 20일, 도밍게즈의 건국을 축하하는 마지막 날.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세계가 멸망했다.
 
……라고!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므넬:이게....... 이게 무슨.......
정말로 아무도, 아무것도, 안움직인다고?
 
에트:... ...전부 굳었어. 우리는 왜 멀쩡한 걸까.
 
므넬:.... ..... 정말로 세계를 구해야하는 구원자라서?
그치만 여기서 뭘 어떻게 하라고....
 
에트:고작 기억 조작으로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없는 걸. ......우리뿐만은 아니지. 물도, 불도, 얼음도. (깜깜한 무대 아래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까지 굳어있으면... ...안되겠네.
 
므넬:밑으로 내려가볼거야? (따라 고개를 무대 아래 쪽으로 쭉 빼본다.) ... 이게 예언 애들이 말하던 세계 멸망인건가? .... 설마 다들 죽은 건 아니겠지.
 
에트:...시간이 멈춘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 없을까? (므넬을 바라보더니) ... ...뭔가 멸망 지침서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까. ...둘러보기라도 할까 해서.
 
므넬:.... 심장이 멈췄으니까 죽은...상태이려나? (말하면서도 불확실한지 의문문으로 끝났다. 본인 역시 가만히는 못있겠는지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는게 좋겠어. 여기 근처 정도 둘러볼거야?
 
에트:으응.. 장교 아저씨도 멈췄겠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다른 타이머랑 카운터 애들은 뭐하고 있나... ..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나 모두 멈춰있습니다.
스태프며, 대기하던 DOT의 어른들, 장교님 모두...
고요속에서도 우리들 만큼은 소란스럽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확인하러 가야한다던가...
어떻게해야 좋을지 의논한다던가...
혹은 페어끼리 울거나, 서로 싸우고 있다거나....
 
::다득 패닉이 온건 마찬가지네요.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보아도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입을 엽니다.
"있, 있지.... 자... 자고 일어나면 뭔가 돌아와있지 않을까...? 단순 헤프닝일 수도 있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이게 자고일어나서 돌아올 정도로 단순한 일로 보여요?"
"...그치만 저희끼리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다들 오늘 일정때문에 치지기도 했고..."
 
::다들 무대 위에서 서느라 지치긴 했습니다.
정말 나쁜 꿈일지도 모르구요.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면 모든게 되돌아와있을거에요.
... 아마도.
 
.
 
.
 
.
 
아침이 왔습니다.
 
아침이 밝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밝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늘은 여전히 어두컴컴했고 해는 고개를 내밀지 않았습니다.
 
달과 별은 그 자리에 풀칠한 것처럼 불온한 색으로 빛날 뿐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멈춰 서 있어요.
 
웃고 떠들던 그대로,
 
손을 잡고 걷던 그대로,
 
돌아서던 그대로,
 
박수갈채를 보내던 그대로.
 
무구하고 기쁨에 찬 얼굴이 생생합니다.
 
자신의 시간이 멈췄다는 걸 전혀 모르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폼페이의 그 날처럼!
 
다른 점이라면 화산재 대신 부서진 빛만 떠다닌단 걸까요.
 
문득, 전시관에서 보았던 조각상들이 떠올랐습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퍽 닮았거든요.
 
사람이 육신과 영혼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들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마저 멈추어 버린 걸까요?
 
혹은 생생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이라고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을 확신하는 건 인간이 이루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우리는……
 
고민할 따름입니다.
 
시간이 왜 멈췄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다시 돌이킬 수 있을지.
 
구원자로서 우리가 처음 가진 사명이니까요.
 
시간은 왜 멈췄을까?
 
답을 아는 이는 없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응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문제를 맞이했고,
 
답을 내놓고,
 
정답인지 오답인지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자, 이상했던 징조를 돌이켜 볼까요.
 
::에트, 떠오르는게 있나요?
 
에트:(아이디어 판정 되나요)
 
::모르겠으면 일단 진행할게요!! (지능판정은 나중에.
 
세계 멸망의 예언과
 
전 세대 예언의 타이머가 내놓았던 해결 방법.
 
갑자기 나타난 카운터와
 
홀연히 사라진 새파란 장미의 아치문…….
 
불가능과 기적이 순서대로 교차하는 배치입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떠들던,
 
일어날 리 없다고 부정한 세계 멸망.
 
시시각각 다가오던 세계 멸망으로부터 세계를 구해낸,
 
한 줄의 예언.
 
타이머는 오직 하나뿐이라던,
 
세계의 섭리를 깬 카운터의 등장과,
 
기적을 상징하는 새파란 장미의 아치문.
 
데칼코마니처럼 좌우의 아귀가 딱 들어맞습니다.
 
이것이 만약,
 
정말로 예정된 멸망이라면……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단 건 아닐까요.
 
그래서 예언의 타이머는,
 
카운터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세계가 멸망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언한 걸지도 몰라요.
 
물론 모두 추측입니다.
 
시계는 울지 않습니다.
 
세계는 고요합니다.
 
새파란 장미는 무르익었지만,
 
꽃잎을 떨구지 않아요.
 
문득,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아치문이 불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이라기보단 직감 같은 것입니다.
 
홀연히 나타났던 아치문이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언가의 징조였다면?
 
에트와 비슷하게,
 
므넬도 아치문을 떠올린 것 같습니다.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도 그런 눈치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에 있나요?
 
이미 사라졌던, 전시관의 그곳에?
 
아니라면, 흡사한 공원의 장미 터널로?
 
아뇨,
 
전혀 다른,
 
세계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젠장, 모르겠습니다!
짚이는 곳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므넬:그 아치문이....
어디어디에 있었지?
 
에트:...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건 전시관이었잖아. 비슷한 곳은 공원에 있었지만... ...
 
므넬:그럼 전시관이랑 공원에 가봐야하나?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이것뿐이긴 하지만.
에트, 어떻게 할래?
 
에트: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면... ...그거라도 하자. 뭔가 공통점이 있을지도 몰라...
 
므넬:응. 아치문을 꼭 확인해봐야하는 생각도 들었고.
 
에트:(므넬과 함께 전시관부터 가본다.)
 
므넬과 에트를 선두로 다른 타이머, 카운터들과 함께 전시관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활짝 열린 문만이 우리를 맞이할 뿐,
 
일전에 보았던 아치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허탕인가....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므넬:.... 여기가 아니라 공원에 있는 장미아치였나? (끄응...)
 
에트:음... 그쪽으로 가볼까. (터덜터덜...)
 
::우리들은 공원에 있는 장미아치로 가봅니다.
 
공원에 가보면 밤산책을 즐기던 가족, 연인 등등의 시민들이 보입니다.
 
....전부 알 수 없는 일로 인해 멈춰 버렸지만요.
 
장미아치를 확인해보아도 똑같습니다.
 
저희가 보았던 장미아치는 이런 아치가 아니에요.
 
여기가 아니였나봅니다.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트는 떠올립니다.
 
당연히 이곳일리가 없어요.
 
전시관은 금세 모습을 드러냈는데,
 
지나치게 익숙한 생김새였습니다.
 
DOT의 본관을 본떠 지은 것처럼,
 
똑같이 생겼거든요.
 
마중을 나온 전시관의 담당자가
 
“일부러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시관은 본관을 본떠지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오히려,
 
전시관이 아니라……
 
에트:...본관.
 
므넬:... 본관?
 
에트:전시관은 본관을 본따 지었다고 했으니까. ...그러고보니 전에 므넬이 본관은 지하 1층까지밖에 없다고 했었지.
밑에 뭔가 더 있을지도...
 
므넬:맞아. 그때 장교님은 분명히 지하2층에서 올라왔었고.
본관으로 가보자.
이번엔 가는 걸 방해할 사람도 없으니까 확인해볼 수 있을거야.
 
에트:...하긴. 모두 멈춰 있으니까.
(므넬과 함께 본관으로 간다.)
 
::우리들은 본관으로 이동합니다.
 
DOT 본관은 언제나처럼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지금도 그렇습니다.
 
청동으로 빚은, 남색으로 덧칠한 문을 지나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본관의 로비입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붓의 흐름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언제나 그렇듯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한.
 
안내 데스크에 앉은 직원도,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도
 
모두 멈춰선 상태입니다.
 
그때, 전시관의 구조가 어땠더라.
 
전시관을 모두 돌고난 후,
 
안내 데스크의 옆에 세워졌었지.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돈 시선이 비로소 장미 아치가 있던 곳에 다다릅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엘리베이터입니다.
 
띵.
 
멈춘 시간을 깨트리고,
 
요란한 소리가 울립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였습니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선 채,
 
내려갈 채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열린 문이 어쩐지 우리를 기다리는 괴물의 입속인 양 께름칙합니다.
 
우연인가?
 
혹은 운명인가?
 
새파란 장미는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았고,
 
엘리베이터의 문설주는 둥글긴커녕 각지고 네모나지만……
 
위치는 분명히 같았습니다.
 
때마침 도착한 것도 수상하기 짝이 없어요.
 
시간이 멈췄다면 엘리베이터 또한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어째서 이것만은 움직이는 건가요?
 
그러나 장미 아치와 달리,
 
엘리베이터는 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들어오라는 것처럼,
 
문을 닫지 않고 내내 그렇게 서 있을 뿐입니다.
 
에트:...여기가... 맞는 것 같지.
 
므넬:응. 분명히 여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엘레베이터가 우릴 반길리 없잖아.
 
에트:......아치 너머에는 뭐가 있다고 생각해?
 
므넬:적어도.... 우리가 알면 안되는. 알아서는 안되는...
되돌아갈 수 없는 게 있을 것 같네.
... 에트 네가 생각하기에는?
 
에트:으음.. ... (어색하게 웃었다.) 적어도 푸른 장미는 아닐 것 같네.
 
므넬:..... ...... 어쩐지 기적이란건 없다는 얘기로 들리네.
 
에트:기적을 믿어, 므넬?
 
므넬:나는... .... 역시 믿지 않아.
아무리 염원하고 염원하는 건,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노력하다 지친자들이 안식처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일 뿐이야.
에트, 너는?
 
에트:세상에 일어났다는 몇 없는 일들은, 왜 기적이라고 불리는 걸까?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영향, 반응, 결과... 모두 방아쇠가 있어야 하는 일들인데. 그냥 일어나는 허울 좋은 기적은 없다는 뜻이야.
글쎄.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기에 기적이 없어도 괜찮아?
 
므넬:모르니까. 집적 손대고싶지 않고, 결국엔 남일이니까. 다들 나태한거야. ... 네 말이 맞아. 그런 거 전부 안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이 방아쇠와 함께 노력이라는 탄환을 만들어 내고 있는거니까.
... ... ... 네가 말하는 기적이 세계 멸망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면... 솔직히 저곳에 기적이 존재 했으면 좋겠어. 없다면... 결국 우린 이 멈춘 시간속에서 죽어갈 뿐이니까.
 
에트:... ... (그대로 너를 응시한다. 무언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담담한 목소리로) 그렇다면... 나는 있다고 믿을게. 우리가 당기는 방아쇠 끝에 기적이 있기를.
 
므넬:.... 너무 허무하게 기적을 믿는 거 아니야? 뭐... 누구 하나쯤은 동화 같은 일을 믿는 사람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엘레베이터에 발을 올린다.)
 
에트:내가 틀리면 므넬이 맞은 거고, 므넬이 틀리면 내가 맞은 거니까. 조금 덜 서운하지 않을까.. (엉뚱한 소리를 뱉으며 따라 엘레베이터에 오른다.)
 
므넬:반쪽짜리 정답이 무슨 정답이라고...
 
그러나 타이머와 카운터가 모두 탄 후에도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몇 층으로 갈지,
 
버튼을 눌러주어야 움직일 모양입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그리고 옥상까지.
 
총 6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몇 층으로 가야 하지?
 
에트:역시 지하 2층 버튼은 없네... (다 눌러보면 안되나)
 
::다눌러봐도됩니다.
 
에트:(다 눌러봄)
 
::버튼을 하나하나 전부 눌러보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어느층으로도 이동하지 않아요.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히 버튼을 제대로 눌렀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움직일 기미 없이 잠잠합니다.
 
몇 층을 눌러도 똑같습니다.
 
::초능력 판정
 
에트:
초능력(기억조작) Roll
기준치: 76/38/15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떤 위화감이 움틉니다.
 
능력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잠잠하던 그것들이 요동칩니다.
 
정확히, 엘리베이터의 버튼 중 가장 아래,
 
긴급 호출 버튼을 가리킵니다.
 
꼭 그것을 누르라는 것처럼!
 
에트:(맥없이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른다...)
 
그 버튼을 누르면,
 
파란 LED 램프가 점등합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판에는 정확히 B2,
 
지하 2층이라고 쓰여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공간입니다.
 
::행운 판정
 
에트:
기준치: 48/24/9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덜컹,
 
덜컹, 덜컹, 덜컹!
 
갑작스럽게 엘리베이터의 몸체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쾅! 소화라고 시작한 것처럼
 
요란하게 좌우로 뒤틀던 그것은 곧 문을 닫아 젖히고……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단 것처럼 성급하기 짝이 없는 속도입니다.
 
내장이 위로 치밀고,
 
공기가 역류하는 감각이 선명하게 뇌를 흔듭니다.
 
멀미라고 표현하기엔 지나친 부유감은,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모두, 곧 직감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바닥에 떨어지다 못해 처박혀서,
 
납작한 파이가 되고 말 거라고!
 
우여곡절 끝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불이 꺼진 탓일까.
 
옆에 선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위가 어두웠습니다.
 
제13시 페어가 내린 어둠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독약 냄새가 싸하게 코끝을 스칩니다.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내키지 않는 냄새입니다.
 
병원이라기엔 지독하게만 느껴집니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일까요?
 
한 발 내디디는 순간, 불이 켜집니다.
 
센서가 작동하기라도 한 것처럼.
 
금세 주변이 환해집니다.
 
불이 켜지고,
 
지하 2층의 모든 곳이 밝은 빛 아래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14개의 원형 유리관 
 
멈춘 모니터와 연구원 ,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원통 이 놓여 있습니다.
 
안쪽에는 철제문 이 딸려 있습니다.
 
여러 대의 CCTV가 모서리에 매달려 있었지만,
 
모두 멈췄는지 움직이거나, 액정을 빛내진 않습니다.
 
어느 것 하나 수상쩍기 짝이 없습니다.
 
DOT 본관 지하에,
 
이런 것들이 왜 필요로 한단 말인가요?
 
에트:... ...욱... (정신 없이 흔들린 탓에 어지러운 시야를 바로 잡고 선다.) ...이게 다 뭐지. (원형 유리관부터 본다.)
 
므넬:(비틀거리는 에트 옆에서 부축해줌...) .... .... 알고싶지 않네, 어쩐지.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선 원형 유리관에는 모두 정체불명의 액체가 꽉 차 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그것은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합니다.
 
각 유리관에는 숫자와 간단한 낱말이 적힌 네임택이 붙어 있습니다.
 
〈제0시, 빛〉, 〈제1시, 물〉, 〈제2시, 불〉, 〈제3시, 식물〉, 〈제4시, 전기〉, 〈제5시, 얼음〉……
 
에트:... (네임택을 읽어본다.)
...
 
구태여 더 읽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전부 시간이 부여한 숫자와 능력을 적어둔 것이었으니까.
 
마침 수도 14개였으니 딱 떨어집니다.
 
하지만, 타이머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입니다.
 
카운터인 에트도, 연구를 도왔지만 이런 곳의 존재는 알지 못했어요.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네임택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숫자 몇 개가 적혀 있습니다.
〈2051. 10. 08〉,
〈2052. 02. 27〉,
〈2052. 01. 01〉,
〈2051. 12. 17〉 ……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날짜들은,
 
::대략 반년 전부터 일주일 사이의 어느 날들이었습니다.
이날이, 무슨 날이었더라.
…….
고민은 길어지지 않았습니다.
“아.”
카운터들이 곧 익숙한 날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네, 그들이 DOT에 처음 발견되었던,
혹은 스스로 발을 들였던……
그 날짜 였습니다.
불길하게도 유리관은, 딱 한 명의 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에트:... ... 크네...
(멈춘 모니터와 사람도 본다...)
 
엘리베이터와 센서 등이 작동하기에 기대했는데,
 
모니터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제4시 페어가 고치려고 해봐도,
 
고장난 것이 아니라 멈춘 것이기 때문에 소용없습니다.
 
어쩐지 얼굴이 낯익더라니.
 
연구 보고를 설명하고 지시한 애쉬입니다.
 
그 또한 커다란 책을 든 채 조각상처럼 꼿꼿하게 멈춰버렸습니다.
 
에트:(커다란 책을 빼낼 수 있나..?)
 
::책은 손쉽게 빼내집니다.
 
에트:(책을 빼내어 펼쳐본다.)
 
::미묘한 색의 가죽 표지가 눈에 띕니다.
요즘 책도 이런 가죽 표지를 쓰던가요?
어쩐지 가죽은 서늘하고, 끈적거리며, 희미하게 사향 냄새가 납니다.
불길한 감촉에,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아무리 봐도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읽을 법한 책은 아닙니다.
책 표지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씨로 제목이 쓰여 있습니다.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무언가를 사용하기 위한 설명서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문장도 므넬과 에트가 가진 의문에 해답이 되진 못합니다.
 
::이런 건 왜 읽고 있던 걸까요?
 
에트:... (감도 안 온다. 커다란 원통으로 넘어가자.)
 
빛나는 원통은 단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높이 30cm 정도에 지름은 그보다 약간 작고,
 
볼록한 앞부분에 신기한 소켓 세 개가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생김새인데,
 
유리창도 없어서 내용물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무척 무겁고, 움직이면 내용물이 출렁거립니다.
 
라벨에 낯선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에트:...? (이름을 읽어본다.)
 
〈아르고〉
 
원통 뒤에는 렌즈와 진공관,
 
금속 원반을 연결한 작은 상자라던가,
 
그 외에는 통 용도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매달린
 
기다린 기계가 서 있습니다.
 
도저히 도밍게즈의 것이라기엔 믿을 수 없는,
 
수상쩍은 물건들입니다.
 
에트:...뭐에 쓰는 물건일까?
 
므넬:나도 이런건 처음보는데.... 사용 방법이 적혀져있는 거라던가... 없나?
 
에트:음.. 연구원들이면 이미 쓰는 방법을 알고 있을테니까... (두리번)
 
::무엇을 하나요?
 
에트:(철제문을 본다.)
 
::철제문은.. 아직 가면 안될 것 같다.
이 커다란 원통이 아직 신경쓰입니다.
 
에트:(설명서 찾아보기..?)
 
::지능 판정
 
에트:This message has been hidden.
 
::
왜 안굴리지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ㅎㅎ
 
::ㅎㅎ
그러고보니 애쉬가 들고있는 책이랑 관련이 있는걸까요?
이 책을 다시 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에트:(그러고보니.. 설명서 같긴 했지. 찜찜하지만 책을 다시 펼쳐본다...)
 
::자료조사 판정
 
에트:This message has been hidden.
 
::
왜 안굴리지
아까부터
 
에트:ㅋㅋ
자료조사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
 
::
 
므넬:.... ......
도와줄까?
 
에트:...
(므넬에게 책을 넘긴다..)
 
므넬:(받은 책을 읽어봅니다...)
자료조사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와진짜 얘도 아슬아슬하네
 
에트:(하지만 성공이야)
 
므넬:(책을 읽다가...)
그러니까... ...
이 커다란 원통은 뇌를 보관하는 물건인가봐.
그럼 저 라벨이 적힌 이름은....
 
::DOT는 도대체.. 무슨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1d2 다이스
 
에트:1
 
::이성 1 감소
므넬은 곧 에트에게 커다란 원통을 작동시키는 법도 책에 적혀져있다고 하며,
작동 방법을 알려줍니다.
에트는 뇌 보관통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에트:... ...작동시키면 어떻게 돼?
 
므넬:음... 책에는 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다고 적혀져 있어.
 
에트:그건 므넬도.. (흘끔..)
 
므넬:....... 아니, 그, 이건 기계에 갇혀있잖아. 꺼내기도 어려워보이고.... 사람 뇌를 집적적으로 만...만져야하고.... (갑자기 변명 늘어놓음)
 
에트:...시킬 리가 없잖아. 작동시켜 볼까?
 
므넬:........... 크흠. 응. 작동시켜봐봐.
 
에트:(원통을 작동시켜보자!)
 
뇌 보관통을 사용하면 렌즈를 통해 벽면에 어떤 장면이 투영되고,
 
단조로운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흑백 영화처럼 모두 회색인 데다 상당히 화질이 좋지 못해서,
 
더더욱 도밍게즈의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됩니다.
 
TV도, 녹화한 영상도 아니므로 장면은 조절할 수 없습니다.
 
그저, 운 좋게 흘러나오는 것들을 훔쳐보고 주워들을 뿐입니다.
 
*
 
깜빡, 깜빡, 깜빡.
 
눈을 감았다 뜨는 것처럼 시야가 재조명되더니,
 
낯익은 얼굴이 떠오릅니다.
 
예언의 타이머입니다.
 
그는 신중하게 말합니다.
 
예언의 타이머: 세계가 멸망할 거예요.
시간이 가지고 있는 권능이 다 닳아가기 때문이니, 이제 타이머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주변에는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을 비롯해
 
몇몇 연구원이 보입니다.
 
모두 DOT의 직원입니다.
 
예언의 타이머: 다른 방법을 찾으세요.
새로운 .......
 
뒷말은 들리지 않았으나,
 
에트는 이미 다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연구원: 정말 괜찮겠어요? 내키지 않아요.
 
기억의 주체인 연구원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내키지 않는다거나, 두려워한다기엔
 
지나치게 삭막한 나레이션입니다.
 
시야의 맞은편에 선 것은 마찬가지로,
 
전 세대의 타이머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팔을 내밀었고,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잘랐고,
 
누군가는 또 다른 신체 일부분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계를 위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죠.”
“이 방법뿐이니까.”
 
목소리 너머로 장면이 바뀝니다.
 
시체 안치실입니다.
 
냉동 보관되어있는 것들은 전부……
 
익숙한 시체들입니다.
 
전전 세대,
 
혹은 전전전 세대…….
 
죽어서도 시체조차 묻히지 못한 그것들은 서랍에 얌전히 들어 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가 문가에서 지시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유전자 샘플 확보해. 조심히 다뤄.
 
::“타이머의 능력은 유전되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누군가 밋밋하게 소리를 지르자,
 
하인리히 장교가 단언합니다.
 
하인리히 장교:그걸 해내기 위해 자네를 고용한 거야.
 
::“신을 모독하는 행위가 될 겁니다.”
 
하인리히 장교:자네가 가부를 판단할 일이 아닐세.
 
::“이건, 불가능해요.”
 
영상 속 하인리히 장교의 입이 천천히 움직입니다.
 
하인리히 장교 : 그렇다면 기적이라도 만들어 내.
 
다음의 장면은 상당히 끔찍했습니다.
 
흐물거리고, 물컹거리는 무언가가 바닥을 기어 다닙니다.
 
흰 대리석 바닥은 그것이 흘린 진액으로 끈적끈적해졌습니다.
 
화질이 나쁘고, 음질이 더러운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누군가 한숨을 쉬고, 가운의 소매를 걷어 올립니다.
 
::“실패라니까. 도저히 무리야. 다른 방법이 필요해.”
 
마찬가지고 지친 누군가 “다른 방법?” 물었고,
 
::“그래, 전혀 다른……“
 
지직, 지지직.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성공, 성공이야!”
 
여전히 억양과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뛸 듯이 기뻐합니다.
 
두 눈은 똑똑히,
 
원형 유리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옅은 회색으로 보이는 그 물속에는……
 
익숙한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네, 에트입니다.
 
자신의 얼굴을 목격하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말합니다.

 
예언의 타이머: 표정이 좋지 않네요, 아르고.
 
또다시 예언의 타이머입니다.
 
뇌의 주인을 부르며 곁에 앉은 그는 커피잔을 들고 있습니다.
 
아르고는 한참 고민하다가,
 
아르고: 정말 괜찮겠어요? 내키지 않아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예언의 타이머: 나는 분명히 세계 멸망을 봤어요.
그리고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 뿐이에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오지만,
 
연구원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얼굴입니다.
 
예언의 타이머: 예언을 하나 하죠.
아르고, 당신은 양심으로 인해 사는 내내 시달릴 것입니다.
양심을 죽인즉 당신이 살고, 양심을 살린즉 당신이 죽습니다.
세계의 모든 구조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훼방을 놓았다간 목숨을 건질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양심을 따라 행동하고자 한다면……
 
예언의 타이머는 조금 망설이다가,
 
마저 예언합니다.
 
예언의 타이머: 당신의 ■■, 단 한 번의 기회가 있을 겁니다.
 
*
 
::모든 진실을 목격한 에트,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하?
이성 1 감소
 
연구소는 결백합니다.
 
천장도, 바닥도 온통 하얀색이었습니다.
 
건조한 공기에는 날 리가 없는 소독약 냄새가 빽빽하게 차 있었고,
 
문득, 하인리히 장교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하인리히 장교 :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하인리히 장교 : 도밍게즈는 2053년의 새 계절을 맞을 거야. 그리고……
 
그 목소리는 예언의 타이머가 들었던 예언과 똑같았고,
 
에트는 다음에 올 문장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 : 눈앞의 이들이 그 증거지.
 
그가 그때,
 
에트의 어깨를 잡아,
 
한 발 앞으로 끌어냈었죠.
 
단순히 표면적인 행동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앞으로 끌어당긴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물밖으로…….
 
불쾌한 이야기니 여기까지 할까요.
 
하인리히 장교 : 지난 예언의 타이머는 매우 훌륭한 이였지.
 
하인리히 장교 : 눈과 귀가 밝고 입이 무거웠어.
 
하인리히 장교 : 무엇보다 가장 훌륭한 점은……
 
하인리히 장교 : 미래를 바꾸는 방법을 함께 점지받곤 했단 거야.
 
하인리히 장교 : 많은 이들이 세계 멸망의 예언이 예언의 탑으로부터 시작한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미래를 바꾸는 방법이란 건 이런 식이었던가.
 
눈과 귀가 밝고, 입이 무겁다는 것은
 
도덕과 정의의 죽음을 의미했던가.
 
전 세대 타이머는 어떤 심정으로 그 명령에 순응했는가.
 
자의였는가,
 
타의였는가.
 
진정으로 그들은 구원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던 걸까.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산재하고,
 
하인리히 장교 : DOT는, 타이머는 이미 그 미래를 알고 있었네.
 
하인리히 장교 : 그 예언이 퍼질 것도, 세계가 혼란스러워질 것도, 그리고……
 
하인리히 장교 : 새로운 구원자가 나타날 것마저도!
 
쏟아지는 깨달음이 선명했습니다.
 
신은 인간의 탄생을 확신합니다.
 
스스로 빚어낼 것이기에.
 
그렇다면 하인리히 장교가 그토록 확신에 차 있던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그들은 스스로,
 
카운터의 창조주를 자처했으므로.
 
깨끗한 대리석 벽면에 얼핏 인영이 비칩니다.
 
서 있는 것은 스물여덟 명이었는데,
 
비치는 것은 열네 명뿐이었습니다.
 
제대로 비치지 않는 쪽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가지고 있던 기억들은 무엇인가.
 
왜 축제에는 아는 이를 찾아볼 수 없었는가.
 
어째서 DOT에 도착한 이후로,
 
단 한 번도,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을 받지 못했던가.
 
그 모든 것의 답을 깨닫는 순간,
 
운명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래, 우리는 서로의 운명이었던 거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너를 위해 예비된 운명이었던 거지.
 
목전의 상황을 두고,
 
그것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까.
 
시간이 멈춰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내내 멈춰있었던 것이지만,
 
귀가 먹먹해서 유난히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므넬:.... ............. 이딴거. .... 이딴거! (안중에 뭐가 들어차지도 않은지, 손에 닿는 아무 물건이나 잡아 들어서 14개의 유리관을 향해 던진다.)
.... .... .... (차마 에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채 에트를 바라보았다.) ... 괜찮아?
 
에트:(자리에 서서 텅 빈 유리관을 바라본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끝내는 <제12시, 기억>, 그 네임텍이 시선이 미끄러지다가) ... ...남의 기억을 건드릴 때부터 알아야 했어. 내 기억 역시 건드려질 수 있는 것이라고. (힘없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다른 누군가의 잔재이고, 나를 이루는 시간도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었다면.) 므넬, ... ...난 뭐지?
 
므넬:... 반대로 기억을 조작 당하니까, 어머니의 기분이 어떨지 이해가 가? (그러나 실수는 물컵을 쏟는 듯, 물을 엎지르듯 일어난다. 결국 그에게 있었던 일들은 전부 조작된 일들이였으니까. 말하고 나서야 실수 했음을 깨달았다.) .........
.... 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정말 모르겠어서 묻는 질문이야? 아니면... 존재를 확신하고 싶어?
 
에트:... ...그렇다고 하면, 의미가 있어? 있지도 않은 존재의 기분을 이해하는 게. (옅은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새어나온다. 기억은 듬성듬성하다. 감각은 무디고, 반응은 더뎠다. 안일하게도 그 모든 것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어. 내 것이 아닌 기억 속에서도 나는 늘 대체품이었으니까. ... ... 그래. 이런 거구나. 그래서였을까?
그냥, 조금 허무하네. 응. ...그 정도로 잘 만들어졌어.
 
므넬:그 기억 때문에 지금껏 네 능력을 쓰지 않은 건 네 의지가 끼여있으니까. (흐릿한 웃음이 에트의 입가에 걸려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어나온 웃음만큼 미간에 힘이들어간다.) .... ..... 대체품이라고 하지마.
넌 .... 에트 모시네야. 너가 인정 못하더라도 난 그렇게 너를 부를거고, 널 책임져야하는 건 변하지 않았잖아. (고집이 세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자기가 사람을 이끌어야 속편하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멋대로 에트의 존재를 자신의 속에서 정의 내렸다.)
 
에트:있지, 어머니는 훨씬 나아보였어.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나는 그때부터 내 역할에 불만은 없었지만, 그렇게... 기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조용히 대꾸하고는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본다.) 므넬이 보는 나는 어떤데? ... ...이왕이면 그렇게 있을게. 계속 에트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 없어.
 
므넬:참으로 말 잘듣는 인형이네.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들었는지 삐죽거리며 웃었다.) 너.... '그렇게 해야하니까 그렇게 있어야 돼' 라던가, 네 의지로 내 옆에 있고 싶긴 한거야? 그렇지 않으면 결국 네 '기억' 의 연장선일 뿐이야. 진짜로 대체품인거라고.
 
에트:내 의지... 이전까지의 기억이 가짜라고 한다 해도, 적어도 너랑 보냈던 시간들은 진짜인 거니까. (어딘가 뾰족한 웃음을 보곤 고개를 기울였다.) 어차피 이전까지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면, 네가 아는 나에 집중하고 싶을 뿐이야. 이상해? ... ...
 
므넬:...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거였으면 됐어. (못되먹게 지었던 웃음이 그제서야 사그라든다.) 나도... 그 기억마저 잃어버리고싶진 않았나봐. ... 미안. 그렇게 말해서.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옆에서 도와줄게. (스스로도 무엇을 도와주어야할지 모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제 철문 너머를 봐야겠네.
 
에트:... ...안 잊어. 나한테 남은 게 얼마나 된다고. 잘은 모르겠지만 기억은... 쌓이는 거잖아. 그러니까 므넬은 옆에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고정되다시피 했던 시선을 그제서야 떼어낸다. 이내 철문을 돌아보더니 네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므넬:.... .... 응. (에트의 손을 잡으려다... 장갑을 벗은 채 맞잡아주기로 했다.)
 
::철제문은...단단히 잠겨 있어 열리지 않습니다.
카드를 태그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카드를 찾아야할 것 같은데....
 
에트:...애쉬 씨한테 없을까?... (다시 서성..서성...)
 
::애쉬씨 서성...서성....
서성... 서성....
어라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습니다.
 
에트:(쑤욱 빼본다..)
 
::사원증 하나와 담배 한 갑, 그리고 라이터를 얻었습니다.
이 사원증을 갖다대면 될 것 같아요.
 
에트:(사원증을 철문에 태그해본다.)
 
::철제문이 손쉽게 열립니다.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독약 냄새가 무척 짙고 온도가 서늘하기 짝이 없습니다.
 
추위가 뼈를 파고들 정도입니다.
 
이상한 약품과 수술대,
 
생체 바이오리듬을 확인하는 기계같이 수술실에서나 쓸 법한 장비들로 가득하고……
 
캐비넷 위에는 이상한 것들이 담긴 이 줄 서 있습니다.
 
에트:실험...하는 곳이겠지. (캐비넷을 슬쩍 열어본다.)
 
커다란 정사각형 칸이 여럿 나열된 캐비넷.
 
벽면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캐비넷을 열면 전 세대 타이머의 시체가 들어있습니다.
 
영상에서 보았던 대로 신체 일부가 없습니다.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2/26/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에트:어어...................
 
므넬:......
 
에트:(다시 닫는다..)
 
므넬:(옆에서 탁 닫아주려다가 멈칫함)
 
에트:전부 여기 들어있을 줄은... (병을 본다...)
 
손톱, 머리카락 따위는 티나지 않지만
 
눈, 손가락 같은 것들은 상당히 눈에 띄는 결여점이니까요.
 
 
 
선반에 세워진 유리병에는 끈적한 투명 액과 함께 이상한 것들,
 
눈동자라던가 내장의 어딘가,
 
혹은 뼈 같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그것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분명, 사람의 것이겠죠.
 
주인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병에 정확하게 쓰여 있었거든요.
 
6시, 8시, 11시라던가, 13시.
 
이름 따윈 없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 없었습니다.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참담함에 시선을 들자,
 
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흰 천장에는 검붉은 것들로 모독적인 무언가가 쓰여 있습니다.
 
읽을 수도, 깨달을 수도 없는 글자와 무늬입니다.
 
어떤 주문처럼,
 
주술처럼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곳곳의 풍경이 참담합니다.
 
할 말을 찾기 어려워 숨을 크게 들이켰을 때,
 
소독약 냄새 대신
 
새파란 장미 향기가 흠뻑 폐를 파고들었습니다.
 
질식할 것처럼 짙은 향기는 엊그제 맡았던 그것과 똑같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다시금 새파란 장미로 장식한 아치문이 서 있습니다.
 
멀찍이 서 있는 이들을 유혹하는 것처럼 장미 향기가 짙어지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너울, 너울 꽃송이가 흔들립니다.
 
이번엔 또,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요?
 
에트:...찾았다.
 
므넬:우리를 세빠지게 고생시켜놓고 이제 나타나네.
 
에트:......이게 멸망에 대한 답이 될까?
 
므넬:글쎄.... 세계 멸망에 대한 답은 못된 것 같은데.
원인만 알아낸것 같기도.
 
에트:원래 죽어갈 운명이었으니까. 답이 없을지도 몰라.
 
므넬:그럼 결국 멸망이 답인거잖아....
.... 일단 넘어가볼까? 어딘가로 데려가주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에트:예습하기를 잘 했네. (고개를 끄덕이곤 네 손을 고쳐잡는다.)
 
므넬:............. 이럴때를 위한 예습? (약간 얼빠짐)
 
에트:...어... 별로면 두번째 연습으로.
 
므넬:(하.....잠깐 하늘봄.) 됐어 이 두부야. 빨리 따라와. (손잡은 채로 아치를 넘어갑니다.)
 
기적과 같은 존재가 기적 아래를 건넙니다.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숙이고 아치문을 넘어서면
 
그곳은……
 
코마니 호수였습니다.
 
검게 물들어 있던 호수가 달빛을 받아 순간 반짝이고,
 
종이꽃의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축제가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둠은 물러가고 희고 투명한 물결이 찰랑거립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에요.
 
분명히, 수면의 색이 밝아옵니다.
 
둥글게, 둥글게,
 
원만한 원을 그리며 물결이 칩니다.
 
호수 바닥이 반짝이는 것과 동시에
 
종이꽃이 소금기에 녹아 물속으로 스며들고……
 
므넬과 에트는 호수 아래에서, 어떤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수도입니다.
 
꽃가루가 흩날리고,
 
사람들이 환호하며 웃고 떠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상태로’ 멈춰있습니다.
 
호수에 비춰야 할 것은 밤하늘이어야 하는데,
 
믿을 수 없게도 그곳에는
 
어젯밤 무대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니,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무대 뒤에,
 
원래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시계탑이 서 있어요.
 
광장에 서 있는 그 시계탑입니다.
 
에트의 시선을 느낀 것처럼,
 
호수 속의 시곗바늘은 보란 듯이 움직입니다.
 
결국, 닿은 곳은 정확하게 12시 정각입니다.
 
그 순간 다시 꽃가루가 흩날리고,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듭니다.
 
본능적으로 시선이 위를 향했습니다.
 
광장의 시계탑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바늘은 11시와 12시 사이에 애매하게 멈춰있습니다.
 
호수 아래의 세계는 여전히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화려하게 춤을 춥니다.
 
자정을 기점으로 풀리는 마법이라니.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시계의 바늘을 움직이면 무언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시선이 바삐 오갑니다.
 
물론 세계를 구하고 싶은가, 아닌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에트:... ...구하고 싶어?
 
므넬:... 너는?
 
에트:다음이 있다면... 네가 될 거야.
우리는 '이번 대'니까.
그래서 모르겠어. ...내키지 않을지도.
 
므넬:.... 내가 된다는 건, 무슨 뜻이야?
 
에트:시곗바늘을 멈추려고 그들이 한 짓들. ...같이 봤으니까.
 
므넬:시곗바늘 자체는 DOT이 멈추게 한 것 같진 않아. 멸망을 막으려고 에트 너까지 만들었으니까.
오히려... 기적의 경위를 알게 하려고 세계가 일부로 시간을 줬다거나... 가 가까울지도.
...혹시 제대로 알고있는거였다면 미안.
 
에트:적어도 세계의 시곗바늘은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어. 멸망으로 향하는 거니까, 우리가 바라는 쪽은 아니었지만.
...순리라고 할까. DOT가 막으려고 한 것 말이야.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몰라도 지난 대 타이머들이 쓰였고.
오늘을 막아도 다시 반복될지도 모르니까... 묻고 싶었어.
 
므넬:....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네. 다음은 내가... 전 세대 타이머들처럼 희생당해서 '다음 카운터' 의 재료가 될거라는 뜻이였구나.
순순히 그녀석들한테 당해줄까봐? ... 내 몸에 손대기도 전에 그녀석들의 기억을 조작해 버릴거야. (기억 조작 능력도 에트가 있어야 겨우겨우 쓰는 주제에 말은 잘했다.)
별로 두렵진 않아. 설마 살아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그러겠어? ... 그리고 이 악질적인 사태에 대해서 따져보고 싶기도 하고. .........지금은 못하겠지만.
... 설마 에트 넌 두려워? 다음 카운터의 제물이 될까봐?
 
에트:씩씩하네, 므넬. (그렇게 말하는 너는 생각 외로 겁도 많고, 작은 온기에도 부끄러움을 쉽게 타며, 곧잘 긴장하는 평범한 열일곱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옆을 보면, 네 성격을 대변하듯 꼿꼿히 편 등만큼은 여느 시곗바늘만큼 곧아 조금 웃음이 나왔다.) ... ...나는 그냥... 걱정이 됐을 뿐이야. 네가 그렇게 되는 건 보고 싶지 않거든. 그럴 바에야 이대로 멈춰있는 세상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비록 아무것도 쌓이진 않고, 기억되지도 않겠지만.
두렵지 않다면... ... 같이 구원자가 될까? (사명감, 포부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맥 빠지는 물음이다.)
 
므넬:.... 좀 못 미더운 면을 자주 보여주긴 했지만 겨우 지하실에 있는 그따위 일로 두려워하지 않아. .... 솔직히 나의 일부로 세계멸망을 막을수 있다면... ... 어쩐지 나도 그런 선택을 했을 것 같아. 그리고... (그러는 상대는 확실히 두부같은 면이 있는 소년이였다. 무르고, 더디고, 이따금씩 바람이 부는대로 팔랑이는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의 뚝심이 있어 뽑히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렇게 결국엔 위로를 받게 해주는 파트너였다.) 아까워. 아깝고... 미안하잖아. 널 구성하는 기억들을 새로 채워주기로 했는데, 이건 나한테만 좋은 일이고. ...
.... 너무 가볍게 말하는거 아니야? 그래도 괜찮네. 무게감같은거 없으니까... 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어서. (시곗 바늘에 손을 뻗은 채 기다린다.)
 
에트:(너에게는 너의 강한 면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무른 면이 있다. 그리고 너에게는 너의 연함이 있을 것이고, 나에게도 나의 단단함이 있겠지. 길지 않은 시간 너에 대해 알게된 것들을 곱씹어본다. 아직 알지 못하게 된 것들에 대해서도. 그래, 멈추기엔 아쉬운 일들.) ... ...그렇네. 시간은 아까운 거였지. (더욱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을 테니까.)
초침 한 칸이면 세계를 구한다니... 실감이 잘 안 나서. (그대로 손을 뻗어 네 손 위로 시곗 바늘을 겹쳐 쥐었다. 다음 칸으로 부드럽게 밀어내는 손길에 걸리는 것은 없다.) 무겁게 느끼지 마. 바늘도 가벼운 걸.
 
므넬:(만들어진 운명이더라 하더라도, 함께 있으므로 단단해질 수 있었음을. 인연이라는 것은 운명보다도 더 질긴 것이었음을.) 응. 시간도, 기억도.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니까.
마주잡은 손이 조금 무거워서. (어깨를 툭, 하고 네쪽으로 붙었다.) 이 시간이 흐르게 된 이후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만들자, 에트.
 
바람이 멈춘 바늘을 떠밉니다.
 
손을 겹쳐 시간을 되돌리자,
 
그제야 시계가 정각을 알리며 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세계가 순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두웠던 밤하늘은 급격하게 색을 바꾸어
 
청명한 새벽이 되었다가
 
새파란 아침이 되고,
 
자줏빛 노을을 지납니다.
 
재빠르게 회전한 도밍게즈가,
 
다시금 어두운 밤하늘을 드리웠을 때,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크기의 달과
 
다른 위치의 별이 머리 위에 찾아옵니다.
 
눈을 깜빡이면,
 
다시 무대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향한 환호성이 객석에서 터져 나옵니다.
 
무대 위건 뒤편이건,
 
그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시간이 멈추기 직전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구원자의 이름을 부르짖고,
 
두 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합니다.
 
누군가 놓친 풍선이 저 멀리,
 
하늘 위로 두둥실 날아오릅니다.
 
익숙한 밤하늘을 가르는 풍선은 붉은색.
 
너머에 뜬 별은 마냥 희고 곱습니다.
 
세계를 구원한 것을 후회하고 있나요?
 
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할지언정……
 
현실은 이토록 당신에게 다정해요.
 
구원받은 것들은 구원자를 잊었지만,
 
그럼에도 맹목적으로
 
므넬을,
 
에트를,
 
타이머와 카운터를 사랑합니다.
 
눈 아래 사람이 가득한 탓에 광장의 시계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1년은 366일이 되어버렸고,
 
하루의 여백은 온전히 우리의 것입니다.
 
세계는 당신에게 구원받았습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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