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지가 덜 깬 눈으로 커튼을 열어 밖을 확인하면...
잠옷 차림의 레이야입니다. 어째서인지 귀와 꼬리가 돋아, 요괴임을 숨길 생각이 없는 상태네요.
레이야가 이곳으로 건너온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평범하게 ‘인계’의 ‘인간’인 척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학교에서 걸핏하면 이상한 능력을 사용하고, 귀나 꼬리를 꺼내는 바람에 얼마나 곤란했던가요!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야는 태연한 표정으로 창문에 걸터 앉습니다.
반대편 손에는 축제 때 사용하는 붉은 등불이 들려 있습니다.
타츠야 슈지:뭐야, 몇 시야... 잡혀가려고 그러고 있어? (그대로 잡아 끌려다가 어깨 너머를 흘끗 본다.) 뒤?
레이야:누가 어떻게 날 잡아가? (굳이 꼬집으며)
평범한 주택가는 사라지고, 거대한 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타츠야 슈지:
SAN Roll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레이야:백귀야행이야. 왜 인계에서 이런 게 펼쳐지는진 모르겠지만. 꽤 반가운 얼굴들이 있길래… 너한테도 일러줄까 해서.
타츠야 슈지:저, 저게 뭐야... (한밤중에 기겁하는 고딩... 어깨 너머로 보고 있었으나 이제 너를 가림막 용도로 쓰고 있다.) ......잠깐, 여기 인계야? 요계?
레이야:(절 가림막으로 쓰는 네 모습에 잠시 눈 가늘게 떴다가) 여전히 인계거든.
요괴들이 집단으로 나타나는 걸 부르는 말입니다.
나타난 요괴들은 떼를 지어 다니며 주변에 해를 끼친다고도 하죠.
주문이나 경전을 외워 요괴를 내쫓는 전설이 많습니다.
레이야:겁먹지 말고. 너도 한번 껴보지 그래? (팔짱낀 자세로 무심하게. 백귀야행 무리 고갯짓)
타츠야 슈지:나를 아주 요괴들한테 갖다 바치는구나...... (이런 말을) 요괴들이 이렇게 떼거지로 인계에 와도 돼?...
레이야:(뭐라는 거야? 요놈이. 잠옷 품에서ㅋㅋ 부채 꺼내고 네 머리 약하게 툭 치며) 아니, 안되지. (태평~) 나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시공간이 뒤틀린 걸 거야. (흠... 밖에 요괴들 한 번, 그리고 슈지를 한번 번갈아 응시)
흔치않은 기회인데 구경해 보는 건? (사실 본인이 가고 싶은 건지 지이이... 수동적 요구 눈빛 보냄)
타츠야 슈지:그렇게 태평하게 말할 일이냐고... (투덜투덜) 그럼 나 또 요괴 행세 해야 해? 뭐, 할배가 책임지고 지켜주겠지~.. (둘둘 이불말이 하고 있다가 허물을 남기고 벗어나며) 너도 백귀야행인가, 뭔가... 이전에 낀 적 있어?
레이야:(네가 벗은 이물 허물 눈에 담았다가 혀 끌끌 참. 이어진 물음엔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양 비음을 흘립니다.) ...뭐, 예전에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이내 네게 더 가까이 오라는 손짓 까딱)
타츠야 슈지:(슬금슬금) 같기도 하고는 뭐야.
슈지가 응한다면, 레이야는 슈지 몫의 등불을 만들어줍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그는’ 요괴 가면’을 만들어내 슈지에게 씌워주고, 자신도 착용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정체불명의 연기가 두 사람의 주위를 휘감습니다.
연기가 걷어지면 어느새 잠옷은 가면에 어울리는 근사한 축제 옷이 되어있습니다.
타츠야 슈지:(이야~) 요력 아직 짱짱한데? (치렁치렁해진 소매를 들어본다.) 언제 봐도 적응 안 되네.
레이야:(어떻게 이 놈은 말 하나하나가 다 예의 없어 보이지? 삐딱해진 표정으로 널 주시하다 됐다는 양 한숨 한 번 푹. 그리고 네 쪽으로 손을 내밀어요.) 준비됐으면 가자.
타츠야 슈지:뛰.. 뛰어내려? (조금 쫄았다. 옷을 한번 여미고 네 손을 꽉.. 붙잡는다.)
레이야:뭘 겁먹어? 내가 잡고 있잖아. (니가 뭘 알겠어 요괴야.)
레이야:(안 잡은 손으로 부채 꺼내서 머리 침)
레이야:흥... (네가 뭔 말하기도 전에 뛰어내리기)
우글우글한 요괴들은 각자 등불을 든 채 시시덕거리면서 걷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슈지는 익숙한 얼굴의 요괴들을 발견합니다.
타츠야 슈지:엥...? (옆에 레이야 돌아봄)
몇몇은 슈지의 기억 속에 있는 모습보다 훨씬 더 어려 보입니다.
레이야는 슈지의 입장에서 볼 때 중학생으로 보일 정도?
100개에 달하는 등불이 어둠 속에서 선을 그리며 이동합니다.
레이야:...과거의 우리네. 역시 이계와 인계의 시공간이 뒤틀려서 섞인 모양이야. (잠시 눈가 찌풀이다가)
내버려 두면 영영 되돌리지 못할지도.
그거 큰일이네요. 이대로라면 슈지의 일상이 완전히 부서져 버립니다!
타츠야 슈지:......되...돌리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
이대로 행렬 틈에 끼어있다고 해서 답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야는 드물게 들뜬 얼굴입니다.
레이야:뭐, 일단 따라가 봐. 시공간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원흉은 금방 찾아낼 수 있겠지. (되돌리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말 안해준다.)
타츠야 슈지:어떻게 되냐고... 야아...... (착실히 따라걸으며 작은 레이야 다시 쳐다본다..) 쟤는 몇 살이야?
레이야:...몰라. (괜히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서 눈 돌리며) 너무 뚫어져라 보지마. 날 알아보면 안된단 말이야.
타츠야 슈지:자기랑 똑같은 사람을 마주치면 죽는다는... 인계의 괴담?
레이야:뭐, 비슷하긴 하네. 죽는 수준까진 아니겠지만... (어깨 으쓱)
짧은 이야기를 나누다 레이야는 ‘아무튼 궁금한게 있으면 다른 녀석한테 물어봐.’ 라는 말을 남기고 주변 요괴들을 구경합니다.
타츠야 슈지:(타타에게 슬쩍 다가가본다...)
덩치도 조금 더 작고, 인간보다 고양이에 가까운 얼굴입니다.
타츠야 슈지:(역시 누구랑은 달리 사교성이 좋네...) 저어...
타타:(친구들과 조잘조잘 떠들다말고 깜짝) 으응...? 처음보는 형아네?
타츠야 슈지:(형아 아닐지도 몰라...) 아~ 좀 멀리서 와서. 다들 어디 가는 길이야?
타타:으음~ 저도 부모님한테 들은건데! 시공간이 뒤틀려서
길의 끝에 향하고 있대요. 그곳에 시공간을 뒤튼 자가 있을거라고~ (들고있던 등불 흔들흔들)
타츠야 슈지:어엉. 그거 다들 알고는 있었구나. (삐질) 길의 끝까지는 얼마나 걸린대?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여우 요괴, 미호입니다.
아직 영월호에 입학하지도 않은 어린 요괴네요.
시끄럽고 땍땍거리던 모습과 달리, 주눅 들고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부모님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미호:꺄아앗?! (화들짝 놀라며 부모님에게 안김)
타츠야 슈지:(완전 마마걸이네 이거) 아니, 누가 뭐랬냐고... (멋쩍다.)
요괴:어머, 미안해~ 우리 미호가 낯을 많이 가려서... (미호의 부모님이다)
처음 보는 요괴구나. 궁금한 게 있니?
타츠야 슈지:음... (...) 미호가 얼굴이 영 죽상이길래, 왜 그런가 궁금해서요.
요괴:걱정해준거니? 착해라~ (복복밖빡 쓰다듬어줌) 백귀야행은 처음이라 그래. 이렇게 말하는 우리도 처음이지만 (후후 웃음) 등불은 잘 가지고 있니? 시공간을 뒤튼 자에게 바치는 공물이니까 소중히 해야한다?
타츠야 슈지:(아. 복복밖빡 쓰다듬당함) 이거요? (등불 들어올린다.) 시공간을 뒤튼 사람이 누군지 다들 알고 있어요?
요괴:(어깨 으쓱) 그건 모르지만, 아마 무척 강력한 요괴 아닐까?
타츠야 슈지:그렇구나... (미호 봄... 얘는 영월호 가서 성격이 변한건가?) 넌 학교 가서 친구 좀 골라 사겨. (늑대인간, 도깨비불같은 것들이랑 놀지 말고.)
미호:(느닷없는 훈수질에 귀 쫑긋. 부모님 뒤에 서서 널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만 연신 끄덕입니다.)
타츠야 슈지:(바보네.. 머리 푸닥 헤집고 쿠라마 할멈에게 가본다.)
가마를 타고 담뱃대를 문 구미호 요괴, 쿠라마입니다.
외형은 예전에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다른 요괴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습니다.
슈지와 눈이 마주치면, 어쩐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윙크해줍니다.
말을 채 걸기도 전에 쿠라마가 탄 마차가 멀리 떠납니다…
(역시 점쟁이?)
아 나 쟤 싫은데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다들 접근하기 힘든 듯, 홀로 떨어져서 걷고 있습니다.
인계와 이계가 섞여버린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못마땅한 티를 팍팍 내고 있습니다.
아, 방금 어깨가 부딪친 다른 요괴에게 화풀이하고 있네요.
레이야:저런 면이 있었지. (이쪽은 이채 쪽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도로 고개 돌림)
타츠야 슈지:어떻게 친했지 둘 다 성격이 보통이 아닌데
레이야:(누구보다 빠르게 소매 품에서 부채 꺼내고 슈지 춉함)
넌 그 예의없는 말본새를 어떻게든 해봐
타츠야 슈지:(저 부채 내가 언젠가는... ㅂㄷㅂㄷ)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도로 소매품에 넣어지는 부채입니다.
타츠야 슈지:나 쟤한테 말 걸면 안돼? (어린 레이야 가리킴)
지금보다 앳된 표정의 어린 레이야는 조금 우울한 표정입니다.
타츠야 슈지:(저벅저벅 어린 레이야한테 가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어린 레이야는, 다가오는 슈지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 어깨를 들썩입니다.
타임 패러독스라거나, 도플갱어끼리 마주치면 죽는다거나,
서로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인식하면 안 된다거나….
대충 그런 사유로 레이야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어린 레이야:...너 뭐야?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가늘게 뜬 눈으로 널 주시하다가) ...선생? (라고 중얼거립니다.) 아니, 다른데... (ㅈㄴ 무례하게 네 주변 빙빙 돌면서)
타츠야 슈지:(아 정신 사나워.. 손바닥으로 이마 텁 막음) 선생은 어디있어? (이때도 없었던 건가...)
어린 레이야:으앗..! 뭐하는 거야!! (이마 텁, 막아지면 신경질적으로 네 손 잡아서 내림. 이어 선생의 이야기가 나오면 우울...암울 표정)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성질내며 걷다가 점점 발걸음이 느려지고... 등불 질질질..)
타츠야 슈지:와... 승질 여전하네. (중얼... 다시 졸졸졸 따라간다.) 그거 공물이라니까? 질질 끌면 안된대.
어린 레이야:(네 말에 삐쭉.) 넌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네 얼굴 빤히....바라보다가 '쳇'하고 혀를 가볍게 차며 등불을 들어올립니다.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로 네 옷깃 콱, 잡음) ...너 선생이랑 닮았어.
생긴 것도, 분위기도, ... (꽉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서서히 풀리고) ...됐어. 이래봤자 선생은 날 보러 와주지도 않는데. (다시 암울.. ㅋㅋ)
타츠야 슈지:그래? 그런 말은 많이 들었어. 선생이랑은 내가 좀 긴밀한 사이거든. (사실 그렇게 긴밀하지도 않지만... 시간 차이 때문에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그래서 잔뜩 삐진 거야? 꼬맹이. 선생이 그렇게 좋았냐...
어린 레이야:(퍼뜩 고개 돌려서 너 바라봄) 선생과 긴밀한 사이라고? 네가? (잡고 있는 옷깃 쭉쭉 잡아당기며) 삐진거 아냐! 그냥, 그냥... ...그간 떠나고 싶었던 거라면, 인사 한 번만 하고 싶었을 뿐인데. (중얼........)
타츠야 슈지:엉... 아마도? (뭐 딱히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 나름 혈연이니까.) 떠나고 싶었는지, 갑작스레 떠나야 했는지 어떻게 알아? 선생이 들으면 섭하겠네.
어린 레이야:...왜 아는 척이야? (하지만 맞는 말이다. 좀 찔렸는지 괜히 네 시선 피하는 양 고개 돌렸다가)
야, 백귀야행 동안 옆에 있어도 돼? (라고 말하지만 네 옷소매 잡은 손을 풀지도 않음)
타츠야 슈지:(저 멀찍이 큰 레이야 쳐다봄...)
레이야:(필사적으로 가면으로 얼굴가리고 있다가 네 시선 느낌...) ...알아서 해.
어린 레이야:(쟨 누군데? 역시 익숙한 느낌이다 -당연함 본인이니까- 큰 레이야 ㅋㅋ 슬쩍슬쩍 바라보다가 고개 끄덕)
타츠야 슈지:내 일행. 성격도 엄청 더럽고 까탈스로운데다 유치한데 실은 나이도 되게 많은 할배야. 꼬장꼬장하지, 아주...... (이틈타서 레이야 본인에게 본인 욕하기)
레이야:(이 자식이? 어린 레이야 앞에서 부채를 꺼낼 순 없어서 손으로 침)
어린 레이야:왜 같이 다니는데? (이해못해 표정~)
어린 레이야:뭐야... 너 되게 약하구나? 선생같네. (이딴말 ㅋㅋ)
어린 레이야:너 왜 아까부터 아는 척인데! 선생이랑 친하면 데리고 와!! (잡은 소매 짤짤짤)
타츠야 슈지:흥ㅋ (코웃음) 선생은 약해서 안돼... (먼 산봄)
그렇게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은 백귀야행을 함께 하게 됩니다.
레이야, 그러니까 더 큰 쪽의 레이야는 가면을 쓰고 있어 표정을 짐작할 수 없네요.
검은 우주처럼 일렁이던 배경은 초록색으로 물들고, 새가 지저귑니다.
향긋한 풀내음과 함께 산속 풍경이 펼쳐집니다.
대열은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평지를 걷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끝없는 계단을 걸어야 한다니….
주변 풍경을 눈에 담는다면, 평화롭고 잔잔해 삼림욕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계단의 양옆은 섬세한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조각상을 살펴보며 앞으로 걷다 보면,
타츠야 슈지:
듣기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실패 |
모처럼 평화로운 곳에 도착했는데, 마음 놓고 쉬는 기분은 못 느끼겠어요.
잠시 후, 오른편에서 수풀을 헤치고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베일로 얼굴을 가린 자는,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자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품위가 넘치며, 고아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타츠야 슈지:
지능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87 |
| 판정결과: |
실패 |
그는 뚜벅뚜벅 대열 안으로 걸어들어와, 슈지 일행의 곁에서 함께 걸어갑니다.
남자:걷다 보면 힘들지 않으십니까. 쉬엄쉬엄 걸어가지요.
슈지가 등불이 없는 점을 지적하면 남자는 조용히 웃을 뿐입니다.
남자:실은, 저는 이 대열에 끝까지 함께할 수 없습니다. 이 신사를 벗어날 수 없는 몸이거든요.
그리 말하는 남자를 다시 보니... 신사에서 일하는 신관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남자:비통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길의 끝에
그 사람이 있을 게 뻔한데, 저는 갈 수 없다니….
타츠야 슈지:어... 이 길의 끝에는, 시공간을 뒤틀어버린 사람이 있다던데요. 아시는 분이세요?
슈지가 그 사람, 혹은 자세한 사연에 관해 묻는다면, 남자는 안타까운 어조로 말합니다.
베일로 가려져 표정을 알 수 없지만, 분명 무척이나 괴로운 표정이겠죠.
남자:...물론이지요. 제게는 평생을 약속한 정인이 있습니다만, 목숨이 끊겨 더는 만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인은 제 죽음을 알지 못한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이 길의 끝에서 말입니다.
타츠야 슈지:
지능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남자의 사연이 그 내용과 무척 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남자:하다못해 제가 죽었다는 사실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이렇게 길이 열린 건 처음입니다.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 부탁을 하나 들어주실 수 있으신지요.
타츠야 슈지:... (당연히 전설인줄만 알았는데.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인 거지? 남자를 물끄러미 본다.) 어떤 부탁인데요? 저 별로 말재주는 없는데.
슈지가 이에 응하면 남자는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품에서 얇은 종이봉투를 한 장 꺼내 내밉니다.
종이봉투는 한없이 가벼워 무엇이 들었는지 전혀 짐작 가지 않습니다.
남자:이것을 전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타츠야 슈지:뭐, 그 정도라면. (종이 봉투를 품속에 넣는다.) 이거면 더 기다리지 않으시는 거죠?
남자:...예, 분명. 제 정인은 이해해줄 것입니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슈지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어린 레이야는 이 모든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이윽고 행렬이 계단의 끝에 도달할 무렵, 신관은 대열에서 이탈해 조용히 슈지와 레이야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 요괴가 토리이를 통과하면, 주변 풍경이 또다시 변화합니다.
다만 사람의 흔적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며,
슈지를 제외한 인계의 주민들 역시 다른 곳으로 흘러가 버린 걸까요?
주택가를 지나칠 무렵, 몇몇 요괴들이 창문을 깨며 장난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슈지는 가서 요괴들을 꾸중하거나 훈계를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타츠야 슈지:야! (훠이훠이) 저리가, 저리. 그거 다 남의 집 자산이야.
어린 요괴: 에이씨... 뭐야? (안가고 버팀)
(계속 장난치며ㅋㅋ)
타츠야 슈지:어쭈. (직접 나..서진 않고 레이야 등 떠밈) 가라, 할배. 꼰대력을 보여줘.
레이야:;; 슈지 너, 이럴 때만 나한테 떠밀고;;;
타츠야 슈지:애 앞에서 모범을 보여. (어린 레이야랑 나ㅋㅋ)
대뜸 어린 레이야가 두 사람 앞을 가로막고 섭니다.
어린 레이야:야, 여긴 이계도 아닌데 멋대로 굴지 말지?
요괴들은 어린 레이야의 기개ㅋㅋ에 기가 눌렸는지
타츠야 슈지:(역시 어릴 때부터 남다른 꼰대력)
어린 요괴: 아, 알겠다구... 안하면 되잖아!
타츠야 슈지:(박수) 훌륭한 꼰대력이었다...
그 와중에 어린 레이야는 문득 입을 떼고 묻습니다.
어린 레이야:선생도 이곳에 있는걸까. 인계에 대해 종종 듣곤 했거든.
어린 레이야:...뭐, 그냥. 자기 고향이라느니 그런 얘기.
타츠야 슈지:흐음..~ 너는 인계에 오는 건 처음이야?
어린 레이야:내가 인계에 갈 일이 뭐가 있어? (처음이라는 뜻) 애초에 가는 것도 어렵고...
이내 어린 레이야는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며 질문을 던집니다.
어른 레이야는 들통날 걱정을 하는지, 비교적 말수가 적습니다.
어쩌면 어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과거의 향수를 느끼는지도 모르죠.
타츠야 슈지:......호기심 천국이네. (가리키는 것들 하나씩 알려주고 아이스크림... 살 수 있나?)
(안찍었어 그런거)
(행운으로해주라제발)
재력
| 기준치: |
0/0/0 |
| 굴림: |
84 |
| 판정결과: |
실패 |
(굴리나마나라고)
타츠야 슈지:(잠옷바람으로 누가 돈 갖고 나오는데,)
음...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지갑을 안챙겼네요
레이야의 경우 인계의 돈을 가지고 다는 편이 아니니..
슈지가 만일 어린 레이야에게 상세하게 가르쳐준다면, 어린 레이야는 신기해 하다가도 의문을 품고 묻습니다.
타츠야 슈지:......선생한테 들었어. (다시 먼 곳 봄)
어린 레이야:선생이....? (존나 의심스럽다는 눈하다가... 뭐 선생이랑 아는 사이의 요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납득)
잘 넘어갔지만, 어린아이의 예리함은 만만하게 볼만한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습니다.
타츠야 슈지:(뭐 얘한테는 딱히 들켜도 되지 않나? 선생부터가 인간인데)
요괴들은 불이 꺼진 도심 한가운데, 붉은 불이 켜진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널목을 건너갑니다.
타츠야 슈지:이러다 새벽 도로를 달리는 차에 치이는 거지... (중얼중얼)
강한 요기를 감지한 건지, 행렬이 지나가는 곳의 가로등은 고장 난 것처럼 점멸합니다.
시멘트는 독기에 녹아버리고, 가로수가 시듭니다.
백귀야행이 옮겨간 장소마다 엉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행렬에 있던 요괴 중 하나가 가판대를 펼쳐 들고 다니며 간식을 판매합니다.
당연히 대부분이 도마뱀 구이나 메뚜기 튀김 같은 것들이지만,
레이야:둘 다 약과면 되지? (ㅈㄴ자연스럽게 돈내고)
(ㄴㄴ 이미 냄)
먹어. (슈지한텐 손수 입에 집어넣어주는 서비스까지)
타츠야 슈지:넌 왜 아직 그 돈을 가지고 다니는데? (읍)
레이야:버리긴 아깝잖아. (대꾸하며 어린 레이야 손에 약과 후두둑)
어린 레이야:(쭈뼛..거리다가 약과 받아들고 먹음 냠냠)
달콤한 간식을 물고 주변을 둘러보면, 검은 하늘, 어두침침한 거리, 빼곡한 요괴들,
어린 레이야, 슈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비현실적으로만 와닿습니다.
그리고, 행렬은 마침내
길의 끝에 도달합니다.
또다시 새빨간 토리이, 그리고 신사가 일행을 반깁니다.
특이하게도 토리이가 거꾸로 뒤집힌 채 매달려 있습니다.
타츠야 슈지:
SAN Roll
| 기준치: |
59/29/11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름다운 연못 위로 붉은 다리가 세워져 있습니다.
하늘은 고요하며, 인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요괴들은 걸음을 멈추고 들고 다니던 등불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그러자, 마치 하늘 위로 연을 날려 보내듯 등불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하나하나가 검은 물을 헤엄치는 금붕어처럼 살랑이며 떠오릅니다.
레이야:(들고 있던 등불 떠나보내며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가면 쓰고 있어서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너네도 보내라는 양 바라봐요)
타츠야 슈지:(너를 따라 등불을 허공에 띄워 보낸다.) 나, 이것 말고도 전달해야하는 게 있는데.
그렇네요. 품에 넣어 놓았던 신관의 '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슈지의 등불은 이미 허공으로 떠나버렸네요.
아직 등불을 보내지 않은 어린 레이야에게 부탁해야겠습니다.
타츠야 슈지:아까 너도 들었지? 신관의 얘기.
타츠야 슈지:그래. 이 등불은 전부 그 사람에게 가는 것 같으니까... (등불 안에 편지를 쏙 넣는다.) 이렇게 하면 전해질 거야.
어린 레이야:(제 등불 안에 넣어진 편지를 한 번, 그리고 슈지를 한 번 응시합니다.) ... 이걸 정말 보내도 괜찮은거야? 이걸 보내면 알게 되는 거잖아.
..기다리던 그 사람이 죽었다는 걸.
나라면... (...말끝을 흐린채로 이어질 말을 내뱉지 못합니다.)
타츠야 슈지:...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여전히 손에 들려있는 등불을 내려다본다.) 그럼 영원히 기다리게 될 텐데.
어린 레이야:...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잖아. (네 눈치를 슬쩍 보다가 이내 시선을 피해버립니다. 어쩐지 선생에게 혼이 나는 기분이 들어서요.)
타츠야 슈지: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역시 싫은 것 같아, 한 사람만 기다리는 건. (수많은 등불로 채워져 흡사 환한 낮과 같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렇게 가득해도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올 걸. 빈 자리 하나만 생각하느라. 정말 없다고 생각하면 꽤 허전할지도 모르지만... 계속 비워두는 것보다는 덜 쓸쓸하지 않으려나. ...그리고, ... (옆을 흘긋 돌아본다. 아마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겠지.) 생각보다 편해보이거든, 누군가를 떠나보낸 얼굴도.
어린 레이야:(네 말에 그제야 하늘을 수놓은 등불들을 제대로 눈에 담습니다. 그러길 잠시, 등불을 잡은 손을 연신 꼼지락거려요.) ...잘 모르겠는데. 난 아직 기다림을 멈추는 게 더... (괴롭단 말이야. 그리 말하려던 입술이 다물어지고 도로 고개를 내려 널 응시합니다. 너도,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녀석도.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요.)
...됐어. 이 편지를 전해주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괜히 뚱한 목소리를 내며 등불을 천천히 들어 올립니다.) 그냥 조금 신경쓰였던 거 뿐이고...
타츠야 슈지: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나도 몰라.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을 우선해야 할지, 전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우선해야 할지... 그런 건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 (주저하는 듯한 모습에 한 손으로 네 두 손등을 받쳤다.) 레이야. 만남의 끝에는 이별이 있고, 떠나는 게 있다면 남는 게 있더라. ...그렇다면 기다림의 끝에도 무언가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질문을 끝으로 가볍게 등불을 밀어 올렸다. 하나의 빛이 유영하듯 하늘로 떠오른다.) 그게 어떤 건지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분명.
등불이 차츰차츰 멀어져 보이지 않게 될 무렵,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요괴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비를 피할 곳을 찾습니다.
얇은 무녀복을 입은 여인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적힌 내용을 눈으로 쓰다듬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줄곧 그곳에 있었군요.” “아직도 저를 잊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로….”
닿을 리 없는 목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집니다.
뒤틀린 혼란이 가라앉고, 시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백 마리 남짓의 요괴들이 하나씩 사라져갑니다.
이제 슈지는 레이야와 함께, 원래의 평온한 인계로 돌아갈 것입니다.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어린 레이야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슈지에게 묻습니다.
어린 레이야는, 직감적으로 이제 이별임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슈지는 돌아가면 만날 수 있는 여타 요괴들과 다르다는 걸요.
그는 슈지가 완전히 멀어지기 전에 손을 붙잡고,
어린 레이야:이게 내 욕심일지도 모른다는거 알아, 그렇다해도...!
..기다리고,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
오래 기다릴 수 있어. 참는 건 잘하니까.
기다린다고 만날 수 있다면, 난 언제까지나 기다릴 거야.
타츠야 슈지:(나는 그 대단한 선생이 아니다. 네가 기다리는 사람 역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니 이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이 나여도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응. 신목에서 기다려. ...반딧불이는 놓치지 마, 그냥 오래 보고 싶어해. 참지 말고 그리워해도 괜찮아.
(그래도,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리움에 이름을 붙여준 사람.)
세상에는 인연이라는 게 있어. 정말로.
(네 기다림의 끝에서, 그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겠지.)
그러니까, ......너도 같이 믿어줘.
빗물에 휩쓸려 지면과 하늘의 경계가 흐려지고,
굉장히 슬픈 목소리였지만, 그건 결코 나쁜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비통한 이야기는 이로써 평온하게 끝을 맞이합니다.
슈지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처음 눈을 떴던 침대 위입니다.
레이야는 여전히 가면을 쓴 채로 슈지의 머리맡에 앉아있습니다.
레이야:너도 같이 믿어줘. 인가, …말은 잘해가지고.
그는 슈지가 마지막으로 어린 레이야에게 해준 말을 똑같이 읊곤,
타츠야 슈지:글쎄... 너라면 뭐라고 적을 건데?
레이야:질문에 물음으로 답하면 어떡해? (어처구니...) ...글쎄, 나는 둘째치고... 그 두 사람에게는 백지 편지로도 충분했겠지.
적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라는 건 분명 존재하니까.
타츠야 슈지:가끔은 나도 대답이 듣고싶어서. (히죽 웃고는) ...그런가~... 마지막 말 정도는 전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이런 건 어렵다니까.
레이야:(삐딱~한 표정 자아냈다가) ... 그래, 나한테도 쉽지 않은데. 넌 오죽하겠어. (자신이 언젠가 네게 전해줬던 말을 떠올려요. 그리고 네게 전했던 말이 네 언어를 통해 어린 자신에게 전해지던 순간을 곱씹습니다. '참지 말고 그리워해도 괜찮아' ... 내 그리움에 이름을 붙여준 건 너였구나.)
그 두 사람의 기다림의 끝에도 분명 무언가가 남았겠지. 우리는 모르는 무언가가.
끝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재회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