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나는 살아서 말하리라 1부
스와콥문트를 동경하는 자들
2024-07-06
KPC. 얀 마르테 · PC. 채드 클레번

가자, 세상의 끝으로.
낙진처럼 쏟아지는 저 비를 뚫고 가자.
이보다 더한 암실로,
서글픈 화재 속으로,
마찰 없는 진공으로 뛰어들자.
끝내는 타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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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
 
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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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의 달은,
 
한낱 인간 따위는
 
너무도 손쉽게 잡아먹으려 드는 것 같을 정도로
 
무거운 배를 부풀린 채
 
거친 눈을 뜨고 있습니다.
 
18살 9월,
 
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첫 달이 지나갔습니다.
 
각성자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제나름의 친분을 쌓아 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죠.
 
사관학교라고 해도 결국 분류는 대학,
 
지식의 보고입니다.
 
바쁘게 뛰어가는 선배들,
 
과제 탓에 골몰하며
 
늦은 시간까지 도서실 불을 환히 밝히는 학생들,
 
느슨한 자유와 적당히 용인되는 비행.
 
저 장벽 너머에선 도무지 보기 어려운 녹음이
 
교정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세상이 다 이곳 같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날이 좋아 하늘까지 맑습니다.
 
그것이 다 갖기 어려운 축복이라는 사실을,
 
카사블랑카의 시민들은 머리로나 알지
 
가슴으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문득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반짝이며
 
알림을 울립니다.
 
하늘길 시스템
 
홀로그램 패널이 온통 노란색이네요.
 
늦지 말라고 성화입니다.
 
오늘은 1학년 학생들이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첫 가상 훈련이 있는 날이니 당연합니다.
 
운동장 두 개 크기만큼 널찍한 홀로그램 단련실에서
 
특수 렌즈를 착용하면
 
바깥 사막과 동일한 환경을 구성해 둔
 
가상 VR 세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첫 한 달간 이론으로만 배운 전투를
 
어서 빨리 실전과 비슷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싶다며
 
애가 닳은 학생도,
 
몹시 긴장하여 창백하게 질린 채
 
굳은 얼굴로 서 있는 학생도 있습니다.
 
채드는 어떤가요?
 
채드 클레번:(아무생각없음)
(에너지바같은거 먹다가 넣어둠)
 
배가 든든하면 그만입니다.
 
사실 학생들은
 
…를 더 궁금해합니다.
 
페어로 활동하는 각성자들은 70% 가량,
 
거기서 다시 15% 정도의 비율이
 
‘각인’을 맺어 시너지를 내곤 하죠.
 
페어를 자율적으로 정하라고 하면
 
보통 친한 친구끼리 무턱대고 함께했다
 
도리어 전투 방식이 맞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있었으므로,
 
1학년 때에는 하늘길 시스템이 신체 데이터를 통해
 
서로 보조해줄 수 있겠다고 판단한 후보 학생들과
 
여러 번 짝을 바꾸어 가며
 
누가 자신과 알맞는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관례입니다.
 
마침 깐깐해 보이는 학생부회장이 명단을 읽습니다.
 
학생부회장:자, 첫 번째 임시 페어 부른다.
구현 E반 노노이 라가힛, 설계 A반의 스즈키 와타루. 앞으로 서.
다음, 구현 B반의 시트라 볼크, 설계 D반 이한영…….
 
각자 자신의 임시 페어를 찾느라
 
장내가 소란스러워집니다.
 
채드의 이름은 한참 기다린 후에야 불리네요.
 
채드 클레번:(오)
 
학생부회장:…구현 A반, 채드 클레번. 설계 D반, 얀 마르테.
 
채드 클레번:...
(주변 슬 둘러보다가) 이거 뭐, 검사같은거 해서 맞춰주는거라고 하지 않았나?
안 붙여본 놈이라고 썩 멀쩡할거라고 보장은 못하는데 .. (혀 쯧참)
 
기척이 느껴집니다.
 
뒤를 돌아보면,
 
멀리서 호명된 이가 다가옵니다.
 
금빛이 도는 앞머리가 가볍게 흔들리고,
 
자연스레 시선은 목에서부터 뺨까지 이어지는 흉터에 머뭅니다.
 
익숙한 낯이네요.
 
그야 그와는 몇 번인가 안면이 있었죠?
 
얀 마르테:보자마자 그런 말 들으니까 좀 섭섭하네. 좀 더 반겨주지 그래? (싱글 웃는 얼굴로 자연스럽게 네 어깨에 팔을 걸친다.) 음~ 같이 일하는 건 오랜만인가? 채드.
뭐, 이번에는 일보다는 시험...에 가깝지만.
 
채드 클레번:뭐 언제부터 만나면 좋다고 난리쳤던 사이라고. (잠시 뺨에서부터 목까지 시선이 내려갔다가 제 어깨에 걸쳐진 팔 휙 치워버리고선) 그래. 시험이니까 쓸데없이 혼자 구르느라 또 기스 하나 늘리지말고. (고개돌림)
 
얀 마르테:그래도 아는 얼굴이라고 반가운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팔을 내리고선) 어... 그건 또 다칠까 봐 걱정해주는 거야? (뻔뻔)
 
채드 클레번:그건 네가 쓸데없이 속없는 놈이라 그런거고. 반갑고말고가 뭐가 필요해? (이어지는 말에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누가 걱정을 해. 뭔 나뭇가지 같아가지고.. (등 한 번 손바닥으로 팍! 치고선) 짜증나는 소리 할거면 그냥 허공보고 명상이나 하고 있어라.
 
얀 마르테:아니, 뭐. 그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 있냐는 거지. 그러다 나랑 동조율이 엄청 높아서 페어가 돼버리면 어떻게 할래? (가볍게 말을 던지며 네 손에 앞으로 상체가 슬쩍 밀려난다... 나뭇가지?) 하하. 오늘은 다칠 일도 없으니까 걱정은 넣어둬, 어차피 전부 가상이고. (신경질을 내도 아랑곳 안 한다...) 긴장한 건 아니지?
 
채드 클레번:사람이 몇인데, 그렇게 지겹게 네 얼굴 계속 맞대고 있어야겠냐. 그렇게 된다면-....... (조용히 입 꾹 다물고선) 재수없는 소리를 구태여 해. 그럼 쓸만하게 정신개조 해놓겠지.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매번 팔랑팔랑 해가지고. (눈 가늘게 뜨고 쳐다봐) 이깟걸로 긴장할까봐. 이 동네에서 하는거야 죄다 먹고살만한 놈들이 갖고노는 수준이겠지.
 
얀 마르테:그건 좀 무섭네. (딱히 네가 하는 말들에 부정하지는 않은 채 다시금 실없이 웃고) 뭐, 아무리 너라도 지겹게 얼굴 맞대고 있다보면 정이 붙겠지. 너무 안심하진 마,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이제는 좀 다를 수도 있잖아. 진짜 여차하면~ (자꾸 재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다가) 음... 그럼 '먹고 살만한 놈들'이 어떻게 하는지나 볼까? (느슨하게 팔짱을 끼고 대형 스크린 쪽을 바라본다.)
 
앞선 순서 팀이 훈련실로 들어가고,
 
그들이 바라보는 가상 환경과 전투 광경이
 
부속실의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친구들을 응원하면서
 
손에 땀을 쥐는 스포츠처럼 중계를 관람합니다.
 
가상 훈련인 만큼 부상을 입을 일은 없지만,
 
신체 부위마다 장착된 센서가 타격을 받으면
 
착용한 방어구가 고정되어
 
실제 부상처럼 움직임을 차단해
 
해당 부위를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이 훈련 안에서는 진짜 다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몇몇 팀은 훌륭한 성과를 냈으나
 
대부분은 기본적인 타격 범위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제한 시간을 초과합니다.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모두가 처음이니까.
 
교수들도 채점 기준을 너그럽게 두고 있을 겁니다.
 
유리 모하에:저기, 지금 좌표 C4에서 총 쏘고 있는 애 이름이 뭐더라?
 
요한 에를리히:아까 말했잖아. 입학 체력평가 때 5등인가 했다던 애라고.
 
불쑥 뒤에서 말을 건 것은
 
학생회장 ‘유리 모하에’와 부회장 ‘요한 에를리히’.
 
3학년 생도들 중 우수한 학생들은
 
1학년 생도들의 멘토가 되어
 
졸업하기 전까지 2년간 상급생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제도가 있는데,
 
구현 A반과 설계 D반의 멘토가 바로 이 페어입니다.
 
운이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각 학년 수석 및 차석을 번갈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학기 첫 주에 유리가 구현자,
 
요한이 설계자라는 소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대추야자를 집어먹고 있던 유리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습니다.
 
유리 모하에:쫄지 마! 몇 번 하다 보면 이제 지루하고 졸려서 빨리 실전이나 하고 싶다고 빌게 될 걸.
 
채드 클레번:(누가 쫄아?.. 그런얼굴로 쳐다봄)
(대답안함)
 
한편 요한은 혀를 차곤
 
안경을 밀어 올리며 스크린에 집중합니다.
 
‘입학 체력평가 때 5등인가를 했다던’ 동급생이
 
화면 안에서 정확한 사격 실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능력이 총과 관련된 학생이었던 것이 얼핏 떠오릅니다.
 
곁에서 그의 페어가 소리를 지르는 게
 
스피커를 통해 울리네요.
 
스즈키 와타루:좀 더 위로 경로를 끌어올릴 테니, 한 번에 쏘아 터뜨려!
마지막 한 방이다 생각하고 해치우자고!
 
곧이어 설계자 쪽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
 
미로를 뚫고 지나가듯 구현자의 총알이 궤적을 바꿉니다.
 
허공에서 몇 갈래로 갈라진 총알 파편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크리쳐형 로봇의 머리를 터뜨리자,
 
지켜보던 동기들이 환호성을 울립니다.
 
유리 모하에:어때? 저 두 사람은 합이 꽤 잘 맞는 것 같지? (속 시원한 타격감을 따라 박수를 치다 둘을 돌아본다.) 여기 둘은 서로 인사 나눴어?
 
채드 클레번:아 , 인사. (멀뚱히 쳐다보다가) 필요하면 하고.
 
얀 마르테:(아까 그건 나름 인사 아니었나? 잠깐의 대화를 인사로 친 사람) 어떤 식으로? (손 슥 내밀기) 잘 부탁합니다?
 
채드 클레번:(대답없이 네가 내민손을 꽉 힘주어 잡는다. 그대로 꽈아아아아악 쥐고있기만 하는중)
 
얀 마르테:..............아픈데? (놓아달라는 듯 흔들)
 
채드 클레번:(손 놓고선 ) 인사 했으니까 됐지?
 
얀 마르테:'잘 부탁합니다'는?
 
채드 클레번:그게 필요해?
 
얀 마르테:그게 진짜 인사. (피가 안 통하는 손을 한번 흔들고는) 방금 건 그냥 괴롭힌 거잖아.
 
채드 클레번:시끄럽게 떠드는거 별로 안좋아해. (그깟걸로 뭘 그러냐는듯 보다가) 그래 , '잘' 해라.
 
얀 마르테:나참, 숫기 없기는... (고개를 기울이고는) 잘 부탁해.
 
유리 모하에:뭐야~ 이쪽은 이미 친하네? (어딜 봐서)
 
채드 클레번:(어딜봐서)
 
유리 모하에:하하, 슬슬 준비해! 다음이 너희 차례니까. (눈으로 말하는 거 다 무시함)
 
채드 클레번:준비하란다. (얀쪽으로 고갯짓)
 
얀 마르테:와, 챙겨준다. (어딜 봐서)
 
채드 클레번:허? (어이없음)
 
얀 마르테:^^
 
채드 클레번:너, 그딴식으로 이상한 의미부여하면.... (말문막힘)
(그냥 대기하고 있음)
 
얀 마르테:(하면? 하고 굳이 꼬치꼬치 캐물으려다 씅낼 거 같아서 관둠)
 
짧은 대화를 나누며 얼마나 기다렸을까,
 
두 사람의 순서가 다가옵니다.
 
보급받은 특수 렌즈와 방어구를 착용하자
 
몸이 다소 무거워졌습니다.
 
유리와 요한은 통신 인이어를 끼면서
 
조원들에게 손짓 하네요.
 
유리 모하에:자, 절대 긴장하지 말고.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실상은 그냥 거대한 훈련실이란 걸 잊지 마.
 
요한 에를리히:그렇다고 실전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임해서도 안 된다. ...그런 감각에 익숙해지면 장벽 너머로 나아가 진짜 적을 맞닥뜨려도 그 상황을 모의 훈련이나 게임처럼 느껴 버리고 마니까.
 
유리 모하에:우리가 앞뒤에서 너희를 엄호해 줄 거고, 진짜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곧바로 시계 옆 S버튼을 연달아 세 번 눌러.
다들 알겠지만 원래 이 버튼 세 번 신호는 실제 위급상황에서 연락처에 등록된 비상번호 쪽으로 연락을 보내는 시스템인데, 이 훈련실 범위에 한정해 그 비상신호가 관리 교수님들께 도달하도록 시스템이 변경되어 있어. (기지개를 쭈욱 피며 몸을 푼다.) 게다가 저기 스크린으로 모두 보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
 
채드 클레번:(말없이 고개 끄덕)
 
주의사항을 몇 가지 더 들은 후에야
 
훈련실 입실이 재가됩니다.
 
유리 모하에:그럼 가볼까?
 
네 사람이 모두 입실하고 마침내 문이 닫히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는 모래바람이 불어옵니다.
 
근래의 방독 마스크는 기능이 좋아
 
쓴 것 같지도 않게끔 호흡하게 해준다지만
 
이런 기후 속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인이어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한 차례 먼지 폭풍이 가셨을 때
 
비로소 풍경이 보입니다.
 
‘재앙의 날’을 기점으로
 
인류가 유사 이래 이룩한 빛나는 문명은
 
전부 사토 속에 묻혔습니다.
 
첫 몇 년간은
 
식물들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말라 죽어갔던 고로
 
당대에 흔히들
 
…라고 상상하던 광경조차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가 비상 전력마저 잃고
 
인간이 직조한 가장 큰 멸망을 세상에 내보내려 했을 무렵에는
 
갓 개화한 각성자들이 그 위기를 막아
 
처음으로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사람을 징벌하려 드는 것 같은 함신,
 
인간의 오만을 꾸짖듯 흐려진 날씨,
 
찬란했던 문명에 바치는 추모비처럼
 
모래 속에 묻혀 쓸쓸히 늙어 가는 빌딩숲,
 
그리고 멀리 가장 거친 먹으로 그려낸 듯이 일렁입니다.
 
장엄한 자연의 비난을 처음 보는 1학년들은 말을 잃기 마련이죠.
 
이 광경에 익숙한 멘토들이 앞장서
 
홀로그램 패널을 띄웁니다.
 
요한 에를리히:이 공간은 카사블랑카 북동쪽 게이트 바깥 구역과 일치하는 구조로 생성된 거야. 설계자는 지도에서 목적지까지의 최단 경로를 표시해 봐.
 
얀 마르테: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지도에 백색의 길이 깔립니다.
 
요한이 올바른 경로가 표시되었는지 재차 체크합니다.
 
이제 네 사람은 이 경로를 믿고
 
목적지까지 움직이면서
 
하나 이상의 크리쳐 로봇을 파괴해야 합니다.
 
유리와 요한은 몇 가지 조언을 이어 갑니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안전이었고,
 
그 다음으로 이어진 조언은
 
엄폐물과 환경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낡아 가는 건축물들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접근했다가
 
설계자의 경로 구현에 에너지를 실어
 
구현자가 한 방을 터뜨리는 것이
 
기초적인 전투 방식이라고 하네요.
 
넷은 가장 가까운 폐건물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유리는 채드에게 단추 정도 크기의 정찰 드론을 건네 줍니다.
 
유리 모하에:이걸 바깥으로 던질 건데, 너네가 할 거야.
서쪽으로 30m 정도 위치에 크리쳐 로봇이 있어. 설계자는 왼쪽 창문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에너지 흐름을 느껴.
구현자는 이 드론에 네 에너지를 실어서 던지는데, 설계자의 경로에 얹어서 실어 보낸다는 느낌으로 해야 해.
나중에 익숙해지면 이런 드론 같은 유도장치 없이도 두 사람의 에너지 운용이 손쉽게 합쳐지는 거지.
(채드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쳐 앞으로 밀며) 자, 해 봐! 무서워하지 말고.
 
채드 클레번:누가 무서워했다고-.. 이거 하나 던지는데. (받아들고선)
저녀석의 경로에 얹는 느낌-.. 이면 되는거잖아. (드론 손에 쥐고선)
 
유리 모하에:이번 신입생들은 당차서 좋네~
 
채드 클레번:
격뢰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리 모하에: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얀 마르테: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채드 클레번:(드론 휙 던져버린다.)
어이, 네 쪽은 똑바로 한거지?
 
요한 에를리히:... (겨우 수습함) 유리.
 
유리 모하에:아 미안미안! 잠깐 한 눈 팔다가~
 
그것은 몹시도 기이한 경험입니다.
 
전신의 감각이 단번에 확장되고,
 
시야가 환하게 트입니다.
 
공중에 투명하게 고여 있던 에너지가
 
희미한 백색으로 일렁이며 물들고,
 
제멋대로 엉겼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에너지 흐름이 점차 정렬되어
 
미로 지도 같은 꼴을 이룹니다.
 
방향은 서쪽으로 30m,
 
설계자는 에너지의 흐름을 가지런히 한 가닥으로 이어 뽑아
 
경로를 설정합니다.
 
이어 구현자가 그 경로 위에 제 힘을 실어
 
드론을 날려 보냅니다.
 
미끄러지듯 경로를 타고 바깥을 떠가던 드론은
 
이내 적절한 길을 찾아 크리쳐 로봇에게로 향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론은
 
네 사람의 홀로그램 패널에
 
30m 너머의 크리쳐 로봇을 비춰 줍니다.
 
교육용 크리쳐 로봇
 
미끌거리는 피부,
 
구역질나는 주둥이 속에서
 
긴 송곳니 두 개가 번쩍이는 크리쳐가 그르릉거리고 있습니다.
 
몹시도 끔찍한 모습이에요.
 
채드 클레번: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잠시 침묵이 감돌고,
 
유리의 지휘 하에 2:1 전투를 시작합니다.
 
유리 모하에:자, 신입생들! 어떻게 할래? 근접전에 자신이 있다면 내려가서 싸우던가.
네 능력이... 전류던가? 그렇다면 원거리 전투가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채드 클레번:내려가지. (얀에게 시선을 두다가) 익숙한 방법이 그쪽이라.
네가 경로를 만들거면 (제 머리 톡) 수직으로 격뢰를 꽂는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전에 수족을 마비시키는게 좋을 것 같다.
너도 머리 잘 굴려봐. 네비게이션.
 
얀 마르테:아~.. 역시 그쪽인가. (원거리 특화 능력을 가지고도 무작정 몸부터 움직이는 버릇은 여전하다 싶다.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뱉고는 창 너머로 크리쳐 로봇에게 시선을 한번 던진다.) 설계자라던가, 길잡이라던가. 좋은 말 많잖아? 저 쇳덩이랑 같은 취급이라니, 인색하다니까.
 
채드 클레번:여차하면 자기 몸뚱아리보다 믿을만한건 없거든. (옥상 밑으로 시선을 두다가) 그런 감성팔이식 언어보다, 쇳덩이만큼 믿음직한것도 없거든. 나사 조이면 안 망가지고. 기름칠하면 움직이고. 내려가자.
 
전투 방식을 결정한 두 사람은
 
단숨에 바닥으로 내려가 크리쳐 로봇에게 접근합니다.
 
아직 이쪽의 기척을 눈치채진 못한 모양이에요.
 
이대로 기습을 시도합시다.
 
얀 마르테:팔다리부터 끊어놓으랬나... (잠시 눈을 감고 에너지의 흐름을 파악하나 싶더니, 이내 백색의 에너지가 곧게 뻗어나가 경로를 형성한다.) 이 정도면 닿겠는데.
설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채드 클레번:(흐름을 가늠해보고선) 처음 봤을때보단 쓸만한 것 같네. 그때는 무슨, 길치 길잡이도 아니고. (잠시 중얼거리는듯 하다 네가 만들어놓은 경로대로 넓게 전류를 흘린다.)
격뢰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전압을 너무 많이 실은 탓일까요?
 
설정한 지점에 아슬하게 빗맞습니다.
 
쾅!
 
굉음과 함께 벽면이 터집니다.
 
튀어오르는 파편조각에 맞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얀 마르테:(흘끔)
 
채드 클레번:(눈피함)
뭐.
왜.
 
얀 마르테:힘 좀 빼 봐.
역시 긴장했어?
 
채드 클레번:.....
(말돌림)
너 뭐 돌...이런건 안맞았고?
 
얀 마르테:다행히 거리가 있어서... (싱글)
 
채드 클레번:(남의 실수를 했는데 왜 저딴 표정이지?.. 그런 생각하면서 쳐다보다가 다시 아까 전류를 흘렸던 쪽으로 고개 돌린다.)
다시 할거야. 오히려 주변이 벽면을 터뜨려놓아서 혼잡하니까 다시 해보면 무력화할 수 있을것같은데. 아까 짜놓은 그대로 다시 길 잡아놓을 수 있어?
 
얀 마르테:어렵진 않지. 그런데... (크리쳐 로봇 쪽을 바라본다.) 저 녀석, 이쪽을 보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화려하게 터뜨렸으니까요.
 
채드 클레번:....
 
덕분에 이쪽의 기척을 인식한 크리쳐 로봇이 공격을 시도합니다.
 
크리쳐 로봇:
사격(중화기)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근데 저쪽은 설계자가 없어요
 
거하게 옆으로 포탄이 빗나갑니다
 
크리쳐 로봇:(머쓱)
 
채드 클레번:(네 앞에 잠깐 피해야 할 상황이 있을까 싶어 팔 뻗어두었다가 머쓱하게 내려놓음..)
 
얀 마르테:쟤 x밥인데? (이런말)
 
채드 클레번:너랑 형제 아냐?
 
얀 마르테:음~ 그렇다고 하자. 아까 공격으로 봐선 성씨가 클래번일 것 같지만. (얄밉)
 
채드 클레번:내 성씨는 때 되면 갈아버릴테니 의미는 없다. ( 잠시 흘겨보다가)
준비해, 임마. (어깨 툭 침)
 
얀 마르테:그럼 이번에는 할 수 있다고 믿고~ (크리쳐의 움직임에 조준하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경로를 미세하게 수정한다.)
설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채드 클레번:내가 또 네 앞에서 그 따위 실수를하면....... (입다물고 다시 집중해본다. 힘을 빼라고 했나..)
격뢰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2
 
섬광과도 같은 빛이 번쩍이고,
 
반응할 틈을 얻지 못한 크리쳐 로봇이
 
육중한 소리를 터뜨립니다.
 
다리 한쪽이 날아가 움직임이 더뎌지네요.
 
얀 마르테:하면 쪽팔릴 뻔했지.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먹혔는데? (가볍게 휘파람을 불고는) 방어 준비해, 채드.
 
채드 클레번:주변으로 넓게 전류를 두를거야. 막처럼 둘러두면 어느정도 상쇄는.. (로봇이 움직이는듯하면 구조물 뒤로 이동하라는듯 고갯짓)
 
크리쳐 로봇:
사격(중화기)
기준치: 60/30/12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이래서 AI는 안된다니까
 
이번에도 엉뚱한 곳에 포탄을 날리는 로봇입니다.
 
얀 마르테:(숨을 필요가... 있었나? 구조물 뒤에서 슬금슬금 나옴) 쟤 진짜 뭐야? 아무리 신입생 용이라지만.
 
채드 클레번:배경 꾸며놓을 예산으로 적중률을 올리는게 맞지 않나?
혹시 너 뭐, 사실 15살 이런거 아냐? 너때문에 중학생용으로 나온거지.
 
얀 마르테:네 형^^ (넙죽) 다음에는 팔을 노려볼까?
 
채드 클레번:(어이없음) 기분 나빠하잖아, 보통.
어. 경로 짜. 네가 쇳덩이보다는 더 쇳덩이 역할을 하겠네.
 
얀 마르테:글쎄, 네가 말하는 방식을 대충 알 것 같아서 딱히 화는 안 나는데. (궤도를 가늠해보고는 이번에는 크리쳐의 팔에 빛무리가 흐르도록 줄기를 뻗는다.) 그건 채드식 칭찬이지?
설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채드 클레번: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내가 말하는데 규칙같은게 어딨다고 맘대로 판정하는거지. (뭐, 아마도.. 쉬울것이다) 쓸모를 판단하는 거다. (와중에 좀 성질난듯 힘을 실어 공격한다. 관절부분을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조금전보다 위력을 올려본다.)
 
목표한 구석,
 
정확히 그 지점에 낙뢰가 내려꽂힙니다.
 
크리쳐의 일부가 반파되어 바닥에 나뒹굽니다.
 
팔과 다리를 잃었으니,
 
중심을 잡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남은 한 팔로 총구를 겨누네요.
 
크리쳐 로봇:
사격(중화기)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진짜불쌍하다 ㅅㅂ
 
한 발도 맞추질 못합니다...
 
얀 마르테:좀... 마음이 그렇네.
 
채드 클레번:저거 진짜 뭐지?
어디서 고철 잘못 주워온거 아냐?
 
얀 마르테:하지만 저렇게까지 애쓰는데.
 
채드 클레번:맘 약해졌으면 집에 데려다 키워.
 
얀 마르테:조준이 저렇게 제어가 안되면 좀 곤란하지. 벽에 구멍이 뻥 뚫릴 걸.
 
채드 클레번:모랫바람 맞으면서 기상하고 좋겠네.
...
아니 애초에 조준이 잘 되면 네가 뚫리는 거 아냐?
 
얀 마르테:어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으쓱하더니) 그럼 그냥 빨리 보내줘야겠다. (다시 길을 설정한다. 목표는 남은 다리 하나.)
설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와 길 너무 잘 보이는데?
 
채드 클레번:몇 대 안남았다고 신나하기는. (선명히 느껴지는 흐름을 따라 그대로 젼류를 꽂는다.)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남은 다리 하나까지 박살이 나자,
 
크리쳐 로봇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집니다.
 
남은 것은 중화기를 장착한 팔 하나,
 
크리쳐 로봇:
사격(중화기)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1: 얀 마르테 2: 채드 클레번 2
 
채드 클레번:(얀 뒷목잡고 끌어당겨서 구조물 뒤로 회피합니다.)
야, 쟤 몇대맞으니까 고쳐졌잖아.
이래서 기계는 맞으면 갑자기 정신을 차려.
 
얀 마르테:저 몸으로 용케 맞추는구나... (감상적)
 
채드 클레번:
회피
기준치: 30/15/6
굴림: 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구조물 뒤로 날쌔게 몸을 피합니다.
 
기껏 한 공격인데 전혀 먹히지 않았네요
 
채드 클레번:..
 
얀 마르테:좀 맞아줄 걸 그랬나
 
채드 클레번:맞긴 뭘 맞아줘.
맞고싶으면 쟤 말고 내가 때려줄테니까 따로 말해.
 
얀 마르테:너한테는 별로 맞고싶지 않아. 아플 것 같고... (쟤는 어차피 가상이니까. 중얼거리고는 구조물 뒤에서 그대로 경로를 설정한다.) 이번에 성공하면, 확실하게 제 기능은 못하겠지.
설계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채드 클레번:총에 맞는거랑 사람 주먹에 맞는거랑 같냐. 나야 뭐, 그런거에 비하면 쓰다듬어주는거지. 까탈스럽게 굴기는... (네가 설정해둔 경로대로 전류를 흘린다. )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쾅!!!!
 
크리쳐의 무거운 몸체가
 
벽에 부딪혀 그것으로 완전히 박살납니다.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네요.
 
채드 클레번:고물덩이.. (크리쳐 쳐다봄)
 
유리 모하에:여어 신입생들~ (윗층에서 가볍게 착지하며) 제법이잖아. 크리쳐 로봇이 쪽을 못 쓰던데? (불쌍할 정도로)
 
채드 클레번:처음부터 쪽을 못 쓰고 있던데?
 
요한 에를리히:난이도가 낮게 설정되어 있긴 했지만, 애초에 저 로봇은 실전 연습 겸, 동조율을 계산하기 위한 고철 덩어리니까. 큰 기대를 했다면 미안하지만.
...너희 둘, 의외인데. 최초 동조율이 60% 이상으로 계산됐어. 이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얀 마르테:죽이 좀 잘 맞긴 했지?
 
채드 클레번:우리가? .. (떨떠름하게 쳐다봄)
 
얀 마르테: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네?
 
채드 클레번:좋다고 활짝 웃기라도 하리?
 
얀 마르테:그거 좋은데? (갸웃) 웃어봐.
 
채드 클레번:(웃음기라고 하나도 없는 얼굴로) 세상에 웃을 일 그렇게 많지않다.
 
얀 마르테:재미 없긴~.. 훈련도 잘 통과했는데 좀 웃으면 좋잖아.
 
유리 모하에:이러나 저러나, 두 사람의 전투합이 잘 맞는 건 수치로 나온 객관적인 사실이니까! 좋은게 좋은 거 아냐~? (어깨 팡팡!)
 
채드 클레번:뭐, 안맞는다고 죽쑤는거보다야 낫겠지. (유리에게 어깨 맞으면 잠깐 흘끗 쳐다보다 역시 손 치우고 슬쩍 빠져나온다.)
그래, 아무튼 수고했고. (얀 등 한 번 퍽 치고선)
 
얀 마르테:이건 좀 감동인데. (등 문질...) 고생했어.
 
사투 끝에 첫 전투가 마무리됩니다.
 
유리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의 협력 수준이 아주 좋아
 
평균보다 빠르게 크리쳐를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반파된 크리쳐를 바라보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채드 클레번: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것은 어떤 길짐승도,
 
어떤 날짐승도 닮지 않았습니다.
 
……방사능 탓에 변이된 동식물이라기엔 조금 이상하지 않나?
 
채드 클레번:(거지같이 생겼던데)
 
유리 모하에:왜 그래?
 
채드 클레번:바깥에 있던 크리쳐들도 저런 형태였나?
 
유리 모하에:뭐... 모양이? (네가 내려다보던 크리쳐에게 힐긋 시선을 주곤) 크리쳐들이란 게 절반은 저래. 동식물과 비슷하게 생긴 것도 있지만, 도무지 뭐 어쩌다 저렇게 생겨먹은 건지 모르겠는 놈들도 있거든.
운형이 뭔지 나도 모르겠다. 으, 징그러워.
 
채드 클레번:방사능을 너무 맞으면 저런식으로 못생겨지나?
(얀 쳐다봄)
야, 너 아무거나 주워먹지 마라.
 
얀 마르테:네 형^^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념에 잠겨 있던 때,
 
동쪽 모래 폭풍 너머로
 
멀리 거대하게 솟은 첨탑이 어른거립니다.
 
채드 클레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부드러운 모랫빛 모스크입니다.
 
상단부에 발린 청록색 염료가 누렇게 바랬고,
 
아름다운 문양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아랫부분의 아치형 석벽에 파도가 들이치네요.
 
채드 클레번:애들 시험용으로 별 돈 지랄을 다 해놨군.
 
침묵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유리가
 
두 사람을 돌아봅니다.
 
유리 모하에:저 모스크는…….
 
채드 클레번:(뭔데? 하고봄)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눈치인데,
 
유리는 다른 것을 의식하는 모양입니다.
 
곧 입을 꾹 다문 유리가 몸을 돌립니다.
 
유리 모하에:가자. 다른 애들이랑 합류하게.
 
채드 클레번:뭐야? 말을 해.
 
요한 에를리히:시간이 다 됐다. (유리와 같이 등을 돌리고는) 남은 이야기는 나가서 하도록 해.
 
채드 클레번:뭐 영문을 모르겠네. (따라 나서며)
 
얀 마르테:뭐, 급할 건 없잖아. (모스크에 한 번 시선을 두고는 걸음을 옮긴다.)
 
.
 
.
 
.
 
첫 가상 훈련이 종료되고
 
학교는 잠시간 그 화제로 시끄럽습니다.
 
저마다 제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어땠는지,
 
자신이 크리쳐 로봇을 얼마나 멋지게 부수었는지
 
떠들어 대기 바쁜 모양이에요.
 
저런 흥분도 반복된 훈련을 거치고 나면
 
결국 사그라든다는 것을 아는 멘토들만
 
쓴웃음을 짓습니다.
 
이윽고 토요일,
 
학생들은 간만에 찾아온 휴식을 누리고 있습니다.
 
채드는 방금 잠에서 깬 참이죠.
 
이제 뭘 하면 좋을까요?
 
채드 클레번:(일어나자마자 가벼운 스트레칭 후 씻고 체력훈련하러 나감)
(밥먹어야 함) (훈련하러가다가 뒤돌아서서 밥먹으러감)
 
식사를 위해 방을 나서려던 그때,
 
방문을 열고
 
동급생이 굴러들어오듯 뛰어 들어옵니다.
 
헉헉거리던 그가 다급하게 외치네요.
 
채드 클레번:뭐야? 남의 방에.
 
동급생:야, 너는 아니지?!
 
갑작스레 들어와
 
채드 클레번:내가 뭘?
 
‘너는 아니지’ 하고 묻는다고 해도,
 
뭐가 아니냐는 말인가요?
 
동급생은 답답하단 듯이 가슴을 칩니다.
 
동급생:지금 인자 다 뒤집어졌어! 아직 안 봤어?!
 
인자미나
 
아무래도 서버에 접속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채드 클레번:?
(접속해봄)
제대로 설명을 해, 야.
 
채드가 스마트워치를 통해 인자미나에 접속하면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같은 건 좀처럼 하지 않지만요…
 
채드 클레번:(이래서 에타 이런거 많이하는 녀석들이란..)
 
가장 최상위에 떠있는 검색어의 순위입니다.
 
채드 클레번:(1위 스와콥문트 검색해봄)
 
스와콥문트
 
가장 최신에 HOT이 붙어있는 게시글이 보입니다.
 
커뮤
 
내용을 보아하니,
 
…는 것 같습니다.
 
채드 클레번:뒤가 구린가보네.
그래서 내가 뭐가 아니라는거지?
(2위 보츠와나 검색해봄)
 
동급생:아니 저 글! 하긴 너는 능력도 이런 류는 아니라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나 새벽부터 잠 안와서 계속 새로고침 하고 있었는데 야, 글이 진짜 네 번을 올라왔다니까? 그러다 세 번째 글 삭제됐을 때 인자미나 서버가 잠깐 터졌거든?
그 뒤로 저 네번째 글이 오늘 동튼 직후에 올라왔는데 이상하게 저 글은 삭제가 안 돼. 코딩동아리 애들이 그러는데 사이트 자체를 해킹해서 글 작성한 아이디를 특수등급으로 빼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 관리자 권한이 있어도 글 삭제가 안 되게.
 
채드 클레번:글이 삭제가 안돼?
 
보츠와나에는 가십거리가 떠있을 뿐, 별다른 이야기는 없습니다.
 
동급생:그렇다니까? (주변 눈치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죽인다.) 왜, 이런 반동분자 같은 글은 애초에 AI가 맥락을 검열해서 작성 자체가 안 되잖아. 글쓴 애도 시스템을 뚫을 줄 아는 녀석이 아니냐는 거지.
서버나 해킹, 계산 관련 이능력 가진 애들 아침부터 다 불려갔어.
 
채드 클레번:그런 쓸데없는짓을 굳이 왜한거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혈연까지 이주시켜주는 곳에?
난 아니야. 그런 능력 관련도 없고..
 
동급생:그것까진 모르겠는데, 글쎄. 이 안에서 너무 심심했나? (머리 긁적이다) 아무튼 진짜면 진짜 소름돋는 일 아니냐? 찔리는 게 없다면 다행이지만, 너도 조심해.
 
그제야 기숙사가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다들 숨을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시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죠.
 
딱히 근거는 없지만.
 
채드 클레번:뭐, 기라고 하면 얌전히 기고 있어라.
나 밥먹으러 가야하니까 다른데나 문두드리고 다녀. 나는 관련없어.
진짜면.. 뭐,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동급생:그럼 나는 다른 데 두드리러 간다?!! 뭐 새롭게 알아내면 꼭 알려줘야 해! (바람처럼 사라짐)
 
채드 클레번:(하여간에 인생 참 귀찮게 사는군..)
(밥먹으러 저벅저벅 걸어감.. 기숙사가 조용하네)
(oㅇ밥 3번은 받아먹어도 문제 없겠군..)
 
이런 상황에 남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은 없겠으나
 
그렇다고 하루 종일 기숙사방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다가오는 중간고사도 있고, 과제도 있잖아요?
 
무엇보다, 우선 식사를 해야 합니다.
 
기숙사 밥이랄 게 맛은 없지만,
 
그런대로 배를 채우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채드 클레번:(밥먹어야함)
(맛이야 뭐.. 탄단지 다 들어있으면 그게 좋은 식단이지)
 
몇 번 받아 먹나요? ㅋㅋ
 
채드 클레번:(2번 받아먹고 고민하다가 한 번 더 받아먹고 돌아옴)
 
많이 먹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것만큼은 좋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갈만한 곳이 몇 군데 떠오릅니다.
 
도서관과 학생회관 2층의 자습실이라면
 
이 상황에도 비교적 덜 어수선할지도 모르죠.
 
개인 일정에 신경을 써도 좋고,
 
상황을 살피러 나가도 좋습니다.
 
채드 클레번:(상황을 살피러 나가봅니다)
( 뭐 지들끼리 심각해지면 또 문두드리고 귀찮으니까..)
 
상황도 살필 겸, 도서관으로 먼저 향합니다.
 
 도서관
 
고요한 도서관.
 
채드 클레번:(저벅저벅)
 
각성자사관학교의 도서관은
 
카사블랑카에서도 독보적으로 장서 수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다가온 중간고사 때문에 대부분 공부에 몰입해 있지만,
 
서가와 서가 사이에서
 
두 학생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A.L:…그러니까, 몬로비아에서 시신 발견됐다는 거 구라 아니라니까. 아놀드 박사가 우리 사촌언니 담당교수였잖아.
 
아무래도 아까 그 게시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네요.
 
책장 너머로 흘끔 살피니 2학년 선배들입니다.
 
채드 클레번:(1살 더 먹고도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군...)
 
채드 클레번: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도서관이 유난히 조용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J.F: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화학자였던 아놀드 박사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낸 공로로 스와콥문트 시민권을 획득했잖아? 아마 거기서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을 걸.
소문으로는 제자에게 본인의 연구자료를 전부 넘기고 조용히 은퇴 생활을 즐긴다던데? 얼마전에 막 SNS로 요리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근황도 업데이트하고.
뭐, 게다가 연구실 제자들 중 두어 사람은 아놀드 박사와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화상이나 음성통화도 종종 한다던데.
 
A.L:아니, 그런데 들어봐.
사촌언니 말로는 그게 영 석연잖다니까? 봐, 연구제자와 아놀드 박사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 당연히 알아야 하는 주제인데도 엄청 의례적인 답변이 돌아오거나...
연구주제에 관해 질문해도 정확한 대답을 내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대.
 
J.F:참 나, 그냥 노망난 거 아니야? 그거.
 
A.L:바보야, 그 천재 박사가 그럴 리가 있겠어?
야, 화상 통화도, 음성 통화도 모두 조작이 가능한 시대잖아. AI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이미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내는 게 뭐 그렇게 어렵겠어?
 
J.F:어우, …좀 소름끼치는 발상이네 그건.
 
그리고는 부적합한 대화를 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듭니다.
 
채드 클레번:(끝났나?)
(굳이 공로까지 세운 인간을 데려다가 구린짓 할 이유가 있나 생각하며 도서관 나온다.)
(시체 쌓아놓고 살고싶은거면 뭐.. 카사블랑카가 아니여도 죽일만한 사람 많잖아? 이런생각)
 
자습실로 갈까요?
 
채드 클레번:(자습실로 이동)
 
 학생회관
 
학생회관 2층에는 자습실이 있습니다.
 
자습실로 들어서려던 채드는
 
복도 끝 학생회실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채드 클레번:(뭐야 저새끼는?)

 

 
유리 모하에:언제까지 ……냐고!
 
요한 에를리히:입 좀 다물어, 밖에 다 들려!
 
……저 목소리는 아무래도 유리와 요한 같습니다.
 
말리는 쪽이 요한이겠네요.
 
채드 클레번:(뭔 얘기하나 들어나본다)
 
요한이 말린 탓에 간신히 크기를 줄인 유리의 목소리는
 
엿듣는다고 해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무슨 일로 저렇게 흥분한 걸까요?
 
채드 클레번:(그냥 문열고 벌컥 들어간다.)
 
벌컥
 
채드 클레번:왜 이렇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있어?
(쳐다봄)
부부싸움이면 다시 나가고.
 
유리 모하에:애들은 모르잖아! 우리가 모니터링한다는 거!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나봅니다.
 
그 말을 마친 유리가 학생회실을 박차고 나갑니다.
 
채드 클레번:(가장 중요한 대목에 들어워서 우뚝 멈춰섬)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던 유리는
 
채드를 발견하지도 못하고
 
성큼성큼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네요.
 
채드 클레번:(쳐다봄)
 
한숨을 쉬던 요한은 그대로 채드와 눈이 마주칩니다.
 
요한 에를리히:......
 
채드 클레번:뭐, 우리 모니터링 하고 살고있었어?
 
요한 에를리히:...다 들렸나?
 
채드 클레번:거기부터 들었는데.
뭘 그렇게 관찰하고 계셨는데?
어지간해선 불만없어. 능력이랍시고 달고있는 놈들 관리안하면 좋다고 활개치겠지.
 
요한 에를리히:하... ('내가 늙는다'는 얼굴로 한숨을 푹 쉰다.) ...채드 클레번. 알고 있는 티 내지 마. 이 일을 알고 있는 걸 들키면 너만 곤란해질 테니... (마른세수를 하고서는 네 쪽으로 스마트 워치를 하나 내민다.) 부탁 하나만 하자. ...이거, 유리한테 좀 전해줘. 내가 가면 또 화낼테니.

 

뒤뜰 정원으로 갔을 거다, 아마.
 
채드 클레번:자기들끼리 수군덕거리다 들키기까지 했으면서 이제 심부름까지 시키다니-... 선배 꼴이 말이 아니네.
(워치 받아들고) 배달만 하면 되는건가?
 
요한 에를리히:말했잖아. 그 이야기는 이 상태로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좋아. 네게는, ...면목 없지만.
...그래, 부탁한다.
 
채드 클레번:대충 들어서 맥락도 모르고, 뭔 말인지도 제대로 몰라. 설명할거 아니면 귀찮게하지마. (뒤돌아 뒤뜰쪽으로 걸어간다.)
하다하다 내가 우체부 역까지 하네-.. (유리가 간 쪽 찾아보며)
 
어려운 부탁은 아니지만,
 
이상한 점은 그게 아닙니다.
 
현대에 이르러 방수 기능까지 완벽해진 스마트워치는
 
정말 특이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좀처럼 풀지 않고 늘 착용하는 기기입니다.
 
유리는 어째서 스마트워치를 푼 걸까요?
 
.
 
.
 
.
 
요한의 예상대로 유리는 학교 뒤뜰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흡연 구역에.
 
대기오염 탓에 담배는 굉장히 규제가 심한 기호품입니다.
 
한 갑에 네 시간어치 시급을 털어 넣어야 하는 그것을
 
유일하게 좀 저렴히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각성자들이죠.
 
세상이 한 차례 멸망했어도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보급품은 담배와 초콜릿인 모양입니다.
 
채드 클레번:(유리에게 워치 대충 던져주고선)
짐 제대로 안챙겨?
 
유리 모하에:아, (네가 던지는 워치를 반사적으로 한 손으로 낚아채고서는) 채드.
미안, 냄새 나지. (담배를 눌러 끄고 냄새를 탈탈 털고는) ......내가 이걸 놓고 갔어? 고맙다, 야.
......요한 화 많이 났냐?
 
채드 클레번:그쪽이 화난줄 알던데?
뭐야? 본인 페어 두고 소리나 버럭버럭 지르고 뛰어오니까 내가 귀찮게 배달이나 하고 있지.
신경쓰이면 가서 해명하던가 해.
 
유리 모하에:......음.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 (어색하게 웃고는) 요한이랑은 따로 풀어야지. 우리야 워낙 자주 다퉈서.
...... (뜸을 들이다가) 너 아까, 방에서... 친구랑 인자미나에 대한 얘기 했지?
 
채드 클레번:아, 어.
스와콥문트가 가짜같다느니, 거기서 공로쌓고 들어간 사람들이 시체가 됐다느니 하는말?
 
유리 모하에:그래. 넌 보츠와나도 검색해봤잖아.
 
채드 클레번:..음?
그렇게 자세하게 알아?
모니터링 한다는게 남의 기기 모니터링이였어?
뭐 쳐다보고 사나 그런?
 
유리 모하에:(쉿, 제스쳐를 취하더니 고개를 절레 흔들고는,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가리키고선 푸는 시늉을 해보인다.)
 
채드 클레번:(?)
(자기 스마트워치 풀고선 이렇게 하라는거냐는듯 쳐다본다.)
 
채드가 지시대로 시계를 풀자,
 
유리가 옆면의 S버튼을 묘한 박자에 맞추어 여러 번 누릅니다.
 
그러자 갑작스레 홀로그램 패널이 켜지더니
 
초록색 안내창을 내보냅니다.
 
음성수집기능
 
그제야 유리가 입을 엽니다.
 
유리 모하에:이 학교엔 듣는 귀가 많아. …그런 주제는 조심하는 게 좋아.
 
채드 클레번:그럼 필담으로 말하던가.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네.
 
상황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합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워치가
 
학생들의 대화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아요.
 
유리 모하에:지금은 괜찮아. 기능을 해제했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한숨을 내쉬고는)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도청되고, 그 기록은 학생회실 서버에 쌓여. 그건 학생회 소속 중에서도 임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지만, 대화 중 특이한 단어가 수집되면 곧장 정부로 보고가 들어가곤 해.
 
채드 클레번:이상한 분자가 섞여있으면 곤란하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짓이긴 한데.
뭐가 불만이야?
원래 계속 하고 있던 일 같은데 같이 잘 일하던 사람이랑 싸우기까지 하고.
 
유리 모하에:...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런 게 당연한 일이라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시선을 내리 깐다.) 그래, 바보 같은 일일 수도 있지. 내가 이런 소리 했답시고 네가 당장 어디 날 고발할 수도 있고.
하지만 채드, 그렇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이 '반동분자같은' 말 몇 마디 지껄였다고 학교에서 사라지는 건 옳은 일이냐?
 
채드 클레번:모든 사람이 완벽한 정의나 추구하고 사는건 아니니. 애초에 나는 그쪽 말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라고? 그런 말 좀 지껄였다고 사라질 수 있다는것도 지금 알았고.
고발할 생각은 없어. 쓸데없는 일에 끼고싶지 않다니까.
그래서 뭐 어떻게 할 생각인데? 기숙사는 인자에서 나온 가십이니 뭐니로 난리들 나셨고, 잘못 움직이면 말마따나 학교에서 사라지고.
 
유리 모하에:...나는 오래 전에 이미 한 번 친구를 잃었고, 같은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학생회장이 됐어. 멘토자리도 그래서 자원한 거고.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꽉 말아쥐고서는) ...나는 이 수집에 반대해. 하지만 여전히, 당장 학생회장으로서 이런 도청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없어. 한심한 일이지만.
 
그의 이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각성했고,
 
부모는 국가기관 연구소에서 일하는 ‘출신성분 확실한’ 가정의 외동딸.
 
별달리 억압당한 가족도,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재산도 없습니다.
 
사관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1학년부터 학생회에 있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설파하기에 그의 삶은 다소 유복합니다.
 
일견 기만으로도 보일지도 모르죠.
 
그래도 그는 그렇게 말합니다.
 
유리 모하에:...그럼에도, 나는 노력할 생각이야. 네게 위험한 사실을 말해주는 까닭도, 아직 학교 규정을 잘 모르는 네가 혹여나 검열 기준에 어긋나는 대화에 끼어 큰 일을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돼서고.
음성 수집 기능을 잠시 꺼두는 건 그것대로 기록이 남지만, 이 기록은 내가 지워줄 수 있으니 몰래 지워 주려고 해. ...앞으론 조심해.
 
채드 클레번:거리낄 말이 있으면 필담이 낫겠군. ..그래, 괜히 뭘 잘못 말했다가 불려가면 곤란하겠지. 그점에 대해선 고맙지만-..
그래서 현 상황은 전교생의 대화가 무분별하게 수집되고 있고, 그중에서 거슬릴 발언 한 사람들은 전부 잡아들였고, 그중에 그 쪽 친구도 그러다 해코지라도 됐다는 말이지?
뭘 노력할진 모르겠는데 일단은 알겠어. 그쪽 페어가 걱정하는것 같던데 가보고.
교내가 시끄러번데 이건 계속 그러는건가? 인자 게시글 내부의 글이 삭제가 되지않는 부분은 그쪽이랑 관련없고?
 
유리 모하에:그래, 그런거지. ...깊게 파고들 생각이 아니라면, 거기서 멈추는 게 낫겠다. 말마따나 너까지 위험하게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몸을 바르게 펴고서는 손을 가볍게 흔든다.) 간다. 음성인식 다시 켜려면 S 버튼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다시 길게 세 번 누르면 돼. 오늘 기록은 내가 한꺼번에 지워줄 테니 자유를 좀 더 누리든가.
 
뭐라고 더 말할 듯이 입술을 달싹이던 유리는 고개를 내젓고
 
채드의 등을 두어 번 두드려준 후 자리를 떠납니다.
 
...
 
잠시 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얀 마르테:표정이 왜 그래? 유리 선배한테 혼났어?
 
채드 클레번:뭘 혼나.
굳이 따지자면 내가 혼낸거지.
 
얀 마르테:그래? 좀 힘없어 보이기는 하던데. (뒤를 잠시 돌아보곤) 싸운 건 아니지?
 
채드 클레번:피곤한 얘기를 좀 들어서.
아. 너도 그거 막... (도청된다니 입을 다물고선 네 손목 끌어다 워치 이리저리 살펴본다.)
 
얀 마르테:뭐야, 왜? (잡아 끄는대로 네게 손목을 내어주고는 의아한 듯 바라본다.) 네거랑 똑같을 텐데.
 
채드 클레번:(S버튼을 몇 번 꾹꾹 눌러보나 싶더니 됐다며 풀어놓고선) 아니다. 뭐 할줄을 알아야지.
너 하루종일 어디 있었어? 교내가 시끄럽던데.
 
채드 클레번: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다시 길게 세 번...
 
유리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음성 수집을 다시 키는 기능이라면,
 
채드 클레번:...
 
끄는 것도 마찬가지겠죠.
 
채드 클레번:(가물가물 생각나는듯)
너 손 다시 줘봐.
생각났어.
 
얀 마르테:(다시 잡힌 손목을 내려다보더니) 너 대체 뭐 하는...
 
채드 클레번:(길게 세 번, 짧게 세 번, 다시 길게 세번... 꾹 꾹 버튼 눌러 수집기능 꺼놓고선)
네가 쓸데없는 말 하다 잡혀갈까봐. 예방.
 
음성수집기능
 
얀 마르테:... ... (상황을 파악하듯이 시선이 워치의 화면에 한참을 머물다,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본다.) 이런 얘기 했어? 선배랑.
 
채드 클레번:응. 뭐 그런거 말고 그 사람이랑 내가 시시콜콜 오래 얘기 나눌게 있겠어?
 
얀 마르테:좀 친해진 줄 알았더니. 섭할 뻔했네. (순순히 기능이 꺼진 워치가 채워진 팔을 그대로 아래로 떨구고는) 아까 어디에 있었냐고 했나? 나야 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공기가 좀 쐬고 싶어서... 네 말대로 오늘 교내가 시끄러웠잖아.
 
채드 클레번:내가 그쪽이랑 친해지는데 네가 왜 섭섭해. (별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는듯 피식 웃고선) 입 가볍고 발빠른 놈들이 문두드리고 다니고 난리도 아니더라.
저기 선배랍시고 두명은 죽어라 싸우던데, 난 어지간해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부딪힐 있으면 니가 알아서 굽혀. (아까 상황 생각나는듯 작게 한숨 쉬고선)
 
얀 마르테:그 선배보다야 내가 더 약간 더 친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고는 뒤의 나무에 비스듬히 등을 기댄다.) 뭐, 그런 애들 덕에 소문에 둔감한 사람들도 상황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우리처럼.
너... (빤...) 딱히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안 하면서, 싸우는 것까지 걱정하고. 별일이네.
 
채드 클레번:너나, 그 선배나 둘다 친한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괜한 생각하지말고. (이어지는 말에 잠시 기숙사 방향에 시선을 두다가) 가십거리같은거 알아봐야 피곤하기만 하니까. 이것도 좀있으면 잠재워지던가 하겠지.
끼고싶어서 낀게 아니라-.. 끼기 싫어서 좀 알아보고 다닌거다. 피하려고. (가만히 널 응시하다가) 대충 뭔 상황인지는 들었나? 그 선배라는 사람은 꽤 진지하던데, 너는 뭐-.. 어때?
(본인 귀 톡톡 두드리며) 누가 네 일거수 일투족 하나하나 듣고있다고 생각하면 뭐, 좀 빡치나?
 
얀 마르테:선 긋기는. 내가 뭐 넘는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점이 괜히 서운하다는 거야. (약간의 농담기 섞인 목소리로 네 팔을 툭 치고는 잠시 입을 다문다. 가라앉은 얼굴로 무언가를 생각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다) ...가십거리. 채드, 너희 가족... 여기 카사블랑카에 함께 왔다고 했던가.
내 은사... 형은 군인이라, 얼마 전에 공적을 세우고 스와콥문트로 이주했거든. 나도 사관학교에 입학했겠다, 이제 성인이기도 하고. (깜빡이는 워치를 한번 내려다보고는 피식, 바람 새듯 웃는다.) 그런데 그런 소리가 들려오니까 좀... 잊으려 해도 말이야,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
(길게 숨을 뱉고는) 당장 내 일거수 일투족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뭘 듣든 어디까지 관찰하든 아무래도 상관 없어. 지금은 그냥... ...걱정인가.
 
채드 클레번:선 그은적 없어. 딱히 넘은적 없는것도 알고. 그러니까 사실적시지, 없는 선 넘을 생각도 없으면서. ( 팔 툭 치는대로 두고선) 그래. 아마 지금쯤 다카르에 있을때보다야 속편히 살고 있겠지. 좋은 보금자리까지 챙겨줬으니 어떻게 살던 이제 알 바는 아니고-.........
....이주했다고? (잠깐 입을 꾹 다문다. 어디까지나 냉소적으로 있을 수 있는것은 자기와 딱히 관련없는 일이었으니.. 잠시 네가 하는말에 집중하는듯 가만히 듣다가) 뭐, 최근에 가장 마지막으로 한 연락은 언제인데?
뭔, 박사인지 뭔지랑 연락했던 여자는 ai가 답변한것마냥 형식적인 얘기만 돌아왔다고 하던데, 너도 그래? 너희끼리만 알법한 얘기라던가. 그런건 한 적 없고?
 
얀 마르테:(네 대답에 물끄러미 네 얼굴을 들여다본다. 가족 얘기를 하면서도 눈썹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하게 늘어놓는 것을 보아하니... 가족에게도 크게 정을 붙이지는 않은 모양이지. 최소한의 책임감, 마치 가족이라는 걸리적거리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듯한 기색을 살피더니) 너, 별로 안 친해? 가족이랑. (굳이 물어본다.)
...글쎄, 연락을 한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야. 하지만 보통은 안부를 묻지, 그렇게 각자의 생활에 대해 떠들 나이는 지났으니까. (한숨) 이상한 점은... ... 생전 입에도 안대던 담배니 술이니, 하는 것 같더라고. 옛날부터 그래온 것처럼. 군인 치고 놀랄 정도로 건전한 사람이라, 그런 걸 하는 건 생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채드 클레번:꼭 사이좋게 지낼 이유는 없잖아. 피가 섞였으니 할 도리 정도나 하는것 뿐이고. 글쎄, 너도 그 집구석 보면 좋다고 섞여있고 싶진 않을걸. (딱히 정 비슷한것이라도 없다는듯 대답하고선) ..보통 혼자 지내는 정도로 생활습관같은게 그렇게 바뀌나? 너만해도 다카르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똑같잖아. 뭐, 지금 당장 연락은 못해보고? 거기라고 네트워크망이 막힌것도 아닐텐데 지금 이런게 화제된 걸 모르나?
 
얀 마르테:그냥, 기억해두려고. 굳이 묻는다는 건 그런거지 뭐. (애초에 평범한 가족이라는 건, 어떻게 돼먹은 건지 먼 기억 속에만 존재했지, 몸은 잊어버린지 오래다. 어떤 형태든 뭐 어떤가. 그렇게 생각을 흘려보내고는) ...알지, 아는데. 정말 확인하기가... ... (두려운가? 불쑥 들이닥친 감각에 말을 잇다 말고 얼굴을 한손으로 쓸었다. 난감하다.) ...아니, 그래도 해야겠지. 당장 가볼 순 없으니까.
 
채드 클레번:넌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긴 하더라. 머리 좋게 생기진 않았는데-. 뭐, 맘대로 해. (감정을 가늠해 보는듯 물끄러미 마주보다가) 또 저번처럼 시험이니 뭐니, 엮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불안한 감정 오래 끌고가지 말고 지금 해. 해보고 해결하던지, 아니면 제 때 연락오면 좀 불안해도 자기위안이라도 되잖아? 안부같은건 뭐 늘상 돌아오던게 올테니 제쳐두고, 정봇값이 있는 질문으로.
 
얀 마르테:하하. 많이 기억할 수 있는 거지, 별로 머리가 좋은 건 아닐지도 몰라. 뭐... 질보다 양? 그런 말도 있잖아. 쓸데없는 것까지 머리에 들어오니까. (피곤한지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정말 무슨 일이 생긴거면 그때는,
 
갑자기 두 사람의 스마트워치에 긴 진동이 느껴집니다.
 
서사의 판면을 강제로 집어 벌리고 삽입되는 개정 기호처럼
 
홀로그램 패널은 동의도 없이 방송 창을 띄웁니다.
 
화면 너머에는 각성자사관학교의 학장이
 
무게감 있는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학장:사안이 중대해 전체방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새벽 익명 커뮤니티 ‘인자미나’에 게시된 글의 작성 IP가 교내인 것으로 추적되었습니다.
교수진은 불온한 선동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우리 학생 혹은 교원의 손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에 지극한 유감을 표합니다.
학생 여러분께선 헛된 소문에 경도되지 말고 우리 빛나는 오십 년 사학을 지킬 수 있도록 학업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각성자사관학교는 당 사안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정말 헛된 소문이라면
 
이렇게 대응하는 것보다야 무시하는 것이
 
일을 덜 키우는 방식일텐데요.
 
행간에서 윗선의 압력이 있었음을 읽을 수 있는 연설입니다.
 
지리한 말들이 이어진 후
 
학장은 벌떡 일어서 허공을 응시합니다.
 
화면에는 이제 학장의 얼굴 대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국기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국기
 
국가 <신이여, 아프리카를 굽어보소서>가 작사될 때에
 
이슬람 교도들과 기독교도들이 조사 하나까지
 
좀 더 서로의 종교에 알맞은 색깔을 담으려
 
다투는 광경을 보고,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에서 건너온
 
초기 공화국 시민들은 퍽 당황했다고들 합니다.
 
그들이 생각하기로 아무튼 아프리카의 종교라고 하면
 
젬베를 두드리며 토착신을 찾는 종류였지
 
지극히 ‘문명화된’ 메이저 종교를 믿을 리는 없었으니까요.
 
이 무례하고 순진한 오해를 지닌 산부의 산도를 열고
 
새로운 공화국이 마침내 세상에 머리를 들이밀었을 때
 
정부는 좀 예민하다 싶을 만큼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출신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
 
재난 때문에 섞여 살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교정에,
 
회사에,
 
길거리에,
 
카페에,
 
펍에,
 
국가가 울려퍼질 때,
 
우리는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에나 설치된 공화국 국기를 향해 경례해야 합니다.
 
나라 어디서나 국기는 휘날리고,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땐
 
하늘길 시계가 국가를 자동 인식하여
 
홀로그램 패널로 국기 이미지를 띄워 줍니다.
 
검은 상단은
 
여러 국가를 뿌리로 둔 시민들이 화합되어야 할
 
아프리카 연합공화국의 대표색상 역시
 
모든 색을 섞은 검은색이라는 의미이고,
 
흰 하단은
 
이 땅이 흐트러지기 전부터
 
오래 자리를 지켜 온 아프리카 대륙의 사막을
 
오염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상징합니다.
 
가운데 노란 원이 태양을,
 
태양 안의 붉은 별 일곱 개가 일곱 도시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어린이들은
 
국부로 추숭되는 초대 대통령의 위인전을 읽으며 자라나고,
 
‘모든 사람은 동일한 권리를 타고난다’고 교육받으며,
 
험지를 헤치고 인간의 위대한 문명을 다시 이룩한
 
조국에 충성을 바치라는 가르침을 듣습니다.
 
학교는 고요하여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요.
 
적은 돈으로 빈 방을 모두 채우라는 요구에
 
초를 사와 불을 밝혔다던 처녀의 일화처럼
 
이 광막한 공간에는 오로지
 
경건하고 엄숙한 국가 선율만이 가득합니다.
 
.
 
.
 
.
 
바람이 널리 드나들 수 있도록 지은 1층 회랑은
 
카사블랑카의 자부심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제 그런 통기성 좋은 건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진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때로 함신은 굳건한 도시 장벽 너머로부터 날아와
 
외벽을 덮어 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비공식적 별명으로 ‘제1도시’ 라는 명칭을 가진
 
카사블랑카의 장벽만은,
 
공화국 시민들을 불편케 하는
 
모든 재난으로부터 사람을 지킵니다.
 
언제나 굳건하게.
 
따사로운 햇살과 축복 같은 적도편동풍이
 
뺨을 어루만지든 어쩌든,
 
학생들에게는 불행했던 중간고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입니다.
 
그 1층 회랑을 지나 2층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제 시험은 두 개가 남았습니다.
 
<군사전략 입문>,
 
<전략문화와 전쟁>입니다.
 
<전략문화와 전쟁> 중간고사 시험 대체 조별 과제 에세이는
 
첫 가상 훈련 때 맺어졌던 페어끼리
 
함께 작성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과제의 주제는 이렇습니다.
 
…1학년이 당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과제 아닌가요?
 
본래 <전략문화와 전쟁> 강의 평가는
 
늘 심한 호불호 영역에 놓여 있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머리를 너무 쥐어뜯은 탓에
 
그걸 다 치워야 하는 근로장학생들의 스트레스도
 
갈수록 쌓여 갔습니다.
 
채드와 얀은 도서관 구석
 
창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여러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긴긴 고난 끝에 레포트는 결론 부분에 다다른 참이에요.
 
얀 마르테:......그거, 다 읽었어? (자료 가리킴)
 
채드 클레번:(자료 휙휙휙 넘겨보다가) 이건 관련 없고, 이건 읽을 필요 없고. 추려놓은것만 인덱스 붙여놨으니까 그거만 봐.
 
얀 마르테:열심히 하네. (인덱스 붙은 곳을 휘리릭 펼쳐보며) 수석이라도 노리는 거야?
 
채드 클레번:시키니까 하는거지, 잘나오면 수석 되는거고. 못나오면 어쩔 수 없는거고. 거의다 끝났으니까 적당히 마무리해.
 
얀 마르테:머리 아파~ 이것 때문에 이상한 군사 이론만 머리에 잔뜩 집어넣었잖아. (책상에 냅다 엎드린다...) 좀 쉬었다 하지? 어차피 결론만 남았는데.
 
채드 클레번:일어나라. (엎드린 네 이마 손바닥으로 잡고 슬 밀어올리고선) 여기서 하루종일 나랑 시시덕거리고 싶은거 아니면 끝나고 쉬어.
 
얀 마르테: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하고. (놀리듯이 말하기) 지난 시험은 잘 쳤어? 훈련 점수야 잘 나왔을 거고.
 
채드 클레번:보통은 그렇게 물어보면 질색한다. 뭘 또 속편한 소리야. (오히려 본인이 더 질색하고서는) 그래, 이런식으로 말돌리는거. 남의 성적은 네가 알 거 없고-... (내가 알아서 마무리 해두어야겠군.. 싶어 정리해둔 자료 보며 알아서 결론 작성하다가 문득) 너, 연락은 돌아왔어?
 
얀 마르테:질색하라고 한 소리라면 미안하고. (아, 딱 들켰네. 이어지는 말에 가볍게 웃곤 이번에는 등받이에 몸을 한껏 기댄다.) ...그런 게 궁금해?
 
채드 클레번:(알아서 작성이 끝난듯 펜을 내려놓고는 본인은 맞은편의 네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어. 오래 끌지 말고 말해. 해보기는 했고?
 
얀 마르테:음~... ... (오래 끌지 말라는 말에 말끝을 늘리다가) 모르겠어. (그냥 웃는다.) 연락은 돌아왔어. 평소대로의 형이나 다름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입을 달싹이다) 기억을 못하거나 이상한 구석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보통의 사람은 그렇잖아? 쉽게 잊고, 까먹고. 그래서 모르겠어.
 
채드 클레번:그래? (레포트 한 쪽 구석에 얀 마르테, 채드 클레번이라고 이름까지 기입해두고선)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뭐, 말마따나 사람 몰아두고 뭔 짓이라도 하려는거면.. 카사블랑카 밖에 언제 죽어도 모를 사람 많잖아. 굳이 공까지 세운 사람들만 모아서 해코지 하는건 인재 낭비지. ( 흩어놓은 자료들 정리하면서) 일어나. 제출해야지.
 
얀 마르테:응. 생각이... 너무 많았던 건지도 모르지. (그새 끝냈네. 네 말에 등받이에 기대있던 몸을 바로 세운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얀이 몸을 일으키면,
 
노노이 라가힛:얀, 30분 남았어. (어깨를 툭 건드리며) 우리 슬슬 준비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남은 시험 중 다른 강의인 <군사전략 입문> 가상 훈련에서
 
얀과 또다른 임시 페어를 맺고 있는 노노이 라가힛입니다.
 
얀 마르테: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채드를 돌아보고는) 채드, 그거 줘. 가는 길에 내가 해도 되니까.
 
채드 클레번:그러던가. (꺼내놓았던 책이며 자료며 다 쓴 레포트며 전부 넘겨줘놓고선) 사람 한 명 더 있으니까 같이 들면 되겠네.
 
얀 마르테:(그 중 레포트만 쏙 골라감) 뒷정리 좀 부탁해~ (얄미움)
 
채드 클레번:허? 네가 한다면서. (어이없음)
 
얀 마르테:제출 말이지. (손 흔들)
 
얀과 노노이가 도서관을 나섭니다...
 
채드 클레번:(신경질내며 정리하는중)
 
그때, 혼자 남겨진 채드의 뒤에서 유리가 나타납니다.
 
유리 모하에:(책상 위에 흩어진 남은 자료들을 보더니) 야, 이거 <전략문화와 전쟁> 레포트지? 그 끔찍한 거? 어떻게 매해 이렇게 참신하게 엿을 먹이시냐.
 
채드 클레번:그렇게까지 끔찍했나? (눈 꿈뻑..) 과제라는게 다 그저 그렇게 재미없지, 또 뭘.
뭐야, 오늘 또 붙어다니던 그.. 안경이랑 같이 없네.
 
유리 모하에:그래? 난 이거 쓸 때 진절머리를 쳤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말했으면 괜찮은 팁도 줬을 걸, 예를 들면... (근처 서가에서 책을 한권 뽑아오더니 얀이 있던 자리에 앉는다.) 이런 거? (후르륵 몇 장을 넘겨 문단 하나를 가리키며) ...아, 요한? 요한은 잠시 신입생들 지도하러.
 
<전략문화와 전쟁> 담당교수가 집필한 도서가 분명합니다.
 
그 교수는 특유의 유려한 어조로
 
전쟁의 비극과 날것 같은 참호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습관이 있으니까요.
 
유리 모하에:그 교수님, 자기 책 인용하면 되게 좋아하거든. 다음에도 수업 듣게 되면 참고해.
 
채드 클레번:아, 응. 또 들을 일이 있으면. (문단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뭐, 사실 옛날일 같은건 관심없지만-.. 감사하라니 그런거지. 우리도 언젠가 일하다 개죽음 당할수도 있는데 역사에라도 남는다 그런거잖아.
 
유리 모하에:전에도 생각했지만, 너 되게 솔직하구나? (아하하, 웃음을 터뜨리고는) 군인이라는 직업이 그렇지 뭐.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그대로 책을 덮는다.) 흠... 얀이랑은 잘 지내?
 
채드 클레번:얀 마르테? (생각해보니 이녀석 이름을 육성으로 내뱉어본건 처음같기도.. ) 걘 왜? 뭐 신경쓰이는 거 있어?
 
유리 모하에:아니, 잘 지내라고. (싱글) 평균적으로 첫 임시 페어와의 동조율이 50%만 넘어가도 정식 페어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치지. 페어들은 보통 이것보다 낮은 동조율로 시작해 합을 맞출수록 동조율이 상승하곤 하니까. (빤...) 너희는 시작부터 60%를 넘었잖아? 얀을 놓치는 건 네게 아까운 일이야.
 
채드 클레번:그런거야 보다보면 결정날 일이지. 지금 다른 수업 임시페어랑도 잘 지내 것 같아 보이던데? (맘에 안든다는듯 팔짱 끼고선) 뭐, 그래서 나보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조르라고? 됐다.
 
유리 모하에:하긴, 얀은 타고난 타인과의 동조율 자체가 좀 높은 애 같더라. 아까 데려간 라가힛인가, 다른 애랑도 수치가 낮지는 않았어. (팔짱을 끼고는) 게다가 너는 페어가 너보다 못하면 답답해 할 타입 같으니까. 내가 잘못 짚었나?
 
채드 클레번:사람이 물렁물렁하니까 동조율도 그런가보지. ( 이쪽은 정반대인듯 하다-..) 그렇게 깐깐하면 어떻게 살아? 그쪽이 못나서 버벅이다가 욕 좀 먹은걸로 징징대는거지. (..) 잘난놈만 모아놓은줄 알았는데 머저리 집합소던데. (찔린듯 변명스레 내뱉어보지만 뭐 거의, 자수다...)
 
유리 모하에:좋으니, 싫으니 해도 구현자와 설계자는 한 쌍으로 움직여야 하니까. 나랑 요한을 봐. (으쓱) 네가 덜 답답한 상대를 선택하면 좀 나을 거라는 말이지... 물렁물렁하니까 네게도 잘 맞춰주잖아. 걔가 싫은 건 아니잖아?
 
채드 클레번:누가 싫댔어? (발끈.. ) 애초에 내 의견만 중요해? 걔도 뭐 여기저기 맞춰보고 정하고 싶을거 아냐. (유리랑 요한? .. 못미덥다는듯 응시한다.) 죽어라 싸우던데? .. 몰라, 알아서 하겠지. 이런거 물어보지마. (성질)
 
유리 모하에:오, 의외로 배려하는 모습~ 기특하네. (성격같아서는 진작 머리를 헝클어뜨렸지만 참았다.) 확실히 요한이랑 나는 자주 싸우지만, 그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상대니까 그런 거고... 결국 서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지. (씩 웃더니) 알았어, 알았어. 그냥 그렇다고.
 
그런 대화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도서관 내 정숙이라는 예절도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누군지 미처 보기도 전에,
 
채드는 팔을 잡아채여 일으켜 세워집니다.
 
동급생:채드 클레번! 너 가상훈련 때 얀이랑 임시 페어 맺었던 애 맞지.
빨리 와! 설계 반동 터졌어!
 
채드 클레번:뭐야, 이새끼? (일단 욕부터함)
뭐?
 
설계반동
 
채드 클레번:야, 어딘데. 일단 안내해. (상황 파악 후 동급생 팔 붙잡고선)
 
유리 모하에:...뭐라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더니 자리에서 튕기듯이 다급하게 일어난다.) 이쪽이야! 설계 반동이면 제2의무실로 실려 갔을 거야!
 
유리를 따라 도서관을 나서 의무실로 향하면,
 
의무실 바깥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상황이 생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백색 에너지가 문 밖까지 일렁이고 있고,
 
그 위로 검붉은색 에너지가 얹혀 피처럼 뚝뚝 흐릅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면,
 
의료진 두 사람이 발작하는 얀을 억누르고
 
약을 주사하고 있습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를 지경이고,
 
식은땀이 침대보를 적십니다.
 
얀은 괴로운 듯이 가슴을 움켜잡고 있습니다.
 
유리가 침대 곁으로 달려가
 
의료진까지 제치고
 
화면에 표시되는 에너지 파동을 읽습니다.
 
낭패라는 듯이 그가 외칩니다.
 
유리 모하에:안정도가 엉망이야! 선생님, 약물로 해결이 안되는 수준인가요?
 
의사:반동이 너무 심하게…… 같이 시험 치르던 학생이 심하게 긴장했던 모양입니다.
 
얀의 페어는 노노이 라가힛,
 
‘입학 시험 때 5등인가 했다던’ 그 동기.
 
이를 악문 유리의 시선이 허공에 머무릅니다.
 
정확히는 정체 모를 검붉은색 에너지의 흐름을 따라서.
 
유리 모하에:...채드 클레번.
 
채드 클레번:.... 쟤 바로 어떻게 해봐야 하는거 아냐?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유리 모하에:당장은, 방법이 하나뿐인 것 같다.
설계 반동이 이 정도로 왔으면,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이러다 얘 죽어!
 
의사:아니, 유리 학생. 설계 반동이 위험하긴 해도 죽는 정도까지는…….
 
유리 모하에:죽어요!
...이거, 에너지 주입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아.
언약해. 정식 페어 맺으라고.
 
페어언약
 
채드 클레번:정식 페어인지 뭔지, 그거만 하면 돼?
..
(침대 쪽으로 다가가서) 그쪽도 진정하고. 내 정신은 멀쩡하니까-..
 
유리 모하에:... (천천히 호흡하곤) 미안, 좀 놀라서.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까.
정식 페어가 된 순간 에너지 유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니, 날뛰는 각성자를 안정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야.
 
채드 클레번:(고개 끄덕이고선 의료진들을 대충 손으로 치우고선 본인이 얀의 어깨를 꽉 누른다.) 얘가 동의해야 하는거잖아. 야, 빨리 허락해. 너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야. 어디서 별 한심한 새끼 주워다 같이 일을 하니까 이 사달을 내지.
얘 말할 수 있어?
 
유리 모하에:...당장 의식은 있는 것 같아. 우리는 나가있을 테니까, 부탁한다.
 
유리가 의료진을 이끌고 의무실 바깥으로 나갑니다.
 
‘페어 언약’ 절차시엔
 
근처에 다른 각성자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에너지가 엉킬 수 있기 때문이겠죠.
 
채드 클레번:(사람들이 나갔나 싶으면 ) 야, 정신 차려. 목숨 소중한 줄 알면 빨리 알겠다고 해.
 
얀 마르테:(어깨를 눌림에도 쏟아지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격하게 비트는 몸짓이 이어진다. 심장이 거꾸로 내달리는 듯한 압박감에 숨을 크게 삼켰다가, 헐떡이듯 뱉기를 반복하다 겨우,) 해, (반사적으로 네 팔을 콱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고통을 참아보려 악물던 잇새로 말을 흘려보낸다. 목이 긁힌듯한 음성으로) ... ...뭐든, 헉,...
 
채드 클레번:얀 마르테, 고통스러워도 네 심장까지 경로는 네가 짜야해. (순식간에 백색과, 검붉은 에너지로 가득찬 의무실 내로 금빛 기운이 넓게 퍼진다. 몸을 비트는걸 막으려 한 팔로 제대로 제압해두고선 잠깐 목까지 이어진 흉터에 시선을 두었다. 원체 책임감 하나로 움직이는 인간이었으니, 이런식으로 얽매이게 된다 하여도 제 옆구리에 남은 잔상처럼 언젠간 갚아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르지 않나. ) 그래, 잘했어.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
 
얀 마르테:윽, ... (억누르고 있던 에너지를 본능적으로 완전히 놓아버리면, 피처럼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에너지에 내리눌리던 백색 에너지가 벗어나고자 요동쳤다. 설계고 뭐고, 당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통각. 제 심장이 어디에서 뛰고 있는지 실감하게 해주는 가장 분명한 감각이다. 열감에 흐려진 시야 탓에 무작정 손가락에 걸리는 옷깃을 잡아 네 상체를 가까이 끌어당긴다. 심장이 자리한 곳, 그곳을 누르듯 손바닥을 얹는다.) 채드. 클레,번. (... ...미안. 한 줌 남은 정신을 붙잡듯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별다른 매개 없이 곧장, 직통으로 길을 연결했다.)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간난신고 끝에
 
뜨겁고 전류 같은 에너지가
 
심장까지 메다 꽂힙니다.
 
일견 자해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들 만큼
 
무자비한 방식의 지배였습니다.
 
심장을 움켜쥐는 에너지의 흐름,
 
온전히 열어젖힌
 
정서,
 
경로,
 
녹은 금속처럼
 
무섭도록 달아오르는 두 사람의 체온,
 
세상을 묘사한 페이지가 불타 부스러지고
 
판정과 글줄로 이루어진 우주에
 
오로지 둘만이 온전한 것처럼.
 
잠시 후,
 
자연스레 피어오른 에너지가
 
금색과 백색 빛을 교차로
 
허공을 맴돌기 시작합니다.
 
얀 마르테:...
 
고통으로 인해
 
생리적 눈물이 맺힌 얀의 시선이 채드를 바라봅니다.
 
정신을 차린 것 같네요.
 
에너지 유량이 크게 늘어납니다.
 
이전까지 되지 않던 것이
 
지금 이 순간부터는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아요.
 
몹시도 기이한 기분입니다.
 
얀이 아주 멀어지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감각.
 
언젠가 아주 떠나 버릴 것을 예고하듯이.
 
열병에 들뜬 사람처럼 얀은 힘겹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큰 추위에 시달리는 듯합니다.
 
에너지 유량은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반동으로 인해 고갈된 에너지가
 
도로 채워지질 않으니 추위를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접촉으로 건네주는 에너지 주입 뿐이라는 사실을
 
채드는 알고 있습니다.
 
채드 클레번:... 하여간에 약해빠져가지고. (적당히 잠긴 셔츠 단추 몇개를 풀어내고선 흉터위 목위로 손을 얹고선 쥐었다. 고갈된 에너지를 전부 채워주기라도 하려는듯 에너지를 쏟아내 주입한다. ) 네가 저번에 인사랍시고 알려주지 않았어? ..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잘 부탁한다고 하는 거랬지. 난 징징대고나서 하는 사과 싫어해.
 
얀 마르테:너는 좀 더... 싫어할 줄 알았는데. (약해빠졌다. 그런 소리에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고르는 숨과 숨 사이에 남은 통증이 저릿한 가운데 가물한 눈을 감았다 뜨기를 몇 번. 목에는 뜨거운 압박감이 얹힌다. 그때, 기억의 한구석에서 끄집어낸 것. 무자비하게 내리 꽂히던 감각, 눈 앞에서 터지는 섬광. 그 홧홧한 느낌과 얼핏 닮아있어 어쩐지, 헛웃음이 나왔다.) ...잘 부탁해.
 
채드 클레번:어중간한 놈 데리고다니다 이 꼴 난게 못 봐주겠어서 그랬다, 왜. (어쩐지 짐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에 묘한 얼굴로 잠시 내려다보다 이어지는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지고있던 짐 중 가장 큰 것은 가족. 그처럼 무언가 얹힌듯한 무거운 책임감과는 달라서.. ) 이렇게 정해지기도 하는거겠지. 그래,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선 평소의 무던한 얼굴로 돌아왔다.)
 
얀 마르테:...하하. 그거 노노이 얘기야? (눈을 쉬어주듯 천천히 내리감았다. 평소의 습관대로, 무언가를 짚어보듯이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이상했던 건 있어. ...그 애 입학 시험에서도 성적이 좋았고, 나랑 동조율도 나쁘진 않았는데. 그런데도 좀 당황스럽다 싶을 만큼 에너지 제어를 못하더라고. (색깔도, 원래 그랬었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아, 이제 정신 개조만 남았나? 쓸만하게. (나름 농담도 덧붙인다.)
 
채드 클레번:이름도 기억 안나는데, 어. 그 노노인지 뭔지. (이어지는 말에 잠깐 기시감이 드는듯 눈을 가늘게 떴다가) 실전에서 애매한 편 인가보지. 입학시험은 뭐, 어쩌다 얻어걸렸다던가. (곁다리 동급생에 대해서 큰 관심은없다.) 그래, 일단은 신체 개조부터. (손을 네 감은 눈위에 얹고 이제서야 열감이 식고있는 이마위로 쓸어올렸다.) 꼴이 그래서 뭐, 제대로 기능이라도 하겠어?
 
얀 마르테:원래 에너지 색깔은, 연기 같아서 어느 정도 투명도가 있잖아. 그런데 걔 건, 검붉고 짙어서 앞이 안 보였어. ...그러니 내 설계가 가려진 거야. (모든 것이 어그러지던 순간. 역할 정도로 끔찍했던 그 기억을 또 평생 묻고 가겠지. 지금 이 기억도 더불어서. 그런 생각에 희끔한 눈동자로 너를 잠시 응시하다) 그 정도면 오래 버틴 거 같은데... 너도 아까는 잘했다고 했으면서. 아픈 사람한테 약한 건지, 박한 건지 모르겠네.
 
채드 클레번:뭐 오류라도 있었다는건가. 여태까지 그런 현상이 있다고 들어본 적 없는데. 의무실에 잡혀서 검사받아야할 건 네가 아니라 그쪽일지도 모르겠네. 걘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어깨 으쓱이고선 손을 뗀다) 숨 붙여놨으니 죽을까봐 안달복달할 이유가 이제 없잖아. 다 밖에서 기다려. (문쪽 고갯짓하고선) 불러줘?
 
얀 마르테:설계 반동은 한 사람에게 돌아오는 타격이니까, 그 애는 아마 괜찮겠지. 좀 놀랐겠지만... (아니지, 에너지 상태가 그 모양이니, 괜찮지는 않으려나. 이마에서 손이 떨어지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땀이 식고, 반동의 여파와 쌓인 피로가 밀려온다. 눈 앞이 까매지자 묵소리가 점차 낮아진다.) 여기 있어. ...일단은, 조금 자고...
 
채드 클레번:뭐 에너지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그 부분. ( 침대에 걸터앉아 대충 벽에 머리를 기대고선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애처럼 굴기는. 자고 일어나. 어차피 딱히 당장 어디 갈 곳도 없어.
 
숨소리가 완전히 가라앉습니다.
 
태풍의 눈처럼, 제2의무실에는 완전한 고요가 남습니다.
 
.
 
.
 
.
 
모하메드 5세 광장에서
 
모하메드 알 한살리 거리를 따라
 
바다 쪽으로 10여분 걸으면
 
대형 선박들이 정박한 카사블랑카 항구가 나타납니다.
 
유럽 국가들과의 거의 유일한 교역 통로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오전부터 카사블랑카 항구에서
 
짐을 잔뜩 실은 트럭 여러 대가
 
각성자사관학교로 들어왔습니다.
 
새 나라가 만들어졌다고 한들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 벽돌을 올릴 까닭은 없었으므로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도시들은
 
저마다 기존 건축 양식을 아직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모로코의 상징은
 
흰 벽에 녹색 지붕을 이은 호화롭고 장대한 건물들.
 
아라베스크 문양이 조각된 나무판이 벽면을 둘러싸고,
 
안뜰은 대리석으로 꾸밉니다.
 
젤리즈 타일이 섬세하게 벽을 장식했고,
 
세밀한 조각과 촘촘한 문양은 사람을 황홀케 합니다.
 
종교 건축물처럼 웅장한 파사드를 지나
 
여러 개의 건물을 거쳐
 
이르는 중앙 정원은 안달루시아풍입니다.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베로니카 주간’ 둘째날입니다.
 
본래 카사블랑카에는 없었던 명절이고,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래한 것도 아닌 절일이지만
 
학생들은 베로니카 주간을 좋아합니다.
 
초대 학장이 어릴 적 동생의 생일이 되면
 
가정에서 하던 놀이를 시험 삼아 내놓았던 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이제는 아예 축제 주간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학생들은 이미 손에 맥주 한 잔씩을 든 채
 
동아리들이 준비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미로 찾기 놀이에 끼는 등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채드도 출발할 때가 되었습니다.
 
1학년들은 메인 게임에 참여해야 했으니까요.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한 조씩.
 
그러니까 지금 기숙사 밑에는
 
얀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채드 클레번:(기다리던가 말던가 천천히 준비해서 나감)
 
얀 마르테:(아무데나 걸터앉아서 멍하게 축제 구경이나 하고 있음)
 
채드 클레번:(뒤에서 저벅저벅 걸어가서 어깨 툭 침) 뭐해? 뭐 저런거나 집어먹고 있지.
 
얀 마르테:(뒤를 돌아보며) 이런 분위기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서 먹고 있으면, 좀 처량하잖아. 그나저나... (빤) 늦잠 잤어?
 
채드 클레번:일 없는 사람처럼 축제분위기 속에서 주저앉아있는것도 만만치않게 처량하거든. 남자 하나 추가된다고 뭐 달라지겠느냐마는. (뻔뻔한 얼굴로) 아니? 새벽에 일어났는데.
 
얀 마르테:그래도 하나보다는 둘이 낫지. (새벽? 오후가 다 된 현재 시간을 보곤) 그럼 뭐 하고 있었는데?
 
채드 클레번:할 일 하고, 정리할 거 정리하고. 급할거 없으니까 천천히 나왔는데? (대충 두리번 둘러보는듯 하더니) 가자. 여기 주저앉아있다가 밤 새겠다.
 
얀 마르테:네 말대로 뭐라도 주워 먹을까... (그제서야 느긋하게 몸을 일으키곤 앞서 걸음을 옮긴다.) 저쪽에 노점상 많던데.
 
채드 클레번:어. 넌 좀 많이 먹을 필요가 있는 것 같더라. 비리비리해가지고. (노점등을 대충 훑어보면 축제 분위기답게 과일과 향신료를 같이 넣고 끓인 글뤼바인과 간단한 안주류를 파는 노점등과, 소, 돼지 , 양고기를 굽고있는 노점.. 애들이 좋아할 법한 솜사탕같은걸 잔뜩 늘어놓은 곳 등등이 있지만 당연한듯 고기냄새가 진동하는곳으로 걸어간다.) 너한테 필요한 건 단백질이야. 그거 좀 잘못 얻어맞았다고 반동이나 오고. (그런 이유가 아닌건 알지만..)
 
얀 마르테:너... 맨날 나한테 비리비리 하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못 먹었으면 이만큼 못 컸지. 네가 유독 잘 먹는 거라고... (분명 앞서 걷고 있었는데? 어느새 채드가 고기쪽으로 걷고 있어서 따라감) 그리고 반동은 그거랑 관련 없다니까. ...이따 솜사탕이나 먹을까? (간식류에 한눈 팔기)
 
채드 클레번:이번 사건으로 더 굳건해졌다. 농약친 나뭇가지도 아니고 이거야 원.. (솜사탕 한 번 흘끗 쳐다보았다가 너 한 번 보았다가) 애냐.
 
얀 마르테:...내 말 듣고 있는 거지? (...) 봐, 고기같은 건 혼자서도 구워먹을 수 있는데, 솜사탕은 저 기계가 없으면 안되잖아. 아무때나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일리)
 
채드 클레번:이상한 이론 펼친다고 그게 다 말이냐. (얼척없다는듯 보다가 솜사탕 노점쪽으로 척척 걸어간다. 무식하게 제일 큰 솜사탕 가리키며) 저거 사. 나머지는 뭐 성에도 안차겠다.
 
얀 마르테:솜사탕은 원래 배 채우려고 먹는 게, ...그래. (포기하고 제일 큰 솜사탕을 가져온다.) 어쩐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은데.
 
채드 클레번:그거야 다 큰 남자가 그런거 들고다니니까 그렇지? (어쩐지 조금 멀찍이서 걷는다.)
 
얀 마르테:네가 이거 사랬으면서? (척척 거리 좁힘ㅋㅋ) 네가 반은 먹어야 돼 이거.
 
채드 클레번:네가 오늘밖에 먹을 수 없으니까 꼭 먹어야 한다며? 평생 먹을만큼 먹어둬야지. (휙 뒤돌아서 솜사탕 한 웅큼 집어 네 입에 밀어넣어놓고 다시 거리 벌리며 걷는다.)
 
얀 마르테:오늘밖에라고는 안했 (읍) 그래~.. 하루종일 솜사탕 든 다 큰 남자랑 같이 다녀라, 그럼.
 
채드 클레번:해봐라, 같이 다니는 사람이 쪽팔린가. 들고 있는 본인이 쪽팔리지. (척척 걷다가 사격장 쪽 가만히 응시하더니) 더 다니기 창피한 녀석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그쪽으로 걸어감)
 
얀 마르테:(시선에도 적응 됐는지 그냥 솜사탕을 묵묵히 뜯어먹으며 따라간다.)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그래도 군인인데... 밸붕 아닌가여?
 
채드 클레번:(밸붕 맞음)
(애처로운 표정 짓는 노점상 주인 모른척함)
 
쏠 수 있는 탄환은 5개입니다.
 
참여한다면...
 
채드 클레번: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밸붕이야이거
 
채드 클레번:(총달라나는듯 가판대 손으로 탁 침)
 
아직 탄환은 4발이 남았는데요...
 
이걸 정말? 다하나요? ㄹㅇ?
 
채드 클레번: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경품 쓸어갈 거임??
 
ㅠㅠㅠㅠㅠㅠㅠㅠ
 
채드 클레번:(한발 더 쏨)
 
얀 마르테:(솜사탕 냠냠)
 
채드 클레번: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한발 빗나갔다)
 
얀 마르테:그런 것도 있어야 아저씨도 먹고 살지. (편들기)
 
주인장: ㅠㅠ
 
채드 클레번:흠...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기 뭐, 3발이상은 집문서 주고 그런거 없나?
(마지막 발 준비하는중..)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채드 클레번: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얀 마르테:5발 중 3발 성공이네?
 
채드 클레번:(뭔 누리끼리한 인형에 전부 맞춰다가 얀머리위에 올려놓고)
이제 진짜 쪽팔린 컬렉션이 완성됐네. (아저씨한테 손 흔들고 떠남)
 
얀 마르테:(한층 더 데리고 다니기 부끄러운 남자가 됐음)
 
채드 클레번:(걸어다니면 사람들이 얀 한번 흘끗 쳐다보고 지나감)
 
얀은 머리 위에 인형을 올려놓고 잘도 걷습니다...
 
채드 클레번:(대단한데)
 
얀 마르테:(네가 이렇게 만들어 놨잖아) 넌 뭐 안 먹어? (대식가 아닌가)
 
채드 클레번:나? 밥 먹고 왔는데.
(3번 받아먹었다.)
 
얀 마르테:군것질 하잖아 보통. (3번 받아먹은지 모름)
 
채드 클레번:뭐.. (대충 고기구워놓은 큰 꼬치 하나 사와서는) 이거면 되는데.
(길에 애들 나누어 주려고 풍선 파는 상인 보이면) 오.
어이 아저씨, 여기 이놈 트리로 만드는 중인데 몇 개 줘봐.
 
얀 마르테:...
 
어떤 풍선을 살까요?ㅋㅋ
 
채드 클레번:(헬륨 넣어놓은 알록달록한 풍선입니다.. 한 3개쯤 목에 매달아놓습니다)
 
얀 마르테:(손에는 솜사탕 머리에는 인형 얹고 목에는 풍선 매단 남자 됨) 아저씨 머리띠도 하나 주세요^^ (생선 달린 고양이 머리띠 채드한테 씌워줌) 양심이 있으면 하고 다녀.
 
채드 클레번:하? 내가 이런걸 왜 해? (휙 벗음) (얀 봄) ..............
왜, 뭐.
 
얀 마르테:풍선 나눔하고 온다? (꼬마들 바라봄)
 
채드 클레번:야, 샀는데 뭐하는거야? 돈 아깝게. (대충 쓰고선 기묘한 모임이 되어 걸어간다.)
 
얀 마르테:(대충 광대와 고양이 머리띠를 쓴 남자 됨)
 
채드 클레번:(사람들의 시선이 한 4배정도 늘어났다.)
 
얀 마르테:(이게 맞아? 채드 봄)
 
채드 클레번:(너만 아니였어도 나는 안 쪽팔렸지)
 
얀 마르테:(솜사탕 말고는 다 네가 한 짓이야.)
 
채드 클레번:(서로 탓하는 시선을 잠깐 주고받다가) 야, 뭐 우리 참여해야한다매.
 
얀 마르테:메인 게임? 정원에서 한다고 했는데. (방향을 튼다.)
 
두 사람은 함께 정원으로 향합니다.
 
이 계절이면 흐벅지게 피어
 
투명하게 빛이 나는 그믐화가
 
너른 정원과 온실에 가득합니다.
 
달빛이 켜켜이 쌓인 것처럼
 
금빛 꽃잎이 겹을 이루는 모습이
 
가느다란 그믐달을 닮았다 하여
 
그믐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수십 송이가 바람을 받아 차르르 흔들리면
 
반투명한 꽃잎은 그 빛을 그대로 반사하여
 
시인이 다음 천 년간
 
내내 노래해도 부족할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면 더욱 장관입니다.
 
야자수 아래의 흰 벽돌과
 
로코코식 낮은 울타리 안에 피어나
 
깨질 듯이 반짝이는 꽃들.
 
군데군데 켜 놓은 조명이
 
부드럽게 퍼지면서 만드는 야경,
 
축제 둘째 날,
 
이 밤에는 베로니카 주간의 핵심적인 행사인
 
‘그믐화 찾기’가 열립니다.
 
종종 피어나는 돌연변이를 아예 품종으로 만든
 
은색 그믐화가 있는데,
 
이 은색 꽃을 금색 꽃들 사이에
 
단 서른 송이만 숨겨 놓습니다.
 
학급마다 정원을 돌며
 
은색 꽃을 가장 많이 찾아낸 사람이
 
상품을 받는 놀이입니다.
 
두 사람이 짝을 짓는데,
 
이번에도 얀과 채드는 한 팀이 됩니다.
 
설계 반동이라는 상황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1학년인 주제에 벌써부터 정식 페어가 되었다는 것이
 
소문 났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꽤 이목을 모양이네요.
 
다른 의미로도요......
 
채드 클레번:(뭘봐 이것들아?)
 
얀 마르테:(나였어도 봤다)
 
채드 클레번:뭔 다 큰 어른들 데리고 꽃 뽑는 게임을 해?
다 뽑아.
 
얀 마르테:싫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알 수 없다는 듯 고개 기울이다... 인형 툭 떨어짐) 아.
 
채드 클레번:아주 버려라 버려.
까라니까 꽃을 뽑던, 심던 해야 할거 아냐.
 
얀 마르테:(주워서 툭툭 털음) 버리면 네가 섭섭해하니까^^ (아님) 이 주변에는 없나? 은색 그믐화.
 
채드 클레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없는데?
 
꽃이고 뭐고 안 보인느데요?
 
채드 클레번:다 그냥 꽃인데?
 
얀 마르테:은색 꽃을 찾으라니까??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기 있는데? (분수대 조각상 가리킴)
 
채드 클레번:뭐냐 너?
뽑아
 
얀 마르테:난 이 모양이라 못 꺼내오니까 네가 뽑아. (주렁주렁)
 
채드 클레번:(불평불만하면서 꽃 한 웅큼 뽑아온다. 은색뿐아니라 금색 꽃까지 우수수 뽑혀나온다.)
자.
 
얀 마르테:꽃이 아니라 꽃다발이잖아. (더 주렁주렁해짐)
 
채드 클레번:너 지금 꼴 진짜 웃긴건 알고 있어라. (웃음)
 
얀 마르테:너도 그렇게 재미없진 않아...ㅎㅎ (금색 꽃 하나 머리에 더 꽂아줌. 채.꾸.)
 
채드 클레번:(....)
 
얀 마르테:예쁘네^^
 
채드 클레번:......
(손으로 옆통수 한 번 후려침)
이거 하나만 찾으면 되는건가. (뒤돌아서 떠남)
 
얀 마르테:(인형 또 떨어짐)
 
채드 클레번:oㅇ(저거 뭐 바보도아니고)
(이제 어깨에 얹어놓음)
 
얀 마르테:또 찾아봐. 더 있을 걸? (비둘기 아줌마 댐)
 
채드 클레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얀 마르테:오~..
 
채드 클레번:오..
찾았다
 
나무 위에 있습니다.
 
어떻게 올려놓은 걸까요?
 
채드 클레번:진짜 별 지x을 다해놓는군.
..
 
채드 클레번: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채드 클레번:(척척척 올라갔다옴)
 
얀 마르테:??
.......
 
이상하다
 
채드 클레번:왜, 뭐?
 
얀 마르테:아니, ...설마 저걸 가져올 줄은 심사위원들도 생각 못했을 걸
 
채드 클레번:나무 하나 못오르는 군인이 어딨어?
 
얀 마르테:다른 데 볼까? (저벅저벅)
 
채드 클레번:너냐?
(따라감)
 
얀 마르테:뭐가? (저벅저벅)
 
채드 클레번:나무 못오르는 군인. (저벅저벅)
 
좀 더 안쪽 정원으로 들어갑니다.
 
채드 클레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안보임)
야 여기 없다.
 
얀 마르테: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있어
 
채드 클레번:어디?
 
얀 마르테:저기 연못 한 가운데.
 
채드 클레번:그래?..
갔다와.
 
얀 마르테:다른거 찾아야지~.. (팔랑팔랑)
 
채드 클레번:(얀 옷 집어다.... 연못에 던짐)
 
얀 마르테:(축축해짐..)
 
채드 클레번:(구경함)
 
얀 마르테:(꽃 건져다가 채드 머리 위에 올려줌) 됐어?...
 
채드 클레번:어.
너 춥겠다.
(봄)
 
얀 마르테:(옷 쭈우욱 짬) 말은.
 
채드 클레번:(웃겨서 웃음)
아직도 더 찾을게 있나?
(머리 팍팍팍 물 털어줌)
 
얀 마르테:그건 모르겠는데 추워서 돌아가고 싶어. (ㅋㅋ)
 
채드 클레번:전기로 지져줘?
따뜻하긴 할걸.
 
얀 마르테:음... 두 번은 사양이야.
 
채드 클레번:말은 잘하네. (입 다뭄)
 
결과를 확인하러 가볼까요?
 
채드 클레번:(확인하러감)
 
채드 클레번: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ㅇ ㅏ
 
얀 마르테:
기준치: 60/30/12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야 우리 망했어
 
채드 클레번:(아)
우리가 일등인가?
 
분명 한 3개 찾은 것 같은데요...
 
순위권 바깥입니다.
 
채드 클레번:이거 너때문 아냐?
 
얀 마르테:(벤치에 앉아서 옷 말리고 있음) 난 열심히 했는데? (나름)
 
채드 클레번:나도 열심히 했는데?
뭐 꽃 찾는데에서 1등해서 뭐하냐.
돈을 벌어야지.
 
얀 마르테:1등 상품이 값비싸긴 할 텐데... (상품 바라봄)
 
1등 상품은
 
박제 이능력자의 능력을 사용하여 만든
 
시들지 않는 그믐화라고 합니다.
 
아쉽네요...
 
채드 클레번:관심없어.
꽃이야 매번 뜯으면 되는데.
뭐때문에 한 송이가지고 그거 쳐다보고 있어.
 
얀 마르테:시들지 않는 생화라는 점에서 값어치가 높은 거야. 아마 비싸게 팔릴 걸... (옷 팔락팔락) 너 술 잘해?
 
채드 클레번:술? 그저 그렇게 먹는데.
저거 뜯어다 술 담가먹냐?
 
얀 마르테:아직도 미련 남았어? (...) 아까 글립와인 있던데 그거나 마실까 하고... 따뜻하잖아.
 
채드 클레번:아.
뭐 와인먹고. 그 고기굽는데에 가서 구워달라고 하면 따뜻해지겠네.
(저벅저벅 걸어감)
야 너 감기걸리면........(지긋이 봄) 옮기지 마라.
 
얀 마르테:사람을 갑자기 연못에 던지니까 그렇지. (근처 노점상에서 글립와인을 두 잔 얻어와서 네게 한 잔을 건넨다.) 맨날 나보고 비리비리 하다더니, 너도 감기는 옮아?
 
채드 클레번:그럼 내가 연못에 들어가리. (그러면 되잖아) 감기걸리면 입맛 떨어져. 유쾌한 기분은 아니니까. (와인 벌컥벌컥 원샷하고 쳐다봄)
 
얀 마르테:나무도 탔으면서 뭘. 내가 아프면 너만 또 귀찮아질 걸. (눈 깜빡하니 비워진 잔을 본다. 잘 먹는 사람이 주량이 샌 건 이래서인가?) ......안 뜨거워?
 
채드 클레번:그러니까 지금 데운 술 먹이고 있잖아. (얀이 온거지만...) 아주 이불까지 덮어놓고 간호하라고 해라. (빈 잔들고 의아하게 쳐다봄) ....뭐가?...
 
얀 마르테:글쎄, 약도 사오고 물수건도 얹어 달라고 해야지. (한 술 더 뜸) 나도 그렇게 자주 아픈 편은 아닌데... (반동 생각함...) 설득력은 없겠네. ...원샷 할 거면 맥주는 어때?
 
채드 클레번:그렇게 애로 보고있지도 않거든. 알아서 이겨내. (이마 손바닥으로 한대 툭 치고선) 너 술 좀 해? 이상한 주사 부리는거 아냐. (쳐다봄)
 
얀 마르테:은근 사람 돌보는 느낌이니까, 채드는. (빤...) 넌 어렸을 때도 감기같은 건 알아서 이겨냈을 거 같아. (잔을 들다 멈칫한다.) 보통은 하지. 다른 사람이랑 자주 안 마셔서 주사는 모르겠지만... 너야말로 마시다 뻗으면 안돼. (무거우니까)
 
채드 클레번:내가? 언제. 못미더운 모습을 보이니까 굳이 한 번 더 챙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거라고 생각해라. (마주 빤히 쳐다보다가) 감기같은걸로 앓은적 없어. 그냥 대충 밥먹고 할 거 하면서 살다보면 지나가던데. ( 잔 들고 벌컥벌컥 마시고선) ..그래? 딱히 뻗은적은 없는데. ...뻗어보고 싶게 하네. 체력훈련이 마침 필요했는데, 너.
 
얀 마르테:흐음~... 수습에 가까운가? 돌보기 전에 괴롭히니까. (덧붙인다...) 그건 참는 거지 안 아픈 게 아니거든. 얼마나 둔한 거야. (진짜 곰도 아니고. 중얼거리다 네 말에 얼른 잔을 뺏는다.) 안돼. (ㅋㅋ)
 
채드 클레번:강하게 키우려고 정신개조중인거지. 지금 진행중이거든. (어깨 으쓱) 엄살떨어봐야 그게 통할만한 환경에서 살아야 먹히는거야. 내가 엄살떨어봐, 설득력이나 있겠어. (잔 뺏기면 다시 뺏으며) 네가 마시자며.
 
얀 마르테:아, 잘못 걸렸어... (가볍게 웃곤 팔을 툭 친다.) 아픈 걸로 누굴 설득하려고? 적당히 엄살도 떨면서 살아. ...너같은 사람은 휘기보다는 부러질 것 같거든. (뭐, 그만큼 단단하다는 말이지만. 포기가 빠른 탓에 다시 잔을 뺏으려 들지는 않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바라본다.) 이참에 숙취로 고생해보면 아픈 게 뭔지 알기는 하겠네.
 
채드 클레번:그러니까 페어 선정할 때 신중했어야지. 맘에 안들면 그 노노인지 뭔지, 모자란 놈한테 가서 다시 부탁하던가. (딱 봐도 융통성없는 얼굴로) 안 부러지면 되지. 그렇게 정신머리가 나약하지도 않아. (반 잔 정도 입에 머금고 마주본다.) 그럼 오크통으로 한 짝 정돈 들고 와야지. 이건 그냥 네가 얼어죽겠다니까 몸에 열 오를때까지 같이 시간이나 떼워주고 있는거거든. 그래서, 이제 몸은 좀 말랐고?
 
얀 마르테:하하. 언약을 깨는 거, 무슨 대가를 필요로 하는지 알아? (기둥에 비스듬히 기대 서서는) 네가 날 싫어하지는 않듯이, 나도 널 싫어하지 않아. 그러니까 굳이 언약을 깰 일도 없을 거야. 그런대로 잘 놀고 있잖아,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피식, 바람 빠진 소리를 낸다.) 그거야 한참 전에 말랐지~.. 지금은 네가 안 한다는 그 시시콜콜한 이야기 중인 거고.
 
채드 클레번:심장에 에너지를 박아놨으니까 죽기라도 하나. (깨는 경우를 못봐서.. 너는 아냐는듯 쳐다본다.) 보통 정해놨으면 그거보다 더 나은 상대도 없으니 굳이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남은 반 잔 마저 들이키고선) 참나......잘못걸렸다면서. 싫지 않은 정도면 됐어. 동료에 그거보다 더한 감정은 딱히 필요없고. 거슬리지 않는 정도라면야, 네가 가끔 좀 열받게 한다해도 용인할 수 있고. ( 잔 탁 소리나게 내려놓고선) 말랐으면 일어나. 그런 팔자좋은 얘기는 오늘 하루종일 한 거 같다.
 
얀 마르테:기억을 잃어. 뭘 잃는지는 몰라. 자기 이름이 될 수도 있고, 가장 소중한 순간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도 있지. 그래도 보통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언약을 깨려 하지 않을 테니까. (조금쯤은 궁금하다. 하나의 기억도 잃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언약의 파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말은 다 장난처럼 듣는 줄 알았더니. (벽에 기댄 상체를 세우고는 잔을 내려놓는다.) 음~.. 역시 좀 아쉬우니까 다음에는 1등을 노려볼까.
 
채드 클레번:그래? 한마디로 어느 부분에서 머저리가 된다는 말이네. 그렇게 중요한 기억같은건 없는것 같지만-.. 자기 이름도 모르는 얼간이가 되고 싶진 않으니까. 넌 그런 거 있어? 잊으면 안되는거. (조금 질린다는 표정을 해보이고서는) 이런 게임을 내년에도 한 번 더 시킨다고. 참 할짓없다 싶은데. 네가 하고싶으면 하던가. 네가 열의를 보여야 할 거 아냐.
 
얀 마르테:채드는 운이 나쁜 편이야? 당연히 최악을 상정하네. (...) 글쎄. 나한테 기억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 그런 건 그냥 너무 허다하고...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하지만 언약이 가져가는 게 단순히 기억의 한 조각이 아닌 것 같으니까. 이름을 잊는다는 건, 그 이름이 불렸던 무수한 순간들도 잊는 거겠지. 그렇다면 존재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둑해진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잊으면 안되는 사람은 있으니까, 지켜야지.
내년에도 어울려준다는 소리네? (가볍게 어깨를 툭툭 치곤 기숙사 쪽으로 몸을 돌린다.)
 
채드 클레번:최악을 상정해놓으면 일어나는 일중에 그것보다 나쁠법한건 없잖아. 뭐, 딱히 방금건 그렇게 최악을 얘기한건 아니지만. 더 한게 있을수도 있지. (물끄러미 보다가) 네 형? 너는 가족을 중요하게 여겼었으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러니까 어지간해서는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붙어있어. 그게더 효율적이야.
내년에도 또 행사랍시고 부를거아냐. 들어가자. (따라 일어나)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기숙사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어느새 날이 다 저물었네요.
 
.
 
.
 
.
 
베로니카 주간의 셋째 날.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던 학생들이
 
오전나절 내내 침대 위나 뒹굴며 쉬고 있었기에 학내는 고요합니다.
 
----!
 
평화를 깬 것은 누군가의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학생이 그 방향으로 뛰쳐나가는 기척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할까요?
 
채드 클레번:(뭔 소리야? 문밖으로 나가 아무나 잡아채고 상황을 물어본다.)
야, 뭐해? 뭔 일 났어?
 
동급생:야, 이럴 때가 아니야!
누가 쓰러졌대!
 
채드 클레번:누가?
 
동급생:노노이 라가힛! 입학시험 5등 한 애 말이야.
 
채드 클레번:노노이?
걔는 왜 쓰러졌는데?
에너지 반동의 여파가 보통 그쪽에도 오나?
 
동급생: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얼마 전에도 에너지가 불안정 하더라니...! (다른 학생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뛰어간다.)
 
채드 클레번:(일단 그쪽으로 가본다.. ) (관심없지만 본인 페어랑도 엮였던 일이긴 하니 일단..)
 
라가힛!
 
쓰러져 발작하며 피를 토하는 학생을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 틈을 뚫고
 
군홧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주 전 들이닥쳐
 
아직도 ‘불온 게시글’ 사건을 수사 중인 헌병대원들입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헌병대 예장에는
 
기묘한 모자-가면-투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아프리카 도곤족의 전통을 따른
 
사팀베 마스크가 그것입니다.
 
디자인 자체는 서아프리카 전통에서 따온 것이니
 
이상하다고 할 게 없지만,
 
가면을 쓴 헌병대가 붉은 줄과
 
구슬을 관자놀이에 드리우고
 
표정을 감춘 채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아무래도 조금 두렵기 마련이죠.
 
죽음의 사자가 내려다보는 광경 속인 것처럼,
 
노노이 라가힛은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손톱이 깨지고 피를 토하는 소년의 몸 위에서
 
검붉은 에너지가 마치 자아를 가진 듯이 움직이며
 
그를 감싸 죕니다.
 
요한 에를리히:무슨 일이야!
 
라가힛의 꼴을 보고 놀란 요한이 달려와 몸을 구부립니다.
 
엎드려 울부짖는 소년을 껴안아 달래고,
 
뒤집어 똑바로 눕히고,
 
눈에 품은 렌즈로 아주 오랜 노출을 주어 사진을 찍듯이
 
그 광경을 들여다봅니다.
 
요한 에를리히:의료진 아직 안 왔어?!
누가 1학년 얀 좀 불러!
라가힛은 얀와의 동조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
 
부르지 않아도,
 
소란을 듣고 이미 얀은
 
군중이 둥그렇게 모여 선 한중간으로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려던 순간이었습니다.
 
모여 있던 학생들은,
 
사람이 터지면 그런 소리가 난다는 것을 강제로 알게 되었습니다.
 
안에서부터 폭탄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노노이 라가힛은 말 그대로 터졌습니다.
 
공중에 살점과 피가 흩날리는 광경을
 
굳이 무참하게 묘사할 필요는 없겠죠.
 
곁에 서 있던 요한과 얀은 피를 흠뻑 뒤집어씁니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채드,
 
채드 클레번: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채드 클레번:2
 
채드 클레번:야, 너 괜찮아? (얀 어깨 당겨 시체에서 멀어지도록 한다.)
 
얀 마르테:... (동공이 풀린 채로 멍하니 발 앞의 피웅덩이를 바라보다 뒤로 잡아채진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순간이라
 
비명은 뒤늦게 산발적으로 커집니다.
 
비틀거리며 도망치거나
 
주저앉아 구토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헌병대 한 사람이
 
도곤족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이
 
가면을 자아 표현과 제식 수단으로 썼지만,
 
장례식에서 쓰는 가면은 오로지
 
사팀베 마스크 하나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저 표정 없는 얼굴은 더욱 두렵습니다.
 
어떤 사회문화 연구자들은 이 예장을 두고
 
인류의 기원 이후 아주 오랜만에
 
사람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가질 수 있었던 아프리카인들이
 
‘문명국’에서 넘어온 ‘비흑인’들을
 
‘비문명적’ 방식으로 위압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아니었나
 
논설한 적이 있습니다.
 
억압받지 않던 자가 억압받던 자들의 방식을
 
야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 야만이 될까요?
 
어떤 역사의 신성한 전통을 압제에 사용하는 것은
 
야만이 아닐까요?
 
이제는 토론할 수 없습니다.
 
그 연구자들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고,
 
이 아프리카 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대부터 그러하였듯
 
기록보다는 구전이어서,
 
말할 입이 없어진 목소리는
 
이내 사그라들었습니다.
 
오래 내려앉은 그 침묵을 사르고 타는 불꽃처럼,
 
요한이 고함을 지르며
 
라가힛의 다리를 붙잡습니다.
 
요한 에를리히:가만히 놔 둬!
 
그러자 라가힛을 집어들던 헌병대원이
 
빈 손으로 가면을 밀어 벗습니다.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이런 상황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인상이 참 좋은 청년이라고 평가했을 법한,
 
남자의 얼굴입니다.
 
채드 클레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채드는,
 
그 청년과 요한 에를리히가
 
퍽 닮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고보니 감히 사관생도가 헌병대원에게
 
함부로 반말을 해선 안 될텐데요.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 걸까요.
 
남자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합니다.
 
남자:노노이 라가힛의 신병은 헌병대에서 인수하겠다.
손을 놓기를 권유한다, 요한 에를리히.
 
요한 에를리히:이 애를 더는 훼손하지 마!
살아있을 때 가지고 논 걸로 충분하잖아, 미친 자식들아!
 
그러자 남자는 자비를 베풀겠다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라가힛의 가장 큰 부분’을 다시 내려놓습니다.
 
그러고선 한쪽 무릎을 굽혀
 
자신과 닮은 요한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남자:사관생도 노노이 라가힛에게는 즉결 처분 가능한 혐의의 증거가 있다.
 
요한 에를리히:…웃기는 소리 마!
 
남자:그가 불법적인 약물을 도핑해 그 부작용으로 발작을 일으켰다는 증언이 접수되어 수사한 결과 여러 혐의를 확보했다.
이 폭사(爆死) 역시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니 부검이 필요하겠군.
수사가 종료된 후에는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여 유해를 화장하겠다.
불만 있나, 요한 에를리히?
그렇다면 정식으로 소를 제기하는 건 어떤가.
 
요한 에를리히:개새끼야...
닭이 시장 가는 것을 어떻게 거절한단 말이야!
 
이제 공화국 시민들은
 
다양한 옛 지역에서 유래된 속담을 다 섞어 씁니다.
 
중부 아프리카에서 올라온 관용어구입니다.
 
약자는 강자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에요.
 
이성적으로 구는 요한답지 않게
 
점점 격앙되고 있습니다.
 
헌병대에게 이런 식으로 반항하다간 징계 감이 분명할 텐데요.
 
어떻게 할까요?
 
채드 클레번:...잠깐 진정하고 정신차려. 같이 끌려가고 싶어? (요한 어깨 붙잡고)
 
요한 에를리히:헉, 헉... (제 어깨를 누르는 손을 인식하자 거친 숨을 토했다.) ... ... (씨근덕대면서도 이내 서서히, 시신에게서 손을 뗀다.) 젠장...!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노이 라가힛의 시신은
 
결국 헌병대가 회수해 갔습니다.
 
오후 일정과 행사는 모조리 취소되고,
 
학생들에게는 기숙사로 돌아가
 
경거망동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식의 공지가 내려옵니다.
 
그나마 기숙사 안에서는 자유로이 다닐 수 있었으므로
 
친구들의 방과 방을 건너다니며
 
몰래 저들만의 추측을 속삭이고 있는 듯싶습니다.
 
.
 
.
 
.
 
그 믿을 수 없는 소문은 학생회로 처음 전해져서,
 
기숙사 휴게실을 몇 개 거쳐
 
교정 전체로 퍼집니다.
 
독재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연합 공화국의 지독하리만치 세련된 통치 방식은
 
사람들을 자기 주도적으로 감화시켰습니다.
 
사람들은 공화국 정부가
 
정상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몇십 년입니다.
 
전시도 아닌 교내에서
 
헌병대원의 손에 학생회장이 죽었다고 합니다.
 
이 문명적인 나라에서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진 것입니다.
 
사람은 상상도 하지 못한 잔인한 억압을 보면
 
일단 공포에 질려 입을 닫는 법입니다.
 
하지만, 왜?
 
그리고 정말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채드 클레번:( 문 열고) 뭐야.
 
얀 마르테:바깥이 엄청 소란스러워.
만일의 경우... 라는 게 있으니까.
 
채드 클레번:..일단 들어와. (기숙사 안으로 이끌고선)
만일의 경우는 뭔데.
 
얀 마르테:글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경우? (희미하게 웃고는) 이상할 거 없잖아.
 
채드 클레번:난 그쪽에 거슬릴 짓 한 적 없어. (빤히) 사라질까봐 무서우면 그런 걱정하지 말고.
 
얀 마르테:...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사라진 걸까. 유리 선배는. 라가힛도, 그렇게...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이대로 있다가 무슨 일에 휘말리는 건 싫고. 너나 나나... 정보가 필요해. 지금부터 알아보려고 하는데, 같이 갈 거야?
 
채드 클레번:위에서 하는짓을 어떻게 알아. 그 선배들쪽에서 모니터링이니 뭐니,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물끄러미 보다가) 네가 알고싶으면.
 
얀 마르테:...그래. (기숙사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애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가면 뭐라도 들을 수 있겠지.
 
학생식당에는 헌병대원 두 사람이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들어 보니 공식적인 사유는
 
어제 라가힛의 사건 탓에
 
교내에서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감시가 있는 탓인지 학생식당은 영 조용합니다.
 
학생들 몇몇이 눈치를 보며 식사를 하고,
 
주방 직원들도 친근하던 평소와 달리
 
좀처럼 말을 걸지 못하고 허둥거립니다.
 
그때 직원 한 사람이 채드를 부릅니다.
 
채드 클레번:뭐야? (그쪽으로 감)
 
직원:학생, 학생 많이 먹는 그 학생 맞지? 요한 군이랑 멘토인가 그거인...
 
채드 클레번:oc(많이 먹는 학생?) 멘토는 맞는데.
 
직원:요한 군이 어제부터 통 안 보이는데, 큰일이네……. 괜찮으면 이것 좀 전해줄 수 있겠어요? (달걀 두 개와 음료수를 건네준다.)
 
채드 클레번:뭐, 지나가다 보면. (받아들고선)
맨입으로? (와중에)
 
직원:아, 내 정신 좀 봐. 나도 부탁받은 거라... 이거라도 가져가요. (주머니에 건빵봉지 넣어줌...)
 
채드 클레번:(받아들고선 고개 끄덕) 누가 부탁했는데? 같은 직원?
 
직원:아니, 성당분이 부탁하셔서요. 자주 그러시니까.
 
그나저나 이 달걀…
 
묘하게 가볍고 안에서 달각달각 소리가 나네요.
 
채드 클레번:..흐음?
 
그때,
 
그 광경을 유심히 보고 있는 학생 하나가 눈에 띕니다.
 
1학년 명찰을 달고는 있는데 영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그는 멀찍이 선 헌병대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식판을 돌려놓는 척 다가와 속삭입니다.
 
수습 기자:저기, 안녕하세요? 앙셰네 지 수습기자예요.
우리 빨대가… 아니, 미안해요. 그러니까 우리 취재원이, 학교에서 어제 큰일이 있었다고 하길래 내용을 알고 싶어서 몰래 들어왔어요.
뭐 얘기해줄 거 없나요?
 
앙셰네 지라면 풍자와 비판으로 유명한 대형언론사입니다.
 
채드 클레번:기자가? 내부사정을 멋대로 발설하다가 나보고 징계라도 받으라는건가?
얘기해줄 거 없는데. 입 가벼워보이는 놈한테 가서 묻던가.
 
수습 기자:곤란한 사정은 알겠지만, 내부에서 해결이 안 되는 큰 일이 있다면 외부에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저희는 '알리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니.
...입장은 알겠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줘요. 부탁이에요. (명함을 건네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채드 클레번:(명함 받아들고선 고개 끄덕이고는 얀 본다)
이거 뭐 알아낸건 없고 , 쓰잘데기없는 심부름 하나랑 날파리 하나만 붙었네.
 
얀 마르테:너 은근 사람이 잘 꼬이네. (...) 요한 선배는 한 번쯤 찾아가려고 했어. 아까 보니 2층에서 본 것 같다고 하던데...
 
채드 클레번:원래 안 이랬거든. (달그락거리는 달걀 몇 번 굴려보더니 2층으로 향한다.) 그럼 가자. 딱 봐도 뒤가 구려보이는 게란이고. 당사자한테 묻는게 낫겠지.
 
이상하게 식당을 제외하면
 
기숙사엔 헌병대원이 전혀 없습니다.
 
헌병대 수색이 학교와 전부 다 협의되지 않기라도 한 걸까?
 
조용한 복도를 지나 휴게실로 향합니다.
 
휴게실은 각층마다 2개씩은 있고,
 
퍽 넓어서 작은 도서관처럼
 
여러 학생들이 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오늘은 인구밀도가 심하게 높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수십 개의 눈동자가 화들짝 놀라거나
 
경계하는 시선으로 돌아보다가,
 
같은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안도합니다.
 
학생 몇이 다가와 채드에게 말을 겁니다.
 
A.L:얘기 듣고 온 거야, 아니면 그냥 들른 거야?
 
채드 클레번:뭔 얘기.
사람 찾으러 왔는데.
 
J.F:…모르고 왔구나.
 
채드 클레번:니들은 수상하게 여기서 뭐해?
 
J.F:우리, 그 소문이 맞는지 확인 좀 해보려고 모였어. (불안한 듯 목소리를 죽이고는) 진짜라면 학교를 다 뒤집어야 할 사안이잖아.
...유리 선배 얘기 말이야.
 
채드 클레번:어. 죽었다며.
 
A.L:...그런 말 하지마!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다들 밤을 샜는지 눈이 벌겋네요.
 
채드 클레번:그럼 살았어?
 
A.L:그걸 알아보려고 모인 거야. (길을 비켜주며) 너, 요한네 멘티지? 안쪽에 있으니까 들어가봐.
 
채드 클레번:그래, 뭐 좀 알아내면 말하고. (얀 데리고 문 안쪽으로 들어가)
 
씨근덕거리는 숨소리,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들,
 
어디론가 연락을 잔뜩 돌리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그 가운데 요한이 앉아 있습니다.
 
그는 태블릿 디바이스를 조작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물리 키보드까지 두드리는 중이었습니다.
 
요한도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는지
 
얼굴 상태가 영 아니네요.
 
채드 클레번:(전달받은 음료수랑 계란 몇 개 던져주며) 받아. 전달하란다.
그거 깨봐 . 뭐 들어있던데.
 
채드가 달걀과 음료수를 건네주자,
 
요한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그것을 받습니다.
 
부활절도 아닌데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그 달걀에는
 
‘성심성당’ 이라는 손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요한은 달걀 껍질을 깨트립니다.
 
안에서 나타난 건 삶은 달걀 흰자가 아니라
 
빈 내부였습니다.
 
손톱만한 메모리 카드가 툭 떨어집니다.
 
요한 에를리히:...너희 나 좀 도와줄 수 있겠어?
 
채드 클레번:뭘 부탁할건지 일단 말을 해.
수락 여부는 듣고나서.
 
요한 에를리히:...수락 여부를 떠나, 이 일은 함구해줄 거라고 믿어보지.
 
채드 클레번:입은 다물게.
 
요한 에를리히:좋아.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오전 04시를 기해 정부지침으로 학교와 외부 통신이 완전히 차단됐다. 인자미나도 접속이 안 돼.
학교가 정보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지. 내 설계로 이 차단 시스템을 잠시 들어내는 중이야. ... ...유리 얘기가 사실이 맞는지부터 확인하고, 맞다면 다음 대응 방침을 생각할 거다.
 
요한의 능력은 해킹.
 
에너지를 섬세하게 다루어
 
서버 간 데이터 전자 신호에 간섭하는 용도로 활용하곤 합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거기에 두 사람의 도움이 왜 필요한 걸까요?
 
채드 클레번:그래서 우리가 거기서 뭘 할 수 있는데?
 
요한 에를리히:들어봐, 학교 서버는 규모가 몹시 크고 복잡해. 보안도 아주 철저하지.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는데, 내 설계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곧바로 추적될 거다.
 
채드 클레번:그래서?
 
요한 에를리히:...너희는 이 학교의 유일한 정식 페어잖아. 이제는. (말을 잠시 끊었다가) 동조율이 안정된 페어가 에너지를 뒷받침해 주면 안정적인 설계에 도움이 돼.
 
채드 클레번:뭐 기록이 남는건 아니겠지?
 
요한 에를리히:그런 건 내 권한으로 최대한 남지 않도록 해보지. ...하지만 채드, 얀. 이 일을 돕는다는 건 너희도, 잠재적으로나마 이 학교나 정부 지침에 반기를 드는 동조자가 된다는 뜻이다.
나는 유리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쳐야 할 필요가 있고, 여기 모인 애들도 그 목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지만, 너희 생각이 어떨지는 몰라. …강요는 않겠다. 그런 건 유리도 원치 않을 테니.
 
얀 마르테:...할게요.
 
채드 클레번:(얀 가만히 쳐다보다가) 쟤가 그렇다는데.
이러나 저러나 묶여있으니, 저 녀석이 자기 혼자 날뛰는것보단 지켜보기라도 하는게 낫겠지.
발 뺄 수 있는 선까지는 돕지. 이쪽도 포함해서. (얀 툭 치고선)
 
얀 마르테:...채드. 조금 물렁해졌네. (농담조로 말하며 웃는다.)
 
채드 클레번: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 용인한다고 했잖아. (한숨 쉬고선) 멋대로 받아들이던가.
 
얀 마르테:그 전에, 그 달걀은 어디서 났어요? 선배. 학교 내에 조력자가 더 있는 거면...
 
요한 에를리히:거기 쓰여있듯이다. 성심성당, 거기 맞아. 내가 부탁해서 신부님께서 보내주신 거다. ...애초에 유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연락주신 것도 신부님이고.
만일을 위해 물리적인 공간에 데이터를 저장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서버에 뭘 기록해 봤자 검열당하면 끝이니.
...마지막으로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 정말 괜찮겠어? 둘 다.
 
채드 클레번:너, 괜찮아? (얀 쳐다봄)
스와콥문트의 네 가족한테도 영향이 갈 수 있어.
만약을 가정한다면.
 
얀 마르테:...이미 안위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더 잴 게 뭐가 있겠어.
난 괜찮아.
 
채드 클레번:그렇단다.
그럼 질질 끌지말고 빨리 해.
 
요한 에를리히:...고맙다, 둘 다. 그럼 힘을 좀 빌리지.
 
채드 클레번:(끄덕)
 
채드 클레번: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얀 마르테: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 번,
 
채드 클레번: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얀 마르테: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시.
 
채드 클레번: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피해: 3
 
얀 마르테: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두 사람의 에너지가 요동칩니다.
 
이렇게 불안정했던 적이 있었나요?
 
아니면 불안한 것은...
 
다시 한 번 시도해봅시다.
 
채드 클레번:야. 똑바로 안 해? (니는)
격뢰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얀 마르테:
항법
기준치: 80/40/16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금빛과 백색의 에너지가 공간을 메웁니다.
 
요한은 두 사람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명령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친 후 옆 사람을 돌아봅니다.
 
요한 에를리히:인자미나 접속돼?
 
채드 클레번:(접속 해보며)
 
A.L:……돼! 잠깐만, 성당으로 전화 걸어 볼게.
 
미리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학생들은 단계별로 차단이 해제되었는지
 
확인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요한 에를리히:좋아, 이 휴게실 범위 내에서, 그러니까 내 태블릿 핫스팟으로 데이터가 연결된 범주 내에선 추적당하지 않고 기록 없이 자유롭게 웹에 접속할 수 있다.
우선 유리가 정말 헌병대에게 끌려간 게 맞는지 확인해보려고 해. 신부님이 목격하셨다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요한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 패널을 위로 끌어올려 크게 키웁니다.
 
화면이 여러 개로 분할되며
 
다양한 각도의 CCTV를 재생하기 시작합니다.
 
새벽 시간대를 계속해서 돌려 보며 유리를 찾아내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채드 클레번: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화면 구석 ‘16번 카메라’에서 헌병대원 네 사람이
 
사람으로 추정되는 것을 어깨에 둘러메고
 
기숙사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발견합니다.
 
시각은 오늘 새벽 1시 24분.
 
J.F:저기 멈춰 봐! 1시 24분경.
그래, 맞네! 사람 들고 가잖아!
근데 저게 유리라고 어떻게 확신해?
 
채드 클레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굴러 떨어지는 신발이 시야에 남습니다.
 
교복에 어울리지 않는 붉은 색... 유리의 것이었죠.
 
A.L:어, 차에 태운다.
어디로 데려가는지 봐!
 
J.F:미카엘관 뒤쪽으로 나갔네...
저기로 가면 방위사령부 방향 아냐?
헌병대 본부가 거기잖아!
 
A.L:하, 하지만… 저건 ‘끌려갔다’지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근거는 아니잖아....
 
학생들이 웅성거립니다.
 
맞는 말이죠.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민하던 요한이 입을 엽니다.
 
요한 에를리히:만일 방위사령부로 끌려 갔고,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치료를 위해서든 은폐를 위해서든 병원으로 연락이 갔을 거야.
군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을 테고.
저 근방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이 어디지?
 
J.F:하씬느. 근데 거기 물어본다고 이렇다할 대답이 나오겠어?
 
A.L:괜히 우리가 들쑤셨다가 더 큰일나는 거 아냐?
정보 캐는 건 기자들이나 능숙한 일이잖아. 차라리 어디 제보를 하는 건 어때?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채드 클레번:기자 명함이라면 가지고 있는데.
바깥에 연락을 해보는건?
 
요한 에를리히:...뭐? 어떻게. (이마를 짚으며 뜸을 들이다) 어디, 어떤 기자라고 하던가?
 
채드 클레번:이름 읽어. (명함 내밈)
아까 교내에 정보 캐러 들어왔던데.
 
요한 에를리히:잠입한 기자인가... 소식통이 빠르군. (명함을 눈으로 살피더니) ...앙셰네 지는 그나마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많이 내는 곳이야. 한번 제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쪽에서 취재해주길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가능한 많은 학생들을 모아 항의를 하는 거다.
유리가…… 유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든 간에, ‘대학 내에서 학생을 헌병대가 새벽에 몰래 끌고 갔다’는 사실 자체가 특종 감이니.
 
번호로 전화를 걸까요?
 
채드 클레번:(겁니다)
 
채드가 명함 속 번호로 전화를 걸면
 
학생식당에서 마주쳤던 수습기자가 연락을 받습니다.
 
그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취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채드 클레번:아까 정보를 캐고 있었지. 요청할게 있는데, 교내 학생 중 한명이 헌병대원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CCTV로 포착되었고, 차에 태워진 이후 시점은 확인을 못 했어.
만약 이후 근방의 대형병원에 이송되었는지가 알고싶은데, 이런걸 들쑤시는건 그쪽이 전문일 것 같아서.
사라진 학생의 신변은 유리 모하에. 가능해?
 
수습 기자:유리 모하에...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우린 우리대로 알아보고, 정황이 나오면 공유해 줄게요. (받아적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급한 일이 있으면 이 번호든, 앙셰네 지 공식 번호든 연락해요. 위에 보고해 둘 테니까요.
 
전화를 끊고
 
학생들이 저마다 할 일을 하며 상황 정리를 기다리는 동안,
 
요한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요한 에를리히:...뭐라고 하던가?
 
채드 클레번:알아본다는데?
정황이 나오면 공유해준대.
 
요한 에를리히:잘 된 일이군. 네가 그 기자를 만나서 다행이야. 나는 집안과 절연했으니, 끈 떨어진 연이나 다름 없거든.
 
채드 클레번:알아보는데까진 시간이 어느정도 걸릴것 같고. 이제 어떡할 계획?
계획이 더 있어?
 
요한 에를리히:일단 연락을 기다려보고, 정말 유리가 죽은 게 맞다면.
...그 사실을 알릴 거다. 학교도 언제까지고 입을 다물 수만은 없겠지.
어제 라가힛의 신병을 인수하겠다던 헌병대원은, 봐서 알겠지만 내 형이야. 나는 그 자식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얀 마르테:...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면.
 
요한 에를리히:첫 가상 훈련 때 기억나? 그때 유리는 하산 2세 모스크를 보고 있었지. 우리는 북동 게이트 바깥을 묘사한 가상세계에 있었잖아. 하지만,
하늘길 시스템의 크로노미터 지도를 그대로 따른. 그 모스크는 그 방향에서 보일 수 없어. 좀 더 서쪽에 있으니까...
유리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보는 지도마저 조작되고 있다고.
 
채드 클레번:굳이 지도를 조작할 이유가 있어?
 
요한 에를리히: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뭔가 말도 안 되는 걸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말이야. 스와콥문트는 카사블랑카로부터 정확히 1만 km 떨어져 있다. 진실을 호도하기엔 너무 좋은 거리감이지.
 
얀 마르테:스와콥문트...
 
요한 에를리히:그래, 카사블랑카의 지도가 스와콥문트의 문제를 증거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처음의 의심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거지. 보여서는 안될 게 보이니까.
그때부터 유리와 내가 손을 잡고 스와콥문트 문제를 파 보기 시작했어. 아놀드 박사와 관련된 소문이 그때부터 돌고 있었거든.
 
채드 클레번:그래 , 아놀드 박사에 관련해선 들었어.
알아낸건 있고?
 
요한 에를리히:...그 인자미나에 글을 쓴 게 유리야. 내가 그걸 도왔고.
 
채드 클레번:안잡아가는게 더 이상했군.
 
요한 에를리히:알아, 우린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을 건드린 거지.
하지만 설령 그 모든 소문이 거짓이라서 처벌을 받아야 하더라도, ....하하.
그 결과가 새벽에 남몰래 끌려가 종적을 감추는 형태여야 하나?
 
채드 클레번:헌병과 가족이라고 했지.
지도를 조작하고, 스와콥문트의 연락책을 조정하면서까지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는 모르고?
 
요한 에를리히:말했잖아. 집안과는 연을 끊은지 오래라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모를 수가 없잖나. (비웃듯이 숨을 뱉는다.) 정부의 완벽한 통제.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신들이 만들어둔 새장에서 썩기를 바라는 거겠지. 그 이면이 얼마나 구릴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거다.
우리가 보는 이 나라의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 위험해. 이미 너무 많은 게... 조작되고 있어.
 
채드 클레번:뭐, 그래. 딱 보면 무엇하나 공유할 생각은 없어보이고. 입맛에 안맞으면 바로 처단하는 것 같아보이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불만은 없어. 그렇게 정의를 추구하는 인간도 아닐뿐더러 내가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는 없으니까.
내 동료가 끼어들고 싶어하니 참여는 하겠지만..
 
요한 에를리히:그 점에서는 나도 의외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너도 언젠가, 생각해야 하는 때가 오겠지.
오늘은 고마웠다, 둘 다.
그리고 얀, ...네 가족은 스와콥문트에 계시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얀 마르테:...네.
 
채드 클레번:... (가만히 얀을 응시하다가) 그쪽들도 흩어져. 수상하게 뭉쳐있지 말고.
 
.
 
.
 
.
 
그날 밤, 학생회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채드가 앙셰네 지에 한 제보는 상당한 유효타였습니다.
 
똘똘 뭉친 기자들이 병원과 군 양쪽에
 
'빨대를 꽂고' 소식을 물어 왔습니다.
 
유리 모하에의 시신이
 
하씬느 병원 응급실로 실려 들어왔습니다.
 
심폐소생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시신이 구급차에 실릴 때부터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증언했습니다.
 
헌병대는 참으로 교묘한 방식을 사용해
 
유리의 혐의와 라가힛의 죽음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노노이 라가힛이 금지 약물 혐의를 썼고,
 
그 공급책으로 유리 모하에가 지목된 것입니다.
 
수사 과정 중 라가힛과 동일하게
 
약물을 과용한 유리가 쇼크사했다는 것이
 
군과 정부의 입장입니다.
 
...
 
공분한 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이 '평화로운' 나라에서,
 
고작해야 가끔 강성 노조의 시위 정도나 일어나던 도시에서
 
갑작스레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화염병을 던지는 기술은
 
재앙의 날을 거치며 실전되었지만,
 
화염병만 저항의 상징일까요?
 
무기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누구도 공격하지 않은 채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한번 폭력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상황을 겉잡을 수 없다는
 
학생회의 판단이 들어맞았습니다.
 
4학년 학생들이 학생회관을 겹겹이 둘러 지키고,
 
아직 전투 역량이 모자란 저학년들은
 
내부에 모여 앉아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습니다.
 
채드는, 이때 어디 있었을까요?
 
채드 클레번:(얀이 있는쪽 근처에 있었을듯)
 
그의 곁에 얀이 있었습니다.
 
주먹을 굳건히 쥐고 바깥을 바라보면서.
 
시선은 건물과 옥상을 타고 흘러
 
모래바람에 실립니다.
 
날아가,
 
장벽 너머로,
 
닿고 싶은 곳에.
 
학생회관 앞에는 오래된 연단이 있습니다.
 
뛰어오른 것은 요한입니다.
 
그는 떨고 있었습니다.
 
두려워서,
 
무서워서,
 
긴장되어서가 아닙니다.
 
생생하게 살아 지펴진 격노가
 
그 부르짖음 안에 있습니다.
 
요한 에를리히:높으신 분의 말 한 마디는 한 세기가 끝날 때까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눈썹 하나 까딱하면 날벼락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알아서 몸을 낮추고는 풍자시를 달콤한 아부의 시로 고쳐 버린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우리…….
 
차마 목이 메어서,
 
요한은 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가 읽고 있는 것은 어떤 시입니다.
 
그것도 수첩에 메모한.
 
그 수첩이 채드 앞으로 툭 떨어집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역사의 기로에서
 
적극적이거나
 
방조적이거나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채드는 수첩을 들어
 
요한의 연설을 받아 읽어줄 수도 있고,
 
그에게 그것을 돌려줄 수도 있습니다.
 
채드 클레번:(수첩을 집어들고선 요한에게 넘긴다.) 내가 읽으면 설득력이 없어.
 
수첩을 받아드는 요한의 손이 떨립니다.
 
그러나 목소리만은, 그저 단단합니다.
 
요한 에를리히:그러나 우리 노래의 선율이 서글픈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 문장이 누군가의 명료한 발음을 타고 터진 순간,
 
근처 반경에 있던 모든 스마트워치가
 
새빨갛게 진동하며 경고음을 내보냅니다.
 
이를 악문 요한이 마이크에 대고 말을 이어 나갑니다.
 
요한 에를리히:이 시를 아십니까?
세상에서 삭제된, 기록말살형을 받은, 끝없이 무수한 텍스트를 아십니까?
러시아 땅이 절반쯤 황폐화되었다고 해서 네크라소프의 시까지 사라져야 합니까?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던 우리는 어제 학우 두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마이크가 순서대로 돌았습니다.
 
울며 더듬더듬 준비한 말을 읽는 학생도 있었고,
 
분노하여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도 있었으나
 
대체로는 평화로웠습니다.
 
그때,
 
지나치게 큰 호루라기 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채드 클레번: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정까지는 이제 40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새하얘진 얼굴,
 
벌건 눈동자들이 요한과 학생회 임원들에게 향합니다.
 
요한 에를리히:……다들 어떻게 하고 싶어?
진압이란 단어까지 썼다면 학교 징계 따위로 끝나지 않을 거야.
체포당했다가, 다신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빠져나갈 사람은 지금 나가도록 해.
 
얀 마르테:...선배. 지금 제일 위험한 거 사실 선배에요.
 
요한 에를리히:1학년, 2학년부터 일단 내보내.
농성을 하더라도 우리가 해야지 전교생의 절반이 여기 몰려 있을 필요는 없잖아.
 
요한은 얀과 채드를 붙잡고 눈을 불태웁니다.
 
요한 에를리히:옳은 말은 거세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서 이야기하는 거다.
그래야 다음 세대로 우리 말들이 전해질 수 있어.
어떤 구전은 기록보다도 강력하다.
내 말 이해하겠어?
 
채드 클레번:지금 끌어들일만큼 끌어들여 놓고, 이제 튀라는거지?
 
요한 에를리히:미안하게 됐어. 그렇지만 지금이 딱, 네가 말한 빠질 때이지 않나.
 
채드 클레번:틀린 말은 아니지.
또 보자는 말은 못할 것 같은데.
무사할 자신은 있고?
 
요한 에를리히:하하, 나는.
...유리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 그때부터,
나 홀로 무사할 생각은 버렸어.
그래, 장담할 수는 없겠네. (제 수첩을 얀의 손에 쥐어준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주는 거다.
이건 네가 가져가. 가면서 빨리 읽어 봐. ...난 내용 다 외우고 있어.
 
얀 마르테:...또 봐요, 선배.
 
채드 클레번:..가자.
 
요한 에를리히:무사해라.
 
채드 클레번:그쪽도 무사하고.
나는 당신들을 이해할 순 없지만.
..
아직 이해하지 못한것이라고 생각하지.
( 얀 끌고 나감)
 
그 인사를 끝으로, 등을 돌립니다.
 
두 사람은 아우성치는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빠져나옵니다.
 
겨우 인적 드문 길로 접어들자,
 
그제야 멈춰선 얀은 급히 수첩을 훑어봅니다.
 
얀 마르테:...보츠와나.
 
채드 클레번:또 뭐라고 써있는데?
 
얀 마르테:너... 인자미나에 올라왔던 글, 기억해?
 
채드 클레번:응.
 
얀 마르테:스와콥문트 관련 이야기를 무슨 망명 정부가 수집하고 있다는 것도?
 
채드 클레번:그랬었다고?
내 기억엔 배경이 조작 되었다는것 정도랑..
너 그 글 봤었어?
 
얀 마르테: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안 보기가 더 어렵지.
...그 글이 그랬잖아. 보츠와나 망명정부에서, 모로코 장벽 너머로 강제 이주 당한 후 종적이 사라진 스와콥문트 시민들을 찾고 있다고...
이상하지 않아? 아프리카 땅에 나라라고는 공화국밖에 없는데. 망명 정부가 어디있다고.
 
채드 클레번:1만 km밖의 일도 모르는데, 모르는 일이지.
괴담성 이야기도 아니고, 이유없이 나올 건인가?
 
얀 마르테:그래. 그래서 괴담도 아닌 그 망명 정부의 연락책이... (수첩을 덮는다.) 위치가 쓰여 있어. 칼라하리 사막을 넘어서, 보츠와나에.
 
채드 클레번:거리가 꽤 될텐데. 연락할 수단은 있고?
 
그때 탕! 소리가 들립니다.
 
분명한 총성입니다.
 
학생회관 방향에서 났습니다.
 
저편이 몹시 시끄러워졌네요.
 
사이렌 소리,
 
확성기 소리가 뒤엉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채드 클레번:?
들었어?
 
얀 마르테:... ... (총성이 들려온 학생회관 쪽을 잠시간 돌아본다. 무언가 말을 삼키는 듯 싶더니) 기숙사로 가, 채드.
너는 오늘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고, 나도 본 적 없어.
 
채드 클레번:너는 왜. (미간 찌푸리고선)
야, 요한이 너도 데리고 가라고 했어.
 
얀 마르테:그 선배가 나한테 수첩을 준 이유... 알 것 같아. (팔을 내리고선) 보츠와나 망명 정부에 가봐야 해.
 
채드 클레번:너 혼자서 돌아다니면 개죽음이야. (잠시 학생회관쪽에 시선을 두다가) 같이 가.
 
얀 마르테:하하, 나는 애가 아니라며? 알아서 이겨내야지. 그런 건. (느릿하게 손목에 있는 스마트워치를 끌러, 네 손바닥 위에 올려둔다.) 언제나 사람들한테 쓸데없는 심부름을 떠맡는다고 불평했었나... 내 부탁은 안 들어줄 거야?
 
채드 클레번:너, 네 능력애도 안맡는 일 떠안는게 더 애같은 고집인건 알아두고. (워치 받아들고 잠시 꽈악 쥐는듯 싶더니) 그딴게 부탁이라고? 짐 될만큼 무능한면만 보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얀 마르테:짐으로 생각했으면 그걸 맡기지도 못했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주먹에 힘을 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느릿하게 끔벅인다.) 네가 필요해. 너는 돌아가서, 오늘 사고에 휘말려 내가 죽었다고 증언 해줘. 오늘이라면 더할 나위 없어. ...사상자 한 사람쯤 더 생긴다고 달라질 게 없으니까.
 
채드 클레번:증언자가 필요했던거네. 알겠어. 증언할 놈이야 널렸지, 지금 자리피한 1, 2학년중에 한 명 붙잡고 부탁해. 두 명 쯤 죽었다고 해도 되겠네. 아니면 직접 회관까지 가서 가져다두고 올까? 이능력 쓸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힘이라도 보태면 좀 낫겠지. (머리가 아픈듯 잠시 제 미간사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가) 너, 제대로 설명할 거 아니면 네 맘대로 진행될거라고 생각하지마. 요즘 네 말대로 물렁하게 굴었다 싶었더니 정말 말 잘듣는 개 처럼 봤나?
 
얀 마르테:너... 화내는 거야? ...내가 혼자 가겠다고 해서? (날선 말들에 눈을 살짝 크게 뜬다. 이내 차분해진 시선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네 눈을 마주한다.) 그냥 증언자로는 안돼. ...내가 믿는 사람이어야 하니까.
나는 사실, 네가 왜 나를 따라가겠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각성자가 사관학교를 떠난다는 것 자체가 중죄야. 너는 언제나 한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할 수 있고. 나와는 달리, 망명 정부에 가서 찾아야 하는 사람도 없잖아. 정말 순전히 내가 죽을까봐 그러는 거라면... (호흡 사이로 드문드문 말이 멈추었다.) 글쎄, 그건 믿음을 주지 못한 내 탓인가.
 
채드 클레번:납득할 이유를 못 찾았잖아. 얀 마르테, 죄를 짓는게 무서웠으면 애초에 끼지도 않았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명분이 없잖아. 나는 이 체제를 바꿀 이유도 없고, 말마따나 지금 죽은 사람들에 대해 유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나와 큰 관련도 없고. (네 워치를 제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선) 너는 다르지. 고의였던,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던간에 나는 널 어느정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어. 카사블랑카로 데려온 가족들처럼. 그들에게 애정이 있는것과는 관련없이 내 눈이 닿는게 마음이 편해. (잠시 자기 머리를 헤집는듯 하다가) 그래, 네가 지금까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적 없어서일수도 있겠지. ......... (맘에 들지않는듯 고개를 돌렸다가) 아니, 그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거야. 지금 저쪽에선 선배랍시고 단체로 개죽음당하고 있고, 너는 혼자 보스카나로 가겠다고 하고. ........ 그럼 그중에서 나는 뭔데? 한심한 역할이라도 담당하고 있는건가?
 
얀 마르테:네가 나를 따라오면, 그 명분은 내가 되는 건데. (슬쩍 웃고는) ...언약을 한 페어가 한날 한시에 소동에 휩쓸려 그렇게 쉽게 죽어버린다니. 아무도 안 믿어줄 걸. 떠났다는 걸 숨기지 못하면 끝이야. 추적이 붙을 거고, 망명정부의 위치가 들키는 것은 내가 짤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경로지. ...채드 클레번. 얀 마르테의 페어로 이곳에 남아. 그래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으니까.
...스마트워치는 각성자들을 에너지 파동으로 구분해. 우린 언약했으니 네가 그 시계를 학생회관에 던져 놓으면 위치 추적이 안 되겠지. (사막의 기후에 맞지 않는 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면, 하나의 길을 정한 듯 고개를 들었다.) 더불어 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일도... 상대가 죽어서 해제 된 언약만이, 기억 손상도 일으키지 않고, 에너지 색상도 원래대로 돌이키지 않으니까. 채드, 난 설계자야. 더 나은 경로는 없어.
언약을 끊지 않는 것으로, 약속했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너만 날 책임질 의무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 (세상에 그런 책임은 없어. 그렇게 말한다.) 알고 있어. 나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지우는 한, 그렇게 쉽게 죽지 못할 거라는 것 정도는.
 
채드 클레번:지금까지 곁다리로나마 참여한 명분 역시 네가 맞지. 어디서부터 잘못 휘말렸던건지-... ...... 그래. 네가 원하는건 네 최적의 경로에 안전장치를 설치해줄 빗장이 하나 필요하다는건가. 납득했어. 형체도 남지않을 정도였다고 일러두면 될까. (잠깐 말을 멈추고 아래로 시선을 내리까는듯 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너를 믿지는 못하지만, 네가 짠 경로는 믿지. 여지껏 접한것들중에서 그게 제일 나았으니까. (나갈 문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글쎄, 사람은 못 믿겠네. 네 의무와 나는 다르지. 앞서 무언갈 전하겠답시고 애쓴 그 인간들과도 다르고. .. 그런건 지금에와서야 중요치 않으니까. 새로 페어를 맺지 않는다면 의심할거야. 그렇다고 이미 신분상 죽은 네가 이곳으로 돌아올리도 만무해 보인다만-.. ...내가 조금 번거로워지는것정돈 네게 알 바 아니겠지. (마주하던 눈에서, 뺨으로. 마지막으로 목 아래까지 시선이 흘렀다.) 쉽게 죽지 않는다니 다행이네, 그럴 녀석이였으면 그 때 나한테 죽었겠지. ..중간쯤 가서 겁먹었다고 돌아오면 꼴사나우니 뒤도 돌아보지말고 뛰어가.
 
얀 마르테:안전장치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네가 누구보다 잘 알 거잖아. 변명은 않을게. (예의 그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너와는 반대의 방향, 자신이 스스로 설계했고, 누구도 없이 혼자 걸어야 하는 최적의 경로. 그 시작점에 섰음에도 발길이 쉽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한참을 서 있다가) 너는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꼭 영영 작별을 하는 것 같은 투네. 아니, 만나고 싶지 않은 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시선을 가만히 마주하자면,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해보지만...) ...가는 사람한테 그런 말 하면 퍽이나 마음 편하겠다. 당연히 이런 것도 네 알 바는 아니지? 하지만, 채드.
난 돌아올 거야. (그렇게 말하는 입안에서 쓴맛이 느껴진다. 돌아온다는 말의 뒤에 붙은, 그 아득한 길을 새삼스레 실감해서인가. 네 말대로 조금쯤은 겁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스운 일이다.) 그러니까 떨어져 있는 동안 잘 생각해봐. 지금 왜 그렇게 심통이 난 건지. 그 사이에 나한테 '정'이라는 게 붙은 건 아닌지. 그리고...
... ...잘 부탁해.
 
채드 클레번:어떤 방식으로 돌아올지 납득이 안되니까. 네 신분은 사망상태일테고, 이곳의 경계상태는 더 심해지겠지. 시위 이전보다. 만약을 가정하는거야. 이전에 말하지 않았나, 나는 늘 최악을 가정하는것 같다고. (그렇게 가정해두면 돌아올 미래는 그것과 같거나, 그것보다 나으리라. 잠시 한동안 눈을 감았다 뜬다. 평소 많은 정봇값을 받아들이는게 피곤해 시야를 차단하던 너처럼. 회피한다고 처해진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 이내 선명한 시선에 다시 금빛 인영을 눈에 담았다.) ........ (돌아온다는 말에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도대체 무슨 짐을 떠안기는건지-.. 이어지는 말에 잠깐 발끈하는듯 언성이 높아진다.) ....누가 , 심통이 났다고. 얀 마르테. 늦게 돌아오면 늦을수록 그나마 붙은 정마저 떨어져있을 수 있어. 나는 생각이 많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같은것도 오래 묵혀두지 않으니까 알아둬.
이번에는 걱정하는게 맞아. 그러니까......
다녀와.
 
목에 뭔가 걸린 것만 같습니다.
 
멀리 모래바람 소리,
 
발밑에 고인 그믐화,
 
스무 살의 한 갈피에 고인 너.
 
그 약속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기억이란 두려운 것입니다.
 
꺼내 보고
 
쓸어 만질 때마다
 
닳아 없어지니까.
 
이윽고 그것으로조차 견딜 수 없을 때가 오면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 텅 빈 구멍이 남으니까.
 
하지만 이제 우리는,
 
멈추지도 망설이지도 말아야 할 순간이
 
닥쳤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어쩌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정말 선택일까요?
 
상황에 내몰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서',
 
우리 스무 살에,
 
이런 순간을 고르는 것이 선택이기는 한가요?
 
슬픔도 분노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뒤꿈치를 잘라 놓고 떠나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
 
진실을 알고자 한 발짝 나아가는 게
 
대체 의미가 있기는 할까요?
 
그러나 그는 한 발짝을 떼었습니다.
 
다시 한 걸음.
 
돌아보지 않고 걷습니다.
 
앞으로,
 
너머로,
 
자오선을 넘어서…….
 
어깨를 무언가 두드립니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가,
 
끝내는 소나기로 길어져
 
키질되는 쌀처럼 땅바닥에 까불렸습니다.
 
어떤 빗줄기는 해풍의 구조를 이루는 방파제처럼
 
윤무의 일부에 이르러 춤을 추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경로와 진실이,
 
구현이,
 
설계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신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이라면
 
이런 이별은 겪어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회관 쪽에서
 
울분에 찬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
 
.
 
.
 
4년 뒤,
 
각성자사관학교.
 
계절에 맞지 않게
 
일부러 피워낸 그믐화가 지천을 뒤덮은 오늘은
 
각성자사관학교의 49기 졸업식입니다.
 
4년 전의 소요는
 
학교에 짐승이 할퀴고 간 듯한
 
총탄 자국 몇 개만 남겼을 뿐이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몇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오발에 의한 사고라고 판단되어
 
몇 사람이 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었을 뿐이었습니다.
 
이 위대한 공화국에
 
악의적인 사고란 것이 있기나 할까요?
 
도열한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태도로 바로서
 
연단을 응시했습니다.
 
학장의 지루한 축사가 끝나고,
 
귀빈들의 특별 축사가 이어질 예정이었습니다.
 
어떤 발걸음이 계단을 오릅니다.
 
4년 전 학생회관에서의 일 이후,
 
학생들은 두 파로 갈려
 
서로를 물고 뜯었습니다.
 
'순수한 운동'이란 말이
 
그 시절쯤에는 농담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분기마다 한 번씩은
 
누군가가 밀고당하여 학교 바깥으로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체제에 반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변절은
 
사람을 이토록 지난하게 만듭니다.
 
소리 없는 걸음.
 
걸음마다 흔들리며 빛을 받는 머리칼.
 
그 사이로,
 
영혼이 죽은 것 같은 백색 눈동자가 학생들을 응시합니다.
 
얀 마르테:…여기, 사랑했던 동기들을 길러낸 자랑스러운 나라의 요람에 돌아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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