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종의 __
사랑하는 그대여, 축일이 다가온다.
2022-05-23
KPC. 히메미야 히마리 · PC. 가쿠쇼 신쿠

평화로운 삶을 살던 당신의 앞으로,
죽음의 향기가 묻은 초대장이 날아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축일이 다가온다.

이미지
 
이미지
 
Date
 
COC 7th fanmade scenario
 
로고
 
이미지
 
.
 
.
 
.
 
이미지
 
...
 
.
 
.
 
.
 
꿈에서 깨어나면,
 
두꺼운 천을 뚫고 화창한 빛이 듭니다.
 
잠이 덜 달아난 눈가를 문지르며 천을 걷습니다.
 
새파란 하늘,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지붕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새로운 지역에 정착한 이후,
 
조금쯤 익숙해진 풍경입니다.
 
신쿠:(오랜 생활이 몸에 밴 듯 그곳을 떠난 지금에도 습관처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잠에 든다. 흐린 시야를 걷어내며 다채로운 색을 눈에 담는다. 천천히 천을 걷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던 그때,
 
당신은 창백하게 질린 채 거꾸로 된 얼굴과 눈이 마주칩니다.
 
정확히는 스치듯 마주쳤다고 해야 할까요?
 
이내,
 
쿵! 소리와 함께
 
바닥과 연약한 무언가가 충돌해
 
박살나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신쿠:...아.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소리에 의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바닥을 내려다본다.)
 
깜짝 놀라 창밖을 내려다보면
 
이쪽을 올려다보며
 
부릅뜬 눈,
 
끈이 끊어진 인형처럼 힘이 하나도 없는 몸,
 
그리고 기이한 각도로 꺾인 팔과 다리가 보입니다.
 
기상하자마자 생면부지 타인의 추락사를 목격한 신쿠,
 
신쿠: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감소 없음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때,
 
신쿠의 집 안쪽으로 어둑하게 그림자가 지더니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일제히 뛰어내립니다.
 
기이하게 히죽거리는 얼굴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쿵, 퍽, 쿵, 쿵, 으직!!!
 
요란한 소리가 한바탕 지나간 뒤,
 
그 모든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광기 어린 집단 자살을 봤으므로, 다시 한번
 
신쿠: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이성치 감소 -1d3
 
신쿠:1
 
상황 파악을 위해 옷을 꿰어 입고 나가면,
 
이미 수북한 구경꾼들이
 
시체 주변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구경 중입니다.
 
뒤늦게 치안관이 와서 수습하지만,
 
입을 타고 소문이 퍼지는 것만은 막기 힘든 듯합니다.
 
구경꾼1: 무슨 종교라는데?
 
구경꾼2: 아니, 세상에, 신을 믿어도 그렇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즉사하지 못한 사람 하나가
 
소리 내어 웃으면서 사람들 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끔찍한 몰골을 차마 보기 힘든 듯,
 
몇 사람은 고개를 그대로 돌려버립니다.
 
시체가 되기 직전,
 
피가 잔뜩 고인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아, 이것으로 高天原 에 갈 수 있다면!"`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안구를 타고 뺨으로 내려갑니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곤 절명합니다.
 
기이할 정도로 행복한 표정입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신쿠
 
신쿠:
교육
기준치: 40/20/8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의식이 인신 공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간 사이비 종교 중 일부는
 
실제로 인신 공양을 벌였다는 걸 책에서 읽은 적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공양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저 소름 끼치는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도 종교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게,
 
모든 걸 비관한 집단 자살이었다면
 
저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걸립니다.
 
입에 잔뜩 피가 고인 까닭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 발음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지명이었습니다.
 
...
 
한바탕 난리가 지나가고,
 
자리를 뜨려고 하면 당신의 팔을 붙잡는 손길이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굉장히 낯익은 얼굴과 마주합니다.
 
유모:세상에, 이게 누구인지. 혹시 나를 알아보겠나요?
 
신쿠:...모를 리가 있나요. (잡힌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올렸다. 그리 달가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까딱, 숙이곤) 이런 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유모:잘 지냈나요? (반가움이 서린 얼굴로 웃는다.) 신쿠와의 마지막은... 그렇죠. 그 칼에 베였었네요. 이상하게 그 이후로 성과 사람들이 꺼림칙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신과 교리를 위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징그럽고, 역겨워서... 결국 밤에 몰래 성에서 도망쳐 나왔답니다.
(어깨를 으쓱이더니 손을 뗀다.) 나는 신쿠가 어딘가에 살아있으리라 믿고 있었어요.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도요.
 
신쿠:아...예, 뭐. 그럭저럭... (떨떠름한 얼굴을 숨기려는 생각도 않은 채 대꾸한다. 성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애써 그들이 뒤로 한 얼굴을 생각하지 않으려 마른 입안을 침으로 적시곤) 왜 이제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덕분에 제게 유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때 자신을 보던 사용인들의 눈이 불현듯 떠오른다. 숨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고스란히 드러나던 이방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 물어뜯을 희생양을 찾은 것에 대한 기쁨과 만족감을.)
 
유모:당연히 이런 곳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났으니 반갑잖아요? 다른 의미로 신쿠가 나를 그 이상한 소굴에서 구해준 것이나 다름없죠. (호호, 웃더니) 그나저나 하필 마주쳐도 이런 곳이네. 최근에 있었던 일은 알고 있나요?
 
신쿠:...(반갑다는 말은 못 들은 척 흘린 채로) 무슨 일 말입니까?
 
유모는 품에 끼고 있던 신문을 건넵니다.
 
핸드아웃
 
종교 집단의 연쇄 단체 투신 사건
 
남성은 스스로 히메미야 가문이라 칭했다.
 
투신 자살은 그들의 '가주'가 종용했다.
 
남성은 '이번 사망자들은 순교자로서 완전한 사후 세계에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남성의 출신 지역은,
 
...
 
신문을 천천히 읽던 신쿠는
 
문득 어떤 지점에서 시선이 멈춥니다.
 
이 사람의 출신지는 아주 익숙합니다.
 
당신이 도망쳐 나온,
 
그리고 히마리가 남아 지키고 있는 성.
 
몇 겹이고 두터운 산이 둘러싸 외부와 접촉이 어려우며,
 
때가 되면 종이 울리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도를 올리는
 
그들만의 작은 나라.
 
멈췄던 시선을 도로 움직여
 
마지막 문단까지 읽어 내립니다.
 
남성은 그들의 '축일'에 관해 언급한 뒤 혀를 끊어 자결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표정은 더없이 환희에 차 있었다는 문장이
 
아주 오래도록 당신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축일이 무엇인지,
 
모를 수야 없습니다.
 
신쿠 역시 그곳에 몸 담고 있었으니까요.
 
성에서는 매년 이 무렵에
 
신과 선대 가주가 결합된 날을 기념해 3일간 축제를 벌입니다.
 
전야제, 축일 당일의 번제, 후야제로
 
축제는 종교의 일원들 간 인연을 더 끈끈하게 맺어주었습니다.
 
신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축일이 그들에게는 조금 더 각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혀있던 기록이 맞다면,
 
올해로 100번째 축일이니까요.
 
강렬한 예감이 찾아옵니다.
 
이 '축일'을 기점으로
 
어떤 거대한 사건이 발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요.
 
신문을 전부 읽으면
 
유모는 당신의 양 손을 붙잡고 젖은 눈으로 응시합니다.
 
유모: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건 힘들지 않나요? 외로웠을텐데.. 안타깝기도 하지. 어디 아픈 곳은 없죠? (그러다 생각난듯) 신쿠가 괜찮다면, 우리 집에 방이 하나 비어있어요.
 
신쿠:...저랑은 상관 없는 내용이네요. (선을 긋듯 익숙한 문장이 담긴 신문을 네게 돌려주다 붙잡힌 손을, 내키지 않는 듯 빼낸다.) 도망쳐 나오셨다면, 유모님도 그곳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세요. 되도록 소식도 찾아보지 마시고요. ...저는 그곳과 관련된 기억에 더이상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유모:역시.. 그럴줄 알았어요.
 
유모는 자신의 목걸이를 벗어서 당신의 목에 걸어줍니다.
 
줄이 조금 낡은 목걸이는 안에 홍옥이 박혀 있고,
 
주변으로 헤일로 모양의 섬세한 세공이 되어 있습니다.
 
유모:그래도 신쿠는 내 은인이나 마찬가지에요. 당신과 히마리님이 없었으면, 나는 아직도 그 곳에 갇혀 있었을 테니까요.
언제든, 어려운 일이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령에게 이것을 달아서 내게 보내요. 목걸이 안에는 우리 집 주소가 적힌 쪽지가 담겨 있답니다.
 
유모는 이것저것 먹을 것까지 챙겨준 뒤에야 당신을 보내줍니다.
 
.
 
.
 
.
 
집으로 돌아오면,
 
우체통 안에 낯익은 질감의 편지지가 꽂혀 있습니다.
 
신쿠:...(꺼림칙하게 꺼내봄..)
 
발신인 불명,
 
당신을 부르는 축일의 초대장입니다.
 
여태껏 과거를 지우고 살아가던 시간들이
 
전부 무의미할 정도로,
 
그들은 손쉽게 당신을 찾아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혹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르죠.
 
어떻게 할까요?
 
신쿠: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상합니다.
 
편지를 읽자, 그곳으로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당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요.
 
신쿠:(편지를 구기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외면해온 시간이 무색하다. 자신은 무엇을 위해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던가? 아니, 처음부터 벗어나려고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조차 제 의지가 아니므로. 부르면 가고, 멀리하면 내쳐지는 것이 여전한 버릇임을 부정하지 않겠다.)
 
생각해보면 축일 동안은 늘 일손이 부족해,
 
신분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성의 사용인을 고용했었죠.
 
게다가
 
겸허히 신과 인간의 결합을 축하하는 의미로,
 
축일에는 가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도록 미사보를 착용한다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들키지 않게 다녀올 수 있겠습니다.
 
신쿠:(아직까지 방 한 켠에 남아있는 미사보를 집어든다.)
 
짐을 전부 챙기고 말의 고삐를 쥔다면,
 
기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을 귀향입니다.
 
.
 
.
 
.
 
……
 
이동 중에 깜빡 잠들었나 봅니다.
 
말을 타고 한나절을 달린 끝에,
 
신쿠는 날이 밝을 무렵 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성벽 밖까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게,
 
오늘 밤에 있을 전야제 준비가 한창인 듯 합니다.
 
들어가기 전, 미사보 착용을 잊지 맙시다.
 
신쿠:(미사보를 익숙하게 뒤집어 쓴다.)
 
머리 위에 장미 자수가 놓인 검은 베일이 올라오자,
 
얇은 천은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당신의 두상을 감쌉니다.
 
크게 움직여도 벗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곳곳에 늘어진 현수막이
 
한산한 아침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이어집니다.
 
홍뱀을 섬긴 끝에 찾아올 영광스러운 낙원을 예찬하는 내용입니다.
 
말을 입구에 묶어두고,
 
인력 고용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있을 곳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풍경이 변했음에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변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당신의 기묘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사람들 한가운데서
 
전야제 설계를 감독하느라 바쁜 사람입니다.
 
이름은 하루코, 그 어린 사용인이 맞습니다.
 
하루코과 마주한 순간,
 
미사보에 인식 저해 주문이 걸려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신경이 쓰입니다.
 
다행히 조금의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듯,
 
하루코는 당신을 보며 손을 휘젓습니다.
 
미사보가 흔들립니다.
 
하루코:왜 놀고 있어요? 준비가 절반도 안 돼서 얼마나 불안하다고요! 빨리빨리 좀 움직입시다!
 
신쿠:(고개만 끄덕끄덕..)
 
하루코: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왜 여태 옷도 안갈아입었어요? 빨리 성 2층 빈 사용인 실에 들어가서 옷 좀 갈아입고 와요!
 
신쿠:(다시 끄덕끄덕...)(2층으로 간다)
 
하루코의 지시에 따라, 신쿠는 성의 2층으로 향합니다.
 
당신이라는 하나의 이물질이 들어왔다 해서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낡은 돌의 틈새 사이사이로 희미하게 낀 이끼만이
 
당신의 귀환을 반기는 듯 합니다.
 
신쿠는 오래된 돌계단을 타고 올라가
 
허전하리 만큼 빈 사용인 숙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용인시절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 입니다.
 
길게 감상에 젖을 틈은 없습니다.
 
옷장 , 탁자 , 침대 를 볼 수 있습니다.
 
신쿠:(침대를 툭툭 쓸어본다.)
 
침대
 
다른 사용인와 함께 사용하는 2층 침대입니다.
 
다만, 방이 이렇게 많이 빈 것으로 보아하니
 
누군가와 같이 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이상한 일입니다.
 
그토록 많았던 사용인은 어디로 간 걸까요.
 
신쿠:...(탁자를 살펴본다.)
 
탁자
 
모서리가 닳아빠진 탁자 위에는
 
텅 빈 화병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병 밑에는 이전에 방을 사용한 사람이 쓴 듯한 노트 한 권이 깔려 있습니다.
 
신쿠:(노트를 펼친다.)
 
빽빽하게 교리를 필사한 노트입니다.
 
무심하게 넘기다 보면 후반의 내용은
 
고천원에 관한 극심한 갈망으로 변질됩니다.
 
고천원,
 
그곳은 홍뱀이 지배하는 사후 세계,
 
끔찍하고 아름다운 신봉자의 천국입니다.
 
이곳, 히메미야家에서는 신을 모시고
 
가주의 뜻과 교리를 따른 끝에 대가로서
 
죽은 뒤에 홍뱀이 지배하는 고천원에 간다고 믿습니다.
 
고천원에 도착한 영혼은 영생과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신쿠:(노트를 덮고 옷장을 열어본다.)
 
옷장
 
손잡이를 움켜쥐면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손가락 모양대로 눌려 흩어집니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열린 옷장 안에는
 
소매나 밑단의 가장자리가 반질반질하게 닳은 사용인 옷이 걸려 있습니다.
 
기존에 입던 옷은 갈아입고 걸어둡시다.
 
신쿠:(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옷가지를 단정하게 걸어둔다.)
 
목걸이와 단도도 챙깁시다.
 
신쿠:(목걸이는 목에 걸고 단도를 품에 넣었다.)
 
신쿠:
듣기
기준치: 45/22/9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듯,
 
옆 방에서 조촐하게 식사 중인 사용인들의 대화가 들립니다.
 
사용인 1: 그러고 보니, 가주님께서 건강이 많이 악화되신 것 같더라고.
 
사용인 2: 지난 번에 옷 시중 들다가 봤는데, .....이 ....더라.
 
사용인 1: 아, 그거? 궁금해서 가주님께 여쭤봤는데, 그건 ....고 하셨어.
 
사용인 2: 그런 게 나타날 정도면 ....에 입성할 준비가 된 거겠지. 우리들은 아직 멀었어.
 
사용인 1: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모양대로 살결을 불에 그을려봤는데, 어때?
 
사용인 2:: 관둬, 이런 흉내로는 턱도 없는 거 알잖아? ...가 아니니까.
 
사용인 1: ......도 좀 주워오긴 했어. 이걸 먹으면 나도 진짜 ....이 생길까? (웃음 소리)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대화입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사용인들은 바쁘게 성 밖으로 나갑니다.
 
아마, 전야제를 준비하는 무리에 섞여 알아볼 수 없게 되겠죠.
 
그렇다 해도 크게 상관 없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똑같으니까요.
 
그들은 진심으로
 
홍뱀을 믿고, 찬양하고,
 
교리와 가주의 뜻에 따라 움직이면
 
천륜에 어긋나는 짓이라 해도 사후에 보상 받으리라 믿습니다.
 
수많은 산과 거친 길이 방벽처럼 둘러싸여
 
국왕의 입김이 닿지 않는 이 마을은
 
그렇게 하나의 작은 나라를 구성합니다.
 
먼지 쌓인 거울에
 
사용인 옷이 꼭 맞는 신쿠의 모습이 비칩니다.
 
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초대 받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고 돌아와
 
옛 기억의 그림자에 휩싸입니다.
 
이를 테면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그 위로 쭉 뻗어 창가에 근접한 나무,
 
문을 열면 한눈에 보이는 오래된 복도,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 묻어둔 당신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신쿠:(창 너머로 자신이 곧잘 타던 나무를 바라본다. 주방에서의 가장 빠른 지름길, 이곳을 타고 올라오면 불평하면서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행여 그때를 그리워할까, 고개를 돌리고 낡은 복도에 울리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밟으며 밖으로 나간다.)
 
문 밖으로 나오면
 
산더미 같은 소포를 든 하루코가
 
다른 사용인에게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이는군요.
 
하루코는 닥치는 대로 사용인에게 심부름을 시키더니,
 
이내 신쿠 앞으로도 일감을 내밉니다.
 
하루코:자, 너는 이걸 가주님께 드리고 와라. 전야제의 의복이라고 말씀 드리면 돼.
 
가장 묵직한 소포는 히마리의 몫이었나 봅니다.
 
복잡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아주 긴 시간이 흘렀지만,
 
가주의 방은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걱정인 것은,
 
하루코:의복이 많이 복잡하니 시중을 들도록.
 
그렇게 헤어진 히마리와 재회일까요.
 
미사보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얼굴을 알아보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미묘하겠습니다.
 
사정이 어찌 됐든,
 
당신을 내친 사람이니까요.
 
하루코:그럼 잘 부탁한다, 코우.
 
심지어 당신을 다른 사용인과 헷갈렸나 봅니다.
 
하긴, 아무에게 가주와 접촉할 기회를 주진 않겠죠.
 
어찌 됐든,
 
왁자지껄한 전야제 준비 현장을 뒤로 하고
 
가주의 방이 있는 층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도착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방 앞을 지키고 선 문지기가
 
당신을 보고 가볍게 눈 인사를 합니다.
 
간단한 노크 후 문을 열어볼까요.
 
신쿠:...(숨을 고른 후, 문을 가볍게 두드린다.)
 
죽은 듯이 고요합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만이 적막을 깹니다.
 
익숙한 방 구조와 차분한 분위기,
 
그리운 모양의 늘여놓은 천,
 
그리고 어스름한 채광이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이 성에서 살던 그 시절과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습니다.
 
침대에 달린 얇은 천은
 
주인의 낮잠을 비호하듯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소리를 내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주를 깨우기 위해선 캐노피를 젖혀야겠습니다.
 
한 걸음, 바닥에 깔린 양탄자가 푹신하게 눌립니다.
 
두 걸음, 침대가 가까워집니다.
 
세 걸음, 얇은 천 아래 흐릿하게 누운 인영이 비칩니다.
 
네 걸음,
 
손을 뻗을까요?
 
신쿠:(뻗는다.)
 
손바닥에 잡히는 기분 좋은 촉감과 함께 천을 젖히면,
 
이불을 턱까지 덮은 채 잠든 사람과 마주합니다.
 
아주 익숙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된 이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어떻게 달라졌고,
 
또 어떤 부분은 변함없나요.
 
늘 그렇듯,
 
결국 변하지 않은 부분을 눈으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신쿠:(캐노피를 걷으면 스며드는 빛에 잠시 네가 눈을 뜨기를 기다리며 낯선 얼굴을 관찰한다. 침상에 흐트러진 머리칼 끝을 바스라뜨릴 듯 만져본다. 조금 자라셨나.)
 
신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아직 완전히 졸음을 쫓아내지 못한 사람 특유의 무방비한 움직임으로 인해,
 
내내 잠옷 안에 숨겨져 있던
 
히마리의 흉측한 흉터를 목격합니다.
 
저주는 유효해,
 
신쿠:(머리카락을 따라 내려가던 시선이 성흔에 걸린다. 그제서야 만지작거리던 머리칼을 성흔을 덮듯 내려두고, 가까이에서 불러본다.) 히마리님.
 
이름을 부르면,
 
잠깐의 뒤척임 끝에 몸을 일으킵니다.
 
히마리:코우는 아니고...누구야? 아, 새로운 시종?
 
방금 막 잠에서 깬 목소리는 반쯤 잠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사보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모양입니다.
 
신쿠:네. 코우...는 자리에 없는 것 같네요. (제 팔에 걸린 옷가지를 내려다보며) 전야제의 의복입니다.
 
히마리:이름.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미사보 너머의 얼굴을 살핀다.)
 
신쿠:...신,(멈칫) ......입니다. 가주님.
 
히마리:그래... 신. 옷은 의자에 올려 놔. 조금 뒤에 입을테니까. (그 밖엔 관심없는듯 무심하게 고개를 돌린다.)
 
잠기운을 덜지 못한 걸까요,
 
히마리는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습니다.
 
신쿠:도와드리는 것까지가 제 일이라서요. (목석같이 제자리에 선 채로 네가 일어나길 기다린다.) 의복이 거추장스러워서, 혼자는 못 입으실 겁니다. 가뜩이나 안색도 별로시고.
 
침대 아래에 놓인 신발을 구겨 신고 욕실로 향합니다.
 
히마리:잘됐네. 이왕 기다리는거 나 좀 도와. 씻을 거니까.
 
히마리는 몸이 썩어가는 저주 때문에
 
혼자서 복잡한 옷을 입기 힘든 몸이 되었습니다.
 
물론 시종이 없어도 입기야 하겠지만,
 
히마리는 가주니까요.
 
가주는 신도들에게 항상 완벽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신쿠:(멀뚱히 바라보다 뒤늦게 욕실로 따라 들어간다...)
 
히마리:나머지는 나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끄고. (뒤따라 들어오는 너를 확인하고 욕조에 몸을 뉘인다.)
 
신쿠:어차피 나머지는 어떻게 못 해드립니다. 불경하다고 하실 거거든요. (익숙한 듯 네 머리칼에 천천히 물을 적시며) 평소에는 코우란 아이가 시중을 듭니까?
 
히마리:....그런말을 하는 것부터 불경하다는건 알아? (묵묵히 이야기를 듣다가 눈을 감는다.) 그랬지. 걔는 좀 조용했거든.
 
신쿠:벌하실 건가요? (높낮이 없는 어조로 되묻는다.) 글쎄요. ...이 성은 대체로 모두가 조용하니까요. 가끔은 말동무도 필요하실 텐데요.
 
히마리:별로... (감흥없는듯 중얼거린다.) 차라리 너같은게 더 나아. 말동무? (픽,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알 수 없는 미소를 뱉는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고천원으로 보내줄 도구가 아니라?
 
신쿠:고천원이요. ...가주님께서 무슨 수로요. (흔한 신앙도 없으시잖습니까. 뒷말을 삼키며) 이상하죠. 왜 다들 죽음 뒤를 바라보는 걸까요? 현재에 미련이 남는다면, 이렇게 열렬할 수는 없잖습니까.
 
히마리:재밌는 말을 하네. (도로 눈을 뜬다. 그래봤자, 마주하는것은 검은 미사보에 가려진 얼굴이였지만.) 너도 고천원에 가려고 이곳에 들어온거 아녔나? 먼저 제멋대로 믿어놓고서.
....
...농담이야. 이거 봐, (손목까지 올라온 성흔을 드러낸다. 텅빈 눈은 그 무엇도 담지 못한다. 이제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채 지루한 이야기를 읊는다.) 지극하신 홍뱀의 사랑이란다. 현재가 고달프던, 만족스럽던, 더 큰 행복을 바라는건 당연한 마음이지. 너보단.. 내가 먼저, 그 곳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테니 걱정마렴.
 
신쿠:그렇죠... 먼저 제멋대로 믿어버리니, 실망하는 것도 제 몫입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 적은 강제였지만, 이곳에 돌아온 것은 자신의 선택임을 인정한다. 다만 고천원은 아니다. 죽음을 생각하되 죽음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무엇도 없는 사후를 원한다. 손목을 타고 올라온 검은 성흔에 시선을 두다가,) 그것 참, 지극하시네요. 마치 사랑하는 이를 전부 본인 곁으로 끌어오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요.
...가주님께서도 그만 그곳으로 가고 싶으십니까?
 
히마리:그러게 말이야, 나는 원하는 것 하나조차 쥐지 못했는데. (내게 이 성흔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배신자를 향한 낙인. 결코 잊지 않으리라, 눈으로 새기며 천천히 팔을 내린다.) 아쉽지만 가는 것조차 내 의지는 담겨있지 않아서. 그분이 부르면 가야해. (들릴듯 말듯한 낮은 목소리로)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만하면 됐을까? 궁금한게 많네, 너는.
 
신쿠:...먼저 알아두지 않으면 까다로우시니까요. (곧 손끝까지 집어삼킬 성흔이 네 얼굴을 뒤덮는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아직 하얗다 못해 창백한 낯을 들여다보다, 이마선을 따라 머리카락을 물로 씻어내린다. 네게 흉 하나라도 질까 마음을 졸이던 나날이 있었는데, 겨우 부지한 곳을 찾아 시선이 전전하는 꼴이라니.) 환복을 도와드리겠습니다.
 
히마리:눈치 좋네. (작은 웃음으로 대꾸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예리해진 신경을 누른다. 나쁘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감쌀즈음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가져온 옷은 어떤 색이야? 내 눈엔 하나같이 다 비슷해서..
 
신쿠:...가주님 눈에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입니다. (자신이 가져온 옷을 집어들고 네게 다가간다.) 옷깃 쪽은 붉지만요.
 
전야제용 의복은 긴 수단, 허리띠,
 
외투형 로브, 머리 장식과 목걸이 등,
 
화려하게 손이 많이 가는 종류입니다.
 
히마리:색은.. 나쁘지 않네. 용도에 잘 맞겠어. (만족스러운듯 욕실에서 나온다.) 거울 앞에서 하는 편이 좋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고.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다) 제법 화려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신쿠:(네게 옷을 덧입히고, 허리띠의 길이를 맞춰 매주며 떨어지는 옷감을 꼼꼼히 살핀다.) 홍뱀의 사랑을 받으려면 화려해야 하나요?
 
히마리:(그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거 참 재밌는 발상이네. 하지만 틀렸어. 오늘은 화가가 오기로 했거든.
 
다 입어갈 무렵,
 
히마리는 짤막하게 덧붙입니다.
 
그리고 신쿠는 떠올립니다.
 
고해성사실의 또 다른 공간,
 
그곳에 빼곡하게 있던 유난히 젊은 인상의 선대 가주들.
 
그 모든 가주들은 죽을 때가 되면
 
화가를 불러 자신의 장례식에 쓸 초상화를 그려야 했습니다.
 
히마리:너는 그림 잘그려? 손재주는 좋아보이는데.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살핀다.) 오늘 오는 화가는 쓸데없이 엄숙하게 그려서 별로거든. 괜찮다면 네게 대신 맡길까봐.
 
신쿠:제가 경망하게 그리면 또 별로라고 하실 거잖습니까.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앳된 초상화들을 떠올린다. 정말 이르다. 고작해야 스물을 좀 넘어서 초상을 남기다니.) 그림을 그려도 모래바닥에 끄적이기나 해봤지, 거창하게는 못 그려요.
 
히마리:그 고리타분한 사람과 몇시간을 마주보고 있을바엔 너와 대화하고 말지. (손하나 까딱하지 않은채 네 모습을 지켜본다.) 어차피 의미조차 없을 그림이란다. ...이렇게 말하면 싫어하려나? 하지만 너라면 괜찮겠지.
다음에.. (내게 이 다음이 존재하는가? 거울 너머의 그녀에게 되물어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또다시 지켜지지 않을, 무의미한 말을 흘려보내고 만다.) 시간이 난다면 제대로 된 종이를 쥐어줄게. 너도 너대로 해야하는 일들이 있을테니까.
 
신쿠:가주님은 참... 착실하면서도 제멋대로시네요. (의미가 없을 그림이라면 남기지 않는다는 방법도 있을 텐데. 변변한 저항은 하지 않지만,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하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이제 더는 그리고 싶은게 없습니다. 종이에 남길만큼 아쉬운 게 없으니 흙바닥으로도 충분해요. (전에는 먼 미래도 서슴없이 기약하던 사람이, 눈 앞을 망설이는 것을 지켜보는 건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저는 손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 불편해서요.
 
히마리: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 ....착실하면서도 불손하단 말이야. (이제는 어색한, 언젠가 그 아이에게 했을법한 말을 뱉고 스스로조차 놀란듯 침묵한다.)
...참 신기해. 나는 네 얼굴을 볼 수 없는데도, 어쩌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모든 것에 미련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갈 곳을 잃은 건지, 갈 길을 잃은 건지.
 
신쿠:축일에는 가주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얼굴을 드러내서는 안되죠. ...그러니 오직 가주께서 벗기를 허락하신다면, 그때 벗겠습니다. (미사보를 뻣뻣한 의수로 고쳐 쓴다. 당연히 까끌한 감촉은 느껴지지 않는다.) 네, 미련을 가지면 갈 수 없습니다. 저는 갈 곳도, 갈 길도 없지만... 가야 하거든요. 그런 말을 하시는 가주님께서는 있으십니까? 미련이고, 종이에 남길 정도로 아쉬운 무언가요.
 
히마리:마음에 드는 대답이야. (삐딱하게 입꼬리를 올리더니 다시 어느때와 다름없이 무심해진다.) 그렇다면, 그 걸음에 대체 무슨의미가 있니? 네가 꼭 길잃은 아이처럼 보이구나. (그렇다한들 제 처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어차피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해답을 내어놓을 수 없었다.)
...있어, 내가 가진 불행 중 가장 작은 행운.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생각을 갖는 것조차도 용서되지 않겠지. 그러니... 그냥 못들은걸로 쳐.
 
신쿠:의미를 물으셔도, 대답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 걸음 끝에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담담하게 말을 끝맺고는 네가 팔을 넣을 수 있게끔 겉옷을 들었다.) 가주님. 이곳에 들어오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크고 작은 죄를 짓고, 누군가를 상처 입히며 살아간다고요. 하지만 죄책감에 짓눌려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지언정... 용서받을 죄고, 용서받지 못할 죄고. 정말 상처로 남은 것은 어쩔 수 없구나, 하고요.
그러니 적어도 사는 날에는... 그런 생각이라도 좋으니 그들을 생각하면서 사세요. 저는 그러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히마리:언젠가 너 스스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길 기도해줄게. (팔을 살짝 들어 겉옷을 입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완벽한 이 작은 성의 주인. 그렇게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 가면을 제게 한풀 덧씌운다.)
그리고 그건.. 제법 주제넘은 충고란다. (완성된 자신의 모습에 미련없이 거울을 뒤로한 채 등을 돌린다.)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내 모든 숨은 그 미련 하나 때문이거든. 하지만 때로는 원치 않는 끝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법이야. 지난 5년간, 나는 그걸 배웠단다.
 
히마리는 익숙하게 지팡이를 쥐고 문을 열며 말합니다.
 
히마리:그래도.. 제법 마음에 드네.
너를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덜컹, 끼익.
 
오래된 경첩이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방을 나서면
 
바야흐로 전야제의 시작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은 히메미야家의 가주입니다.
 
호위를 비롯한 간부들, 최측근과 시종들이 그의 뒤로 따라 붙습니다.
 
미사보를 뒤집어 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히마리는
 
마침내 신쿠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
 
전야제는 해가 질 무렵 야외 미사로 시작되며,
 
미사가 끝나면
 
모든 사람들이 밤새 기름진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흥겹게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덧 붉은 기가 감돌기 시작한 하늘을 보니,
 
슬슬 신쿠도 미사에 가지 않고 복도를 어슬렁거리면 의심을 사겠어요.
 
신쿠:(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성의 입구부터 마을의 중심까지 이어지는 길은
 
붉은 융단과 흩어진 꽃잎들로 화사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신쿠는 그 길을 걷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줄이 세워진 간의 의자에 앉아
 
성의 난간에서 가주가 모습을 드러내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
 
얼마나 지났을까요.
 
북과 악기 소리,
 
그리고 찬가의 잔잔한 선율이
 
가주의 등장을 알리며 흥을 돋웁니다.
 
미사보를 쓴 머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난간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가주의 관을 쓰고 하오리를 두른 히마리가
 
난간을 짚고 한참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얼굴을 가린 이들 사이에서
 
홀로 그 존재를 드러낸 채로.
 
히마리:아주 먼 예전, 인간이 감히 신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홍뱀만을 영원히 사랑하고 숭배하다 죽었습니다.
그 후손은 뱀의 대리인이 되어 지금도 신과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미사를 여는 아주 익숙한 대사입니다.
 
그 다음으로 찬가가 이어집니다.
 
히마리:홍뱀은 나에게서 앗아가 버렸네.
꿈의 행방을 결정할 힘도, 꿈에서 도망칠 힘도.
홍뱀은 나를 꿈의 나라로 데려갔네.
영생과 영원한 꿈이 약속된 그 땅의 이름은 고천원.
 
찬송가가 끝나면,
 
히마리는 천천히 입을 엽니다.
 
히마리:어제, 열 한 명의 신자들이 고천원으로 떠났습니다. 삶이라는 고된 굴레를 벗어 던지고 마침내 축복의 땅에 입성한 것에 관해, 저는 축하해 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축일 주간에 고천원에 도착했다니, 문지기이자 중재자인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분명 우리의 신과 선조도 100번째 가약일을 기뻐하며 성대한 축제를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천원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 기도를 멈추지 맙시다.
저는 홍뱀의 대행자입니다. 신께서는 삶 동안 우리에게 굶주리지 않을 평화를 선사하시고, 사후에는 고천원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실 것입니다.
 
히마리의 말이 끝나자,
 
미사보를 쓴 사람들이 일제히 방언을 시작합니다.
 
일본어, 중국어, 히브리어, 유대어, 와어,
 
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발성과 발음이 모독적으로 연속됩니다.
 
....
 
오래 지나지 않아 야외 미사는 끝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신자들이 의자를 접어 한데 모아 치우고,
 
푸짐하게 일렬로 늘어선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가져옵니다.
 
그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소리 높여 웃고 떠들 예정입니다.
 
그 중에는 문지기도, 깐깐한 서고의 관리자도, 사용인도, 간부도 있습니다.
 
자리를 빠져나가 이곳을 둘러볼 생각이라면
 
지금이 제일 적기입니다.
 
신쿠:(지리상으로 달라진 곳은 없나.. 주변을 둘러본다.)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내부로 들어오면,
 
성 밖에서 사람들이 흥겹게 떠드는 소리와 북소리,
 
그리고 찬가가 희미하게 섞여 들려옵니다.
 
조사할만한 곳은 「가주의 방」, 「고해성사실」, 「미사실」정도네요.
 
신쿠:(가주의 방을 들어선다.)
 
무방비하게도 가주의 방을 지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감히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불침번을 서던 문지기가 술이라도 마시러 떠난 걸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까 본 가주의 방과 동일합니다.
 
다만, 히마리가 보이지 않네요.
 
책상, 창문, 침대를 볼 수 있습니다.
 
신쿠:(책상을 살핀다.)
 
책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문헌이 흩어져 있습니다.
 
쌓아둔 문서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는지,
 
얼핏 보기에는 문헌의 공통점을 찾기 힘듭니다.
 
신쿠: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독 유심히 보고 조사한 듯한 범주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바로 미샤구지의 염소입니다.
 
핸드아웃 확인
 
문득 집단 자살 사건이 떠오릅니다.
 
제물, 혹은 공양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르네요.
 
신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서류가 장 수 대로 정렬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중간의 몇 장이 완전히 빕니다.
 
어딘가에 숨긴 것처럼.
 
신쿠:(서류장 수를 살피다 창문으로 다가간다.)
 
창문을 열고 난간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습니다.
 
어둠이 컴컴하게 내려앉은 밖을 보고 있으면,
 
문득 아침부터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무심결에 몸을 숙여 아래를 확인하면,
 
정원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천천히 미사보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사람은
 
하루코입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분위기였던가요?
 
도로 미사보를 쓴 그녀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어갑니다.
 
분명히 눈이 마주치지 않았는데,
 
줄곧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신쿠:...(떨떠름...)(침대를 살펴본다.)
 
주인이 없는 침대는
 
사용인의 손길이 지나갔는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문득 어렴풋한 과거를 떠올립니다.
 
비수가 꽂힌 채 죽어버린 전대 가주,
 
그리고 이 방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품속으로 손을 넣으면
 
딱딱한 칼의 손잡이가 만져집니다.
 
잘 지니고 다니면 어딘가에 쓰이겠죠.
 
신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베개 밑에서 열쇠 꾸러미를 발견합니다.
 
대부분의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들입니다.
 
신쿠:(챙기고 고해성사실로 걸음을 향한다.)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를 고하는 비좁은 방입니다.
 
무릎이 닿는 바닥이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습니다.
 
신쿠 역시 들어온 기억이 있습니다.
 
잊지 못할 사건도 겪었고요.
 
당연하지만, 고해성사실 내부의 비밀문은 잠겨 있습니다.
 
그때처럼 열쇠를 손에 넣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네요.
 
신쿠:(가주의 방에서 찾은 열쇠를 하나씩 끼워맞춰 본다.)
 
맞는 열쇠를 끼워넣자, 문이 열립니다.
 
여전히 기도실처럼 꾸며둔 외관입니다.
 
초상화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으며,
 
한 자리가 들어갈 공간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제단 위에는 읽던 서적과 작은 보물 상자가 있습니다.
 
신쿠:(서적을 넘겨본다.)
 
두꺼운 서적을 여러 권 쌓아두었네요.
 
그 속에서 가름끈이 사이에 끼워진 서적을 한 권 발견합니다.
 
가름끈이 가리키는 페이지를 펼치면,
 
다이고와 사토루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신쿠:(이런 걸 읽었다고... 가름끈을 끼워 책을 다시 덮고는 상자를 열어본다.)
 
열쇠로 열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쿠:(맞는 열쇠를 찾아본다.)
 
올바른 열쇠를 끼우자 상자가 열립니다.
 
은색 톱니바퀴로 정교하게 구성된 정육면체의 박스를 발견합니다.
 
자명금이나 시계를 연상 시키는 물건이지만,
 
그것보다 한층 더 고차원적입니다.
 
신쿠의 지능으로서는 사용 방법을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굉장히 기시감이 드는 물건입니다.
 
신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5년전 또다른 당신이 들고 있었던 관문 상자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신쿠의 손길이 닿으면,
 
상자의 주변이 묘한 빛으로 일렁이더니,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맞물리며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처음 듣는 기묘한 소음과 간단한 선율이 울려 퍼집니다.
 
마력 -1 감소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상자 안에서 흘러나옵니다.
 
신쿠:그리움과 후회는... 과거에서.
기대는...... (쓰게 웃는다.) 미래로.
 
한참 반응이 없던 상자에서 질문이 흘러나옵니다.
 
신쿠:백번째 축일...
 
상자는 당신의 손바닥 위에서 빙글 돌더니
 
홀로 접히며 사라져 버립니다.
 
신쿠: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변화 없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신쿠:(사라진 상자가 있던 곳을 응시하다 고해성사실을 나온다.)
 
미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저항할 수 없이 그날의 의식을 떠올립니다.
 
죽은 듯이 잠든 채 모든 의식을 참관한 사람들,
 
무아지경으로 흐르던 피,
 
제 주인을 찾은 관과 하오리,
 
종의 서약,
 
가주가 된 히마리와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얻은 신쿠.
 
미사실에 놓인 물건들은 대부분 변함 없지만,
 
단 하나 뚜렷하게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그림입니다.
 
액자 안에는 풍경화처럼
 
널찍한 붉은 갈대밭과 석양이 저무는 하늘, 그리고 작은 오두막만 그려져 있을 뿐,
 
이 거대한 미사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그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듯,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돌아봅니다.
 
바로 히마리입니다.
 
히마리:...(고개를 슬 기울이더니) 다들 밖에서 전야제를 즐기는 줄 알았는데요.
 
신쿠:...신입니다. (예기치 못한 인물을 마주한 듯 잠시 망설이다, 커다란 그림을 등진 네게 한 걸음 다가선다.) 남들과 분위기를 맞추지 못할 거라면 빠져주는게 나으니까요.. 가주님은 여기서 뭐하십니까?
 
히마리:신. (아까 낮에 봤던 그 아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보다싶이, 그림을 보고 있었지. (무성의하게 턱짓한다.) 원래대로라면.. 이 시간엔 초상화를 그려야했는데, 화가가 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는 전보를 받았거든.
 
신쿠:...이건 무슨 그림입니까? (드넓은 자연이 그려진 그림을 찬찬히 훑어보며) 미사와는 관련이 없어보이는데...
 
히마리:고천원을 묘사한 '성화'야. 물론, 진짜 고천원은 이 너머에 펼쳐져 있고, 이 그림이 묘사하는 건 어디까지나 입구일 뿐이지.
전설 속에서는 원래 이 '성화' 안에는 우리가 섬기는 신이 있었대. 그러던 어느날... 신은 그림을 빠져나와 가주의 선조와 맺어진 후, 그 후손을 어여삐 보살피다 선조가 죽음을 맞이하자 함께 고천원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있어.
왜, 관심있나봐?
 
신쿠:생각하던 것보다는 소박하네요. 뭐, 영생이라느니.. 영원한 꿈이라느니, 거창하길래 얼마나 휘황찬란한 것들이 있나 했습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의 그림이라면 어울리지 못할 것도 없다 생각하며 뒷목을 매만진다.) 어차피 가주님 눈에는 색이 입혀지지 않을 테니, 이런 그림도 지옥 입구처럼 삭막하기만 하겠죠.
 
히마리:어디까지나 입구일뿐이니 제각각 생각한 것과는 다를 수 있겠지. 그나저나... 정말 건방진 말만 하는구나. (비틀린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이 성의 주인이 '성화'를 지옥의 입구라고 생각하면 되겠어? 이 자리는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모두 아름답다고 말해야한단다.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러니.. 그 입은 조심하는게 좋아. 여긴 듣는 귀가 많거든. 어차피 너도 고천원에 가고 싶으니 이 곳에 왔을텐데.
 
신쿠:저도 압니다. 눈칫밥 먹은 세월이 여간 긴 게 아니어서요...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흘린다.) 하지만 가주님, 때때로 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무엇을 말하든, 어떻게 행동하든... 어떤 사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죠. 저는 늘 애를 써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고천원에 가고싶다느니, 가고싶지 않다느니... 제 입으로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가주님이 그렇게 믿고 계신다면요.
 
히마리:그럼 눈치는 어느정도 챙기지 그래. (빤히 올려다보다, 작게 터지는 웃음소리에 할 말을 잃은 듯 눈을 깜빡인다.) ...너, 내가 편하구나? (더는 신경쓰지 않겠다는듯 손을 휘적거린다.) 뭐, 틀린말은 아니지. 굳이 따지자면 말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들어있는 진심이니까.
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그 사람은 너만 생각했다거나..., 너는 안중에도 없었다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 (멋대로 자신을 투영시키지 않기 위해 말없이 시선을 그림으로 돌린다.) ....상처뿐이였다면, 털어버리지 그래. 너만 아팠다면 불공평하잖니.
 
신쿠:(유감스럽게도 이 성 내부에서 가장 편하게 눈치를 보았던 사람이 너인 터라, 부정의 말은 꺼내지 않았다. ) 반대로 말하면, 그 사람 앞에서의 대부분은 받아들여지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말을 멈추었다가) 공평할 만큼... 그분이 아프다는것 정도는요. 그러니 그 사람이 차마 용서가 안 되지만... ...미운지는 모르겠네요.
 
히마리:아... (높낮이 없는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이해했어. 이제보니 그 사람이 네 갈 곳도, 갈 길도 빼앗은 사람이구나? (나직하니 중얼거린다.) 그래서, 정체없이 떠돌고 있는 네가 하고 싶은건 없어? 복수, 체념, 혹은, 일말의 기대... 무엇 하나는 있어야할 것 아니니. 아니면... (고개를 돌리자 얇은 천 너머의 상대와 눈이 마주한다.) 아직도 과거에서 살고있다던가.
 
신쿠:복수, 체념, 일말의 기대... 한번씩 해봤지만 끝이 좋지 못한다고 하면. 또 무엇을 추천해주시려고요? (빛이 들지 않는 눈동자를 마주한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너를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비겁하게 네 이야기를 하고, 또 묻는다.) 가주님은 그중 무엇을 쥐고 살고 계십니까?
 
히마리:거기서부터는 직접 나서야지. 네겐 자유로운 두 다리가 있잖니. ...그래도 넌 현재를 살고 있구나. (나조차 찾지 못한 답에 대한 해답이 어디있는가. 과거에 살고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리움과, 후회의 나열 . 생각 못한 물음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뜸을 들이다,) ...전부. 그런데 네가 별로라고 하니 다시 한번 고민해볼까.
 
신쿠:글쎄요. 제게는 독이었던 것들이 가주께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될 수 있다면 피해가지만, 그럴 수 없다면... 마지막까지 쥐고 그 끝이라도 확인해보세요. 말 그대로, 무엇 하나는 있으셔야죠.
 
히마리:그래. 이제와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어. (자조적으로 중얼거린다.) 나도 좋은 조언을 들었으니, 답례로 기도를 해줄까. 고천원이 아니여도 좋으니...
 
히마리가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칩니다.
 
히마리:신, 너의 여정에 순풍만이 존재하기를.
 
히마리는 기도가 끝나도 몇 초 정도 당신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신쿠: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히마리에게서 미미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도를 마친 히마리는 돌아가보겠다며 자리를 떠납니다.
 
당신도 슬슬 방으로 돌아가보도록 할까요.
 
신쿠:(그 처지가 된 지금도 남을 위해 내어줄 마음이 남아있는 걸까. 손을 내려다보다, 극락의 입구를 그린 그림을 한번 더 쳐다보곤... 방으로 돌아간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사용인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간단하게 씻고, 낡고 퀴퀴한 냄새가 밴 이불을 덮으면
 
하루가 종료됩니다.
 
사람들의 노래와 북 소리는
 
날이 밝을 때까지 그치지 않아서,
 
조금 뒤척였을지도 모릅니다.
 
.
 
.
 
.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요,
 
이른 아침부터 사용인 방을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사용인들을 깨우는 하루코의 손길과 목소리에
 
신쿠 역시 미사보를 뒤집어쓴 채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축일,
 
바로 그 당일입니다.
 
이 교단이 '선조와 신이 맺어졌다'라고 주장하는 그 날이요.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일은 해야 합니다.
 
일단, 사용인 신분으로 이곳에 잠입했으니까요.
 
간단하게 씻고 나면 아침 식사가 배급됩니다.
 
어제처럼 운 좋게 성에서 농땡이를 피우진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축일입니다.
 
성 밖 마을 사람들에게는
 
1년 365일 중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에게 불과한 날이지만,
 
이곳의 모두는 이 날만을 위해 살아온 것처럼 열렬하게 매달립니다.
 
하루코:어디보자.. (사용인들의 할 일 목록이 적힌 종이를 쫘르륵 펼쳐놓으며 읽는다.)
오늘 네가 할 일은 ‘야외 미사 자리 청소’, ‘주방 보조’, ‘제사 준비’ 네.
제사는 해가 지고 나서야 시작할 테니 나머지 두 개부터 처리하고 와.
 
신쿠:(어슬렁어슬렁 밖으로 나간다...)
 
일을 시작하러 가는 길,
 
신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변을 둘러보는 간부를 발견합니다.
 
당신을 잠시 응시하나 싶더니,
 
이내 얼굴이 읽히지 않자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려버리네요.
 
어디로 갈까요?
 
신쿠:(청소부터 도우러 간다)
 
당신은 야외 미사 자리를 청소하러 갑니다.
 
아주 늦게까지 떠들고 마시고 놀더니,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신쿠의 청소기능치를 정해봅시다.
 
1d50+50을 굴려주세요.
 
신쿠:79
 
굴려봅시다!
 
가볍게 5번!
 
신쿠:
청소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청소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소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청소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소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쓲쓲싺싺)
 
역시 솜씨가 장난아니네요..
 
해왔던 일이라 그런지 능숙합니다.
 
쓰레기를 치우고, 물걸레질을 하고,
 
음식물을 버린 다음에 분실물 정리를 하려고 하면..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 저기요.
 
신쿠:(영혼없는 눈으로 착실히 일하다가 돌아본다..)
 
몸을 돌리면,
 
이제 갓 10대에 입성한 듯한 아이입니다.
 
부모님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고, 쓰레기를 들고 있습니다.
 
린:이 쓰레기 당신이 버렸죠?
 
신쿠:(빗자루를 슥 들어보인다...)
 
린:(흥..) 아빠가 그러는데 그렇게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면 나중에 고천원 못간대요..!
 
신쿠:(넣으라는 듯 쓰레받기를 네게 쑥 내민다.)
 
린:뭐야.. 아저씨 말 못해요? (쭈삣...거리다가 쓰레받이에 쓰레기 톡.. 넣음)
 
등에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듯한 갓난아기를 업고 있습니다.
 
신쿠:할 수 있는데... (쓰레받기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는) 아빠는 어디 갔어요?
 
린:(헉..) 말했다... (신기한듯 쳐다봄) 아빠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주무시고 계세요. 아저씨는 몇살이에요? (재잘재잘) 왜 여기서 혼자 청소하고있어요? 친구없어요?
 
신쿠:oO(이럴 줄 알고 말 안 한건데) 없습니다. (덤덤..)보다시피 일하는 중인데... 그렇게 동생 데리고 다녀도 돼요? 완전 핏덩이네.
 
린:헐... 친구도 없어요? (나도없는데..) 괜찮아요~ 리온도 이렇게 돌아다니는거 좋아할걸요? 그치~? (뒤에보고 오구오구해줌) 제 이름은 린이에요. 아저씨는요?
 
신쿠:청소하는데 친구는 별로 필요 없어서요. (주변을 둘러보다) 신이라고 불러요, 심심하면 저쪽 가서 놀고. (아무데나 대충 가리킴)
 
린:안돼요... 나도 친구없단말이에요! (꿋꿋함) 그렇구나, 신. 신 아저씨는 여자친구 없어요? 나이는 왜 안말해줘요? 이거 비밀이에요? (심심한지 계속 달라붙음)
 
신쿠:그럼 가서 친구라도 사귀어 봐요. 아저씨랑 어울리지 말고. (빗자루에 팔을 걸쳐놓고) 나이는 뭐... (제 허리쯤 오는 동그란 머리를 가늠해보다) 두배 정도 차이나겠네요. 친구도 없는데 여자친구는 있겠습니까?
 
린:치... 우리 아빠같은 말만해. (투털...) 아침이라 다들 보이지도 않아요. (헉... 손가락으로 세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저씨다.. 친구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고... 그럼 가족은요~?
 
신쿠:친구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습니다. (호구조사... 중인 건가?) 있었으면 같이 청소했겠죠.
 
린:왜 다 없어요? (이상한 아저씨네...) 그러면 안심심해요? 저랑 리온은 엄마가 먼저 고천원으로 가버려서 맨날 심심한데... (우) 같이 청소안할 수도 있죠..~! 우리 아빠 같이 자고있을수도 있잖아요.
 
신쿠:심심해서 청소하잖아요. (아니지만...) 정 심심하면 같이 할래요? (빗자루를 슥 내밀며) 아빠 깨시면 같이 하자고 해요. 그래야 (내 일도 줄고) 고천원...(현타) 가죠.
 
린:아저씨가 심심해보이니까 도와줄게요~ (쪼르르.. 빗자루 받음) 아빠는... 하루정도는 쉬어도 괜찮아요. 맨날 열심히 일도 하고, 우리도 챙기시니까요. (키키 웃더니) 맞아요! 엄마는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서 지내고있겠죠? 언젠가 만날테니까 리온이랑 아빠랑 씩씩하게 살거에요!
 
신쿠:철이 다 들었네요. (눈치는 좀 없는 것 같지만... 애니까 그러려니 하며 다시 슥삭슥삭... 하면서 슬슬슬 옆으로 도망침...)
 
린:아저씨~~~~ (청소개잘함 슥삭슥삭하면서 옆으로옴) 어디가요!
 
신쿠:(소질 있네............) 더 할말 남았어요?
 
린:(없는듯...) 아저씨는 할 일 많아요?
 
신쿠:어른은 원래 바쁘니까요. (ㅋㅋ)
 
린:그렇구나.... (애라서 속음) 알았어요. 이제 아빠 깰때 됐으니까 가볼게요. 다음에는 바닥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린은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주더니 돌아갑니다.
 
청소도 끝났으니 다음 일을 해결해보러 갈까요?
 
신쿠:(주방으로 어기적..)
 
주방 보조를 해봅시다.
 
주방에 들어서면
 
당장 요리 중인 음식들의 열기가 훅 올라옵니다.
 
일손이 부족한 듯 끊임없이 고함과 독촉이 이어집니다.
 
빈손인 신쿠를 본 누군가가
 
감자가 가득 담긴 소쿠리를 품에 안겨줍니다.
 
주방 보조1: 이거 전부 깨끗하게 까서 주방장한테 넘겨!
 
...
 
졸지에 감자 깎는 기계로 전락합니다.
 
신쿠:(무언가의 데자뷰... 오늘의 메뉴.. 혹시 감자스프인가?... 쪼그려 앉아서 감자칼로 묵묵히 감자를 깎는다...)
 
감자칼과 작은 의자를 들고
 
주방 구석에 앉아 소쿠리를 내려다 보면,
 
어쩐지 감자가 무한할 정도로 많아 보입니다.
 
신쿠:(언젠가..끝나겠지... 언젠가... 끝날까..?)
 
우리 감자는 감자를 얼마나 잘 깎을까요?
 
1d50+50을 굴려봅시다.
 
신쿠:61
 
이번에도 5번!
 
신쿠:
감자 깎기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감자 깎기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감자 깎기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감자 깎기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감자 깎기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신쿠가 앉은 자리는
 
마침 수다스러운 사용인들의 근처였습니다.
 
뜨거운 수증기에 푹푹 익혀지며 감자를 깎다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용인1: 축일이 끝나면 슌도 마을 밖으로 나간다네? 순례 때문에.
 
사용인2: 그래? 어제 같이 한 잔 할 땐 그런 얘기 안 했는데?
 
사용인1: 오늘 들었나 봐. 간부님을 통해서 전달 받았대. 감격해서 울더라고.
 
사용인2: 그래? 순례 인원이랑 일정은 대개 간부님께서 관리하시는 것 같네.
 
신쿠:(옆에서 현란하게 감자를 깎는다.)
 
주방장: (이녀석... 재능이 탐나는데)
 
신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들이 말하는 순례란 무엇일까요?
 
빠르게 고천원에 도달할 수 있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을에서 보았던 풍경이 떠오릅니다.
 
감자를 전부 깎고 나면
 
이제 주방장에게 평가 받을 시간입니다.
 
신쿠:(말-끔.)
 
하지만 우리 감자는 감자깎기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1d50+50을 굴릴거에요.
 
신쿠:86
 
찢.었.다.
 
신쿠:(땀 훔침)
 
주방장은 조각과 같은 감자의 모습에 할 말을 잃습니다.
 
당신을 스카웃해 가고 싶은 눈치네요.
 
신쿠:(거절하겠습니다.)
 
그렇죠.
 
신쿠는 아직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꿉꿉할 정도로 더운 주방에서 드디어 빠져나올 수 있겠네요.
 
신쿠:(제사 준비를 도우러 간다.)
 
어느덧 주변이 어둑어둑 해집니다.
 
지금부터 중요한 축일 제사가 있습니다.
 
제사를 참관하기 위해
 
모든 마을 사람들,
 
즉 신자들이 자리로 와서 앉습니다.
 
어제보다 비교적 가벼운 차림의 가주와 간부들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가주가 제단에 성화의 불씨를 붙이는 것으로
 
축일의 번제가 시작됩니다.
 
번제란
 
제물을 태워
 
그 향을 올려 보내
 
신께 바치는 의식입니다.
 
시원한 바람에 헐렁한 소매가 나부끼고,
 
마른 장작 위로 불길이 치솟습니다.
 
둥, 둥, 둥, 하는 북 소리와 함께
 
진심으로 즐거운 듯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제단과 약간 거리가 떨어진 천막 안에서는
 
사용인이 제물을 손질합니다.
 
축일에는 항상 과일과 여러 종류의 동물을 바치곤 했죠.
 
신쿠 역시 제물 손질을 돕기 위해 천막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는 처음 보는 기물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기물은 얼핏 보면
 
사람이 죽으면 들어가는 관처럼 생겼습니다.
 
관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첫째로는 관보다 한참 작고,
 
둘째로는 이 기물에는 총 일곱 칸의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축일 제사는 몇 번 봤지만,
 
이건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현재 이 천막 안에서는
 
송아지와 비둘기, 그리고 양이
 
각각 암컷과 수컷으로 한 마리씩 도축된 채 손질을 받고 있습니다.
 
가만히 기물과 동물의 수를 헤아려보면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오릅니다.
 
준비된 제물은 여섯 개인데,
 
칸은 일곱 개입니다.
 
반사적으로 물러서던 신쿠의 발치 아래 치이는 것이 있습니다.
 
소쿠리 모양의 요람입니다.
 
익숙한 모양의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가
 
이쪽을 멀거니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앞서 청소 시간에 만났던 린이 업고 있던 아기입니다.
 
이름이 리온이였나요?
 
섬뜩한 기분이 드는 동시에
 
하루코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루코:곧 함의 뚜껑을 닫고 성화 안에 넣을 예정이니, 칸에 제물을 채워서 가져와.
특히 마지막 제물은 신중하게 다루어라.
반드시 살아있는 상태로 바쳐야 한다고 했으니까.
 
다른 제물들은 전부 손바닥에서 팔뚝 사이의 적당한 사이즈로 손질된 모습입니다.
 
이 천막 아래에
 
리온을 제외한 '생명체'나 '그에 준하는 존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신쿠: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치 변화 없음
 
섬뜩하고 끔찍한 제사입니다.
 
당신이 아직 성에 있을 때에도
 
이런 제사는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만 얌전히 누워 있습니다.
 
아기를 구할 것인가요.
 
그렇다면 어디에 숨기고,
 
무엇으로 바꿔치기 할까요?
 
신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천막과 멀지 않은 매점에서
 
노상 식당용 식재료의 포대를 열어둔 채 일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포대 안에는 희멀건 감자가 있습니다.
 
신쿠:(하............)(감자를 으깨서 갓난아기의 크기로 반죽해본다...)
 
신쿠: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들키지 않고 아이와 비슷한 모양의 반죽을 완성합니다.
 
그런데 아기는 어디에 숨기죠?
 
식재료 포대 안에 아이를 숨기고 포대의 주둥이를 묶을까요?
 
신쿠:(아이가 울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포대에 숨긴다.)
 
신쿠: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하루코가 당신을 붙잡아 세웁니다.
 
하루코:뭐하고 있어? 얼른 가져오지 않고. 내가 할까?
 
신쿠:...아뇨. 준비는 다 됐습니다.
 
하루코:(어깨를 으쓱) 그럼 서둘러.
 
하루코는 다시 자리로 돌아갑니다.
 
지금 서둘러 두고오면 되겠네요.
 
신쿠:(기물을 채워 후다닥 가져간다...)
 
왼쪽부터 수컷 비둘기, 암컷 비둘기,
 
수컷 송아지, 암컷 송아지,
 
수컷 양, 암컷 양,
 
그리고 ■■를 채워 넣은 뒤
 
뚜껑을 닫아 나릅니다.
 
당장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저지르긴 했지만,
 
앞으로의 일이 막막합니다.
 
리온의 가족들은 어디에 있길래 이런 걸 방치하고 있을까요?
 
문득,
 
'아빠는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주무시고 계세요.'
 
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재생됩니다.
 
유일한 아이의 보호자도 이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다면?
 
신쿠:(린을 찾아본다.)
 
린을 찾기 위해 천막을 나서면,
 
.
 
.
 
.
 
번제가 시작됩니다.
 
둥, 둥, 둥, 둥,
 
북소리는 차츰차츰 커집니다.
 
찬가를 부르는 목소리도 쇠를 긁는 것처럼 들릴 지경입니다.
 
그 모든 소음을 뒤로 하고,
 
최고령의 간부가 나와 축사를 읊습니다.
 
히마리는 제물함을 들고
 
천천히 불길이 치솟는 제단으로 걸어갑니다.
 
아른거리는 불 앞에 선 그 표정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히마리:오늘은 축일입니다.
우리는 신을 알고, 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믿음을 담아 이것을 올립니다.
모든 제물은 교리에 따라 준비되었으며, 이 영광스러운 축일을 함께할 우리의 신과 선조에게 미약한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제물이 담긴 함이 불길 안으로 던져집니다.
 
그 모습을 본 신자들은 입이 찢어질 것처럼 환하게 웃기 시작합니다.
 
그저 미소를 만면에 띤 채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상황이 참을 수 없이 즐겁고 기쁜 듯,
 
배를 잡고 소리 높여 웃습니다.
 
웃음은 광기가 되어 대기에 맴돕니다.
 
신쿠: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들이 진심으로 기뻐서 웃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이미 산 제물에 익숙해졌습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나 절규가 들리지 않도록,
 
들리더라도 혹여나 신께 닿지 않도록
 
제 웃음소리, 그리고 북과 노래로 덮으려는 것입니다.
 
신쿠: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변화 없음
 
그러던 중,
 
신쿠는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냅니다.
 
미사보 아래로 줄줄 떨어질 만큼 눈물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는 중년의 남성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제 목소리가 닿지 않으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할까 걱정하는지,
 
그 누구보다 큰 소리로 쥐어 짜듯 웃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린과 리온의 아버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옆에 바짝 붙은 린은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바짝 얼어 붙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울음 소리를 내려고 하면,
 
린의 아버지가 아이를 꼬집으며 울지 못하게 하고 있군요.
 
끔찍한 광경입니다.
 
그때,
 
숨죽여 울고 있던 그가
 
린을 남겨두고 앞으로 나섭니다.
 
그 모습을 본 히마리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히마리:신도님, 말씀하세요.
 
중년 남성: 가주님, 저는... 바보처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친자식을 먼저 고천원으로 보내는 것에 일말의 두려움이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선 지금, 저는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자식을 바칠 수 있는 저는 정말 행복한 놈이었군요. 이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슬퍼서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였던 걸까요?
 
아니면 미쳐버린 걸까요.
 
당신의 옆에서 들릴 듯 말듯,
 
작은 비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리면,
 
하루코는 언제 웃었냐는 듯이 반듯하게 자세를 고칩니다.
 
히마리는 평온하게 대꾸합니다.
 
히마리:바보 같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입니다.
모두 떠나보낸 이와, 신도님을 위해 박수 칩시다.
 
그 말에 열렬한 박수와 함성이 쏟아집니다.
 
제사는 후반으로 치닫습니다.
 
히마리:우리 모두 신께 감사하며 옆 자리의 앉은 신도님에게 각자의 덕담을 나눕시다.
 
검은 미사보를 뒤집어 쓴 옆자리의 신도가
 
당신을 보며 기쁜 듯한 말을 건넵니다.
 
신도 1: 이러한 영광스러운 축일의 제사에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
 
신쿠:(제물을 집어삼키는 불길을 멍하니 응시하다 고개를 돌린다. 미사보 너머로 제 앞의 신도를 경멸하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말, 제정신이 아니네요.
 
당신의 반응에 신도는 농담이 지나치다며 가볍게 넘겨버립니다.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축사를 끝으로
 
다시 먹고 마시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리온을 숨겨둔 곳으로 가볼까요..?
 
신쿠:(가본다.)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는지
 
요람 안의 아기가 방긋 웃으며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신쿠:(아기를 안고 린을 찾아본다.)
 
그렇게 린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노상과 천막이 없는 골목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신쿠:...여기서 뭐해요?
 
당신이 다가오면 겁을 잔뜩 먹었는지 경계합니다.
 
린:왜, 왜 그러세요? 저는 잘 웃었어요. 안 울었어요. 울면 제사가 실패한다고, 절대 울지 말라고 해서...
 
신쿠:아침에는 아저씨라며 잘만 따라다니더니... (자신도 더는 다가갈 생각이 없는지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럼 지금이라도 우세요. 동생의 장례를 지내면서 웃으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린:....아저씨.
아, 안돼요. 아빠가 울면 고천원에 갈 수 없다고 그랬어요. 리온도 분명... 분명..... ..... (터져나오는 눈물을 황급히 작은 손으로 가린다.)
 
신쿠:리온은 고천원에 없을텐데도요? 아마 엄마도 그런 곳에는 안 계실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가는 곳이 천국일 리가 없잖아요...
 
린:아니...아니에요..! 분명 엄마는 행복한 곳에 갔다고..... 그래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라 했어요. (고개를 흔든다.) 리온이 너무 엄마를 보고 싶어해서.... 그래서.... 그런거라고..... (힘없이 중얼거리던 얼굴을 푹 숙인다.)
 
신쿠:그렇다면 다른 낙원 어디에도 있어도, 그곳은 아닐 겁니다. (포대를 어설프게 토닥이며) ...글쎄요. 내 눈에는 린을 더 보고싶어하는 것 같은데요. 근데 린이 안 우려고 하니까 동생도 울질 않네요.
 
린:... 리...리온? (깜짝 놀란듯 눈동자가 커지더니 이내 꾹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다.) 어떻게.. 이런 일이..(조금 진정되면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포대를 끌어안고 작게 떤다.)
 
신쿠:...리온이 왜 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 모습을 보고 무겁게 입을 연다.) 린의 아버지는 리온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보낼 수는 없어요. 이 일이 들키면 위험해질 겁니다.
 
린:하...하지만 여기가 우리 집인데. (네가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어렴풋이 눈치챈듯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러다 품 안에 있는 아이를 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말인지 알아요... 리온이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거죠...
 
신쿠:...아이를 부탁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게 빚이 있거든요. 그래도 나름 정도 있고, 동정도 많은 사람입니다. (남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니... 동생과 함께 가고싶다면 그렇게 해요. ...오히려 그렇게 했으면 좋겠네요. 이 정신 나간 곳에서 도망쳐요.
 
린:...괜찮을까요? (살아온 마을을 떠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무거웠으면서도, 품안에 바르작거리는 이 작은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제.. 제가 어떻게 하면 돼요?
 
신쿠:말은 탈 줄 알아요? 마을 밖에 매어둔 말이 있습니다. 탈 수 없다면 걸어야겠지만... (제 목걸이를 벗어서 아이의 목에 걸어준다.) 글을 함께 적어줄 겁니다. 그걸 들고, 목걸이 안의 주소로 가서 가쿠쇼 신쿠가 보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시겠죠.
 
린:타본적 있어요. 아빠 따라서... (물끄러미 미사보를 쓴 눈 앞의 사람을 본다. 두려움과, 안도 속에서 흐리게 웃었다.) ... 이름이 신쿠였구나. 저기 아저씨, 나... 정말 괜찮겠죠? 아빠도, 집도 여기 있는데.
 
린은 리온을 껴안고 눈물을 뚝, 뚝 흘립니다.
 
이 모든 걸 책임지기엔 아직 너무 어린 아이입니다.
 
당장 재회의 기쁨에 젖었고,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 도망칠 준비를 했더라도,
 
평생 나고 자란 곳을 홀로 떠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엄청나게 대단한 말을 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어떤 감동적인 말을 하더라도
 
재난을 겪는 당사자인 린과 리온의 현실은 변하지 않을 테고,
 
신쿠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겠죠.
 
그래도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할 때입니다.
 
신쿠:말했지만... 저는 친구도, 여자친구도, 가족도 없습니다. (목걸이를 걸어주던 손을 떼어내고, 검은 미사보 너머로 아이와 잠시 눈을 맞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잘 살아있죠.
그런데 린은 이미 지켜야 할 가족도 있고, 그곳에 서는 마음이 맞는 친구도 만들 수 있을테니... 저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살겁니다.
 
린은 울음을 그치고 천천히 말의 등 위로 올라탑니다.
 
불안한 자세로 고삐를 움켜쥐고,
 
동생을 껴안은 아이는 신쿠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린: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그리고... 나만큼 아저씨도 행복해야해요.
 
그리고 가벼운 목례가 이어집니다.
 
인사가 끝나면
 
말이 힘차게 땅을 박차고 뛰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몇 겹의 산을 거치고 나서야 마을에 도착할 것입니다.
 
유모가 부디 아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지 못하지만,
 
당신은 그저 무력하게
 
타인의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
 
/desc 린을 보냈습니다.
 
린을 보냈습니다.
 
이제 당신도 돌아갈까요.
 
신쿠:(자리로 돌아간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등을 돌리던
 
그때,
 
그늘 속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그 사람은 잠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천천히 로브의 후드를 벗습니다.
 
드러나는 얼굴의 정체는 히마리입니다.
 
히마리는 뜻 모를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요?
 
설마,
 
린과 리온을 도주 시킨 걸 들킨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바스락,
 
한 걸음마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부서집니다.
 
히마리:...처음부터 이곳의 사람들이랑 다르다고 느끼긴 했지.
하지만, 정말 외부인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녀가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옵니다.
 
히마리:너는,
 
어깨가 강하게 밀쳐져 돌담에 짓눌립니다.
 
1차적으로 쿵,
 
하고 울리는 고통에 등이 아파오고,
 
담을 타고 억세게 자란 넝쿨의 잎새가
 
뺨을 간지럽힙니다.
 
미사보 너머로
 
날카롭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보입니다.
 
히마리:도대체 누구야?
 
의혹, 그리고 의심.
 
어깨를 잡지 않은 손이 검은 미사보의 끄트머리를 움켜쥡니다.
 
흔하디 흔한 검은색 장미 자수가
 
히마리의 손 안에서 구겨집니다.
 
이대로 힘을 주면
 
미사보가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미사보를 벗길 것처럼
 
붙잡은 채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신쿠:...무엇을 망설이세요, 가주님. (차가운 돌담 한 켠에 밀쳐진 고통에 옅게 숨을 뱉는다.) 확인해보세요. ...그게 당신의 일이라면요.
제가 하는 불경한 일을 모두 보셨잖습니까?
 
히마리는 말없이 한 손으로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미사보를 움켜쥔 채 잡아당깁니다.
 
거미줄처럼 얇은 실로 짜인 미사보가
 
머리에서 미끄러져 내립니다.
 
입술,
 
그리고 콧대와 눈까지.
 
마침내 모든 것을 드러낸 뒤
 
효력을 잃은 천은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침묵만이 도사립니다.
 
히마리:..... 어떻게.
........ 네가 어떻게.
 
그녀는 짚은 어깨에서 손을 떼고
 
그대로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히마리의 고개가 기울어지고,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우는 듯,
 
혹은 웃는 듯,
 
어깨가 가늘게 떨립니다.
 
히마리: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왔는지.
 
이내,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납니다.
 
아니,
 
그걸 분노라 해도 좋을까요.
 
기저에 깔린 복잡한 감정이 단숨에 스쳐 지나갑니다.
 
이제는 이물질인 당신을,
 
당장 내쫓아야겠다는 사명감일지도 모릅니다.
 
신쿠:...어디든 가라고 하셨죠. (그 혼잡한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몇번이고 열었던 입이 재차 다물린다.) 좋을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하라고요. 한 번 풀어주신 몸이니, 이제 어디를 가든 제 마음이니까요.
제가 이곳에 서있음에, 당신께서 비난할 자격은 없습니다. ......5년만이네요. 아가씨.
 
히마리:....하. (차가운 무표정한 얼굴에서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비웃음에 가까운 조소, 너를 향한 것인지 자신을 향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걸로 변명은 다한거니?
평생 용서하지 마라며, 너도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라며.
...그렇게 떠났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말았어야지. (나직한 목소리에 잔잔히 깔린 분노가 서렸다. 피가 통하지 않을만큼, 손이 희어지도록 주먹을 쥔다.) 이 땅을 밟을 생각조차 말았어야지.
감히 발을 붙인 것으로도 모자라 제사까지 방해해? 쫓겨난 몸으로 성역에 돌아와 땅을 더럽히고, 신성한 축일을 망치고, 그래. 이제는 뭘 더 엉망으로 만들 생각이야?
 
신쿠:네. 다했습니다. (네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말씀하신 대로 저는 제 의지로 오고 싶은 곳을 왔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곳이어도, 비극으로 끝난 장소여도... 가끔은 생각나더라고요.
하지만 처음부터 초대장을 받은 입장으로서는 조금 억울하네요. 당신이 저를 부르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어요. ...왜,
한때는 저를 아가씨가 가장 총애하셨잖아요.
아이를 갖다 바치는 제사를 방해하고, 사람의 피로 물든 성역을 더럽히고... (비릿한 헛웃음을 흘리며) 신성한 축일을, 망쳤지만... 죄송하지는 않네요. 전처럼요. ......제가 감히 무엇을 더 엉망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아가씨는 이미 충분히 망가지셨습니다.
 
히마리:아.. 그래, 그런말을 한적이 있었지. 너의 아가씨로써. (마치 그런적 없다는듯 타인을 부르는 듯한 무신경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바보같은 희망을 꿈꾸고, 부질없는 행동을 하고. 그렇지?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워, 내가.
(이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싸늘한 얼굴로 마주한다.) 정신차려, 가쿠쇼 신쿠.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어. 그 시간동안 너는 대체 뭘 한거니? 이쯤되었으면,
너와 나는 이제 그 무엇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법도 하잖아.
언제까지 지긋지긋하게 과거를 논할 셈이야? 질리지도 않니? 나는 내 자리에서, 너는 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잖아.
그렇다면 너는 내게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어. 나는 이 성의 주인이자 히메미야 가의 주인으로써, 신을 섬기고 신도들을 이끄는 안내자야. 그 방식이 어떻든간에 내 앞을 막는다면 지금의 너는..., (손가락으로 네 어깨를 두어번 누른다. 마치 조롱이라도 하듯,) 그저 한낱 방해물이 될 뿐이란다.
 
신쿠:제가 지난 5년 동안 이곳만을 외면하며 어디를 떠돌고, 당신께 하던 습관을 하나씩 버리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아무것도 모르시면서요. (단조로운 목소리에서 권태가 묻어나온다. 그 짧지 않은 시간을 버리려고 그들이 제게 하던 세뇌보다 더한 세뇌를 스스로 해야만 했던 나날들을 돌이켰다.) 그렇죠. ...아가씨와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5년 전 그날 직접 끊으셨잖아요. 아니, 아가씨께서였던가... 제가 손수 당신을 그 자리에 앉혔으니 끊어낸 건 저인 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죠. (굽었던 어깨를 펴고, 한 걸음 네게 가까이 다가선다.) 보세요. 바보같은 희망을 꿈꾸고, 부질없는 행동을 하시면서까지 희극을 바랬던... 그렇게 당신이 피하고 싶었던 '그'의 미래를 보여드리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왜 전혀 기뻐하시질 않습니까?
지금 당장 소리를 내 사람을 부르세요. 여기에 이단자가 있다고, 저를 그들에게 다시금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넘겨주세요. 그리고 그 아기에게 했던 것처럼, 아가씨께서 저를 직접 불구덩이에 던져버리실 수 있다면... 그때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이 정말 변했다고.
 
히마리:알고자 한적도 없어. (무심한 대꾸가 이어진다. 마치 선을 긋는듯 한마디 한마디를 차갑게 잘라내면서.) 쌍방이지. 너도 , 나도 과정이 어떻든간에 결국 서로 동의했잖아? 그렇다면 이제는 끊어진 인연에 사사로이 매달리지 않는 편이 좋을걸. (움츠러들기는 커녕, 보란듯한 너의 행동에 차가운 조소가 어린다.) 너도 '그 아이'처럼 되고 싶진 않을거 아니니.
내 눈엔 별 다를바 없어보이는데. 한번 보렴, 나는 새로운 현재를 살아가는데, 너는 아직도 과거에 과거를 논하잖니. 네 모든 이유에는 여전히 그 아가씨가 들어있구나. 내 모든 이유에는 이제, 너가 없는데.
그러니... (눈에 비추는 것은 여전히 흑과 백의 세계, 아름다운 금빛같은것은 없다. 미련없는 손을 들어 뺨을 때린다.) 슬슬 정신차려.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을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란다.
네까짓게 뭐라고 사람을 부르니? 이 손으로 신성한 축일을 망쳐놓을 수 없지. 왜, (붉게 물든 입술이 비틀려진채 올라간다.) 내가 너 하나를 쫓자고 그런 일을 벌일 것 같았니? 아니면..
기대했어? 네가 생각하는 아가씨이길.
 
신쿠:(귓전을 울리는 소리에 시선이 어긋나고, 반가울만치 익숙한 고통이 찾아 든다. 돌아간 고개를 바로 할 생각을 않은 채 그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이 말한 자유란 이런 거군요. 무슨 말을 하든 제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참 편해요.
네, 아가씨 말이 맞습니다. 제가 어떤 노력을 했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든... 이곳에 여전히 새로운 현재는 없고, 저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요. 저는 여전히, 당신을 만나야만 이런 사소한 것 하나를 제대로 깨닫네요.
왜 모르십니까? 저는 지금 당신에게 봐주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미미하게 부어오른 뺨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더이상 당신의 종도 아니고, 새로운 현재에도 없는 이를... 직접 뺨까지 때려서 정신 차리게 만들 만큼 관용이 있는 분도 아니시면서.
원래 이곳에 발을 들인 목적 따위는 없었습니다. 꺾인 당신을 제가 제 눈으로 보고싶어 할 리 없잖아요. 하지만 덕분에 제가 어떻게든 이 축일을 망치겠다고 결심을 하면, 그제서야 그런 안일한 마음을 내려놓으실까 싶습니다. 제게는 그럴 명분도... 이유도 많거든요.
그래요. 제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 않다면 아가씨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불행조차 하찮은 저는, 이 이상의 비극을 모릅니다.
 
히마리:불손하구나. (되려 웃는 얼굴에 흥미없어진듯 손을 내린다. 오히려 가늘게 떨리는건 이쪽이었으니. 미미하게 떨리는 손을 보고 혀를 차더니 긴 소매를 늘여 가린다.) ..이제야 깨달았으면 네가 머물러있는 과거에 나를 끌여들이지마. 나는 착실히 내가 걸어야하는 길을 걷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니까.
(화내는 것조차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서 낮은 숨을 뱉는다.) 모든 것을 네가 듣기 좋을대로만 해석하지. 네 눈에는 지금 이 모습마저도 그렇게 보여? 그래도 마지막 정이 있으니, 말로할 때 잘 알아들을 줄 알았건만. 너와 나는 어디까지 더러워져야 하니.
(이마로 제 미간을 꾹 누른다. ) 나는 지금... 네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해. 만약 네가 나에게 일말의 죄책감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렴. 그게 네가 아가씨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자, 마지막이란다.
이제와서 바뀌는 건 없을거고, 이 축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거야. 네가 이렇게까지 멍청할 줄은 몰랐는데, 왜 자꾸 의미없는 발버둥을 치는지 모르겠네. 아... 혹시 보고 싶은건 다른쪽이였으려나? 차라리 네 눈 앞에서 무너져서, 그때처럼 빌어볼걸 그랬지.
네가 모르는게 있나본데, 이 비극의 주인공은 나란다. 그러니 내겐 각오도 다짐도 무의미해. 어차피 내 의지는 중요하지 않잖아. 너도, 관객들도.
 
신쿠: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애초부터 바꿀 수 있는 게 있었다면... 저희는 이렇게 되지 않았겠죠. (어디까지 더러워져야 할까. 처음부터 강제로 묶인 실 한 가닥을 억지로 끊고, 또 잇기를 반복하던 우리의 너절한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가 언제는 때 없이 순수했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제가 아가씨에게 보일 수 있는 예는 옛적에 모두 차렸다고 생각합니다. 그 관을 당신의 머리 위에 얹고, 발등에 입 맞추며 저는 모든 걸 버렸으니까요. 이상하죠. 저는 당신의 죄책감을 덜어줌과 동시에 죄책감을 얻게 되었으니...
이렇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으니, 적어도 사는 날에는 당신을 생각하며 살까 합니다. 어떤 생각이라도요... 그러니 더는 참견 마세요, 이 속박이 곧 제 자유입니다.
저는 여전히 운명에 순응합니다. 이 앞의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이고, 그것이 정말 신의 안배라면 저는 무력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겠죠. (차가워진 손끝을 내리며, 너와 제 사이에 맴도는 서늘한 기운과 고요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다만 처음부터 제게는 최악밖에 남겨주지 않으셨으니, 이제와 당신이 최선을 찾는 건 조금 웃기네요. 제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는 건, 당신이 저의 목숨을 저의 의지보다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네. 제게도, 관객들도 히메미야 히마리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이 앞에 펼쳐지는 운명이 얼마나 버겁든,함께 걸어주셔야겠습니다. 그게 얼마나 무성의하고, 무의미한 걸음이라도요.
 
히마리:그렇다면 그 지긋지긋한 호칭도 바꿔주지 않겠니. 이젠 아가씨가 아니라, 히메미야가의 주인이라서. 불편해. (딱딱한 목소리로 일관한다.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을 보다가.) 그래, 전부 네멋대로 하렴. 그것이 무엇이든 나와는 관련없는 '너'일테니까. 대신에 너도 내게 참견하지마. 서로 공평해야지?
운명이라... 우습구나. (운명, 신... 네가? 가소롭다는듯 낮게 비웃었다.) 가주로써 말하건대 네게는 신의 안배조차 없을거란다. 이곳에서의 너는 완벽한 이방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내가 너를 인정하지 않을테니까. 네 존재는 그게 전부란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너의 의지같은건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야. 내게 중요한건 오직 나. 네 목숨을 핑계로 알량한 죄책감을 덜고, 보고싶지 않은 미래에서 도망쳤어. 하지만 너도 내게 지은 죄가 있잖니. 흙탕물에서 발버둥쳐봤자 우린 똑같이 더러워. (빈정거리듯 쏟아지는 말을 끊더니 손을 휘젓는다.) ....재미없는 과거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 (한참을 말없이 서있다 입을 열었다.) 다른 것은 상관없어. 하지만 관객이 멋대로 무대에 올라오는건 곤란하거든. 이곳에 기어들어온 이상,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지켜보는 것 뿐이야. 명심해. 자신없다면 지금이라도 퇴장하길 바라.
 
신쿠:정말 어엿한 가주가 되셨네요. ...마치 세상의 유일신인 것처럼 홍뱀을 모시는 게 말이죠. (한순간이라도 이처럼 그의 존재를 부정할 때면, 뱀이 살아 제 목을 옥죄는 듯 피부를 기었다. 소름이 돋는 이질감에 낮게 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 좋습니다. 말씀대로 저는 이방인이니, 아가씨라는 호칭은 그만두죠. 그렇다고 히메미야 가의 가주를 섬기는 것도 아니니... 히마리라고 불러도 이견은 없으시겠죠.
잊으셨습니까? 저조차 당신이 억지로 끌어들인 관객입니다. 빛조차 없는 무대 아래에 있던 저를 포함시키셨죠, 너무 당연하게요... (입꼬리를 올린다.) 한낱 관객이 극을 망치는 건 곤란하실 테니, 자신이 있다면 완벽하게 연기하세요. ...이것이 당신께 그럴 가치가 있는 극이라면 말입니다.
 
히마리:....멋대로 하렴, 가쿠쇼 신쿠. 아니 외지에서 오신 이방인씨. (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그때,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히마리: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네. ...이제 다시 막이 오르겠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어서 빨리 네가 이 재미없는 극에 질려 나가주길 바라. 그럼, ...
 
히마리는 등을 돌려 떠납니다.
 
.....
 
혼자 남겨진 신쿠에게는
 
드디어 몸을 추스릴 시간이 주어집니다.
 
숙소로 돌아갑니다.
 
종일 고된 노동이 계속됐을 뿐만 아니라,
 
후반에 있었던 일로 심신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당신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곳에 남아 이런 고통을 겪고 있나요?
 
다만,
 
눈을 감으면 번제의 현장으로 돌아간 것처럼
 
미칠 것 같은 웃음소리가 귀에서 메아리칩니다.
 
검은 천장 위로 치솟던 제단의 불길이 그려집니다.
 
이제는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
 
정말 이러한 제사가 당신에게 처음이었던 걸까요?
 
줄곧 봤으나 모른 척 했던 건 아닌가요?
 
의식이 천천히 흐려집니다.
 
.
 
.
 
.
 
끔찍한 악몽이 연속됩니다.
 
침대에 걸린 천 위로 매달려 있던 시체가
 
천장을 기어 다니며
 
입으로 북 소리와 웃음 소리를 흉내 냅니다.
 
시체의 얼굴은
 
천천히 당신이 아는 사람들의 얼굴로 변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체는 히마리의 얼굴로 변해 당신을 내려다 봅니다.
 
신쿠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은 채
 
악몽에서 깨어납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늦은 새벽,
 
땀으로 젖은 등과 함께 당신은 기상합니다.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 바람이라도 쐬는 게 어떨까요?
 
신쿠:(습관처럼 목을 매만지다 밖으로 향한다.)
 
이제 주문의 효력을 잃은 미사보를 체면치레 마냥 고쳐 쓰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향하면,
 
불씨가 꺼진 제단이 보입니다.
 
신쿠:
교육
기준치: 40/20/8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런 불에 동물의 사체를 태우면 뼈가 남았었죠.
 
아이의 뼈를 흉내낸 것을 넣어 위장하거나,
 
아예 모든 뼈를 수거해 정리하지 않으면,
 
리온의 생존이 들킬지도 모릅니다.
 
그럼 추적대가 붙고 이래저래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죠.
 
마침 아무도 없는 새벽이라 다행입니다.
 
신쿠, 어떻게 할까요?
 
신쿠:(뼈를 정리한다.)
 
당신은 제단 가까이로 갑니다.
 
신쿠: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넘어지며 제단의 아래쪽에 이마를 박습니다.
 
아픈 이마를 문지르다 보면
 
제단의 아래에서 기묘한 금을 발견합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그어진 금은,
 
자세히 보면
 
서랍처럼 잡아당길 수 있게 홈까지 패여 있습니다.
 
착시 현상 때문에
 
위에서 보면 절대 찾을 수 없는 숨은 공간이네요.
 
신쿠:...? (홈을 잡아당겨 본다.)
 
열어서 내부를 확인하면,
 
안에서 포대기에 싸인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바로 아기입니다.
 
그것도 리온과 똑같이 생긴 아기요!
 
신쿠: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것이 아주 정교한 인형이라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가만보면...
 
눈을 깜빡이는 것도,
 
옹알이를 하는 것도,
 
하다못해 따뜻한 체온이나 부드러운 피부까지
 
전부 가짜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원래는 '진짜' 아이가 바쳐졌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원치 않아 '가짜'를 준비해두었겠죠.
 
번제 직전에 인형을 바꿔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함을 만지고,
 
제단과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누구였죠?
 
바로 히마리입니다.
 
히마리는 처음부터
 
아이를 희생 시킬 생각이 없었습니다.
 
준비해둔 인형과 바꿔치기 위해
 
함을 살짝 연 순간,
 
희멀건 반죽과 눈이 마주쳤을 때
 
아마 무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비로소 그녀가 어떻게 당신을 바로 찾아내고 따라왔는지 깨닫습니다.
 
이 미친 마을에서
 
그 누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지르겠나요?
 
그 바로 밑에는 서류가 깔려 있습니다.
 
신쿠:(서류들을 살펴본다.)
 
마치 무언가의 계획서처럼,
 
차근차근 앞으로의 지침이 적혀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신쿠:(사사로운 감정 하나 담겨있지 않은 채 진실만이 적힌 유서를 손끝에서 구겼다. 네가 계획하는 연극의 막은 과연 가주다운 죽음이다. 정말 어울리지 않으면서, 가히 네가 택할법한 희생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정말 한낱 관객이라면, 이 숭고한 결말에 박수를 쳐주어야 하는 걸까.)
 
정신이 팔려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주 뒤늦게 인기척을 느낍니다.
 
도망치거나 몸을 숨길 겨를도 없었습니다.
 
축축한 천이
 
당신의 코와 입을 틀어 막습니다.
 
냄새를 들이 마신 순간,
 
의식이 차츰차츰 멀어집니다.
 
정신을 완전히 잃기 전,
 
목소리를 듣습니다.
 
.
 
.
 
.
 
뚝,
 
하고 떨어지는 물 소리에 정신을 차립니다.
 
이끼가 가득 낀 돌바닥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신쿠에게는 한 번 갇힌 적 있는 장소입니다.
 
이곳,
 
지하 감옥은 편하게 잠들기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죠.
 
어깨를 비롯한 몸 곳곳이 쑤셔옵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요?
 
대략적인 시간조차 알기 힘듭니다.
 
당신이 정신을 차리자,
 
쇠창살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기쁜 듯이 말합니다.
 
그는 바로 간부입니다.
 
정말로 기시감이 드는 상황입니다.
 
간부:드디어 정신을 차리셨군요!
차기 가주가 있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도망이라도 가면 곤란하니까요.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건 바로 저입니다.
아아, 제 초대를 거절한 줄 알고 심히 낙담했는데, 이렇게 찾아내어 정말 다행입니다! 여태 어떻게 숨어 계셨던 건지, 원.
 
신쿠:차기 가주... (한때 지긋지긋하게 따라붙었던 그 단어를 다시 읊조리며, 고개를 들어 눈 앞의 간부를 본다.) 현 가주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메꿀 사람이라도 찾나 보죠.
 
간부:똑똑하기도 하셔라~ 눈치 빠른 게 마음에 들어요. 우리가 왜 벌써 차기가주를 찾았는지 궁금하진 않으십니까? 하하.
 
신쿠:...현 가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깁니까?
 
간부:아까보니 '그 문서'를 읽고 있는 것 같던데. (네 질문에 흥이라도 난듯 신이나게 주절거린다.) 히마리님은 후야제에서 이 종교와 함께하는 자살하는 의식을 펼칠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푸하하.. 정말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걸까요?
 
신쿠:그래서... 그 의식 전에 그녀를 끌어내리기라도 하려고요?
 
간부:에이.. 설마요. 그래서, 그 의식에 우리의 ‘진짜 의식’을 덮어씌우기로 했습니다. 우린 마지막 제물로 히마리님을 바쳐 고천원으로 넘어가 신의 힘을 빼앗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앙이 끊기면 신의 힘은 약해지기 마련이죠. 그러니 종교는 계속 되어야합니다. 마지막 제물인 히마리님이 죽으면 당신이 우리들의 새로운 가주가 되어줘야겠습니다.
히마리님도 참, 그런 짓만 벌이진 않았어도 조금 더 오래 가주로서 군림하셨을 것을.
 
신쿠:어떻게 이곳은 수백년을 한결같이 이렇게 미쳐있을 수가 있을까요. (헛웃음을 뱉곤) 신의 미움을 산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해보십니까?
 
간부:그거 참 재밌는 소리네요. 한때는 히마리님도 당신같은 눈을 할때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몇가지를 더 알려드리도록 하죠. 당신은 차기 가주니까요.
그거 아십니까? 순례는 단체 자살을 의미한답니다. 가주의 뜻이라 적당히 포장해서 전달했더니, 뜻대로 움직여주더라고요?
멍청한 놈들. 그 자들은 우리가 준비하는 ‘진짜 의식’에 필요한 제물로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단순한 시체가 아니죠. 환희와 사명.. 강한 감정을 품고 있는 시체의 피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 묻혀 신의 힘이 더욱 강해질 수 있었죠. 아아. 정말 좋은 결과였어요.
 
신쿠:(이런 얘기를 계속 들어줘야 하나. 냉담한 눈으로 그저 바라보다가) 그렇게까지 희생을 치르고, 신의 힘을 가져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겁니까?
 
간부:인간이 신의 힘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갖지 못하는 것을 갖고자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욕망이죠. 아... 당신에게는 그런 것조차 없으려나?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이건 다 히마리님이 순진한 탓이니까. 이런일만 치지 않았어도 잘 넘어가지 않았겠어요? 우리도 귗낳게 교리와 고문서를 위조해 100번째 축일에 '산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설득해야했다고요.
사실, 살아있는 갓난아기야 말로 우리가 준비한 '진짜 의식'의 메인 열쇠였다는 것도 모르고!
그럼,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계시길.
 
간부는 후야제를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뜹니다.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나면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쿠의 왼쪽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진 채 벽면에 고정되어 있으며,
 
쇠창살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창살 밖에는 문지기가 둘 있습니다.
 
신쿠: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히마리의 방에서 열쇠 꾸러미를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문제되지 않겠어요.
 
수갑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침 이 손은 의수가 끼워져 있습니다.
 
신쿠:(밖의 상황을 살피며 의수를 빼내 수갑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문 앞은 여전히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들키지 않고 쇠창살의 문을 연다면
 
신쿠:
은밀행동
기준치: 40/20/8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쇠창살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문지기가 달려듭니다.
 
신쿠:
근접전 (단검)
기준치: 95/47/19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0
 
그들의 몸에 단검을 박아 넣습니다.
 
분명히 예리한 흉기로 살을 헤집고 베어내는 감각을 느꼈음에도,
 
찔린 쪽에서는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습니다.
 
칼을 뽑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에게서 외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에 혼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 마냥,
 
완전히 정신을 잃어 더이상 방해하지 못합니다.
 
....
 
지긋지긋한 북소리가 들려옵니다.
 
후야제가 시작되려 합니다.
 
당장 이 제사를 막아야 합니다.
 
.
 
.
 
.
 
이미지
 
이미지
 
Date
 
COC 7th fanmade scenario
 
로고
 
이미지
 
.
 
.
 
.
 
이미지
 
당신은 후야제가 진행될 미사실로 향합니다.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달려가지만,
 
잡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한 걸음마다 지난 일들이 떠오릅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단체 투신 자살은
 
세간에 히메미야家 가주의 지시라고 알려졌으나,
 
이는 간부들이 가주의 뜻이라 꾸며 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요.
 
두 걸음마다 히마리가 흘리듯 던진 말이 떠오릅니다.
 
히마리가 '초상화는 필요 없다'라고 말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종교와 함께 자살할 생각이었다면,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해줄 필요도,
 
후대에 남길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히마리는 미샤구지의 염소였습니다.
 
세 걸음에는 숨겨진 진실을 찾아냅니다.
 
신쿠가 아이를 구하지 않았어도 그녀가 구했을 것입니다.
 
이 제사를 준비한 것은 간부였으며,
 
히마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반역을 준비하며 칼을 갈았을 것입니다.
 
네 걸음에서는 잠시 멈춰 섭니다.
 
떠날 것을 종용하던 히마리의 날카로움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신쿠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존재를 들킨 당신이
 
자신의 다음 가주로 선발되지 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 종교와 저주를 없애려고 한 이유도…….
 
히마리는 처음부터,
 
줄곧,
 
언제나,
 
당신을.
 
.
 
.
 
.
 
간신히 시간 안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후야제는 시작되지 않았는지,
 
성의 입구에는 미사를 기다리는 신도들로 가득합니다.
 
미사보를 쓰지 않은 신쿠의 얼굴에서 어떤 익숙함을 엿봤기 때문일까요,
 
당신을 본 신도들이 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기색을 내비칩니다.
 
설마 탈옥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는지,
 
세 명의 간부들은 나직하게 욕을 짓씹습니다.
 
"계획이 엉망이 됐군."
 
"어쩔 수 없지, 당장은 의식을 진행하는 게 우선이야."
 
"다른 가주를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회의를 끝낸 그들은 신도들을 향해 다급하게 손짓합니다.
 
""저 사람은 외부인입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인이 후야제를 방해하려고 하니, 저지하세요!"
 
"성스러운 축일의 마지막 행사입니다. 반드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신을 욕 보여선 안 됩니다!"
 
신도1: 외부인이야..
 
신도2: 신성한 행사를 망칠려고 해?
 
신도1: 막아!!
 
그 말을 들은 신도들은 맹목적으로 돌변합니다.
 
신을 욕 보이는 사람은 그들의 적입니다.
 
신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것은
 
곧 교리를 어기는 것,
 
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고천원을 약속 받지 못하는 것.
 
존재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천국을 위해,
 
그들은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저 마다 떨어진 돌을 줍고, 나뭇가지를 고쳐 잡습니다.
 
조악한 무기를 쥔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머리에 뒤집어 쓴 미사보들이 흐트러지며 바닥에 떨어집니다.
 
속속히 드러나는 얼굴은 무언가,
 
강력한 마약성 약물에 취하기라도 한 듯 몽롱한 표정입니다.
 
신쿠의 움직임이 멈춘 틈을 타서,
 
간부들은 멋대로 후야제를 시작하려 합니다.
 
아마도 히마리가 있을 미사실의 문을 닫고
 
저들끼리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광기의 압력에 호응하듯,
 
보이지 않는 피와 마력을 섭취한 단검이 당신의 손을 잡아 끕니다.
 
당신이 단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먼저 단검이 사람들을 향해 움직입니다.
 
전투입니다.
 
시나리오 전용룰에 따라 신쿠-광신도 순서로 진행되며,
 
현재 수적 열세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반격이나 회피 시 패널티를 받습니다.
 
1라운드마다 피해 대미지만큼 광신도들이 탈락합니다.
 
현재 광신도의 수는 119입니다.
 
전투를 시작합니다.
 
첫 번째, 신쿠의 차례.
 
신쿠:
근접전 (단검)
기준치: 95/47/19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2
 
"모든 것은 그 분을 위하여."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죽여야 해"
 
"후야제를 방해하다니, 정신이 어떻게 된 거지."
 
광신도 12명이 쓰러집니다.
 
현재 광신도의 수는 107명입니다.
 
광신도의 차례.
 
광신도:아름다운 축일을 위해!
비무장
기준치: 80/40/16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회피시 패널티 다이스.
 
신쿠: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511296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대실패
 
신쿠 hp-4
 
두 번째, 신쿠의 차례
 
신쿠:
근접전 (단검)
기준치: 95/47/19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0
 
"그 분께서 이 자를 용서하시길."
 
"어리석게도."
 
"잠깐,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광신도 10명이 쓰러집니다.
 
현재 광신도의 수는 97명입니다.
 
광신도의 차례
 
광신도:무슨 상관이지? 제사를 방해했잖아!
비무장
기준치: 80/40/16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회피시 패널티 다이스
 
신쿠: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60914
+2: 극단적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신쿠 hp-4
 
세 번째, 신쿠의 차례
 
신쿠:
근접전 (단검)
기준치: 95/47/19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5
 
"죽음으로 용서 받으세요."
 
"가여운 사람, 고천원에 가지 못 하겠지."
 
"어차피 현실은 고천원에 가기 위해 거쳐가는 경로일 뿐인데도!"
 
광신도 5명이 쓰러집니다.
 
현재 광신도의 수는 92명입니다.
 
광신도:광신도의 차례
제차례입니다
 
광신도의 차례
 
광신도:때려 죽여서 묻어 버리자.
 
...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그러자,
 
당신의 주변으로 둥글게 감싼 채
 
덤벼 오던 사람들의 기세가 한 풀 꺾입니다.
 
당신이 더는 싸울 수 없는 상태라는 걸 눈치챈 걸까요.
 
가장 앞에 선 사람 하나가 입이 찢어질 듯 웃으면서
 
곡괭이를 들고 달려옵니다.
 
그때,
 
바로 앞에 쓰러져 있던 사람이 일어납니다.
 
당신의 칼에 베여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사람입니다.
 
한 명만이 아닙니다.
 
두 명, 세 명,
 
무기를 든 채
 
눈을 비비며 일어선 사람들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 봅니다.
 
당신의 머리에 곡괭이를 내리치려던 사람은
 
깨어난 자에게 말합니다.
 
광신도:마침 잘 일어났어, 자네가 이걸로 끝장 내도록 해.
 
자신의 손에 들린 곡괭이를 내밀면서요.
 
곡괭이를 받아 든 사람은
 
순순히 무기를 쥐고 신쿠의 앞으로 다가옵니다.
 
끝을 앞둔 현장에는 적막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몇 초가 흘러도 곡괭이의 날 끝은
 
당신에게 직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건 물러서기까지 합니다.
 
곡괭이를 받아 든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말합니다.
 
신도1: 나는 못 하겠어.
 
내밀었던 사람이 격노합니다.
 
광신도: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이 사람은 후야제를 방해하려 했어.
 
신도1: 그게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될 수 있나?
 
거부한 사람은 오히려 곡괭이를 바닥에 내던지며 말합니다.
 
신도1: 이것 봐, 아직 내 아들보다 어리다고. 이 자는 아직 보호 받아야 할 나이야.
여러 사람이 약자를 괴롭히는 게 정말로 신의 뜻인가?
 
신쿠를 공격하려던 사람이 잠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자,
 
당신에 의해 기절했다 일어난 사람들이 한 마디씩 말을 얹기 시작합니다.
 
신도2: 맞습니다. 이건 부당한 일이에요.
 
신도3: 교리에 미사를 방해하는 이는 죽여도 된다고 적혀 있던가요?
 
신도1: 이제 이런 건 그만 둡시다. 이 자는 아직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요.
 
신도2: 우리를 봐요. 피를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고 있나요?
 
신도3: 애초에 이상하잖아요, 정말로 죄를 지었다면 면밀히 따진 뒤 감찰관에게 넘기면 될 일을.
 
그 말은 광신도들을 자극했는지,
 
그 옆에 있던 사람이 말을 얹은 자에게 각목을 휘두릅니다.
 
큰 소리와 함께 피가 튀고,
 
작은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내분이 발생합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이 윽박지릅니다.
 
광신도:간부님의 말씀보다 다른 것을 우선 시 하는 놈들은 전부 이단이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제압해!
 
깨어난 사람들과 눈이 먼 사람들의 무리가 충돌해 싸우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신쿠를 일으켜 등을 밀어줍니다.
 
신도1: 어서 가요!
 
신쿠의 이성이 1d5 회복, hp가 1d3 회복됩니다.
 
신쿠:2
 
당신은 그가 등을 떠미는 대로
 
싸우는 사람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미사실로 향합니다.
 
신쿠를 발견한 일부 광신도들의 추적이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라운드마다 의식이 전개되며,
 
5라운드 내로 도달하지 못하면
 
히마리를 제물로 삼은 후야제는 성공적으로 종료됩니다.
 
추격룰은 약식을 사용하며
 
신쿠는 민첩판정을 사용합니다.
 
1 라운드
 
신쿠: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히마리는 문득 고개를 뒤로 돌립니다.
 
히마리:밖이 소란스러운데.
 
간부 하나가 재빠르게 대꾸합니다.
 
간부:신도들이 흥분하면 종종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 때문에 문을 닫고 진행하는 거죠.
 
대답을 들은 그녀는
 
말없이 뒤편을 바라보더니 계단을 올라갑니다.
 
눈 앞에는 거대한 크기의 성화가 있습니다.
 
붉은 액자에 담긴 화려한 갈대밭 풍경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읍니다.
 
2 라운드
 
신쿠: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단단하게 봉쇄된 미사실에 바람이 붑니다.
 
기도문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올 때마다,
 
광대한 붉은 갈대밭이 찰랑이고,
 
성화에서 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감격한 표정의 간부들이 따라서 두 손을 모읍니다.
 
고천원,
 
히메미야 家의 모든 이들이 꿈꾸는 성지.
 
그것이 지금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신쿠 hp -1
 
3 라운드
 
신쿠: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주문을 외우던 히마리가 기침을 뱉습니다.
 
입가에서 떨어진 검은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잠시 가슴을 움켜쥐며 괴로워합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그 말을 외친 건
 
히마리였을지, 간부들이었을지,
 
아니면 신쿠였을지 모를 일입니다.
 
따뜻한 바람과 함께
 
고천원의 잎사귀들이 사뿐히 내려 앉습니다.
 
4 라운드
 
신쿠: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히마리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바닥을 짚은 그녀가
 
입을 열어 나직하게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간부들은 쓰러진 가주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림 앞으로 모여듭니다.
 
"마침내, 우리의 숙원이 이루어지는군요."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영원한 생명을, 신의 힘을."
 
5 라운드
 
신쿠: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경첩이 삐걱이고,
 
신쿠는 붉은 성화와 따스한 바람으로 가득 찬 미사실에 입성합니다.
 
의식을 방해하는 소리에
 
경악한 간부들이 문을 향해 돌아봅니다.
 
그들은 황급히 의식을 끝내려는 듯 히마리의 양 팔을 포박합니다.
 
그러나,
 
의식은 계속되지 않습니다.
 
떠났어야 하는 후계자의 귀환,
 
구출된 제물,
 
신앙을 잃은 사람들과 폭동,
 
가주의 크나큰 동요,
 
방해된 의식의 마무리,
 
신쿠가 만들어 낸 수많은 변수들이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움직이고 작용합니다.
 
삽시간에 곳곳에서 공간의 뒤틀림이 발생합니다.
 
작은 블랙홀들입니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구멍은 입을 벌려
 
성의 기둥, 벽과 성물,
 
그리고 간부들까지 빨아들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고천원'으로 향하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신쿠: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치 변화 없음
 
그렇게 끈끈했던 동지의식은 어떻게 했는지,
 
벽에 달라붙어
 
다른 간부가 빨려 들어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간부도 있습니다.
 
신성했던 미사실은 절규로 가득해집니다.
 
지지대의 일부를 먹힌 .
 
거대한 성의 일부가 무너져 내립니다.
 
100년,
 
혹은 그보다 더 아득한 시간 동안
 
신앙의 토대가 되어온 상징,
 
사이비의 온상이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
 
.
 
.
 
모든 것을 집어 삼키던 블랙홀이 잠시 멈춥니다.
 
대부분 파괴되었으나,
 
성화만이 처음의 그 반짝임을 간직한 채
 
붉은빛 영광을 작렬합니다.
 
무너진 신전에 홀로 존재하는 우상은
 
그 존재를 직면한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신쿠와 히마리는
 
무너지는 폐허 안,
 
기둥 아래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당신 앞에 주저 앉아있던 히마리가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그녀는 당신의 손을 뺨에 가져가 댑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이용 당했다는 것도,
 
신쿠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쳐가며 이곳까지 도달했다는 것도.
 
그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만이 긴 말을 대변합니다.
 
너무 멀고 험한 각자의 길을 돌고 돌아서
 
두 사람은 다시
 
이곳,
 
가장 성스러운 공간에서
 
멸망을 맞이합니다.
 
히마리:...한번도 이 말을 해주지 못했네.
 
사랑하는 그대여,
 
오늘은 당신과 재회한 축일입니다.
 
히마리:돌아온 것을 환영해, 신쿠.
 
아,
 
당신을 정말로 그리워했어요.
 
신쿠:...(환대에 쓰게 웃음 지으며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을 손끝으로 번졌다.) 말씀드렸죠. 제가 최선을 다해, 다 망치겠다고. ......이번에도 실패하셨네요.
 
히마리:(네 손에 묻은 숨이 가늘게 이어진다. 이 끝에는 그 무엇도 남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손안에는 네가 있다. 말없이 눈을 깜빡이면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가 언제 너를 이긴적이 있었을까.
너는 여전히... (밤보다 깊은 눈동자 속에 네가 담긴다.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부분이 변함없는지. 늘 그렇듯, 결국 변하지 않은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신쿠:설마요. ...아가씨께선 한번도 져주신 적이 없어요.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십니다. (몇 번이고 문질러 번져내도 흐름을 멈추지 않는 눈물들이 하염 없이 뺨 위로 길을 낸다.) 더이상 연기는 하지 않으십니까? 5년 동안 어설픈 티를 숨기는 것만 연습하셨는지, 진심이셨는지... 덕분에 조금 아팠네요.
 
히마리:그렇다면 이번에는 네가 이겼다 해줄게. 정말이지, 완패거든. (제 뺨을 문지르는 한 손이 차갑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 손길에, 이번에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가만히 웃었다.) 더이상 가릴 것이 없는데, 여기서 무얼 더 연기할까. 너는 언제나 눈치가 빠르잖니. (말없이 네 손을 매만지다가, 다시 입을 뗀다.) ....나쁜 주인이지?
 
신쿠:괜찮습니다. 부족함 없이 실컷 기어올라 봤으니까요.. 저 때문에 난처하셨습니까? (먼 기억을 회상하듯, 까만 눈을 들여다보다 힘없이 굳은 입매를 풀었다.) ...여전히, 아가씨께서는 매정하시고요. 제가 보지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 스스로 이러실 수 있을까요.
 
히마리:네가 불손했던 것이 한두번도 아닌데, 이제와서? (힘없이 장난스러운 말을 뱉는다. 이어 눈동자에는, 손끝까지 올라온 저주를 눈에 담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내 모든 것을 걸고 지킨 넌데, 네 원망을 받아가면서까지 지킨 숨인데, 마지막이 허술해서는 안되잖아. 나는,..
 
신쿠와 히마리는 동시에 깨닫습니다.
 
의식을 강제로 중단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곳곳에 생긴 블랙홀을 넘어 강림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계의 존립을 위해,
 
이를 진정 시킬 수 있는 것은
 
가주,
 
혹은 가주의 후계자 뿐입니다.
 
두 사람 중 하나는
 
그림 안으로 들어가
 
신의 땅,
 
고천원과 인간들의 세계를 중재하는
 
영원한 감옥에 갇혀야 합니다.
 
남겨진 사람은
 
완전히 무너진 교단,
 
붕괴한 광신도들,
 
사라진 간부.
 
더 이상 가주라는 자리에 얽매일 필요 없습니다.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구속을 얻어야 합니다.
 
히마리:...네가 살아가길 바랐어.
 
신쿠:악착같이... 당신의 바람대로 살아보려고 했는데. 그런데도 결국, 아가씨 곁이네요. (입술 새로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린다.) 제가 우스운가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걸어간 길을 다시 걸어온 제가요....
하지만 아가씨, 그건 나쁜 겁니까? (눈에 걸리는 네 성흔이 선명했으나 눈을 돌리지 않았다.) 몸에 베어있는 평생의 흔적대로 살아가면 안 되는 겁니까? 아무리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다채로운 색 속에서 수년을 살아도 그 흔하다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이대로도 괜찮지 않습니까.
 
히마리:만약, 내가... (손을 뻗어 천천히 네 얼굴을 더듬는다. 이 세계는 오로지 흑과 백으로만 이뤄져있으나 손끝은 선명하게 너를 기억한다, 햇빛이 비추면 따스했던 너의 금빛을.) 눈을 뜨는 아침이, 비어있는 복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무까지. 지우고 지워도 지울 수 없는 네 흔적들이 눈에 밟혔다면, 너는 내가 우스울까?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걸어왔던 길을 그리워한 내가..
그러니, 내게서 답을 구하지마. 나는 여전히 네가 살아가기를,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이제는 알아. 그 끝에 네 마음이 없다면 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5년의 세월동안, 뼈져리게 배웠던 단 하나의 진실. 그렇게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바란건 그런게 아니였어. 이보다 흉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그저... 네가 지금처럼 웃을 수 있기를 바랬어. 그뿐이야...
 
신쿠:(너도, 나도 아름답지 못한 과거를 끝없이 기리는 것이 한심하다. 한눈에도 비극이었던 기억을, 따라서 묻어 마땅할 기억을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멸시받고 배척받던 일상이었다. 때문에 네가 스스럼 없이 자신을 잡아끌어 숨기던 손이, 아무도 듣지 않는 제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마음 한 조각이 어두운 기억 속에서 홀로 빛난다. 겨우 그 희미한 조각에 마음은 끝없이 따끔거린다는 걸, 그리고 그것은 제 몸을 바싹 죄는 한 마리의 뱀보다 질기다는 것을 지난 5년 동안 알게 되었다.)
아가씨. 이보다 사소하고, 금방 흩어졌을지는 몰라도... 저는 당신과 함께할 때 가장 자주 웃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 네게 답을 구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하자. 너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제 얼굴을 더듬는 손길에 머뭇거리다, 네 머리칼을 쓸어넘겨본다.) 분명 저는 당신의 불행을 먹고 자라, 불행밖에 모릅니다. 만약 행복이라는 게 있다 해도, 제게만은 인식되지 못한 채 저를 덧없이 지나쳐 갔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 누리지 못한 것이 아니에요. 아가씨께선... 더이상 제 운명을 안타까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죽음으로 주신 저의 남은 삶으로 저는... 당장 눈 앞의 죽음을 덮고 싶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은 오래 살 수는 없을 테니, 결국 당신의 죽음이고, 제 죽음이고 모든 것은 무의미해지겠죠.
(손에 걸리는 부드러운 머리칼에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입 맞추었다.)
그냥... 저는 이런 식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죽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하지만... 불행과 없는 행복을 바쳐가며, 평생 몸에 새겨진 대로도...... 저는 괜찮습니다.
 
히마리:네가 웃었다면, 그 또한 작은 행복이였겠지. 설령, 알아차리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 (익숙함은 쉽게 눈을 가린다. 먼길을 돌아 헤매지 않아도 자신이 바라던 것은 바로 옆에 있었다는 사실을, 네 곁에 와서 깨닫는다.) 안타깝다고 하기엔 말이야, 네가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니? 이 운명은 비극이라기엔, 보잘 것 없는 행복이 스며들어 있었고 희극이라기엔, 지독한 저주에 얽매여 있었어. 그러니 결국 나는 그 어떤 탓도 하지 못하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이지는 가장 잘 알고 있다. 변한 곳보다 변함없는 부분이 더 많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자라갈.. 그러니 고작 5년으로는 네 생각이 바뀔리 없다고. 이젠 너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귀를 기울여줄 사람 하나 없다던 그 아이의 속삭임을 나마저 외면한다면 누가 들어줄까.) 누가 감히 그것을 무의미하다 말할 수 있을까. 네 선택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꿀텐데도.
...하지만, 저 곳은 죽음보다 더할거야. 죽어도 숨이 붙어있기에, 죽은 사람이 아니지. 그렇게 영원히 홀로, 살아가는거야. 내가 바라보는 흑백의 세계에, 너는 들어가는 거란다.
(하지만, 그것이 너의 바람이라면 네 소원이라면 내가 어떻게 너를 막아세울 수 있을까. 그렇기에 그저 말없이 따스한 뺨을 쓸어내렸다. 이 순간만큼은 네 목을 죄고 있는 뱀조차 건드릴 수 없으리라. 여기, 홍뱀의 주인이 서있으니.)
...그게 내가 짓밟은 너의 의지라면. 할 수 있는것은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가는 것 뿐이구나.
그렇다면, 웃어주지 않으련. 불행과 없는 행복의 끝에서조차도... 너는, 나는 괜찮았다고.
 
신쿠:(어떤 결말도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면, 굳이 정의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비극이었고, 일시는 희극이었으며, 너와 나의 무의미한 희생이 잇따라도... 결코 없던 일은 되지 않을 이야기이다. 용서받지 못할 죄 앞에서 비로소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살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이니까요.
(오늘에서야, 자신은 네게 받아들여진다. 어쩌면 오늘에서야 자신은 스스로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누군가 처음부터 줄곧, 간절하게 지키고자 했던 것이 가쿠쇼 신쿠 그 자체임을 받아들이고, 가장 처음으로 포기해버린 것을 다시 붙들기로 한다. 당신이 홀로 생각하고, 아끼고, 걱정하던 들풀을 이제부터 홀로, 오랜 시간 들여다보겠다고... 그렇게 차차 사람으로 살아보겠다. 눈을 감지 못하는 날 동안, 당신을 생각하며.)
이제 그만 당신을 용서합니다, 히마리 아가씨.
(그러니 당신은 벗어나자. 그 모든 죄악감으로부터. 자신의 평생은 아마 셀 수 없는 시간일 테고, 그건 남은 너의 날에 비해 너무 길다.)
저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도... 미워할 수도 없어요.
(엉망이 된 얼굴은 네 앞에서 웃는다. 모든 불행과 없는 행복을 안고서, 후련한 구석으로.)
 
히마리:(그렇게 하나의 막이 내린다. 설령 이 자리에 더는 주인공이, 관객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다. 몇번이고 과거를 되풀이하고, 그리워하고, 바라면서도.. 영원히. 그것이 너와 나, 주인과 종, 보이지 않는 끈을 계속해서 늘인다.)
너는 알까, 나 또한 한순간도 너를 미워할 수 없었단 사실을. 미워한 적이 없었기에 용서할 필요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그러니 나 또한 이 자리에서 너를 용서할게.
(조용히 눈가에 맺힌 것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마침내, 너를 따라 웃는다. 이 순간만의 흑백의 세계가 조금 원망스럽다 생각하며, 그렇게 몇번이고 네 미소를 담고, 또 담았다. 과거에서부터 멈춰, 흐르지 않던 시간이 조금씩.. 그렇게 흘러간다.)
...신, 신쿠, 나의 없는 불행과 모든 행복을.
 
신쿠:(서로에게 용서를 나눔으로써 안녕을 고하면, 오른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기둥에 몸을 기댄 너를 뒤로 하고 성화를 향해 걸어가는 걸음에 망설임은 없다. 말 고삐를 잡던 그때와는 달리, 이 순간만큼은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이것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모든 저주와 같은 죄가 끊기기를.)
 
당신은 스스로 들어가기를 택합니다.
 
성화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성화 앞으로 나아가던 신쿠의 머리 위로
 
거대한 파편이 떨어집니다.
 
히마리의 비명 소리가 이명처럼 멀게 느껴집니다.
 
피할 틈도 없이 큰 충격을 입은 그 순간,
 
신쿠의 눈앞이 하얗게 점멸합니다.
 
.
 
.
 
.
 
깜빡,
 
깜빡,
 
눈 앞에는 붉은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당신은 밑도 끝도 없이
 
그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따스한 향기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바람,
 
평생을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을 만큼
 
달콤한 평화에 사로잡힙니다.
 
감각이 마취 된 것 마냥
 
편안하고 두려움이 없습니다.
 
신을 진정을 믿고 온전히 몸을 맡긴다면 이런 감각일까요.
 
그런 상태로 하염 없이 걷던 신쿠는
 
작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적당한 사이즈의 안락의자가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달려와
 
지친 몸을 앉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의자인 것처럼,
 
앉으면 몸에 꼭 맞습니다.
 
...
 
당신의 반대편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습니다.
 
작은 물건을 만지작거리던
 
그 사람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그 사람의 나직한 목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난... 항상 그게 원하지 않는 희생이었다고 변명하고 싶었어.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 다시 만나고 싶었어.
하지만, 진실을 알았을 때에는 돌이킬 수 없었지.
그게 내 인생의 지울 수 없는 불행이었어.
어째서, 나는 그 아이의 마지막조차 지켜주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아이를 대신하지 못했을까.
 
■■■:...마땅히 나의 것이었어야 하는 고통인데.
 
테이블 위로
 
달각,
 
작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으로 불러줘서 고마워.
이제야 내 역할을 다할 수 있겠네.
 
분명히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인데,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듯한 기분입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습니다.
 
몸이 붕 뜨고 부유하는 듯한 감각에 괴롭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슬픔에 공명합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흐릅니다.
 
...
 
다시 시간과 공간이 움직입니다.
 
신쿠는 현재로 돌아옵니다.
 
피가 흐르는 시야 너머로
 
관문 상자를 든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녕.
 
부드러운 갈색 머리, 진한 눈동자를 가진 당신의 주인.
 
그 사람은
 
당신이 불러주었기 때문에
 
시간을 넘어 이곳에 왔습니다.
 
기회를 얻은 그 사람은
 
자신에게 돌아왔어야 했을 희생을 감내합니다.
 
홀로 살아남은 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두 사람을 위해
 
스스로 그림 안에 들어갑니다.
 
.
 
.
 
.
 
붉은빛 성화는 사람을 삼키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핏빛 물결과 영광으로 가득한 갈대밭을
 
그저 묵묵히 걷는 사람의 뒷모습이 있습니다.
 
쓸쓸하고도 결연한 분위기의 그림은
 
그것으로 완성되어
 
희미한 물감향을 퍼뜨립니다.
 
그 앞에서 눈을 감았다 뜨면,
 
신쿠는 갈대밭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림 속이 아닌,
 
현실 어딘가의 갈대밭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거대한 붉은 물결을 하염없이 응시하면,
 
당신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히마리입니다.
 
약간 떨어진 거리에
 
기이할 정도로 큰 붉은 뱀이 똬리를 튼채 등을 지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무수한 붉은 꽃이 떨어져있습니다.
 
그 것은 두 사람을 바라보지 않은 채 질문합니다.
 
신쿠:희생도, 타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희생도... 상대를 위해 상처를 주는 것도. 그것이 사랑인지는, 그걸 감내하는 사람만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붉은 뱀은 낮게 읊조리며 고개를 숙입니다.
 
배경이 바뀝니다.
 
.
 
.
 
.
 
밟고 선 땅이 도로 황량해졌다,
 
싹을 틔우고 붉은 갈대밭을 이룹니다.
 
아침,
 
낮,
 
밤,
 
새벽이 지나
 
다시 아침이 옵니다.
 
천지가 뒤바뀌고,
 
신쿠와 히마리는 거꾸로 뒤집힌 채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 사정 없이 뺨을 때리고,
 
치렁치렁한 옷이 뒤집힙니다.
 
당신의 손과 맞닿은 히마리의 손끝부터 시작해,
 
팔,
 
어깨,
 
목가에서 뺨까지,
 
썩어 들어 울긋불긋하던 자국들이
 
하나씩 사라져갑니다.
 
투명한 눈에 당신이 고스란히 담깁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당신이 가장 그리워했던 색을 보고 있노라고.
 
마구잡이로 뒤집히던 세상이 멈추고,
 
두 사람은 다시 폐허가 된 성터 앞에 서있습니다.
 
히마리는 당신의 차가운 손등에 입 맞춥니다.
 
히마리:...감히 나의 이기심이 용서 받았다면,
조금 더 살아도 된다고 허락 받았다면.
남은 생은 내가 사랑을 증명하는 데 쓰게 해줘.
상처와 희생이 아닌 진짜 사랑을.
 
이곳은 천국이 아닙니다.
 
그저 괴롭고 혹독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우리는 사랑,
 
그리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운명의 시작이 신의 몫이라 하더라도
 
끝을 정하는 건 오로지 우리의 몫입니다.
 
시작은 곧 끝,
 
과거는 곧 미래.
 
미래를 꿈꾸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초이자 최고의 기원인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아득한 주와 종의 기원을 알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이 기억이 당신의 삶을 증명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로고
 
.
 
.
 
.
 
1. 린의 편지
 
신쿠 님에게.
 
안녕하세요!
 
벌써 그 날로부터 2년이나 지났네요.
 
신쿠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희는 요즘 사과 농사가 잘 지어져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답니다.
 
이모는 잔소리가 심하지만 요리도 잘 하고 다정해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리온은 벌써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학교는 재미없지만, 친구들을 잔뜩 사귀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은 고천원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조금 정신 없고,
 
가끔 지루하고,
 
가끔 엉엉 울고 싶을 만큼 속상하지만,
 
사과는 맛있고,
 
저는 리온과 이모를 사랑하니까요.
 
추신!
 
함께 찍은 사진을 동봉해서 보내요.
 
히마리님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2. 고서점의 그림
 
오래된 경첩 소리,
 
그리고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열립니다.
 
나이 든 고서점의 주인은 검지로 안경테를 들어 올립니다.
 
"이런, 정말 질리지도 않고 오는구나."
 
"여기에 논문 주제랑 관련된 책이 많아서요."
 
심드렁하게 대답한 대학원생은
 
이곳이 아주 익숙한 듯 책을 몇 권 골라 담습니다.
 
문득,
 
대학원생의 눈이 계단 너머에 꽂힙니다.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거대한 액자가
 
권태롭게 벽에 기댄 채 누워 있습니다.
 
"이 액자는 원래 여기 있었어요?"
 
"아, 창고를 뒤지다 발견해서. 옛날에 아는 친구가 장물은 처리가 곤란하다고 떠넘겼지 뭐야."
 
대학원생은 무언가 홀린 듯이 다가갑니다.
 
그는 메마른 손바닥으로
 
유리 위에 두껍게 쌓인 먼지를 한 번 훔쳐냅니다.
 
원래는 붉은빛이었을 액자가 희미한 빛을 드러냅니다.
 
그림을 본 대학원생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합니다.
 
"왜 그러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상하게,"
 
억눌린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립니다.
 
검지가 유리 위로 미끄러집니다.
이미지 설명
 
'당신'은
 
이곳을 등지고 걸어가는 낯선 사람의 모습에서
 
감히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낍니다.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이것은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의 이야기.
 
완벽한 해피엔딩은 존재하지 않더라도,
 
작게나마 그들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면.
 
3. 홍뱀의 이야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버려진 묘지에 기괴한 그림자가 집니다.
 
로브를 쓴 거대한 자가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는 성에 있던 사람들이 '하루코‘ 라고 부르던
 
사용인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합니다.
 
그 모습은 꿈틀거리며 삽시간에 다른 가죽으로,
 
또 다른 가죽으로 계속해서 변모합니다.
 
마침내 그 신이 선택한 모습은
 
어딘가 좋은 집안의 영애라도 되는 것처럼
 
고급스러운 옷과 보석으로 치장한 여인입니다.
 
여인의 손에는 붉은 꽃이 들려 있습니다.
 
버려진 묘지에 붉은 꽃이 떨어집니다.
 
"그대는 나를 사랑했는가?"
 
"나는 그대가 그립구나."
 
꽃은 묘지에 추락하기 전에 산산 조각나 부서집니다.
 
이윽고, 여인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져 모습을 감춥니다.
 
묘지에는 적막이 감돕니다.
 
.
 
.
 
.
 
수고하셨습니다!

핸드아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