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만월의 불꽃놀이
이 빛을 따라와.
2022-07-07
KPC. 요시나가 산 · PC. 카와자키 요우

이 빛을 따라와.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게.

이미지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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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어렴풋하게 낯선 목소리가
 
머리맡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듯
 
나직하게 들려옵니다.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그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아주 어수선합니다.
 
앳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니까,
 
카와자키 요우: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야가 탁 트이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개를 들면
 
위에서부터 추락하는
 
육중한 크기의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몇 층 위에서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두 명의 동급생이 보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쿵!
 
육중한 소리에 연이어
 
무참하게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요우는 가까스로 반사신경을 발휘해
 
추락하는 간판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이게무슨....
 
당신은 눈을 굴려 주변을 살펴봅니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은
 
요우의 주변을 둘러싸고
 
말을 걸며 옷을 털어줍니다.
 
학생:이게 무슨 일이야?! 너 괜찮아??
 
카와자키 요우:어..?
응, ..아마도..?
 
학생:그래도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카와자키 요우:뭐..피했으니까 괜찮아.
(검도인의 회피력)
 
학생:하긴. 야... 너 반사신경 미쳤더라. (엄지 척)
 
카와자키 요우:...
(약간쑥쓰럽)
나 말고는? 다친사람은 없어?
 
학생:어엉... 그래도 이 주변에 너밖에 없어서 다행이지, 다른 애였으면 못 피했을 걸? (안도의 한숨...) 야. 사람 몰린거 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간판이 떨어진 위층을 올려다보니,
 
작고 검은 그림자가 날쌔게 자취를 감춥니다.
 
카와자키 요우:(눈을 찌푸려 바라봄)
 
따라가볼까요?
 
카와자키 요우:저기 방금..누가..
 
학생:응..?
 
카와자키 요우:(학생의 대답도 듣기전에 잽싸게 뛰어갑니다)
 
요우가 이를 수상하게 여겨
 
그림자가 사라진 곳으로 올라가면,
 
그림자의 주인은 일찌감치 자리를 뜬 지 오래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뭔가 없는지 두리번 두리번)
 
간판이 떨어진 주변을 살펴보면
 
음...?
 
부자연스럽게 강한 힘으로 뜯겨나간 자국입니다.
 
동급생:야야야야야야야야 카와자키!!!! (그랜절) 미안미안미안미안 진짜 미안! 달고 있던 간판이 갑자기 그쪽으로 떨어질 줄 몰랐어!!
 
카와자키 요우:(깜짝)
어..아니..
(아무리봐도 이거..사고는 아닌 것 같은데)
난 괜찮아. 피했으니까.
그런데 혹시..여기 간판 근처에 누가 있었어?
 
동급생:응? 글쎄... 우린 간판 다느라 바빠서 못봤는데. 축제 준비 때문에 다른 애들이 왔다 갔나? (박살 난 간판을 착잡하게 바라보며)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지만... (침울)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간판은
 
당장 기간을 맞추기엔 촉박해 보입니다.
 
사고를 친 당사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잔뜩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마츠바야시제는 당장 내일이니까요.

 

 
카와자키 요우:(무표정이지만..안타깝다는 얼굴..)
 
그래요,
 
내일이면 드디어 축제의 시작입니다.
 
내일부터 지겹도록 일하게 될 게 뻔하니,
 
오늘 하루는 지친 몸을 쉬어두는 편이 나을 거예요.
 
카와자키 요우:(여기서..더..?)
 
축제 위원회장:어우, 많이 놀랐지? (네 등을 팡팡 두드리며) 마무리까지 정말 조금이니까 카와자키는 이만 돌아가도 좋아. 더 돕는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힐끔)
 
카와자키 요우:그럼 그럴ㄱ..
(고맙다는 얼굴로 위원장을 바라보다 뒷말에 멈칫..)
....할 일..많아?
 
축제 위원회장:아니? 정말 조금밖에 안 남았다니까. :)
 
카와자키 요우:(왠지 찝찝한 느낌에 미묘해지는 얼굴)
(오지랖도 병인거지..가볍게 한숨을 쉬곤) 그렇다면 마저 도울게, 뭘 하면 되는데?
 
동급생:뭐어?! 너 아픈(걸 겪을 뻔한) 애한테 뭐라고 하는거야?? 카와자키는 하마터면 축제 기간 동안 병원에 누워 있을 뻔했다고.
 
동급생이 힘껏 눈치를 주자
 
위원회장이 멋쩍게 머리를 긁습니다.
 
축제 위원회장:......그래, 넌 오늘 집에 돌아가서 쉬는 게 낫겠다. 일은 내일 하면 되니까.
 
카와자키 요우:(이름 모를 저 아이에게 작게..엄지척)
 
동급생:(엄지 척!) 잘가! 카와자키~!
 
카와자키 요우:(이름..까먹어서 미안!) 응, 고마워. 그럼 내일보자
 
몸을 돌리면
 
축제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의 정경이 눈에 담깁니다.
 
큰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준비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풍선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깃발이
 
초여름 바람에 나직하게 흔들립니다.
 
<마츠바야시제> 라는 또렷한 여섯 글자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어느덧 축제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립니다.
 
아무튼,
 
요우는 무거운 가방과 지친 몸을 끌고 귀가합니다.
 
아름답게 물들던 하늘이
 
색과 빛을 차츰차츰 빼앗기고,
 
창문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올 무렵이었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조곤조곤 대화하며 당신의 곁을 지나갑니다.
 
카와자키 요우: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A: 있지, 그거 알아?
 
B: 뭔데?
 
A: 우리 언니가 그랬는데, 해가 지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제일 길어지잖아?
그때 요괴가 나타나서 그림자를 훔쳐간대.
 
B: 정말? 그림자를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데?
 
A: 움...... 그건 몰라!
 
B: 무서워....... 빨리 집으로 가자!
 
카와자키 요우:(하품하며 듣다가 귀여운 아이들 대화에 피식)
 
요괴라니,
 
세상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건 전부
 
아이들을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부모들의 책략이 분명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이 골목은 음침해서 다니기 불편했죠.
 
서둘러 빠져나가고자 걸음을 옮기던 요우의 발에
 
묵직한 무언가가
 
턱,
 
하고 채입니다.
 
그와 동시에
 
끼잉!
 
하는 불쌍한 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만.......
 
기분 탓일까요?
 
카와자키 요우:아..?
(급하게 아래로 떨어지는 고개)
 
발치에는
 
조금 찌그러진 종이상자 하나가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어떡해. 설마..!
(얼른 쪼그려 앉아 상자 안을 살핍니다)
 
종이상자 안에는
 
대충 구겨 넣어진
 
묘한 생김새의 동물이 있습니다.
 
개…?
 
라기엔 조금 크지만요.
 
동물은 어딘가 다친 듯
 
힘없이 눈을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습니다.
 
털에는 마른 피가 말라붙어있습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는 된 것 같은데,
 
주인의 손을 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 흔한 이름표라거나
 
‘잘 키워주세요’라는 문구조차 없습니다.
 
상자 내부는 조촐합니다.
 
먹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바닥에 대충 깔린 퍼석퍼석한 신문지는
 
도저히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다친 동물을 이곳에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요?
 
더군다나 이 길은 밤이 늦으면 취객이 다니기도 한다던데.......
 
카와자키 요우:누가 다친 애를 이렇게...(미간을 좁히며 손가락을 뻗어 개(?)같아 보이는 동물의 코 앞을 조심스럽게 쓸어주고는)
아무래도 지금 열려있는 병원은..없으려나..?
(이내 천천히 상자를 들어올려 품안에 끌어안고는)
일단은 여기보단 우리집이 안전할테니깐..나랑 가야겠다, 멍멍아
 
요우가 고민 끝에 상자를 들면
 
이상하게 무겁습니다.
 
마치 동물의 몸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처럼요.
 
카와자키 요우: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
요즘..너무 무리를..
 
이래저래 많이 지친 상태인 요우는...
 
세 발자국마다 상자를 내려놓고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아주머니:(힐끔...힐끔)
 
주위에서 이상하게 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모른척..무표정유지)
 
다행이도 가족은 여행으로 며칠간 자리를 비운 상태였죠.
 
마침내 요우는 아무도 없는 집에 도착합니다.
 
자기 전까지 바라는 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응급 치료 키트는 요우가 잘 아는 그곳에 있고,
 
먹이로 줄만한 음식은 냉장고를 열거나
 
찬장을 뒤지면 쉽게 찾을 수 있겠죠.
 
아무렴, 이곳은 요우의 집이니까요.
 
카와자키 요우:후우...음, 일단은. 치료부터-
(허리를 피고 일어나 응급키트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어디보자...
 
카와자키 요우:
응급처치
기준치: 30/15/6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음...
 
...동물을 치료하는 건 처음이었죠?
 
카와자키 요우:음,,,!
(붕대로 칭칭감아봤다가..다시 풀어내는 중..)
 
하지만 동물은 많이 지쳐있던 건지
 
요우의 어설픈 치료에도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든 것 같습니다.
 
얼마든지 붕대를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카와자키 요우:(어디..다시한번..!)
 
카와자키 요우:
응급처치
기준치: 30/15/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사실 요우의 꿈은 수의대에 가는 거였을까요?
 
카와자키 요우:(왕년에 훈련하고 손목 발목에 붕대감던 실력)
 
두번째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솜씨입니다.
 
검도부의 테이핑 실력은 놀랍네요.
 
카와자키 요우:음..이 정도면..? 불편하진 않지, 멍멍아?
(잠든 멍멍이의 발을 콕 건드려보며 만족스러운 얼굴)
 
붕대와 씨름하는 사이 밤은 깊어갑니다.
 
동물을 뉘이고 요우도 그만 잠을 자야겠죠?
 
카와자키 요우:(혹시 깰지도 모르니 간단하게 물과 먹을만한 걸 옆에 두고, 곧장 자신도 잘 준비)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잘 준비를 마치고,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그대로 머리부터 시트 위로 녹아 내리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잠에 빠지는 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립니다.
 
카와자키 요우: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기분 나쁜 소리는 아닙니다.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로가 가십니다.
 
이윽고 당신은 완전히 잠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요우는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요우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요우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요우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
 
.
 
.
 
요우는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간은 늦은 새벽,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읏..
 
아니,
 
평범한 가위와는 다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눈동자와 입뿐입니다.
 
요우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본다면,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과 마주칩니다.
 
카와자키 요우:(목소리도 못내고 힉, 숨을 들이킨다)
 
거대한 존재감,
 
당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괴물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괴물의 형형한 눈빛이
 
요우를 한순간에 집어삼킬 것처럼 번뜩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그 순간,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창문 내부로 비쳐 들어옵니다.
 
물이 차오르듯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
 
차츰차츰 시야가 밝아집니다.
 
요우의 뺨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있던 인영은
 
놀란 듯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몸을 옥죄던 감각이 흩어지고,
 
따갑도록 퍼지던 살기가 사그라지면,
 
그림자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그 사람은 어둠에 녹음을 닮은 눈동자로
 
당신을 빤히 응시합니다.
 
달빛과 어울리는 하얀 머리카락,
 
복슬해보이는 귀와 꼬리…
 
올라간 눈꼬리까지.
 
어쩐지 여우를 닮은 외양입니다.
 
발목에 저건…
 
붕대인가요?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도둑이야!
 
이건 아무리 봐도 도둑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다니,
 
목검이 어디 있죠?
 
카와자키 요우:(재빠르게 굴러가는 눈동자)
 
산:(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다 너와 눈이 딱 마주친다.) ...아.
 
카와자키 요우:(잔뜩 굳은 노란 눈이 녹빛의 눈을 경계하고) ...더 다가오면 가만히 안있을거야. 신고하기 전에 당장 나가..! 우리 집은 훔칠 것도 없어!
 
산:잠.. 잠깐만! (두 손 번쩍) 난 딱히 인간을 해치려고 온 게 아니란 말이야. (끙) 그리고 뭔가 억울하네 이거~ 나는 제발로 들어온 적도 없는데. 네가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 아니야?
 
카와자키 요우: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그럴리가 있겠어?! (목검을 잡을 수 없어 대신 베개라도 꽉 쥐고는..) .. 헛소리 말고, 나가라고 했어.
 
산:하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쉬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 이곳이었어. 나도 당황스럽다고... (꼼꼼하게 감겨있는 발목의 붕대를 내려다본다.) 네가 아니면, 이건 누가 해준 건데? 인간의 마음은 정말 모르겠다니까. 잠자던 여우를 데려와서 정성스레 치료까지 해줘놓고, 다짜고짜 나가라니. 섭섭해~
 
카와자키 요우:(그 말에 아래를 힐끔 쳐다봐 발목을 감은 하얀 붕대를 보고나니 그 다음으로 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뭐야. 할로윈..도둑..? 바보아냐? 지금은 7월이거든?
(매우 수상해보이는 모습에 더욱 몸을 움츠린 후, 들려온 말 중에서 익숙한 단어들을 다시 머릿속에서 굴려본다. 인적 드문 곳..? 붕대..? ..여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다시한번 베개를 힘주어 쥐고) 너..언제부터 따라온거야?! 거기있던 멍멍이는?! 건드렸으면..진짜 가만 안 둘거야
 
산:그래! 역시 네가 데려온 게 맞잖아. 그 멍멍... 멍멍이? (반가워하다 멈칫) 그게 어딜 봐서 멍멍이야? 누가봐도 여우잖아, 여우. 그 여우가 나라구. (제 귀를 당당하게 가리킨다.) 설마 요괴 처음 보는 거야?
 
카와자키 요우:(더더욱 이상한 사람을 쳐다보는 얼굴........) 멍멍이가....너라고...? (제법 진짜같아 보이긴 하지만..역시 믿기는 어려워 베개로 몸 앞을 척 지키고는) ..꼼짝마! 오면..때릴거니까! (조심조심 당신을 경계하며 상자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안을 보고는 비어있는 걸 확인한다)
 
산:(답답한 듯 꼬리 탁탁!) 왜 안 믿어주는 건데? 아까 반사적으로 널 제압한 건 미안해. 하지만 말로 해도 들어주지도 않고~ 또 다가오지는 말라고 그러고. (얼굴이 부루퉁해진다.) 내가 진짜 그 여우면 어떻게 할 거야?
 
카와자키 요우:... ...말도 안돼.. (상자와 너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멍- 해져서는) 나..꿈꾸는건가? 정말..멍멍이라고?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달빛에 신비롭게 빛나는 하얀 귀를 톡 건드린다)
 
산:(살아있는 동물의 귀처럼 몇 번 쫑긋거리며) 들어봐, 나는 산. 보다시피 여우요괴야.
이건 기밀이지만, 내가 사는 이계가 멸망을 앞두고 있다는 신탁이 내려왔어. 나는 대표로 파견된 사자로서 그걸 막을 방법을 찾으려고 인계에 온 거야. (꿈같은 소리를 잔뜩 늘어놓는다...) ...오는 길에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서 잠깐 그런 모습으로 쉬고 있었던 거고.
 
카와자키 요우:(쫑긋 움직이는 귀에 움찔하는 듯 싶더니 이내 재밌다는 얼굴로 다시 귀를 톡톡 만지작) 응.. 와아... 와아..! 귀여워..저기, 꼬리도 움직여? (신난 얼굴로 장난을 치다 가깝게 자리한 너와 시선이 마주치고나면 민망한듯 눈을 데록) 아..응. 이계? ..멸망? 방법..을 찾으러 왔다고? (아직도 이해는 잘 못하는 듯한 얼굴) 그래서..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거야?
 
산:너...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있지. (보란듯이 살랑살랑.. 꼬리를 움직인다.) 의심하는 것 치곤 너무 좋아하는데~..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일단 이계에서는 방도가 없다는 걸 아니까 인계에는 뭐라도 있을까 싶어서 보낸 거야. 지푸라기라도 잡는 거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근처에서 나 말고 다른 애들은 본 적 없어? 함께 사자로 온 일행이 있었는데, 추격자를 피하다 흩어져버렸거든.
 
카와자키 요우:(진지해 보이는 네 모습에 덩달아 태도를 고치고는 기억을 되짚어보지만..생각나는 게 없는 듯 절레절레) ..아니..미안. 도움은 못될 것 같네..요괴라니...들었어도 지나가는 아이들이 얘기하던 괴담 정도라 (스쳐지나가는 기억에 어깨를 으쓱인다) 그나저나, 그럼 아까 다친 멍멍..아니. 넌 괜찮아? 다친 곳은 어때? 그 추격자라는 건..이제 안 쫓아오는 거야?
 
산: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신목 주변을 수색하다보면 뭐든 나올 테니까. 남은 사자들도 무사하다면 그쪽으로 모일 테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어지는 말에 히죽 웃어보인다.) 누가 치료해준 덕분에 움직일만 해. 그리고 멍멍이도 아닌데다가 산이라니까~ 드디어 내 말을 믿어주는 거야? (경계를 푼 듯한 모습에 너를 빠아안... 바라본다.)
 
카와자키 요우:(저를 보는 눈동자를 관찰하자면, 아까의 살벌했던 살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예쁜 녹색을 띄고 있을 뿐인 그 눈을 이번엔 다른 의미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으래..산..? 음..어느정도는 믿어. 뭐,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으니까.. (붕대가 있는 발쪽을 응시하고는)
그럼..이제 어떻게 할거야? 신목? 거기로 가게?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우는 학교 부지 뒷산의 신목을 생각해냅니다.
 
거대하고 영험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기운의 신목.
 
그 주변에서는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자자했죠.
 
카와자키 요우:그러고보니..학교 뒷산에도 있었지? 그 신목이란거..(문득 생각이 나 중얼)
 
산:학교? 아아~.. 신목 근처에 있는 그 건물 말하는 거야? 신목 가까이에 교육기관이 있다는 점은 이계랑 똑같네. (끄덕끄덕)
당장 조사하기에는 밤이 늦기도 했고~ 나는 인계를 잘 모르니까 누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 번뜩 고개를 들며) 너는 그 학교 학생인 거야? 그러면...... 잘 알겠네? (반짝)
 
카와자키 요우:(이계의 이야기인가? 거긴 어딜까? 많이 먼가? 근처면..여기도 위험하려나? 따위의 생각을 하는 와중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시 졸음이 몰려든다. 입을 가려 하품을 하다가 산이 번뜩 고개를 들면 놀라서 딸꾹!) 헙..어..응, 그렇긴한데..그렇긴..한데..? (반짝이는 산의 눈에 몰려드는 불안감)
 
산:아!~ 아야야... (갑자기 엄살피우면서 발목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앞으로 적어도 며칠은 조사를 해야할 텐데 길도 잘 모르고 머물 곳도 없고~ 이러다 쓰러지면 어떡하지? 내가 쓰러지면 이계의 존망은... (흑흑 눈물연기 하기)
 
카와자키 요우:(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안절부절 그라데이션으로 얼굴이 굳어가더니..불쑥!) 그, 저기..산! 내가 도와줄테니까..응? 울지 마..! (역시 오지랖은 병이네..하고 생각하며 같이 쭈그려 앉아 산의 손 위로 발목을 감싸곤) 많이 아파? 다시 감아줄까?
 
산:정말? 그럼 나 당분간 여기서 지내도 돼? 조사도... 도와줄 거야? (뻔뻔하게 눈물을 훔치는 척..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올린다.) 잠깐 저릿해서 그래. 당장은 치료보다는... 아, 그렇지. 이름이 뭐야? 은인 이름을 알고 싶은데~
 
카와자키 요우:응? 으,응.. (어쩐지 말려버린 기분이 들어 떨떠름하게 표정을 짓다가) 아..난 카와자키 요우. 요우라고 불러, 은인까지야.. 산은? 그냥 산이라고 부르면 되는거야?
 
산:상처도 치료해주고, 조사도 도와주는 데다가 있을 곳도 마련해줬는데 당연히 은인이지~ 나한테는 정말 고마운 일들이야. (한시름 놓은 듯 가볍게 웃고는) 카와자키 요우? 인간은 이름이 정말 길구나~ 줄여 부르면 카키인가? (네 이름을 기억하려는 듯 여러 번 중얼거리더니) 응, 산이라고 불러. 다르게 부르고 싶어도 내 이름이야 한 글자밖에 안되니까.
 
카와자키 요우:뭐..마침 가족도 집에 없으니까. 얼마나 있을건데? 가족이 돌아오면...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아냐, 돌아와도 있을 수 있게 잘 설명해줄게. 산은 산의 나라를 구할 방법을 찾아. (늠름한 얼굴! 이었다가 낯선 호칭에 잠깐 어색해하는 눈짓) 음..그럼 일단은 늦었으니까 쉬고 내일..아, 하지만 내일은 축제가 있는데
 
산:카키~~~ (찌잉) 든든하잖아! (감동받은 듯 와락!) 축제? 카키네 학교에서 하는 거라면 오히려 잘 됐지, 원래 조사도 그 부근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니까. 겸사겸사 카키네 학교 축제도 도와주고~ 어때, 괜찮지 않아?
 
카와자키 요우:(갑작스런 포옹에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몸을 굳힌다. 만일 요우에게도 꼬리가 있었더라면 펑 하고 터졌을 법한 표정을 하고는) 하, 하지만 축제 때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이렇게 복실복실한 귀랑 꼬리가 있는 사람이 갔다가는 이상하게 볼거야. 다 들켜버릴거야 산.
 
산:인간들이 요괴를 잡아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는데~.. 위험한 거야? (난처한 듯한 반응에 금방 떨어지고는) 그래도 카키가 곤란하다면 귀와 꼬리 정도는 숨길 수 있어. 나 정도면 인간과 외형이 제법 비슷한 편이니까 괜찮을 걸?
 
카와자키 요우:(품에서 떨어지며 살짝 생긴 틈으로 야무지게 주먹 쥔 양 손을 산의 가슴팍에 툭 가져다 댄다) 당연하지! 잡혀가면 어떡해? (당연하지 않냐는 듯 목소리가 조금 올라가더니, 네 말에 그럼 괜찮겠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응..? 그럼 혹시..요괴는 잡아먹어? 인간..?
 
산:잡혀가는 건 곤란하지... (볼 긁적) 응? 어~.......(말이 한껏 늘어지다가) 인간은 이계에서 별식이라고 소문이 나서. 하지만! 인간이 이계에 넘어오는 일은 거의 없기도 하고! 나처럼 인간친화적인 요괴가 꽤 있기도 하고! 무사히 돌아갈 때까지 내가 보호해주니까 그럴 일은 없...어. (이계의 이미지를 위해 열심히 변명하는 중) 하하, 그나저나 피곤하지 않아, 카키~? 내일 축제라며, 푹 자야지. (말돌리기)
 
카와자키 요우:(다시 한번 굳어가는 얼굴...약간 뒷걸음질을 하는 것도 같다. 그러다 뒷말에 조금 누그러지며) 그럼..산은 잡아먹지 않아? (안심하듯 숨을 폭 내쉬고 피곤하지 않냐는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늘어지는 하품을 또 한번 하고는 끄덕끄덕.) 산도..피곤하지? 잘 곳은..오빠 방이면 괜찮을거야. 이쪽으로 와. (방을 나가선 오빠의 방문을 열어준다)
 
산:잡아먹지 않아. (단호하게 대답하곤 피식 웃는다.) 나는 인간한테 받은 좋은 기억이 많거든... 오늘 하나 추가 됐고.
(네가 열어준 방을 호기심에 이리저리 둘러보다) 주인이 따로 있는 방인데, 괜찮은 거야? 나야 고맙지만~
 
카와자키 요우:(방을 둘러보는 산의 모습에 새삼 신기한듯 곁눈질하다) 음. 오빠놈이야 뭐..상관없지만? 아니면 내 방에서 자도 괜찮아. 내가 오빠 방에서 잘게. 어느쪽이 좋아?
 
산:모르는 사람 방은 뺏어도, 카키 방을 뺏을 순 없지~ 내가 여기서 잘게. (기지개를 쭈욱 피곤) 그럼 잘 자, 카키.
 
카와자키 요우:(잘자라며 마주 인사하고 나가려다 멈칫) ..산, 옷은 안불편하겠어? 옷도 줄까?
 
산:나는 이 옷이 제일 편한 걸~ 숲이 아니어서 조금 덥긴 하지만 괜찮아. (으쓱)
 
카와자키 요우:(끄덕끄덕..나가며 문 옆으로 빼꼼) 나 바로 옆방에 있으니까. 필요하면 이리로 와. 아무래도..낯선 곳이잖아? 걱정말라고. 그럼..정말 잘자, 산.
 
요우는 이계에서 온 손님과 한동안 같이 지내기로 합니다.
 
상황이 정리된다면 다시 잡시다!
 
내일, 아니 오늘은 대망의 축제일이에요.
 
,
 
.
 
.
 
...아.
 
어쩐지 지난 새벽과 같은 시선이 느껴집니다.
 
눈을 떠보면……
 
산이 침대 옆에 주저앉아
 
어딘가 집요하게 요우를 바라보고 있네요.
 
분명 오빠 방에서 재웠을 텐데요...
 
산:아, 눈 떴네?
 
카와자키 요우:...산?
(눈을 부비며 몸을 일으키고는) 왜 여기에.. ..잠이 안왔어?
 
산:그냥 눈이 일찍 떠져서~ 카키가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확실히 낮에 보니 느낌이 다르네.
 
카와자키 요우:(기지개애애애) 응? 느낌..? (일어나 앉아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산을 보고는 알 것 같다는 듯 빙긋) 그러고 보니, 산도. 어젯밤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해.
 
산:밝은 데서 보니까 얼굴이 더 잘 보이잖아. (갸웃) 그래? 어디가?
 
카와자키 요우:밤엔 눈이 빛나 보여서 잠깐 무섭기도 했는데..지금은 전혀 아니야. 그리고.. (두 손으로 산의 양쪽 여우 귀 언저리를 만지작만지작. 중독성있다) 햇빛을 받으니까 더 복실복실해 보이는걸. 따뜻해 보이고
 
산:덕분에 여름에는 좀 더운 편이지. (간지럽...) 카키, 나 배고파~ (당당) 인간들은 아침 안 먹어?
 
카와자키 요우:아, 밥..먹어야지. (열중하던 손이 떨어지고, 대충 머리를 올려 묶으며 방 밖으로 나간다) 으음..산은 못 먹는 거 있어? 아빠가 해두시고 간 반찬이 있긴한데..입맛에 맞으려나. (두 명분의 사람과 요괴의 밥을 그릇에 담고, 반찬과 계란후라이까지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려둔다) 어서 앉아, 산
 
산:(생소한 반찬들을 신기한 듯 구경하며 식탁에 앉는다.) 가리는 건 딱히 없어. 그런데 인간은 도마뱀이나... 풍뎅이 같은 건 안 먹는 거야? (눈을 씻고봐도 찾아볼 수 없는 풍뎅이와 개구리와 잠자리와 도마뱀)
 
카와자키 요우:(도마..잘못 들은 건가? 눈을..아니 귀를 씻고 다시 들어보면 요우의 귀는 아직 말짱하다는 것을 알려주듯 이번엔 풍뎅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먹고싶다면야..산에 가면 있긴할텐데..... (존중하고 싶지만 존중하기 어려운 취향에 일자로 심각해진 눈썹을 만들곤 도리도리) ..먹지않아. 보통은.
 
산:그렇구나~ 인간들은 산에 살지 않아서...! (무언가를 잘못 깨달은 눈... 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오늘은 학교에서 축제를 한다고 했지? 졸업시험이라도 치렀어?
 
카와자키 요우:(뭔가 이상한 대답인 것 같지만? 끄덕끄덕) 졸업시험? 시험이 끝나긴 했는데..졸업시험은 아니야. 애초에 난 올해 입학했는걸. (밥 한숟가락 와앙)
 
산:그래? 이계에서는 졸업시험이 끝나고 축제를 열어서, 여기도 혹시 그런가 했지. (우물우물) 그럼 인계의 축제에서는 뭐를 해?
 
카와자키 요우:신기하다..재밌는 것 같아, 산이 해주는 이계 이야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어져. ..그러니까 꼭 구할 수 있게 도울게. (결의에 찬 두 눈!) 음..보통의 축제랑 비슷한데..규모가 조금 크긴 해. 여러가지 부스들이 있고..아, 불꽃놀이. 그것도 유명하대.
 
산:이계로 놀러 오려고? 쉽진 않을 텐데~ (장난스레 웃으며) 그럼 그때는 내가 은혜를 갚을 차례겠네. 책임지고 이계에서 보호해줄게. 네가 해준 것처럼 다치면 치료해주고~ 우리 집에서 잠도 재워주지 뭐. (흥미롭다는 듯 네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이계의 이야기를 줄줄 읊어봐) 확실히 비슷하네. 우리는 금붕어 뜨기랑, 사격이랑... 노점상도 많이 들어서고, 카키네처럼 불꽃놀이도 화려하게 터뜨려. 아~ 나만 아는 불꽃놀이 명소가 딱 있는데. 인계의 불꽃놀이는 보고 갈 수 있으려나?
 
카와자키 요우:(이계는 많이 먼가 봐..) 그래도..산이 데려가 줄 거지? 이것도 인연이고, 친구가 된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사는 곳이 궁금해졌는걸. (은혜 갚아줄거지? 하고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리곤 네 마지막 말에 눈을 깜빡이더니)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불꽃놀이는 내일이거든! (상기된 목소리가 즐거운 이야기에서 이어져 불쑥 네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내 제 목소리에 놀라 머쓱해진 얼굴이 다시 차분하게 돌아와선) 음..아무튼 이계의 축제..불꽃놀이..보고싶다. 꼭 데려가 주기야. (말과 함께 습관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약속해 달라는 새끼손가락을 산의 앞에 내민다)
 
산:그럼 내가 카키의 첫 요괴 친구야? (뿌듯...) 이계에는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정말 많아. 반딧불이 호수도 예쁘고, 영월호는... 요괴가 많아서 조금 위험하긴 해도, 내가 변장 시켜주면 되니까. 기회가 된다면 이계의 불꽃놀이도 보여주고 싶지만, 이계의 축제는 백 년에 한 번 꼴로 열려서. 다음 축제가 돌아오는 날은 내년 가을 쯤이겠네... 이번에 꼭 방법을 찾아 돌아가야겠어, 너를 데려와야 하니까. (네가 내미는 새끼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건 무슨 의미야?
 
카와자키 요우:응? 이건 그냥..약속할 때 하는 건데.. (저와 똑같이 해보라며 산의 손을 끌어오고, 두 손가락이 엮이도록 건다. 약속한거네- 하고 조금 억지스러운 약속을 하고는 웃으며 다시 자리에 살짝이 앉고) 음..그렇네, 산이 내 첫 요괴 친구야.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해보니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든다. 요괴 친구라니..) 아..그럼 난? 나도 산의 첫 인간 친구야? (마음 한구석 한편으로 쬐끔 기대하며, 머릿속은 벌써부터 내년 가을이 기다려지는 듯 식탁 아래로 두 다리가 교차하며 흔들리고. 이계를 상상해보는 노란 눈동자는 위쪽으로 데록 굴러간다)
 
산:흐응~.. 인간들은 이렇게 약속하는구나. 뭔가 귀엽네. (손을 쥐었다폈다 하다 엮였던 손가락 모양을 만들어서 내려다본다.) 뭐, 그런 셈이지? 난 인간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마저 깨끗히 그릇을 비우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잘먹었습니다~ 이제 슬슬 학교에 가야하지?
 
카와자키 요우:(생각보다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어 학교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잊고 말았다. 얼른 시계를 확인하고는 먹은 것들을 치우며) 아, 산. 어제 모습은 바꿀 수 있다고 했으니 괜찮지만. 아무래도 그 옷은...응, 그 옷도 역시 눈에 띄는 옷이야.
 
산:음... 확실히. 이러고 다니는 인간은 본 적 없는 것 같네. (벽에 걸린 교복을 보고 손가락을 한 번 튕긴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가 입은 옷은 마츠바야시 고등학교의 교복으로 변합니다.
 
귀와 꼬리도 어느새 사라져있네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서 있는 산은
 
생각보다 무척 평범해서,
 
정말 같은 학교 학생 같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놀란 눈을 하고는 박수 짝짝..)
 
산:(제리인사) 인간같지?
 
카와자키 요우:계속 보고 있었는데도..인간이라고 믿을 것 같아..!
(귀가 사라진건 조금 아쉽지만..귀여웠던 여우귀가 사라진 자리를 쓰담담..)
 
산:(뿌듯) 이제 나갈까?
 
카와자키 요우:좋아, 나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제 옷의 매무새를 가다듬곤 마지막으로 가방을 챙긴 후, 가자는 듯 산을 돌아본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학교로 출발합니다.
 
문화제가 열리는 오늘은 주말이지만,
 
축제 준비 위원회인 요우는
 
게으름을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등교하는 내내,
 
산은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산:우왓, 저게 뭐야. (빠르게 지나치는 자동차를 보며 기겁!) 요괴는 처음 본다며?? (배신감 묻은 얼굴...)
 
카와자키 요우:응? 왜? (산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보곤) 어..요괴는 아니긴 해. 자동차라고, 인간들이 타고다니는 음..물건이야. (제법 웃긴 얼굴을 하고있는 산을 보고 웃으며 코끝을 톡 치고는) 그러니까 그런 얼굴 안해도 돼.
 
산:(저게? 물건?) 저렇게 달리다가 다른 인간이랑 부딪히면 어떡하려고...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자동차가 치고 지나갈까봐 걱정하는 듯)
 
카와자키 요우:그것도 괜찮아. 음...물론 그런 사고가 안 일어나는 건 아닌데... (힐끔, 어제의 산이 이런 기분이었나? 어쩐지 변명을 하는 중) 뭐, 인간들끼리 정해놓은 규칙이 있어. 저기 보이는 불빛이 초록색 일 때만 움직이기로. 그러니까 저것만 지키면 아마..부딪힐 일은 없을거야. (산이 불안해 하는 듯 보였는지, 그의 교복 소매를 잡아 제 옆으로 오도록 이끈다) 괜찮아. 내 옆에 있으면 안 다칠테니까.
 
새파란 하늘,
 
여름의 습기가 맨살 위로 달라붙습니다.
 
자전거를 탄 동급생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는 요우를 발견하곤
 
페달을 밟는 속도를 늦춰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낯선 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네요.
 
동급생:카와자키! 어제는 잘 쉬었어? (반가운 기색) 옆에는... (같은 교복 흘끔) 전학생? 아는 애야?
 
카와자키 요우:아, 응..덕분에. 어제는 고마웠어. (마주 반갑게 인사하다 움찔) 음... 음.... 맞아, 응. 전학생. 내 친척인데에 이번에 전학을 우리학교로..왔네? (헤타쿠소거짓말)
 
동급생:친척인데 왜 그렇게 뜸을 들여...? 알겠다, 너희 둘이 사이 나쁘지! (억측) 축제 기간에 전학을 오다니 운이 좋네.
 
카와자키 요우:으음. 그러게, 그치. (어색하게 웃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 그래서..이쪽은... (말을 하다 말고 산을 소개 시켜도 될지, 숨겨야 할지 고민 중)
 
산:우리 사이 나빠? 친구라고 했으면서... (ㅜㅜ) 저쪽은 네 동문이지?
 
동급생:...친구? 동문? (요우랑 산이 번갈아 봄)
 
카와자키 요우:사이 안 나빠!!! 친구같이 지냈어!!!!! 조금 멀리서 살아서, 거기 사투리같은거야!!!!! (학교생활 이래 가장 빠르고 큰 목소리)
(그런거야. 라는 눈빛)
 
동급생:아하, 그렇구나~ (순순히 납득하며 산이한테 손 불쑥!) 잘 지내보자, 전학생!
 
산:(멀뚱히 손 바라보고 있음)
 
카와자키 요우:(혼자 다시 안도하고 있다가, 멀뚱히 손 바라보는 산이 멀뚱히)
..!! (곧장 산의 손을 붙잡아 동급생과 손을 맞잡게하고는 셋이서 같이 붕붕 악수!) 하, 하하아. 반갑다, 그치?
 
산:(잡힌 채 흔들흔들흔들...) 두번째 인간 친구인 건가? (ㅎㅎ)
 
동급생:(삔또 상할 뻔...) 응? 인간?
 
카와자키 요우:(황급히 동급생의 말 중간에 끼어들어)
아, 이러다 지각 해버릴거야. 넌 자전거 타고 있구나? 빨리 갈 수 있겠는걸? 얼른 가! 이따 학교에서 볼까? 그러자. 안녕! (동급생을 재촉하듯 밀며 국어책 읽기 하는 중..)
 
동급생:응..? 아직 그렇게까지 아슬한 시간은 아닌데... (당황스러워 하며 볼 긁적이다) 그럼 먼저 간다? 학교에서 봐~ (슈우웅)
 
동급생은 페달을 밟아
 
앞으로 쭉 미끄러지듯 나아갑니다.
 
산은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산:(이번에는 자전거가 신기한 듯...)
 
아무튼,
 
열심히 조잘거리다 보면 금방 학교가 보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어쩐지 벌써 지쳐있음)
 
아침 일찍부터 몰려드는 인파를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마츠바야시제,
 
흔들리는 깃발 위의 또렷한 여섯 글자가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요괴를 반깁니다.
 
익숙한 관리 부스로 들어가면,
 
축제 위원회장이 다시금 요우에게 위원회 목걸이를 나눠줍니다.
 
축제 첫날 요우의 업무는
 
전체 부스를 돌며 이상이 없나 확인하고,
 
일손이 부족하면 돕는 것입니다.
 
목걸이와 함께 담당 부스가 적힌 차트가 지급됩니다.
 
차트에 기재된 모든 부스를 돌고
 
빈칸에 전부 도장을 받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입니다.
 
축제 위원회장: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와 포크댄스가 시작되니,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얼른 끝내고 돌아와 줘. (요우 어깨 툭툭) 그럼 바쁘게 움직여 보자고~
 
카와자키 요우:(맡겨달라는 듯 끄덕)
 
지금부터 요우는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부스를 돕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카와자키 요우:어디보자...처음 부스는..마술 연구부?
 
마술연구부로 향합니다!
 
마술 연구부의 부스는 벌써 손님맞이를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와
 
가랜드로 화려하게 꾸민 교실은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교실의 좌측에서는 [풍선 아트]가,
 
우측에서는 [마술 공연]이 한창입니다.
 
요우의 목에 걸린 위원회 목걸이를 본 부장이 아는 체합니다.
 
부장:여기! 안 그래도 위원회 측에 사람 좀 보내 달라고 하려 했어.
기왕 온 김에 우리 좀 도와줄래?
 
카와자키 요우:아, 응. 무슨 일을 하면 될까?
 
부장:우선 풍선 아트 부스가 사람이 너무 몰려서 일손이 부족해. 혹시 풍선 아트 해봤어? 안 해봐도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부탁해~!
 
당신의 손에 바람 넣는 기구와 새 풍선이 쥐어집니다.
 
요우의 자리가 마련되자마자,
 
많은 손님이 풍선을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립니다.
 
예쁜 풍선을 만들기 위해선...
 
10번의...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
기준치: 40/20/8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
(이게.........맞나..............?)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허억..
(영차..영차......)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준치: 40/20/8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
(힘냈다..!)
 
혹시 불꽃놀이가 벌써 시작했나요?
 
풍선이 퍼러벙펑펑펑펑 터집니다
 
사람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하네요
 
카와자키 요우:(그래 내가 블랙핑크다)
 
잡는 족족 터지는 풍선에 눈총을 잔뜩 받습니다.
 
특히 저쪽에서...
 
뜨거운 부장의 눈빛이.
 
카와자키 요우:(땀을 닦고는 뿌듯한 얼굴로 마술부 부장에게 엄지척!)
 
산은 풍선이 터질 때마다 놀라는 기색입니다...
 
산:엄청난 소리다...
 
부장:거기 잠깐!!!!!!!!!!!!!! 아무리 처음이라도 너무하잖아, 재료에도 한계가 있다고!!!! (풍선 기구를 뺏어서 산이한테 쥐여줌) 자! 네가 대신 일해!
 
카와자키 요우:아, 잠깐 그 애는..
(이러다 산이 혼날까봐 안절부절)
 
산: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준치: 65/32/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65/32/13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산:
기준치: 65/32/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65/32/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65/32/13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부장:뭐야? 진작 네가 안 하고 뭐했어? 그럭저럭... 잘하네.
 
카와자키 요우:(...............)
 
산:(요우의 눈치를 슥 살피다... 손에 들고 있는 노란 왕관 풍선을 머리에 얹어준다...) 잘... 했지?
 
카와자키 요우:(그저 조금 부끄러워 졌을 뿐...약간 귀가 빨개진 채로 머리에 왕관을 쓰곤 끄덕끄덕..)
 
부장:거기 풍선 만들기에는 영~ 재능 없는 축제 위원회 친구! 네가 할 일이 생겼어~!!
 
카와자키 요우:(완전 부루퉁 얼굴..)(한번 더 그렇게 부르면 옆구리를 꼬집어버려야지)
응..뭔데?
 
부장:조금 이따 신체 절단 마술을 할 건데, 하필이면 조수가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서 못 나오고 있지 뭐야? (빤...)
 
카와자키 요우:응. (마주보고 눈 끔뻑끔뻑)
 
부장:설마? 라는 생각 혹시 안 들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요우는 그대로 신체 절단 마술의 희생양이 됩니다.
 
카와자키 요우:..?
 
부장:기대해주세요!
마술의 클라이맥스,
신체 절단 마술입니다!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요우의 머리에 토끼 귀를 씌워줍니다.
 
카와자키 요우:(이제야 돌아온 정신)
ㅈ,잠깐, 나 아무것도 모르잖-
 
이윽고 요우는 머리만 내놓은 채로
 
상자 안에 갇힙니다.
 
그는 다섯 개의 칼을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요우를 봅니다.
 
대체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건데....
 
카와자키 요우:(대체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건데)
 
카와자키 요우:(눈질끈...!!)
기준치: 40/20/8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이런…
 
교복을 조금 베입니다.
 
카와자키 요우:(내 교복...............)
 
칼이 한 번 박힐 때마다
 
산의 표정은 사색이 됩니다.
 
카와자키 요우:요우의 표정도 사색이 됐지만
(안심시켜 보려는 눈빛을 보내지만...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대로 무서븐 얼굴이 된다..)
위협
기준치: 20/10/4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산은... 구해주고 싶은 듯 하지만
 
요우의 눈치를 보며 가만히 서있네요...
 
한번 더,
 
카와자키 요우:(아직 불안해 보이는 산을 향해 '괜찮아' 하고 소리없이 입모양 뻐끔)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산이한테는 살려줘로 들렸나봐요
 
안절부절 못하며 공연을 지켜보던 산은,
 
결국 무대에 난입해 요우를 데리고 나옵니다…
 
카와자키 요우:어...어..
(방황하는 동공)
 
산:쟤가 널 죽이려고 한 거야??
 
카와자키 요우:아냐..! 그런거 아니야..! 이거 다 가짜야, 봐, 나 멀쩡해.
(최대한 멀쩡해보이는 포즈)
 
부장:내... 내 마술쇼가아아아아아아!!!!!!!!
 
카와자키 요우:(등 뒤로 쎄한 감각....)
(산의 손을 잡고 도망가요)
 
도장 도장 안 받나요
 
카와자키 요우:(유턴해요)
그.....저기...
 
부장:(무시무시한 얼굴로 팔짱 끼고 서있음.)
 
카와자키 요우:(역시 그냥 도망..)
 
도장...
 
카와자키 요우:(할 일은 해야지..! 정신 바짝 차리자 카와자키 요우..!)
(볼을 두어번 챱챱 때리고는 부장의 앞으로)
음. 큰 문제는 없어보이네. 확인했으니 이만..도장 찍고 가볼..게.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부장:뭐어? 내 마술쇼를 망쳐놓고..!!!!!(ㅂㄷㅂㄷ)
 
카와자키 요우:망치..지는 않았지 않을 수 있는게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부장:그게 무슨 소리야?
 
카와자키 요우:(그러게..)
(고개 팍 숙여 사과!!) 아무튼 미안해..!! 그치만 최선을 다 했어..(힐끔..도장판 내밀기..)
 
부장:(씩씩... 분이 가시지 않는 얼굴이지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는 조금 누그러진 듯...) 네 친구는 사과 안 한대? (째릿)
 
카와자키 요우:얘는 내가 억지로 끌고 온 애라..! 위원회도 아닌걸. 그냥 내가 걱정 된거야, 그러니까..내가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부장
 
부장:흥, 넌 얘 때문에 봐주는 줄 알아! (비둘기 도장 꾸욱)
 
카와자키 요우:(밝아지는 얼굴) 고마워, 수고해!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카와자키 요우:음..음..다음은 요리부..?
(벌써 불안해짐)
 
요우와 산은 마술 연구부를 떠나 요리부로 이동합니다.
 
요리부의 부스는 일일카페입니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하나둘씩 모이고 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요리부 사람들이
 
요우를 보자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살았다, 싶은 표정이네요.
 
카와자키 요우:?
 
뺨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요리부 부장이 요우를 반깁니다.
 
카와자키 요우:(아, 아니야 그러지마)
 
부장:와아, 마침 잘 왔어요..! (몹시 반가운 기색!!) 서빙 인력이 부족해서요,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카와자키 요우:으, 응..!
(얼른 앞치마를 두르곤) 뭐부터 하면 될까..?
 
부장:저쪽 테이블 세 개가 방금 막 오신 손님들이거든요. 저쪽에 서빙 부탁드려요!
 
자, 테이블 1, 2, 3에 서빙을 합시다.
 
어느 곳부터 할까요?
 
카와자키 요우:테이블 1로 호다닥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주문은 커피였네요.
 
요우가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그 사람은 한 모금 마시더니
 
한껏 더 쓸쓸한 표정을 짓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어..마, 맛있게 드세요..!
 
손님:하......................................(발목을 잡는 한숨소리)
 
카와자키 요우:........................................
손님, 혹시..불편하신 거라도..?
 
손님:커피가 흙처럼 써요... (감성에 젖은 눈빛)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면 먹을 만할 것 같은데....
 
카와자키 요우:....................아마..아닐텐데.....
그, 아, 설탕이라도. 가져다 드려요? (최선을 다한 회피)
 
손님:하아.................................................................(땅 꺼져라...)
 
카와자키 요우:.............................
(마술부처럼 망칠 수는 없는데........)
하아...(두눈을 질 끈 감고는)
오...
오이시쿠 나레..~
 
손님:이왕이면 오이시쿠 나~레~로 해주시겠어요?
 
카와자키 요우:(원망의 눈빛...!!!!)
오,,,,,,,오,,,,,,,,,,,,,,,
오 이 시 쿠. 나아~래애~.
(앞치마 찢어질 듯 꽈악..)
 
그제서야 손님은
 
흡족한 표정으로 커피를 마십니다...
 
다음 테이블로 갈까요?
 
카와자키 요우:(터덜터덜..2번 테이블로..)
 
주문은 케이크입니다.
 
받자마자 왁팍팍팍 한 접시를 비운 주문자는,
 
갑자기 비굴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묻습니다.
 
손님:아~~~ 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네.
조금만 깎아주면 안 되나?
 
카와자키 요우:??
(매우 무슨 말이냐는 얼굴)
 
손님:아 거~ 학생들이 하는 건데 너무 비싸~~
조금만 깎아줘요~ 네?
 
카와자키 요우:아..그런데 저는 그냥 돕는 중이라. 그럼 여기 애들한테 물어볼게요.
(방긋)
저기..부장?
 
부장:네에~..?
 
카와자키 요우:여기 손님께서 '학생' 들이 하는 카페에서 돈을 내시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안되신다는데.. 부장이 어른스럽게 이 '어른'분을 도와주시는 건 어때? 조금 깎아드려도 될까?
(비꼬는 의도 전혀 없이 사실적 전달을 했을 뿐인 요우)
 
부장:음~.. 곤란해요~ 어른이시니까 교무실의 어른들에게 맡겨볼까요?
 
두사람이 얄짤 없이 나온다면
 
주문자는 그대로 도망을 시도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나 그녀는 검도부입니다...
 
산:워어~
 
카와자키 요우:(검도부의 머찜)
 
더럽고 치사한 어른은 요우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부원들에게 양도됩니다...
 
카와자키 요우:이러시면 안되죠..드셨잖아요..
(경멸의 눈빛)
 
사건이 정리되면...
 
마지막 테이블이 남았습니다.
 
카와자키 요우:(망설이는 걸음으로..마지막 테이블..!)
 
두 명의 초등학생이
 
광고지를 들고 발을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귀여워라)
 
초등학생:여기에 메이드언니는 없나요?
 
카와자키 요우:음..?
 
초등학생:메이드언니 카페라고 해서 온 건데....
 
카와자키 요우:으응..?
메이드언니..카페..?
(요리조리 도움의 요청 눈길)
 
초등학생:언니는 메이드 언니 아니에요? 베리베리 무우무우에서 봤는데... 메이드 언니...
 
카와자키 요우:(유해매체로 지정해)
 
초등학생:메이드언니가 없으면 공주님이 될 수 없어요! (울망)
 
카와자키 요우:어..언니가 메이드언니야..! (짜잔..?)
 
초등학생:메이드 언니는 그런 옷 안 입는데...... (힐끔.)
 
카와자키 요우:...............................
 
아이의 꿈과 희망을 외면할 건가요?
 
카와자키 요우:.............조금만....기다려줄래....?
 
초등학생:(화아아) 네..!!
 
카와자키 요우:(지나가는 부원을 붙잡고....) .............옷 좀..줄래..?
 
학생:설마...?
 
카와자키 요우:................................
(죽은 눈)
 
학생:부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줄 줄 몰랐어.. (감동 받은 눈)
 
카와자키 요우:(나도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
 
학생:(옷 내밈..)
 
카와자키 요우:(아리가또...아니 사실 안아리가또..)
(부시럭부시럭 옷을 입고 다시 테이블로............)
.............안녕!
 
귀여운 메이드복^^을 챙겨서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로 돌아가면
 
산이가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산:동물중에 여우가 제일 좋대. (뿌듯)
근데 요우... 불편해 보이는 걸 입었네.
 
카와자키 요우:(산이가 봤다는 사실에 순식간에 빨개지는 얼굴...)
 
초등학생:메이드 언니!! (벌떡)
 
카와자키 요우:으, 응..!
 
초등학생:저도 이제 공주님이에요? (반짝 반짝)
 
카와자키 요우:(...)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선) 응. 엄청엄청 예쁜 공주님이야. 근데...언니가 비밀 하나 말해줄까?
 
초등학생:먼데여? (끔벅)
 
카와자키 요우:(애기 귀에 소근소근) 사실...메이드 언니가 없어도 처음 봤을 때부터 공주님은 엄청엄청 예쁜 공주님이었어..!
 
초등학생:(허어어어어)(폭 안김)
 
카와자키 요우:으앗...! (당황해서 안긴채로 멈췄다가..삐그덕 움직여 토닥토닥)
 
무사히 서빙이 끝나면
 
부장이 안쓰러운 눈으로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꾹, 케이크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수고했다는 말을 뒤로 한 채
 
카와자키 요우:....................
 
요우와 산은 요리부를 떠나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카와자키 요우:(꼭,,,소금 뿌려........부장 손 꼬옥..)
 
부장:(요우 손 꼬옥...) 정말 수고 했어요... (쿠키 몇 개 싸줌)
 
카와자키 요우:와아..!
(쿠키 뇸념)
(산이 입에도 쏙쏙)
 
산:(뇸념)
(약과보다 맛있다)
 
카와자키 요우:(잘 먹는거 같아서 왠지 뿌듯)
(산이 쓰다듬으면서 힐링하기..복실복실..)
이제...반을 한건가..
계속 가자, 이번엔 미술부네.
 
문화제의 꽃,
 
귀신의 집은 바로 미술부의 담당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어쨰서)
 
특히 올해 귀신의 집은 폐쇄 병동 컨셉으로,
 
리얼한 분장과 퀄리티 높은 세트로
 
축제 시작 전부터 주목받던 부스입니다.
 
아직 개장하지 않아 사람이 없습니다.
 
붕대를 둘둘 감은 부장이 나와 요우에게 말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부장:밝을 때 시작하면 안 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거든요. 해가 지면 개장이에요. ( 후후...)
준비는 다 끝났는데.... 아, 그 전에 테스트 팀이 되어주시겠어요?
 
카와자키 요우:준비...완벽할 것 같은데..?
(음. 엄지척!)
 
부장:nonono. 이런 건 제 삼자가 객관적으로 봐줘야 하는 거라구요.
 
카와자키 요우:(오늘 참........하루가 기네..........)
으응...
산은? 밖에서 기다릴래? 무서울지도.....몰라.....
 
부장:(자연스럽게 산이와 요우의 손목을 묶어줌) 둘이서 한 페어랍니다! 두분 다! 참여하셔야 하는거 아시죠?
묶어주는 이유는~ 한 명이 너무 무서워서 버리고 도망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예요!
 
카와자키 요우:뭐?
하, 하지만 산이는..
 
산:(끔벅)
 
카와자키 요우:하아...산, 미안해. 나랑 저기 잠깐 들어갔다가 나올래?
근데...좀 무서울지도 몰라. 이것저것 귀신들이 튀어나올게 뻔....하니까.....(귀신의 집 힐끔)
 
산:귀신? 인간이 죽어서 되는 그거? (갸웃)
 
카와자키 요우:그런거지..?
일단은 애들이 준비한거니까. 이것도 다 가짜지만.
 
부장:시작 전에 잠깐!
 
부장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
 
두 사람을 귀신의 집앞에 세워둔 채
 
찰칵, 찍어줍니다.
 
카와자키 요우:
외모
기준치: 50/25/10
굴림: 195765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외모
기준치: 50/25/10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마지막 한 번
 
기회를 준다
 
카와자키 요우:(상냥해...)
외모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성공~!
 
카와자키 요우:왕!!)
 
손몪이 묶인 엉성한 포즈이지만
 
제법 잘 나왔네요.
 
카메라는 금방 사진을 뱉고,
 
부장이 몇 번 팔랑거리자 완성됩니다.
 
산:이 그림은 뭐야? (신기한듯 뚫어져라...) 이렇게 빨리 너랑 나를 그릴 수 있단 말이야? 대단한 능력잔데~
 
카와자키 요우:(신기해하는 산이를 보는 것도 매번 재밌다) 신기하지? 그럼 이건..산한테 줄게. 여길 추억할 만한 물건도 있어야지.
그리고 이거면..내 얼굴도 안 까먹을거야. 그치?
 
산:우와, 그림을 선물받은 건 처음이야. (기웃..기웃 자꾸 사진을 바라보다 품 속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이런 게 없어도 네 얼굴만은 절대 안 잊혀질 걸. 카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어?
 
카와자키 요우:(하지만 다음에 보게 되는건 일년이나 후 라고 안했던가? 요괴들은 기억력이 좋은가봐) 그래도, 오래오래 지나버리면 잊을지도 모르잖아.
인간들은 너무 오래 지나버리면..잊어버릴 수도 있거든.
 
산:그래, 고작 일 년밖에 안 되는데 뭐~... 아, 인간들은 수명이 짧던가? 일 년은 고작이 아니겠구나.. (입을 꾹 다물었다가) 그럼 카키는 내 얼굴 어떻게 기억할 거야?
 
카와자키 요우:나? 어.....음... 난.........
(생각 못한 듯, 고민하다 곧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
산, 이쪽으로 와봐. 내 옆으로
 
산:응? (다가가봄)
 
카와자키 요우:여기 보고, 자, 브이-
(꺼내든 폰을 위로 올려세우고 셀카 모드)
 
산:(요우 보고 어설프게 따라함)
 
카와자키 요우:(그대로 찰칵..한장 찍어보는데 어쩐지 주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두 갸루피스를 하고있다)
oO(요즘은...저렇게 브이를 하나봐...)
산, 이렇게도 해볼래?
(갸루피-쓰^^)
 
산:(갸루피-쓰^^^)
 
카와자키 요우:(찰칵☆)
 
산:(깜빡)
 
카와자키 요우:아, 맞아. 귀신의 집..
 
부장:(훈훈하게 지켜보던 중)
 
카와자키 요우:이, 이제 가면 될까?
(얼른 폰 집어넣음)
 
부장:잘 다녀와~ (손 흔들)
 
두 사람은 귀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발을 들이자마자 싸한 소독약 냄새가 퍼집니다.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네요.
 
무시무시한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까지,
 
제법 잘 만든 세트장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왜 이렇게 본격적이야?!)
9
 
침대 위에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수상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산:아픈 사람인가?! (힐끔)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야?
 
카와자키 요우:아, 그..그냥 지나가도 괜찮아.
 
산:하지만 친구가 아픈데...
 
카와자키 요우:그런게 아닌....
(아닌가? 테스트니까.....가줘야 하는걸까?)
 
환자복을 입은 귀신:우어...우어어어...
 
산:아파서 이상한 소리도 내는데
 
카와자키 요우:(...............)
으, 응. 저기로 가보자
 
산:(얼른 다가감!) 괜찮아? 어디 다친 거야?
 
환자복을 입은 귀신:우어..? 으어....
으어어... (나... 안무서워?.. 요우 봄)
 
카와자키 요우:(아...앗..)(눈치눈치..)
으,으아아아아아악.
 
산:(깜짝이야) 왜, 왜그래 카키?
 
카와자키 요우:(자꾸만...얼굴이..화끈해진다..)
으,으악..! 너무 무서워. 이게뭐야? 산, 얼른 도망가자. 이거 친구아니야..!
(국어책읽기)
 
산:응? 아니, 아픈 것 같은데 입구까지 데려다주는게...
 
카와자키 요우:(소근소근...!) 아냐, 다 가짜라..아프지 않으니까..으악! 하고 무서워 한 다음에 도망가면 돼..!
그럼 저 친구도 좋아할거야.
 
산:(얼레벌레 뒤돌아보며 요우 따라감...)
 
카와자키 요우:1
 
누군가가 요우의 발목을 움켜쥡니다.
 
벗어나려 해도 워낙 강한 힘으로 잡아당겨 벗어나기 힘듭니다.
 
어떡해!
 
카와자키 요우:아, 악!! 뭐, 뭐야...!
이제 그만해도 돼..! 테스트. 테스트하러 왔어!!
안놓으면..이제 발로 차버릴거야...!
 
놀래킨 것에 만족한 손은
 
이내 스르륵... 풀리려다
 
다시 잡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
 
이렇게 세게 찰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됐다
 
카와자키 요우:(안타깝게도 상대는 검도부)
 
카와자키 요우:미....미안해 너무 놀라서...(소곤..!)
9
 
카와자키 요우:1
 
카와자키 요우:9
 
카와자키 요우:2
 
휴..
 
산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묶인 손목 때문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선
 
요우도 달려야 합니다.
 
카와자키 요우:어, 어? 산??
왜그래..!
 
산:어...? (우뚝...)
...그러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어.
 
카와자키 요우:(갸우뚱..)
 
산:(어딘가 얼빠진 표정...)
 
카와자키 요우:산, 어디 안좋은거 아냐?
그냥 나가는 게 낫겠어.
 
산:아니, 아니. 멀쩡한데...
이게 홀렸다는 건가?
 
카와자키 요우:(산의 이마에 손 대보기..)
응?
홀..려..?
 
산:귀신은 정말 있는 거야?
 
카와자키 요우:.....산, 장난..치는거야..?
산이 하니까 꽤 리얼하네..(어색한 웃음..)
 
산:하지만, 인간들은 대부분 카키처럼 요괴가 없다고 생각하잖아? 근데 있으니까~
그럼 귀신도 있는거 아니야?
 
카와자키 요우:하지만...그걸 지금 알고 싶진 않았는데....
이, 일단 가자..!
여긴 대체 얼마나 긴거야..?
 
카와자키 요우:12
 
쿵!
 
갑자기 위에서부터 인체 모형이 떨어집니다.
 
카와자키 요우:흐약!!!!
 
산:우왁!!!! (놀라서 귀 꼬리 퐁!)
 
카와자키 요우:ㅅ..ㅏ아아안!!!!!!!!!!!!! (놀래서 산이한테 갔다가 더 놀라서 얼른 품에 산이 머리 집어넣음)
 
산:우악!!!!(푹)
 
카와자키 요우:어..어쩌지? 산, 어떡해?? 꼬리, 꼬리도!!! 어떡해!! 복실복실해!!!!!!!! (패닉)
 
산:이건 갑자기 놀, 놀라서!! (질겁하며 인체 모형 힐끗힐끗 봄) 인간의 시체가 튀어나오니까!
 
카와자키 요우:시체 아니야!!! 괜찮아 가짜야!! 얼른 진정해봐, 응??? (제일 진정못하는중)
 
산:인간들은 왜 저런 가짜를 만드는 거야?! 동족을 반 갈라놨... 잔인해!! 이상해!!! 이해할 수 없어!!!!
 
카와자키 요우:여기가 그러라고 있는 곳이라서!!!!!! (발동동) 산, 혹시 여길 찍고 있거나 누가 들어올 수도 있어. 응? 잡혀가게 둘 수 없단말이야..!!
(품에 있던 산을 꺼내 양 볼을 감싸곤 저를 쳐다보게 한다. 진정하라고 볼 꼬집꼬집!)
괜찮아, 산!
 
산:아야, 아야야. (네 눈을 들여다보며 점점 진정을 하는 듯 싶더니 귀와 꼬리를 갈무리 한다...) 으...징그러. (눈을 가늘게 뜨고 인체모형을 슬슬슬 지나감...) 먹을 것도 아닌데 속까지 알고싶지 않았다고.
 
마지막으로
 
카와자키 요우:4
 
으스스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귓가에 계속 메아리칩니다.
 
잠깐, 이거 녹음되었다기엔 너무 현실감 넘칩니다!
 
카와자키 요우:...........
너네 이거 재능낭비야!!!!
 
산:(귀신의 존재를 믿을 준비가 된듯...)
 
카와자키 요우:(모른다 부정할테다)
하아..저기..끝이 보이는 거 같아...얼른 가자, 산..
 
저 앞에 드디어 빛이 보입니다.
 
두 사람이 귀신의 집을 완주하면
 
부장이 노트와 펜을 든 채
 
싱글벙글 웃으며 맞이합니다.
 
부장:어떤가요? 후기를 들려주세요.
개선할 점도 말씀해주시면 개장 전에 참고할게요!
 
카와자키 요우:......구급차 준비..
 
부장:헉...! 그 정도로 무서웠단 말인가요?! (반짝반짝)
 
카와자키 요우:그...발목 잡는 친구..무사한지 확인해....
 
부장:네? (당황..) 무슨 일이...
 
카와자키 요우:.......
(도장판 스윾)
 
부장:일단... 수고하셨어요. 그래도 즐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단순)
 
후기를 들은 부장은 도장을 꺼내 요우와 산의 손등에 찍어줍니다
 
부장:완주하신 분들께 기념으로 도장을 찍어드리고 있어요.
 
귀여운 꼬마 유령 모양의 도장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이건..귀엽네..)
 
이어서 부장은 빈 차트에도 도장을 꾹 찍어줍니다.
 
수고했다는 말을 뒤로 한 채
 
요우와 산은 미술부를 떠나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소강당에서는 연극부의 연극 준비가 한창입니다.
 
앞으로 약 30분 후,
 
본 공연이 시작 된다는군요.
 
부장이 요우를 발견하자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카와자키 요우:(긴장..!)
 
부장:마침 잘 왔어.
세트 몇 개를 무대 뒤로 옮겨놔야 했는데, 후배 몇이 깜빡했지 뭐야.
지금 도와줄래?
 
카와자키 요우:(지금까지 중에 최고로 무난..! 힘차게 끄덕인다)
알았어 뭘 옮기면 돼?
 
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옮겨지다 만 무대 세트가 보입니다.
 
무거운 짐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네요.
 
이를 돕는다면
 
카와자키 요우: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리 없이 다른 연극부원들과 함께
 
무거운 세트를 실어 나릅니다.
 
카와자키 요우:(끄뉵!)
 
그때,
 
몇몇 학생들이 천장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릅니다.
 
무대용 조명장치 하나가
 
요우가 있는 방향으로 추락합니다.
 
요우는 문득 데자뷰를 느낍니다.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피한다면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요우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합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치가 박살 납니다.
 
카와자키 요우:읏... (어제의 일이 겹쳐 보이며 무의식적으로 장치를 관리하는 쪽을 바라본다)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고의성이 깃든 일이 아닌가 싶지만
 
무대의 조명장치는 천장에 달려있었는 걸요.
 
카와자키 요우:...
(생각이 너무 과한 거겠지.)
 
산:(요란한 소리에 놀랐는지 얼른 네 곁으로 다가오며) 카키, 괜찮아??
 
카와자키 요우:...응. 괜찮아. 피했는걸.
(놀란 산이 머리 토닥토닥 쓰담으며 조명이 떨어진 자리를 빠안)
 
산:거기 뭐라도 있어? (덩달아 박살난 조명을 빠안 바라본다...)
 
카와자키 요우:그냥..요즘 운이 나쁘네,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
 
산: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거야? (미간을 찌푸리며) 운이 나쁜 정도가 아닌데... 하마터면 크게 다칠 뻔 했잖아.
 
카와자키 요우:(도리도리) 아냐, 어제랑 오늘 한번씩 이었는걸. 둘 다 피했으니 다치지도...아, 그럼 운이 좋았던걸까? (눈을 깜빡이곤 괜찮다며 구겨진 산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산:(흠...) 운의 문제인가? 쿠라마 할멈한테 물어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조명이 떨어진 위치도 한번 올려다본다.)
 
주변에 있던 연극부원들의 시선이 쏠린 채입니다.
 
부장:괜찮아? 보건실로 가지 않아도 되겠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온 부장이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부주의가 원인이라며 자책하다가,
 
문득 혼잣말로 툭 말합니다.
 
부장:이상하네, 어제 점검했을 땐 튼튼했는데.
 
그 말은 꼭,
 
누군가가 요우를 해치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카와자키 요우:(...생각이..과한거..)
(또 한번 드는 찝찝한 기분에 이번엔 저가 미간을 찌푸린다)
 
부장:아무튼, 많이 놀랐을 테니 조금 쉬었다 가.
저것만 치우면 바로 리허설에 들어갈 건데, 보고 가지 않을래?
 
카와자키 요우:아..좋아. 재밌겠다. 산, 구경하고 가지 않을래? (휙 올려다보며)
 
산:(끄덕) 어차피 여기가 마지막이라며? 보고 돌아가면 되겠네.
 
부장은 강당에 마련된 자리를 가리킵니다.
 
요우와 산이 자리에 가 앉자,
 
강당의 불이 꺼지고
 
연극이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네 그루의 신목에 대한 내용입니다.
 
평평한 세계에서 두 그루의 신목을 수호하던 신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에 신목은 두 그루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뒤집힌 세계에는 또 다른 두 그루의 신목과
 
그를 지키는 무녀가 있었습니다.
 
무녀 역시 세상에 신목은 두 그루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요!
 
신목은 세계를 잇는 출입구였습니다.
 
운명의 문이 열리고,
 
평평한 세계의 신관과 뒤집힌 세계의 무녀는
 
서로를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은 신목 아래에서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평평한 세계에 멸망이 찾아왔기 때문이죠.
 
신관은 사랑하는 무녀가 있는 곳으로 멸망이 건너가지 못하게
 
수호하던 신목을 불태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무녀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있을까요.
 
그저 찾아오지 않는 신관과
 
열리지 않는 신목을 원망하며
 
기다리는 수밖에요.
 
수천 번 해가 뜨고
 
수천 번 달이 떠도 오지 않는 사람을,
 
그는 아직도 기다린다고 합니다....
 
.
 
.
 
.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켜집니다.
 
산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신중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와아.. (암것도 모르고 박수 짝짝짝)
 
부장:어땠어? 괜찮았니?
 
카와자키 요우:다들 멋졌어. 준비 많이했구나
 
부장:그럼! 다들 반년간 얼마나 힘냈는데. (뿌듯) 이 근방에 떠도는 전설을 각색해본 건데, 재미있었다면 다행이다~
 
부장이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꾹, 나무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수고했다는 말을 뒤로 한 채 요우와 산은 강당을 떠납니다.
 
카와자키 요우:재밌었다. 다들 좋아하겠어. (산도 좋아해 줬을까? 싶어 돌아보며) 산은? 어때, 재밌었어?
 
산:학생들이 되게 잘 만들었더라. (강당을 돌아보며) 그런데... 인계에도 저런 전설이 있구나. 좀 놀랐어, 이계에도 같은 내용의 전설이 있거든.
 
카와자키 요우:정말? (놀란 눈이 커다래진다. 그리곤 아래로 데굴 굴러가 생각에 빠지더니) 어쩌면..그저 전설이 아닌걸까..
 
산:뭐, 언젠가의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 어느 정도는. 왜냐면 아직 멸망한 세계는 없으니까~.. (으쓱) 적어도 다른 세계의 일이려나?
 
축제 위원회장에게 돌아갈까요?
 
카와자키 요우:그렇구나..(다른 세계? 또 다른 곳이 있는 걸까. 궁금한 게 또 쌓인다) 아, 도장은 이제 다 받으니까 돌아가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은데..
 
담당 부스를 전부 돌고 나면,
 
어느덧 하늘은 어둑어둑합니다.
 
도장이 전부 찍힌 차트를 받은 축제 위원회장이
 
요우의 등을 두드려줍니다.
 
축제 위원회장:하루종일 수고했어~
 
라는 말과 함께요.
 
이대로 오늘의 일이 끝나나 싶었는데,
 
아직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군요.
 
카와자키 요우:방금..하루종일 수고했다고..
 
축제 위원회장:힘들 텐데 미안~ (ㅎㅎ)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어서,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대신 좀 확인해주지 않을래?
 
카와자키 요우:어..뒷산?
(마침 좋은 기회..!) 응, 알겠어. 음..따로 인상착의는?
 
축제 위원회장:없어. 애초에 대체 누가 들어갔는지 모르니까~ 가서 한번 확인해보고 알려줘!
 
카와자키 요우:(끄덕끄덕) 그럼 다녀올게..! 가자, 산. 지금이 기회야..!
 
산:뒷산에 외부인이면, 같이 온 사자일 수도 있어. ( 뻐근한 듯 기지개를 쭈욱 피곤) 뭐, 그게 아니어도 해가 진 뒤의 산은 위험하니까, 같이 가줘야겠네~..
 
마츠바야시고의 뒷산은 작고 고도가 낮지만,
 
관리되지 않아 수풀과 나무가 무성합니다.
 
이사장이 관리비를 빼돌렸다는 뒷말도 돌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뒷산에 ‘신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성한, 혹은 저주받은 나무가 존재하는 산에
 
괜스레 손을 댔다간 저주받을지도 모른다고,
 
요우 역시 동네의 몇몇 어른들이 수군대는 걸 듣지않았나요?
 
실제로, 신목 근처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은 산에 접근하는 걸 꺼렸습니다.
 
산은 산 입구에 진입하자,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산:외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네~
 
라는 말과 함께요.
 
올라가는 모습이 굉장히 익숙합니다.
 
그는 마치 오랜 세월 산에서 지낸 것처럼,
 
평지를 걷듯 무난하게 위로 향합니다.
 
요우가 주춤대면,
 
손을 뻗어 도와주는 여유까지 보입니다.
 
여긴 요우의 학교 뒷산인데,
 
산이 이끌다니....
 
그런 산을 뒤따라 걷다 보면,
 
우뚝 선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높이 뻗고,
 
굵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분명히 신목입니다.
 
그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와아..
 
산은 새끼줄을 걷으며 신목 앞으로 다가갑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거친 나무의 표면에 가져다 대고,
 
한참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몇 분 후,
 
산은 신목 앞을 떠나 다시 요우에게로 돌아옵니다.
 
카와자키 요우:(뭔가 알아냈을까..? 괜히 긴장한 얼굴)
 
산:왜 그렇게 굳어있어? 아, 외부인은 두 번째 신목 밑이야~.. (손을 툭툭 털며) 여기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겠네. 아쉽게도 같이 온 사자 일행은 아닌 것 같지만...
 
카와자키 요우:일행이 아니라고..? (정말 수상한 인물이었잖아..!) 얼른 가봐야겠다. 산, 데려가줄래?
 
산:워~.. 그렇게 위험한 인물은 아닌 것 같으니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산에서 서두르다가 다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애초에 그랬다면 신목이 경고해줬을 거야. (거대한 나무를 한번 올려다본다.) 신목은 본 적 있어, 카키?
 
카와자키 요우:(그래..? 조금 안심하곤 그제야 다시 신목을 올려다본다) 그러고보니..처음인 것 같아..이야기만 들었지. (가지를 따라 시선을 옮기며 한참바라보고) 그런데..신목이 알려줘? 산은 신목의 소리가 들리는거야?
 
산:산에서 원하는 게 있을 때는 신목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해. 신목은 산의 주인이라 모르는 게 없거든~.. (울창한 가지를 정어린 손길로 쓰다듬는다.) 나는 신목의 수호자이자 신목의 오랜 친구야. 신목은 인계와 이계를 잇는 문이지만... 열기 위해서는 제법 복잡한 조건이 필요하거든. 조건과 제한 없이 신목의 문을 개방하는 게 내 능력이고, 덕분에 이번 파견의 사자로도 채택 된 거지.
 
카와자키 요우:(산이 모습을 바꾼 뒤로 조금 무뎌져 있던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듯 했다. 산이 들려주는 또 다른 신비로운 이야기에 시선은 어느새 신목에서 옮겨와 산을 바라다보고는) 내 첫 요괴 친구는 대단한 요괴였네. (빙글 미소 지으며 네가 하는 모습을 따라 손 끝을 신목을 향해 뻗어본다) 이게..문이었구나..
 
산:안 그래도 내 모습 보고 신목이 웃더라~ 인간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더니 아예 인간이 되어버린 거냐고. (장난스레 쓰다듬던 신목을 한번 툭 치더니, 등을 돌린다.) 가자, 카키! 8시에는 또 다른 행사를 한다며? 우리도 얼른 일을 마치고 구경 가야지.
 
카와자키 요우:(산과 함께 등을 돌려 돌아가려던 순간,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신목으로 다가간다. 손이 조심스럽게 나무 위를 덮고, 무언가를 바라는 듯 눈을 꼭 감은 채 이마를 기대고 나면) 내년에..잘 부탁할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신목을 향하고, 그러고 나서야 만족한듯 다시 산의 뒤를 쫓아 발걸음을 옮겼다)
 
산:(인간이 신목과 교감하는 듯한 모습을 몇 걸음 뒤에서 생소한 듯 지켜 보다, 무언가를 물을까 망설이지만 결국 입을 다문다. 산을 내려가는 묵묵한 걸음걸음마다 작고 편안한 방울 소리가 울려퍼진다.) 뭔가 옛날 생각이 나네~.. (머리를 깍지 낀 손으로 받친 채 어느 오래된 시간을 회상하듯 작게 웃고는) 선생과 자주 이렇게 산을 내려갔었는데.
 
카와자키 요우:(어딘가 익숙한 방울 소리와 바람이 지나 고요하게 흔들리는 숲의 소리,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여우의 자박거리는 발걸음 소리까지 어우러져 기분 좋은 산책을 하는 것만 같다) 선생? 산의 선생님이야? 이계에도 있다고 했지..학교 같은거. 산은 어떤 학생이었는데?
 
산:음~.. 아마 나는 꽤나 귀찮은 학생이었을 거야. 말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무엇보다 선생과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상념을 늘어놓을수록 피식, 바람 섞인 웃음이 새어나온다.) 생각해보면 선생은 태생이 인간이라, 햇수로는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였을 텐데... 그땐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이제와서야 생각하지, 인간은 대단하구나~ 하고.
 
카와자키 요우:(꽤나 의외의 대답이라 생각한 것이 표정에서 드러나는 중이다) 어쩐지..상상하기 어려운데, 그래도 귀여웠을 것 같아. 어릴 적 산도, 지금의 산도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표정에 비치는 감정이 애정을 담은 것 같아 덩달아 따뜻한 웃음이 지어진다) 어라? 그런데, 이계의 선생님이 인간이었어? 어떻게?
 
산:안타깝게도 그래~ 차라리 눈 앞에 있으면 그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없으니까 더 어렵네. (가벼운 웃음 사이에 섞인 체념을 애써 갈무리하고) 선생은 이계에서 큰 전쟁이 끝날 무렵 신목이 데려온 인간이었거든. 당시 이계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돌아갈 생각은 커녕 학교를 재건하고, 전쟁 고아들을 보살피느라 바빴어. 하여간 정이 많은 인간이지.
그래서 그런가... (뒤를 돌아 요우를 마주 바라본다. 어딘가 응어리 진 시선으로, 자신의 세계에 없는 무언가를 꿋꿋하게 찾듯이.) 너를 보면 선생 생각이 나.
 
카와자키 요우:(산의 분위기와 말이 어렴풋 짐작 할 수 있게 한다. 아마도, 인간이었다던 그 선생님은 이젠 볼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신 게 아닐까) ..역시 선생님의 제자구나, 산. 그 선생님도 대단하신.. (말을 끝내지 못한 채 돌아보는 너와 마주하면, 이 숲과 닮아있는 녹색의 눈이 있다. 그 눈동자에 담긴 깊고 짙은 감정이 자신을 바라보니, 잔잔했던 마음에 물결이 치는 것 같다. 어째서 이러한 울렁임이 도는 건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괜한 말을 해 산을 슬프게 만든거라 생각해 저도 모르게 입술을 달싹인다)
...미안해.
 
산:(예상하지 못한 대답의 뜻을 헤아려보다,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냥~.. 그냥. 너를 보면 이유 없이 반갑고, 한번 더 눈이 가고... 흐렸던 기억이 선명해져. 그건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보고싶은 거야. 밑도 끝도없이.
그러니까~... ...네가 그 사람이 아닌 것에 미안할 필요 없어. (네 머리를 부드럽게 흐트러뜨리곤, 품 속에서 맑은 소리를 내는 방울 꾸러미를 꺼내, 네 눈에 비춰본다.) 나는 너랑 함께하는 시간도 충분히 즐거워, 카키. 또 수백 년이 지나면, 방울이 들려주는 이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겠지. 그렇게 당연한 거야.
 
카와자키 요우:(갈래로 흔들리는 머리칼의 끝이 제 코와 뺨을 건드린다. 간지럽고도 따끔한 그 감각이 오늘따라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지금 가슴 한편을 찌르는 이 느낌과 비슷하기 때문일까. 이어 사과하는 자신을 달래주는 저 손길까지도 참 다정하고 외로워보여 더욱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보답하듯 손을 뻗어 네 하얀 머리칼 위를 툭 덮어 감싸고는)
..그냥 아니야.. 이유가 없는 게 아니라...많이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래. 흐려지는게 슬퍼서 그래.
산, 우리..아까 그 사진 더 찍으러 가자. 흐려지지 않게, 많이 남겨 놓자. (그것으로 네가 수백 년을 안고 갈 그리움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기를 바라며 살풋 웃어보였다)
 
산:(너는 모를 것이다. 그리움을 삼킨 세월이 얼마나 길었는지.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얼마나 지쳤고, 그만큼 무뎌졌는지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제 마음을 이해하고, 남은 시간을 우려하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는 것이 이상했다. 방울이 공명하면, 네 목에 걸린 하나의 방울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미약한 생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리, 인연이 대물림 되는 소리. 다시 듣는 날을 기대했던... 그리운 소리가 울린다. 이제는 없다.)
흐려지지 않게, 그 방울을 잘 간직해줘. 요우.
 
하늘은 점점 어둑해집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두 번째 신목 밑에는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있습니다.
 
요우와 산을 발견한 아이들은 울먹이다,
 
두 사람의 방향으로 달려와 안긴 채
 
목 놓아 울어 버리네요.
 
카와자키 요우:아..
아이들 이었나봐..
(아이의 앞에 앉아 눈물을 훔쳐주곤 괜찮다 말하며 토닥토닥)
 
초등학생:(훌쩍...훌쩍) 숨바꼭질...! 했는데 길을 잃어서..!! (히끅) 나무밖에 없고오...!!!!! (흐아아앙)
 
카와자키 요우:(안절부절) 걱정 마, 어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줄게. 아, 부모님한테도..! 금방 오실거야. 응? 뚝 그치고..같이 가면 괜찮아 (무한 토닥토닥토닥)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요우와 산은 산에서 내려갑니다.
 
여기서 요우,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갑작스레 발밑이 푹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저항할 수 없는 압력에 의해
 
요우의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무릎은 쓸리고,
 
발목이 시큰거려,
 
걷기는커녕 일어서기도 힘듭니다.
 
설상가상으로 신고 있던 운동화 한쪽은
 
어딘가로 도망가버렸네요.
 
이상한 일입니다.
 
어제의 일부터 오늘 연극부에서 있었던 사건까지,
 
어째서 이런 불운이 자꾸만 닥치는 걸까요?
 
카와자키 요우:...아야..
(요며칠 몰아치는 피로와 불운에 괜시리 속상한 마음이 삐죽 든다. 조금 신경질적인 한숨을 쉬고, 다른 이들은 괜찮은지 올려다본다)
 
산:(제 옆에서 쑥 꺼진 너를 미처 잡지도 못한 채 얼이 빠져서 바닥을 내려다본다..) 카키! (...!!) 괜찮아?! (한박자 뒤늦게 애들 손을 잡은 채 헐레벌떡 따라 내려감) 미끄러졌어?
 
카와자키 요우:미안, 놀랐어? 산이랑..너희는 괜찮은거지? 다행이ㅇ.. 아..! (놀란 눈들에게 괜찮다 말하고 싶어 일어나보려다, 잘못 접지른 듯 시큰거리는 발목에 다시 털썩 주저앉고 만다)
 
산:신발은 어디 갔어? (부은 발목을 확인하다 휑한 발을 보고 주변을 멀리 내다보더니) 없네... 신발도 그렇고, 이 상태로 걷는 건 무리야. (업히라는 듯 네게 등을 보이며 몸을 숙인다.)
 
카와자키 요우:(습관처럼 괜찮다고 말하려다, 조금 전의 통증에 걷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 얌전히 업히기로 한다. 천천히 산의 어깨를 짚어 등에 몸을 기대고, 가까워진 거리만큼 목소리를 죽여 네게 작게 속삭인다) ...미안. 그리고..고마워, 산.
 
산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돌려보낸 뒤,
 
위원회장에게 보고까지 끝마치면
 
오늘 요우의 업무는 종료입니다.
 
캠프 파이어가 시작했기 때문인지,
 
운동장은 시끌시끌합니다.
 
다른 구역에는 사람이 전혀 없지만요.
 
불을 둘러싼 채 파트너와 춤을 추는 시간입니다.
 
포크 댄스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뜨거운 열기에 뺨이 붉게 물듭니다.
 
산:포크 댄스는 춤을 추는 시간이었구나. (궁금증이 해소 됐는지 춤을 추는 아이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운동장 스탠드에 너를 가볍게 내려놓는다.) 카키도 저기 끼고 싶었을 텐데, 아쉬워서 어떡해~ 여기서라도 구경하다 갈까?
 
카와자키 요우:(도리도리) 괜찮아. 음...춤은 잘 못추니까. 그래도..구경하는 건 좋은 것 같네. 이리와서 앉아, 산 (옆자리을 탁탁)
 
산:(네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은 채 즐거워보이는 아이들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원래 잘 추는 것보단 함께 추는 게 중요한 거잖아. 봐, 잘 추는 편은 아닌데... 다들 신났잖아~ 카키는 오늘 일만 주구장창 했는데 억울하진 않아?
 
카와자키 요우:나? 난..재밌었어. (눈을 땡그랗게 떠 전혀 아니라는 듯 깜빡깜빡) 생각보다 일이 조금...많이..많긴 했어도.. 산이랑 같이 학교 다니면서 축제 놀러다니는 기분이라, 재밌었는데.
 
산:말 그대로 일이 많았잖아. 원래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강렬해서, 더 자주 떠오르는 법이니까. 부상도 그렇고~ 오늘 아무것도 모르는 여우 요괴 때문에 이것저것 곤란한 일이 많았잖아? (자신도 네가 겪은 고초를 인식하고는 있는지 조금 짓궂게 웃어 보이며) 하지만 말이지, 나도 재미 있었어. 인계의 축제는 정말 특별하네~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 아쉬울 정도야. 아직 모르는 게 잔뜩 있는데.
 
카와자키 요우:곤란.. (낮의 일들이 생각나 힘 빠진 웃음을 지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일렁이는 캠프파이어의 불꽃에 시선을 꽂는다.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는 듯한 그 불꽃과 찬찬히 기억을 되짚어보면, 역시.) 강렬하긴 했지만..나쁜 기억은 아니었고. 다친 곳은 며칠 뒤에 나아 없어질거야. (다시 생각해봐도 자신이 맞다는 듯 마주봐 빙글 웃고는) 이제 남은 건..좋은 기억들 뿐이지? 그리고 그 기억에 모두 산이 있어. 그러니까..나도. 재미 있었어. 정말 특별한 하루야
 
산:그렇다면 다행이고. (한 가운데서 크게 타오르는 불꽃은 꺼질 기미 없이 공기를 데운다. 내일이면 어둑해지는 군청색의 하늘을 밝힐 오색의 불꽃을 제멋대로 상상해보다, 고개를 숙였다.) 하하, 돌아갈 생각에 아쉽다니 말도 안되지~.. 나는 이계의 사자로 온 건데 말이야. 멸망할 세계를 두고 너무 즐겨버렸어. 뭔가 면목이 없네.
 
카와자키 요우:(계속해서 귀를 콕콕 찌르는 돌아간다는 산의 말을 유치하게도 모른 척 하려 했다. 저 역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 아쉬운 그 마음이 욕심을 부린다)...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더 머물면서 찾으면.. 그래, 산의 일행도 찾아서 다같이 알아보면 될 거야. 꼭 찾게 도울게
 
산:(잘게 튀는 불꽃의 조각조각, 여름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잿가루에서 어떤 빛을 비춰본 듯, 팔에 턱을 괴고는 멍하니 중얼거린다.) 카키는 인계의 반딧불이 같네~
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거든. 그래서 길을 잃으면 반딧불이를 따라가곤 해,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반드시 데려다주니까... 정작 여기서는 반딧불이 한 마리도 본 적이 없지만, 카키가 꼭 반딧불이처럼 내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있잖아.
 
카와자키 요우:반딧불이..? (뜬금없이 들려온 반딧불이란 말에 고개를 기울여 물음 가득한 얼굴을 짓는다. 이어지는 네 말을 듣고 있으면, 이해를 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금세 다시 모르겠다는 표정이 된다) 난 뭔가를..한 것 같진 않지만..? 아무튼 이계에 대해 또 하나 알게 됐어. 거긴 반딧불이까지 신기하네... 만약 내가 간다면..한번 따라가 보고 싶을거야. (다치지 않은 다리를 흔들어 뒷꿈치와 스탠드의 한 면이 부딪혀 툭툭 치는 소리가 날 때, 그 사이로 작게 혼잣말을 끼워넣는다)
그럼..산이 있는 곳을 알려주려나-
 
산:카키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들켰다면 정말 진작 잡혀갔을지도 모르잖아? 더군다나 자동차, 풍선, 쿠키, 사진... 많은 것들을 알게 됐고. 그러니까~ 분명 카키와 함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포크 댄스의 노래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다 이내 허리를 곧게 핀다.) 분명 언젠가는 너도 길을 잃는 날이 오겠지. 그렇다면 그 날에는 보이는 빛을 따라가자. 그곳이 인계든, 이계든... (배운대로 네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보이며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내가 알려준 대로 하기로 약속해.
 
카와자키 요우:(내밀어진 새끼손가락에 활짝-웃음을 터뜨렸다. 배움이 빠른 자신의 요괴 친구는 첫 만남 때와 같이 이렇게 불쑥. 자신을 놀라게 만들고 한참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어두운 밤의 중심에서 빛나는 불꽃처럼 화사하게 웃는다) 아하하! 아무렴. 누가 가르쳐줬는데. (익숙하게 마주 대는 손가락과 아직 몸에 배이지 않았을, 엉성한 손가락이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이어지듯, 네 웃음과 닮은 얼굴이 제게도 피어나고, 이어지듯 닿은 양 손의 온기가 같아지면 나즈막히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산이 믿어준다면.. 난 반드시 찾아내겠네.
산, 너도 나의 반딧불이니까
 
두 사람은 흐르는 팝송을 들으며 귀가합니다.
 
교문을 벗어나 멀어질수록
 
선명하게 울리던 노랫소리가 희미해집니다.
 
이제 완전히 밤입니다.
 
하늘에 뜬 달은 유독 밝지만,
 
완전히 둥근 모양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만월이 뜨겠네요.
 
요우를 업은 채 걷던 산은,
 
의문이 생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산:...밤에 뜨는 태양?
 
카와자키 요우:..?
무슨 말이야, 산?
 
산:저기, 저거. (조금 모자란 원을 그리는 달을 가리키며) 시간이 늦었는데도 하늘에서 빛나고 있네.
 
카와자키 요우:...달? 달을 말하는거야?
그야 밤이 됐으니까.. 혹시 이계의 밤에는 달이 안 떠? (이계는 생각보다 더 많이 다르구나..) 그럼..이계의 밤은 어떤데?
 
산:달이라고 불러? (미처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한동안 우두커니 그 빛을 바라본다.) ...이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에는 둥근 유리돔이 있어. 낮에는 태양이 뜨지만 밤이 찾아오면 앞을 밝혀주는 건 반딧불이 뿐이야.
 
카와자키 요우:(더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다른 곳이구나..) 세상의 끝이 평평하다니.. (유리 돔은 또 뭘까? 그래서야 이건 마치..)
(그러나 생각이 끝을 맺기 전에 불쑥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산의 얼굴 쪽으로 제 얼굴을 조금 가까이 가져다 댄 채로) 산, 인계에서 이계로 가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있어.
(산에게 인계의 세상은 둥근 형태인데, 이를 부정하고 사실은 평평하다고 믿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산:응? 인계의 세상은 둥글다고..? (충격...) 미호가 들으면 분명 날뛸 거야. 그것도 모르냐, 바보~! 하면서...
뭐, 세계가 둥글건, 평평하건... 달이 있다는 건 좋네. 이렇게 아무리 바라봐도 태양처럼 눈이 시리지도 않고, 어쩐지 카키의 눈동자랑 비슷한 것 같지 않아?
 
카와자키 요우:(누군가를 흉내내는 듯 한 산의 모습에 작을 웃음소리를 내고는 다시 바짝) 미호? 산의 친구야? 요괴 친구야? 나중에 이계에 가면..소개 시켜줘 (즐거운 이계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조잘대다가, 내 눈동자? 하고 산과 함께 달을 올려다본다. 그렇게 한참을 보더니)
산, 달이 마음에 들어? ..음 (또 꺼내드는 카메라..찰칵!)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줘, 나중에 사진으로 다 뽑아줄게
 
산:응. 하지만 미호도 여우요괴라, 아무래도 친구...보다는 동생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 아직 어려서 화를 내는 걸로밖에 표현을 못해. (카메라에 찍힌 달 사진을 보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계에 가지고 갈 것들이 많이 생겼네~ 그걸 가지고 가면 모두에게 인계를 구경시켜줄 수 있겠다.
 
그렇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마침내 두 사람은 요우의 집에 도착합니다.
 
산:(너를 방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주변을 기웃거린다.) 카키, 발목이 많이 부어서 치료를 해야할 것 같은데~ 약초같은 건 따로 없는 거야?
 
카와자키 요우:(기웃거리는 산이가 천진한 어린 아이같아서 작게 피식 웃고는 큼큼) 약초 대신..파스 정도는 있을거야. 저쪽 선반 윗 칸에 있는 구급..음..상자 좀 꺼내줄래?
 
산:(시키는대로 선반에서 상자 꺼내가지고 옴!) 어제 나도 이걸로 치료해준 건가? 신기한게 많네~ (뒤적..)
 
카와자키 요우:(착하다. 어쩐지 칭찬해야만 할 것 같아 산의 머리를 슥슥) 맞아. 아, 그거. 그걸로 산의 다리도 감아줬어. 그거랑..이거면 될거야. (뒤적이는 산의 손 옆으로 붕대와 파스를 꺼내들고는, 제법 부어있는 발목을 건드려 본다) ..하아..이래서야. 당분간은 훈련도 못하겠어
 
산:(파스를 요리조리 보다 다리에 대고 치이익... 뿌려보더니 강렬한 냄새에 코를 막는다.) 으... 약초 향이 지독한 건 이계나 인계나 똑같네!
훈련? 전쟁도 안 났는데... 무슨 훈련을 하는데?
 
카와자키 요우:그런 훈련은 아냐. 그냥 내가 하는 운동.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죽도를 발견한다) 저걸로 검도를 하고 있거든. (그러다 조금 장난기가 생겨 뻔뻔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우리 처음 만난 새벽에 있잖아? ..산, 저걸로 맞았을지도 몰라.
 
산:음~.. 역시 빠르게 도망치는 게 나았나? (기다란 죽도를 외면하며...) 하지만 그런 것치곤 들고 있던 베개도 안 던지던 걸?
 
카와자키 요우:그건 안돼..! (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외쳤다가, 민망함에 얼른 말을 돌린다) 그야..상대가 공격하지 않으니까..흠흠..아무튼, 고마워. 붕대는 내가 감아도 돼
 
산:(확실히... 나보단 잘 감을 것 같긴 해) 카키카키~ 아까 봤는데, 저쪽 창고에 오래된 서적이 꽤 있더라고~ 흥미로운 책들이 많아서 오늘은 거기서 잘까 하는데, 그래도 괜찮아?
 
카와자키 요우:(돌돌돌돌..붕대 감다가 멈칫..) 거기서..잔다고? 책을 보는거야 괜찮지만..불편하지 않겠어?
 
산:이계에서는 풀밭에서도 자고, 나무 위에서도 자고 그랬는데 뭘. 인계의 책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제 카키도 그만 귀찮게 해야지~ 다친 사람은 쉬어야 하니까.
 
카와자키 요우:하지만..그럼.. (그래도 걱정되는지 꿈질대다가, 이내 몸을 일으켜 조심조심 옷장으로 가서는 여분의 베개와 담요를 꺼내어 산의 품에 폭 안겨준다)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 책들은 마음껏 봐도 좋으니까..
그리고..그리고.. 귀찮지 않아. 산에게 고마울 뿐 인걸.
 
산:(여분의 담요와 베개를 품에 안고... 만반의 준비? 가 된 채로 엉금엉금 문을 연다.) 알아~ 하지만 오늘 많이 피곤했을 테니까.
일어나지는 마, 불은 내가 꺼줄게. (딸칵, 스위치를 누르며 네게 인사를 건네) 그럼 잘자, 카키.
 
카와자키 요우:(엉금엉금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폭 덮고는 눈만 빼꼼) 응. 잘자, 산.
 
산은 요우의 인사를 받으며 조용히 문을 닫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침대에 눕자 어렴풋이 생각이 납니다.
 
그곳에 쌓인 낡은 문헌은 분명히
 
전해 내려오는 옛 고서들이었죠.
 
산이 이런 것에 흥미를 느낄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튼, 이제 눈을 감도록 합시다.
 
축제는 내일도 이어질 테니까요.
 
.
 
.
 
.
 
.
 
.
 
.
 
요우는 개운하게 기상합니다.
 
어제 다쳤던 다리의 통증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카와자키 요우:어라.. (발목을 움직여 꼼지락 대보며..)
..효과가 그렇게 좋은거였나..
 
어제 감은 붕대를 풀어보면,
 
붓기 없이 매끈한 다리를 볼 수 있습니다.
 
집안은 요우밖에 없는 것처럼 고요합니다.
 
산은 집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요우가 부르며 찾아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으며,
 
어제 산이 묵었던 창고에 들어가도 찾을 수 없습니다.
 
다만 창고는 산이 보던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져 있으며,
 
산이 마지막으로 읽은 것처럼 보이는
 
낡은 책 한 권만이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제목은 ‘이계탐험록’입니다.
 
카와자키 요우:이계탐험록..? (책을 들어올려 펼쳐봅니다)
 
요우가 ‘이계탐험록’을 펼친다면,
 
아무것도 없는 종이와 마주합니다.
 
종이의 결,
 
누르스름한 오래된 종이 특유의 색,
 
곰팡이 향은 여전하지만,
 
적혀있던 글자만은
 
마치 누군가가 훔쳐간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게 가능한가요?
 
문득,
 
책을 든 요우는
 
오래전 이 책을 읽었던 것같은 데자뷰에 휩싸입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그보다,
 
산은 어디로 간 걸까요?
 
간다면 간다고 기별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요.
 
카와자키 요우:설마..벌써 돌아간건..
 
하지만 일단 등교 준비를 해야겠죠.
 
요우는 오늘도 축제일을 보조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니까요.
 
카와자키 요우:... (자꾸만 아쉬운 눈으로 현관 쪽을 바라보며, 학교에 갈 준비를 한다)
 
집을 나서려고 신발을 신으면,
 
어제 잃어버렸던 신발 한 짝이
 
현관 한구석에 돌아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요우가 자는 사이 그가 찾아다 준 걸까요?
 
카와자키 요우:어떻게 이걸..밤 사이에 산에 간거야..?
(어쨌든 다시 짝을 찾은 신발에 발을 구겨넣는다)
 
여느때와 다를 것 없는 등굣길입니다.
 
어제가 너무 요란했던 거겠죠.
 
요우가 학교에 도착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위원회장이 반깁니다.
 
그는 곤란한 표정입니다.
 
밤새 누군가의 소행인지,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되었다는군요.
 
위원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엔,
 
엉망으로 찌그러진 공연용 스피커들이 놓여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런데 이상하네요.
 
사람의 완력으로 저런 게 가능한 걸까요?
 
거대한 망치라도 가져와서 두들겨댄 것처럼,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려 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설마..산과 함께 왔다던 일행들이..)
(이내 고개를 저으며 또 다시 생각이 과한 것이라 여기곤 애써 무시를 해 부장 쪽을 바라본다)
그럼 축제는? 어떻게 하겠대?
 
축제 위원회장:(울상이 된 얼굴...)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신대.
카와자키는 다른 친구들이랑 이것 좀 밖으로 내다 놔줄래?
 
카와자키 요우:응. 그래도 축제가 중단되진 않았으니까..너무 속상해 마, 회장. (회장을 토닥여주곤 짐을 옮기러 총총..)
 
그 말에 위원회 측 사람 몇이 팔을 걷고 다가옵니다.
 
요우 역시 망가진 스피커를 나르기 위해 움직이던 그때,
 
문득 위원장이 말합니다.
 
축제 위원회장:그런데 왜 어제 내내 같이 있던 친구랑은 따로 왔어?
아까 마주쳤는데, 싸우기라도 했니?
 
카와자키 요우:(깜짝!)
산을 봤어? ..학교에 왔다고?
 
축제 위원회장:어? 응... 표정이 별로 안 좋길래 둘이 싸웠나 했지.
 
네? 산이 축제에 왔다고요?
 
단순히 먼저 집을 떠나 축제에 오고 싶었던 것뿐일까요?
 
그렇다면 왜 요우한테 말도 하지 않고 왔을까요.
 
문득 요우의 마음 한편에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혹시라도,
 
기자재를 망가뜨린 게 산은 아니겠죠.
 
다리를 치료해준 기이한 힘을 생각하면,
 
저렇게 망가진 스피커도 이해가능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연이어 여태까지의 사고도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전부, 라고 생각하긴 힘들지만,
 
요우가 당한 불운의 사고 중에
 
산의 짓이 섞여 있다면?
 
카와자키 요우:...
그럴리가 없잖아.. 그럴리..
 
꺄아아아악!!!!!!!!!!!!!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
 
생각이 강제로 끊깁니다.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분명 바베큐를 굽는 부스였죠.
 
불이 난 걸까요?
 
소화기가 어디 있더라,
 
요우가 움직이려던 그때,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일어납니다.
 
어떤 부스는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교내 부스 중 하나는 창문이 깨지고,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집니다.
 
부상자가 발생한 듯 구급차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혼란한 가운데 요우는 똑똑히 목격합니다.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산을요.
 
카와자키 요우:...!! 산..!
(산의 뒤를 따라 달려간다)
 
산은 굳은 표정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는 듯,
 
잠시 멈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대체 어디로 가는거야..산..!!
 
산을 따라 무작정 뛰어갑니다.
 
아직도 둘의 거리는 제법 차이가 나네요.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여기저기서 연기가 치솟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디서 불이 난 걸까요?
 
학교에 비치된 소화기로는 부족합니다.
 
119에 신고하는 소음과
 
요우를 가로막는 사람들.
 
산과의 거리가 벌어집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런 사람들을 제치고 다시 그의 뒤를 쫓습니다.
 
산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깨진 유리 조각이 요우의 위로 쏟아집니다.
 
서둘러 머리를 감싸지만,
 
날카로운 파편이
 
차마 가리지 못한 살결을 긋고 흩어집니다.
 
HP-1
 
카와자키 요우:으윽...!!
 
좀처럼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하고,
 
요우는 산의 뒷모습을 따라갑니다.
 
인파를 헤치고,
 
모퉁이를 돌고 돌아,
 
요우는 학교 뒤편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합니다.
 
산은 요우를 등지고 서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우가 채 말을 걸기도 전에,
 
처음으로 듣는,
 
낮게 긁는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산:다 네가 벌인 일이야, 그렇지?
 
......요우한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은 요우가 따라가는걸 눈치채지도 못했는걸요.
 
이채: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그에 응하듯,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산의 맞은편에는 검은 인영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흐물거리던 인영은 점점 형태를 이루더니,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 요괴로 변합니다.
 
긴 머리카락이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 으스스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산은 표정을 굳히고 경계합니다.
 
내내 숨기고 있던 꼬리와 귀가 돋아나고,
 
눈매에는 요기가 서립니다.
 
두 요괴가 꼿꼿하게 마주 서자,
 
형형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산과 낯선 요괴는
 
당장이라도 엉겨 붙어 싸울 것처럼 대치합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둘 다 이계에서 온 요괴가 아니었던 건가요?
 
대체 왜 이렇게 흉흉한 표정으로 대립하는 거죠?
 
감정이 격양된 두 요괴 주변에
 
검은 안개가 장벽처럼 피어오릅니다.
 
안개에 닿은 벽과 바닥이 순식간에 부식됩니다.
 
인간은 가까이 가기만 해도 크게 다칠 게 분명합니다.
 
장벽 너머로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요우가 끼어들 틈은 조금도 없습니다.
 
산:...왜 이곳에 혼란을 일으킨 거야, 이채.
네 기운을 내가 못 느낄 것 같아?
흩어진 사자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
 
이채:후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니 변명할 수도 없겠네.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고,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산: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당당해?
 
이채:산, 들어봐.
난 전부 우리의 세계를 위해서 한 거야.
 
산:그게 무슨 소리야.
 
이채:너나 다른 사자들같이 인간에게 무른 자들이 방해해서, 이계는 멸망을 맞이할 테니까.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인간을 싸고도는 너희는 전부 세계의 배신자라고!
 
산:넌… 인간도 요괴도 결국은 한 세계의 주민이라고는 생각 안해?
척을 져봤자...
 
이채:웃기지마, 산.
너도 이제 진실을 알고 있잖아?
이계는 틀렸어.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그 외엔 없다는거, 알고 있잖아?
 
산:…하하, 우리를 대신해서 인간을 희생시키겠다는 거야?
 
이채:넌 우리보다 인간이 소중한 거지?
 
산:아니야! 단지 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이채: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나를 방해할 생각이잖아.
지난 이틀간 널 관찰했어.
넌 이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긴커녕, 인간이랑 붙어서 시시덕거렸지.
‘선생님’의 피를 이은 아이가 그렇게 소중하니?
어쩌나, 그 앤 지금쯤 내가 파둔 함정에 걸려서 널 의심하고 있을걸.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그때 한 번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이채:신목의 수호자인 널 대체할 자는 없으니 여태 살려두었는데, 결국에는.
이게 다 인간 때문이야,
...인간이 널 망쳤어.
 
산:좀 진정하는 게 좋겠다. 이채, 이제 그만해.
이계로 돌아가자.
다시 방법을 잘 찾아보는 거야, 그러면...
 
이채: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이제 상관없어.
너 같은 거, 인간들이랑 같이 사라져버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둘러싼 검은 안개의 장벽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요우 역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넘어질 뻔 합니다.
 
무언가 ‘열려선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듯한 소리와,
 
산의 다급한 외침이 들립니다.
 
산:그만둬!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옵니다.
 
화재가 아닙니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체,
 
번들거리는 표면,
 
어떤 생명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웁니다.
 
요우는 인간의 근본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소환되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이채라고 불린 요괴는 소리 높여 웃으며 산에게 삿대질합니다.
 
이채:이대로 너는 이곳에서 죽는 거야.
네가 그토록 감싸는 인간들이랑 같이!
 
그러나,
 
이채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요우를 등지고 선 괴물은
 
그대로 아가리를 벌려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아작, 아작, 아드득,
 
생살과 뼈를 씹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귀를 찢는 비명이 소각장에 울려 퍼집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카와자키 요우:2
 
이성이 2 감소합니다.
 
뒤틀린 팔과 다리가 완전히 삼켜진 그때,
 
무심코 뒤를 돌아본 산과 요우의 눈이 마주칩니다.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우리의 대화를 전부 들은 건지,
 
산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 같지만,
 
대화하며 미적거릴 시간은 없습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산은 요우의 손을 잡고 산으로 달려갑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축제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여든 학교 중심부로
 
괴물이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상상도 못 할 만큼 거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요.
 
뒤이어 굉장한 속도로 괴물이 쫓아옵니다.
 
산이 품에서 방울을 꺼내자,
 
낭랑한 소리가 울립니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 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리며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속박의 주문입니다.
 
잠깐이나마 시간을 벌었네요.
 
산 중턱에서 잠시 멈춘 산은
 
숨을 고르다 긴박하게 입을 뗍니다.
 
산:잘들어 카키,
우린 사냥개에게 '인식' 당했어.
 
카와자키 요우:(모든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눈동자만 혼란스럽게 흔들릴 뿐이었다) 산..? 무슨 말이야..? 지금 이게..대체. 대체..
 
산:추적자야, 내가 말한... 저 사냥개는, 집요해서 우릴 잡아 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야. 그게 다른 세계라도 상관 없어.
 
카와자키 요우:('잡아먹는다' 그 말에 조금 전 목격한 끔찍한 장면이 물밀듯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차오른다. 다급한 손이 휘적거려 산의 팔을 붙잡고, 들켜버릴까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을 틀어막은 채 눈물이 고여드는 눈동자가. 그제서야 산을 똑바르게 올려다 본다.)
윽...어떻게..어떻게 해..!
 
산:...알아. 못볼 걸 본 것도, 무서운 건 알겠지만...... 지금은 정신 차려야 해, 카키. 그래야 살아.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며, 네 눈을 똑바로 마주본다.) 도망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이채가 먹히는 사이, 내가 빠르게 사냥개의 감각에 주문을 걸어두었어.
근처에 있던 우리를 쫓아오고 있지만, 완벽하게 인식한 건 아니란 뜻이지.
사냥개를 쫓아내야 해. 우리한테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인식이 풀릴 거야.
 
카와자키 요우:(마주본 산의 눈동자가 제게 박히면, 조금씩 돌아오는 현실감각에 두 눈을 질끈 감아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댄다.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혹은 악몽에서 깨게 해달라는 듯이)
흐윽..멀리..? ..어디로? (막혀버린 목 사이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산:(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인계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사냥개를 멀리 떠나보낼 방법은 없으니, 신목을 이용할 거야.
하지만 문을 열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고, ...누군가는 사냥개를 신목 쪽으로 유인해야 해.
……카키, 달리기 잘해? (씁쓸한 얼굴로 웃으며 네게 묻는다.)
 
카와자키 요우:... ...
(방금까지 느꼈던 불안감과는 또 다른 불안이 온 몸을 감싼다. 몇번이고 보고, 함께 했던 산의 웃는 얼굴이 이번엔 머릿 속을 차갑게 만든다. 부정하려는 본능과는 반대로 그저 귀에 울리는 산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통로에 갇힌 사냥개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요우와 산은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사냥개는 이채에 의해 억지로 소환되었으니까요.
 
두 사람이 완전히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작전입니다.
 
하지만,
 
작전이 실패해 요우나 산이 인식된다면,
 
사냥개는 표적을 집어삼키기 위해 다시 인계로 돌아오겠죠.
 
산:...그래, 그렇구나. (왜 하필 지금 이 순간 제 곁에 있는 게 너일까 싶다. 인계를 밝혀준, 선생의 피를 이은 소중한 아이. 너를 만나고 처음으로 이 인연을 후회한다면.)
위험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카키. 너의 힘이 필요해.
 
그렇게 말하며 산은 요우에게 손을 내밉니다.
 
카와자키 요우:(네 손을 잡아야 할 텐데 곧장 뻗어지지가 않는다. 주문에 걸린 것이라 생각 할 만큼 느리고 무겁게. 팔을 들어 올려 산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치고 나면, 그때서야 느껴지는 자신의 떨림만이 주문따위에 걸린 게 아니라 말해준다)
... ...
... ...산, 나를 믿어?
 
산:...응. 널 믿어.
언제나처럼, 피했으니까 괜찮다며 웃어줄 거잖아. 그렇지?
 
카와자키 요우:..산이 믿어준다면, 나도 믿어. (산의 믿는다는 말이 용기나, 확신이 되진 못했지만, 다리를 움직일 이정표만은 되었기에.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다시 빛이 들었다. 네 앞에서 어떻게 웃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입꼬리를 끌어올린, 바보같은 웃음이라도 지어보이고는)
응. 나..제법 운이 좋은 것 같으니까.
 
요우가 산의 손을 잡는다면,
 
그 손은 긴장으로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손은 굳세게 요우의 손을 맞잡습니다.
 
당신을 지키겠다는 결의가 살결을 타고 느껴집니다.
 
산:... 셋을 세면, 뛰는 거야.
 
카와자키 요우:...응.
 
3
 
2
 
1
 
곧이어 사냥개에게 걸린 속박의 주문이 풀립니다.
 
그와 동시에 산의 작전이 개시됩니다.
 
산은 동물로 변해
 
잽싸게 나무를 타고

 

 
가지와 가지 사이를 뛰어넘어,
 
먼저 신목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발이 느린 요우만 홀로 사냥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길은 험하고 체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연 미끼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재빠르게 돌과 수풀,
 
그루터기를 뛰어넘어 앞으로 달려갑니다.
 
뒤에서부터 기이한 울부짖음이 빠르게 다가오지만,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습니다.
 
무조건 달려야 합니다.
 
산은 제대로 신목으로 간 게 맞겠죠?
 
만약 작전이 전부 가짜라면,
 
요우를 속인 것뿐이라면,
 
산 혼자 도망친 거라면,
 
요우는 정말 괴물에게 잡아먹힐 텐데요.
 
문득 불안이 엄습합니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요우와 괴물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코스를 바꿔서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길이 세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우는 갑자기 방향을 전환해
 
오른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사냥개가 왼쪽으로 가다
 
몸을 틀어 쫓아옵니다.
 
간격이 조금이나마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달려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죠?
 
목숨이 걸리니
 
여태까지의 달리기 기록을 전부 갈아치우는 것 같습니다.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자,
 
머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기준치: 40/20/8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요우의 눈앞에 구덩이가 보입니다.
 
피할 겨를도 없이,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집니다.
 
사냥개 역시 같이 굴러떨어집니다.
 
허겁지겁 손과 발을 써서 벗어나지만,
 
어느 틈엔가 발톱에 긁힌 것 같습니다.
 
카와자키 요우:3
 
HP-3
 
나뭇가지가 팔을 긁고
 
신발이 벗겨지기 직전입니다.
 
손등으로 땀을 닦아내자,
 
눈앞이 한결 또렷하게 보입니다.
 
아,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요우는 간신히 신목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가까스로지만요.
 
저 멀리에서 신목에 손을 짚고 있는 산이 보입니다.
 
끝이 보인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립니다.
 
카와자키 요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금이 저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탑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시야가 뿌옇고,
 
발바닥이 불타는 것 같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
 
요우는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피합니다.
 
그런 요우를 산이 안정적으로 받아줍니다.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며 빨려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바람,
 
흩날리는 나뭇잎,
 
먼지와 벌레들까지 함께 삼켜집니다.
 
기운이 빠진 요우까지 끌려가는 걸 산이 잡아줍니다.
 
보이지 않는 출입구는 달려드는 사냥개를 반갑게 맞이하고,
 
손님을 삼킨 마법의 문은 재빠르게 닫힙니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삽시간에 주변이 고요해집니다.
 
아, 이걸로 끝났습니다.
 
산이 안도감에 긴 한숨을 토해냅니다.
 
산:...카키, 괜찮아?
 
카와자키 요우:... ...
(순식간에 소음을 잃은 주변은 마치 귀가 먼 것 같은 착각까지 일으킨다. 그 사이를 열어 이름을 불러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시야에 산을 담자, 온몸의 긴장이 풀려버린다. 분명 웃어주기로 한 것이 약속이었을텐데. 얼굴 위를 채우는 것은 주체되지 않는 눈물 뿐이다)
나.. 나아...흐윽, 산..! 나아...!
(눈물에 먹힌 말은 이어지지 못한다. 그저 떨리는 몸으로 산을 붙잡아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산:(이 길의 끝에서 마주한 얼굴이 웃는 얼굴이 아니어도 괜찮았다고, 그 순간 깨닫는다. 어떤 얼굴이어도 괜찮다. 그게 비록 눈물에 젖은 얼굴이라도, 화를 내는 얼굴이어도 상관 없다. 무사히 살아있다면. 살아있기만 한다면...) 잘 달린다더니, 정말이었네.
(그대로 너를 품에 안은 채 거대한 신목에 몸을 기댄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은 너뿐이 아니었는지, 바람 섞인 웃음이 입새를 비집는다.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비로소 지나간다.) 잘했어, 카키. 정말 잘했어. 하하, 둘다 엉망진창이잖아.
 
카와자키 요우:(네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 이곳저곳에 들러붙은 불안감을 쫓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산의 품에서 안정을 찾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됐을 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산과 시선을 같게 해. 그 짧은 시간 동안 발갛게 부어버린 두 눈이 천천히 끔뻑이고, 쉬어버리긴 했지만 떨림은 잦아든 목소리를 새어보낸다) ... 이제 괜찮은거야? 정말..?
 
산:우리가 노렸던 대로 사냥개를 통로로 보냈어. 이제 한동안 통로를 떠돌게 되겠지...... 안심해. 다시는 인계로 들어오는 일 없을 테니까. (숲과 같은 색을 가진 차분한 눈동자가 너를 응시한다.) 그렇게 울지만 말고, 카키~... 이것 저것 궁금한 게 많을 텐데, 아니야? 다 들어버렸잖아. 아까.
정말 잘해줬으니까... 네가 묻는 말에는 대답해줄게. 모든 세계를 통틀어 유일하게, 숨기지 않고.
 
카와자키 요우:(네 말에 다시 주춤하며 까만 요괴, 이채가 했던 말들 사이에서 의문점들을 골라 꺼내본다. 함께 왔을 일행에 대한 말, 선생님의 피를 이은 아이라는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들어야만 할텐데, 산의 말 사이에서 간절하게 답을 원하는 질문은 따로 있었다)
그럼..이계는? 산, 네 세계는..?
그 괴물..인계에도, 이계에도..가지 않는거지? 전부..안전한거지.. (답을 알고 싶은건지, 모르고 싶은건지 눈동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감에 목소리만 작아져간다)
 
산:말했다시피, 당장은 사냥개가 넘어가기 전에 이계의 문을 닫았어. 이계에 나타난다 하더라도... 신의 부름이 있는 날이겠지~.. (신목에 머리를 툭 기댄 채, 목소리가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 듯 길게 숨을 다듬는다.) 이계는, ...내 세계는 멸망을 피할 수 없어.
카키, 이채가 말한 건 유일한 방법이 아니야. 그건 처음부터 방법이 될 수 없으니까. 인간들을 멸망할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건... 회피일 뿐이지. 결국 멸망을 막을 방법이라는 건 어디에도 없는거야.
 
카와자키 요우:하지만..하지만, 방법을 찾으러 왔다고 했잖아.
피할 수 없었다니. 그럼 대체.. 왜 여기에..거기다 네 일행들은..! (혼란스러워진 네 말에 알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약하게 찌푸리곤 차마 담기 힘든 말을 삼킨다. 그저 필사적이었을 뿐인 이들이 그런 끝을 당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을텐데)
...그럼, 선생님의 피를 이은 아이라는 건..뭐야? 날 말하는거지, 그거. 날 죽였어야 했다느니..게다가 그 선생님은..혹시..네가 말해줬던...
 
산:이계에도, 인계에도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받아들여야겠지. ...하지만 이계의 모두가 멸망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어. (떨림 없이 담담한 목소리는 그간의 진실을 묻어둘 각오를 말한다.) 그러니 이계에는 이 일을 알리지 않을 거야. 정말... 너 외에는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답을 찾아버렸네.
하하, 이채는 끝까지 바보같은 말 뿐이었지만, 그 중 단 한가지만은 맞아. 이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파견된 대표 사자, 신목의 수호자... (한결 낮아진 채, 가장 감당할 수 없는 이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는 세계의 배신자야.
카와자키 요우, 너는... 내 가장 소중한 은사의 피를 이은 아이야. 너희 집에 있는 책을 읽었을 때, 난 그걸 알게 됐어. 이채는 내가 너 때문에 인간의 편을 드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꼭 그것 때문은 아니야. 그냥 누가봐도 이건 잘못 된거니까. 그래서 차마 동의할 수 없는 것 뿐이니까... 네가 죽었어야 했다는 건 말도 안되는 말이야.
 
카와자키 요우:... 받아들이지 않고.. (숨소리만큼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구겨진 얼굴이 드러난다)
..받아들이지 말고, 나랑 인계에서..살아. 가는건..? (입술을 꾹 깨물며 내뱉는 말은 겨우 이따위 것이다. 네 각오를 가볍게 여기는 것 일 수도 있다. 산을 위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건 자신도 알고 있다. 그 곳은 멸망을 막을 방법과 함께 산을 기다리는 곳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산이 일생을 살아왔을, 이계는 그런 곳 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죽음이 기다릴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배신..자가 된다면. 됐다면. 조금은...너만 생각하란 말이야..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역겨운 소리를 하는 건지 알면서도 한번 뱉어버린 말은 다시 담기지 않고, 되려 그런 자신을 합리화 할 또 다른 말들만 흘러 넘친다. 다만, 시선은 너와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산:(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네 얼굴을 보며 면목 없이 시선을 내렸다. 이계에서 넘어온 낯선 이를 친구로 받아주고, 제 삶의 터전을 내어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너는 그 모든 것을 해주었다. 앞으로의 시간을 내어주면서까지, 너는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구나. 충동적이고,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그 자체로 진심인 말이다. 그러니 이전처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더욱 확실하게 거절을 들려줄 수밖에 없다.)
미안해, 카키. 이계는 나의 세계이자, 내가 자라온 곳이자... 누군가가 남긴 단 하나뿐인 유산 그 자체야. 늘, 평생을 이계를 재건하기 위해 열심인 사람이 있었고, 나는 그 사람을 잊지 않아. ...나는 그곳에 존재하는 건 단 하나라도 더 지켜야 해.
나는 이대로 이계로 돌아가. 이계의 멸망이 언제인지는 몰라, 어쩌면 너의 수명을 훨씬 넘어선 먼 미래의 일일 수도 있겠지. 그러니 카키. 너는... 너만은 나의 죽음을 확신하지 말아줘. 내 길을 안내해주는 반딧불이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정말 어쩔 수가 없잖아.
 
산은 그렇게 말하며, 요우의 눈을 봅니다.
 
아니, 눈이라기엔 그 안에 있는 본질을 읽어낸 것 같습니다.
 
산:미안해. ...이제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절차가 필요해.
 
카와자키 요우:마지막...절차..?
 
산:우리가 사냥개에게 인식당한 걸 기억하는 한, 사냥개는 우리를 언제든지 다시 쫓아올 수 있어.
...그러니까, 그 부근의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해.
 
카와자키 요우:(사냥개라는 말에 네게 집중하다 마지막 말에 흠칫하며 반사적으로 매달리듯 네 손을 감싸 쥐었다)
... ...기억을 지운다니? 모든 기억을 지운다니..그게 뭐야..그게 무슨 말이야..산...
 
산:내가 인계에서 너와 함께 보낸 삼일, 그동안의 기억은 우리에게 너무 위험해, 카키. (제 손을 쥐는 힘을 의식하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네가 조금이라도 이계에 대해 기억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분명, 사냥개에게 인식 당했다는 사실까지 기억해내겠지. 그걸 막기 위한 일이야.
 
카와자키 요우:(네 말은 한치도 틀림이 없어서 제 입을 막아버린다. 그 삼 일의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 아쉬움이 너무 많이 생겨버려, 이 공허함을 견딜 자신이 없어진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했던 약속은...맛있어했던 했던 쿠키는,사진은? ...내 친구는..
내, 반딧불이는...
(한심하게도 이 순간에 네게 전하는 말은 어리광이었고. 기억이 스쳐간 뒤 남은 아쉬움은 눈가에 고여 네 손등 위로 흘러 넘겨질 뿐이었다)
 
산:그 모든 걸 잃어도.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제 손등 위로 톡 톡 떨어지는 뜨거운 온도를 덜어내주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너와 내가 서로의 방울에 맡긴 인연 뿐이다. 그러나 말에는 언제나 힘이 있고, 이런 기약 없는 언령에 기대서라도 우리는 만나야만 한다.)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언젠가 이계가 멸망한다 해도... 그 사이의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마주해. 그때는 어떤 처음을 만들고, 어떤 마무리를 짓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너는 반드시... 그 빛을 따라 나에게 와줘. 그럼 난 꼭 너를 가장 먼저 마중 나갈게.
 
카와자키 요우:..잃고 싶지 않아. 기억 뿐 아니라 너를.. 믿지 못 할 수도 있지만...네가 소중해, 산.. 내..특별한 친구잖아 너는.
(오늘만 몇 번째인지 모를 약속, 이젠 조금 익숙해 졌을까. 네 앞에 조심스레 다가가는 손과 그 끝에서 머뭇거려 떨리는 손가락이 내밀어진다. 이 모든 건 잊혀질 약속을 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믿을게. 너를 믿고, 빛을 따라가.. 내가 찾아 갈테니까, 산. 너는 날 기다려, 살아남아, 방법을 찾아..! 그리고 날 데리러 와서...다시, 다시..너와의 처음을 돌려줘...
 
산:...공평하게 나도 잊을 테니까, 너도 잊자.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만, 함께했던 인계의 축제를.
(이제는 익숙해진 인간들의 약속법. 제 새끼 손가락을 엮으며 기억하지 못할 어딘가의 달을 닮은 눈이 시리도록 오랫동안 바라본다. 카와자키 요우. 네가 내게 특별한 이유를 모두 나열할 수조차 없다. 너는 내가 처음으로 인계에서 만난 친구이며, 많은 것을 빚진 은인, 가장 소중한 선생의 핏줄이자 나의 길을 밝혀주는 반딧불이다. 이 모든 이유들을 뒤로하고 너의 이름을 잊는다면, 그것은 제게서 무엇을, 얼마큼 앗아가는 일이 될까.)
(너의 말이 맞다. 이유 없는 그리움은 없다. 많이 보고 싶어서, 그래서 끝없이 슬퍼지는 그리움의 대상조차 알 수 없는 그 막연한 응어리는 너를 다시 만나는 그 날 비로소 풀어지리라 믿는다. 이전과는 달리, 끝이 있는 그리움이다. 그러니 나는...)
기다릴게. 네가 나를 찾아줄 때까지.
 
허락이 떨어지면,
 
그는 요우의 이마에 가볍게 검지를 톡 두드립니다.
 
산:대신 나는 훨씬 오래 기다렸으니, 조금만 더.......
 
명쾌한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
 
희미한 작별 인사가 스쳐 지나갑니다.
 
산:이 방울의 사용법을 알려줄게.
내 힘의 원천은 그리움이야.
그러니까, 카키 네가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게 되면.......
 
.
 
.
 
.
 
.
 
.
 
.
 
요우는 벤치 위에 앉아있습니다.
 
깜빡 졸았네요.
 
밤하늘은 새까맣습니다.
 
인파가 가득한 축제는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어,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렇죠,
 
마츠바야시제의 끝이라면 역시.
 
?:지금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될 거야.
 
옆자리에 앉아있던,
 
모르는 얼굴의 사람이 당신의 옆에서 말을 겁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요우는 이 사람의 어깨에 기댄 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모르겠어요,
 
어쩐지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 찬 것처럼 뿌옇습니다.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장난으로 불꽃이 전부 망가져서,
이번에 마츠바야시제의 불꽃놀이는 없을 뻔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검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고개를 꼿꼿하게 든 수많은 사람 사이,
 
단 한 사람만이 하늘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요우의 옆에 앉은 낯선 이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요우가 듣거나 대꾸하지 않아도,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갑니다.
 
?:이렇게라도 너의 기억에 남고 싶어.
이미지 설명
 
펑,
 
불꽃이 터집니다.
 
아,
 
정말로 아름다워요.
 
말 그대로 불이 이루어낸 꽃,
 
오색찬란한 그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지는 불씨 하나가
 
요우의 무릎 아래 내려앉습니다.
 
반딧불이입니다.
 
곳곳에 내려앉는 수많은,
 
알록달록한 색의 반딧불이를 보며 사람들이 감탄합니다.
 
이번 불꽃놀이는 정말 특별하네요.
 
?:그러니까 이건, 인계에서 주는 작별 선물이야, 요우.
 
그 사람은 그 말을 남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을 한참 바라봤으면서,
 
이젠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 등을 돌려 멀어집니다.
 
외로운 기시감이 불현듯 당신을 덮쳐옵니다.
 
어떤 감정은 흩날리는 불씨가 되어
 
마음의 밑바닥에서 타들어 갑니다.
 
누군가가 그리운데,
 
그 누군가의 이름도,
 
얼굴도,
 
존재 여부조차 기억나질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임이 분명한데,
 
꼭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생소하고도 익숙한 이별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이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별의 폭발.
 
허전한 마음을 뒤덮는 오색찬란한 하늘의 불꽃놀이,
 
죽은 별은 꽃이 되어 부서집니다.
 
하늘에 새겨진 별의 무덤과
 
그곳에 바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그 눈부심에 만월은 빛을 잃고 가려집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세계에는 달이 없다고 했습니다.
 
달이 없는 그 세계에 떨어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언젠가 요우,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일상과 멀어지는
 
기이한 곳에 찾아간다면,
 
이런 축축하고 무거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달이 없는 곳에도 사람이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면,
 
제법 멋진 곳일지도 모릅니다.
 
특이한 괴물이 잔뜩 있거나,
 
이상한 음식이 제공되더라도,
 
그곳에서 즐기는 축제나 불꽃놀이는 특별할지도 모르죠.
 
어떤 기억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 와중에,
 
누군가의 멀어지는 등과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만
 
당신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됩니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은 재회의 상징,
 
굳건한 지표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합니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분명 같은 불꽃을 봤을 거라고,
 
요우는 영문 모를 확신을 느낍니다.
 
달은 분명히 있습니다.
 
당신이 눈에 담은,
 
■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달은,
 
우리가 함께 본 그날의 만월은.......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흘간 요우는 줄곧 혼자였잖아요?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바보같이 땅을 굴러서 다리를 다치고,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도록 구르기만 했네요.
 
아,
 
그래요.
 
정말이지.
 
시시하고 지루한 문화제였습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요우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눈앞에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분명히 말이죠.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재회를 약속하며,
 
이 망각이 유한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그날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당신에게 찾아올 인연의 미래를 위하여.
 
이것은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
 
또한, 하나의 제안입니다.
 
요우, 산 생환
 
요우는 인계에 남고, 산은 이계로 돌아갑니다.
 
도디:산이랑 백년해로 하는 거 아니면..............................못바꿔요..................................안바꿔요............................................
제가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산이랑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바꿔주세요도게자도게자
 
.
 
.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산:……선생?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산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산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요우를 속인 사실에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요우가 산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산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산은,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카와자키 요우: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산이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요우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요우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산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산과 요우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산은
 
요우를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산:……하여간 정이 많다니까.
 
카와자키 요우:(보고 싶었던 웃음인데, 듣고 싶었던 목소리인데. 자꾸만 고개가 떨구어져 볼 수가 없다. 두 볼의 말라버린 자국 위로는 또 다시 몇 번이고 흘려 댔던 눈물이 방울방울 새어 나와 너와 마주 웃어 보일 수도 없다. 그렇게 어찌 할 줄도 몰라 어깨만 들썩이며 네 앞에 꿇어 앉은 채로 목소리만 끄집어 내어서는)
...어쩔 수 없어. 산이 나한테 줬으니까.
 
산:...왜 우는 거야. (제 손으로 너를 밀던 그 순간, 떨어지던 네 얼굴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우선이었나. ...아니다. 가장 먼저 안심했다.) 나한테 화 안 났어? 카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웃음으로 허탈하게 너를 맞이했다. 가장 이기적인 방법으로, 너의 의사를 짓밟은 채 너를 보낸 내가 밉지는 않았을까. 그런데도 너는 나를 보겠다고 제 발로 이 곳을 다시 온 걸까. 폐허에 기댄 몸을 힘겹게 일으켜, 엉망이 된 네 얼굴을 바라본다.)
 
카와자키 요우:화..! (네 말에 반응하듯 고개를 들고 억눌린 마음을, 그 안의 응어리들을 터뜨려 뱉어낸다. 터지기 시작하는 말들은 제 입술인데도 신기하게 멈출 때를 몰라 저가 터지는 자국이 겹겹이 쌓이도록 한다. 그래, 마치 지난 밤 우리가 봤던 불꽃이 피어나듯이. 강렬하게) ..화났어. 네가 어떻게 나한테..! 미워. 네가 미워..!! 산, 네가! 태연하게 거짓말하고, 끝까지 너만 믿었던 나를, 날 밀어버려선, 그래서..!
..너 혼자..이 곳에 남겨두게..네가..이렇게 될 동안...
(분명 나쁜 건 네 쪽인데. 섭섭했던 감정을 네게 전해야만 하는데, 너와 마주해버린 눈동자는 짙은 슬픔을 외친다. 너를 바라보는 배신감. 그리고 그 안쪽에 숨은 그리움. 네가 밉다 말하는 목소리도 원망하는 그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이제는 불꽃을 터뜨릴 수록 되려 제 속에서 연기만 남아 전부 해져버리는 것만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너를 찾고 싶었어. 네가 걱정돼서 죽을 것만 같았어.
산을 더 이상..만나지 못 할 까봐...!
(결국 겉을 다 태워버리고 나서야 드러나는 진심이라. 지금이라도 네게 전한다)
 
산:네가 날 미워했으면 했어. 요괴와의 인연은... 그 정도면 충분하잖아. 내가 미워지면 나를 찾지 않을 테니까. 너의 마음을 배신한 것에 대한 복수는 이 세계가 대신 해주었으니까. 그러면... 적어도 한 명은 살 거니까. (피를 많이 흘린 탓에 머리가 어지럽다. 귓전이 울리고, 너의 말조차 드문드문 알아들을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알아들은 원망의 말들의 가장 밑전에서 알아낸 것은 다소 가슴 아픈 것이라, 갈라진 입술을 물었다.) 그 말은 결국 나를 미워하는 데 실패했다는 거잖아. (너는 아마 나를 순수하게 보고싶어 한 것 같다. 나야말로 밉다. 너의 미련함과 나의 비겁함이. 서로가 서로에게 준 정들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세계에 너를 다시 끌고 온 모든 것들이.)
제발, 카키. ...돌아가. 신목은 오랜 친구를 잃었어. (마비된 감각, 흐릿한 시야에 붉은 핏물이 번졌다. 네가 이 흔적을 떠났으면 해, 몸을 틀어 가렸다.) 이번에 열린 문이 닫힌다면...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을 거야.
 
카와자키 요우:(네가 바라던 대로 나는 너를 미워하게 된 걸까. 이 마음은 미워하는 감정이 너무 커져서, 탓할 곳이 필요 해 자꾸만 너를 떠올렸던 걸까. 사실 정답을 아는데도 자꾸만 모른 척 하는 이유는 뭘까.
산, 나는 그냥, 네가 보고 싶었다. 이유 없이 네가 반갑고, 네게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네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워하지 않아, 미안해. 산을 미워한 적 없어.
(서러운 마음들을 급하게 꺼내려다 네게 실수를 한 모양이다. 한심한 자신이 답답해서, 억울한 눈물이 차올라 흐르기도 전에 필사적으로 네가 미울 리 없지 않냐며 도리질 한다) 복수 같은거, 혼자 살고 싶단 생각같은거..한 적 없어. 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겨우 너를 찾아낸 참인데도 너는 내게 또 다시 돌아가라 한다. 눈물과 함께 울컥 무언가 외치려다, 몸을 트는 모습을 보곤 통증이 심해진 거라 생각한건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모든 행동이 멈췄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끔찍하게 당해버린 산의 모습이 성큼 현실로 다가온다. 그 순간, 싸늘한 주위의 공기가 피부에 닿고, 강렬한 비린내에 머리가 울리면, 이 끔찍하고 영롱한 붉은 웅덩이 위에서 너는 나를 위해 끊어질 듯한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대로면 정말 영영 너를 놓치겠단 생각에) 이, 이제 말하지 마! 네가 뭐라고 하든 지금은 안들어. 그러니까..이제 그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급하게 재킷이라도 벗어 네 몸에 둘러 팔을 압박하여 묶는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까 싶어서)
 
산:(지금까지 너를 닮은 사람을 떠올리면 누구보다 먼저 선생을 떠올렸다. 닮은 얼굴만큼이나 다른 부분도 닮았으리라고... 오래된 기억을 헤집어가며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이제야 알겠다. 너와 진정으로 닮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산, 자신이다. 그 한결같은 애정은 언제나 제 것을 닮아있어 주저를 낳고, 지금은 그 주저가 같은 결말을 낳을까 두려웠다.)
나는 네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한 번 정을 줘서, 좀처럼 정을 뗄 수 없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오래 기다린 사람이 있다. 그의 죽음을 내심 알면서도 한번도 말로 꺼내지 않았다. 순수하게 상처 받을 테니까.) 돌아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거. 없는 사람을 그리워 하는 거. 기다림 자체가 습관이 되는 거... 하지마. 응?
봐, 나를 만나면... 네가 자꾸 우는 것 같아. 난 너를 오래 울리고 싶지 않아, 카키.
 
요우는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던
 
가느다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울의 사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던,
 
낯설고도 귀에 익은 목소리……
 
어째서 그 목소리가 생각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지금의 당신은 방울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
 
그리움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누군가를 간절히 떠올리며 애타게 매달리는 마음이,
 
당신에게도 존재할까요.
 
과연 그리움은 방울을 울릴 수 있을까요?
 
카와자키 요우:...산, 산은 어땠어? 돌아오지 않을테니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없을테니 그리워하지 않고, 기다림을..털어버릴 수 있었어? (맑게 울리는 방울 소리 대신, 그리움을 몰고 오는 귓가의 목소리를 붙잡고 싶어 구슬을 쥔다. 너를 향해 던진 질문들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미어지고 더욱 커져만 가는 이 그리움은 나의 것이 되어있다) 나는 장담하는데..그럴 자신 없어. 절대로, 평생 할 수 없을 거야.
(안 될 거란 말을 이리도 자신 있게 말한다. 그저 네가 듣고 싶은 말을 해 너를 안심 시킬 수도 있겠지만, 제 호박빛의 눈은 지금 어느 곳의 까만 하늘을 비출 만큼 밝게 빛을 내고 있다. 아마 다른 말들로는 이 진심을 담을 수 없을테니 역시 소용없다. 그러니 너는 이제 너를 향해 웃어 보이고 자신있게 네가 그리울 것이라 말하는 나를 막을 수 없다)
네가 준 게 정뿐만은 아닌가봐. 그치?
 
그 순간,
 
사방으로 둥근 바람의 파형이 번져 나갑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당혹스러운 산의 목소리가
 
한 번 일그러지더니,
 
휘말립니다.
 
가을바람이 폐허가 된 세상을 부드럽게 뒤덮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기억해냅니다.
 
요우는 산과 만난 적 있습니다.
 
당신은 그와 함께 보낸 9월의 일부를 떠올립니다.
 
함께한 축제,
 
기억을 지우던 그 순간,
 
그리고 마지막의 선명한 불꽃놀이까지,
 
사라지던 그 뒷모습을 보며 느낀 기분까지.
 
어쩌면 얽히고 엉킨,
 
피를 타고 내려온
 
아주 오래된 과거까지도 생각해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처럼 멀어지던 그는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라 확신했습니다.
 
문득 요우는 깨닫습니다.
 
산을 구하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방울이 계승되었다는 사실을요.
 
산을 제외한 세계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시대의 계승자,
 
카와자키 요우의 특성,
 
시나리오 전용 기능치 <인연>이 추가됩니다.
 
요우는 방울의 소유자인 산조차 지니지 못한 능력을 얻습니다.
 
<인연>의 기본 수치는 50이지만,
 
마력 1을 투자해 10씩 올릴 수 있으며,
 
최대치는 100입니다.
 
판정 성공시,
 
요우는 산을 안아주는 것으로
 
산에게 걸린 모든 저주와 속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마력을 투자하시겠습니까?
 
카와자키 요우:(마력을 투자합니다)
(아직도 지체할 시간이 있을까? 팔을 먼저 뻗은건지, 다리가 먼저 움직인건지, 아니면 몸이 먼저 기울어진 건지. 깨닫기도 전에 이미 네게 자신을 밀어보낸다.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늘인 듯 느리게 흐르는 시간 사이로 가장 빠르게 달려 네 품에 안기고,너를 품에 안는다. 그 무엇도 이 손을 떼 놓을 수 없도록 굳세게 산의 옷자락을 쥐어 안으면, 자신의 소원이 가서 닿도록, 제 모든 것을 던져 소리친다)
살려줘..! 돌려줘 제발!! 내 친구를..반딧불이를... ...산을!!
 
방울은 환한 빛을 내며 녹아내립니다.
 
금빛 구슬이 맞닿은 두 사람의 심장부에 스며듭니다.
 
스러진 세계를 밝히는 따뜻하고 고요한 힘.
 
그것은 인연입니다.
 
그 빛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인연과 운명의 끈에 대하여,
 
움켜쥔 손을 놓지 않는다면,
 
한없이 잡아당기고 잡아당겨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 재회를 포기하지 말라고.
 
세계를 절단하는 완전한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계와 연이 닿는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당신은 산의 손을 잡고 신목 너머로 발을 내딛습니다.
 
방울이 스며든 가슴이 따뜻합니다.
 
여태까지 건너왔던 신목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요우는 통로를 건너며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어둡고 컴컴한,
 
끝을 알 수 없이 긴 터널이 펼쳐집니다.
 
산:이것 봐.
 
산의 목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보면,
 
희미한 녹색 빛이 모여드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
 
 
모여들던 빛은
 
이윽고 한 무리의 반딧불이 떼가 됩니다.
 
그들은 원을 그리며 당신을 따라옵니다.
 
그 빛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편안해,
 
이곳에 있던 많은 이들이 등을 켜고
 
당신을 배웅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안심해도 좋아요.
 
이 빛을 따라가면 분명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터널의 끝,
 
한점의 빛으로 가득 찬 입구가 보일 무렵
 
반딧불이는 하나씩 사라집니다.
 
고양이 요괴 타타는 야옹 울고,
 
여우 요괴 미호는 다정하게 투덜거리고,
 
아, 방금은 쿠라마 할멈의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계에서 보내는 인사입니다.
 
신목 밖으로 마지막으로 내딛는 발걸음과 함께
 
수많은 목소리가 우글우글 메아리치다 흩어집니다.
 
희미한 풀잎 향조차 함께 멀어집니다.
 
시야에 어지러운 빛으로 들어차며
 
세계가 빙글 돌아갑니다.
 
넘어지기 전,
 
요우의 어깨를 산이 잡아줍니다.
 
새까만 어둠과 적당히 찬 공기,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경적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아,
 
이곳은 인계입니다.
 
어둑한 학교 뒷산에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뒤돌아보면,
 
신목이 있던 자리에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만이 우뚝 서 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직감합니다.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이계는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을 것이며,
 
결국에는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요.
 
이것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말입니다.
 
자,
 
다음 이야기를 적는 건 당신의 소임입니다.
 
작은 노트에 지금까지의,
 
혹은 미래의 일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것은 머나먼 훗날,
 
이계로 발걸음을 내디딜
 
또 다른 당신에게 전해주는 편지가 되어줄 거예요.
 
끊어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엉키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
 
고작 하나의 끈이 매듭지어졌을 뿐,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엔딩이미지
 
요우 생환, 산 구제 생환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주세요.
 
시나리오를 떠난 이야기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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