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미로의 회전축
꽃을 꺾으면 저택이 무너진다.
2022-07-24
KPC. 티아나 레이라니 · PC. 키에사 벨렌슈필

람피온의 저택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여름도 서늘하더니 겨울은 얼어붙을 것처럼 날씨가 지독하다.
숲에는 눈이 잔뜩 쌓여서 한 발자국도 디딜 수가 없다.

람피온이 사라졌다. 실종사건이다.
공포로 뒤통수가 쭈뼛해졌을 때,

나는 보았다. 선생님의 시선이……
정원, 람피온의 덩굴 아래로 향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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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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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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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사는 눈 냄새를 맡으며 깨어납니다.
 
며칠째 내리 눈이 내립니다.
 
저택 지붕은 원래 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물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요즈음 겨울나기를 준비하느라 부쩍 바쁩니다만,
 
반대로 아이들의 일상은 무척 평화롭습니다. 방학이 시작되었거든요.
 
수업 대신 약간의 방학 숙제가 전부인 나날.
 
자유 시간을 보내거나 끼리끼리 놀면서 무료한 하루하루가 천천히 흘러갑니다.
 
키에사가 잠에서 깨어나면, 위층 침대의 티아나가 고개를 쏙 내밉니다.
 
티아나:키에사, 일어났어?
 
꽤 이른 아침인데도 티아나는 잠기운 하나 서리지 않은 채 눈동자를 빛냅니다.
 
키에사:깜짝이야... (말간 얼굴을 가늘게 뜬 눈으로 흘겨보며) 자꾸 그렇게 튀어나올 거야?
 
티아나:그치만 놀란 키에사 얼굴도 귀여운걸! 멍한게.. 게일 같아. (시시덕 웃으며 아래로 내린 고개를 데롱데롱 흔들었다.)
 
키에사:......뭐?! (충격) 내가... 그렇게 바보같이 생겼다는 거니? (완전히 몸을 세워 네 볼을 살짝 꼬집으며) 그거 욕이지?
 
티아나:게일이 뭐 어때서? 아야, 욕 아니다 뭐. (꼬집는 볼에 바람을 불다가 사다리가 아닌 침대 끝을 잡아 위험하게 내려온다.)
것보다 키에사~~~~
오늘! 오늘!
..!! 또 그렇게 내려오지! (불안불안하게 바라보며...) 오늘 뭐..?! 말 다 하고 저쪽으로 내려오면 됐잖아! (사다리 가리킨다.)
 
티아나:으응~ 알겠어어! (대충 대답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다시 양 팔을 파닥이며 눈을 반짝인다) 오늘!!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요?
 
오늘..?

 

 
그러고 보니..
 
키에사: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간식 시간에 딸기 타르트가 나오는 날이었죠.
 
키에사:설마...? 이 먹보...
 
티아나:응??
 
키에사:(빤...)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1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딸기타르트에 분명 좋아할 티아나이긴 하지만...
 
딸기 타르트에 반응하던 모습과는 어딘가 더 들떠보이는 모습입니다.
 
티아나:(키에사랑 눈 마주치다가..)
까먹은거야? 바보!!
눈사람 만들기로 했잖아!
 
키에사:바보는 누가 바보야! (눈사람이라는 말에 새하얗게 물든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뭐야, 그거 때문에 그렇게 신난 거였어..? 딸기 타르트보다 눈이 좋니?
 
티아나:물론 딸기 타르트도 좋지만...(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거야..? 그런건 너무 어렵다.. 몸을 빙글 돌리며 허공에 시선이 올라간다.)
키에사랑 처음 보는 겨울이잖아! 얼른 일어나 일어나- (모르겠다! 키에사의 손목을 잡아 당겨버리기)
 
키에사:흐응~... (잠깐이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모습에 눈동자를 데룩 굴리다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딸기타르트야, 눈이야, 나야? (대답 전까지는 안 일어나겠다며 우뚝 앉아 있는다.)
 
티아나:어?..
당연히 .. 키에사지!
 
키에사:...망설이네?
 
티아나:아닌데..?
 
키에사:진짜?
 
티아나:난 키에사가 제일 좋거든. (와락 안기며) 그래서 키에사랑 만들 눈사람도 좋은거고.. 키에사랑 닮은 딸기 타르트도 좋아하는건데.
 
키에사:난 머리색은 딸기고 눈색은 눈이니까? (무게에 살짝 뒤로 넘어간 채 시선을 내려 너를 바라보다) 그래, 눈사람 만들러 가자. (만족스러운듯)
 
티아나:그러네? 키에사 눈색이 눈 닮았다.. 예뻐 (안겨있던 품에서 고개를 들어 백색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거기까진 생각 못했다는 듯 쳐다보다 가자는 단어에 벌떡 몸을 세운다.)
응!!!
 
늘 그렇듯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합니다.
 
키에사의 옆엔 항상 티아나가 붙어 당신의 행동을 따라합니다.
 
방학이지만 교복으로 갈아입으면 준비 끝!
 
나란히 손을 잡고 개인실을 나섭니다.
 
복도는 오늘따라 조용합니다.
 
그때, 때마침 창문 밖으로 요란한 비명이 들립니다.
 
으악!
 
키에사:...?
 
다들 나가 놀고 있는 모양입니다.
 
티아나:모야- 다같이 놀아야 하는거 아니야? 우리만 빼고! (부루퉁한 표정으로 비명이 들린 쪽의 창문을 가리킨다.)
 
키에사:하여간 다들 노는 건 되게 좋아한다니까...유치해. (흘끗 창을 바라보다) 섭섭해? 넌 내가 제일 좋다며? 난 저기 없잖아. (잡은 손을 살짝 끌어당겨 계단을 내려가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눈사람도 어차피 나랑 만들 거구. 아니야?
 
티아나:맞아! 그치만 쟤네가 키에사 빼고 노는건 화난단 말이야. (얼마 전 선생님이 '따돌리는 친구 없이 다같이 놀아야 한다'는 말을 깊이 새겨 두었는지 씩씩거리며 널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키에사:...쟤네가 날 빼고 노는 게 아니라 내가 쟤네랑 안 노는 거야. (어쩐지 자존심 상함.) 그리고 눈싸움은 딱 질색이야!
 
티아나:그런거야..? 그럼 나랑 눈사람이나 만들자! (잡은 손을 흔들흔들 거려)
 
16칸의 계단을 내려오면 거실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눈이 쌓이길 고대했던 아이들이 아침부터 달려나가리라 예상하고, 아침 식사는 거실 테이블에 차려졌습니다.
 
새알을 동동 띄운 팥죽입니다.
 
설탕을 잔뜩 넣어 달고 따끈따끈합니다.
 
선생님:키에사, 티아나. 좋은 꿈 꿨어요?
뜨거우니까 조심히 먹어요.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선생님이 두 사람을 발견하곤 종이컵에 팥죽을 따라 줍니다.
 
새알이 침몰하는 눈사람처럼 동그란 머리를 내놓고 있군요.
 
선생님은 뜨개질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털실이며 기다란 바늘이 늘어져 있습니다.
 
키에사:호호 불어 먹어. (티아나를 슬쩍 바라보며 당부하곤 소파 아래 카펫에 앉아 선생님이 뜨는 무언가를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본다.) 뭐 만드세요?
 
티아나:응! 알았어 (한입에 넣어 먹으려고 입을 쫙 벌리다 네 말에 급하게 후후 부는)
 
선생님:이제 겨울이니까, 모두 목도리며 장갑이 필요할 시기라서요. (네 말에 뜨개질 하던 것을 들어보이며 웃는다.)
아이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감기에 잘 걸리니까, 적어도....
 
키에사: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뒷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은 말꼬리를 흐리고 웃습니다.
 
선생님:한 명이 아프면 순식간에 전염병처럼 옮으니까, 미리 조심해야죠.
키에사, 티아나 다 먹으면 이리로 오세요.
 
키에사:(잘 안 들리는 뒷말에 갸우뚱...하다 다 먹은 종이컵 두개를 챡챡 겹쳐서 가져간다.)
 
티아나:(우물우물)
(양 볼에 있는걸 차례로 씹어 삼키고는 네 손을 잡는다.)
 
선생님은 종이컵을 받아 치우곤 돌아와 두 사람 앞에 섭니다.
 
베레모를 똑바로 씌워주곤, 망토 단추도 목 끝까지 전부 여며줍니다.
 
키에사: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선생님의 기분이 좋지 못한 것 같네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방학 이후로 다들 잔뜩 들떴던 데다가, 특별한 사고 없이 평화로운 나날이었거든요.
 
티아나:(선생님이 단추를 끝까지 여며주면 몰래 하나씩 푼다.)
 
키에사:(선생님의 표정이 묘하게 신경쓰이는지 흘끔대다 티아나의 행동을 눈치채고) 얘! (다시 끝까지 채워줌)
 
티아나:헉..
...답답한데..
 
키에사:목이 허전하잖아. ㅡㅡ
 
티아나:(우..)
 
겨울나기 준비가 바쁜 걸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걱정스러운 걸까요?
 
키에사:그러다 감기 걸리면 다음에 또 눈사람 못 만든다?
 
티아나:.... (단추를 만지작 거리던 손을 팍 내린다.)
 
키에사:(얌전해진 것을 확인하곤 다시 선생님을 돌아보며) 선생님은 같이 안 나가세요? (눈을 밟으면 기분이 좋아지실지도...)
 
선생님:선생님은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뜨개질을 마무리 해야 해서요.
키에사는 어른스러우니까 티아나를 잘 돌볼 수 있죠? 점심시간까지 실컷 놀다 오세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키에사:물론이죠! (제법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쉽지만 선생님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 만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하며) 다녀오겠습니다. (티아나의 손을 다시 잡으며 고개 꾸벅) 자, 너도. (인사하라는 듯 속닥)
 
티아나:오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걸음만 동동 거리며 눈치를 보다 90도로 꾸벅 머리만 숙이곤 재빠르게 일으켜 키에사의 손을 끌어당겼다.)
 
아이들이 방학에 할 일이란 실컷 뛰어놀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 아니겠어요?
 
모자를 눌러 쓰고, 망토까지 둘둘 두르면 출동 준비 완료입니다.
 
현관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면 와아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나풀나풀, 하늘에서는 설탕 같은 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걸음걸음이 푹신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티아나:키에사! 눈사람 어디서 만들까? (소복히 쌓인 눈을 신나게 밟으며 뛰어다니다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네게 묻는다.)
 
키에사:(온통 하얀 주변을 둘러보다) 저택 앞은 이미 애들이 차지한 것 같은데... 정원에서 만들까?
 
티아나:응!!!
 
미로 정원
 
미로 정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
 
키에사:
민첩
기준치: 30/15/6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티아나: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퍽!!
 
키에사의 이마에 눈덩이를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키에사:..................
 
티아나의 뺨을 스치는 것도 주먹만한 눈덩이..
 
미로의 벽에 바짝 붙어 서 있던 제이가 두 사람을 마구 끌어당깁니다.
 
짐짓 심각한 얼굴입니다.
 
제이:여긴.. 전쟁터야!
 
벽을 방공호 삼아 눈싸움을 하는 모양입니다.
 
키에사:(얼씨구)
 
휙, 휙, 눈송이가 꽤 날렵하게 날아다닙니다.
 
제이는 다부지게 눈 뭉치를 만듭니다.
 
제이:빨리 눈 안 뭉치고 뭐해??
적을 물리치고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가야지!
 
눈을 한 아름 퍼다 안겨주기까지 합니다.
 
키에사:난 눈싸움은 딱 질색이야. (후두둑) 이런 야만적인 놀이가 대체 뭐가 좋은 거니? 눈으로 사람을 때리는 거라구.
 
티아나:우씨 (키에사를 맞힌 리샤이에게 눈을 뭉치지도 않고 퍽퍽 퍼서 던지고 있다.)
 
키에사:아니... 잠깐! (당황하며 티아나의 망토를 당긴다.) 됐어, 괜찮다니까? (사실 좀 통쾌하지만...) 그나저나, 보물은 무슨 소리야?
 
티아나:쟤네가 먼저..! (씩씩대지만 잡아당겨지는 망토에 끌어당겨짐)
 
제이:보물은 겨울딸기지 뭐야!
난 꼭 얻고야 말겠어!
 
키에사:그걸 누가 숨겨놨대?
 
제이:우리가! 저기 테이블에 있는데, 그래서 너네 할거야 말거야? 나 좀 도와!
 
정말 전쟁터 마냥 눈덩이가 여기 저기 던져지는 한가운데...
 
키에사는 어쩔까요?
 
키에사:진짜 싫어...(으)(티아나 흘끔 봄...)
 
티아나:(키에사만 보고 있음)
(꿈뻑 꿈뻑)
 
키에사:겨울 딸기 먹고 싶니? (...)
 
티아나:몰래 훔쳐 먹으면 되는거 아냐? (룰이란걸 이해하지 못하는 듯이 고개를 기울인다.)
 
키에사:그럼 딸기만 몰래 찾아볼까? (속닥)
 
제이:다 들리거든?
 
티아나:헉..
 
키에사:......
 
제이:너네 저리가! (눈덩이 들고 협박)
 
키에사:야만적이야! (티아나 손 잡고 호다닥 물러남) 우린 저쪽에서 눈사람이나 만들자.
 
티아나:야만인! 야만인! (잡은 손에 힘을 주곤 후다닥 따라 사라진다.)
 
두 사람은 전쟁터를 빠져나갑니다..
 
어디로 가볼까요?
 
키에사:(분수대 쪽으로 가본다!)
 
분수대
 
분수대에선 얌전히 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도 물은 얼지 않네요!
 
키에사와 티아나는 물을 묻혀서 더 예쁜 눈사람을 만들 수 있겠습니다.
 
키에사:내가 머리를 만들테니까, 네가 몸통을 만들어. (진지)
 
티아나:응!!! (한번 콩 뛰고는 주저앉아선 눈을 한웅큼 끌어모은다.)
 
키에사:(물을 조금씩 묻혀서 눈을 굴리기 시작한다.) 우리 키보다 크게 만들면 안돼, (기세가 어쩐지 불안함) 머리를 못 얹으니까!
 
티아나:응!!! (대답은 잘하지만 벌써 제 몸통만한 눈을 뭉쳐냈다.)
 
키에사:...그정도면 될 것 같은데? (멈칫)
 
티아나:응!!! (꾹꾹 눈을 누르며 키에사를 따라 물을 묻힌다.) 키에사 마음에 들어?
 
키에사:그럼. 누가 만든 건데. (제 머리통보다 조금 큰 눈뭉치를 끙끙 들어올리며) 완벽한 눈사람이... 될 거야... (헉헉)
 
두 사람이 완벽한 눈사람을 만들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라가 관심을 보입니다.
 
조용한 눈으로 눈사람을 보던 사라는 히죽, 음산하게 웃습니다.
 
티아나:완성! (키에사를 도와 머리를 얹고는 준비해둔 나뭇 가지를 하나씩 나눠 팔을 끼운다.)
 
키에사:(다른 나뭇가지로 눈코입을 열심히 그려준다!)
 
티아나:우하하
이름은 뭐로 하지..~
 
키에사:이름도 지어주려고? (얼마 못 갈텐데...)
 
사라:너네 .. 거기서 멈추는게 좋아.
 
키에사:뭐를? (눈사람과 어깨동무)
 
티아나:뭐를? (따라 눈사람에게 어깨동무)
 
사라:그거 알아? 눈사람은 시체를 숨기기 위해 만들던 거래.
눈은 차가우니까 시체가 쉽게 썩지 않아서 냄새가 덜 나거든...
눈, 코, 입은 더이상 만들어주지 않는 게 좋아.
밤이 되면 쫓아온다니까.
 
키에사:저런... 근데 이 안에는 시체 없어. (당당하게 웃는 입을 그려주며) 사라, 너 그런 거 믿니?
 
사라:과연 그럴까? 유령이 자기 몸인줄 알고 들어갈줄 누가 알고? (후후.. 음산하게 웃는)
 
사라의 괴담에 빼액 소리를 지르는 것은 게일입니다.
 
게일:사라!! 그런 얘기 좀 하지마!!!! 무섭단 말야~!~!!
 
게일은 그대로 귀를 막고 저 멀리 달려가 버립니다.
 
귀를 막은 손의 빨간 장갑이 유난히 도드라집니다.
 
게일의 얼굴이 무척 창백해졌거든요.
 
사라:거짓말인데.
 
그 뒤통수에 대고 사라가 한 박자 늦게 해명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일까요?
 
눈사람이 조금 수상해 보이기도……
 
어라, 눈사람이 원래 이쪽을 보고 있었던가요?
 
티아나:(크큭..) 게일 겁쟁이-
 
키에사:겁쟁이 게일은 오늘도 잠 못 자겠네~... (쯧쯧) 그러게 왜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
 
사라:재밌잖아~
(유유히 사라진다..)
 
티아나:눈사람 이름 게일로 하자! 겁쟁이라 밤에 따라오지도 못할걸.
 
키에사:흠. 그러고 보니 좀 닮은 것 같기도...? 특히 이 바보같은 얼굴이. (눈사람 볼 쿡 찔러보며) 녹지 마, 게일~
 
티아나:녹으면 이놈한다~ (쿡!) 근데 눈코입이 허전해! 당근..없을까? (양 손을 허리에 올리곤 골똘히..)
 
키에사:...주방을 가서 얻어와야 하지 않을까? (곰곰)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주실지도 몰라.
 
티아나:먹을 걸로 장난치면 안된다고 할걸..? 훔쳐야 하나? (그런 못된 생각만)
 
그러고보니 외곽진 곳에 있는 이곳은 재료를 얻기에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키에사: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육장에 있는 먹이를 조금 쓰는건 괜찮지 않을까요?
 
키에사:...사육장에 가보자. 당근도 있지 않을까?
 
티아나:키에사 똑똑해! 가보자! (키에사의 손을 꾹 잡는)
 
키에사:(사육장으로 가본다!)
 
사육장
 
이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눈사람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틸다가 눈으로 빚은 동그란 토끼들이 제법 그럴싸합니다.
 
어라? 진짜 토끼처럼 눈이 새빨갛네요.
 
자세히 살펴보면 겨울딸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티아나:(쏙 빼먹음)
 
키에사:(눈이 사라진 토끼를 슬쩍 가리며...) 겨울 딸기 어디서 났어? 너도 저 전쟁터에 참가했니?
 
마틸다:야! 티아나! 먹지마!! (토끼들을 뒤로 피신시키더니)
이거 말이지..?
 
마틸다는 익살맞게 씩 웃습니다.
 
마틸다:선생님한테는 비밀이다!
 
오, 맙소사…….
 
냉장고에서 훔쳐온 모양입니다.
 
와중에 조금 녹았는지 붉은 물이 흘러내립니다.
 
피눈물을 흘리는 토끼라니…….
 
조금 징그럽네요.
 
키에사:......(외면) 조금 나눠줘. 그럼 말 안 할게.
 
마틸다:그래, 조금 남기도 했고. (순순히 남은 딸기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준다.)
 
키에사:(티아나 입에 하나 쏙 넣어주며 사료통 근처를 서성인다.)
 
티아나:(냠냠) 맛있엉~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키에사는 토끼의 밥그릇에 담긴 말라붙은 당근 조각,
 
강아지의 밥그릇 바닥에 달라붙은 사료 몇 알을 발견합니다.
 
눈사람을 꾸미는데 꽤 유용하겠어요.
 
키에사:(소꿉놀이하듯 한주먹 챙긴다...) 눈코입 다시 만들어줄 수 있겠다. 단추도 달아줄까?
 
티아나:좋아!! 멋쟁이로 꾸며주마 게일~
 
토끼와 강아지의 원망 어린 시선을 받지만.. 재료는 다 모였군요.
 
키에사:(재료를 챙겨서 다시 눈사람에게 총총 돌아감)
 
티아나:(총총)
 
눈사람 게일은 분수대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키에사:(사료로 눈을 박아주고 산딸기로 단추를 만들어준다.) 코 만들어줘야지? (티아나에게 당근을 건네며)
 
티아나:(당근을 받고선 정중앙은 아니지만 코가 있어야 할 중앙에 꾹 밀어 넣는다.) 진짜 완성~
 
키에사:(살짝 삐뚤어진 것 같지만 게일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며) 완성! 게일은 어디 있지? 옆에 서있으면 딱일 것 같은데. (아쉽..)
 
티아나:아까 도망갔는데 아직도 안왔어? (겁쟁이 겁쟁이- 라며 놀리듯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선 저택 앞으로 서서히 모입니다.
 
누군가 입김을 호 붑니다.
 
몽글몽글한 구름이 회색 하늘을 가르고 퍼져 나갑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귀 끝이며 콧잔등이 새빨갛습니다.
 
실컷 뛰어논 데다 날이 무척 춥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꽤 즐거워 보입니다.
 
함박웃음이 입가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으니까요.
 
마틸다:여긴 여름에도 쌀쌀하던데, 겨울이 되니까 더 춥다.
 
마틸다가 어깨를 털며 그렇게 말합니다.
 
때마침 겨울바람이 키에사의 모자를 훔쳐 갑니다.
 
저택의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모자를 주우면, 선생님이 문가에서 아이들을 부릅니다.
 
선생님:여러분, 점심 먹어야죠. 손 씻고 식당으로 오세요!
 
아이들이 우르르 저택으로 들어갑니다.
 
걸음걸음마다 털어내지 못한 눈이 소금처럼 떨어집니다.
 
나무 바닥에 작은 발자국이 수 놓입니다.
 
티아나:우리도 가자! (손 꼬옥)
 
키에사:(현관에서 발을 툭툭 털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서면 아이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선생님:겨울 딸기가 좀 모자라던데, 자꾸 냉장고에서 훔쳐 가면 잠가버릴 거예요.
 
딱히 화가 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쟁반에는 딸기 타르트가 없네요.
 
모자란단 말이 정말인 것 같습니다.
 
키에사:(뜨끔... 땅바닥 내려다봄)
 
티아나:선생님은 딸기 타르트를 안좋아하나봐. (속닥이며 자기 의자에 올라가 앉는다.)
 
키에사:딸기가... 모자라서 못 드시는 거 아닐까? (왠지 양심이 아파지며...)
 
티아나:그런거야..? (포크를 입에 물곤 선생님 흘끔..)
 
오늘의 메뉴는 따뜻한 소고기 크림 스튜와 마늘 바게트, 훈제 햄 3종류, 묽고 부드러운 달걀 리소토입니다.
 
후식으론 겨울딸기 타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키에사:(네 접시의 훈제 햄을 입에 넣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천천히 먹어.
 
티아나:(마찬가지로 한입에 넣어 먹으려다 네가 잘라주는 동안 포크만 쪽쪽 빤다..) 응!!
 
키에사:(이럴 줄 알았지... 제법 뿌듯해하며 스튜를 떠먹는다.)
 
겨울의 따스한 식사입니다.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다른 아이들도 맛있는 식사를 합니다.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티아나:키에사, 키에사. (네 옷을 잡아 살짝씩 당긴다.)
 
키에사:으응. (추운 곳에 있다 따뜻한 것을 먹어서 그런지 몸이 노곤노곤... 가물가물...)
 
티아나:게일은 어딨어? (이미 다 해치운 그릇.. 입가에 스튜를 조금 묻힌채 널 빤히 쳐다본다.)
 
키에사:게일? 밖에 있잖아. (이미 눈사람만 생각하는 듯...) 천천히 먹으라니까...
 
티아나:아직도 안온거야? 바보- 딸기 타르트 훔쳐먹어야지. (히죽이며 게일 자리의 딸기 타르트를 슬쩍 빼온다.)
 
그러고보니..
 
몇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아직 손을 씻는 중이거나, 낮잠을 자는 걸까요?
 
식사 시간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은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키에사:왜 자꾸 뭐를 훔치려 그래? (손 가볍게 찰싹)
 
티아나:..ㅡ3ㅡ
 
키에사:(삐죽 내민 입을 잽싸게 냅킨으로 훔치며) 지금 얼굴 게일같다.
 
티아나:뭐! 아냐! 그렇게 안못생겼거든!
 
키에사:게일이 뭐 어때서? (으쓱)
 
티아나:으으... 키에사 내가 더 낫지?! (팔 붙잡)
 
키에사:(말없이 메롱)
 
티아나:대답해! (빼액)
 
키에사:스튜 묻은 얼굴 보면 게일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안 묻은 얼굴은 티아나가 더 귀여워. (픽)
 
티아나:(싹 비워진 쟁반 위로 고개를 내밀어 얼굴에 스튜가 묻었는지 확인한다.) (씩..)
내가 더 귀여워.
 
키에사:그래, 그래. (이제 스튜 좀 덜 묻히고 먹겠지...? 제 몫의 딸기 타르트를 조금 잘라 네 접시 위에 올려준다.) 남의 거 훔쳐먹지 말고 이거 먹어. 이건 내가 허락한 거야. 뭐가 부족해서 훔쳐먹니?
 
티아나:게일이 늦은 잘못이다 뭐~ (덜어준 딸기 타르트를 빤히 본다.) 키에사는 안먹어?
 
키에사:나는 햄이랑 스튜 먹어서 배불러. (으쓱) 딸기 타르트는 딸기 바보한테 양보할게.
 
티아나:(히죽) 난 역시 키에사가 제일 좋아. (냠냠냠)
 
키에사: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그나저나 빈 자리가 평소보다 많은 것 같은걸요.
 
누가 사라졌는지 확인해볼까요?
 
키에사:(주위를 둘러본다.)
 
누가 없는 건지 헤아려본다면
 
게일과 올리버, 아리아, 사라, 그리고 마틸다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없는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키에사는 알고 있나요?
 
키에사:아까까지 보였는데..? (중얼...)
 
같이 어울리지는 않아도 키에사는 모든 아이들의 특징쯤은 알고 있습니다.
 
게일은..
 
식사 시간이면 제일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녀석입니다.
 
요즘 성장기 같다며 허구한 날 배가 고프단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죠.
 
이렇게 늦게 온 적은 처음이네요.
 
아침잠이 많은데도 꾸역꾸역 일어났었거든요.
 
올리버는..
 
모범생이기 때문에 식사 시간만이 아니라 기상, 수업 시간을 모두 칼 같이 지킵니다.
 
제일 먼저 식사를 마친 후 식물을 돌보거나 동물들을 챙기러 가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 식사 때도 못 본 것 같은데…….
 
사라는..
 
사라는 평소에도 종종 끼니를 걸러서 선생님을 속썩이곤 했습니다.
 
워낙 입이 짧은 데다 먹는 것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몇 번이고 식사를 데우고, 쫓아다니곤 했었어요.
 
사라가 식사에 늦는 건 흔한 일입니다.
 
"선생님, 배고파요!"
 
키에사가 고민하기 시작하면, 아리아와 마틸다가 나란히 손을 잡고 들어옵니다.
 
선생님:식사시간에 늦으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두 사람은 선생님의 말에 시무룩하게 대답합니다.
 
아리아, 마틸다:간식을 주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마틸다:하지만 선생님, 어쩔 수 없었어요!
 
아리아:토끼들이 눈사람의 딸기를 뺏어먹으려고 했단 말이에요!
 
두 사람의 해명에 선생님은 한숨을 쉽니다.
 
선생님:딸기를 훔쳐 간 게 마틸다와 아리아였군요?
 
키에사:(바보들...)
 
아이들은 찔끔했는지 멋쩍게 웃습니다.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말라고 잔소리하면서도 선생님은 순순히 식사를 내줍니다.
 
물론 쟁반 위에는 겨울딸기 타르트가 놓여있습니다.
 
키에사와 티아나는 어느덧 식사를 마칩니다.
 
두 사람이 식사를 끝내고 나갈 때, 사라와 마주칩니다.
 
사라:눈사람의 눈을 전부 떼어내느라 늦었네. 키에사, 오늘 점심 메뉴 뭐였어?
 
키에사:소고기 크림스튜랑 바게트, 햄이랑 달걀 리소토. 후식은 겨울딸기 타르트. (줄줄줄 읊으며) 게일이랑 올리버, 사라는?
 
사라:몰라? 두 사람이 없어? (의외네. 라며 덧붙이곤 늦은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지 식당으로 들어간다.)
매운 게 먹고 싶었는데.
 
쨍그랑!
 
요란한 소리가 난 것은, 사라가 식당으로 들어간 직후였습니다.
 
티아나:(깜짝)
 
키에사:...?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그릇이 보입니다.
 
래리가 접시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어물거립니다.
 
다 먹은 후, 주방에 가져다 놓으려다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놀라서 달려온 선생님이 래리를 살핍니다.
 
래리:죄, 죄송해요......
 
선생님:괜찮아요, 다치지는 않았나요?
 
아이들도 놀랐는지 동그랗게 토끼 눈을 뜨고 있습니다.
 
그릇을 내려다보면, 여러 갈래로 깨진 표면에는 붉은 잼이 불길하게 쏟아져 있습니다.
 
딸기잼이 엎어진 흔적이지만…
 
꼭 피를 흘린 것처럼 보입니다.
 
요란한 소리가 들렸는데도, 게일과 올리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당 안의 머릿수는 여전히 두 사람이 모자랍니다.
 
키에사:(찝찝... 깨진 조각을 정리하는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선생님, 두 명이 없어요.
 
선생님:안 그래도 찾아보고 있었답니다. 게일과 올리버를 발견하거든 말해줄래요? (접시를 모두 옮겨 담고는 차분히 대답한다.)
 
선생님이 이토록 차분할 수 있는 것은 어른이기 때문일까요?
 
말끝에 선생님의 시선이 움직입니다.
 
키에사:네에... (선생님의 시선을 따라간다...)
 
저택의 창밖, 람피온으로 향합니다.
 
람피온의 덩굴 아래에는…
 
아냐, 아니에요.
 
불길한 이야기는 이쯤 해둘까요.
 
선생님은 뒤뜰로 가보겠다며 자리를 벗어납니다.
 
키에사: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차분한 한편 어딘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따라 힘이 없어보이네요.
 
티아나:(키에사의 옷을 꾹 잡는다.) 키에사, 이제 뭐할거야?
 
키에사:책 읽을까... (하고싶은 일을 중얼거리다가 선생님의 표정이 사라진 아이들 때문인가 싶어 머뭇..머뭇) 나 참, 어디로 간거야.
 
티아나:동화책? (표정이 밝아지며) 나 읽고 싶은거 있어!
 
키에사:(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떤 건데?
 
티아나:알라스? 알리즈?
 
키에사:둘 중 뭔데? (...)
 
티아나:움... 그거 있잖아! (결국 키에사를 끌어 도서관으로 간다.)
 
키에사:(끌려간다)
 
티아나는 도서관으로 당신을 끌고 갑니다.
 
그러고서 책장에서 찾아낸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네요.
 
티아나:이거!
 
키에사:앨리스... 알라스도 알리즈도 아니잖아? 아직 읽는 건 서투르네. (책을 휘리릭 넘겨보며) 그럼 이걸로 연습하자.
 
티아나:응! (너와 소파로 가선 풀썩 앉아 네가 책을 읽기만을 기다린다.)
 
소파에 앉으면 무언가가 엉덩이에 걸립니다.
 
키에사:(뭐를 깔고 앉았나? 일어서봄...)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파 안쪽에 쪽지와 유리병이 끼워져 있습니다.
 
키에사:(둘다 꺼내서 살펴본다.)
 
티아나:(널 따라 그것들을 쳐다본다.)
 
꼬깃꼬깃 딱지 모양으로 접어둔 쪽지.
 
누렇게 색이 바래고 번졌습니다.
 
키에사:
언어(모국어)
기준치: 40/20/8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언어(모국어)
기준치: 40/20/8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람피온의 열병은 10살이면 피해가지 못하는 행사이기는 했습니다만.
 
코르크 마개로 닫아둔 유리병은 양손으로 다 쥐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탕 껍질과 예쁜 리본, 엄마에게서 온 편지가 몇 개 더 들어있습니다.
 
병에 는 에밀리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직접 쓴 것인지 엄마의 글씨체와 달리 어 린 티가 나는군요.
 
티아나:뭐라고 써있는거야?
 
키에사:에밀리네 엄마가 람피온의 열병이 걱정 된대. (종이 쪽지를 다시 접고는) 칠칠맞게 이런 걸 흘리고 다니네.
 
티아나:우음...키에사도 아프면 안되는데. (편지를 빤히 쳐다본다.)
 
키에사:
자료조사
기준치: 45/22/9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45/22/9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편지는 대체로 에밀리를 걱정하거나, 그리워하는 글줄로 가득합니다.
 
19 살, 에밀리가 졸업하기 직전까지 계속됩니다.
 
편지 중, 생일을 축하한다고 쓰인 것 을 찾아냅니다.
 
1951.6.8.너의10번째생일을축하하며.
 
키에사: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티아나:
지능
기준치: 30/15/6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지능
기준치: 30/15/6
굴림: 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키에사 무릎 위의 쪽지를 날짜 순서대로 배열해본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양)
 
티아나가 날짜 순서대로 편지를 나열합니다.
 
별 것 아닌 행동 같아 보였지만..
 
글씨를 읽을 수 있는 당신은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편지도 대화가 이어진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답장을 받지 못한 것처럼 요.
 
이상하다.
 
분명히,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었는데…
 
께름칙합니다.
 
에밀리는 분명히 부모와 사이가 좋았고, 사소한 것들을 차곡 차곡 모아둘 정도로 다정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것들을 전부 소파 아래에 숨겨두고 떠났을까요?
 
그저, 잊어버렸기 때문일까요?
 
키에사:에밀리는 왜 답장을 하지 않았을까? (갸우뚱... 어쩌면 안 한게 아니라 못한 걸까? 유리병과 편지를 다시 소파 아래에 넣어두곤) 이미 졸업했겠지?
 
티아나:응! 51년이래.. 키에사가 그랬잖아. 지금은 1987년이라고. (다른 사람 말은 하나도 기억 못하면서 네가 한 말들은 다 기억하고 있는지 줄줄 말한다.)
키에사는 편지 안써? 가족들이 있다며. (고개를 기울여 널 빤히 쳐다본다.)
 
키에사:(끄덕...) 그때 10살이었으면... 지금은 이미 부모님 나이 쯤 됐겠어. (소파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지금은 안 쓸래. 꼭 혼자 잠 못 자는 어린아이 같잖아. 혼자서도 잘 지내야 어른이랬어. (앉으라는 듯 옆자리 톡톡)
 
티아나:(이해는 안되지만 네 말이라면 일단 수긍하고 보는지 옆자리에 풀썩 앉는다.)
 
키에사:그리고 어차피 당장 만나지도 못할 텐데, 괜히 쓰면 더 보고싶어지잖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펼치며) 그러는 너는 이 책이 왜 읽고 싶었니?
 
티아나:앞장이 귀여워서! (정장을 입은 토끼와 카드병정, 파란 드레스를 입은 앨리스, 모자장수, 고양이..등이 그려진 표지를 쿡 손으로 짚는다.)
 
키에사: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갔다가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는 이야기야. (곰곰) 생각해보니 이 이야기에서도 몸집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약이 나오네... (진저리 친다...)
 
티아나:신기하다..! 사육장에 있는 토끼를 따라가면 나도 이상한 나라에 갈 수 있으려나? (곰곰..)
 
키에사:가지마. 거기 가면 전처럼 몸이 작아졌다 커지고, 여왕이랑 크로켓도 쳐야 하고, 그러다 미움을 사서 목이 날아갈 뻔 (동심파괴) 한다구.
 
티아나:어..?(충격)
재밌는덴줄 알았는데! (키에사에게 찰싹 달라붙기)
안읽을래...
 
키에사:말하는 체셔 고양이랑, 험프티 덤프티는 재미있어. (책을 덮으며...) 그리고 꿈에서 깬 것처럼 끝나. 시시하지?
 
티아나:나도 한번 만나봤음 좋겠다.. (머리까지 기대며)
키에사.. 방학 숙제는 언제할거야? (책을 보더니 생각난듯이 고개를 들어 널 빤히 바라본다.)
 
키에사:난 싫어! (질색) 동화는 동화니까 재미있는 거라구. 현실에 있으면 징그러울 것 같아... (턱을 괴곤 시선을 마주쳐) 왜? 도서관에 온 김에 숙제까지 할래?
 
티아나:그럼 나도 싫을래! (고개를 홱 돌리다가 다시 눈을 마주친다.) 응!
 
방학 숙제는 세가지 정도가 있었죠.
 
첫 번째는 가족에게 편지 쓰기.
 
두 번째는 독후감 쓰기.
 
세 번째는 친구의 초상화 그리기.
 
한가지만 해도 오늘은 충분할 듯 합니다.
 
키에사:(덮었던 책 다시 피며...) 독후감 쓸 거면 읽어야 해.
 
티아나:그럼 나도 독후감 쓸래! (저 멀리서 종이와 펜을 들고 온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 줄까요?
 
키에사:(첫장부터 읽어준다!)
 
당신은 티아나가 들고온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앨리스의 파란만장한 모험부터 위기와 결말까지..
 
티아나는 당신의 목소리에 집중해 여러 반응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리고 함께 펜을 움직이며 독후감을 씁니다.
 
키에사의 소감은 어떤가요?
 
키에사:(옛날에 한번 읽은 책이다... 토끼를 왜 따라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무 밑동의 구멍속으로 그만큼 오래 떨어졌으면 현실적으로 바닥에 부딪히자마자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역시 음식은 함부로 먹지 말아야 한다... 끄적끄적)
 
티아나:(체셔는 귀엽다 나도 만나면 친구하고 싶다. 토끼도 만나고 싶다! 하트여왕은 싫다, 무섭다. ..끄적)
 
독후감을 다 쓰면 똑똑,
 
누군가 도서관의 책장을 노크하듯 두드리며 들어옵니다.
 
문가에 선 것은 마틸다입니다.
 
마틸다:키에사, 게일 봤어?
 
키에사:아니. 아침에 사라가 놀린 뒤로는 쭉 못 봤는데?
 
마틸다:너희 방에도 없는 거지? 놀이방이랑 식당도 전부 뒤졌는데 안 보이더라고.
아침까진 분명히 같이 눈토끼 만들고 놀았는데..
 
키에사:게일이 사라졌단 말이니? 선생님도 보면 알려달라고 하셨어.
 
마틸다:말 그대로 사라졌다니까. (허리에 손을 얹고는) 화장실에 간다더니 안 돌아오지 뭐야.
그래서 아리아랑 기다리다 그냥 먼저 들어왔는데, 계속 안 보여.
변기에 빠진 건가?
 
다른 아이들도 문 틈새로 빼꼼 고개를 내밀곤 우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틸다:같이 찾아보자.
게일과 올리버 둘 다 안보여.
 
키에사:(흐음...) 그래, 마침 독후감도 다 적었으니까.
 
아이들은 그제서야 다시 뿔뿔이 흩어져 게일과 올리버를 불러댑니다.
 
키에사와 티아나는 저택의 안을 살필까요, 밖을 살필까요?
 
키에사:(안부터 돌아본다.)
 
게일과 올리버의 방, 남자 화장실, 다락방을 살필 수 있습니다.
 
키에사:(정직하게 게일과 올리버의 방부터!) 이 바보들. 보면 꼭 꿀밤 한 대씩 때려줘야지.
 
티아나:(주먹을 쥐어 들어보며) 바보들.
 
게일과 올리버가 곧바로 개인실에 들어간 건 아닐까요?
 
의외로 이것은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게일의 방문도, 올리버의 방문도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그야 개인실은 자신의 열쇠가 아니면 열 수 없는 구조니까요.
 
키에사:(내부 소리를 들어본다...)
 
키에사: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두터운 문 안쪽의 소리까진 들리지 않습니다.
 
티아나:(널 따라 귀를 갖다 대본다.)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게일! 어딨어!
 
키에사:(노크 쾅쾅쾅)
 
노크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티아나:진짜 변기에 빠져버린거 아냐..? (절규 표정..)
 
키에사:...하지만 남자 화장실이잖아? (머뭇)
 
티아나:내가 들어가볼까? (몇 번 들어가봤음)
 
키에사:(왜 들어간건데?) 같...같이 들어가. (쭈뼛쭈뼛)
 
티아나:응!
 
게일은 눈사람을 한참 만들다가, 사라의 무서운 이야기에 질겁하곤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그 뒤로 꽤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면 변기에 빠진 걸 수도 있잖아요?
 
키에사와 티아나가 안으로 들어가면,
 
안쪽의 창문이 열려 있는 탓에 겨울 특유의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가득합니다
 
티아나:(발로 문을 쾅쾅 차며 들어간다.)
 
화장실 칸은 모두 텅 비어있습니다.
 
청소 도구함에도 게일은 없네요.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티아나: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33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 여기!! (창틀을 가리키며 방방 뛴다)
 
창틀에 떨어진 손모아 장갑을 발견합니다.
 
붉은색 털실이 폭신폭신하고, 손등에 머리글자가 수놓아져 있네요.
 
G.
 
어쩌면 키에사는 그 장갑을, 이미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키에사:게일이 끼고 있던거 아니야? 화장실을 온 건 확실한 것 같은데... (까치발 들어서 창 너머를 확인함...) 대체 어디로 간거야?
 
창밖을 내다보면 철창과 입구가 무척 가깝습니다.
 
문가에서 누군가 부른다면 쉬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람피온은 겨울에도 화려하게 흐드러졌습니다.
 
흰 눈과 붉은 장미, 암녹색 이파리까지.
 
창틀에 가둬두니 꼭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 불길한 걸까요?
 
창문 아래를 살펴보면 하나의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발자국은 분명히 철창 가까이 걸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원에는 너무 많은 발자국이 분주하게 찍혀 있어, 어느 것이 게일의 발자국인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티아나:여기로 나간거야? 겁쟁이 게일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린다.)
 
키에사:설마. 아니면 누가 꼬드긴 걸까? (곰곰...) 다락방만 확인해보고 나가보자. (게일의 장갑을 챙겨 다락방으로 간다.)
 
티아나:응! (손잡고 다락방으로 쪼르르)
 
바짝 마른 람피온과 약간의 먼지, 창 너머로 보이는 눈의 풍경.
 
그리고 19조각으로 나뉜 거울이 키에사를 맞이합니다.
 
거울 속 키에사는 여전히 전혀 다른 행동을 합니다.
 
힐끔 키에사와 티아나를 바라보곤…
 
책을 읽습니다.
 
표지에는 〈-편미장- 감도물식〉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키에사:(얜 아직도 여기 있네...)(표지 힐끔..힐끔)
 
티아나:여기는 우리 밖에 모를거야 아마. (이상한데에서 뿌듯함을 내비친다.)
 
키에사:그치? 게일이 여기까지 올라오진 않았겠지? (괜히 거울 돌아보며) 너도 못 봤지? (꺼림칙..)
 
거울 속 키에사는 당신을 잠시 쳐다보더니..
 
대답도 없이 다시 책을 읽기만 합니다.
 
키에사:쟨 도대체 뭐야? (못마땅...) 못 봤으면 됐어. (이상한 흔적이 없나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본다.)
 
주변에도 별 다른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키에사:밖으로 나가보자. (티아나 손 잡아끌며)
 
티아나:응! (잡아끄는 대로 따라 나간다.)
 
어디로 가볼까요?
 
키에사:(화장실에서 본 발자국이 생각나 철창 근처로 간다.)
 
철창의 둘레를 따라 쭉 걸어갑니다.
 
신발 아래로 밟혀 뭉개지는 눈 소리가 뭉개집니다.
 
게일은 어디로 간걸까요?
 
계속해서 철창을 따라 걷다보면..
 
사라를 만납니다.
 
사라는 장미 한 송이를 든 채, 철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키에사: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라:난 괴담은 믿지만, 저택의 소문은 안 믿어.
장미를 꺾는다고 저택이 무너진다는 건 너무 황당하잖아? 게다가.....
 
티아나:너 뭐해?
 
사라는 화들짝 놀라선 뒤를 돌아봅니다.
 
사라:아, 아.
티아나..그리고 키에사구나.
 
철창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람피온만 쏟아진 핏자국처럼 범람했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철창 너머를 힐끔거린 사라가 어깨를 으쓱입니다.
 
머리를 묶은 보라색 리본이 함께 팔락입니다.
 
사라:꽃을 꺾으면 정말 저택이 무너지는지 궁금해서.
당연한 소리지만, 무너지지 않네. 선생님한텐 비밀로 해주라.
 
키에사:(괴담과 저택의 소문이 어디가 다르지..? 의아한 듯 네 손에 들린 장미를 응시하다) 그래서 꺾어본 거야? ..뭐, 그건 됐어. 이 근처에서 게일 못 봤니?
 
키에사:
심리학
기준치: 35/17/7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사라:못 봤어. 안그래도 마틸다가 하도 난리를 치길래 찾아보러 나온 거였어.
 
사라는 그렇게 대답하곤 후다닥 자리를 피합니다.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라의 구두굽 바닥에 장미 모양이 양각되어 있어, 발자국에 희미하게 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티아나:에이.. 게일은 대체 어딜간거야?
 
키에사:오늘따라 다들 좀 이상하네... (갸웃) 이 근처에도 없으면... 미로 정원을 헤매고 있나?
 
티아나:샅샅이 찾아버리자! 여기 어딘가에 무서워서 못나오고 있는게 틀림없어.
 
키에사:(척척 미로정원으로 가본다.)
 
내부가 빙글빙글 원형으로 제작된 미로 정원.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벽은 담쟁이덩굴로 얌전히 덮여 있습니다.
 
미로를 헤매지 않으려면 벽을 짚는 게 좋아요.
 
언젠가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던 것도 같습니다.
 
인기척은 없습니다.
 
바닥을 보니 사라의 발자국이 안으로 이어집니다.
 
키에사:(벽을 짚으며 발자국을 따라가본다.)
 
미로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아침에 눈싸움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눈이 여기저기 묻어 있고, 일부는 녹았다 다시 어는 바람에 바닥이 미끌미끌하네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키에사:
기준치: 75/37/15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암만 복잡한 미로라해도 키에사를 헷갈리게 할 순 없죠.
 
순조롭게 옳은 길을 택해 갑니다.
 
키에사:
기준치: 75/37/15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운이 좋게도 발이 딛는 곳마다 장애물도, 막힌 벽도 없습니다.
 
티아나는 그런 당신의 뒤를 쫓아 잘 따라오네요.
 
그러나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도,
 
소리 높여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미로 정원도 아닌 걸까요?
 
사라진 아이들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요?
 
한참을 더 걸어갑니다.
 
키에사:
기준치: 75/37/15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언 길 때문일까요?
 
키에사는 길게 미끄러져 넘어지고 맙니다.
 
엉덩이가 시큰하네요..
 
티아나:키에사!! 괜찮아?
 
키에사:아야... 너무 미끄럽잖아! (괜히 바닥한테 씅냄)
 
티아나:(바닥을 발로 쾅쾅 내리찍는다.) ㅡㅡ
 
키에사:(민망한듯 다시 벽을 짚고 일어난다...) 큼,큼. 계속 가보자.
 
티아나:응! (이번엔 앞장서서 걸어간다.)
 
한참 걸으면 다시 파빌리온이 나옵니다.
 
미로 정원의 중앙에 도착했습니다.
 
우거진 나무들이 가두리를 따라 드리우고, 발아래에는 푹신푹신한 잔디가 밟힙니다.
 
돌을 박아 넣은 산책로가 아기자기합니다.
 
겨울이라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설치한 차양.
 
높은 기둥 위에 올린 세모난 지붕이 무척 고풍스럽습니다.
 
파빌리온 아래에는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종종 야외 수업을 나오거나,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사용하는 곳입니다.
 
키에사:게일! 올리버~! (파빌리온으로 들어서며 일단 이름을 냅다 외쳐본다.)
 
티아나:게일! 올리버~~!
 
키에사:
듣기
기준치: 25/12/5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나무들이 요란하게 흔들립니다.
 
날이 저무니 점점 기온이 떨어지는 모양이에요.
 
키에사:추워... (테이블 근처를 기웃거린다.)
 
희고 네모난 테이블은 눈 한점 쌓이지 않고 지붕 아래 얌전히 서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야외 수업을 하지 않고, 바비큐 파티도 무리기 때문에 먼지가 조금 쌓인 것 빼곤 깨끗합니다.
 
바구니 하나가 덜렁 놓여 있네요.
 
담겨있던 겨울딸기는 아이들이 무섭게 먹어치운 탓에 무른 것만 몇 개 남아있습니다.
 
키에사:음... (바구니를 빼꼼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게일은 이거라도 흘리고 갔지, (장갑 덜렁) 올리버는 하늘로 솟은 거야, 땅으로 꺼진 거야?
 
티아나:내 말이. 똑똑하면 뭐해? 음..? 똑똑해서 그런가? 게일은 덜렁이니까. (끄덕)
 
의자 아래에 무언가 반짝입니다.
 
키에사:...? (몸을 숙여 주워본다.)
 
검은색, 윤이 반지르르 나는, 장미가 양각된…
 
익숙한 열쇠입니다.
 
티아나에게 문을 열어주었던 바로 그 열쇠.
 
키에사:이게 왜 여기에 있지? 여기 있는 걸 보면 누가 주워서 밖으로 나간 건 아닐 텐데. (일단 챙겨서 주머니에 넣으며) 일단 정원에서 나가자.
 
티아나:추워..나갈래~ (네 손을 꼭 잡곤 다시 미로를 빠져나간다.)
 
키에사:(꽁꽁 언 손을 붙잡고 미로를 나와서는 분수대로 향해본다.)
 
고래가 조각된 분수대는 끊임없이 등에서부터 물을 쏟아냅니다.
 
찰랑거리는 물 아래로 아이들이 떨어뜨린 겨울딸기라든가, 람피온, 동전들이 들어있습니다.
 
눈사람 게일도 잘 서있네요.
 
특별할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반듯하게 접힌 쪽지가 보입니다.
 
키에사:이런 곳에? (펼쳐본다.)
 
이미 흠뻑 젖은 데다, 잉크가 번져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키에사:
언어(모국어)
기준치: 40/20/8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언어(모국어)
기준치: 40/20/8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삐뚤빼뚤 쓰인 글씨는 얼추 모양새를 가다듬으니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티아나 같은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요?
 
키에사:누가 너같은 친구를 원한대. (어렵사리 꼬깃한 쪽지를 읽고는 고개를 들어 티아나를 바라본다.) 누굴까?
 
티아나:나? (의문을 띠다 베시시 웃음이 번진다. 기분 좋은듯이..)
 
키에사:좋아? (흥) 짐작가는 사람 없니? (쪽지를 다시 분수대에 내려놓고는 사육장 쪽으로 간다.)
 
티아나:몰라! 누가 나랑 친해지고 싶나? (피식 피식 웃음을 흘리며 널 따라 간다.)
 
동물 특유의 털 냄새가 가득합니다.
 
문 안쪽에 당번 표가 걸려 있고, 안에는 토끼장과 닭장개집이 각각 분리되어있습니다.
 
저택에서 기르는 블랙 리트리버, 애쉬가 가까이 다가와 맹렬하게 짖어댑니다.
 
키에사:그랬으면 '티아나랑 친구가 되게 해주세요.' 라고 했겠지. 티아나같은 친구는 뭐야? (잔뜩 투덜거리며 당번 표를 눈으로 대충 훑는다.) 조용히 해! (씅)
 
티아나:맞아! 조용히 해! (그런가? 라고 덧붙이며 졸졸)
 
이번 주 당번은 올리버입니다.
 
올리버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적힌 것은 어제입니다.
 
사육장 당번이 된 람피온은 토끼와 닭, 병아리와 강아지의 밥을 챙겨주어야 합니다.
 
아침마다 달걀을 가져오는 것도 잊으면 안 되고요!
 
올리버는 동물을 돌보는 걸 특히 좋아해서 빼먹었을 리가 없습니다만……
 
키에사:동물 바보가 사육장을 한번도 안 들렀다구? 그럴 리가. (그럼 얘네는 오늘 굶은...건가? 토끼장으로 가본다.)
 
토끼들은 모두 눈을 끔벅이며 온순하게 누워있습니다.
 
바닥에 바짝 배를 붙이고 있네요.
 
토끼장을 들여다보면 동글동글한 토끼 똥이 바닥을 마구 굴러다니는 데다, 그릇의 당근은 몇 개 남지 않았고, 바짝 말랐습니다.
 
티아나:(널 따라 토끼장을 바짝 들여다본다.) 안녕~
 
티아나가 토끼를 살펴보러 다가가면 잔뜩 겁을 먹었는지 귀를 뒤로 젖히고 구석으로 멀리멀리 달아납니다.
 
아직도 낯을 가리는 걸까요?
 
티아나:나만 미워해. (흥)
 
키에사:(불...불쌍해!) 올리버는 꿀밤 두 대야. (티아나를 뒤로 끌며 옆의 닭장으로 가본다.)
 
네모난 닭장이 아파트처럼 다닥다닥 쌓아 올려져 있고, 닭과 병아리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흙 마당이 조그맣게 딸려 있습니다.
 
닭의 사료 그릇도 거의 비어있습니다.
 
게다가, 닭장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달걀이 쌓여 있습니다.
 
올리버가 오늘 아침 들리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로 티아나가 다가가면 닭들은 요란하게 울며 날개를 칩니다.
 
병아리들도 삐약삐약 우는 소리를 내며 지푸라기 사이로 고개를 파묻습니다.
 
키에사:애들 놀라잖아. (개집을 살펴본다.)
 
티아나:내가 뭘 했다고?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 다른 곳을 본다.)
 
키에사와 티아나가 개집으로 가까이 다가오면, 애쉬는 계속해서 티아나를 향해 짖습니다.
 
아이들이 다소 험궂은 장난을 쳐도 온순하게 웃던 녀석인데, 평소답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티아나를 따라 다니며 짖지만, 막상 티아나가 돌아보면 후다닥 도망갑니다.
 
마치 무서운 것처럼요.
 
자기 집에 머리부터 쑤셔 넣은 것이 숨는다고 숨은 모양입니다.
 
밥그릇은 텅 비어, 사료 몇 알이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물도 동이 났고요.
 
개집의 상태도 영 좋지 못하네요.
 
티아나:왁! (애쉬 놀래키기)
 
키에사:그러니까 동물들이 무서워하지ㅡㅡ 밥을 챙겨주면 좀 덜하지 않을까? (사료와 먹이들을 찾아본다.)
 
티아나:잘해줘도 무서워 하거든-. (팔짱을 끼곤 네가 하는 것을 바라봐)
 
사육장 한쪽에 먹이포대가 있네요.
 
키에사:정말? (먹이 포대를 끙끙 가져와 먹이 통에 조금 부어주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밥그릇을 채워주면 허겁지겁 먹어치웁니다.
 
많이 배고팠나보네요.
 
티아나:(멀리서 빤히 바라본다..)
 
사료를 모두 먹어치운 애쉬는 어딘가로 달려갑니다.
 
키에사:응?
 
그러곤 후다닥 제집에서 책을 한 권 물어옵니다.
 
키에사:이게 뭐야? (은혜갚은 강아지?)
 
표지에는 <식물도감 -장미편->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키에사: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애쉬가 물어오는 동안 꽂혀 있던 책갈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나보네요.
 
책갈피엔 올리버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올리버가 도서관에서 대여한 것일까요?
 
올리버는 식물을 개화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관심을 가져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만..
 
이 상황과 무슨 상관이란 걸까요?
 
키에사:그럴 수도 있지...만. (책을 펼쳐서 몇 페이지 읽어본다.)
 
키에사:
자료조사
기준치: 45/22/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45/22/9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41페이지에서 당신은 눈에 띄는 문장을 발견합니다.
 
장미 품종을 하나씩 설명한 책인데,
 
41페이지는 미뉴에트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동명의 꽃이 있다고 했었죠.
 
꽃과 꽃의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라니, 우연이라기엔 흔치 않은 운명이었죠.
 
올리버는 어쩌면, 미뉴에트, 그러니까, 티아나의 존재가 궁금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야, 식물을 다루는 람피온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요.
 
키에사:그 쪽지를 쓴 건 올리버인가..? (책을 덮고는) 마지막으로 뒤뜰만 가보자.
 
책을 다 읽어도 올리버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키에사가 얻은 것은 올리버의 책갈피가 전부입니다.
 
뒤뜰로 가려는 그때, 바깥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여러분!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입니다.
 
숄을 두른 선생님은 저택의 대문에 서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선생님이 이쪽을 돌아봅니다.
 
날이 슬금슬금 어두워진 탓에 선생님의 얼굴 위로 음영이 드리웁니다.
 
등롱을 들고 있는 손이 희미하게 떨립니다.
 
선생님:*저택의 대문이 열려 있던데, 혹시 여러분 중에 누군가 열었나요?
 
아이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아닙니다.
 
아리아:사, 사라도 없어졌어요, 선생님.
 
아리아가 손을 들고 어물어물 말합니다.
 
한숨을 쉬고, 선생님이 눈으로 아이들의 수를 헤아립니다.
 
열아홉 명.
 
티아나를 제외하고 원래 스물한 명이었으니, 결국 사라진 것은 세 명입니다.
 
선생님:혹시 저택 바깥에 나갔다가 길을 잃은 걸 수 있으니, 찾으러 다녀올게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으니까, 다들 방으로 돌아가세요.
다시 대문을 잠가둘 테니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이탈하면 안 돼요.
모두, 서로서로 길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거예요.
 
티아나:네~!
 
키에사:...네에...
 
아이들이 대답을 저마다 하면 옷차림을 추스른 선생님이 곧 저택을 벗어납니다.
 
덜커덩, 거친 소리와 함께 대문이 다시 잠기고…
 
어두운 숲속으로 작은 등롱이 사라집니다.
 
검은 그림자가 노오란 등불을 꿀꺽 삼킬 때까지 아이들은 정원에 붙박힌 채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당부를 따라 아이들이 하나둘 저택 안으로 들어갑니다.
 
끼익,
 
현관을 닫으면 추위가 한결 가십니다.
 
창밖으론 계속 눈이 내립니다.
 
올리버와 게일, 사라는 어떻게 된 걸까요?
 
제이:그, 그냥 길을 잃어버린 거겠지?
 
제이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두리번거립니다.
 
불안한지 동의를 구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이들은 대답이 없습니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안 그래도 음울한 저택의 공기가 한층 아래로 처집니다.
 
거실에는 벽난로가 타닥타닥 타들어 갑니다.
 
아이들은 소파에 기대 눕거나 방으로 돌아갑니다.
 
다들 퍽 지친 기색입니다.
 
식당에 가면 선생님이 차려둔 저녁을 먹을 수 있습니다.
 
티아나:(키에사 손 꼬옥..)
 
키에사:..애들은 정말 밖으로 나간 걸까?
 
티아나:게일이랑 올리버는 그럴리 없지 않아..? 겁쟁이랑 범생이잖아. (침울한 분위기에 따라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키에사:하지만 그게 아니면 이렇게까지 찾는데 안 보일 리가 없잖아. (소곤) 뭔가... 어려운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네.
 
티아나:선생님.. 금방 돌아오시겠지.. (현관쪽을 바라보며 네게 풀썩 고개를 기댄다.) 그만 숨어있어도 되는데..
 
소곤거리는 동안, 벽난로의 불길은 한참 타오르고 거실의 아이들이 피곤했는지 순식간에 곯아떨어집니다.
 
불똥이 튀는 자그만 소리와 서로의 목소리만 거실을 가득 채웠을 때,
 
키에사는 익숙한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키에사:...? (쫑긋)
 
창밖에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키에사:티아나, 무슨 소리 안 들려?
 
티아나:우는 소리 같은데..?
 
키에사:전에 들었던 소리잖아. 그, 울새가 우는 소리...
 
티아나:맞다! (이제서야 기억난듯 작게 박수를 친다.)
 
키에사:(창가로 다가가 창을 열어본다.)
 
창밖을 내다보면 가지에 내려앉았던 울새가 미로 정원으로 날아갑니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는데,
 
그것은 이쪽을 전혀 바라보지 않았고,
 
평소처럼 불길하게 울었을 뿐인데도…
 
어쩐지 웃음소리처럼 들립니다.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새의 기분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는데도요.
 
울새는 날갯짓 몇 번 만에 금세 미로 정원 담벼락 안으로 사라집니다.
 
먹을 곳이라곤 전혀 없는데 무엇을 그리 찾는 걸까요?
 
기시감이 듭니다.
 
저 새는 분명, 여름에도 불길함의 징조였습니다.
 
키에사:나는 저 새가 정말 싫어.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지켜보다) 우리가 찾는 거랑 같은 걸 찾고 있는 걸까?
 
티아나:... 따라가 볼래? (창가에 엎드려 있다간 네 쪽을 바라본다.)
 
키에사:응... 미로 정원 쪽으로 갔어. (등롱을 하나 집어들곤) 선생님 돌아오시기 전에 확인하고 오자.
 
티아나:응! 확인만 하고 오는거야. (목소리를 낮춰 쉬쉬 말하고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묵직한 문을 밀자, 사정없이 온기를 빼앗는 겨울바람이 들이닥칩니다.
 
코와 뺨이 추위에 베이듯 따갑고, 바닥이 차가워 발걸음을 떼기 어렵네요.
 
티아나 역시 반사적으로 옷깃을 여밉니다.
 
늦은 밤의 저택은 온통 어둡고, 눈발이 거세 주변을 살피기 쉽지 않습니다.
 
키에사와 티아나조차 거친 기후에 거동이 어려운데, 그 작은 새가 저택 근처를 벗어났을 리 없습니다.
 
두 사람은 미로 정원으로 향합니다.
 
빽빽한 덤불로 벽을 나눠 세운 미로 정원입니다.
 
내부는 두 사람에게 익숙한 구조로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미로의 입구가 한껏 벌린 짐승의 아가리처럼 보이는 건, 분명 기분 탓이겠죠.
 
나뭇잎이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 괴물이 입맛을 다시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벽을 더듬어가며 미로 안으로, 또는 존재하지 않는 공포의 뱃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어둠, 추위, 미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키에사:(티아나와 꼭 붙어선다...)
 
티아나:추워... (꼭 붙어 걸어간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며 찍어둔 발자국이 보입니다.
 
이 중에 아마 사라의 것도 있겠죠.
 
키에사:(등롱을 비춰 자세히 살펴본다.)
 
이리저리 겹쳐진 발자국의 주인을 추적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문득,
 
나무의 잎사귀와 가지가 마찰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키에사는 바람에 묻힐 만큼 작은 소리를 예리하게 잡아냅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른편 덤불의 가지에 앉아있던 작은 울새와 눈이 마주칩니다.
 
울새는 키에사를 보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덤불의 틈새로 사라져버립니다.
 
키에사:빨, 빨라! (울새를 따라 덤불로 간다.)
 
티아나:거기서어~~!
 
틈새에 가까이 간다면, 빼곡하고 촘촘하게 얽혀있던 덤불이 훼손되어 있습니다.
 
마치 강한 악력을 가진 누군가가 힘을 주어 벌린 것처럼,
 
휘어진 줄기 사이로 미로 벽의 건너편이 보입니다.
 
그 너머에는……
 
나무의 뿌리 아래에 커다란 굴이 있습니다.
 
아니, 이걸 굴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통로나 블랙홀처럼 보이는 그것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차츰차츰 제 크기를 줄이고 있습니다.
 
통로의 내부엔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어둠
 
그저 인공적으로 검고 검은 공간만이 보입니다.
 
언뜻 무언가 본 것 같은데, 시야가 좁아 자세한 확인이 어렵습니다.
 
키에사:새가 이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해 줘. (뒷걸음질..)
 
티아나:안들어갔을걸? (들어갔다.)
 
키에사:......하...... 아무리 봐도 들어갔잖아!
 
티아나:벌려야 들어갈 수 있겠는걸.. (좁은 틈으로 기웃기웃 거린다.)
저기로 숨은거 아닐까?
 
키에사:이 밑? (ㅜㅜ)
 
티아나:응! 여긴 처음보는 곳인걸.
 
키에사:하지만... 하지만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면 어떡해? 난 앨리스 하기 싫단 말이야.
 
티아나:그럼 내가 앨리스 해줄게! 앨리스도 나도 금발인걸. (제 짧은 머리칼을 손으로 빙 돌리며 웃는다.)
 
키에사:그 소리가 아니라구. (어이없는 얼굴!) 다시 올라올 수는 있는 거겠지? (기웃기웃)
 
티아나:그보다.. 이러다가 없어지겠어! 점점 줄어들잖아. (결국 나서선 덤불의 틈을 벌려낸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키에사:그치만, 꺅! 그게 뭐라고 그렇게 덥썩덥썩 만져!!!
 
티아나:헤헤 들어갈 수 있겠다! (상반신부터 쑥 들이밀어선 들어가는)
 
키에사:바보야!!!!!!! (울며 겨자먹기로 망토 질질 잡아당김...)
 
티아나:아 아야 (질질 끌어당겨짐..)
...왜애!
 
키에사:(엉엉) 내가 먼저 갈게 ( ㅜㅜㅜ)
 
티아나:그래! 내가 망볼게! (헝클어진 머리는 냅두고 키에사 빤히)
 
키에사:(밍기적 밍기적 굴 안으로 들어간다...)
 
허리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그럭저럭 틈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키에사는 틈 너머로 반쯤 몸을 뺍니다.
 
시야를 확보하면 몇 가지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습니다.
 
은 여전히 불길한 어둠을 품은 채 나무뿌리 아래에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눈이 쌓인 바닥 위에 발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키에사:(굴을 흘겨본다...)
 
줄어드는 와중에도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훨씬 더 큰 크기였던 구멍은 어느새 어린아이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줄어들어 있습니다.
 
키에사:(저게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거지...)(바닥 내려다봄)
 
통로 근처의 나뭇가지는 군데군데 부러져 있으며, 잎사귀들은 한 방향으로 쓸려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밟고 간 것처럼요.
 
키에사:저쪽으로 갔나..? (발자국을 들여다 본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야, 여태 내내 찾던 사라의 구두가 남긴 자국이잖아요.
 
왜 이런 곳까지 남아있는 걸까요?
 
불편한 자세를 지속하기 슬슬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
 
티아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티아나:키에사-
뭐 찾은거 있어? 얼마나 더 보고 있을건데~?
 
키에사:사라 발자국이 있어...!
 
티아나:진짜?!
사라 대단하다.. 이런 곳도 찾아내고..
 
키에사:지금 감탄할 때니?!
 
티아나:(우..맨날 나한테만 뭐라해.)
 
키에사:게일과 올리버는 모르겠지만 사라는 이 안으로 들어간게 맞나봐.
 
티아나:게일이랑 올리버도 저기 있을거라고 내가 장담해! 셋이서만 비밀 아지트를 알고 있던거지, 우리 다락방처럼.
그나저나.. 계속 그러고 있을거야, 키에사?
 
키에사:...싫다, 정말... (꾸물꾸물 안으로 들어감...)
 
그 순간
 
키에사는 무수히 많은 손이 잡아당기는 듯한 강한 인력을 느낍니다.
 
정체 모를 힘은 몸을 반쯤 걸치고 있던 키에사를 굴 방향으로 끌어당깁니다.
 
이건…
 
인력이라기보단 흡입력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맥없이 굴러떨어진 키에사는 그대로 굴까지 끌려 들어갑니다.
 
벽 너머에서 티아나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눈이 쌓인 차가운 바닥을 구르고 굴러
 
어둠 속으로…….
 
키에사의 신발이 땅에 닿는 순간,
 
키에사는 무수히 많은 손이 잡아당기는 듯한 강한 인력을 느낍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사위가 몽롱해 마치 꿈에 갇힌 것 같습니다.
 
그보다, 아까부터 누군가가 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외치고 있지 않나요?
 
당신이 잊지 못하게 속삭이는 것처럼, 익숙한 단어의 나열은 머릿속에서 메아리칩니다.
 
키에사:
정신
기준치: 30/15/6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이 키에사 자신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창백한 티아나의 얼굴,
 
그리고 그 뒤의 얼기설기 얽힌 나무 덩굴과 나뭇잎으로 뒤덮인 천장과 벽입니다.
 
그러고 보니 땅을 대차게 구르면서 굴 아래로 떨어진 것 같은데……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지만, 몸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티아나:키에사!!!!
 
얼음장처럼 차가운 티아나의 손등이 키에사의 뺨을 쓸고 지나갑니다.
 
티아나:일어나아아아!!
(뺨을 떄려보려고 팔을 든다.)
 
키에사:으...(삭신이 쑤신다는 게 이런 뜻인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든다.) 어떻게 된 거야?
 
티아나:엉엉.... ... 어?
(손 내리기..)
정신이 들어?!
 
키에사:...(가자미눈...) 때릴거야?
 
티아나:아냐!
다행이다!! (와락 꽈아아아악)
 
키에사:(아앆) 살살! 살살!!
 
티아나:키에사 계속 기절해 있었단 말이야. (훌쩍..이며 손의 힘을 풀어 얼굴이 빤히 마주봤다.)
키에사 따라서 바로 뛰어들어왔는데에...
굴 입구가 다 닫혀버렸어!
 
키에사:(입 떠억...) 너... 너까지 따라오면 어떡해! (빽!) 남아서 선생님이라도 불렀어야지!
 
티아나:그치만!!! 키에사가 떨어져서 사라졌잖아! 내 눈 앞에서 사라졌잖아!
나 그래도 길 찾았다 뭐.
(잘못한 거 전~혀 없다는 모습)
 
키에사:내가 뭐 때문에 앞장 선 건데...! (지끈...)
길...?
 
티아나:깨끗한 길이 있던데? 근데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는 모르겠어..
 
키에사:발자국은 없었구?
 
티아나:그런건 안보이던데..
 
키에사:그럼 아무도 안 간 길이라는 건데... (옷을 툭툭 털며 몸을 일으켜) 일단 가보자.
 
티아나:응!
 
몸을 일으키면 벽이 눈에 띕니다.
 
이걸 덩굴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나치게 굵은 식물 일부는, 뿌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합니다.
 
하나하나의 줄기에 개미처럼 작고 검은 글씨가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키에사:떨어지면서 뇌를 다쳤나?
 
티아나:우와..
우리 동화속에 들어왔나봐.
 
키에사:(마른 세수) 아냐... 아냐. 이거 다 꿈이야.
 
티아나:저건 무슨 단어야?
 
키에사:.............(힐끔...)
 
어지럽게 기어다니는 글씨들은 조합이 되어있질 않습니다.
 
...건드려볼까요?
 
키에사:...(톡톡)
 
글씨 위에 손을 올리면 작은 알파벳 몇 개가 키에사의 엄지손가락 위로 올라옵니다.
 
알파벳은 꿈틀거리며 하나의 단어로 조합됩니다.
 
그 단어는……
 
Emily
 
키에사:에밀리..?
 
티아나:에밀리?
 
키에사:그게 누군데?
 
티아나:몰라!
 
키에사: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에밀리?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애초에 글씨가 벌레처럼 움직이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네요.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고…
 
키에사:...그 편지 주인 아니야? 도서관에...
 
티아나:헉..
맞아. 그랬었지~
 
키에사:그 이름이 왜 나와? (찝찝~..)
 
그 외에도 여러 글씨들이 살아 움직이듯 벽을 기어다닙니다.
 
티아나:내 이름도 있을까~?
 
키에사:없으면 좋겠다... 이상해, 이런 거.
 
티아나:(재밌다고 말하면 싫어하겠지..?)
 
키에사:(기 쪽쪽 빨린 얼굴)
 
티아나:일단 저 길로 가볼까? (기운 차게 물어봐)
 
키에사:(끄덕끄덕.. 당찬 네 뒤를 따라간다...)
 
황금빛 도보는 아니지만, 굴의 바닥은 어린아이도 걷기 좋게 평평합니다.
 
키에사는 길을 걸어가며 달콤한 향기를 맡습니다.
 
디저트와 차를 떠오르게 하는 부드러운 향기는 불안했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티아나:(킁킁..) 달콤한 냄새.
 
키에사:저녁... 먹고 올 걸. (후회하며 냄새를 따라가본다.)
 
장식처럼 벽을 타고 자란 덩굴과 우글거리는 글씨들에 익숙해질 무렵,
 
두 사람은 갈림길과 마주합니다.
 
갈림길에는 OX 퀴즈가 적힌 팻말이 꽂혀 있습니다.
 
티아나:뭐지?
 
키에사:(끔벅)
(팻말을 읽어본다.)
이게 다 무슨 질문들이야..?
 
티아나:흠~.. 넌센스?
 
키에사:저택의 32번째 계단을 밟으면 죽는다... 당연히 아니지.
 
티아나:그럼 X로! (신나게 X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간다.)
 
키에사:(저벅저벅)
 
분명, 소문 속에서 밟으면 죽는 것은 저택의 36번째 계단이었죠.
 
치사하게 숫자를 교묘하게 바꿔두었지만…
 
키에사:(짜증나)
 
이런 속임수에 속을 당신이 아닙니다.
 
키에사:(속았지만 안 속았다)
 
키에사와 티아나는 무사히 다음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키에사:울새는 암수가 똑같이 생겼다. 맞지... 조류도감에서 읽은 것 같아.
 
티아나:그럼 동그라미! (우다다)
 
키에사:천천히 가..! (호다닥 따라감)
 
얼마 전, 울새는 암수 동형이라는 정보를 조류도감에서 본 것 같습니다.
 
키에사와 티아나가 기억을 더듬어 O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자, 멀지 않은 곳에 다음 갈림길이 보입니다.
 
키에사:...선생님은 우리 편이다.
뭐야? 이 교묘한 편가르기 같은 문제는?
 
티아나:당연히 O지! (고민도 않고 팔짱을 낀다.)
 
키에사:선생님이 우리 편이 아니면 누구 편이야? (척척 걸어가기)
 
티아나:내말이. (척척)
 
선생님이 우리의 편인 건 당연한 사실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며 들어선 길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덩굴이 자라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한순간,
 
긴 채찍 같은 촉수가 키에사의 발목을 잡아챕니다.
 
티아나 역시 덩굴에 거꾸로 들어 올려져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티아나:우와!
 
키에사:꺄아아아아악!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면 거대한 식충 식물과 닮은 것이 두 사람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키에사:이게 뭐야?!?!!?!?!?
SAN Roll
기준치: 30/15/6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1 감소
 
티아나:으하하
 
키에사:웃고 있을 때니?!?!?!
 
티아나:(대롱 대롱)
...나 토할거 같아..
 
키에사:최악이야!!! (바둥바둥)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5
 
꿀꺽
 
그대로 식충 식물이 키에사를 삼켜버립니다.
 
나가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위산에 녹아버리고 말거예요!
 
티아나:키에사!!!!
놔!! 이거 놔!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키에사:(흐어엉) 엄마아...
 
티아나도 먹혀버립니다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5
 
화르륵!
 
키에사의 능력덕분에 식물은 괴로워하며 키에사를 토해냅니다.
 
활활.. 타들어가네요.
 
티아나:으아아아아 (퍽퍽팍퍽)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키에사:(아ㅜㅜㅜㅜㅜ)
 
식충식물의 몸통에서 티아나의 목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3
식물주제에ㅠㅠㅠㅠ
 
티아나를 삼킨 식물 마저 태워버립니다!
 
키에사를 닮은 불꽃이 화륵, 번져갑니다.
 
티아나:(콜록콜록!)
살았다...
 
키에사:(진 빠짐...) 괜찮니?
 
티아나:응..! (와락)
 
어서 이곳을 벗어납시다!
 
틀린 길이었던 걸까요?
 
키에사:(훌쩍... 조금 탄내를 맡으며) 우리 문제 잘못 푼 거야?
 
티아나:그럴리 없는데....
쟤네가 잘못 안거겠지! (형체도 남지 않은 식물을 가리킨다.)
 
키에사:(킁...) 돌아가자...
 
티아나:응..
 
얼마나 걸렸을까요,
 
마침내 도달한 길의 끝은 막혀있습니다.
 
단순히 막혀있기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막다른 길은 검은 광택을 내는 끔찍한 생명체가 지키고 있습니다.
 
그 주변은 악취로 가득합니다.
 
형형하게 빛나는 분홍색 눈동자가 쉼 없이 데굴데굴 굴러가며 키에사와 티아나를 바라봅니다.
 
여태껏 마주한 함정처럼 쉽사리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괴이와 마주한 키에사와 티아나
 
키에사:
SAN Roll
기준치: 29/14/5
굴림: 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1d3판정
 
티아나: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키에사:3
 
티아나:10
지능
기준치: 30/15/6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저거 뭐야..?
 
키에사:...뭔진 몰라도, 도망가야 한다는 건 알겠어.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전투의 시작입니다.
 
키에사:(도망가게해달라고)
 
키에사의 차례!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1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5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1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8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489566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3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929841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대실패
-2: 대실패
피해: 11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55307
+2: 어려운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8
 
괴이에게 닿지 못한 불꽃이 이리저리로 튑니다.
 
괴이의 차례!
 
티아나:
공격
기준치: 35/17/7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1
 
괴이의 몸짓은 느리고도 느립니다
 
키에사는 티아나를 보호하며 피합니다!
 
다시 키에사의 차례!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916614
+2: 보통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8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526543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17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116764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피해: 10
 
손에 흐르는 땀 때문일까요?
 
불꽃이 전혀 붙질 않습니다.
 
다시 괴이의 공격이 다가옵니다.
 
괴이:
공격
기준치: 35/17/7
굴림: 3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9
 
다시 키에사의 턴입니다!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202233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실패
피해: 14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327190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6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7422
+2: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피해: 8
 
있는 힘을 다해 불꽃을 만들어냅니다!
 
괴이의 몸에 불이 붙고
 
괴이는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팔을 휘두릅니다.
 
괴이:
공격
기준치: 35/17/7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피해: 17
 
괴이의 공격은 벽과 천장을 쳐댑니다.
 
덕분에 땅이 울리고 흙과 돌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키에사의 차례!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46784
+2: 극단적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8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974315
+2: 보통 성공
+1: 실패
  0: 대실패
-1: 대실패
-2: 대실패
피해: 5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227479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피해: 8
 
땅이 울리는 탓에 공격이 전부 빗나갑니다.
 
다시 괴이는 끔찍한 소리를 내지릅니다.
 
괴이:
공격
기준치: 35/17/7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피해: 27
 
키에사의 차례!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841131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10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378794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9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123468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피해: 13
 
당신의 망토를 쥔 티아나의 손에 힘이 실어집니다.
 
말은 없어도 당신을 응원하고 있는 거겠죠.
 
다시 괴이가 공격해옵니다.
 
괴이:
공격
기준치: 35/17/7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3
 
괴이의 공격은 닿지 않습니다.
 
키에사의 차례!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13745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실패
피해: 14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529079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10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222158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실패
피해: 11
 
키에사의 초능력이 스치는 곳마다 괴이의 몸체에 불꽃이 붙습니다.
 
절반 정도 태웠을까요, 불붙은 몸체가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꺼지지 않는 화염에 괴로워하던 괴이는 자신의 몸통 절반을 버렸습니다.
 
키에사:죽어! 죽어!! ㅜㅜㅜ
 
키에사가 채 반응할 틈도 없이, 불이 붙지 않은 쪽의 분열된 몸통이 단숨에 키에사를 집어삼킬 듯 몸을 던져옵니다.
 
길쭉하고 날카로운 팔이 당신의 심장을 향해 돌연 다가옵니다.
 
티아나:키에사!
 
티아나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그 앞을 가로막습니다.
 
마치 키에사의 잔을 빼앗았을 때처럼, 어떤 의지로 가득한 보호였습니다.
 
당신을 지키겠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내내 참을 수 없었던 것처럼,
 
티아나는 키에사를 한쪽 팔로 감싸 안고 다른 팔을 뻗어 덮쳐오는 괴이를 막습니다.
 
위험합니다
 
위험할게 뻔합니다.
 
키에사와 달리 티아나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니까요.
 
그런데도 티아나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 분홍색 눈동자는 맹렬한 투지를 띠고 달려드는 적에게서 꽂혀 듭니다.
 
찰나의 순간이 아주 느리게, 느리게 흘러갑니다.
 
그와 동시에,
 
파직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과도 같은,
 
보이지 않는 날개를 틔우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위해 약동하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소리는 어떤 존재의 탄생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앞을 향해 뻗은 손바닥의 끝에서부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보호와 방어의 재능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나 두 사람을 감싸 안습니다.
 
흩날리는 불꽃의 파편은 꽃잎과도 같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티아나의 눈동자와 같은 따뜻한 분홍색입니다.
 
 
활을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몸체를 꿰뚫는 날카로운 공격에 괴이는 맥없이 허공에 매달리듯 멈춥니다.
 
미숙한 실력이지만 분명히 닿았습니다.
 
티아나의 능력이 스친 곳에서부터 작은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역한 냄새를 내며 분열된 몸뚱이가 불타기 시작합니다.
 
그 거대한 몸체가 마침내 추락하며 사방에 체액을 내뱉습니다.
 
키에사, 티아나
 
키에사:
민첩
기준치: 30/15/6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티아나: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괴이의 체액을 뒤집어쓴 벽이 그대로 녹아내립니다.
 
새까맣고 역겨운 존재는 조금씩 가루로 변해 흩어집니다.
 
흩날리는 재와 흙먼지로 시야가 뿌옇게 가려집니다.
 
그제야 티아나는 키에사를 품에서 떼어놓습니다.
 
티아나:...키에사...(분홍빛이 빛나던 눈동자가 조금 풀리며 네게 힘이 빠져나간 몸을 기대었다.)
 
키에사:티아나..! (제게 기대는 네 어깨를 감싸 안고 멍한 눈으로 괴이가 있던 곳과 너를 번갈아 바라본다.) 방금... 방금 뭐였어? 네가, 어떻게 내 불을......
 
티아나:다친데는 없어? (힘없이 웃음을 흘리며 네 품이 기분 좋은지 고개를 부비적거린다.) 키에사한테 잠깐 빌렸어.
 
키에사:(옅게 벌려져 있던 입을 꾹 다문다. 당장 목숨을 부지하니 뒤늦게 손이 떨려와 애써 네 손을 찾아 잡았다. 어느 밤과 다를 것 없을 뻔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실감이 난 탓이다.) ...왜 그렇게 무모한 거야? 어쩌려고 그럤어?
 
티아나:내가 어떤 생각으로 그랬는지 네가 제일 잘 알면서. (당연한듯 들려오는 네 질책 섞인 목소리에 아무일도 없다는 듯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마주 잡은 손의 온도는 늘 그렇듯 달랐지만 조금은 너의 따뜻함을 가져온 것처럼 따스하다.)
 
순간의 위기를 면하자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머릿속이 아득해질 정도로 짙은 향기가 밀려옴과 동시에,
 
무너지는 벽 너머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역겨운 향기가 단숨에 묻힐 만큼 짙고, 짙으며, 짙은 장미 향이 납니다.
 
무너진 벽 너머의 만발한 꽃밭,
 
서로 껴안고 있는 작은 아이들.
 
처음 보는 아이가 사라를 품에 껴안은 채,
 
소중하게 입을 맞추고 있습니다.
 
연이은 소란에 사라를 안은 아이가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감은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툭, 안겨 있던 사라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꽃이 무게에 눌립니다.
 
이쪽을 향해 누운 사라의 뺨은 촛농처럼 창백합니다.
 
??:이 배신자!
 
분홍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는, 티아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합니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섭니다.
 
두 눈에 담긴 분홍색 불꽃이 적개심과 분노로 일렁입니다.
 
당장이라도 두 사람에게 달려들 것처럼 노려보던 아이는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티아나:누구보고 배신자래? (다시 기운을 차리곤 도망간 아이를 째려봤다.)
 
키에사:......사라? (쓰러져있는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다 천천히 다가간다.)
 
가냘픈 몸을 감싸 안으면 밀려오는 차가운 냉기에 가슴이 덜컥 떨어집니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붙은 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라는 아직 살아있지만, 얼핏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키에사:...이러다 죽겠어..! (사라의 등을 받쳐 겨우 일으켜 세운다.)
 
티아나:저 애를 따라가면 나갈 수 있으려나? (네 앞에서 앞장서선 성큼 나아간다.)
 
키에사:(사라를 질질 끌고 따라간다...!!)
 
꽃밭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넓었던 길은 점점 좁아지고, 향기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구불구불한 미로를 헤매듯 끊임없이 방향을 꺾으며 낯선 이가 남긴 자취를 찾아 따라갑니다.
 
그렇게 정체 모를 꽃을 짓밟고 멀어지는 아이를 얼마나 쫓았을까요.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마지막 코너를 돈 키에사와 티아나는 목격합니다.
 
끝없이 얽히고 얽혀 하나의 거대한 군체를 이룬 장미,
 
가히 신성하다 여겨질 만큼 웅장한 나무는 아랫사람을 굽어보듯 굴의 가장 높은 천장까지 닿아있습니다.
 
두 사람을 여기까지 인도한 달콤한 향기는 이 거대한 군체에서 나던 걸까요?
 
이곳까지 이어진 꽃밭의 꽃송이들은 미뉴에트 나무의 양분이 되어 전부 시들어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생명체들입니다.
 
사람과 괴물 사이의 생김새를 가진 것들이 납작 엎드려 군체에 기생하듯 붙어있습니다.
 
그들의 입에는 미뉴에트 꽃송이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괴이쩍은 존재들은 분홍빛 장미가 맛있는 식사라도 되는 것처럼 야금야금 먹어 치우면서
 
조금씩 사람의 형태로 변화합니다.
 
키에사:
지능
기준치: 40/20/8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아, 티아나도 이들과 같은…….
 
주춤
 
키에사 곁에 서 있던 티아나가 두 발자국 물러섭니다.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그리움인가요?
 
모든 것이 이질적이고 비이상적인 풍경 속에서
 
익숙한 존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게일과 올리버가 눈을 감은 채 기대어 앉아있습니다.
 
몇몇 그럴싸한 형태를 갖춘 괴물들은 두 사람 곁에 달라붙은 채 꽃을 삼키고 있습니다.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면 또다시 울새입니다.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울새는 람피온 세 송이를 물고 있습니다.
 
울음소리를 신호로 알아들은 것인지,
 
바닥을 기어 다니던 괴이쩍은 미뉴에트가 일제히 키에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몰려오는 것들이 두렵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키에사:
SAN Roll
기준치: 29/14/5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1D3판정
 
키에사:3
 
티아나:....
 
인간의 형태를 아슬아슬하게 흉내 내고 있는 미뉴에트들은 구강을 힘겹게 움직이며 울듯 소리칩니다.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사라를 끌어안고 있던 아이를 포함해, 이들은 어딘가에 붙잡힌 것처럼 거동이 불편합니다.
 
분명 한 번에 퇴치할 약점이 있을 것 같은데, 자세히 살펴봐요.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저 나무야?
 
티아나:...그렇겠지..
 
키에사:너는? ...괜찮은 거니?
 
티아나:나는,... 괜찮아, 그러니까..! 키에사 너만 있어주면 돼. 널 먹으려고 하는 저.. 괴물들은 나에게 필요없어!
 
키에사:...맞아, 너는 나를 제일 좋아하잖아. (달큰한 향이 풍겨오는 나무 쪽으로 몸을 틀었다.) 네 이름 하나 지어주지 않은 나무가 무슨 의미가 있어?
 
티아나:...나는 티아나 레이라니. 키에사가 지어줬어, 그게 다야! 이런건 상관없어! (괴로움을 떨쳐내듯 강하게 나무를 향해 소리쳤다. 자신과 같은 미뉴에트에게 말하듯이. 인과관계를 끊어내려 목이 쉬어라, 울음을 삼켜내며)
키에사.. 어서 불태워줘!
 
키에사:내가 보장해. 너는 아니야. 달라, 같지 않아. (쉴 새 없이 자신을 향해 기어오는 작은 꽃망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너를 곧게 바라보았다. 그대로 팔을 뻗어 네 작은 몸을 힘껏 끌어안는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티아나. 네 람피온에게 감히 손대지 못하게 남김없이 태워줄게. 잿가루도 남지 않게.
 
티아나:(끌어안는 몸을 더욱 강하게 마주 안았다. 결코 마주하고 싶었던 사실이 아니었다. 찾고 싶지 않던 흔적을 마주하지 않게 네 품 안에 고개를 묻고선 울음을 터트렸다.) 친구들을 구해줘.. 키에사.. 티아나 같은 친구는 없어도 돼.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티아나는 당신의 팔로 손을 옮겨갑니다.
 
손목에서 손바닥까지, 서늘한 온기가 옮겨집니다.
 
티아나가 손을 잡습니다.
 
당신의 안에서 뜨거운 것이 끓어오르듯이,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다시 한번,
 
키에사:
초능력
기준치: 25/12/5
굴림: 871425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11
 
키에사가 초능력을 불어넣으면, 나무와 연결된 미뉴에트들이 불타기 시작합니다.
 
화인(花人)들은 일제히 비명을 내지릅니다.
 
사람이 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태어난 것들은 화염 속에서 맥없이 스러집니다.
 
꽃을 재료로 삼은 불길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이 화염이 두 사람을 다치게 하진 않지만
 
제 목표로 삼은 거대한 미뉴에트 군체를 집어삼킬 때까지 몸집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후두둑,
 
지탱하던 기둥을 잃은 굴의 천장에서부터 가루가 떨어집니다.
 
키에사와 티아나까지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이곳에서 도망쳐야 하는데…
 
키에사:
기준치: 75/37/15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결국, 불이 천장까지 옮겨붙었던 걸까요
 
굴 내부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흙과 덩굴, 돌덩이들이 나무뿌리들이 바닥으로 쏟아집니다.
 
흐느껴 우는 소리와 함께 울새가 떨어지는 잔해 사이로 날아가 버립니다.
 
당신은 다친 곳 없이 그것들을 지나옵니다.
 
천장이 완전히 쏟아져 내려, 타지 않고 남아있던 미뉴에트까지 짓뭉갭니다.
 
키에사와 티아나는 흙에 파묻히기 직전에 가까스로 뿌리 근처에 있던 게일과 올리버를 발견합니다.
 
함께 끌어당깁시다.
 
끌어당겨야합니다.
 
티아나:게일! 올리버! 정신차려 바보들아!! (있는 힘껏 둘을 끌어당겼다.)
 
키에사:깨어나기만 해봐, 정말...! (아등바등 끌어당긴다.)
 
무너지는 돌더미 사이로 두 사람을 끌어당겨 빠져나갑니다.
 
거대한 지하미로가 회전축을 잃고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곳은 이제 죽은 꽃의 무덤일 뿐입니다.
 
지상과 지하를 단절하던 거대한 벽이 사라지자,
 
곧 머리 위로 빛이 쏟아지고, 콧잔등 위로 눈송이가 떨어집니다.
 
...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찢어질 듯 차가운 바람이 밀려 들어옵니다.
 
업혀있던 사라도, 가까스로 끌어당긴 게일과 올리버도 전부 눈을 뜨지 않습니다.
 
흙먼지로 교복이 온통 지저분해진 티아나가 먼저 일어서서 당신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웁니다.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고개를 들면, 지상에서부터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키에사: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티아나: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키에사! 티아나! 괜찮아요?:
 
소리를 듣고 몰려온 선생님과 아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무너진 지면을 살펴보다 지하의 아이들을 발견합니다.
 
축 늘어진 사라와 게일, 올리버를 본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어른이 나타났으니, 아이들의 사건은 이걸로 끝입니다.
 
우리는 이것으로 안전해질 것입니다.
 
티아나는 여전히 상처투성이가 된 손으로 키에사의 손을 꼭 붙잡고 있습니다.
 
마치 키에사가 제 미뉴에트 나무라도 되는 것처럼…
 
키에사:저흰... 저흰 괜찮은데, 애들이...... (티아나 손 꼬옥...)
 
선생님:...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쓰러진 아이들을 안아 들곤 저택으로 걸음을 돌린다.) 들어가서 치료부터 하도록 해요.
 
선생님의 등 뒤로
 
깊은 입김이 흩어졌습니다.
 
.
 
.
 
.
 
그리고 다음 날
 
부상을 치료하고 충격을 달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두 사람은 선생님과 면담 시간을 가집니다.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깨끗한 방에서 마시는 차는 여름의 티타임에 마셨던 것과 다른 맛입니다.
 
마주 본 선생님은 평소의 상냥함과는 퍽 다른 분위기로 키에사와 티아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선생님: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줄래요?
 
티아나:... ...
 
티아나는 입을 다물고 키에사에게 대답을 맡깁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으로 결정됩니다.
 
굴에서 목격한 것들,
 
이야기의 전말을 이야기할 경우
 
티아나 또한 미뉴에트의 동족으로서 선생님과 어른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이번처럼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죠.
 
가까스로 살았지만, 다음에 위험해지는 것은 키에사일지 티아나일지 알 수 없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두 사람만으로는 모든 위험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키에사:미로정원의 중앙에서 굴을 하나 발견했어요. 어쩌다 그 굴에 떨어져서, 보이는 길을 쭉 따라갔는데...
(세 개의 갈림길에서 실수는 어디였을까? 키에사는 처음과 두 번째의 답에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의 시점인지, 어떤 의도인지도 알 수 없는 세 번째 답이 오직 마음에 걸렸다.) 이상한 괴물이 있었고, 게일이랑 올리버랑... 사라가 쓰러져있어서, 불로 다 태워버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므로 숨죽여 기다리기로 한다. 유예 기간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날까지. 누군가의 보호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날까지다. 그때까지만 오늘 본 것을 묻고, 미뉴에트를 지워서 너를 감추기로 했다.) 그게 다였어요.
 
선생님:..이상한 괴물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래요? 최대한 자세하면 더 좋아요.
 
키에사:지독한 냄새가 났고, 온통 까맸어요. 행동이 느리긴 느렸는데...정체가 뭔지 알고 계세요?
 
선생님:...처음 듣는 이야기에요. 아이들이.. 정말 큰일날뻔 했군요.
 
...
 
이야기가 끝나자, 선생님은 키에사와 티아나를 껴안습니다.
 
선생님:정말 무서웠겠구나, 이제는 괜찮단다.
 
상냥하게 안아주는 어른의 품은 무척이나 따뜻해
 
그 온기에 떨림이 저절로 잦아듭니다.
 
품에 안긴 키에사는 문득 티아나를 돌아봅니다.
 
마찬가지로 안겨 있는 티아나의 분홍색 눈동자도 키에사를 향하고 있습니다.
 
티아나의 검지가 입가로 올라갑니다.
 
티아나:비밀이야, 우리 둘만의.
 
티아나는 그렇게 속삭였습니다.
 
소리 없는 속삭임이었지만, 분명 들었습니다.
 
이건 우리만의 신호입니다.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우리 둘만의…
 
키에사와 티아나는 또다시 저택에 남겨집니다.
 
이후로 찾아오는 것은 지독하게 평화로운 일상입니다.
 
반복되는 나날과 흐느끼는 울새, 음울한 장미 저택에 갇힌 가여운 아이.
 
수없이 찾아오는 공포와 위협 속에서도 우리의 삶만은 기적처럼 평화롭습니다.
 
그래요, 마치 폭풍우처럼,
 
길을 찾을 수 없게끔 끊임없이 회전하는 미로처럼.
 
쏟아 내리는 격정과 분노가 세계에 긴 손톱자국을 남기고 가도,
 
그 중심만은 고요하고 평온하게 제자리를 지킵니다.
 
이 세상은, 우리라는 회전축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
 
.
 
.
 
.
 
겨울 방학의 끝물, 어느 평범한 날.
 
티아나가 한 아름 꽃을 안고 들어옵니다.
 
웬일로 람피온이 아니라 프리지아입니다.
 
부드러운 꽃내음이 작달 만한 방을 샛노랗게 물들입니다.
 
사시사철 추운 저택 안에만 있으니 미처 실감하지 못했는데, 벌써 봄이 오시는 모양입니다.
 
티아나:선생님이 주문하셨대.
 
아, 그러고 보니 이맘때면 식재료가 도착했었죠.
 
부러 주문한 새로운 꽃이라니, 용도야 뻔합니다.
 
티아나는 꽃다발을 추슬러 안곤 키에사에게 권합니다.
 
티아나:병문안. 갈거지?
 
키에사:조금 나아졌을까?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티아나:나아야지! (네게 손을 뻗어선 기다린다.)
 
키에사:그랬으면 좋겠네. (손을 포갠다.)
 
1층 끄트머리에는 선생님의 방과 나란히 빈방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보건실이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라와 게일, 올리버가 나란히 누운 침대가 보입니다.
 
티아나는 익숙하게 아이들의 머리맡에 꽃을 삼등분하여 꽂아둡니다.
 
사라도, 게일도, 올리버도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체온이 무섭게 떨어져 당장이라도 얼어 죽을 것 같았건만,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두 물리고 빈방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다시금 문이 열렸을 때,
 
선생님은 초췌한 얼굴로 뜨거운 물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문 틈새로 보이는 아이들은 아까보다 한결 나은 안색으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고요.
 
어린 눈으로도 고비를 넘겼다고, 알 수 있었습니다.
 
티아나:선생님은 그때, 뭘 했던 걸까?
 
티아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그렇게 묻습니다.
 
사라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는 손가락이 느릿느릿합니다.
 
손을 대도 좋을지 모르겠단 것처럼.
 
키에사:글쎄... 능력이라도 쓰셨나? 이렇게 괜찮아진 걸 보면. (으쓱...)
 
티아나:역시 그런가..? 람피온의 초능력은 생명력이나 다름없다고 했잖아.
초능력의 씨앗을 통해서 생명력을 나눠줄 수 있다고 했고...
 
오래전에 훔쳐 들은 수업 이야기를 꺼내며 티아나가 가설을 세웁니다.
 
티아나:그렇다면, 선생님도 람피온일지도 몰라.
 
선생님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을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들의 상태가 그토록 빨리 호전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른이 된 람피온이란 건 듣도 보도 못했으니까요.
 
선생님이 정말 람피온이라면, 미로 정원은 왜 그런 답을 내놓았던 걸까요?
 
매 끼니를 정성스레 준비하고
 
감기 걸릴세라 모든 아이의 장갑과 목도리를 손수 뜨개질하고
 
자기 몫의 겨울딸기 타르트를 포기하고
 
나아가선 목숨을 덜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에 대체 누가 우리 편이란 말인가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키에사와 티아나가 병문안을 보내며 오랜 시간을 보내도, 눈을 감은 아이들은 일어날 생각을 않습니다.
 
곧 봄이 올 텐데, 영 늦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두 뺨은 이미 발그스름하지만, 눈꺼풀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미뉴에트 군체를 불사른 지도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갑니다.
 
그때가 막 겨울의 초입이었는데, 이제는 꽃샘추위가 찾아온걸요.
 
그동안 티아나와 키에사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병문안 삼아 수차례 다녀갔지만,
 
누구도 깨어난 아이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계속 새로운 꽃을 주문합니다.
 
그 머리맡에 람피온을 꽂아둘 수는 없다는 듯, 강박적이기까지 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늘 꽃 심부름을 하는 것은 티아나입니다.
 
선생님은 하고많은 아이 중 꼭 티아나만을 부릅니다.
 
아이들은 언제 일어날까요?
 
아니, 일어나긴 할까요?
 
어쩌면 이대로……
 
티아나:나 때문인 것 같아.
 
생각을 끊고, 티아나가 읊조립니다.
 
시선은 게일의 뺨에 닿았습니다.
 
람피온의 저택은 밤이면 적적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도 으스스한 이야기를 떠드는 사라가 없고,
 
이상한 비명을 지르는 게일이 없거든요.
 
올리버가 없으니, 선생님은 늘 새 꽃을 사야만 합니다.
 
교탁의 꽃병이 빈 지도 한참이 지났습니다.
 
애쉬는 자주 올리버를 찾는 것처럼 정원을 어슬렁거립니다.
 
티아나:내가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너희는 안전했겠지?
 
티아나는 완연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 저택을 사랑하게 된 것처럼.
 
외치던 목소리와
 
음습하게 속삭이던 괴이가 다시금 생각납니다.
 
키에사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옅은 분홍색 눈동자가 키에사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키에사:너무 처음부터 후회하는 거 아니니? (가만히 말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기울여 너와 눈을 맞춘다.) 그럼 너는 나랑 만난 것도 후회한다는 거야. 그래?
 
티아나:아니야! (발끈한듯이 목청을 높여 부정하고는 다시금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그거랑은 다른 문제야.
 
키에사:하지만 네가 열어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만나지 않았을 걸. 어떻게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니? 그 시간에서 하나를 포기하면 많은 게 바뀌어버리는데... (눈을 깜빡인다.) 그러면 내 탓이야. 이 안에 내가 너를 들여보냈으니까... 내가 너를 허락했으니까. 그렇지? 자, 어디 나 때문이라고 해봐.
 
티아나:...바보야, 누가 너 때문이래? 그렇게 말하면 반칙이잖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팔로 마구 닦아내며 어쩔 수 없는 웃음을 뱉어낸다. 치사해. 그렇게 덧붙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뒤늦은 후회를 해봤자,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꽃병에서 흐드러진 프리지아 대신, 시든 수선화 다발을 티아나가 끌어안습니다.
 
빨개진 눈가엔 차분한 웃음만이 남았습니다.
 
티아나:시든 꽃을 버려야 해. 같이 갈래?
 
키에사:그래, 나도 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너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자.
 
뒤뜰 구석에는 소각장이 있습니다.
 
주로 종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용도입니다.
 
티아나는 소각장 한 편에 시든 수선화 다발을 내려놓습니다.
 
끝이 말려 들어간 꽃잎은 갈변 현상 탓에 지저분해 보입니다.
 
안쪽의 꽃술도 뻣뻣해진 지 오래입니다.
 
그곳에는 수선화 외에도 동백, 매화, 목련, 앵초…
 
이름을 알고 모르는 꽃들이 시든 채 버려져 있습니다.
 
동그랗게 쌓인 꽃무더기가 꼭 꽃무덤처럼 보입니다.
 
티아나는 그 광경을 오래도록 지켜보다가 성냥을 꺼내 불을 지릅니다.
 
소리도 없이 잘만 타들어 갑니다.
 
꽃향기는 간데없고,
 
탄내가 지독한 겨울의 저물녘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수고하셨습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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