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42°c의 여름은 꿈을 꾼다
내 열병의 끝은 언제나 너였다.
2021-08-15
KPC. 사토 에이지 · PC. 마나베 치호

정제소의 증기 파이프에서는 언제나 비린내가 났고 그런 면이 네 품과 닮아 있어서
나는 곧잘 그 앞의 하천에 들렀다 하늘은 파랬고 물은 검었으며 나는 더웠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익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 열병의 끝은 언제나 너였다

 
여름은 심해를 닮았다.
 
습한 온도가 온 몸을 감싸쥐고 숨구멍이 막혀오면
 
공기방울을 뿜어내며 사라지는 인어공주가 생각났다.
 
나는 그저 호흡이 필요했다.
 
무덥습니다.
 
뜨끈하게 열이 오른 머리 덕에 눈 뒷쪽부터
 
울컥,
 
크기를 더해가는 것은 슬프지 않은 눈물일까요.
 
마른 눈가를 적시는 찝찔함 역시 금방 휘발 되겠지요.
 
몸에 닿는 모든 감촉은 자상과 같은 통증을 남깁니다.
 
하아,
 
낮게 내 뱉는 숨 역시 뜨겁습니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열은 얕은 장막을 만들고,
 
이러다 정말 죽는 것 아닐까,
 
이러다, 정말.
 
고열은 생각을 뭉텅이로 알맞게 잘라 소각시키곤 하네요.
 
그렇게, 의식이 멀어집니다.
 
.
 
.
 
.
 
들이켠 숨,
 
몸을 가득 채우는 것은 뜨끈한 공기입니다.
 
점막에 달라붙은 눅진 한 것은 몸 안에서 크기를 불려가고 이내 느껴진 것은...
 
무덥습니다.
 
또 다시, 열병의 시작인가 하니-
 
몸에 달라붙는 섬유의 감각이, 어쩐지 선선합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눈에 찬 하늘은 파랗고 진득합니다.
 
여름입니다.
 
먼 곳의 풍경은 푸르고 흐릿하여 마치 완성도가 높은 회화와도 같습니다.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는 두세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좁고,
 
빽빽하게 그 옆을 지키는 주택과 담장 아래 구겨져서 핀 풀꽃은
 
전봇대를 따라 안간힘을 내 어 줄기를 뻗고 있습니다.
 
매미 우는 소리는 십 년이 지난 오르골처럼 제멋대로고,
 
누런 담장에 붙은 포스터의 글씨는 읽어내려 해도 읽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디어 판정
 
치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이 기묘한 감각은 대체 무엇일까요?
 
이 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당신, 알고 있나요?
 
치호:으음~.. 꿈인가? (멍..)
 
당신이라면 알고 있겠죠.
 
당신의 꿈 속 입니다.
 
그제서야 흐린 의식이 조금씩 윤곽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담벼락과 하늘이 눈에 띄는군요.
 
치호:(슬금슬금 담벼락을 둘러본다.)
 
관찰 판정
 
치호: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누르스름한 벽에 전단지가 잔뜩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아무리 읽어내려 해도 읽히지 않는 글 뿐입니다.
 
텍스트보다는 하나의 이미지,
 
혹은 모호한 표상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SAN 0/1
 
치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을 가늘게 뜨고 전단지를 쳐다보다가) 진짜 꿈이구나~ (순순히 납득하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다시 관찰 판정입니다.
 
치호: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새파란, 어쩌면 초록빛으로 읽힐 정도의 쨍한 하늘입니다.
 
햇빛은 말 그대로 수천 갈래를 지닌 실타래 같습니다.
 
조각나는 햇살은 금빛 입니다.
 
어쩐지 멍해지는 기분이네요.
 
눈이 아리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자니 더위 때문인지,
 
며칠을 괴롭히던 열병의 탓인지.
 
흐려지는 시야에 아지랑이가 핍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 볼까요, 치호.
 
치호:(눈을 꾹 감았다가 뜬다...)
 
그래요, 그렇게.
 
그러고 나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잔잔히 들리는 피아노의 선율,
 
길 가운데에 놓인 검은 피아노 앞엔
 
에이지가 흑백의 건반에 손을 올리곤 잔잔한 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치호:에이지! (반가운 얼굴!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 얼른 피아노에게 다가간다.) 꿈이라 그런가~ 피아노 치는 거야?
 
에이지가 어째서, 이곳에 있죠?
 
여름 아지랑이 속에서 갑자 기 모습을 드러낸 에이지,
 
더운 기색 하나 없이 이질적인 모습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의 에이지는 유독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에이지:치호. (건반 위를 두드리던 손을 내려 의자에서 서서히 일어나 네게 다가왔다. 가까워진 걸음이 서로의 앞에 멈춰서자 옅은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뭐 할래?
 
치호:치호? (가까워진 거리에 밝아 보이는 얼굴을 올려다본다.) 어어... 나 이런 거 바라고 있었나?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하던데. 어색한 호칭에 열기가 도는 제 볼에 손등을 대보다가) 피아노는 더 안 치는 거야? 예쁜 소리가 나던데~
 
에이지:듣고 싶어? 같이 쳐도 괜찮고. (무의식중에 네 이름을 불렀더랬나, 네 반응에 저도 머슥한 얼굴을 하곤 시선을 피아노로 돌렸다. 뒷목을 감싸 덮었던 손을 내려 건반을 하나씩 눌러내더니 의자에 앉아 옆자리를 내어 준다.) 어때.
 
치호:...! 듣고 싶어!! (또렷하게 눌리는 음을 들으며 내어준 옆자리에 냉큼 끼어 앉는다.) 오늘 기분이 좋은 거야? 맨날 공부해야 된다고 나랑은 잘 안 놀아주잖아!
 
에이지:...그거야 그건 그때고.. (한 곳에 집중을 하면 다른 것에 시선을 돌릴 수 없는 버릇 탓에 그마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 눈을 굴리며 질문을 회피한다. 옆자리에 앉은 네 손등을 끌어잡아 건반 위에 올려주었다.) 드뷔시의 달빛, 말안해도 알지.
 
에이지가 당신의 손을 잡아 올리면,
 
그의 체온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불덩이처럼 뜨거워요.
 
이 여름을 닮은 온도입니다.
 
치호:으응, (손등에 얹어지는 체온에 놀라 고개를 기울인다.) ...어디 아파, 에이지? 손이 엄청 뜨거운데~ (건반 위의 손등을 뒤집어 네 손바닥을 꾹꾹 찔러본다.) 꿈에서는 아프면 안돼.
 
에이지:... ? (눈만을 꿈뻑이며 네 행동을 지켜보다 제 손을 만지작 거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작게 기울이더니 네 손목을 잠시 그러쥐었다.)
똑같은데.. (의문을 품은 채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지능 판정
 
치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이지의 몸은 마치 끓는 물에 넣었다 뺀 쇳덩이처럼 뜨겁습니다.
 
보통 사람의 몸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수 있나요?
 
그럼에도 에이지는 식은땀은 커녕 평온해 보이기 그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약간 개운해 보이기까지 하는군요.
 
이 한여름에 에이지는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있습니다.
 
몸이 이렇게 뜨거운데도요.
 
일련의 기묘한 상황에 적응할 새도 없이,
 
새파랗게 빛나는 하늘에서 빗줄기가 떨어집니다.
 
환하게 해가 떠 있고, 푸른 하늘은 여전한데도요.
 
마치 여우비 같군요.
 
문득 당신은 느낍니다.
 
미적지근한 느낌입니다.
 
젖지 않는 땅, 목을 축일 수 없는 비.
 
이 모든 상황과, 열병을 앓으며 스르륵 잠에 든 당신.
 
역시, 그것 뿐이지요?
 
에이지:... 마나베?
 
치호:(무지무지 진지한 얼굴로 네 손을 노려보고 있다...)(이대로 놔둬도 되나? 꿈이니까 괜찮겠지??) 치호! (되돌아온 호칭에 시선을 올려 이번엔 네 얼굴을 노려봄..) 놀리는 거야?
 
에이지:...(깜짝) ... 응. 치호...
그게 아니라... (괜히 찌릿한 눈빛이 닿는 손을 치워내곤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았다.) 날씨가 좋네.
 
치호:(단순하니까 만족!) 엥, 너무 덥지 않아~? 하늘은 파랗지만... 비도 조금씩 오는데?! 에이지 비 좋아해??
 
에이지:음.. 그렇게 덥진 않은거 같아서. (손바닥을 들어 비가 오는 것을 잠시 멍하니 쳐다본다.) 그러게, 비가 오네. 비..좋아해.
 
그 순간,
 
내리는 비에도 젖어들지 않던 땅이 단숨에 빗방울을 따라 짙은 색으로 번져갑니다.
 
햇살을 따라 은은하게 빛을 내던 옷자락도 미지근하게 젖어들 어 어느순간 몸에 달라붙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치호:우, 우와! 방금 봤어?! (네 팔 찰싹찰싹!) 막 하나도 안 젖다가 갑자기 젖는 거~! 으아, 엄청 축축해지겠다~~~
 
에이지:(찰싹찰싹 맞음) 아..아, 이럴때가 아니고.. (피아노의 뚜껑을 덮고선 네 팔ㅇ을 꾹 잡아 따라오게끔 당긴다.) 비 맞고 있을거야?
 
에이지는 급히 당신의 곁으로 다가와 팔을 붙잡습니다.
 
에이지의 높은 체온 덕에, 습한 듯 찌는 여름을 실감 하는 것만 같습니다.
 
한여름의 비에 축축히 젖어, 뭉근하게 열을 내뿜는 에이지는 마치...
 
여름 그 자체와도 같군요.
 
어디선가 찌르르 우는 매미 소리가 들리 는 것만 같습니다.
 
우선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겠지요.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드나요?
 
에이지는 옷이 젖는 것이 곤란한 눈치입니다.
 
치호:(꿈인데 뭐 어때~ 태평하게 앉아있다 네가 당기자 그제서야 꾸물꾸물 일어나서는) 피아노 밑은 너무 좁겠지? (엉뚱한 소리를 하며 엷은 빗줄기 사이로 숨을 곳을 찾아본다.)
 
에이지:페달 위에 앉아있으려고? (엉뚱한 소리를 받아치며 골목길에 시선을 두었다. 일상같은 도시의 여름 풍경이 눈에 담겼다.)
 
관찰 판정
 
치호: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이지로부터 묘하게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자세히 보니 떨어지는 빗물이 에이지의 어깨에 닿는 순간 마르듯 사라지며 연기가 나고 있습니다.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듭니다.
 
에이지:저쪽으로 갈까? (주택가를 쳐다보다 다시 널 보곤 의사를 물었다. 비에 젖어 눌러붙은 네 잔 머리칼을 떼어주면서.)
 
치호:(멍하게 네 어깨 언저리를 바라본다. 어떡해... 치이익 소리도 나는 거 아니야? 걱정스러운 눈으로 너를 응시하다 안되겠는지 네 셔츠 자락을 움켜쥐고는) ~~! 뛰어, 에이지!!! (주택가 쪽으로 냅다 달린다!)
 
에이지:...! 치호.. 잠깐, (냅다 달려가는 손길에 이끌려 넘어질뻔한 다리로 겨우 땅을 박차고 엉겹결에 비에 젖은 길 위를 달렸다.)
 
무더운 여름은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가고,
 
추억은 눅진 하게 마음 한구석에 눌어붙곤 합니다..
 
그래서 이 계절은 덥고 또 시립니다.
 
당신이 지나쳐온 여름은 어떠했나요.
 
두 사람은 뛰어갑니다.
 
이 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맑게 개인 하늘일까요,
 
아스팔트 위에서 손짓하는 아지랑이일까요.
 
주택가를 벗어나니 긴 도로가 이어집니다.
 
에이지:(뛰던 걸음을 천천히 늦추며 숨을 거칠게 뱉어내며 가늘게 웃음을 토해냈다. 네 팔을 잡아 이끄는 걸음을 멈추게 했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뛰어... 힘들어..
 
치호:(팔에 걸리는 손이 나아가는 몸을 막아, 거의 뛰다시피 하던 걸음이 서서히 멎는다.) 빨리 달리면 조금 덜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차는 숨을 토해내면서도 실실 웃음을 흘리며) 에이지는 맨날 앉아서 공부만 하니까 힘든 거야~ 나는 하나도 안 힘든데?!
 
에이지:...거짓말 치지 마.. 너도 힘들잖아? 숨도 거칠게 쉬고.. (눈을 가늘게 뜨며 크게 몸통을 움직이는 널 보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겨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학생이니까 공부하는건 당연한거지. 나, 공부도하고 운동도 해.
 
치호:에이, 들켰네. (빠른 인정... 네가 가는 길을 뒤따라가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진짜? 무슨 운동? 다음에 같이 하자~~ 배드민턴 같은거! (멋대로 정하며) 아, 에이지 동생도 같이~!
 
에이지:.. 농구, 할 줄 알아? (공을 던지는 팔 시늉을 하며 슬 보더니 어색하게 팔을 내린다.) 내 동생? 걔도 운동을 좋아했었나.. 그리고 만날 일도 없을걸.
 
치호:체육시간 때 몇 번 해봤는데 잘 못해서... 에이지한테 배우면 되겠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만날 때까지 기다리면 아무도 못 만나! 일이야 만들면 되지~ (놀러갈 생각 만만)
 
에이지:...알려달라하면 알려줄게. (지금 공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짧은 생각을 하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제 손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 위를 걸어가다 보이는 좁은 골목가로 들어섰다.)
(세워져 있는 전봇대를 지나쳐 주변을 둘러보다 제 옆을 걷고 있는 네 옷 끝을 살짝 잡는다.) 마나ㅂ...아니, 치호. 넌 무슨 계절이 제일 좋아.
 
치호:어려워~ 다 좋으면 어떡해? (네 질문에 턱을 들곤 곰곰히 고민하다) 봄은 꽃이 펴서 좋아~ 여름은 지금처럼 하늘도 파랗고, 가끔 비도 시원하게 오니까. 가을은 단풍이 예쁘고 겨울은 눈이 예쁘잖아. 하나만 못 골라! 에이지는?
 
에이지:(정하지 못하고 줄줄이 좋은 점을 늘어놓는 것에 저도 곰곰이 고민한다.) ...나는 가을. 적당히 선선하고 아마 여름보다 하늘이 파랄걸.
... 너 생일은 언젠데?
 
치호:왠지 그럴 것 같았어~ 에이지는 너무 더운 것도 너무 추운 것도 안 좋아할 것 같으니까. (어울린다며 작게 웃고는) 나는 초봄! 3월 4일! 너는? 너는 언제 태어났어?
 
에이지:9월 18일.. 아쉽네. 조금 더 빨리 알았으면 챙겨줬을텐데. (이미 훌쩍 넘어버린 날씨에 아쉬움을 뱉어냈다. 조용히 네 생일을 몇번이고 읊조렸다.) 기억해둬야겠다.
 
치호:뭐야~ 내가 몇 개월은 누나네! (엣헴) 그래도 에이지 생일은 아직 안 지났어! 지나기 전에 알아서 다행이다~~ 뭐 좋아하는 거 있어? (기웃기웃)
 
에이지:...겨우 6개월 차인데. (누나..? 익숙치 않은 단어에 인상을 옅게 찌푸렸다. 생일을 그다지 열심히 챙긴 기억은 없어 한참을 고민하며 제 앞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필요한건 없고.. 시간 내줘.
아직 한달이나 남았지만..
 
좁은 주택가의 골목을 지나 조금 큰 길로 나오게 되자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지나가는 차들도 있군요.
 
그런데 슬슬 이상한 점이 눈에 밟힙니다.
 
회백색으로 도색된 신호등은 보랏빛과 노란빛으로 점등하고,
 
지나가는 차들은 차선을 지키지 않은 채 엉망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방금 전 골목을 돌아 뛰어갔던 작은 아이는 어느새 건너편 골목에서 또 다시 뛰어오고 있습니다.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여학생 두 명의 말은 소곤대는 잡음으로 들리며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기묘하군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상황에 대해 단 한 번도 이질감을 느낀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 대체, 어째서?
 
아이디어 판정
 
치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원래는 신호등이 무슨 색이었죠?
 
보랏빛과 노란빛 으로 빛나는 신호등은 어째서 이상한 것인가요?
 
새파란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를 버티고 서 있지 않았나요?
 
당신은 기억해냅니다.
 
언제나 보면서 살아왔지요.
 
녹색으로 비춰질 정도로 맑고 깨끗했던, 푸르고 환한 하늘을요.
 
이 혼란스러운 기억의 출처는 대체 어디인가요?
 
치호:......(너와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꿈과 현실이 더욱 분간이 안 가는 기분이다.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이 세계는 자연스러운 동시에 어설퍼서, 다시 한번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뜬다.) 에이지...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에이지:어디냐니, 매일 하교하던 골목길이잖아. (얼토당토 않는 질문에 옅게 웃음을 뱉었다. 매일 우리가 걷던 거리인데, 어쩐지 시선이 허공을 맴돌다 마주친 눈이 갈 길을 잃은 것 같아선 사뭇 진지해진 얼굴로 널 살폈다.)
...치호, 왜 그래?
`꿈``이라도 꿈는 것처럼.
 
그 순간이었습니다.
 
길을 지나가던 차들이 모두 멈춥니다.
 
일제히 차창이 내려가는 소리가 끔찍한 마찰음으로 변합니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들의 얼굴을,
 
어째서인지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무표정으로 당신과 에이지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던 여학생 무리도 뒤를 돌아 가만히 선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방금 전 골목으로 뛰어들어간 아이는 길 건너 멀리에서 이 쪽을 바라 보고 서 있습니다.
 
그들은, ‘꿈’ 이라는 단어에 반응하기라도 한 것처럼...
 
일 순 꽂히는 시선에 소름이 돋습니다.
 
에이지 역시 공포를 숨기지 못하는 표정입니다.
 
SAN 1/1D3
 
치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이지:... (순간적으로 우리에게 꽂히는 시선에 저도 모를 침을 삼켜냈다. 이윽고 네 손을 잡아선 작게 소곤거렸다.) 치호, 뛰자.
 
치호:(알 수 없는 위화감에 잠시 몸이 굳었다. 적나라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마땅히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한 채, 에이지의 손을 마주 잡는다.)
 
손을 맞잡으면 에이지가 당신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안 운전자들이 매섭게 클락션을 누릅니다.
 
도로에는 시끄러운 클락션 소리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당신과 에이지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처럼요.
 
두 사람은 달립니다.
 
아무리 뛰어도 숨이 차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도. 클락션 소리는 멀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눈치챕니다.
 
아무리 앞으로 뛰려고 해도, 두 사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다리가 무겁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중력이 쏠린 듯이요.
 
이제 눈치챘나요?
 
아니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요?
 
이 곳은 열병의 꿈 속, 영원한 한여름.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 애초에. 이 생경한 감각이 전부 꿈이라고요?
 
치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기묘하고 미심쩍은 일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말로 이곳은 꿈 속일까요?
 
문득 생각난 것은, 꿈 속에서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확인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치호:(자기 볼 챱챱 때려봄!!)
 
당신은 볼을 챱챱 때립니다.
 
볼이 빨개지고, 때린부위는 욱씬 아파옵니다.
 
에이지:...?
(네 모습을 보곤 제 손가락을 천천히 손등에 닿게끔 꺾어보았다.)
 
울컥 밀려드는 통증 사이,
 
맥없이 들려오는 것은 당혹스러운 에이지의 음성입니다.
 
당신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본 것이겠죠.
 
에이지의 손가락은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손등에 맞닿아 있습니다.
 
흠칫 놀란 에이지가 힘을 준 손을 떼자
 
손가락은 기묘한 탄성을 가진 채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에이지:...하나도 안아프네.
 
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만 내려다보는 에이지.
 
찢어지는 듯한 클락션의 소음이 먹먹하게 들릴 정도의 충격.
 
손가락이 있을 수 없는 광경으로 꺾여 있는 것은 기이하기만 합니다.
 
SAN 0/1
 
치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나는 아픈데... (8H8) 이게 왜 아프지? 안 아파야 하는데......
 
에이지:...아파? 괜찮아? (이해할 수 없는 묘한 표정을 두곤 널 보더니 빨개진 뺨에 잠시 손을 올려두었다가 문질문질..해주곤 떨어진다.) 왜 이러지..
 
어째서 당신은 아픔을 느끼고,
 
에이지는 느끼지 않았는가에 관해 지금으로써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이 상황은 충분히 위협적이며 공포스럽습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우리의 여름에는 이런 위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치호:에이지이...(흐엉) 여긴 꿈이야! 너도 알고있어? (혼란스러운 와중에 볼을 감싸는 네 손은 여전히 너무 더워서 울상을 짓는다.) 꿈이어야 돼. 저런 무서운 게 현실이면 안되잖아... 너도 지금 너무 뜨겁단 말이야.
 
에이지:...꿈? ... (잠시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다 고개를 기울였다.) 어.. 그래, 꿈이지. 그렇지..
무서워서 그래? ..벗어나자. (울상을 짓는 얼굴에 잠시 당황한듯 하다 네 손을 잡으려 뻗다 머뭇거린다.) 더운데.. 잡으면 뜨거워서 싫지.
 
치호:(망설이는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네 손을 양손으로 덥썩 잡는다.) 싫다는 게 아니라 걱정되는 거란 말이야~~ (바보야~~!!!!!) 내가 잡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시원해질지도 몰라.
 
에이지:... (뜨겁다곤 해도 잡힌 양 손의 온도는 저와 비슷해서 별 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맞잡은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걸음을 옮겨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민첩판정 3번!
 
치호: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달리고 달려갑니다.
 
그러나 당신과 에이지는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어째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벌써 몇 번째인가요.
 
악몽에 사로잡힌 댓가는 이렇게도 무서운 것이었나요.
 
두려움에 떠는 두 사람을 용서치 않겠다는 듯,
 
꿈이라는 한 글자를 읊은 것이 금기라도 된다는 양 숨통을 옥죄는 모든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잠시만, 정말 꿈이라면?
 
꿈 속에서는 바라는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던가요?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모든지요.
 
치호:...(여전히 네 손을 꾹 잡은 채로 숨을 참는다. 아~~ 그만 깨고 싶어! 하지만 고통까지 다 느껴지는 꿈 속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던가 하는 건 너무 아플 것 같으니까!) 정말 꿈이라면 좀 도망가게 해줘~~!!!
 
염원 판정
 
치호:
염원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에이지:... (옆에서 외치는 것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잡은 손의 열기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당신은 강하게 바랍니다.
 
도망가게 해줘.
 
지독한 악몽을 지나 맑고 무더운 여름 아래서,
 
그렇게...
 
에이지도 당신을 따라 눈을 꾹 감고 중얼거립니다.
 
벗어나고 싶어.
 
그 순간,
 
두 다리가 저절로 움직입니다.
 
불쾌한 감각이 아닙니다.
 
마치 푹신한 깃털을 밟듯 그렇게,
 
몸과 마음의 흐름이 온전히 일치하듯,
 
가볍게 뛰는 모든 발걸음이 상쾌합니다.
 
두 사람은 달립니다.
 
기차에 탄 듯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 사이에서, 문득 에이지와 눈이 마주칩니다.
 
마주 잡은 손을 더욱 강하게 쥡니다.
 
온도가 다른 손바닥이 맞닿으며 그러쥐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말하며 에이지가 미소짓는 순간,
 
근처를 메우던 클락션의 소리가 급히 멀어집니다.
 
빗길을 뚫고 달리는 중에도 몸이 가볍습니다.
 
이렇게 기분좋은 뜀박질이 얼마만이던가요?
 
두 사람은 달립니다.
 
강한 염원을 통해 맞잡은 손은 누구보다 단단합니다.
 
에이지의 뜨거운 손끝 은 어쩐지 몸을 고양시킵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에이지의 옆모습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들떠 보여요.
 
한여름 그 자체인 것 같이.
 
빗소리와 땅을 박차고 뛰는 소리만이 귓가를 가르고,
 
맞잡은 손의 열기로 머리가 먹먹해질 쯤이었습니다.
 
저 멀리에 보이는 것은 좁은 터널입니다.
 
에이지:비를 피할 곳을 드디어 찾았네. (가벼워진 걸음을 너와 빠르게 옮겨선 이미 축축히 젖어버린 몸을 옮겼다. 맞잡은 손바닥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었다.) 들어가자.
 
치호:(발 아래에서 찰박이는 웅덩이를 밟으며 네 등을 보며 터널 밑으로 들어간다.) 나 평생 거기에 서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 (물에 젖어 늘어지는 옷자락을 쥐어짜며) 도망쳐서 다행이다, 그치. 조금 무서운 꿈이긴 해도 악몽까지는 아닌가 봐.
 
에이지:그러게, 이왕 꾸는 꿈이면 즐거워야 좋지. (널 따라 물기를 잔뜩 머금은 옷을 쥐어짜냈다. 셔츠를 벗어 팔 한쪽에 걸치곤 터널 밑으로 들어섰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별거아닌 발자국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터널로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좁은 토끼굴 같던 터널 안은 놀랍도록 시원하고 고요하군요.
 
은은한 할로겐 조명 덕에 옷자락에 맺힌 물방울은 금빛으로 반짝입니다.
 
급박한 상황을 지나 마음이 안정되고 나니,
 
역시 머릿속에 물밀듯 차오르는 것은 의문입니다.
 
언제나의 편안한 일상이 이라는 한 글자에 전부 무너져내린 느낌입니다.
 
불덩이와 같던 에이지,
 
한여름과 푸른 하늘.
 
옷자락을 적시지 않는 비.
 
열병...
 
치호, 당신은 지금의 기묘한 일들을 설명할 수 있나요?
 
걱정스레 당신을 바라보던 에이지가 당신의 손을 잡아옵니다.
 
그 순간,
 
이성판정
 
치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이지의 손은 전보다도 더, 타는 듯 뜨거워져 있습니다.
 
여름 한낮 일까요?
 
아니, 그보다도 고열에 더 가깝습니다.
 
당신은 떠올립니다.
 
잡아 먹을 듯 몸을 잠식하는 고열의 감각을,
 
들이쉬는 숨이 달구어지는 온도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정말 열병을 앓았던 것이 맞나요?
 
이제 에이지의 뜨거워진 몸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아까까지 개운해 보이던 에이지 역시 방금 전부터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쉽니다.
 
에이지:...춥지 않아? 비를 맞아서 그런가.. (반팔에 드러난 맨 팔을 손을 슬슬 쓸어 만졌다.)
 
치호:...! (어째 점점 뜨거워지기만 하는 네 몸의 온도에 걱정이 이어지던 차였다. 이렇게 계속 뜨거워지다, 여름에게 삼켜지면 어떡하지. 불안한 눈으로 너를 보다가) 으으, 다 젖어서 별로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일단 겉옷을 주섬주섬 벗어 어깨 위에 올려준다.) 더운 건 모르더니! 많이 추워?
 
에이지:조금 쌀쌀한거 같아서.. 넌 괜찮아? (어깨 위에 올려진 옷을 슬 바라보다 널 힐끔 보았다. 끈나시만 입은 것이 되려 추워보여선 입꼬리가 점차 내려갔다. 그 아래로 내뱉어지는 가쁜 숨에 천천히 걸음을 느리게 해 앞에 보이는 뒷모습만을 따라 걸어갔다.)
 
치호:난 오히려 너무 더웠으니까~ 비 맞은 김에 시원하고 좋지 뭐어... (이 기묘한 꿈은 물리적인 고통은 느껴진다지만, 감기까지 걸린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괜찮다는 듯 가볍게 대꾸하곤 터널 내부를 눈으로 훑어본다.) 이럴 때는 약도 먹고 누워서 쉬어야 하는데! 여름 감기가 제일 독하댔어.
 
작게 앓는 소리를 내뱉는 에이지는 당장이라도 여름 아지랑이처럼 사라질 것만 같습니다.
 
열을 내리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동굴 안은 선선하니 일단 안심 입니다.
 
에이지가 당신과 맞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터널 안을 둘러보니 벽보와 철문이 눈에 띄네요.
 
치호:(벽보를 읽어본다!)
 
여러 장의 벽보가 벽을 꽉 채운 채 붙어 있습니다.
 
빛바랜 종이들은 찢겨나가지 않은 채 원형을 유지하며 낡아간 모양입니다.
 
누렇게 샌 종잇장에 적힌 글씨는 어딘가 모독적인 느낌을 줍니다.
 
읽을 수 없어보이네요. 글자가 읽혀지지 않습니다.
 
치호:
크툴루 신화
기준치: 1/0/0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이성 1 감소
 
에이지:(벽보를 빤히 따라 본다. ... ...) ...읽어져?
 
치호:...................(빠아아아아아아아안...)(지끈!) 이상해 저거...~ (포기하고 철문을 서성인다..)
 
에이지:(졸졸 따라감..)
 
당신이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면,
 
벽에 붙어있던 종이가 맥없이 떨어집니다.
 
관찰 판정
 
치호: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종이에는 휘갈겨 적은 듯한,
 
혹은 짐승의 할퀸 자국처럼 보이는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단 한 문장입니다.
 
치호:(떨어진 종이를 주워 읽어본다.)
 
에이지:(떨어진 종이에 시선을 둬 네 뒤에서 힐끗 같이 읽어본다.)
 
[네 것이 아니야]
 
순간, 온 몸의 체온이 영점으로 내려가는 것만 같습니다.
 
맞잡은 손이 유독 뜨겁습니다.
 
무엇이? 무엇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거지?
 
생각해 보아도 집히는 것이 없습니다.
 
단 한 가지,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열기만 빼고 말이에요.
 
그때, 에이지가 나지막히 중얼거립니다.
 
에이지:네 거야...라니, 이상한 종이네. 그런건가.. 친구들끼리 벽에 낙서하는 그런거. (제 볼을 긁적이며 시선을 떼었다.)
 
치호:네 거야라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네 것이 아니야~ 라고 써져 있잖아?
 
에이지:...? 아니야, 네 거야. 라고 적혀있는데. (따라 갸웃거리며 종이를 한번더 보더니 이윽고 너와 눈을 마주친다.)
 
우리는 동시에 깨닫습니다.
 
지금 서로가 같은 글자를 다르게 읽고 있다는 것을요.
 
누구의 것, 무엇이?
 
한바탕 비가 쏟아진 후 범람하는 수면처럼 한 치 앞도 종 잡을 수 없는 혼란입니다.
 
기묘한 글씨가 적힌 종이의 뒷면에는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작은 무언가가 붙어 있습니다.
 
주황색의, 아주 작은 알약입니다.
 
처음 보는 약인데...
 
치호:야아악?? (얼른 뒤집어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약이 필요하긴 하지만 아무거나 주워먹일 순 없다구.ㅡㅡ
 
에이지:약? 무슨 약..? (고개를 살짝 내밀어선 네가 보는 것을 쳐다봤다. 이내 표정이 점차 구겨져서는 너와 마주 잡고 있던 손을 놓아 몇걸음을 뒤로 물렸다.)
... ...
(생판 보여주지 않았던 당황스러움을 얼굴에 담은 채 제 손으로 입가를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으욱..
 
치호:...!!!! 에이지! (으아아, 뭐야! 이상한 약이었잖아~!!!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지자 약을 얼른 뒤로 숨기고는)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네게 다가가 조심스레 등을 쓸었다.)
 
에이지:... ... (급격하게 몰려오는 토기를 눌러 숨을 토해내선 널 쳐다보지 않는다. 고개를 그대로 땅에 박은 채 쭈그려진 무릎 사이로 고개를 가두었다.) ...
...치호, 이거 네 꿈이 맞아..?
 
치호:내 꿈이 맞냐니, 그치만...... (당황스러운 듯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피하는 너를 바라본다. 네 것이 아니야. 네 거야.) ...설마 저거, 이 꿈을 말하는 걸까?
 
에이지:... 모르겠어. (산만한 덩치로 숙이던 고개를 들곤 서서히 몸을 일으켜 옷깃을 끌어 제 입가를 닦아냈다. 점점 더 가빠오는 숨에 시야가 어둑해져 시선을 허공에 두곤 네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줘.
 
치호:(점점 나빠지는 안색에 속상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이곳이 현실이었다면 병원을 데려가던가, 약을 사다주던가... 뭐라도 해줬을 텐데. 먼저 내미는 손을 무력하게 쳐다보다, 손을 잡아 힘껏 끌어올린다. 상념을 털어내듯 웃음과 함께.) 누구의 꿈이면 어때! 지금 이렇게 같이 있고, 도망도 같이 왔으니까~ 깰 때도 같이 깰 수 있을 거야. 간절히 바라면.
 
에이지:(이끌려 일으켜진 몸 사이에 간격만큼 숨을 참는다. 늘 밝은 듯 웃어보이는 얼굴에 좋지 않은 안색을 숨기며 쓴 웃음을 지었다간 머뭇거리던 입을 열었다.) 지금 꾸는 꿈은 어때. 마음에 들어?
 
치호:에이지만 안 아프면 마음에 들 것도 같구~.. 적어도 하늘은 파랗잖아. (잡은 손을 장난스레 흔들거리다가) 뭔가, 꿈을 꾸기 전엔 내가 엄청 아팠던 것 같은데. 이상하지?
 
에이지:(흔들거리는 손을 마주 흔들었다. 마음에 들것 같다는 말에 조금 안심이라도 한듯이 제 눈가를 문질거렸다. 슬 걸음을 옮겨 철문 앞으로 향했다.) 그랬어..? 나랑 비슷하네.
 
거대하고 두꺼워 보이는 철문입니다.
 
문고리도, 열쇠구멍으로 보이는 것도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치호: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을 조금 더듬다 보면 문의 한가운데에 동전 크기의 깊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치호:(동전?을? 넣는건가? 주머니 뒤적)
 
당신이 들고 있는 것은 조금 전 주운 주황색 알약 뿐이네요.
 
치호:....................? (넣어본다...)
 
알약을 철문 안으로 떨어트리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립니다.
 
열린 문 너머는 자욱하게 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에이지:...뭔가 엄청 어두워.. (눈을 찌푸려 보이지 않는 안쪽을 보려 애쓴다.)
 
치호:들어가도 될까? (우물쭈물...) 앞도 안 보일 것 같은데...
 
에이지:꿈인데.. 뭐 어때. 네 꿈이라며. (괜찮을거야. 라며 덧붙이곤 잡은 손이 따라오게끔 먼저 철문 안으로 향했다.)
 
치호:어어~? 네 꿈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안으로 손을 잡아 끌면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는지, 순순히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철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자욱하게 낀 안개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던 순간,
 
눈 앞에는 거대한 거울이 하나 서 있습니다.
 
벽면 하나가 통채로 거울인 것 같이 거대합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느낍니다.
 
손 끝을 타고 흐르던 열기가 사라졌습니다.
 
손을 잡고 있던 에이지가 보이질 않습니다.
 
당황하는 것도 찰나,
 
거울이 우유빛으로 빛납니다.
 
우유빛으로 빛나던 거울을 무심코 들여다봅니다.
 
마나베 치호
 
당신은 이 여름에서 도망치고 싶나요?
 
아니면 영영 지지 않는 태양 아래서,
 
무더운 공기와 아찔하게 빛나는 모든 순간 안에서 살아가고 싶었나요?
 
에이지를 보았을 때 어땠나요?
 
뜨거운 그의 손을 잡았을 때는요?
 
염원을 통해 날아가듯 달리며 가득 마셨던 여름의 공기는 어떤 맛을 하고 있었나요?
 
미지근하게 쏟아지는 빗방울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적셨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은 아직 무더운가요.
 
가만히 서 있자니, 점점 발끝부터 뭉근하게 올라오는 열이 목을 부드럽게 조릅니다.
 
고열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지요.
 
생경하게 몸을 타고 흐르는 몇 가지 감각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머리가 멍해지고 피부가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자욱하게 낀 안개가 몸 안으로 빨려들어오기라도 하는 듯,
 
서서히 뿌연 안개가 걷힙니다.
 
점점 몸이 무거워집니다.
 
내쉬는 숨이 좁아집니다.
 
아...
 
당신은, 안개가 걷히는 그 순간이
 
바야흐로 열병 그 자체임을 직감할 수 있습 니다.
 
희끄무레하게 남은 안개는 색을 입힌 여름의 아지랑이처럼 빛납니다.
 
그리고 그 너머, 거울을 보며 눈물을 떨구는 에이지가 서 있습니다.
 
당신의 눈에 비치는 거울은 여전히 안개가 낀 듯 뿌옇기만 합니다.
 
에이지는 그 너머의 것을 본 걸까요.
 
굵게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바닥에 닿자, 치익 하는 소리를 내며 증발 합니다.
 
당신은 깨닫습니다.
 
고열의 시작은 당신의 몸이 아닙니다.
 
발끝부터 뭉근 하게 올라오던 열은,
 
에이지의 것입니다.
 
에이지가 당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손끝이 닿았을 뿐인데, 무시무시한 작열통이 몸을 덮칩니다.
 
손을 잡을까요?
 
치호:(제게 뻗어진 손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에이지를 더욱 단단히 붙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에이지와 맞닿은 순간, 거울에 맺힌 상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명이 다 되어가는 백열등이 볼품없게 깜빡이고,
 
색색대는 숨소리는 거친 사포처럼 귓전을 긁습니다.
 
덩그러니 놓여진 침대와 베개 옆에 어지러이 놓여진 주황색 알약,
 
그림처럼 새파란 하늘이 정말로 ‘그려진’ 달력.
 
그리고, 침대에 구겨지듯 누워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에이지의 모습입니다.
 
단편적으로 남은 고열의 감각,
 
불덩이같던 그의 몸,
 
그의 말에 따라 몸을 적시던 비,
 
고무처럼 맥없이 꺾이던 그 손가락,
 
마지막으로...
 
당신이 염원하던 그 순간,
 
당신을 따라 눈을 꾹 감던 에이지.
 
어째서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당신은 신호등의 진짜 색을 알고 있나요.
 
흐린 날의 하늘을 알고 있나요?
 
대답할 수 없을 거예요.
 
덧없는 세계의 주인은 마나베 치호, 당신이 아니니까요.
 
에이지는, 아니, 꿈의 주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 이 바닥을 달굽니다.
 
그러다가, 그가 당신을 봅니다.
 
에이지:깨고 싶지 않아.
깨어난 곳에서는 아프기만 해.
그리고... 네가 없으니까.
 
당신은 에이지의 꿈 속 주민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SAN 1/1D7+1
 
치호: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6
 
지능판정
 
치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광기의 발작 - 실시간
기억상실:
마지막으로 안전했던 장소에서 떠난 후로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증상은 1D10 라운드 동안 계속됩니다.
For 3 rounds.
광기의 발작 - 실시간
폭력:
분노에 휩싸여 자제심을 완전히 잃고 1D10 라운드 동안 주변의 적과 아군 모두에게 폭력과 파괴를 가합니다.
For 3 rounds.
 
거울 너머의 에이지는 앙상하게 말라 있습니다.
 
삶을 놓은 자는 꿈을 살찌우는 대신 자신의 생명을 천천히 태우고 있었습니다.
 
꿈 속에서 만난 당신을,
 
고열에 시달리던 중 만난 단비를 놓을 수 없어서.
 
에이지는 말합니다.
 
에이지:온 몸이 타는 것 같은 고열도, 아득한 정신을 간신히 잡다가 몇 번이고 암흑 속에 갇히는 것도 이제는 너무 괴로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꿈에서 깨고 나면 네가 없잖아. 넌 내 꿈 속에만 있어. (잡히지 않은 손으로 제 눈물을 닦아냈다. 고열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뜨겁게 느껴졌을 눈물이 제 몸의 열보다 식은듯 차가웠다.)
가족에게 짐을 주고 싶지 않아, ...깨고 싶지 않아.
우리 여기서 같이 영영 살자 치호.
...영원히 여름에서 살자.
 
에이지는 염원합니다.
 
에이지:
염원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2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뜨거운 안개가 두 사람의 몸을 일순 감쌌다가 흩어집니다.
 
새파랗게 맑은 하늘,
 
찌는 듯한 더위.
 
한가롭게 흐르는 하천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두 사람은 강가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하천과 연결된 증기 파이프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여름입니다.
 
너무나도 완벽히, 두 사람을 닮아 있습니다.
이미지 설명
 
에이지:너도 그렇게 해 줄거지, ...날 깨우지 마. (붙든 손을 강하게 그러쥐었다. 내가 흘리는 땀이 네게 불쾌한 것이 될까봐 자꾸만 열에 마른 옷깃을 당겨 식은 땀을 닦아내었다. 네가 나와 함께 있길 바라면 좋겠다고, 이 여름을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고. 매일 같이 염원해왔어.) 나를 그냥 꿈에서 다시 태어나게 해, 마나베.
 
온 몸이 차갑게 식습니다.
 
반대로 에이지의 몸은 이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뜨거워 보입니다.
 
직감은 두렵습니다.
 
에이지는 현실을 버리고 당신을 택하려하고 있습니다.
 
하천에는 돌다리가 세워져 있고,
 
돌다리에 붙은 온도계는 사십 일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당신이 에이지를 품에 안는다면
 
당신의 품 안에서 식은 여름은 끝나고,
 
에이지는 눈을 뜨겠지요.
 
꿈의 세계와 그 일부인 당신은 고열과 함께 녹아 없어질 테니,
 
본래 세계의 에이지 역시 금세 기운을 차릴 것입니다.
 
치호:(네 것이 아니야. 단 한 문장이 말하는 바는 어쩌면 마주한 순간부터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이 속에서 혼자 아픔을 느꼈던 것은, 혼자만 더위를 느꼈던 것은... 결국 마나베 치호의 세계가 애초부터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의 신호등 색이 기억나지 않는다. 봄도, 가을도, 겨울도 사실은 모른다. 아는 것이라곤 저물지 않는 여름과, 제 어깨에 기대어 뜨거운 이마를 묻고 있는 사토 에이지, 너 하나 뿐이다.)
...싫어...... (주어도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덜컥 겁이나 가지 말라고 이대로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이대로 끓어올라 금방이라도 증발할 것만 같은 너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서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여기가 꿈이어서 다행이라고, 너도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었어?
 
에이지:(꿈 속에서 몇번이나 너를 만났기에 대답은 쉽게 생각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여름을 닮은 것은 고열에 시달리는 자신보다 흔들림 없이 웃음을 보여주었던 너였다. 고민이라곤 없어보이는 단순함이 옮아 여름은 누군가에겐 단 향을 주었기에, 난 너에게 그것을 주고 싶었다. 정말로 단순하게. 어쩌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이 꿈 속에서 함께 거리 위의 피아노를 쳤던 일, 푸른 하늘의 구름에 모양의 이름을 붙여주었던 일, 수면이 뜨거워진 수영장 안에서 옷을 건네 주었던 일. 모든 것을 깨고나면 생경했던 감각마저 흐려져 잊혀질 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함께 있자. (맞잡아 올려 바라보던 손을 서서히 내렸다. 온도계가 차츰 올라가는 것이 눈에 담겼다. 싫다는 말을 내뱉는 네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칭얼거리기에 그쳤다. 꿈과 현실을 헷갈릴 정도까지 와서 나는 이 곳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었어.) ...현실이 꿈이 된다면 정말로 다행일텐데.
 
치호:(함께 있자는 말에 기쁜 듯 웃었다. 맞닿은 손은 아플 정도로 뜨겁고, 물 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이 먹먹한 숨이 이어진다. ) 그치만 아까워~ ...너는 다 볼 수 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랑, 내가 좋아하는 것들 말이야! 궁금하지 않아, 에이지? 네가 눈을 뜨면 어떤 계절일지. 네가 좋아하는 비가 올지, 내가 좋아하는 눈이 내릴지. 하늘은 무슨 색을 하고 있을까,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한결같이 무덥다고 느꼈다. 이 여름이 지나지 않는 이상 네 숨을 막는 열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뜨거운 네 몸이, 눈을 감는 동안 천천히 식어갈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궁금한데...... (소리 없이 눈물이 떨어져 맞잡은 손등 위에 방울졌다.)
 
에이지:(서로 다른 점을 향해 오르는 온도는 너무 다른 것이 되어버려 적당함을 모르고 뜨거워지며 식어간다. 여름은 깊은 바다와 닮아서 열이 오른 숨을 뱉을 때면 물을 머금는 것만 같았다. 시원한 호흡 하나가 부족해, 그렇게 허덕였다. 이 여름이 무더워지면 그것은 더이상 계절을 뜻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아도, 손을 놓을수가 없었다.선명하게 떨어지는 땀들이 마르지 못한 빗방울과 섞여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저린 시야를 감아내 어깨에 기대었던 고개를 떨어트렸다. 하천의 물과 증기 파이프의 비린내가 코를 적셨다. 살아있는 것처럼 감각이 생경해져간다.) ...꿈에선 뭐든 할 수 있어. ..네가 보고 싶은 겨울을 같이 지낼 수도 있고, 내 동생이랑 놀러갈 수도 있어.
(완벽하다고 생각한 더위는 언제나 아픔을 지녀서 결국에 떨어져버린 네 눈물을 닦아주려 눈가에 손을 대었다.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감정을 마주한다. 꿈이기에 희망에 찬 소리를 뱉어내던 자신의 입을 그저 굳게 다물었다.) ... ...미안해.
 
치호:(떨어지는 눈물은 네 탓이 아니어서, 눈물을 닦아주는 네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실감하지 못하는 네 몫의 열병을 자신은 고스란히 피부를 타고 느끼고 있었고, 다만 그게 아파서 울었다.) 고마워 에이지. (내가 네 꿈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면, 너는 지금까지 나를 살게 해준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 이렇게 어설프고도 아름다운, 물기 어린 파란 하늘을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
그러니까 나는...... 네가 이제 그만 아팠으면 좋겠어. (네가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네가 다시 네 몫의 아픔을 느꼈으면 한다. 자신은 여전히 병원을 데려다 주거나, 약을 사다 주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령처럼 네 마음을 배회하겠지만, 적어도 안아주는 것이라도 할 수 있다면...) 알아~ 넌 뭐든 할 수 있어. 꼭 이번이 아니라 다음 꿈에서도. (뺨에 번진 눈물은 더위에 금세 말라붙는다. 희망에 찬 소리는 싫어하지 않아. 꿈꾸는 것 같은 소리도, 그게 너의 바람을 담은 것이라면 그저 좋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가끔은 내가 태어난 봄을 꿈꿔 줄 거지? 나랑 함께했던 여름을 다시 만날 수도 있겠네! 그리고, 그리고~ 네가 태어난 가을이나~ 우리가 함께하지 못한 겨울에 대한 꿈을 꿔줘. 응?
 
에이지:(자신보다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다정함을 지닌 네게 여름은 너무나 뜨겁다. 그것은 나의 여름이 점점 고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한번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물기 어린 얼굴에 더는 고집을 부릴수가 없었다. 고양이를 닮은 올라간 눈매와 습한 온도에 쉽게 살갗에 달라붙던 잔머리칼도, 뜨거움과 시원함을 모두 가진 여름이란 계절을 닮은 널 잊지 않겠다고, 아직은 꿈인 이곳에서 계속해서 염원했다. 열이 올라 감긴 눈이 암흑을 보이고 다시 새파란 하늘로 변해 널 만나러 오는 순간들이 나에겐 한 순간의 호흡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아지랑이 임을 알게 되었기에 떠나야 하는 손을 마지막으로 힘주어 쥐었다.)
... ...그럴게. 내 열병이 옮겨가지 않게, 다 나아서 올게. (여전히 너와 푸른 하늘 아래를 거닐어 다니는 것이 좋다. 이것이 너의 열병이 된다면 그것을 끊어낼 용기도, 네가 없었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거야.) 네가 태어난 봄도, 우리가 함께한 여름도.. 내가 태어난 가을이나 우리가 함께할 겨울을 꿈꿀게...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내 이름을 불러 줄 수 있지, 치호.
 
치호:(너의 말에 담긴 바람은, 그 기약은 언젠가 분명 이루어질 것이다. 이건 너의 꿈 속이니까. 지금까지 제가 염원했던 일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제 곁의 네가 같은 것을 염원해주었기 때문이니까. 누구도 아프지 않을 그날의 재회는 어떤 계절이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 어떤 계절도 좋기 때문이 아니라, 너와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사토 에이지! (제 이름을 부르는 네 눈동자를 마주하면 비와 눈물과 땀으로 엉망이 된 제 얼굴이 비춰졌다. 조금 쑥스러운 듯 그대로 실없이 웃다가, 마지막 땀방울이 떨어지고, 더운 호흡이 뱉어지는 그 순간. 볕 아래 있는 것들 중 가장 뜨거울 너에게 팔을 벌렸다.) 조금 추운 것 같지 않아~?
 
에이지:(힘차게 불리는 목소리는 어쩐지 널 처음 만났을 때를 연상해 잘게 흐트러지는 웃음을 뱉어냈다. 나의 여름이었던 마나베 치호. 꿈 속은 여름은 완벽한 여름이었다. 열병의 시작도, 열병의 끝도 너이기에 팔을 벌린 모습을 한참이고 바라보다 결국 널 부서지도록 마주안았다. 다시만나면, 그때는 꼭 건강한 모습으로 널 마주하길. 여름의 시작을 함께하길.) ...치호.
...함께 해줘서 고마워, 이젠... 괜찮아.
꼭, 다시 만나자.
 
에이지를 열병에 가두어 둘 수는 없었습니다.
 
당신을 바래서 자신의 세계를 저버린 못난 에이지를,
 
이제는 돌려주어야 할 때에요.
 
당신은 에이지를 꽉 껴안습니다.
 
에이지는 꿈에 남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염원이 더 강해서 일지도 모르죠.
 
뜨거운 몸과 다르게 찬 눈물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놓을 수 없습니다.
 
잘못됨을 알고 있더라고 하기에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없었더라면 더욱이요.
 
에이지의 불덩이같던 몸이 점점 식어갑니다.
 
그와 동시에, 끝나가는군요.
 
무덥던 공기가 점점 식어갑니다.
 
에이지:..나에게 너 말고 무슨 꿈이 있겠어.
 
절규처럼 들리던 마지막의 말은, 고열의 종지부를 알립니다.
 
돌다리에 붙은 온도계는 36.5도를 가리킵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에이지의 계절이었던 당신은 그렇게 저물어만 갑니다.
 
이제 괜찮아요.
 
어지러운 슬픔이 가만히 잠들 때까지,
 
영원처럼 안아주세요.
 
엉키는 마음은 꿈에선 다 잊게,
 
영원처럼, 안아주세요.
 
END 1. 내 열병의 끝은 언제나 너였다.
 
사토 에이지 생환, 마나베 치호 로스트.
 
니알라토텝에게서 벗어난 에이지는 $[[0]]주 내에 건강을 되찾습니다.
 
에이지는 $[[0]]년간 여름의 꿈을 꾸지 못합니다.
 
당신은 그대로 꿈과 함께 니알라토텝의 차원 저 너머를 영원히 떠돕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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