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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반딧불이
이 빛을 따라가자.
2021-08-23
KPC. 아샤 체르니 · PC. 르네 보니타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어.

210820
 
W. 청서
 
KPC. 아샤 체르니
 
PC. 르네 보니타
 
-
 
문학 선생님: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르네는 시일 고등학교 2학년 A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르네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르네:(음?)
 
종이를 주워볼까요?
 
르네:(잉챠. 종이를 주워요.)
 
귀여워
 
줍기 위해 몸을 숙인다면 르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잠깐! 이전 수업이 체육이었으므로 전부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10월은 가을이므로 긴 바지임이 틀림없죠)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르네가 머리에 피가 쏠릴 정도로 몸을 숙이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르네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르네, <교육/생물학> 판정
 
르네: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눈비빔)
 
ㅋㅋ문학시간이 좀 졸렸나봐요
 
함더?
 
르네:(함더)
교육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반딧불이입니다.
 
분명, 수업시간에 배웠죠.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으로,
 
보통 한여름,
 
특히 6월경 밤에 활동합니다.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르네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평소 사물함에 무엇을 넣어뒀던가요?
 
르네:(앞에서 말한게 전부 같은데)
 
그래요, 분명 모두 넣어놨는데,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문학 선생님:르네!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르네를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사물함의 구멍을 볼 수 있는 것은 르네뿐입니다.
 
르네:(나... 지금 졸린건가)
 
문학 선생님:왜 그렇게 넋이 나가있어? 안 그러던 애가... (혀를 끌끌 차며) 저 열려있는 사물함 네 꺼냐?
 
르네:(선생님을 빤히 보다가) 선생님은 반딧불이가 안보이세요?
 
문학 선생님:뭐, 반딧불이?? 전자 기기 숨겨둔 거 자진신고 하는 거냐? (눈 부릅)
 
르네:......... 아니에요, 제가 잠이 덜깼나봐요. (빠른포기) 사물함 문닫고 오라고 하신거죠?
 
문학 선생님:그래. 자습 시간에 졸지 말고, (손 휘휘) 조용히 닫고 얼른 제자리에 앉아라!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르네에게 집중됩니다.
 
르네는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르네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능> 판정
 
르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물함을 닫고 올까요?
 
르네:(우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 쪽으로 향합니다)
 
르네는 사물함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르네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르네:...?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르네 보니타,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르네는 설마,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걸까요…….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르네는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르네:(눈 비벼요)
 
<지능> 판정
 
르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
 
얼굴을 만지자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르네는 자신이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르네:(아)
이게 무슨....
(쓰레기통에서 나와요)
 
쓰레기통을 걷어낸 르네는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르네가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르네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르네의 가방,
 
르네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르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그런 르네를 꼼꼼히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서, 서, 설마…….
인간이다!!!!!!!!!!!!!!!!
 
아하!
 
르네를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그러나 르네가 비명에 놀랄 틈도 없이,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믿기지 않는 일에,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르네, <관찰> 판정
 
르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
 
―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
 
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문득 르네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봅니다.
 
요괴들이 입은 옷이 약간은…….
 
교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르네를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만지려고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도깨비불:정말 인간이잖아.
 
늑대 요괴: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뿔이 달린 여자:상한 옷을 입고 있네. (르네 옷 만지작..) 문을 열고 온 건가?
 
도깨비불: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르네:요괴 철칙?
 
뿔이 달린 여자:듣던 대로 정말 말을 하잖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이봐, 뭔가 더 말해봐.
 
르네:말을 해서 신기한건 그쪽인데....요. 여긴 어디에요? 저 수업중이라 돌아가봐야해요.
 
도깨비불:언어는 대체 어디서 배운 거지? (말은 하나도 안 듣고 질문만 늘어놓는다.) 돌아가야 한다니, 여기에 제발로 넘어온 건 너잖아?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늑대 요괴: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미호: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뿔이 달린 여자: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늑대 요괴: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르네:제가 먹을만한 곳이 어디있어요? (당당)
 
뿔이 달린 여자:하지만 인간은 별식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고. 듣던대로 정말 맛있게 생겼잖아? (입맛을 다시며)
 
르네:그런 거짓말을 믿어요? 저보단, (늑대요괴를 가리키며) 저 쪽이 괜찮아보이는데. (도망칠까...)
 
르네가 더 대화에 끼어들거나 말을 걸면
 
몇 초 정도 입을 다물고 르네를 바라보긴 합니다.
 
하지만 그뿐,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뒷걸음질을 치면
 
등에 커다란 나무가 닿습니다.
 
몇 분 후,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르네를 향해 돌아섭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르네를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늑대 요괴: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르네가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르네가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나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르네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르네를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르네는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르네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아샤:...다들 철칙을 잊었어?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가 그렇게 말하면,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도깨비불:으,응... 아샤 마음대로 해.
 
늑대 요괴: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르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아샤라고 불린 요괴가 르네를 향해 돌아봅니다.
 
깔끔히 묶여 허리 아래로 흐르는 밀색 머리카락,
 
연한 제비꽃 색의 차분한 눈동자,
 
복슬해보이는 귀와 꼬리…
 
어쩐지 늑대를 닮은 외양입니다.
 
아샤:문을 넘어온 인간이구나. (늘어진 소매를 정리하며 너를 바라본다.) 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닌데...
 
르네:(복슬거리는 꼬리를 빤히 쳐다보다가) 학교에 있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이곳이였어요. ....겉보기엔 같은 요괴인거 같은데, 왜 날 도와줘요?
 
아샤:...위험해보여서. 그대로 먹히게 둘 순 없잖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차분한 시선으로 겉을 살펴보더니 제 뒤의 커다란 나무를 돌아본다.) 문이 또 멋대로 손님을 데려왔나 보네. 아직은 문이 열릴 때가 아니라 당장 돌려 보내줄 순 없어.
 
르네:(눈만 깜빡깜빡) 괜찮아요. 다행히 맛있는 저녁이 되기전에 당신이 도와줬잖아요. 아무리 자습이 재미없어도 이런건 꿈이길 바랬는데.... (작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려 나무를 살짝 째려봐) 저 나무가 원흉이에요? 그 문이라는건 언제 열리는데요?
 
아샤:안 무서웠어? (담담한 반응에 살짝 놀란 듯 눈을 가늘게 뜨곤, 이내 나무에 손을 짚으며 어색하게 웃는다.) 신목은 신성한 나무라, 원흉같은 말을 들으면 화낼 걸. 다음 문이 열리는 시기는 축제가 끝나는 날이야. 내일 시작이니, 오래 기다려야겠네.
 
르네:(입술삐죽)....애초에 여기에 있다는 사실부터 현실적인 감각이 없는걸요. (걱정해주는건가? 묘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 아샤를 빤히 바라보며) 누가 귀와 꼬리가 달린 요괴를 만날줄 알았겠어. ...그거 오래 걸리는 축제에요? 뭐. 상관없을려나. 생각해보니 그닥 걱정할 사람은 없을것 같네요.
 
아샤:여기가 어딘지는 알겠어? (길을 잃은 아이를 보듯... 허리를 숙여 뻔한 시선을 맞춰주며) 적어도 삼일 정도는 이어질 거야. 의미가 큰 축제거든. (이어지는 말에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있던 애가 사라지면 누구나 걱정해. 당장 나도 네가 잡아 먹힐까봐 걱정했는데, 인간의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속상한 소리를 하네. 이름이 뭐야?
 
르네:...어, 음. 요괴의 나라? (제 일도 아닐텐데, 왜 그리 걱정하는 시선인건지. 어색한듯 천천히 네 눈을 바라보았고) 그쪽보다 크게 걱정할 사람은 없을거에요. ...괜찮아요, 이 편이 더 익숙하고 편하니까. (잠시 고민하다 네 머리를 톡, 가볍게 쓸어주며) .... 르네. 그쪽은 아샤인거죠?
 
아샤:틀린 말은 아닌데... 이 세계를 우리는 이계라고 불러. (네 손길을 따라 곧은 머리카락이 넘어간다. 네 이름을 듣는 동물의 귀가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그래, 르네.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축제가 끝날 때까지 보호해줄게. 오자마자 겪었듯 인간한테는 험한 곳이야.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르네의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르네:이계. 언젠가 국어책에서 봤던 말인데. (제법 나쁘지 않은 감촉.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손을 떼고서) 이런 곳에서 갈데가 어디있겠어요. 아무리 상황파악이 안되더라도, 지금 제가 걸어다니는 인기맛집이라는건 알것 같은데. 귀찮게 안할게요. 얌전히 따라다닐 수 있으니까...(네 옷깃을 살짝 붙잡고서) ...곁에 있어줘요, 아샤.
 
아샤:음, 아까 걔들은 여기 영월호의 학생이야. 원래 인간을 먹는 건 철칙으로 통제되고 있긴 하지만... 다들 지키는 건 아니어서. (제 덧옷을 벗어서 너를 가리도록 머리 위에 씌워준다.) 아까처럼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 불편해도 집까지는 이렇게 가자. 원한다면 내일부터 축제 구경을 시켜줄게. 모처럼이니까 보고 가.
 
르네:영월호? (처음듣는 단어에 고개를 슬 기울이기도 잠시, 머리에 씌워진 옷자락에 멈칫해) 이렇게 가리면 못알아보나....그래도 쌀쌀하진 않을 것같네요. (미약하게나마 온기가 남아있는 옷을 꼭 쥐고선 네 곁으로 한발자국 붙어) 이계의 축제는 어떨지 궁금한데, 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있어요? 다른 인간은 없는거에요?
 
아샤:이계의 교육기관. 나도 그곳 소속이야.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보통 이계에 인간이 있을거란 생각은 못하니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해. 해가 지고 있어서 잘 안 보이기도 하고. 너희도 인계에 요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듯이... (이어지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국수같은 건 좋아해? 하지만 아마 다른 인간은 없을거야, 신목은 문을 잘 안 열어주거든.
 
르네:아... 그래서 선생님인거에요? (좀전에 들었던 단어를 떠올려보다가, 종종걸음으로 너를 따라가) 그러네요. 나같아도 대낮에 귀와 꼬리가 달린 사람이라면 코스프레를 하고있다고 생각할테니까. 음, 뭐든 먹을 수 있기만 하면 괜찮아요. 몇일이나 굶는건 힘들것같아서. (그러다가 나무가 있던 방향을 한번 더 흘겨보며) 다행인지, 아닌건지... 이럴줄 알았다면 반딧불이가 보였을때부터 나몰라라할걸 그랬네.
 
아샤:..............학생이야. 아직 졸업을 안 했거든. (나.. 늙어보이나...볼을 긁적이다) 배고파? 집에 가면 먹을만한 걸 챙겨줄게. 마침 저녁을 먹어야 하던 차였으니까.
 
르네:.... ...... 다들 아샤말은 잘듣길래. (잘못 말했다....입꾸욱) 원래는 지금쯤 석식먹어야할 시간이였거든요. 아샤는 뭐 먹어요?
 
아샤:그건... 예전부터 봐왔거든.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쁜 요괴들은 아니야. 규칙에 대한 관념이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 (당황한 듯한 모습에 옅게 웃고는) 글쎄. 나도 가리는 편은 아니라. 그래도 축제에서 파는 국수는 제법 맛있어.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아샤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아샤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아샤는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나아갑니다.
 
<민첩> 판정
 
르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닙니다.
 
발을 딛기 익숙해진 느낌이 들어
 
르네는 한층 더 빠르게 아샤를 쫓아 올라갑니다.
 
간격이 멀어지면
 
종종 아샤가 멈춰서 르네를 기다려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는 르네의 손을 잡아줄 때도 있습니다.
 
아샤:길이 험하지? (잡으라는 듯 손을 내민다.)
 
르네:......집을 무슨 요새처럼. (더 투덜거리려다가 참고선 내민 손을 꼭 잡아)
 
아샤가 르네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르네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샤가 대체 왜?
 
우연히라도 르네가 비 맞은 강아지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 걸까요.
 
르네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아샤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아샤는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아샤는 르네를 향해 돌아봅니다.
 
아샤:혹시, 여길 알고 있어?
 
아샤는 그렇게 말하며,
 
르네가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르네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아샤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르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샤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르네:꼭...그림같다. (아름다운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듯 빛나는 반딧불이를 쫓아 시선이 이리저리 흩어졌을까. 기대에 찬듯한 목소리에 조금 미안했을지도.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저는 여긴 처음오는걸요.
 
아샤:그래... 그렇지. (알면서도 물어봤다는 듯 순순히 수긍하곤 고개를 들어 네가 바라보는 곳을 익숙하게 응시한다.) 예쁘지? 반딧불이가 없었다면 이것보다 몇 배는 더 깜깜했을 거야. 그러니까 길을 잘못 안내해줬다고 너무 미워하진 마.
 
<심리학> 판정
 
르네:
심리학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애써 숨기는 것 같지만,
 
아샤는 어딘가 섭섭해 보입니다.
 
어느덧 다다른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아샤는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르네가 아샤를 따라 조각배에 탄다면,
 
이어지는 것은 꿈결 같은 순간입니다.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아샤:그러고 보니 이계에는 반딧불이의 전설이 있는데. (서서히 노를 젓자 수면 위의 반딧불이가 흩어져 살랑이는 꼬리로 모인다.) 들어볼래?
 
르네:(제법 귀여운 모습에 살랑이는 꼬리에 집중하듯 유심히 살펴보다가 들려오는 이야기에 정신을 차리고) 그러고보니 여긴 반딧불이가 유독 많죠. ...무슨 이야기인데요? (쫑긋)
 
아샤: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야.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하거든. (노에 턱을 기대고는 너를 내려다보며)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한대.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 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기도 하고. 길잡이인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으니까... 그럴듯한 이야기지?
 
르네:그렇게 말하니까... 제법 좋아보이기도 하고. (눈부시지 않게 일렁이는 빛들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은 느슨한 얼굴을 하고서) 인연이라... 이곳에 오기 전에 계속 반딧불이들이 따라오라는듯 주변을 맴돌았어요. 어쩌면, 아샤를 만나게 해줄려고 그랬던걸까요? (스스로도 자신이 한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작게 웃음을 뱉고선) ...농담이에요. 어떤 세계던 전설이 있는건 비슷하나봐요.
 
아샤:어쩌면. 인간인 너를 이계에서 무사히 만난 걸 보면, 이것도 분명 인연이겠지. (농담처럼 넘어가려는 말에 가볍게 웃곤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그래도 길조의 상징이라잖아. 네게 해를 끼치려고 이곳에 부르지는 않았을 거야. 우리는 이 전설을 꽤 믿고 있거든. 자, 이 전설의 교훈은 뭐인 것 같아?
 
르네:전설이 아니라 믿음에 가깝나... (나직하니 중얼거리다가 네게로 시선을 옮기고서) 길조인건 맞는것 같아요. 아니였으면... 아샤를 만나지도 못한채 오늘 저녁이 되어있었을테니까. (교훈이라. 문득 국어시간이 떠올랐을지도.) 호랑이굴에 끌려가도 반딧불이를 잘 찾으면 된다...? (자신이 국어에 약하다는 것을 까먹고 있었으며)
 
아샤:하하, 맞는 말이야. (웃음기 어린 얼굴로 네 답을 기다렸다 입을 뗀다.) 르네, 길을 잃으면 반딧불이를 따라가. 네가 바라는 것에게 이끌어줄 거야.
 
르네:(말없이 너를 줄 곧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전에, 아샤가 곁에 있어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샤:내가 곁에 있는 건 삼일 남짓이니까. (덧옷 위를 손으로 두어번 토닥이더니) 그래도 할 수 있다면 그 전에 찾아줄게.
 
이야기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아샤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아샤는 르네가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능> 판정
 
르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문득 든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르네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르네가 쉽사리 꽃밭을 건너지 못하면,
 
어서 오라는 듯 아샤가 손짓합니다.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샤:배 고프겠네. (물끄러미 익숙한 내부를 훑다 책장을 가리킨다.) 심심하면 책이라도 읽으면서 앉아있어, 뭐라도 가져올게.
 
아샤는 먹을 것을 준비해주겠다고 말하며 잠시 주방으로 갑니다.
 
<자료조사> 판정
 
르네:
자료조사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르네가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르네는 책을 고르며 걷다가 나무판자를 잘못 밟고 넘어져 버립니다.
 
덕분에 책 몇 권이 우르르 쏟아졌…….
 
아야!
 
머리 위로 두툼한 책 한 권이 떨어집니다.
 
<이계탐험록>이라는 서적입니다.
 
르네:(아파)
 
아파아
 
르네:아파라... (부딪힌 부분을 매만지다가 책으로 시선을 돌려)
 
이계탐험록에서는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을 볼 수 있습니다.
 
르네:(요괴 5철칙... 아까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살펴봅니다)
 
핸드아웃 지급
 
문득 르네를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르네:(다들 옳은 요괴가 되긴 글렀군.)
(이어서 영월호에 대해 읽어봅니다)
 
핸드아웃 지급
 
르네는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르네:500....800....(아샤가 향한 방향을 흘깃보았다가 신목의 규칙을 읽습니다.)
 
신목의 규칙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영월호의 축제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그러나 내가 넘어왔을 때는 전쟁이 끝날 무렵으로, 축제후야제가 아니었다.
 
이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신목은 요괴들의 요력을 먹고 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요괴가 근처에 모였을 때 한 번,
 
이들이 일제히 사라질 때 한 번.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뒤에 문이 열린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이 근방은 수많은 요괴가 목숨을 잃은 곳이므로…….
 
<관찰> 판정
 
르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별다른 것은 모르겠습니다.
 
르네:(눈비벼요)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내 눈
 
피곤해서 그런가...
 
눈을 비벼도 몰라요...
 
르네:(어떤기록을 살펴봅니다)
 
<모국어> 판정
 
르네: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핸드아웃 지급
 
르네:별난 사람이네...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르네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내가 천잰가보지)
 
이성 감소 없습니다.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관찰> 판정
 
르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천재지만 눈은 조금 안 좋아요...
 
르네:(부릅떠요)
 
ㅋㅋㅇㅋ함더
 
르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르네:(떴다)
 
르네는 저자의 서명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모든 부분을 읽고나면,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르네가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책을 다 읽을 무렵 아샤가 쟁반을 르네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도마뱀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르네:.........
 
아샤:.............?
 
르네:.... . ...생각해보니 배가 부른것 같기도 해요.
 
아샤:산도 넘고 호수도 넘었는데...? (순수한 선의가 듬뿍 담긴 도마뱀을 내민다...)
 
르네:(어색하게 웃어보이면서) 어디부터... 말해야할진 모르겠는데. .... .....그....... 인간은 이거 안먹어요.
 
아샤:...그래...? (네 말에 조금 풀 죽은 얼굴로 손을 거두며..) 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르네:(왠지 죄책감이 드는데...?) ....이게 제일 먹을만한거면 평소에는 뭘.... 먹는거에요?
 
아샤:저런거나, 저런거. (풍뎅이와 잠자리를 가리킨다...) 선생님도 인간이셨거든. 그래서 입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르네:서...선생님은 그러면, 도마뱀을.. 드셨어요? (.....몇일을 굶어야하는거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생각하는중)
 
아샤:드셨는데... 꼬리는 닭고기랑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셨어. (걱정스러운 눈으로 너를 바라보더니) 그럼 국수는 괜찮은 거지? 내일 축제에 가면, 밥부터 먹어야겠네.
 
르네:(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역시.... 아샤에게 양보할게요. 한끼정도는 굶는다고 죽지 않으니까요. 국수에는... 다른게 안들어가있으면 좋겠어요. (간절한.. 바람....)
 
아샤:아마 평범하게 국수일 거야. 그건 꽤 잘 드셨거든. 나는 지금까지 선생님 입이 짧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근처의 서랍을 열더니 강정이 담긴 통을 꺼낸다.) 과자는 먹을 수 있어?
 
르네:다행이다. (이걸왜이제말하는거야) 과자는 먹을 수 있어요. ......너무 시무룩하진 말고요. 한끼 안먹는다고 큰일나진 않으니까... (아샤의 귀랑 꼬리를 살펴봐)
 
아샤:(강정통을 네게 통째로 안겨준다! 초조한 듯 꼬리를 바닥에 탁탁 치고 있음) 성장기의 인간은 잘 먹여야 할 거 같아서... (늙은이같은 걱정) 책은 좀 읽었어?
 
르네:(어라) 이렇게나 많이요? 그러면 아샤가 먹을 간식도 없어지잖아요. (무슨소리인가 싶어 시선을 돌리면 초조하게 움직이는 꼬리가 눈에 들어왔고) ....그, 아마도 이젠 안클거에요. 이 정도가 딱 좋아요. (먹을만큼만 꺼내놓고선 통을 아샤의 손에 꼭 쥐어줘) 책... 이곳에 온 다른 인간이 쓴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아샤:난 어차피 자주 안 먹으니까 괜찮아. 다 먹을 필요는 없지만, 배고픈 것보다는 낫잖아. (되돌아온 통을 다시 서랍에 넣고는 자신도 네게 내밀었던 도마뱀을 먹기 시작한다.) 아, 선생님이 쓴 걸 읽었구나.
 
르네:아샤 취향은 아닌가보네요. (도마뱀... 잘먹네. 잘먹는 아샤를 지켜보다가 자신도 깨작깨작먹기 시작해) 그분이 선생님... 많이 좋은분이셨던것 같더라고요.
 
아샤:존경할만한 분이셨지. 내가 아는 건 다 선생님한테 배운 거야. (먹는 모습을 확인하듯 빤히...본다.) 다들 인간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선생님은 좋아했고... 이제는 여기 안 계시지만. 너는? 그런 은사님이 아직은 없나?
 
르네:(어쩐지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에... 조금 더 열심히 먹었고.) 은사님.... 그런 사람은 딱히. 살면서 그렇게 좋은 사람 만나기는 쉽지 않은법이니까요.
 
아샤:(그제서야 안심한 얼굴로 개구리도 집어 먹는다.) 좋은 사람이야 앞으로 많이 만날 거야. 아직 어리잖아? (몇 살인지는 모르지만...) 피곤할 텐데 다 먹으면 오늘은 일찍 자. 난 여기서 잘 테니까, 네가 작은 방에서 자면 되겠네.
 
르네:(잘먹...는구나. 적응되지 않는듯 신기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아샤는 위로되는 말을 잘하는 것 같아요. ....18살이면 어리긴하죠. (슬쩍 떠오른듯) 아샤는 몇살이에요? 그렇게 양보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몸만 누울 수 있으면 다 좋아요.
 
아샤:..................열여덟? (살짝 충격받은 얼굴) 인간은 백 년도 못 산다는 걸 알긴 했지만...... (이어지는 물음에 답을 고민하듯 귀를 쫑긋거리다) 나는......팔...... (중얼..)
 
르네:(짐작은 했으나 네 표정을 보고서 같이 놀란듯) 팔.........? 여덟살은 아닐테니까... 팔백....?
 
아샤:...(부정하지 못함) ...요괴들은 오래 사니까. 이계의 시간이 인계보다 좀 더 빠르게 흐르기도 하고. (괜히 먹은 그릇을 쟁반 위에 정리한다.)
 
르네:뭐? 여기 시간이 더 빨라요? (생각도 못한 이야기에 조금 당황한듯) .......그럼 제가 돌아갈때쯤이면.... (빤..ㅡ 그릇정리하는 아샤를 쳐다봐)
 
아샤:...아마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을 거야. 인계에 가본 적이 없어서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차곡차곡 쌓아서 주방으로 가져다 놓곤, 작은 방의 문을 열어준다.) 이불이랑 베개는 저기 있는 걸 쓰면 돼. (방 한 켠에 얌전히 개어진 이불을 가리킨다.) 또 궁금한 건?
 
르네:....다행이다. 여기 와서 제일 놀란 소리였어요. (방안을 흘깃 살펴. 제법 단란한 방이구나) ....아샤는 밖에서 자도 괜찮아요?
 
아샤:나는 여기가 아니라 아예 밖에서 잘 때도 있어, 신목 위라거나. 물론 오늘 밤은 이곳에 있을거지만.. (괜찮다는 듯 네 등을 안으로 밀어주며)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해, 알겠지?
 
르네:....어, 음. (주욱 밀려 들어가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서는) ...오늘 하루, 고마웠어요. 아샤덕분에요.
 
아샤:(들려오는 인사에 작게 웃으며) 나도. 오랜만에 인간과 있어서 즐거웠어. 잘 자, 르네.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누군가는 싸늘한 나무판자 바닥에 몸을 눕히고,
 
누군가는 부드럽고 푹신한 이불에서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르네가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그리고 르네는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르네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르네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르네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르네.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딸랑,
 
딸랑…….
 
.
 
.
 
.
 
방울 소리와 함께 르네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아샤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딸랑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
 
르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멍.. . . . .)
 
요란한 방울 소리가 르네의 잠을 깨웁니다.
 
왜 저렇게 바삐 움직이는 걸까요?
 
아샤:깼어? (열어둔 문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돌린다.) 밤새 춥진 않았지.
 
르네:(잠기운이 가득한 목소리로) 괜찮았어요.... (눈 깜빡깜빡) 무슨 방울 소리가 들렸는데.....
 
아샤:방울? (제 오른 발목을 내려다보며) 이 소리인가. (9개 정도의 방울이 달린 발찌가 반짝인다.) 내 요력이 담긴 방울이야.
 
르네:(9개나 있어?) 확실히 악세사리로 달고 다닐 갯수는 아니네요... 요력을 이렇게 담아놓는구나... (신기한듯 빤)
 
아샤:응. 요력은 생명력이랑 같아서, 몸 가까이에 두면 좋거든. (물에 적신 수건의 물기를 짜내더니 네게 건넨다.) 마침 깨우려던 참이었는데. 곧 축제가 시작할 시간이야.
 
르네:(수건을 받고서 잠시 고민하다가 슥슥 얼굴을 닦아) 생명력... 중요한거네요. 축제를 이렇게 빨리 시작해요? (날이 밝은 바깥을 보며) 보통은 이런거 밤에 하지 않나.
 
아샤:요력으로 뭘 할 수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미미하게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너를 보더니) 큰 축제라서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이야. 인계에서는 축제를 주로 밤에 해?
 
르네:동화에서는 마법같은걸 쓰던데... 혹시 날아다녀요? (제법 궁금한듯 눈을 데굴 굴리며 너를 마주 바라보았고) 아침부터 바쁘겠네.. 다들 체력이 좋나봐요. 응. 이쪽은 보통 늦은 저녁부터 시작해서.
 
아샤:...너무 거창한 걸 기대하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오늘은 이런 거에 쓰려고. (제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아샤가 손가락을 튕기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르네의 머리 위에 토끼 귀가 솟아납니다!
 
르네:.. . . .
..... . ..??
 
아샤:잘 어울리네ㅎㅎ 토끼 요괴 같다. (칭찬임..)
 
르네:(황당한듯 귀를 만져보다가) 그야... 아샤가 토끼귀를 붙였으니까 그렇지. (만지작 만지작....) 왜 하필 토끼에요?
 
아샤:눈이 동그란 게 닮아서. 토끼 싫어해? (수건을 주워들어 바구니에 넣고는) 어제처럼 덧옷을 쓰고 다니기엔 축제에 요괴가 너무 많아. 이렇게 가벼운 눈속임이라도 해두는게 나을거야.
 
르네:(흠. 나쁘지 않은 소리에 수긍하듯 끄덕이고) 토끼... 약해보이잖아요. 뭐어.... 대강 그럴거라 생각했어요. (감촉이 좋은듯 계속 만지작거리며) 그래도 누가 알아차리면 어떡해요? 완전 호랑이 입속으로 걸어들어가는건가....
 
아샤:요괴도 생각보다 겉에 보이는 거에 약해. 알아보는 요괴가 없지는 않겠지만... 괜찮을 거야. 나도 옆에 있을 거고. (오두막의 문을 밀려다가) 불안하면 가지말까?
 
르네:(도리도리) 아냐, 그걸로 충분해요. 아샤 잃어버리지 않게 옆에 잘 붙어있을게요.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르네와 아샤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르네가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아샤는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르네의 손목에 묶어줍니다.
 
아샤:미아 방지책이야. (반대편 실의 끝을 자신의 손목에 묶고, 단단하게 매듭짓는다.) 불편하진 않지?
 
보기에는 무척 가느다란 실인데,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르네:(목줄....?)
더 두꺼운 실도 괜찮아요. 신경 안써요.
 
아샤:더 두꺼울 필요 없어. 내 요력을 불어넣어서 이걸로도 끊길 일은 없으니까. (팔을 한번 잡아당겨 보더니) 원래는 어린 요괴들 데리고 다닐 때 쓰는 건데... (18살이면 어리지... 끄덕)
 
르네:요력도 제법 유용하네요. ...어린 요괴보다 더 말랑해요. 저. (.....아무리 생각해도 아샤는 선생님이라고 부를 나이 아닌가.)
 
아샤:말랑...? (약하다는 뜻인가... 고개를 끄덕인다.)(선생님...보다는 조상의 조상님 정도 아닌가.)
 
설명을 들으면, 어쩐지 어린아이 취급을 당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죠.
 
뭐, 몇백 살 이상 먹은 아샤의 입장에서 르네가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르네와 아샤는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르네:(신기한듯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아샤의 옷깃을 살짝 끌고 노점상으로 갑니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아샤는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르네가 멍하니 가판대를 구경하고 있으면,
 
까마귀 머리를 가진 점원이 르네에게 말합니다.
 
점원:이봐,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르네의 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입니다.
 
르네:(뭔가 싫은 눈치)
(아샤봄) (압바용돈조)
 
아샤:(어어 그래 딸 모 갖구시퍼)
 
르네:(부채 가리킴)
 
아샤:더워? (눈 끔벅)
 
르네:..... ..그냥 예뻐서요. 아니면 가면? (악세사리엔 관심없음)
 
아샤:(...예쁜가? 부채를 더위 해소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할아부지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모르겠다) 어떤 요괴가 취향이야? (다양한 얼굴의 가면들을 둘러본다.)
 
르네:(그 말에 고개를 돌려 가면들을 훑어봐) 저기... 무슨 무슨 가면있어요?
 
점원:아 예, 가면이요~? (물주가 있다는 걸 알아보자마자 태도가 싹 돌변하며ㅋㅋ) 아이고~, 없는 게 없죠! 여우, 개, 고양이, 너구리, 토끼, 까마귀... 하다못해 인간 가면도 있습니다요! (하회탈같이 생긴거 꺼냄)
 
르네:까마귀...? (제일 관심없는데 제일 강조해서 말하니까 한번 꺼내봐요)
 
못생긴 까마귀 가면입니다...
 
못생겼어요.
 
르네:.......우와
 
점원:멋있죠~?? (엣 헴)
 
르네:(까마귀 가면이 혹시 점원을 닮았나?)
 
점원:(아무래도 까마귀 머리 점원이라)
 
르네:그렇구나...(영혼없는 대답) 그럼 저는 저기, 토끼가면 할래요.
 
점원:(조금 실망한 눈치지만 싹싹하게 토끼가면을 넘겨준다!)
 
아샤:약해보여서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부채까지 합해 얌전히 엽전같이 생긴 동그란 동전을 점원에게 건넨다.)
 
르네:그치만 아무래도 토끼귀에 여우탈... 이런건 이상한 것 같아서. (우와.... 조선시대같네. 동전을 빤히 보다가 고갤 돌려요)
 
아샤:이제 토끼 귀에 토끼네. (가면을 네 머리 위에 얹어주며) 어제 저녁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노점상에서 뭐라도 사 먹자.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르네와 아샤에게 손짓합니다.
 
노인: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솨봐~
 
기다려보라는 아샤는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르네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ㅋㅋ
 
계산을 마친 후,
 
르네:.. . . ..
 
아샤가 르네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르네가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아샤:강정은 잘 먹길래. (네 입에 가까이 대 약과를 물려주며) 토끼 귀에 토끼 가면을 쓰고 왜 토끼눈을 뜨고 있어? (조금 놀리듯)
 
르네:.. . ...회오리 도롱뇽들고 오는줄 알았어요.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음식을 고개를 흔들어 지워버리고서 약과를 뇸 입에 물어) 장난꾸러기 아샤.
 
르네가 한 입 베어문다면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아샤는 비슷한 모양의 약과를 연달아 내밀고,
 
이어서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줍니다.
 
아샤:어제 도마뱀도 못 먹었는데, 도롱뇽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아서. (삼 초 정도 고민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맛있어? 선생님은 그걸 가장 좋아하셨는데.
 
르네:(제법 맛있는 약과에 기분이 좋은듯, 주는대로 고분고분 받아먹고서) ...맛있다. 이걸 왜 가장 좋아하셨는지 알것 같아요. (그야... 이런 것밖에 못먹으니까)
 
아샤:(토끼 먹이 주는 것 같다... 오물오물 잘 먹는 너를 뿌듯하게 바라보며) 다음은 어디 가고싶어? 국수 먹으러 갈까. (또 먹일 생각 중)
 
르네:음...~ 사격장은 어때요? 여기도 총이 있나. (배불러서 말돌림)
 
르네의 시선을 끄는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르네와 아샤를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점원: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아샤:총...은 뭔지 모르겠지만. (네 키에 맞아보이는 활을 골라주며) 활은 쏴본 적 있어?
 
르네:.. .....보통, 인계는 활을 안써요. 아샤는? (어정쩡하게 활 잡음)
 
아샤:활을 안 쏘면... 뭘로 사냥을 해? (끔뻑...)(어정쩡한 자세를 고쳐주곤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우리는 보통 활을 쓰지.
 
활을 쏜다면, <정신력> 판정!
 
르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이어서 <근력> 판정
 
르네: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소 애매한 점수긴 하지만,
 
과녁에 화살을 맞추긴 했습니다.
 
르네:(뿌듯한 얼굴로 아샤 보고) 아샤도 한번 해봐요.
 
아샤:(너의 말에 순순히 활을 잡는다.)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역시 현지인이에요
 
활을 자주 쓴다더니, 거짓은 아닌 모양입니다.
 
아샤:처음 쏘는 것치고 잘 하는데? 화살은 아직 네 발 남아있어. (화살을 하나 더 뽑아 네 활에 걸어준다.) 마저 시도해봐.
 
르네:(내가 이겨본다) 좋아요.
 
가보자고
 
르네:(가보자고)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혹시... 현지인?
 
멋지게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명중시켰습니다.
 
삘받아서 함더?
 
르네:한번 더.
 
그래 가자고
 
르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살짝 흔들렸어요~~~
 
하지만? 아직 2발이 남아있습니다.
 
르네:(아샤 힐금봄) (활쏴요)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죽어라 이누ㅇ...
 
르네:?
 
앗! 이 이상은 안 돼!
 
르네:저... 제법 재능있을지도.
 
역시 반쯤은 주몽의 후예입니다.
 
아샤:...안해봤다며? (어이없는 얼굴)
 
르네:..... 안해봐도 잘하는게 있는법이죠.
 
마지막을 장식합시다.
 
르네:(들숨날숨)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거하게 장식해버렸다
 
르네:텐.
 
끝. 도 한번 말해줘
 
르네:끈.
?
 
 
사격장을 뒤집어 놓으셨다~~~
 
르네:돌아가면... 양궁선수 해볼까...
 
사격장을 뒤집은 르네는 늑대 인형과... 제비꽃색 보석이 박힌 노리개를 보상으로 받았습니다.
 
르네:이거... 아샤 닮았어요. (아샤 옆에 인형 가져다 댐)
 
아샤:동족이야, 늑대니까. (사격장 주인 눈치 흘끔..) 네가 너무 잘해서 기죽으셨어.
 
르네:....(사격장 주인 힐끔봄. 픽 웃음) 어쩌겠어요. 잘난걸.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르네:(바로 앞에 있는 점집으로 아샤 데려가요)
 
르네가 점집으로 향하면,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아샤가 멈춰섭니다.
 
아샤:이런거 좋아해? (힐끔)
 
르네:당연히 안믿지만. (천연덕스럽게 웃어) 그래도... 시간때우긴 좋으니까요.
 
아샤:그래. (안심...) 가끔 이런 거에 너무 기대는 애들이 있어서.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 점괘 자체는 제법 믿을 만 하지만... (커튼을 걷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크게 신용하지 않는게 좋긴 하지. 점괘는 어디까지나 점괘일 뿐이니까.
 
그리고 르네와 아샤가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쿠라마 할멈: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네?! 뭐가요?!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쿠라마 할멈:미안, 해보고 싶었거든. (깔깔)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갓을 벗습니다.
 
아샤는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아샤:...쿠라마 할멈은 늘 이러셔.
 
하고 덧붙이면서요.
 
르네:.....어라. (아샤봄) 저 들켰는데요?
 
아샤:저 분은 못 속여. 점쟁이를 어떻게 요술로 속이겠어? (괜찮다는 듯 익숙하게 자리에 너를 앉힌다.)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구들…….
 
쿠라마 할멈:걱정하지 말라, 나는 인간을 잡아먹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 굳이 따지자면 관찰하고 싶은 쪽이랄까~? (흥미로운 듯 르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자자, 점이라도 봐주마.
 
쿠라마 할멈에게 운세, 미래 예지, 아샤와의 궁합을 볼 수 있습니다.
 
르네:(아샤가 꽤 신뢰하는 사람인가? 신기한 얼굴로 할머니를 빤히 보다가) 그렇다면... 운세 부탁드려요.
 
르네에게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곳 등을 받으면
 
쿠라마 할멈은 천칭처럼 보이는 것을 조정합니다.
 
쿠라마 할멈: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한둘이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네…….
르네야,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라.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르네:
.....여긴 약과랑 국수빼고 먹을게 없다던데. (제법 진지한 얼굴로) 게다가 지금은 걸어다니는 맛집신세이기도 하고.
 
쿠라마 할멈:인간이 먹을만한 게 마땅치 않기는 하지. (소리 높여 호탕하게 웃으며) 아샤한테 구해다 달라고 하지 그러니? 쟤가 숫기는 없어도 인간한테 지극정성이라니까!
 
르네:지금도... 많이 도움받고 있는 걸요. (숙식비, 사준 물건... 가늠해보다가 관두고서) 아샤는 원래 인간을 좋아하나봐요? (아샤가 옆에 있는건 알고있지만 할머니께 소곤소곤말해요)
 
쿠라마 할멈:나는 가끔 저 녀석이 진짜 요괴인가 싶단다! 그 선생이란 놈이 요괴를 반쯤 인간으로 만들어 놨어. (소리 죽여 말하는 르네와는 다르게 들으라는 듯 쩌렁쩌렁) 물론 나도 인간을 좋아하는 축이긴 하지만 말이다. 큼큼, 다음으로 알고싶은 건 미래 예지겠지?
 
르네:(눈만 깜빡깜빡) ... 원래부터 다정했을 수도 있는거 아니에요? 좋던데, 난. (괜히 아샤 눈치를 한번 더 보고서) 네, 맞아요.
 
쿠라마 할멈:원래부터 심성이 나쁜 놈은 아니었지. 요괴같든 인간같든, 네가 좋으면 된 거 아니겠니? (다시 천칭을 이리저리 조정하더니) 어디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 다행으로 르네,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르네:... 굉장히 불길한 소리네요. 여기 온 것부터가 거대한 이변인것 같은데. ....(덤덤한 얼굴로) 그럼 마지막은요?
 
쿠라마 할멈:아샤와의 궁합말이냐? 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르네:(이게무슨소리지라는표정) 내가 찾는 상대...?
 
점을 다본 쿠라마 할멈이 즐거운 듯 천칭에 수정 구슬을 올려놓습니다.
 
쿠라마 할멈:정말이지, 젊은것들이란 귀엽다니까.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르네 빤...)
 
르네:(아샤 빤...)
 
아샤:...쿠라마 할멈은 복채를 돈으로 받지 않아. (난감한 얼굴)
 
쿠라마 할멈:(르네 빤........................)
 
르네:뭐...뭐에요.
 
쿠라마 할멈:(리본 빤.........................)
 
르네:나 이거 없으면 벌점인데.....
 
쿠라마 할멈:(빤.................................................)
 
르네:...
.......(끈질긴 시선에 리본을 건네줘요)
 
쿠라마 할멈:(화색!) 이거면 충분하다. 인간의 의복은 어쩌면 이렇게 얇고 간소한지...... 소장 가치가 있거든.
 
르네:머리에 묶어두셔도 잘 어울릴것 같아요.
 
쿠라마 할멈:(소녀같이 웃으며 올림 머리에 리본을 대본다.) 고맙구나.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르네:감사합니다(꾸벅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쿠라마 할멈: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점집에서 나온 르네는 어디로 갈까요?
 
르네:뭐라도 먹을까요?
 
아샤:이제 좀 배가 고파? (식당가 쪽으로 걸어간다.)
 
르네:(아샤가...먹이고 싶어할거같아서...) (끄덕끄덕)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르네에게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르네:.....(외면
 
어제부터 먹은 것이 무척 부실해서 배가 고플지도 모르겠어요.
 
외면하고 대회를 지나가면,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아샤는 르네에게 자리를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르네:(적당한 자리를 찾아가서 앉아) 맛있겠다...
 
르네가 빈 자리에 앉는다면,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선생님?
 
르네:누구세요?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르네를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타타:선생님이... 아니신가요?
 
르네:(눈이 어디까지 커지는거야) ....무슨소리인지 모르겠는데.
 
타타:아...... (네 반응에 어딘가 아쉬운 듯한 기색으로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눈치를 보며) 하하,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아주 닮아서 착각했어요.
 
르네:(눈을 깜빡깜빡... 내가 그렇게 닮았나?) 괜찮아요. 영월호 졸업생이라면... 아샤도 알겠네요?
 
타타:아~ 아샤요? 알죠! 영월호 동문이니까요! (순식간에 반가운 얼굴!) 그렇지만 아샤 녀석, 몇백 년 째 졸업 시험도 거르고....... 걱정되던 참이었어요.
 
르네:그렇게 안보이던데... (아샤가 간 방향을 가리키며) 아샤가 축제구경 시켜준다고 해서 놀러왔거든요. 국수를 계산하러갔는데.
 
타타:모르셨나요? 아샤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이것저것 신나게 늘어놓다가 함께 왔다는 말에 고개를 쭈욱 빼며 아샤를 보곤 작게 소곤거린다.) 인간이시죠? 분장은 유심히 보면 티가 나니까요. 아샤가 보호해주고 있나봐요.
 
르네:기다리는 사람... 사람이라면 인간이라는거죠. 인간을 좋아한다더니 정말 정이 많구나. (생각도 못한 이야기에 조금 당황스레 눈이 커졌다가) 멀어지면 안되겠네. (다짐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샤랑은 인사 안해요?
 
타타:네, 그 은사님께서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주셨거든요. 아샤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리셨어요. (추억에 젖은 듯 하다 네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아, 아뇨, 함부로 떠들어댄 걸 알면 별로 안 좋아할 거예요. (시무룩...)
 
르네:돌아가신게 아니라... 사라지신거였어요? (나는 당연히...)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아샤가 많이 좋아하던 어른이였나봐요. (표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이는 것 같네) 그냥... 인사만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타타:네, 돌아가셨는지는 저희도 잘 몰라요. 하지만 인간이셨으니 지금쯤은... 사라지기 전에 아샤가 선물을 하나 했다고는 들었는데 말이죠...... (저 멀리서 아샤가 오는 것이 보이자 도둑이 제발 저리듯 화들짝 놀라더니) ..!!!! 아, 아샤에요! (벌떡) 인간 씨,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오오오!!! (후다닥)
 
아샤가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들고 르네 방향으로 오자,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아샤는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아샤:...타타?
 
르네:(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 응?
 
아샤:타타랑 놀고 있었어? (쟁반에 담긴 그릇을 네 앞에 놓으며) 내 동문인데.
 
르네:...재빠르게 사라지던데, 보였어요? (네 얼굴을 빤히 보고)
 
아샤:응. 하지만 동문과 대화하지 않게 된지는 꽤 지나서... 좀 놀랐네. 그래도 착한 아이니까. (빤히 보는 시선에) 왜 그렇게 봐?
 
르네:(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서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한입 먹고서) 그냥... 생각도 못한 부분을 발견한 것 같아서. 안그래도 인사하라고 했는데, 도망쳤거든요.
 
아샤:..? (모르겠다는 얼굴로 제 뺨을 만져본다. 뭔가 묻었나?)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길래. 둘이 내 욕이라도 했나보네. (농담조)
 
르네:(념념 국수를 먹으면서) 별 이야기는 안했지만... 그래도 아샤 욕은 안했어요. 지금 제가 아샤한테 얻어먹고 있는게 얼마나 많은데요.
 
아샤:얻어먹고 있어서 못 하는 거야? (피식 웃음을 흘리곤 국수를 먹기 시작한다.) 별로 먹여줄 수 있는 것도 많이 없는데. 도마뱀을 먹이려고 했다... 뭐 그런 욕이면 해도 돼.
 
르네:다음에... 그러니까, 만약에 아샤가 인계에 오면 그땐 제가 이것저것 많이 챙겨줄게요. (머릿속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헤아려보다가 다시 국수에 집중하면서) 음음. 그러면... 바보같다는 욕 정도는 괜찮아요? 아샤는 좀 바보같을 때가 있어서.
 
아샤:고마운 소리네... 잘보여야겠다. (뒷말에는 국물을 천천히 떠먹다가 손이 멈칫한다..) 음.. 들어보고. 언제 바보같았는데?
 
르네:지금도 충분하지만요. (젓가락을 내려놓고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음. 조금 많은데. 밥 먹여줄 때, 재워줄 때, 같이 돌아다닐 때, 타타가 도망갈 때?
 
아샤:......어... 그건 그냥 항상 바보같다는 거 아니야?
 
르네:말하고 보니... 그러네요.
 
아샤:..............................솔직해서 좋네. (생각에 잠김...)
 
르네:... .........마냥 나쁜뜻은 아니에요. 알죠? (힐금)
 
아샤:알 것 같기도 하고...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남은 국물을 마시더니) 간이 낚시터, 갈 거지?
 
르네:(끄덕끄덕) 낚시도 해본적은 없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아샤:활도 쏴본 적 없다고 했잖아? (...) 난 걱정 안 해.
 
국수를 다 먹고 식당가를 나오면,
 
두 사람은 간이 낚시터로 향합니다.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그럼에도 르네가 바란다면!
 
금붕어 뜨기를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르네에게 작은 그물이 지급됩니다.
 
르네:(해볼까)
 
아샤:(할거야?)(막상 금붕어들 보자니 좀 걱정되는 눈)
 
르네:손만 안담그면 되지 않을까요? ...뭣하면 아샤가 도와줘요.
 
아샤:...금붕어 이빨보다 빠를 자신은 없는데... (일단 지켜본다.)
 
금붕어 뜨기를 한다면!
 
<민첩> 판정
 
르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혹시
 
강태공?
 
르태공은 붉은색의 큼직한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르네:(어떠냐는 얼굴로 아샤봐요)
 
금붕어는 무언가 불만스러운지,
 
꼬리로 그물을 팡팡 내리칩니다.
 
아샤:......걱정 안해, 진짜로.
 
한번 더?
 
르네:(가보자고)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느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르네의 낚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기대에 부응해줘야죠~
 
함 더 갑시다!
 
르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붉은색의 새끼 금붕어를 건져 올립니다.
 
금붕어는 뻐끔거리며 작은 이빨을 벌려봅니다.
 
아샤:세 마리나 잡았네... 데려가진 않을 거지?
 
르네:데려가기엔 위험하지 않아요?
 
아샤:원하면 가져갈 순 있지만... 아니라면 다른 애들한테라도 줄까. (손가락으로 간이 낚시터 한 구석을 가리킨다.)
 
아샤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얼레벌레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호: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아샤가 주둥이를 틀어막았습니다.)
 
미호: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르네:올바른 요괴가 되긴 글렀네.....
(선뜻 금붕어를 건네줘요)
 
미호:..읏, ....... (나쁜 말 했는데 금붕어 받아버림...) 흥, 내가 달라고 한 거 아니야. (새침하게 고개 홱!)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르네:어차피 상관없어요. 저는 너무 쉽게 잡아서 또 잡으면 되니까요. (픽 하고 웃음) 인계에도 비슷하게 있죠. 조금씩 내용만 다를뿐 대부분 똑같은것 같고. ...
 
미호:뭐, 뭐라고!!!!!!! (ㅂㄷㅂㄷ)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씅낸다!)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힐끔) 헤헹, 인간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르네:(앞의 말은 가볍게 흘려넘기고서) 신당? ....(아샤를 힐끔봐요)
 
아샤:이 세계를 창조한 '공간의 주인님' 이라고... 요괴들이 영월호의 신당에서 모시고 있어. (미호가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죽이며) ...가고싶어?
 
르네:위험하긴 하겠네. (조금 궁금한 눈치였으나, 별 기색은 드러내지 않고서) ...아샤는 거기서 기도 안해요? 곤란하다면 안가도 괜찮아요.
 
아샤:기도... 올려야겠지. 혼자 둘 순 없으니까, 같이 가자. (미호 흘끔...) 대신 들키지 않게, 미호가 가면.
 
미호:공간의 주인님도 모르고, 바보네 바보! 그럼 인간 너 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고……. (정말 모르나? 흘끔!)
 
르네:(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흥) 언제적 소리를 하고 있는거에요? 세계는 동그란 구 형태라서 잘못 뛰었다간 데굴데굴 굴러서 저 멀리 떨어져버릴걸요. 조심하세요?
 
미호:허얼, 진짜 모르다니! (펄쩍)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는 거냐 아샤!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이내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르네가 준 금붕어를 소중히 품에 안고...
 
르네:(내가 보냈다라는 표정)
 
아샤:(뭔가 애들의 싸움을 본 것 같은데)
 
르네:쟤는.. 몇살이에요?
 
아샤:미호는... 100살이 조금 넘었던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 18살인 네가 이해하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르네:.... .....(곰곰) 나이를 헛으로 먹는거 아니에요?
 
아샤:100살이면 아직 어린건데... (...) 자존심이 세서 그래. 쟤는 너 먹고 싶어도 먹지도 못할 걸.
 
르네:....그렇게 따지면 저는 갓태어난걸지도 모르죠. 역시 이곳의 나이 관념은 잘 모르겠다니까.
 
아샤:(갓 태어난 아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영월호, 가고싶다고 했지? (달래듯 네 어깨를 도닥이며) 여기에 잠깐만 있어봐.
 
그렇게 말하며, 아샤는 어디선가 교복을 구해옵니다.
 
아샤:원래 영월호 요괴만 들어갈 수 있지만, 교복 정도는 구할 수 있으니까. 잠깐 빌린 거라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행운> 판정!
 
르네: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교복은 르네에게 맞춘 듯 꼭 맞습니다.
 
아샤가 만든 귀와 꼬리가 건재하므로,
 
교복을 맞춰 입은 르네는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르네와 아샤는 나란히 교복을 입고 영월호로 향합니다.
 
영월호로 들어가는 도중,
 
5 마리의 영월호 요괴들과 마주치지만,
 
생소한 르네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꼭 폐교 담력체험을 하는 기분이네요.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아샤는 처음으로 사람을 데려온 것처럼,
 
어색하게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아샤:인계에도 말을 가르치는 곳이 있지? (낡은 교실 문을 열어 대충 구경시켜주며) 신당은 별관에 있어.
 
르네:응. 크게 다른 것같진 않네요. (주변을 둘러보며 아샤를 쪼르르 따라가요)
 
정신없이 영월호 내부를 구경하던 르네와 아샤는 별관에 도착합니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습니다.
 
르네:(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 벽화를 쭉 둘러봐요. )
 
수많은 돔을 그린 벽화입니다.
 
돔 내부엔 각양각색의 세계가 자리 잡아, 기묘한 상상화처럼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벽화는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문득, 르네는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볼까요?
 
르네:(자세히 빤....)
 
르네의 모국어로 작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사냥개를 조심하세요>
 
르네:여기에 개도 있었나... (아샤 힐금. 아샤는 늑대같은데.)
(고개를 돌려 석상을 봅니다)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기괴하고 영문 모를 형상을 본뜬 석상입니다.
 
분명 완전하게 굳은 석상인데,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본능적으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이성 판정입니다.
 
르네: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르네:(표정을 살짝 찌푸리고선... 신관에게 다가갑니다)
 
겉보기엔 다정한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르네가 다가오면 살갑게 인사합니다.
 
신관:안녕하세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르네:아, 네.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여)
 
신관:멋진 석상이죠? (네가 바라보던 석상을 바라보더니) 이 세계를 창조하고 굽어살피시는 분입니다. 궁금한게 있다면 언제든 물어보셔도 좋아요.
 
르네:....여기에 사냥개가 사나요?
 
신관:사냥개요? (눈을 얇게 뜨더니) 아니요, 하지만 사냥개라면 그분의 번견을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뜻에 따라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앞장선다고 하죠. 실제로 사냥개를 본 자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으니, 단순히 전해지는 이야기지만요.
 
르네:그렇구나.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세계질서를 수호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 돔 주변은 위험한가보네요.
 
신관:그분이 수호하는 건 이 세계나 마찬가지이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웃으며) 기도에 정해진 양식은 없어서 자유롭게 소원을 비시면 돼요. (붉은 색의 작은 종이를 내밀며)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다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소원은 입 밖으로 내거나 남에게 보이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 명심해주세요.
 
르네:(종이를 받고서 꾸벅 인사해. 쪼르르 아샤곁으로 돌아가서는) 아샤. 아샤는 소원 빌었어요?
 
아샤:(묵념한 채로 기도를 하다가 네 손에 들린 종이쪽지를 보곤) 소원 종이를 안 쓴지는 꽤 됐지. 써보게?
 
르네:(끄덕끄덕) 여기서나 써보지 어디서 쓰겠어요? (무엇을 쓸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망설임없이 적어나갔나.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어디에 매달면 되는거에요?
 
아샤:빌고 싶은 소원이 있었나봐? (궁금한 눈치지만 묻지는 않았다.) 저기 끈들 중 하나에 매달면 돼. 되도록 남의 소원은 보지 말고.
 
르네:괜찮아요. 남의 소원은 안궁금하거든. (방긋 웃더니 네가 가리킨 곳으로 가서는 종이를 묶고 돌아와) 기도 다했어요?
 
아샤:다 했어. (잘 매달린 종이를 응시하다가) 이만 나갈까?
 
르네:응. 좋아요.
 
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영월호 밖으로 나오면,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르네에게 옷을 빌려준 요괴였네요.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르네가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밀려 점점 아샤가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아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르네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아무리 아샤를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민첩> 판정
 
르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르네는 설상가상으로
 
그 자리에서 넘어져 버립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지도,
 
아니라면 그저 덤덤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금쯤 몸을 의탁한 이모는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르네의 실종을 걱정하고 계실까요…….
 
혼자 남겨지자,
 
르네의 생각은 끝도 없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르네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르네가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르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일 리 없습니다.
 
아샤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르네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아샤는 르네의 표정을 확인하자 조금 걱정스러운 투로 말합니다.
 
아샤:괜찮아?
 
르네:(크게 흐트러짐 없는 덤덤한 얼굴이었으나 조금은 안도한듯 네 옷자락을 쥐고서) ...찾았다. 나, 넘어졌어요.
 
아샤:...뭐? (넘어졌다는 말에 몸을 숙여 네 상태를 살핀다. 쓸린 무릎을, 잡은 손을 펴 손바닥을 확인하고는 눈을 찌푸린다. 네 담담한 얼굴은 읽어내기 어렵지만, 옷을 잡은 손의 힘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인파에서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결속의 끈을 잠시 풀었어. 그런데 좀 늦었네... 이왕이면 넘어지기 전에 잡아줄 걸.
 
르네:조금이니까 괜찮아요. (느릿한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쓸린 상처가 남아있는 무릎과 손을 탁탁 털고서 잡아달라는듯 네게 손을 뻗어) 이계 미아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잠깐 고민했었는데... 얌전히 있길 잘했네.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니까. 아샤가 찾아주지 않으면 안돼요.
 
아샤:알아. 모르는 길이니까 당연해. ...익힐 때까지 알려줄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제게 뻗어진 손을 안심하라는 듯 꾹 쥐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손이 생각보다 작아 새삼 네 나이를 실감했고, 어떤 책임을 느꼈다.) 곧 불꽃놀이가 시작할 거야. 명당자리를 알고 있으니까, 올라가서 보자.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아샤, 이 사람만은 지금 르네를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르네가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꼭 잡은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아샤의 온기를 느끼자, 조금은 안심됩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르네를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르네와 아샤가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노점상을 장식하는,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붉은 등과
 
색색의 아름다운 불꽃놀이.
 
분명 이계는 르네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르네가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아샤는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르네를 잃어버릴까,
 
손을 꼭 잡은 채로요.
 
아샤:궁금했던 이계의 축제는, 어때. (어둑해진 하늘에서 터지는 오색찬란한 불꽃을 등지고, 되돌아가듯 시선을 너를 향한다.) ...마음에 들어?
 
르네:(말없이 너를, 네 등뒤에서 찬란한 색을 뽐내는 불꽃을 바라보다 꼭 잡은 손에 작게 힘을 실고서) ....이렇게 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아샤의 세계도.
 
아샤:(나쁘지 않다. 딱 그 정도의 감상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길어야 네가 머무는 것은 삼일 남짓, 아름다운 것만을 눈에 담고, 잠깐의 친절을 베풀었던 요괴를 잊기에는 딱 적당한 시간이다.) 네 세계는 나쁘지 않은 말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아니야?
 
르네:(고개를 돌려 반짝거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 이게 얼마만에 보는 불꽃놀이인지. 마지막은 분명... 어린 시절 기억같은데. 기억에 잠기기도 잠시, 네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이며 슬 웃었고. ) 내가 사는 세계는 지루해요. 목숨이 위협받을 일도 없지만...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도 없거든. 평화롭고... 평화로워서, 내가 사라져도 몰라요.
 
아샤:...누군가는 너를 찾고 있을지도 몰라. (인간은 백 년을 채 못 살고 죽는다. 제 옆의 인간의 아이는 고작 열 여덟 해를 살았으면서, 어떤 시간을 살았길래 더는 아쉬운 일이 없는 것처럼 구는지.) 혹시 몰라, 르네. 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갸름하게 웃었다. 어딘가 쓰게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그리고 기다림은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이어서, 기다리는 사람밖에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르네:위로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처음부터 그랬고, 익숙해. (덤덤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 어디에도 미련같은건 묻어나오지 않았고. 한손을 뻗어 빛을 잡으려 했으나 그전에 스러지는 것이 꼭 신기루에 가까웠다.) 알아요, 기다림이라는 거. 나도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적이 있으니까. 근데 그거 힘들지 않아요?
나는 만약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잊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시선을 흘깃, 네게 던졌나. 그래. 이건 네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바보같은 아샤.) 당신 말대로 이건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이어서, 기다리는 사람 홀로 닳고 닳을대로 아플 뿐이야.
 
아샤:(위로에 가까운 말인지, 자조에 가까운 말인지 자신조차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렴풋이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한 네 말에, 기다란 숨을 뱉었다.) 힘들지 않아, 이제는. (하루, 이틀, 몇 년, 수십 년, 수백 년... 흐르는 시간과 좌절되는 기대. 인간의 수명인 백 년을 넘어섰을 때, 더 이상 그 미련을 기다림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었다. 그래. 이 세계나 그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기다리겠어.)
그냥 그리워하는 거야. 그 사람이 다듬고, 다듬어서 겨우 남긴 이 세계를 행복이라고 여기면서. ...그런 행복도 있어. 그래서 나는 잊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너는... 누군가를 바보같이 기다리진 않을 것 같아서 안심이 돼.
(역시 기다릴 바에야 찾아가는 게 나았을 뻔했다고, 이제 와서야 생각한다.)
 
르네:...그러니까 아샤는 바보인거에요. 시간은 아샤를 기다려주지 않을텐데, 홀로 그 곳에 머물러있잖아. (그러나, 그 또한 행복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괴롭지 않아지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기약없는 기다림 끝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념을 택한 자신과는 너무 달랐으니.)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지금을 살아가는 게 더 좋아요. 아니. 그 때문이 아니더라도 홀로 외롭고, 고독해지는 건 역시 싫잖아.
...난 누구처럼 바보가 아니니까요. 기다림을. 그리움을 행복으로 포장할 수 없어요.
(그러니 처음부터 이런 아픔같은건 모르게, 행복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후회한다.)
 
아샤:한 곳에 오래 머물러도 좋을 만큼 살았어. 한 곳에 오래 머물러도 좋을 만큼 살 테니까. 이 정도는 바보여도 되잖아. (그 사람을 떠올려도 아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 덕에 사랑하는 것이 생겼고,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고, 소중한 것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안겨준 것이 그 사람이라서, 기약 없이 오래도록 기리는 것 뿐이다.)
걱정해주고 있구나. (예쁜 말을 고르지 못해도, 바보 취급하더라도, 답답하다고 생각해도 결국은.) 너는 그런 행복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도 하나의 행복이겠지. (너에게도, 나에게도. 불꽃이 네 눈동자에서 번지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너는 나 대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사랑해서, 그대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많이. 하나가 사라져도 끄떡 없도록.
할 수 있을 거야. 누구처럼 바보가 아니니까.
 
르네:... .. (잡을 수 없는 빛을 쫓던 손을 내려 익숙한 옷자락을 붙잡았다. 하늘에 퍼지는 오색찬란한 빛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도 무엇 하나 붙잡을 수 없는 손이었지만, 적어도 앞에 서있는 당신만은 확실하게 쥘 수 있었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세월을 보내면 이렇게 웃어넘길 수 있는걸까. 아니면, 당신이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샤 좋을 대로 생각해요. (불퉁하게 튀어나온 말에도 앞에 서있는 그는, 뭐가 그렇게 좋다고 부드럽게 웃고 있는건지. 마주하던 시선을 들어 검은 도화지에 퍼져나가는 색을 지켜보았다. 사랑... 행복... 그런 삶이 어땠는지는 기억조차 안나지만 나 대신 이를 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제법 외롭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거, 바보가 아니라 욕심쟁이 같은데.
 
아샤:그래? 나는 바보도 욕심쟁이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왜 질타 받을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 건 누구에게나 있을텐데도. 천연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어, 점차 잦아드는 불꽃을 받아들였다.) 바보여도 욕심쟁이여도 괜찮을 것 같네.
 
한참 두 사람이 불꽃놀이를 지켜보던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아샤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아샤는 르네를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르네가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에 르네는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르네가 주변을 돌아보거나,
 
연기의 출처를 확인하려고 하면,
 
아샤가 다급하게 제지합니다.
 
아샤:보지마.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아샤는 멍하니 서 있던 르네의 손을 움켜쥐고 달립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르네와 아샤는 자리를 벗어납니다.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에
 
르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행운> 판정
 
르네: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늑대 인형이나 노리개,
 
부채와 토끼 가면까지.
 
정신없이 달리던 도중 어딘가에 떨어졌을 지도 모르겠네요.
 
르네와 아샤는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아샤는 묵묵히 르네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아샤는 르네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다들, 무사할까요?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르네는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르네와 아샤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아샤: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반딧불이 호수를 등지고 선 그 표정이 어쩐지 읽기 어렵습니다.
 
르네:그럼, 아샤는요.
 
아샤:...이곳은 나의 세계야.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어.
하지만, 너는 아니야.
돌아가야지. 너의 세계로.
 
르네:...아무리 내가 성격이 안좋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내 안위만 생각하진 않거든요.
방금 전까지만해도 이곳이 내 행복이니 뭐니 들어놓고서, 그게 다 부서졌는데 퍽이나 마음편하게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같아 보여요?
 
아샤:진정해. 르네, 나는 지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등을 돌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네 어깨를 잡는다.) 나는 너를 보호해주기로 했잖아. 더 이상 이곳이 네게 안전할 수 없다면, 내 능력으로 네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면... 안전한 곳으로 보내줘야지.
 
르네:(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 픽, 실소가 나왔다. 이곳에 와서 아름다운 광경에 취해서, 나를 위해주는 누군가를 만나서 잠시 잊고 있었다. 본질적으로는 다를 수 밖에 없고, 나는 외부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 ..돌아가는 방법이 뭔데요. 신목을 통해서 나가야한다고 했잖아요.
 
아샤:원래대로라면, 축제가 끝날 때를 이용해서 신목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돌려보낼 생각이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까. (주변을 경계하듯 예민하게 땅을 훑었다. 앞으로의 멸망을 가늠하듯이.) ......내 능력을 이용하면, 이번 한번은 어떻게든 돼.
 
르네:...어떻게든? 결국은 능력을 써서 억지로 해보겠다는 거죠. (머리가 차가워지는건지 뜨거워지는건지. 아무래도 좋았다. 생각이 한결 깔끔해졌으니까. 느릿하게 한숨을 뱉고서. ) 그거, 능력은 당신 생명력이라고 했던거 내가 까먹었을거 같아요? 됐어요, 싫어. 차라리 그럴거면 그 잘난 능력으로 이곳이나 구해요.
 
아샤:...능력을 써서 억지로라는 말은 맞아. 하지만 절대 무모한 정도는 아니고,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큰 요력을 소모하는 것도 아니야. (침착하게 말을 잇다가도, 거부하는 듯한 네 날카로운 말에 눈썹을 늘어뜨린다. 여느 때처럼 어떤 위로의 말도 뱉지 못하는 입이 한참을 머뭇거리다,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 ...가장 확실하게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나보고 외면하라는 거야?
 
르네:그렇게 자신있으면 날 보고 말해요. 아까처럼 내 눈을 마주하라고요. 눈도 안마주치면서 대체 나더러 뭘 믿으라는거에요? (네 단호한 목소리에 한층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대로는 어린 시절 기억이 금방이라도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무너져내리는 땅,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 ....그리고 나만은 지키려고 하는 바보같은 사람. ....정말 짜증날정도로 똑같아서.) ... 당신도, 이 상황도 전부 짜증나.
 
아샤:......내가 한심하겠지. 너의 행복을 바란다고 했으면서, 이런 식으로 지킬 자신밖에 없는 게. (말없이 주변에게서 시선을 거둬, 너를 응시한다. 초조함과, 막연한 불안감이 서려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안다는 눈이었다.) 르네. 너도 이런 게 더 보고 싶지는 않잖아. 내가 무슨 말을 해야 만족하겠어? 여기 남아서, 우리 세계와 함께 멸망을 맞이하자는 말이라도 듣고 싶은 거야?
 
르네:....네. 오늘 지켜본 모습 중에서 가장 바보같았어요. (그제서야 네 눈빛에 일렁이는 불안과 초조를 마주한다. 그 안에서도 자신의 선택에는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는 그 모습이 얼마나 한결같은지. 나는 무엇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걸까, 왜 있기 싫은 이곳에 버티고 서있는걸까. 돌아간다면... 또 누군가의 희생으로 나는 내일을 살아가겠지. 아. 어쩌면 행복을 좀먹고 사는건 나일지도 몰라.) (잠시 침묵하다가,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정말 아샤는 괜찮은거 맞죠?
 
아샤:...욕해도 좋아. (쓰린 속을 눌러가며 실없이 미소를 머금으며 앞에 보이는 네 얼굴을 읽으려고 애썼다. 뒤돌아 있는 것도 아닌데 어려웠다. 제가 본 네 모습 중 가장 확고하게 화를 내고 있는데도, 그 일면에서는 내 욕이 아닌 네 욕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물끄러미 들여다 봤다.) 괜찮아. (네가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망설일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말을 한다면. 무언가가 달라질까.) 돌아가도 괜찮아. 나는 괜찮아. ( 발 밑에서 울리는 진동에 네게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돌아가자, 르네.
 
르네:..... .. ...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조차도 모르겠는데, 무얼 꺼내겠는가. 피식.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돌아가야지. 돌아가서... 언제나 그랬던대로 평화로운 나의 삶을 살아야지. 성격나쁜 여우도, 오지랖 넓은 고양이도, ...바보같은 늑대도 모두 한여름밤의 꿈처럼 보내주자.) (망설임은 잠시. 이 이상은 자신의 영역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묵묵히 너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너를 붙잡았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처럼. ) ...돌아가요.
 
잡은 손을 꼭 맞잡고,
 
아샤가 르네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아샤:신목은 사실 두 그루야. (제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를 걷어내며 묵묵히 앞만을 향했다.) 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하는게 힘들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하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서 아무도 몰라.
 
그렇게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단 하나.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신목.
 
망설임은 없습니다.
 
아샤는 새끼줄을 걷고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르네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아샤의 요력에 거대한 나무는 반응하고,
 
소용돌이와 같은 빛무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아샤:...안녕. 르네.
네가 바보가 아니라 참 다행이야.
나를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
 
르네:난 기다리지 않아요.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에요.
누구 때문에 바보가 옮았을지도 모르죠.
..... 안녕, 아샤.
 
아, 그렇습니다.
 
아샤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르네는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마지막까지 바보같은 얼굴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마지막 인사를 입에 담으면,
 
르네의 몸이 붕 뜹니다.
 
르네는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다시,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아샤는 르네와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르네가 아샤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아샤는,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아샤 역시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럼에도 아샤는 르네를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르네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아샤입니다.
 
<듣기> 판정
 
르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아샤:……기뻤으니까.
 
아샤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르네가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르네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르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6/28/11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르네를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르네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르네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르네 본인이니까요.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아샤가 기다리던 선생님은 르네의 혈연이었던 모양입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타타:아샤, 돌아가야지.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아샤:...선생님을 기다려야 해.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내가 부축해드려야지.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아샤입니다.
 
아샤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아샤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아샤가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아샤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도깨비불: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뿔이 달린 여자: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아샤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아샤는 그렇게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르네는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1D6 굴려주세요
 
르네:1
 
이성이 1 감소합니다.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가급적이면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르네는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나 아샤가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수많은 필름들이 재빠르게 흐르며 르네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
 
.
 
.
 
정신을 차려보니,
 
르네는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르네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옷을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본다면,
 
가까운 곳에 르네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르네는, 꿈에 그리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르네가 아무리 신목을 두드려도,
 
한 번 닫힌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르네를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르네는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
 
아샤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지능> 판정
 
르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르네를 괴롭힙니다.
 
조급한 마음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무너지는 이계와 아샤가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르네에게는 아샤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이제 어떻게 하나요, 르네?
 
안온한 일상으로 이만 돌아갈까요?
 
당신은, 열리지 않는 신목 앞을 떠날 수 있나요?
 
르네:....
어차피 하루쯤은 상관없을테니까. (불퉁한 얼굴로 털썩, 턱을 괴고 주저 앉아)
 
그는 분명 당신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했는데도요.
 
르네:....바보가 된걸지도 모르지.
 
평소라면 으스스하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아샤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르네를 유일하게 구해주고,
 
따스하게 대해준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르네는 아샤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깜빡, 깜빡.
 
반딧불이 한 마리가 르네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르네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르네:(고개만 살짝 들어 멀거니 빙글빙글 맴도는 반딧불이를 바라보다가) ...나 길을 잃었어. 가만히 있으면 달려와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조차 길을 잃었나봐.
...너를 따라가면 찾을 수 있을까?
 
르네, 길을 잃으면 반딧불이를 따라가.
 
네가 바라는 것에게 이끌어줄 거야.
 
문득, 호수에서 들었던 아샤의 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르네가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반딧불이를 따라갈까요?
 
르네:....내게 길을 알려줘.
(자리에서 일어나 위태로운 빛을 따라가)
 
르네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건강> 판정
 
르네: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앞으로의 민첩 판정에 패널티 다이스가 부여됩니다.
 
르네는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르네는
 
이계의 산에서는 늘 아샤가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아샤는 줄곧,
 
르네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르네가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아샤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르네의 시야를 가립니다.
 
<정신력> 판정
 
르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그런 생각이 들자, 발이 무척이나 무거워집니다.
 
균열 속으로 추락하는 아샤의 모습을 생각하자
 
비틀비틀 뛰어가던 다리는 점점 느려지고,
 
반딧불이의 빛은 작아져 갑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르네와 마찬가지로,
 
아샤 역시 지금 혼자일 테니까요.
 
르네가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지능> 판정
 
르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학교 안으로?
 
대체 왜?
 
르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춤거리면서도 쫓아갑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2-A 교실은 4층에 있습니다.
 
계단이 오늘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르네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르네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르네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르네는 교실 앞에 도착했습니다.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어,
 
잠긴 자물쇠를 처리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열쇠공>/<근력> 판정
 
르네: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짱나)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르네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르네를 안내한 반딧불이는,
 
르네가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르네:(처음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발을 옮겨 사물함으로 다가가)
 
르네는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르네를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르네는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
 
.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아샤:……선생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샤의 목소리입니다.
 
아, 끔찍한 지진과 정체 모를 괴물들 속에서,
 
부디 그가 살아있기만을 얼마나 바랐던가요.
 
아샤에게 전할 말이 많습니다.
 
르네를 속인 사실에 이제서야 화를 낼 수도,
 
간신히 만났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려버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르네가 아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아샤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아샤는,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이성 판정
 
르네: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아샤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아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르네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르네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아샤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아샤와 르네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아샤는 르네를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아샤:......르네, 바보가 되기로 한 거야?
 
르네:다 아샤 때문이에요. (흐트러짐 없는 덤덤한 얼굴. 아니, 덤덤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지금 자신이 무척이나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안봐도 알 수 있었다. 아픈 발을 이끌고 네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갈 수록 짙어지는 붉은 향에도 나는 왜 이렇게 안도감이 드는건지. 떨리는 손을 뻗어 마침내 너의 옷자락을 잡으면, 그제서야 미친듯이 뛰던 심장이 나지막한하게 잦아든다.)
...찾았다.
(몇번이고 입안에 맴돌았던 단어를, 다시 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 순간만큼은 바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아샤:...나를 찾았어? (멸망에게 휩쓸려, 남아있는 생명 한 줌 없는 이곳에서 당연히 자신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지킬 것이 남지 않은 것을 깨닫고 나서야 기꺼이 몸을 기대고 죽음을 기다렸다. 그런데,) 네가 다시 와버리면... 아직 갈 수가 없잖아. (산 자의 냄새를 맡자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르네:말했잖아요. 나는 어디로 갈지 몰라서, 아샤가 찾아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저를 보는 눈이 꼭, 죽음을 기다렸다는 얼굴이었다. 이번에도 그를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기다림이란 짐을 가졌다면, 끝까지 자신을 지켜서라도 기다렸어야지. 이러니까 화를 냈던건데.) ....이번엔 아샤가 길을 잃었을테니, 내가 찾아주러 온거에요.
(당연히 나를 잡아줘야지. 뱉지 못한 말을 머금고 고개를 숙이면 따스했던 손이 머물러야 했을 곳엔 붉은 혈흔뿐.) ...처음엔 그냥 가려고 했는데, 발이 안떨어졌어요.
그래서 아샤가 그랬던 것처럼 신목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려고 했죠. 혹시 모르잖아요. 어떤 바보의 소원이 이뤄질지도. ...근데 반딧불이가 다가와서 알려주더라고요. 당신이 여기 있다고. 아샤 말이 맞았네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만나서 다행인데. 다행이 아니네요. (기다림은 살아가는 사람의 몫. 나는 언제나 살아가는 사람이니, 결국 또 다시 찾아온 이별에서 기다림을 짊어지는건 온전히 나의 몫이 될테니까. 익숙한 절망감과 상실감이 밀려온다.)
 
아샤:(자신이 나고 자란 이 세계에서 수백 년을 살고 수천 번을 거닐었다. 달도 없는 깜깜한 밤 아래 뒤집어진 땅도, 처참히 무너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영월호에서도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자신의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니까. 하지만, 길을 찾고자 하지 않았으니 네 말대로 길을 잃은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 힘없는 웃음을 지은 채로, 남은 한 손으로 네 뺨을 잡아 끔찍한 흔적 대신 제 얼굴을 보게 했다.)
제대로 잘 갔는지 궁금했는데,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네. 표정은 엉망이지만...
...내 탓이겠지. (그래도 너는 나랑 정말 다르구나. 나는 한번을 찾아갈 엄두를 못 냈는데. 결코 평화라 부를 수 없는 이 아픈 고요를 굳이 보러 왔구나.) 돌아가라고 하면, 또 화낼 거야? (네 어깨 너머의 신목을 위태롭게 바라본다. 그래도 말해야겠지.) 돌아가, 르네. 지금 열린 문이 닫힌다면 다시는... 문이 열리지 않아. ...문을 열 수 있는 요괴는 나밖에 없거든.
 
르네:(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천천히 눈을 들어보면, 그제서야 너를 마주한다. 엉망인건 당신이나, 나나 다를 것이 없을텐데. 그래서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러는 아샤도 엉망이면서.
 
...나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에요. (제 아무리 이기적이라 한들, 느껴지는 것은 있었다. 터전이였고, 삶이었으며, 자신의 행복이라 부를만큼 소중했던 세계를 잃은 당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 오면서 생각해봤어요. 이곳에 아샤가 없으면 어떡하지, 있으면 어떡하지. 나는 왜... 이렇게까지 당신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어린 날의 자신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난리틈에서 인사조차 하지 못한채 헤어졌던 마지막 기억에 대한 후회, 미련. 한번이라도 더 잡아볼껄, 웃어볼껄, 불러볼껄. 이별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와서 나는 어떤 준비도 하지 못한채 맞이해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이번엔... 이번만큼은... ) 그냥,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안될까요.
 
아샤를 보내줄 수 있게, 기다려주면 안돼요? (그러나 역시 이별은 싫다. 눈 앞이 흐려지고 가지런했던 숨이 조금씩 흐려진다. 말없이 고개를 돌려 네 어깨에 톡, 묻고선 아프도록 입술을 깨물면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것이 넘쳐난다. 준비된 이별은 조금이라도 덜 아프길 바랐는데.)
 
아샤:기다릴게. 난 기다리는 거 잘하잖아. (이것은 일종의 유대이다. 누군가를 잃어본 적 있는 사람들의 유대이자,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려본 사람들이 가지는 유대이다. 자신이 몸을 눕히고, 피로 원을 그리고, 조용한 죽음을 준비했듯, 너에게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했는지 가만히 입을 다문 채로 어깨에 고개를 묻은 네 등을 한 팔로 감싸 안았다.) ...대신 오래 슬프지는 말자.
(충분히 슬퍼하고 나면, 제대로 된 작별을 한다면.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요괴는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서서히 눈을 감으면 눈을 뜬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어둠이 밀려온다.)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 ......기뻤어.
(기다림은 한 사람의 몫이어서, 기다리는 사람밖에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너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지능> 판정
 
르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방울은 아샤의 생명력입니다.
 
아샤는 분명 르네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아샤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르네:...바보 아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면 기다렸다는듯 당신은 손을 뻗어 나를 위로해준다. 당신이 기다려주었기에 우리는 만날 수 있었고, 다시 이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당신의 그 바보같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길을 잃었던 그 순간의 나처럼, 당신은 혼자여서 외롭지 않았을까. 막막하지 않았을까. 금방이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일어나지 못했던 것은 그래서-가 아니였을까.)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차츰차츰 힘이 없어져가는 손길에 그제서야 고개를 살짝 들었다. 딸랑. 너를 닮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은 방울. 오랜시간 걸고 다녔던 방울에선 아직까지 온기가 남아있었다. 고민은 잠시, 목에 걸친 방울을 벗자 작고 맑은 소리가 다시 한번. 딸랑 울렸다.) ...이거, 아샤거에요. 알고 있었어요?
 
아샤:(숨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맑은 소리는 감았던 눈을 뜨게 한다. 가물한 시야에 익숙한 방울이 담기자, 모를 리가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알고 있어. 내가 선생님께 드린 거야. (그 방울이 너에게까지 무사히 간 걸 보면, 어지간히도 소중히 지니고 다니셨나 보다.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고는) 계속 가지고 있어. ...이미 내 손을 떠난 방울이야. 적지 않은 시간을 네 거였으니, 인연의 결정체나 다름 없겠지. (작은 빛을 쥔 손을 없는 힘을 주어 감싼다.) 그걸 돌려준다면 어떤 만남도 기약할 수 없어. 십 년이 지나든, 백 년이 지나든...... 내가 다시 태어나고, 네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그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이나 마찬가지니까.
 
르네:함께 할 수 있는 자격... (이 모든 것을 우연이라고 설명하기엔 어렵겠지.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당신은 줄 곧 내 곁에 있어주었구나. 방울 하나에 걸린 목숨, 그리고 인연. 하지만 그 어디에도 당신의 의사가 들어가지 않는다는건 조금 억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있잖아요.
아샤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요?
 
아샤:...기다리고 있어. (허무한 행복이었다. 어쩌면 이 죽음으로 지겹도록 길었던 기다림은 끊길 수도 있을 것이고, 기다림을 남기지 못한다면 오직 끊기지 않을 인연만이 자신이 이 생에 남기는 유일한 유산이 될 것이다.) 너와 다시 한번 만날 날도.
 
르네:다시는 만나지 못함으로써, 기다림을 끊어낼 수도 있는거잖아요. 왜 끝까지...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을까.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기다렸던 네게 죽음같은건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나보다. ...그래. 이번 기다림을 감내해야하는 사람은 바로 나였기에.) ...기다리는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했는데.
 
아샤:(여전히 감싸고 있는 작은 손을 내려다본다.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안 그리워하고 배길 리가 없다. 예전부터 생각했어. 내 생명력의 원천은 그리움일지도 몰라.)
기다리는 건 내가 할게. 너는... 지루하고 평화로운 세계에서 가끔은 넘어지고, 가끔은 길을 잃어. 그거면 돼. (기도를 하듯, 잡은 손에 이마를 맞대곤 눈을 잠시 붙였다, 이내 떨어진다.) 부디 외롭지는 말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많이 사랑해봐.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손을 잡아주러 갈게.
 
르네:(여전히 나를 감싸주는 조금 큰 손을 바라본다.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밀어낼 수 있을리가 없다. 언제나 외면해왔어. 하지만 내가 끝내 당신들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겠네.)
나는 다시 변함없이 살아갈거에요.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서 가끔 당신을 원망하고, 기다리고, 화도 내겠죠. (따스한 온기가 멀어짐에 따라 잠시 입을 다물었고) 외로울지도 몰라요. 또다시 기다려야하는 것들을 사랑할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서있다면. 언젠가... 나를 찾으러 와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아샤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샤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르네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아샤를 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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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르네를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아샤가 르네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르네는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르네가 아샤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르네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르네가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ED 4.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르네 생환, 아샤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
 
.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습니다.
 
10월의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조차 잊을 때도 있습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으며,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낡고 스러져가지만,
 
당신이 지닌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드디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 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은 하나하나 창틀 위로 쌓입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가장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입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분명히 듣겠죠.
 
익숙한 방울 소리를,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우산조차 쓰지 않은 사람을.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찬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 사람의 이름 외에는.
 
그는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
 
아,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눈감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End 4 Epilogue, 11월의 재회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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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alrryalrry.tistory.com/105 [남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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