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
12시의 도밍게즈
Chapter2. 어떤 숫자의 규칙
2025-08-07 ~ 2025-08-08
KPC. 므넬 코시엘니 · PC. 에트 모시네

일정한 규칙 속, 우리는 발견했다.

 
므넬:40
아잠만...
ㅈㄴ불미스럽네...
 
에트:과연 에트는?
 
대남 (GM):과연
 
에트:50
 
대남 (GM):
 
에트:z
 
대남 (GM):잘봤다
 
에트:진짜 평타의 남자같다
 
대남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레알
아너무웃퍼
 
 
이미지
 
 
여느 때와 같은 밤.
 
겨울이 한창인 12월의 끝자락입니다.
 
날이 추운 탓에 웬만하면 외출을 자제하라고 안내문자가 뿌려지는 시기예요.
 
창밖을 내다보면,
 
뿌연 회색 하늘이 구름을 잔뜩 끌어안고 있습니다.
 
눈이 함빡 올 것 같은데,
 
정작 내리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하려는 셈일까요?
 
::에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개인실, 교실, 복도, 식당, 훈련실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에트:(너무너무 추우므로 도서관에 콕 박혀 있다.)
 
::너무너무 추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있을까요?
 
에트:(책은 안 읽고 므넬 구경 하고 있음)
 
므넬:(이녀석이?)
 
에트:oO(므넬은 왜 책을 읽을 때도 인상을 쓰고 있는 걸까)
 
므넬:oO(너땜에)
 
에트:(빠아안...)
 
추운 날씨를 피해 도서관에서 므넬을 감상(?) 하고 있자면
 
므넬이 핀잔을 주네요.
 
므넬:.... 나 얼굴에 뭐 묻었니? (답답해서 책읽다말고 탁! 닫음.)
 
에트:...심각함? (자기 때문인 줄은 모르고) 책이 어려워?...
 
므넬:책이 아니라... (심각하긴 해 그 날 이후로 에트가 걱정 되니깐.) ..... 너가 신경쓰이게 계속 쳐다보잖아.
 
에트:...그런 것 치고 잘 읽던 걸. 그럼 므넬도 봐. 공평하게... (태연하게 고개를 든다.)
 
므넬:(아 황당해) 너 봐서 뭐하는데. (그대로 이마 꽁 박음) 맨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짓고. 넌 책 안읽어?
 
에트:신경 쓰인다길래... (이마를 문질문질 한다. 여전히 맹한 얼굴...) 아무것도 모르진 않을 걸. 아마.. 므넬은 무슨 책 읽어.
 
므넬:.... 그냥, 실험에 관한 책.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제자리에 꽂으러간다.) 별소득은 없었지만. (아마 작년에 일어난 일때문에 찾아봤을것이다.)
 
에트:...거기에 실을 거면 지하에 꽁꽁 숨겨두지 않았을 거야. (자신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다. 책장까지 졸졸 따라가며) 그것도 신경 쓰여? 그래서 눈썹이 이랬구나... (손가락으로 / 모양을 만든다...)
 
므넬:그곳에 다시 가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 이후로 여러번 시도해 봤지만 아무래도 경비가 삼엄했을테니...) 너가 이렇게 태평하니까 나라도 뭔가를... 뭐하는거야? (눈썹 끝이 더욱 하늘을 치솟는다 ㅋㅋ)
 
에트:어떤 게 더 알고 싶은데? ...아. 더 올라갔다. (손가락으로 경사를 좀 더 만든다ㅋㅋ) 너무 화내지 마... ...
 
므넬:.............. (한쪽 눈썹이 들썩들썩거렸다ㅋㅋ)
너때문에 나는거라고 너때문에! (한쪽 뺨을 한 번 꼬집었다 놔준다.) 됐어! 여기서 이러고 있어봤자 넌 나만 구경하고.
(성큼성큼 걸어서 도서관 밖으로 나갑니다)
 
에트:...어디가?... ... (자아 없이 따라간다.) 추운데... 이불말이 하러?... (겠냐)
 
므넬:숙소로. (걷다가 우뚝 멈춤) 왜. 이불말이 당하고싶어? (에트 위아래로 봄. 에트 이불말이 각재는 듯)
 
에트:이왕이면 같이 하고 싶어. (덩달아 우뚝...) ...그 편이 더 따뜻할 걸.
 
므넬:너는 애가 무슨.... (뭔가 더 말할려다가 포기했는지 한숨 푹쉼.) 그걸 두명이서 어떻게 하는데?
 
에트:같이 이불을 둘둘 말고 있으면... 원래 사람 체온이 가장 따뜻한 거야, 므넬.
 
므넬:... 너 많이 추워? (추위타는건가 싶어 양손으로 에트의 뺨을 감싸본다.)
 
에트:음... 그것보단 따뜻한 게 좋은 거지만. (의외로 차갑지 않고 따끈따끈하다.) 므넬이랑 붙어 있으면 기분...도 좋잖아.
 
므넬:(따근따끈한 두부같다) ..... (에트의 저런 훅 들어오는 멘트에 면역이 들려면 아직 멀었나. 오히려 이쪽이 확 열이올랐다.) ... 난 더워졌어. 열 식힐래. (결국 먼저 쌩...가버렸다.)
 
에트:(덩그러니...)
 
므넬과 에트의 관계는 무언가 달라졌을 겁니다.
 
어쩔 수 없죠.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마냥 처음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른이 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눈이 쌓이고 녹듯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라곤 하나 없어요.
 
헤르만 헤세(도밍게즈에는 그런 이름의 소설가가 없지만)의 말마따나,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납니다.
 
알은 새의 세계이고,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해요.
 
새는 신에게로 날아가지만,
 
에트는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차이점이 있군요.
 
세계를 파괴하고 싶건, 구원하고 싶건,
 
시간은 흐르고 흘러 므넬과 에트도 어른이 될 밤을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18살이 끝나는 겨울의 마지막 날!
 
도밍게즈는 어제까지 아이였던 이를 축하하는 성인식을 치릅니다.
 
DOT의 졸업식도 같은 날 거행됩니다.
 
네, 이번에는 므넬과 에트의 순서예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니, 어른이 될 수는 있을까요?
 
므넬과 에트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도 손톱도 자라고,
 
1년 사이 아주 조금 키가 컸으니까......
 
추측하건대, 평범하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성인식을 기대하고 있나요?
 
졸업식 이후,
 
므넬과 에트는 정식으로 임관을 받고 도밍게즈의 구원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막중한 임무를 앞둔 셈이죠.
 
‘꽃을 선물하고, 축하의 말을 건네고, 가까운 이가 애정을 담아 입 맞추는 것이 전통’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DOT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합니다.
 
직원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연구원들도 무언가를 떠들며 바쁘게 걸음을 옮깁니다.
 
::듣기 판정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멍...)
 
연구원1: 괜찮을지 모르겠어 .... 무서워 할텐데...
 
연구원2: 그래도 본보기로는.... .....
 
연구원1: ....는 여태까지 제일 안,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에트를 눈치채고 입을 다뭅니다.
 
::관찰 혹은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에트: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맹...)
 
::맹....
연구원들은 바빠보이기만 합니다.
추워서 잘모르겠어요....
 
에트:oO(다들 분주하네...)(멍하니 바라본다.)
 
멍....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가만히 구경하고있으면,
 
맞은편 복도에서 누군가 휘청거리며 걸어옵니다.
 
술이라도 마신 것처럼 걸음걸이가 위태롭습니다.
 
애쉬입니다.
 
창틀을 잡고 느릿느릿하게 걷는 애쉬는,
 
내내 바닥에 시선을 처박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일하는 날이 아닌지 가운을 입지 않은 가벼운 차림새입니다.
 
에트:...연구원님. 어디 안 좋으세요?... ... (뒤에서 말을 걸어본다.)
 
애쉬에게 말을 걸기 위해 가까이가면,
 
짙은 술 냄새와 담배 냄새를 맡습니다.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푹 숙인 고개,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표정이 무척 나쁩니다.
 
안 좋은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요?
 
딱히 들은 이야기는 없습니다.
 
애쉬:... .... ?
아... 에트구나아.....
 
에트:... ...술 드셨어요?
 
애쉬:(딸꾹!) 뭐어... 좀 마셨지.... 아주 많이이....
쉬는 날이니까 (딸꾹!) ... 괜찮아아...
 
에트:힘들어 보여서... (...) 괜찮아요? (한번 더 물었다.)
 
애쉬:으응? 괜찮아... 피곤해서 그래... 쉬면 괜찮을거야... (에트에게는 눈길한번주지 않은채 대화를 이어나간다.)
 
에트:(심리학 판정 가능한가요)
 
::심리학 판정을 하지 않더라도 에트는 알 수 있습니다.
애쉬는 지금 대화에 무척 관심이 없다는 것을요.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술기운에 휘청거리면서도 발음은 분명하고, 경계심도 상당합니다.
 
에트:(괜찮지 않은 기색. 다만 자신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어 보이므로 싱겁게 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린다.)
 
::더 이야기 해봤자 애쉬씨는 예민하게 굴겠죠.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법입니다.
 
애쉬 역시 자신의 길을 갑니다.
 
애쉬가 떠난 자리는 텅 비어있습니다.
 
복도 바닥만 조금 젖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2부에 들어서기 앞서...
잠깐 정리의 시간을 가져볼까요.
현재 에트는 DOT과 도밍게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므넬에 관해서는또 어떻게 생각하고있는 중일까요?
 
에트:(세상의 순리를 짓밟고 도덕과 정의를 빗겨가고 누군가를 희생시켜서라도 어떻게든 세계를 연명시키고 싶었던 사람들. 도밍게즈와 구원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묻혀있던 끔찍한 것. 그것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부정이었고 세계의 관점에서는 긍정이었으므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 수 없었다. 세상이 너와 나를 남겨두고 멈췄던 그날, 진실로 인해 나의 세계도 한 번 파괴되었지만 더 이상 거짓 속에 살지 않게 되었다. 파괴가 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시간을 아깝다고 여겼으니,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천장이 다시 무언가의 껍질이라고 해도... 당장은 너와 함께 이 세계에 집중할 뿐이었다.)
 
::세계를 위해서라면 영웅이라는 이름 아래에 개인의 자유는 압살당해도 되는걸까요.
어린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같은 눈동자로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세계만큼은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에트의 능력은 많이 안정되었을까요? 변화한 부분이 있을까요?
 
에트:(항상 므넬과 붙어 있었으니 불안정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자주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지만.)
 
::좋습니다. 애석하게도 DOT의 말따라 타이머와 카운터가 붙어 있을수록 능력이 안정된다는 가설은 옳았던 모양입니다.
가족이 없는 에트는 휴식일을 어떻게 보낼까요?
 
에트:(므넬이 없다면 주로 잠으로... 멀리는 가지 않지만 종종 바람을 쐬러 나가곤 했다.)
 
::안타깝게도 ‘능력을 자각한 지 얼마 안 된 카운터는 위험 요소다’라는 핑계로 에트의 먼 외출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에트가 바깥으로 나가, 자신의 가족과 고향의 부재를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겠죠.
그 날 이후 지하 2층에는 다시 들어갈 기회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바뀌지 않고, 두 사람은 현실을 살아가야만 합니다.
 
긴 복도를 지나,
 
어쩌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개인실의 문을 닫습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방의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건강 판정
 
에트: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속이 메슥거립니다.
 
방금 들은 이야기 때문인지,
 
맡은 술 냄새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역한 냄새가 나서,
 
숨을 쉬기가 버겁다고 느껴집니다.
 
어지럼증이 치솟아 어디가 천장이고
 
어디가 바닥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숨,
 
숨,
 
숨이 모자랍니다.
 
::에트 hp-1
 
에트:(시야가 뒤집어지는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 손을 뻗어 짚을 곳을 찾는다.)
 
에트는 급격하게 컨디션이 떨어집니다.
 
에트는 과호흡이 옵니다.
 
므넬:... 에트?
(다급하게 에트의 곁으로와 에트를 바닥에 조심스레 앉힌다.)
에트, 천천히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어. 그거에만 집중해.
 
에트:... ... (갑작스러운 압박감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숨을 쉬는 방법조차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목이 막힌 것처럼 헐떡이다 제 곁에 온 네 팔을 움켜쥔 채 한참 숨을 고른다.)
 
므넬:(에트가 따라할 수 있도록 같이 천천히 숨을 들이키기를 반복하며 에트의 넥카라 단추를 풀어 느슨하게 만들었다. 곧 붙잡힌 팔에서 느껴지는 힘이 불안감으로 제 감정에 전달되었다.)
 
므넬도 에트도 익숙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누구도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괜찮아지기를 기다릴 뿐.
 
그날부터 계속된 증상이니까.
 
달의 뒷면에는 수많은 흉터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뒷면의 상처는 쉬이 낫지 못하고 서서히......
 
곪고, 썩어가면서, 흉터로 남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거예요.
 
존재의 증명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법이죠.
 
상처받고 흉터를 새기는 일만이 흔적을 남기는 겁니다.
 
에트가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또한 고스란히 상처와 흉터가 되었죠.
 
축제가 끝나고,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달이 회전하는 것처럼
 
시곗바늘도 정해진 판 위를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껴지곤 했어요.
 
잘못된 별에 착륙한 것처럼 이따금 숨이 막히기도 했다면,
 
아무는 속도가 더딘 탓일까요?
 
잊어버리지도 못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이제 고작 열 몇 살 먹은 에트가 떠안기엔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밑바닥.
 
구태여 시선을 떨구고 고개를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 마주할 필요가 없는 곳.
 
바로 그곳에 보이지 않는 흉터처럼 묻어둔 비밀들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달은 반 바퀴를 돕니다.
 
세상은 깨끗하고, 우리는 천진해요.
 
그러나 문득, 달이 차는 것처럼 호흡이 버거워지거나,
 
울렁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별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시간이 조금 지나면,
 
증상은 사그라들고 에트의 컨디션은 점차 돌아옵니다.
 
야속하게도 에트가 상처받고, 흉터를 감내하는 동안
 
그는 분명히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떼놓을 수 없는 한 쌍의 무언가처럼 여깁니다.
 
축제 때는 타이머의 이름만을 찾던 이들이,
 
이제는 그 옆에 나란히 카운터의 이름을 적습니다.
 
아주 당연한 일처럼 자연스럽게.
 
이건 모두,
 
살아가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일이에요.
 
므넬:.... 이제 괜찮아? (숨소리가 작아지면 붙잡혔던 팔로 에트를 안아본다.)
 
에트:(숨이 가라앉으면 서서히 손가락에서 힘이 빠진다. 가만히 네게 몸을 기댄 채 호흡을 갈무리한다. 제대로 된 단어를 뱉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 ...미안.
 
므넬:네가 왜 미안해. (네 잘못도 아니면서, 원망의 대상이 네가 아님을 알면서도 톡쏘듯 나무랐다. 네가 좀 더 기대기 편하게 자세를 다시잡았다.) 움직일 수 는 있고?
 
에트:팔.. 아팠을 것 같아서, ... (드문드문 말이 끊겼지만 한결 편안해진 목소리였다.) ...잡아주면... ...
 
므넬:별로 아프지도 않았어. 힘도 두부같은게 (...)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에트:(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므넬은 그래도 안정을 취해야한다고 생각했는지,
 
에트를 개인실에 있던 의자에 앉혀놓습니다.
 
므넬:기다려.
 
에트:...어디가?
 
므넬:어디 안가. ... 차라도 끓여주려고.
 
에트:(고분고분 앉아있는다...)
 
므넬은 곧 구비된 전기 포트에서 물을 끓입니다.
 
도대체 언제 끓는걸까...
 
에트:(멍...)
 
기다리다가 심심했는지 므넬이 TV를 틀어놓습니다.
 
켜진 TV 화면에는 익숙한 아나운서가 앉아 있습니다.
 
주로 타이머와 카운터에 관한 방송을 담당하는 아나운서입니다.
 
아직 뉴스 시간은 아닌데.
 
옆에 앉은 게스트는......
 
::관찰 또는 교육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세간에 타이머 전문가라고 불리는 남자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아나운서: 제2의 타이머, DOT에서는 카운터라고 부르는 이들이 등장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세간에서는 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례적인 예외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라운관 너머의 아나운서가 안경을 추켜 올리며,
 
역시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나운서: 오늘은 타이머 전문가, 블랙 씨를 모시고......
 
뉴스의 목소리 너머로,
 
하인리히 장교의 호언장담이 스칩니다.
 
그의 말마따나, 카운터의 등장 이후 뉴스의 판도가 뒤집혔었죠.
 
어느 매체도 다시는 세계 멸망을 논하지 않았습니다.
 
카운터의 존재가 세계 멸망을 막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블랙: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완벽한 타이밍이야 말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 난 노인이 자신의 주름진 손등을 매만집니다.
 
블랙 씨라고 불리는 그는......
 
::교육 판정
 
에트:
교육
기준치: 55/27/11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DOT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자로 유명한 인사였습니다.
 
“DOT가 타이머를 관리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한낱 사람이 어찌 신의 사자를 다스린단 말이오!”
 
.... 라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소리치는 모습이 종종 뉴스 헤드라인에도 걸려 나오곤 했죠.
 
언제나 타이머의 자유를 주장하는 신실한 종교인입니다.
 
오늘은 흰 얼굴로 점잖은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그는 신을 예찬합니다.
 
블랙: 세계를 구성하기 위하여 신은 타이머를 보내셨소.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하여 신께서 카운터를 보내신 게지.
사실상 카운터라고 부르는 것도 인간의 시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또 다른 타이머일 뿐.
 
그는 신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우리를 보낸 것이 틀림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카운터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는 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의 신앙이란 이토록 멍청한 법입니다.
 
블랙: 세계 멸망은 어림도 없는 소리.
신을 믿고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받을 겁니다.
 
교회의 목사도 이토록 신실할 수는 없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한숨처럼 꼬투리를 잡으며 끼어듭니다.
 
박사: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세계 멸망의 원인이 진정, 타이머가 홀로이기 때문이라면......
왜 진작 둘을 만들지 않은 거죠?
 
초능력과 시간의 상관관계 따위를 연구하는 박사였습니다.
 
제9구역 출신으로
 
상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편이라 젊은 층에 인기가 좋았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그는 날카롭게 따져 물었습니다.
 
박사: 타이머의 능력이란 유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위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수백 년간 한 세대에 하나라는 규칙을 고수했죠.
세계 멸망의 예언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새 타이머’의 등장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러 가지 가설과 타당한 사유를 읊습니다.
 
첫째, 지나치게 교묘한 타이밍이다.
 
둘째, DOT의 주장에 따르면 카운터는 반년 전부터 등장했으나,
 
최근 반년 간 카운터는커녕, 새로운 타이머에 관한 그 어떤 소문도 확인된 바가 없다.
 
셋째, 카운터를 아는 이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박사: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 않나요?
 
안경 너머의 시선을 빛내며 박사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박사: 타이머는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공인이에요.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죠.
 
화면 너머의 시선인데도 형형하기 짝이 없습니다.
 
박사: 그러나 누구도 새로운 타이머의 존재를 떠들지 않았고, 카운터의 가족과 친구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DOT는 사생활 침해라며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렇다면 국민의 알 권리는 누가 지켜주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홀연히 나타나 의심스러운 이들을 구원자라고 믿어야 한단 말인가요?
 
박사의 말은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기도 합니다.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언젠가, 리슬러 부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리슬러 부관:카운터는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DOT는 타이머 와 카운터의 사생활에 관해선 침묵할 것이고, 그들이 타이머, 카운터로서 자각하기 전의 삶을 파헤치지 않을 것입니다.
 
뱀 같이 교활한 변명이었고,
 
박사가 분개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곤 했었죠.
 
리슬러 부관:외부와 연락은 자제하도록 하세요.
여론이 뜨거운 냄비처럼 들끓는 동안에, 혹시라도 당신을 알던 이들이 노출되면 평생 시달리게 될 테니까.
 
그는 우리를 겁주는 것처럼 단호하게 설명했습니다.
 
전부, 우리가 달의 뒷면,
 
우리의 밑바닥을 모른다는 전제의 설명이었어요.
 
여론이 들끓건 말건,
 
시달릴 이라곤 없으면서 말이죠.
 
씁쓸한 기억입니다.
 
DOT는 어쩔 작정이었던 걸까요.
 
이렇게 얄팍한 거짓말을 겹쳐 쌓으면서,
 
언제까지고 그 거짓말들이 견고하리라고 믿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성과가 그토록 훌륭하여,
 
한 치의 의심을 둘 수 없을 거라 스스로 맹신했던 걸까요.
 
핑계로 연락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때쯤엔,
 
어떻게 하려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여학생: 에트를 정말 좋아해요. 귀엽고 순딩한 강아지처럼 생겼잖아요!
원래는 므넬의 팬이라서 파트너가 생겼단 소리에 섭섭했는데...
뭐, 타이머와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때마침 뉴스의 내용이 바뀝니다.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므넬 코스프레한 아이: 안녕하심니까, 도밍게즈의 시민 여러분들~!!
제 12시 기억의 타이머, 므넬 코시엘니 입니다~
 
에트 코스프레한 아이: 제 12시 기억의 카운터 에트 모시네 입니다!!
 
므넬 코스프레한 아이: 야, 에트오빠는 그렇게 인사 안했어!
 
므넬과 에트의 복장, 외관 특징을 따라 하고,
 
므넬과 에트의 흉내를 내며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리는 어린아이라던가,
 
학생: 귀엽죠. 타이머 전시회에서 샀어요.
 
므넬과 에트의 모양을 본뜬 곰 인형을 품에 안은 학생도 보입니다.
 
리포터: 타이머와 카운터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관련 사업도 천정부지로......
 
리포터가 경쾌하게 떠들어 댑니다.
 
::재력 판정
 
에트:
재력
기준치: 0/0/0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ㅋㅋ
 
....?
 
근데 왜 에트의 통장 잔고는 이것 뿐인거죠?
 
이 인간들이?
 
아주 사기꾼들이 따로 없습니다.
 
활짝 웃는 연인이 사이좋게 손가락을 얽곤 군번줄을 자랑합니다.
 
연인: 타이머와 카운터의 군번줄에 이름을 적어서, 연인과 교환하는 게 유행이에요.
제가 타이머고, 여자 친구는 카운터죠.
 
두 뺨에는 여름의 붉은 기가 서렸습니다.
 
브라운관 안팎으로 너무나 선명한 명제입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에트와 므넬이 홍보를 맡은 제품의 영상이네요.
 
에트 : 따스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 OO 마쉬멜로.
 
TV 속에 등장하는 므넬과 에트는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얼굴과 어딘가 달라 보입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화장이 짙고 조명이 강해서 꼭 다른 사람 같아요.
 
타이머와 카운터란 군인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달리
 
도밍게즈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서,
 
방송 출연을 요청받거나,
 
광고 섭외가 끊이지 않습니다.
 
에트도 올해만...... 93 개의 광고를 찍었었죠.
 
::ㅅㅂ?
므넬은 몇개찍었을까 73
에트가이겼다 ㅋㅋ
 
속보입니다.”
 
광고 마지막,
 
에트의 마지막 대사가 채 끝나기 전,
 
광고가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이미 끝났던 뉴스가 재개됩니다.
 
뉴스 다음에는 일일 연속극이 할 차례였으므로,
 
<속보로 인해 월화 드라마>
 
<‘시간아, 멈춰라!’ 39화는 오늘 방영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넓은 양해 바랍니다......>
 
화면 밑에 양해 문구를 실은 텍스트 슬라이드가 깜빡입니다.
 
속보? 이런 어정쩡한 시간에?
 
느슨해졌던 시위가 다시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금일 저녁 8시 48분,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제4구역, 주택가에서 A모씨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시체의 상태가 상당히 부패했고, "
 
"집안이 오래도록 비어있던 정황을 토대로 "
 
"경찰은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때아닌 속보의 내용은,
 
다름 아닌 살인사건입니다.
 
드문 일이군요.
 
수도는 DOT, 타이머와 카운터가 머무는 곳입니다.
 
도밍게즈의 어느 곳보다도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게다가 정부와 DOT는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었어요.
 
살인사건이,
 
심지어 제4구역 수도의 살인사건이
 
공개적으로 방송을 타다니!
 
::교육 또는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부, 혹은 DOT가 꾸민 짓은 아닐까요?
 
하지만 왜?
 
무엇을 위하여?
 
문득 어수선했던 DOT가 떠오릅니다.
 
.... 정말로 DOT와 연관되어 있는 걸까요?
 
화면이 요란하게 흘러갑니다.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시체는 두 눈으로 바라보기 참혹할 정도로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어, "
 
"연쇄살인범의 등장이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
 
"한편, 피해자의 뇌가 분실되어......”
 
::에트, 무언가 떠오르는게 있나요?
 
에트:(지하의 뇌 보관통...이 스친다.)
 
맞아요, 뇌 보관통.
 
분명히 거기,
 
뇌만 들어 있었죠?
 
연쇄 살인마가 뇌만 가져갈 이유가 무에 있겠어요?
 
아주, 아주 특이한 식성을 가진 게 아니라면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무척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인 A모 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 통에 적힌 이름이, 뭐였더라?
 
에트:(아르고...)
 
아마, 혹은 분명히......
 
기억을 곱씹는데,
 
화면 위로 피해자의 평소 사진이 공개됩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탓에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선명하더라도 에트는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뇌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므로.
 
그러나, 한 가지는 선명합니다.
 
사진 아래에 적힌 이니셜 A.
 
라벨에 낯선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아르고.
 
“신을 모독하는 행위가 될 겁니다.”
 
헤집었던 기억에서 보았던 연구원의 이름입니다.
 
사라진 뇌가 어디로 갔는지 깨닫고야 맙니다.
 
::에트,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2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감소 없음
 
몇 번이고 항의하던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립니다.
 
“이건, 불가능해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는 분명히 DOT 소속의 연구원이었어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회사원이니 뭐니,
 
뉴스가 떠드는 신상을 믿을 수 없습니다.
 
똑똑.
 
뉴스가 한참 이 이상한 살인사건을 조명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누군가 노크합니다.
 
에트:... (므넬을 한번 돌아 보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므넬:(망설이다가 따라 일어나요)
 
문을 열면 리슬러 부관이 서 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어떤 서류 봉투를 들고 있는 그는
 
흘깃, TV의 화면을 확인한 후 평소처럼 웃습니다.
 
리슬러 부관:쉬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대상으로 광고 섭외가 추가로 들어왔어요.
강제는 아니니 검토해보고 답변을 주면 좋겠군요.
 
에트:...또요?...
 
리슬러 부관:예. 한번 확인 해보시죠. (서류를 건넨다.)
 
에트:(진심 이해가 안 가는 얼굴로 받아든다...)
 
리슬러 부관:(왜짘)
 
리슬러 부관이 므넬과 에트에게 서류를 하나 건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멀어져서,
 
아무 일도 없던 양 사위가 조용해집니다.
 
서류를 열면 광고의 시놉시스와 계약서가 들어있습니다.
 
제12시, 블랙박스 CF
 
상황 : 운전석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하며
 
대사 :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도.
 
::내용은 이게 전부네요.
 
에트:(므넬 봄...) 어때...
 
므넬:(어색하게 리슬러와 서류를 번갈아 가며 보다가) ... 못할 건 없긴 해. 하고싶어? (에트 봄)
 
에트:어려워 보이진 않아... (하기는 싫지만)
 
므넬:그럼 하는 걸로? (서류 종이 다시 고이 넣어둠)
 
에트:oO(므넬은 통장에 돈이 잘 들어오고 있을까...)
 
므넬:(ㅋㅋ)
재력
기준치: 0/0/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아니다.)
 
에트:(하지 말자.)
 
므넬:... 일단 생각해볼게요. (서류는 리슬러에게 돌려준다.)
 
시선을 느낀 건지,
 
분위기를 읽은 건지,
 
리슬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리슬러 부관:이런 뉴스는 예정에 없었는데, 곤란해지겠군요.
보고하고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는
 
당황이라곤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선은 비스듬히 TV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리슬러 부관:군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군들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고, 또......
군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기도 하죠.
 
위로하는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얼핏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예민하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어요,
 
순순히 표면의 문장만 받아들이기 어려운걸요.
 
리슬러 부관:타이머와 카운터가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그렇게 못박습니다.
 
어딘가 초점이 어긋난 대사입니다.
 
리슬러는 광고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라며 재차 되묻고는 자신의 할 일을 하러 떠납니다.
 
리슬러가 떠나고,
 
밤이 내려 깜깜한 창문 위에는 두 사람의 얼굴이 비칩니다.
 
뉴스에서 내보내던 피해자의 얼굴처럼 흐릿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선
 
불투명하고 캄캄한 유리론 부족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등을 찌를 수 없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도 없어요.
 
뒷면에 흉터를 쌓고 살아가는 달과 비슷한 꼴입니다.
 
모자이크가 깨지는 것처럼,
 
오늘 밤도 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였습니다.
 
므넬:.... 너 광고하기 싫었던거같은데. (힐끔, 에트의 안색을 살핀다.)
 
에트:티비에서 볼 때마다 어색해서... ... (뻘쭘...)
 
므넬:그래? 잘생기게 나와서 보기 좋았는데. (리모컨 삑, 삑 눌러서 에트 광고나오는거 없나 봅니다 ㅋㅋ)
 
에트:... ...그래서 내가 아닌 것 같잖아... (개떡같이 찍었는데 찰떡같이 나오는 광고들...)
 
므넬:잘생기게 나오는거 싫어? (계속 넘겨보는 중. 겸사겸사 재밌는거 안하나...)
 
에트:(흘끗 봄...) 므넬은 흐리멍덩하다고 했으니까.. 거짓말 하는 기분일지도.
 
므넬:그건.... 내 의견이잖아. ... 설마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 아니지? (...)
 
에트:못났다고 했어... (담아두고 있다.)
 
므넬:(담아두고 있다...) ... 못난거 맞네. 1년전에 했던말 아직도 기억하고.
 
에트:두부같다고도 했고... 맹하다고도... (줄줄)
 
므넬:(내가 에트한테 그렇게 악플을 달았다고?)
 
에트:(그래.)
 
므넬:(ㅋ) ...... 억울하면 너도 나한테 뭐라고 하던가.
 
에트:(빠아안...) 므넬은... ...
양파같아. (하얗고 동그랗고 맵다.)
 
므넬:(약간 긴장했다가...)
................. 양파?
 
에트:응. 양파. (악의 X)
 
므넬:........... (어쩐지열받는데 본인이 악플들 더많이 달았음) 이게. (하지만 참지않긔. 볼따구 꼬집을거긔.)
 
에트:말하라며... ... (억울해졌다.)
 
므넬:흥. (멋대로다...) 아차.... (캐모마일을 꺼내 찻잔에 우려낸다. 아까주기로한 차.) 그나저나 티비에서 저렇게 떠들어 대는데.... 프롬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네.
 
에트:(우리 프롬도 해? 얼얼한 볼을 문지르며 찻잔을 받아 든다.) 졸업식은 해야 하니까... 프롬 기대했어?
 
므넬:(그래.) 기대... (마음을 재는 듯 티스푼으로 찻잔의 내용물을 휘적휘적한다.) 조금? 요즘 DOT는 너무 답답해서. 지하실 보고나서 다른애들 분위기도 탐탁찮고.
넌? (얘도 기대라는 걸 알까... 라는 심정으로 물어보긴 함)
 
에트:음... ... 부관님은 신경쓰지 말라고 했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프롬...에서는 보통 뭘 하는데? 전통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므넬:.... 그건 솔직히 더 깊게 파고들지 말라고 경고한거지. (무의식적으로 티스푼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꾹, 들어간다.) 글쎄. 보여주기식으로 춤추고, 맛있는 거 먹고.... 보통 학교들처럼 그러지 않을까싶네.
 
에트:떠들석한 건 별로... 그래도 므넬이랑 같이 간다면 재미있을지도. 건국제도 재미있었으니까. (티스푼 흘끔 본다... 튀겠다.) 춤은... 출 줄 모르지만. (출 줄 알아? 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므넬:참나... 건국제때 뭐했다고. 그렇게 왁자지껄하진 않겠지. 우리끼리 하는거니까... 아마. (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 ... ... 오늘부터 연습이야. (....)
 
에트:... (모르는구나.) 같이 연습해야겠네...
 
므넬:... 일어나봐. (혼자 긁혔다... 지금 한번 합이 얼마나 맞춰지나 보려는듯)
 
에트:... (우뚝 일어난다. 일단 말해두지만...) 난 출 줄 몰라.
 
므넬:알... 알거든? 내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와봐. (에트 붙잡고 엉성하게 한번 시도해봅니다ㅋ)
 
에트:(ㅋㅋ)(주춤주춤...)
 
므넬:
예술 Roll
기준치: 5/2/1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에트:이거 맞아?
 
므넬:(ㅋ 발밟았다)
 
에트:아야
 
므넬:헉,
.... ..... (슬쩍 놓아줌, 아무일도 없었던 척.)
 
에트:..
리...드?
 
므넬:.... 너가해보던가.
 
에트:..우린 좀 더 제대로 된 춤 선생님을 구해야겠어. (외면함)
 
므넬:.... 내, 내가 완벽하게 배워올거거든? 두고봐.
 
::그렇게 비일상에서 벗어나 한창 왁자지껄 떠들었을까요.
어수선한 분위기에선 벗어나왔지만,
연말을 준비하는 DOT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렇게 또다시 스케쥴 없는 일상이 흘러갑니다.
 
 
띠링.
 
한적한 저녁 시간을 깨트린 방해꾼은 카운터의 휴대폰이었습니다.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떠드는 안내음이 선명하게 울려 퍼집니다.
 
메시지 그 어디에도 타이머의 이름은 없습니다.
 
타이머의 휴대폰 또한 조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마치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 타이머를 배제한 호출은 처음입니다.
 
타이머에겐 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있는 걸까요?
 
어떤 예고도, 조짐도 없던 호출이라
 
이유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신뢰가 없는 상대에게 완전한 복종이 이루어질리가 없습니다.
 
에트:(카운터만... ...인가. 므넬 쪽을 흘끔 쳐다본다.)
 
::므넬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옆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의심이 따릅니다.
 
카운터가 만들어진 존재라면......
 
또 어딘가 손을 대려는 걸지도 모른다고,
 
검은 불신이 의심의 틈새로 뿌리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군인에게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이번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본관은 지척이에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니 사실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토록 불안하고 불길한 것은,
 
그 가까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에트:... (말을 하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 조용히 일어난다.)
 
므넬:....? 어디가.
 
에트:(딱히 댈 핑계가 없는데.) 잠깐 방에...
 
므넬:같이 가줄까? (빤히...)
 
에트:음... (또 잠시 고민하다 절레) 책 마저 읽고 있어. (그보다 존재감 없어서 눈치 못 챌 줄 알았다.)
 
므넬:(얘가 왠일로...?) 알았어. 빨리 갔다와. (난 파트너니깐.)
 
에트:(나 그렇게까지 껌딱지였나...)(터덜터덜 도서관을 나선다.)
 
므넬:(아무래도 그런 이미지지.)
 
므넬은 조금 걱정이되었는지
 
시야에서 에트가 사라질때까지 바라보다 시선을 거둡니다.
 
에트는 서관을 벗어납니다.
 
늘 거니는 운동장은 밤이 내려앉으면 낮과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이곤 합니다.
 
어두컴컴한 보라색을 덧칠한 잔디도,
 
경사진 스탠드도,
 
평평한 아스팔트 바닥도
 
모두 그랬습니다.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날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아
 
유난히 짙은 밤이었습니다.
 
본관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의 직원이 에트를 기다렸다는 듯
 
"9회의실로 가면 됩니다." 라고 짧게 안내를 합니다.
 
차례대로 복도를 걸어,
 
다른 회의실을 지나자 곧 아홉 번째 문 앞에 도착합니다.
 
문 너머에는 서늘한 침묵만 가득했습니다.
 
문밖에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불이 꺼져 있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들어가보나요?
 
에트:(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다 문을 연다.)
 
9회의실에는 흰 가운을 입은 낯선 연구원들이 대기 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도,
 
리슬러 부관도,
 
애쉬와 교사라던가,
 
눈에 익은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피로해 보이는 그들은 에트를 한 번 바라본 뒤,
 
금세 시선을 넘깁니다.
 
에트:... (다른 카운터들은?)
 
::지금은 에트 혼자있네요.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은색 상자의 뚜껑을 두드립니다.
 
테이블 위, 벌어진 상자에는 주사기와 앰플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투명한 앰플 병에는 희미한 푸른색 액체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관찰 판정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퍽 눈에 익은 색이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어떻게 잊겠어요?
 
에트의 근간이 되는 그것을.
 
연구원: 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에요.
인체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뒤늦게 설명이 따라오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적으로 대답을 뱉은 연구원은 에트에게 손을 내밉니다.
 
“자, 팔을.”
 
에트:(땀 뻘뻘..) 왜 카운터만 부르셨어요?
 
연구원: 카운터만 맞으면 되는 안정제거든요. (건성으로 대답한다.)
 
에트:...저 상태 나쁘지 않은데... (수상쩍으니 버텨본다...) 그보다 처음 뵙네요.
 
연구원: 상태가 나쁘지 않더라도 맞아야합니다. (눈살을 찌푸린다.) 말 돌리지마세요.
 
에트:안정된 상태인데 안정제를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요. (멋쩍게 볼 긁적이다...) 모르는 사람한테 모르는 약물을 맞는 건 좀...
파트너한테 혼날 것 같은데요... ...
 
연구원: 하아....
(반응이 기껍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우리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능력을 유지하고, 증폭하기 위해 온종일 매달리는 사람들입니다.
무엇을 의심하는지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의심이에요.
 
분명 타당한 설명입니다.
 
미심쩍은 것은 그저,
 
두 사람이 그들의 밑바닥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에요.
 
연구원: 팔을 내미세요.
 
연구원이 에트에게 다시 손을 내밉니다.
 
피곤하고 수척한 인상의 그들 중 일부는
 
지하실에서 엿본 기억에 존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대로 맞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선택에는 대가가 필요하고,
 
누구도 대신 확신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표정 없는 얼굴로 앵무새처럼 무해하다는 말만을 반복합니다.
 
오히려 카운터에게는 필요하다고.
 
그야 도밍게즈도 DOT도 타이머와 카운터에게 나쁜 짓을 하진 않겠지만......
 
::에트, 주사를 맞을 건가요?
 
에트:(거부권이 있나?...)
 
::에트의 자유입니다!
 
에트:(고민 끝에 순순히 팔을 내민다. 버티는 건 원래 잘 못하는 일이기도 했고. 빨리 퇴근하고 싶은 것 같아서... ...)
 
주사기의 바늘이 피부를 파고듭니다.
 
에트의 피부 너머로 은색 바늘이 사라지고
 
소리 없이 액체가 비워집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약물은 기어코, 물거품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혈관으로 쏟아졌습니다.
 
겨우 100ml 남짓의 무언가가 들어왔을 뿐인데,
 
속이 울렁거립니다.
 
바늘이 파고든 자리가 욱신거려서,
 
저절로 미간이 구겨집니다.
 
아무 일도 아니건만 불안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타이머는 필요치 않고,
 
오직 카운터에게만 필요로 하는 액체의 정체란 대체 무엇일까요.
 
역시, 카운터의 근원......
 
::이성 판정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정신이 선명해졌다
 
에트:(또렷)
 
::여기서 죽으면 큰일난다
 
에트:(안정제 맞나봐 이거)
 
::ㄷㄷ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자면,
 
불현듯 어떤 데자뷔가 스칩니다.
 
이쪽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
 
소매 따위를 걷고 시간의 각인을 확인하던 절차,
 
“제대로 확인한 거 맞아?”
 
“분명해요. ■■의 ■■■입니다.”
 
“주사해.”
 
피부를 꿰뚫던 바늘.
 
......이런 앰플을 주사 받은 적 따위 없건만,
 
누구의 기억인지 모르겠습니다.
 
연구원: 하루 정도는 적응 기간을 갖느라 열이 날 수 있어요.
과한 신체 활동을 금하고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어야 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좀 뻐근하고 무거울 겁니다.
갈증이 일지 않도록 물을 수시로 마시세요.
만약 이상한 점이 생기면 바로 안내 데스크에 이야기하시고요.
 
에트의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의사항이 쏟아졌습니다.
 
에트:(안정제인데 주의사항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능력이 안정화되면,
 
기분도 컨디션도 한결 나아질 거라는 마지막 문장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 당연했고요.
 
::이만 돌아갈까요.
 
에트:(주사를 맞았는데 몸이 더 무거워진 기분이다... 아니 마음인가. 비척비척 도서관으로 돌아간다...)
 
::도서관으로 돌아가면 므넬이 도서관 앞에서 서성이고있습니다.
에트를 발견하자 급한 걸음으로 에트에게 다가오네요.
 
므넬:왜 이렇게 늦어?
 
에트:어... ... (나와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멈춰 선다.) 주사 맞고 와서... (...)
 
므넬:그런 거면 말을....
.... .....
........................... 주사?
 
에트:안정제...라고 하던데. 나 열나?...
 
므넬:(황당해한다.) 아니, 주사를 맞으러간거였는데 나한테 말을 안해? (에트 붙잡고 탈탈 흔든다) 얘가 어쩐지 혼자 간다고....
 
에트:카운터만 불러서... (탈탈 털린다.) 주사 맞는다고는 안 했어. (억울...)
 
므넬:.....! 카운터만 부른거 였으면 더더욱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너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얘가 요즘따라 괘씸하네? 더 탈탈 흔든다)
 
에트:따라왔다가 므넬도 이상한 주사 맞으면 어떡해... ... (흔들흔들흔들)
 
므넬:맞으면 맞는거지! 얘는 꼭 필요할 때 혼자 행동하더라... 앞으로는 DOT관련한건 나 불러! 알겠어?
 
에트:...그게 뭐야.. (막무가내인 건 마찬가지 같은데... 라는 생각을 꾹 삼켰다.) 그럼 므넬도 그렇게 해.
 
므넬:얘가 말대꾸를... 알았어! 나도 꼭 말할테니까. (툴툴거리면서 말했지만 약속하자는 듯 손가락을 내밀었다.)
 
에트:걱정되는 건 똑같으니까. ...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손가락을 걸었다.)
 
므넬:하아... (그제서야 에트의 이마를 짚어보고, 팔을 더듬어본다.) 주사 맞은데는 어디야.
 
에트:음... (주사를 맞은 자리를 짚어준다.) 맞는 데 뭔가 기분이... ... 이상했어.
 
므넬:(짚은 곳을 매만지면서) 속이 메스꺼워? 도대체 무슨 주사를 놓은거야... (중얼중얼)
 
에트:말하는 대로 안정제이길 바라야지. ... ...므넬이면 안 맞았으려나.
 
므넬:카운터만 맞는거랬으니까... 능력 안정제라고? (괜찮은지 시도해보고싶은데.... 제 손을 내밀었다.) 한 번 써봐봐. 가벼운걸로.
 
에트:...므넬한테?
 
므넬:다른 사람한텐 쓸 순 없잖아.
 
에트:내키지 않는데.
 
므넬:가벼운 기억을 바꾸는거여도?
 
에트:건드리고 싶지 않으니까. ... (이전의 사고가 만들어진 기억일 뿐이래도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므넬:여전히 능력 쓰는 건 싫구나. (손을 거뒀다. 조작된 기억임을 인식하면 그래도 능력을 쓸 줄 알았는데.)
 
에트:응. 아침 메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 어제 뭐 먹었지?하고 물었는데 므넬이 다른 거 대답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서. (고작 그런 이유로...)
 
므넬:.......... 이유가 뭐 그래. (이건 뭐... 어린애도 아니고.... 잠깐 눈을 질끈 감았다...)
 
에트:므넬은 책 다 읽었어? (기웃...)
 
므넬:아니. 너 때문에 책이 안읽혀서 뛰쳐나왔어.
돌아가자. 책읽을 기분도 아니고.
 
에트:...그 정도로 신경 쓸 줄 몰랐는데. (옅게 웃고는) 응. 오늘 하루는 쉬는 게 좋을 거랬으니까. (다시 손을 내민다.)
 
므넬:뭐가 좋다고 웃어. 나는.... (너마저 잘못 되어서 전부 기억을 잃는다면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에트의 손을 잡았다.) 됐어. 가서 쉬자.
 
어떤결과가 나올지는 역시 내일이 되어야 알겠죠.
 
방으로 돌아온 므넬과 에트는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이 듭니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에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밤이 깊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으면
 
어제와 비슷한 오늘이 시작됩니다.
 
창틀을 타고 쏟아진 햇살이 침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자연스레 잠에서 깨면,
 
::건강 판정
 
에트: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몸이 뻐근하고 무겁습니다.
 
바짝 마른 탓에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고요.
 
으슬으슬하니 서늘한 것이......
 
감기의 전초 증상과 비슷합니다.
 
아, 노곤하네요.
 
오래 생각지 않아도 어제 맞은 앰플때문이라는 결과에 도달합니다.
 
므넬: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에트:(오늘따라 흐리멍덩한 얼굴...)
 
므넬:(얘가 왜 오늘은 녹은 두부가 됐지?) 에트?
 
에트:몸이 무거워... ... (다시 스르륵 눕는다...)
 
므넬:누우면 어떡해? (잠이 덜깬줄 알고 에트 팔잡고 일으키려고함)
 
에트:(다시 스르륵 일으켜진다...) 안정제라는 거, 백신이랑 같은 원리인가?......
 
므넬:....? 왜. 백신 맞은거 같아? (에트의 이마에 손을 짚는다.) 너 열이....
 
에트:(따끈따끈...)
 
므넬:좀 있는 것 같은데.
 
::에트는 35.6 + D6 해볼까요
 
에트:(이거 6나 오면 나 죽나?) 39.6
 
::아시바ㅣㄹ
 
에트:(아)
 
므넬:.....이 아니라 펄펄 끓는데????
 
에트:(뜨끈뜨끈...)
 
::에트....머리가 뜨겁고 어질어질합니다....
1d3 다이스
 
에트:1
 
::휴 hp - 1
 
므넬:잠깐만 있어봐. (다급한 발걸음으로 대야에 찬물을 받아 물수건과 함께 들고온다.) 오늘 나가기는 글렀네.
 
에트:...오늘 일정이 있던가?... ... (다시 스르륵... 눕진다.)
 
므넬:딱히 없을걸.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까 수업은 해도 흐지부지고. (익숙한 손길로 에트의 땀을 닦고는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준다.) .... 나참. 여기와서도 환자를 돌볼줄은 몰랐네.
 
에트:(찬 물수건이 이마의 열을 식혀주자 한결 녹은 두부가 되었다.) 므넬의 할머니... 많이 아프셨어?
 
므넬:(녹았다...) 음... 우리할머니도 돌봤지만... 9구역 출신이랬잖아. 할머니가 의료업계에서 일하셨거든. 그래서 할머니따라 거기서 아픈 사람들을 종종 돌봤어.
 
에트:하지만 그때는 많이 어렸잖아. ...대단하네. (반쯤 눈을 떠 얼굴을 올려다보다, 몸을 옆으로 꾸물꾸물 움직여 자리를 만든다.) 감기가 아니니까 옮지는 않을 걸.
 
므넬:그땐 내가 어렸으니까 혼자 두기 뭣하신거겠지. 난 뭣모르고 할머니 흉내를 낸거고. 할머니는 잘지내고 계실려나. ... (미심쩍은지 눈을 게슴츠레 떠 에트를 바라봤다. 그래도 아플땐 누가 옆에있어주는게 나으니까. 결국 옆에 찰딱 붙는다.) 누가 그런거 걱정한대.
 
에트:할머니에 대한 소식은. (못 들었어? 하고 묻고는 네 쪽으로 돌아 누웠다.) 난 므넬이 계속 지켜보면서 전전긍긍 하는 것보단 같이 한잠 자고 일어나는 게 좋아..
 
므넬:... 별로 듣고싶지않아. 날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읽어봤자... (할머니를 돌봐주는 사람으로부터 편지는 종종 오지만, 읽지 않은 채 개인실 어딘가에 쌓여있을 것이다.) 안보는 사이에 너가 갑자기 더 아픈게 끔찍해. 그리고... 열이 39도인데 어떻게 그냥 내버려둬?
 
에트:하지만 가족이니까 궁금한 게 당연하잖아... ... 잘 지내는지, 어디 더 아프진 않은지. 남는 게 없다는 건... 씁쓸하긴 해도. (눈을 천천히 끔뻑인다. 옆에 있는 네 볼을 콕 찌른다.) 그래도 지나면... 한결 나을 거라고 했어. (어렴풋이 들은 마지막 문장을 중얼거렸다.) 아프긴 해도 기분은 괜찮아. 지금.
 
므넬:... ... 어머니의 기억을 바꿔 놓은 채로 이곳에 왔으면서 말은. (날 선 말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만들어진 기억이더라 하더라도 피차일반으로 생각했기 때문일까. 에트에게 볼이 콕 찔리면 고개가 살짝 밀린다.) ... 일어나 그럼. 밥먹으러 가게. 든든하게 먹어야지.
 
에트:응. 그러니까 모르지 않아. ...나만의 기억이라는 게, 사실 꽤 외롭다는 거. 진짜 기억이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어디에든 살아있을 것 같았다. 빗겨보고 나를 나로서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곳에 그냥 존재할 것만 같았다. 실제와 부재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어서, 너는 늦기 전에 더 많은 기억을 쌓았으면 했지만...) 가끔은 찾게 되거든. (입맛은 별로 없는데. 어깨 너머로 중얼거리지만 네 말에는 대체로 순응하는 편이었다.)
 
므넬:... (물어보고 싶었다. 에트 네가 가족이랑은 어떻게 지냈는지. 만나러 가보고 싶었다. 이젠 전부 물거품같은 기억들이다. 제가 가시 돋친말로 툭툭 건드리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는 듯 너는 톡톡 터져 버린다. 차라리 그 거품 안에 독을 품어 나에게 화라도 내지. 쓸데없이 다정하다. 그러니 가족에게 돌이킬수없는 실수 따위를 하는거야.) ... 이젠 찾을 필요 없대도. (그렇게 물들어져 의존적인 건 내 쪽이였나...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과연 에트는 입맛이 잇을까 없을까
건강판정해보잨
 
에트:(긴장된다)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오...
꼬르륵...
 
에트:(열이 39.6도여도 배는 고프다)
 
::배꼽시계가 울리네요
열이 39.6도여도 배는 고프다
 
시곗바늘이 12시를 지나고 있으니, 배고플만 합니다.
 
환자를 빈속으로 오래 두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식사합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늘 그렇듯 진수성찬이네요.
 
오늘의 메뉴는 부드러운 오믈렛과 부드러운 크루아상,
 
기름기를 뺀 연어 스테이크 한 덩이,
 
잘 구운 토마토와 감자 샐러드, 우유 푸딩입니다.
 
직접 스프를 끓이거나 죽을 쑤고 싶다면 부엌을 빌리면 됩니다.
 
에트:(그래도 다 부드러운 음식이네..)
 
므넬:(에트 접시에 팍팍 담아줌) 많이먹어. 너무 부드러워서 금방 소화될것같아.
 
에트:너무 많아 므넬... ...
 
므넬:남은건 내가 먹을게. (우유도 따라서 뎁혀줌)
 
에트:(잔반처리하는 남친처럼 말하네)
 
므넬:(ㅋ)
 
에트:(우물우물... 씹을 것도 없는 음식들을 영혼없이 씹는다..)
 
므넬:... 맛없어?
 
에트:응... (맛없다 X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O)
 
므넬:(아진짜 에트라면 가능성있어서 ㅁㅊ겟네)
(옆에서 한입먹어봄)
...? (한 입 또 먹음. 맛있는데?)
 
에트:(잔반처리의 시작인가?)
 
므넬:(벌써 잔반처리가 시작된다고)
이게 맛없다고? (무맛x 맛없음O으로 이해함)
 
에트:뭐... 배만 채우면 되니까.
 
므넬:.... 너한테 맛있는 건 뭔데? (한입 또 빼먹음)
 
에트:...보통은 맛있어. 오늘은 입맛이 없어서 그럴지도...
 
므넬:그럼 다행이지만... (솔직히 진짜 맛 못 느낄거같이 생겨서 반쯤 걱정됨)
다먹었으면 말해.
 
에트:다 먹었어. (바로)
 
므넬:....
먹은거 맞지? (접시봄)
 
에트:(끄덕끄덕) (한바가지 남음)
 
므넬:....
(잔반처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남)
 
에트:(므넬은 잘 먹는구나.)
 
므넬:(나라도 건강해야....)
(너를. . . )
 
므넬과 에트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애쉬와 마주칩니다.
 
애쉬:음? 므넬이랑 에트네. 밥은 먹었어?
 
에트:방금이요...
 
애쉬:먹은거 맞아~? 오히려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에트:... (빤...) 안정제 때문에 좀 열이 나서...
 
애쉬:아~ ... 그거 맞았구나...
열이 많이 나?
 
에트:아까보단 나아요. (아마도..)
 
애쉬:흠. (손으로 에트 이마 짚어봄) .... 나은거 맞아?!
따라와봐. 해열제 줄테니까.
 
에트:... (므넬 돌아봄)
 
므넬:... 그 해열제 먹어도 되는거에요? (당연하게도 의심하고있다)
 
에트:(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려다 멈칫...)
 
애쉬:물론이지. 안정제를 DOT 에서 준비한건데. 후에 일어날 일은 나몰라라 할까봐? (훗. 웃으며)
그리고 일반 해열제는 안들을거야.
내가 주는 건 DOT 연구소 특.제.해.열.제니까~ ☆
 
므넬:............
먹을거야? (에트봄)
 
에트:열이 내려야 하긴 하니까... (하지만 왜 이렇게 못미덥지)
 
애쉬:자자~ 해열제 받으려면 따라오라고~ (척척 먼저 연구소로 갑니다)
 
에트:(비척비척 따라간다.)
 
::연구소에 도착하면 애쉬가 작은 투약 병을 건내줍니다.
시럽 형태네요.
 
애쉬:아...~ 맞다. 효과가 좋은 대신 맛의 호불호가 좀 심해.
그래도 쭈욱~ 들이켜야해?
 
에트:... (미각을 잃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약을 마신다...)
 
::자.. 과연 약은 무슨 맛일지.
모든 것은 므넬의 행운판정에 달렸슨니다.
 
에트:(므넬...)
 
므넬:
기준치: 40/20/8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에트:..
 
::
그렇게됏다
이맛은....
....................
눈물이 찔끔 나올정도로 짜다.
 
에트:(주륵..)
 
므넬:에, 에트?!
애쉬씨. 이게 어떻게 된일이에요?! 애가 울잖아요!!
 
에트:짜..............
 
애쉬:어~? 나한테 뭐라고해도....
맛에 호불호가 좀 있다고 했잖아~ (무책임)
 
에트:(이 짠맛이 호인 사람이 있다고..?)
 
::그래.
에트는 건강판정 해보자
 
에트: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아니...
효과좋다더니 짜기만 하고.
이거 완전 돌팔이네요
hp 변동 없음
 
에트:(속이 안 좋아졌다.)
 
애쉬:미안하다니까~ (큼큼. 연구소 정수기로 물따라줘요)
 
므넬:저희는 이만 가봐도 되죠? (애쉬 완전 노려봄)
 
애쉬:그래~ 혹시 더 아프게되면 말하고.
능력에 문제 생기면 큰일이니까.
 
에트:(맛에 충격받아서 입 반쯤 벌리고 따라나감...)
 
::아니..너 뭐 아기야?
진짜 당황스럽네
 
에트:(그냥 영혼 나간 사람인데)
 
우리는 다시 개인실로 돌아옵니다.
 
식당으로 딱 한번 왕복했을 뿐인데
 
찝찝한게 땀을 많이 흘렸나봅니다.
 
이대로 식으면 오히려 감기가 심해질지도 모르니
 
땀을 닦거나 씻는게 좋겠습니다.
 
에트:(따뜻한 물로 씻으러 간다...)
 
므넬:혼자 씻을 수 있겠어?
 
에트:...1시간 넘게 안 나오면 부탁해... (어떤 보험을 남기고...)
 
므넬:....? 에...에트.....?
괜찮은거....맞지.....?
 
에트:해열제 먹었으니까. (효과가 있는지 미심쩍지만)
 
므넬:그래 그럼.... (미리 마음의 준비? 해놓음)
 
::과연에트는 1시간 넘게 나왔을까 안나왔을까
1d70 분 해볼까 (ㅋ
 
에트:(ㅋㅋ)70
(dk)
 
::?
 
에트:(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ㅅㅂ
이게진짜 70이 나온다고...?
 
에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꼬닥)
 
::와 잠깐만...
개 웃 겨
 
에트:(하...너무너무 어지러웠어)
 
므넬:(문 쾅쾅쾅)
에트??
진짜죽은거아니지??
에트?? (쾅쾅쾅)
 
에트:(퍼뜩...)
(졸았다. 주섬주섬... 마저 씻고 나간다.)
 
므넬:다씻었어? (이리 오라는듯 자기 옆자리를 툭툭 친다. 다른 한쪽 손엔 드라이기가 들려있었고.)
 
에트:음... 조금 졸았...어. (비척비척 가서 므넬의 앞에 앉는다. 기절...이었나? 잔 건가? 스스로도 분간이 안 감...)
 
므넬:.... 기절한 건 아니지? (수건으로 머리팍팍 물기 털어줌)
머리 다 말리면 자러가.
 
에트:...기절이었을 수도. (얌전히 손길을 받는다.) 므넬 덕분에 깼어.
 
므넬:(약간 사색이 됨....) 주사, 괜히 맞았던거 아닐까? (드라이기 전원을 켜 에트의 머리에 바람을 쐬어주다가)
 
에트:..그렇다고 다시 용액을 뽑을 순 없으니까... ... 더한 부작용은 없었으면 좋겠네. (피곤한 듯 눈을 문지른다.)
 
므넬:넌 진짜.. 걱정이야. 수상한 사람도 덥썩 쫓아갈까봐. (괜시리 거짓말을 치고 혼자 갔다온 네가 미워졌는지 아프라고 머리카락 한 가닥을 똑 뗀다)
 
에트:... ...나름 고민하고 간 건데. 아야... (똑 떼졌다. 하지만 수습은 어쩐지 므넬이 다 하고 있는 모양새가 됐으므로 조금 억울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므넬:고민한 거 맞아? 주사도 맞아야 된다니까 덥썩덥썩 맞은건 아니지? (그자리에 없었으니 에트가 어땠는지 모를 수 밖에.) 아까도 애쉬씨 그냥 쫓아가려고 했고.
 
에트:..덥썩덥썩은 아니었어. 어차피 졸업 후에는 임관을 받게 될 테니까... 거부해서 좋을 건 없겠지 싶었던 것 뿐이고. (...) 아까는... 해열제가 필요하긴 했으니까. (말라가는 앞머리를 털어본다.) 므넬, 엄마같아. (결국...)
 
므넬:칭찬을 해야할지 꾸짖어야할지.... (다 말렸는지 드라이기를 내려놓고, 에트의 머리를 빗으로 빗어주었다.) 싫으면 너가 걱정을 좀 덜하게 정신좀 차리고 다녀. (꿀밤 한 대도 먹였고.)
 
에트:(케어와 폭력을 동시에 받는 중...) 어떻게 해야 걱정 덜 하는데...?
 
므넬:어? ....
... .... (깊생해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하고, 믿음직스러워져야하고....?
그에 비해 너는... (에트 위아래로봄 이하생략)
 
에트:므넬은 계속 걱정해야겠네...
 
므넬:시도도 안해볼거야? (빤히...)
 
에트:...그러면 므넬같은 사람이 돼야 하는 건가? (마주 빤...) 장담은 못해.
 
므넬:솔직히 기대도 안했어. (기껏 에트의 머리를 빗질해줘놓고 마구 헤짚어 놓은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에트:......조금쯤은 기대해줘... (혹시 모르잖아.. 중얼거리며 올려다본다.)
 
므넬:싫어. (손을 내민다. 일어나라는 듯.)
 
에트:실망하기 싫어서?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다.)
 
므넬:난 너한테 그런 실망 안해. 그냥... 이상할 것 같아서. (자기가 말해놓고...) 누우러가자 이제.
 
에트:...그래. 그럼 이대로 있을까. (익숙하게 침대 안쪽에 몸을 눕힌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오후 3시네요.
 
뭐니 뭐니 해도 아플 때는 잘 자는 것만큼 좋은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숙면을 취해 체력을 회복하고 열을 떨어뜨립시다!
 
문제는 열이 들뜬 탓에 에트는 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요.
 
므넬:(함께 누워 몸을 에트쪽으로 돌린다.) ... 있잖아. 기억 속에서 엄마는 어떤 사람이였어?
 
에트:글쎄. ...원래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언젠가부터는 항상 어느 정도 예민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라 그랬는지도. (오랜만에 차근차근 떠올리듯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형이 있었는데, 죽고 나서는 거의 웃는 걸 못 봤어.
 
므넬:왜그러셨대. (나이가 있으셔서 그랬던건가.) 형이, (순간놀라 벌떡 몸을 일으켜 에트를 내려봤다가... 미끄러지듯 느리게 다시 눕는다.) 있었다고... (거짓된 기억이 담겨있는 에트의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맞잡은 손을 통해 그의 기억을 읽을 수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좀 더 힘주어 잡기로 했다.) ... 그래서 능력을 썼던거야?
 
에트:응. 딱히 나를 지우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제 와서는 숨길 것도 없었다. 굳이 읽게 하지 않고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뱉는다.) 능력이 사용된 걸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거겠지.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웃는 얼굴을 본지 오래됐네, 싶다거나. 형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라든가, 내가 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들. ... ...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정확히 몰라. 다음날부터 형의 이름으로 날 불렀고, 멀쩡히 웃어 보였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지.
 
므넬:그걸로 됐다고? (맞잡은 손에 더욱 힘을 실어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다. 거리가 한결 가까워지자 여느때와같이 화난 인상을 쓰고있었다. 안그래도 지금 끙끙 앓고 있는 애한테.) 멋대로 형의 자리를 빼앗아놓고. 형이 보고 있으면 절대로 에트 너를 가만 안뒀을 걸. ... ... (존재하지도 않은 형이라는 것은 말을 내뱉고 나서야 인지했다. 그가 내뱉는 말들, 목소리 틈새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감정들. 그것들은 전부 어딘가에 실존하는 것 만 같았다. 너는 무너져내리지 않는걸까.) .... 보고싶어? 허상이다 하더라도.
 
에트:망가져 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너도 모르지 않잖아. (질책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진지한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말하니까... ... 전부 있었던 일인 것만 같네. (전부 가짜는 아니었다고. 없었던 시간을 인정해주는 것만 같았다. 친애하는 가족들의 얼굴, 목소리. 유년기를 보냈던 집과 십 수년의 감정과 시간들. 거짓으로 치부해야 마땅할 기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너무 선명했다. 꽉 잡힌 손과 몰려오는 열감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보고싶어. 나한테는 진짜였어. ...
 
므넬:모르는건 아니지만...어머니한테 못됐어. (아무리 열심히 갑론을박을 논하여도 결국엔 새겨진 기억이였다.) 또 웃어 넘길려고. (되려 웃는 모습을 보고 화끈함이 밀려올라온다. 그대로 꿍, 이마를 박아버린다.) ... (그대로 이마를 맞닿는다. 어리고, 나약한 슬픔이 박동한다. 이런 마음으로 너는 가족의 기억에 손을 대었던걸까.) ....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속편한 위로 따위 하고싶지 않았다. 꿈조차 기억을 기반하여 형성되어 아침이 될 때 무너지는 무의식이였으니까. 널 절대로 기억따위에 삼켜지게 하고싶지 않았다.)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할건데?
 
에트:... ... (부딪혀 홧홧해진 이마에 눈을 떠 그대로 시선을 맞춘다. ) 알아. 만난다면... ... (똑같이 만들어졌음에도 기억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을 본다면. 만약 만난다면. 대상을 잃고 고여있던 것들을 꺼낼 것이다. 하나도 모자라 둘을 잃게 만들었던 그 날의 생각과, 엎지르듯 저지른 실수,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고도 갈피를 잃은 죄책감과 어설픔을 한데 모아,)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네.
 
므넬:... 싱겁긴. (누가 그랬나. 소중하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존재는 바다에 흘려보내라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오래 누워있는탓에 잠이 밀물처럼 흘러왔기 때문이다.) .... 나중에 같이 바다에 갈까. (졸음에 생각나는 대로 입을 연다. 분명 마음속의 바다였을테고, 에트는 갑자기라는 감상을 띄웠을지도 모른다.) 간다면... 전부 흘려보내자....
 
에트:그러면... 실제로 바다를 보는 건 처음이 되려나. (가만 눈을 감는 모습을 바라보다 이불을 조금 끌어올렸다. 기억 속 고향이 자리한 곳은 해안가를 낀 작은 마을. 실제로 간다면 전부 두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를 기약하며 너를 따라 감은 눈꺼풀 너머는 그저 새까말 뿐이어서 이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 ...잘 자, 므넬.
 
::언젠가 우리가 향할 바닷가엔, 정말 에트가 기억하는 해안가가 파도 치고 있을까요.
아니면 에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기억뿐일까요.
마지막으로 건강판정 해봅시다.
 
에트: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아프다
1d3 다이스 ㅠㅠ
 
에트:1
 
::hp - 1 감소...
에트의 앰플 후유증은 대략 이틀간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이틀간 푹 쉰 덕분일까요.
눈을 뜨고 일어 났을때 평소와같은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므넬이 급하게 와서 에트를 찾습니다.
한동안 아파서 개인실에 박혀있었으니 밖으로 나가자면서요.
 
::외출증은 끊어놨으니 준비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므넬:(에트는 주로 무슨 사복입나 한번 보자)
 
에트:(유니폼입고 나가면 안돼? 하)
 
므넬:(너 아이돌인거 잊었어?)
 
에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므넬:(너 너의 뒤를 쫓아다니는 모브들 감당가능하면 유니폼입어도되.)
 
에트:(근데 사복도 유니폼이랑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음;; 셔츠에 조끼 이런거 입겠지)
 
므넬:(아 개웃겨 진짜 옷입는 것도 무난해보여서)
 
에트:(므넬 뭐입음??)
 
므넬:(아...나도이제 고민을)
(ㅋ)
 
에트:(지그시..)
 
므넬:(겨울이니까 코트 + 딱붙는 바지 + 부츠 + 니트 이렇게 입을듯한.)
 
에트:(으른같다 ㅇ///ㅇ)
 
므넬:(아놔ㅋ)
(하 에트 얜 어떻게 입혀놔야하지)
 
에트:(걍 머플러 둘둘둘둘 말고 있을 거 같은데)
 
므넬:(ㅋ 털모자도 씌워줘야겟다 감기걸리지마)
 
에트:(하 깔롱쟁이 옆에 웬 눈사람이)
 
므넬:(넌 나의 눈사람)
흠.... (에트 눈에 썬글라스도 씌워봄)
 
에트:(그냥 수상한 사람이 됨)
 
므넬:(ㅋ) 썬글라스보단 안경이 낫나... (아니근데진짜 가만히 입혀지는대로 있는다고?)
 
에트:(자아 없음... 안경도 쓴다.)
 
므넬:흠. 안경이 낫네. (진심 뭐 에트 가지고 인형 옷갈아입히기 놀이 하는중인데 심지어 마음에 들어함)
 
에트:oO(즐거우면 됐나...)(폭닥폭닥)
 
므넬:이 정도면 못알아보겠지. 이제 가자.
 
에트:(그 정도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광고를 94개나 찍어버려서 그럴수도 없고.) ...오랜만의 외출이네.
 
므넬:(광고 94개)
(너 그정도맞아) 빨리 가자. (드물게 들떠있다.) 나간김에 프롬 준비도 해야해.
 
에트:어떤 게 필요한데?
 
므넬:프롬때 입을 옷이랑, 악세사리. 아무거나 입고갈 순 없잖아.
 
에트:음... (고르는데 한참 걸리겠다는 생각을 잠깐 함.) 어디부터 갈까.
 
::우선 가기 전에...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 확인해볼까요.
행운 판정
 
에트: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
 
::어라...
날씨가 좀 흐리네요...
 
에트:(우중충~)
 
::뭐 중간에 갑자기 눈이 오는거만 아니면 괜찮겠죠?
갈 수 있는 장소로는 쇼핑몰, 식당, 카페, 서점, pc방, 노래방, 시장, 도서관, 룸카페, 방탈출, 보드게임카페 등등........
 
에트:(엠즤한데?)
 
::엠즤 타이머 카운터
가고싶은 곳이있다면 적혀있지 않아도 갈 수 있으니 얘기해주세요!
 
므넬:가고싶은데 있어?
 
에트:(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모르겠다는 얼굴) 옷이나 악세사리를 봐야하면 쇼핑몰... 아니야? (시장통에서 살 순 없으니.)
 
므넬:살거를 먼저 해결하는게 좋으려나... 그러자.
 
::우리들은 쇼핑몰로 향하리고 합니다.
가기전...
은밀 또는 변장 판정
 
에트:
은밀행동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어라..
 
에트:(이걸 실패하네)
 
::ㄹㅇ 이걸 실패하네
시내에 들어서는 순간,
 
시민: 어, 저거 에트 아니야?
 
시민2: 헐 대박!! 나 실물로보는건 처음이야
그럼옆에는 므넬...?!
 
에트:(어떻게 알아본거지 나 목도리에 모자에 안경까지 꼈는데)
 
::ㅋㅋ
 
시민: 와 에트님!! 어디가시는거에요??
 
시민3: 에, 에트님 저 싸인해주세요!!!
 
시민2: 혹시 두분 데이트중이신거에요?!
 
::아이거...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에트:(살려줘...)
 
::시민들 틈에서 벗어나려면 민첩대항판정을 해야합니다...
대항해볼까요
 
에트:(하 5 높여왔다 가봅시다)
 
::ㅋ 5나높인게 개웃기네 ㅁㅊ
 
시민: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트: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으아아아아아아
비켜비켜비켜
시민들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쇼핑몰로 도망칩니다.
쇼핑몰도 사람이 없는건아니지만,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향하랬으니까요!
 
제4구역, 수도에서 가장 큰 쇼핑몰입니다.
 
여성 의류, 남성 의류, 유·아동 의류부터
 
신발, 가방 같은 잡화와
 
수공예품, 생활용품도 판매합니다.
 
지하에는 커다란 수족관이 딸려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인지라 영화관도 딸려있네요.
 
에트:(수족관에 정신 팔림...)
 
므넬:하아.... 아니 왜이렇게 잘알아보는거지. (이렇게 흐릿한 두부인데.)
에트? (다른곳 보고있는 에트를 봄)
 
에트:(퍼뜩) 그러게... 나 지금 입도 코도 눈도 머리도 안 보일 텐데 어떻게 알아봤지.
 
므넬:흠... 안경으로 가려도 시간의 각인이 보여서 그런가. 화장이라도 좀 시킬걸. (고개를 에트쪽을 ㅗ쭉 빼 뚫어져라 보다가)
(압정수거 ㅁㅊ)
옷부터 보러가자. (에트데리고 척척 에스컬레이터 탐)
 
에트:...아. 얼굴에 있어서.. (머플러를 조금 더 끌어올리고는 같이 올라탄다.) 므넬은 어떤 느낌으로 입을 거야?...
 
므넬:글쎄. 무난하면서도 눈에띄지는 않고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존재감 없어보이지는 않으면서도 꽤 화려하기도하면서 너무힘준거같지 않은 걸 입고싶은데 (진상이 따로없다) 참, 에트 네건 걱정하지마. 내가잘 골라줄게 (의류를 판매하는 층에서 멈춰선다.)
 
에트:... ...그게 어떤 옷인데? (뒷걸음질 칠 뻔했다. 더불어 남자 옷은... 거기에서 거기 아니야? 라고 말하려다가 입 꾹...)
 
므넬:(ㅋ) 흠... (옷걸이에 걸려져있는 프롬복장들을 하나씩 넘기다가 하나 둘 옷걸이를 빼어들어 자신의 팔에 걸친다. 지옥의 시간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느낌들? (거기서 거기로보인다)
 
에트:(전혀 모르겠는 얼굴.) 길고 짧은 차이?
 
므넬:아니, 잘 봐봐! 패턴이라던가, 프릴의 위치가 다르잖아. 기다려봐. 입어보고올게. (후다닥 탈의실감)
 
에트:(므넬이 옷 갈아입는 동안 기상천외한 디자인의 옷들이나 구경함...)
 
므넬:(자. 므넬의 첫번째 옷. 가슴팍쪽에 왕리본이 달려잇고 허리가 잡혀져 무릎까지오는 드레스.)
(두번째 드레스. 어깨에 풍선만한 공주소매가 달린 옷)
(세번째. 이거는 다른거와다르게 차분하고 노출도가적은 옷이다)
(네번째. 이거는 뭐. 말로 설명할수없을정도로 심연의 드레스같다. 참고-마르실의 황금향 드레스)
 
에트:... ...
다 괜찮은데...? (ㅋ)
 
므넬:.... 너 내가 갈아입은 옷 제대로 본건 맞지?
 
에트:응.
제일 눈에 띄는 건 네 번째였어.
 
므넬:(ㅋ) 그래? (4번째 옷 다시 한번 들어봄) 이거 프롬이랑 어울려보여?
 
에트:어.. 너무 시선이 집중될 것 같기도 하고... (이거 아닌가?)
 
므넬:에트 너가 말할 정도면... 너무 눈에 띄려나. (4번은 제외하고.)
(이후로 드레스 14 번을 더 갈아입었다)
 
에트:(퀭...)
 
므넬:음.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 (엠파이어 형태의 드레스를 집었다.) 자, 이제 네차례야.
 
에트:...난 이거. (마네킹에게 입혀져 있는 옷 그대로 가리킴)
 
므넬:어? 다른건 안봐? (ㅋㅋ)
 
에트:...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 (다 비슷해 보여 나는)
 
므넬:그래? ... 더 잘어울리는게 있을것 같은데... (어쩐지 먹잇감을 놓친것같은 아쉬운 눈빛.)
 
에트:...넥타이만 므넬이 골라줘. ... ... (양보)
어...! 그럼... ( 고르는데 59 분이 걸렸다. 에트 목에 하나하나 대보면서)
(ㅅㅂ)
 
에트:...
 
므넬:이걸로 할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리본타이를 골랐다.)
 
에트:... ...응...! (마침내 고르자 기뻐 보인다.)
 
므넬:... ! (마음에 들었구나.//// 혼자 착각한다;;)
그러고 보니 가고 싶은데 있지 않았어?
 
에트:(쇼핑에 휘말려서 생각도 안 나) 밥...?
 
므넬:배고파?
 
에트:쉬고 싶어서... (응...)
 
므넬:하기사 벌써 시간이 점심이네... (진심 옷고르는데 3시간 썻을듯)
 
::에트는 3d6*5 해볼까
 
에트:50
 
::
그대로 재력 기능치에 적어주세요!
 
에트:(진짜 50의 남자애)
 
::그러고보니 월급이 들어왔었죠.
과연 이 월급으로 에트가 먹을수있는 음식은.
재력판정해보자
 
에트:
재력
기준치: 50/25/10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쇼핑몰에 있는 아무 음식점에 가야겠네요...
 
므넬:먹고싶은거 있어?
 
에트:피자...? (탄수화물이 필요하다.)
 
므넬:피자... (듣자마자 꼬르륵함.) 맛있겠다...
 
::점심시간이라 몇몇 테이블에 사람이 앉아있네요.
우리도 피자를 시킵니다.
이 가게 특제 명물은 랜덤피자라면서 조각마다 토핑이 다른 피자가 나옵니다.
한번 먹어볼까요.
행운 판정
 
에트:
기준치: 50/25/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음! 유명한 맛집만큼은 아니지만 맛있습니다.
오래 서있었던 탓일까요, 입에 들어오는 치즈며, 토마토 소스, 스리라차 소스와 노릇하게 익은 닭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므넬:
기준치: 40/20/8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하)
(꽝걸림) .... .....
피자맛 이상하지 않아?
 
에트:(우물우물) 맛있는데...
므넬 표정이 왜 그래?...
 
므넬:... .... 브로콜리맛나... (맛없어 표정으로 피자씹고있음.)
 
에트:(편식이었나...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 접시에 올려준다.)
 
므넬:(그래. 브로콜리는 끔찍해. 에트가 준 페퍼로니 피자먹어봄)
기준치: 40/20/8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개웃겨 이건맛잇다)
(맛잇어서 인상 찌푸림)
 
에트:...맛 없어?
 
므넬:맛있어. (진실의 미간.)
 
에트:아까랑 표정이 똑같은데...
 
므넬:너도 맛있다면서 아까랑 표정 똑같거든.
 
에트:맛있어 하는 표정인데... (우물우물...)
 
그렇게 에트와 므넬은 한껏 데이트를 즐겼을 겁니다.
 
므넬에게 여기저기 이끌리며 돌아다닌 탓에 피곤 할 수는 있지만,
 
몸 상태는 그다지 나빠지지 않습니다.
 
앰플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정말 능력의 안정화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지능 판정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다면 왜 능력이 텅 비거나 타이머를 만났을 때 투여하지 않았던 걸까요?
 
.... DOT의 계략을 종잡기 어렵습니다.
 
다음 날과 그다음 날도 평범하게 지나갑니다.
 
 
처음 만난 초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겨울의 중턱에 접어들었습니다.
 
겨울 바람이 세차게 고개를 들이밀 때마다 새하얀 서리가 창에 앉고,
 
너테가 창틀을 뒤덮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코끝이 시리곤 합니다.
 
옷차림이 나날이 갈수록 두툼해지고,
 
바깥에 나가기는 꺼려지는 시기,
 
완연한 겨울 냄새가 납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매해,
 
타이머의 성인식을 겸한 졸업식이 열리곤 합니다.
 
본관의 식당을 비우고,
 
시시한 형광등 대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걸고,
 
산더미 같은 음식을 테이블에 쌓으면서요.
 
오늘은 유난히 음식이 풍성합니다.
 
익힌 자몽과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시로 곁들인 채끝 스테이크,
 
발사믹 소스에 조린 마늘을 얇게 썰어 장식한 꽃등심,
 
달콤한 데리야키 소스를 얹은 양고기 스테이크가 차례대로 그릇 위에 오릅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코코넛 쉬림프,
 
윤기가 흐르는 닭의 날개와 다리 구이,
 
여러 가지 양념을 입힌 감자튀김.
 
무려 다섯 종류의 두툼한 소시지와
 
버터에서 노릇하게 구워낸 빵,
 
한입 베어 물면 내용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펌킨 파이부터 라즈베리 파이,
 
블루베리와 치즈를 넣거나 얇게 저민 고기와
 
자극적인 소스를 때려 넣은 미트 파이까지.
 
파이끼리 겹쳐 쌓은 산이 에트의 눈높이와 비슷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치킨을 얹은 샐러드와 라코타 치즈를 얹은 샐러드,
 
스테이크를 얹은 샐러드까지 가세해 테이블 위는 온갖 색으로 알록달록합니다.
 
자허 토르테와 일곱 가지 색깔의 크레이프 케이크,
 
두꺼운 크림치즈 지붕을 가진 당근 케이크,
 
딸기를 올리고 사이사이 절여 넣은 생크림 케이크.
 
세상의 모든 달고 귀한 것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네모반듯한 캐러멜,
 
동그랗고 반질반질한 사탕,
 
펑펑 솟아나는 초콜릿 퐁듀.......
 
이름을 알 수 없는 쿠키로 지은 과자의 집과
 
아이스크림의 층을 보자 입안에 절로 침이 고입니다.
 
먹어치울 것들이 잔뜩인 가운데,
 
홀의 끄트머리에는 끊임없이 황금색 술을 뿜는 분수가 서 있습니다.
 
도수 없는 사과 샴페인은 향긋하고 달콤합니다.
 
술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디달아서 자꾸 목구멍 너머로 미끄러집니다.
 
황금을 녹인 것처럼 완벽한 액체는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서 여러 가지 색깔로 반짝였습니다.
 
음식에서 시선을 떼면,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잘 차려진 음식 위로 부드러운 선율이 춤을 춥니다.
 
익숙한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로
 
하나둘 모여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머리를 땋고,
 
누군가는 넥타이를 매고,
 
누군가는 어깨를 드러낸 채로.
 
평소 같지 않은,
 
새로운 계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옆자리의 므넬입니다.
 
졸업식의 목전.
 
술 냄새가 겨울바람을 타고 물결치면,
 
테라스 너머로 첫눈이 종이꽃처럼 나풀나풀 날리고,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연회가 열렸더라.
 
::장소의 배치는 핸드아웃으로 공개합니다.
 
에트:(샴페인 분수대를 보며 물멍?을 때린다...)
 
::므넬이 배부받은 버킷리스트를 들고와 에트에게 보여줍니다.
버킷리스트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므넬:샴페인 마시고싶어? (에트가 바라보는 쪽을 따라보면 닿는 곳이 분수대였다.)
 
에트:무알콜이랬으니까... 이런 날은 나쁘지 않을지도. (물멍을 때리던 것 뿐이었지만 적당히 잔을 가져와 므넬에게 건넨다.) 오늘따라 엄청 힘줬네, 다들.
 
므넬:다들 자기 짝한테 잘 보이고 싶은거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므넬도 뒤처지기는 싫었는지 나름? 꾸?민채로 입고왔으니까 말다했지. 에트는.....므넬에 꾸며졌을까 아니면 스스로 입었을까)
 
에트:(스스로 입었지만 디테일은 므넬이 신경써줬을 것이다. 평소처럼 눈을 가리는 앞머리 대신에 적당히 단정하게 넘겨 머리에 바른 무스라던가...) 그래도 므넬의 네 번째 드레스만한 옷은 없는 것 같아... (살짝 아쉬운?투)
 
므넬:음. 역시 앞머리를 좀 치우니까 단정해보이네. (스스로 꾸며놓은걸 보고 감탄해하는중...)
그래? 역시 그걸 입고 올 걸... (칭찬?으로 받아들인건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드레스를 한번 잡고 팔랑팔랑여본다.) 샴페인 마실거면 케이크부터 먹는 게 좋으려나.
 
에트:... ...그래도 지금 옷은 므넬한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 옷을 입으면 므넬이 잘 안 보였을 걸... (드레스에 시선 강탈돼서) 케이크는 어떤 것으로? (나름 에스코트 하려는 노력ㅋㅋ)
 
므넬:하기사 너가 입은 옷이랑 맞춰야하니까. ...잠깐. 그렇게 따지면 에트 너도 그 4번째 옷에 맞는 정장을 입는것도 좋았을텐데. 역시 이옷저옷 입혀봐야했어... (미감이 영...)
음... (ㅋ 너가 어덯게 뭐 어덯게 에스코트할건데) 자허 토르테랑, 크레이프 케이크도 맛있어보이는데... 아 당근 케이크도... 겨울이면 생크림케이크도 꼭 먹어야하는데... (그냥 다먹겠다고 해라)
 
에트:...나는 그런 화려한 쪽은... 진짜 옷밖에 안 보일지도. (먼 곳 본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 (그런 기회는 없었으면 좋겠다.)
... ...므넬 많이 배고파? (하지만 말하는 족족 접시에 담긴 한다. 그냥 피자 한 판이 되었다.)
 
므넬:원래 수수해야 화려한 옷이 잘 어울리는거야. (그래야지 밸런스가~ 어쩌구저쩌구.) 말 잘했다. 성인되면 입고다닐 옷도 사야지. (벌써 쇼핑계획을 또 세우는 듯...)
.... 아니, 안고픈데. ...... 다들 이만큼 먹는거 아니야? (.....쌓여가는 케이크 바라봄.)
 
에트:성인 되면... 제복이 따로 있잖아. (굳이..? 하는 얼굴. 우리들이 블랙핑크라는 자각은 없는 채...)
... ...모처럼이니까 이것저것 맛보는 것도... 므넬이라면 다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잔반처리에 능하기 때문에.) 버킷 리스트, 할 거야? (네게 포크를 건넨다.)
 
므넬:에트 너, 평상시에도 제복 입고 다닐거야? 휴일엔 이쁜 옷 입어야지. (두부핑크가 되)
해야지. 애들 다채웠는데 우리만 안하면 진 것 같잖아. (이상한데서 승부욕이...) ... 너가 싫으면 안하고.
(포트를 받아들어 케이크를 찝으려고 하다가...) 눈감아 봐. (그냥 케이크를 먹여주기엔 재미없다고 생각했나보다. ) 내가 먹여주는게 무슨 맛인지 맞춰봐. (케이크마다 맛이 강해서 금방 알 수 있을텐데...)
 
에트:... ...으음. 나는 아무거나 입어도... (또 쇼핑 가서 양말 한 켤레 고르는데 59분씩 쓰게 되겠지. 저절로 눈이 질끈 감겼다.) ...그런 이유야?... ...
 
므넬:그리고 이거 안하면 딱히 프롬 때 할 일도 없을 걸. 기껏해봤자 밖에나가서 눈사람만들기라던가. (음....당근 케이크를 찝어 에트에게 먹여주려고 했는데... 너무 쉽나? 냅다 초코 퐁듀에 찍어서 에트에게 먹였다....) 무슨 케이크게.
 
에트:눈사람 만들기에 적절한 장갑은 아닌 걸. (매끈한 가죽장갑을 낀 손을 한번 쥐었다 폈다.) ... ...초코... 케이크치고 당근 맛이 너무 강한데. (우물우물...) 므넬... 음식으로 장난 쳤지.
 
므넬:어라? 가죽장갑 꼈네. (에트가 고른장갑이였나?) 숙소가서 엄지장갑하나 들고오면 되지. ................... 아, 아닌데? (어떻게 알았지) 자허토르테...먹인건데? (급기야 거짓말을)
 
에트:대신 테라스에서 눈 구경하면 되니까. (눈썹이 미묘해졌다.) ... ...자허토르테에 당근이 들어간다고? 나 눈 뜬다?... ...
 
므넬:넌.... 정말 구경하는것만 좋아하네. (개큰일났다 어떡하지 허겁지겁 당큰케이크 자기 입에 쑤셔넣어서 증거인멸함) .... 눈떠도돼. (태연....)
 
에트:... ... (그렇게 눈을 뜬 에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케이크 한 자리가 비어있는 접시와 멀쩡한 모양의 자허토르테...) ...왜...? (왜 이렇게까지?...) 목 안 막혀?...
 
므넬:..... .... 켁켁 (당연히 목이 막혔다....... 미처 해치우지 못한 자허 토르테를 눈치채지 못한 채....)
 
에트:(등을 토닥토닥 쳐준다... 사과 샴페인도 입가에 대준다......) 다 삼키면 말해... (내 차례야. 하는 듯한 눈빛)
 
므넬:(벌컥벌컥. 사과 샴페인을 단숨에 들키기고 나서야 휴우~ 하고 숨을 들이킨다.) ... ... 너도 할거야? (애써 외면....)
 
에트:아직 케이크가... 7조각이나 남았는데? (케이크 지옥)
 
므넬:(... 아. 그냥 먹여주려는건가? 아까지은 죄때문에 제발 저렸었는듯... 포크를 다시 에트에게 넘겨준다.)
 
에트:(포크를 넘겨받자마자 뭘 어떻게 섞어볼까? 고민한다. 생크림 케이크에 땅콩버터를 올려서 입에 넣어준다ㅋㅋ)
 
므넬:(ㅋㅋ이자식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에 들어온 케이크를 계속 곱씹는데.....아뭐지이거....아......맛이 미묘해.......) .............. 너 뭐섞었어.
 
에트:... ...무슨 케이크게?... ... (땅콩버터를 바른 나이프를 잽싸게 증거인멸 했다.)
 
므넬:(눈 번쩍 뜸) ........... 땅콩....케이크가 있었나? (눈 부릅뜨고 케이크 살펴봄)
 
에트:...... (먼 산 본다.) 땅콩?..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므넬이 잘못 느낀 거 아니야? 생크림 케이크에 들어간 잼일 수도...~ (ㅋㅋㅋㅋㅋㅋ)
 
므넬:거.... 거짓말.... 포크 내놔 봐! 하나씩 먹어봐야겠어.
 
에트:(무력하게 포크를 빼앗긴다.) 당근 맛이 나는 초코 케이크?... 초코 맛이 나는 당근 케이크?... 보다는 괜찮을 것 같은데...
 
므넬:(케이크 한입충 마냥 한번씩 찍어 먹어봄;;) ..... 땅콩 케이크없잖아! ... 초콜렛 찍은 당근 케이크가 그렇게 별로였어?
 
에트:...크림치즈랑 초콜렛은 굉장히 절묘한 맛이었어. 먹어볼래? (당근 케이크를 초코 퐁듀에 찍어서 내민다. 행운 판정에 운명을 맡기자.)
 
므넬:(ㅋ)
(가보자)
기준치: 40/20/8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 맛있기만 하구만!
 
에트:응?..
 
므넬:에트 이 편식쟁이.
 
에트:그건... (므넬이 잔반처리 남친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미각 스펙트럼이 넓은 거야) 그래... ... (포기)
 
므넬:(ㅋ 개웃) 어떻게 디저트를 가릴 수 있는거람. (투덜투덜.) 이제 케이크 먹여주기는 됐나. (이제 마음껏 평범한 케이크를 찍어먹는다. 이게 케이크지! 한껏 풀어진 표정을 짓는다.)
 
에트:(케이크를 몇 입 더 먹었다. 역시 초코당근케이크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므넬. ... ...춤은 배웠어?
 
므넬:(ㅋ) 안배웠는데. (당당하다...) 앞에 나가서 춤추는 애들 눈 대중으로 보고 따라추면 될 것 같은데. (친구들이 춤추는 것을 보고 있자면 쉬워보였다. 쉬워보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거늘.)
 
에트:... (발을 잠깐 내려다봤다. 므넬은 뭘 신고 있지?)
 
므넬:(ㅋ 므넬은 뭘신고있을까 1.단화 2.약간 굽이있는 구두 2 )
(에트야그렇게됐다)
 
에트:(이대로 밟히면 내 발은... ...) ...느린 곡 나올 때 가자. (기다린다.)
 
므넬:느린 곡이 좋아? (에트의 발은 생각도 못한 듯...)
 
에트:그 편이 따라가기 쉬울 것 같아서. (발에서 겨우겨우 시선을 뗀다.) 내.. 내가 발 밟으면 어떡해?... (이것도 우려가 되긴 함)
 
므넬:그거 때문에? 나도 똑같이 밟으면 그만이지. (뭔가 엄청 무시무시한 발언을 꺼냈다... 기다리다가 지루했는지 결국 에트를 끌고 나온다.)
 
에트:그런 무서운 소리 하지 말고... ... (질질... 끌려나온다. 곁눈질로 다른애들을 바라보다 일단 손을 내밀었다.)
 
므넬:살살 밟을테니까 걱정마. (짓궂게 웃으며 에트의 내민손을 잡았다. 므넬은 오히려 합법적으로 발을 밟을수 있다는 생각에 좀 신난 것 같았다.)
 
에트와 므넬은 손을 잡고 천천히 댄스 플로어로 나갑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에트:
예술 Roll
기준치: 5/2/1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클래식이란 하나 같이 비슷하게 들리니까요,
 
무슨 곡인지 모르겠네요.
 
구원자들은 박자에 맞추어 걸음을 옮깁니다.
 
어깨를 감싼 손과 허리를 끌어안는 팔,
 
익숙하게 스텝을 밟는 구두 굽 소리,
 
시샘 추위에 파르라니 떠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샹들리에의 빛 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한껏 고양된 감각에 취한 사이,
 
에트: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므넬이 한 바퀴 턴을 할 차례가 찾아왔습니다.
 
겨우 떼어놓고 팔을 들자 므넬이 빙그르르 돕니다.
 
정신 차리지 않았다면 발을 밟을 뻔했군요.
 
음악을 따라 봄의 꽃잎처럼 흔들리기를 여러 번,
 
어느새 므넬과 에트는 자연스럽게 궤도에 오릅니다.
 
므넬:... 뭐야? 연습했어?
 
에트:... ...뭔가 많이 들어본 노래 아니야?
 
므넬:지금 나오는 노래? 봄의 왈츠인걸로 알고 있는데.
 
에트:응. 어쩐지... 귀에 익어서.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다.)
 
므넬:유명한 클래식이긴하지. (애들 추는거 보면서 추느라 좀 춤이 엉성해짐...) 이... 이렇게 추는거 맞나.
 
에트:...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이쪽도 엉성하긴 마찬가지.) 어때..?
 
므넬:뭔가 좀 멋있게 추고싶은데. (어째 좌우로 왔다갔다 하고만 있는 기분이다....)
 
::자 여기서 이심전심게임한번 해볼까
둘은 프롬때와서 처음 춤 합을 맞춰보는걸까요?
따로 연습해본적은 없고?
 
에트:(그랬을 것 같은데? 므넬이 하자고 하지 않는 이상.)
 
::하 웃겨 므넬은 몇번 해보자고 했을거같긴한데
이제 슬슬 다른 스탭을 밟을 때가 됐죠.
과연 에트와 므넬은 둘다 같은 동작을 생각했을까요?
지능판정 해봅시다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므넬: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에트:(제법?)
 
므넬:(오오
 
::둘은 자연스럽게 다음 동작을 이어나갑니다!
맞잡은 손의 팔을 접었다가 쭉 피면서 가까워 지기를 반복하면서 춤을 춥니다.
다행이도 텔레파시가 통했습니다.
아마 실패했다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언럭키스케베따위가 일어났을지도. . . .
 
에트:(휴...)
 
마무리동작까지 완벽하게 해내면 왈츠의 곡이 끝납니다.
 
어쩐지 박수갈채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기도하네요.
 
다음 페어들이 춤을 출 수 있게 자리를 비웁시다.
 
므넬:아깝다. 발 한번 밟아봤어야했는데. (약간 반쯤? 진심섞인 마음이 흘러나왔다...)
 
에트:...므넬, 내가 미워?... ...
 
므넬:아아니. 그냥 밟았을 때 에트 반응이 궁금해서.
 
에트:아파...하겠지? ... (어쩐지 빠른 걸음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ㅋㅋ)
 
므넬:넌 표정을 봐도 아픈건지 잘모르겠단말이야. (? 어디가는거지. 졸졸 뒤따라간다)
 
에트:(사람이 많지 않은 테라스로 저벅저벅...)
 
므넬:(다들 홀 가운데에서 춤을 추거나, 쌓인 음식을 해치우기 위해 식탁위에 자리해서그런가. 이 곳은 좀 한산해보였다. 테라스의 팔을 걸쳐 상체를 기댄다.) 딱 프롬 날에 맞춰서 눈이 오고. 이상해.
 
에트:응. 그런데 눈이 오면... 오히려 날이 조금 따뜻한 게 신기하지. (네 옆으로 다가가 테라스 너머의 전경을 바라본다.) 여기도 곧 붐비려나. 버킷 리스트에 적혀 있으니까...
 
므넬:난 똑같이 추운 것 같은데... (입고 있는 드레스 탓이라며 그렇게 말하면서 에트 옆에 붙었다.) 오면 내쫓아버릴테니까 걱정하지마. (아주그냥 독식을하려고.)
 
에트:(네가 입고 있는 얇은 드레스를 보고는 자켓을 주섬주섬 벗어서 같이 두른다. 아마 모양새가 멋있지는 않겠지만... ...) 그래도 당장은 아무도 눈에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노래 부르기 할 거면 이런 곳에서 해야겠다. (착실하다.)
 
므넬:(참 붙어있는 걸 좋아해... 그렇지만서도 므넬 자신도 에트를 내치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히 얘랑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구나. 에트의 머리에 이런저런 생각이 담긴 머리를 툭 기댔다.) 헤... 지금 부를려고? 노래는 정했어?
(머리? 어깨에...)
 
에트:... ...노래는 잘 모르는데. (기껏해야 국가나 촬영할 때 죽도록 들었던 CM송이 전부다.) 므넬은 있어? 부를 노래.
 
므넬:... 정해줘? (한쪽눈썹이 들썩거렸다. 무슨 노래를 너에게 불러주면 좋을까.) .... 난... 너희 엄마가 자주 불렀던 노래라던가 있어? ... 그걸 불러주고 싶은데.
 
에트:듣고 싶은 노래 있어? (그 물음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릴 때는 자장가를 자주 불러주셨는데. ... ...오랜만에 듣겠네.
 
므넬:음... 크리스마스니까. Somewhere in My Memory 가 좋을까. 이 노래 알아? (므넬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해보였으나 금방 노래를 정하였다.) 누가 먼저 부를래?
 
에트:옛날에 영화를 본 적 있어. (대충 기억이 나는 음을 흥얼거리곤 확인하듯 맞지? 하며 너를 바라본다.) 그럼... 나부터.
 
므넬:그래? 재밌었어? (에트의 감상이 궁금했다. 에트는 늘 뚱했으니까 같은 감상을 느꼈을까 싶어 물어보았다. 이어 들리는 멜로디는 맞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잘부르는지 궁금하네.
 
에트:음... 주인공이 아이인데... 엄청 당차다고 생각했지. 오히려 도둑들이 불쌍하다고도. (꽤 예전에 봤지만. 말을 덧붙이고는 잠시 숨을 삼켰다.) ...너무 기대하지는 마. (검은 하늘에서 느리게 떨어지는 하얀 눈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말을 하는 듯 하다가, 조금씩 기억을 되찾은 것처럼 가사에 음정이 붙었다. 눈이 소리를 먹는다 해도 곁에 있는 네게만큼은 목소리가 잘 들렸을 것이다.)
 
므넬:기대할건데. (잔뜩 부담을 주는 말을 하면서 므넬은 여전히 테라스에 턱을 괸 채 노래를 부르는 에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검은 하늘에 하얀 자수를 내려놓은 듯한 눈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므로 옆모습 밖에 보지 못했다.) .... (가사는 분명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는 내용일텐데. 멜로디, 아니면 부르는 너, 아니면 듣는 나. 그중 하나때문일까 아니면 전부일까. 쓸쓸하게 느껴졌다.) ... 못불러. (사실은 나쁘지 않게 들었는데. 모나기 그지없었다.)
 
에트:(모난 감상평에도 마지막 음정까지 꿋꿋하게 노래를 이어나간다. 노래가 끝나면 옆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함께 덮은 마이 탓에 거리가 가까웠다.) ...기대해서 그래. 그래도 열심히 했어. (궁색한 변명을 덧붙이며 네 차례야. 하고 고개를 기울여 물끄러미 바라본다.)
 
므넬:열심히 했으니까 별로인거야. 노래가 너랑 어울리는 것같아서. (한 껏 가까워진 에트의 코를 살짝 꼬집어 잡았다. 노래 선정은 므넬이한 주제에.) ... 부를거야. (그렇게 보지마. 에트의 시선을 외면하며 따라 검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막상 들이닥치니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시작할때는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는 그냥 가사를 소리내어 읽는 수준이였다. 긴장한 탓이다. 노래가 끝나가서야 멜로디가 좀 붙었다.)
 
에트:그렇다는 건...... 사실 꽤 괜찮은 거지. (그런 건방진 소리도 농담처럼 하고는 네가 부르는 노래를 천천히 눈을 감고 들었다. 얼핏 들으면 수업 시간의 시 낭송같기도 하고... 제게 말을 건네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어색함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를 떠올리게 해 조금 입매가 휘었다.) ... ...므넬이랑도 어울려. 이 자장가.
 
므넬:마음대로 생각해. (난 별로였어. 끝끝내 억지를 부린다. 노래를 완주하고 나면 민망한 듯 귀 끝이 붉어졌다. 자신의 낯이 드러나는 무언가를 남에게 선물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므넬에게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손 한번 잡는 게 더 쉬웠다.) 무슨 뜻이야 그거. (... 불러줄거면 그때 함께 침대에 누워있던 날 불러줄 걸 그랬나. 하필 므넬이 번저 잠들어서 낭패봤던 날이였다.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에트:음... ... 들으면 잠이 잘 올 것 같다는 뜻. (제딴엔 칭찬이라고 하는 소리였다. 음정이 크게 섞이지 않은 건조한 자장가. 오히려 그랬기에 자신의 기억 속 음성과 겹쳐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 성인식인데, 자장가를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아. ...
 
므넬:... 칭찬으로 들어도 되지? (자장가는 들었을 때 졸려야하는 노래니까. 어쩐지 노래가 지루하다는 평같아 찜찜했다...에트의 기억을 덮어씌워주고싶었으니까.) 아직은 아이잖아. (오늘이 지나면 어른이겠지만. 므넬은 손을 뻗어 에트의 넥타이를 매만지면서 답했다.) ...그래도 넌 영원히 아이일 것 같아. (분명 에트는 므넬보다 2cm가 컸는데도 말이다.)
 
에트:제대로 들었네. ... ... 그런가. 오늘까지는 말이지. (넥타이의 모양을 잡아주는 것을 응시하며 중얼거린다.) ...내년이면 므넬보다 4cm는 클 거야. (1년에 2cm씩 큰다고 믿었다.)
 
므넬:... ... 어른이 되어도 되는걸까? 우리.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수없는 우리가.) 여기서 더 크기만 해 봐. (경고하는 듯 넥타이를 다시 매주다말고 꽉 졸라맸다. )
 
에트:하지만 누구나 어른이 되는 걸. (그렇게 대꾸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숨 막혀... ... 므넬도 같이 크면 되잖아.
 
므넬:... 아무런 준비가 안되었는데도? (짧은 침묵의 정적을 깼다.) 인조인간인 너도 2cm 크는 동안 난 1cm도 안컸다고! 분명 성장판이 멈춰버린거야. 안크겠다고 해! (그렇다고 해야만 놓아줄 모양이다. 답정너가 따로없다.)
 
에트:아무런 준비가 안되어도. ... ...글쎄, 어른이 되는 걸 피하려면 므넬도 네버랜드에 가야 할 걸. (먼 옛날 읽은 동화를 떠올린다.) 난 이대로 쑥쑥 자랄 건데... ... 인조인간이지만 성장판은 아직 안 닫혔나 봐. ...켁. (약올리다 죽을 지경)
 
므넬:현실에 그런 데가 어딨어? (그래, 말하고 나서야 시간의 흐름은 피할 수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넌 어른이 되고싶어?
너어어어어어. (이게 지금 나를 놀려?!) 너 어른이 됐다고 변해버린거지. (꽈아아아아아아아악 한참이나 졸라매고 나서야 느슨하게 풀어준다.) 됐다.
 
에트:어른이 되어도 난 당장 많은 것이 변할 것 같진 않은 걸. 오늘 자정이 된다 해도 난 이대로일 거고. ... ...되고싶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 아마. (생각이 길어진 듯 말 사이 뜸이 길어진다.) 하지만 키가 조금씩 자라듯이, 우리도 조금씩 변해가지 않을까. (비록 므넬은 키가 더이상 자라지 않지만... 굳이 덧붙여 말했다.)
...오늘까지는 아직 아이라고 므넬이... (눈을 감은 채 이리저리 흔들리다 겨우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내가 변하면 싫을 것 같아?
 
므넬:... (마지막 말은 안해도되지 않아? 눈썹을 한번 더 들썩였다.) ... 내가 싫다고 해도 결국엔 변하게 되잖아. (되도않는 투정을 부린것이였다. 넥타이를 잡았던 손은 다시 중력에 의해 아래로 툭 떨궈진다. 시간을 부여 받은 존재들은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른이란 건 결국 되는게아니라,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구나.) 무서워졌어. 갑자기 카운터의 존재가 불안정해져서 너가 잘못될까봐.
 
에트:언제까지나 한 모습 그대로 머무를 순 없을 테니까. (기대의 정도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자신은 언제나 순응하는 쪽이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이건 우리가 선택한 시간인 걸. 그날, 바늘을 옮겼을 때부터 말이야.
이렇게 천천히 이루어지는 변화라면, 그래도 우리의 의지가 조금은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나쁜 방향이 싫다면 좋은 방향으로. 물론 카운터는 날 때부터 불안정하다지만... 그래도 네가 같이 있잖아. 그러니까 난... 이 변화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아. 키가 조금씩 자라는 것도, 므넬이랑 같이 어른이 되는 것도.
 
므넬:... (그 때 그날, 시계 바늘을 옮겼던 날에는 분명 세계조차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능감을 느꼈었다. 그야 우리의 손에 세계의 시간은 한없이 가벼웠으니까! 그러나 시계 바늘이 움직일수록 그 날 보이지 않았던 시계 바늘의 무게가 불어나가는 듯 했다. 그 날 했던 선택은 후회하진 않지만...) 있잖아. 그날 이후로 우리의 운명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걸까?
... 야속하네, 에트. 변하지말라니까 벌써 어른이 되어있고. (자신은 두려웠었던건가. 불어난 무게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아, 움직인 이후로 멈추지 않는 시계바늘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서.) 같이 어른이 되야하는거아니야? 난 어른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에트:(그때는 미처 다 예상하지 못한 것들. 같이 구원자가 되자며 가볍게 건넸던 말 뒤로, 무수한 시간들이 쌓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도 나도 알면서도 간과했다. 그 모든 시간들을 결코 피할 수 없이 직면해야 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누구도 그때의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변화하는 우리가,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는 거겠지. 우리의 운명을. ...
이제 막 어른이 되려고 하는 걸. 다행히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조금 느리게 어른이 돼도. (투정같은 그 말에는 옅게 웃음 짓고는, 이내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크게 차이나지 않을 걸. 나는 원래도 걸음이 느린 편이고, 므넬은 빠른 편이잖아. ... (약속해. 지금의 주저와 망설임이 잠시 시간에 맞서더라도, 언젠가는.) 같이 어른이 되자.
 
므넬:(결국 알지못하는 미래는 우리가 집적 맞이해야만했다. 미래를 맞이하는 현재의 우리들만이 직면해야 할, 과거의 우리들은 모를 수밖에 없는 미래에 쌓여버린 시간들을.) ... 그렇다면 변해야겠네. 구원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기다려주는 줄 알고. (에트너는 분명히 기다려주겠지만, 므넬은 역시 조바심이 났다. 마치 시침과 분침같았다. 느리지만 확실히 변하고 있는 시침과, 변해가는 지도 모른 채 앞서나가는 분침. 차이가 나더라도 결국엔 다시 만나 원점이되는.) ... 꼭 어른이 될게. 꼭 같이 어른이 되자. (에트의 새끼손가락을 제 얼굴가까이로 잡아당겼다. 손등에 입을 붙여 도장을 찍는다.) 약속할게.
 
왈츠곡은 경쾌하게 샹들리에를 스쳐 지납니다.
 
드레스 자락이 꽃잎처럼 파르르 펼쳐지고
 
자켓의 꼬리가 제비의 것인 양 흔들렸습니다.
 
시간은 무르익고 분위기는 편안합니다.
 
먹고, 마시고, 춤을 추고,
 
입을 맞추며 운명을 따릅니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리므로 눈 깜짝할 새 이만큼 쌓여있곤 했습니다.
 
겨울은 안식의 계절.
 
세상을 뒤흔드는 재난과 재앙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기예요.
 
종종 타이머와 카운터의 손길을, 발걸음을 구하던 이들도 잠잠했습니다.
 
졸업식이라고 해봐야 별달리 설렐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있으니까.
 
자유는 축소 당하고,
 
책임은 멍에가 되며,
 
의무는 발목을 잡겠죠.
 
마땅히 휘두를 수 있는 권리도 마뜩잖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는 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
 
언젠가, 두 사람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혹은 빨리 어른이 되길 잘했다고 안도하게 될까요?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은 가운데,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분 탓이라기엔 미묘하게 공기가 느슨합니다.
 
이 순간에 우리를 붙잡고 싶은 것처럼......
 
꼭 시간에게 자의라도 있는 듯.
 
DOT에서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기묘한 위화감과 애매한 기시감은 중첩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넘겼고,
 
두 번째에는 세계의 멸망이라 여겼으며,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카운터의 정체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새파란 장미도,
 
아치문도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도 축제의 그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시간은 다시금 멈추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여전히 그 일의 주모자를 모릅니다.
 
그것은 무엇이 안배한 발견인가.
 
카운터에게 자신의 근원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래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그날의 파란 장미가,
 
시곗바늘이 가리킨 것이 불가능이었는지 기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의문 틈새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들어온 것은 정복을 차려입은 하인리히 장교였습니다.
 
리슬러 부관은 꼬리처럼 그 옆에 선 채,
 
품 안 가득 꽃을 안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충분히 즐기고 있으신가?
 
하인리히 장교는 여유롭게 웃으며 샴페인으로 목을 축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이런, 논 알콜이군.
 
덧붙이는 목소리가 퍽 아쉬운 듯했습니다.
 
그는 상투적인 문장으로 서두를 엽니다.
 
하인리히 장교:우선 졸업을 축하하네.
시간이란 금세 뛰어가는 법이지.
어린애들이란 특히 빨리 크니까.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으리라고 믿어.
 
어떤 기회도, 자유도 없는,
 
선택을 박탈당한.
 
축하해줄 사람 없이 형식적인 졸업장만 끌어안게 될 졸업식이건만,
 
그에게는 감회가 퍽 새로운 모양입니다.
 
하인리히 장교:타이머와 카운터로서, 자네들이 받는 기대와 애정, 지지가 어떤 것인지 좀 실감하나?
 
짐을 얹어주겠다는 티가 노골적인 질문입니다.
 
이전 세대 타이머가 가지고 있던 책임감도 이런 식으로,
 
눈처럼 한 겹씩 쌓여 갔겠죠.
 
시선은 집요하게 에트를 좇습니다.
 
하인리히 장교:^^ ? (대답을 기다리는 듯)
 
에트:...다들 저희를 구원자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하인리히 장교:그래. 이제 슬슬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야지들.
자네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제일 큰 팬으로서 보내는 축하 선물일세.
 
하인리히 장교가 드디어 한 걸음 물러섭니다.
 
리슬러 부관이 므넬과 에트에게 꽃다발을 안겨줍니다.
 
에트:(떨떠름...........) 감사... 합니다.
 
각각 민들레 꽃다발과, 수레국화 꽃다발이네요.
 
꽃은 계절을 잊고 흐드러졌습니다.
 
사랑을, 순결을,
 
헌신과 매력을 상징하는 향기가 홀을 떠돕니다.
 
새파란 장미 향기와는 전혀 다른,
 
희미하고 은은한 향기였습니다.
 
누군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 포장지 구겨지는 소리가 들리고,
 
하인리히 장교:본격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네들에게도 더 많은 임무가 부여되겠지.
부디 그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른, 어엿한 군인이 되길 바라네.
 
진부한 당부가 마지막까지 쫓아옵니다.
 
한 걸음 성큼 다가온 하인리히 장교가 므넬과 에트의 목덜미에 무언가 걸어줍니다.
 
소속과 인식 번호가 적힌 군번줄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새 제복과 계급장은 개인실에 보내두었으니, 돌아가면 확인해보게.
 
은색 표면이 매끄럽게 빛나고,
 
패인 각인이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일정이라도 있는 걸까.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한 그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리고, 일러둘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첫째, 오늘부로 카운터의 외출을 허락하지.
타이머와 되도록 동행하기를 바라는 바이나 강요하지는 않아.
대신 외출 시 사전에 외출증을 작성하고, 외박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그리고...
둘째로, 지금 이순간부터 군에서 지급한 휴대폰의 연락 제한 또한 풀릴걸세.
 
그 말은 즉......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단 소리일 텐데.
 
카운터의 가족이, 고향과 과거가 이 별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음을,
 
므넬과 에트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어른들과 DOT,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이 문장이 무척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띵동.
 
때마침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에트:... (메시지를 확인한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길고 긴 안내사항입니다.
 
첫 줄이 특히 눈에 띕니다. ......
 
답장이 올 리가 없는데.
 
휴대폰을 쥔 손가락이 머뭇거립니다.
 
::... 연락해보나요?
 
에트:... (없다는 것을 알지만.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전화를 걸어보나요, 문자를 보내나요?
 
에트:(전화를 걸어본다.)
 
ㅡ 뚜루루루 ...
 
...
 
신호음이 끊길 때 쯤.
 
엄마: ... 아들?
 
에트:... ...
(멍하니 목소리를 듣고 있는다.)
 
::에트의 기억속 어머니의 목소리와 똑같습니다.
어떻게?
 
엄마: 루트니?
 
에트:... ...엄마. (이런 부분까지 여전하다. 고개를 들어 므넬을 바라본다. 시선에는 혼란이 섞인다.)
 
므넬:... (역시 당혹감이 들음과 동시에 어떠한 공포가 밀려들어왔다.)
 
엄마: DOT에 들어가더니, 왜 이제서야 연락을 하는거니. 엄마 걱정했잖아.
 
에트:...저는, (말이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것까지 전부 만들어진 음성인 걸까. 그런 생각에 몇 번이나 입술을 물다가도)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TV 보니까 광고에서 자주나오던데. 엄만 그거보니까 조금은 덜 외롭더라.
그래도 역시 우리 루트 얼굴 한 번 보고싶네.
올 때 연락한 번 주겠니. 루트가 좋아하는 잔뜩 해놓을게.
 
에트:... ...네. 그럴게요. (그 이름을 자신의 것마냥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자 혀끝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에 마음이 다시 흐려진다. 나아가려던 걸음이 무색하게 당신의 앞에서 다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엄마: 그래. DOT에서도 잘하고. 사랑한단다.
 
에트:... ...엄마, ...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말할 수 없어도.) ...죄송해요.
 
엄마: 얘도 참. 뭘 죄송해해. 그냥 똑같이 사랑한다고 하면 될것을.
 
에트:네. 저도, ... ... (사랑해요. 그 말은 끝이 흐려져서 잘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뚝, 하고 통화가 끊깁니다.
 
분명히 번호도, 상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순순히 기뻐하기엔 걸리는 것이 많았지만,
 
전혀 기뻐하지 않기엔 기대치 못했던 소식입니다.
 
나쁜 일이 연달아 온다면,
 
기쁜 일도 연달아 쏟아지는 걸까요?
 
카운터의 해우를 잠시 기다리던 하인리히 장교가 마지막으로 스치듯 제안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리고...... 볼 일이 있어 당분간 12구역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네.
마침 졸업도 했겠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자네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어떤가?
 
에트:저희가 필요한 일인가요?... ...
 
하인리히 장교:필요하진 않지만, 자네들도 숨은 돌려야지.
이제 언제 이렇게 놀러갈 수 있을지 모르잖나.
 
에트:...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인리히 장교:좋아, 그러면 그렇게 알겠네. 마저 좋은 시간 보내고 내일 보지.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밤도 이제 막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므넬과 에트는 원하는 만큼 방종을 누리고,
 
새해의 종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개인실에 돌아가면 새 제복이 기다립니다.
 
므넬:... 좀 이르지만 바다에 가게되었네. ...
... ... 바다로 흘려보낼 수 있겠어? ... 네 기억들 말이야. 그건 다음으로 미룰까.
 
에트:... ...가면 확실해지겠지. 오히려 지금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므넬:... 가면... 겸사겸사 확인해 볼 수 있겠네. 응. (엿들었을때에는 소름끼칠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 걱정되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진마. 피곤할것 같은데.
 
에트:...너무 진짜 같아서... ... 조금 기분이 이상했어. 나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 (잠시 조용해진다.) 너무 속좋은 걸까.
 
므넬:... ... 너한테 뭐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있으면 내가 패버릴거니까. .... 기뻐해도 괜찮다고. (가짜라도 괜찮다면.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상실감에서 벗어나는 일을.)
내일은 바쁠테니까 이만 자자.
 
에트:므넬은 오늘부로 군인인 걸. 사람을 때리면 안되잖아. (그 말에 농담하듯 작게 웃었다.) 그럼 오늘만... ... 오늘만 기뻐하고 싶네.
...잘자, 므넬.
 
므넬:.... 몰래 패면 되거든. (아차 싶었는지 뒷말을 덧붙인다.) 응. 그 기쁨을 기억해 둬.
잘자, 에트.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이 안갈정도로요.
그렇게 졸업식이 마무리되어갑니다.
 
 
오후 느즈막히,
 
타이머와 카운터를 실어 나를 버스가 DOT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바다에 데려가 주겠단 하인리히 장교의 약속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운전사와 리슬러 부관이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에트: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운전사: 역시...... 두고...... 낫지 않.......
 
리슬러 부관:괜찮습니다. 이미 일차적인...... 그냥......
 
거리가 멀어서 잘 들리지 않지만,
 
표정은 사뭇 심각해 보입니다.
 
다가오는 타이머와 카운터를 발견했는지,
 
리슬러 부관이 사람 좋게 웃으며
 
(이건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어떤 일을 벌이고 있을 때의 습관입니다)
 
운전사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리슬러 부관: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리슬러 부관이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사라지고,
 
운전사가 우리를 부릅니다.
 
운전사: 타시죠
 
버스에 타면, 좌석마다 간단한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물과 음료수, 주먹밥과 과자 같은 것들입니다.
 
긴 운행을 대비한 수면 안대나 담요도 있습니다.
 
덜컹, 덜컹.
 
밤을 가르고 차가 도로 위를 내달립니다.
 
위아래로 들썩일 때마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어 갑니다.
 
수도의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스쳐 지납니다.
 
보랏빛과 쪽빛으로 오묘하게 물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납니다.
 
제4구역과 제12구역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차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재빠르게 달려나갔습니다.
 
14명의 타이머와 14명의 카운터를 실은 차 안은 조용합니다.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의 차는 따로 있었으므로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운전사도 말이 없습니다.
 
13 분이 지나면......
 
창문을 조금 열면 따가운 겨울바람이 쏟아집니다.
 
슬금슬금 소금기가 배기 시작한 것이 바다가 지척에 있는 듯했습니다.
 
어렴풋이 파도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처럼
 
쏴아아 ㅡ
 
쏟아지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창에 서리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 저 멀리에 덩그러니 선 등대와 방파제를 쌓아 올린 테드라 포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흰 새들이 아직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바다를 헤매고 있습니다.
 
완벽한 겨울 바다의 풍경입니다.
 
끼익, 느리고 끈적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 멈춰 섭니다.
 
하인리히 장교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대신 차를 완전히 주차한 운전사가 당부를 대신 전합니다.
 
운전사: 장교님과 부관님께선 먼저 들릴 곳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늦지 않게 숙소로 돌아가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차 너머로 커다란 숙소가 보입니다.
 
늦은 밤임에도 방마다 불이 켜져 있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호텔이었습니다.
 
퍽 높이 솟아 있네요.
 
고개를 다 들어도 까마득한 그것은,
 
바닷가 근처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철썩. 그 아래 모래를 적시며 바다가 긴 호통을 칩니다.
 
파도가 이만큼 왔다가 저만큼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발끝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파도는
 
꼭 바닷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보드랍네요.
 
공기가 차가운 탓에 오래 나와 있는 건 고역이 될 테지만.
 
운전사: 휴식을 위해서 방문한 만큼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서 체크인 해둘 테니, 천천히 들어오십시오.
 
깍듯하게 인사하고 운전사가 먼저 떠나자,
 
파도만 한층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머리 위에서 새가 까악까악, 안 어울리는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불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귀소본능이 없는 건지,
 
길을 잃은 건지 모르겠어요.
 
날씨 탓일까.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두 사람이 거닌 발자국만 도장 자국인 양 바닥에 남아있습니다.
 
밤하늘과 맞닿은 수면의 경계선을 구별할 수가 없어서,
 
위와 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입니다.
 
짭조름한 바람을 타고......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장미 향기가 스며듭니다.
 
염분이 짙은 땅에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장미가 필 턱이 없는 곳이에요.
 
향기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절벽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린아이가 장미꽃을 한 송이씩 바다로 내던지고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이리로 흘러든 듯싶습니다.
 
이제 막 열 살이 됐을까?
 
싶을 정도로 어린아이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짧은 머리카락이 마구 흩날립니다.
 
아이는 눈을 내리깔고 수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종종 찬물이 신발을 적시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신발의 둥근 앞코에 거뭇한 물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한참 울었는지 눈가가 불그스름합니다.
 
오래 나와 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야, 코끝도 그랬으니까.
 
가까이 다가가면 아이가 고개를 듭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아이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당황하는 법 없이,
 
짧게 고개를 까닥입니다.
 
아이답지 않은,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행동이었습니다.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아이...
 
TV에 나왔던 연구원 아르고와 어쩐지 닮은 것 같습니다.
 
아리아:아빠한테 인사를 하러 왔어요.
 
한참 말이 없던 아이는 마지막으로 꽃다발을 품에 꽉 끌어안습니다.
 
아리아:우리 아빠가 여기에 있거든요.
 
...잘보니 이 아이. 1년전 축제 때에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에트:...우리, 본 적 있지. (우겨지는 꽃다발을 보고는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춘다.)
 
아리아:(끄덕끄덕.)
흰 국화여야 한다고 했는데, 아빠는 이걸 더 좋아할 거예요.
 
아마 화장한 후, 유골을 바다에 흩뿌린 모양이에요.
 
요새는 꽤 흔한 장례방식이었고,
 
파란 장미의 목을 꺾어 던지는 방식도 퍽 흔한 것이니.
 
아빠의 죽음을 추모하러 온 건지,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것인지......
 
아이의 바람을 알 것 같았지만,
 
확실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본인조차도 어느 쪽이 우선인지 구별할 수 없을 테죠.
 
아리아:(바닷가를 멍... 하니 바라보다가) 아빠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었대요.
아빠에게, 아직도 나보다 중요한 것이 뭐였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아빠가 제일 중요했는데.
물론 엄마도 중요하지만...
 
두서없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아이를 잘 달래주면 무언가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에트:... ...설마. 그런 게 아닐 거야.
그 일이 어떤 일인지, 들은 적 있어? ...
 
에트: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리아:(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가..)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어요.
장미가 가득한 아치문이라고, 축제 때, 아빠를 보러 놀러 갔었거든요.
공원에 기인 터널이 있는데, 그거랑 똑같이 생긴 문을 만들겠다고.......
항상,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어요.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아리아:그래서,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를 꺾다가,
 
아이는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리아:있잖아요, 장미로 만든 아치문을 본 적 있어요?
 
에트:...응. 본 적 있어.
 
대화 끝에, 아이는 고개를 숙입니다.
 
어느새 모든 꽃송이는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파란 물결과 파란 꽃잎.
 
한데 어우러져 경계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아리아:사실, 언니랑 오빠들을 만나려고 기다렸어요.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다고 했거든요.
 
물끄러미 고개를 든 아이가 에트에게 작은 상자를 건넵니다.
 
아리아:아빠가, 마지막으로 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에트:...이건...
이걸, 우리한테? ...
 
아리아:(끄덕끄덕. 받아줄때까지 기달리는중)
 
에트:(작은 손에서 상자를 건네받았다.) ... ...고마워, 전해줘서.
 
에트가 상자를 받으면 아이는 배시시 웃습니다.
 
아리아:엄마가 걱정할 거예요. 들어가 봐야겠어요.
오늘 밤에 떠나기로 했거든요.
 
배시시 웃는 얼굴은 결단코 앳되지 않았습니다.
 
툭툭, 신발에 묻은 모래를 걷어낸 아이가
 
아리아: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하곤 저 멀리 달려가 버립니다.
 
흰 상자에는 어떤 무늬도,
 
글씨도 쓰여 있지 않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왜 이것을 전하라고 한 걸까요?
 
에트:... (우뚝)
(폭탄이라도 든 것처럼 두 손으로 떠받들고 있다.)
 
므넬:... 왜그렇게 굳어있어?
 
에트:열어...봐도 될까 싶어서.
 
므넬:우리에게 주라고 했으니까 봐도 되겠지.
.... .... 무슨내용물인진 짐작도 안가지만.
 
에트:응. ... ...그럼, ...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뚜껑을 열자,
 
제일 위에 놓인 것은 사원증이었습니다.
 
세 번째 보는 얼굴입니다.
 
첫 번째는 지하 2층의 기억 속에서,
 
두 번째는 모자이크로 엉망이 된 뉴스 속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
 
여태까지 본 얼굴 중 제일 선명합니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었습니다.
 
선량한 얼굴의 남자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왜 낯익었던지,
 
그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상자에는 장미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상자 속은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단출했는데,
 
사원증 옆에 누워있는 것은 익숙한 그 앰플 뿐입니다.
 
두 사람이 지하 2층을 목격하지 못했노라면 도저히 눈치챌 수 없는 내용물이었습니다.
 
어쩌면 에트의 근원을 알려주고,
 
앰플을 연구하길 바랐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우연이었을까요?
 
DOT의 수작이었던 가요?
 
그도 아니라면 제3의 계획 중 하나였던 걸까요?
 
불친절한 선물은 오히려 의심만 가중합니다.
 
앰플 속의 그 액체는 여느 때처럼 느릿하게 흔들립니다.
 
그때와 꼭 같은 색이었습니다.
 
에트:...이걸 왜, 우리에게.
 
에트가 앰플이 담긴 병을 만지는 순간,
 
미끄러진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도가 고개를 듭니다.
 
마치 바닷속에 잠자는 괴물을 깨우기라도 한 것처럼 커다란 파도였습니다.
 
파도가 순식간에 타이머와 카운터를 쓸어가고,
 
철썩, 바닥을 내리치면......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축축하게 젖은 모래만 남았을 뿐.
 
.
 
.
 
.
 
천지에 짠 내음이 가득합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고,
 
흰 포말 터지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망망대해에 난파된 배처럼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휘둘리며
 
사지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는 감각이란 이런 것인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숨을 쉴 수 없으나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 때.
 
깜빡.
 
불을 켜는 것처럼 눈이 떠집니다.
 
눈꺼풀을 파르라니 털면 소금기와 물기가 후두두 털려 나갑니다.
 
조금 따가운 것도 같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방금, 앰플이 깨졌고,
 
바다가 요동쳤으며,
 
파도가 휩쓸더니......
 
므넬과 에트가 눈을 뜬 곳은 아주 작은 섬입니다.
 
한달음에 섬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커다란 등대가 유일합니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밤과 겨울, 바다와 모래.
 
모든 구성 요소는 똑같았으나,
 
그 무엇도 같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에는 별 대신 먹구름이 가득했고,
 
바다는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새까맸고,
 
모래는...... 질척거립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이잉, 길고 가느다란 곡소리가 났습니다.
 
파도가 키만큼 솟았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디를 둘러봐도
 
배며, 사람, 마을, 우리가 타고 온 차라거나 묵기로 한 호텔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바다,
 
바다,
 
바다뿐입니다.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네요...
 
불을 밝힐만한게 있으면 좋을텐데요.
 
에트:...상당히 멀리까지 떠내려온 걸까. (휴대폰으로 주변을 비춰본다.)
 
휴대폰으로 주변을 비춰보면 그나마 주변이 보이네요.
 
섬의 테두리, 질척한 회색 모래 위로 낡은 배가 쓰러져 있고,
 
그 위로 사람의 뼈 같은 것이 굴러다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에트: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너무무섭다
이성 1 감소
 
배라곤 해도 어찌나 오래되었던지 먼지가 자욱하고,
 
손을 대면 부스스 부서지는 수준입니다.
 
무엇 하나 성하지 않았습니다.
 
배를 타고 돌아가기엔 거친 바다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타고 갈만한 배도 아니에요.
 
영문을 알 수 없어 주위를 둘러보면,
 
등대에 쓰여있는 숫자를 발견합니다.
 
13.
 
.....
 
배의 파편과 시체의 뼈,
 
검고 자욱한 안개 같은 먹구름,
 
거세게 흔들리는 성난 파도까지.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설마 제13구역인가?
 
당혹스러움이 성큼 다가옵니다.
 
제13구역이라니.
 
제12구역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살아서는 갈 수 없다는 곳이 아니던가요.
 
등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타이머와 카운터들의 목소리와 파도 소리만 몇 번이고 메아리쳤습니다.
 
에트:...므넬. 이곳은... ...
 
므넬:.... 응. 여기, 13구역인것 같아.
.... 어떻게? ....
 
에트:배들의 무덤... ... 여기에 한번 들어온 것들은 되돌아가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므넬:... 설마 아르고씨가 바랬던건 타이머와 카운터 전원의 죽음은 아니겠지.
 
에트:... ...무얼 위해서?
 
므넬:전혀 모르겠는데. 타이머와 카운터 없이도 이 땅은 잘 돌아간다? ....
... 저기로 들어가봐야겠지.
 
에트:지금으로서는... 열려 있는 건 저기 뿐인 것 같네.
 
::등대 안으로 들어가보나요?
 
에트:(들어간다.)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의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소라의 껍데기처럼 둥글게, 둥글게......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엘리베이터도, 내려가는 계단도없으므로
 
걸어 올라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섬의 광경과 달리 등대만은 새것처럼 깨끗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13구역이라면......
 
등대는 누가 세운 걸까요?
 
어떻게 이런 곳에 등대를 세운 거죠?
 
반지르르한 난간은 깨끗하기 짝이 없어서,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마지막 층에 도착할 때까지,
 
회칠한 벽은 깨끗했고,
 
나무 계단도 얌전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외려 불안을 부추깁니다.
 
오르고 올라,
 
마침내 가장 높은 층에 도착합니다.
 
제일 먼저 탁 트인 바다가 보입니다.
 
주위는 여전히 어둑어둑합니다.
 
구경할만한 풍경도 없지만요.
 
여태까지와 달리 바닥은 먼지가 자욱합니다.
 
등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등대에는 여전히 타이머와 카운터 뿐이었고,
 
바다는 황량했습니다.
 
수면은 너무 어두워서,
 
여태껏 가라앉았을 모든 것들을 완벽히 숨기고 있습니다.
 
어두운 사위에서 에트는 ‘그것’을 발견합니다.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하실의 천장에 모독적인 글씨가 가득했죠.
 
[천장] 으로 시선이 향합니다.
 
에트:(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본다.)
 
고개를 젖힌 에트의 눈에 천장이 들어옵니다.
 
흰 천장에는 기묘하게도 먼지 한 톨 앉지 않았습니다.
 
천장은 깨끗하건만 바닥은 엉망이라니.
 
어쨌건,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장이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천장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제0구역부터 제13구역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입니다.
 
세계의 위,
 
구역마다 파란 장미가 한 송이씩 피어있습니다.
 
생생하게 피어난 모습이,
 
여름의 한 조각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날은 이토록 싸늘하게 얼어가고 있건만......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천장의 지도를 살필 수 있습니다.
 
에트:(지도를 천천히 훑어본다.)
 
장미가 핀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세계 지도입니다.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지도 곳곳에 피어난 장미가 어쩐지 불길하게 느껴집니다.
 
파란 장미 세계의 위,
 
파란 장미는 정확하게 14송이가 피어있습니다.
 
아니, 만개한 것이 14송이고
 
그 옆에 피어나는 새 봉오리까지 치자면
 
정확히 28송이입니다.
 
그것이 놓인 위치들을 바라보자면......
 
에트:
교육
기준치: 55/27/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렵지 않게 무엇을 표시한 건지 알 수 있습니다.
 
그 14개는 분명히,
 
구역마다 가장 높은 것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까요.
 
기묘한 광경입니다.
 
가장 높이 선 14개의 무언가.
 
그것은 꼭, 신화에서 등장하던......
 
신의 손가락과 같습니다.
 
세계를 이렇게 살펴보자니,
 
신의 손아귀에 놓인 꼴입니다.
 
이상한 점이라면,
 
장미가 모두 두 송이씩 피어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봉오리에 불과했지만,
 
분명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구역의 탑을 가리킨다면 분명히 한 송이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문득, 에트의 발에 [바닥]이 채입니다.
 
에트:..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의 먼지를 쓸어 버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계입니다.
 
발아래 그려진 [지도] 에는 어느 곳에도 꽃이 피어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래도록 관리되지 않은 건지,
 
드문드문 지워지고 번지기까지 했습니다.
 
멸망한 세계의 유적처럼!
 
에트:(이어 드러난 지도를 자세히 살펴본다.)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도밍게즈의 지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척 비슷하게 생겼고,
 
똑 닮았지만......
 
섬의 모양이라던가 해안선의 둘레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쌍둥이처럼 교묘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에트: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금방이라도 에트의 집이 어디 있고,
 
DOT가 어디 있는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계,
 
세계,
 
세계,
 
분명히 같은 세계인데.......
 
한쪽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한쪽은 소홀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에트가 익히 알던 세계와 어딘가 달라 보였다면,
 
이렇게 더러워졌기 때문일까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정말로, 이상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이상한지 채 알아채기 전에,
 
파도가 들이칩니다.
 
거센소리에 귓속이 먹먹해지고,
 
생각은 잡아 먹힙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짠 내음이 숨을 파고듭니다.
 
바다는 신의 눈물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눈물의 냄새를 맡은 걸까요.
 
그저 눈이,
 
숨이,
 
어떤 경고 신호가 깜빡일 때······.
 
탕.
 
바닥으로 상자가 떨어집니다.
 
아까 아이가 건네주었던 그 상자입니다.
 
그 거친 물살을 함께 헤맸을 것이 분명한데도 상자는 깨끗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탓에 완전히 뚜껑이 열려 있습니다.
 
사원증을 꺼내고,
 
앰플을 꺼냈었죠.
 
그렇다면 상자의 안은 텅 비어있어야 하는데......
 
상자의 바닥 면이 미끄러지고,
 
먼지를 긁어냅니다.
 
등대의 바닥에 지도를 따라 홈이 패여 있었고,
 
상자의 안에는 또 다른 바닥이 있습니다.
 
상자가 뱉은 것은 낡은 서류 봉투입니다.
 
::봉투를 확인해보나요?
 
에트:(진짜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나? 봉투를 확인한다.)
 
봉투를 열자 종이 냄새가 훅 끼칩니다.
 
오래도록 읽어보고,
 
넘겨본 것인지 너덜너덜합니다.
 
군데군데 빈 페이지도 있고요.
 
급하게 복사했는지 글씨가 비뚤어서,
 
정식으로 얻어낸 서류가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서류의 첫 면에는 앰플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네, 우리가 본 그액체이자
 
투여받은 앰플의 정체입니다.
 
....... 좋지 않은 예감이 듭니다.
 
그렇게 외칩니다.
 
에트:... ... (불길한 예감에 종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미 한 번 몸에 투여했고, 그러므로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꺼림칙한 진실. 서류를 마저 읽는다.)
 
::에트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서류를 넘깁니다.
 
1. 앰플의 제조 방법
 
2. 앰플의 역할
 
3. 앰플의 사용 방법
 
4. 앰플의 부작용
 
O'clock Ampule.
 
DOT에서 지을 법한 이름입니다.
 
::목차는 상단과 같습니다. 차례대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에트:(차례로 읽는다.)
 
첫 장에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도밍게즈의 공용어도,
 
오래전에 사장된 문자도 아닙니다.
 
이 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글자입니다.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찝찝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앰플의 제조방법이라고 했는데,
 
DOT에서 개발해낸 것이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면 누가?
 
다음 장에는 도밍게즈 공용어로 적혀 있습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지구의 바닷물과 도밍게즈의 타이머의 피를 섞어 만든다.」
 
「바닷물은 도밍게즈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므로 주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깨지지 않는 특수한 병을 사용하고,」
 
「제8시의 타이머의 초능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둔다.」
 
「우리는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통해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이 가져다준 바닷물은 정말로 도밍게즈의 것과 달랐다.」
 
「아주 비슷한 염도를, 성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섞이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옳다.」
 
「이것이라면 가능할 테지.」
 
「주의사항!」
 
「비율은 반드시 10:1을 지킬 것, 바닷물을 낭비하지 말 것.」
 
......그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모든 것은 종속을 위해서.」
 
「우리가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설명은 그게 다입니다.
 
연구 보고라고 말하기엔 허술하지 않나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 설명만으로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연구였단 소리겠죠.
 
에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뒷장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손가락뿐.」
 
에트: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14개의 손가락,
 
그리고 28송이의 장미.
 
손가락이 상징하는 것은 신의 분신,
 
타이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장미가 왜 28송이인지는 너무나 자명하잖아요.
 
옆을 바라봅니다.
 
므넬이 보입니다.
 
혹시, 지금 손을 잡고 있었나요?
 
에트:... (마저 읽어나간다.)
 
「타이머에게 주입한다.」
 
「위치는 어디라도 상관없으며,」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한다.」
 
「혈액에 섞이기만 하면 약 6개월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카운터가 아니라 타이머라니.
 
오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타이머에겐 주입할 수 없다고 했잖아요.
 
에트:... ...
므넬, ...주사... 맞은 적 없지.
 
므넬:.... 한번도. 절대로.
 
에트:...그래.
 
::다음장으로 넘어갈까요.
 
에트:(부작용을 읽는다.)
 
「확인되지 않음,」
 
「그들의 의견과 다각도의 시뮬레이션 결과,」
 
「지구의 타이머에게는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됨」
 
지구의 바닷물.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얽어야만 하는 손가락.
 
그리고......
 
지구의 타이머.
 
일련의 상황이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머리 위의 세계에는 장미가 흐드러지고,
 
두 사람은 발아래의 다른 세계를 짓밟고 서 있습니다.
 
생각해 봐요.
 
그 실험은 분명히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실패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카운터들은 태어났죠.
 
어떻게 태어난 거죠?
 
분명히 전 세대의 타이머도,
 
타이머의 시체도 내놓은 부위라곤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창조했지만,
 
그들은 신이 아닙니다.
 
분명히 기억합니다.
 
숨도, 뼈도 얻지 못해 허물어지던 괴물을!
 
우리는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14개의 숫자와
 
14명의 타이머,
 
그리고 14명의 카운터.
 
그것들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규칙을 따라 그곳에 서 있었고,
 
일정한 규칙 사이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신의 손가락이, 각 손에 14개였다면?
 
.
 
.
 
.
 
천장의 스물여덟과 바닥의 부재.
 
너무 명확한 사실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이 우리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닥으로 시선이 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운전사: 안 들어오세요?
 
뒤에서 운전사가 타이머와 카운터를 부릅니다.
 
그 목소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자
 
등대도, 세계와 장미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파도가 들썩였습니다.
 
해골도, 난파된 배도 없는 평온한 해안가예요.
 
떠나간 아이의 발자국이 작달막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새로운 모래가 그 위를 덮으며 자취를 감췄습니다.
 
절벽 위, 숙소 입구에서 운전사가 큰 소리로 이쪽을 부르고 있습니다.
 
손은 텅 비어있고,
 
상자와 앰플, 서류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으므로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탈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귀신에게 홀렸나 봐, 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죠.
 
그야......
 
세계가 이토록 평화로운걸요.
 
하늘은 공전하고 자전하며
 
땅은 온전히 버티고 섰습니다.
 
별은 이토록 반짝이고,
 
파도는 이토록 상냥합니다.
 
사라진 능력은 실상, 돌아갔던 것뿐이에요.
 
평화로운 세계의 파문이입니다.
 
물결은 멀리 퍼져나가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불합리한 것.
 
할 수 있는 것도,
 
돌이킬 능력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추위에 떨며 숙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후, 타이머와 카운터는 제12구역의 바닷가에서 휴식일을 보냅니다.
진실을 알게 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에트는 앞으로 7 개월 간 악몽에 시달립니다.
지켜야 할 세계, 자신이 나고 자란 별.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구원자에게 쏟아지는 원망입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십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입니다. 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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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휴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버스의 TV에서는 뉴스가 한 편 지나갑니다.
 
제12구역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어떤 건물의 화재 소식과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의 불운한 전복사고 따위가 눈에 띕니다.
 
어떤 건물은 정부와 구역이 허가하지 않은
 
불법 건물로 모종의 실험, 연구 시설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다 불살라진 탓에 무엇도 복구할 수 없게 되었다는군요.
 
타이머와 카운터가 복구를 위해 출동하는 일은 결단코 생기지 않습니다.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는 휴가를 왔다 수도로 돌아가던 길목이었습니다.
 
자동차 불량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들어간다는군요.
 
사망자 중에 어린아이가 포함되어있다며,
 
아나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에트가 알 수도, 모를수도,
 
알지만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카운터는 주기적으로 앰플을 투여받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DOT도 더는 거부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7년 동안 그렇게, 카운터는 붙잡혀 있어야 했습니다.
 
2025-09-03
 
대남 (GM):수고하셨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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